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교회에 1천억 원대 소송

얼마 전 대구시가 신천지 대구교회를 상대로 1천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신천지 교회 측이 전파 장소가 됐을 가능성이 큰 교회 시설과 교인 명단을 고의로 누락한 데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대구의 경제적, 사회적 피해 규모는 추정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다. 또 그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 피해가 모두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그러나 대구 첫 확진자였던 그 교회 신자, 그리고 그 후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확산 과정에서 보였던 교회 측의 대응은 대구의 코로나 피해를 키우는 데 분명 그 책임이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따라서 시의 소송 제기는 응당한 조치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천지 대구교회에 끝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시민정서를 생각한다면 금전적 피해보상 외에 다른 어떤 제재라도 신천지 교회 측은 달게 받아야 할 판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안전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은 상상한 것들을 다 현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하고 있지만, 세상은 아직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것들에 의해 쉽게 구멍이 뚫리고 허물어질 수 있음을 지금 목격하고 있다.코로나19 위협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개인위생 수칙 준수가 전부인 현실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치료제도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 사태에서 감염병 확산과 방역이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그래서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신천지교회 집단감염 사태만 봐도 그들의 지나치게 비밀스러운 활동과 교인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주의 등 교인들의 행동이 당시 전염병 확산을 더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쓸데없는 가정이겠지만 그때 만약 신천지 교회와 신도들이 더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 대구 피해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코로나19가 위력을 떨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기심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의학적 대응법이 없는 이번 전염병 발생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개인위생 수칙 준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에 아랑곳없이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증상이 있는데도 여러 곳을 여행 다닌 사람이 있고, 확진 판정 이후 방역 당국의 이동경로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아예 거짓말을 한 이들도 많이 나왔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이 문제로 버스나 택시 기사들과 다투는 손님도 있다. ‘나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과 다름이 없다.이런 상황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변덕스러운 개인의 양심과 도덕심에만 맡겨 놓는 것을 우선해야 할까, 아니면 강제력이 있는 법, 제도라는 수단을 통해 통제, 관리해야 할까.최근 지역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6월 초 폭염 대책의 하나로 ‘양산 대여 사업’을 시작하고 3주가량이 지났는데 준비한 1천여 개 양산 가운데 분실된 것이 2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2015년과 2018년에도 ‘양심 우산 대여 사업’을 했는데, 그때는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준비한 우산의 절반 정도가 분실되거나 파손돼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고 한다.대구 도시철도의 전 역사에는 5월부터 ‘양심 마스크 무인판매대’가 설치돼 있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현금 1천 원을 놓고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서도 한 달여 동안 도난 사례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들의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근래 포스트 코로나란 말이 자주 쓰인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언택트 문화,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보편적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을 거란 예측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체험하고 있는 것 중, 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내가 조심해도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이다. 이 경험이 앞으로 공동체에 가져다줄 변화도 궁금하다.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시 ‘왜 이러나’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데다, 확진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구 코로나 피해가 너무 큰 탓에 다들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이런 말이 거의 습관적으로 나오는 듯하다.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가는 데 앞장서고 시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가야 할 지방정부인 대구시가 요사이 시민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를 여러 차례 보여 시민들의 질타가 많다. 공무원들의 생계자금 부정수급에다 수백 명을 한데 모으는 의료인 행사 추진, 간호사 수당 미지급, 300만 원 벌금형이 포함된 행정명령 발표까지, 근 한 달 새 지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굵직굵직한 일만 해도 여럿이다.물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가장 고생하고 헌신한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대구시를 비롯해 구·군의 공무원이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근래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 대구시가 그 책임을 내려놓을 순 없을 것이다.지난주에는 대구 공무원들의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 사건이 알려졌다. 그 내용이야 다 나왔으니 더 말할 게 없겠지만, 문제는 사건 이후 보인 대구시의 초기 대응이 영 미덥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차에 따라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시의 최초 입장 표명이었는데, 이게 듣기에 따라선 단순히 행정 착오나 개인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식의 변명조로 들려 시민들의 화를 더 돋우었다.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먼저 백배사죄하고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충분한 설명과 함께, 책임 소재를 찾아 응분의 조처를 하겠다는 정도의 태도를 처음부터 보였어야 했고, 그게 최소한 시민들에 대한 염치 있고, 상식적인 대응이 아니었는가 하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 대구시에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겠는가. 그나마 늦게라도 시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듯해 다행스럽긴 하다.비슷한 시기, 또 시민들에겐 코로나19 대응에 겨를이 없어야 할 지역 한 거점·전담병원 노동조합에서 내놓은 성명이 충격이었다. ‘대구시는 의료진 등 코로나19 대응 봉사자 500명을 동원해 격려 이벤트를 하려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라’는 게 그 내용이었다. 성명이 나온 전후 사정은 더 기가 막혔다. 시가 이달 하순 놀이공원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 계획을 세우고 병원에 공문을 보내 참석자 명단을 미리 통보해 달라고 한 것을 노조에서 ‘정신 차리라’고 시를 깨우치는 의미로 성명을 내게 된 것이라고 한다.결국 이 행사는 취소됐지만, 전염병이 여전한 상황에서 적잖은 예산을 들여 이런 행사를 추진한 시의 배짱과 무분별함, 그리고 안일한 사고방식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나온 시의 해명도 ‘한국관광공사가 제안해서 추진하게 됐다’는 책임 떠넘기기였다.예산 얘기가 이왕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짚는다. 대구시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전국에서 온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았다. 시는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중앙정부 예산지원으로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미숙한 행정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또 대구 간호사 수천 명이 아직 위험수당을 받지 못해 불만이 크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미지급 이유가 참 묘하다. 위험수당의 경우 타지역에서 온 간호사는 받을 수 있지만 대구에 있는 병원 간호사들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한 일은 똑같이 했는데 대구는 안 되고 다른 지역은 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행정이란 게 뭔가. 여러 이론이 있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내가 사는 공동체에서 그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행정과 그 기관에 기대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벌어진 일들은 시민의 기대와 신뢰에 큰 흠집을 낸 것이다. 대구시장을 비롯해 공직자들은 이를 단순히 일과성 사고로 볼 게 아니라 그런 일들이 왜 거푸 일어나게 됐는지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공직자에게 더 의지하고 기대치가 높아지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백번 잘해 놓고도 한두 번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는 게 세상사 이치가 아닌가./

