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가다 (76) 일원농원

제나라의 상국(수상)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오자 초나라 왕이 안영의 기를 죽이기 위해 제나라 출신 죄수를 잡아 심문을 했다.“너는 어디 출신이고 무슨 죄를 지었는가?”라고 하니 “제나라 출신으로 도둑질을 하다가 잡혔습니다”고 답했다.초나라 왕이 “제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도둑놈들이군”하면서 비아냥거렸다.안영이 그 말을 받아서 “귤화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저 사람도 선한 사람이었지만 초나라에 와서 살면서 이곳의 풍토에 물들어 도둑이 된 것”이라고 답을 하자 초나라 왕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세상만물은 자기가 살던 터전을 옮기면 변질된다는 말이다.그러나 귤화위지가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는 것 보여주는 사례가 농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제주도에서 재배되던 감귤(만감류)이 바다를 건너 내륙 깊숙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한라봉은 영주·제천까지 올라갔고, 바나나는 태안까지 진출했다.경주에서 한라봉을 셀레봉이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개발해 재배하는 강소농이 있다.일원농장의 이상달(74) 대표는 3천300㎡의 하우스에서 셀레봉과 1천300㎡의 사과대추를 재배해 연간 1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 특수모터 가술자가 농사기술자로 변신이 대표는 부산에서 특수모터 공장을 운영했었다.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토크(Torque)를 국산화하면서 호황을 누렸단다.주변에서 성공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사업이 한창 번창하던 2003년에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졌다.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경주로 터전을 옮겼다.경주에서도 모터 관련 일을 하다가 2007년에 농업으로 전환했다.시작은 딸기였다.노동력이 많이 들고 힘은 들었지만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농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직거래로 판매하다보니 소득도 높았다.그러나 농장 인근에 왕복4차로의 산업도로가 뚫리면서 찾는 사람들이 급감했다.바로 판매에 문제가 생긴 것.딸기농사를 그만두고 개똥쑥과 양봉으로 전환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옆에서 동생이 하우스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는 것으로 보고 도전했다.그때부터 독학으로 한라봉 재배법을 익혔다.몇 달을 매달린 끝에 자신감도 얻었다.토지와 시설, 지하수 등 모든 조건이 맞았다. 제주도에서 묘목 300주를 구입해 심었다.5년이 지나면서 탐스러운 한라봉이 주렁주렁 달렸다. ◆ 셀레봉이란 자체 브랜드 개발현재 경주에서는 7곳 농가가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다.모두가 농사 전문가여서 자신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한라봉을 생산하고 있다.지역 특산물로 발전시키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신라봉, 육지봉, 천년봉’이라는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사용했다.그러나 농가마다 재배방식과 기술의 차이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품질이 제각각이었다.소비자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렸다.극찬과 혹평이 교차했다.당도와 식감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특히 당도의 차이가 심했다.품질의 균일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대로 가다가는 경주 한라봉이 외면 받을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에서 셀레봉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개발했다.셀레봉은 항산화와 항암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셀레늄을 물로 희석해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브랜드화 한 것이다.셀레늄을 사용한 셀레봉은 이 대표가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자신만의 재배법이다.카이스트에 근무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벼와 참외에 사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한라봉에 사용하는 재배법은 이 대표가 처음 개발했다. ◆ 과일의 생명은 당도 과일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많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당도다.당도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똑같은 냉면이지만 맛에 따라 7천 원을 받는 식당이 있는 반면에 2만 원을 받는 식당도 있다. 과일도 마찬가지다”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맛 좋은 과일이 좋은 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셀레봉은 당도가 20브릭스 정도로 높다.수박의 당도가 11브릭스 정도이고 샤인머스캣은 16~18브릭스.애플망고가 20브릭스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셀레봉의 당도를 가늠할 수 있다.그 비결은 비료에 달렸단다.자신만의 맞춤형 비료를 사용한다.생육주기에 맞춰 아미노산 계통의 비료를 적정량을 시비한다.좋은 비료를 구입하기 위해 매번 비료공장을 방문해 성분분석표와 시험성적서를 확인한다.가격이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비료를 선택하는 것은 농사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다른 농가보다 비료 구입비용을 50% 정도를 더 투자한다.최고의 당도라고 자랑하는 셀레봉의 비결이다. ◆ 아열대 과일의 북상지구온난화로 아열대 과일의 북상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8℃ 상승했다.대구·경북지역도 지난 45년간 0.63℃가 높아졌다고 한다.온도 수치만으로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농산물의 생산성과 품질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대구의 사과가 경북북부를 거쳐 강원도까지 북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이제 농민들도 아열대 과일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만감류의 경우 재배도 무난하다.물 관리도 쉽다.봄철 가뭄과 장마철 과습에도 잘 견딘다.여름철 고온관리도 무난하다.환기와 저온에는 관심을 갖고 영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면 된다.노동력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7월에 열매를 하나씩 끈으로 매달아야 하는 작업은 힘든 일이다.과일의 무게 때문에 일일이 매달아야 하기 때문이다.아열대 과일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농민의 몫이다.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고품질의 과일을 생산하는 것이 관점이다.이 대표는 재배를 원하는 농가가 있으면 그 동안 자신이 익힌 재배기술을 언제든지 제공하고 농장도 개방한다. ◆ 전량 직거래의 비결셀레봉는 1~3월에 순차적으로 수확한다.주문이 들어오면 당일 수확해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일시에 수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인력이 없이 부부의 힘만으로도 수확이 가능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판매는 전량 직거래다.농장을 방문객이나 전화 주문이 대부분이다.유명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았으나 사양했다.유통업체의 수출 제안도 마찬가지다.이 대표는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고 자랑한다.품질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경주는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커서 만감류 재배에 적지로 꼽힌다.비옥한 토양과 습도도 적당하다.이런 조건으로 인해 원산지인 제주도보다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당도와 식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재구매도 높다.지난해에는 8회까지 재구매한 고객도 있었다. ◆ 배우고, 배운 것을 나누는 삶이 대표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농사가 아니라 농학이라고 부른다.농업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한다.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사고 교육을 받는다.토양과 병해충 방제, 비료 등 농업과 관련된 기초서적은 모조리 섭렵한다.이제는 인문학 분야까지 확대했다.앞으로의 농장은 체험과 관광, 스토리텔링 등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자신이 익힌 기술은 원하는 사람들과 언제든지 공유한다.안동과 영주지역까지 찾아가 한라봉 재배기술을 전수했단다.무슨 작물이든지 주산단지가 조성돼야 기술과 유통 등 모든 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이제는 체험농장을 준비하고 있다.한라봉 수확을 체험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만들어가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어린이 체험객을 위해서 한라봉과 곤충을 결합한 체험도 계획하고 있다.“한라봉을 수확하면서 장수풍뎅이와 장수하늘소를 관찰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 즐겁다”며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를 듣고 자라는 한라봉의 맛이 기대된다”고 하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농장명: 일원농원▲대 표: 이상달▲구입문의: 010-3599-9797▲ 소재지: 경북 경주시 천북면 안현로 785-5▲ 블로그: https://blog.naver.com/ds5fde1/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75) 매야전통식품

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면 응시생을 둔 어머니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다.자식이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어머니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새벽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교회와 성당에서 새벽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1천365계단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갓바위 부처님을 찾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자식을 위해서는 이보다도 더한 고행의 길이라도 감수할 수 있다.수험장까지도 따라간 어머니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주머니 속에 넣어 온 엿을 입김으로 녹여 수험장 대문에 붙이기도 한다.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돌아오지만 하루 종일 안절부절 한다.조선시대에도 과거를 보러 떠나는 자식의 봇짐 속에는 항상 엿을 넣어 줬다고 한다.엿처럼 ‘딱 붙으라’는 의미와 함께 엿의 주성분인 맥아당이 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엿에는 시험으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아마 장원급제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을 것이다.엿은 합격의 상징이었다.수능을 앞두고 울진군에서 전통식품품질인증을 받은 쌀엿과 전통조청을 만드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제83호인 최송자(65·여) 명인이 운영하는 매야전통식품을 찾았다.최 명인은 명인전수자 교육을 받고 있는 아들인 윤영진(41) 실장과 함께 쌀엿과 조청을 만들어 연간 1억8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소농이다. ◆ 170여 년 전통 대한민국 식품명인 매화마을에서는 예전부터 쌀엿을 만들어 혼례나 회갑 등 잔칫날에는 반드시 만들어 먹었다.폐백음식에도 빠지지 않았다.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록으로 남은 것은 1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5대조 시할아버지가 필사한 피온심방 책자의 여백에 쌀엿을 만드는 방법이 기록돼 있다.한지를 접어서 양면에 인쇄를 하하고 제본을 하면 접혀진 속 면은 여백으로 남는다.종이가 귀하던 시절이라 접은 종이를 자르면 나타나는 여백에 엿과 조청의 제조법, 민간요법 등 다양한 내용들을 기록했다.그 기록자는 최송자 명인의 5대조 시할아버지다.최 명인은 5대조 시할아버지의 기록에 의해서 쌀엿과 조청을 만든다는 것이 인정돼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됐다.해방 이후에는 대부분이 엿을 만들어 자녀들을 공부시켰으나 너무 힘들어 점차 줄어 들었다.전통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1993년 23명의 부녀회원이 농촌여성일감사업으로 새롭게 시작했으나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지금은 최 명인만이 유일하게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전국에는 쌀엿을 만드는 전통식품명인은 4명뿐이다. ◆ 명인이 만드는 전통 쌀엿 최 명인은 현재 쌀엿과 조청을 만들고 있다.쌀엿과 쌀조청, 도라지조청, 생강조청 등 4가지 식품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았다.전통식품 품질인증은 까다롭다.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해야 하고 전통방식에 의해 제조하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합성 첨가물을 사용하거나 위생상태가 조금만 나빠도 안 된다.이처럼 조건이 까다롭다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3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재인증 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나오면 인증은 바로 취소된다.쌀엿과 조청은 오직 쌀과 엿기름만으로 만들어 많이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낸다.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지은 고두밥에 보리를 싹틔운 엿기름과 물을 넣고 14시간의 당화과정을 거치면 식혜(감주)가 된다.고운 천에 거른 맑은 액을 가마솥에서 오랫동안 졸이면 조청이 된다.조청을 조금 더 달이면 진한 갈색의 강엿이 된다.이 강엿을 늘리고 합치기를 반복하면서 공기를 주입하면 흰색의 쌀엿이 된다.그 쌀엿을 손으로 당겨서 늘리고 가늘게 가락을 빼서 만든 것이 우리가 즐겨 먹는 가락엿이다.엿기름에서부터 가락엿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긴 시간과 힘든 노동을 필요로 하는 힘든 작업이다.수능을 앞두고 ‘합격엿’ 선물세트도 출시한다. ◆ 도라지와 생강으로 만든 기능성 조청조청은 사람이 곡물을 이용해 만든 꿀이라는 뜻의 전통식품이다.약이 귀하던 시절에는 조청을 약으로도 사용했다.그냥 먹기도 하고, 단맛을 내는 요리에도 사용했다.설탕이나 물엿보다 칼로리가 낮고, 천연발효식품이라 소화를 촉진시킨다.최 명인은 전통식품인증을 받은 3가지의 조청을 만든다.가장 기본인 쌀 조청부터 기능성을 첨가한 도라지조청과 생강조청이다.도라지조청은 삶은 도라지와 그 물로 발효를 시키고, 다진 도라지를 추가로 넣어 도라지의 쌉쌀한 맛과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다.쌀과 엿기름, 도라지,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다.도라지의 사포닌성분이 포함돼 기관지나 호흡기 질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생강조청은 생강의 매콤한 맛과 조청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맛이다.면역력을 높이고 살균과 해독작용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018년 MBC 대장금 장터에서 기침에 좋다는 음식과 한약, 양약을 수 없이 먹었으나 기침이 그치지 않는다고 푸념을 하는 특별한 고객을 만났다.도라지 조청이 기침에 좋다고 설명하며 한 병을 드렸다.3일 후 전화를 받았다.신기하게 기침이 멈췄다면서 고맙다고 했다.그 고객은 매달 정기적으로 도라지 조청을 구입하는 단골이 됐다. ◆ 대를 이어가는 명인 전수자아들인 윤 실장은 울산에서 반도체 생산기업에서 12년 동안 근무 했었다.자재의 입고에서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2016년 쌀엿 가공공장을 확장·이전하면서 어머니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합류했다.기업에서 생산라인을 관리하고 ISO인증 등 여러 분야의 인증업무를 추진했기 때문에 품질관리에서는 자신이 있었다.윤 실장의 이런 경험은 어머니의 명인 선정과 전통식품 인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명인 선정과정에 5대조 시할아버지가 남긴 쌀엿과 조청의 제조 공정에 관한 기록을 해석하고 공증을 받는 과정을 맡아서 했다.현장실사 과정에 집안에서 보관 중이던 엿틀과 시루, 항아리, 멍석 등 각종 도구를 전시해 심사위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줬다.심지어 15년째 사용 중인 실로 꿰맨 박 바가지까지 전시했다.1993년부터 기록하고 있는 판매장부와 거래처내역, 포장지까지 찾아 자료로 활용했다.이런 노력의 결과로 단 한 번의 신청으로 명인으로 선정돼 전통식품인증도 받았다.그러나 일손을 줄이기 위한 시설 개선과정에는 어머니와 의견 차를 보이기도 했다.전통방식을 고수하자는 어머니의 의견과 전통을 지키면서도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현대시설을 도입하자는 윤 실장의 의견이 대립한 한 것이다.윤 실장은 현재 명인전수자과정 교육을 받으면서 2대 명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명인의 길은 쉽지 않다.전수교육을 5년 이상 받고 10년 이상 그 일에 종사해야 한다. ◆ 6차산업화와 전통식품 박물관 건립최 명인은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다.윤 실장이 합류하면서 체험활동과 지역의 관광지를 연계한 6차산업화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시설을 확대해 체험공간을 만들고 엿과 조청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체험활동을 통해 전통식품의 가치를 알린다는 계획도 있다.강엿을 늘려서 가락엿을 만들고, 엿치기를 하면서 엿에 얽힌 많은 스토리를 들려줄 계획이다.‘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처럼 철컥철컥하는 엿가위 장단을 따라 자기 마음대로 뛰고 구르는 신나는 놀이 프로그램도 만들겠다고 한다.더 큰 계획은 전통식품인 쌀엿과 조청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도구들을 전시하는 전통식품 박물관을 만들어 전통식품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명인이 만드는 전통 쌀엿의 맛이 기대된다. ▲ 기업명: 매야전통식품▲ 대 표: 최송자▲구입문의: 010-5527-7269, 054-782-1807▲ 소재지: 경북 울진군 매화면 매화매실길 297-6▲ 홈페이지: http://www.maeyafood.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74> 김천숲채원힐링농원

