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한부각’…원재료의 맛 그대로 살린 바삭바삭 전통부각, 한국 넘어 세계인을 사로잡다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한 예능방송에서 ‘김부각’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김부각 업체에 주문이 쏟아졌다. 2030세대들에게 부각의 참맛을 각인시켰다.우리가 전통식품인 ‘부각’을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삼국사기’를 보면 신문왕이 왕비를 맞이할 때 폐백품목에 여러 가지 음식과 기름이 들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같은 사실을 볼 때 부각과 같은 튀김음식은 신라시대부터 만들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1766년 유중림(柳重臨)이 엮은 ‘증보산림경제’에는 부각과 비슷한 ‘튀각’이 등장한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부각은 우리 식생활 가까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치유와 힐링의 명소로 각광받는 소백산 아래에서 추경희(48)와 정의도(49) 공동대표가 전통식품인 부각을 만들고 있다.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농한 부부는 고추와 호박 등 지역 농산물로 부각을 만들어 연간 2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다. 농장이름도 소백산의 큰 그늘 아래에서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소백산 아래’로 하고, 제품 브랜드로 ‘한 부각’을 쓴다.◆ 귀농은 부부의 로망부부는 영주가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추 대표는 유명 보험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했고, 정 대표는 오파상에서 영업과 무역업무에 종사했다. 고향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영향으로 언제나 정 대표의 가슴 한 구석에 고향이 담겨 있었다.결혼을 하면 고향 영주로 내려가자고 약속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한 달에 한번은 영주를 찾았다. 죽령(689m)은 높았지만 언제나 웃으면서 넘었다. 약속대로 결혼 이후 부부는 영주로 돌아왔다.국제통화기금(IMF)으로 경제사정이 어렵던 시절이라 주변에서는 의아해 했다. ‘왜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영주에서는 피자식당을 열었다. 음식 솜씨가 좋은 추 대표 덕분인지, 마케팅 기술이 뛰어난 정 대표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호황을 누렸다. 너무 바빴다. 주말에도 쉬지 못했고, 가족 모임에도 참석하기 어려웠다. 가족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10년이 넘어서면서 피로감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가족과 주말의 여유가 있는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삶을 살고 싶었다. 그동안 수없이 꿈꿔오던 귀농을 결심했다. 마침 정 대표의 집안에서 고추부각을 만들고 있어 이를 이용해 부각사업에 자연스럽게 뛰어들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개발을 통해 2014년 현대식 식품가공공장을 짓고 2015년 완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엄마의 손맛부각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추 대표는 손맛이 야무지다. 무슨 음식이라도 재료만 주어지면 척척 만들어 낸다. 이런 솜씨는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친정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남달랐다. 한 가지 재료만 있어도 수많은 음식을 만들었다.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솜씨였다. 그 솜씨가 딸에게로 내림으로 이어졌다. 부각을 시작하면서 그 솜씨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부각을 지켜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머니의 부각을 그대로 만들고 싶었다. 원재료의 맛과 풍미를 유지하면서 바삭한 맛을 내는 것이 부각의 생명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주변에서는 ‘모전여전’이라고 한다. 추 대표도 자신이 만든 부각을 ‘엄마의 부각’이라고 부른다.◆ 남편은 마케팅의 베테랑추 대표가 부각을 만들면 판매는 정 대표의 몫이다. 부부간이지만 업무영역은 분명하다. 정 대표는 마케팅의 베테랑이다. 오파상에서 해외무역과 국내영업을 하면서 익힌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부각 판매와 연계한 것이다.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매로 연결하는 전략이 주효했다.해외 수출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많은 사람이 해외시장 개척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수출시장 개척의 시작점은 식품박람회 등 각종 행사장이다. 시식행사를 하면서 식품 바이어를 집중 공략했다. 바이어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어느 박람회든 기회만 생기면 달려간다. 지난해에는 4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25%가 수출이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5년부터 미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수출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시장을 개척했다.◆천의 얼굴을 가진 부각부각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밥상에 오르면 반찬이 되고 찻상에 오르면 다식이 된다. 술상에 오르면 안주가 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가정에서 가장 손쉽게 만드는 고추에서부터 호박과 당근, 참죽 등 다양한 재료가 쓰인다. 재료도 많고 맛도 좋지만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원재료의 맛을 살리고 바삭한 맛이 나게 하는 것이 생명이다. 튀김옷이 얇으면 바삭하지만 튀길 때 쉽게 타고, 두껍으면 딱딱해져 식감이 떨어진다. 너무 묽어도 안 되고 물기가 적어도 안 된다. 튀김옷은 골고루 입혀 원재료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추 대표는 이런 까다로운 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튀김옷을 반죽이 아닌 ‘파우더’ 방식을 사용한다. 물론 튀기는 과정이 훨씬 까다로워져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한부각’은 고추와 당근, 우엉, 호박, 감자, 김 등 6개의 제품으로 생산한다.◆좋은 재료와 숙성기술이 부각 맛 좌우무슨 음식이던지 원재료가 좋아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한부각’은 지역 농산물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인근의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원료를 공급 받는다. 처음에는 고추나 호박 등을 직접 재배해 사용했으나 일손 부족으로 가공에 집중하기 어려워 계약재배로 전환했다.부각은 원재료의 세척과 탈수, 절단과정을 거친 후에 튀김옷을 입히고 증기로 찐다. 이걸 건조시킨 것이 건조부각이다. 여기까지는 모든 부각이 같다. ‘한부각’에서는 건조부각을 오랜 시간 숙성시킨다. 숙성시간은 비공개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튀겨서 배송한다. 맛과 기능성을 높이기 위해 ‘함초소금’을 사용하고 설탕 대신에 원당을 쓴다. 보존료나 착색료와 같은 화학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한부각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시행착오로 버린 부각이 몇 트럭처음부터 맛있는 부각이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기술을 전수 받았으나 대량 생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자가 소비용과 판매용은 많이 달랐다. 처음 시작할 때 주변의 시선도 싸늘했다.‘그 흔한 부각을 누가 사먹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반제품인 건조부각까지는 쉬웠으나 완제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튀기는 과정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검게 타거나 돌처럼 딱딱해 판매할 수가 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버린 부각이 한두 트럭이 아니다. 뒷마당에는 폐기된 부각이 수북했다. 모두 소각했다. 부각을 만드는 보편적인 기술은 있었으나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을 쌓지 못한 결과였다. 이런 고난의 통과의례를 겪으면서 오늘의 ‘한부각’이 만들어졌다.◆전통식품 홍보관 건립이 꿈아직까지 전통적인 방식에 의해 생산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에는 한계가 있다. 자동화를 통해 생산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생산량을 늘리는 규모의 경제화를 도모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다음 과제로는 전통식품 홍보관을 건립해 청소년들에게 전통식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페스트 푸드에 빼앗긴 입맛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많은 전통식품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다. 추대표가 영주지역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식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강의를 나가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맛을 가지고 있는 전통 식품인 ‘부각’ 만들기에 주력하는 부부의 노력을 볼 때 그 꿈은 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농장명: 소백산 아래▲브랜드 : 한(韓)부각▲농장주: 추경희·정의도 (2017 강소농)▲구입문의: 010-3484-2484, 054-633-2488▲홈페이지: http://www.hanbugak.kr▲소재지: 영주시 단산면 동원로 402-23▲이메일: hanbugak@naver.com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자연이 싹 틔우는 산양산삼 잔뿌리 끝까지 옹골찬 푸른 숲 맑은 공기의 기운

사계절의 기후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는 모두 훌륭한 약초다. 이 중에서 으뜸은 무엇일까? 아마도 산삼일 것이다. 산삼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어린 아들을 삶아 먹여야 한다”는 스님의 말에 눈물을 머금고 아들 삶은 물을 드려 어머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이야기.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대문으로 걸어들어 오는 아들을 보고 놀란 부부가 솥 뚜껑을 열어보니 그 속에 커다란 산삼 한 뿌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효(孝)를 강조하던 시대상을 반영한 이야기다. 가까이는 1980년대에 강원도의 한 심마니가 돌아가신 할머니 꿈을 꾼 후, 650년 된 천종삼을 캐 모 재벌 회장에게 7천800만 원에 팔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당시 서울 은마아파트 34평형 분양가가 2천35만 원이었으니,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산삼이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은 그만큼 귀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무분별한 산삼 채취로 진짜 산삼을 찾기가 어렵다. 근래에는 산삼을 산에서 재배한 ‘산양산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문경의 깊은 산속에서 산양산삼을 비롯해 황기와 감초, 더덕 등 약초를 재배하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는 강소농이 있다. ‘자연에 맡기는 삶’ 농장 대표 이성호(66) 대표와 부인 이혜숙(63)씨다. 이 대표는 6만여 ㎡의 산속에서 산양산삼을 키우고, 1천300여 ㎡의 시설에서 황기와 감초·더덕 등 약용식물을 키워서 연간 4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자연이 있는 삶을 선택한 자연인이 대표는 직업 군인이었다. 40년 간 군에서 복무했다. 전역후 산에서 인생 2모작의 삶을 살고 있다. “군대에서 낙하훈련을 하다가 우연하게 편백나무 숲에 내렸어요. 그때 쭉쭉 뻗은 편백나무의 아름다움에 취했어요. 그후 산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이 대표는 15년 동안 귀농 준비를 했다. 제대 후 연금에 의지해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길을 찾고 평생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오랜 준비과정에서 산나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산양산삼’이었다. 2007년 본격적인 귀농작업에 들어갔다. 일 년 동안 한약진흥재단에서 시행하는 한약관련 교육을 받는 등 착실한 귀농 준비를 했다. 그렇다고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귀농 초기 1kg에 15만 원 정도인 산양산삼 종자를 200만 원에 구입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산양산삼에 대한 환상에 빠져 사기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초창기의 어려움은 극복했고, 매일 푸른 숲과 맑은 공기와 마주하면서 살아 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 귀농에 성공했다고 스스로 믿는 ‘자연인’이 됐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느릿느릿 살아가는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는 중이다.‘자연에 맡기는 삶’이란 농장이름도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이 대표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쉽고도 어려운 산양산삼 재배산삼을 재배하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쉽게 생각하면 산에 씨앗을 뿌려두면 산이 싹을 틔우고 산이 키운다. 그러나 다른 작물보다 생육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무엇보다도 환경조건이 맞아야 한다. 토심이 깊고 적당한 경사로 물 빠짐이 좋아야 한다. 숲도 적당하게 우거져 그늘이 80%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반음지식물이라 능선보다는 북향의 골짜기가 좋고 통풍이 잘되는 곳이라야 한다. 산삼 씨앗을 파종하면서 이 대표는 꼭 지키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씨앗은 반드시 3알씩 줄파를 하거나 점파를 한다. 한 알은 사람이 먹고, 다른 한 알은 산짐승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나머지 한 알은 싹이 나지 않거나 자라다가 죽더라도 땅에 돌려준다는 의미다. ◆임업계의 아이디어뱅크산삼의 효능이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누구나 산삼을 몇 뿌리 먹고 무병장수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진짜 산삼은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산양산삼’이다. 면역력을 높이고 혈액순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자연의 산물이라 쉽게 생산하기가 쉽지않다. 이성호 대표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산삼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새싹 산양산삼이다. 산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산양산삼의 묘삼을 채취해 작은 화분이나 바구니, 스티로폼 상자 등에 심어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가정에서 50일 정도만 키우면 뿌리부터 잎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대표는 “임산물 중에서 부가가치가 높다고 하는 산양산삼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도시농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아파트식 산약초 재배이 대표는 “국토의 64%인 산에는 무한한 경제적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잘만 이용하면 환경도 지키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요즘 아파트형 산약초 재배에 도전하고 있다. 길이 60cm에 어른 팔뚝 굵기의 조립식 플라스틱 원통에 상토와 친환경 유기농 비료를 채워 넣고 재배한다.330㎡에 1만6천 개의 원통을 배치할 수 있다. 노지재배와 비교할 때 6천㎡와 맞먹는 면적이다. 토지면적을 노지재배의 5.5%수준으로 크게 줄인 집약형 재배다. 이것을 도시농업에 적용할 경우 건물 옥상에서 약초인 황기나 감초를 재배할 수 있다. 55㎡(16평) 정도의 옥상에 재배할 경우, 1천㎡(300평)의 밭에 황기를 재배하는 것과 같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무엇보다도 작은 면적에서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 또한 도시농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산채수 개발로 새로운 시장 개척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국물문화’다. 밥상에 된장국에서부터 쇠고기 국까지 국물이 빠지는 법이 없다. 그 국물의 기본은 육수(肉水)다. 쇠고기는 물론이고 멸치와 명태까지 넣어 다양한 육수를 우려낸다. 이 대표가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는 식물성 육수다. 산과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을 활용해 식물성 육수인 ‘산채수(山菜水)’를 만든다. 현재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과 함께 상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산채수’는 식물성이라 시원한 맛을 낸다. 산채수로 고기를 삶으면 비린내가 없어져 고기의 맛이 한층 더 좋아진다. 산채수를 활용한 미세먼지 드링크도 개발 중이다. ◆임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꿈귀농 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일을 겪었다. 사기꾼에게 속아 15만 원하는 산삼 씨앗을 200만 원에 구입하기도 했고, 수확을 앞두고 세 번이나 도난을 당했다. 도둑은 밤중에 산 뒤편으로 넘어와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산삼을 훔쳐갔다. 가격으로 따지자면 8천만 원이 넘는다. 도둑맞은 것도 아깝지만, 애써 가꿔놓은 삼밭은 마구 짓밟아 놓아 어린 산삼들이 망가진 것이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이 대표가 키운 산양산삼의 품질을 믿고 찾아주는 고객들을 보면서 헝클어진 마음을 다잡는다. 소문을 듣거나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는 대부분 직거래로 판매한다. 단골 고객만 대략 25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산림조합으로부터 ‘임업인상’을 수상했다. 요즘 임업관련 강사로 활동하는 것도 청년들에게 임업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길이다. 임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젊은 청년들이 많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성호 대표는 “산을 사랑하고 활용할 계획만 있다면, 그동안의 경험과 축적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겠다”고 밝힌다. 그는 임업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산양산삼과 더덕, 잔대 등 산약초를 활용한 체험장을 만들고 6차산업화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농장명: 자연에 맡기는 삶▲농장주: 이성호·이혜숙 (2016 강소농)▲구입문의: 010-3807-6113▲블로그: https://blog.naver.com/cg5227▲소재지: 문경시 산북면 가곡길 26▲이메일: cg5227@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친환경 유기농 농법의 전문가 부부 탄생, 알알이 꽉 찬 건강 만점 포도 키운다