/박준우 시시비비/ 시민의식 그리고 시민단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에겐 다소 낯선 찬사가 해외에서 들려왔다.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이 대한민국을 코로나 19 대응 모범국가로 주목하면서 그 배경에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던 것.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는 위안부피해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그게 충격이었던 건 폭로 대상이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시민활동가와 시민단체였다는 점에서도 그랬지만, 그 내용이 도저히 있어선 안 될 일이었기에 더더욱 시민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또 안타까운 건 그 시민활동가의 잘못된 처신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그가 몸담았던 시민단체라는 조직에서 어떻게 그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질 수 있었던가 하는 점이었다.이번 일로 인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민의식에, 또 시민단체 활동을 선의로만 봐 왔던 많은 이들의 믿음에 혹시라도 균열이나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시민운동이나 시민단체의 힘은 말할 것도 없이 시민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그 힘은 가깝게는 촛불혁명에서 경험했고, 또 그 이전에는 군사독재와 외세의 압력에 맞서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것을 역사에서 배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민의식은 자유민주주의의 버팀목이자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리라.얼마 전 위안부피해 할머니 한 분이 대구에서, 20년 넘게 위안부피해자 돕기 시민활동가로 일하다 21대 국회에 진출한 한 국회의원을 두고 여러 의혹을 폭로했다. 그 내용은 사실 여부를 떠나 듣기만 해도 기가 막히는 것들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돈만 모았다’ ‘후원·기부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았다’. 할머니의 폭로에 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애초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한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그 국회의원은 이 단체의 전 이사장이었다.당장 여론이 들끓었고 국회의원직 사퇴와 검찰수사 요구가 빗발쳤다. 동시에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수사를 통해 개인의 잘못은 죄가 밝혀지는 대로 그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관련된 문제들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고, 이참에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정의기억연대는 1980년대 후반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오던 37개 여성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한 단체가 그 모태가 됐다. 처음에는 피해자 지원 활동에 주력하다, 그 후 진상규명이나 교육 및 장학 사업, 기림과 국제연대 사업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활동 범위가 커짐에 따라 단체는 조직, 예산 등 여러 면에서 그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졌을 것인데, 문제는 외형적 성장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성격에 걸맞지 않게 조직이 관료화되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됐다고 한다.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와 그 활동가들을 보는 시각은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엇갈려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대가 없이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이 연대를 통해 공동체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은 것 같다.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시민단체 활동에 지지를 보내고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함 대신에 그 후원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측면에서 시민단체들은 정의연 사태를 가볍게 봐 넘길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다시 챙겨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투명하고 합리적인 내부 절차가 보장되고 있는지 더 살펴봐야 하고, 특히 세금을 지원받는 경우에는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시민의식으로 뭉쳐진 힘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수백 명씩 나올 당시, 대구에는 수많은 의료진이 전국에서 왔다. 꼭 와야 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도 감염병 현장을 찾은 그들은 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돌봤다.이런 모습들은 지역민들에게는 아직도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남아 있으며, 또 외신들은 이를 한국인의 놀라운 시민의식이라고 소개했다. 한 개인의 못난 행동 때문에 세계가 놀라워하는 시민의식, 시민운동이 손상되거나 위축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박준우 시시비비…거짓말과 숨기

