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성과 유연성의 차이

1883년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가 콩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 후부터 서구 열강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점유분쟁은 본격 시작됐다. 탐욕의 결과는 비참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본래의 생활권과 관계없이, 부족 경계와 사회적 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의적인 국경선은 같은 부족을 서로 다른 나라로 찢어지게 만들었고 또 앙숙관계에 있는 다른 부족들을 같은 나라로 편입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종족 간 갈등을 야기시켜 내전의 원인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국민 통합과 전체 아프리카 통합에 걸림돌이 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미ㆍ소 양국은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었다. 이 경계선은 군사적 목적에 따른 일시적 편의를 위해 책정된 것이었지만, 한민족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민족적 비극과 고통을 안겨 주었다. 사실 국가가 되었든, 민족이 되었든, 그 어떤 통합체 간의 경계선은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 환경의 상호 작용의 결과물이어야 가장 자연스럽다. 법이나 사회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제도주의 이론에 제도는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또한 각종 제도들은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탄생된다고 본다. 제도의 영향력은 ‘노갈레스(Nogales)’라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인종과 역사와 문화가 같은 노갈레스는 담장 하나를 두고 미국 애리조나 주 노갈레스 시와 멕시코 소노라 주 노갈레스 시로 나눠져 있다. 한쪽 주민은 평균 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지만, 다른 쪽은 소득 수준이 3분의 1에 불과하다. 인종과 역사와 문화가 같은 두 지역의 극명한 차이는 담장 하나가 만든 미국과 멕시코라는 국가제도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 이처럼 제도의 차이는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의 번영까지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최저임금’이라는 제도가 핫이슈로 부상했다. 최저임금제는 열악한 근로 환경과 낮은 임금을 이유로 최소한의 생계도 유지하지 못하는 근로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다분히 규제정책의 성격이 짙다. 규제정책은 개인 또는 집단의 특정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반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그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의 혜택으로 실질적인 소득이 증가한 분야도 있지만 임금인상을 원가나 비용의 인상으로 인식하여 일자리를 줄인 분야도 있다. 편의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는 직영 편의점의 알바 경쟁은 몇 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가하면, 가맹 편의점의 경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용을 줄이고 가족 끼리 교대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예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취지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여 진다. 매년 ‘십원’ 단위까지 결정된 최저임금이 고시된다. 최저임금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다소 획일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결정에 관한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의 상ㆍ하한선을 먼저 정한다는 점에서는 제도의 유연성이 느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최저임금제도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선처럼 시원한 직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다소 꼬불꼬불하더라도 함께 선을 그으며 갈 수 있는 제도였으면 좋겠다. 또 노동의 가치가 왜곡되지 않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소외받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실질적인 노동자들도 함께 보호되었으면 좋겠다. 괴테는 “노동은 세 개의 큰 악(惡)인 지루함, 부도덕, 그리고 가난을 제거한다”고 말했다. 지루함, 부도덕, 그리고 가난을 제거할 수 ‘노동이 있는 일자리’, 그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는 최저임금제도가 만들어져서 더 이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사회갈등의 중심에 놓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상철 자유기고가

