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난 ‘탈원전’ 전면 재검토를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민낯이 드러났다. 월성원전 1호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결과는 힘으로 밀어붙인 탈원전의 한 단면이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폐쇄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을 지나치게 저평가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폐쇄의 가장 큰 이유인 경제성이 조작됐다는 것이다. 탈원전은 그 동안 국민적 공감대가 결여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무리한 추진 과정이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월성 1호기는 예정보다 3년이나 앞서 영구 폐쇄됐다. 탈원전을 본격화하기 위해 멀쩡한 원전을 고철로 만든 것에 다름 아니다. 원전을 한국처럼 40년도 쓰지않고 폐기하는 국가는 찾기 어렵다. 미국의 원전 수명은 한국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폐쇄 때마다 친원전-반원전 대립 가능성탈원전 정책은 월성 1호기 감사결과 발표 이후 신뢰기반 자체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은 총 10기(경북 5기)에 이른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수명 연장없이 폐쇄해 나갈 방침이다. 그때마다 ‘친원전’과 ‘반원전’ 국민의 갈등과 대립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탈원전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에 맞추기 위해 나온 무리수다. 산자부, 한수원 등의 경제성 조작과 은폐 시도의 몸통을 밝혀내야 한다. 감사는 끝났지만 국민적 의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북은 탈원전의 최대 피해지역이다. 국가 발전산업을 선도해 왔다는 자부심이 한순간 바닥으로 추락했다. 원전산업 발전을 위해 건설부지를 내주며 협조한 공로는 간 곳이 없다. 정부가 지정한 ‘기피산업’의 집합처가 됐다. 대한민국 원전의 메카가 애물단지를 모아놓은 지역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제적 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월성 1호기 가동 중지에 따른 지역 고용감소는 연인원 32만 명에 달한다. 피해 금액은 2조8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경북에는 총 24기의 국내 원전 중 절반 가까운 11기가 가동 중이다. 또 2기(울진 신한울 1·2호기)는 곧 완공 예정이다. 그러나 4기(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는 건설이 중지되거나 아예 백지화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경북도, 경주시 등 관련 지자체가 긴급 대응팀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월성 1호기는 이미 폐쇄 절차가 상당히 진행됐고, 10년 연장 수명이 2022년 만료된다. 정부 방침이 아니더라도 재가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은 지역과 지역민이 입은 피해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신들을 이용만 했다는 경주시민의 절규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피해 보전을 외면해선 안된다. 정치권도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가 당면 과제울진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재개도 시급하다. 건설재개를 논의할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요구해야 한다. 공사중지 결정 과정에 월성 1호기와 같은 외압이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신한울 3·4호기는 공정률 10%에서 중지됐다. 두산중공업이 원자로·증기 발생기 등의 제작에 착수했다. 건설 중단이 확정되면 1조 원 이상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 건설이 모두 백지화되면 지역의 피해는 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탈원전 이후 정부가 추진한 원전해체연구소 건립에서도 경북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본원은 부산·울산 접경지역에 건립돼 경수로를 취급하게 된다. 경주에는 중수로를 취급하는 분원이 건설될 뿐이다. 국내 원전은 경수로가 주종이다. 경주 분원의 취급 대상인 중수로는 4기(월성 1~4호기)에 불과하다. 원전해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 선점을 겨냥해 육성된다. 하지만 활성화 시기와 물량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탈원전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리의 원전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탈원전이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을 외면해선 안된다. 월성 1호기 감사 결과는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민의힘’과 전광훈

홍석봉 논설위원문재인 정부의 개천절 및 한글날 집회 금지 조치는 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땅을 칠 일이었다. 연이은 정부 여당의 실책을 광장에서 성토하고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호기였는데 모두 날려버렸다. 야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빌미 삼은 정부의 집회 원천 차단 조치에 손발이 묶였다.규탄 집회는커녕 코로나 방역 성공을 자찬하는 정부 여당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국회에서조차 거대 여당의 힘에 짓눌려 기를 못 편다. 국민의 생명이 박탈당해도 눈뜬 장님이 되고 국민을 우롱하는 장관의 군기잡기는커녕 되레 농락당하고 있다. 김정은의 악어의 눈물에 감읍해 고개 조아리는 정부 여당을 대변인 발표로 공박하는 게 고작이다. 북한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문재인 정권과 집권 여당의 구차한 변명에도 먼 산 불구경하듯 한다.국민의힘은 반짝 뒤집었던 지지율도 점점 뒷걸음질하고 있다. 고질인 계파정치가 꿈틀대고 상임위원장 자리다툼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의 후보는 넘치지만 산뜻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국민의힘은 변할 생각이 없다. 처절한 패배도 벌써 잊었다. 말로만 자성하고 자기 쇄신과 혁신을 부르짖었다. 그걸로 끝이었다.-투쟁력 부재 야당, 웰빙 정당 한계 드러내야당은 치열함도 없다. 투쟁은 실종됐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없다. 무기력한 모습만 보인다. 웰빙 정당의 한계다.국정감사장에서조차 존재감이 없다. 머릿수를 앞세운 여당은 불리한 증인 신청은 모조리 퇴짜 놨다. 야당은 ‘간사직 사퇴’라는 매가리없는 저항이 고작이었다. 국감에서 결정타 한방 못 날리고 있다. 정권의 실정을 들춰내고 심야에 질의하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만 내뱉고 있다. 초라한 제1야당의 면모다. 좌표를 상실한 국민의힘은 방향타까지 잃고 헤매고 있다.정부 여당에 그냥 질질 끌려가고 있는 국민의힘은 대응할 마땅한 무기도 수단도 없다. 특히 보수진영의 선봉장 노릇을 해온 전광훈 목사의 태극기부대와 결별이 뼈아프다. 야당에는 ‘문빠’ 같은 광적인 세력이 없다. 전광훈 목사의 저돌성이 코로나 확산의 기폭제가 되면서 광화문에 태극기부대가 설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전 목사는 감옥에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전목사와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터였다.그동안 전광훈 목사는 보수진영의 장외투쟁을 주도하며 반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이 됐다. 태극기부대와 함께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다. 웰빙 야당이 하지 못하는 투쟁력을 보여주었다. 수백만 명을 동원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막말 발언과 천방지축인 전 목사와 함께 한 순간 야당에게는 독이 됐다. 계륵이었다. 국민의힘은 결국 ‘손절’ 했다.여론도 돌아섰다. 개신교계는 전 목사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거룩한 복음을 이념으로 종속시키며 정치집단화했다고 비난했다. 전 목사와의 선 긋기와 처분을 요구했다. 교계는 전 목사의 이단 여부를 논의했으나 판단은 보류했다.-전광훈 목사와 결별, 칼 잃은 보수 타격야당의 전광훈 목사와 결별했지만 결국 제 눈을 찌른 격이 됐다. 잇따라 터지는 정부 여당의 실정을 공격하고 나설 전위부대가 없다. 대단위 집회 대신 SNS 등 다른 통로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못했다.보수진영에서 전광훈 목사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투쟁력 부재의 야당에겐 큰 타격이다. 야당 일각에서도 극단적인 투쟁은 자제하는 선에서 전 목사를 끌어안아야 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정권은 끊임없이 힘으로 밀어붙인다.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고 했지만 소귀에 경읽기다. 정작 필요한 야당에는 칼이 없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국민의힘은 힘 빠진 정부 여당에 속수무책 밀리고 있다. 반사이익 기회조차 날려버렸다.집권 여당은 야당을 얕잡아본다. 국민들의 비호감 벽은 높다. 좌클릭하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지도력은 의심받고 흔들린다. 대안 정당 이미지 구축은 실패했다. 대권주자는 많지만 차기 지도자감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빌빌대는 야당은 처음이다. 국민은 울화통만 터진다. 이럴 바엔 차라리 야당 간판을 내려라.

