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하청호 아동문학가

▲ 하청호 아동문학가는 “시를 쓰는 사람은 사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독자에게 전해주는 메신저다. 사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눈과 귀가 있어야 한다. 사고 체계에 의해 나온 시는 감동이 없다”며 “미모사 같은 예리함으로 영감이 올 때 빠르게 감성을 캐치할 줄 아는 민첩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 하청호 아동문학가는 “시를 쓰는 사람은 사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독자에게 전해주는 메신저다. 사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눈과 귀가 있어야 한다. 사고 체계에 의해 나온 시는 감동이 없다”며 “미모사 같은 예리함으로 영감이 올 때 빠르게 감성을 캐치할 줄 아는 민첩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어깨를 내어주는 것은/사랑입니다/졸고 있는 사람에게/어깨를 내어주는 것도/사랑입니다//가장 빛나는 사랑은/기대고 싶어도/기댈 어깨가 없는 사람에게/제 어깨를 아낌없이/내어주는 사람입니다.
하청호(76) 아동문학가의 동시 ‘어깨 내어주기’다. 이 동시는 동심과 시심의 조화가 잘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와 동시의 구분은 따로 없다. 동시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동심은 신화같은 역할을 한다. 동심은 어린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다함께 좋아하면 된다.”
동심과 시심의 균형을 잡는 일은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과제였다고 그는 말한다.
“동심을 주축으로 하는 가운데 동시에는 문학성도 있어야 하고 동심도 있어야 한다. 동심에 치우치면 문학적 향훈이 옅고, 시심에 기울어지면 이해와 공감에 문제가 드러난다.”
◆동시 사랑 어린이 사랑
하청호 아동문학가의 동시 사랑은 1963년 교단에 서면서 시작됐다. 문예부를 맡아 지도하면서 자연히 아동문학 쪽에 관심을 두게 된 것. 이후 1972년 29세에 등단이후 2006년 정년퇴임을 하기까지 40여 년을 교직생활과 동시에 아동문학가의 길을 올곧이 걸어왔다. 동심을 바탕으로 한 창작은 오랫동안 아이들과 생활해왔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않았다.
그는 시심과 동심을 조화롭게 엮었듯 교직생활과 문학활동을 조화롭게 해냈다.
틈틈이 동시를 쓰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1회 한국교육자대상(1982)을 받는가하면 한국교육개발원 초등국어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그가 쓴 동시 ‘폭포’, ‘그늘’, ‘돌다리’, ‘여름날 숲 속에서’, ‘들깨 털기’ 등이 초등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동시를 쓰다보면 마음이 늙지 않는다고 말한다.
“원초적인 마음을 동심이라 일컫는다. 어른이 되면서 욕심이 때가 돼 순수한 마음을 감싸면서 동심 발현이 잘 되지 않는다. 동시는 1차원적으론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지만 결국엔 인간을 위한 문학이다. 순수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하 아동문학가는 동시뿐 아니라 어린이 노래극 방송대본을 쓰는가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를 위한 수필집 ‘큰 나무가 작은 나무에게’(1990)를 발간하는 등 어린이 문학과 관련된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았다.
각종 문학상과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동시를 쓰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동시를 쓰기 전에는 시적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동문학에서는 상상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실세계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상상력을 갖고 보면 된다. 상상력은 인류를 발전시켜주는 원동력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상력이 줄어드는 과정이다. 과학적 상상력을 앞지르는 것이 문학적 상상력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인은 사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독자에게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사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와 눈이 있어야 한다. 사고 체계에 의해 나온 시는 감동이 없다. 짜인 시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며 “들리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고, 보이는 것보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모사 같은 예리함으로 영감이 올 때 빠르게 캐치 할 줄 아는 민첩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6년 교직생활을 마치고 전업작가가 된 이후에는 동시집 발간과 함께 전국을 무대로 더욱 활발한 문단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말 동시집 출간 계획
한낮이다/아이들이 놀고 있는/마당에 먼지가 자욱하다//-안 되겠다/저 먼지를 좀 재워야겠어//하늘에서/살짝/먼지잼이 왔다.
하 아동문학가가 ‘비가 겨우 먼지를 재울만큼 옴’이라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 ‘먼지잼’을 소재로 한 동시 ‘먼지잼’이다.
그는 사라져가는 우리 옛말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가을께 세 번째 우리말 동시집을 펴낼 계획이다.
하 아동문학가가 우리말을 찾아 동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군위군 부계면 산골에 마련한 서재에서 ‘으아리 꽃’을 보고 영감을 얻으면서다.
그는 “손바닥만 하게 큰 ‘으아리 꽃’을 본 사람들이라면 ‘으악’하는 말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며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찾아 동시를 쓰고 있다. 문학적 향기를 주면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어휘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다. 새로운 시어를 발굴하고 지음으로써 사람들의 어휘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2011년 낸 우리말 동시집 ‘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는 이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에게 문학은 정신적인 지주다.
“문학은 결국 자기 정화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삶에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을 때마다 독려해준 것이 문학이었다.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진 시라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떠올려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자연현상을 바라보면 비에서도 하나의 생명을 볼 수 있다.”
하청호 아동문학가는 시든 동시든 산문처럼 읽으면 시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시 분위기와 상황에 몰입을 해서 읽지 않으면 언어의 나열을 읽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나 동시를 너무 해석하려 하지 말고 정서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 번씩 소리 내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분위기나 말의 아름다움 등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글ㆍ사진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하청호 아동문학가 약력
-1943년 경북 영천 출생
-197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 ‘둥지 속 아기새’로 당선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봄에’로 당선
-1974년 첫 동시집 ‘둥지 속 아기새’ 발간
-1976년 현대시학에 시 ‘오동나무’외 1편으로 추천
-1976년 동시집 ‘빛과 잠’으로 세종아동문학상 수상
-1989년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2005년 대구시문화상 문학 부문 수상
-2006년 윤석중 문학상 수상
-2011년 대구 동구 도동, 서울 용두공원에 ‘어머니의 등’ 시비 세워짐
-2015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취임
-2017년 동시집 ‘데칼코마니’ 발간
-2017년 제18회 김영일아동문학상 수상
-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대구문학관 운영위원, 어린이 문화운동단체 ‘새싹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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