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복지·친환경 사육’ 두가지 원칙 고집…“우리 입맛에 맞는 건강한 먹거리 생산 목표죠”

새끼돼지 발육을 점검하는 손안섭 공동대표 우리나라에서 돼지는 ‘행운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구입하고, 고사를 지낼 때도 돼지머리가 주인공이다. 올해 기해년(己亥年)은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황금돼지의 행운을 받아 나라가 평안하고, 가정이 만사형통하기를 기원해 본다. 돼지해를 맞아 동물복지를 실천하면서 자연친화적 방식으로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강소농을 소개한다. 주인공은 안동시 남선면에서 ‘안동 흙돼지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송수연(63)ㆍ손안섭(68) 대표 부부다. 이 농장에서는 사육하고 있는 흑돼지를 ‘흙돼지’라고 부른다. 만물이 흙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흙의 소중함을 알고, 흑돼지의 발음과 연계해 ‘안동 흙돼지 체험농장’이라고 이름지었다. 부부는 현재 170마리의 돼지를 사육해 연간 5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죽음의 문턱을 귀농으로 극복 안동은 송수연 대표의 친정 고장이다. 결혼 후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 열대어 부화장을 운영했다. 형광등 불빛처럼 아름다운 빛을 내는 열대어인 ‘네온테트라’를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부화에 성공한 실력파였다. 80년대 초반에 1.5㎝ 네온테트라 치어 1마리당 가격이 250원으로 고가였다. 당시 월 수익이 500만 원을 넘었다. 이후 안동으로 사업장을 옮겨 계속했다. 순조롭던 열대어 사업은 1989년 열대어에 대한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부화장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대응책으로 수족관을 함께 운영했다. 다행히 수족관 운영은 순조로워 15년 간 별다른 어려움없이 사업을 이어왔다. 어느날 갑자기 손안섭 대표가 쓰러졌다. 한 달 넘게 혼수상태가 이어졌다.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조용한 곳에서 요양을 하자’는 생각에 농촌지역인 길안면으로 들어왔다. 귀농도 귀촌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들어왔으나, 다행히 남편의 병이 호전되면서 사과재배와 한우사육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2년 남선면으로 옮겨와 자연친화형으로 흑돼지를 키우고 있다. ◆노후 연금으로 시작한 흑돼지 사육 귀농 후 농촌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송수연 대표는 “농사일도 힘들었지만, 적막함이 더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주변에 친구도 없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도 없었다.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맛보았다. 이러다가는 우울증에 걸리지나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는 것. 특히 밤이 되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적막강산’이란 말이 딱 맞았다. 시간이 많으니 인터넷에 매달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인터넷을 하던 중 우연히 흑돼지를 분양하는 사이트에 접속했다. “잘 키우면 월 3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나온다”는 말에 흑돼지 새끼 10마리를 분양받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손 대표가 크게 반대했다. “분양업자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말라”며 말렸다. 하지만, 결국 남편을 설득했고, 다행히 돼지들도 잘 자랐다. 일 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새끼를 낳아줬다. 무엇보다도 큰 병 없이 자란 덕분에 지금은 170마리의 대식구가 됐다. 사육 규모를 늘리면 소득이 올라 갈수도 있겠지만, 송수연ㆍ손안섭 부부는 욕심을 내지 않고 현재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200 마리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 목표다. 어느 농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육보다는 판매가 더욱 어려웠다. 돼지들은 쑥쑥 자라는데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돼지를 친환경적으로 키우는 농장’ 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어느 ‘생협’과 연결되면서 판로문제가 해결됐다. 현재 성돈은 생협에 출하하고 자돈은 분양한다. 강릉의 유명식당에서 물량을 공급해 달라고 하지만,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생협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생협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여유가 있을때 조금씩 강릉으로 출하한다. ◆친환경 사료로 키우는 돼지 손안섭 공동대표와 이준화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이 미강과 효소를 배합한 사료의 발효 상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송 대표의 농장 운영방침은 ‘친환경’이다. 사료는 물론 환경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합사료를 쓰지 않는다. 농산부산물과 풀을 주 사료로 하고 있다. 정미소에서 쌀 도정과정에 나오는 쌀겨와 풀, 버섯배지가 대표 사료다. 쌀겨는 안동시에서 축산농가의 사육규모에 따라 저가로 배정해 주는 것을 사용한다. 풀은 농장주변에 있는 것을 부부가 직접 채취해다 먹인다. 돼지는 잡식성이라 아무 풀이라도 잘 먹는다. 흑돼지들이 의외로 풀을 좋아해 쌀겨와 함께 주면 풀을 먼저 먹는다. 풀을 통해 영양소는 물론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각종 미량원소를 섭취하기 때문이다. 버섯배지는 인근 임하면에 있는 ‘버섯결농원’(본보 2018년 8월1일자 22면)에서 초가송이버섯을 재배하고 부산물로 나온 것을 활용한다. 돼지의 습성에 맞추기 위해 돈사 바닥에는 상토를 20㎝이상 깐다. 돼지는 땅을 파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 축사바닥은 반드시 포장을 하도록 돼 있어 땅을 팔 수가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토를 두텁게 깔았다. 사방이 개방된 돈사라 겨울철 보온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상토도 인근 육묘장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것을 재활용한다. 이와 함께 볏짚도 함께 넣어서 깔짚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하면, 상토와 볏짚에 돼지 배설물이 섞여서 냄새가 나지 않고 발효돼 양질의 완숙퇴비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다시 논밭에 뿌려진다. 축산과 일반농업이 윈윈하는 ‘경축순환농업’(경종농업+축산)이 이루어진다. 이 덕분에 한 번도 냄새와 폐수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스트레스 없는 동물복지 ‘흙돼지 체험농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는 동물복지다. 흔히 동물복지하면 ‘방사사육’만을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방사도 동물복지의 한 방법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사를 한다고 해서 동물복지를 모두 실천한 것은 아니다. 영양공급과 사육시설, 관리상태 등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현재 이 농장에서는 660㎡의 돈사에 17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돼지 한 마리당 전용면적이 3.9㎡로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기준인 비육돈 면적 0.8㎡의 5배 정도로 넓다. 이뿐 아니다. 사육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연형으로 기른다. 항생제도 투여하지 않는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맞히는 철분주사를 비롯해 다른 주사도 일절 맞히지 않는다. 다만 법정전염병인 구제역 등 법으로 정해진 예방주사만 맞힌다. 새끼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송곳니와 꼬리도 자르지 않는다. 번식도 자연교미를 통해 수정을 시키고 자연분만을 한다. 분만과정에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지연되어도 분만촉진제를 주사하거나 인위적인 작업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어미돼지가 스스로 하도록 놔둔다. 사람의 도움손길이 없어도, 흑돼지는 모성애가 강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한다. 송 대표는 이러한 ‘자연형 사육방식’이 진정한 동물복지라고 생각하고, 그 방식에 따르고 있다. ◆무지가 부른 낭패 언뜻 보면, 돼지 사육이 쉬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돼지 사육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만 사육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농업기술센터 등 농업교육기관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돼지뿐만 아니라, 일반 농업분야 교육도 열심히 받는다. 송수연ㆍ손안섭 대표는 “2015년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고백한다. 흑돼지는 일반돼지보다 성장속도가 느린 탓에 10개월 동안 정성을 들여 키운 돼지 10마리를 도축했는데, 도축장에서 반출을 중지시켰다. 지방의 색깔이 변색되었기 때문에 반출을 거부했다. 서로 옥신각신하다 보니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원인조사로 이어졌다. 현장조사와 채혈검사까지했지만, 특이점은 찾지 못했다. 다만, “황달이 의심된다”는 애매한 진단이 내려졌다. 자가 소비를 하겠다고 우겼지만, 결국 10마리 모두 폐기처분됐다. 일 년 간의 노력과 300만 원 이상의 돈이 한 순간에 공중으로 날아갔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10개월 동안 기울인 정성이 무너진 것이 더욱 억울했다. 처음부터 돼지사육을 반대하던 손안섭 대표가 “이 참에 돼지사육을 중단하자”고 말하는 것을 극복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날 밤 송 대표는 밤새 울었다. 얼마 후 최종 검사결과가 통보됐다. 도축 직전까지 돼지에게 토마토를 먹인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시 인근의 농장에서 토마토가 과잉 생산돼 폐기하는 것을 가져와 사료로 먹인 것이 화근이었다. 토마토의 붉은 색소가 지방을 변색시킨 것이었다. 도축 1개월 전에는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무지의 소산이었다. 송 대표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까운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겹칩니다. 그래서 요즘은 더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고 말한다. ◆체험농장으로 운영 송수연 대표가 농장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를 들고 있다. 이런 수제 소시지를 만들고 시식을 하는 체험을 한다. 지난해부터 작지만 농장체험활동을 시작했다. 흑돼지는 야생성이 강하고 활동적이어서 체험활동에 직접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 음식체험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초중고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 농장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를 활용해 수제 소시지와 떡갈비, 수제돈까스를 만들고 시식을 한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흑돼지는 일반돼지보다 1.5배 정도 성장이 느리기 때문에 식감이 좋다. 학생들은 딱딱하고 질기다고 하지만, 50대 이상의 장년층과 고기 애호가들은 “옛날 맛이 살아있다”면서 좋아한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학생체험에서는 새끼돼지를 활용한 체험을 개발하고, 어른들을 대상으로 전통주와 돼지고기를 결합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농장 옆 산자락에 ‘쉼터’를 조성해 체험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우리 정서에 맞는 고급 가공제품 생산이 꿈 송 대표는 농장의 규모를 확대하거나 고가의 첨단시설을 도입하는 등의 큰 계획은 세우지는 않는다. 그래서 200마리 이하만 사육한다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동물복지와 친환경사육을 실천해 우리 땅에서 나고, 우리 입맛에 맞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우리 정서에 맞는 가공품을 만들어 ‘작지만 강한 농업’을 만들고, 자원 재활용을 통한 ‘경축 순환농업’으로 환경도 지키면서 농촌생활의 여유로움도 즐기는 ‘소확행’을 실천하겠다는 방침이다. ‘동물복지’와 ‘친환경 사육’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송 대표의 굳은 의지가 돋보였다. ▲농장명: 안동 흙돼지 체험농장 ▲농장주: 송수연ㆍ손안섭 공동대표 (2015 강소농) ▲구입문의: 010-4526-8785, 054-821-8785 ▲홈페이지: http://www.andongpork.com ▲소재지: 안동시 남선면 충효로 3809-57 ▲이메일: s-oos00@daum.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양액재배·친환경 농법으로 건강한 딸기 키웁니다”