멍들어 가는 한글

한글이 멍들어가고 있다. 한글 외면이나 오염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여러 차례 경보가 울렸지만 그때뿐이었다. 우리말과 글의 오염은 이제 재난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시지는 한글 파괴의 최일선이다. 저급한 신조어가 넘쳐난다. TV도 마찬가지다. 자막에 잘못된 표기, 은어·비속어가 규제없이 등장한다. 시청자들의 시선만 끌면 된다는 식이다. 한글이 멍들어 간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거리의 간판과 상호, 일상적 대화에도 오염된 우리말과 글이 범람한다. 말과 글은 인격과 사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 유행’ 또는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핑계를 앞세워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한글날, 한글 발전·위상정립 논의 실종지난 9일은 574돌 한글날이었다. 금년 한글날은 ‘일부 단체의 광화문 집회를 허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차원에서 논란이 되었을 뿐이다. 한글의 위상정립과 발전논의는 간곳없고 정치 공방만 가열됐다.비규범적 표현이나 속어, 외국어, 쓰임새가 보편적이지 않은 줄임말을 마구 쓰는 현상은 10, 20대 등 젊은 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 언어생활에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 공공기관 등에서도 한글을 멍들게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한 국회의원은 “그럴 가능성은 일(1)도 없습니다”라고 했다. 아무리 유행어라고 해도 국회에서 ‘하나도’를 ‘1도’로 바꿔 쓰면 안된다. 국립국어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더라도 양식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국회의원 입에서 ‘1도…’가 튀어 나오니 아연할 뿐이다.8월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샀다는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세태를 반영한 말로 이해되지만 장관이 공식 답변에서 비규범적 줄임말을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최근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공무원의 형을 지칭하는 용어도 문제다. 일부 언론에서 ‘친형인 이씨가…’라고 표현했다. 일반적인 경우 친형은 ‘형’으로 써야 한다. 그 밖의 경우에는 사촌형, 동네형 등으로 쓰면 된다. ‘친누나’, ‘친오빠’라는 말도 거북하긴 마찬가지다.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난방방식 변경과 관련 ‘입주민 동의서 징구’라는 표현을 썼다. ‘징구’는 평소 쓰지 않는 말이다. 어려운데다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주민을 대상으로 관청, 전문기관에서나 쓰는 용어를 끌어낸 것은 온당치 않다. 우리 언어생활에 남아있는 잘못된 관습의 한 단면이다.코로나19 사태로 대구지역 곳곳에 ‘마스크 쓰GO 운동에 참여합시다’라는 플래카드가 부착됐다. 굳이 ‘쓰고’를 ‘쓰GO’라고 표기해야 하나. 지자체가 튀는 표현이나 유행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세련되지 않으면 주목도는 높이지 못하고 한글만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올 초 문화체육부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외국어 표현 3천5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외국어나 외국문자를 다소, 혹은 매우 많이 사용한다는 응답이 74%에 이르렀다. 이해도는 평균 61.8점에 머물렀다. 거꾸로 말하면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한다는 것이다. 신문맹(新文盲)의 탄생이다.-한글 오염방지, 제도적 장치 검토해야문체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공식 문서에서 외래어나 불필요한 로마자 사용으로 대구시 467건, 경북도는 301건의 지적을 받았다.대구시는 ‘MoM 케어 오피스’, ‘YES 매칭으로 일자리 MISS매칭’ 등의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도는 Complex, Research 등 한글로 대체 가능한 영어를 사용해 지적을 받았다.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한다’고 제1조에서 강조한다. 이어 다양한 국어발전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선언적 규정 제시에 그친다. 실제 언어생활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규제가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법에 배치될 경우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 마련도 검토해 볼 때가 된 듯하다. 너무 늦으면 손을 쓰기 어려워진다.