대구를 ‘유니콘 기업’의 성지로

미국의 시장조사 리서치 기관 ‘CB Insight’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0월 기준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이하 유니콘 기업)은 290개 사, 그중 한국 스타트업은 4개로 단 1%이다. 2014년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되고 대기업, 민간, 정부가 창업생태계 조성에 일조함으로써 스타트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창업생태계를 갖춰 온 국가들을 추격하긴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수도권에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등이 집중되면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창업 인프라가 점차 갖춰지고 있다. 하지만 창업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다른 지역들, 그리고 우리 대구에서는 어떻게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유니콘 기업의 조건은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와 만나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창업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짚어 볼 수 있다. 먼저 대구에는 많은 창업지원 기관이 있어 정부ㆍ지자체 주도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 교육 및 멘토링, 지원금을 받기엔 아주 좋은 지역이다. 대구에서 진행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자 타지역에서도 많이 이전해오며, 전략적으로 대구에서 창업을 시작하는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반면에 투자생태계는 활성화돼 있지 않아 큰 자금을 유치하긴 어렵다. 많은 스타트업이 시제품 제작 단계까지는 잘 진행하지만, 양산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큰 자금을 필요로 하는데, 지원금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큰 투자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대구에는 개인 및 개인투자조합, 6개의 액셀러레이터 등이 스타트업에 엔젤투자와 시드투자를 하며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의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두 번째 문제는 스타성을 가진 스타트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구는 30~40년 전에 한국의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있는 도시였으며, 지금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대구의 기업에 투자할 정도로 많은 잠룡이 숨어있다.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이 기업들이 스타가 될 수 있는 발판은 아직 충분치 않다. 잠룡을 유니콘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스타트업에는 대구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가 정신과 긍정적인 창업인식 확산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대구의 대표적 육성사업인 자율주행 자동차, 에너지, 섬유와 같이 강점이 있는 특정 산업의 기업을 대구에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대구가 유니콘 기업의 성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대구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창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의 창업기업 수도, 창업기업에 투자되는 금액도 나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일조하고 있는 대구 최초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구혁신센터) C-LAB은 7기까지 운영하면서 106개 사를 발굴, 보육 및 투자했다. C-LAB은 올해 기준 내부투자유치 129억7천만 원, 외부투자유치 231억8천만 원, 신규채용 384명, 매출 490억 원의 성과를 창출하는 등 잠재적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또 대구혁신센터는 투자생태계 조성을 위해 올해 대구혁신스타트업 1호 개인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리더스포럼 등 다양한 IR(기업설명회) 피칭 행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대구의 좋은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구혁신센터만의 성장사다리 체계를 통해 성장 초기 단계의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중 대규모 투자유치, 글로벌 대회 수상, 폭발적인 매출 증가 등 좋은 성과를 이룩하는 기업들이 많아 추후 대구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는 희소식이 조만간 들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대구혁신센터는 유니콘의 새싹이 보이는 스타트업이 충분히 초석을 다져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지역 창업 허브 기능을 충실히 해 국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우수 스타트업 육성의 최전방에서 노력할 것이다.연규황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통계의 양면성