흔히 논의 가치가 무한하다고 한다.농산물을 생산하는 직접적인 가치와 함께 공익적 기능도 크다.전국에 있는 72만4천㏊의 논에서 연간 400만 톤에 이르는 쌀을 생산해 우리의 먹거리를 해결한다.겨울에도 쉬지 않고 마늘과 양파 같은 양념채소까지 키운다.논은 26억 톤의 물을 담아두는 큰 댐과 같다.담수량이 소양강댐과 대청댐을 합친 량으로 홍수 조절능력도 무시하지 못한다.여름철에는 1천여 톤의 산소를 배출하고 가을에는 황금들판으로 변화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이처럼 논은 그 기능이 다양하고 크다.논은 우리 곁에 널려있는 보물창고 같은 존재다.이제는 쌀 생산을 넘어 새우를 키우는 양식장으로 변모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기도 한다.논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큰징거미새우’를 양식하는 강소농을 만났다.논에서 양식한 새우를 활용해 체험활동을 하고 판매도 한다.김천에서 ‘김천숲채원힐링농원’을 운영하는 박채선(48) 대표가 주인공이다.박 대표는 1천600㎡의 논에서 새우를 양식하고 6천600㎡의 포도농장을 운영해 6천여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귀농을 반대하던 아내를 조력자로박 대표는 토목기술자였다.학교 졸업 후 줄곧 고속도로 등 대향 토목공사의 설계업무를 담당했었다.토목기술 전문가로서의 기술도 인정받았고, 위치도 다졌으나 일찌감치 귀농을 결심하고 차근차근 준비 작업을 진행했었다.2015년 귀농을 하면서 완전한 농부의 길로 들어섰지만, 이보다 5년 앞선 2010년부터 부모님이 계신 김천에서 귀농 준비를 했었다.주중에는 도시에서 토목기술자로 일하고, 주말에는 농촌에서 농사일을 하는 ‘5도2촌’의 생활이었다.박 대표의 이런 모습이 가족의 눈에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미용사로 피부숍을 운영하던 아내인 유지원씨가 먼저 반대를 하고 나섰다.한창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할 40대 초반의 가장이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다.특히 직장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였기에 반대는 더욱 심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박 대표의 생각은 확고했다.이왕에 귀농할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아내를 설득했다.설득방법은 특별했다.각종 영농교육에 항상 동행했다.부부가 같이 교육을 받으면서 아내의 생각이 바꿨다.농업의 전망과 비전을 본 것이다.그리고 농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반대자에서 조력자가 된 것이다.교육의 힘이었다.농장이름인 ‘김천숲채원힐링농원’의 ‘원’은 아내의 이름에서 따왔다.귀농에 협조해준 아내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 논에서 키우는 새우 큰징거미새우는 태국이나 대만 등 아열대성 지역에서 서식하는 민물새우다.민물새우로 불리며 세계 3대 양식새우로 꼽힌다.최근에 대량양식에 성공하면서 양식이 늘어나고 있다.4~5개월 사육하면 100g까지 자란다.모내기를 마친 논에 어린새우를 방류해 10월까지 양식한다.주로 구이용과 낚시체험용으로 사용한다.최적수온은 27~28℃ 정도라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온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논에서 새우를 양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모내기 이후 여름철 내내 논에 가두어 둔 물은 새우에게 훌륭한 양식장이 된다.새우를 양식하기 위해서 일반 논과는 약간 다른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봄부터 4번에 걸친 로터리 작업을 거친다.1차 로터리 작업을 하고나면 흙 속에 있던 잡초들이 싹을 틔우고 빠르게 자란다.잡초가 어느 정도 자라면 2차 로터리 작업을 해 자라난 잡초를 제거한다.다시 잡초가 자라면 또다시 로터리 작업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을 반복한다.이런 작업을 4회 정도 진행하면 더 이상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모내기 이후에 어린 새우를 방사하기 위해서는 제초제를 뿌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잡초의 발생을 억제한다.논에 특별한 시설을 할 필요도 없다.논 가장자리에 1m 정도의 깊이로 ‘ㄷ’자나 ‘ㄴ’자 모양의 수로를 만들면 된다.수로에는 소형 수차를 설치해 산소를 공급한다.가을철 새우를 포획할 때 논의 물을 빼면 새우들이 물길을 따라 이곳 수로에 모인다.660㎡(200평)의 논에 1㎝ 크기의 치하(어린 새우)를 대략 4천여 마리를 방사하면 10월에 50%인 2천여 마리를 포획 할 수 있다.60g 이상으로 자란 새우는 구이용이나 체험용으로 사용한다.체험용은 30g 이상이면 가능하다.새우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벼 포기 사이에 숨어 있기 때문에 조류의 피해는 크지 않다.사료는 야간에 전용사료를 자동급이기를 통해 급여한다.외래어종인 베스를 분쇄해 자가제조용 사료로 공급하기도 한다.박 대표는 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환경정화곤충인 ‘동애등에’를 사육해 새우 사료로 공급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10월이 되면 논의 물을 빼고 반두나 뜰채를 이용해 수로에 모인 새우를 포획한다. ◆새우와 벼, 포도를 결합한 아쿠아 포닉스농법 아쿠아 포닉스형 순환농법이 확산되고 있다.물 소비량이 적고 친환경적이면서도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농법이기 때문이다.아쿠아 포닉스농법은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를 결합한 농법으로, 물고기를 양식하면서 발생하는 유기물을 이용해 식물을 수경 재배하는 것이다.물고기가 배설한 분변은 미생물로 분해돼 식물이 영양분으로 흡수하고 정화된 물은 다시 수조에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수조와 재배상을 설치하고 위층에는 채소, 아래층에서는 물고기를 양식한다.박 대표는 새우와 벼 포도를 결합한 아쿠아 포닉스농법을 도입했다.논에 벼를 심고 그 속에 새우를 방사해 키우면서 그 물은 다시 포도밭에 공급해 3단계를 거치는 순환형 친환경 농법이다.새우의 분변은 논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벼의 성장에 필요한 유기질 비료가 된다.벼가 유기질을 흡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수질정화도 이뤄진다.벼가 발생시킨 산소는 새우에게 공급된다.유기질과 산소를 서로 교환하는 셈이다.또한 그 물은 옆에 있는 포도밭의 관수한다.하나의 물을 새우와 벼, 포도가 함께 활용하는 순환형 친환경농업이 되는 것이다.박 대표는 “새우를 양식하는 논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환경농업이 된다”며 “앞으로 새우가 키운 쌀과 포도를 브랜드화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쉬고 머물 수 있는 체험공간 조성박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치유체험농장을 조성하고 고객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힐링을 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현재는 새우와 포도 등을 활용한 체험농장을 운영하지만 규모와 체험의 종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10월에 진행하는 새우체험을 5월 가정의 달에도 선보일 예정이다.연간 2 회로 늘려 새우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이를 위해 수온을 적정온도로 유지하는 가온기술을 개발했다.농장에서 재배하는 포도와 새우를 주변의 자연환경과 연계한 힐링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인근에 있는 저수지와 숲이 우거진 뒷산의 오솔길을 활용해 트레킹 코스를 만들고 휴식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경관이 좋은 장소에 포토존을 만들어 고객들의 추억의 공간도 만들기로 했다.농장 주변에 조성 중인 캠핑공간은 누구나 쉴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힐링공간으로 꾸민다.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1천 명의 단골고객을 만들고, 농장 주변에 머물게 해 농산물 구매로 연결시킴으로써 주민과 도시 소비자가 함께하는 상생공간을 발전시키는 것이다.이런 계획들이 완성되면 농장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할 것 기대된다.박 대표의 열정과 노력을 볼 때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은 조만간 윤각을 보일 것이다. ▲농장명: 김천숲채원힐링농원▲농장주: 박채선▲구입문의: 010-3159-0472▲소재지: 김천시 감문면 광덕리 1003▲블로그: https://blog.naver.com/csdew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 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 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73>와이와이골드팜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청정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청정지역에 대한 평가기준 중에 하나가 밤하늘의 별빛이다.밝은 별빛은 공기가 맑다는 것과 직결된다.도시화가 될수록 별빛은 흐려지기 때문이다.IDA(국제밤하늘보호협회)에서는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지키고자 2007년부터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을 지정해 오고 있다.현재 전 세계에서 30개 지역이 지정됐고 아시아에서는 2015년 영양군이 최초로 뽑혔다.청정지역이라는 것을 IDA가 인정한 것이다.이에 발 맞춰 영양군에서는 2016년부터 별빛예보를 발표한다.일기예보는 흔하지만 별빛예보는 드물다.이같은 영양의 밝은 별빛에 매료돼 둥지를 틀었다는 강소농이 있다.쏟아지는 별빛에 목욕을 하고, 창문을 노크를 하는 달빛의 맑은 소리를 듣고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청정지역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낭만농부를 만나본다.‘와이와이골드팜’의 황인출·김성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부부는 지난해 2만여 ㎡의 과수원에 사과를 재배해 8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올해는 고추 6천여 ㎡를 재배해 소득원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천생연분, 별빛 아래에서 만나다. 주변에서는 이 부부를 환상의 커플 또는 찰떡궁합이라고 한다.그러나 지난날의 인생항로를 보면 부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삶을 살아온 듯하다.남편인 황인출 대표는 10살 때부터 ‘주경야독’을 했다는 의지의 한국인이다.서울에서 시계 케이스를 가공하는 임가공제조업을 경영했었다.한 때는 잘 나가는 사업가라는 소리도 들었으나 경기불황으로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위암 진단까지 받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을 추스르겠다면서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안동에서 사과과수원을 빌려 체험농장을 운영했다.아내 김성 대표는 20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모터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했었다.이후 모터스포츠 한국대회 준비 책임자로 와서 1년 동안 활동했으나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일본 본사로부터 철수명령을 받았다.출국 전에 한국의 농촌을 구경하던 중 안동에서 사과체험농장을 운영하던 황 대표를 만났다.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함께 농사를 짓기로 의기투합했다.김 대표는 일본행은 포기했다.부부는 안동에서 2년간 과수원을 운영하다가 영양으로 자리를 옮겨 정착했다. ◆ 아직도 연습농부부부가 영양에 둥지를 튼 이유가 흥미롭다.농사꾼이 농업의 기본인 땅과 물을 본 것이 아니라 별빛을 봤다고 한다.밤하늘의 별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단다.다분히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결정이었다.농사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황 대표가 혼자서 사과농장을 운영 할 때도 그랬고, 부부가 함께 농사를 시작할 때도 농업기술센터의 존재도 몰랐다.무슨 일을 하는 곳 인지도 몰랐을 정도.그러나 농사에 대한 계획은 치밀했다.먼저 제1차 영농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5년 안에 안정적으로 생활 할 수 있도록 집과 농지를 확보하고, 농기계와 저온창고를 확보하는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진행했다.교육을 통해 영농기술을 익히는 건 기본이었다.이제 1차 계획은 완료했다.지금은 이웃 주민과 상생하는 제2차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농사의 ‘농’자도 몰랐던 부부는 이제는 농업교육을 통해 농사기술을 익히고 지역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 나가고 있지만 스스로 ‘아직도 연습농부’라며 겸손하게 말 한다. ◆ 자연 농법으로 키우는 ‘별빛아래 못난 맛 사과별빛이 아름다운 청정지역에서 깨끗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부부의 꿈이다.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완전히 배제 할 수는 없지만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주로 친환경 약제를 만들어 사용한다.알코올 함량 99%의 주정(酒精)에 은행잎과 열매를 넣고 2년 동안 숙성시킨 후에 친환경 약제로 사용한다.주변에 널려 있는 쇠비름도 친환경 약제 재료가 된다.쇠비름으로 삶은 물을 500배로 희석해 살포한다.쇠비름을 설탕과 혼합해 1년간 숙성 시킨 후 액비로 만들어 사과나무에 관주한다.야채로 먹는 상추를 분쇄해 액즙을 만들고, 가지나 토마토 무 배추 등 야채류에 뿌린다.예전부터 상추에는 벌레가 없다는 점에서 착안했다.자연의 맛을 내고자 착색제와 과실 비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심지어 과수원 바닥에 착색필름도 깔지 않는다.당연히 크기도 작고 색깔도 선명하지 않다.그러나 자연의 맛은 살아 있다.그래서 ‘별빛 아래 못난 맛사과’라고 브랜드 네이밍을 했다.이 브랜드에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장의 모든 것을 담았다. ◆ 구전마케팅으로 100% 직거래 농사를 모르는 부부의 눈에는 농산물 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시스템이 의아하게 보였다.공급자인 농민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유통업자가 결정하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농민이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그래서 직거래에 도전했다.관건은 직거래를 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었다.고객을 농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객들에게 농장을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봄에는 사과꽃축제, 가을에는 사과수확체험을 한다.한 그루당 10만 원에 사과나무도 분양한다.분양받은 나무의 사과는 모두 가져가지만 30㎏이 되지 않으면 부족량을 채워준다.8년생 한 그루에서 대략 50㎏ 이상 수확되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병해충 방제와 시비는 농장에서 하고 적과와 수확은 고객이 한다.분양을 받은 고객들은 평균 4회 정도 농장을 방문한다.자녀들에게는 좋은 체험학습장이 된다.과수원의 모습은 ‘뉴스레터’로 전해 준다.이런 과정을 통해 단골 고객을 늘려 나간다.구전마케팅 덕분에 100% 직거래가 가능하다. ◆ 과수원은 부부의 놀이터과수원은 낭만농부의 놀이터다.아침이면 과수원으로 일이 아니라 놀러 간다고 이야기할 정도다.이제는 이웃 집 할머니도 “또 과수원에 놀러가?”라고 묻는다.부부에겐 전정작업도 ‘놀이’고 수확도 ‘놀이’다.일을 놀이로 생각하면 즐겁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부의 지론이다.풀을 베다가도 힘들고 더우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쉰다.간식을 먹고, 낮잠도 즐긴다.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는다.높은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일은 유격체험이란다.일을 놀이처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그러나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고 한다.다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게으른 농부는 아니다.지난 겨울 전정작업을 하던 황 대표가 눈을 다치자 아내인 김 대표가 억척스럽게 전정작업을 마무리했다.두 달 넘게 걸렸다.사과 수확철이 다가오자 부부는 “이제 슬슬 유격체험을 준비한다”고 말한다.높은 사다리를 계속 오르내려야하기 때문이다.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욜로족(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 낭만부부의 얼굴은 언제나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삶 2차 5개년 농업계획은 상생협력이다.인근 주민과 귀농인이 함께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각자가 가진 기술과 특기를 모아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농사기술자, 농기계 기술자, 마케팅전문가, 토목건축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작업이다.상생협력을 통해 제값을 받는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고, 귀농인에게는 농사기술을 전수해 조기정착을 돕는 것이다.빈집을 리모델링해 휴가철엔 팬션으로 활용하고 농사철엔 계절 근로자들의 숙소로 활용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우수 농산물과 청정한 환경을 융합하는 치유체험의 길도 준비한다.'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실현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낭만농부의 꿈이다.▲농장명: 와이와이골드팜▲농장주: 황인출. 김성▲구입문의: 010-4909-4594, 054-682-2345▲소재지: 영양군 입암면 마령산해로 1152▲홈페이지: https://www.yygoldfarm.com/▲블로그: https://blog.naver.com/kinseijp1004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72) 칠곡 한백황토쌀