‘테스 형’ 정말 힘든 세상입니다

홍석봉 논설위원 닷새가 지났는데도 여운이 남는다. 국민 가슴을 후벼팠다. 지난달 30일 밤 방송된 한가위 특집 ‘나훈아’가 그랬다. 방송에 출연한 나훈아는 70대 중반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독특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저었다. 시원시원한 가창력에 적당한 쇼맨십을 버무리고 중간중간에 날리는 그의 멘트는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단 1원도 받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는 국민에게 힘과 희망을 주고 싶다며 출연료도 포기했다. 대신에 광고를 넣지 말고 어떤 편집도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소신 발언을 했다. “우리는 지금 힘듭니다. 제가 살아오는 동안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라며 위정자를 꼬집는 사이다 발언을 했다.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 주었다. 큰 울림을 남겼다.그는 “대한민국 5천 년 역사에서 위기가 왔을 때 왕이나 대통령은 항상 도망갔다. 그런 위기 속에서 나라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국민이었다. 유관순, 논개, 윤봉길, 안중근 모두 평범한 국민이었다”며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용기를 줬다.-나훈아의 희망 메시지, 감동의 국민 콘서트추석 전 날 밤 가황(歌皇), 나훈아는 국민 가슴 속 깊이 각인됐다. 그는 깨어 있었다. 실망만 주는 야당보다 큰 감동을 주었다. 정치인도 하지 못한 일을 한 가수가 해냈다.나훈아는 몇 년 전 김정은이 한국 가수를 초청, 평양에 무대를 마련해 주었을 때 초청받고도 가지 않았다. 김정은이 남한에 나훈아를 특별히 요청했지만 그는 일정을 핑계로 평양 공연을 퇴짜 놓았다. 노무현 정부 때도 평양 공연이 잡혀 있었지만 나훈아는 공연을 취소했다. 북한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했다. 소신과 카리스마의 가수다. 평양 공연은 사전 검열했다. 북한 지명이 나오는 노래는 금지했다고 한다. 나훈아는 이런 제재와 간섭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결코 권력에 굴하지 않았다.기부도 화끈하다. 나훈아는 이번 공연에서 몇 십억 원의 출연료를 포기했다. 올해 3월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했던 대구에 3억 원을 익명 기부했다. SNS에서는 매스컴에서 대서특필한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재난 지원금 60만 원 기부와 비교했다.KBS를 향해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는 질책도 후련했다. 눈치 보지 않고 국민과 같이하는 방송이 되라는 말이었다. 돈을 받지 않을 테니 어떤 편집도 하지 말라는 그의 옹골찬 소신은 KBS에는 뼈아픈 지적이었을 터이다. 나훈아는 용기있는 예인이다. 군중에 영합하지 않는다. 권력과 돈에 구속받지 않는 당찬 시대의 풍운아다.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책상에 올라가 바지를 벗는 쇼킹한 모습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식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장관보다 훨씬 큰 사람이다.돈 앞에서도 당당했다. “나는 대중예술가요.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합니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표를 사세요.” 삼성이 이건희 회장 생일에 나훈아에게 노래해 달라고 불렀을 때 그가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권력과 돈에 구속받지 않는 예인이 준 위로나훈아는 ‘테스(소크라테스) 형’이라는 신곡에서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며 세태를 꼬집었다. 한 대학교수는 “장안의 지가를 올린 자칭 지식인보다, 광대를 자처하는 한 예인(藝人)이 소크라테스에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나훈아의 품격을 높였다.나훈아는 출연료 한 푼 받지 않고 2시간 반 동안 노래로 코로나에 지친 민심을 위로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흘 뒤 코로나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까지 제한했다. 광화문 일대를 경찰차로 둘러싸는 치졸한 방법으로 집회를 막았다. 반면 이날 서울대공원에는 아무런 제지 없이 수천 대의 차량이 몰렸다. 나훈아의 ‘울긴 왜 울어’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는 한 인사의 ‘지금 대한민국은 꼭 울어야 할 시간’이라는 말이 귓속을 파고든다. 테스형 정말, 정말로 힘든 세상입니다.

기력 다해 대답 못하면 사살하나

잠시 잊고 있었던 북한 정권의 잔학성이 다시 드러났다. 무장한 군인이 우리 민간인을 죽이는 일이 또 일어났다.북한은 실종된 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 해역으로 들어간 우리 공무원 A씨를 지난 22일 사살했다. 2008년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경비병의 조준사격으로 피살된 데 이어 또 다시 항거불능 상태의 민간인이 집중사격을 받고 숨진 것이다.A씨는 부유물을 타고 무려 38㎞를 떠내려가 북한 측에 발견됐다. 기력이 소진된 데다 비무장 상태여서 북한군이 발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25일 보내온 북측 통지문에 의하면 검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장 사살의 이유다. 해상에서 장시간 표류한 사람을 사살하는 비인도적 행위에 전세계가 경악했다.-북한, 중국인·미국인이라면 발포했을까현재 북한군에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북중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만약 적발된 사람이 “중국과 밀무역을 하는 북한인이 아니고, 중국인이나 미국인이라면 사살하겠나”라는 의문이 든다. 해당국의 강한 반발과 보복 조치 등을 의식해 체포 후 심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A씨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사살된 것이다. 처음 심문하는 북한군에게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것은 남한이 만만하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어떤 도발을 해도 특별한 대응이 없더라는 판단 하에 저지른 만행이다. 북한이 우리를 대하는 한 단면이다.우리 국방부는 각종 정황을 종합한 결과 북한 측이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총격 후 부유물 등을 수색했지만 시신은 찾지 못했으며 많은 양의 혈흔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 여부에 따라 향후 논란이 증폭될 수 있는 부분이다.A씨가 실종된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 해역은 우리 군의 최전방이다. 24시간 내내 일촉즉발의 긴장이 이어진다. 각종 첨단장비와 정예병력이 대거 투입돼 있다.그런데도 A씨 실종신고 접수 후 27시간이 지나도록 행방을 찾지 못했다. 해군, 해경, 해수부 소속 선박 20여 척과 항공기 2대까지 투입돼 수색을 벌였지만 작은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합동 경계·수색 능력에 한계를 노출시킨 것이다. 감시 사각지대나 노후 장비가 없는지 점검하고 최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하루 뒤 북한 통일전선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것에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는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청와대에 보내왔다.북한 측은 현장에 있던 정장(艇長)이 사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군 최고 수뇌부가 깊숙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자신들의 사과에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담으려면 우리 측이 요구하는 남북 공동조사에 응해야 한다.그래서 사건의 진상을 한점 숨김없이 밝히고 최종 책임자를 찾아내 엄중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는 작은 첫 걸음이 될 것이다.-만만하게 보인 결과…되풀이 안되게 해야이번 사건은 남측의 엄중 항의와 북측의 사과 표명에 이은 후속 조치 등으로 조기에 일단락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 지워지지 않을 또 하나의 생채기로 남을 것이다.모든 국민이 전쟁은 안된다는데 동의하지만 이번과 같은 만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반드시 필요하다.무모한 도발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북한에 일깨워 줘야 한다. 말로만 하는 경고는 안된다.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다양한 압박이 가장 현실적 방안이다. 한미, 한미일 등 우방 간 공고한 공조는 그 자체로도 강력한 대북 압박이 된다.남북대화는 이어가더라도 장밋빛 평화 모드에 집착하면 안된다. 몇 차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우리가 남북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이제 고마 해라’

