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들의 ‘코빼기’

홍석봉 논설위원“높은 분들은 코빼기도 안 비친다.” 울릉도 소방헬기 추락 사건 이후 유가족이 내뱉은 자탄이자 하소연이다. 유가족들은 국무총리실에 전화했지만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통화조차 못했다며 섭섭해했다. 대형 사건사고 현장마다 곧잘 터져 나오는 목소리다.희생자 가족들은 정부 고위층과 경북도지사 및 대구시장이 대책본부와 현장을 찾지 않은 데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러자 사고 6일 만인 지난 5일에야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실종자 유가족을 만났다. 다음 날엔 이철우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찾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사고 열흘 만에 실종자 가족과 대면했다. “이제 와서 미안합니다. 실종자 수색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해 7월, 군 장병 5명이 숨진 포항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 때도 유가족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국무총리 및 국방부장관이 현장을 찾지 않은 점을 극렬 성토했었다.천안함과 연평해전 유가족들은 지난 3월 열린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2년 연속 불참하자 몹시 섭섭해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유가족은 문 대통령이 한 번도 공식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서운해했다. 모두 ‘코빼기(코의 속된 말)’를 안 비친 소통 부재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사회 곳곳 소통 부재, 국민 불만 쌓여 저항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소통은 없었다. 취임 2주년 때는 기자회견 대신 KBS 기자와의 대담으로 대신했다. 출범 때 약속한 소통은 오간데 없었다. 소통이 단절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불만이 쌓여갔다. 저항은 커져 갔다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은 대통령이 소통과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을 불통의 ‘아이콘’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랬던 것이 불과 2년 반 만에 역전됐다.공자도 소통을 중시했다. 공자는 노나라에서 사구(司寇) 등의 관료로 잠시 정치에 몸담고 덕치를 실행하려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그 후 여러 나라를 떠돌며 군주들에게 덕치를 주창하고 자신을 써 주기를 바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덕치는 공염불이 됐고 공자는 실패한 정치인이 됐다. 하지만 그는 인류의 큰 스승이 됐다. 공자의 성공 비결은 제자들과의 소통이었다.공자가 위나라를 방문했을 때다. 군사를 담당하는 왕손가가 공자를 찾았다. 왕손가가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우리 신하들과 함께 있겠습니까. 아니면 왕과 함께 하겠습니까”라며 공자의 의중을 떠봤다. 왕도정치를 주창하는 공자는 결국 왕과 만나지 못했다. 답답해하던 공자는 어느 날 남성 편력이 심한 위나라 왕 영공의 부인인 ‘남자’에게 부름을 받는다. 아무도 만나 주지 않아 초조했던 공자는 남자의 청을 수락한다. 그러자 자로가 공자에게 따졌다. 이에 공자는 “부끄럽구나. 하늘이 나를 벌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비슷한 사례는 논어 곳곳에서 발견된다. 조급증에 빠진 공자가 불의한 군주들의 부름에 응했다가 제자들의 빈축을 사고 자책한 후 곧바로 돌아서곤 한다. 이것이 공자의 위대한 점이다.-공감과 소통은 사회 변화의 원동력공감과 소통은 인간관계에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갖게 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굴러간다. 소통은 아무리 두터운 벽이라도 깰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소통 부재를 외치는 소리가 넘쳐난다. 사회 한 축이 단단히 탈 났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임기 반환점을 돌며 경제정책과 관련해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1순위 과제로 정했다. 19일에는 TV 생중계로 진행되는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쇼통’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공자는 ‘군자는 두루 어울리되 사사로이 무리 짓지 않고, 소인은 사사로이 무리 짓지만 두루 어울리지 못한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고 설파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운 말이다. 대통령부터, 기초단체장까지 높은 분들은 국민 앞에 자주 ‘코빼기’를 내비치시라. 그래야 세상이 덜 시끄럽다.

탈대구 항공사에 ‘의리’ 외친 권영진 시장

19년 전인 지난 2000년 ‘삼성이 대구를 버렸다’는 대구시민들의 분노가 불꽃처럼 일었다. 삼성이 당시 성서공단에 있던 상용차 사업을 포기한 때문이다.한순간 지역 경제가 휘청했다. 삼성 불매운동과 규탄집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반삼성’ 분위기가 극에 달했다.이에 앞서 1990년대 초반 삼성은 삼성자동차 입지로 대구가 아닌 부산을 선택해 대구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삼성은 자동차(승용차) 대신 규모가 작은 상용차(트럭)를 성서공단에 입주시켰다. 삼성은 자동차 사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대구시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았지만 끝내 대구를 등졌다.악화된 대구와 삼성의 관계는 2010년 대구상의가 중심이 돼 개최한 이병철 회장 탄신 100주년 행사를 계기로 겨우 회복되기 시작했다.---“어려울 때 외면한 기업 똑똑히 기억해야”파장의 규모는 다르지만 비슷한 성격의 일이 또 일어났다. 지난 1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를 떠나려는 한 저가 항공사를 겨냥해 작심한 듯 쓴 소리를 뱉어냈다.권 시장은 이날 직원 조회에서 “대구공항이 한창 활성화 될 때 뻔질나게 찾아와 취항에 협조해 달라던 항공사 중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돼 승객이 줄자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노선을 철수해 버리는 의리없는 기업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는 대구에 발을 못붙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염치한 기업에 던지는 일갈이다.이날 발언의 타깃은 에어부산이다. 에어부산은 그동안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노선 9개 중 8개 노선을 철수했다. 오는 17일 후쿠오카 노선을 중단하면 대구취항 국제선은 타이베이 노선 1개만 남게 된다. 단물만 빨아먹고 발을 뺀다는 ‘먹튀논란’이 사실이 되고 말았다.에어부산의 ‘탈대구’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에서 비롯됐다. 지역에서도 일본여행 자제운동이 불붙으면서 여행객이 급감했다. 일본행 여객기의 빈자리가 크게 늘어났다.이런 와중에 인천공항 국제선 노선이 없었던 에어부산은 최근 노선 확보에 성공했다. 대구에 투입하던 항공기를 인천으로 돌리기 위해 대구를 등진 것이다. 대구보다 인천 취항이 유리하다는 것이다.지난 2016년 에어부산이 대구에 취항한 뒤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대구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에어부산은 일본 삿포로, 후쿠오카, 중국 싼야 노선 등에 취항하며 발생한 적자를 대구시로부터 보조받았다.장삿속만 앞세우는 기업에 시민의 결기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대구국제공항과 관련된 일이라면 시민 누구나 나서야 한다. 대구공항은 시민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권 시장이 이례적으로 에어부산을 강한 톤으로 규탄하고 나선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장 에어부산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향후 일본의 경제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또 다른 항공사가 대구를 떠나려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시민통해 메시지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기업의 경영논리는 간명하다. 가장 큰 목적은 이윤추구다. 기업활동을 통해 이윤을 내고 이를 재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세금을 내 궁극적으로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권시장의 ‘사이다 발언’은 시원하다.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최고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발언으로는 적합한가 의문이다. 떠나려 마음먹은 기업에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사전에 지역진출 기업들이 토착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대구시가 공항 활성화라는 과제에 매몰돼 사후관리는 뒷전인 채 유치에만 올인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에어부산을 규탄하는 발언은 시민이나 시민단체에서 나와야 한다. 현황을 공개하면 시민들이 자연스레 나섰을 것이다. 시장의 입에서 ‘의리’라는 감성적인 단어가 나오는 것은 조금 생경스럽다.대구는 기업유치를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향후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이 경영이 어려워져 빠져 나가려 할 때 지방정부에서 앞장서 규탄하면 누가 기업하러 오겠는가.이번에는 특수한 사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반기업 정서는 시대정신에 맞지않고 지역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당, ‘똥볼’ 찰 여유 있나

