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 공포·불안 떨쳐내야대외적 상황에 관심 적게 두고평소같은 생활환경 조성 중요”



포항 지진으로 전국의 땅과 마음이 다 흔들렸다. 지진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이 하루빨리 회복되어 안정을 찾기를 기원한다. 수능 연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도움될 수 있는 말을 생각하면서, 갑자기 발생한 천재지변으로 혼란을 겪는 많은 분과는 같이 행동하지 못하여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천지불인’이다.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써 하늘과 땅은 특정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하지 않으며 그저 자연현상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의미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반드시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먼저 천재지변으로 인한 개인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자연재해일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적절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이다. 수능 연기에 대해서도 왈가왈부할 수 있겠지만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 수능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상황에서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사회적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구성원들의 ‘안전’이다. 수험장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내가 그곳에서 시험을 쳐야 한다면? 완벽함까지는 아닐지라도, 나름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자.
만약 시험 당일 지진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진앙과 가까운 곳은 대피한다고 시험을 못 치를 것이고, 진동이 감지되지 않은 곳은 그대로 시험을 치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전국이 다시 시험을 쳐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를 다시 내야 하고……. 그다음 상황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최악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수능 일주일 연기는 포항지역 수험생 입장에서는 불안 공포를 극복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에 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수험생들에게는 일정 변동에 따른 컨디션 난조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는 자신의 유불리보다는 전체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짐으로써 사회적 공동선을 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것이 수능 점수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마음의 시계를 단순히 일주일 전으로 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결코 쉽지 않기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본인과 주변에서 같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험생은 다시 수능 그 자체에만 몰두하고 대외적 상황에는 가급적 관심을 적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은 친구 및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지만, 그러한 시간을 너무 많이 가지면 오히려 불안을 가중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평소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장소나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서 잠시 그곳에 머물면서 안정을 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당장 몇 시간 공부를 더 하고 덜 하고는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므로 우선은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그 기간은 2일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소한 주말부터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보호자들은 최대한 지진에 관한 이야기를 피하고 수험생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지나친 위로나 설명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과유불급이다.
불안이 높은 수험생의 경우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수용하고 공감해 줌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가능하면 평소와 동일한 생활환경을 조성해 줌으로써 물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수험생들은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이나 느낌에 몰두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생각하면서 차분히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박용진

진스 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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