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문구도 현대화…다양한 직함 활용학생·처사 대신에 교장·군의원 등 표기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통상 제사 지낼 때 쓰는 지방(紙榜)이다. 조상이 관직에 있었으면 관직명을 쓰고, 그렇지 않으면 학생(學生)이나 처사(處士)라고 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이 지방이다. 지방을 고인의 영정 사진으로 대체하는 집안이 늘기 때문.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집안에서는 지방을 고집하고 있다. 또 이러한 지방에 담기는 직함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관직만 표기하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지방의회 의원, 학교 교장 등의 명칭을 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를테면 현고교장부군신위(顯考校長府君神位), 현고교육장부군신위(顯考敎育長府君神位), 현고군의원부군신위(顯考郡議員府君神位) 등이 그것이다.
경북의 한 시지역에서 교육장을 지낸 S씨는 “교장을 지낸 사람은 당연히 지방에 교장 직함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는 다양한 관직명이 쓰인다.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은 물론이고 법조인, 학계 종사자, 급수별 공무원과 그에 준하는 경찰, 단체장, 공사, 공단의 임원 등을 지낸 분도 생전의 직함을 쓰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온라인 상의 지방 작성대행서비스 사이트 등에는 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군인, 예술인, 의료인, 언론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직종을 한자로 자동 변환해 제사에 바로 사용 가능한 양식으로 출력해주기도 한다.
지방은 사당에 신주(돌아가신 사람의 이름과 날짜를 적은 위패)를 모시지 않은 집안에서 차례나 기제사때 종이에 써서 모시는 신위(神位ㆍ죽은 이의 영혼을 상징)를 말한다. 폭 6cm, 길이 22cm 정도의 백색 한지에 붓으로 작성한다. 한자로 쓰는 것이 전통이지만 최근에는 한글로 쓰기도 한다.
고인을 모신다는 뜻으로 나타날 현(顯)자에 이어 제주(제사를 모시는 사람)와 관계, 고인의 직위, 부군(府君ㆍ돌아가신 조상을 높여 이르는 말) 또는 고인의 본관과 성씨, 신위 순으로 적는다.
제사를 모시는 제주와 관계에 따라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 할아버지는 조고(祖考), 할머니는 조비(祖), 증조 이상에는 증(曾) 자와 고(高)자를 앞에 붙인다. 남자 조상은 왼쪽, 여자 조상은 오른쪽에 쓰며 한분만 돌아가셨을 경우에는 중앙에 쓴다.
제주와 관계를 쓴 뒤에는 직위를 적는다. 조상이 벼슬을 지냈다면 관직 이름을 쓰면 되고 벼슬을 따로 지내지 않았다면 남자 조상은 학생, 처사, 여자 조상은 유인(孺人)이나 여사(女士)라 적는다.
대구향교 권영묵 총무국장은 “제사를 지낼 때 대상이 되는 사람의 혼을 불러와 모시는 게 지방”이라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관직명이 다양한 직종으로 바뀌기도 해 이를 지방에 써주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영정 사진에 고인의 모습이 남아 있어 지방을 대신해 모시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김우정 기자 kwj@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