청소년의 사고력을 키우고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나 기관에서 추천하는 권장도서가 있다. 요즘은 지식과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청소년들이 원하는 책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 당시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중 대표적인 것으로 ‘그리스ㆍ로마신화’가 있었는데, 이 책에는 수많은 신(神)들과 요정, 영웅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였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이로 인해 서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신들은 그리스와 로마를 넘나들며 존재했던 것 같다. 올림포스산의 주인이며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로마신화에서는 주피터로 등장하고,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는 그리스신화의 아프로디테인 것처럼 그리스의 신들은 대부분 로마신화에도 여전히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리스신화에는 없고 로마신화에만 존재하는 신이 한 명 있었으니, 이가 바로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야누스를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 등 주로 문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모든 종교의식에서 여러 신 중 가장 먼저 제물을 바치고 숭배하였다고 한다. 영어로 1월인 January는 야누스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과거를 추억하고 다가오는 미래의 희망을 가져보는 달로 기념하기 위한 의미라고 한다. 또한 행동과 말이 다른 이중인격자를 ‘야누스의 얼굴(Janus face)’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야누스의 두 얼굴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여 통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거의 온종일 통계에 파묻혀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에 물가와 관련된 보도가 발표되면 시청자들은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정부의 효과적인 물가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일기예보에서 비 올 확률이 높다고 하면 우산을 미리 준비해서 외출한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은 모두 통계라는 것을 통해서 얻게 된다. 하지만,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통계는 어떤 목적이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수량적 정보를 말한다. 즉, 인구나 물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수집된 각종 수치자료를 적절한 방법으로 요약하거나 가공해서 나오는 정보가 바로 통계인 것이다. 통계는 어떤 사실을 확인하거나 현 상태에서 얻어진 사실이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되었는지를 규명할 경우, 그리고 어떤 집단이나 경제ㆍ사회현상에 숨어 있는 규칙성을 발견할 경우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한, 통계는 대화의 수단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통계에 대한 막연한 신뢰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연설에서 통계를 적절히 이용하면 청중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심어주게 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웅변가들은 자신의 신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화려한 미사여구뿐만 아니라 통계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지만, 허위성을 내포하여 고의로 통계를 오용한다면 사실을 왜곡하여 부풀리거나 전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렇듯 통계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매력(魅力)과 마력(魔力)의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즉, 통계는 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우리의 삶의 질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매력적인 정보가 될 수 있지만, 왜곡하여 잘못 오용한다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릇된 결정으로 피해가 심각해지는 마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만약 그리스ㆍ로마시대의 야누스가 부활하여 요즘 시대에 살게 된다면, 매력과 마력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통계야말로 자신보다 더 양면성이 심하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야누스는 통계의 매력에는 푹 빠져도 마력에는 절대 빠져들지 않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우리에게 요구할지도 모르겠다.정동명동북지방통계청장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가입자가 5천만 명을 돌파하고 사실상 국민 1인당 1폰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쉽게 사진을 찍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대구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많은 사진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16일 폐막한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에는 세계 각국의 사진가들이 출품한 1천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었다. 주관처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집계에 의하면 올해는 2016년의 관람객 6만 명을 넘는 10만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작가나 평론가들의 경우에는 관람객의 숫자보다 전시 내용의 질적 수준을 더 중요시하기도 한다. 그래도 행정적인 척도로는 방문객 숫자를 중요시한다. 국제 행사이므로 외국인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도 봐야 한다. 우리들만의 잔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특징을 돌아보면 첫째로 세계적인 사진가 250여 명의 작품과 컬렉션이 주제전 ‘신화 다시 쓰기’와 특별전을 통해 제시된 것이 특징이었다. 현재의 가치관과 사회현상을 사진이라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진단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비엔날레 본연의 가치에 적합한 전시였다고 할 수 있겠다. 둘째로는 2년마다 열리는 사진예술의 향연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등 여러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는 점이다. 대구 시내 다수의 갤러리와 화랑협회 주관으로 모두 47개의 공간에서 동시에 사진전이 있었다. 프린지 포토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사진 관련 전시가 이처럼 대구 전역에서 한꺼번에 펼쳐진 것도 드문 일이었다. 지난 4월 일본 교토 시내 여러 곳에서 펼쳐진 국제사진축제 ‘교토피아’를 참고했다지만 대구도 좋은 결과를 남겼다. 프로 사진가는 물론이고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도 당당히 자신만의 특별한 전시공간을 꾸미고 작품을 선보였다. 셋째로는 다채로운 사진 이벤트와 워크숍을 손꼽을 수 있겠는데 그전에도 있었던 ‘포트폴리오 리뷰’ 프로그램은 60여 명의 국내외 사진가들이 참여하여 세계적인 사진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미래의 거장을 발굴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3회에 걸쳐 진행된 ‘토크콘서트 사진가와의 만남’도 있었다. 국제 심포지엄도 대구미술관 강당에서 사진예술에 대한 정체성과 경향에 대한 내용으로 열렸다. 그러나 최근의 현대사진을 예술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대구비엔날레 나름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가을에는 유난히 좋은 전시가 전국 각지에서 많이 열렸다. 대부분의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몰려 있고 지자체마다 대규모 문화ㆍ미술 행사를 경쟁적으로 열었다.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으로 업무가 이관돼 개최하는 첫해였던 관계로 홍보를 비롯한 소소한 부분에서는 빈틈도 다수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진계를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06년 시작하여 12년 동안 사진만의 장르로 이처럼 끌어오며 국내 유일의 사진비엔날레이자 전국 최고의 사진 행사로 성장시킨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한 국제 행사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힌 데 있다. 이제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동안의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담아야 할 물리적 공간인 사진 미술관 또는 사진 박물관 건립을 꿈꾸어야 한다. 사진은 이제 시공간을 기록한다는 사진 본연의 기능에서 더 나아가서 이 시대의 문화와 담론을 이끌어 가고 있다. 동시대를 상징하고 증거하는 또 다른 언어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사진은 현실을 복제하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재구성돼 어느 듯 강력한 힘을 획득했다. 그러한 바탕 위에 아시아 최대의 사진축제로 자리 잡은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더욱 성장해 나아갈 것이다. 박순국 언론인, 사진가

미세먼지에 안전한 ‘대구 만들기’