홍석봉논설위원점입가경이다. 온 국민의 일상이 뒤죽박죽이 됐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은 잡힐 기색이 없다. 지도층 인사들은 코로나에 노심초사 중인 국민들의 가슴속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의료계 파업 뒤끝도 씁쓰레하다. 최고 엘리트 집단의 호박씨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지도층의 특권의식에 국민 가슴엔 피멍이 든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를 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궤변이 난무한다. 끗발 좋은 부모님을 둔 병사의 직무 일탈이 신성한 병역 의무를 농락하고 국방부는 모멸당하고 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했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고개 숙이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언론과 야당의 추궁과 닦달에 또박또박 말대꾸하며 사태를 키웠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마지못해 한 듯한 사과 표명은 않는 것만 못했다. 부모 찬스의 ‘스펙 품앗이’로 국민 공분을 산 조국 전 장관 딸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황제 군 복무’를 대하는 국민들은 한국 사회에 난무하는 ‘엄마찬스’와 ‘아빠찬스’에 절망한다. 더구나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장관이 되레 공정과 정의를 우롱하는 판국에랴.-공정과 정의 우롱한 지도층의 파렴치의사 파업은 겨우 봉합됐지만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 부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국민 정서에도 안 맞는다는 주장이 많다. 의사 집단만 특별대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자의로 시험을 거부한 수험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지만 의료계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이해집단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밀어붙인 정부의 경솔함 탓이 크다.의사는 자격증을 따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고생과 수고 끝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책임을 진다.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고 예우 받는다. 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와 국민이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낙후된 지역의 인력 부족과 의료 시설 투자는 정부몫이다.많은 국민들이 의사 파업을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본다. 국민들의 생명을 외면한 채 환자를 볼모로 잡는 인질극은 더 이상 안 된다.지도층의 내로남불과 비상식에 국민들은 지쳤다.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외침은 문재인 정부를 욕보이는 부메랑이 됐다. 공정과 정의가 마구 유린당하고 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은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공정을 강조했다. 물정 모르는 소리에 헛웃음만 나온다.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다시 회자된다. 로마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솔선수범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에 나섰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 2000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했다.-‘X뺑이’ 친 병역필자 우습게 만들지 마라영국의 사학명문 ‘이튼(Eton) 칼리지’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전사한 졸업생 1천905명의 이름을 교내 교회 건물에 새겨 놓았다.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6 · 25전쟁에 참전했다.군복을 입고 흙바닥을 뒹구는 벨기에 공주, 해병대 근무를 자원한 군 장성의 아들과 최전방에 소총수로 입대한 정권 실세의 아들, 월남전에 파병한 군 고위장성의 아들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사들의 이야기가 SNS를 달구고 있다.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추미애 장관의 모습은 한없이 추해 보인다. 추미애 구하기에 나선 여당 정치인들의 몰염치는 가관이다. 망발과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수준의 알랑방귀까지 나왔다. 꼴불견이다.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에게 보낸 글의 마지막 연이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다. 족한 줄 알고 이젠 그치기를 바란다. 더 이상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물러나는 게 맞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X 뺑이’ 친 대부분의 병역필자를 우습게 만들지 마라. 이제 고마 해라.

‘갈지자 행보’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국현논설실장정부와 대구시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정책이 ‘갈지자 행보’다. 지급 대상 선정에 원칙도, 일관성도 없다. 불만을 만드는 원인이다.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써도 되나’라는 비난이 줄을 잇는다.정부의 2차 지원금은 선별이다. 1차 전국민 지급에서 돌아섰다. 피해가 큰 국민을 우선으로 맞춤형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차 지원에 뜬금없이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 원 지급’을 끼워넣었다. 온나라가 또 다시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다.대구시의 정책도 왔다갔다 한다. 1차 긴급 생계자금 지원은 선별이었다. 그러나 이번 2차 지원은 전시민이 대상이다. 정부와 정반대의 행보다.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지급은 정부가 사실상 폐기한 정책이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대구시와 정부의 정책 방향 매번 서로 달라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이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서로 청개구리 삼신이라도 들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지난 봄 정부의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재난지원금은 우려한 대로 반짝효과에 그쳤다. 기재부의 자체분석 결과 소비창출 효과는 지원금액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산층 이상의 소비대체 탓에 지원효과가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는 이야기다.정부는 곧 이어 7조8천억 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해 2차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집중 지원 대상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다. 1차 때 14조 원이 넘는 돈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재원이 바닥나 2차는 전액 국채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대구시도 2차 생계자금 지원에 나섰다. 총 2천430억 원으로 시민 1인당 10만 원씩을 지급한다. 더 어려운 시민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은 간 곳 없다. 대구시 신청사를 지을 만한 목돈을 10만 원씩 푼돈으로 쪼개 흩뿌리는 결과만 남게 된다.대구시는 남아있는 재난기금 등을 총동원하고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2차 지원금 재원을 마련했다. 이제는 더 긴급한 일이 있어도 대구시 차원의 지원은 생각도 할 수 없다.2차 지원금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주니까 받지’ 하는 정도다.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10만 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대상을 선별해 정말 어려운 이웃에게 몰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정부의 1차 전국민 지원 때도 어려운 계층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묻히고 말았다. 여야의 배짱이 맞았는지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선별 지급을 주장한 정부는 꼬리를 내렸다.선별 지원을 하면 향후 추가 지원에 대비해 예산을 아낄 수도 있고, 어려운 계층에 더 많은 지원금을 줄 수도 있다.그러나 정치권은 형평성, 경기 부양, 선별에 따른 행정비용 운운하며 전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틀어버렸다. 말로는 어려운 이웃을 들먹이며 속으로는 총선 표를 먼저 의식한 것이다. 물꼬를 잘못 튼 결과에 유감 표명 한마디 없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편승한 정부에도 화가 난다.대구시의 2차 생계자금은 추석 전 지급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권영진 시장은 지원에 앞서 “지역경제 전반에 발생한 충격을 완화하고, 긴 고통의 시간을 잘 인내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전시민에게 골고루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이미 학습한 대로 대체소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기부양은 기대에 못 미치고 시민들에게도 별반 위로가 될 것 같지 않다.-현금 나눠주기는 정치도 행정도 아니다선별지급한 1차 때도 대구지역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못받았지만 서운해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시민 의식은 그만큼 높다.모든 국민이 크든 작든 삶에 타격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을 대상으로 공돈 길들이기를 하면 안된다. 현금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은 정치도, 행정도 아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단락 되면 재난지원금 백서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철없는 사회