홍석봉 논설위원국정이 난맥상에 빠졌다. 경제, 외교, 국방 총체적 위기다. 야당은 대통령의 무능과 아집, 독선 때문이라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나라가 반쪽 난 책임의 절반은 자유한국당에 있다. 위기를 초래한 현 정부의 역주행을 방임했다. 야당이 강력한 견제와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데도 야당은 아직 정신을 놓고 있다. 중차대한 시기에 잇단 헛발질로 정국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노련한 선장과 키잡이는 보이지 않고 갈팡질팡한다. 조국 사태로 잡은 모처럼의 반전 기회를 자중지란으로 날려버리고 있다.박지원(대안신당) 의원은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야당 복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달아 실수를 남발하고 있는 한국당을 비꼰 말이다. 박 의원은 또 “한국당이 요즘 계속 ‘똥볼’을 차고 있다”고도 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해프닝을 두고 한 얘기다.최근 한국당은 잇단 헛발질과 똥볼로 조국이 높여준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과 조국 표창장과 상품권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거기에 속옷 차림의 대통령 애니메이션, 박찬주 대장 영입 논란 등 비판이 쏟아지면서 안팎곱사등이가 됐다. 김칫국과 샴페인을 터뜨리다가 단단히 탈이 났다.-잇단 헛발질로 여론 뭇매, 김칫국 탈 나이주 여성을 대변하는 이자스민의 한국당 탈당도 예사롭지 않다. 약자와 소수자 배려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불출마를 선언했던 의원들이 출마로 돌아서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종섭(대구 동갑) 의원은 한국당 대구시당위원장 자리를 꿰차고 공천 선점을 노리고 있다.황교안 대표가 추진한 외부 인사 영입도 당의 외연 확장 및 세대 교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통령선거,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모두 패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친박·반박으로 난장판 끝에 선거를 헌납했다. 친박, 비박 간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한국당이 반짝 상승한 당 지지율에 취한 채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사이 보수 야당에 대한 기대를 접는 국민들만 늘고 있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턱밑까지 쫓아갔던 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당은 정당 호감도에서 비호감 1위다. 현 정권에 등 돌린 잠재적 우군을 한국당 편으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콘크리트 지지층이 받치고 있는 TK에서 한국당은 싹쓸이를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조국 사태 직후만 해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 후 지리멸렬한 당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한국당은 안돼’라고 생각하는 지역민들이 적지 않다. 밥그릇 싸움이 일쑤인 등 구태의연한 모습 때문이다. 새로운 중도 정당이 출현하거나 참신한 무소속 신인이 나설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제 TK 한국당은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서는 길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강도 인적쇄신, 중도층 끌어안기 과제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 40대 아래는 단 2명뿐이다. 한국당이 내년 선거에 이기려면 미래의 자산인 20∼40대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보수의 가치와 눈 높이를 젊은 층에 맞춰야 한다. 시대정신을 외면하면 절대 내년 총선을 이기지 못하다아직도 박근혜 타령이다. 더 이상 박근혜 마케팅은 곤란하다. 박근혜 탄핵은 이제 끝내야 한다. 명예 회복도 좋지만 이제 박근혜를 풀어주자.한국당의 키워드인 보수 대통합과 인적 쇄신도 ‘박근혜’와 연결된다. 총선에서 진보 진영은 박 전 대통령을 이용, 보수 진영 갈등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과의 통합도 탄핵 책임론과 맞물려 있다. 인적 쇄신은 한국당 내의 친박 청산 없이는 어렵다. 과거로 회귀하는 순간 한국당은 끝이다.고강도 인적 쇄신과 등 돌린 중도층을 끌어안는 외연 확장 없이는 한국당의 정권 재창출은 없다. 지금은 ‘똥볼’과 헛발질로 시간 보낼 때가 아니다.

