▲ 이창재<br />
정치부
▲ 이창재
정치부

보수 심장 대구는 폭망하지 않았다. 지방선거 한 달이 지났지만 지역 정치권의 변화가 없는 이유다. 보수 정당 자유한국당은 대구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정당비례 표수로 보면 민주당과 비견하지만 어쨌든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은 한국당이 휩쓸었다. 한국당은 전국 정당의 명패는 잃었지만 대구ㆍ경북에서는 지역 정당이라는 명패는 유지하고 있다. 이곳의 지역 국회의원들도 철저한 반성과 자성에 앞서 나름 관망과 안주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단합도 잘된다. 계보를 떠났다고 강변하지만 차기 총선을 위해 국회 동료 선후배들 간 또 한 번의 금배지를 달기 위해 똘똘 뭉칠 전망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바람이 지나가면 또 한 번의 기회는 올 것이라는 나름 희망도 가슴 한켠에 숨기고 있는 듯하다.
당연히 혁신도 없다. 누구 하나 당협위원장을 스스로 내려놓는 이 없다. 총선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지역 모 의원도 공식 불출마 선언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혁신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다.
다른 의원도 마찬가지다. 지역 핵심 당원들은 지역 한국당은 뿌리째 바꿔야 새로운 보수를 일굴 수 있다고 질타하고 있지만 이들의 행보는 똑같다. 당협위원장 등 기본적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대구의 현안이 불거져도 언저리에 나돌면서 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중앙지도부를 겨냥, 지역 전체를 대변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보수 심장 지역의원으로 튀는 발언도 못하고 눈총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보수가 못하면 진보가 대신해야 하지만 집권여당 민주당도 지역에서는 표 값을 못할 전망이다. 야당 10년 동안의 홀대에 대해 여당이 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 뿐 전반적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대안 제시조차 못 하고 있다. 여당 의원으로서의 존재감도 없다.
의원들의 숫자에 밀려서다. 한 명은 장관으로 한 명은 페이스북으로 정치를 한다. 이들은 한국당에 밀려 불모지에서 참신한 후보조차 발굴, 육성하지 못했고 진보로서의 존재감도 상실했다. 지방선거 이후 광역, 기초 의회 곳곳에 적잖은 의원들을 배출했지만 보수지역 특유의 정서에 막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 시ㆍ군ㆍ구 의원들이 보수 정서에 휩쓸려 ‘무늬만 진보’가 될까 우려된다. 척박한 보수 심장에서 이들 진보 의원들은 첫 실마리를 어떻게 꿸지 주목된다. 기존 보수 정서에 막혀 제 목소리를 못 낸다면 지역 여야 정치권 모두 도매금으로 ‘꼴통 보수(?)’ 이름이 매겨질지도 모른다. 지역정치권 전체가 이제 다 바뀌어야 한다. 지역 대표 인물도 키워야 하고 참신한 젊은 인재들도 발굴, 육성해야 한다. 보수 진보를 떠나 지역정치권 전체의 총제적 대수술이 필요하다. 어정쩡한 수술보다는 차라리 폭망이 낫다. ‘보수 개혁’ ‘개혁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 리더 찾기를 본격화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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