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죽는다 해도 하고 싶은 일남 이야기에 시간낭비 하지 말고진정 나만의 삶을 살자”



삶은 일로 완성된다고 했던가. 그른 말이 아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간다. 그런 과정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그 보람을 통해 더욱 성숙한 삶을 살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삶은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의 연설에서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늘 당장 죽는다 해도 이 일을 하고 싶다. 한정된 시간에 남의 인생 때문에, 남 이야기에 시간낭비 하지 않고, 진정 내 가슴이 원하는 나만의 삶을 살자!”
얼마나 멋진가. 요즘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한번쯤 새겨들어야 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말이다. 당장 취업에 급급해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입시생들은 또 어떤가. 가슴 뜨거운 진로를 찾지 않고 쉽게 갈 수 있는 길만을 찾는 경우도 많다.
주변을 돌아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어릴 적 로봇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한다. 들어갔다 해도 중도에 포기하고 현실적 선호를 따라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자신의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예컨대 자신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기를 좋아한다면 성취요소가 강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집단 활동보다 개별 활동을 중시한다면 어울려 일하는 것보다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애국심이 남다르다면 군인과 같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긍정적일 것이다. 지적호기심이 많다면 연구직에 종사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직업가치관과 소명의식은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버트란트 러셀에 의하면, 인간의 충동은 ‘창조충동’과 ‘소유충동’으로 나타난다.
전자가 무엇인가를 창조하려는 충동으로 예술가들의 활동이 대표적인 경우라면, 후자는 소유하려는 심리적 기제로 돈을 모으려고 애쓰는 사업가의 열정과도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작가들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가장 잘 드러낸다. 이는 창조충동의 결과물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런 충동들이 한 개인의 직업적인 소명의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사회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변화는 개인 혹은, 사회가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과거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들의 변화를 자연스럽고 당위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교육에 대한 시각도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변화와 인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이런 영향들은 교육 내부의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지만, 이중 한 가지 큰 흐름은 ‘선택과 집중’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80년대 경제 슬럼프기를 거치면서 더욱 경쟁력 있는 교육을 지향해 왔고, 그 영향은 영국에도 파급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시적으로도 다양한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직업에 대한 편견을 줄이면서 일에 대한 소명의식을 고취시키는 것도 이중 하나다.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직업가치관과 소명의식은 중요하다. 소명의식이 있어야 뜨거운 가슴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소명의식을 통해 직업적 가치관도 변화하게 된다.
직업가치관은 직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뿐만 아니라 직업에 대한 집단적 시각, 즉 인식을 말한다. 더 쉽게 말하면, 특정 직업에 대해 갖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런 인식들이 모여 한 직업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며 그 이미지는 다시 개인과 사회의 인식을 고착화시키는 순환적 역할을 한다. 물론 직업가치관은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