딸기농사의 달인 박용자·정연태 부부가 칠곡 약목면에 자리한 ‘태자딸기농원’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수확한 딸기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하우스 안은 봄날처럼 훈훈하다. 푸른 딸기 잎은 여름처럼 푸르고 싱싱하다. 베드(양액재배에서 뿌리가 자랄 수 있도록 상토를 채운 공간) 아래로 늘어진 꽃대에는 빨갛게 잘 익은 딸기와 하얀 딸기 꽃이 어울려 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큼해진다. ‘태자딸기농원’의 박용자(57)ㆍ정연태(64) 대표는 칠곡군 약목면에서 10년째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딸기 주산지인 경남 양산에서 35년간 딸기 농사를 지었으니, 45년 경력의 딸기 박사다. 4천㎡의 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해 연간 2억여 원의 소득을 올리는 ‘딸기의 달인’이다. 올해 첫 딸기를 수확하는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왕위 계승자인 ‘태자(황태자)’ 처럼 1인자의 자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2인자의 열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를 담아 농장 이름을 ‘태자딸기농원’으로 지었다. ◆45년의 딸기 인생 정연태 대표는 45년 동안 딸기 농사만 지어온 ‘딸기 인생’이다. 경남 양산에서 35년간 딸기 영농을 하다가 4대강 정비사업으로 농장이 편입되는 바람에 칠곡군으로 옮겨왔다. 칠곡에 정착한 지도 10년째다. 양산에서 딸기농사가 불가능해지자, 딸기농사에 적합한 새로운 땅을 찾아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모든 농작물이 그렇지만 특히 딸기는 토질과 물, 일조량이 좋아야만 한다. 결국 낙동강을 연안이라 수량이 풍부한 데다 들이 넓어 일조량이 많고, 토질이 좋은 칠곡군 약목면 지역이 ‘딸기재배의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 대표가 이곳에서 딸기농사를 시작하자 주변에서는 “참외 주산지인 이곳에서 딸기농사가 되겠느냐”면서 수군거렸다. 그러나 부부의 판단은 정확했다. 지금은 전국 최대의 딸기집산지인 양산지역보다 훨씬 품질이 우수한 딸기를 생산해 낸다.그 덕분에 인근에서 참외농사를 하던 10곳의 농가에서 딸기 농사를 작목을 전환해 약목면 덕산들판이 새로운 딸기 집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고설양액재배로 친환경 딸기 생산 양액재배에서 뿌리가 자랄 수 있도록 상토를 채운 공간인 ‘배드’ 아래로 늘어진 꽃대에 익은 딸기와 딸기 꽃이 달렸다. 칠곡으로 농장을 이전한 후, 처음에는 토경재배(땅에 식물을 심어 재배하는 방법)를 했다. 그러나 작업과정이 너무 힘든 데다 연작피해를 예방하고 친환경 재배를 위해 고설양액재배로 전환했다. 고설양액재배는 초기 설치비용은 많이 들지만, 깨끗한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모든 작업을 서서 해 작업이 훨씬 수월하고, 노동력이 많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태자딸기농원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 딸기에 큰 피해를 주는 ‘응애’와 ‘진딧물’ 방제를 위해서도 천적을 이용한다. 칠리이리응애와 사마귀응애, 진딧벌 등 살아 있는 천적을 이용해 방제한다. 크로롤라 배양액도 정기적으로 살포해 흰가루병과 잿빛곰팡이병을 예방한다. 따라서 태자딸기농원의 딸기는 씻지 않고서도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딸기’로 인기가 높다. ◆최고 품질을 위한 최고의 기술 딸기농사는 고소득 작물이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해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태자딸기농원도 고품질의 딸기 생산이 최고의 목표다. 그래서 양액제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양액을 제조할 때는 매번 농과대학에 의뢰해 수질검사를 거친 후, 필요한 영양소를 배합해 제조한다. 맞춤형 양액을 제조한다. 과정이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질이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뿌리가 자라는 배드에는 2개의 관이 통과한다. 이관을 통해 냉온수를 공급해 딸기 생육의 최적 온도를 맞추기 위해서다.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듯하게 한다. 열매솎기에도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통상적으로 1화방에는 많은 꽃이 피고 열매도 크다. 그러나 7~10개 정도만 남기고 모두 솎아낸다. 열매가 큰 2화방이 정상적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아깝지만 끝까지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이다. 초보자들은 아까워서 솎아내기 작업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5월까지 고품질의 딸기가 균일하게 열리게 만든다. 재배면적을 확대하지 않고, 4천㎡ 규모로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품질유지와 생산량과 수입이 굴곡이 없는 평준화된 농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요즘 태자딸기농장에는 손님들이 늘 북적인다. 품질과 체험환경이 좋다는 입소문 나면서 전체 수확량의 80%가 농장을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와 체험객에게 판매한다. ◆장애인 배려, 무한리필 체험 딸기농장 태자딸기농원에는 휠체어나 유모차의 이동이 자유로운 ‘장애인 배려 하우스’라는 특별시설이 있다. 통로가 일반동의 2배로 넓고 평평해 장애인들의 체험활동을 돕는다. 농장에는 연간 7천여 명의 체험객이 찾아온다.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6개월간 이루어진다. 다른 농가보다 빨리 시작한다. 첫 수확이 이루어지는 12월에는 딸기 가격이 높아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반 농가에서는 통상적으로 수확량이 많고 가격이 하락하는 2월경에 체험을 시작하지만, 태자딸기농원에서는 고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12월에 앞당겨 시작한다. 체험시설에는 ‘맘껏 드세요’란 안내판이 붙어있다.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딸기를 체험객이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무한리필 체험장’ 이다. 농장에는 ‘장애인 배려하우스’라는 특별한 시설이 있다. 통로를 일반동의 2배인 2m로 넓히고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마음대로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이런 시설 때문에 먼 곳에서도 찾아온다. 지난봄에는 부산의 장애인 단체에서 87명이 체험 활동을 하고 갔다. 딸기 수확기가 다가오면 전국의 장애인 단체에서 체험 문의가 이어진다. 박용자 대표는 “다른 농장보다 통로를 2배로 넓혀놔서 수확량은 줄어들지만, 장애인들이 편하게 체험을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체험객은 특별히 딸기잼과 딸기청 등을 선물한다. ◆ 나눔으로 함께하는 세상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체험객에게 특별히 선물하는 딸기잼은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 박용자ㆍ정연태 대표 부부는 무엇이든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물질은 물론, 기술도 나눠 준다. 45년간 갈고 닦아온 고품질 딸기재배의 노하우를 이웃과 공유한다. 특히 이들 부부는 양액재배와 삽목묘 생산기술이 뛰어나다. 이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국 농가의 벤치마킹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전남 함평지역의 딸기작목반에서는 삽목묘 기술을 배우기 위해 11번이나 농장을 찾아왔다. 최근에는 군위 지역에 있는 청년창업농을 직접 찾아가 생육 단계별로 기술보급 교육을 해준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2015년에는 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칠곡군에 ‘호이장학금’ 100만 원을 기탁했다. 매년 독거노인 돕기의 목적으로 재가복지센터에 딸기잼 180병을 기부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특별체험 활동도 계획 중이다. ◆딸기재배 45년, 농업명장 도전 올해 딸기재배 45년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45년 동안 모아온 사진을 정리해 농장의 역사를 알리는 사진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노지재배에서부터 대나무하우스, 철재하우스, 고설양액재배까지 딸기 재배의 역사를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나라 딸기재배의 산 역사다. 또 다른 계획은 딸기 모종 생산시설을 마련해 양질의 모종을 보급하는 것이다. 농장에서 개발한 삽목묘 생산 기술을 활용할 경우, 인력 절감과 동시개화가 가능해 딸기재배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북도 농업명장’에 도전하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농장명: 태자딸기농원 ▲농장주: 박용자ㆍ정연태 공동대표 (2017강소농) ▲구입문의: 010-8733-5439, 010-3560-5439 ▲블로그 : blog.naver.com/jyt0801 ▲소재지: 칠곡군 약목면 덕산1길 116 ▲이메일: jyt0801@naver.com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2대 곶감 장인의 정성으로상주 명품 곶감 만들어요”

배용식 대표는 조선 예종임금 시절 상주곶감이 진상품으로 결정된 사실과 ‘하늘아래 첫 감나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은 상주시 외남면에 있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 아직도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요즘 상주는 명품 곶감 출하준비가 한창 이다. 어디를 가든 검정색 햇볕가리개를 한 곶감 덕장이 쉽게 눈에 띈다. 덕장안에 주황빛 곶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상주 곶감’은 조선 예종 때 임금에게 진상하는 등 전국 최고의 명품 곶감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백의 고장’ 상주에서 대를 이어 명품 곶감을 만들고 있는 강소농이 있다. 상주 곶감의 본고장격인 외남면 ‘구릿뜰농원’의 배용식(68)ㆍ김명옥(6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1만㎡의 감밭에서 딴 ‘둥시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연간 1억5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강소농이다. ◆2대를 이어가는 ‘곶감 장인(匠人)’ ‘구릿뜰농원’의 배용식 대표는 상주가 고향이다. 아버지께서 감나무를 키우고 곶감을 만들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감을 따고, 곶감을 먹고, 만들면서 자랐다. 이제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상주시청 공무원이었던 배 대표는 1994년 부친이 돌아가신 후, 곶감농장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곶감농사를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공직생활에서 정년퇴직한 후, 본격적인 곶감 전문 농부로 변신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늘 곶감과 연관된 업무를 했다. 곶감특구와 곶감공원을 조성하고, 상주곶감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는데 주력했다. 퇴직 후에는 직접 감밭을 경작하고, 곶감을 만드는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30동의 덕장에서 감말랭이와 반건시를 연간 5t씩 생산한다. ◆60일간의 동거로 탄생한 명품 곶감 구릿뜰농원의 건조장 모습. 자동 온·습도와 바람을 조절할 수 있는 현대식 시설에서 곶감이 익어가고 있다. 곶감의 달콤한 맛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달콤한 속에는 농부의 정성과 땀이 배어있다. 명품 곶감을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료인 감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상주곶감은 곶감 만들기에 가장 좋은 상주에서 생산되는 ‘둥시감’으로 만든다. 명품 곶감의 탄생은 자연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적절한 햇빛과 바람, 기온 등 다양한 조건이 제대로 맞아야 한다. 여기에다 곶감을 만드는 숙련된 기술과 관리기법 등 풍부한 경험이 더해져야만 최고 품질의 곶감이 만들어 진다. 곶감을 건조하는 기간에는 20℃ 전후의 기온과 60%정도의 습도가 유지돼야 한다. 기온이 높으면 곶감이 무르고, 낮으면 얼어서 품질이 떨어진다. 감 수확에서 박피작업, 건조 과정에 소요되는 기간은 60일 정도가 된다. 이 기간에는 햇볕과 온도와 습도, 바람의 세기까지 세밀한 조절이 필요하다. 어느것 하나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품질이 좋은 곶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렇다보니, 곶감 농가마다 이기간 동안은 건조장을 떠나지 못한다. 이를 두고 ‘곶감과의 60일 간의 동거’라고 말한다. 배 대표도 이 기간 동안은 덕장에서 산다. ◆이틀 만에 완판 기록 모든 농작물은 생산도 중요하지만, 제 때 제가격을 받을 수 있는 유통과 판매가 더욱 중요하다. 배 대표는 퇴직 후 본격적으로 곶감생산에 뛰어 들었지만, 판매성적은 늘 부진했다. 유통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 기존의 단골고객들에게만 의존하다보니 창고에는 늘 곶감이 쌓여 있었다. 정성껏 생산한 곶감의 원활한 유통대책이 시급했다. 공무원 출신답게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위해 유통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정보화농업인 교육을 비롯해 강소농 교육, 블로그와 SNS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등 유통ㆍ판매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블로그와 SNS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전자상거래로 첫 판매가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2014년 12월 말. 어느 방송사에서 배 대표의 블로그를 보고 취재요청을 해왔다. 이틀에 걸쳐 곶감 생산과정 등 힘든 녹화를 마쳤다. 마침내 구릿뜰농원의 곶감 이야기가 방송을 타는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박행진이 시작됐다. 연간 판매해야 할 물동량이 단 이틀 만에 완판됐다. ◆이상고온 현상, 8천만 원이 땅에 떨어져 배용식 대표가 감나무 과수원에서 감의 수확시기를 살펴보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정성을 기울여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곶감농사는 성공하기 어렵다. 2011년 11월에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했다. 11월 초순의 기온이 25℃를 넘어서는 날이 이어지자, 거치대에 걸어 둔 곶감이 물러서 떨어지고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퍽~ 퍽~하면서 곶감 떨어지는 소리에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그 당시 배 대표도 50%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15만 개의 곶감이 불과 며칠 만에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떨어진 곶감을 치우는 일도 고역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곶감을 삽으로 긁을 때, 가슴에 생채기가 났다. 당시 상주지역에는 “곶감 농사를 하던 누가 야반도주를 하고, 어느 누구는 자살을 했다”는 등 흉흉한 헛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릅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고, 일 할 의욕조차 잃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하는 배 대표의 눈에 언뜻 눈물이 비쳤다. 배 대표는 그때 8천여만 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다행히 산림조합에서 저리의 경영자금 5천 만 원을 지원받아 급한 불은 껐으나, 상환하는데 3년이나 걸렸다. ◆ 곶감축제와 곶감공원 유치 산파역할 상주지역은 곶감의 본고장답게 매년 곶감축제를 한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상주곶감축제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따고 깎고 말리고 먹고ing’라는 주제로 외남면 상주곶감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곶감축제와 곶감공원 곳곳에 배 대표의 숨결이 스며있다. 외남면 산업계장으로 근무하던 2005년에는 상주곶감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자료 수집에 나섰다. 당시 외남면 출신의 정재현 시의원(현 상주시의회 의장)과 손을 맞잡고 학술자료를 발굴하고,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예로부터 곶감에 대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채집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상주곶감공원과 곶감축제가 만들어졌다. 배 대표는 제1회와 2회 연달아 곶감축제 추진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조선 예종임금 시절에 상주곶감이 진상품으로 결정된 사실과 ‘하늘아래 첫 감나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밖에도 생산량과 품종별 특징 등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심지어 감나무 재배에 대한 자료수집을 위해 군부대의 작전지도까지 확보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임금님께 진상한 외남감 곶감 재발견’이란 책을 발간했다. 곶감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 축제로 지정됐다. ◆귀농인의 멘토가 되고 싶어 상주에서 곶감쟁이로 통하는 배 대표는 지금 이대로 힘이 닿는 데까지 좋은 감을 키우고 맛있는 곶감을 만들어 상주곶감을 명품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꿈이다. “2대에 걸쳐 쌓은 기술을 청년창업농이나 귀농인들에게 전수하는 멘토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누구라도 곶감에 관심이 있다면 대환영한다”고 말한다. 특히 배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상주곶감의 해외수출의 길을 열어, 세계 속의 곶감으로 발전하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며 “이번 주말 22일부터 외남면 곶감공원에서 열리는 상주곶감축제에 많이 구경을 오시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농장명: 구릿뜰농원 ▲농장주: 배용식ㆍ김명옥 (2017강소농) ▲구입문의: 010-9361-9163, 010-3200-9163 ▲블로그 : https://blog.naver.com/myeongok25 ▲홈페이지:http://guritttl.getmall.kr ▲소재지: 상주시 외남면 신상구릿들2길 46 ▲이메일: baiyongsig@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다양한 농산물 재배로 ‘농업의 포트폴리오’ 구상”