60~70년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도시로 떠날 때, 정든 고향 땅을 떠나는 어른들의 무거운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기쁨에 들떠 있었다. 그 아이들은 화려한 도시생활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지만, 바로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치열한 경쟁세대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경제 기틀을 세우는 주역이 됐다. 그들이 ‘베이비부머’ 세대다. 반세기가 지나면서 이젠 이들의 귀농행렬이 이어진다. 지난해 귀농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이 이젠 현직에서 물러 난 은퇴한 ‘베이비부머’, 역전의 용사들이다. 경산시에서 친환경 유기농으로 포도와 대추를 재배하는 지심농원의 김석광(63)·김재경(60) 공동대표도 이같은 유형의 귀농인이다. 부부는 올해 귀농 10년차를 맞으면서 3천㎡의 포도와 2천㎡의 대추를 재배해 연간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이들 부부의 농촌 정착기와 성공비결을 들어본다. ◆‘농맹 부부’의 귀농이야기부부는 대구에서 생활하며 농촌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김석광 대표는 오퍼상을 했었고, 아내인 김재경 대표는 전업주부였다. 김 대표가 평생 일해 온 오퍼상을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되면서 귀농을 희망하는 남편과 반대하는 아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부부가 의견을 좁히는 데 무려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편은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끝없이 아내를 설득했고, 마침내 아내가 동의했다. 참으로 힘들게 내린 ‘귀농 결정’ 이었다. 경산에 귀농하기로 결정하면서 농사짓는 친구가 “3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니 나중에 팔기 쉬운 땅이어야 한다”면서 마을 앞 포도밭을 소개했다. 부부는 그렇게 시작한 포도농사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3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친구의 예상은 빗나갔다. ‘가장 쉬운 농사’라는 말만 듣고 대추농사도 시작했다. 농업의 농(農)자도 모르던 부부는 그렇게 해서 농촌에 정착했고, 이제는 어엿한 ‘친환경 유기농 농법’ 전문가로 주변에서 알아주는 농부로 변신했다. ◆초보농부의 좌충우돌 정착기부부는 자신들을 ‘귀농’ 보다는 ‘입농’이라고 말한다. 농업을 전혀 모르고 농촌에 들어왔으니, 입농(入農)이라는 것이다. 첫 해는 호미로 풀만 뽑았다. 과수원에는 풀이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알았다. 뽑은 풀을 처리하는 방법조차도, 제초매트 피복이란 것도 몰랐다. 경산농업기술센터의 귀농·귀촌인 교육에서 ‘초생재배’에 대해 배웠다. 포도나무와 풀을 함께 키우는 재배법이 신기했다. 농약을 치는 것 보다는 쉽겠다는 생각에 ‘초생재배’를 시작했으나, 여름철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풀을 보면 겁이 났다. 서투른 초보농부에게는 초생재배법이 고역이었다. 대추아카데미 교육에서 ‘녹비작물’을 권했다. 호밀과 헤어리베치를 심으면 5월말 쯤 풀을 한번 만 베면 된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베낸 풀이 썩으면 퇴비가 되니 별도로 비료를 뿌리지 않아도 돼 일거양득 이었다. 그렇게 초보농군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녹비작물을 심는 초생재배 농사를 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농약 재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농약을 뿌린 날이면 현기증이 나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았다. 민감 체질의 피부가 말썽을 부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무농약 재배’로 전환했다.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생산하자’는 부부의 의견이 일치한 결과다. ◆2무(無)의 친환경 유기농재배‘지심농원’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없다. 나무의 생장에 반드시 필요한 질소질은 화학비료가 아니라, 자연에서 나오는 것을 쓴다. 호밀과 헤어리베치를 녹비작물로 재배해 질소질을 공급한다. 생선 부산물로 아미노산 액비를 만들어 토양에 공급한다. 아미노산 액비는 생선대가리와 내장, 뼈에 EM(유용미생물)을 넣어서 1년 이상 발효시키면 비린내가 없어지고 잘 숙성된 젓갈 맛이 난다. 아래쪽에 고인 맑은 액은 좋은 천연 비료가 된다. 병충해 방제는 제충국이나 부자(附子), 고삼(苦蔘) 등 ‘천연살충식물’을 사용한다. 돼지감자와 은행열매로 해충 기피제를 만든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고 모양도 떨어진다. 대신에 경도가 높아 과육이 단단하고 보존기간이 길다. 그 과일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다. 어쩌면 단맛만을 좋아하는 요즘 입맛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로 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계속 늘고 있다. 남들은 ‘친환경재배의 표본’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아직은 완전한 친환경 유기농재배에는 도달하지 못한 ‘유기농 전환기’ 라고 겸손해 한다. ◆농장이름 ‘지심농원’많은 사람들이 농장 이름 ‘지심’에 대해 궁금해 한다. 농장이름은 김재경 대표가 일주일간 고민한 끝에 지었다. 홍보를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농장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심’은 김(논밭에 나는 잡풀)의 경상도 사투리다. 즉, 지심은 ‘잡초’를 의미한다. 포도와 풀이 함께 자라는 친환경 유기농 과수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름이면 포도과수원은 풀밭으로 변하고, 그곳에 개구리와 거미, 사마귀가 살고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감동 마케팅 전략주로 판매를 담당하는 김재경 대표를 주변에서는 ‘온라인 직거래의 베테랑’이라고 부른다. 2011년 블로그 교육을 받으면서 직거래를 시작했다. 인터넷 판매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포도를 올려서 팔았다. 2014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면서 본격적인 인터넷 판매에 나섰다. 대추즙을 올린 것이 인기를 끌면서 포도즙과 건대추 판매로 이어졌다. 현재는 90%를 스마트 스토어와 블로그를 통해 판매하고, 나머지 10%를 지인들에게 직거래로 판매한다. 결과적으로 전량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성과 뒤에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마케팅 기법이 있다. 포도나 대추를 판매하면서 그 속에 뻥튀기 한 콩이나 옥수수를 작은 사은품으로 살짝 넣어 선물한다. 딱 한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량을 지퍼백에 넣어서 보내는 것이다. 직접 만든 ‘무말랭이 차’를 넣기도 한다. ‘그냥 맛이나 보시라고 함께 보냅니다’ 라고 적은 메모도 함께 보낸다. 소비자들은 이런 작은 사은품에도 감동 받는다. 이런 정성이 재구매로 이어지고,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산물의 품질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인식과 정성이 담긴 사은품이 합쳐질 때 큰 시너지효과를 낸다. 주변에 이런 기법을 알려 주지만, 실천하는 농가는 드물다. 생각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감동마케팅 전략’이다. ◆작지만 알찬 고품질로 승부‘지심농원’은 처음부터 어려움이 없이 친환경 유기농 재배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친환경재배를 위해 남의 농지를 빌려서 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친환경에 적합한 땅을 만들어 놓으면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주인이 땅을 회수해 가는 바람에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일도 겪었다. 결국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농지를 매입해 친환경 재배에 나섰다. 그러다보니 일시에 규모를 확대하기도 어렵고, 고품질을 위해서는 규모를 확대할 필요성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온전히 부부의 노동력만으로 하기 때문에 작지만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면서 살아있는 땅에서 고품질의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 부부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친환경유기농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녹색체험농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또 다른 꿈이다. ▲농장명: 지심농원▲농장주: 김석광·김재경 (2012 강소농)▲구입문의: 010-9382-2264▲블로그: https://blog.naver.com/kimex77▲소재지: 경산시 용성면 도덕2길 8▲이메일: kimex77@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300년 세월, 삶 속 애환을 띄워 마시던 전통주…그 비법 천 년의 향기로 이어지길

1969년 영국와인주류연합회와 호텔레스토랑연합회가 와인전문가 양성을 위해서 MS(마스터 소믈리에)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시험을 통하여 선발한다. 지난 50년 동안 257명만이 MS의 배지를 달았을 뿐이다. 한국인으로는 2016년에 뉴욕의 미쉐린2스타 레스토랑인 ‘더모던’의 소믈리에 김경문씨가 선정된 것이 유일하다. 한국인 최초의 MS인 김씨가 최근 한국의 전통주을 찾아 귀국했다. “한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국 술은 무엇이냐?”는 고객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의 전통주을 찾아내고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통주란 그 땅에서 자란 곡물과 누룩, 물만을 이용해 만드는 술이다. 가문과 지역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진 다양한 전통주가 있었다. 근래에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소주나 맥주 등에 밀려나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견디고 9대에 걸쳐 300년 간 가문의 전통비법을 지키면서 전통주를 만드는 강소농이 있다. 칠곡군 왜관읍에서 찹쌀과 멥쌀, 우리밀로 만든 누룩과 백련꽃을 이용해 전통주를 만드는 ‘석전상온전통주가’의 곽우선(72·전통식품명인) 대표와 남편 이기진(76)씨가 그 주인공이다. 상호인 석전상온전통주가(石田尙醞傳統酒家)의 석전(石田)은 마을 이름이다. 상온(尙醞)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술과 간장 등을 제조하던 기관의 이름이다. 최고의 술을 만들고 전통을 이어간다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9대를 이어 온 300년 전통의 가양주석전상온전통주가에서 만드는 ‘설련’과 ‘홍로’는 9대에 걸쳐 300년 간 전통을 이어온 전통주다. 칠곡의 명문가인 광주이씨 문중에서 접빈(손님을 접대함)과 제사를 모시기 위해 만들고 있는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이다. 청와대와 여수세계박람회 만찬주로도 선정되었다. 곽우선 명인이 술을 처음 빚은 사연은 남다르다. 이조판서를 지낸 ‘문익공 이원정’대감이 숙종 5년(1680년) 당파싸움으로 혼탁해진 나라를 보고 자손들에게 ‘백련처럼 진흙에서 나고 자라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게 세상을 살아라’고 하는 ‘애련설’을 전파하고 마음에 새길 것을 당부했다. 그 후 문익공의 뜻을 기려 문중에서 연못의 백련꽃 으로 전통가양주를 만들어 접빈과 제사, 혼사에 사용했다. ‘설련’은 문익공의 손부인 ‘풍양 조씨’ 때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가정에서 술 제조를 금지하자, 집 뒤편 대나무 숲에 술독을 묻어놓고 숨어서 술을 빚었다. 가문의 전통주 제조비법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지금은 9대째로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곽우선 대표가 맥을 이어가고 있다. 곽 명인은 1970년 광주이씨 문중으로 시집을 온 후, 시어머니로부터 설련의 제조비법을 전수 받았다. 결혼 전에는 친정인 현풍에서 친정어머니가 현풍곽씨 문중의 가양주를 만드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고 거들면서 자랐기 때문에 가정에서 술 만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당연한 일로 알고 만들었다. 지금은 곽 명인의 장녀가 전통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정통식품 명인곽명인은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 74호로 지정됐다. 문중의 가양주인 설련주의 제조기술과 전승계보, 현재의 활동상황 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전통식품명인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전통식품의 계승·발전과 가공기능인의 명예를 위해 지정하여 보호·육성하는 제도로 2018년 현재 전국에 80명이 지정되어 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안동소주의 박재서 명인(5호)을 시작으로 8명이 있다. 설련주의 9대 전승자인 곽명인은 일 년에 단 두 번만 수작업으로 전통주를 만든다. 대량생산보다는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는 소량생산이다.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은 손맛이 배어 있는 명주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일 년에 두 번만 술을 담그는 것은 제조공정이 길어 더 많이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번 만드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100일이나 걸려 여러 번 만들 수도 없다. 다른 술과 차이점은 삼양주(三釀酒, 3차 담금에 의한 곡주의 제조방법)라는 것이다. 처음 만드는 밑술은 고두밥이 아니라 쌀가루를 끓는 물로 반죽을 해 범벅을 만들고 여기에 누룩을 섞어 3일간 독에서 누룩균을 배양한다. 그 다음에는 누룩균을 배양한 밑술에 진(무른)고두밥을 섞고 다시 3일간 숙성을 시킨다. 여기에 다시 고슬고슬한 고두밥을 섞어서 100일간 저온 숙성을 시킨다. 이과정이 2차 덧술이다. 이때 연꽃과 연자육, 연근을 넣어 연향이 배이도록 한다. 70일 정도 숙성시키면 맑은 술이 위에 고인다. 이것을 100일까지 저온에서 분히 숙성시키면 백련의 은은한 향이 배어 있는 설련주가 완성된다. 이 설련주를 소주고리에 넣고 증류를 시킨 술이 알콜함량 45%의 홍련주다. 증류과정에 한약재인 지치(자초)를 통과시키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진도지역의 전통주인 ‘홍주’를 만드는 방법이 같다.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사명감이 없이는 만들기 어렵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4년 경북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주·청주 부문 명주로 선정됐다. ◆전통의 맥을 잇는다.현재 설련주를 만드는 곽우선 명인은 9대 전수자다. 9대조 할머니인 풍양조씨로부터 며느리에서 그 며느리로 300년 동안 제조비법이 전해져 내려왔다. 10대를 이어갈 전수자는 며느리가 아닌 장녀인 이선규씨다. 이씨는 경북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다시 대구대학교에서 재활과학을 공부한 재원으로 전통식품명인 전수자 교육을 받고 있다. 전통식품명인 전수자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명인의 고령화 등으로 전승 단절 우려가 커지고 있어 우수한 전통식품의 명맥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하여 전수자를 지명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시책이다. ◆전통주 비법 전수곽 명인의 꿈은 두 가지다. 가문에서 300년 동안 이어져 오는 설련주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첫 번째 꿈이다. 300년을 넘어 천 년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제 그 꿈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자녀 셋 중에서 장녀가 전통식품명인 전수자 교육을 받고 있다. 또 다른 꿈은 전통주의 대중화다. 이를 위해 제조비법을 공개하고 농업계학교 학생들에게 전통주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와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측과 일주일 과정의 전통주제조과정 강좌를 개설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각종 축제장을 비롯한 행사장에서 무료시음행사를 하고, 전통주 제조 교육을 하는 것 역시 전통주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 선조들의 삶의 애환과 풍류가 배어 있는 우리의 전통주가 MS들이 인정하는 세계 속의 명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농장명: 석전상온전통주가▲농장주: 곽우선·이기진 (2014 강소농)▲구입문의: 010-2807-7997, 054-976-3552▲블로그: http://aeryeonjae.com/▲소재지: 칠곡군 왜관읍 동산2길 19▲이메일: sjsangon@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농촌사랑 넘치는 부부, 즐거움 담아 키운 복숭아 핑크빛 건강함이 ‘톡톡’