홍석봉 논설위원7일은 이슬이 내리고 가을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는 백로(白露)다. 무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의 문턱에 성큼 다가섰다.얼마 전 정치권의 ‘철없다’는 말이 화제가 됐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해 “철없다”는 야당 의원 지적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동의 표현으로 말이 많았다. 논란이 일자 홍 부총리가 주워 담기에 바빴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원을 두고 정치권의 논의가 한창인 때에 나온 말이다. 확대 해석과 유도 발언이 빚어낸 설화(舌禍)다.대권주자 반열의 이 지사에게 철없다는 말은 ‘당신은 아직 멀었다’는 조소적인 의미가 다분하다. 이 지사도 “재난지원금을 30만 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는 국가 재정을 감안하지 않은 말을 해 철없다는 비아냥을 자초한 측면이 없진 않다.‘철들다’라는 말은 ‘사리를 분별해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라는 뜻이다. 흔히 “그 녀석, 군대 갔다 오더니만 철들었네” 등의 말로 쓰인다. 원래 ‘철’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에 따라 일 년을 구분하는 계절을 의미한다. 또한 한 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를 일컫기도 한다.-‘철없다’는 논란…시대상의 자화상‘철들다’는 어떤 일을 하기에 적당한 때가 됐음을 말한다. 나이가 들거나 경험이 풍부해서 성숙한 상태를 나타낸다.철 없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한다. ‘철’자에 모른다(不知)는 한자어를 붙여 사용하는 말이다. ‘철부지’는 옳고 그름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린애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 ‘철딱서니, 철따구니’는 ‘철’의 속어다.우리나라가 코로나19와 태풍의 2중고를 겪고 있다. 전례 없는 역병으로 사회와 경제가 위기에 놓였다. 사회가 끝 모를 혼돈 상태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사 파업까지 겹쳤다. 이런 판국에 정치권은 네 탓 공방으로 날을 지샌다. 미국과 중국은 극한 대립 중이다. 우리나라는 안팎 곱사등이 신세다.원인을 밖으로 돌리지 말자. 모두가 철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고 집권 여당은 덩치로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종교계는 자기주장만 하고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률의 기준이 무너졌다. 모두 저만 옳다고 한다.우리는 제구실 못 하는 이에게 ‘제발 철 좀 들어라’고 말한다. 철든 어른이 없는 우리 사회를 빗댄 말일까. 사회 일각에서 유명인들이 자신이 되레 철들지 않음을 나타내는 반어법적 표현이 유행이라고 한다.2천500년 전 공자는 지학(15세), 이립(30), 불혹(40), 지천명(50), 이순(60), 종심소욕불유구(70)로 나이에 따라 사람이 갖춰야 할 됨됨이를 유형별로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60, 70이 넘어도 불혹(不惑)에도 미치지 못하는 철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내로남불’ 사회, 내게서 원인 찾아야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마미(片田珠美)는 현 사회를 아이는 물론 어른도 성숙하지 못한 ‘철부지 사회’라고 진단했다. 욕망과 경쟁의 시대에 나이 들어도 관조는 물론, 제대로 포기하는 법도 배우지 못한다고 일갈했다.우리 사회에 혐오와 내로남불이 판친다. 철든 어른을 찾기가 쉽지 않다. 큰 어른은 더더욱 없다.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만 한다. 특히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네 탓 떠넘기기는 점입가경이다. 국민들은 반성은커녕 네 탓 몰아세우기에 급급한 철면피에 넌더리를 낸다. ​중용에 ‘반구저신(反求諸身)’이라는 말이 나온다. ‘잘못이 있으면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돌이켜 그 원인을 찾는다’는 뜻이다.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서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나 성경의 ‘제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의 티끌만 탓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원래 제 허물은 보이지 않고 남의 허물은 크게 보이는 법이다.남을 탓하거나 원망하는 것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진정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의 자세다. 모든 문제는 내 탓이라고 말할 수 있는 된 사람이 아쉽다. 정치인들이여 철 좀 드시라.

통합공항, 노선 다변화가 급선무

지국현논설실장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입지가 최종 선정됐다. 2016년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 건의서’를 제출한 지 4년만이다. 지난 28일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는 ‘군위 소보-의성 비안’을 통합공항 건설지역으로 확정했다.남은 과제는 지역민들이 바라는 대로 ‘국토 동남권 관문공항’, ‘대구·경북을 세계로 이어주는 명품공항’ 건설이다. 그러나 명품공항은 말만 하면 이뤄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입지를 선정하는 1라운드가 끝난 것에 불과하다.가장 급한 과제는 접근성 확보다. 시내 전역에서 기존 대구공항까지 30분 이내 가던 대구시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이를 위해 통합공항과 대구시내를 잇는 공항철도가 추진되고 있다. 공항철도는 서대구KTX역~동구미역~통합신공항역~의성역을 연결하는 66.8㎞의 전철이 바람직하다는 밑그림이 최근 나왔다. 준고속열차가 시속 152㎞로 달리면 서대구에서 통합공항까지 20분이 소요된다. 사업비는 단선 1조5천억 원, 복선 2조 원이 든다.-공항철도 등 접근성 확보 서둘러야문제는 경제성 판단이다. 공항철도 비용편익(B/C)은 단선 0.64, 복선 0.82로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 공항 활성화에 따라 이용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장 여건이 문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최우선 현안으로 선정해 예타면제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2028년 개항 전까지 공항철도가 개통되지 않으면 공항 경쟁력이 떨어진다. 공항철도는 신공항과 한 세트로 추진돼야 한다. 예타면제를 위해 지자체, 지역 정치권, 경제계가 하나가 되어 나서야 한다. 건설에 6년이 걸린 대구도시철도 3호선에 비춰보면 시간이 많지 않다. 서둘러야 한다.공항철도는 개통 후에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용객이 적으면 적자운영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용객은 2030년 1일 6천449명으로 예측됐다. 전체 이용객을 인천공항철도 수송분담률(16%) 등을 활용해 산출한 결과다. 현시점에서 8년 후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운영주체, 이용객 증대 등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물류 기능 확충은 통합공항의 성장을 이끌어낼 돌파구가 될 것이다. 현재 대구공항의 화물수송(2018년 기준)은 연간 3만3천t이다. 391만7천t인 인천공항의 0.8%에 불과하다. 국내 항공물류의 98%는 인천에서 처리된다. 인천공항 수출입 화물의 16%가 영남권 물량이란 점을 감안하면 통합공항은 물류공항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물류 기능 확충, 균형발전 차원서도 필요인천에 과도하게 집중된 물류 기능을 통합공항이 넘겨받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요구해야 한다. 노선이 다변화되고 인프라가 확충되면 지역 기업이 굳이 인천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통합공항은 입지적 이점을 살려 아마존 등 국제 온라인 물류업체의 국내 동남권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는 전략도 검토해봄직 하다.미주·유럽 노선은 통합공항의 주가를 높일 수 있는 호재다. 하지만 활주로만 길다고 장거리 노선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신규 수요 창출과 함께 대구·경북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기존 수요를 어떻게 모으느냐가 관건이다. 틈새 수요도 놓칠 수 없는 과제다. 특정 공항 출발시간이나 요금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충청, 강원 등 중부권과 경남권, 수도권 수요까지 당겨 와야 한다.이러한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는 노선 다변화다. 통합공항은 노선 다변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 우리 지역과 어느 국가, 어느 도시의 관계가 긴밀한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인천, 김해 등 국내 선발공항과 경쟁·상호보완 관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대구시는 노선 다변화를 추진할 외부 전문가 영입과 전담 조직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 지금부터 면밀한 수요조사와 국내외 관련 항공사 접촉이 필요하다. 비슷한 여건의 해외공항 사례 연구도 서둘러야 한다.통합공항이 개항할 때까지 앞으로 8년간은 대구·경북이 변신과 도약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다.