‘조국 사태’ 최대 피해지역은 대구경북

지난 8월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촉발된 ‘조국 사태’가 처리의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두달 넘게 국론을 두동강 내는 사상 유례없는 후유증을 겪은 뒤 지명 66일만인 10월14일 조국 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이어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4일 구속됐다. 보수와 진보의 주말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주 중 조 전 장관의 소환조사도 예상된다.그러나 조국 사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진영논리를 앞세운 첨예한 대립으로 향후 대구·경북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 국민의 미래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칠 것이다.---내년 총선 대구경북 보수 싹쓸이 예상21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4·15 총선은 보수와 진보의 명운을 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이다.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권의 심판론을 내걸 것이다. 중간평가 성격이다. 이에 반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는 국정 안정론을 내세울 것이다. 총선 패배는 레임덕과도 직결될 수 있다.당장 대구·경북에서는 보수의 싹쓸이가 예상된다. 조국 사태 와중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총선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보수 일색이었던 대구·경북의 정치지형은 그간 많이 변화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2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서는 기초자치단체장과 다수의 지방의회 의원을 배출하는 등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나타냈다. 모두들 TK 정치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그런데 조국 사태가 터졌다. 다원화 가능성을 보이던 민심은 급선회했다. 대구·경북이 진보정권 심판의 선봉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특정 정당의 일당체제 회귀가 눈에 보인다. 바람직하지 않은 흐름이다.지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정치발전 도루묵이다. 대구·경북이 조국 사태의 가장 큰 피해지역이 되고 만 것이다.지난 진보정권 시절 정치적 선택 때문에 지역민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못먹어도 고’를 외쳤다. 예산철이나 대형 국책사업이 지역 간 경합을 벌일 때 중앙부처에 지역의 실정을 전달할 루트가 없어 전전긍긍했다.그시절 지역민들은 정치적 다원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비싼 대가를 치르고 학습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원위치됐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조국 사태로 규정지어지는 현 진보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결기가 다수의 지역민들에게 가득하다.대구·경북은 또 다시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치적 후진지역’이라는 질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구·경북을 나무라면 안된다고 지역민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은 대구·경북이 아니면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추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정치발전 도루목’ 과연 누구 탓인가대구·경북민은 내년 총선에서 그 균형을 우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조국 사태를 초래한 오만한 정권에 대한 국민적 응징이 희석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지역의 일당독식체제는 정말 바람직 않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흐름은 그러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간 진보나 개혁의 정치의식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앞장서 온 적지 않은 지역민들의 좌절도 안타깝다.정치적 성향에서 한 목소리만 내온 대구·경북은 보수 정권일 때도 큰 혜택을 입은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 ‘밀양 신공항’ 하나 밀어붙이지 못했다. 정권 창출의 심장부니까 어떻게 해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인들의 얄팍한 계산 때문에 푸대접을 받았다. 그로 인해 정치발전은 말할 것도 없고 국토개발이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외면받은 때가 많다.보수에게는 집토끼로 홀대받고, 진보로부터는 배려할 필요가 없는 지역으로 푸대접 받았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인식이다.조국 사태로 ‘내로남불’ 진보의 민낯이 드러났다. 내년 총선을 통해 대구·경북이 ‘정치적 다원화’와 ‘정권 심판론’ 사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에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떠먹여 주는 밥도 못 먹는 한국당

홍석봉 논설위원조국 사태는 무능한 정권과 사이비 좌파가 초래한 비극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거기에 좌표잃고 표류하는 야당은 뒷짐지고 있었다. 대화 상대로 여기지도 않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내로남불로 버티다가 결국 광장과 청와대로 달려간 민심에 무릎꿇었다.조국을 낙마시킨 것은 민심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여기에 무임승차하려고 한다. 촛불과 광장에서 재미를 봤다. 총선까지 ‘고(go)’를 외치고 있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하고 입으로 일어선 자 입으로 망한다고 했다. 성경 구절이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다시 광장으로 갔다. 한국당은 촛불로 정권을 뺏은 문재인 정권을 다시 촛불로 뺏겠다는 심사가 아닌가.21대 총선이 6개월 남았다. 정치권이 총선 체제로 돌입했다. 그런데 지역 터줏대감 자유한국당의 꼴이 말이 아니다. 아직 정신을 못차린 듯 하다. 조국 낙마의 공을 자임하며 자아도취에 빠진 것은 아닌가. 눈 앞의 단 맛에 취해 갈 길을 잃었나.조국 사태는 비실비실하던 야당에 보약이 됐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한국당은 제발로 걸어들어오는 호기를 발로 차버리고 있다. 정부 여당에 등 돌린 민심을 정권을 되찾는 추동력으로 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선후가 바뀌었다. 광장 민심은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자칫 역풍만 초래할 뿐이다.-광장은 이제 그만, 역풍만 초래할 뿐한국당은 조국 사태로 여당에 등 돌린 중도층이 한국당에 마음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젊은 층의 한국당 혐오는 상상을 초월한다.민심은 진보도 싫고 보수는 미덥지 못해 한다. 조국 사태로 민낯이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허약한 체력, 586의 허상, 진보 좌파의 철면피함, 김정은에 맡겨놓은 안보 등 현 정권의 실체를 목도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등을 진 것이다.역사학자 최남선은-“우리 조선은 망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했다. 망하려면 폭삭 망해야 했다. 세계사의 흐름을 외면한 결과 초래된 역사의 비극이라는 것이다.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탄핵의 멍에를 진 새누리당은 친반과 비박으로 갈려 이전투구를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폭망’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해체하고 재건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한국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정쩡한 봉합에 그쳤다. 이후 한국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건물도, 가재도구도 새로 바꿀 수 있는 호기를 놓쳤다.지금 한국당에는 지도자도 전략도 없다. 풍파가 이는 대로 그냥 흘러갈 뿐이다. 한국당에는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안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얼굴 마담이 됐지만 아직 의문부호만 잔뜩이다. 광장 민심에 편승,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할 뿐이다.대권 잠룡들도 말만 요란했지 승천하기엔 힘이 달리는 것 같다. 철 지난 레퍼토리만 불러대고 있다. 만만한 TK 지역구만 찾아 다니며 무임승차를 노리고 있다. 위상에 맞지 않는다.-한국당 과제는 변화와 혁신 수용, 체질 개선한국당의 가장 큰 과제는 급격하게 진보로 기울어진 대한민국호를 수렁에서 건져내는 일이다. 다시 사이비 좌파가 나라를 좌지우지하게 놔두어선 안 된다.진보 좌파가 망쳐놓은 경제, 안보, 외교를 바로잡는 일이 그 다음 이다. 또 촛불 이후 둘로 갈린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도 시급하다. 웰빙 정당의 한계도 탈피해야 한다. 지역 민심은 외면한 채 일신의 영달에만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들을 몰아내야 한다. 그리고 새 피를 수혈해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민심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이게 한국당의 사명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정당으로서 거듭나야 한다. 싱크 탱크 기능을 활성화하고 끊임없는 성찰로서 당을 채찍질해야 한다. 그래야 보수가 다시 살고 빼앗긴 정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경제는 추락하고, 외교는 실종됐고 안보는 위기다. 포퓰리즘이 대한민국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쓰레기통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 세계 12위권의 경제 대국,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호를 이대로 좌초시키고 말 것인가. 조국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국 사태’ 상식선에서 해법 찾아야

