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상포진

“며칠 허리가 아파서 파스를 붙였더니 그 부위에 알레르기가 생겼어요.”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 연달아 야근했다는 중년 회사원의 말이다. 일주일 전부터 허리 쪽이 찌르는 듯 쿡쿡 쑤시는 듯 아파 갑자기 디스크가 생겼나 걱정하며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호전이 없었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배와 등 한쪽 편으로 물집이 띠 모양으로 잡혀 있었다. 통증과 함께 전형적인 피부병변을 보여 대상포진으로 진단하고 치료했다.
이처럼 대부분 대상포진 증상은 초기에 아무런 병변 없이 몸의 오른쪽이나 왼쪽 한 곳의 일정부위가 아프거나 따갑고 간혹 가렵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면서 그 부위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점차 여러 개의 물집이 띠 모양으로 발생한다. 그 물집은 결국 고름 주머니로 변했다가 두꺼운 딱지를 만든다.
대부분 매우 심한 통증을 동반하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는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전혀 아프지 않은 경우도 있다.
띠 모양으로 물집이 생기는 특징이 있어 가까운 가족이나 주변 지인 중에 한번이라도 이 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주로 가슴이나 배, 엉덩이 쪽에 발생하지만 얼굴, 팔, 다리, 손, 발 등 전신 어디라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얼굴에 발생하면 수두나 여드름 흉터같이 패인 상태로 아물게 되면 미용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눈을 침범하면 시력장애가 생길 수 있고 귀 부위에 발생하면 안면 신경마비가 생길 수도 있다.
60대 이후에서 주로 발생해 젊은 층에서는 무관한 질환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20대, 30대 어느 연령대나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어린이에게도 종종 발생한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수두를 앓게 한 후 잠재해 있다가 언제든지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 어린이가 수두예방접종을 하기 때문에 수두를 앓지 않더라도 대상포진이 생길 수 있다.
대상포진의 합병증으로 통증이 발생하는 데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심한 경우는 통증으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 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72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포진 후 동통과 여러 합병증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대상포진을 앓는 대부분이 장년 이후이기 때문에 가족과 특히 손자손녀에게 병을 옮길까 걱정할 수가 있다.
대상포진은 직접 옮겨지는 경우는 없으나 수두를 앓지 않은 어린이에게 공기전염을 통해 수두를 옮길 수는 있다는 점만 유의하면 된다.
우리나라도 인구의 고령화와 다양한 만성질환, 면역저하질환이 증가해 대상포진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적어도 해마다 4만∼5만 명이 대상포진에 걸려 고통받는다. 이렇다 보니 50세 이상은 예방백신 접종을 받으라고 권장한다.
반면 백혈병, 림프종 등 면역결핍질환이 있거나 고용량의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는 경우와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 치료받지 않는 활동성 결핵 환자는 접종을 금지한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 상태와 피부 질환이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창 역할을 한다.
며칠 고민하거나 고된 업무에 시달리면 거울 속에 비치는 꺼칠해진 얼굴을 확인할 수 있듯이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내 몸이 내게 SOS를 보내는 것이다.

김연진

영주 아름다운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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