공짜 생계자금 봇물, 소는 누가 키우나

홍석봉 논설위원코로나19가 대유행 조짐이다. 전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들어갔다. 다시 우리 사회가 코로나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대구는 지난 3월의 코로나 악몽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다시 늪에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긴급생계자금 얘기가 솔솔 나온다. 전 국민이 대상이 아닌 중하위 계층에만 선별 지급하자는 안도 나왔다. 순발력 발군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게 30만 원씩 지급하자고 주장한다.바야흐로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의 ‘공짜’ 현금 살포 시대다. 코로나19 패닉에 맞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현금 살포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초기 감염병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후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국민들은 모처럼 고깃국을 끓여먹고 생필품을 구입했다.-대구 2차 생계자금 지급, 정부도 만지작대구시는 24일부터 모든 시민에게 2차 긴급생계자금 10만 원을 ‘대구희망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한다. 2천430억 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1차 생계자금 지원 때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구시가 이번엔 ‘마른 수건’을 짜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는 것이다.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즉각 “세뱃돈이냐”며 한 방 날렸다. 대구의 낙후된 인프라 재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큰 돈을 1회성 돈 뿌리기에 낭비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권 시장은 밀어붙였다.역대 최장의 장마로 나라 곳곳이 만신창이가 됐다. 재해복구에 나섰지만 돈이 없다. 지자체는 코로나19로 자연재해에 대비한 재난기금까지 끌어다 쓰다 보니 곳간이 텅 비었다. 정작 수해복구에 쓸 돈이 없다. 나라 곳간도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 1인 당 국가채무는 1천540만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나라 살림 적자 규모도 111조 원으로 사상 최대다. 통 큰(?) 돈 풀기의 결과다. 나라 살림이 구멍 나면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여야 한다.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장마와 태풍 수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다시 태풍이 밀어닥친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자체마다 수해 복구에 쓸 돈이 없어 난리인데 다시 코로나19 대유행과 태풍까지 덮치면 결국 빚을 내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돈 풀 생각만 하고 있다. 당장 앞길이 막막한 데 대책은커녕 빚잔치 궁리만 하고 있다.긴급생계지원금이 우선 먹기에는 달콤하지만 미래 소득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또한 공짜에 맛 들여지면 해로운 줄 알면서도 더 많은 공짜를 바라게 된다.대구시가 시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가관이다. 대구 시민 78%가 2차 생계자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4월 지급한 1차 생계 자금이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72.1%다. 돈 풀기가 효과가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부작용이다. 그런데도 2차 지급 찬성이 78%라는 것은 그만큼 이미 단맛에 길들여졌다는 방증이다.-공짜에 맛들인 듯, 뒷감당 어떡하나흔히 ‘공짜 좋아하면 머리 벗겨진다(대머리 된다)’고 말 한다. 한자 빌 공(空) 자(字)의 발음이 ‘공짜’기 때문에 머리숱도 빈다고 놀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응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이제 우리는 공짜의 단 맛을 단단히 봤다. 우선 먹는 떡의 달콤함에 취해 그 뒷감당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내 코가 석자인데 앞을 내다볼 겨를이 없다고 한다.우리는 IMF 때 국가 부도의 아픔을 치가 떨릴 정도로 겪었다. 다시 IMF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공짜 좋아하다가 탈 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경제 활성화를 위한 돈 풀기는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소는 누가 키우나. 공짜 교육, 공짜 의료에 이어 공짜 지원금까지 공돈 탐하다가 베네수엘라 꼴 날까 두렵다. 대구시 지원금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된다.

‘백세 시대’…치매 연구할 뇌가 없다

지국현논설실장대구는 국내 뇌연구의 중심이다. 동구 신서혁신도시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뇌연구원이 있다. 산하 한국뇌은행은 국내 뇌기증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전국 5개 거점 협력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동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부산백병원, 전남대병원, 강원대병원이 네트워크 참여 병원이다. 그러나 2014년 개소한 뇌은행은 고민이 많다. 뇌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문이다. 최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대처가 세계적 과제로 등장했다. 조현병, 자폐증, 뇌전증 등도 과제에 포함된다. 모두 뇌연구를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대상이다. ‘사람의 뇌는 신이 만든 가장 좋은 성능의 컴퓨터’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 대부분이 미지의 세계다. 때문에 뇌 관련 질환의 예방과 치료는 쉽지 않다.---장기기증 22.5%…뇌기증 1.1% 그쳐뇌질환 대처는 관련 연구의 양이 늘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연구자들이 뇌를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하지만 특정 질환(뇌종양 등)을 제외하면 생체 조직을 떼내 연구할 수 없다. 당연히 숨진 사람의 뇌 부검진단과 연구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연구에 이용할 뇌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한국뇌은행에 따르면 국내 뇌기증 실적은 최근 5년(2015~19년)간 119건이 전부다. 뇌사 추정자(5년간 1만1천59명)의 뇌기증 비율은 1.1%에 그친다. 신장, 안구 등 일반 장기 기증 22.5%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우리나라 뇌과학 수준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뇌질환은 70%, 뇌신호 연구는 65% 선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과 격차는 4.3년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치매 연구는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뇌조직을 활용한 연구는 극히 미흡하다. 연평균(2014~18년) 5건에 불과하다.1985년 설립된 네덜란드 뇌은행은 유럽의 가장 성공적 모델이다. 약 4천500건의 전뇌(全腦)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67년 개소한 니가타대학 뇌연구소가 약 3천500건의 전뇌 조직과 2만 점의 생검 조직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연구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뇌연구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대 과학이 뇌와 정신에 대한 이해를 상당 수준 진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질문들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연구는 부분 조직이 아닌 전뇌가 우선이다. 뇌질환 환자 또는 정상인의 포괄적이고 임상적, 병리학적 정보가 보존된 뇌가 있어야 한다. 기증된 뇌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어떤 치료를 받아왔고, 어떤 상태로 진행돼 왔는지 등을 함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의 특성 때문에 무연고자의 뇌는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연구가치도 없다고 한다.뇌질환 극복은 뇌기증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기증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가족 시신의 훼손을 금기시하는 전통 관습이다. 뇌를 분리한다는 점 때문에 당사자가 기증 약속을 하고 타계해도 유족이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비돼 있지 않은 관련 법규정도 문제다. 뇌조직을 활용한 국내 연구는 관련 법규정 미비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 규정에 없는 뇌연구자원과 뇌은행에 대한 정의부터 확립하고, 연구를 위한 뇌조직 분양과 활용의 지원근거 등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대부분 국민, 뇌기증 제도·의미 몰라뇌기증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2년 전 1천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뇌은행을 잘 모른다’는 응답이 79.2%에 달했다. 10명 중 8명이 뇌기증 제도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22일은 ‘세계 뇌의 날’이었다. 2014년 세계신경학협회가 뇌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뇌건강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관심권 밖이다. 뇌기증이 활성화 되지 않으면 금년부터 2028년까지 9년간 치매 원인과 진단, 예방치료기술 연구개발에 2천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정부계획의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전문인력 양성과 동시에 뇌기증과 뇌연구 관련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통합신공항 더 큰 그림을 그리자