코로나 사태가 5월 초 황금연휴 직후 터져 나온 이태원클럽발 집단감염 소식으로 다시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을 찾았던 잘못 때문인지 클럽 방문자 중 일부는 진단검사에도, 방역당국의 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게다가 확진된 일부 방문자의 경우 역학조사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이동경로를 숨겨 감염병 차단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진단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수천 명에 달한다니 그저 걱정스럽고 다만 운이 따라 큰 탈 없이 시간이 흘러가길 바랄 따름이다.이태원클럽 집단감염 과정에서 드러난 기막힌 일 중 하나가 확진판정을 받은 20대 학원강사의 ‘거짓말’이었다. 수학 강사인 그는 5월2일 새벽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을 찾았다가, 6일 출근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강의했다고 한다. 6일은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공개된 날이었다.9일 확진판정을 받은 그는 또 역학조사에서는 직업을 속이고 전염병 차단에 가장 중요한 이동경로를 거짓으로 진술했다. 그것도 나중에 경찰조사를 통해서 들통난 것이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이 그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과 그 학부모, 동료 강사 등 수십 명이 감염됐고, 게다가 그중 학생 두 명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한 사람의 거짓말이 교회 신도를 비롯해 1천700여 명이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사태를 부풀린 것이다.해당 지자체는 유사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그 학원강사를 고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이 이미 다 크게 벌어진 다음의 조치였다. 이 사건은 파장이 컸던 만큼 SNS나 온라인에서는 그의 개인 신상과 거짓말 이유 등을 두고 온갖 뒷얘기들이 떠돌기도 했다.거짓말과 관련한 재미있는 글을 본 게 있어 소개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세 부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거짓말을 만드는 부류로, 이들은 힘센 사람들이라서 원하는 목적을 얻으려는 방편으로 종종 거짓말을 이용한다. 둘째 부류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로, 이편저편을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거짓말을 용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참, 거짓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이태원클럽 집단감염에서는 또 성 소수자들의 ‘숨기’ 행동이 논란거리가 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클럽 중 몇몇 업소가 성 소수자들이 출입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또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보도가 나오자, SNS와 온라인에서는 그 업소와 성 소수자들을 비하하고 욕하는 이들과 다름을 비난해선 안 된다는 이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이를 의식한 듯 방역당국은 정례브리핑에서 “차별과 배제는 공동체 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결국 방역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또 익명 검사제를 도입해 이들의 진단검사를 유도했다.근래 사회, 경제 현상을 설명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이론 중에 ‘미니멈의 법칙’이란 게 있다. 아무리 단단하게 만든 쇠사슬이라도 결국 그 전체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는 설명으로 더 알려진 이론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약한 고리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생생하게 보고 있다. 한 사람의 일탈로, 공동체 모두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됐고, 또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모두에게, 결국 자신에게도 위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그뿐인가. 위기에 맞닥뜨린 경제 약자들의 삶을 그냥 내버려 두면, 그게 결국 공동체 전체의 위기로 이어져 그 피해는 모두가 함께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가라는 공동체의 약한 고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시련과 고통에서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박준우 시시비비…통합신공항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대구·경북 동반 발전과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 속에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올해 1월 말 주민투표를 통해 비안(의성)·소보(군위) 공동후보지를 이전지로 선정해 놓고도 그 이후 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코로나19 사태와 총선 등으로 모두 그동안 그쪽으로 눈 돌릴 여력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벌써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부터라도 대구시와 경북도는 신공항 후속조치 추진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바싹 묶어 매야 할 것이다.신공항 이전사업이 지지지진한 이유야 모두가 알다시피 일차적으론 군위군의 주민투표 결과 불복에 있다. 그런 만큼 지역민들은 그동안에라도 군위군의 입장에 변화가 있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다소 실망스럽다.얼마 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4월20일 있었던 경북지역 시장, 군수 영상회의에서 나온 김영만 군위군수의 발언을 올렸다. “어떻게 하면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훌륭한 공항이 만들어질까, 이것을 염려하는 것인데 시도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정말 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곳으로 하겠다.”곧바로 지역에서는 김 군수의 발언 중 ‘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곳’을 두고 분분한 해석이 나왔다. 군위군의 승복만 있으면 통합신공항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나온 이런저런 얘기를 종합해 보면 군위군의 기존 입장(군위 우보 단독후보지에 유치)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뿐이었다.지금 시점에서 신공항과 관련해 대구·경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공동체의 확고하고 일관된 실행 의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처럼 공항이전 자체에 대한 시비나 특정지역에 대한 비난으로 혼란이 생긴다면 코로나 사태와 총선으로 달라진 외부 환경과 맞물려 향후 신공항 이전사업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그런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의 책임과 역할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감나무 밑에 누워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식의 자세론 절대 안 된다. 두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군위, 의성 두 지역 간의 합의를 위한 설득 작업은 당연히 계속돼야 하고, 신공항 건설의 사실상 결정권을 쥔 국방부와 정부 쪽에도 더 강력하게 후속절차 진행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이 일은 지방정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다. 지역 정치권도 당연히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21대 총선 TK 당선자들은 앞장서서 공항 이전사업의 꼬인 실타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풀리고 이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최근 들리는 국방부의 분위기로는 일단 코로나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라야 공항 이전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데, 이는 올해 초에 밝힌 총선 이후 사업 추진 약속과는 거리가 있고 특히 코로나 사태 종료를 조건으로 한다면 연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질 가능성마저 있어 우려를 낳는다.총선 이후 정치권, 특히 부산·경남 쪽 정치권의 변화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동남권신공항 역할을 할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앞장섰던 부산시장의 사퇴가 표면적으론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긍정적 변수가 될 것 같지만, 김해공항 확장보다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내심 원하는 부산·경남 여론과 내년이면 본격화할 대선 국면을 생각해 본다면 기다리는 지금의 시간이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분석이다.코로나 사태가 통합신공항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도 있다. 신공항 건설에는 순수사업비 9조3천억 원에다 교통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보했다고 발표된 예산은 대구시와 국방부가 합의한 순수사업비 부분뿐이고, 대구~신공항 간 공항철도나 고속도로 예산 얘기는 들리지도 않는다.지난 4월24일에는 야권의 대권후보군 한 명인 홍준표 당선자와 경북지역 몇몇 당선자가 이철우 도지사를 따로 만난 자리에서 홍 당선자도, 다른 당선자들도 한결같이 신공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정말 주저주저하다간 대구·경북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지역민과 지역정치권, 지방정부 모두에게 특단의 각오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박준우 시시비비…TK 당선자들 앞에 놓인 과제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이 대구·경북에서는 싹쓸이에 성공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있긴 하지만 그야 어차피 복당을 다짐했으니 싹쓸이란 표현이 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민 입장에서 과연 통합당이 TK 사수에 성공했다고 기뻐만 할 수 있을까. 지금 대구·경북 상황을 봐도, 또 총선 결과 확인된 전국 민심과 곧 개원할 21대 국회의 구도를 보더라도 오히려 걱정과 염려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당장 대구·경북에는 난제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피해도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해야 하고 장기 침체에다 성장동력 부재로 힘들어하는 지역 산업계는 활로를 찾아야 한다. 여기다 도시 발전의 정체, 인구 감소 등 시급한 과제만 해도 차고 넘친다.그런데 총선 결과는 그나마 있던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 몇도 전멸하고 ‘우리 당’이라고 밀어주던 통합당은 영남권 외에선 참패해 당세마저 대폭 약화할 전망이다. 앞으로 지역예산 확보와 국책사업 추진 등에서 과연 지역 정치권에 정치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 돼버렸다.대구·경북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인적 피해야 겉으로 드러나기에 치료라도 할 수 있지만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직,간접 손실과 그로부터 파생하는 지역상권의 피해는 정확한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오죽하면 집단파산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매년 예산철만 되면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 따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고위직에 줄 닿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지역정치권의 대여, 대정부 교섭력도 기대한 만큼 뒷받침이 안 된다고 푸념한다.여기에 당장 지역정치권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 예산을 끌어와야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게 지역 현실임을 볼 때 지방정부를 위해 중앙정부와의 소통도 거들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든든한 지원세력도 돼 줄 것을 지역민들과 지방정부는 기대하고 있다.지금 전염병 사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6천억 원,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지역에 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재난지원금에 대해 너무 보수적 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한다.뭔 말이냐면 경기도가 전체 도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는데 어떻게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된 대구·경북에서 선별 지원을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어느 지역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결국 이걸 지역경제 살리는 마중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더 적극적인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물론 재난지원금이 지방정부의 재정 형편에 따라 편성됐기에 그렇겠지만, 특별재난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또 지역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지방정부와 협력해 중앙정부에 정치력을 발휘해야 했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시, 도의 대응에서 아쉬워하는 대목이다.이번 총선에서도 지역 정치권은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너나없이 마음 졸이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만도 아니고, 선거 때면 늘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왜 유독 대구·경북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암만 생각해도 뭔가 앞, 뒤가 바뀐 것 같다. 위기 때마다 당을 살렸고, 필요할 때는 힘을 몰아 준 곳이 대구·경북인데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늘 통합당에선 주변부이거나 지도부 눈치보기 신세를 못 벗어나고 있으니 말이다.TK 당선자들은 이제부터라도 통합당에서 지역의 기여분만큼이라도 제 몫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도 지역민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당 지도부에는 당연히 들어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역민들이 통합당에 보여준 정성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요구가 아니겠는가.그런 다음이라야 지역을 위해서도, 그리고 당선자 본인을 위해서도 긴요하게 쓰일 정치력을 TK 당선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통합당 전체 의석수는 적더라도, 해야 할 일을 못 하면 유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라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역민들이 언제까지고 실리에 눈감고, 애국심만으로 표를 줄 거라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다.

