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의 일이다. 한 학부모님께서 내가 왜 학생들에게 로터스 1-2-3 (Lotus 1-2-3: 스프레드 시트를 기본으로 데이터베이스, 그래프 기능 등이 통합되어 있는 IBM PC용 통합 소프트웨어)를 가르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그 분은 “모든 사람들이 로터스 1-2-3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며 이런 필수불가결한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야 말로 교육의 의무를 등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이 된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터스 1-2-3을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그런 소프트웨어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학부모님과 그 일이 있기 몇 년 전 나는 보험통계 분석가로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당시 우리 사무실에서 나는 로터스 1-2-3의 달인으로 통했었다!


비록 로터스 1-2-3에 대해 특별히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문제 해결, 수학, 논리에 관해 내가 가진 배경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서 혼자 공부한 결과 짧은 기간 안에 그 프로그램을 마스터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일화에 불과하지만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보면, 오늘날 학교에서는 미래의 재원으로 일하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 직업 전선에서 사용될 법한 실무 기술을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 단언컨대, 나 역시도 직업 특화훈련과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주지하고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직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는 학생들을 떠올려보면 비판적 사고, 창의성, 경험, 조사, 편집 등의 기술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계산 문제를 풀 때 최고로 유용하게 쓰였던 계산자 (slide rule: 전자 계산기의 모태)를 쓰던 시절 나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중요하다고 배웠던 것은 문제를 읽고, 어떤 문제인지 인식하고, 문제를 풀고, 마지막으로 답을 내는 전체 과정이었다. 계산자 대신에 계산기와 컴퓨터를 사용하는 오늘날에도 그 때 배웠던 그 과정의 중요성은 오늘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테크놀로지 사용을 논할 때 회자되는 한 가지 불신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본질에 대한 이해가 흐려지고 그에 필요한 기량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계산기, 철자법 검사기, 사실상 모든 테크놀로지 관련 물은 우리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데 방해가 된다고 질타 받았다.




대구국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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