홍석봉 논설위원우여곡절 끝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결정됐다. 4년간의 진통 끝에 옥동자를 낳았다. 난산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노력과 의성군의 인내, 군위군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대구·경북은 새로운 ‘하늘길’을 열고 비상을 눈앞에 뒀다. 침체된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통합신공항은 앞으로 510만 대구·경북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노둣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신공항이 개통되면 유럽과 미국, 남미, 아프리카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인천공항까지 하루를 허비해야 했던 수고를 덜게 됐다. 또 통합신공항 이전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대구·경북의 협조는 행정통합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통합신공항 이전은 이제 겨우 첫 발을 뗐다. 앞으로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구·경북 나아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계획과 실행을 빈틈없이 해 지역 중추로서, 국가 제3 관문공항으로서 역할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지역민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하늘길이 내륙도시의 한계를 안고 있는 대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통합신공항 건설로 가장 기대되는 것이 지역 경제발전의 중심 축 역할이다. 인천공항을 통하지 않고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지역의 물류거점 역할도 기대된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공산품과 농산품을 세계 각국으로 보낼 수 있다. 특히 구미는 시내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사실상의 구미공항이라고 할 정도다. 구미공단의 각종 전자 및 섬유제품 등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통합신공항, 하늘길과 지역 발전 견인차통합신공항은 이전, 개항으로 끝이 아니다. 경북도가 구상하고 있듯 군위·의성 지역에 각종 물류시설을 유치, 항공 물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유럽과 북미 등 장거리 여행길이 트이면 자연스레 항공정비도 뒤를 받쳐주어야 한다. 국내 투자를 했다가 사업성 미비로 떠난 영천의 보잉 MRO 센터같이 항공정비업체의 지역 투자 등 발전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구~광주 간 영호남 고속전철이 연결되면 통합신공항의 활용가치는 더욱 커진다. 충청권뿐만 아니라 호남권에서까지 중장거리 국외 노선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차제에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비아냥받던 예천과 울진 공항의 활용방안도 찾아야 한다. 예천 공항은 경비행기 전용 공항으로 활용, 2025년 개항 예정인 울릉 공항을 오가는 공항으로 만들자. 울진 공항은 지금도 일부 이용하고 있지만 비행훈련장 및 교육장으로 활용, 항공산업 발전의 한 축으로 삼아도 된다.-항공물류 기반 쌓고 예천·울진공항 활용을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으로 대구·경북에는 20조 원 규모의 돈이 풀린다. 유사 이래 지역 최대의 건설 사업이 될 전망이다. 신공항 건설에만 10조 원이 투입되고 9조3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에도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군위·의성은 상주인구의 대거 유입 등으로 공항도시로 입지를 다지며 단박에 국내 소멸 예정 1, 3위의 지자체의 오명을 떨쳐버리게 된다.통합신공항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 중인 행정통합에도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학계와 경제계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양 자치단체 간 행정통합 방안 모색에 나서는 등 이제 걸음마를 뗀 정도다. 신공항은 행정통합이 이뤄져야 온전히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명품’ 신공항을 만드는 것 못잖게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쌓인 분열과 앙금을 털어내는 것도 과제다. ‘핫바지로 보지 말라’는 의성군민들의 뿔난 외침을 잘 새겨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향후 통합신공항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군위와 의성군의 갈등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 경북도가 발표한 1조 원 규모의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계획 등이 그 일환으로 보인다. 더욱 적극적인 의성군 끌어안기에 나서야 한다.시작이 반이다. 대구·경북은 ‘명품’ 신공항을 만드는 데 지역의 지혜와 역량을 끌어모아야 한다.

행정수도-공공기관 연계 대처하라

지국현논설실장‘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이슈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지난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처음 제기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이 느닷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여론이 나쁘지 않게 돌아가는 것 같자 민주당에서는 곧바로 대선 주자급 중진들의 지원 사격이 이어졌다. 기선을 잡았다는 판단 아래 국책 과제로 이슈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지도부의 공식적 반대와 달리 충청권 출신과 일부 중진 의원들의 찬성 발언이 나오며 단일 대오가 흔들리고 있다. 여야 모두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표를 의식하는 모양새다. 행정수도 이전은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다. 구체화되면 또 한차례 국론 분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안은 서울 집값안정 정책이 혼선을 거듭한 가운데 나왔다. 국면 전환용 꼼수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행정수도 효과, 충청권 국한 가능성 높아지방분권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행정수도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비수도권에 주는 실익은 크지 않을 것 같다. 효과가 충청권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 후 대구·경북에서 균형발전의 효과를 봤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호남과 부산·경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현실적 우려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제2의 수도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광역 경제권이 형성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구·경북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수도권이 충청권과 연결돼 ‘초광역 수도권’이 등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구·경북으로서는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 강 건너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대상지가 아닌 나머지 지역의 균형발전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한다. 대구·경북은 잇단 국책사업 소외로 힘이 빠진 상태다. 우선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최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이전 검토 지명까지 나돌았다. 공영방송과 서울소재 대학의 지방 이전설도 이어졌다. 정부 관계자의 “검토한 바 없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 우리지역의 당면 문제는 특정기관 이전설의 사실 여부나 실현 가능성만은 아니다. 대구·경북은 어느 기관의 이전대상 지역으로도 거론되지 않는다. 그것이 지역민들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한다. 공공기관 이전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법원과 헌재를 대구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성사 여부를 떠나 매우 바람직하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과 헌재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과 접근성, 법조 전통성 등을 고려하면 대구가 적지”라고 강조했다. 또 옛 도청 터에 법조타운을 건설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 정책결정 기관의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대안을 제시해 나가는 노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대구·경북, 공공기관 유치전략 재점검을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은 122개에 이른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 20일 청와대 참모회의에 참석해 공공기관 이전을 포함한 균형발전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지역별 수요와 기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구체화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공공기관 재배치는 고사위기에 직면한 비수도권의 새 성장동력이다. 선거를 의식해 특정 지역을 배려하는 정략이 개입해서는 안된다. 형평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 대구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실질적 균형발전에 도움되는 기관이 별로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대구·경북은 공공기관 유치를 행정수도 논의에 연계시켜 접근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은 한번 기회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다. 대구시, 경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관련 전략을 종합 재점검할 때다.