‘조국 사태’ 상식선에서 해법 찾아야지국현논설실장‘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동강 났다. 국민의 마음은 분열돼 너덜너덜해져 있다. 그가 법무장관에 지명된 이후 두달 넘게 나라전체가 조국 블랙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3,4일 시차를 두고 진보와 보수가 휴일과 주말마다 광장으로 뛰쳐 나왔다. 정치가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보지 못한 진영 간 세대결이다.대의 민주주의는 실종됐다. 타협과 책임, 조화를 중시하는 정치는 간 곳이 없다. 책임없는 막말과 선동, 반대 진영에 대한 증오만이 난무한다. ‘심리적 내란’ 양상이다.---정경심 교수 신병처리가 사태 분수령지난 12일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4차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이번주 중 한차례 정도 더 조사가 진행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가 결정된다.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서울 서초동과 광화문 등에서 번갈아 열리던 대규모 집회는 일단 12일 진보진영 집회 이후 소강국면에 들어갔다.그러나 정경심 교수에 대한 신병처리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민심은 또 한번 요동칠 것이다. 자기들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영논리에 따라 광장으로 뛰쳐나가자고 쑤석거리면 언제든 바로 재연할 것이다.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대부분 국민이 그러한 검찰개혁을 지지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내 기구 개편, 공수처 신설 등 모든 사안을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하면 된다.출발선은 이번 조국 사태 수사다. 자칫 잘못해 권위주의 시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힘이 사태를 봉합했다는 논란이 일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개혁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광장과 권력 등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외압’이 가해지고 있다. 검찰은 그러한 압력을 뿌리쳐야 한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검찰권이 행사돼야 한다. 그것이 검찰 개혁의 첫걸음이다.정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검찰 개혁을 모두 기다린다. 그러나 거기에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면 안된다. 모두가 지지하는 개혁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현재 검찰은 사면초가다. 조국 사태 수사를 원칙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국민의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권에도 치인다. 후폭풍으로 조직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엄정한 수사만이 살길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조국 사태와 관련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적 인식과 격차가 너무 크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국민 통합’이 담겨있지 않았다.어떤 현실 진단에서 저런 메시지가 나오는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벽이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대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찾아야 한다. 현 상황을 국론 분열이 아니라고 본다면 해법찾기는 요원하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해법은 나와 있다. 눈에 뻔히 보이는 답이다. 대통령은 진보성향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 장관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보수성향 국민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지지하는 국민만 데려가서는 성공 못해여권은 ‘변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큰 물결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을 지지하는 국민만 데려가서는 큰 물결을 만들기 어렵다. 반대하는 국민들의 생각을 듣지 않으면 그런 정책의 성공이 불가능하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하는 강박감과 조급증도 떨쳐내야 한다.열쇠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력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왜 이렇게 일을 꼬이게 만들까 의문이 든다.대통령과 여권은 조국 사태 이후의 국가 모습도 그려봐야 한다. 국가 전체의 내상이 너무 크다. 더 이상 지속되면 안된다. 치유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상식선에서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진정한 소통과 공감 능력을 보여줄 때다.

진실에 눈 감으라는 사회

홍석봉 논설위원다시 광장이다. 진보와 여당이 광장에 뛰쳐나갔다. 보수와 야당도 뒤질세라 달려갔다. 모두 내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아예 듣지 않는다. 전부 내로남불이다. 진보가 불을 댕겼다. ‘울고 싶던 차에 뺨 때리는 격’이 됐다. 촛불에 주눅 들고 민주화란 단어에 기 꺾였던 보수가 이제 한판 붙어보자며 거리로 나섰다.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봤다. 386과 운동권의 허상을 확인했다. 그동안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진보의 면모도 확인했다. 사회의 양심이라 불리던 지도층 인사들의 서글픈 위상을 목도했다. 우리는 절망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조국 사태의 본질은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한 위선과 파렴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폭발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을 비호하고 있다. 대통령과 조국의 관계를 떠나 적폐 청산을 내세운 현 정권의 정당성까지 의심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일궈놓은 오늘의 우리나라를 부정하는 소위 사이비 진보 세력들때문에 말아먹게 생겼다. 사이비 진보는 자신들의 민주화운동 이력에 기대 입신양명과 치부에 성공했다. 현 정권의 핵심 인물 다수가 이 범주에 속한다. 탁월한 능력이 국민을 감탄케 한다.-위선과 파렴치에 대한 국민 분노 폭발문 대통령의 조국 편들기는 결국 검찰을 겁박하는 촛불시위까지 초래했다. 이는 보수의 대 집결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검찰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 개혁이라는 어젠다를 우리 사회에 던져 주었다. 결국 진보 지지층의 상당수가 돌아섰다. 이들은 진보도 보수도 못 미더워한다. 소위 중도 무당층이다.현 정부는 경제와 안보, 외교 실정으로 나라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만이 현정권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고 오로지 정권 유지의 방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지난 대선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한 연설이 화제다. ‘안의 예언’이란 제목의 유튜브에서 안 후보는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는 분열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가 되고,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과거로 되돌아가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반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사생결단하며 5년 내내 싸울 것”이라며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적폐로 돌리고, 국민을 적으로 삼고, 악으로 생각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계파 패권 세력은 줄 잘 서고, 말 잘 듣는 사람만 써 결국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된다”고 경고했다.소름 끼치도록 들어맞는 예언이다. 아마 진보 세력의 실체를 꿰뚫어 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분석이 아니었던가 싶다.문재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국민을 두 쪽내 서울 광장과 서초동의 거리 패싸움으로 내몰았다. 취임사에서 약속한 국민 통합과 공존은 간 데 없다. 국민들의 소리에는 귀를 막고 자기 편의 말만 듣는다. 우리 사회를 양 극단으로 갈라 놓은 현 상황은 조국 장관 임명에서 시작됐다. 안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다. 다른 말도 맞을까 걱정이다.-정의와 공정 무너져, 조국 사태의 끝은이제 진보 진영에서조차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록 간헐적이긴 하지만. 현 정권의 핵심 인사를 대거 배출한 참여연대에서 조국 장관 임명 등 참여연대의 사회 감시감독 기능 부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지식인 사회는 정의와 공정을 추구하고 부정과 불공정을 배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바로 선 사회, 바른 국가라고 할 수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현 정권 들어 정의와 공정은 실종됐고 반칙과 부정이 횡행하고 있다. 사회의 버팀목이 됐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도 말짱 헛것이 됐다. 진리와 도덕을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게 됐다. 상식은 무너졌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자식들에 너무 미안해서 광화문 나갑니다’ 라는 자칭 중 늙은이 아줌마의 글이 국민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악몽 같은 지난 몇 달, 이젠 끝내야 한다. 이게 부모의 마음이고, 국민의 마음이다. 조국 사태의 끝은 어디일까.