박준우 시시비비…영화 ‘기생충’과 국회의원 선거

두 달 전, 2월 9일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에, 그리고 그가 대구 출신이란 사실에 지역민들이 마치 내 일처럼 기뻐했던 게. 그런데 그때부터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염병이 대구·경북을 덮치면서 수천 명이 전염병에 걸렸고, 그로 인해 도시 전체가 사실상 전염병 패닉에 빠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더 지치고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다음 주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살면서 보통 사람이 관계할 일이 거의 없는 게 정치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정치가 최소한 평균 수준의 제 역할은 해 줘야 우리가 별 탈 없이 일상을 보낼 수 있기에 선거는 결코 외면해선 안 될 중대사임에 또한 틀림이 없다.봉준호 감독에게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권의 최고 권위 영화상을 여럿 안겨 준 영화 ‘기생충’은 영화적 재미도 재미지만, 그 내용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철저히 한국적 상황으로 설정해 놓은 빈부격차 문제였지만 세계인들이 여기에 공감한 점이 두드러졌다.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국세청의 ‘2018년 신고분 종합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소득이란 한 해 동안 발생한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등을 합산한 것인데, 2018년 신고분은 2019년 5월 말까지 신고된 소득으로 가장 최근의 과세 자료로 볼 수 있다.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 상위 10% 종합소득 평균 금액은 각각 1억7천96만 원과 1억4천484만 원으로, 하위 10%(대구 120만 원, 경북 127만 원)에 비해 대구가 142배, 경북이 113배 높았다. 특히 대구는 전국 시·도 중 격차 순으로 서울, 제주에 이어 세 번째였다.같은 자료에는 또 평균 근로소득 분석치도 나온다. 여기서도 상,하위 격차가 경북 46배(상위 10% 1억500만 원, 하위 10% 226만 원), 대구 42배(1억692만 원, 254만 원)로 조사됐다. 경북은 서울에 이어 전국 두 번째였다.사실 빈부 격차는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어느 시기, 장소든지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것도 한 사회 안에서뿐 아니라 국가 간, 기업 간, 그리고 같은 근로자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를 인간사의 부조리한 한 단면이라고 한다. 학자들 역시 빈부 격차의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잘 분석해 놓고도 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고 보기엔 그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 해소와 완화를 위해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한다.당장 우리 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 양상을 보이는 사례를 하나 보자. 경제 불평등 해소를 주요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내건 문재인 정권은 출범 초부터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론적 배경인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그 대표적 정책이다.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현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을 국가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집단이 성장해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이 과정에서 개인 소득은 당연히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친기업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하고, 법인세 인하나 기업 관련 각종 제도,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결은 조금 다르지만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어느 정도의 정부 개입에는 동의한다.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노동이니, 친기업이니’ 또는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 하며 이쪽저쪽을 오가는 정책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런데도 경제 불평등은 여전하고 심지어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정치의 목표가 국민 행복이라면 정권을 누가 가져가든 그 결과는 결국 같을 거라고 보는 게 맞는 생각일까. 4월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이날 기표소에 들어가면 내 생각을 대변해 줄 대표로 누군가를, 그리고 정치집단을 선택하게 된다. ‘내 삶의 한 부분으로서 정치는 어떠해야 할까’란 물음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준우의 시시비비…“안방 주인 노릇 제대로 한 번 하자”

정치권의 4·15총선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25개 지역구의 후보자 선정을 끝내면서 대진표가 완성됐고, 26~27일에는 후보자등록이 진행된다. 그러나 전염병이 휩쓸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역민들에겐 선거도, 정치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그렇더라도 우리는 또 정치 없이 살아갈 수 없기에 마뜩잖은 정치일지라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대구·경북에서 정치라면 보수정당인 통합당이 늘 관심 순위 최상위에 놓인다. 그래서 선거 때면 통합당 공천 결과를 놓고 시도민들은 평가를 하곤 한다. 그게 선거 과정에 반영될 거란 기대도, 그로 인해 정치가 달라질 거란 희망도 별로 품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그렇게 한다. 아마 다음번엔 좀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거로 생각한다.얼마 전 통합당의 TK 공천 결과가 발표된 후 SNS에는 ‘보수 중도정당에서 공천받는 법’이란 글이 한동안 떠돌았다. 거기에 나온 몇몇 글이다. ‘어려울 때 당을 지키지 말라. 탈당했다가 복당하는 게 더 대접받는다’ ‘보수정당에서 절대로 당협을 맡지 마라. 맡으면 종처럼 부리고 팽 당한다’ ‘보수는 민주주의보다도 기회주의가 살아남는다’ 등등.지역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라면 각 조건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바로 꼽을 정도로, 특정인을 흠집 내거나 편들려는 의도가 분명히 읽히는 글이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크게 틀린 말이 아니라면서 공감하는 걸 보면 통합당에서도 한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문제는 왜 이런 류의 글이 선거 때마다 돌아다니고 일부에서지만 공감을 얻게 되느냐는 것이다. 통합당의 TK 공천 결과가 이번에도 그 빌미를 제공했다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듯하다. 당장 지역에서는 ‘기원전(기준, 원칙도 없고 전횡만 있는) 공천’이니, ‘낙하산 공천’이니, ‘지역은 안중에도 없는 공천’이니 하는 말이 나왔고, 또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통합당 공천에서 TK에서는 현역 의원 중 6명이 탈락했다. 현재 이들 중 상당수는 무소속 출마를 고민 중인 걸로 알려지고, 또 이들이 힘을 합쳐 무소속연대를 결성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아무튼 통합당에 험한 지역정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그럼 이런 지역 분위기를 바라보는 통합당 지도부의 생각은 어떨까. 경험상 그 예측이 아주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는 늘 되풀이됐던 터라, 당으로서 관심을 가질 만한 거라곤 그들의 출마로 인해 혹시라도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지 않을까 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낙천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복당을 불허해야 한다는 공관위 측 주장 정도로 대응하는 모습이다.그러나 정작 답답해야 할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늘 지켜봐야 하는 지역민들이다. 언제까지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만 볼 것이며, 핑퐁 게임을 하듯 그들끼리 주고받는 금배지 아래 줄서기만 할 것이냔 말이다.이번에 공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면면을 봐도, 그들 역시 4년 전이나 그 전 선거에서 지금 자신들이 비판하고 있는 공천 잣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였다. 직전 총선 때도 박근혜키드 얘기가 있었고,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사천, 막천으로 지역이 난리 통을 겪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과 같은 통합당 공천 구조에 당사자로서, 또는 방관자로서 책임 있는 그들이 또 공천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부끄럼도, 염치도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변화의 주체가 되길 기대하는 건 암만 봐도 무리일 듯하다. 특히 깃대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TK를 생각하는 통합당에 이 지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기대하는 건 더 그럴 것 같다.믿고 맡겨만 놔선 안 된다면 이젠 지역민들이 정당이, 정치인들이 변화하도록,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내자. 낙하산 공천받은 자에게는 표 주지 말고, 지역민은 안중에 없거나 지역이 어려울 때 앞장서지 않은 이에게는 우리도 눈길 주지 말자. 통합당은 늘 TK에 대해 우리 안방이라고 하는데 언제 여기를 제대로 안방 대접해 준 적이 있었던가 묻는다.