hobby to job족이 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연결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의 형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숲 해설가’가 되고, 사진찍기를 좋아하면 사진작가로 나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도 있다.타고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노력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더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귀농 9년 만에 농사일과 농촌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강소농이 있다. 의성군에서 8천300여 ㎡ 규모의 과수원에서 복숭아와 자두를 재배해 연간 6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언덕빼기농원’의 정석화(64) 대표와 부인 김영순(60)씨다. ◆ 귀농을 노래하는 남편과 억지 귀농한 아내귀농에는 U턴과 J턴, I턴이 있다. U턴은 출신지로 귀농을 하는 것을 말하고, J턴은 출신지와 가까운 곳으로, I턴은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귀농하는 것이다. 정대표는 J턴형 귀농이다. 의성과 가까운 예천 출신으로 대구에서 섬유업과 식품가공업에 종사하다가 고향과 가까운 의성군으로 귀농했다. 도시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농촌에 있었다. 농촌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컸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옆에서 지켜봤고, 일손도 거들었다. 농사일과 농촌의 모습은 생활의 대부분이었다. 방문을 열면 마당에 고추와 오이가 있었고, 감나무는 놀이터였다. 이런 기억들이 정대표를 다시 농촌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아내는 달랐다. 경험해 보지 못한 농촌생활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이 있었다. “남편은 언젠가는 꼭 귀농을 하겠다고 노래를 불렀어요. 저는 싫었고 겁이 났어요”라고 말하는 아내는 귀농을 반대했었다. 이런 아내를 설득하는 데 일 년이 걸렸다. 틈만 나면 아내를 데리고 농촌여행을 했다. 꽃피는 봄날과 온갖 과일이 익어가는 가을의 과수원을 구경하고 다녔다. 결국 아내가 귀농에 동의했다. 남편은 소원을 이루었지만 아내는 억지 귀농이었다. 그 후 9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사정이 바뀌었다. 아내가 농촌생활을 더 좋아한다. 물론 초창기 3~4년간은 힘들었으나 이제는 농촌의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웃과 어울림을 좋아한다. 자신만의 소확행을 실천하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 연중 소득이 나오는 농사정대표가 귀농과 함께 가장 고민한 것은 역시 소득이 나오는 작목선택 이었다. 농업의 특성상 소득은 대부분 한 계절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수확을 하는 것이 전통적인 농사 패턴이다. 당연히 소득은 가을에 발생한다. 물론 가을에 목돈이 생긴다는 장점도 있지만, 봄철 종자부터 농약, 비료 등 각종 농자재를 외상으로 구입하고 가을에 외상값을 갚고나면, 남는 것이 없다. 이듬해 봄이 되면, 또다시 외상값이 쌓이기 시작한다. 악순환이다. 정대표는 이런 소득의 계절적 편중에서 탈피하기 위해 소득발생 기간이 긴 농사의 일환으로 복숭아와 자두를 선택했다. 연중은 아니지만 여름부터 가을까지 소득이 나오는 구조, 즉 월급처럼 소득이 나오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복숭아와 자두 두 작목이지만, 자세히 분석해보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작목배치다. 6월이 되면 조생종 자두를 수확한다. 자두 수확이 끝나는 7월이면 조생종 복숭아 수확으로 바로 이어진다. 그 다음에는 만생종 자두가 있고, 또다시 만생종 복숭아가 대기 중이다. 이렇게 되면 6월부터 9월까지 소득이 고르게 발생한다. 다른 과수에 비하여 조기에 수확이 가능하고, 노동력도 분산되는 ‘안정적 재배 시스템’이다. ◆ 유통의 역주행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걱정은 ‘어디서 어떻게 팔지?’하는 것이다. 정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재배기술과 품질관리는 교육과 선도농가 견학을 통한 노력으로 해결했지만, 판매는 쉽지 않았다. 힘들여 생산한 농산물은 제값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 발로 뛰었다. 지인들을 통한 입소문과 SNS를 통한 홍보도 병행했다.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단골도 늘어났다. 고객 간의 소개도 늘어나면서 판매는 무난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량이 늘어나고 직거래 물량도 늘어났다. 언뜻 보면 거래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직거래 물량이 늘어나면서 부부의 힘만으로는 선별과 배송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복숭아와 자두는 과일의 특성상 장기 보관이 어렵다. ‘당일수확 당일배송’이 원칙이다. 하루라도 늦으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새로운 유통방식을 찾았다. 수출과 과일 전문점 납품이 그 해결책이었다. 물론 택배를 통한 직거래를 유지는 하지만 10%를 넘지 않고, 농장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직거래도 판매한다. 여유 물량이 있으면 공판장에 출하도 한다. 많은 농가들이 직거래로 영역을 넓혀가는 마당에 오히려 직거래를 줄여 나가는 것은 어쩌면 유통의 역주행처럼 보이지만, 현명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 수출은 까다로운 작업2017년부터 홍콩에 복숭아 수출을 시작했다. 복숭아연구회 수출사업단 회원 27명이 힘을 모았다. 처음 수출시장 개척에는 의성군을 비롯한 농업관련 기관의 지원을 받았다. 농산물 수출은 소득은 보장되지만, 작업과정이 까다롭다. 문제는 품질관리다. 홍콩 사람들의 입맛은 약간 물렁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육질이 연하고 숙성이 되면 망고맛이 나는 황도를 수출했다. 그렇다 보니 작업의 전 과정이 어렵다. 수확과 선별과정에 체온의 전달도 막아야 한다. 맨손으로 작업을 하면, 손가락이 닿은 부분이 체온이 전달되어 빨리 무른다. 소비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는 검은 색으로 변해서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사정이 이러니 기계선별은 꿈도 못 꾼다. 기계선별 과정의 약한 충격도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장갑을 끼고 음성저울로 일일이 무게를 측정하고 정품만을 선별한다. 심지어 복숭아를 수확하는 과정에 꼭지부분이 비틀리면서 생긴 0.1mm의 흠이 생긴 것도 골라낸다. 수출과정에 발생하는 하나의 흠과가 전체 수출물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출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오전 수확 오후 포장과 배송과정을 거치면, 다음날 아침 항공편으로 홍콩으로 보내진다. 오후에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담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하에서도 지난해 768상자를 수출해 850여 만 원의 외화 소득을 올렸다. 올해는 수출물량을 더 늘릴 계회이다. 복숭아에 이어 자두 수출도 준비 중이다. ◆ 구입 첫해 망친 감나무 과수원지금은 복숭아와 자두를 재배하지만, 정대표 부부를 이곳에 붙잡은 것은 뜻밖에도 감나무였다. 귀농지역을 찾기 위해 경북지역 일대를 찾아다니던 중 현재의 과수원 자리에 있던 대봉감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재배방식과 소득보다도 빨갛게 익은 대봉감의 아름다움에 혹했다. 그러나 대봉감은 다음해 봄이 찾아와도 싹을 틔우지 않았다. 그해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했다. 3600㎡의 과수원에 있던 300 주의 감나무가 모두 동사한 것이다. 모두 수령 12년의 감나무로 최고의 수확량이 나오는 나무들이었다. 금액으로는 환산하기도 어려웠지만, 마음의 상처가 더 컸다. 부부는 눈물을 머금고 그 자리에 고추를 심었으나 그마져도 노동력 부족으로 반타작만 했다. 귀농한 후 처음으로 겪은 실패로는 너무나 가혹했다. 이후 정대표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복숭아와 자두농사를 한다. 그동안 많은 교육과 선진농가 견학 등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유통망을 확보한 덕분에 ‘성공한 귀농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6차산업과 상위 1%의 농사꾼정대표 부부는 요즘 희망에 부풀어 있다.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한 아들이 조만간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은 도시에서 요리 메니저로 활동하면서 청년창업농이 되기 위해 스마트팜 교육을 받고 있다. 아들이 합류하면 현재의 농장과 요리를 융합한 체험농장을 운영해 6차산업의 길로 나갈 계획이다. 이와 병행하여 신세대들의 입맛에 맞는 품종개량과 친환경재배로 고품질의 과일을 생산해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 과일을 생산해 학교급식과 군부대 장병들의 급식용으로 납품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부부는 생산을 담당하고, 아들은 체험농장 운영을 통한 6차산업화를 담당한다. 농사의 대물림으로 이들 가족은 복숭아와 자두 재배에 있어서 대한민국 상위 1%의 농사꾼이 되고자 하는 꿈은 조만간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농장명: 언덕빼기농원▲농장주: 정석화·김영순 (2017 강소농)▲구입문의: 010-6535-7768▲소재지: 의성군 용재길 102-61▲이메일: kys630104@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작지만 강한 ‘슈퍼푸드’ 블루베리, 친환경 재배로 건강함 플러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있다. 작지만 때에 따라서는 큰 것보다 더욱 뛰어 날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과 딱 어울리는 과일은 ‘블루베리’다. 맛과 영양, 약리작용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루베리는 작지만 강한 열매로 불리고, 슈퍼푸드, 블랙푸드, 안티에이징(anti-aging 노화 방지)같은 별명이 따라 다닌다. 블루베리는 2002년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선정됐다. 슈퍼푸드란 열량과 지방함량이 낮고 비타민과 무기질, 항산화 영양소 등을 포함한 생리활성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의미한다. 군위군에 블루베리만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강소농이 있다. 군위 온새미로 블루베리 농장의 하선혜(56)·육종필(57) 공동대표다. 귀농 5년차의 농사꾼이라 아직은 소득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6600㎡의 블루베리농장을 운영해 한해 2천여 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부부는 차분하게 부농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내년이면 농가 평균소득인 4천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농장 이름인 온새미로는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자연형 농장을 추구하는 농장주의 마음을 담았다. ◆ 정년없는 생활을 위해 선택한 귀농부부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백세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퇴직 후 20년 이상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놓고 수시로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귀농이었다. 정년이 없고, 몸만 건강하다면 언제까지나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농촌에서 싱그러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생활도 한 몫을 했다. 하대표는 8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퇴직 후 학습지 교사와 공부방은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남편인 육대표는 자동차 관련 회사에서 설계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회사에 재직 중이라 주말에만 농사일을 한다. 5도2농을 하는 주말농부다. 그러다보니 농장관리와 재배. 판매는 대부분 하대표의 몫이다. 반면에 육대표는 전공을 살려 블루베리 재배상과 관수시설 설치 등 힘들고 어려운 일은 도맡아서 한다. 하드웨어는 남편, 소프트웨어는 아내가 하는 것으로 지연스럽게 업무가 나뉘었다. 손발이 척척 맞는 부부다. ◆슈퍼푸드 블루베리‘슈퍼푸드’라는 말은 인체 노화분야의 권위자인 ‘스티븐 프랫’박사가 쓴 책인 ‘나는 슈퍼푸드를 먹는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열량과 지방함량이 낮고 비타민과 무기질, 항산화 영양소 등을 포함한 생리활성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의미한다. 미국의 ‘타임지’가 세계10대 슈퍼푸드에 블루베리와 귀리, 녹차, 마늘, 연어, 브로콜리, 아몬드, 적포도주, 시금치, 토마토를 선정햇다. 이런 식품은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과 암 발생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블루베리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산화 능력이 우수해 시력과 뇌세포 노화예방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저열량과 저지방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 준비된 귀농부부는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했다. 수원에서 생활하면서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2년간 귀농귀촌 교육을 받았다. 경북농업기술원에서는 과수분야 교육을 받았다. 농사에 있어서 백지와 같았던 부부는 꾸준한 교육을 통하여 하나 둘 농사기술과 농촌생활 요령을 터득해 나갔다. “농사에 있어서 우리는 고학생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기분으로 공부하고 일합니다”라고 부부는 말한다. 첫 귀농장소는 현재의 농장이 아닌, 인근 산성면에서 시작했다. 지인의 농장 옆에서 블루베리 500포기를 화분 재배했다. 3년 간의 시험재배를 거친 후 확신이 서자 현재의 장소로 옮겨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지금은 화분재배의 한계점을 발견하고 가두리재배 방식으로 변경을 준비 중이다. 화분재배에서 발생하는 동해와 나무의 성장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가두리재배로 변경할 경우 그루당 10kg 정도의 블루베리를 수확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체험농장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은 물론 한식·양식·중식 조리사 자격을 갖추었고, 포토샵1급과 전자상거래운용사 자격도 취득했다. 지금은 종자관리사와 식품가공기능사 자격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가 부부의 성공적인 귀농을 돕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친환경 농법블루베리를 재배하면서 무농약 친환경재배를 원칙으로 한다. 많은 농가에서 여름철이 되면 풀과의 전쟁을 치를 만큼, 잡초제거가 가장 큰 일거리 중의 하나다. 방법은 세 가지다. 초생재배를 하거나 풀을 직접 베거나, 제초제를 뿌려서 해결해야 한다. 이 농장에는 제초제가 없다. 밭에 제초매트를 피복해 잡초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제초매트를 피복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자라는 풀은 직접 낫이나 예취기를 활용해 벤다. 병충해 방제를 위한 농약도 살포하지 않는다. 농약 대신에 친환경 약제를 직접 만들어 쓴다.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파발효액을 살포해 병충해를 방제한다. 양파의 매운맛을 이용해 해충을 퇴치하는 방식이다. 특히 거미를 방제하는데 효과적이다. 