쌀에게 물었다 “넌 누구니.”, 쌀이 답했다. “나, 이 땅에서 수천 년을 함께 한 가족이자 동지(同志)라고 할 수 있지. 이 땅의 생명창고이기도 해.”‘민위식위천(民爲食爲天),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쌀은 곧 하늘이었다. 한 그릇의 흰 쌀밥을 위해 피땀 흘려 일했다. 선사시대 유적에서 탄화미가 발견되는 점을 볼 때 쌀은 이 땅에서 길고 긴 역사를 가졌다.쌀이 주식이라고 하지만 쌀밥으로 배를 채우기는 힘들었다. 언제나 서민들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조선시대에 이앙법(모내기)이 보급되면서 생산량이 늘어났으나 쌀은 양반들과 지주들의 몫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공출미’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군량미로 빼앗겼다.1970년대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비로소 쌀이 서민들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니 우리가 쌀밥을 배불리 먹은 것은 50여 년에 불과하다. 이제는 양보다는 맛을 따진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모래사막에서 벼를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적도 일구어 냈다.가을철 황금빛 들판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은 ‘쌀의 민족’이라는 DNA가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벼농사는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우리의 생명창고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칠곡에서 벼농사에 올인하는 ‘한백황토쌀’의 이기식(47) 대표를 만나본다. 이 대표는 49만여㎡의 논에 벼를 재배해 연간 4억여 원의 조수익을 올린다. 임차 농지와 위탁영농을 모두 포함한 면적이다. 본인 농지는 6천600㎡에 불과하다.◆대를 이어가는 벼농사이 대표는 구미에서 사무용가구 영업을 하다가 2005년 귀농을 했다. 원해서 한 귀농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경북도 농업명장으로 선정된 아버지는 평생 벼농사를 지으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농사는 아버지의 일이었다. 농업인으로써 최고의 영예인 농업명장이었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농사일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농장의 규모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돼 있었다. 임차 농지와 위탁영농이 많았다. 특히 위탁영농이 문제였다. 농사를 포기하면 본인의 농사는 물론 믿고 농사를 맡긴 농가들까지 망치게 되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수습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결국 이 대표가 직장을 포기하고 농사를 맡았다. 잘 다니던 도시 직장을 포기하고 귀농을 할 때 아내도 말없이 따랐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 짓는 벼농사라 2년 동안은 병상에 누운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했다.농사일을 배우는 농장 실습생 같았다. 3년째부터는 미숙했지만 혼자 힘으로 농장을 꾸렸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귀농이었지만 이제는 주변에서 인정하는 베테랑 농부로 자리 잡았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좋은 선택이었습니다.”◆규모의 경제화로 소득창출흔히들 벼농사는 돈이 안 된다고 한다. 1천㎡ 당 소득이 54만 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면적 대비 소득액이 다른 작물에 비해 크게 낮다. 같은 면적의 시설재배 오이나 파프리카, 딸기는 1천만 원을 넘는다. 노지고추와 마늘도 200만~300만 원 정도로 높다.단순히 단위 면적당 소득만을 비교하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대표는 “벼농사가 소득이 낮은 것은 맞지만 규모를 늘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작목”이라면서 “손익분기점인 33만㎡를 넘기면 어떤 작목보다 매력적이고 충분히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면적은 49만여㎡로 늘린 것도 ‘규모의 경제화’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벼농사는 대부분의 작업이 기계화가 이루어져 혼자서 넓은 면적의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면적 확대에는 어려움도 따른다. 한 대당 1억여 원에 이르는 트랙터나 이앙기 같은 대형 농기계를 구입하는 것이다. 대형 농기계들은 가격은 높지만 효율성이 높아 면적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8조식 이앙기를 이용하면 하루에 2만㎡의 모내기를 할 수 있다.◆건전 육묘와 소식재배‘모농사가 반농사’라는 말은 모든 농작물에 적용된다. 튼튼한 모는 고품질과 다수확의 기본이다. 당연히 육묘에 공을 들인다. 통상적으로 육묘는 못자리에서 15~20일 정도 키운 다음 비닐을 벗기고 경화작업을 거친 후에 모내기를 한다. 이때 35일이 넘으면 모내기가 어렵다.이 대표는 육묘장에서 키운 모를 마당에 마련한 간이치상장에서 물만 공급하면서 경화작업을 시킨다. 이렇게 하면 45일까지도 모내기가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모의 심는 간격을 넓히고 포기 수를 줄여서 심는 소식재배를 시작했다.빛과 통풍이 잘되어 분얼(새끼치기)이 활발해 포기 수가 줄어도 같은 수확량이 나오는 농법이다. 전용 이앙기를 도입해 3.3㎡당 포기 수를 60주에서 54주로 줄이고, 주당 포기 수를 6~7본에서 4~5본으로 줄였다. 소식재배를 통해 이앙시간과 육묘 량을 줄임으로써 인건비와 종자를 절약하는 효과를 거둔다.경영비 절감은 곧 소득으로 연결된다. 소식재배를 하면 정밀한 물 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일주일 간격으로 파종하는 단계적 육묘를 도입해 노동력을 분산시키는 노력도 기울인다.◆밥맛 좋은 쌀과 가공시설 GAP 인증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6.7%이지만 쌀 자급률은 100%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양보다 질을 우선한다. 당연히 쌀의 첫 번째 조건은 밥맛이다. 밥맛을 좌우하는 것은 품종과 재배기술, 보관 방법이다.이 대표는 좋은 밥맛을 위해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하이아미’ 품종을 많이 재배하고 질소질 비료를 줄인다. 질소질을 줄이면 수확량이 줄어들지만 좋은 밥맛을 위해 감수한다. 수확시기에도 신경을 쓴다. 90% 정도 등숙됐을 때 수확하고, 연중 15℃를 유지하는 저온창고에 보관하다가 판매 직전에 도정한다.가정에서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은 밥맛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흔히들 방앗간을 생각하면 참새와 천장의 거미줄에 달라붙은 먼지를 생각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된지 오래됐다.이 대표는 200㎡의 소규모 쌀 가공시설이지만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인증을 받았다. 대형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아닌 소규모 시설에서 GAP인증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 인증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집진시설을 설치하고 원료 투입부와 도정부 포장부 사이에 차단벽을 설치했다. 이중문과 방충망을 설치해 외부로부터 해충의 침입을 차단했다. 공정별로 연결되는 관은 모두 스테인레스관으로 교체하고 기둥까지도 녹이 슬지 않는 철판으로 감싸 도정과 포장 과정에서 쌀에 협잡물이 들어가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했다.도정공장을 식품공장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이런 시설을 갖추고도 일곱 번 만에 인증을 받았다. 끈기가 없으면 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소비자들에게 맛있고 깨끗한 쌀을 공급한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인증을 받는데 고생은 많았지만 좋은 쌀을 보면 흐뭇하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재능기부와 대를 잇는 농업명장 도전이 대표는 귀농 후 농장경영이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사회로도 눈길을 돌린다. 작지만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기부활동에 나선 것이다. 이런 기부에는 물질뿐만이 아니라 재능까지도 포함된다.4년 전부터는 착한가게에 가입해 매월 3만 원씩 정기적으로 기부한다. 칠곡군호이장학회에 호이장학금도 2년 전부터 연간 100만 원씩 기탁하고 있다. 특히 농업부문에서 재능기부가 눈에 띈다. 병해충 방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논에 자신이 보유한 드론을 활용해 무상으로 방제작업을 해 주는 것이다.예전에 마을에 초상이 나거나 질병으로 적기에 농사일을 못하는 농가가 있으면 말없이 논을 갈거나 써레질을 해주던 아버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다. 요즘 이 대표가 부쩍 욕심을 부리는 것이 있다. 경북농업 명장에 선정된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 농업 명장이 되는 것이다.이를 위해 낮에는 논에서 땀을 흘리고, 밤에는 책상에서 눈을 부릅뜬다. 그것이 생명창고인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농장명: 칠곡, 한백황토쌀▲농장주: 이기식▲구입문의: 010-3818-9939, 054-971-9939▲소재지: 칠곡군 왜관읍 삼청1길 22-13▲이메일: sigi0526@naver.com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71) 영천 연지포도농장

취업도 어렵고, 이직도 많은 세상이다. 직장은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직장에 대한 기대도 크고 걱정도 많다. 많은 직장인이 ‘직장을 그만두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 ‘과연 제대로 먹고 살 수는 있을까’ 등의 고민을 한다.그동안 자신과 가족을 책임졌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트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따뜻한 방 안에서 찬바람이 부는 방 밖으로 나가는 일인 만큼 당연한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더러는 체념하듯 이렇게 말한다. “하다가 안 되면 농사나 짓지 뭐….”하지만 농사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귀농 역시 도시에서의 다른 직장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준비과정도 길고 준비할 일도 많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도 높다.스물일곱 나이에 일찌감치 귀농해 농촌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청년 농부를 만났다. 영천시 화산면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연지포도농장’의 정지홍(34) 대표가 주인공이다. 정 대표는 6천270㎡의 포도 과수원에 샤인마스캣과 거봉을 재배해 연간 5천만여 원의 조수익을 올린다. 아직 높은 소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초보 청년농부 발걸음으로는 알찬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귀농이 아니라 이직정 대표가 귀농한 것은 스물일곱의 청년시절이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서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밤샘작업은 일상이었고 해외출장도 잦았다. 해외출장은 시차적응이 어려웠다.이것은 건강문제로 연결됐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해외지사 근무를 원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해외근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당시 퇴직을 앞둔 아버지가 정 대표의 고민을 알아차리고 함께 귀농할 것을 제안했다. 아버지는 평생 농업관련 기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농촌과 농업의 가치가 크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다만 현장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둘이 힘을 모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어머니도 온갖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봐왔기에 쉽게 동의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의논하다가 고향인 울산과 가까운 영천으로 2013년 귀농했다.아버지는 귀농이라고 하고, 아들인 정 대표는 이직이라고 했다. 단지 직장을 농촌으로 옮겼고, 직업을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농부로 바꿨을 뿐이라고 했다.◆포도를 만나다.귀농 후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작목 선택이었다. 농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그저 막막했지만 정석을 따랐다.작목 선택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지만 첫째는 그 지역의 특화작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역 내 기술력과 유통망은 물론 다양한 지원시책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고수들이 수두룩하고 판로개척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초보 농사꾼이 겪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정 대표도 포도를 선택했다.마침 인근에 포도재배 1인자로 불리는 친구의 고모부가 있어서 품종 선택과 재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포도농사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판매에도 다양한 마케팅을 동원하고 있다.2018년에 샤인머스캣 50상자(100㎏)를 친구가 근무하는 회사에 시식용으로 보냈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해 400상자 주문으로 이어졌다. 품질과 입소문을 연계한 마케팅 성과였다.현재는 80%를 유통센터에 납품을 한다. 나머지 20%만 직거래 판매를 하는 데 앞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친환경재배에 한 발짝 가까이포도를 재배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토양검정이었다. 땅과 작물의 특성을 알아야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토양의 산도(PH)를 교정하고 화학비료를 줄였다. 대신에 직접 제조한 퇴비를 이용해 토양을 개량해 나갔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토양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또 생선부산물과 골분 부엽토를 이용한 친환경 액비를 만들어 뿌렸다.액비는 1년 이상 숙성시켜 사용한다. 여유가 있을 때 저수지에서 낚시로 잡은 물고기도 액비 원료가 된다. 이런 노력이 화학비료의 양을 줄였다. 힘은 들지만 초생재배를 하기 때문에 제초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초생재배용으로 재배하는 호밀과 잡초도 좋은 천연비료가 된다. 그 땅에서 나는 것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주는 방식이다.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도 친환경 농약을 80% 이상 사용한다. 아직 완전한 친환경 재배는 아니지만 농약 사용을 최소화해 나가고 있다.◆샤인머스캣은 어떤 포도인가정 대표는 샤인머스캣과 거봉 포도를 재배한다. 주력 품종은 샤인머스캣이다. 