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오는 5월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유해를 되찾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미국 내에서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다음으로 유해 송환을 중요한 문제로 꼽을 만큼, 전사자에 대한 예우가 극진하다. 미 국방성은 6ㆍ25전쟁 당시 수습되지 못한 미군 유해는 약 7천800구로, 이 중 5천300구는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미군 유해발굴 작업은 2005년 북미 관계가 경색된 후 발굴단이 북한에서 철수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당시 미국은 유해 송환을 위해 북한에 막대한 대가를 지급했다. 심지어 “북한이 미군 유해로 달러벌이에 나선다”는 이야기도 거론됐다. 미국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미군 전사자의 뼈 한 조각만이라도 본국으로 송환하기를 원했다. 이처럼 미국은 단 한 명의 전사자도 적지에 남겨두지 않는 전통을 지키면서 참전 군인을 예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이런 미국적 가치관이야말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을 통해 수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유공자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감식단 지원예산은 매년 감소하고, 국군전사자 예우는 형편없다. 단 한 번도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서 실종한 한국군 유해를 발굴한다는 기사를 접해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슬픈 자화상은 지난 5일 칠곡군 유학산에 F-15K 전투기가 추락하자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사고 당일 짙은 안개 때문에 전투기 추락지점을 발견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두 조종사의 시신 일부를 수습했지만, 훼손이 심했다는 것으로 보아 당시 사고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워낙 폭발이 큰 상황이라 공군 관계자도 “아직 시신의 온전한 수습이 되지 않은 상태이며, 추가로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공군은 시신도 제대로 수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발생 2일 만에 서둘러 장례식을 치렀다. 빠른 사고 종결을 위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명분으로 장례식을 강행했다.
한국전쟁 후 70여 년 동안 땅속에 흙과 함께 묻혀 있는 뼈 한 점이라도 찾고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내는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전사자의 시신수습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호국영령의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최소한의 예우이다.

이임철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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