오랜만에 내린 시원한 빗줄기가 대기 중에 떠다니는 불순물을 깨끗이 씻어 놓은 듯하다. 비가 개고 말개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올려다본 하늘은 더 높아지고 푸르러진 듯하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처럼 맑고 깨끗한 공기가 언제 다시 또 혼탁해지고 시민의 건강을 해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몇 년 전부터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앞선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미세먼지를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일기예보에도 빠짐없이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기준은 초미세먼지라 불리는 PM2.5(입자의 크기가 2.5㎛ 이하)의 경우 일평균 35㎍/㎥ (1㎍=0.001㎎), 연평균 15㎍/㎥ 이하이다. 일기예보에는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0∼15㎍/㎥는 좋음, 16∼35㎍/㎥는 보통, 36∼75㎍/㎥는 나쁨, 76㎍/㎥ 이상은 매우나쁨으로 예보한다. 대구시는 2022년까지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17㎍/㎥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목표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미세먼지 발생원인의 약 90% 정도가 중국발 스모그, 황사, 화력발전소 등 외부요인이므로, 미세먼지 농도를 우리 시의 의도대로 쉽게 감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는 어쨌든 최대한 내부원인을 줄여야 한다. 미세먼지 저감정책은 발생을 줄이는 예방정책과 시민건강을 지키는 안전대책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예방정책은 미세먼지 발생원인 노후자동차와 배출사업소 등에 대해 지도를 통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후경유차의 조기폐차 유도 및 매연저감 장치를 부착하고 건설사업장, 산업단지 미세먼지에 대해 책임저감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도로의 비산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하수재이용수 및 지하수를 이용하여 노면을 청결히 하는 클린로드시스템을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재비산 먼지 흡입청소차 운영 등 재비산 먼지를 제거하는 작업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100개 도시숲을 조성하고, 1천만 그루 나무심기, 푸른 옥상 가꾸기, 친수공간 조성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이다. 안전대책은 시민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 측정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여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세먼지 측정망을 매년 확충하고 공원, 학교, 지하철 역사 등 다중이용시설에 미세먼지 신호등을 설치해 미세먼지 예ㆍ경보제를 강화 할 계획이다. 또한 어린이집, 경로당에는 공기청정기 설치 및 보건용 마스크를 보급하고 미세먼지‘나쁨’시 어린이집, 초ㆍ중ㆍ고등학교 등 민감계층 관련기관에 문자를 통보하여 시민건강을 사전에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도 외부요인의 저감 없이는 미세먼지를 더 이상 낮출 수 없기에 환경부 등 중앙부처를 통해 중국의 미세먼지 발생원을 줄여나가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부분이기에 지속적으로 중앙정부에 건의해 나갈 계획이다. 긍정적 신호는 중국도 자국 국민의 건강을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하여 대기오염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중국의 미세먼지 발생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당분간 미세먼지가 주요한 환경이슈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을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시민이 동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깨끗한 대기환경을 위해 시민들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 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또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일 때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기오염이 심한 곳을 피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깨끗이 씻기, 환기ㆍ물청소 등 실내 공기질 관리하기, 물과 과일ㆍ야채 등을 섭취하여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요령도 실천해 주기를 부탁 드린다. 대구시와 시민이 함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력한다면 미세먼지는 확연히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시는 환경문제가 시민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인식하에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데 온 행정력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강점문대구시 녹색환경국장

21세기는 뇌의 시대다