‘금융 포트폴리오 이론’ 정립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은 ‘포트폴리오 이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 바구니를 떨어뜨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포트폴리오’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졌다. 안전성ㆍ수익성ㆍ유동성의 세 특성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다. 농업에 포트폴리오를 실천하는 강소농이 있다. 예천군 지보면에서 ‘솔꿈농장’을 운영하는 김현숙(52)ㆍ윤승원(5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부부는 4만3천㎡의 농지에 쌀농사는 물론, 콩, 단호박, 참깨, 쪽파 등 20가지 이상의 작물을 재배한다. 논과 밭의 구분도 안 한다. 지난해 논이었던 것이 올해는 밭이 된다. 재배하는 작물도 해마다 다르다. 단일 작목 재배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농법’이다. 힘이 많이 들지만, 소득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어 연간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알짜배기 강소농이다. ◆일만 시간의 법칙 2017년 강소농인 김현숙 대표는 25년 전 결혼을 하면서 예천으로 왔다. 결혼 직전까지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해 농업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정미소’를 보고도 무엇을 하는 건물인지 몰랐다. 결혼 초 시어머니가 밭에서 땅콩을 캐오자 “어머님 왜 흙 묻은 땅콩을 사 오셨어요?”하고 질문할 정도였다. 윤승원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부모님의 병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가 농촌 생활에 정착했다. 처음엔 ‘곧 서울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이었지만, 결국 농부가 됐다. 이들 ‘농맹 부부’는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농사 전문가’란 소리를 듣는다. 이들 부부는 ‘일만 시간의 법칙’을 농업에 그대로 적용했다. 30년 동안 농사일을 하고, 농업에 대한 수많은 교육을 받았다. “일만 시간을 농업에 투자하자”며 다짐했던 것이, 어느새 ‘10만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농사의 기본은 토양 ‘모든 농사의 기본은 토양’이라는 것이 ‘솔꿈농장’의 영농 철학이다. 땅에서 나오는 것은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나머지는 반드시 땅으로 되돌려 준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벼를 재배할 때, 쌀은 농부가 거두지만 볏짚은 땅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단순한 원리다. 솔꿈농장은 올해 1만6천500㎡의 벼농사를 지었다. 콤바인으로 벼베기를 하면서 볏짚은 잘게 썰어 모두 논에 뿌렸다. 20년 넘게 지켜 온 영농 원칙이다. 콩과 고구마, 참깨 같은 밭작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솔꿈농장의 논에는 ‘볏짚 베일’(가축의 조사료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압축된 원통형 볏짚 꾸러미)이 없다. 매년 벼와 밭작물을 교차해서 재배한다. 덕분에 연작 피해가 없다. 퇴비도 완전히 발효된 퇴비만을 사용한다. 이뿐 아니다. 모든 밭은 수확이 끝나면, 즉시 뿌리 덮개용 비닐을 제거하고 퇴비를 뿌린다. 바로 땅을 갈아엎어 땅이 숨을 쉬게 해준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땅에 휴식을 준다”고 설명한다. ‘땅이 좋아야 좋은 농산물이 나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실천하는 것이다. ◆ 농업백화점 ‘솔꿈농장’은 농업백화점이다. 대부분의 농가가 과수나 채소, 축산 등 단일작목인 전문점이라면, 솔꿈농장은 그 반대다. 벼와 콩을 비롯해 20가지 이상의 작목을 재배한다. 노동력의 분배와 농산물 가격의 등락에 대비한 안전조치다. 단일 작목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면, 관리와 기술력 축적 면에서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농번기에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노동력을 구하기 어렵고, 가격의 등락이 심해 소득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단일 작목 영농만 고집하다가 한 해라도 농사를 망치거나 가격이 폭락하면, 그 후유증이 몇 년 동안 지속된다. 특히 아들이 셋이다 보니 학비 등 지출이 연중 꾸준하게 이어지는데, 소득의 안정성이 없으면 곤란하다. 그래서 다품종 재배로 전환했다. 대부분 자가 노동력으로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 지출이 적고, 한 작목이 실패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다른 작목이 대체해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연계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 좋은 점이 있다.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는 백화점 농장’이라는 소문이 이젠 널리 퍼졌다. 인터넷 주문으로 농산물을 구매한 고객들은 “또 다른 농산물이 있느냐?”고 물어보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농산물을 주문한다. 쌀을 사면서 콩도 사고, 참깨도 함께 산다. 물론 품질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 대표는 “농사짓는 데 힘은 많이 들지만, 수확해 놓으면 고객들에게 다양한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자랑한다. ◆ 500여 명의 단골고객 농산물은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 판매한다. 품질이 좋고 종류가 다양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이 계속 늘고 있다. SNS를 통해 농장의 소소한 일상과 영농일지를 소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매년 농산물을 구입하는 단골이 500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콩과 참깨, 고구마 등 1차 농산물이다. 지난봄에는 비트를 판매하고 나서, 어느 고객으로부터 “물러진 비트가 3개 정도 들어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정말 죄송하다”며 수차례 사과하고 “재발송을 해드리겠다”고 하자, “괜찮다”며 전화를 끊었다. ‘좋은 고객 한 사람을 놓쳤구나’ 생각했다. 며칠 뒤 택배로 큼지막한 ‘어묵 선물세트’가 도착했다. 선물을 보낸 주인공은 며칠 전 ‘비트 품질 문제’로 통화했던 고객이었다. 고객은 “농사일이 힘들텐데 어묵 드시고 힘내라”면서 도리어 선물을 보내왔다. 선물상자를 받아 든 김현숙 대표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 특별한 손님은 “비트 맛이 좋았다”며 친척에게 선물할 것까지 추가로 구매신청을 했다. 그날 저녁 부부는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며, 정말 이런 맛에 농사를 짓는구나”하면서 감사했다. ◆하우스 안에 키우는 참깨 솔꿈농장의 참깨는 조금 특별하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한다. 고온성 작물로 습기가 많은 곳을 싫어하는 참깨의 특성도 있지만, 연작피해를 줄이기 위해 쪽파와 돌려짓기를 한다. 참깨를 5월에 파종해서 8월에 수확하면, 9월에 쪽파를 심어 다음 해 4월에 수확한다. 하우스 안이라 기후변동이 적어서 잘 자란다. 무엇보다 수확기에 비를 맞지 않고 건조도 하우스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하다. 참깨는 수확기나 건조과정에 비를 맞으면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참깨 수확 철이 되면 단골들이 미리 주문을 하고 기다린다. 참깨 후작으로 심는 쪽파는 종자용을 판매한다. 올해부터는 생쪽파 판매도 할 계획이다. ◆고객을 위한 ‘쉼터’ 조성 올해부터 부부는 ‘농장 쉼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쉼터다. 근래에 들어 농장 구경을 시켜 달라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농장에 쉼터를 만들어 도시 고객들이 언제든지 와서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농장 주변의 농로와 논밭 두렁에는 꽃을 심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하려고 한다. 농장 인근에 있는 선산(先山, 조상의 무덤이 있는 산)에는 산책할 할 수 있는 올레길을 만들었다. 경관 농업을 통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어 농산물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고객들을 초청하는 팜파티도 준비 중이다. 농부와 고객이 함께 누리는 ‘소확행’이 솔꿈농장의 목표다. ▲농장명: 솔꿈농장 ▲농장주: 김현숙ㆍ윤승원 (2017강소농) ▲구입문의: 010-9363-1020, 010-9362-2061 ▲홈페이지 : www.solggum.com ▲소재지: 예천군 지보면 신풍1리길 57 ▲이메일: solggum@naver.com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청정 자연의 기운 듬뿍…건강한 먹거리 만들어요”

산과 동해바다의 태양을 모티브로 한 산중가 디자인. 지난날 우리의 어머니들은 겨우살이를 대비해 추위가 극성을 부리는 날 김장을 했다. 마당에 김장독을 깊이 묻고, 광에 연탄을 가득 들여놓으면 “월동 준비를 마쳤다”며 흐뭇해 했다. 겨울 한 철 양식이었던 우리네 김장 문화가 바뀌고 있다. 맞벌이 가정과 아파트 거주 가구가 증가하면서 김치를 포기단위로 사 먹거나, 절임배추를 구입해 가정에서 간편하게 버무려서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러한 김장ㆍ김치의 변화추세에 맞춰 절임배추로 새로운 김장 문화를 선도하는 강소농이 있다. 울진 ‘산중가’의 이영애(56)ㆍ용창식(57) 공동대표와 청년창업농 용한세(24)실장이 주인공이다. 24살의 아들이 일찌감치 농장에 합류하면서 힘을 얻어 농산물 가공을 통한 6차산업화에 도전하는 2세대 가족 강소농이다. ◆남편의 폭탄선언 ‘산중가’ 용창식 대표는 젊은 시절 법학을 전공한 후 사법고시에 도전했다. 번번이 1차 시험에는 합격했으나, 2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진로를 바꿨다. 대구에서 외국어학원을 경영했다. 부인 이영애 대표는 미대를 나와 미술학원을 경영했다. 현실에 충족하며 열심히 살았다. 10년 전 어느 날, 외국어학원을 잘 운영하던 남편 용창식(57)씨가 귀향ㆍ귀농을 선언했다. 잘 운영하던 외국어학원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폭탄선언’이었다. 평온한 도시 생활에서 농촌 고향으로의 귀향문제는 인생에서 최대의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이 문제로 이영애(56)ㆍ용창식(57)씨 부부는 오랫동안 의견충돌을 했다. 하지만, “우리가 60을 넘겼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용 대표의 설득에 이 대표의 마음이 흔들렸다. 남편 용 대표가 먼저 1년 동안 귀촌ㆍ귀농생활을 경험해본 후, 결론을 내기로 합의했다. 결국 1년 후, 2009년에 전 가족이 고향인 울진군으로 귀농했다. 혼자 고향을 지키던 노모가 가장 반겼다. 동네 사람들은 40대의 젊은 부부의 귀농에 이상한 눈빛을 보내기도 했지만, 진심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고향이라 정착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산중가’ 가족은 금강송이 우거진 산중 청정지역에서 청정한 먹거리를 만든다. 여름에는 배추를 키우고, 가을에는 절임배추를 만들며, 겨울에는 칡즙을 만든다. 틈틈이 국화와 목련을 비롯한 각종 꽃차도 만든다. 이를 통해 연간 1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금강송의 맑은 기운을 맞고 자란 배추 산중가의 절임배추 흙과 더불어 사는 농사는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4년 동안 쉬지 않고 일만 했다. 그러나 소득이 오르지 않았다. 앞날이 막막했고, 귀농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그래서 가공으로 눈을 돌렸다. 2013년 처음으로 2천 포기의 김치를 만들어서 팔았다. 전량 판매를 완료했지만, 집집마다 입맛이 달라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 힘들었다. 김치 판매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절임배추로 전환했다. ‘산중가’ 농장은 8월5일쯤 배추를 파종해 90일 정도 키워 11월 초에 수확한다. 산중가의 배추는 금강송의 맑은 기운과 동해의 해풍을 맞고 자란다. 이영애 대표는 “울진의 배추는 금강송의 솔향을 품은 땅에서 울진대게의 부산물로 만든 ‘키토산 퇴비’를 이용해 키우고, 해풍을 맞고 자라 담백한 맛이 특징”이라고 자랑한다. 절임배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청결이다. 3년간 묵혀서 간수를 완전히 제거한 천일염으로 절인 후, 버블 세척기를 이용해 3단계 세척을 한다. 가정에서는 양념과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청결을 강조하다 보니, 절임배추는 포장을 하면서 모든 포기에 대한 전수검사를 이 대표가 직접 한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흠이 있거나 절임상태가 완전하지 못하면 폐기한다. 이런 철저한 검수 과정을 거친 덕분에 소비자로부터 항의나 반품사례가 발생한 적이 없다. ◆아들의 귀농선언 산중가의 용창식 공동대표(오른쪽)와 아들 용한세 실장이 절임배추를 만들기 위해 배추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군대를 제대한 아들이 복학을 포기하고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학교전공이 맞지 않고, 오히려 농업이 전망이 있어 보인다”는 것. 이 대표는 또다시 가슴앓이를 했다. 체육대학 진학을 원하던 아들을 억지로 전망이 밝아 보이는 학과로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농업은 전망이 밝고,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면서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는 모습을 보고 아들의 귀농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가공실장’이라는 큼지막한 직함을 부여했다. 용창식 실장은 농산물 가공 분야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이 덕분에 올해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돼 스스로 길을 열어가고 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도 용실장의 귀농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용실장의 귀농을 후원하기 위해 경북지역 근무를 지원해 포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양념키트로 새로운 시장 개척 ‘산중가’ 농장은 절임배추를 전문으로 하지만, 3년 전부터 김장용 양념키트를 개발해 판매한다. 나만의 김치를 만들고 싶다는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한 신상품이다. 양념키트는 절임배추 20kg을 기준으로 7kg으로 만든다. 기본적으로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을 육수에 버무려서 만든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양념이다. 고객은 양념키트에 입맛에 맞는 청각이나 쪽파 등을 첨가해서 김치를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행히 양념키트는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맞벌이하는 젊은 주부들이 직접 김장 준비를 하기는 어려운 점을 활용해 개발한 신상품이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의 변화에 따라 양념키트의 판매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절임배추와 양념키트를 함께 구입하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주문 누락의 악몽 ‘절임배추’는 날짜가 생명이다. 예약한 날에 배송하지 못하면 큰일난다. 지난해 서울의 어느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내식당용 절임배추 13상자를 주문받았으나 잊어버리는 큰 실수를 했다. 밭에서 일하던 중 받았던 전화라 메모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장준비를 마친 고객이 “내일 김장을 해야 하는데 배추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전화를 해왔다. 하늘이 캄캄했다. 다행히 여유 물량으로 온 가족이 밤늦도록 포장작업을 해 포항 버스터미널에서 새벽 첫 버스에 싣고 용 실장이 직접 배송에 나섰다. 울진에서 포항으로 다시 서울터미널에서 용달 차량에 옮겨 싣고 달리는 특급 수송 작전을 펼친끝에 겨우 오전에 배달할 수 있었다. 용 실장은 수없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자신이 먼저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를 버무렸다. 지난해 실수를 한 때문이었을까? 올해는 아직도 주문고객 명단에서 그 고객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고객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은 셈이다. 이 대표는 이제 수첩과 연필은 언제 어디서나 반드시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청년창업농의 꿈 산중가에서 만드는 각종 꽃차. 청년창업농 용실장의 꿈은 크고 야무지다. 부족한 농업기술교육을 배우면서 가공을 통해 꿈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부모님들은 절임배추를 만들어 판매하는 1차 가공에 의존했으나, 이제는 본격적인 가공과 관광을 가미한 6차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용 실장은 “농사는 땅을 기반으로 해서 열심히 일해서 고품질 다수확을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제는 유통과 판매는 물론 관광을 겸한 6차산업화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그동안 품질을 바탕으로 한 직거래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불특정 고객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당찬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농민사관학교에 입학해 가공과 마케팅교육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여행객들에게 가장 낭만적이고 먹거리가 많다고 알려진 ‘피시로드’인 동해안 7번 국도를 ‘푸드로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용실장의 꿈이다. ▲농장명: 산중가 ▲농장주: 이영애. 용창식 (2015강소농) ▲구입문의: 010-3764-0594, 010-4199-4784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dcrfv987 ▲소재지: 울진군 매화면 갈면대평길 283-14 ▲이메일: edcrfv987@daum.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끊임없는 공부, 최상품 애플대추 키워낸 비결이죠”