통상적으로 거미는 익충(사람에게 이로운 벌레)으로 알려져 있지만, 블루베리에서는 예외다. 거미줄이 열매에 붙으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 창고가 없는 농장블루베리는 과육이 단단하지 않아 생과로는 오래 보관하기가 어렵다.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최우선 과제다. 그래서 농장에는 보관창고가 없다. 무(無)보관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수확 후 바로 배송한다. 사전에 예약을 받은 물량에 대해서는 날짜에 맞추어 수확하고 배송한다. 그러다보니 블루베리를 보관할 창고가 필요없다. 전량 직거래를 통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매장이나 공판장에 출하할 물량은 없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를 하고 주문을 받아 판매한다. 직접적인 판매 홍보 보다는 농장의 소소한 일상과 농촌의 자연환경을 소개를 많이 한다. 지인을 통한 직거래 고정고객이 200여 명에 이른다.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꽃도 피기 전인 겨울에 미리 예약을 하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성과는 신선한 상태로 공급하고자 하는 ‘당일수확, 당일배송의 원칙’ 덕분일 것이다. ◆ 체험농장 운영으로 6차산업화가 꿈하대표는 농장과 주변 환경을 활용한 체험농장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또한 블루베리를 활용해 빵을 만들고 쿠키를 굽는다. 쥬스를 만들고 놀이도 하는 복합형 체험을 할 계획으로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제과제빵기능사와 요리사자격도 갖추었다. 지금은 군위군농업기술센터 등 농업기관과 협력해 지역의 특산물인 웅녀마늘을 활용한 웅녀빵을 개발하고 있다. 지역특산물을 체험과 연계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에서다. 또 다른 꿈은 우량 블루베리 묘목을 공급하는 종묘사업을 할 예정이다. 우수한 품질의 블루베리 묘목을 생산해 저가로 공급해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하고 싶어서다. 이를 위해 종자관리사 자격시험에 도전 중이다. 하대표의 이런 노력과 열정을 감안하면 그 꿈은 조만간 이루어 질것으로 기대된다. ▲농장명: 군위 온새미로 블루베리▲농장주: 하선혜·육종필 (2019 강소농)▲구입문의: 010-3906-4766▲블로그: https://hablueberry.blog.me▲소재지: 군위군 의흥면 연계지호길 156▲이메일: hablueberry@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모르는 것 없는 산촌의 ‘잡학박사’ 체리와인 제조기술을 완성하다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카페는 시민들의 사랑방이었다. 낮에는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와인을 마셨다. 볼테르와 루소 등 철학자들도 계몽주의 사상을 설파했다. 이런 자리에 생명력과 상상력을 키운 것은 와인이었다. 혹자들은 이것이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졌다고도 한다. 그래서 ‘프랑스혁명은 와인으로부터 시작됐다”는 말도 있다. 대부분의 과일로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역시 명품 와인은 포도를 가장 선호한다. 당도가 높고, 자체 효모를 갖고 있어 스스로 발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최근엔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과일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 이 중 경주에서 체리로 와인을 만드는 강소농이 있다. 경주시 감포읍에서 ‘노곡산방’을 운영하는 김영도(67)대표와 아내 노혜순(66)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경북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와인제조기술과 경주 특산물인 체리를 결합해 체리와인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체리는 경주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김대표는 1천여 ㎡의 조그마한 체리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체리와인을 만들고, 체험농장을 통해 연간 3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아직까지는 소득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체리와인의 독특한 맛과 희소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농가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노곡산방의 잡학박사김대표는 토목시공기술사 자격을 소지한 고급기술 인력이다. 요르단의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도 참여할 정도로 국내외 대형 공사장의 시공과 감리를 주로 담당했다. 특히 비행장 건설에 많이 참여했다. 재주도 많다. 와인소믈리에 자격은 물론, 문화해설사와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다. 옻칠공예와 옹기제조, 한옥시공, 사진촬영, 천연염색, 스토리텔링 등 못하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잡학박사, 멀티 플레이어, 만능 엔터테이너다. 이같은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과 기술 습득은 1990년 귀농을 결심한 후, 경주에 터를 잡으면서 익힌 재주들이다. 귀농을 하면 이런 자잘한 기술이 많이 쓰여질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대비해 둔 덕분이다. 김대표의 발을 경주에 묶은 것은 경주의 문화재다. 서울에서 답사 차 들린 감은사지의 동탑과 서탑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예 경주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탑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감포에 터를 잡았습니다.” 당장 동네다방에 들러 “살 땅을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노곡산방’의 주인이 됐다. 그게 벌써 귀농 19년차의 중견 농부가 됐다. 초창기에는 농사와 직장일을 함께 했으나 이제는 완전한 농부로 변신했다. 교사 출신인 아내는 커피 바리스타 자격을 가지고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체리재배 최적지 경주경주는 우리나라 체리의 최대 집산지다. 경주지역 100여 호의 농가에서 58ha의 체리를 재배한다. 전국 생산량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체리 재배의 역사도 100여 년으로 길어 기술력도 높다. 일제 강점기 처음 보급된 체리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거슬러 신라시대까지 올라간다. 그동안 자치단체와 재배농가를 중심으로 체리의 품질향상을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한 것이 전국 최고의 체리 집산지로 만들었다. 경주체리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등록‘도 마쳤다. ◆체리와인 제조체리로는 와인을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핵과류로 와인을 만들려면 씨(핵)를 제거해야 함으로 노동력이 많이 든다. 껍질이 너무 얇아 발효가 어렵고, 과즙이 40%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아 생산량도 작다. 당연히 채산성이 떨어져 지역 특산상품으로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체리와인은 1주일 간의 저온발효를 거쳐서 거름작업으로 찌꺼기를 제거하고, 4~5회의 여과과정과 숙성, 2차 발효과정을 거쳐 일년 후에 병에 담아 상품화 한다. 제조 공정이 까다롭다. 김대표는 씨 분리기를 도입해 노동력을 크게 줄였고, 경북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체리와인 제조기술을 이전받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미해 와인제조 기술을 완전 정립했다. ◆사람을 키우는 농사김대표가 노곡산방에서 하는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경주의 젊은농부들을 지도한다. 어느 날 젊은 농부 9명이 가르침을 받겠다고 찾아왔다. 청년들은 3년 동안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았다. 농사기술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쳤다. 처음 시작한 것이 자신을 소개하는 ‘3분 스피치’를 훈련 시켰다. 자기소개와 앞으로의 계획을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는 과정이다. 모두가 3분이 3시간 만큼 길게 느껴질 정도로 어려워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나의 농사’라는 제목으로 PPT를 직접 만들고 발표하는 교육이었다. 발표를 마치면 8명의 동료들이 반드시 10개의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고난도의 교육이었다. 발표는 고사하고 80개의 질문에 답변을 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청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농부로 성장해 갔다. 이들은 경북도에서 시행한 청년창업 오디션에서 ‘김교각 스님의 차’를 소재로 한 사업계획을 발표해 2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 성과도 올렸다. ◆열린공간 노곡산방노곡산방은 열린공간이다. 마을 주민은 물론 방문객의 사랑방이다. 농사에서부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로 대화를 나눈다. 산방은 산촌의 작은 집이란 말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누구나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정치와 종교이야기는 하지 않고 숙식을 제공한다. 또 하나 특별한 원칙은 ‘주인은 듣기만 한다’는 것이다. ‘경청’하는 의미와 함께 손님이 주인처럼 자유롭게 이용한다는 의미도 있다.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를 의논하고, 농사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로 운영돼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별한 축제노곡산방에서는 봄.가을에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도시 소비자를 초청하는 팜파티다. 봄에는 산나물, 가을에는 호박을 주제로 한다. 두릅과 취나물, 고사리등 이슬을 먹고 자란 산나물과 호박, 그리고 주민들이 주인공이다. 팜파티 참석자들은 반드시 현금 3만 원을 가지고 오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돈으로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사가지고 가라는 뜻이다. 집집마다 보자기 색깔을 정해서 판매한다. 2016년 4월에 열린 팜파티에서는 7분 만에 완판을 하는 기록도 세웠다. 3만 원이면 양손에 농산물이 가득하다. 팜파티에서는 주민들이 마이크를 잡고 마을이야기와 자기 농산물을 소개한다. 평생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던 주민들은 자신이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장면은 사진으로 촬영해 액자로 제작해 집집마다 걸어준다. 평생 농사일만 해온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면서 즐거워한다. 이렇듯 노곡산방의 팜파티는 모두가 함께하는 특별한 축제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귀농귀농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지역 주민과의 융화’다. 도시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농촌의 공동체문화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김대표도 그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서로 일체감을 느낄 정도로 가깝고, 아끼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관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울산에서 선생님을 하다가 퇴직한 아내의 공이 크다. 아내 노혜순씨는 마을의 농산물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중간 연락책이다. 오랜 학교생활에서 맺은 동료와 제자, 교회 교우들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농산물을 판매해 준다. 물론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자원봉사다. 어떤 때는 소비자들이 주문하는 농산물을 집집마다 배정해서 모으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쑥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주민들이 단체로 쑥을 뜯으러 나서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과는 월 1회 함께 식사를 하고 소통의 시간을 갖는 것도 주민들과 함께하는 방법이다. ◆ 앞으로의 계획최근 김대표가 고민하는 문제는 농촌의 고령화다. 대부분이 70대를 넘어선 초고령사회다. 고령화에 따라 매년 영농규모도 축소된다. 이것은 곧 소득 감소와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김대표는 농산물 가공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가공을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주민들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방책이다. 장아찌나 된장, 고추장, 산나물 등 1차적인 가공품은 대부분이 한번쯤은 만들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고, 도시 소비자들에게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부드러운 식감의 시니어식품을 개발하는 사업도 계획 중이다. 이런 사업계획은 김대표 혼자만의 사업이 아니라, 마을 전체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부는 농산물가공과 발효에 대한 공부를 하고, 다시 주민들에게 전달교육을 하고 있다. ▲농장명: 노곡산방▲농장주: 김영도. 노혜순 (2016 강소농)▲구입문의: 010-5355-8802, 054-746-8803▲블로그: https://blog.naver.com/hunji22▲소재지: 경주시 감포읍 노동길 209-4▲이메일: hunji22@hanmail.net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캔털루프 멜론의 달콤한 맛•풍부한 영양 웰빙시대의 ‘인기’를 잡다

멜론은 한때 ‘교황의 과일’이라고 불릴 만큼 고급 과일이었다. 서민들은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웠다. 제213대 교황 ‘이노센트 8세’는 멜론 마니아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멜론부터 먹고, 식사 전에는 멜론을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내고 와인을 부어 마셨다고 한다. 15세기 당시 멜론은 지금처럼 당도가 높은 과일은 아니었다. 당도가 낮고 채소처럼 먹던 시절이었다. 이후 품종개량을 거치면서 당도와 향이 강한 ‘머스크멜론’이 탄생했다. ‘머스크’는 페르시아어로 ‘사향’이란 뜻이다. 이처럼 고급 과일로 알려진 멜론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국민들 곁에 다가왔다. 멜론이 아니라 멜론이 함유된 가공품으로…. 참외의 고장 성주에서 멜론재배로 부자 농부를 꿈꾸는 강소농이 있다. ‘참멜팜’의 박진회(63)·이애경(63)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1만여 ㎡의 농지에서 캔털루프 멜론과 참외를 재배해 연간 1억여 원의 소득을 올린다. ◆32년 차 베테랑 농부박대표는 30년 이상 참외농사를 해온 참외전문가다. 하지만 본래 직업은 농업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전기기술자였다. 인천에서 전파상을 운영하다가 1987년 칠곡군으로 귀농해 참외농사를 시작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인근에 있는 미생물배양기 제조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 이때 박대표는 미생물이 토양과 농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았고, 미생물 제조기술도 익혔다. 이후 2007년에 참외의 고장인 성주로 이주해 참외농사를 짓다가 3년 전부터 멜론을 함께 재배하고 있다. 모두가 성주에서는 멜론 재배가 어렵다고 고개를 흔들 때 과감하게 멜론재배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익혀온 참외재배 기술과 토양관리 기술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30년 넘게 축적한 농사와 미생물, 토양관리 기술이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박 대표와 함께 캔털루프멜론 작목반을 조직해 보급에 힘쓰고 있다. ◆왜 캔털루프 멜론인가?성주는 우리나라 참외 면적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 최고의 참외 고장이다. 당연히 소득 면에서도 최대의 ‘효자작물’이다. 성주지역 참외 농가의 기술력은 다른 지역에 비교해 월등히 높다. 성주군 전체 참외 소득이 5천억 원에 육박하고 억대 농가도 수두룩하다. 이런 고소득원을 두고 이들 부부가 캔털루프 멜론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박대표는 “비교적 경제적 능력을 갖춘 ‘베이비부머’들이 퇴직을 하고, 건강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먹거리도 기호성에서 기능성으로 바뀔 것”이라며 “혈관 건강에 좋다는 캔털루프 멜론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력과 경영비도 적게 들어간다. 멜론은 참외와 비교할 때 재배 기간이 짧다 보니 관리에 따른 경영비가 절감된다. 그동안 축적된 참외재배기술을 그대로 멜론 재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박대표의 예측은 맞았다. 처음 멜론재배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성주지역에서 멜론재배는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으나,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캔털루프멜론 작목반이 재배에 성공하면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자 많은 농가들이 도전하고 있다. ◆혈관 건강에 좋은 캔털루프멜론캔털루프 멜론은 프랑스 남부지역에서 주로 재배돼왔다. 