박준우 시시비비…감염병에도 가짜뉴스라니

우리 사회에 가짜뉴스(fake news)가 얼마나 퍼졌으면 이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있다. 최근 한 교수가 발표한 가짜뉴스 유형을 다룬 글이 눈길을 끈다. 그는 가짜뉴스를 모두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허위정보, 오인정보, 거짓정보, 루머(유언비어), 패러디(풍자) 등이 그것인데,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허위정보와 거짓정보일 것이다. 이 둘은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이가 의도를 갖고 계산해서 전파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코로나19 감염병이 지금 대구·경북을 휩쓸고 있다. 지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환자만 수천 명에 이르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감염병 때문에 평온하던 일상이 무너져버렸다는 사실이다.그런데 이런 와중에, 더군다나 감염병 방역에 모두가 온 힘과 정성을 모으고 있는 이런 상황에 확인도 되지 않는 가짜뉴스가 쏟아져나와 힘들고 지친 시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니 기가 찰 일이다.최근 SNS를 통해 접한 것 중 그나마 약한(?) 것만 추려봐도 이렇다. ‘코로나19는 치료가 되어도 폐 손상이 심하다’ ‘올해 4월까지 2개 여행사를 제외한 국내 모든 여행사가 부도난다’ ‘대만 전문가의 10초 이상 숨참기 코로나19 진단법’ 등등. 언뜻 보면 단순한 정보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가만히 읽어보면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들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의도가 섞인 감염병 가짜뉴스도 적지 않다. ‘정세균 총리는 대구 와서 자리 옮길 때마다 옷 갈아입고 지퍼도 보좌관이 올려준다’ ‘(총리는) 밥도 대구 음식 못 먹고 서울서 배달해 먹는다’.가짜뉴스는 그 역사가 커뮤니케이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고 한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백제 무왕과 선화 공주의 러브스토리 탄생의 비화인 ‘서동요’ 얘기도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가짜뉴스였고,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에서 조선인대학살이라는 참극이 벌어진 배경에도 일본 내무성이 악의적으로 퍼트린 허위정보가 있었다는 것이다.그 옛날에도 가짜뉴스가 있었는데, 요즘은 누구나 인터넷과 SNS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최적화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가짜뉴스의 경향을 분석한 학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가짜뉴스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정치·경제적 이해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주로 이해집단 내에서만 공유되었다면 근래에는 그 전파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특히 최초 가짜뉴스가 여러 경로를 거치면서 스토리가 덧입혀져 2차, 3차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돼 그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종이 생기듯 가짜뉴스도 변종 가짜뉴스가 만들어져 전파되는 셈이다.얼마 전에는 SNS 등에서 국내외 톱스타들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 있는 ‘신천지 연예인 찌라시’가 급속히 퍼진 적이 있다. 이 가짜뉴스는 그러나 실명 노출 덕(?)에 외려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이름이 들어있던 한 여가수는 SNS에 ‘찌라시 조심하세요,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가짜뉴스가 워낙 넘쳐나다 보니 의외의 일도 벌어진다. 최근 감염병 사태로 신천지 교회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데 이 교회 총회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후에 벌어진 일이 참 묘했다. 회견 내용보다 그가 차고 나온 전직 대통령 이름이 찍힌 손목시계의 진위에 관심이 더 쏠린 것이다.감염병이 두려운 것은 그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래서 전파 경로를 알 수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짜뉴스 역시 바이러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 최초 생산자가 잘 드러나지 않고 그 전파가 시, 공간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가짜뉴스가 빠르게 전파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확정편향과 고정관념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꼽는다. 즉 자신의 이익과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정보라면 그 진위는 상관없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자신에게 이득인지 손해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냥 감정적으로, 분위기에 휩쓸려 가짜뉴스 전파자가 되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박준우 시시비비 - 힘내자 대구·경북