‘조국 사태’ 50여일…출구전략 찾아야

공인은 아무리 급하고 위중하더라도 개인자격을 내세우면 안된다. 급할 때 개인자격을 내세우려면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조국 법무장관 임명자는 검찰개혁을 지상과제로 내세운다. 공인으로서 사명감을 말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필요할 때는 개인자격을 강조한다. 이중성이 보인다.웅동학원, 사모펀드, 자녀 입학부정 등 그와 관련된 의혹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고나면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다. 그는 가족의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적절치 않다.---고위 공직자는 가족 핑계 대면 안돼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은 힘들지 않은 줄 아는가. 누가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나. 가족 핑계를 대면 안된다. 그것은 고위 공직자일수록 더 잘 지켜야 할 덕목이다.50일 넘게 온나라가 ‘조국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3일 자택 압수수색 때 장관임을 밝히며 현장 팀장인 검사와 통화를 했다. 수차례 신속한 압수수색을 언급했다고 한다. 검찰은 해당 검사가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야당은 부당한 수사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조 장관은 “처의 상태가 안 좋으니까 좀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며 “가장으로서 그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편 자격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그가 여러차례 강조한 수사불간여 약속을 어긴 것이다.조 장관은 후보자 때도 딸의 동양대 표창장 발급과 관련 최성해 총장과 부적절한 통화를 한 전력이 있다. 법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의 식견이 그 정도인가 하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앞선다.보통사람도 그럴 경우 통화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안다. 부적절한 통화를 했다는 자체가 처신이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조국 장관 스스로도 나중에 “후회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그가 만약 이번 사태를 무사히 헤쳐나가 법무 검찰 개혁을 주도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단언컨데 그 개혁은 반쪽 개혁이 될 것이다. 더 큰 혼란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많은 사람이 개혁의 진의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개혁의 단계마다 시비거리, 정쟁거리가 줄을 이을 것이다.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한 검찰의 승복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체 국민의 지지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해도 믿기지 않는 법이다.곳곳에서 ‘조국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서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광장으로 뛰쳐 나오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마음이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최근 여권의 반응에는 강박감이 묻어난다. ‘여기서 조국 장관 임명을 취소하면 이제까지 개혁한 것이 모두 무효가 된다. 끝장을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검찰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그러나 이 메시지는 타당성 있는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는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대통령 뜻이고 국민의 뜻이었다.현상태에서 간여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 대 야’, ‘여 대 검찰’, ‘보수 대 진보’의 갈등 정국에 ‘청와대 대 검찰’이라는 갈등의 전선을 하나 더 펴는 결과가 됐다.---국민은 진정으로 공감하는 정부 원해생각을 달리하는 국민과 승부를 내려해서는 안된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국민을 꺾으려 해서도 안된다. 국민에게 허탈과 패배감을 안겨서도 안된다. 국민은 진정으로 공감하는 정부를 원한다.금주 중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검찰 소환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장관의 소환 여부도 관심이다.‘조국 사태’의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쉽게 생각하자. 진정한 개혁을 위해 일보 후퇴하며 국민을 설득하는 정부가 되면 어떤가. 그것이 함께 가는 정치다.

‘일본은 없다, 386은 가라’

홍석봉논설위원외우내환이다.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국 경제는 초미의 위기에 빠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중국과 러시아의 영공 침범 등 국가 안보는 비상 상황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여론은 쪼개지고 국정은 앞이 안 보인다. 안팎곱사등이다.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과 조국 사태는 한국인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미망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게 했다.일본의 경제 보복은 우리 경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민들은 세계 속의 우리나라 위치와 입장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경제 보복의 원인을 자각하고 기업의 한계를 인식했다. 세계적으로 얽히고설킨 분업 체계와 국제무역 관계를 알게 됐다. 타깃이 된 대기업들이 거래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위험 분산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취약성과 중요성을 알게 됐다. 대기업들은 허리를 받쳐 줄 중소기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한국 경제 취약성 인식, 일본 속셈 깨쳐한국을 보는 일본의 시각 변화도 확인했다. ‘이웃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꼭 맞아 떨어졌다. 세계 최고를 구가하는 삼성전자가 타깃이었다. 일본에게 배워 일본을 넘어서자 시기한 것이다.또 하나 국민의 각성은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다. 국민들은 경제 보복에 마냥 당하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자각했다. 순식간에 일제 불매운동이 불붙었다.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일제 불매 운동이 이렇게 거세고 질긴 적은 없었다. 효과도 직방이다. 유니클로 등 일부 일본 제품은 국내 매출이 급전직하했다. 매장 문을 닫는 상황도 벌어졌다.일본 여행도 크게 줄었다. 당장 대마도는 한국인 여행객이 끊겨 죽네 사네 하는 형편이 됐다. 규슈와 홋카이도는 여행객이 급감, 항공노선이 폐지되고 한국인 상대 업종이 초토화됐다. 비상이 걸린 일본 지자체들이 우리 항공업계에 노선 유지를 하소연하고 나설 정도다. 국민들은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정부는 정공법으로 가자”라며 불매운동의 고삐를 죄고 있다. 아베는 미워하되 일본은 미워하지 말자는 이분법적인 접근으로 분리 대응하는 현명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국민들의 의식 개조에 단단히 일조했다. 조국 사태를 통해 진보의 실체와 허상을 확실히 알게 됐다. 개혁과 정의와 진보를 입에 달고 있던 그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에 분노했다. 중산층과 서민은 배신감과 상실감에 허탈해 했다.우리 사회는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386세대에 대해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386세대들이 그들이 욕하던 보수꼴통보다 더하다는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그동안 짓눌렀던 진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했다.-조국 사태 386 부채의식 탈피, 청년세대 각성조국 사태는 청년세대들이 386 운동권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각성제가 됐다. 우리 사회를 옥죄던 진영논리에서 탈피할 수 있게 했다, 새로운 시대정신이 형성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권이 내세우는 공정과 정의는 냉소 대상으로 전락했다. 국민 저항운동이었던 ‘촛불 정신’마저 훼손시켰다. ‘조로남불’과 편법, 반칙이 판치고 부정과 부도덕을 우습게 아는 세상이 됐다. 후손들에게 정의와 도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조국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상아탑에서 일어났다. 3천여 명의 전·현직 교수들이 조국 임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대학생들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숙환(위선과 편법)으로 별세했다고 현 정권에 조종을 울렸다.하지만 잃은 것 못지않게 득이 많았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았고 애써 외면하던 진실을 깨달았다. 깨달음의 가치는 크다. 자식들에게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은 없다. 386은 가라.한말 외세 침략에 대응해 일어난 의병 운동과 빚 때문에 나라 망하게 둘 순 없다며 지역에서 일어난 국채 보상 운동은 국민들의 자각의 결과였다. 우리 민족은 고난과 위기에 강하다. 이번 한국인의 각성의 결과는 무엇일까.