최근 가장 핫한 품종이다. 일본에서 육종한 청포도의 일종이다. 식감이 아삭하고 당도가 18~20브릭스로 높다. 단맛과 함께 달콤하고 상큼한 향이 있어 망고포도로도 불린다.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저장성이 높고, 판매가격이 좋아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재배 면적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포도 주산지인 영천과 김천, 상주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재배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2018년 기준 1천674ha가량 재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과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8월 하순에서 10월까지 수확한다. 지베렐린(성장촉진제) 처리를 하면 무핵 재배가 가능해 씨 없는 포도로도 불린다.◆든든한 후원자“든든한 후원자 덕분에 농장에 가면 힘이 납니다.”그 후원자는 아버지와 아내다. 아버지는 정 대표를 농촌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함께 귀농해 포도 과수원을 만들고 키웠다. 농업기관 출신이라 농업에 대한 마인드가 남달라 지금까지 귀농 가이드 역할을 했다. 올 들어 농장경영에서 물러났다.정 대표가 농장을 경영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옆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짓고 깻잎농사를 지으면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아내인 박지연(31)씨도 열성 후원자다. 또 장인과 장모님도 현재 누구보다도 정 대표를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있다.지금은 농장에서 일하는 것도 즐겁고, 푸른 들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고 한다. 특히 식단이 인스턴트식품 위주에서 자연식단으로 바뀌면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한다.“남들이 농촌으로 시집간다고 걱정했지만 제게는 그것이 행복으로 다가왔다”면서 “이 기분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알찬 농장을 만들겠다”고 미소를 지었다.◆지역사회에 작은 보탬 되고 싶어정 대표는 자신이 농촌에서 어렵지 않게 정착한 것은 이웃들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자신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잡코리아’에서 지방취업 의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거주 구직자 70.4%가 지방에 있는 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청년들에게 귀농과 창농(농업창업)도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겠다고 했다.또 부인인 지연씨도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특기를 살려 지역에 기여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농촌지역에 내재된 세대 간 갈등과 다문화 정착, 농작업 스트레스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드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서다.열정을 가진 청년농부의 모습을 볼 때 같은 세대의 농촌 진출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촌이 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다.▲농장명: 연지포도농장▲농장주: 정지홍▲구입문의: 010-9030-6944▲소재지: 영천시 화산면 연지길 2-29▲이메일: jungh104@naver.com▲블로그: https://blog.naver.com/yeonjipodo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70) 성주 고띄마실

토종벌이 자연 상태에서 만든 꿀을 청(淸)이라고 부른다. 나무속에 벌집을 짓고 꿀을 모은 것을 목청(木淸)이라고 하고, 바위 틈새에 벌집을 짓고 모은 것이 석청(石淸)이다. 좀처럼 구하기도 어렵고 약성도 뛰어나 가격이 만만찮다.그런데 꿀벌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꿀도 있다. 바로 조청(造淸)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엿을 만드는 과정에서 묽게 고아서 굳지 않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곡류를 엿기름으로 당화시킨 후 오랫동안 고아서 걸쭉하게 만든 묽은 엿으로 ‘인공적으로 만든 꿀’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목청과 석청에 비교해 조청이라고 불렀다. 조청은 맛과 효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귀한 목청이나 석청과 견주었을 것이다. 조청의 효능을 증명하는 사례가 있다. 궁중에서 왕세자는 식전에 반드시 조청 두 숟갈을 먹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왕실에서 왕세자의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국가의 장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차기 국가 통치자가 될 왕세자의 두뇌를 발달시키는 일은 궁중 의술에서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식품이나 건강비법의 개발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비법 중의 하나가 바로 조청이었다고 할 수 있다.곡류를 당화시켜 만든 조청이 포도당으로 변하여 뇌에 영양을 공급하고 집중력을 향상시켜 학습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나 학생들에게 섭취를 권장한다. 조금만 먹어도 공복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인기를 끈다. 최근에는 각종 약재를 첨가해서 만드는 기능성 조청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이런 추세에 맞춰 어머니의 손맛으로 수제 조청을 만드는 강소농이 있다. 성주에서 ‘고띄마실’을 운영하는 이계자(58·여) 대표가 주인공이다. 고띄마실은 ‘보리를 띄워서 조청을 고우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느리지만 정성을 담은 슬로푸드를 추구하면서 연간 6천만여 원의 매출을 올린다.◆식당주인의 귀농이 대표는 2015년 귀농해 홍도라지 조청을 만든다. 아직은 경력이 5년에 불과한 초보 농부지만 주변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을 듣는다. 귀농 전에는 대구에서 치킨 집과 해물탕집을 운영했었다.음식 맛이 좋다는 소문을 타고 손님들은 꾸준히 몰려들었다.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대접하는 일이 즐거웠다. 경제적 여유도 생겼고, 주변의 부러움도 샀다. 어느 날 친한 친구가 국밥집을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전 재산을 투자했다. 믿을 수 있는 친구였기 때문이다.절대미각을 가진 이종사촌 언니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곧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을 때 쯤 연락이 끊어졌다.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친구도 잃고 돈도 잃었다. 날아간 돈보다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사람이 싫어지고 삶의 의욕도 없어졌다. 고향으로 돌아와 미친 듯이 일만했다. 지난 일을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구증구포 홍도라지 조청고향으로 들어 왔으나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또다시 남들이 좋다고 하는 말만 믿고 꾸지뽕을 심었으나 아무런 소득도 내지 못했다.농촌에서 살아가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농업기술센터와 농민사관학교 등 농업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면서 농산물 가공과 창업과정 교육을 받고, 조청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조청은 경쟁력이 없다고 했지만 솜씨 좋은 언니와 함께 하기에 든든했다.한의사 친구가 도라지 조청을 권했다. 도라지가 호흡기 질환과 미세먼지에 좋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생강과 모과 등 아홉 가지 약제를 배합한 화제(和劑)를 지어주고 구증구포(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볕에 말린다) 방법을 알려졌다.도라지도 구증구포를 하면 약효가 높아진다. 인삼보다 홍삼의 약효가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구증구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9월부터 홍도라지를 만들기 시작하면 다음해 3월까지 이어진다. 연간 5t 정도의 도라지를 아홉 번 찌고 밀린다. 날씨가 좋은 가을철이라도 1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흐리거나 비가 오면 더 길어진다.물기를 가득 머금은 도라지는 감당하기 어려운 중노동이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 조청을 먹고 건강해 진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긴 시간 보리를 띄워 엿기름을 만들고 홍도라지를 만들어 조청을 달이면서 지난날의 아픔도 삭였다. 그 덕분에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힘이 되는 전화 한통“이 여사 고맙네. 내가 오랜만에 잠을 푹 잤네. 밤마다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잤는데 그 조청이 특효약이었어. 내가 선전 많이 해줄게.”대구에 있는 80대 중반의 어르신이 아침 일찍 전화를 했다. 오래 전부터 해소·천식으로 고생하다가 홍도라지 조청을 먹고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해소·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은 야간에 기침을 많이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심하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다.그날 이후 단골로 자리 잡았고, 홍도라지 초청을 선전하는 홍보대사가 되었다. 노부부는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홍도라지조청을 홍보한다. 부부가 함께 먹는다면서 매달 2병씩을 구입한다. 매월 정기적으로 구입을 하기 때문에 대구에 나갈 일이 있을 때 직접 방문해서 전달해 준다.이 대표는 “조청을 만드는 일은 힘이 드는 일이지만 이런 전화를 받으면 힘이 저절로 솟아나고 피로가 싹 가신다”면서 “더운 여름에 구슬땀을 흘려도 조청을 만드는 일을 그만 둘 수가 없다”고 말한다.◆특허 받은 참외 피클세계 어디나 절임식품은 많다. 동양대표가 장아찌라면 서양대표는 피클이다. 제조방법이 유사하다. 최근에 이 대표가 참외피클을 개발했다. 성주에서 참외는 흔하디흔하다. 무한정으로 널린 참외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다가 참외피클을 생각했다.성주에서는 많은 가정에서 참외장아찌를 만든다. 이 대표는 장아찌가 아니라 피클로 접근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참외피클은 쉽고도 까다롭다. 적당한 염도와 아삭한 맛이 생명이다. 즉 염장기술이 관건이라는 말이다.염도가 낮으면 쉽게 물러지고, 높으면 아삭한 맛은 있으나 짠맛이 강하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적정 염도에서 24시간 절이고 식초와 한약재로 만든 양념장과 배합을 해야 한다. 1~2개월 동안 짠맛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참외피클은 완숙참외를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미성숙 참외로 만드는 장아찌와는 다르다. 이렇게 만든 참외피클은 2년 이상이 지나도 아삭한 맛이 유지된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특허를 받았다.◆진하지만 부드러운 조청개발옛날에는 가정에서 조청을 직접 만들었다. 이젠 주거환경의 변화로 조청을 만드는 가정은 드물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구나 만들기 어려운 것이 조청이다. 좋은 조청을 만들기는 더더욱 어렵다.정성과 끈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가마솥에서 나오는 조청 양만큼의 땀을 흘려야 만들어진다. 그래서 조청은 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도 한다. 이 대표는 요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농도는 진하면서 점도는 낮은 부드러운 조청을 만드는 것이다. 언 듯 보면 이율배반적 발상이다.많이 달여서 농도가 진하면 굳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같은 원리를 뒤집고 진하면서도 연한 조청을 만들겠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가공과정에 연화작용 공정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약리성분은 높이면서도 부드럽게 해 대중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이 대표의 열정을 보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또 특허 받은 참외피클의 양산체제를 구축해 소득 향상과 지역 특산물인 참외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데 일조를 하겠다고 한다. 정성과 끈기로 만들어 가는 고띄마실의 앞날에 기대를 걸어본다. ▲농장명: 고띄마실▲농장주: 이계자▲구입문의: 010-6772-6613▲소재지: 성주군 대가면 동강한강로 824▲이메일: pymin827@naver.com▲블로그: https://blog.naver.com/gtmasil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69) 영양 감천이네 동천농장

조선 27대 임금인 영조는 특별한 이력이 많다. 83세로 최고로 장수했고, 52년간 최장기간 재위했다. 7천284회에 걸친 문안진후(건강검진)를 받았고, 500회를 넘는 미행(微行)을 했다. 83세로 장수한 데에는 이런 이력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식습관에 있어서도 특별했다. 특히 고추장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승정원일기에도 고추장에 대한 이야기가 22번이나 나온다. 영조는 “나는 고추장을 잘 먹는다. 예전에도 고추장이 있었다면 분명히 먹었을 것이다”고 할 정도로 고추장을 좋아했다.고추장 마니아였다. 영조가 좋아했던 고추장은 어디서 재배한 고추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시 영양…. 영양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감천이네 동천농장(이하 동천농장)’의 정광춘(67)·권재경(65) 공동대표를 만나본다. 부부는 2만6천여㎡ 부지에 고추를 재배하는 강소농이다.◆초보농부 농촌정착기서울에서 건축업을 운영하던 정 대표는 11년 전 귀농을 했다. 잘 나가던 사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으면서 자금압박과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재투자를 강행했다. 무리한 투자가 화를 불렀다.동업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건축업을 중단했다. 평생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조용한 곳에서 좀 쉬자는 생각으로 땅값이 싸다는 말만 듣고 영양으로 왔다. 무작정 마을회관을 찾아가 매물로 나온 땅이 있는지 물어보고 골짜기 양지쪽 밭을 매입했다.농사를 전혀 몰랐기에 농사짓기 좋은 땅이 아니라 경치 좋은 땅을 샀다. 농사를 지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2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웃에서 고추농사를 지어 보라는 권유를 받고 농사를 시작했다.경치만 보고 샀던 땅은 농사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동안 농사기술을 배우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농부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스스로 걸음마는 뗐다고 한다.◆일머리를 모르는 농부의 고생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농사일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방법과 순서를 알면 쉽다. 이걸 일머리라고 한다. 초보 농부는 일머리를 몰라 힘만으로 일을 하다 보니 힘은 배로 들지만 성과는 반도 되지 않았다.베테랑 농부들은 풀이 돋아나면 바로 괭이나 호미로 쓱쓱 긁어 없애지만 초보는 다 자란 뒤에야 베거나 뽑아내려고 한다. 베테랑이 반나절에 할 일을 초보는 2~3일이나 걸린다. 병해충도 예방을 하면 쉬운 것을 치료를 하려고 하니 몇 배의 힘을 들이고도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그렇다고 일머리를 쉽게 터득하는 방법은 어렵다. 오랜 경험이 필수다. 정 대표는 해결방법을 교육에서 찾았다. 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한 많은 농업기관에서 실시하는 영농교육을 끊임없이 받고, 이웃 농가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터득했다. 아직 베테랑이라고 말하기는 부족하지만 상당한 수준은 되었다고 스스로 말한다.◆모종이 반농사고추는 ‘모종농사가 반농사’라는 말처럼 모종이 튼튼해야 잘 자라고 병해충에도 강하다. 이것은 고품질과 다수확으로 연결된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고 하던 70년대 어린이 영양제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정 대표는 튼튼한 모종을 ‘초란액’에서 해답을 찾았다. 사과식초에 유정란을 넣고 1년간 숙성을 시키면 액체 상태로 된다. 이걸 희석해서 모종에 2회 뿌리고 본 포장에서 2회 관주를 한다. 고추의 마디가 짧아지고 줄기가 단단해 병해충에 강해진다. 고추도 많이 달린다.달걀껍질의 칼슘성분을 고추에 공급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모종을 튼튼하게 키운 것은 아니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모종판은 보온관리가 최고라는 말만 듣고 보온에만 신경을 쓰다가 고추 묘를 삶아버리기도 했다.당시에는 ‘삶았다’는 말의 의미도 몰랐다. 