인간의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IQ(Intelligence Quotient), EQ(Emotional Quotient), M.I(Multiple Intelligence)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은 두뇌활용능력을 측정해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IQ는 학업성취도를 중심으로 미래의 성공 여부를 예언하기 때문에 인지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어 인간의 전반적인 능력을 측정하지 못하고 EQ는 정서와 관련된 측면을 중점을 두어 다른 영역의 능력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M.I는 기존에 학습자의 특정 부분만 중시하던 IQ와 EQ와는 달리, 학생 능력, 적성, 수준 등을 고려한 맞춤형 개별화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음에도 실험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분류했기 때문에, 하나의 정교한 이론이라기보다는 이론적 틀이나 제안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뇌과학, 신경과학, 뇌신경생리학 등이 발달함에 따라 PET, fMRI 등 다양한 뇌 영상화(Brian Imaging)를 통해 두뇌활용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고 사용하기가 매우 어려워 기업, 학교 등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 특히 뇌발달적 근거에 입각한 인간의 두뇌활용능력을 검사하는 BQ(Brian Quotient)를 개발함으로써 인지, 정서, 신체적 측면 등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측정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BQ 외에도 좌뇌형 또는 우뇌형을 판별하는 뇌선호도 검사, 뇌기능 분화 검사 등은 지필형 검사도구이기 때문에, 검사 소요시간도 매우 길고 채점도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측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뇌파 검사는 대뇌 기능을 평가하는 가장 우수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서, 뇌의 상태를 분석하여 증상에 대한 처방까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뇌파 검사인 BQ TEST(뇌기능 분석)는 기초율동지수, 자기조절지수, 주의지수, 활성지수, 정서지수, 항스트레스 지수, 좌우뇌균형 지수 등을 파악함으로써 뇌의 각성 정도, 활성 상태, 균형 정도 등 현재 뇌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뇌기능 분석은 측정 과정에 대해서만 뇌파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인간의 두뇌활용능력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뇌파를 측정하는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간의 능력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SB(Smart Brain)를 개발하였다. 최근에 개발하여 SB에 탑재된 Brain Test(BTㆍ뇌파를 이용한 두뇌활용능력 검사)는 세계적인 신경생리학자 엘크호논 골드버그 뉴욕대 의대 교수와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연구 개발한 인지능력 검사로서, 일반 상태, 문제 해결 과정 상태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뇌파를 측정함으로써 인간의 두뇌활용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뇌파를 이용한 두뇌활용능력 검사를 통해 두뇌활용 패턴을 진단하고 학습자의 현재 두뇌 상태에 적합한 학습자 유형별 맞춤형 두뇌 계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뇌파를 이용한 두뇌활용능력 검사를 통해 최적의 두뇌 상태를 유지할 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학습자가 갖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즉, 두뇌활용능력 검사는 사람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인 뇌파를 활용하여 두뇌활용능력을 측정 분석하고 두뇌활용 과정에서 관여하는 고도의 인지기능들을 신경생리학적 뇌파 지표들을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두뇌활용능력 검사의 세부 항목은 눈 감은 상태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안정상태 검사, 눈을 뜬 상태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각성상태 검사, 과제를 해결할 때 뇌파를 측정하는 공간지각 및 기억력 검사 등으로 4개 종류를 순서대로 실시한다. 그중에서 공간지각력과 기억력 등을 검사하는 BT를 통해서 인지강도, 인지속도, 집중력, 좌ㆍ우뇌 균형, 두뇌스트레스 등 다양한 두뇌활용 패턴을 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맞춤형 상담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기업 등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활용하기가 매우 쉽다. 지금까지 살펴본 뇌파 기반 두뇌활용능력 검사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뇌파 기반 두뇌활용능력 검사는 뇌파를 측정하면서 두뇌활용능력을 검사하기 때문에 기존의 자가설문지 형태의 주관적인 결과를 극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결과를 측정할 수 있다. 둘째, 뇌파 기반 두뇌활용능력 검사는 뇌파 리듬 분포, 두뇌활용능력, 집중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진단함으로써 그에 적합한 학습자 유형을 탐색하는 것은 물론, 그에 적합한 구체적인 두뇌 계발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셋째, 뇌파 기반 두뇌활용능력 검사는 인지강도, 인지속도, 집중력, 좌ㆍ우뇌 균형, 두뇌 스트레스 등을 세부 검사 항목별로 별도로 측정한 후 상호관련 짓고 서로 연계해 해석함으로써 학습자 개별 맞춤형 두뇌 상담 전략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신재한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수제맥주 양조장, 관광활성화 이끄나

