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의원 시민 챙기는 역할각종 정당 행사 참여하느라 늘 뒷전 공천, 국회의원 이득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현 시ㆍ군ㆍ구청장과 시ㆍ도ㆍ기초의원은 물론, 지역에 봉사하기 위한 예비 선량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의 두드러진 점은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 나서겠다는 후보들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제6회 지방선거 때와는 달리 경선을 거쳐야 할 정도로 더불어민주당의 인기가 높았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해 온 자유한국당의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ㆍ군별로 기초단체장 자유한국당 경선은 불공정 경선과 국회의원에 의한 사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직도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 옷만 입으면 당선된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이 믿음이 이번 선거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선거를 치르고 나면 늘 지역 민심은 갈라지고, 이를 봉합하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한경쟁 시대, 기초자치단체들도 기업 유치와 대형국책사업 유치 등에 사활을 걸고 다른 지자체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의 정당 공천제가 과연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지난 7대 구미시와 구미시의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자치단체장이 추진하는 사업이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발목을 잡은 구미시의회는 23명의 의원 중 절대다수는 시장과 같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었다. 동의하지 못하는 많은 이유를 붙였지만 사실은 제대로 예우하지 않는다거나 자신이 부탁한 일을 시장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걸림돌이라고 하는 편이 낫다.
2020년이면 도심공원 일몰제가 시행된다. 구미시는 현재 시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도심공원 지역이 일몰제로 풀리면 사유재산으로 되돌아가 개발은 물론, 더 이상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지난해 중앙공원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시행하려 했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지만 이 역시 몇몇 비례대표 의원들의 극성에 동료의원들마저 등을 돌려 결국 처리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 앞장서 반대한 이들이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들이었다. 같은 당 시장이 향후 구미시를 걱정해 추진하는 사업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무산시킨 행태를 보며 과연 기초의회 의원 정당 공천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사실 기초의회는 정치적인 문제보다 시민, 서민들의 삶을 챙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당 소속 시ㆍ도의원들은 각종 정당 행사에 참석하느라 시민들은 뒷전이다. 특히 총선 때면 자신에게 공천을 준 국회의원들의 선거운동에 동원돼야 한다. 공천이 족쇄인 꼴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지러울 때 대구ㆍ경북의 많은 기초단체장과 시ㆍ도의원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반대집회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아무리 보수의 성지라고 하지만 대구ㆍ경북의 절반이 넘는 시ㆍ도민들이 탄핵에 찬성하는 마당에 이들은 정당과 시민의 눈치를 보며 반대 집회에 참석해야만 했다. 만약 정당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가 찍히면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은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시ㆍ도의원이 되겠다고 공약을 한다. 하지만 이는 공염불이다. 시민의 생각과 정당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 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당의 편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자치의회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들이 불편한 점이 없는가를 살피고 지역의 발전방안을 마련해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한 일이야 정강과 정책 등을 보고 특정 정당 후보를 뽑아야 하겠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양상이 다르다.
오랫동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의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은 기초단체장과 광역ㆍ기초의원들을 자신이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공천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시민들만을 위해 일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이 정당에 얽매이지 말고 후보의 공약과 자질, 인성 등을 보고 투표하면 된다. 그래서 시민들이, 시민들의 권리가, 지역의 발전이 정당의 공천에 의해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