서울 집값 잡으려다 지방 다 죽인다

홍석봉 논설위원결국 집값이 문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전국이 들끓고 있다. 3040이 주축이 된 한 온라인 카페는 “문재인에 속았다”며 ‘실검(실시간 검색) 챌린지’를 주도하고 있다.한 온라인 카페 회원들은 거리로 나섰다. “일반 서민인 임대 사업자와 다주택자를 정부가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외쳤다. 정부가 투기 수요를 차단한다며 내놓은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정부를 맹성토했다. “규제 소급적용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했다.여당의 핵심 인사는 한 TV 방송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엉겁결에 본심을 털어놓아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큰 흠집을 냈다.전국이 집값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백약이 무효다. 문재인 정부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별무소용이다. 세금폭탄으로 아파트값을 잡으려 하지만 벌써 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등의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민들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백약이 무효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약발이 안 받자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한다. 정부 여당 내에서도 ‘풀어야 된다, 안된다’로 논란이 많다. 그린벨트는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며 지키려고 애쓴 보루였다.정부가 온갖 대책을 쏟아내도 시장은 거꾸로 간다. 결국 공급이 문제지만 신도시 개발 사례에서 나타난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공개 등 제도적 허점이 있는 민간아파트 공급은 투기세력만 배불렸다. 집값 앙등과 수도권 집중만 심화됐다.수도권 집중의 폐해는 지방의 먹거리와 세수 부족이라는 역설로 나타난다. 세수가 부족한 지방정부가 공장 설립과 기업형 축산을 마구잡이로 허용, 대도시 주변 농촌지역은 공장과 소·돼지 농장이 없는 마을은 찾기 힘들다. 난개발로 청정 환경이 형편없이 망가졌다.지방 소멸이 목전이다.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더디기만 하다. 반도체 공장 등 명분만 있으면 수도권 규제를 풀어 수도권 공룡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정치논리에 휘둘려 그린벨트 풀겠다는 발상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지으면 편의성만 높아져 서울 집중을 더욱 심화시킨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물 건너 간다.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면서 지방 소외 및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철저하게 지방을 배제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수도권의 정주여건 개선으로 이어진다.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공화국 주민에게는 달디 단 사탕이지만 지방에는 독이다. 제조업 기반의 기업을 수도권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달콤한 유혹이다. 결국 수도권 블랙홀만 넓혀놓는다.-그린벨트 해제, 서울 집중 심화 부작용 커서울 집값을 잡는 방법은 지방을 살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부동산 문제의 근원이 서울 집중, 수도권 과밀 현상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 지방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대안이 될 것이다. 지방 거점 대학을 집중 지원해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에 고급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2002년 대구에서 시작된 지방분권 운동이 제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역대 정부와 여야 정당들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대통령과 정부의 실천의지가 약한 때문이다.이제 어지간한 충격 요법으로는 먹히질 않는다. 서울이 살기 위해서는 집값을 잡아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 지방은 지금 목숨이 간당간당 한다. 숨통 막혀 죽기 직전의 서울과 사람이 없어 소멸 직전의 농촌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 지방에 있다.때맞춰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서울의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 중인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위주로 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며 지방 소멸을 앞당길 것”이라고 경고했다.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 잡으려다가 지방 다 죽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길은 지역균형발전뿐이다. 답은 지방에 있다.

극단적 선택과 남은 과제

충격적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전 국민이 무거운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안타까운 사태지만 모두 냉정해져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돌아봐야 한다. 더 이상 되풀이 되면 안되기 때문이다.그는 명망있는 인권 변호사였다.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한국 시민운동을 궤도에 올렸다. 현직 서울시장인 동시에 유력 대선 주자인 그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모두 놀랐다. 곧 이어 그 선택의 이유에 물음표가 달렸다.그는 지난 2017년부터 비서실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8일 경찰에 고소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이다.---‘박 전 시장 사건’ 진실규명 요구 목소리박 전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사법 절차로 진상을 규명할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진상규명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전 여비서의 고소만으로 성추행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고소당한 직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글을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연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은 굳어질 수밖에 없다.박 전 시장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은 국민적 관심사다.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된 공인이기 때문이다.현 단계에서는 경찰이 고소장을 공개할 수도 없다. 다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고소 증거들을 조목조목 모아 시민·사회단체 등 제3자가 고발을 하면 새로운 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어떤 방식으로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전 여비서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자신의 피해와 국민적 의혹을 끝까지 풀려고 할 것이냐, 아니면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심적 부담 때문에 마음을 바꿀 것이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사건 발생과 장례 등의 과정에서 분열 양상을 보이는 여론도 문제다. 자칫하면 ‘조국 사태’에서 경험한 국론 양분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일부 네티즌들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람을 찾아내겠다고 나선 것은 정말 어이없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고소인도 전혀 예상 못한 난감한 일일 것이다. 미투 사건에서 어렵게 행동에 나선 피해자들이 신상털기 등으로 2차 피해를 입어서는 결코 안된다.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절망의 심연으로 몰아 넣지 말아야 한다.정의당 한 국회의원은 피해 여성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격려의 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악성 댓글 공격을 받았다. “지금은 고인을 애도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공격의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고인을 애도하는 것에 우선해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보호하고 위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서울시가 장례를 ‘서울시장(葬)‘으로 치르는 것도 논란에 휩싸였다. 애도와는 별개의 문제다.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박 전 시장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게시 이틀만인 12일 현재 ‘동의한다’는 버튼을 누른 사람이 5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선출직 잇단 추문…성인지 감수성 바닥논란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체가 문제다. 장례를 ‘서울시장’으로 결정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앞에 두고 여론이 갈라지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그러나 장례가 끝나면 사실관계는 밝혀야 한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뜻일 것이다. 철저히 팩트에 바탕을 두고 풀어 나가면 된다.최근 몇년 새 여권 시도지사 사이에서 잇따라 터져나오는 성추문은 우리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여전히 바닥권이라는 사실의 한 단면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하기조차 민망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점에서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