‘추석민심’ 제대로 읽으셨나요

추석 전 한 달여 간 지속된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소동은 우리나라가 처한 혼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다수의 언론과 야권은 “조국 한사람의 허물이 이제까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모든 사람의 허물을 모은 것보다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결국엔 장관으로 임명됐다.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국민들의 허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할거면 청문회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한다.지역 민심에서는 분노가 느껴진다. 각종 모임과 SNS에서는 날선 말과 글이 여과없이 표출된다. “선량한 국민들 마음에 독기를 품게 하는 정치를 왜 하냐”는 원성이 이어진다.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대외관계, 남북관계 등 국정의 어느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다. 뿔을 고치려고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설익은 개혁이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형국이다.일부에서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이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분법을 통해 편가르기를 하는 좌파 정권의 진면목이 가감없이 드러났다는 것.현재 조 장관 임명자는 부인과 주변인물 등 여러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도 수십 곳에 걸쳐 이뤄졌다. 어떤 사실이 밝혀질지 전국민이 주시하고 있다.---조국 임명은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주변인물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인물을 장관에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해 이토록 국론이 분열된 적은 없다.대통령의 임명은 그 자체가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본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다름 없다. 법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이 ‘윤석열 검찰’의 의지다. 하지만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기 때문에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문제를 피해 갈 수 없게 됐다.만약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 현직 법무장관이 정식 수사를 받게 되면 국정기조가 흔들리게 된다. 임명의 당위성은 땅에 떨어지고 정권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뻔히 보이는 결과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책임 공방이 또 다시 불타오를 것이다.‘수사 결과 별 문제 없다’는 발표를 할 경우에도 문제는 불거진다. 믿어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조 장관 임명자는 취임 하루 뒤인 지난 10일 검찰 개혁작업을 추진하기위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에 관여할 때가 아니다. 개혁 관련 작업을 유보해야 한다. 또다른 오해와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이번 사태의 공정한 수사가 검찰개혁보다 우선 순위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사가 되지 않으면 검찰개혁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조 장관 임명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맨 격이다.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가 찬반 진영 서로를 비난하는 비생산적 형태로 분출될 것이다.---역사상 국민이 이렇게 갈라진 적은 없다우리 역사상 국민이 이렇게 갈라진 적이 있었던가. 국민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됐다. 물론 같은 사안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반합의 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모습은 아니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막장싸움이다. 국익은 뒷전이다. 급선무는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폐청산이고, 개혁이고 모두 공염불이다.많은 국민은 현재 우리나라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인지 확신을 하지 못한다. 국민에게 걱정을 주는 상황 뿐이다. 미래를 두려워 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맞아야 한다.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다.21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이 국가 정책을 포함한 모든 것을 선거라는 ‘괴물’을 통해 보는 시간이다. 선거와 연관지어 생각하면 전체이익과 동떨어진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우려스럽다.지난 주 정치인들은 추석 귀향활동을 했다. 민심을 충분히 읽었을 것이다. 오기와 편견, 밀어붙이기와 편가르기 정치가 제발 끝났으면 하는 것이 민심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 민심이다.

영남의 원림 칠곡 심원정, 보존 대책 시급

홍석봉 논설위원팔공산 남서쪽 자락인 경북 칠곡군 동명면 송림사 앞 계곡 한 쪽에 자리한 심원정(心遠亭)은 작은 원림(園林)이다. 송림사 일주문을 마주한 도로변의 숲과 건물에 가려져 있어 심원정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심원정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 기헌 조병선(1873∼1956) 선생이 만년에 이곳 주변을 다듬고 나무를 심어 조성했다. 심원정은 주변의 자연과 지형을 잘 살린 별서정원으로 조성돼 일제 강점기 때 선비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소가 됐다. 8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심원정은 전체 면적이 2천378㎡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지만 누정(樓亭)문화가 발달한 영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원림으로 꼽힌다. 비록 근대에 지은 정자지만 영남지방에서는 이만한 원림의 형태와 별서정원의 의미를 갖춘 곳이 없어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원림은 보길도의 세연정과 담양의 소쇄원 등이 있으나 영남지방에는 예천 초간정과 봉화 청암정, 영양 서석지를 제외하면 이렇다할만한 원림은 찾기 어렵다.-근대 조성된 원림, 세계기념물 감시 대상돼심원정의 이름은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 중에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면 사는 곳 또한 저절로 외딴 곳이 된다)’에서 따왔다.심원정은 경사지에 터를 닦아 정면 3칸과 측면 3칸의 T자형 건물을 세운 뒤 그 주변에 토석담을 둘러 정자를 조성했다. 정자 주변에 인공 연못과 숲도 만들었다.정자에는 이열당, 위류제, 정운루, 암수실 등 공간을 마련해 조병선 선생이 기거하고 손님들이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조병선은 인공으로 조성한 성석과 군자소, 동취병, 은폭, 천광교 등 11곳과 지주암, 서대, 동반, 은병 등 자연 지형 9곳에 이름을 붙이고 심원정 25영이라는 시를 지었다. 편액과 석비 등 25가지 유산도 전해진다.심원정은 근대에 조성된 원림이라는 특별한 가치와 함께 원림 곳곳에 조성된 인공물 등이 당시 유학자의 세계관 및 우주관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조병선은 오랜 기간 송림사에 시주하고 도덕암 중수기를 작성하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었다. 그래서 심원정은 유교와 불교의 공존 가치를 평가받기도 한다.이런 심원정이 퇴락하고 훼손되고 있다. 심원정 입구에는 현재 조병선의 손자인 조호현(58·기헌선생기념사업회 사무국장)씨가 거처하면서 관리하는 판넬 건물이 있고 바로 옆에 문을 닫은 식당 건물이 빛바랜 매매 안내문을 내건 채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다.-관리 소홀로 퇴락, 지자체서 매입해 정비해야식당 건물은 조씨의 어머니가 장사를 하던 곳으로 현재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있다. 이처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은 심원정이 무허가 건물인 때문이다. 토지가 조계종 산하인 송림사 소유로 돼 있는 탓이다. 심원정은 조병선이 당시 송림사 땅과 자신의 땅을 맞교환해 건립했지만 6·25 한국전쟁을 거치며 문서가 소실돼 이를 증명할 수 없게 됐다. 현재는 기헌선생기념사업회가 송림사에 임대료를 내고 심원정을 유지하고 있다. 토지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아 문화재 등록을 못 하고 있다. 문화재로 등록하려면 지상권을 인증받거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송림사측은 지상권 인증이나 매매는 조계종 본사와 합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한 발자국 물러 서 있다.기념사업회는 관리가 여의치 않자 지난 2015년 심원정을 문화유산 보호단체인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했다. 문화유산 보전활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인 세계기념물기금(WMF)은 한국 최초로 심원정을 2016년도 세계기념물감시 50곳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그만큼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다.최근 기념사업회는 심원정에서 인문학 강좌를 열고 고택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심원정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보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땅을 지자체서 매입해 문화재로 지정,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북도와 칠곡군이 내셔널트러스트, 송림사 등 관계자와 협의해 소유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심원정의 본 모습을 살리고 주변 경관도 정비해 관람객들이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공급식과 로컬푸드의 ‘접점 찾기’

