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하절기 강우패턴은 시간당 100㎜ 정도의 폭우로 극한 강우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극한 강우로 인해 여러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산사태 규모와 횟수는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강우 패턴은 2000년대 이후부터 국지성 집중호우로 변해 이로 인한 복구비용은 연간 평균 9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강우 특성마저 변화시켜 산사태로 이어지는 결과이다.
특히 강우 특성 변화에 최대가능강우량 초과는 산사태 등 자연재해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대가능강우량은 홍수의 크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최악의 기상조건을 고려한 강수량 조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강우패턴 변화에 따른 산사태 재난관리 체계 및 대응 원천기술 확보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여러 국책연구기관과 정부 각 부처는 산사태 유발인자 조사와 산사태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는 노력하고 있지만 산사태 발생 가능성과 토석류로의 전환, 예측을 위한 핵심 원천기술의 실용화로는 이어지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산사태 관리가 사후복구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 수집된 자료 유실도 나타나고 있고 일부 기관에서는 개별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 개별 정보화는 주로 현장조사 자료 위주로 통일성과 통합적 활용 및 분석에만 그치는 등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산사태는 강우, 지형, 산림, 지반, 지질조건 등 발생조건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 산사태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산사태 발생조건과 이와 관련된 자료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또 매년 집중호우로 산사태 등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총 874ha의 산사태 피해가 나고 4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국내와는 달리 미국, 일본, 대만, 홍콩, 이탈리아 등에서는 산사태 관련 연구와 효과적인 산사태 재난 관리를 위해 국가 주도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산사태 및 토석류 예ㆍ경보 모델을 개발해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시스템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전국적 데이터베이스 통합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탈리아는 과거 산사태를 유발시킨 2천300개 이상의 강우자료와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해 강우 임계기준을 제작했다. 또 지형, 지질, 지반 인자를 이용한 산사태 민감도 분석 모델과 강우 임계기준을 결합해 실시간 강우 예측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 Web-GIS 기반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대만은 토석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고 해당 시스템에서 관측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집중호우 시 토석류 조기경보를 발령하고 주민을 대피시키는 방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토석류 조기경보시스템으로 정확한 경보기준 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결과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산사태 재난관리시스템은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매시간 권역별 획일적인 읍, 면, 동 단위의 산사태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산사태 발생 예상지역의 사회적 인프라 및 인구 밀집도 등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한다는 측면은 있으나 재해예방에 대한 사전기능은 부족하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극한 강우 산사태 재해 실시간 예측 및 대응 원천기술 개발’ 연구는 더 세밀화된 재난지역의 예측정보를 위험 수준에 따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토석류 확산 분석을 통해 피해 예상 지역의 정확한 리스크 분석이 가능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통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사후 관리에 불과한 재난관리 수준을 예방 및 대응 관리시스템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산사태 방재 구조물 설치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정교철

안동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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