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아 우리나라 원화 국제화 위해 필요 경상수지 전제되어야 의미 있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이 바닥날 경우에 대비해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외환보유액이 유사시를 대비한 ‘적금’이라면,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셈이다. 통화스와프는 최초에 민간부문에서 생겨난 거래방식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가 미국 법인에서 사용할 통화는 당연히 미 달러화이다. 반면, 애플의 우리나라 법인은 달러화보다는 우리나라 원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원화를 많이 가지고 있고 또 원화를 조달하는데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애플은 당연히 미 달러화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를 조달하는데 삼성전자보다 유리할 것이다. 삼성전자나 애플이 현지 통화를 사용하려면 각자 가진 통화를 외환시장에서 현지통화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때 환전수수료가 발생한다. 이 경우 통화스와프를 이용하면 외환시장을 통하지 않고 필요한 통화를 조달할 수 있어서 환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통화스와프의 장점은 첫째, 환율을 일정기간 고정시켜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환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 수출입 기업은 항상 환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데,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게 되면 환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 달러화나 유로화와 같이 기축통화 또는 결제통화와 체결한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고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스왑거래는 장부외거래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금융기관의 경우 자본ㆍ부채비율의 제한을 받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10월 말 현재 중국(560억 달러)을 비롯해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호주(77억 달러) 등과 1천222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외국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는 약정이기 때문에 당장 통화가 교환되는 것은 아니다. 통화스와프 체결국 간에 어느 한 쪽이 외환위기기 발생하면 상대국이 외화를 즉각 융통해줌으로써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환시세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변제할 때는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을 적용함으로써 시세변동의 위험도 피할 수 있다. IMF로부터 돈을 빌릴 때는 통제와 간섭이 따라 경제주권과 국가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지만, 통화스와프는 이런 부작용 없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내은행에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자금경색 우려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고 외환시장의 달러화 경색도 점진적으로 완화돼 원/달러 환율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중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우여곡절 끝에 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연장되었다. 이는 한국이 체결한 전체 통화스와프의 45.8%를 차지한다. 외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한국과 ‘위안화 국제화’라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통화스와프 가운데 CMI를 제외하고는 모두 양국이 자국 화폐를 교환하기로 한 것이어서 위기 시에 곧바로 달러화를 사용할 수는 없다. 또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중국, 일본과 공동으로 만든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에서 인출할 수 있는 미화 384억 달러도 실제 자금을 이용하려면 다수 회원국의 동의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가 필요한 등 사용이 제약되어 있다. 미국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역흑자를 보이는 상대국에 강한 환율정책을 취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늘리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국과는 FTA 개정 문제로,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로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달러 부족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경상수지의 지속적인 흑자와 외국인 투자의 순유입 그리고 외채를 상환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즉, 환율안정은 통화스와프 체결 말고도 경상수지라는 기초체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또한 일본과 중국이 자국통화의 기축통화화를 가속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와 통화스와프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장차 우리나라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통화스와프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조태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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