로컬푸드. 우리 고장에서 생산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좋은 먹거리를 뜻한다. 통상 반경 50㎞를 기준으로 한다. ‘신토불이’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때 좋은 먹거리란 신선하고, 안전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생산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2012년 전북 완주에서 첫 선을 보인지 7년 넘게 지났다.현재 전국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229곳. 대구는 6곳, 경북은 9곳이 있다. 직거래 장터는 대구 20곳, 경북 30곳에 이른다.로컬푸드가 농촌을 되살리는 순기능을 가졌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로컬푸드 직매장의 이종철 대표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모두들 떠나는 통에 농촌이 사라진다고 야단들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농촌도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로컬푸드 활성화가 훌륭한 해법입니다.” 그는 영농 종사자 고령화, 규모 영세화, 이농 등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든 농촌문제를 로컬푸드가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돈벌이만 되면 젊은 사람 농촌 돌아와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는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서는 미래가 없으니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 농산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출하만 안정되면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온다. 이 대표의 확고한 믿음이다. 로컬푸드로 ‘지속 가능한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지난 2013년 문을 연 뒤 2014년 재개장한 문양역 직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94억5천만 원.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5%를 기록할 정도로 고성장을 이어왔다. 문양역 직매장은 납품 회원농가가 350여 곳에 이른다. 소비자 회원은 1만2천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구매실적이 있는 고객은 43만 명을 넘어섰다.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가 농산물의 수확, 포장, 가격결정, 매장 진열, 재고 관리 등을 직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그러나 모든 형태의 로컬푸드 사업이 순항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공급식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체급식이 주를 이루는 공공급식은 기획생산, 계약재배 등이 돼야 가능하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대구시는 지난해 친환경 로컬푸드를 학교급식 등에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공공급식센터를 건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예산은 300억 원 규모였다.현재 대구시교육청에 학교급식 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연간 300억 원 이상의 현금 대신 대구시가 현물을 구입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일괄구매로 친환경 로컬푸드를 싼값에 구입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대구 대규모 공공급식센터 진척 없어그러나 계획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300여 명의 학교 급식자재 공급업자들이 생존권 차원에서 격렬한 반대를 한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들이 단가 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고품질의 로컬푸드를 납품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대구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공공급식 특히 학교급식은 우수식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 현재와 같은 학교별 구입 시스템 하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판로가 막힐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의 우수 농산품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구조가 정착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은 이미 공공급식센터를 통한 식자재 공급이 사실상 전면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지역의 로컬푸드 생산농가는 소규모에 고령 농민이 절대 다수다. 공공급식센터가 설립되면 일정규모 이상의 농가나 전문 영농기업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먹거리의 유통과 안전성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로컬푸드 사업이 성큼 성큼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로컬푸드가 나아가는 것만큼 보완책도 마련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로컬푸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답은 나와있다.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차근차근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느리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정책은 없을까.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당, 아직도 정신 못차렸나

홍석봉/논설위원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혼미 상태다. 북한과 일본이 마구 흔들고 미국도 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안위와 경제 파탄은 뒷전인 채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의혹투성이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술 더 떠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깨트렸다.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북한은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펑펑 쏘아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민의 생명이 달렸는데도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아니면 괜찮단다. 사면초가다.이런 판국에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꼴이 말이 아니다. 무엇 하나 박수받을만한 게 없다. 사방에서 헛발질과 실수 연발인 더불어민주당에 카운터펀치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 되레 지지율은 안방을 내줬다. 최근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서는 탈이 났다.그나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금수저 행태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한국당에 반사이익은 없다. 지소미아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 때문이다.-한국당 텃밭 TK 민심이반은 중병 증표보수 텃밭 대구·경북의 민심 이반은 한국당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증표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반일 감정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영향을 미친 탓이 크다.지역 한국당의 하는 꼴은 더욱 가관이다. 점수를 따도 뭣한 판국에 점수를 되레 잃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오는 27일과 28일 차기 대구·경북시도당위원장 선출이 예정돼 있다. 시도당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지역사령관이다. 한국당은 차기 경북도당위원장에 리더십을 의심받는 최교일 의원(영주·문경·예천)을 추대했다. 대구시당위원장은 인적쇄신 대상자로 분류돼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한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두 의원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 의원은 해외출장 때 ‘스트립바’에 간 사실이 밝혀져 도덕성 논란에 휩쌓였고 공천한 영주 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정 의원은 차기 시당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예결특위 위원직까지 내던졌다.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못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내년 총선의 지역사령관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시도당위원장은 통상 공천심사위에 참여하며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를 쓰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유다.한국당의 장외투쟁도 눈총 받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은 이날 ‘살리자 대한민국! 문(文)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조국 사퇴 촉구가 주가 되고 문 정부 규탄은 곁가지가 됐다. 그나마 조 후보자가 집회 명분을 살렸다. 온갖 금수저 행태가 조국 보이콧 목표가 됐기 때문이다.황 대표의 복잡한 셈법이 깔려있는 장외투쟁은 당내외에서 비판받았다. 불안해진 황 대표의 당내 입지 강화 및 한국당의 지지율 반전 시도로 분석됐다. 국민들은 무능한 국정운영으로 정권을 빼앗긴 뒤에도 자기반성과 인적 청산 없이 도로 친박당이 돼버린 야당을 좋게 보지 않는다. 장외투쟁을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사용해서는 약발만 떨어진다. 장외투쟁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시·도당위원장 임명, 장외투쟁 등 헛발질24일 한국당의 광화문 집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자유 우파 정당이 총선에서 진 것은 분열 때문”이라며 “제가 죽기를 각오하고 (우파 통합에) 앞장서겠다”고 말한 점은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황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보수 통합에 앞장선다면 어렵긴 하겠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 한국당은 개혁적 보수와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 유승민, 안철수 등 바른미래당과 범보수층을 끌어안는 보수대통합은 필수적이다.지역의 콘크리트 지지층도 하나 둘 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거두는 모양새다. 떠나는 보수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어중간한 충격요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당과 지도부의 환골탈태 말고는 답이 없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속도 내야

