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호 2기, 경제부시장 선택 중요전문성 갖춰 지역 현안 해결할 인재 선피아 논공행상에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조현우 선수처럼 한편의 동화같이, 영화같이 ‘대구시민에게 감사한다’라고 한 적이 있었겠습니까.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어제 조현우 선수에게 위로받고 가슴 뭉클했을 것입니다.” 시민구단인 프로축구 대구FC를 측면 지원하는 대구FC엔젤클럽 이호경 회장이 지난달 27일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독일전 승리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되는 등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조현우 선수의 ‘대구시민에게 감사한다’는 이 한마디는 대구는 물론 전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데 이 같은 감흥을 깨는 얘기가 최근 귓전을 때린다. 애써 외면하는데도 계속 윙윙거리니 어찌할 방법도 없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6ㆍ13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뒤 가장 관심사로 떠오른 인사 문제다. 그 중 경제부시장을 두고 말들이 많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캠프에서 활동한 누구누구가 경제부시장에 임명된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근원지는 선거캠프다. 소위 ‘선피아(선거마피아)’들의 논공행상이 시작된 것이다. 경제부시장은 국비 확보, 투자 유치, 중앙ㆍ지방 정치권과 유대관계 형성 등 ‘바깥 살림’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다. 선거 뒤 논공행상이나 권력만 좇는 이들이 차지할 자리가 아니다. 선피아에 대한 비판여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궤멸적 패배를 당하면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ㆍ경북이 ‘TK섬’으로 전락했다. 정치적으로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ㆍ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14곳을, 국회의원 재보궐 결과는 12곳 중 11곳을 휩쓰는 압승을 거둬 전국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처럼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이 바뀌어 대구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내세워 일부 인사들이 부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민선 7기 대구시정의 방향을 가늠하는 이정표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 가늠자가 바로 경제부시장 선택이다.
권 시장이 평소 강조하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정치 구도상 어려워졌다.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분야에 시정 역량을 쏟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럼 이와 관련된 예산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사를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하는 게 선결과제다. 야당 소속 단체장이지만 문재인 정부 및 여당과 소통할 수 있는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현 정부를 상대로 대구가 처한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우수하고 능력이 출중한 인사를 초빙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진정 대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권영진호 2기가 출범과 동시에 공론화해 조기 추진해야 할 지역현안 사업들은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게 대부분이다. 통합 신공항과 맑은 물, 시청 신청사 건립 등은 대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전폭적 예산지원이나 정치권의 정치적 해결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특히 통합 신공항 문제는 권 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부산ㆍ울산ㆍ경남의 여당 소속 단체장 당선자들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재추진을 공론화하고 나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2년 만에 재점화된 것이다. 권 시장이 지방선거 후 첫 행보로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요청한 사업들도 정부부처의 외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정 2기 성공은 결국 이 같은 현안 해결에서 비롯된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사람을 잘 골라서 쓰는 일이야말로 지도자의 핵심적인 자질이다. 대구의 미래가 어떤 지도자를 뽑느냐에 좌우된다면 그 지도자의 성공은 결국 어떤 사람을 골라서 쓰느냐에 달렸다. 전문성이나 도덕성 등 필수 자질이 선거캠프 활동상이나 당선 기여도에 밀려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김종엽

편집부국장 겸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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