껍질에 네트가 형성되어 있고, 녹색의 세로줄이 있다. 과육은 주황색으로 달콤한 향이 강하다. 이 향이 사향의 향기를 닮았다고 해서 ‘머스크향’이라고도 한다. 멜론은 생식용으로 먹거나 주스, 아이스크림, 스무디 등의 재료로 사용한다. 당질과 섬유질, 칼슘, 비타민, 미네랄 성분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최근에는 혈관 건강과 항암효과, 노화 방지, 면역력 향상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능성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베타카로틴 성분은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항산화 효소의 일종이다. ◆ 땅심은 농사의 기본농업은 토양을 기본으로 하는 산업이다. 모든 작물은 땅에 뿌리를 박고 영양분을 섭취하고 햇빛에 의한 광합성작용으로 영양소를 만든다. 물론 요즘을 수경재배방식이 있지만, 기본은 토양이다. 박대표는 “좋은 열매를 거두기 위한 기본은 땅심을 돋우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농한기 없이 연중 돌아가는 과채류 재배 시스템 속에서도 박대표가 5천㎡의 벼농사를 하는 것도 쌀 생산 목적보다는 볏짚생산 목적이 더 크다. 가을이 되면 부부는 볏짚을 절단기로 짧게 잘라 멜론밭에 뿌리고, 흙과 잘 섞이도록 로터리 작업을 해주는 등 ‘땅심 돋우기’ 작업에 열중한다. “땅의 힘은 무한하지만, 계속 뽑아 쓰기만 하다 보면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라 미리 대비해주기 위함”이라는 것이 박대표의 주장이다. 부부의 이런 노력 덕분에 다른 멜론밭보다 참멜팜 농장은 유기질 함량이 풍부하다. 땅심이 높다는 의미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대표는 주변에서 ‘미생물 전문가’로 통한다. 예전에 미생물배양기 제조회사에서 터득한 미생물제제 배양 기술이 유용하게 쓰인다. 유용 미생물군인 EM을 확대 배양해 토양에 뿌림으로써 전기전도도(EC, 화학비료 집적도)를 낮춰 토양을 건강하게 하는 과학적 영농방법을 적용한다. 미생물 확대 배양에는 천일염과 막걸리, 해조류 등 다양한 천연 재료를 활용한다. 이런 노력은 멜론의 품질향상으로 이어진다. 고품질이다 보니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고품질을 바탕으로 요즘은 전량 직거래로 판매하지만, 계통출하를 하던 2011년에는 서울농산물시장에서 연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기술로 노동력 절감수작업이 많은 농업에서의 ‘노동력 절감’ 문제는 가장 절실하면서도 중요한 과제다. 농가마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외와 멜론재배에서 박대표가 도입한 신기술은 ‘순접붙이기’와 ‘지표심기’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편엽 합접’ 방식으로 접붙이기를 한다. 대목으로 쓰는 호박의 줄기를 자르고 그 위에 참외나 멜론의 떡잎이 붙은 접수를 잘라서 붙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박대표는 접수의 떡잎 윗부분의 줄기를 잘라 접을 붙이는 ‘순접붙이기’를 한다. 이 방법은 대목과 접수의 활착이 이루어진 이후, 일일이 떡잎을 제거해주는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모종의 ‘지표심기’도 획기적인 영농방법이다. 지표 심기는 흙에 구덩이를 파고 심지 않는다. 이랑에 비닐 멀칭을 하고 충분한 관수를 한 후, 비닐을 일자(一字)로 절단하고, 그 속에 모종을 밀어 넣고 손으로 꾹꾹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뿌리의 활착률을 높이고 몸통에서 발생하는 부정근의 발생을 좋게 해 뿌리를 튼튼하게 한다. 이것은 초기 당도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도 땅을 파고 묻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다. 이 두 가지 영농기술은 박대표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전량 직거래로 고소득 창출‘참멜팜’은 1만㎡의 하우스에서 생산하는 참외와 캔털루프 멜론을 전량 직거래로 판매한다. 공판장에는 한 상자도 내보내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직거래의 기본은 품질이지만, 이들 부부의 타고난 홍보와 마케팅 기법이 큰 몫을 한다. 현재 고정 고객이 5백여 명 이상이다. 1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고객도 상당수다. ‘참멜팜’이란 농장 이름을 지을 때도 멜론 한 상자를 상품으로 걸고 공모한 결과 탄생한 이름이다. 공모에는 33명의 고객이 참여했고, 참외와 멜론의 합성어인 ‘참멜팜’이 당선됐다.물론 상품으로 멜론 한 상자를 선물했고, 나머지 32명의 응모자에게도 참가상이란 이름으로 멜론 한 상자씩 보냈다. 이 덕분에 이들은 모두 고정고객으로 자리 잡았고, 홍보요원이 됐다. 이들 부부는 고객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가 적힌 택배 노트가 보물이다.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둔다. 참외 고객에게는 멜론을 하나씩 보너스 상품으로 보내기도 한다. 남들은 미처 생각하지도 않던 1990년부터 ‘인터넷 판매’를 시도했다. 이런 남다른 노력에다 고품질이 ‘전량 직거래’라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 멜론재배의 최고 전문가가 꿈박대표는 캔털루프 멜론의 재배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규모의 확대를 통한 소득증대보다는, 고품질의 멜론을 생산해 ‘전국 최고의 멜론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박대표는 “규모를 확대하면 소득은 늘어나겠지만, 이보다는 최고의 기술을 축적하고 그 기술을 귀농인이나 청년 창업농들에게 전수해 고소득을 올리도록 해 조기에 농촌에 정착하는 일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이것이 개인의 성장보다는 ‘우리나라 농촌 전체를 살리는 일’이라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끓임 없이 새로운 영농기술에 도전하는 이들 부부는 농사를 사랑하고, 천직으로 여기는 ‘참 영농인’의 모습이다. ▲농장명: 참멜팜▲농장주: 박진회·이애경 공동대표(2016 강소농)▲구입문의: 010-8854-5259, 010-4056-5259▲홈페이지: https://www.kumhak1.modoo.at▲소재지: 성주군 초전면 고산리 560▲이메일: kumhak1@naver.comt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노련한 영농기술·청정자연의 ‘컬래버’ ‘아삭아삭’ 신선한 산나물을 키우다

산나물은 고전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시제 중의 하나다. 대표적인 시가 중국의 ‘백이’와 ‘숙제’의 ‘채미지가’다. 중국 은나라가 망하고 주나라 무왕이 등극하자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곡식을 먹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 먹었으나, “그 고사리마저 주나라 것이 아니냐”는 말에 굶어서 죽었다. 산나물은 우리 선조들의 귀중한 구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청정식품’과 ‘건강식품’으로 그 이미지가 바뀌었다. 경제적 풍요가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예전에는 계절에 따라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을 캐서 먹었지만, 요즘은 밭이나 온실에서 키워 산나물과 들나물의 구별이 없어졌다. 오히려 기르는 산나물이 있어서 더욱 쉽게 맑은 향기를 품은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산간오지 영양군에서 청정농산물인 산나물을 재배해 연간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강소농이 있다. ‘온다네 농장’의 김병찬(60) 대표와 부인 오명숙(57)씨가 그 주인공이다. 농장 이름인 ‘온다네’는 ‘풍년이 온다네’와 봄이 되면 산나물이 돋아나듯이 심심산골에도 ‘봄이 찾아온다’는 의미를 담았다. 농부의 꿈인 ‘풍년’과 애타게 기다리는 ‘새봄’의 의미를 함께 담은 정감넘치는 이름이다. ◆모태 농사꾼김 대표는 모태 농사꾼이다. 경북에서 가장 오지라고 일컬어지는 영양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는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다. 해발 1004m의 백암산 기슭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것이다. 지금까지 영양을 떠나본 적이 없다. 20대 초반에 철도청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10일간 고향을 떠난 적이 있다. 공무원으로 임용돼 10일간 근무한 후, 사표를 던졌다. 군 제대 후 바로 농사에 뛰어들었고 영농후계자로 선정돼 농사의 기반을 다졌다. 스물네 살에 마을 이장을 맡았다. 최연소 이장으로서 3년간 행정의 최일선에서 마을과 행정기관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으로 봉사를 했다. ◆ 산나물 신기술 도입으로 고소득‘온다네 농장’에서는 곰취를 비롯해 산마늘(명이), 어수리나물, 당귀, 천궁을 주로 재배한다. 재배면적은 5천㎡다.주 작목인 곰취(2천㎡)는 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산마늘과 어수리 등은 노지재배를 한다. 곰취는 4월10일 경에 수확을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열흘 정도 늦은 지난달 20일부터 시작했다. 취나물 종류는 2월 중순경에 포트 육묘를 한 후, 5월 초에 정식을 하면 이듬해 수확이 가능하다. 4~5년간 수확하면 모두 캐내고 새로운 모종을 이식한다. 산마늘은 8월에 씨앗을 파종하고 싹이 나면 2년간 키운 후에 본 포에 정식한다. 3년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는 등 총 5년 이상이 소요되는 느림보라 끈기가 필요한 작물이다. 최근 김 대표는 산나물 재배에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곰취의 억제재배와 산마늘의 수확 방법 개선이다. 2월에 파종하는 곰취를 8월에 파종하고, 10월에 수확하는 억제재배 방식이다. 4월의 홍수 출하기를 피하고 다른 농가의 생산량이 적은 10월에 수확해 고가에 판매하는 블루오션 전략이다. 산마늘은 통상적으로 한 포기당 한 잎을 채취하지만, 김 대표는 한 이랑은 모두베기를 하고, 한 이랑은 1~2매를 한 잎을 채취하는 수확 방식이다. 이렇게 할 경우 수확량이 2배 이상 늘어난다. ◆청정식품 산나물영양 산나물이 고품질인 것은 지리적인 영향이 크다. ‘온다네 농장’이 있는 영양군 영양읍 기산리 일대는 해발 460m로 고지대다. 마을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라 일교차가 커 산나물의 생육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여름철에도 군불을 때야 하고, 새벽엔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다. 특히 백암산 기슭에 있어 내륙에서 불어오는 육풍과 동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마주치는 곳이다. 일교차가 크면서도 일 년에 안개가 끼는 기간이 3~4일 정도로 적어 일조량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김 대표의 축적된 영농기술도 한몫한다. 김 대표는 매년 가을이면 볏짚을 절단해 밭에다 뿌린다. 두껍게 깔린 볏짚은 잡초 발생을 억제해 제초제를 뿌릴 필요가 없다. 볏짚이 썩으면서 흙이 부드러워지고 유기질 성분이 높아져 친환경 재배가 가능해진다. 이런 노력과 토양환경 덕분에 잎이 부드럽고 두꺼우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곰취를 비롯한 산나물은 싹이 나고 20일 정도가 되면 수확을 하는 단기재배 작물이다.김 대표는 “수확 시기까지 생육 기간이 짧아 병충해 발생이 적기 때문에 농약을 살포할 필요가 없는 청정식품”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에서 판매 걱정은 없다. 대부분 도시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판매한다. 몇 년 전까지는 대량 소비처와 계약재배를 했으나, 이제는 직거래로 판매한다. ◆단골 200명과 함께하는 고추농사영양지역은 전국에서 소문난 고추의 고장이다. 대부분의 농가마다 고추농사를 짓는다. 김 대표도 고추농사를 한다. 6천600㎡의 밭에서 마른고추 3천근 정도를 생산해 고객들에게 직거래로 판매한다. 단골이 200여 명으로 김장철이 되면 먼저 주문이 온다. 10년 이상 꾸준하게 거래하는 진짜 단골 고객이 80여 명이나 된다. 대론 고추농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단골들을 외면할 수 없어 계속 농사를 짓는다. 이들은 “영양고추가 품질이 좋은 데다 특히 온다네 농원의 고추는 믿음이 가기 때문에 다른 고추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개천 옆의 펜션은 고객 쉼터‘온다네 농장’에는 66㎡ 규모의 교육장과 콘도형식의 펜션 3실을 운영한다. 버들치가 헤엄치는 1급수의 실개천을 끼고 있다. 체험을 원하는 고객은 실개천에서 물고기와 가재 잡기를 하고 먹거리 체험도 한다. 가족끼리 손을 잡고 다랑논 둑길을 걷고, 숲속에서 나무와 꽃들을 구경하는 등 자연 친화형 환경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경북 최고의 오지마을이라 밤이 되면 별빛만 보이고 고요만이 있어 진정한 쉼이 가능한 곳이다. 낙동정맥을 종주하는 등산객들의 중간 숙박시설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고수 농사꾼의 실수농사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3년 전에는 천궁을 재배했으나 수확을 거의 하지 못했다. 연작피해를 많이 입는 천궁의 특성을 무시한 결과였다. 4천여만 원의 소득을 예상했으나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천궁은 한번 재배한 땅에서는 3년 이상이 지나지 않으면 재배가 불가능할 정도로 연작 장애가 많은 작물인 것을 잘 모르고 시도한 무지 때문이었다. 지난해는 여름철 폭염기에 곰취 하우스 한 동의 온도관리를 잘못해 뿌리가 녹아내리는 참변을 겪기도 했다. ◆농사를 알리는 소비자 교육장김 대표는 영농규모를 더 확장할 생각은 없다. 현재 규모를 유지하면서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규모를 확대하면 소득을 늘릴 수는 있다. 그러나 친환경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농장은 항상 개방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사계절 쉬지 않고 돌아가는 농사 시스템을 보여주고,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농장운영이 꿈이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하는 교육장을 체험과 소비자교육의 공간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농산물의 좋은 점과 함께 생명 산업으로써의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다. 이러한 노력이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어우러질 때 좋은 관광자원이 되고, 자연스럽게 농업의 6차 산업화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농장명: 온다네 농장▲농장주: 김병찬·오명숙 (2016 강소농)▲구입문의: 010-4523-0533, 054-682-0533▲블로그: https://blog.naver.com/kimbc33▲소재지: 영양군 영양읍 낙동정맥로 820-6▲이메일: gimbc@hanmaik.net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꿀벌의 날갯짓으로 얻은 가장 ‘순수한 꿀’ 그대로 채밀…고객 신뢰도 ‘으뜸’

조선의 영조임금은 ‘연월일시(年月日時)’가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천간 중에서 모두가 갑(甲)인 특별한 사주(四柱)다. 흔히들 사갑(四甲)이라고도 하고, ‘봉황지격’이라고 하여 귀한 사주로 여겼다. 영조가 관상감(觀象監)의 관리를 불러 사주를 보게 하자, “제왕의 사주입니다”라고 답했다. 자신과 같은 사주를 가진 백성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명을 내렸다. 조선 팔도를 샅샅이 뒤져 강원도 산속에서 벌을 키우는 노인을 찾아 궁으로 데려왔다. 노인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너는 나와 같은 사주로 태어났는데 어찌 이렇게 궁색한 모습으로 사는가?”하고 묻자, 노인은 “전하께서는 조선팔도, 360 고을에 있는 수많은 백성을 다스리시지만, 소인은 아들 8형제가 360통의 벌통에서 수많은 꿀벌을 키우고 있으니, 전하와 소인의 사주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영조가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큰상을 내리고 돌려보냈다. 영조 임금은 자신과 같은 ‘제왕의 사주’를 가졌다면, 혹시 역모를 꾀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었으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의심을 거두었다. 비록 ‘제왕의 사주’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300여 통의 벌을 키우면서 자신의 작은 왕국을 가꾸어 나가는 강소농이 있다.칠곡군에서 ‘한오백벌꿀농장’을 운영하는 한오현(60)·박인숙(53) 부부다. 한 대표는 벌꿀과 화분, 프로폴리스, 로열젤리를 생산해 연간 6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스포츠맨의 변신한 대표는 귀농 8년 차의 양봉인이다. 귀농하기 전 30년간은 스포츠맨으로 살았다. 선수와 지도자를 겸하면서 헬스장도 운영했다. 한 대표의 운동 실력은 대단하다. 국궁을 비롯해 검도, 합기도, 헬스트레이너 자격까지 갖췄다. 그러나 2011년부터 불기 시작한 자치단체와 기업들의 실업팀 해체 바람은 대구·경북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업팀 해체는 비인기 종목에 집중됐다. 국궁 선수 겸 지도자로 활동하던 한 대표도 갈 곳을 잃었다. 평생 운동 외 다른 일은 해보지 않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운동을 그만두고 전직을 한다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때 같이 운동을 하던 선배가 양봉을 권했다. 하지만 꿀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많은 망설임 끝에 꿀벌 10군(통)을 구입해 양봉을 시작했다. 이후 농민사관학교 양봉학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교육과 실습을 해 이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로 변했다. 현재 300여 군을 키우고 있지만, 많을 때는 500군이 넘을 때도 있다. 이제는 각지에서 초청을 받는 양봉 전문 강사로도 활동한다. ◆자연을 닮은 순수한 꿀한 대표가 양봉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가장 순수한 꿀, 자연을 닮은 꿀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꿀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은 유별나다. 