2월은 4일이 입춘이고 19일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쫙 펴고 이제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모두가 마음이 들뜨고 설렘도 있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다.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생각지도 않았고, 아니 딴 나라 얘기인 줄만 알았던 감염병,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덮치고 있다. 국내에서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어도 한참이나 청정지역을 유지했던 곳이 대구였는데…. 대구에서는 2월18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다. 그때부터 매일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지금 시민들은 걱정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낄 만큼 일상이 위축되고 있다.감염병은 시민들의 일상의 안녕뿐 아니라 지역경제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다. 조선 중기 때 형성됐다는 서문시장이 2월23일 개장 이래 처음으로 문을 닫았고, 평일, 주말 없이 늘 인파로 북적이던 동성로는 주말에도 인적이 끊겼다. 동네 상권은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식당이고, 커피숍이고, 시장이고 ‘코로나19 임시휴업’이라는 문구를 내건 점포가 수두룩하고 그나마 간간이 보이는 문 연 점포도 손님 대신 주인만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교통 혈맥인 달구벌대로는 차량이 급감했고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는 몇몇 손님만 태운 채 운행하고 있어 지금 대구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를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인구 250만 거대도시, 대구가 감염병 패닉에 빠져 일상도, 경제도 위축된 채 어느 때부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이다.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헤쳐나가겠지만 근근이 버티며 일상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감염병이 내몰고 있는 상황이 어느 순간 절망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힘든 가운데서도 시민들 사이에 지금의 위기를 서로 도와 이겨나가자는 자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서문시장의 한 건물주는 한 달 동안 점포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문자를 세입자 20여 명에게 보냈고, 청소·방역 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하루 10곳이 넘게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학원 등을 돌며 방역소독 무료봉사를 한다고 한다.또 최근 대구지역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음식점의 식재료 소진을 돕자’는 글이 올라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손님이 끊긴 음식점에 남은 많은 음식재료 때문에 애태우는 음식점 업주와 직원이 정보를 주면 이를 널리 알려 시민들이 SNS나 전화로 주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한 음식점 업주는 ‘마스크를 가져오면 식재료와 교환해 주고 이렇게 모은 마스크는 기부하겠다’는 뜻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물론 이런 상황이 되면 나타나기 마련인 사재기 현상도 일부에서는 있었다. 대구 확진자가 알려진 초기, 일부 슈퍼마켓의 식료품 코너에는 라면 쌀 달걀 만두 등이 동났고 대형마트나 약국에는 마스크나 손세정제가 품절됐다.그러나 이것은 대구에서 하루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계속 확인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었고, 그것도 많은 확진자의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이동경로와 접촉자가 파악되지 않는 등 초기의 관리와 통제에 허점이 드러나 시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이 커진 탓이었다.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감염병을 통제,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진자 확산 추세가 이른 시일 내에 꺾일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수단, 방법을 써야 할 것이고 지역민들도 손씻기, 마스크하기, 이동최소화 등 스스로 지켜야 할 것에 철저해야 할 것이다.감염병은 근래 들어 발생이 빈번하다. 2000년 이후만 해도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까지 주기는 빨라지고 감염자는 늘고, 또 전파의 범위와 속도는 빠르고 넓다. 그런데도 필요한 백신과 치료법은 그때그때 나오지 않고 있다.현실이 그렇다면 감염병 대처에는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대구·경북의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를 지역공동체의 힘과 지혜로 극복해내자. 요즘 자주 회자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이 진리임은 틀림이 없다.

정치권은 집 갖고 국민 우롱하지 마라

우리 사회에서 정부가 발표하는 집값 정책만큼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집이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더 많은 사회, 정치적 함의가 있음을 말해 주는 하나의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최근 한 언론에 발표된 부동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가 집이 우리 사회에서 사회, 경제적 계급을 나누는 주요 요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이들 중 20대와 30대에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89.7%, 84.8%나 나와, 젊은층에서 특히 집에 대해 사회, 정치적 의미 부여를 크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조사가 전체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진 않겠지만 왜 우리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그렇게 일희일비하는지 알 수 있는 단서는 될 수 있을 것이다.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최근 부동산정책을 놓고 연일 격돌하고 있다. 발단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달 거론한 주택거래허가제였다. 그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발언이 알려지자 자유한국당이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는 ‘사회주의적 부동산정책 바로 그 자체’라고 비판했고, 심재철 원내대표는 “엉터리 부동산정책으로 수도권 집값만 잔뜩 올려놓고, 말도 안 되는 발상이 터져 나왔다”고 성토했다.사회주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해찬 대표는 “허가제 자체는 강한 국가통제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에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정부는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원천봉쇄하는 ‘전세대출 규제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4·15 총선 주택공약’을 발표하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맞불을 놓았다.한국당의 주택공약 골자는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규제는 풀고 공급은 늘리는 부동산정책을 펴겠다며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19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정책을 내놨다. 목표는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고공 행진하는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조정대상지역 내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소득세 강화 △2주택 이상 보유자 종부세 중과 등으로, 집으로 돈 버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그런데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연일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이지만, 사실 그들도 집권(당시 새누리당) 시기 속시원한 부동산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2012년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국내 경제가 2013년, 2014년 연속 저성장을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 9월부터 LTV·DTI 완화, 재건축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분양권전매 제한 완화 등 공격적인 부동산정책을 추진했고, 이로 인해 부동산경기 부양에는 일단 성공했다.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그늘이 그만큼 커지고 있었다. 결국 급증한 가계부채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는 가계의 채무불이행과 금융 대출로 집을 산 집주인들의 깡통전세 대란 우려가 나돌았다. 그리고 그 근본 원인으로 박 정부의 부채주도 성장, 일명 초이노믹스가 지목됐다.두 정당의 부동산정책을 대비시켜 본 것은 물론 어느 정당의 것이 더 낫거나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게 가격이고 시장인데, 지금 정치권에서 보이는 자기들만이 옳다는 식의 주장은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세상이 보통의 국민 되기도 쉽지 않게 어려워지고 있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내놓는 정책들이 양극단으로 대립하면서, 판단과 선택에 있어 국민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하고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권의 이런 다름은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진영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많은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신도시 이야기