옐로스톤(Yellowstone)은 1872년 지정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미국 서부 와이오밍 등 3개 주에 걸쳐 있다. 화산폭발로 이뤄진 고원지대에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 있어 다채로운 자연현상이 나타난다.한국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의 3배가 넘는 약 9천㎢의 광대한 면적에 황야와 협곡, 간헐천, 폭포, 기암괴석 등이 분포하고 있다. 옐로스톤이란 이름은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가 바위 표면을 노랗게 변색시켜 붙여졌다.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은 지리산이다. 1967년 지정됐다. 우리의 국립공원 관련 논의는 일제 치하인 1935년에 있었다. 금강산을 지정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불발에 그쳤다. 제1공화국 시절 남한산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 후 지리산이 지정된 1960년대 중반까지 뚜렷한 논의조차 없었다.---환경장관 “국립공원 지정 요건 충족”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총 22개소에 이른다. 산악형 18개소, 해상·해안형 3개소, 사적형 1개소 등이다.산악형은 가야산, 계룡산, 내장산, 덕유산, 무등산, 변산반도, 북한산, 설악산, 소백산, 속리산, 오대산, 월악산, 월출산, 주왕산, 지리산, 치악산, 태백산, 한라산 등이다. 해상·해안형은 다도해해상, 태안해안, 한려해상 등이다. 사적형은 경주다.최근 대구·경북의 명산인 팔공산이 국립공원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는 소식이 들려 지역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팔공산은 자연생태계 등이 우수해 국립공원 지정 기준을 중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 및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쳐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승격을 둘러싼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왔다.난개발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승격 논의가 10여 차례 있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재산권 행사와 관련한 불안감 때문에 토지소유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면서 무산되곤 했다. 반대에 대한 대응책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때문이었다.찬성하는 사람들은 “국립공원이 되면 우리지역 명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관리의 효율화와 자연보전 기능 강화 등을 든다. 이들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돼도 관리 주체가 국가로 바뀔 뿐 규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이에 반해 반대 측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지금만 해도 그린벨트, 공원구역, 상수도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제대로 재산권을 행사해 본 적이 없다. 국립공원 지정을 밀어붙인다면 생존권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팔공산은 행정구역상 대구 동구, 경북 경산시 와촌면, 영천시 신녕면·청통면, 군위군 부계면·산성면·효령면, 칠곡군 가산면·동명면 등 2개 광역시도, 5개 시군구, 8개 면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은 125.607㎢이며 대구가 28%, 경북이 72%를 점유하고 있다. 사유지는 78%에 이른다.-자연·인문자원 풍부…최고의 여건 갖춰팔공산은 수려한 자연자원과 함께 유서깊은 불교문화 유적 등이 산재해 있다.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 31점, 지방문화재는 90건에 이른다. 또 골짜기마다 전설과 설화가 서려있다. 스토리텔링화 해서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이다.국립공원 승격의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제는 반대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환경부 등 정부 당국과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척시켜야 한다.지난 201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광주 무등산도 지정 전 사유지가 80%에 이르러 난개발로 큰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1980년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난개발 방지와 국립공원 지정 등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국내 대표적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으로 평가되는 이 운동은 ‘무등산 1천 원 땅 한평 갖기 운동’으로 이어져 사유지 매입과 함께 기부를 받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광주가 어떻게 난제를 풀었는지 벤치마킹도 필요한 시점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기구한 운명

홍석봉/논설위원영화 ‘나랏말싸미’의 상영을 계기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의 숨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세종대왕이 당시 천한 신분의 스님 ‘신미’와 만나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성을 위해 나라의 글자를 만든다는 내용이다.한글 창제의 배경과 원리 및 사용법을 기록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간송미술관에 보관된 것이 유일본이었지만 2008년 경북 상주의 고서적 수집가 배익기씨가 다른 해례본을 공개하면서 해례본은 2개가 됐다. 배씨가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상주본이다. 상주본은 세상에 빛을 본 지 1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여정은 파란만장하다.배씨는 골동품상 조모씨와 소유권 분쟁을 벌였다. 조씨는 자신의 골동품 점에서 배씨가 훔쳐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끝에 법원은 원 소유자는 조씨라고 인정했다. 조씨는 얼마 뒤 상주본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이양한다는 말을 남기고 숨졌다.이후 문화재청은 배씨에게 상주본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배씨는 되레 국가의 강제 집행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냈다.법원은 지난달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확정 판결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배씨에게서 상주본을 강제 회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상주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강제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 압수수색 등 강제집행 시 자칫 훼손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개인 탐욕에 행방감춘 상주본, 회수 불투명상주본의 가치가 1조 원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배씨는 상주본을 반환할 생각은 않고 국가에 1천억 원의 보상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상주본의 회수 여부는 배씨 마음에 달렸다.배씨가 상주본의 소재를 밝히지 않으면서 훼손과 분실 등이 우려되고 있다. 상주본은 지난 2015년3월 배씨의 집에 발생한 불로 일부 훼손되기도 했다. 배씨는 이후 상주본을 자신만이 아는 곳에 보관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7년4월 불에 타 일부 훼손된 상주본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문화재청은 배씨를 달래기도 하고 강제집행 가능성도 열어놓고 회수 노력을 쏟고 있지만 배씨의 거액 보상 요구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배씨가 소재를 알려주지 않으면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배씨는 최근 상주본 반환 시 박물관 명예 관장 자리와 예우를 해주겠다는 정부 측 제안에도 콧방귀만 뀌고 있다. 그간 배씨의 언행으로 봐서 상주본을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배씨의 입만 쳐다보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문화재청은 반환 독촉을 하고 있다. 여차하면 배씨를 검찰에 문화재 은닉 및 훼손죄로 고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배씨는 여전히 ‘배째라’다. 국보급 보물이 한 고서적 수집가의 손아귀에서 빛을 잃고 있다. 국가의 공권력마저 법집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형편 없이 망가지고 있다.-재산 기울여 해례본 보호한 ‘간송’ 의기 돋보여훈민정음 해례본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 경북 안동의 한 서예가 집에서 세상에 첫 모습을 보였다. 간송 전형필은 해례본을 소장자에게 당시 기와집 열채 값인 1만 원의 거액을 주고 구입했다.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가면서도 자신의 품에 품고, 잘 때는 베개 속에 넣고 잘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간송은 전 재산을 기울여 일제에 의해 마구 유출되고 있는 문화재 보호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많은 문화재가 살아 남았다. 해례본은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다.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훈민정음 해례본은 이같이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유일본은 문화재 가치를 높이 산 간송에 의해 겨우 보존됐지만 다른 하나는 한 개인의 손에 운명이 간당간당한다.문화재청은 언제까지 배씨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을 건가. 강제집행을 해서라도 해례본을 찾아야 한다. 훼손 등의 경우 걸맞은 처벌을 해야 한다.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배씨는 국민적인 관심과 문화재의 가치를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곤란하다. 터무니없는 보상 고집만 피우다가는 국민적인 비난과 분노만 살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상주본의 원만한 국가 귀속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