참맛대추농원에서 생산하는 건강한 100살 대추엑기스. 참맛대추농원에서는 어린이 주먹만큼 큰 ‘애플대추’를 생산한다. 잘 익은 생대추를 사과처럼 와삭와삭 먹어도 당도가 높아 정말 맛있다. 생대추를 삶아서 씨앗을 빼고 잘라서 말린 대추과자 맛도 일품이다.2016년 ‘농촌여성 1인 창조기업’으로 선정돼 가공공장을 설립했다. 대추 과자(대추스낵)와 대추엑기스를 생산 판매한다.연간 12t 정도의 대추를 수확해 생과 판매와 가공을 함께 한다. 큼지막하고 당도가 높은 좋은 품질의 대추를 원료로 하니, 생산제품도 일등품이다. 대추 설탕과 대추 스프레드, 대추 식초 생산도 준비 중이다.고품질의 생산과 가공을 위해 부부가 기울이는 노력은 대단하다. 당도를 높이기 위해 완전히 익은 후에 수확해 30브릭스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다.수확한 대추는 크기별로(대ㆍ중ㆍ소)로 선별해 최상품만 사용해 가공한다. 최하품과 손상된 것은 모두 폐기한다. 모든 대추는 상수도물로 세척한 후에 건조한다.이런 과정을 거친 최상품 대추를 이용해 가공품을 만든다. 덕분에 ‘건강한 100살’이란 브랜드로 판매되는 대추 스낵과 대추 엑기스는 판매 걱정이 없다.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서 판매한다.판매망 구축에는 이 대표가 귀농 전 근무했던 교육관련 회사에서의 영업과 인적네트워크 관리 능력이 큰 몫을 했다.최고 상품을 만들겠다는 이 대표의 집념 때문에 가공사업을 시작한 2년 동안 편하게 잠을 잔 적이 없다. 2백m 옆에 집이 있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까지 일하고 공장에서 쪽잠을 잤다. 요즘은 건강을 걱정하는 남편의 성화 때문에 작업시간을 많이 줄여나가고 있다.◆복합 로컬마켓 건립이 꿈대추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이 대표의 미래 목표도 크다. 복합로컬마켓을 세우는 것이다. 로컬푸드와 휴게시설을 융합한 시설이다.인근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하면서 여행객들이 농촌체험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이를 통해 지역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를 돕고, 도시민들에게는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아직은 구상 단계에 있지만, 농장 운영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관광과 휴식, 신선한 농산물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다행히 인근에 팔공산과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집필한 천년고찰 인각사가 있고,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힌 ‘화본역’이 있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농장명: 참맛대추농원▲농장주: 이재혜 (2017강소농)▲구입문의: 010-9398-6742, 054-382-2380▲스토어팜: https://smartstore.naver.com/healthy100▲소재지: 군위군 우보면 철길로 499▲이메일: ruby3291@naver.com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팜라이터 ilsok@korea.kr

“친환경 유기농 국화의 은은한 향기 차로 즐기세요”

박복자 대표가 자신이 만든 대표 상품인 ‘가을 미인 황국’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의 약학서인 ‘본초강목’에 ‘국화의 효능’은 ‘장복을 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요순시대에 800살까지 살았다는 ‘팽조’는 양생술(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기술)의 목적으로, 국화술과 국화차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최근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깨끗한 음식과 좋은 차(茶)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화차는 ‘속을 편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하여 많은 차인(茶人)들이 즐겨 마신다. ‘국화차 명인’에 도전하는 강소농이 있다. 안동시 서후면 ‘보화다원’ 박복자(61·여) 대표가 주인공이다. 농업계 고등학교 교사였던 남편 정원근(62)씨는 국화를 재배하고, 박 대표는 국화차를 만든다. 박 대표는 국화는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하여 ‘가을 미인 황국’으로 브랜드화했다. 이들 부부는 6천600㎡ 규모의 농장에 국화를 재배하고, 국화차를 만들어 연간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 국화재배 농사꾼으로 변신 ‘보화다원’의 박복자 대표는 결혼과 함께 남편의 직장 따라 안동에 정착했다. 남편이 교사라서 집안일만 하던 전업주부였다. 16년 전 우연한 기회에 국화를 만났다. 친구들이 국화차를 만드는 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였다. 집에 와서 혼자 국화차 만들기에 도전했으나 제대로 된 차가 나올 리가 없었다. 이를 본 남편이 “정식으로 교육받고 제대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 그래서 국화차를 만드는 지인들을 따라 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웠다. 하지만 그 당시 국화차 제조법은 사제지간(師弟之間)에 도제식 교육으로 진행돼 제대로 된 제조법을 배우기 어려웠다. 그러자 남편이 돕겠다고 나섰다. 농업고등학교 교사인 남편은 바로 안동대학교 대학원 ‘원예육종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국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남편의 1인 3역이 시작됐다. 낮에는 교사, 밤에는 대학원생, 주말은 국화재배 농사꾼으로 변했다. 국화에 대한 자료와 품종을 수집하면서 옛 문헌을 찾아 본격적으로 국화차 제조법을 익혔다. 박 대표도 안동시농업기술센터에서 국화차 제조법을 배웠다. 부부는 3년 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국화차 연구에 전념했고, 자신감이 생기자 2004년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국화차 전문가’란 자부심이 있다. ◆ 친환경 유기농 재배 원칙, 부부의 신념 보화다원의 박복자·정원근 공동대표가 개화를 시작한 국화밭에서 꽃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보화다원’의 경영수칙은 ‘내가 먹고 마신다는 생각으로 가장 깨끗하게 재배하는 것’이다. 친환경 유기농 재배는 부부의 신념이다. 2002년부터 제초제는 물론 화학비료를 한 번도 뿌리지 않았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의 ‘제로화’를 실천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보화다원’의 위치는 친환경 재배에 최적지다. 3면이 산으로 포근하게 둘러싸고 있어 외부 환경과의 접촉이 거의 없다. 인근의 다른 농지에서 뿌리는 농약이 날아오지 않는다. 국화밭 위쪽에도 다른 농지가 없어 유해성분이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하는 만큼, 검증된 유기농 전용퇴비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국화에 많이 발생하는 진딧물 등의 병충해 방제를 위해서도 인체에 해가 없는 유기농 약제를 사용한다. 다만 여름철 잡초 발생을 막기 위해 검은색 비닐과 부직포로 피복해서 재배한다. ◆ 국화차는 정성의 산물 국화차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많은 차인들이 즐겨 마신다. 국화차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재배과정은 물론 채취, 데침과 건조과정에 수십 번의 손길이 간다. 정성이 없으면 어렵다. 이른 봄 국화 순을 채취해 삽목하고, 뿌리가 내리면 다시 밭에 정식을 한다. 가장 손길이 많이 가는 것은 ‘꽃송이 채취’와 ‘건조과정’이다. 국화는 두상화(頭狀花, 꽃대의 끝에 많은 꽃이 한데 붙어서 한 송이의 꽃처럼 머리 모양을 이룬 꽃)라 꽃을 채취할 때 강한 힘을 받으면 꽃송이가 으스러져 버리기 때문에 한 송이씩 조심스럽게 따야 한다. 그래서 꽃송이 바로 밑의 연한 줄기를 손톱으로 톡! 끊는 방식으로 채취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국화는 향이 강해 그대로 말리면 좋지 않다. 그래서 제조과정에 강한 향을 줄이는 것이 비법이다. 연한 맛을 은은하게 우러나게 만드는 것이다. 끓는 물에 데치고, 건조 과정에 2회 이상 비벼서 꽃잎에 상처를 만드는 것도 향과 맛이 빨리 우러나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때 꽃잎이 떨어지거나 송이가 으스러지면 안 된다. 초보자에겐 정말 어려운 과정의 작업이다. 그래서일까 국화차를 일명 ‘정성의 산물’이라고 부른다. ◆된서리가 무서워 국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기후변화다. 갑작스럽게 변하는 기후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보화다원처럼 산간지역에서는 더욱 기후예측이 어렵다. 여름철의 가뭄과 폭염은 관수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가을에 갑작스럽게 내리는 ‘서리’는 대처하기도 어렵고 피해도 크다. 특히 된서리(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가 내리면 피해는 치명적이다. 국화는 비교적 저온에 강한 식물이라 무서리(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는 견딜 수 있지만, 된서리가 내리면 국화 꽃잎이 동해를 입어 갈색으로 변해 버린다. 꽃잎에 갈변현상이 일어나면, 국화차 재료로서의 상품성은 완전히 없어진다. 2009년 10월 말에 된서리가 내렸을 때, 보화농원의 국화꽃도 큰 피해를 입었다. 수확을 완전히 포기하다시피 했다. 다행히 보화다원의 기술을 전수해 모종을 분양받아갔던 경남 함안의 농가에서 생산된 국화꽃을 가져와 위기는 넘겼다. 그때부터 안정적인 국화 생산을 위해 노지 재배를 우선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하우스재배를 함께 한다. 자연재해에 대한 자구책이다. ◆ 황토 담틀집 펜션 운영 보화다원에는 2동의 특별한 펜션이 있다. 황토로 지은 담틀집이다. 담틀집은 기둥을 세우지 않고 토담을 쳐서 벽체로 삼고 지붕을 얹어 지은 집이다. 사면에 거푸집을 설치하고 그 속에 황토를 넣고 단단하게 다져서 벽체로 삼았다. 물을 넣지 않은 황토에 약간의 마사토를 섞고 자연에서 채취한 황토를 그대로 다졌다. 벽 두께가 40cm나 된다. 워낙 단단해 못을 박기도 어렵다. 보온성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겨울에 난방하지 않아도 방안은 항상 훈기가 돈다.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으로 인해, 자고 나면 개운함을 느낀다는 것이 투숙객들의 의견이다. 지난해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선정한 우수 농가 민박에 선정되기도 했다. 원적외선이 나오는 황토 담틀집에서 마시는 국화차의 맛은 어떠할까? ◆ ‘국화차 명인’의 꿈 부부는 큰 욕심이 없다. 자연과 가까이 벗하면서 자연처럼 살아가는 것에 만족한다. 다만, 꿈이 있다면, ‘보화다원’이란 이름처럼 ‘보배처럼 빛나는 농장’을 만들고, ‘국화차 명인’이 되고 싶다.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좋은 국화차를 많은 사람이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국화품종을 개발하고, 국화재배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인근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국화차가 확대보급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 대표는 “세계적으로 많은 명차가 있다. 우리의 국화차도 정말 좋은 차다. 하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데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화차의 품질을 더 업그레이드시켜, 전 세계인들이 찾는 명차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농장명: 보화다원 ▲농장주: 박복자ㆍ정원근 (2015강소농) ▲구입문의: 010-9376-3571, 010-6781-0101 ▲블로그 : https://blog.naver.com/parkbja5614 ▲소재지: 안동시 서후면 풍산태사로 2886-10 ▲이메일: parkbja@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낙농 전문가가 직접 만드는 요거트·치즈 맛보세요”