올해로 안동·예천 도청신도시는 경북도청 이전 4년째, 대구 신서혁신도시는 조성 7년째를 맞고 있지만 두 신도시가 애초 예상했던 만큼 인구 규모나 성장성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신도시의 경우 인구가 일정 규모 이상 돼야 인근 구도심이나 접경 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확장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현재 상황으로는 두 곳 모두 플러스 효과는 고사하고 자칫 지역경제에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신서혁신도시와 도청신도시의 당면한 문제는 결국 인구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자체 유효소비가 부족해 신도시 활성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는 이로 인해 기존 거주인구마저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실제로 2013년 조성 완료된 신서혁신도시의 경우 이 일대 건물에서 빈 상가를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공실이 는 건물 가격이 내려가 일부 건물주들은 대출금 상환독촉에 시달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세입 점포주들은 사정이 다소 나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당장 장사가 안돼 속을 끓인다고 한다.이런 일이 벌어지자 애초 신도시 계획 단계에서 인구 예측이 잘못된 탓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초 조성 당시 공공기관 종사자를 7천~8천 명 정도로 예측하고 상가 등을 조성해 놨는데 실제 입주한 이들 기관의 종사자 수가 다 합쳐봐야 3천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신서혁신도시에는 한국감정원 등 10개 기관의 직원 3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경북도청 이전을 위해 조성된 도청신도시 역시 상황이 신서혁신도시와 유사하다. 이곳에는 2015년 11월부터 이전을 시작해 2016년 3월 완료한 경북도청을 비롯해 경북도교육청(2016년 3월), 경북지방경찰청(2019년 7월) 등 주요 행정기관이 들어가 있다.그런데 이곳 역시 실거주 인구가 애초 예상과 달리 크게 적어 평일 점심때를 제외하곤 길거리에서 사람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 한다. 처음부터 행정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춰 조성된 탓에 병원 학교 등 실거주민을 위한 생활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또 애초 잘못된 인구 예측만 믿고 인구 유입책 마련에 소홀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도청신도시 인구 현황(2019년 9월 말 기준)을 보면 주민등록상 인구는 1만6천317명으로, 조성 당시 예상했던 1단계 목표인구 2만5천500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행정도시라는 특성상 주민등록 이전은 않고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 상주인구는 2만1천여 명 정도 된다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그러나 이마저도 인근 도시인 안동에서 40%, 예천에서 18% 정도 유입된 결과이고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타 시,도 유입인구는 22%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도청신도시가 조성되면 접경 도시들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애초 경북도의 예상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외려 인근 시,군에 인구 감소라는 예상 못 했던 걱정거리를 떠안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예천의 경우 도청신도시 조성 초기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있었지만, 행정기관 이전이 완료되자 부동산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갔고 원주민 가운데 소비 여력이 있는 주민들이 신도시 아파트단지로 이탈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물론 3년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앞으로 타지역 인구가 더 유입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지금 여건을 보면 이른 시일 내 상황이 반전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신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변화를 촉구한다.특정 목적을 위해 조성된 신도시가 성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지금이라도 신도시를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도시로 새로 조성한다는 변화된 밑그림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가령 시급한 인구 늘리기를 위해서는 일자리창출이 가능한 기업체를 유치하거나 공단 등을 조성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기존 거주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자급자족형 도시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연계교통망 확충은 두 신도시에 다 필요한 과제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묘수를 찾자

경제는 심리라고들 한다. 시장이 경제활동 주체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일 텐데 현재 들쭉날쭉한 집값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사실 지역경제는 얘기하는 것 자체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각종 지역경제 관련 지표가 희망적인 내용보단 침울한 것들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 어쩌다 이런 걱정까지 할 정도가 됐나 싶지만, 이게 지금 대구 경제의 현실이다.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대구·경북권 전문대, 대학, 일반대학원 졸업자 취업 및 진로 현황’(2018년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경북은 4년제 대졸 취업률이 6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였고, 대구는 57%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취업률은 64.1%였다.이 결과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번 취업률 조사가 건강보험과 국세 자료 등을 이용해 전국 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곧 지역 내 일자리 부족만을 저조한 취업률의 원인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지역 졸업생들의 취업경쟁력 약화가 조사 결과에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다.지방정부는 젊은층의 탈대구 현상을 막기 위해 양질의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당장 우수한 인력을 원하는 기업체를 대구에 유치해 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또 중장기적으론 지역공동체의 미래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현재 지역경제 실상은 정권 탓만 하면서, 정권 교체를 기다리기엔 분야별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 또 설령 앞으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미 경험해 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나아질 것도 없으리라 예상된다. 그래서 지금 시급한 것은 지방정부를 비롯해 모든 경제 주체들의 변화와 각성이다.지난해 12월 대구상의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동향 보고회’ 자료를 보면 대구의 경기 부진은 생산, 고용을 비롯해 대부분 지표에서 전국 동향보다 훨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대구는 제조업 상황을 알 수 있는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전국 평균 1.2% 감소)했고, 중소기업 가동률도 70.6%(전국 평균 73%)로 하위권이었다. 고용 역시 취업자 수가 122만6천 명(2019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2천 명 감소했다. 취업자를 세분화해서 보면 제조업이 9천 명, 도소매숙박업이 2만1천 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취업자 수는 33만1천 명 증가했다.전문가들은 대구의 대기업과 중국에의 과도한 의존도를 경제지표가 저조하게 나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자동차부품 수출의 경우 대구는 중국 비중이 15.1%를 차지했지만, 국내 전체로는 중국이 8.5%에 그쳤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중국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 러시아 등지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는 중국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된 형편이다. 지역 기업들의 수출선 다변화가 어려운 것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혹시라도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의 보수적 정치 성향이 기업활동에서도 나타난 것이라면 어쩌나 해서, 걱정스럽기도 하다.올해 최대 이벤트는 역시 국회의원 선거이다. 그런데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을 보는 지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한 것 같다. 그 결과가 아마 예측범위 안에 있을 것이기에 굳이 선거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내 한 표가 갖는 가치와 의미도 못 찾는 듯하다.그렇지만 지역경제 현실을 보면 이번 선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성이 있다. 지역에서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변화의 물꼬를 정치 쪽에서 먼저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정치와 경제는 따로따로 굴러갈 수 없다. 두 분야가 각기 그 역할을 온전히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 공동체에 활력이 돌 수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특정 정당이 정치를 독식하고 있는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정치에 온전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침체한 공동체와 경제에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건 또 정치인에게 최대치의 역량을 끌어내는 유권자의 묘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월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