수제 맥주 인기가 대구 날씨만큼 뜨거워지고 있다. 동네마다 수제 맥주 전문점이 생겨나고 4월부터는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수제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한껏 주가를 올리더니 점차 완화되고 있는 관련법과 함께 수직 성장 중이다. 실제 국내에서 수제 맥주는 지난 3년간 매해 100%의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제 맥주 양조장을 찾는 투어객들이 늘어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도 양조장과 지역 관광을 연계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선 양조장이 들어서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인구 7만 명의 독일의 작은 도시, 밤베르크. 구시가지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하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찾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맥주의 나라로 알려진 독일이지만 세계의 관광객들이 밤베르크를 찾는 이유는 라우흐비어로 알려진 훈제맥주를 맛보기 위해서다. 훈연한 몰트를 사용해 맥주를 빚어 한잔 들이키면 베이컨의 훈연 향이 물씬 풍기는 독특한 맛이다. 얼마 전 국내의 한 경제지에 소개된 미국 뉴욕주 미들타운에 있는 이퀼리브리엄 양조장. 양조장 문이 열리기 전인 아침부터 100여 명이 줄을 선다고 한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를 마셔보기 위해서다. 육류포장업체였던 이곳은 한때 도시의 골칫거리였다가 양조장이 들어선 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하루 수백 명씩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주변의 식당에도 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면서 이젠 양조산업이 지역의 대표산업으로 대접받고 있다. 수제 맥주 양조장이 도시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많다. 한옥 형태의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문경의 가나다라브루어리. 넓은 주차장엔 수시로 관광버스가 드나든다. 이제는 문경시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투어프로그램을 고민할 만큼 문경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꼭 들러가는 코스가 됐다. 산골마을에 자리 잡은 충북 제천의 뱅크크릭브루잉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맥주재료인 홉을 재배한다. 양조장 옆 밭에서 소규모로 시작한 홉 재배는 이제 작목반을 만들어 온 마을의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승용차가 교행하기조차 힘든 좁은 도로로 들어가야 하는 이 마을에도 전국에서 양조장 투어를 온다. 제주도는 그야말로 맥주투어객이 폭증하고 있다. 양조장 자체 투어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제주맥주는 최근 금요일부터 주말에만 주3회 운영하던 투어프로그램을 목요일까지 포함해 주 4회로 늘렸다. 지난 1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제주도편에 양조장이 소개된 후 찾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제주시 동회천으로 양조장을 옮긴 맥파이에도 ‘효리네 민박’에 소개되면서 찾아드는 방문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내 맥주 제조면허 사업체가 7개인 강원도도 강릉의 커피와 마찬가지로 지역관광과 연계해서 성장가능성이 큰 콘텐츠로 수제 맥주를 꼽고 있다. 또 LG패션 자회사가 고성군에 3만3천㎡ 규모의 수제 맥주 공장을 짓고 올여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이 기업은 속초지역을 찾는 전국의 관광객을 겨냥한 수제맥주 팝(Pub)도 따로 연다. 이 지역에서 이 지역이름으로 된 맥주를 생산해 현장에서 판매하면서 관광객도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청년창업기업으로 많이 알려진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사천면 미노리에서 생산한 쌀을 40% 이상 사용해 특산맥주 ‘미노리’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양조장 투어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문제는 어느 정도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다. 그 계기는 수제 맥주관련 주세가 언제 지방세로 이관되느냐에 달린 듯하다. 현재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관련 주세가 지방세로 옮겨지면 지자체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양조장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양조장은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맥주를 생산해 지역이름을 딴 브랜드로 출시하고 지자체는 투어프로그램이나 마케팅 지원을 해주면서 함께 도시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제 맥주가 미국의 죽어가는 도시를 살린다는 최근의 기사 제목에 눈길이 확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박운석파브리코 대표