강훈목장 간판. 완전식품을 꼽으라면, 우유와 달걀이 대표적이다. 완전식품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이다. 즉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 대부분이 들어있는 음식을 말한다. 젖소를 키우며 우유와 유가공제품을 생산, 농업이 미래 희망산업임을 보여주는 청년 강소농이 있다. 군위군 우보면 ‘강훈목장’의 조규제(26) 대표가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목장을 승계해 운영하면서 낙농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젖소가 좋아요 조 대표는 태어나서 처음 만난 동물이 젖소다. 어릴 적부터 매일 젖소를 보고 젖소와 함께 생활해 동물 중 젖소가 가장 친숙하다. 35년간 젖소농장을 경영한 아버지 덕분이다. 조 대표는 자신을 ‘모태 목동’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목장을 들락거렸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젖소에게 사료를 주고 우유통을 날랐다. 중학생 때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본격적으로 목장일을 도왔다. 그 일이 좋았고 젖소와 교감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대학진학을 앞두고 축산학과를 가겠다고 하자 막상 아버지가 반대했다. 낙농업은 365일 쉴 수 없는 3D업종이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힘든 목장일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 대학진학의 학과선택 문제로 부자간 오랫동안 설전을 벌였고, 마침내 아버지가 승낙했다. 조 대표는 충북대학교 축산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축산을 공부하고, 젖소를 키우는 청년창업농의 길로 들어섰다. ◆아버지의 목장 아버지 조용훈(53) 씨는 경력 35년의 전문 축산인이다. 강훈목장은 1983년 송아지 3마리로 시작했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우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젖소 가격이 너무 높아 한꺼번에 많은 소를 입식할 수 없었다. 규모가 작다 보니 모든 면에서 불리했다. 고생하는 만큼 수익도 나지 않았다. 자본과 기술 어느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특히 각종 정부 지원사업은 대규모 목장 위주로만 이루어졌다. 그때 겪은 어려움과 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목장 이름을 ‘강훈목장’으로 지었다. ‘농민 조용훈이 운영하는 강한 목장’이란 의미다. 목장 이름처럼 크고 강한 목장을 만들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 공부했다. 틈만 나면 큰 목장에 찾아가 일을 거들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 그런 노력의 덕분에 지금은 180마리의 대형목장으로 성장했다. 착유우(건유 포함) 85마리, 육성우가 95마리다. 하루 착유량도 2천200kg에 이른다. 아직 충분히 일할 나이지만, 목장 운영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축산을 공부해 이론과 실기를 함께 갖춘 아들이 든든해서다. 물론 함께 일하지만 아들이 청년창업농으로 자리 잡고 더 큰 목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전 가족이 낙농 전문가 강훈목장의 가족은 모두가 낙농 전문가다. 아버지는 35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다. 젖소 3마리로 시작해 지금의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 덕분에 젖소에 대해서는 박사급이다. 어머니 오문옥(49)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유제품가공’ 전문가다. 낙농업 협동조합과 순천대학교에서 유제품가공 교육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유제품가공사 2,3급 자격증이 있다. 유제품 가공시설은 HACCP(안전관리인정기준) 인증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한다. 조 대표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실전경험을 이어받았다. 이론과 실기를 겸한 것이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학교성적도 우수했다. “제가 축산업계에서는 금수저로 통합니다. 부모님이 닦은 기반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까요”라면서 자신감을 보인다. ◆가축전염병은 악몽, 1억 원 손실 축산농가에 있어서 전염병은 악몽이다. 아무리 철저한 방역을 해도 불가항력인 경우가 많다. 2010년 말 구제역 파동을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하다. 철저한 방역 덕분에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인근 지역에 만연해 살처분하는 모습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았다. 구제역이 종식될 때까지 2개월간 농장을 완전히 차단했다. 전 가족이 농장에서 스스로 고립됐다. 사료와 우유는 농장 외부에 중개소를 설치하고 해결했다. 사료 차량과 집유 차량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가까운 친척의 경조사에도 참석하지 않아 유별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구제역 파동을 무사히 넘겼다. 2015년 말에는 ‘우 백혈병’이 발생해 20두를 도태하는 아픔을 겪었다. 3종 전염병이라 보상도 받지 못했다. 1억 원이 넘는 손실을 당했다. 목장에 하천부지가 일부 포함돼 축사 적법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앞날이 막막했다. 이런 수난을 한 번씩 겪으면 목장을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가족이 힘을 모으고 격려하면서 헤쳐 나간다. ◆첨단시설로 노동력 절감 강훈목장의 수제 요거트가 생산돼 병에 담기는 모습. 낙농은 쉬는 날이 없다. 연중무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젖소를 돌봐야 한다. 온종일 먹이고 착유도 해야 한다. 착유 시기를 놓치면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유방염에 걸리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 보살펴야 한다. 시간 맞춰 사료를 주고, 착유를 하는 일은 고된 노동이다. 다행히 자동화 시설이 도입되면서 한결 일손을 덜었다. 사료 주기는 자동급이기(사료를 자동으로 사료통에 보내는 기계)를 이용한다. 하지만, 우유는 하루에 2번 이상 직접 짜야 한다. 그래서 노동력 절감을 위해 경북 도내에서 가장 먼저 ‘로봇 착유기’를 도입했다. 시간이 되면 젖소들이 스스로 로봇 착유기에 가서 착유를 한다. 유방세척과 마사지→착유→소독→ 착유기 세척과 착유량 기록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소들의 목에 센서가 달려 정해진 사료를 먹으면 더 사료가 나오지 않는다. 송아지도 마찬가지다. 개체별 특성에 따른 관리가 이루어진다. ◆수제 요구르트와 치즈 생산 강훈목장에서 만든 구워먹는 그릴치즈 강훈목장은 최근 유제품 가공을 통해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유제품 가공은 조 대표가 중학교 때부터 생각해왔던 일이다. 우유 파동 때 남아도는 우유를 버리지 말고, 요거트를 만들자고 아버지께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대학을 다닐 때 또다시 “유가공품을 만들자”고 했으나, 아버지는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3년 전 어머니가 유제품가공사 2급 자격을 따면서 아버지도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은 요거트와 구워 먹는 그릴 치즈를 만든다. 우유 쿼터제로 인해 발생하는 남는 우유를 가공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든다. 우유를 치즈로 만들면 6배, 요거트는 9배 정도 가격이 올라간다. 수제 요거트에는 일반 요거트보다 훨씬 많은 14억 유산균이 있다. 유제품을 가공하는 날에는 축사관리를 아버지께 맡기고 외출도 하지 않는다. 가장 깨끗한 환경에서 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축사 이전과 유제품 가공확대 이젠 서서히 구미지역으로 축사 이전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젖소들을 키우기 위한 동물복지와 방역을 위한 조치다. 새 축사의 두당 면적은 30㎡로 늘릴 예정이다. 환경부 기준의 1.5배다. 넓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육해 좋은 품질의 우유를 생산하겠다는 생각이다. 조 대표는 유제품 가공시설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수제 요거트를 4배 농축한 ‘그릭 요거트’와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시킨 ‘고다치즈’를 만들어 수제 유제품 시장을 열어가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와 함께 목장체험과 우유를 이용한 아이스크림과 빵 만들기 등 다양한 목장체험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농장명: 강훈목장 ▲농장주: 조규제(2018 강소농, 청년창업농) ▲구입문의: 010-3813-5721 ▲홈페이지: https://kanghunfarm.modoo.at ▲소재지: 군위군 우보면 솔밭길 141 ▲이메일: cow5721@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반시·복숭아의 달콤한 맛, 농원체험과 함께 즐겨요”

씨 없는 감. 잘 익은 청도반시 청도군은 경북도 최남단에 있는 작은 군이다. 인구 4만3천여 명에 면적이 693.8㎢에 불과하다. 하지만, 청도군은 작지만 강한 지역이다. 수많은 명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흥의 원동력이 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전국 최고의 소싸움 고장, 청도반시, 청도복숭아, 한재미나리, 대한민국코미디 1번지 등 자랑거리가 많다. 이 중에서도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청도반시와 한재미나리 같은 농산물이다. 특히 청도반씨는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감말랭이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청도에서 ‘청도반시’와‘청도복숭아’를 재배하는 명품 강소농이 있다. ‘예쁜감농원’을 운영하는 예병희(49) 대표와 부인 김현숙(36)씨 부부다. 예 대표는 2만4천㎡의 과수원에서 청도반시와 청도복숭아를 재배해 연간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예쁜감농원’은 자신의 성씨인 ‘예’자와 ‘감’을 합성한 농장이름이다. 자신의 성을 걸고, 아름답고 참된 농장을 만들겠다는 예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귀농…문중에서 대환영 예 대표는 귀농 10년차의 농부다. 자신은 ‘귀농’보다는 ‘귀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대구에서 학교를 마치고 삼성상용차에서 일하다가 IMF가 나면서 희망퇴직을 했다. 이후 부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우연하게 대구 칠성시장 인근에 있는 꽃시장을 둘러보다가 아름다운 꽃에 반해 꽃집을 시작했다. 부부는 꽃집 운영에 온 힘을 쏟았으나, 워낙 국가적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던 때라 경영이 여의치 않았다. 수입이 불규칙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꽃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자 부부는 결국 귀농을 결심했다. 귀농을 하면서 예 대표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의흥 예씨’ 집성촌인 청도군 이서면 대전리의 문중이었다. 먼저 문중 어른들에게 귀농계획을 알렸다. 문중에서는 젊은 종친의 귀농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리고 문중의 종답(宗畓, 조상의 제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종중에서 소유하고 있는 토지)을 예 대표에게 임대했다. 지금 재배하는 복숭아과수원이 의흥 예씨 종답이다. 문중에서는 대종회관도 체험장으로 제공했다. 의흥 예씨 대종회관은 1950년대 이서면 대전리 대전초등학교 건립을 위해 문중에서 토지를 기부했다가 학생 감소로 폐교되자, 문중에서 환매(한 번 매도한 물건을 대가를 지급하고 다시 매수하는 것)한 것이다. ◆체험으로 소득 증대 예쁜감농원에서 10월은 체험의 계절이다. 의흥 예씨 대종회관(문중에서 집회나 회의를 위해 지은 건물)의 잔디마당과 감나무 농원이 체험장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생, 가족단위 체험이 대부분이다. 복지관 어르신들과 장애인들도 참여한다. 체험은 감따기를 시작으로 트랙터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기와 넓은 잔디마당에서 각종 게임하기로 진행한다.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와 기념사진 찍기도 필수 코스다. ‘청도 이서면 대전리 은행나무’는 높이가 30.4m, 둘레는 8.8m에 이르는 대형이다. 수령을 400년으로 추정하지만, 전설에 의하면 1천30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동안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마을의 수호신 같은 존재다. 문화적ㆍ생물학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인정돼 천연기념물 제301호로 지정됐다. 은행나무와 사진찍기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면서 역사와의 동행이다. ◆농사는 종합프로젝트 예병희 대표가 방금 수확한 청도반시의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농사는 사람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되지 않고, 하늘만 믿고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되는 것이 농사”라고 설명한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계절에 맞춰 씨를 뿌리고, 정성 드려 가꾸어야 수확할 수 있는 것이 농사라며 체험담을 들려준다. 2012년 5월8일 어버이날에 갑자기 우박이 쏟아졌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마무리를 할 무렵, 밤톨 같은 우박이 20여 분간 쏟아졌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이서면과 풍각ㆍ각북면 일대의 농작물이 초토화되었다. 예 대표의 농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복숭아와 감나무는 줄기만 앙상하게 남았다. 귀농 4년 만의 첫 시련이었다. 그해 복숭아는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감도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남은 것도 대부분 상품성이 없는 것 뿐이었다. 농사는 하늘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의욕에 차서 일하던 농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일할 맛도 없어졌다. 몇 날 며칠을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당장 내년 농사를 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고민했다. “한 해 농사 망쳤다고 낙담하지 말고, 내년에 잘 지어 복구하면 된다”고 격려하는 아내의 말에 다시 힘을 냈다. 아내의 권유로 재해보험에 가입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아내 김현숙 씨는 억척이다. 낮에는 인근 버섯농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예쁜감농원’에서 수확한 농산물의 선별과 포장, 택배 발송 등을 도맡아 한다. 주말이면 체험객들과 함께 농장과 마을 곳곳을 누비면서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예 대표도 “귀농 10년 만에 중견농부로 자리잡기까지 아내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고객관리가 농사의 성패 관건 예쁜감농원의 체험장인 의흥 예씨 대종회관 잔디마당에서 포즈를 취한 예병희 대표. 농사일은 기계화가 대부분이지만, 꼭 사람이 해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객관리’다. 아무리 잘 지어놓은 농산물이라도 판매를 못 하면 모든 것이 허사다. 판매는 농사 못지않게 중요하고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객관리는 바로 판매망 확보와 연결돼 있다. 현재 예 대표가 관리하는 고객은 대략 2천여 명이다. 예쁜감농원의 감과 복숭아를 구매하는 소비자와 체험객들이다. 예 대표는 이들 고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객관리는 꽃집을 경영하면서 체득한 단골손님 관리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한 사람의 단골손님이 주변에 전파시키는 소문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이들 고객을 통한 농산물 판매는 곧바로 농가소득과 직결된다. 공판장을 통한 판매도 이루어지지만, 가격 변동폭이 크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팜파티를 개최하고, 시골의 정취를 느끼고 추억을 만드는 체험마당을 펼쳐 도시인들을 초청하는 등 고객관리를 한다. ◆교육은 나를 키우는 힘 예병희 대표는 영농경력 10년을 넘어선 중견농부이지만, 신기술의 영농교육장은 어디든지 찾아간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경북농업기술원, 농민사관학교 등 단골교육기관도 다양하다. 강소농 교육은 물론이고 복숭아와 감 재배 기술교육, 감 고부가가치 클러스트반 등 주로 재배와 유통, 농산물가공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엔 강소농 15명이 모여 자율 학습체를 만들어 ‘영농조합법인 농울림’으로 발전시켰다. 농울림은 39세에서 75세의 다양한 연령층의 농민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으로, 감과 복숭아 등 청도특산품의 생산과 가공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월 1회 교육과 연 2회 선진지 견학을 통해 기술과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말 농산물 가공공장이 준공되면, 본격적으로 가공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농촌 예 대표가 꿈꾸는 세상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농촌이다. 요즘 농울림 회원을 중심으로 꾸러미사업을 준비 중이다.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꾸러미를 만들어 도시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농울림 회원이 중심이지만, 정착되면 인근의 모든 농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다른 꿈은 후계농을 육성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원입대한 아들이 제대하면 전문농업인으로 키우는 일이다. 다행히 아들도 농사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어 영농대잇기에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예 대표는 아들이 제대하면 농과대학이나 농수산대학에 진학시킬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조만간 대를 이은 청년창업농의 출현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농장명: 예쁜감농원 ▲농장주: 예병희 (2015강소농) ▲구입문의: 010-3531-4978 ▲블로그: https://blog.daum.net/dpqmsrka ▲소재지: 청도군 이서면 대전칠엽길129 ▲이메일: ybh4978@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친환경 재배는 기본…‘반건조 사과 가공’ 목표”