아카시아 꿀이 멈추지 않고 들어오는 5월에도 자주 채밀을 하지 않는다. 봉방(벌집의 6각형 방)에 꿀이 가득 차더라도 벌들이 날개짓으로 수분을 증발시키고 완전히 밀봉한 후에야 채밀한다. 밀봉하기 전에 채밀하고, 수분을 증발시키는 농축작업을 하면 훨씬 생산량이 늘어나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다. 벌들이 스스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천연의 꿀을 얻기 위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어떤 꿀이 좋은 꿀인지 알 수가 없다. 한오백벌꿀은 판매하기 전에 양봉협회 양봉부산물연구소의 품질검사를 거친다. 한 드럼당 30만 원의 검사비용이 들어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믿고 좋은 꿀을 구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에서도 MD들이 직접 검증을 거친 후에 등록시킨다는 ‘푸드 윈도’에 등록되어 있다. 한번 구입한 고객은 바로 단골이 되는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매실 먹여 질병 예방다른 가축이나 농작물처럼 꿀벌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병충해다. 믿기지 않지만, 벌들도 설사한다. 꿀벌들이 이동할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때 꿀벌들이 설사하고 꿀벌들이 큰 피해를 입는다. 설사하는 꿀벌들에게는 매실 진액을 공급한다. 항생제 대신에 매실 진액을 공급해 설사를 막는다. 사람들이 배탈이 났을 때 민간요법으로 매실 진액을 마시는 것과 같은 원리다. 홍삼 원액을 공급할 때도 있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지금은 중단했다. ‘낭충봉아병’도 큰 피해를 준다. 한번 발병하면 애벌레들이 썩어버려 벌통 전체가 큰 피해를 입는다. 방제법은 항생제를 뿌리는 방법뿐이다. 어쩔 수 없이 최소량만 사용한다. 방제보다는 예방 위주로 적기에 사용해 사용량을 줄인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아직 각종 검사에서 항생제가 검출된 사례는 없다. 한오백벌꿀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것은 이러한 한 대표의 노력 덕분이다. 친환경적인 사양관리와 철저한 품질관리가 고품질의 꿀로 평가받는 이유일 것이다. ◆ 양봉 성지 칠곡칠곡은 양봉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양봉업을 하는 농가에서는 칠곡 신동재에서 아카시아꿀 채취에 실패하면, 그해 양봉은 실패했다고 한다. 신동재 일원에 100만 평 규모의 아카시아 군락지가 있기 때문이다. 5월이 되면 신동재 일원에는 전국의 양봉 농가들이 몰려든다. 꽃보다 꿀벌이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양봉하는 농가에서는 제주도에서 유채꿀을 채취하면서 벌을 증식하고, 신동재에서 아카시아 꿀을 채취한 후, 파주나 철원 등지로 이동해 2차로 아카시아 꿀을 채취하는 과정을 거친다. 칠곡의 신동재는 ‘양봉의 성지’라고 할 만큼 양봉 농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아카시아 벌꿀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5월4일과 5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2008년에는 칠곡군 일원이 ‘양봉 특구’로 지정됐다. ◆ 양봉 종합체험농장으로 전환한 대표의 꿈은 양봉 종합체험장을 만들고 6차산업화로 나가는 것이다. 지난 8년간의 노력으로 양봉기술을 충분히 다졌다고 자부하지만, 자연 의존도가 너무 높은 1차산업형 양봉으로는 안정적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언제 어떤 예상치 못한 자연환경의 변화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꽃들이 위도와 고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동시에 개화하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해 6차산업으로 나가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꿀과 밀랍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체험농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앞쪽에 있는 저수지와 논을 활용해 캠핑장을 만들고, 눈썰매장과 물놀이장도 구상 중이다. 이런 계획들이 마무리되면, 휴식과 체험을 겸한 종합체험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자연 의존형 양봉에서 6차산업형 농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농장명: 한오백벌꿀▲농장주: 한오현·박인숙 (2014 강소농)▲문의: 010-8592-9001, 054-977-9004▲블로그: https://blog.naver.com/500zotmf▲소재지: 칠곡군 지천면 신리 472▲이메일: 500zotmf@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청결 원칙 고수’ 계절별 모종 건강하게 키우는 만능 육묘전문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어릴 적 모습을 보면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사람은 물론 식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2012년에 제정된 종자산업법에는 ‘종자와 묘의 생산·보증 및 유통, 종자산업의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종자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농업 및 임업 생산의 안정에 이바지하기위해 5년마다 ‘종자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종자에 관해 정부에서 법까지 제정해 관리하는 것은, 그만큼 종자산업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귀농 후 육묘사업에 뛰어든 청년 강소농 부부가 있다. ‘예천육묘장’을 운영하는 조상전(39) 대표와 남편 성종규(39)씨가 그 주인공이다. 조 대표는 예천읍 석정리에서 비닐하우스 6동 (3천300㎡)의 육묘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전업주부의 ‘겁 없는 도전’조 대표는 전형적인 전업주부였다. 다만 남편이 농약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있어 농사가 전혀 낯설지는 않았을 뿐이다. 전업주부의 농사에 대한 겁없는 도전은 우연히 시작됐다. 집에서 다육식물을 즐겨키우던 아내에게 남편 성씨가 “다육이를 잘 키우는데, 새싹도 한번 키워보는 것은 어때?” 라고 별뜻없이 슬쩍 던진 말 한마디가 전업주부를 육묘전문가로 변신시키는 계기가 됐다. 남편 성씨는 채소 묘종을 키우는 ‘육묘’를 이야기했으나, 아내는 집에서 ‘새싹’을 화초처럼 키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부부는 ‘새싹’과 ‘육묘’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사업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마침내 조 대표는 2017년 문경에서 남편의 직장이 있는 예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 곧장 귀농을 하고 육묘사업에 도전했다. 농사경험이 전무한 전업주부 조 대표가 겁 없이 육묘사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남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다행히 꽃 키우던 취미와 비슷해 적성과도 맞았다. 귀농 첫해에 고추 8만 그루를 파종해 4만 그루만을 건지는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부부는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안도했다. 낙담하기 보다는 오히려 농사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6동의 하우스에서 고추를 비롯한 20여 종의 모종을 키우고 있다. 재배는 주로 조 대표가 맡고 있지만, 농약 전문가인 남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연중 쉴 틈 없는 순환 육묘장육묘사업은 다양한 종목의 순환 육묘를 하기 때문에 컨베이어벨트처럼 연중 돌아가 쉴 틈이 없다. 겨울에 시작해서 겨울에 마치는 농사다. 1월에서 5월까지는 고추와 호박, 쌈 채소, 땅콩 등 여름작물의 모종을 키운다. 4~6월에는 참깨 모종을 키우고, 8~9월에는 배추, 9~11월에는 양파 모종을 키운다. 혹서기인 7월에는 특별히 주문받은 모종이 없으면 쉰다. 겨울철 양파 모종이 끝나면, 이듬해 고추 모종을 파종할 때까지 약 보름간의 여유 기간이 생긴다. 연중 황금 같은 휴식기다. 이때는 주로 가족여행을 간다. 일 년간 열심히 일한 가족에게 주어지는 휴식이고, 방학 기간에 일손을 도운 자녀들에게 주는 보상이다. 육묘사업은 파종과 관리에 일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전 가족이 힘을 모아야 하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파종에서 판매까지의 기간이 짧아, 자금 회전력이 높은 장점이 있다. 월급처럼 매월 소득이 발생하는 농업이기도 하다. ◆청결과 소독이 생명‘한번 검으면 희기 어렵다’는 속담이 있다. 흰 천에 한 번 검은 물이 들면, 아무리 빨아도 다시 희어지기 힘들다는 뜻이다.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한번 나쁜 것이 물들면 깨끗이 고치기가 쉽지 않음을 교훈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가 육묘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가 병해충의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다. 모종은 한번 병해충에 감염되면, 성장 과정은 물론 농작물의 수확기까지 큰 피해를 본다. 심하면 다음 해 농사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감염원의 사전 차단을 위해 병해충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그래서 모든 하우스마다 입구에 소독조를 설치하고, 출입 시 신발에 대한 소독을 무조건 한다. 가족은 물론 견학오는 사람도 의무적으로 소독을 해야만 출입이 된다. 조 대표는 다른 농장을 다녀온 경우, 아무리 바빠도 집에서 옷을 완전히 갈아입고 농장으로 향한다. 건강하고 튼튼한 모종은 재배과정도 중요하지만, 병충해 감염이 없는 ‘무병 모’ 생산이 중요하고, 예방이 치료보다는 훨씬 쉽기 때문이다. ◆특별한 고객들육묘는 다른 농사와 달리, 한 해 농사의 시작부터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육묘는 대부분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특별한 고객을 많이 만나게 된다. 지난해에는 영양의 토종고추 씨 200알을 가져와 육묘를 주문한 고객이 있었다. “몹시 어렵게 구한 귀한 씨앗이라 전부 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신신당부 했다. 어떤 농가에서는 청양고추보다 40배나 매운맛이 나는 멕시코 고추라면서 씨앗 10알을 가져오기도 했다. 워낙 매운맛이 강하기 때문에 “잎도 만지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매운 고추는 근처에만 가도 매운맛을 느낄 정도였다. 매운맛이 너무 강해 장갑을 두 켤레나 끼고 모든 작업과정한 이색 경험도 있다. 다문화 가정에서는 자기 나라 식물의 낯선씨앗을 가져오기도 한다. “고국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집에서 키우고 싶다”며 “혹시나 집에서 싹을 내다가 실패할까 봐 겁이 나서 가져왔다”고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특별한 고객의 특별한 주문이 들어오면, 한층 더 정성들여 키운다. 나름대로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찰을 단 모종판육묘는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부담이 큰 농사다. 주문받은 모종을 제때에 튼튼하게 키워서 보내주지 않으면, 남의 일 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묘기간 뿐만 아니라, 본 포(밭)에 정식을 하고 수확할 때지 긴장해야 한다. 해당 작물의 수확이 완료돼야 마음을 놓는다. 같은 작목이라도 수많은 품종이 있다. 한순간이라도 소홀히 하면, 주문한 종자가 아닌 엉뚱한 품종이 파종될 수도 있다. 파종 이후에는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조 대표는 6동의 하우스에 작목별, 품종별로 구획을 지어서 육묘한다. 특히 모든 모종판에는 파종 일자와 작목, 품종, 주문자, 생산자, 육묘업등록번호가 인쇄된 라벨을 부착한다. 일일이 라벨을 붙이는 작업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지만, 철저한 관리와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문 농가에서도 자기 이름이 부착된 모종판을 보면 훨씬 신뢰감을 가진다. ◆첫해 농사, 절반의 실패2017년 첫해 농사에서 고추씨 8만 알을 파종했으나 4만 알만 싹이 텄다. 비율적으로는 50%가 발아를 했으니 단순한 숫자만 보면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보면 실패한 농사다. 발아율이 50%라고는 하지만, 많은 모종판이 듬성듬성 비어있어 상품 가치가 없는 상품이었다. 누가 모종 판에 듬성듬성하게 자란 묘종을 사겠는가. 발아율이 떨어진 모종판은 모두 폐기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일천만 원이 넘는다. 그러나 조 대표는 “첫해 농사로는 성공작”이라고 말한다. 언제나 실패를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예천군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실패 원인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좋은 공부를 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농가로부터 강한 항의도 받았다. 분명히 맵지 않은 고추를 주문했는데, 매운 고추가 달렸다는 것이었다. 원인을 파악하니 유례없는 폭염으로 매운맛이 나는 ‘캡사이신’ 농도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이후 비가 오면서 매운맛이 없어지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첨단시설의 육묘장과 체험농장육묘업은 기후와 하우스 시설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농사다. 지금의 단동하우스는 병해충의 확산을 막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일손이 많이 가는 단점도 있다.앞으로 기술력이 축적되고 자금확보 여력이 생기면, 시설확장과 함께 자동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팜 농장을 만들 계획이다. 날씨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기 위해 LED 조명을 활용하는 육묘법을 준비 중이다. 첨단자동화시설을 갖춘 연동 하우스 시설이 준비되면, 한층 더 건강한 묘종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장 홍보를 위해 유휴 농지를 활용하여 고구마와 감자 등의 수확체험과 가정에서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을 활용한 새싹 모종 체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장명: 예천육묘장▲농장주: 조상전. 성종규 (2017 강소농)▲구입문의: 010-4506-8910▲블로그: https://blog.naver.com/csjbhk▲소재지: 예천군 예천읍 석정리 305-1▲이메일: csjbhk@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자연과 가장 닮은 색 ‘쪾빛’ 아름다운 우리 비단 명주에 물들다

색깔의 마술사 명주이야기가장 자연스러운 색을 담아내는 천연염색 ‘쪽’금의환향처럼 비단옷은 명예와 부의 상징하는 품격 있는 옷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 부인은 명주한복을 만든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색깔이 있다. 천연의 색도 있고 인공의 색도 있다. 광전식 분광 광도계라는 기계를 사용해 구분할 수 있는 색의 종류는 약 400만 가지 정도라고 한다. 색깔의 세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 많은 색 중에서 가장 자연과 닮은 색으로 ‘쪽빛’을 꼽는다. 하늘빛을 닮은 푸른색깔이다.‘쪽빛’은 ‘쪽’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염료로 염색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색이다. 산업화에 밀리고, 염색과정이 어려워 이제는 흔히 보기 힘든 색이다. 상주에서 ‘쪽’을 재배하고, ‘쪽염색’을 하는 강소농 부부가 있다. 전광채(57) 대표는 ‘명주이야기’를 운영하고, 부인인 김영미(53) 대표는 ‘함창명주’를 운영하는 비단전문 부부다. ‘명주이야기’ 농장에는 1천㎡의 밭에 ‘쪽’을 재배한다. 그 쪽물로 명주를 염색해 한복을 만들고, 규방공예와 한복자수, 스카프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어 연간 1억5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알짜배기 강소농이다. ◆36세에 ‘명주’를 만나다.전 대표는 고령이 고향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줄곧 대구에서 살았다. 36살이던 1996년에 상주 함창에 들렀다가 운명처럼 명주(비단)로 만든 ‘수의’를 만났다. ‘명주 수의’는 옷감 중에서는 최고인 명주로 만든 마지막 옷이다. 이승에서 못다한 부귀영화를 저승에서나마 누리게 하는 후손의 마지막 예우로 명주 수의를 선호한다는 말에 공감했다.수의는 맨몸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비단옷을 입고 저세상으로 돌아가는 ‘금의환향’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복자수를 전공한 부인과 뜻이 맞아 상주 함창에 눌러 앉았다. 그길로 함창에서 전통수의업을 하는 ‘영광의류제복사’라는 업체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월급도 거의 없는 견습생이었다. IMF시절이라 수의업도 불황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불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던 중 ‘지금은 라디오시대’라는 방송에 사연을 보냈다.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좋다’는 사연과 함창명주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대박이 났다. 방송이 나간 후 전국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주문이 쏟아졌다. 한동안 호황세가 계속됐다. 