가뭄 극복을 위한 지하수댐 건설

계속된 가뭄으로 최근 도서ㆍ해안지역 주민들은 물 부족으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재난에 가까운 가뭄을 대비하고자 정부에서는 그동안 댐 건설 등 신규 수자원 개발, 물 수요 관리, 수자원시설의 연계운영 등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및 공급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 왔으나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가뭄을 해결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표수를 이용한 수자원 확보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물 자원 구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좁은 국토로 인한 댐 건설 적지의 감소와 댐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지표수 개발의 한계를 서서히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수를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수자원 확보 방안이 대두하는데, 최근 들어 지하수에 대한 효용가치가 높아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가뭄 대책으로 실효적이고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지하수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초창기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함으로써 중요한 수자원의 역할을 해냈으며, 현재도 전국의 150만여 개의 지하수 시설에서 연간 약 41억 t의 지하수가 이용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물 이용량의 11%에 해당하는 많은 양으로써 우리나라 지하수 개발 가능량은 연간 약 129억 t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용량이 32%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추가적인 지하수 개발 여지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항구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으로 우리는 대용량의 지하수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하수댐 개발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지하수댐이란 지하수가 흐르는 지층 내에 인공적인 차수벽(콘크리트 벽)을 설치하여 대용량의 지하수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시설물이 지하에 설치되므로 지표상의 환경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취수 시에도 자연적 지층의 일차적인 여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지표수 취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질의 원수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지하수댐은 증발에 의한 손실이 거의 없고, 일반적인 댐과 같이 수몰면적이 없어 댐 건설 후에도 종전과 같이 토지의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지층 내에 설치되어 구조물의 붕괴 위험이 없으며 연중 일정한 수량과 수질을 확보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지하수댐을 활용한 수자원 공급이 실용화되어 있으며, 오키나와 등 만성적인 물 부족을 겪는 중소 규모 도서 지역은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하여 지하수댐이 이미 건설되었거나 진행 중이다. 중국도 산둥성과 랴오닝성에서는 이미 6개의 지하수댐이 건설되어 사용되고 있다. 지하수댐 건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지 선정을 위해 대수층의 발달 규모 및 수리ㆍ지질학적 특성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흔히 댐 건설에서 최적의 저수용량 규모를 산정하듯이 지하수댐의 경우도 지하수가 저장될 대수층의 규모 및 특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사항목이나, 눈에 보이는 지표 지형조사와는 달리 많은 제한 요소를 가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조사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다양한 설계ㆍ시공 기술이 확보되어 앞으로는 지역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지하수댐 개발을 기대할 수 있으며,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선제로 대비하고 물 관련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귀중한 수자원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매년 물 부족으로 고통받아온 물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물 복지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관, 학계에서는 지하수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 저변 확대 및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효율적인 사용을 통해 그 활용가치를 늘려나가고 지속 가능한 개발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메마른 곳이면 어느 곳이나 보이지 않게 적셔주는 지하수처럼 지하수댐 건설이 메마른 미래를 적셔주기를 기대한다.정교철안동대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크든 작든 모든 살림살이에는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은 누가 내는가. 구성원 즉, 비용을 쓸 사람이 내야 한다. 가정에서는 대체로 아버지가, 또 아버지와 어머니가, 때로는 가족 전체가 감당한다. 그러나 대부분 충분하지는 않다. 그래서 삶이 고달프다. 우리가 어느 정도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만큼의 물질은 필요하다. 그 이상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수입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하에서 자기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부담을 져야 한다. 자녀도 결혼하면 부모와는 다른 자녀의 살림살이가 있다. 각자의 형편에 따라, 어려움이 있으면 있는 대로 견뎌 낼 줄 알아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본적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웃과 국가, 지자체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가와 지자체의 존재 이유이고, 또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 재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내가 아니면 그 누군가가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후손에게 부담이 된다. 그것은 후손에게 빚을 지는 것이다. 내 자식이나 후손이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후손에게 부담을 안긴 것이다. 빚을 남긴 조상을 누가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하겠는가. 최근 세금 고액체납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2억 원 이상 미납자만 하더라도 2만1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 이하의 금액은 명단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납세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지방자치에 드는 비용도 기본적으로는 해당 자치 주체가 스스로 조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지역 간에 어쩔 수 없는 격차가 있다면, 제도를 보완하여 그 차이를 메우고, 국민이 어느 곳에 살든지 보편적인 행정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현재의 재정지출도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 복지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수혜 대상 범위가 넓어지고, 수혜 규모가 커지면 더 큰 비용이 소요된다. 그 비용은 혜택을 받는 세대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주민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길 원하고, 그런 정책을 지자체가 스스로 결정한다면 그 비용은 지방이 부담해야 한다. 국가의 정책 결정으로 지방의 부담이 재정수입보다 더 늘어난다면 이것은 큰 문제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의 관계에서 서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면 제도를 만들어 논의하고, 적절한 분담 정도를 먼저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는 흔히 앉을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OECD 국가와 비교하여 논하는 것만으로는 곤란하다. 국민에게 혜택을 주려는 복지와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세금을 면밀히 따져 본 적이 있는가. 국민은 혜택에 대한 비용을 적절히 부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납세의무이다. 매월 일정 규모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소득세를 낼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그리고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은 부가가치세가 우리나라의 2배인 20%를 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거래와 보유에 따른 세금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는 국가의 정책 목적에 따라 지방은 4%이던 주거용 부동산 취득세를 1~3%로 낮춰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이를 원상으로 돌려놓을 때이다. 또한, 법인균등할 주민세의 경우 20여 년 이상 50만 원에서 변하지 않고 있다. 넓은 부지 위에 있어도, 많은 영업이익이 발생해도 모두 50만 원이다. 이제는 불합리한지를 살펴보아 바로잡을 때이다. 조세제도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공론화를 통해 뜻을 모으고, 적절한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 일정한 로드맵에 따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지역쇠퇴, 경제위기 우려, 기억하기 싫은 IMF관리 경험,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20년, 4차 산업혁명 등은 우리로 하여금 오늘보다 내일을 더 걱정하고 준비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성세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적어도 내가 먹는 밥값과 물값, 내가 쓰는 비용은 직접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케네디 대통령의 어록 중 “국가가 내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오늘날 국가와 국민, 지자체와 주민이 이 말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당대에 맡긴 소임을 생각해 보고, 우리가 혜택을 누리는 만큼 맡은 바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우리 당대에서 미래를 생각하며 책임 있게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취직도 결혼도 힘든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최소한 누가 되지 않고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이주석대구경북연구원장