안동의 강소농 이재기(58)씨의 ‘재기네농원’은 와룡산(461m) 중턱에 있다. 해발 300m로 주변의 산들이 아담하다. 농장을 가는 길은 황룡이 용트림했다는 와룡산을 닮은 것인지, 꼬불꼬불 이어지는 좁은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어느 순간 산중에 확 트인 들판이 나타나고, 그 끝에 ‘재기네농원’이 있다. 붉게 익어가는 사과는 탐스러웠고, 파란 가을 하늘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자신의 손길이 스민 사과를 바라보는 이 대표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머문다. “4월 초순 저온현상으로 사과도 초기 피해를 입었으나, 다행히 이후에 날씨가 회복돼 우리 농장의 사과는 괜찮은 편이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며 연신 사과를 어루만진다. 이 대표가 올해로 10년째 사과와 자두농사를 짓는 안동시 와룡면 일대는 사과재배에 적당한 기후와 토질을 갖추고 있어 와룡 사과단지가 조성돼 있다. ◆몸속에 숨어 있던 ‘농사DNA’ 이 대표는 안동 토박이다. 조상 대대로 농사를 대물림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의 아버지는 아들이 힘든 농사일을 하는 것 보다, 편안한 생활을 하라며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학에서는 정보통신과를 다녔다. 졸업 후에는 유명 전자회사에 취업해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인 안동에서 24년간 정보통신망 설치 등 정보통신업을 운영했다. 사업은 순탄했다. 성공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 대표는 지금도 자신이 한때는 잘나가던 ‘통신맨’이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핏줄 속에 흐르는 농사DNA를 지울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고향산천이 그립고, 아버지가 하시는 농사일이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주말마다 아버지의 농사일을 조금씩 도왔다. 5년 뒤 농사꾼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그는 자신에게 흐르는 ‘농사DNA’를 가만히 추적해 보았다. 그 시작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88년 전자회사에 근무할 당시, 일본 오사카에 3개월간 연수를 간 적이 있었다. 호기심 많고 학구적인 성격 탓에 일본의 구석구석을 다녔다. 그때 일본의 모내기 현장을 봤다. 일본농부는 흰색 운동화를 신고, 4조 식 승용이앙기를 타고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줄모’를 심고, ‘보행 이앙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일본의 농업기술과 장비가 이 대표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소득은 줄어도 삶의 질은 높아져 이 대표는 10년 전부터 정보통신업을 하면서 사과농사를 돕다가 5년 전에 농업으로 완전히 전직했다. 현재 사과(1만6천500㎡)와 자두(4천600㎡), 벼농사(4천㎡)를 해 연간 8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사업할 때보다 소득은 많이 떨어지지만, 삶의 질은 훨씬 높아졌다. 농촌생활은 자유롭고 날마다 달라지는 자연현상을 보면 행복함을 느낀다. 농장을 둘러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외출하고 돌아와도 농장을 거쳐서 들어온다. 농장을 가꾸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 농사일에 푹 빠졌다. 농장 이름을 지으면서도 행복한 고민을 했다. 십여 가지의 이름을 늘어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재기네농원’으로 정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 만큼 품질을 보증하는 맛있고 신선한 과일을 생산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언제나 농장에 들어서면서 ‘재기네농원’이라는 이름을 맘 속에 되새긴다. 농장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다. ◆버릴 줄 알아야 진짜 농부 이재기 대표와 부인 김나은(56)씨. 과수농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적과작업(열매솎기)이다. 수확할 때도 힘들지만, 적과작업이 훨씬 어렵다. 사과는 통상 3회의 적과작업을 한다. 수확시기는 조금 늦출 수 있어도 적과작업은 늦출 수 없다. 제때 열매를 솎아야, 남은 열매들이 충실하게 자란다. 시간도 촉박하고 일손 구하기도 어렵다. 특히 5월 초 1차 적과작업이 가장 어렵다. 초보 일꾼은 아까워서 열매를 솎아내지 못한다. 적과작업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 과수 전문가들은 ‘버린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확작업은 그 반대다. 수확하는 즐거움 때문에 도와주는 사람도 많다. 일손이 필요할 때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부탁하면, 가족들까지 데리고 와서 도와준다. 적과작업은 미래를 위한 준비작업이지만, 수확은 현재의 작업이다. 그래서 5∼6월이 되면 과수농가들은 모든 일을 젖혀두고 적과작업에 매달린다. 이 대표는 “적과를 잘하는 농부가 진짜농부”라고 주장한다. ◆농사의 성패는 노동력 절감과 확보 이재기 대표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과수나무 반사필름 피복장치’ 특허증을 들고 있다. 농사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자연의 영향이 절대적이지만, 노동력이 없어 적기에 작업을 하지 못하면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 그래서 농사의 성패는 ‘노동력 절감과 확보’에 달렸다. 이 대표는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성실하게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연과 사람의 노력이 합쳐질 때에만 명품이 나온다는 것을 체득했다. 이것이 이 대표의 농사철학이다. 이 대표는 노동력 절감을 위해 끈질긴 연구끝에 ‘과수나무용 반사필름 피복장치’를 개발했다. 과수원 바닥에 깔아서 햇볕을 과일에 반사시켜 골고루 착색이 되게 하는 것이다. 반사필름 피복장치는 노약자용으로 나온 전동스쿠터와 스테플러의 원리를 적용했다. 지난 4월25일 특허를 받았다. 종전까지는 두 사람이 필름을 깔고, 일일이 흙으로 테두리를 눌러주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지만, 이 피복장치를 이용하면, 혼자 하루에 3천 평 정도를 덮어씌울 수 있다. 요즘은 고정핀 수거공구도 개발 중이다. 이러한 노동력 절감장치를 활용할 경우, 농가별 재배면적을 확대해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다. 농업도 ‘규모의 경제’를 도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 ◆친환경 과수영농 ‘재기네농원’의 기본 방향은 친환경 재배다.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풀과 사과를 함께 키우는 초생재배는 장단점이 있다. 가뭄 때는 물기를 보존하고 장마철에는 수분 과다를 막아준다. 또한 질소질의 과다를 막아 가을철 착색효과도 높인다. 그러나 풀과의 전쟁은 각오해야 한다. 과수원의 풀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며칠 만 돌보지 않으면 과수원이 밀림처럼 변한다. 아무리 베내어도 끝이 없다. 그래서 “장마철 풀은, 베고 돌아서면 그대로 있다”는 말이 있다. 초생재배를 하지만, 적당한 간격으로 제초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풀이 너무 무성하면 각종 해충이 풀 속에 은폐하여 병충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재기네농원’에서는 한 해에 평균 6∼7회 풀베기를 한다. 한여름 풀베기는 고된 작업이다. 주변에서는 제초제를 뿌려서 쉽게 하라고 권하지만, 이 대표는 그냥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반건조 사과 가공이 목표 재기네농원은 아직 1차 산업형태로 대부분 생과로 판매한다. 앞으로 가공과 관광을 겸한 6차산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올해 농민사관학교 6차산업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사과소비 감소에 대응한 전략이다. 맛과 영양이 보존되고 먹기 쉬운 ‘반건조’ 사과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젊은이들이 커피 대신에 반건조 사과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도록 하는 것이 이 대표가 그리는 미래 그림이다. 귀농과 창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에는 “충분한 사전교육을 통하여 기술을 습득하고, 귀농 후에는 지역주민과 밀착하는 생활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농장명: 재기네농원 ▲농장주: 이재기(2016강소농) ▲구입문의: 010-9747-8100 ▲블로그: https://blog.naver.com/leejk2016 ▲소재지: 안동시 와룡면 중가구못골길 75-12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1천 그루 은행나무에 둘러싸인 비밀의 숲으로 오세요”

