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행복버스 기사 서억진씨

▲ 대구 북구 4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서억진(50ㆍ북구 관음동) 씨. 타는 승객마다 인사건네고 사탕과 떡을 나눠주며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행복버스 운전기사다. 조영선 기자 zeroline@idaegu.com
▲ 대구 북구 4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서억진(50ㆍ북구 관음동) 씨. 타는 승객마다 인사건네고 사탕과 떡을 나눠주며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행복버스 운전기사다. 조영선 기자 zeroline@idaegu.com


대구 시내버스에 행복바이러스를 가득 담은 버스가 운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북구 4번을 운행하는 서억진(50ㆍ북구 관음동) 버스기사.
지난 15일 오후 3시 북구청 앞에 정차한 북구 4번 버스에는 여느 버스와 다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오늘은 뭐 할라고 탓는교”, “할매 오늘 장보고 가는갑지예”, “천천히 타이소 그라다 다칩니데이”
탑승하는 승객들과 나누는 대화는 마치 가까운 이웃사촌처럼 정겨웠다.
곧이어 아이들이 버스에 올라타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운전석 옆 바구니에 있던 사탕을 건네주며 “인사 잘해서 아저씨가 주는 선물”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날 북구 4번 버스를 처음 탄 김하민(26ㆍ여ㆍ북구 칠성동)씨는 “버스에 오를 때 휴대폰을 보면서 올랐는데 기사님이 사이렌을 울리셨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이제 이 버스에 적응됐다”며 버스 승객과 담소를 나누는 서씨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팔달역에 이르자 반가운 손님이 버스에 탑승했다. 3년 전 서 기사가 726번을 운행할 때 자주 타던 손님인 이주형(22ㆍ남구 대명2동)씨다.
이씨는 “고3 때 늘 타던 726번 버스 운전기사셨는데 북구 4번으로 바뀌셨다”며 “우울한 날 아저씨의 긍정적인 기운을 받으려고 환승까지 하며 버스를 탄다”고 말했다.
버스가 팔달역 정류장에 가까워지자 시내버스에서 듣기 어려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늘도 북구 4번을 찾아주신 승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팔달역 맞은편 정류장으로 가실 때 무단횡단하지 마시고 바로 아래 횡단보도를 이용해주세요. 횡단보도 이용 시 1분30초가 더 걸립니다. 운동하신다고 생각하시고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부탁합니다”
팔달역 정류장은 무단횡단을 많이 하는 지역이다. 바로 밑에 횡단보도가 있지만 도로 폭이 좁아 대부분 승객이 무단횡단 한다는 것.
서억진 기사는 “한달 전 버스를 운행하다 교통사고가 날뻔한 승객을 봤다. 그날부터 내 버스를 탄 고객의 안전을 위해 방송했다. 이제 무단횡단하는 승객이 거의 없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항상 승객에게 마음을 얻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가자. 사탕 하나 받고 싶으면 내가 먼저 주고 인사를 받고 싶으면 내가 먼저 하자. 그랬더니 승객들도 다가오고 이제는 버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친구를 보러 가듯 설렙니다”
오늘도 북구 4번은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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