이웃의 도움을 받아 재 파종을 했으나 약한 모종은 쓰러지고 역병까지 번져 한 해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안심 농산물은 고객에 대한 도리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 생산은 고객에 대한 도리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안심 농산물 생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했다. 일거리는 많아지지만 기꺼이 감수한다. 화학비료를 줄이고 퇴비를 늘린다.자가제조 퇴비에는 미생물을 첨가해 완전히 부숙을 시킨다. 구입한 퇴비도 완전 부숙을 위해 1년간 보관했다가 뿌린다. 매년 고추를 판매하기 전에는 공인기관의 농약 안전성 검사를 받는다. 제초제를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검은색 비닐로 멀칭을 하고 이랑에는 부직포를 덮지만 풀들을 막지는 못한다.제초제를 뿌리면 한 번에 해결되지만 일일이 손으로 뽑거나 벤다. 예초기로 밭두렁의 풀을 베는 것은 여름철의 통상 일과다. 베어지는 풀의 량만큼 땀을 흘려야 만 주변이 깨끗해진다고 한다.◆고추농사는 더위와의 싸움고추는 8월의 땡볕 아래에서 수확한다. 고추밭에는 붉은 고추와 더위, 땀이 뒤엉켜 있다. 더울수록 고추는 활개를 치지만 수확하는 사람은 그 반대다. 지열로 달구어진 고추밭은 찜질방 같다. 큰 파라솔이 달린 의자에 앉아 고추를 수확하는 것도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파라솔로 햇빛을 피해 보지만 흐르는 땀을 막지는 못한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여름철 고추밭에서 일을 하면 금방 탈색이 되어 버린다. 10년 입을 옷이 고추밭에서는 2년을 넘기지 못한다. 햇볕과 열기로 땀이 범벅이 되기 때문이다.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얼음을 채운 물을 쉬지 않고 마신다. 일손 부족으로 외국인을 계절근로자로 고용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마저도 어렵게 돼 고추 수확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살만한 세상2017년 서울에서 열린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에 참가해 건 고추를 판매했다. 오후가 되자 행사장이 술렁였다. 공판장의 고추가격이 1.5배나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문이다. 가격이 너무 올라 행사장에서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그대로 판매하면 손해가 크고, 판매를 중단하면 신뢰도가 추락한다. 일부 농가에서 철수를 주장했지만 주최 측 주선으로 가격을 일부 조정해 판매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더 큰 문제는 농산물 쇼핑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800근의 주문이 들어와 있었다. 직판행사에 참여하느라 가격을 조정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쏟아진 주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차액을 계산하니 너무 큰 금액이었다. 신뢰와 실리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다음날 권 대표가 모든 구매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시세와 주문 가격의 중간선으로 조정하고, 감사의 표시로 한 근을 더 보냈다.그것을 계기로 단골고객이 더 늘어났다. 그 일을 겪으면서 부부는 ‘아직 우리 사회는 살맛이 나는 세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지역상생을 위한 유통 프로그램 구축부부는 귀농 이후 고추농사에 몰두하다시피 했다. 덕분에 재배기술도 익혔다. 면적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일에만 매달렸고, 주변을 돌아 볼 여유도 없었다. 이제는 면적을 축소하고 남는 시간을 주변과 상생하는 일을 찾으려고 한다.농산물의 유통과 마케팅을 공부해 지역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농산물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농산물을 제값을 받고 판매해 주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있지만 중간 상인들에게 헐값에 넘기는 모습을 늘 안타깝게 보아왔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체계적인 유통마케팅과 홍보로 적정 가격이 보장되는 농산물 판매로 자신들을 받아준 지역에 작지만 보답하려는 것이다.▲농장명: 감천이네 동천농장▲농장주: 정광춘. 권재경▲구입문의: 010-4400-8036▲소재지: 영양군 청기면 맹촌길 26-4▲이메일: pretty8036@naver.com▲블로그: https://blog.naver.com/pretty8036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68) 상주 이레농장 꿀단지

꿀벌은 유충을 기르는 시기에만 인두선에서 유백색의 신비한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을 ‘로열젤리’라고도 하고, ‘왕유’라고도 부른다. 아미노산과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해 불로장수의 묘약으로 불린다.로열젤리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54년 평화의 교황으로 불렸던 제260대 비오12세가 노환과 폐렴으로 생명이 위독할 때 주치의가 로열젤리를 투여했다. 이후 교황은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주치의는 이듬해 로마에서 열린 국제의약대회에서 로열젤리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로열젤리 덕분에 건강을 회복한 교황이 1958년 로마에서 열린 국제양봉회의에 참석해 양봉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이것은 로열젤리의 효능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꿀벌은 인간에게 4가지 선물을 준다. 꿀과 화분, 프로폴리스, 로열젤리다. 신비의 물질로 불리는 로열젤리로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 귀농 9년차의 강소농이 있다. 상주에서 ‘이레농장 꿀단지’를 운영하는 엄조상(55) 대표와 한명화(52)씨다. 250군(통)의 꿀벌을 키우면서 로열젤리와 꿀을 채취해 연간 1억 원의 조수익을 올린다.◆피자집 사장에서 양봉가로 변신한 자연형 인간스스로 자연형 인간이라고 말하는 엄 대표에게 양봉은 세 번째 직업이다. 첫 직장은 건설 회사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으면서 회사가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회사를 떠났다. 다음으로 시작한 직장은 피자전문점이었다. 취업이 아니라 경영인이었다.유명 브랜드라 수입은 많았으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면 밤 12시에 마쳤다. 일하고, 잠자는 것이 일과였다. 가족 간의 식사는 고사하고 아이들 얼굴을 볼 시간도 없었다. 인근에 다른 피자집은 물론 치킨이나 족발집이 들어와도 긴장됐다.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배달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그것은 스트레스로 쌓였다. 피자전문점 운영이 10년을 넘어서면서 한계를 느꼈다.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경성 두통에서부터 위장까지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유일한 취미는 TV에서 ‘6시 내 고향’을 보는 것이었다.조용한 농촌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받았다. 13년 만에 피자전문점을 접고 귀농을 감행했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반대했으나 아버지의 건강을 위한 일이라면서 설득했다. 귀농 후의 생활도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양봉을 시작하면서 쉬지 않고 일했다. 다만 자기 주도적으로 스트레스 없이 하는 일이라 도시생활과는 많이 달랐다. 올해로 귀농 9년을 맞으면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대학 다니는 자녀들이 졸업 후에는 농촌으로 들어오겠다고 한다. 전 가족이 농촌에 연착륙했다.◆로열젤리는 무엇인가신비의 물질로 불리는 로열젤리는 육아를 담당하는 어린 일벌의 인두선에서 분비하는 유백색의 물질이다.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등 다양한 영양소를 품고 있어 장수식품으로 불린다.알에서 깨어난 꿀벌 유충에게 로열 젤리를 3일간 먹이면 일벌이 되고, 4일을 먹이면 수벌이 된다. 6일간 먹이면 여왕벌이 된다. 먹는 기간에 따라 일벌이 되기도 하고 여왕벌이 되기도 한다. 일벌이나 수벌과 달리 여왕벌은 평생 동안 로열젤리를 먹는 특혜를 누린다. 일벌의 수명은 60일 정도이지만 여왕벌의 수명이 5년 정도로 긴 것은 로열젤리의 영향이다. 여왕벌이 평생 120만 개 정도의 알을 낳는 왕성한 산란능력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정성으로 모으는 생로열제리로열젤리는 꿀벌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정성의 결정체다. 까다롭고 세심한 작업이다. 계상(2층 벌통) 중간에 격왕판을 설치해 여왕벌이 1층에만 머물게 한다. 격왕판에는 일벌만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몸집이 큰 여왕벌은 통과하지 못한다.로열젤리는 2층에서 채취한다. 33개의 왕대(여왕벌집)가 달린 로열젤리 틀을 소비(벌이 알을 낳고 먹이와 꿀을 저장하는 틀) 사이에 넣는다. 그 다음에는 일반 벌집에서 부화한 지 3~4일된 유충을 ‘이충침’으로 집어서 왕대 속에 일일이 집어넣는 이충작업을 한다.정밀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이충작업이 끝나면 일벌들이 벌통 안에 여왕벌이 없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여왕벌을 키우기 위해 왕대 속에 있는 유충에게 로열젤리를 공급하고 비축을 한다. 3일 동안 로열젤리를 모은 후에 다시 유충을 끄집어내고 로열젤리를 채취한다.채취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밝은 LED 전등 밑에서 귀이개보다 조금 큰 나무숟가락으로 일일이 긁어낸다. 벌통 두 개에서 모아야 한 병(50g)이 된다. 한 사람이 하루에 10병 정도를 모을 수 있다. 생로열제리는 효능이 뛰어난 만큼 빨리 산화된다. 채취하는 즉시 냉동실에 넣어서 보관해야 한다. 세밀한 작업이라 아내인 한명화씨가 맡아서 한다.◆세 번 이사한 꿀벌양봉교육을 이수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과정에 뜻밖의 선물이 들어왔다. 집 앞 고추밭에 분봉한 벌떼가 날아든 것이다. 주인이 없는 꿀벌이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생각하고 벌통에 거두어 들였다.생애 첫 꿀벌이었다. 여기에 10군을 구입해 집 마당에서 증식을 시켰다. 4년 만에 120군으로 늘렸다. 온 집안이 벌떼로 가득했다.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마당이 좁아 집안에서 키우기에는 문제가 많았다.밀원이 좋은 산 밑에 봉장을 마련하고 벌통을 옮겼으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경험부족으로 음달에 봉장을 마련한 탓에 벌들의 활동이 현저히 떨어졌다. 해가 문제였다. 아침에 늦게 뜨고, 저녁에는 일찍 졌다. 꿀벌들도 해를 따라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부지런하다는 꿀벌을 게으름뱅이로 만들어 버렸다.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채밀량도 줄어들었다. 다시 햇볕이 잘 드는 아래쪽으로 이사를 시켰지만 또 실패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꿀벌들이 견디지를 못했다. 아침에 꽃을 찾아 나간 꿀벌들이 바람에 날려 돌아오지를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137군이 순식간에 35군으로 줄어 들어버렸다.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세 번 이사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제자리를 잡았다. 엄 대표는 요즘 봉장에 들어서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 진다고 한다.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생로열제리와 꿀을 많이 먹은 덕분에 건강도 완전히 회복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졌다.◆양봉의 새로운 길올해 벌꿀은 유례없는 흉작이다. 특히 아카시아 꿀이 그렇다. 생산량이 평년의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벌꿀 생산은 아카시아가 좌우한다. 가장 큰 밀원 수였던 아카시아의 노령화와 기후변화가 원인이다.양봉산업육성법이 오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가지만 여전히 앞날은 어둡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양봉농가에서는 로열젤리와 수정 벌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이레농장 꿀단지’의 엄 대표가 일찌감치 꿀 대신에 로열젤리 생산으로 전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요즘 엄 대표는 “양봉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 밀원 수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봉장 주변에 다양한 밀원 수들을 심고 있다. 헛개나무와 피나무, 쉬나무, 바이텍스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연중 채밀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또 다른 계획은 체험농장으로 가꾸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 등을 통해 보여 주고 봉장을 개방해 소비자들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도시에서 공부하는 자녀들이 농장운영에 참여하겠다고 하고 있어 조만간 체험농장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부부는 생로열제리 생산에 전념하고, 자녀들은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계획이다.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알찬 6차 산업화로 나가는 것이다.▲농장명: 이레농장 꿀단지▲농장주: 엄조상▲구입문의: 010-3284-1663▲소재지: 상주시 외서면 가곡백전길 197▲이메일: irehoney@naver.com▲블로그: https://blog.naver.com/irehoney▲검색창 : 이레농장 꿀단지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67) 칠곡 피플 앤 팜

자두만큼 칭찬을 받은 과일이 얼마나 있을까. 자두에 대한 칭찬은 ‘천자문’에 나온다. 남북조시대 양무제의 명을 받은 ‘주흥사’는 하룻밤 사이에 천자문을 짓고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됐다.천자문은 사언절구의 한시로 250구절로 구성돼 있다. 그 내용 중에 15번째 구절에 ‘과진이내(果珍李柰)’란 말이 나온다. ‘과일 중에서는 자두와 능금이 보배다’라는 말이다. 중국에서 자두는 황제에게 올리는 과일이었고, 조선에서는 왕실을 상징하는 과일이었다.조선 최고의 미식가로 불리는 허균의 ‘도문대작’에도 울진과 삼척에서 많이 나고, 크고 물기가 많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하는 속담에 나오는 ‘오얏’이 바로 자두다. 이 같은 말들을 헤아려 볼 때 자두는 예전부터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과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과일이 귀하던 초여름에 나오는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과일 중의 보배라는 자두를 재배하는 청년 강소농을 만나본다. 칠곡에서 ‘피플 앤 팜’을 운영하는 박일상(42)·김지희(39) 공동대표다. 부부는 자두 1만3천㎡와 고구마 5천200㎡를 재배해 연간 1억 원의 조수익을 올리는 억대농부다.◆2년간의 고민 끝에 귀농 단행농촌에서 자란 박 대표에게 농사일이 낯설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들판과 과수원은 놀이터였다. 그곳에는 언제나 까맣게 그을린 아버지가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공장 자동화 설비를 설계하는 일을 했다.아내인 김 대표는 기계 설비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박 대표가 설계한 기계 설비를 김 대표가 만들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인연으로 두 사람은 가정을 이루었다. 10여 년의 도시 생활을 거치면서 농사일이 조금씩 멀어질 즈음에 농촌이 다시 가까이 다가왔다. 2016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부부를 고향으로 이끌었다. 어머니 혼자 힘으로는 농장을 감당하기 어려웠다.2년 동안 도시와 농촌을 오가면서 고민을 했다. ‘5도, 2촌’. 5일은 도시에서 일하고, 2일은 농촌에서 어머니의 농사일을 도왔다. 이런 어정쩡한 생활을 하다가는 둘 다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귀농을 결정했다. 김 대표도 흔쾌히 동의한 것이 큰 힘이 됐다.또 농사지을 과수원과 농기계, 주택이 있기 때문에 귀농 조건은 좋았다. 농사 기술은 배우면 된다는 생각과 한번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긍정적인 성격이 조기 정착에 도움을 주었다. 귀농 3년차의 박 대표는 초보 농부 딱지를 떼어내고 농사꾼으로 변신하는 중이었다.◆1년 만에 익힌 전정기술농사일은 쉬운 것이 없다. 토양관리와 재배기술, 판매까지 모두가 어렵다. 그 중에서도 농민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과수 ‘전정 작업’이다. 중노동이라서 어려운 것도 아니고, 기술이 까다롭고 어려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혹시나 잘못해서 나무 수형을 망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때문이다.또 자식 같은 나무에 선뜻 가위를 들이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손이 오므라든다고 한다. 특히 열매가 달려있는 여름 전정은 더하다. 어쩌면 의사가 자기 가족의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농가에서는 전정 작업만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박 대표는 달랐다. 전문가에게 전정 기술을 배우고 바로 실습에 나섰다. 나무 몇 그루 망치더라도 자기 나무는 직접 가꾸겠다는 생각에서다. 