잘 익어 수북이 떨어진 은행열매. 완전히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 은행나무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1천100년으로 세종대왕으로부터 정3품 벼슬을 받았다. 심고 나서 20년이 넘어야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손자가 열매를 딴다고 해서 ‘공손수(公孫樹)’, 은행 열매가 달리듯 학자가 많이 나오기를 염원하면서 집 앞에 심어 ‘학자수(學者樹)’라고 했다. 경칩 날에는 은행열매를 연인에게 보내 사랑을 확인했다고 하니, 조선시대의 ‘밸런타인데이’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의성군 점곡면에서 1만6천500㎡의 밭에 1천여 그루의 은행나무를 가꾼 강소농이 있다. 그 주인공은 ‘사촌은행나무숲’ 박정현(55) 대표다. 박 대표는 16년 전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은행나무를 심고 가꾸는 고집 센 농부다. 그동안 숨겨 놓았던 비밀의 정원을 오는 19일 은행나무숲 체험행사를 시작으로 세상에 개방한다. ◆고집과 인내의 농사꾼 박 대표는 영농경력 16년차의 중견 농사꾼이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공부하고 도시에서 23년간 영어전문학원을 운영하면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친 잘 나가는 학원장 겸 강사였다. 잘 가르친다는 소문에 항상 수강생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대학입시 경향이 바뀌면서 상황이 확 변했다. 학생들이 전 과목 성적관리를 위해 종합반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국ㆍ영ㆍ수 중심의 단과반 학원은 수강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박 대표는 결국 학원운영을 접고 귀향해 아버지가 경작하던 사과농장을 물려받았다. 몇 년후 사과나무를 캐내고 은행나무를 심었다. 한 해에 몇천만 원의 소득이 나오던 사과농사를 포기하고 은행나무를 심자 주변에서는 모두 ‘미쳤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도시생활에서 실패한 충격 때문일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주렁주렁 달린 은행열매와 동화나라 같은 조형물을 보고는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한다. 지난해 박 대표는 은행열매를 판매해 3천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는 15t 정도의 열매를 생산해 4천만 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을 이용한 체험활동도 준비 중이다. ◆왜 은행나무인가? 박 대표가 사과농사를 포기하고 은행나무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노후안정대책’을 생각하다가 은행나무를 선택했다. 은행은 장수목이면서 관리가 쉽다는 생각에서다. 한번 심으면 3대, 4대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나무라는 것에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연금을 넣는다는 생각으로 은행나무를 선택했다. 박 대표의 이런 생각에 확신을 준 것은 제주도 여행 중에 들린 ‘석부작박물관’이었다. 돌과 나무와 야생화, 방갈로가 어우러진 관광명소를 본 후 ‘나도 저런 명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때부터 은행나무를 가꾸면서 돌탑을 쌓고 전망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은행열매 생산이 시작되면서 가공사업도 준비 중이다. 은행국수를 비롯해 은행진액, 은행 된장ㆍ고추장ㆍ음료수 등의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은행나무 사촌은행나무숲의 굵은 은행열매(왼쪽)와 일반 은행열매. 일반 은행열매보다 3~4배 더 크다. 은행나무는 대표적인 장수목(長壽木) 이면서 버릴 것이 없다. 수령 천 년을 넘긴 나무도 많다. 혈액순환 개선과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한 폐를 튼튼하게 만들어 거담작용(가래제거)을 해 천식치료 효과도 있다고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 재배하기가 쉽고 수명이 길어 몇 대에 걸쳐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잎은 약제로, 열매는 식용, 나무는 성장속도가 빠르고 뒤틀림 현상이 없어 고급 가구나 공예품의 재료로 널리 쓰인다. 공해물질 정화능력으로 가로수로도 사랑받고 있다. ‘사촌은행나무숲’에는 1천여 그루 중에서 밤톨만 한 큰 열매가 열리는 특별한 나무가 있어 접목과 꺾꽂이를 통해 증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은행 알보다 3∼4배 커서 증식이 이루어지면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화나라를 만들다. 박정현 대표(왼쪽)가 오랜 친구인 배영식 시인과 함께 조형물과 농장운영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말은 박 대표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농장 곳곳에는 동화나라에서나 있을 것 같은 오색의 성벽과 전망대, 풍차, 배, 구름다리를 비롯한 많은 철재 조형물과 11개의 돌탑이 있다. 이것을 만드는데 꼬박 8년이 걸렸다. 철재 조형물들은 수시로 고물상을 뒤져서 구해 온 재활용자재다. 설계와 용접, 도색 등 모든 작업을 혼자 했다. 돌탑을 쌓는데 경운기 500여 대 분량의 돌이 들어갔다. 건축이나 토목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복잡한 구조물을 설계하고 시공을 하느냐고 묻자 “매일 저녁에 농장 옆에 흐르는 ‘미천’ 둑을 걸으면서 머릿속으로 설계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몰입하다 보니 산책하다가 하천 둑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용접작업 도중 3번이나 감전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사계절 농산물 종합체험장 조성 전통과 현대의 놀이, 농산물이 어우러지는 종합체험장을 만드는 것이 박 대표의 꿈이다. 자신이 가꾼 은행나무숲과 사촌마을의 문화유산, 인근의 과수원을 연계한 종합놀이와 체험을 겸한 농산물 판매장이다. 도시인들에게 농촌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잠시라도 휴식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농산물 판매를 통해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평생 수집해 온 수많은 골동품을 이용한 생활박물관을 만들어 전통문화를 보존하면서 시대의 변화상을 보여줄 계획이다.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하는 사촌은행나무숲 체험행사에 참여하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길을 걷는 멋과 은행열매를 구워 먹는 특별한 추억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농장명: 사촌은행나무숲 ▲농장주: 박정현 (2013 강소농) ▲구입ㆍ체험문의: 010-4300-8677, 054-833-1229 ▲소재지: 의성군 점곡면 중리들길 14-30 ▲이메일: bys3705@naver.com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야생화 향기 즐기며 정성담은 음식으로 힐링해요”

호애농원에서 돼지감자, 깻잎, 방풍나물로 만든 장아찌(위). 숙성중인 마늘종(아래). 임진왜란 당시 왜병들로부터 정절을 지키고자 마을 부녀자들이 천 길 낭떠러지에서 흩어지는 꽃잎처럼 몸을 날렸다는 전설을 품은 곳이 칠곡군 지천면 창평리에 있는 낙화담(落花潭)이다. 지금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인 지천지(枝川池)로 변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낙화담으로 부른다. 그 낙화담 옆에 아담한 집을 짓고, 농가 맛집과 야생화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강소농이 있다. 호애농원의 이태보(61) 대표와 남편 손제순(61)씨다. 남편은 강소농 자율모임체 ‘협동조합 칠칠곡곡’의 조합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3천㎡ 정도의 아담한 밭에 고사리와 명이나물, 두릅, 가죽나무 등 각종 채소류를 재배한다. 여기서 나오는 농산물을 직접 가공ㆍ판매하거나 체험용으로 활용한다. 농가맛집도 운영해 명실상부한 6차 산업형 농업으로 연간 5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알짜배기 강소농이다. 호애농원은 ‘호숫가 작은 언덕 위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향수병에 걸린 남편 호애농원이 있는 칠곡군 지천면은 남편 손제순 조합장의 고향이다. 대구로 나가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운수업에 종사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부모님이 운영하던 운수업을 승계해 청년CEO로 활동했다. 사업가의 능력을 알아본 부모님이 일찌감치 사업을 물려주고 경영수업을 시킨 것이다. 부모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고, 주변에서 성공한 사업가라는 말도 들었다. 사업은 순조로웠지만, 고향과 농촌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 이런 남편을 보고 이대표는 “당신은 향수병에 걸렸다”고 놀렸다. 결국, 잘나가던 운수업을 26년 만에 접고, 2006년 귀농을 결정했다. 남편은 농촌생활을 즐기려고 ‘귀촌’을 주장했지만 이대표의 눈에는 귀농으로 보였다. 귀농 후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남편을 믿었다. 농사일을 전혀 몰랐던 이대표로서는 걱정도 많았고, 농촌생활에 힘도 많이 들었다. 특히 터를 잡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 집을 짓고자 수도 없이 많은 농가주택을 둘러보고 장단점을 검토한 끝에 지금의 집을 건축했다. 이 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그때 다른 곳을 견학하고,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도면을 그리고 고민했던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움이었어요.”라고 말한다. ◆맛과 정성을 담는 ‘호애담’ 농가맛집 이대표의 음식 솜씨는 남다르다. 아무 음식재료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맛있는 음식으로 변한다. 음식재료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재료의 특성을 살려 뚝딱 만들어 낸다. 주변에서 ‘식당을 해보라’고 권했다. 3년 전 ‘호애담’이라는 농가맛집을 열었다. 음식 솜씨가 좋고,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는 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방백숙과 돼지와 오리 황토 바비큐가 주메뉴지만, 주문하면 어떤 음식이라도 내놓는다. 너무 많은 손님을 받으면 정성이 담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하루에 2팀만 받는다. 수입은 적지만, 손님들에게 정성이 담긴 음식만을 대접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에 예약해야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할 수 있는 품격있는 농가맛집이다. 한방백숙과 오리 바비큐는 마리당 5만 원, 돼지바비큐는 1인당 2만 원으로 맛과 가성비가 좋다는 소문에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야생화 체험장, 독도분경 전시 이태보 대표의 남편 손제순씨가 호애농원을 찾은 체험객들에게 야생화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호애농원에는 6백여㎡ 남짓한 비닐하우스가 있다. 여기에 수많은 야생화가 있다. 은방울꽃을 비롯해 둥굴레, 동강할미꽃, 한라부추 등 4백여 가지에 이른다. 이곳에서 어린이들과 가족단위로 야생화 체험을 한다. 이대표는 현재 ‘칠곡들풀사랑연구회 회장’과 ‘경북도 우리꽃지킴이 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야생화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야생화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첫 번째가 건강이다. 꽃들을 가꾸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었고, 퇴행성관절염과 안구건조증도 없어졌다. 2008년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생활원예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2012년에는 독도분경(盆景: 돌과 모래 등으로 산수의 경치를 꾸미어 놓은 분이나 분재)을 제작해 경북도농업기술원 현관에 전시하기도 했다. 이대표는 “독도 분경을 만들면서 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이 솟아나 가슴 뿌듯함을 느꼈지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만큼 가슴이 두근거려요”라면서 얼굴을 붉힌다. ◆장아찌는 우리의 전통음식 호애농원 이태보 대표가 직거래 장터에서 농장에서 만든 장아찌를 판매하고 있다. 장아찌는 김치, 된장과 함께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 우리민족 고유의 음식이다. 발효과정을 거치면서도 재료 본연의 고유한 맛을 잃지 않고 향미를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아찌는 많은 사람이 짜다는 것과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수분이 많은 음식재료를 장기간 보존하고자 개발된 음식이라 소금을 많이 넣어야만 오래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애농원에서는 저염식으로 장아찌를 만든다. 짠맛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저염식 장아찌는 섭씨 0.5도에서 장기간 저온숙성을 시키고, 3개월에 한 번씩 장아찌를 건져내고 그 물을 끓인 후 식혀서 다시 넣기를 반복한다. 저염식이기 때문에 맛의 변질을 막기 위한 관리법이다. 만드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하다. 간장과 식초 설탕을 같은 비율로 혼합하고 방부제 역할을 하는 소주를 첨가한 다음 식재료를 넣고 숙성을 시키면 된다. 이대표는 고객들에게 저염식 장아찌 레시피를 알려주고 집에서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은 집에서는 그 맛이 나지 않는다면서 항상 이곳에 주문한다. 그 이유를 물으면 ‘손맛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그 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경북농업기술원과 칠곡농업기술센터의 식품가공교육을 통해 제조법을 배우고 집에서 많은 실습과정을 통해서 터득했을 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겸손해한다. 칡과 생강, 산 도라지로 만든 수제 조청도 인기가 많다. ◆영양사들도 찾아오는 체험학습농장 호애농원의 체험활동은 인근에 소문이 자자하다. 주로 어린이와 가족, 사회단체 회원, 소비자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선생님들도 자주 체험활동에 참가한다. 체험활동은 크게 음식체험과 야생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다. 음식체험은 장아찌와 고추장, 청국장, 김장 담그기 등 슬로푸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야생화체험은 야생화에 대한 기본교육과 야생화 화분, 분경 만들기와 야생화 제자리 돌려주기도 함께한다. 도자기 체험은 화분과 연필꽂이, 접시 등을 만들면서 어린이들에게 흙을 직접 만지게 함으로써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기 위한 체험이다. ◆야생화 군락지 조성이 꿈 이대표는 “향수병에 걸린 남편을 따라 귀농을 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이제는 나 자신이 농촌을 더 좋아하게 됐다”며 “큰 욕심없이 자연에 순응해 건강하게 농촌생활을 즐기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말한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농장 뒷산에 야생화 군락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곳에 사시사철 우리 꽃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와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농장명: 호애농원 ▲농장주: 이태보(2017강소농) ▲구입문의: 010-4877-4524 ▲블로그: https://blog.naver.com/tbo5579 ▲소재지: 칠곡군 지천면 지천로 386 ▲이메일: taebolee@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자연 속 ‘느림’ 경험하며 진정한 휴식 느껴보세요”

