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채의 양면성



돈은 종종 인체의 혈액에 비유되기도 한다. 피가 많으면 동맥경화에 걸리기 쉽듯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돈이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된다.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은 경제상황에 따라 돈의 양을 조절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발생한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제로 금리에 이어 돈 풀기 즉, 양적완화 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로부터 세계경제가 서서히 회복됨에 따라 그동안 지속하여왔던 양적완화가 중단되면서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부채는 언젠가는 이자를 붙여서 갚아야 하는 남의 돈, 즉 빚이다. 만약 빌린 돈을 그냥 갖고 있다가 만기일에 갚기만 한다면 손해를 볼 것이다.

그러나 빌린 돈을 잘 굴려서 갚아야 하는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소위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부채는 그야말로 고마운 존재이다. 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자산확대경로와 채무부담경로이다. 자산확대경로는 대출증가로 인하여 구매력이 확대되고 소비가 증가함으로써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구조로 경제주체의 유동성 제약을 완화하여 과거로부터 지출해오던 소비규모를 유지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채무부담경로는 부채 때문에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하고 구매력이 저하됨에 따라 소비가 감소하여 경기침체를 가속하는 것으로 소비를 제약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경로이다.

일반적으로 부채는 자산확대경로를 통하여 소비를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게 나타나지만 부채의 규모가 임계치를 넘어가면 부채의 부정적인 측면이 긍정적인 측면을 압도하여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경기침체와 맞물릴 때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까지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부채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개인이나 국가의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언론에서는 금리가 올라가는 상태에서 가계부채가 1,340조 원을 넘었다는 기사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의 가계 부채 증가는 상당 부분 주택과 관련이 있다. 저금리로 인해 상승한 전세자금 마련이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짐에 따른 세입자들의 주택자금 구입이 가계부채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금리까지 올라가는 상태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부채의 증가속도가 소득의 증가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데 문제가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부채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결국 부채는 관리 가능하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개인이든 국가든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더 이상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금리인상과 경기침체기에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상황이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능력만큼 빌려 쓰고 원리금을 균등하게 상환하도록 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게 하려면 정부의 대출정책 이외에 개인도 상환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대출을 자제해야 한다. 아울러 자금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대출총량 감소정책은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 자금수요는 여전한데 자금공급을 줄이는 정책이 우선된다면 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에 나설 수밖에 없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부채를 감소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증대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장 가능한 일이 아니라 산업구조 조정 등 경제의 체질이 개선된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정부가 나서서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가 주택시장과 관련된 만큼 금리 인상과 맞물려 주택시장이 경착륙되지 않도록 경제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