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학생들 함께지역 어려운 어르신 찾아 도시락 전하고 말벗 봉사


“선생님! 이 잎사귀도 먹을 수 있나요?”
“아니, 이렇게 누런 잎들은 떼어 버리고, 열무 윗부분 잎들도 조금 베어 버리렴”
“이렇게요?”
“그렇지! 잘하네. 그리고 열무는 자꾸 만지면 풋내가 나니까 애기 엉덩이 다루듯이 살살 만져야 된단다”
애기 엉덩이라는 말에 ‘까르륵’ 거리며 웃음보가 터진다. 요리하는 학생들 표정에서 호기심과 생기가 가득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열무를 다듬어 본다는 새결이는 일이 힘들지만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입석중학교는 지난해부터 교육복지우선지원 사업의 하나로 PTS(Parents Teachers Students)요리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교사-학생 연합 요리봉사동아리로 현재 학부모 4명, 교사 3명, 학생 21명이 이 활동중이다. 참여 학생들 중에는 교육복지우선지원 대상학생이 70%이상으로 ‘수혜자에서 기부자’로 활동할 수 있어 뜻이 깊다.
입석중 PTS 요리봉사단은 ‘학교의 벽을 넘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자’는 취지 아래 활동중이다. 안심 제1종합복지관과 연계해 인근의 저소득층 독거노인 10가구를 매달 1~2회 방문해 직접 만든 음식을 전달하면서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벗도 돼 드리고, 안마 봉사 등도 하면서 세대를 뛰어 넘는 정을 쌓고 있다.
교육복지사업으로 요리봉사단을 구성하게 된 것은 먼저 학생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요리’였는데 학생들의 흥미에 부합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 개설했다. 요리의 특성상 학생의 안전지도가 최우선 돼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를 도우미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결론이 모아졌다. 마침내 학부모 총회에서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재능기부를 받았다.
학부모들은 재료 구입을 위한 시장조사에서부터 재료준비까지 도맡아 하면서 요리 봉시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학부모, 교사의 재능 기부는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인 향상과 더불어 학교에 대한 관심과 신뢰감을 높일 수 있었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 사이의 소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작년부터 요리봉사단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박병숙씨는 “주부로서 근 2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밥상을 차렸기에 요리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재능기부를 하게 됐다”며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청소년들의 사고방식도 좀 더 이해 할 수 있었고, 학교교육과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어 불우한 독거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요리 봉사단 활동은 학기 초에 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 강사지원을 받아 자원봉사에 대한 기초 교육뿐만 아니라 ‘손 안마 하는 법’ ‘네일아트 하는 법’ 등 기초 실습을 받은 후 진행하고 있다. 추석이나 김장철, 크리스마스 때는 특별한 메뉴로 추석상을 차리거나 김장을 담아 배달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어 각 가정에 전달하기도 한다.
안심 제1종합복지관 김의용 복지사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르신들을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도시락을 전하고 말동무도 하니 많이 고마워 하고 학생들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실시한 봉사활동의 사전-사후 비교를 통한 자아존중감 검사에서 학생들은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자아존중감과 학교적응력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송선화 교감은 “학창시절의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체험활동은 아이들의 인성함양과 가치관형성에 매우 도움이 되며 특히 우리 아이들이 이웃사랑의 봉사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효과를 거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연
대구 입석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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