연원당 간판 모습. 경산시 용성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성이 있다. 해발 435m 용산(龍山)의 정상부를 둘러 축성된 용성산성이다. 삼국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인접한 달구벌(대구)을 지키는 산성이다. 이곳 용산산성 밑에서 자연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강소농이 있다. 박선옥(58)ㆍ양동식(61) 부부가 운영하는 자연형 치유농장 ‘연원당 농원’이다. 부부는 이곳에서 벼농사 4만㎡와 대추 2천㎡, 복숭아 3천6백㎡, 살구 1천3백㎡를 재배하면서 자연형 치유농장을 운영해 연간 5천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자연을 닮은 부부 ‘부부는 닮는다’라는 말이 있다. 연원당 농원의 주인 박선옥(58)ㆍ양동식(61) 부부가 그렇다. 부부는 경산출신이다. 남편은 대구의 회사원이었고, 아내는 미용실을 운영했다. 결혼한 후 부부는 늘 농촌생활을 꿈꾸었다. 자녀들이 학업을 다 마치면 귀촌하기로 약속했다. 농촌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 후, 주말이면 맘에 꼭 드는 장소를 찾고자 전국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가 결국 고향인 경산에 정착했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용성면의 용산(龍山)이 마음을 붙잡았다. 부부는 주변 산천과 잘 어울리는 곳에 터를 잡고 둥근 흙집을 지었다. 황토와 나무만 사용했다. 부부가 함께 설계를 하고, 함께 지었다. 그 결과 자연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담은 ‘연원당 농원’이 탄생했다. ‘연원당(然園堂)’은 ‘진솔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면서 우주의 참된 기운이 가득한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에서 박선옥대표는 체험과 치유교육을 담당하고, 남편은 벼와 대추, 살구,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이들 부부는 자연에 동화되어 살면서, 점점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연원당은 천상의 화원 연원당 농원에는 유난히 꽃이 많다. 이른 봄 매화를 시작으로 계절마다 줄줄이 이어서 피어난다. 작약과 생강나무, 봉선화, 꽃무릇, 히어리, 금잔화 등 일년생 꽃을 비롯해 다년생 꽃나무까지 무려 210여 종에 이르러 마치 꽃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왜 이렇게 꽃을 많이 심었느냐? 는 물음에 박대표는 “꽃은 땅이 웃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꽃은 땅이 가장 즐거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서 모든 사람들이 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꽃은 우리 연원당이 추구하는 치유와 꼭 맞는 파트너”라고 설명한다. 박대표는 꽃차 자격증을 가진 ‘허브 바리스타’다. 꽃차를 만든 경력이 20년이나 된다. 연원당 농원에 있는 모든 꽃과 뿌리는 꽃차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꽃에 대한 욕심이 많다. 새로운 꽃을 보면 씨앗을 받아 오거나, 뿌리를 얻어오든지…. 어떻게 해서라도 구해온다. 그래서일까 부부의 얼굴도 꽃처럼 평온하고 맑다. ◆마음이 편해지는 치유농원 사람들은 연원당 농원에 오면 좋은 터의 느낌이 난다고 한다. 덕분에 풍수지리 교육생들의 답사기행 단골코스가 되었다. 체험객들도 이곳에 오면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거리를 술술 풀어놓는다. 마음을 열고,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가슴앓이를 풀어헤쳐 놓고 후련해한다. 체험객들은 한결같이 연원당 농원에서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잠시라도 현실의 걱정을 내려놓는다. 그래서일까? 한 번 다녀간 후 대부분 재방문을 한다. “둥근 흙집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는 체험객들의 요구가 빗발쳐 황토방 민박도 한다. 흙집에서 자고, 농장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자연음식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체험이다. ◆자연형 치유체험 프로그램 치유농원인 연원당에서 어린이들이 쑥떡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연원당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다양한 치유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연원당 농원의 치유체험은 자연에 순응하는 프로그램이다. 집 주위에 조성한 황톳길과 자갈길을 느릿느릿 맨발로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약선요리를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면서 소박한 대화를 한다. 이런 ‘느림’의 과정을 통해 마음속에 있는 번잡한 세상의 찌꺼기를 걷어낸다. 어린이들은 논두렁길을 걸으면서 메뚜기를 잡고, 개울에서 미꾸라지를 잡는다. 풍선놀이와 투호던지기 같은 전통놀이를 통해 추억을 쌓는다. 요리체험을 통하여 음식의 소중함을 직접 느끼게 하고, 입맛을 바꿔 식생활 개선도 이끈다. 올해부터는 슬로푸드 체험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장류인 고추장 만들기와 마음이 따뜻해지는 떡국요리,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비빔밥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치유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또한, 농산물 수확체험과 치유의 숲 체험, 꽃차와 야생화체험을 통하여 새로운 이야기보따리를 만드는 힐링체험교육장도 운영한다. ◆농원의 슬로푸드, 된장은행과 무 조청 연원당에서 운영하는 된장은행. 박선옥 대표와 남편 양동식씨가 된장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연원당 농원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반대로 ‘느림’을 즐긴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슬로푸드로 무조청과 된장은행이 있다. 무조청은 박대표가 결혼 후 4대가 한집에 살면서 시할머니로부터 솜씨를 배웠다. 단순히 가족 건강음식으로 만들어 먹으며 블로그에 소개했더니, ‘사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판매용이 아니라며 정중히 사양했지만, 끈질기게 조르는 고객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판매를 시작했다. 연원당 농원에서 생산된 수제 복숭아잼. 된장은행은 고객들과 함께 된장을 만든 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내주는 주문식이다. 농장에서 생산한 콩을 가마솥에 삶아 만든 메주를 황토집에서 띄운 후 음력 정월에 예약한 고객들과 함께 된장을 담근다. 고객들은 충분히 숙성되는 11월까지 농장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찾아간다. 해마다 참여고객이 늘어나지만, 보관장소와 정성을 들여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 40가정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추즙과 도라지청, 약 고추장, 간장, 엿기름, 복숭아잼 등도 고객들의 체험을 통해 함께 만들어 판매한다. ◆작은 결혼식장 개방 연원당의 앞마당은 누구에게나 작은 결혼식장으로 개방한다. 다만, 전통혼례식이어야 한다. 자연형 치유농원을 표방하는 연원당의 운영방침이다. 박대표의 장녀도 이곳에서 전통혼례를 했다. 좋은 터, 편안한 곳에서 결혼식을 하자는 부부의 의견에 사돈댁에서도 흔쾌히 동의했다. 큰딸의 결혼식은 말 그대로 잔치였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4시까지 온종일 이어졌다. 전통혼례와 공연, 식사 등 모든 축하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뛰어노는 우리 전통의 잔치였다. 그 소문이 퍼져 요즘 예약상담도 솔솔찮게 들어오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연원당 농원은 4만㎡의 벼농사를 짓다 보니 생산량이 만만찮다. 그러나 모두 햇볕에 자연 건조하고 즉시 찧어 직거래로 판매한다. 이렇게 생산한 귀한 쌀의 일부는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쌀 나눔행사’를 한다. 박대표의 재능기부 역사는 길다. 경산에서 미용실을 운영할 때부터 장애인복지관에서 정기적으로 미용봉사 활동을 했다. 병원과 인근 가정을 찾아가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재능기부를 했다. 지금도 마을에서 몸이 아파 누워있는 환자를 찾아가 미용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치유는 약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눔을 실천할 때 더 크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 또한, 박대표는 초등학교에서 아동 요리치유, 심리상담 강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박대표 부부의 꿈은 소박하다. 운영 중인 연원당 농장을 알차고 내실있게 운영해 체험객들에게는 특화된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농산물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정성을 담은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꽃과 치유의 숲을 소재로 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특화된 치유프로그램과 나눔을 통해 누구나 쉽게 드나들고,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할 수 있는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농장명: 연원당 농원 ▲농장주: 박선옥(2013강소농) ▲구매문의: 010-9989-3989 ▲블로그: https://blog.naver.com/ywdfarm▲홈페이지: 연원당농원.kr ▲소재지: 경산시 용성면 새골길 43 ▲이메일: ywdfarm@naver.com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속까지 알찬 호두, 철저한 품질관리가 답이죠”

김현인 대표의 어머니 오성자(77)씨가 갓 수확한 호두를 들고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웃고 있다. 지리산 천황봉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의 힘찬 기운이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삼도봉(1천177m). 그 주변은 우리나라 최대의 호두 집산지다. 삼도봉은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경북 김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적당한 고도 때문에 영동과 무주, 김천에서 생산되는 호두는 품질과 수량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김천은 전국 호두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두하면 최초 재배지인 천안보다 김천이 더 유명한 곳이다. 삼도봉 아래 해발 4백m 지점인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에 호두 강소농이 있다. ‘산할아버지농장’의 김현인(45) 대표다. 1만6천500㎡에 이르는 농장에 호두를 재배해 연간 1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스타강사 대신 호두농사 ‘산할아버지’ 호두농장 김대표는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가 고향이다. 아버지는 산에서 약초를 캐고 호두농사를 지어 아들을 대구로 유학 보냈다. 김대표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 13년간 논술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논술학원을 직접 운영하는 등 잘 나가는 스타강사였다. 그 스타강사가 어느 날 갑자기 ‘농사를 짓겠다’ 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들의 귀농을 탐탁잖게 여겼다. 아들만큼은 도시에서 편한 생활을 하기를 바랐다. 2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아버지의 눈에는 어설픈 농사꾼으로만 보였다.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아들은 다시 도시로 나갔다. 논술강사로 생활하면서도 농촌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 또다시 가족을 설득하는 등 힘든 과정을 거친 후 농촌으로 돌아와 완전히 정착했다. 김대표는 그동안 많은 영농교육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차츰 농사꾼으로 변해갔다. 지금은 어디를 가나 ‘실력있는 청년 농사꾼’으로 인정받는다. 특히 인터넷을 활용한 농산물의 홍보와 판매에 대해서는 최고수준이다. 무엇보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는 농사꾼이 되었다. ◆호두나무는 장수하는 과실나무 나무에 달린 호두. 수확 후 겉껍질을 벗기고 건조해 판매한다. 호두나무는 경제 수명이 80년 정도로 장수하는 과실나무다. 백 년을 넘기는 나무도 수두룩하다.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에서 손자와 증손자가 수확하는 것이 바로 호두나무다. 김대표의 농장에도 백 년을 넘긴 호두나무가 다섯 그루나 있다. 아직도 한 그루에서 120㎏을 생산한다. 고령의 다섯 그루는 아마도 증조할아버지나 고조할아버지가 심었을 것이다. 아직도 늠름한 모습이라 몇십 년은 거뜬할 것 같다. 어쩌면 김대표의 손자까지도 이 나무 아래서 호두를 주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두나무는 손자를 위해 심는 나무라고 한다. 김대표도 윗대 할아버지가 심은 호두나무의 열매를 먹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 품앗이로 상생발전 문학과 농사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줄 알았다. 호두를 키우는데 시(詩)가 무슨 소용이 있고, 소설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문학이 농사를 만나자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문학을 공부한 덕분에 김대표의 블로그는 매우 감성적이다. 단순히 호두에 대한 홍보와 판매공간만이 아니라, 고객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대표가 중심이 되어 38명의 강소농들이 참여하여 ‘김천소셜 세일즈반’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을 통해 회원들은 인터넷 품앗이를 한다. 회원들이 서로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함으로써 상위권에 노출되도록 하여 판매와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블로그 활동이 미숙한 회원들의 블로그를 검토해 미비점을 보완해주고, 고객들이 선호하는 키워드를 함께 만들기도 한다. 현대판 품앗이인 셈이다. ◆철저한 품질관리 김현인 대표가 수확한 호두와 호두 기름을 살펴보고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라는 속담처럼 호두 속은 아무도 모른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도 호두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호두는 까봐야 안다. 그래서 고객들로부터 간혹 불만(complain)이 들어온다. 철저한 품질관리만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김대표는 완벽한 품질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한다. 완전히 익은 호두를 수확하고, 크기에 따라 대ㆍ중ㆍ소로 선별한다. 정밀한 전자저울을 이용해 일일이 호두의 무게를 잰다. 이렇게 해서 크기에 비하여 가벼운 호두를 골라낸다. 속이 비어 있거나 알이 차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저한 선별 덕분에 고객들의 불만은 없어졌다. 처음 김대표가 호두를 크기별로 선별할 때만 해도 마을 사람들은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핀잔을 주었으나, 이제는 모두 따라한다. 상품(上品)에 하품(下品)이 섞이면, 모두가 하품이 된다는 김대표의 주장에 공감한 것이다. ◆호두와 칡즙 김현인 대표의 아버지 김대진(80)씨가 야생 칡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런 칡으로 칡즙을 만들어 판매한다. 최근 호두와 칡은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호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관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내는 식품으로 알려졌다. ‘타임’지에서 인체에 면역력을 높여주고 산화를 늦추는 세계 10대 슈퍼식품으로 소개하면서 건강식품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농장의 또 다른 상품은 칡즙이다. 칡즙에는 여성호르몬이 많아 갱년기 여성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칡은 주로 겨울에 아버지(김대진ㆍ80)와 함께 캔다. 베테랑인 아버지는 하루에 100kg 정도를 캐지만, 김대표는 아버지의 절반도 캐지 못한다. 대신에 칡즙 판매는 김대표 몫이다. 아버지 김대진씨는 평생 산을 친구삼아 살아왔다. 산나물을 뜯고 약초를 캤다. 올해로 80의 나이지만 산에만 가면 청년이 된다. 젊어서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산판(벌목작업) 일도 했다. 그러니 산과 한 몸이 된듯하다. 김대표는 호두를 재배하고 칡을 캐는 일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농장 이름도 아버지를 모델로 ‘산할아버지농장’으로 지었다. ◆쉽고도 어려운 호두농사 호두는 쉬우면서도 참 어려운 농사다. 흔히들 호두는 나무만 심어놓고 기다리면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호두나무는 아무 곳에나 심어도 잘 자라고, 농약을 많이 치지도 않는다. 다른 과수와 달리 전정작업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 친화형 과실나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호두는 심은 후 7∼8년이 지나야 열매가 열리고, 10년은 넘어야 본격적인 수확이 가능한 장기투자 작목이다. 무려 10년간 소득이 없으니 끈기가 없으면 못한다. 호두는 수확도 어렵고 위험한 작업이다.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장대로 따야 한다. 특히 산지에 심은 호두나무 수확은 더 어렵고 위험하다. 그래서 쉽고도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종합놀이체험장 조성이 꿈 김대표는 먹거리로 호두의 가치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놀이용 식품으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호두과자, 파이, 마카롱 만들기 체험을 통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호두와 친숙하게 하여 소비층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넓은 호두농장을 활용해 조랑말과 앵무새, 토끼 등의 동물을 연계한 종합 놀이체험장을 만드는 것을 계획 중이다. 또한, 체험객들을 마을과 연계해 이웃농가의 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생산과 체험, 농산물 판매를 융합해 나가는 것이 김대표의 꿈이다. ▲농장명: 산할아버지 농장 ▲농장주: 김현인(2014강소농) ▲구입문의: 010-4143-2464 ▲블로그: https://blog.naver.com/sanpapa1 ▲소재지: 김천시 부항면 해인길 36 ▲이메일: sunsu10004@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ilsok@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