정치인을 평할 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만큼 능력이나 자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이는데, 이런 양반들이 어째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모양, 하는 게 영 시원치 않다.”국회의원들로서는 듣기가 거북하겠지만 국민에게 비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정당 구조를 꼽는 정치학자들이 많이 있다.정치적 의견이나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정당인데, 그 정당이 파벌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민의의 중개라는 본연의 역할보단 줄서기나 눈치보기 행태가 당내에 일반화돼 있고, 거기다 정치적 출세를 우선시하는 정치인 개인의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같은 정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2020년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4월15일이 지나면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제21대 국회의원들의 면면이 결정된다. 선거법개정안을 놓고 연말 국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어쨌든 선거의 룰은 정해졌다. 3개월여 남은 선거일까지 각 정당의 의석수를 늘리기 행태가 볼 만할 것 같다.선거 때면 후보자가 쏟아져 나온다. 대개가 우국지심으로 의사당에 들어가려 하겠지만, 막상 국회에서 이들이 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여 국민은 정치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국회의원이 중요하고 좋은 자리란 건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것은 중요함을 말하는 것일 테고, 그럼 좋은 자리라는 건 왜 그럴까. 요즘처럼 돈이 대접받는 세태의 관점에서 보면 일단 금전적 혜택이 아주 많다.국회의원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200여 가지에 이르는 특권을 누린다고 한다. 우선 헌법상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란 ‘법 위의 지위’를 누리게 되고, 그리고 월 1천만 원이 넘는 기본급은 생활의 여유를 보장한다.여기다 매월 유류비, 차량 유지비, 각종 이동경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 의원사무실 운영비와 전화요금, 우편요금 등으로 또 수백만 원이 지원된다. 정책홍보나 정책자료 발간비 등은 무제한 지원 항목이고, 연간 수천만 원의 해외 시찰경비에다 철도 선박 항공기 등 국내 공공교통수단의 무료이용 혜택까지 모두 일일이 열거를 다 못할 정도로 많다.다 아는 걸 왜 또 얘기하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 있으면 선거일인데 국민 혈세를 이렇게 펑펑 쓰는 자리에 앉을 국회의원을 정말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꺼낸 얘기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을 잘 뽑을 수 있을까.선거철이면 지역마다 지역예산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어떤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는지 홍보하는 현수막을 보게 된다. 과연 이런 성과지표가 선택의 올바른 기준이 될까, 또 출마자가 내세우는 화려한 스펙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우리는 이미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선택한 정치인들로부터 배신당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기준으로 한번 선택해 보면 어떨까. 개인 대신 그가 속한 정당을 보고 선택해 보는 것이다. 물론 정당 역시 구조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하지만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이는 최선은 안 되더라도, 차선의 선택 기준은 될 수 있다고 많은 정치학자가 주장한다. 우리처럼 개인이 정당 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기에 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당이 그동안 보여온 정치가 과연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될 듯하다.물론 이 방법이 모든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정당이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공천해 당선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당이 공천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판별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춰놨느냐는 것인데, 이게 또한 국민 신뢰를 얻기엔 많이 미흡한 현실임을 경험상 알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게 옳다고 한다. 대신 이로 인해 나타날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대비해 두면 될 것이다. 만약 정당의 잘못된 검증으로 부적격자가 당선된다면 유권자가 직접 다시 심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 국회의원소환제가 될 수 있다.

공론화와 이해충돌

결국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선거제개편안과 검찰개혁안을 놓고 한껏 힘겨루기를 벌여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얘기다. 민생경제 관련 법안 처리가 기대됐던 마지막 정기국회였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에 민주당이 보이콧으로 맞서면서 법안 처리 역시 무산됐다. 여론은 즉각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치권에는 별무효과인 것 같다.우리 사회가 이해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에서부터 지자체, 하다못해 동네일 처리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중도에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쉬이 볼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민주주의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가 자유롭게 표출되면서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주장만 난무하지 도대체가 합의할 줄 모르는 난장판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처럼 다양하고 엇갈린 주장을 자주 접하게 되는 세상이 되면서 우리 사회가 이를 적절하게 조정, 합의해 나가는 기술을 차근차근 배워가며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자주 듣게 되는 ‘공론화(公論化) 과정’이란 말 역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여러 방법의 하나다.최근 대구·경북에서는 지역의 미래가 걸렸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고 그 영향력과 파급력도 큰 문제들이 힘들지만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통합신공항과 대구신청사 이전 문제가 그렇다. 아직 최종 결정까지 남은 절차가 있지만, 어쨌든 그동안의 진행 과정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두 문제는 처음 의제로 제시되자마자 다수의 이해관계가 걸렸던 만큼 여러 주장이 펼쳐졌다. 지역발전 기대감에다 그와 관련된 경제적 득실 계산까지 겹쳐지면서 저마다 유치 당위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절충점으로 수렴될 기미는커녕 대결 양상으로까지 갈등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가 됐다.결국 통합신공항 문제는 국방부의 공론화 과정 제안으로 갈등 수습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제안에 따라 먼저 전문가집단의 ‘시민의견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여기서 공론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시민참여단 구성안을 마련한 것. 무작위 표본추출과 개별면접 방식으로 뽑힌 시민참여단은 첨예하게 맞선 쟁점을 다루는 데 있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됐다.또 현재 대구 시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구시신청사 입지 결정도 공론화가 실타래를 풀어가는 해법이 됐다. 신청사 유치전은 처음부터 4개 구,군이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지역대결 구도가 형성됐고, 이후 상대 흠집 내기와 온갖 악의적 설(說)까지 쏟아지면서 결정 이후의 후유증마저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쟁이 과열됐다.이 같은 갈등, 대립 상황에서 중립기구로 공론회위원회가 구성됐고, 여기에서 결정의 공정성을 뒷받침하게 될 시민참여단의 구성 방법과 숙의형 민주평가 방식이라는 공론화 과정을 결정했다. 이제 시민참여단은 12월20일부터 2박 3일간 합숙하며 신청사 입지를 결정하게 된다.사실 공론화니, 공론화 과정이니 하는 말이 우리에게 전연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 논란이 됐던 탈원전 문제 처리 과정에서 이를 지켜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 정권은 2017년 집권 이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그러자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이에 맞서 당시 정부가 들고나온 것이 공론화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공사가 재개돼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지만 국민 뜻을 따랐다는 명분은 세울 수 있었기에 별 손해 없는 선택이었던 것.합의의 기술은 근래 모든 분야에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민주적 절차라는 방식이 생활 속에 더 많이, 깊이 들어오게 될수록 더욱 그럴 것으로 예견된다. 그만큼 이해 충돌과 갈등 요소가 많은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협상과 합의의 기술, 즉 공론화에 대해 우리가 언제 배운 적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국민들은 토론하고, 타협하는 사회적 합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는,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