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한순익·송호성 부부 강사

▲ 20일 오후 만촌롤러스케이트장에서 한순익(사진 왼쪽 세번째)ㆍ송호성(오른쪽 세번째) 부부 인라인스케이트 강사가 학생들에게 스타트 방법을 연습시키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 20일 오후 만촌롤러스케이트장에서 한순익(사진 왼쪽 세번째)ㆍ송호성(오른쪽 세번째) 부부 인라인스케이트 강사가 학생들에게 스타트 방법을 연습시키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지난 20일 저녁 8시께 대구시 수성구 만촌롤러스케이트장은 어둠이 짙게 깔려있지만 조명 아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초등학생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허리 낮추고 팔을 뻗어야지”
학생들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가르치는 한순익(42) 강사의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경기장 건너편 송호성(42) 강사는 제법 선수티가 나는 학생들에게 스타트 연습을 시킨다.
“코너를 돌때 겁먹지 말고 치고나가봐”
송 강사의 열정어린 주문에 아이들은 더욱 분발한다.
매일 저녁 만촌롤러스케이트장에서 펼쳐지는 인라인스케이트 꿈나무들의 연습모습이다.
한 강사는 송 강사에게 ‘송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깍듯하게 대한다.
사실 한 강사와 송 강사는 동갑내기 부부다. 둘다 인라인스케이트 선수 출신으로 한 강사는 국가대표까지 지낸 국내 정상급 선수였다.
송 강사는 대학 졸업 후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아내의 인라인 교실을 찾아 함께 아이들을 가르친다.
둘의 만남은 고등학생 시절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강사의 고향인 충청도 청주에서 열린 롤러스케이트 종별대회 때 대구에서 온 더벅머리 고교생 송 강사가 단발머리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것이다.
“남편이 고교시절부터 절 좋아했습니다. 이후 대학을 가고 연애를 본격 시작했는데 제가 인천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남편은 대구에 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요”
한 강사는 20여 년전 남편과 연애시절을 떠올리며 웃음을 보였다.
동갑내기 인라인스케이트 선수들은 스물다섯살이 되던 해 결혼을 했고 잠시 인라인을 떠나있었다.
2003년께 국내에 인라인스케이트 붐이 일었고, 4살 난 아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처음 탔다.
선수출신의 부모 피가 어딜 가겠는가. 아들이 인라인스케이트라고는 처음 신어보는데 곧잘 타는 것이었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한 강사의 가슴에 인라인스케이트의 본능이 들끓기 시작했다.
둘은 다시 인라인스케이트를 신었다.
한 강사는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강습을 시작했고 남편은 동호회나 클럽 단장을 맡으며 아내와 호흡을 맞췄다. 3년 전부터 남편은 낮에는 법무사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아내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아내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한순익 인라인교실도 만들었다.
인라인 붐이 일고 사람이 모여들면서 지금은 함께 가르치는 강사만 10명이 넘는다. 초등학생과 성인 100여 명이 한순익 인라인교실 유니폼을 입고 만촌롤러스케이트장 트랙을 달린다.
한 강사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 우선 성장판이 자극돼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되고 균형감각이 발달돼 운동능력을 발달시킨다”며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체력발달, 유연성강화, 심폐기능발달, 다리근력강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인라인스케이트 자랑을 늘어놓았다.
요즘은 고교선수생활을 하는 아들 제언(18)군도 나와 아이들과 함께 트랙을 돌아준다.
송 강사는 “스트레스 해소와 성취감 획득, 자신감 상승을 가져다 준다”며 “건강과 안전에 대한 생활습관을 길러주고 사회성을 키운다”고 덧붙였다.
송 강사에게는 저녁에 함께 일하는게 어떠냐고 물으니 “혼자 힘들게 학생들을 가르치는게 늘 미안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 강사는 남편이 도와주는 것에 대해 “강사와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힘에 부쳤는데 남편이 트랙에 나와주니 너무 든든하다”고 웃었다.
그녀는 “인라인스케이트는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이 강국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선수층도 두텁다. 아직 올림픽은 정식종목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올림픽에 나갈 꿈나무들을 키우기 위해 남편과 열정을 쏟아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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