자두 주산지인 김천지역 농장을 수시로 견학했다. 견학을 가면 전정 기술에 집중했다. 나무만 쳐다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주지를 어떻게 세우고 결과지(열매를 맺는 가지)는 어떻게 배치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심지어 가지를 자르는 면의 각도까지 살폈다. 이런 노력 덕분에 1년 만에 전정 기술을 익히고 직접 전정을 한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오랫동안 자두 농사를 지은 농가에서도 어렵다는 일을 단기간에 익혔다. 그러나 전정에 대한 완전한 기술을 익힌 것은 아니라면서 선배들의 현장기술과 교재를 통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현재는 여름 전정 작업에 대한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덕분에 연간 500만여 원의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수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비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아버지의 영농 일기아버지는 평생 과수농사를 지었다. 사과와 복숭아를 재배하다가 자두로 바꿨다. 자두농사만 30년이 넘는다. 주변에서 자두농사는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크기도 크고 당도와 색깔이 탁월했다. 공판장에 나가면 상인들이 먼저 가져가려고 경쟁을 벌였다.비결은 시비와 병해충 방제에 있었다. 아미노산과 양파 액비 등 자신만의 천연비료와 약제를 만들어 뿌렸다. 아미노산 액비는 포항에서 구입한 생선이나 공짜로 얻은 생선 부산물을 큰 통에 담그고 숙성을 시킨 후 액비로 사용했다. 젓갈을 담듯이 1년 이상을 삭히고 숙성을 시켰다. 양파 액비는 천연살충제로 사용했다.아버지는 이런 내용을 고스란히 영농 일지에 담아두었다. 영농일지에는 그날의 날씨에서부터 작업 내용, 농약이나 비료를 뿌린 양이 기록되어 있다. 인부들에 대한 노임을 지급한 내용도 있다.수확과 판매에 대한 내용은 당연히 담겼다. 지금 그 일지를 박 대표는 교과서처럼 활용한다. 틈이 날 때마다 들쳐보고 현재 자신이 하는 일과 비교하고, 교육에서 배운 내용과도 비교해 본다. 이런 비교를 통해 좀 더 좋은 영농방법을 찾는다. 이제는 박 대표도 자신의 영농일지를 기록한다. 아버지의 영농일지를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친환경에 한발 가까이박 대표는 아직은 관행농법으로 자두를 재배한다. 점차 친환경 재배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직은 초기라 친환경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친환경 재배로 나가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저 농약 친환경 전환농업’이라고 부른다.그 1단계가 초생재배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다. 여름 장마철에 접어들면 풀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연간 4회에 걸쳐 승용예취기로 풀을 벤다. 풀과의 전쟁을 치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땀을 흘린다. 토양오염을 방지하고 토양공극을 좋게 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땅에서 자란 풀을 다시 땅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다.화학비료 대신 직접 만든 아미노산 액비를 뿌리고, 상품성이 없는 열과로 액즙을 만들어 뿌림으로써 당도를 높인다. 저 농약을 위해서 양파 액비를 천연살충제로 활용한다. 과수원 주변에 옥수수를 천적유지 식물로 심어서 병해충 발생을 줄인다. 옥수수에 있는 조명나방은 자두 속에서 부화해 과육을 갉아먹는 심신나방의 피해를 줄여주는 천적 역할을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품질이 좋아져 공판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다.지난 6월초 1천㎡(300평)에서 조생종인 ‘대석’ 자두를 수확해 1천200만 원의 조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5㎏ 들이 한 상자에 6만 원으로 김천지역 공판장 최고시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들 초보 농부의 반란이라고 했다.◆가공과 체험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6차 산업 농장 조성박 대표가 1차 농산물의 생산과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면 김 대표는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공을 통해 소득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우선 자두 즙과 건조 자두를 만드는 것이다. 가공품을 통해 소득이 연중 고루 발생하는 소득 안정화를 기하는 것이다. 농장카페를 만들어 소비자와 만남의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농장카페는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로컬 푸드 역할도 함께 할 것이라고 한다. 또 농장을 소비자들에게 개방해 치유와 힐링을 겸할 수 있는 있는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우리 농장 이름이 ‘피플 앤 팜’으로 지은 것은 농장이 여러 사람이 모여서 소통하면서 정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도시 소비자와 농민의 만남의 광장을 만들겠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이보다 더 큰 꿈은 초등학생인 아들이 농촌에 뜻이 있다면 농업 관련 공부를 체계적으로 시켜 4대를 이어가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농장명: 피플 앤 팜▲농장주: 박일상▲구입문의: 010-7181-5248▲소재지: 칠곡군 기산면 행정1길 57-30▲이메일: ilsang1052@naver.com▲블로그: https://blog.naver.com/people_n_farm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66) 성주 중목장

예전에 우유만큼 귀한 음식은 드물었다. 쌀가루에 우유를 넣고 끓인 타락죽(駝酪粥)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조선시대에는 ‘타락색’이라는 관청까지 두고 궁궐에 우유를 공급했다.‘타락색’에서 유래한 타락산(駝酪山)은 도성 안 동쪽에 있다고 동국여지승람에 나온다. 서울 창신동에 있는 낙산(124m)이 바로 그 곳이다.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던 우유가 외면을 받고 있어 농가는 울상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우유 소비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5년 35.1㎏이던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017년에는 33.1㎏으로 줄었다.올해는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관계기관에서는 ‘우유마시는 날’을 지정하고 ‘우유 한잔 더 마시기 운동’을 전개하고, 농가는 가공과 체험을 통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40년째 꿋꿋하게 젖소만을 바라보고 외길을 걸어가는 낙농가가 있다. 성주에서 ‘중목장’을 운영하는 김원태(69) 대표가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70마리의 젖소를 사육하고 우유가공품을 만들어 연간 3억8천만여 원의 매출을 올린다.◆40년 외골 인생김 대표는 농촌에서 나고 자랐다. 앞으로도 농촌에서 살아가겠다는 농부다. 40년간 젖소만을 바라보고 왔다. 평생 축사를 떠나본 적이 없는 외골수다. 젖소는 곧 그의 인생이었다.청년시절 목장에서 일한 것이 젖소와의 첫 만남이었다. 일은 힘들었지만 젖소를 돌보는 일이 즐거웠다. 자신의 목장을 가지겠다는 꿈을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있었으나 자금이 없었다. 첫 시작이 젖소가 아닌 한우로 시작한 것도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1975년 한우 사육을 시작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송아지를 구입해 키우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사료 값이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자 젖소로 전환했다. 1980년 2월 젖소 6마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낙농업을 시작했다. 일은 힘들고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많은 수익은 아니지만 15일마다 우유 대금을 손에 쥘 때는 힘이 저절로 났다. 한우와 달리 자금회전이 빠른 것이 농장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제는 70마리로 늘어났다. 규모를 더 확장할 기회는 많았지만 규모보다는 내실화에 우선했다. 다른 목장과 비교할 때 유사비(우유 생산에 필요한 사료비 비율)가 높고 경제 수명이 늘어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경영컨설팅은 미래에 대한 투자김 대표의 목장 운영에는 눈에 띄는 색다른 방식이 있다. 경영컨설팅이다. 2015년 12월 첫 컨설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5회를 진행했다.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진행형이다.시작은 있었으나 끝은 없다. 1회에 60만 원이란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한다. 주위에서는 매월 컨설팅을 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외관상 방문 컨설팅은 월 1회지만 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메일을 통해서도 진행한다. 경영비 절감과 유사비 향상, 질병 관리 등 목장 운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다.최근에는 사회 변화에 따른 농식품 소비 트렌드와 인적 네트워크, 인문학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목장 운영은 종합경영이기 때문에 먼 장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한 투자이기 때문이다.다른 농장이나 외국 운영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유사비가 30%로 높고, 도태산차(젖소를 도태시킬 때까지 송아지를 낳는 회수)도 3.8산으로 높다. 일반농가의 유사비가 50% 정도이고 도태산차가 2.9산인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통상적으로 도태산차가 1산이 늘어나면 우유 추가 생산량에 대한 수입이 340만 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결과를 보면 컨설팅은 낭비가 아닌 투자라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다.◆건강한 우유가 답“목장의 최고 과제는 좋은 우유입니다.”좋은 우유를 마셔야 사람도 건강해 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좋은 우유는 어떤 우유인가 하는 질문에 “건강한 소에서 방금 착유한 우유다”고 대답했다. 현재 우유 유통시스템에 따라 목장에서는 우유를 직접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건강한 소가 답이다.이에 따라 소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관찰이다. 새벽 착유를 시작하면서부터 하루 종일 소의 상태를 살핀다. 착유량과 배변 상태를 보고 건강상태를 판단한다. 착유량과 배변은 건강과 직결돼 있다. 소의 움직임과 쉬는 모습도 중요하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되새김질을 한다는 것은 건강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또 다른 것은 사료다. 균형 잡힌 사료를 통해 건강을 유지시키고 좋은 우유를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고영양 사료를 많이 급여하면 일시적으로 착유량을 늘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코 바람직한 사양관리 방식이 아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균형 잡힌 사료는 경영비 절감과 경제 수명도 연장된다. 일거양득이다.◆부자간의 빅딜김 대표가 독학으로 축산을 공부하고 몸으로 기술을 익혔다면 아들(36·영탁)은 체계적으로 축산을 공부했다. 혼자 힘으로 배우는 것의 어려움을 알기에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농수산대학 진학을 권했다.아들도 흔쾌히 받아 들였다. 대학에서는 식량작물을 전공하면서 부전공으로 축산을 공부하고, 실습도 목장에서 했다. 농대를 졸업하면 술술 풀릴 줄만 알았으나 현실은 달랐다. 2009년에 합류한 아들은 기술과 열정을 가졌지만 중노동과 휴일도 없이 이어지는 목장 일에 지쳐갔다.부자간의 생각 차이도 컸다. 현재 시설과 규모를 유지하면서 내실을 다지자는 아버지와 낡은 시설과 장비를 개선해 노동력을 줄이자는 아들의 생각에는 큰 간극이 있었다. 이들 부자의 생각은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 간극을 좁히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긴 줄다리기 끝에 아버지가 아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농지를 매각해 자동급이기와 CC-TV, 건강체크기, 완전혼합사료(TMR) 배합기, 자동정화시설 등을 도입했다. 대신에 아버지가 원하던 유가공도 함께 하기로 했다. 부자간에 빅딜은 성사됐고, 서로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다.한 달에 대략 250ℓ의 우유를 가공해 요거트와 치즈를 만든다. 우유 소비 감소에 대응하고 부가가치도 높인다. 아직은 소량이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낙농은 중노동, 이젠 옛말낙농은 중노동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휴일도 없이 일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착유는 해야 한다고 했다.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상주가 빈소를 비우는 것은 큰 불효일 것이다. 김 대표도 1988년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똑같은 일을 겪었다.지금은 시설 자동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사료는 자동으로 공급되고 개체별로 양까지 조절한다. 착유는 물론 건강상태나 발정 여부도 자동으로 체크한다. 자동화가 진행되는 만큼 여유는 늘어난다. 집안일이나 여행으로 목장을 비울 때에는 낙농조합에서 ‘헬퍼(도우미)’를 보내준다. 휴일 없는 직업이라는 말은 옛말처럼 되어가고 있다. 김 대표도 주말에는 아들과 교대로 일한다. 휴일이 있는 목장을 실천한다.◆ 가족 협업으로 6차 산업화‘가족협업 목장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김 대표의 꿈이다. 현재 목장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아들과 조경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딸을 합류시켜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신은 목장 경영에서 손을 뗄 계획이다.아들은 목장경영, 딸은 가공과 체험을 하는 것이다. 목장 운영의 전문화와 가공과 체험을 통한 6차 산업화로 나가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생각에는 우유는 오리진(Origin·건강의 근원)이라는 점과 목장에는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바로 실행될 계획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면 아들, 딸 모두가 억대 연봉을 보장받는 직장이 될 것이란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이 당당해 보였다.▲농장명: 중목장▲농장주: 김원태▲구입문의: 010-4524-3523▲소재지: 성주군 성주읍 대황길 102-8▲블로그: https://blog.naver.com/gudngol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65) 의성 비나리농원