그런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사장이 전 대표에게 “사업을 물려받으라”고 권했다. 2000년에 ‘영광의류제복사’를 물려받았다. 20년 째 ‘함창명주와 명주이야기’이라는 두 가지 이름으로 쪽염색을 하면서 한복과 생활한복, 규방공예품 등을 만들고 있다. ◆6남매 다둥이가족전 대표는 딸 다섯에 아들 하나를 둔 다둥이 아빠다. 여섯자녀를 키우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금은 자녀가 많은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많은 식구가 살다보니, 항상 부족한 것이 많았다. 옷은 한번 사면 아래로 물려가면서 입었다. 예쁜 옷은 임자가 없다. 먼저 입는 사람이 임자다. 사정이 이러니 아침마다 옷 쟁탈전이 벌어진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언니는 동생의 과외교사다. 좁은 집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힘은 들지만, 그만큼 가족의 정이 깊어지고 자녀들의 사회성도 늘어난다. 올해 29살의 큰딸은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다. 20살의 넷째는 올해 부산에 있는 유명대학에 진학했다. 딸 넷은 서울 대전 구미 부산 등 전국에 흩어져 산다. 집에는 부부와 아직 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이 함께 생활한다. 예전에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이웃에서 저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느냐고 걱정을 했지만, 모두 건강하게 자랐고, 제 몫의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주말에 6남매가 한자리에 모이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를 하고 가족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조금 더 큰집을 지어야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요즘 전 대표는 “제가 이래뵈도 애국자 아닙니까? 아이를 여섯이나 낳았으니까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최고의 명품 함창명주전국에서 유명한 명주 주산지는 진주와 공주, 상주 함창 등 3곳이다.‘진주명주’는 현대식 직조기를 이용해 생산하는 22인치 중폭명주다. ‘유구명주’로 알려진 공주명주도 44인치의 광폭명주로 주로 옷을 만들 때 안감으로 사용한다. 반면에 함창명주는 15인치의 소폭명주를 전통방식으로 생산한다. 고급 한복을 만들 때는 주로 함창명주를 이용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돋보인다는 것이 함창명주에 대한 세간의 평이다. 그래서 함창명주는 자수는 물론 금박이나 은박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명주는 너무나 귀하기 때문에 차광이 되는 장롱 속에다 보관한다. 명주는 세상에서 가장 긴 실이다. 누에고치에서 풀어낸 명주실은 한 가닥에 대략 1천300m에 이른다. 1m 남짓한 삼베와 비교하면, 그 길이가 가늠이 된다. 목화로 만든 면은 7cm 정도다. 이렇다보니 명주실은 직조과정에 삼베나 목화처럼 실을 이어붙일 필요가 없다. 긴 섬유를 여러 가닥의 실로 꼬아서 만들기 때문에 이불이나 옷에서 먼지가 발생하지 않고, 민감한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토피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명주옷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주시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생애 최초의 선물로 ‘명주 배냇저고리’를 선물한다. 출산장려시책의 일환이면서 보드라운 아기피부를 생각하는 상주시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 쉽고도 힘든 쪽 염색천연염색인 ‘쪽’염색은 쉽고도 어려운 이중성이 있다. 염색의 원료인 쪽은 재배가 쉽다. 3월에 파종을 하고, 4월에 밭에다 옮겨 심는다. 가장 더운 7월에 첫 수확을 하여 3번까지 수확한다. 수확한 쪽을 3일 동안 물에 넣고 불리면 염료성분이 녹아난다. 여기에 공기와 석회를 넣어서 흡착을 시키면 진흙처럼 된다. 이걸 ‘니람(앙금)’이라고 하는데 쪽면염의 원료다. 문제는 염색과정이다. 니람을 물로 희석하고 7일 정도의 환원과정을 거친다. 쪽물 속에 남아 있는 용존산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완전한 환원이 일어나면, 명주 천을 넣고 원하는 색깔이 나올 때까지 3~4회 정도 염색을 반복하고 다시 산화발색을 시킨다. 마지막으로 물로 세척해 알카리성분을 완전히 제거하면, 견뢰도(염색물의 빛깔이 외부의 여러 조건에 대해 견디는 저항성)가 높아져 탈색이 되지 않는다. 쪽염색이 어렵다는 것은 니람의 환원과 산화발색 과정이 까다로워 원하는 색깔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 2월은 전화위복의 달요즘은 명주한복이 인기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5~60대가 주요 고객이다. 주로 자녀의 결혼과 관련한 상견례와 결혼예복으로 많이 입는다. 상견례에는 생활한복을, 결혼식에는 전통한복을 입는다. 결혼식이 많은 봄과 가을이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윤달이 되면 수의를 장만해 두려는 가정이 늘어나 호황을 이룬다. 그러나 음력2월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2월은 바람달이라고 한다. 2월에 결혼을 하면 그 바람 때문에 결혼생활에 파탄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2월 결혼은 가급적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5년 전쯤 어느 해 2월에는 보름 동안 손님이 단 한명도 없었던 적이 있었다. 전 대표는 그때 “이렇게 해서 먹고 살기나 하겠는가?” 하는 고민을 하다가 농사를 짓게 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쪽 농사를 시작했다. 농촌기술센터와 기술원에서 많은 교육도 받았다. 그 교육이 사업에도 도움이 돼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처음에는 원단과 수의 판매로 시작해 이제는 천염염색과 원단가공, 생활한복까지 사업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두 가지의 꿈전 대표의 꿈은 두 가지다. 쪽 염색에 전념해 천연염색의 명인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염색기술을 쌓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6남매 중에서 어느 하나에게 전수시켜 쪽 염색의 명문가로 대를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큰딸이 뒤를 잇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다른 꿈은 조금 유별스럽다. 지역풍물단에서 상쇠를 하는 전 대표는 동부민요를 배워 상주지역의 문화유산과 연계시켜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동부민요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동쪽인 경상도와 강원도, 함경도 지방에서 부르는 민요를 말한다. 동부민요 명창 박수관 선생으로부터 동부민요를 전수받은 김범영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전 대표를 비롯한 20명의 회원들이 매주 1회씩 소리공부를 하고 있다. 김 범영 전수자는 2015년 대한민국 동부민요전국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 소리꾼이다. 전 대표도 지금은 각종 지역문화행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소리꾼이됐다. 고객들 앞에서도 민요를 자주 부른다. 염색이든 민요든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노력하는 전대표의 열정을 볼 때 그 꿈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 ▲농장명: 명주이야기▲농장주: 전광채. 김영미 (2014 강소농)▲구입문의: 010-7245-4064, 054-541-7777▲홈페이지: http://www.silkro.co.kr/▲소재지: 상주시 함창읍 무운로 1633(명주테마파크 내)▲이메일: omegajun7@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제철 농산물을 꾸러미로 구성 소비자 맞춤형 농업 선도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 꾸러미사업으로 억대 강소농 꿈꿔농산물 꾸러미는 변화된 소비문화인 구독경제80세 이전에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농부로컬푸드매장 운영으로 이웃과 수익을 나누고 싶어-------------------------------------------------------------------------------------- 지금까지 시장경제 체제의 경제개념은 소유경제였다. 최근 들어 이러한 개념이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소유경제’에서 ‘공유경제’로 넘어가고, 또다시 ‘구독경제’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 자리 잡기 시작한 구독경제는 어떤 것을 얼마나 소유하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찾아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신청하면, 정기적으로 원하는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농산물 꾸러미사업이 대표 구독상품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정기적으로 꾸러미 상품을 배송해 준다. 꾸러미가 바로 ‘농업의 구독경제’다. 농산물 꾸러미사업으로 억대 농부를 꿈꾸는 강소농이 있다. 안동시 서후면 ‘태무지농원’의 정영자(64) 대표와 남편 김광호(70)씨가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서울에서 10년 전 고향으로 귀농해 1만2천 여㎡의 농사를 짓는다. 지난해 7천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억대 농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 생명의 땅 ‘태무지’‘태무지농원’이 있는 곳은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다. 이름이 특별하다. ‘태무지’는 태장리의 우리말이다. 예전부터 왕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태’를 정갈한 곳에 묻고 정성스럽게 관리했다.전국에 태봉과 태실이란 지명이 많이 있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생명의 신비함과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말해 준다. ‘태무지’는 생명의 신비한 기운을 품고 있는 생명의 땅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장 이름을 ‘태무지 농장’으로 정했다. ◆ 왜 꾸러미 농사인가?정 대표 부부는 서울에서 30년 동안 광고업을 하다가 고향으로 귀농한 강소농이다.잘나가는 광고사업으로 한때 ‘서울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경쟁이 치열한 서울 생활을 접고, 귀향을 결정했다. 귀농 후 정 대표가 처음 꾸러미사업을 계획할 때, 남편과 함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일손만 많이 가고, 푼돈만 들어온다”며 말렸다. 그러나 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농촌의 수익구조는 봄부터 여름까지 농작물을 애써 가꾸고, 가을에 가서야 수확을 해 수입이 생기는 구조였다.그러다 보니 종자와 비료, 농약 등 각종 농자재를 외상으로 가져다 쓰고, 가을에 갚는 것이 일상이었다. 가을에 목돈이 생기는 것은 좋지만, 외상값을 갚고 나면 농민들의 주머니는 또다시 텅 비어버린다. 연중 부채를 안고 사는 구조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연중 소득이 발생하는 농업을 연구한 끝에 수시로 현금이 들어오는 ‘꾸러미 농업’을 선택했다. 정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매월 꾸준하게 수입이 발생했다. ‘매달 월급처럼 수입이 생기는 농장’을 만들겠다는 꿈이 실현됐다. ‘꾸러미’는 유정란을 기본으로 계절별로 나오는 제철농산물로 구성한다. 봄에는 봄나물 중심, 여름에는 상추와 다양한 쌈 채소 및 과채류가 주를 이룬다. 가을에는 배추를 비롯한 풍성한 가을철 먹거리들과 겨울에는 저장 먹거리들로 꾸러미를 싼다. 된장과 간장을 보낼 때도 있다. ‘태무지 농장’에서는 50여 명의 정기회원을 비롯한 고객들에게 매월 2백여 개 이상의 꾸러미를 배송한다. 매주 수요일에 배송하는 꾸러미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0~12가지의 농산물로 구성한다. 가격은 3만3천 원을 받는다. ◆백화점 농장태무지농원은 백화점 같은 농장이다. 40㎡ 남짓한 비닐하우스에는 진한 녹색의 청경채와 치커리 같은 채소들이 12가지 종류나 자라고 있다. 소량다품종 재배를 하기 때문이다. 꾸러미의 특성상 제철에 나는 농산물을 보내다 보니 종류도 많고, 수시로 내용물이 바뀐다. 무와 배추는 기본이고, 들깨, 상추, 근대, 청경채, 대파, 오이, 양배추, 쑥갓, 아욱, 고추 등 무려 72가지나 된다. 이와 함께 스피아민트와, 로즈메리, 초콜릿 민트, 라벤더 같은 허브와 향신료도 키운다. 이렇다 보니 만물백화점이란 소리를 듣는다. ◆억척 농사꾼으로 변신남편 김광호(70)씨는 농촌 출신이지만, 10년 전 정 대표의 권유로 귀농을 할 때까지만 해도 농사는 전혀 모르는 ‘농맹’이었다. 당초 ‘귀농’에 대해 논의할 때 김 씨는 강하게 반대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농사일의 어려움을 모르는 아내에 대한 못 미더운 마음과 서울에서 살다가 ‘금의환향’이 아니라, 실패자의 모습으로 귀향했다는 고향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의 끈질긴 설득에 남편 김 씨도 결국 수긍했다. 김씨가 먼저 내려와 귀농준비를 하고, 1년 후에 정 대표가 합류했다. 이제 귀농 10년 차가 되면서 부부는 억척 농사꾼으로 변했다. 1만2천 여㎡의 농지에 72종의 농작물을 조그마한 관리기 한 대로 해결한다. ◆친환경 농업 원칙태무지농원의 모든 농산물은 친환경 재배를 철저한 원칙으로 한다. 10년 전 처음 시작할 때 스스로 정한 원칙이다. 아직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주변에서는 “생각은 좋지만,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물론 농약에 대한 유혹도 많이 받았다. 연한 새싹에 진딧물이 빽빽하게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이웃에서는 “농약 한 번만 치면 깨끗해진다”고 권한다. 하지만 친환경 농사에 대한 부부의 생각은 확고하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직접 제조한 친환경 제재를 사용한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부부가 의견대립을 했다. 정 대표는 ‘친환경 농사’, 남편은 ‘관행농법’을 주장했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타협점을 찾았다. 정 대표는 “생산량이 적고,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딱 5년만 친환경 재배를 해보고, 정 안 되면 관행농법으로 전환하자”고 했다. 팽팽한 의견대립의 결과는 정 대표의 승리였지만, 이제는 남편이 더 열렬한 ‘친환경 재배 주의자’로 변했다.농장에 사용할 퇴비나 영양제 친환경 약제는 모두 남편이 직접 만든다. 농장에서 나오는 작물의 부산물은 모두 땅으로 돌려주고, 퇴비는 완전히 발효시켜 땅에 뿌린다. 친환경 약제는 주로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을 활용해 만든다. 천연의 독성물질을 이용한 은행잎과 열매, 할미꽃, 자리공 등으로 친환경 약제를 만들고 마늘과 생강을 발효시켜 영양제로 활용한다. 농장 주변에 코스모스와 메리골드, 제충국 같은 꽃을 심는 것도 친환경농법 중의 하나다. 특유의 냄새를 활용한 일종의 기피제다. 농장의 경관도 조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무농약 인증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의 농산물을 생산·판매한다는 것에 대한 정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29가지 농산물에 대한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나머지도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무농약이다. 꾸러미를 이용하는 주 고객은 30~40대의 직장맘과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직장과 육아로 장보기를 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은 주부의 마음에서다. 그래서 항상 고객들에게 “안동 양반 정신과 농부의 정직함을 믿어 보라”고 한다.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꿈정 대표는 꿈이 있다. 70세까지 공부를 하고, 80세까지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이다. 바쁜 중에도 짬을 내 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재학 중이다. 농학과를 졸업하면 심리 상담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그 이후에는 80세가 되기 전에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고 한다. 자신과 가족의 삶과 농사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이다. 결코 쉬워 보이는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농장 앞마당에 설치된 로컬푸드 매장에서 안동의 농업인들과 마을 주민들의 농산물을 함께 판매해 이익을 주민들과 나눌 계획이다. 그래서 매장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했다. 그것이 자신과 가족들을 감싸 안아준 이웃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에서다. 올해 안동시 강소농연구회 회장을 맡아서 활동 중이다. ▲농장명: 태무지농원▲농장주: 정영자 (2017 강소농)▲구입문의: 010-9289-2402▲블로그: https://blog.naver.com/semy2321▲소재지: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55-7▲이메일: semy2321@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백두대간 우두령 아래 자연을 닮은 부부 “느림의 미학 담은 술과 식초만 바라봤죠”