지구 상에 수많은 민족과 국가는 자신만의 건국신화를 가지고 있다.건국신화는 민족이나 국가의 기원이다. 우리에게는 단군신화가 있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백두산에 내려와 신단수 아래에서 신시를 열고 인간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를 원해서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면서 기도를 했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곰은 사람이 되었고, 환웅과 결혼해 단군왕검을 낳았다. 우리 민족의 시조다.수많은 채소 중에서 마늘이 단군신화에 등장한 것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늘을 일해백리(一害百利)의 채소라고 한다. 강한 마늘 향을 제외하면 무려 백가지의 이로움이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단군신화에 마늘이 등장한 이유일 것이다.양념 채소로 분류되는 마늘은 항균·항암작용과 함께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식탁의 감초로 부를 만큼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이 마늘에 청춘을 걸고 농촌으로 들어온 청년 농부가 있다. 의성군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비나리농원’의 안희동(40)·김현진(34)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 마늘 1만㎡와 벼 4천㎡를 재배하면서 자신만의 꿈을 키우는 청춘이다.◆왕초보의 귀농을 환영한 농심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아내가 생면부지의 농촌으로 들어왔다. 귀농보다는 창농(創農)에 가깝다. 가진 것은 열정뿐이었다.안 대표는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도시농업 일손지원센터를 드나들다가 농촌을 접했다. 과수와 버섯농장을 견학하고 일손을 거들면서 재미를 느꼈다. 일은 힘들지만 스트레스 없이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좋았다.가족의 반대는 당연한 일이었다. 농사일이 재미있고 정년 없이 평생 동안 할 수 있다는 말로 아내를 설득했다. 그 길로 귀농투어를 시작했다. 2017년 의성 산수유축제장에서 은인을 만났다. 주택과 농지를 소개해 주겠다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현재 살고 있는 주택도 그때 소개받은 집이다. 처음 논을 살 때도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흥정했다. 주민들은 젊은 사람이 농사를 짓겠다고 하는데 조금 싸게 팔라고 논 주인을 설득했다. 덕분에 아주 싼 값에 2천㎡의 논을 살 수 있었다. 임차 농지도 구했다. 마늘 주산지라 모두가 마늘농사에는 박사다. 주민들은 수시로 마늘 논에 들러 재배기술도 알려준다. 2018년에는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돼 3년간 매달 100만 원씩 받은 지원금도 영농정착에 큰 힘이 됐다.◆최고 품질의 마늘 생산은 물관리마늘은 국민 양념인 만큼 소비자들은 품질에 민감하다. 따라서 안 대표의 관심도 품질관리에 있다. 고품질을 위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배수 관리다. 마늘은 습해에 약해 수분이 많으면 생장이 지연되고 품질도 떨어진다.원활한 물관리를 위해 관리기를 이용해 3회 정도 배토 작업을 해 고랑을 25㎝ 정도 높게 만든다. 생육과정에는 수시로 토양 속의 수분함유량을 점검해 관수 여부를 결정한다. 이랑관수를 통해 한 번에 충분한 물을 주고 빼는 방식으로 관수작업을 한다.안 대표는 한지형과 난지형을 함께 재배한다. 한지형은 11월 초에 파종해 다음해 6월에 수확하고, 난지형은 9월에 파종해 다음해 5월에 수확한다. 따라서 한지형은 수확 이후에 벼를 심는 이모작이 가능하지만 난지형은 이모작이 어렵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성 육쪽마늘은 한지형이다. 수확량은 난지형이 1.5~2배 정도로 많지만 가격은 한지형이 2~3배 정도 높다. 한지형은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으며 마늘 특유의 향과 매운맛이 강해 김장용 마늘로 많이 찾는다.◆전통시장 자리 잡기재배는 안 대표가 하지만 판매는 아내인 김 대표의 몫이다. 그런데 김 대표의 마케팅 솜씨가 탁월하다. 지난해 8월 경산지역 목요장터에 마늘을 싣고 나갔다. 하지만 정해진 자리가 없어 한쪽 모퉁이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마침 옆자리에 할머니가 이삭 주운 자잘한 마늘을 까서 팔고 있었다. 용돈 벌이라고 했다.김 대표가 자잘한 마늘 버리고, 직접 수확한 것을 판매하라며 좋은 마늘 한 접(100개)을 건넸다. 두 경쟁자(?)는 하루 종일 붙어 앉아 수다를 떨면서 마늘을 팔았다. 할머니는 깐 마늘을 팔고, 김 대표는 통마늘을 팔았다. 헤어질 때 할머니가 고맙다면서 칠성시장 지하철 출구 옆에 자기 자리가 있으니 내일부터 거기서 마늘을 팔라고 했다. 뜻밖의 선물이었다.전통시장에서 노점 자리는 모두 주인이 정해져 있고, 좋은 자리를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다음날 새벽 할머니는 김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지하철 운행시간이 되자 마늘은 불티나게 팔렸다. 3시간 만에 가지고 간 700㎏을 모두 팔았다. 품질과 가격, 좋은 자리가 맞아떨어졌다. 가격표시제를 한 것도 한몫을 했다. 아침부터 가격을 물어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주부들의 심리를 알고 접근한 마케팅기법이 적중했다.소상공인진흥회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가격표시제를 실시한 점포의 매출이 11.5% 증가했으며, 이것은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진 결과로 분석했다. 진심을 담은 마늘 한 접으로 대형 전통시장의 노른자 자리를 얻고, 가격표시제로 완판을 기록한 것은 김 대표의 타고난 마케팅 능력인지도 모른다.◆농튜버 시골소녀 하이디올해 들어 유튜브를 시작했다. 능숙한 인터넷 활용 능력을 농사에 접목한 것이다. 거창한 내용과 화려한 영상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마늘을 심고 가꾸는 모습과 같은 소소한 모습들을 올린다.마늘을 캐고 묶어서 덕장에 걸어 자연 건조를 시키는 작업도 보여준다. 트랙터 운전법을 배우면서 남편으로부터 핀잔을 받는 모습도 그대로 들어 있다. 구독자 수와 상관없이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다. 무엇보다 마늘의 모든 모습을 알려준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아직 구독자가 300명에도 못 미치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지난 5월에 올린 ‘마늘종 장아찌 담그는 법’이란 24초용 영상물은 조회 수가 1만7천 회를 넘어섰다. 앞으로는 농장의 일상뿐만 아니라 농촌마을 모습과 어르신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 줄 계획이다. 유튜버 ‘시골소녀 하이디’의 꿈은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 실버버튼을 받는 것이다.◆초보농부 농촌 정착기초기 정착은 쉽지 않았다. 도시와 농촌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농촌은 오후 8시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보안등만이 홀로 마을을 지킨다.안 대표는 그 어둠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나마 밝은 빛이 있는 읍내로 핑계를 만들어서 나갔다.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위안이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다독인 것은 이웃 주민들이었다. 마음을 붙이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새마을지도자를 맡겼다. 의용소방대에도 가입해 주민들과 어울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도 느꼈다.지금은 귀농귀촌모임 총무직도 맡아 활동한다. 마을 이장을 맡으라는 요청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고사하고 있다. “농촌과 농업을 모르던 우리가 이 정도라도 자리를 잡은 것은 이웃 주민들의 배려 덕분이었다”면서 “이제는 농촌에서의 삶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한다.◆마늘 가공으로 부가가치 UP귀농 4년차 초보농부에게 농촌은 희망이지만 등락을 거듭하는 농산물 가격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풍년에는 가격이 내려가고 흉년에는 팔 물건이 적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가공을 계획하고 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단순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깐 마늘과 다진(분쇄) 마늘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모든 농산물이 그렇듯이 마늘도 1차 가공만을 거쳐도 부가가치는 크게 높아진다. 또 5만㎡ 정도로 면적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화로 소득의 안정화를 도모할 계획도 갖고 있다.가공을 통해 이웃농가와 윈윈 할 수 방안을 찾고 있는 청년 농부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사람이 도시로 몰려갈 때 농부가 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했던 ‘짐 로저스’의 말이 떠올랐다.▲농장명: 비나리농원▲농장주: 안희동·김현진▲구입문의: 010-7204-2506▲소재지: 의성군 사곡면 신리길 72-16▲이메일: binarifarm@gmail.com▲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inarifarm▲유튜브: youtube.com/시골소녀하이디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64) 고령 사랑뜰농원

참외는 달고 아삭한 식감이 다른 과일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노란색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일까 참외는 눈으로 먼저 먹고, 입으로 한 번 더 먹는다고 한다.그럼 이처럼 맛있는 참외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명을 받아 정인지와 김종서 등이 쓴 ‘고려사’에 참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을 볼 때 참외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올라간다.외(瓜), 첨과(甛瓜), 참외(眞瓜), 왕과(王瓜), 띠외(土瓜), 쥐참외(野甛瓜) 등으로 불렸다. 이것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국보 제94호 ‘청자참외모양병’이다. 고려 인종의 능인 장릉에서 발굴된 고려청자이다. 높이 22.8㎝로 참외 모양의 동체(중심부분)와 참외꽃 모양의 아가리, 치마 주름 모양의 높은 굽이 있는 화병이다. 단정하고 세련된 형태로 예술성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1천여 년 전에 참외 모양의 도자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참외가 널리 재배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참외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토종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30년 동안 참외농사를 지어온 토종 농사꾼을 만났다. 고령에서 ‘사랑뜰농원’을 운영하는 나영완(53)·이수경(51)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 참외 8천여㎡와 딸기 4천여㎡를 재배해 연간 2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30년 동안 참외를 재배했다. 5년 전부터 소득 안배를 위해 딸기도 재배한다.◆새농민상에 빛나는 전문농부나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3년간 섬유회사에 근무하다 농촌으로 들어왔다. 그때 23살이었다. 마을에 청년은 아무도 없었다. 농촌으로 들어오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젊은 사람이 왜 농촌으로 들어오느냐, 장가도 가기 어렵다”는 게 주변의 인사였다.아버지의 건강이 이유라고 했지만 농촌이 좋고 농사일이 좋았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고 한다. 1990년 3월 주변 반대에도 고향으로 들어와 농사일을 시작했고, 9월 이 대표를 만나 결혼을 했다. 한 달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농사일은 오롯이 부부의 몫이 됐다.아버지 농사를 이어받아 30년이 됐다. 2천600여㎡ 농지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참외를 재배했다. 아침저녁으로 덮고 벗기는 볏짚 거적으로 보온해야 하기에 일손이 많이 들었다. 완전 수작업이어서 재배 면적 확대도 어려웠다.당시 부직포 덮개가 보급되기 시작했으나 모두가 머뭇거렸다. 처음 보는 부직포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대표가 도전에 나섰다. 성공이었다. 일손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덕분에 재배 면적도 넓힐 수 있었다. 1만3천여㎡까지 늘렸으나 5년 전에 딸기재배를 시작하면서 현재 규모로 조정했다.작물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면서 아침마다 농장 구석구석을 살피는 나 대표는 전형적인 농부의 모습이었다. 지역사회 활동도 열성적이다. 4H 활동을 시작으로 농영경영인회 등 많은 농민단체 활동을 했었다. 다산면 이장협의회장과 새마을협의회장을 맡아 지역사회를 이끄는 봉사자로서의 역할도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부부는 2018년 농협중앙회에서 선정하는 ‘새농민상’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달고 맛있는 참외 비결은 땅심올해로 참외재배 경력만 3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강산이 3번 바뀐 시간이었다. 참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답은 짧았다. “땅이다.”모든 작물의 기본은 땅이라고 했다. 나 대표는 그 땅을 가꾸고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주기적으로 토양검사를 실시하고 완숙퇴비를 사용해 땅심을 돋운다. 한우 10마리를 키우는 것도 퇴비를 얻기 위한 것이다. 우분은 1년 이상 완숙해서 사용한다.토양 소독도 철저하다. 매년 6월 참외수확을 마치면 비닐하우스에 물을 가득 채우고 로터리 작업을 실시해 축적된 염류를 제거한다. 이때 한 달 이상 비닐하우스 문을 완전히 닫고 태양열로 내부 온도를 올려 소독한다. 내부 온도는 60~70℃, 지온은 40℃ 정도로 올라간다.높은 온도로 병해충의 없애는 것이다. 토양소독만 잘해도 다음해 병해충 발생은 많이 줄어든다. 그만큼 방제비용도 줄어든다. 전문 농사꾼의 재배기술은 단순해 보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노하우였다. 딸기 하우스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딸기에 대한 도전과 실패5년 전에 참외를 줄이고 딸기재배를 시작했다. 농사가 직업이니 어느 작목이라도 자신이 있었다. 연동하우스를 짓고 본격적인 재배에 나섰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눈길도 많았으나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모든 작물 재배의 기본원리는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주변 걱정에 “양식 요리사가 라면을 끓일 줄 모르겠느냐”고 빗대어 답했다. 농사에 대한 자신감인지, 자기 과신인지 모른다.품질이 좋다는 종묘상의 말만 믿고 일본 품종 모종을 구입해 심었다. 딸기가 무럭무럭 자라는 만큼 희망도 자랐다. 그러나 잎만 무성할 뿐 열매가 달리지 않았다. 내일이면 달리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비닐하우스를 들락거렸으나 기다리는 열매는 보이지 않았다.비닐하우스에 쪼그리고 앉아 딸기를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드문드문 달리기 시작했으나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자체 육묘기술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탓으로 돌렸다. 다음해도 같은 모종을 심었으나 결과는 같았다.2년 연속 참담한 실패였다. 일본산 모종 결함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종묘는 관리 부실이라고 우겼다. 모종이 잘못됐다는 것을 찾기 어려웠다. 연간 1억5천만 원의 조수익을 예상했으나 2천만 원 남짓 건졌다. 자재비에도 턱없이 모자랐다.2년간의 소득 공백을 메워 준 것은 참외였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이 생각났다. 세 번의 실패는 없다는 생각에서 모종 꺾꽂이(삽목) 기술을 익혔고, 이제는 직접 생산해 사용한다. 지금은 국산 딸기인 ‘설향’을 재배해 본 궤도에 올라섰다.◆딸기로 뭉친 다산딸기조합농민들이 뭉쳤다. 같은 마을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7농가가 ‘다산딸기조합’을 만들었다. 2016년 조합을 구성하고 공동으로 홍보와 체험을 진행한다. 운영 형태가 색다르다. 조합 운영을 관리할 전문가를 채용해 운영한다. 일종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농민들은 생산에 주력하고 전문경영인이 딸기 단지를 홍보하고 체험객을 모집한다. 모집한 체험객은 농가별로 순환하면서 배정한다. 한 농가에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단체체험이 취소됐으나, 가족단위 체험객 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체험 환경도 좋다. 대구와 인접해 접근성이 좋다. 단지 중심부에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동 주차장과 300㎡ 규모의 공동체험장도 갖췄다.코로나19로 인한 판매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판매 방식을 도입, 지난 4개월 동안 8천여 명이 다녀갔다. 이 같은 성과는 딸기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스스로 힘을 모은 결과다.◆정년 없는 네가 부러워요즘 나 대표는 다른 일로 바쁘다. 퇴직을 앞둔 도시 친구들이 귀농상담을 해오기 때문이다. “정년 없는 나 대표가 부럽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정년이 60세이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정년을 앞둔 직장인들은 인생 2막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이런 친구에게 나 대표는 귀농상담사로 통한다.농업에는 정년이 없다. 건강하면 언제까지도 일 할 수 있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특별법’에 따라 오는 8월부터 농어업인의 취업 가능 연한이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연장된다. 즉 농어업인의 정년이 70세 이상으로 연장된 것이다.젊은 시절 도시에서 잘 나가던 친구들이 이제는 농부 친구를 부러워한다. 인생역전이라 할 만하다. 농업도 엄연한 경영체라는 인식과 정년 없이 일 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 대표도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소득과 재산적 측면에서도 결코 도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나 대표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농업은 전망이 밝은 직업이라면서 인생 2막으로 귀농을 적극 권장한다. 최근에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생을 불러들인 것도 마찬가지다. 그 동생도 지금 옆 농장에서 딸기를 재배한다. 만족도도 높다. 30년 농사꾼은 이제 귀농 전도사의 역할도 함께 한다.▲농장명: 사랑뜰농원▲농장주: 나영완·이수경▲구입·체험문의: 010-9939-6371, 054-955-6371▲블로그: https://blog.naver.com/lovegarden6371▲소재지: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 100-1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63) 군위 3대 꿀벌농원