자연을 닮은 부부가 만드는 막걸리와 식초비단처럼 아름다운 술 빛깔 ‘배금도가’3대를 이어가는 술과 식초 명가전통 기술로 술과 식초를 만드는 백년가업 전통 세우고 싶어 시인 조지훈이 ‘완화삼’이란 시를 지어 박목월에게 보냈다.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 마을의 저녁노을이여’.(일부 발췌)박목월이 ‘나그네’라는 시로 화답했다. ‘길은 외줄기 남도 삼 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일부 발췌)’청록파 시인의 시(詩)답게 서정적이고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았다고 평가받는 시다. ‘술 익는 마을’이란 시구(詩句)보다 선비의 풍류와 나그네의 유랑을 더 잘 표현한 말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풍류를 알고 즐겼던 우리 민족은 한 잔 술에 웃고 시름을 풀었다. 그만큼 술과 가까웠다. 백두대간 우두령 아래에서 자연을 닮은 부부가 술을 빚고 식초를 만든다. 주인공은 배금도가·배금초(이하 배금도가)의 김보홍(66)·정현선(61) 공동대표다. 이들 부부는 술과 식초를 만들기 위해 백두대간 깊은 산속으로 찾아 들었다. 오로지 술과 식초만을 만드는 귀농 8년 차의 중견 강소농이다. 우두령 아래 산속에서 술과 식초를 만들어 연간 5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자연형 강소농’이다. ◆3대를 이어가는 술과 식초이들 부부는 농촌과의 인연은 크게 없다. 다만, 농사는 부모님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김보홍·정현선 공동대표는 젊은 시절 서울에서 살던 금융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정현선 대표가 전혀 무관한 분야였던 술과 식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핏속에 숨어 있던 기운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일까?그 기운은 외할머니에서 어머니로 그리고 딸로 전해 내려왔다. 정 대표의 외가는 전남 광양에서 양조장을 했다. 외할머니의 술 빚는 솜씨는 인근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그 솜씨는 어머니께로 전해졌고, 어머니는 식초를 만드는 것까지 발전시켰다.술과 식초는 같은 원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료도 곡물과 누룩으로 같다.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면 술이 되고, 초산 발효가 되면 식초가 된다. 정 대표가 그 피를 이어받았다. 어느 순간, 식초와 술이 좋아졌다. 서울 한복판의 아파트에서 술을 만들었다. 집 전체가 시큼한 냄새로 가득해 가족들의 민원(?)을 초래했다. 때마침 건강에 이상을 느낀 남편이 “차라리 시골로 가서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자”며 귀촌을 제안해 의기투합했다. 귀촌지역을 선택하기 위해 전국을 헤매다가 지인의 소개로 백두대간 아래 김천시 구성면에 안착했다. ◆6개월 동안 공들인 막걸리‘배금도가’에서 만든 막걸리는 알코올 함량이 18%로 요즘 나오는 소주보다 독하다. 그런데도 뒷날 숙취가 전혀 없다. 배금도가만의 특별한 비법 때문이다. 막걸리를 만드는데 무려 6개월이 걸린다. 일반 막걸리가 일주일이면 되는 것과 비교하면, 24배의 시간이 소요된다.고두밥과 누룩을 섞어서 1개월 동안 발효를 시키고, 5개월간 숙성을 시킨다. 이후에 보관실에서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판매한다.그러나 보관실에 오랫동안 보관되는 술은 없다. 배금도가의 막걸리를 구입하려는 예약자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6개월이라는 긴 공정을 거치면 독특한 꽃 향이 나고 감칠맛이 배가된다. 40~50대의 장년층보다 오히려 20~30대의 청년층에게도 인기다.박람회에서 시음과 판매행사를 하고 나면, 청년들이 SNS를 통해 홍보를 해주는 덕분에 보관된 막걸리는 금세 동이 난다. 주변에서는 6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리는 공정을 보고 경제성이 없다고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처음 6개월만 지나면 ‘선입선출’ 방식에 의해 꾸준히 판매와 생산이 이어지기 때문이다.하지만, 배금도가의 증류주는 지금 7년째 저온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다. 3년 후나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느림의 미학’ 식초배금도가에서 만드는 식초는 다양하다. 복숭아 식초를 비롯해 아로니아 식초, 감식초, 포도 식초, 현미 식초 등 원료에 따라 다르다. 일반 양조식초와 다른 점은 느림의 미학으로 만드는 ‘느림보 식초’라는 점이다. 고두밥과 누룩을 섞고, 식초의 맛과 향을 만드는 과일의 발효액을 첨가해서 3개월의 초산발효과정을 거친 후 다시 6~9개월간의 숙성과정을 거친다. 배금도가의 장독대에는 누룩과 혼합한 복숭아와 아로니아, 포도 등 과일 종류별로 담긴 식초 항아리들이 도열해 있다. ◆발효의 최적지 ‘배금도가’술과 식초는 이웃사촌이다. 곡물과 누룩을 혼합해 발효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본이다. 알코올발효와 초산발효의 차이다. 발효식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생물인 효모균이다. 지역의 환경에 따라 다르다. 한국에서는 주로 황곡균을 쓴다. 반면에 일본은 흑곡균을 쓰고 중국은 홍곡균을 쓴다. 어느 균이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특성과 효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배금도가’가 있는 백두대간 인근에서는 특이하게도 황곡균과 함께 홍곡균과 흑곡균이 함께 나타난다. 아마도 백두대간과 인접해 온도와 습도, 바람이 효모균의 증식에 좋은 조건을 제공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대표는 “발효식품인 술과 식초를 만드는 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자랑한다. ◆ 비단처럼 아름다운 빛깔의 술 ‘배금(配錦)’‘배금도가’라는 농장 이름이 특별하다. ‘배금’은 비단처럼 아름다운 ‘술 빛깔’이라는 의미다. 맛과 함께 보기도 아름다운 술을 빚으라는 의미다. 농장 이름에 대한 사연이 있다. 3년 전쯤 도인처럼 보이는 손님이 농장에서 하룻밤을 묵어 간 적이 있다. 백두대간을 7번 완주했다는 70대의 여성이었다.그때 하룻밤 신세를 진 보답으로 “농장의 이름을 지어 주겠다”고 한 후 떠나갔다. 당초 쓰던 이름은 ‘풀빛 발효식품’이었다. 한 달 후 그가 다시 찾아와 ‘배금(配錦)’이란 이름을 지어 주며 “3년이 지나면 이름값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도인의 예언처럼 3년이 지난 요즘 배금도가의 막걸리와 식초는 인기 절정이다. 정대표는 “농장 이름을 바꾼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면서 “이름처럼 아름답고 맛있는 술과 식초를 천천히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 고두밥 연습에 쌀 10가마 버려귀농 2년 차에 친정어머니로부터 본격적으로 식초에 대한 비법을 전수하였다. 농가 한 편에 있는 황토방에서 고두밥을 찌고, 누룩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쌀을 물에 불리고, 솥에 찌기를 반복했다.번번이 어머니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술과 식초를 만들기 위한 최상의 고두밥을 짓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로만 듣고 책으로 보던 이론과는 달랐다. 실전은 어렵고 힘들었다. 그때 고두밥 짓기 연습용 쌀이 무려 10가마에 이른다. 한 가마가 80kg이니 총 800kg의 쌀이 고두밥 잘 만들기 훈련용으로 사용됐다. 모녀가 황토방에서 고두밥 짓는 훈련(?)을 하는 동안 남편은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자 남편이 “당신은 안 되겠으니 포기하라”고 역정을 냈다. 믿었던 남편으로부터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쏟아졌다. 그때 어머니가 나섰다. “한 번에 잘 하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한번 못한다고 해서 타박할 일도 아니다”라면서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하고, 옆에서도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고 타일렀다. 어머니의 그 말 한마디에 부부는 다시 힘을 합쳤다. 이제는 눈으로만 봐도 가마솥 안 고두밥의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 수준이 됐다.김대표는 “이제 식초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고수입니다”라고 정대표를 치켜세운다. ◆백년가업의 전통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부부의 꿈은 막걸리와 식초의 전통기법을 계속 이어가면서 희망하는 사람에게 전수해 백 년을 넘는 전통을 이어 가는 것이다. 그 후계자는 자식이든 남이든 상관없다. 이들 부부는 “누구든지 술과 식초를 사랑하고, 전통기술을 잘 이어가기를 약속한다면, 그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겠다”고 한다. 그 약속을 지키는 방법으로 외부 강의를 선택했다.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식초제조법에 대한 특강을 한다. 수도권의 모 대학에서는 6주간의 일정으로 강의를 한다. 먼 거리에 강의를 위해 오가는 길이 힘이 들긴 하지만, 열정적으로 강의를 한다. 최근에 서울에서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딸이 ‘술과 식초’에 관심을 가지고 “대를 이어갈 생각이 있다”는 뜻을 밝혀 부부는 한층 신바람이 났다. 역시 엄마에게 이어받은 핏줄의 대물림인가?정현선 대표는 “꿈꾸던 백년가업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정말 평생 큰 욕심 없이 자연과 함께 살아왔지만, 배금도가의 술과 식초가 백 년 가업으로 가는 길, 이것만은 욕심을 내고 싶다”고 속마음을 밝힌다. 물론 기술의 외부 전수(傳授)도 계속해나간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농장명: 배금도가.배금초▲농장주: 정현선·김보홍 공동대표 (2018 강소농)▲구입문의: 010-6309-7616, 010-5417-7616, 054-437-7616▲블로그: https:blog.naver.com/jhsklnjhs▲소재지: 김천시 구성면 부항로 2156▲이메일: jhsklnjhs@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건강한 먹거리 목표 무가당·무색소·무보존제 뚝심있게 ‘3무’ 고집

사과와 아로니아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강소농재배에서 가공과 체험을 겸한 6차산업으로 농업의 고부가가치 창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하고, 비싼 보석을 꼽으라면 다들 다이아몬드를 꼽지만, 그 원석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무색에 광택도 없는 정팔면체의 유리처럼 보일뿐이다. 그러나 세공사의 섬세한 손길을 거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재탄생한다.농산물도 가공과정을 거치면, 부가가치가 크게 올라간다. 농업의 6차산업을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해 ‘부자농부’를 꿈꾸는 강소농을 만나본다. 주인공은 영주시 봉현면에서 사과와 아로니아를 이용해 6차산업화를 추진하는 ‘영주마실 푸드엔헬스’(이하 영주마실)의 김미숙(48) 대표다. 김대표는 남편 유재송(51) 이사와 함께 영주의 특산물인 사과(1만6천500㎡)와 아로니아(1만㎡)를 재배하면서 가공과 체험활동을 연계해 연간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배기 강소농이다. ◆산삼배양근 전문가에서 농산물 가공·유통 전문가로 변신김대표는 영주가 고향이다. 하지만, 귀농 9년에 농산물가공 4년차의 초보농부다.비록 농사 경력은 짧지만, 주변에선 전문가로 인정해 준다. 남다른 노력으로 농사에 대한 이론과 실기교육을 받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농업경영을 해온 결과다. 김대표는 산삼배양근을 키우는 회사에서 ‘조직배양 전문가’로 일했다. 10년 동안 조직배양과 생산관리를 맡아서 일하면서 성실성과 실력을 인정받아 간부로 승진했다.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을 선택했다. 김대표의 갑작스런 변화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남편부터 반대했다. 중장비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농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그냥 편하게 살자”고 했다.힘든 농사일을 이겨낼 체력과 기술, 유통망, 사업비 등 어느 하나 갖추어 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표의 확신은 너무 강했다. 사과 주산지인 영주에 널린 과수원과 아로니아의 탁월한 효능에 대한 믿음때문이다. “3년만 함께 고생해 봅시다”라며 남편을 설득했다. ◆3무 사과생즙 ‘애플순(純)2015년 처음으로 사과생즙 가공을 시작하면서 김대표는 스스로 약속했다. 소중한 내 가족이 먹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이다. ‘자기 약속’이면서 ‘자기강제장치’라고 할 수 있다.그래서 지은 이름이 ‘애플 순(純)’이다. 사과의 순수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신념에 따라 철저하게 지키는 기준이 바로 ‘3무(無)’다.영주마실의 모든 가공품에는 3가지가 없다. 당(糖)을 첨가하지 않는 ‘무가당’과 색소를 첨가하지 않는 ‘무색소’, 보존제를 넣지 않는 ‘무보존제’를 말한다.당이나 색소, 보존제를 첨가하면 맛과 색상이 좋아지고 보존기간이 길어져 사업적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겠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해 ‘3무’를 고집한다. ◆ 정감이 있는 이름, 영주마실농장 이름인 ‘영주마실 푸드엔헬스’에는 고향에 대한 사랑과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김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향에 대한 사람이 남달라 ‘영주’라는 지명을 선택했고, ‘마실’을 선택한 것은 사투리에서 풍기는 향수와 정감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강소농 대전’에서 영주마실 부스를 찾은 어느 시인이 ‘애플순’과 ‘사랑아’의 이름을 정말 잘 지은 이름이라면서 앞으로 이름 덕을 톡톡히 볼 것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사랑아’는 ‘사과랑 아로니아’라는 뜻으로 사과와 아로니아를 혼합한 생즙이다. 정감있는 이름과 함께 소백산의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키운 영주사과의 좋은 품질 덕분에 영주마실의 가공품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은퇴농가와 윈윈하는 ‘풋사과 분말’영주마실에서 자신있게 내놓은 제품 중의 하나는 ‘풋사과 분말’이다.풋사과는 지름이 3~5㎝ 정도 되는 것으로 분말로 만든다. 6월 중순에 적과(열매솎기)를 할 때 나오는 풋사과를 이용한다.풋사과를 세척한 후 45℃ 이하에서 3일간 장기 저온건조방식으로 건조해 영양소 파괴를 막는다. 김대표는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사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은퇴 농가’의 풋사과를 수매해 분말을 만든다.은퇴농가의 과수원은 농약을 살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과보다도 깨끗한 무농약 사과가 된다. 풋사과는 1kg에 1천 원 정도에 수매한다. 소득이 없는 은퇴농가에서 풋사과 판매로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셈이다. ◆청결이 최상의 과제영주마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결’이다. 내 가족이 먹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김대표의 신념 때문이다.2018년에 해썹(HACCP) 인중도 받았다. 의무인증 기간이 2020년이지만, 2년 앞당겨 받았다. 모든 과일은 일차적으로 선별기를 거치면서 불량품을 제거하고, 3단계로 이루어진 버블세척기를 거친다. 3단계 버블세척을 하면 모든 이물질은 완전히 제거된다. 세척을 마친 원료는 파쇄와 착즙과 살균과정을 거쳐 팩에 충전된다. 특히 충전실은 이물질의 오염을 막기 위해 허가된 실무자만 출입이 허용된다. 충전실의 작업은 이지용(33)주임이 전담한다. 청결을 강조하는 자체 방침 때문이다. 이런 관리 덕분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클린사업장으로 인정 받았다. ◆농사는 자연과의 협업하나의 일에 10년 간 집중하면 프로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일 만 시간의 법칙’과도 통한다. 영농경력이 10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김대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실토한다. 날이 갈수록 농사가 어렵다고 한다. 농사는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2017년에는 시비와 관수, 병충해 방제등 모든 작업을 매뉴얼에 맞추었으나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다. 여름 사과인 ‘홍로’에 탄저병이 번져 200여 상자를 폐기처분했다. 800여만 원 정도의 사과가 퇴비장으로 직행했다.지난해에는 4월 중순의 꽃샘추위로 사과 생산량이 30%가 줄어들었다. 특히 제수용으로 판매되는 대과 생산이 줄어들어 이번 설날 특수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대신 생즙생산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김대표는 “농사는 자연과 함께하는 협업”이라고 강조한다. ◆사업의 내실화와 지역사회와 함께 세상김대표의 꿈은 소박하다. 재배기술을 많이 익혔고, 가공시설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앞으로는 양적 확대보다는 품질의 고급화와 균일화를 이루어 소비자로부터 신뢰도를 굳건히 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 동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대표는 연말이 되면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이웃돕기 성금과 물품을 기탁한다. 앞으로도 이일은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영주마실의 모든 성과가 이웃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에 대한 감사행사의 일환으로 과수원에 팜핑장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분홍빛 사과꽃과 빨갛게 익은 사과 아래에서 캠핑을 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다. 파란 하늘과 빨간 사과가 어우러진 과수원에서의 캠핑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다. ▲농장명: 영주마실 푸드엔헬스▲농장주: 김미숙 대표 (2017 강소농)▲구입문의: 010-9378-7416, 054-635-10835▲홈페이지: https://www.푸드엔헬스.com/html/▲소재지: 영주시 봉현면 소백로 839▲이메일: yjms0501@hanmail.net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