예전에 어른들은 벌(토종벌)은 영물(靈物, 신령스러운 짐승)이라고 했다. 집에 초상이 나면 벌통을 먼저 가리고, 부고장(訃告狀, 죽음을 알리는 글)을 붙였다. 집안에 흉사가 있으면 영물인 벌들이 날아가 버린다고 했다.감미료가 부족하던 시절 꿀벌은 소중한 존재였다. 벌꿀은 귀한 식재료인 동시에 약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꿀벌은 가족처럼 대접을 받았다. 꿀벌은 여왕벌을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각자의 역할이 주어져 있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처럼 꿀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 미국 일리노이대 ‘애덤 돌리잘’ 교수가 IAPV(이스라엘 급성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꿀벌을 가지고 한 실험의 결과다.이뿐만이 아니다. 지도자인 여왕벌을 스스로 선발하지만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지도자를 찾아 나서고 퇴출을 시키기도 한다. 일종의 레임덕이고 탄핵이라고 할 수 있다.인간세상의 축소판과 같은 꿀벌을 3대에 걸쳐 80여 년 동안 키우는 양봉명문가를 찾았다. 군위군에서 양봉을 하는 ‘3대 꿀벌농원’의 박용민(60) 대표가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800여 군(통)의 꿀벌을 사육해 연간 1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다. 통상적으로 200여 통으로 채밀을 하고 나머지는 봄철 수정용 벌로 과채류 재배농가에 공급한다.◆3대를 이어가는 꿀벌 가족3대째 꿀벌을 키운다. 그 세월이 무려 80여 년이다. 백 년 가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동 하나로 3대, 4대를 이어가는 일본의 백 년 가업을 부러워하지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안다. 양봉으로 3대를 이어 간다는 것도 드문 일이다.박 대표 집에서 벌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할아버지 때부터다. 그때는 토종벌이었다. 1960년대에 아버지가 양봉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아버지는 87세의 고령임에도 아직까지 키운다. 얼마 전까지는 사과 과수원도 경영했다.박 대표는 2006년부터 양봉을 시작해 3대의 맥을 이었다. 도시에서 건축업과 부동산 중개업을 운영하다가 귀향해 양봉을 시작했다. 벌써 양봉 경력이 15년째다. 왜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을 했느냐는 물음에 “농사일이 즐겁고, 꿀벌을 돌보는 재미가 좋아서 양봉을 시작했다”면서 “꿀벌 3대의 맥을 잇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3대로 이어졌고, 매일 꿀벌을 돌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성공한 귀농이라고 말하기는 많이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꿀맛 나는 귀농이라고 한다. 3대를 이어 간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정성을 쏟으면 반드시 보답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인간의 모습을 닮은 꿀벌의 세계꿀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말이다. 사회적 동물로 집단생활을 하는 모습이 인간세상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일벌과 수벌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채밀과 육아, 경비, 청소 등 하는 일이 제각기 다르다. 협업체계가 잘 이루어지는 조직이다.병균에 감염된 일벌이 생기면 사회적 거리두기도 한다. 여왕벌이 늙어 능력을 잃으면 새로운 여왕벌을 선발하고, 몰아내는 탄핵도 감행한다. 이런 꿀벌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생태적 습성도 알아야 한다. 벌통 주변의 모습만 보고도 벌통 안의 상황을 알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맞는 관리를 해야 한다. 무밀기에는 식량을 공급하고, 질병에 감염 여부도 파악해야 한다. 채밀 전에 정리채밀로 꿀의 순도를 유지해야 한다. 꿀벌의 숫자가 너무 많으면 분봉도 한다. 이런 일들은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한 번에 몰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중노동은 아니지만 연속성을 가진 일이다. 벌통을 돌보는 날에는 하루 2만 보 이상을 걷는다. 섬세한 손길로 즐기는 자세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박 대표의 발길은 언제나 벌통 주변에 머물러 있다.◆양봉의 연중 스케줄양봉은 수레바퀴가 돌 듯 연중 스케줄에 따라 돈다. 1년 중에 첫 작업은 꿀벌을 깨우는 작업이다. 사람도 아닌 잠자는 꿀벌을 어떻게 깨울까. 1월 하순께 벌통에 화분 떡을 넣어주면 벌들이 스스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어린 아이들이 잠을 자다가도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고 잠을 깨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그때부터 여왕벌이 산란을 시작한다. 2월 중순에는 과채류 재배농가에 수정 벌을 공급한다. 수정 벌들은 농가의 일손을 덜어주는 효자손이다. 꿀벌을 이용한 자연 수정이라 과채류의 품질도 좋아진다. 3월이 되면 가을에 공급한 식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 식량을 공급해 체력을 유지시킨다. 다가올 일 철에 대비해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다.4월에는 아카시아 꿀 채밀을 위해 계상(2층으로 포개어 놓는 벌통)을 설치한다. 아카시아 꿀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날에 정리채밀(벌통 안에 남아 있던 꿀을 완전히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고품질의 꿀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고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아카시아 개화시기에는 이동 양봉도 실시한다. 꽃을 따라가는 유랑생활이다.6월에 접어들면 야생화 꿀과 밤꿀을 채취하고, 장마철 무밀기에 대비해 식량을 공급하고 증식작업에 들어간다. 무밀기에 식량을 공급하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세력이 급격히 약화된다. 초겨울 월동에 들어가면 양봉의 1년 스케줄은 끝나고 휴식기에 접어든다. 사람과 꿀벌과 하늘이 함께하는 3자 협업이다. 그중에서 하늘의 역할이 가장 크다.◆자신이 먹을 수 있는 벌꿀벌꿀에 대한 박 대표의 생각은 확실하다. 믿을 수 있는 꿀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양봉을 하면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다. 따라서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벌꿀을 생산한다는 생각으로 꿀벌을 키우고 벌꿀을 생산한다.박 대표의 봉장(농장)은 도로에서 2㎞ 이상 떨어진 산골이라 오염요인이 없는 등 자연환경이 매우 좋다. 그러나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응애나 진드기, 바이러스 등 병해충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질병의 예방을 위한 병해충 방제는 필수적이다. 다만 가장 안전한 꿀 생산을 위해 방제시기를 조절한다. 가을철에 방제를 마무리해 봄철 꿀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 봄철 방제를 채밀 40일 전에 중단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생산된 벌꿀은 반드시 농약 잔류검사와 탄소동위원소 비율 측정을 실시한다. 벌꿀을 채밀하기 전에는 정리채밀을 실시해 벌꿀의 순도를 높인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대부분 벌꿀은 직거래를 통해 단골고객들에게 판매된다. 단골 고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수정 벌과 밀원조성으로 양봉의 새로운 길 개척‘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망한다’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유엔식량기구(FAO)는 인간이 먹는 작물의 64%가 꿀벌을 통해 가루받이한다고 추정한다.이것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식량도 없어진다는 말이다. 기후온난화에 따라 양봉의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아카시아가 전국 동시 개화가 일어나 이동 양봉도 어려워지고 있다. 수령이 50∼60년을 넘긴 아카시아 나무도 노쇠화되고, 군락지도 줄어들고 있다.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박 대표는 두 가지 전략을 추진한다. 참외와 멜론 등 과채류 재배농가에 수정용 벌을 공급해 작물의 수정 활동을 도우면서 소득도 올리는 방안이다. 또 봉장 주변에 밀원수를 식재해 밀원 감소에 대응한다. 산에는 헛개나무와 옻나무 등을 식재해 기능성 꿀을 생산하고 유휴 농경지에는 유채 등 초화류를 재배해 벌꿀도 채취하는 것은 물론 경관도 가꾸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6차 산업의 준비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농장명: 3대 꿀벌농원▲농장주: 박용민▲구입문의: 010-6780-7700▲소재지: 군위군 우보면 두북1길 206▲이메일: pymin827@naver.com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강소농 현장을 가다 (62) 봉화 산아농부

‘BYC와 무진장을 아십니까’BYC는 경북의 봉화(B)·영양(Y)·청송(C)을 지칭하고, 무진장은 전북의 무주, 진안, 장수를 말한다. 이를 우리는 ‘오지 트리오’라 부르고 오지의 대명사처럼 쓴다.사람들은 오지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깊은 산 속과 청정함을 떠올린다. 봉화군 농산물의 공동브랜드가 ‘파인토피아’인 것도 청정함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청정함의 대표지역으로 알려진 봉화에서 도라지를 재배하는 청년강소농을 만났다. ‘산아농부’의 김태준(34) 대표는 봉화군 일원에서 도라지를 재배하고, 부인 박승희(32) 대표는 영주에서 도라지를 가공하는 ‘도라지미’를 운영한다. 부부는 3만3천여㎡의 도라지와 6천 600여㎡의 생강을 재배, 가공해 연간 5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다.농장 이름인 ‘산아농부’는 온전하고 바른 먹거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도라지미’는 산아농부가 키운 도라지로 만드는 맛있는 먹거리를 뜻한다.◆신혼부부의 귀향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왜 고향으로 들어왔을까’, ‘도시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왜’ 하는 물음이 한동안 마을을 맴돌았다.신혼부부가 갑자기 도라지 농사를 짓겠다고 들어왔으니 주변에서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족의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결혼을 하고 돌아서기 무섭게 귀농을 하겠다는 데 어느 신부가 찬성하겠는가. 어쩌면 반대는 당연하고 예상된 일이었을 것이다.농업에 대해서는 김 대표보다는 아내인 박 대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농업의 현실과 전망, 노동의 강도 등에 대해 훤하게 꿰고 있었다. 청주에서 유기농 농업회사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김 대표는 농촌 출신이었지만 농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하고 섬유 관련 대기업에서 화공기술자로 일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폴리머 종합반응 공정’을 취급하는 전문기술업무였다.전문직을 버리고 귀농을 선택하기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직장 상사와 동료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다가 귀농을 결심했다.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에서다. 30년간 도라지를 재배한 아버지의 소득과 기술을 설명하며 아내를 설득했다.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그로 인한 호흡기 질환 증가에 대응 작물로서 도라지가 최고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침내 아내의 동의를 얻어 귀농을 감행했다.◆도라지 재배, 어렵지만 농업의 블루오션도라지는 결코 쉬운 농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도라지를 선택한 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국내 도라지 재배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한번 파종하면 3년이 지나야 소득이 발생한다. 장기투자 작물이다. 현재의 농촌 현실에서 3년간의 소득 공백을 견디기는 어렵다. 이것이 가장 큰 어려움인지도 모른다. 반면에 이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소득 공백이 크기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 어렵다. 이것이 오히려 블루오션이기도 하다.두 번째는 미세먼지로 인해 도라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 오염이 심해지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은 심각한 수준이다. 많은 사람이 호흡기질환을 생각하면 도라지를 떠올린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과 직결된다. 도라지는 약용과 식용을 겸한 작물이다. 기관지가 나빠서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도라지를 꾸준히 먹으라고 권한다. 반찬으로 만들어 먹으면 오랫동안 쉽게 먹을 수 있다.실제로 많은 사람이 효과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라지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생도라지나 분말, 도라지청, 도라지 정과 등 어느 것이나 상관없다.마지막 이유는 부모님이다. 부모님이 평생 도라지를 재배한 전문가다. 부모님이 가진 재배기술과 농기계, 유통망 등 모든 노하우를 물려받아 성공 귀농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니 저는 귀농의 금수저라고 할 만합니다. 항상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쉽지 않은 도라지 농사김 대표의 도라지 농장은 봉화군과 영주시 일원에 흩어져 있다. 무려 100여 곳에 이른다. 스마트폰 지도에 수많은 점이 찍혀 있다. 모두가 농장 위치를 좌표로 찍어 둔 것이다. 언뜻 보면 대단히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농장 배치다.도라지는 연작이 되지 않고 3년 만에 수확하기 때문에 3년마다 재배지를 옮겨 다닌다. 그러니 매번 농지를 구입할 수는 없다. 당연히 임차해서 재배한다. 그래서 농장의 집단화는 불가능하다.가장 어려운 점은 세 가지다. 낮은 발아율(싹이 나는 비율)과 임차농지 확보, 낮은 기계화율이다. 도라지의 평균 발아율은 70~80%로 낮다. 어떤 해에는 50%를 밑 돌 때도 있다. 초봄의 일기불순과 저온이 원인이다. 봄 가뭄이 심할 때일수록 낮다.지역 특성상 넓은 밭을 구하기 어렵다. 산골짝에 있는 작은 밭이 대부분이다. 주로 인삼을 수확한 밭을 찾아서 빌린다. 인삼은 5~6년간 차광막을 설치하고 재배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잡초 종자가 차단돼 도라지 초기 재배에 유리하다.많은 농작물이 재배와 수확까지 기계화되고 있으나 도라지는 수작업에 의존한다. 김매기와 풀베기, 수확, 정선까지 대부분 수작업이다. 기계화작업이 도라지 재배의 큰 과제다. 특히 초기 김매기 작업은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한다. 김매기 작업을 할 때는 밭에 할머니들로 가득하다. 제초제를 뿌리면 풀은 안 나지만 도라지도 나지 않는다. 2년차에 들어서면 밭고랑의 풀을 제초기로 베어 준다. 도라지는 풀과의 전쟁이다.◆1,000일의 정성, 도라지 가공품도라지 가공품은 농부의 땀과 정성의 결정체다. 무수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세상에 얼굴을 내밀 수 있다. 흔히 ‘1,000일의 정성’이라고 한다.씨앗을 뿌리고 3년 동안 키워야 수확을 한다. 벼나 콩처럼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는 단년생작물과는 많이 다르다. 3년이란 시간을 오롯이 땅속에서 기다린다. 그동안 신선한 땅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그 기운을 다듬고 다듬어 켜켜이 약효를 쌓아 나간다.한방에서 길경(桔梗)으로 불리면서 귀한 약재로 대접을 받는 것은 3년 동안 땅속에서 쌓은 내공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도라지 가공품도 마찬가지다. ‘도라지미’에서 생산하는 가공품들은 모두가 한두 시간 만에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도라지 청을 만드는 과정에는 7일이라는 시간이 들어간다. 어지간한 끈기가 없다면 만들기 어렵다.7일동안 도라지를 달이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가열과 휴지(休止)’의 시간을 통해 도라지의 약효를 극대화 시킨다. 인삼보다 홍삼의 약효가 더 높다는 것과 같은 원리다. 도라지미에서는 추출액방식이 아니라 도라지를 통째로 넣는다. 체온을 1℃ 올리면 면역력이 5배 증가한다는 말이 있다. ‘홍도라지생강진액청’은 체온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홍도라지생강진액청을 만드는 방법도 만만찮다. 햇생강의 즙을 추출해 전분을 가라앉히고 생강즙을 12시간 고아준다. 여기에 홍도라지 진액과 시나몬(실론계피)를 섞어서 이틀 동안 달여서 만든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면역력 증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도라지 연작 재배기술 개발과 청년창농 가이드가 꿈김 대표의 꿈은 새로운 도라지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연작재배기술이다. 도라지는 인삼처럼 연작이 되지 않는 작물이다. 따라서 재배지역을 매번 옮겨야 하는 결점을 갖고 있다.농장의 집단화도 어렵다. 이 같은 결점을 해결하는 연작재배 기술을 개발해 도라지 재배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 농촌에 도전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창농가이드’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줄여 줌으로써 농업의 미래가 밝고 도전 가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농장명: 산아농부(도라지미)▲농장주: 김태준·박승희 (2017 강소농)▲구입문의: 010-9493-3017▲블로그: https://blog.naver.com/taejun3017▲소재지: 산아농부: 봉화군 법전면 일원, 도라지미: 영주시 원당로315번길 55▲이메일: taejun3017@naver.com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