수목유전자원의 파수꾼들

수목유전자원이란 ‘수목 등 산림식물과 그 식물의 종자, 세포, 조직, 화분, 포자 및 이들의 유전자 등으로서 학술적ㆍ산업적 가치가 있는 유전자원’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수목유전자원의 종수는(귀화식물ㆍ재배식물 제외) 4천176종이며, 이중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은 360종이고 희귀식물은 571종(www.nature.go.kr)이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 무분별한 채취 등의 영향으로 이들 희귀식물ㆍ특산식물의 서식지가 위협을 받고 있으며 몇몇은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수목유전자원의 파수꾼들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수목유전자원의 대표적인 파수꾼으로는 수목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꼽을 수 있다. 수목원은 수목유전자원을 수집ㆍ증식ㆍ보존ㆍ관리 및 전시하고 그 자원화를 위해 학술적ㆍ산업적 연구 등을 하는 시설로 수목유전자원을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산림청은 광릉에 소재한 국립수목원을 1999년 개원, 운영 중이며, 또 하나의 법인 수목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도 2015년도에 조성을 완료해 현재 임시 운영하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있는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대에 조성됐다. 백두대간의 산림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을 유지ㆍ증진하기 위해 조성된 이 수목원은 2018년 초에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전체 면적은 5천179ha인데 이 중에서 중점 조성지역은 206ha로 흥미를 끌 다양한 운영시설 및 형형색색 다채로운 27개 주제원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제원으로는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놀고 즐기면서 생태계를 배우고 자연체험을 통해 독창성과 창의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어린이 정원’과 수목한계선(timberline) 이상의 고도에서만 자라는 독특한 고산식물들이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태환경을 조성해 식재ㆍ전시한 ‘암석원’등이 있다. 그리고 국가를 초월해 대형 산불, 대형 산림 병해충, 핵전쟁 등 산림의 대참사가 발생했을 때 빠른 산림(생태계) 복원을 위해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다양한 야생 수목종자를 특수한 시설에 저장할 수 있는 시드 볼트(seed vault)가 있다. 시드 볼트는 지하 40m에 있고 시설 내부는 영하 40℃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 외부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수목종자를 보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저장되고 있는 국내ㆍ외 수목종자의 수는 3천206종 4만5천600점에 이른다.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야생수목자원 저장시설에 걸맞게 앞으로도 꾸준히 수집ㆍ저장을 수행하며 국제 협력관계를 구축, 세계적인 시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수목유전자원을 탐색, 수집, 전시 및 저장하는 행위를 산림유전자원의 보존이라고 하며 산림유전자원의 보존 행위와 더불어 학술적ㆍ산업적 이용 및 교육도 수목원의 큰 역할이다. 이러한 행위를 위해서는 행정 처리를 위한 인력은 물론 산림자원의 전시ㆍ저장ㆍ교육 및 평가ㆍ연구 등을 수행할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꼭 필요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다양한 주제원과 시드 볼트 등의 시설들을 유지ㆍ관리하고 식물을 전시ㆍ연구하고자 2017년에 140명을 채용했으며 2018년에도 35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꿈과 삶의 터전으로써 수목유전자원의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될 인재가 많이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지역인재가 많이 채용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산림청은 앞으로 국립수목원 확충계획에 따라 2021년에 국립세종수목원(세종시), 2027년에 국립새만금수목원(전북 김제시) 등을 개원할 계획이며, 이들 법인 수목원을 운영ㆍ관리하기 위한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운영 기조에 발맞춰 다양한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기를 기대해 본다.정규영안동대학교생약지원학과 교수

공인탐정제 도입하자

최근 우리 사회는 각종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등 법적인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사이버 범죄와 스토킹, 보이스피싱 등 신종범죄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치안수요에 비해 이를 합법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경찰인력은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법 집행의 한계에서 출발한 제도가 바로 공인탐정이다. 국가가 공인한 탐정을 통해서 자신의 권익보호와 조속한 피해회복을 위해 전문적으로 사실조사 및 정보수집 활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혼인관계나 가족문제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문제, 기업신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 등에서 탐정의 도움이 기대된다. 공인탐정이 공식 제도화되면 불법 심부름센터 등에서 불법적, 음성적으로 한 일들을 합법화, 양성화하여 국가가 공인하는 업체에서 안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탐정제도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전에 법제화되어 성황리에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6만여 명의 탐정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 보호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민간조사업을 기본으로 기업의 지적재산권 조사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6만여 명의 탐정들이 자료수집과 사실 확인, 실종자 소재 파악 등 연간 250만 건의 사건과 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약 2만 명의 탐정이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탐정제도가 시행된다면 각종 민ㆍ형사 사건과 사고에 대한 자료수집, 정보탐색, 사실확인, 조사업무를 할 수 있다. 산업스파이와 국제무역, 분쟁조사 업무를 비롯해 의료사고, 교통사고, 보험사기, 부동산, 사이버범죄, 실종 및 가출 소재파악에 이르기까지 각종 탐정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탐정산업은 업무의 성격상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또한, 탐정면허의 취득, 업무 범위와 활동제한 등 관련 법률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국민의 피해 예방ㆍ회복을 위한 제도인 만큼 국민의 권익보호는 물론 탐정업 활성화를 위하여 공인탐정은 엄격한 윤리의식과 자격기준을 갖추어 검증된 자에 한해 등록제, 허가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또한, 공인탐정의 보수기준을 정하고, 조사의뢰 계약서 작성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탐정업자는 손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여 국민이 저렴하고 안전한 탐정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업무 중복을 이유로 영역 침해를 주장하는 변호사들의 반대가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일반적으로 법률업무를 수행하고, 탐정은 증거와 사실조사 업무를 하게 된다. 업무영역이 확연히 다른데, 선진외국 사례를 보면,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하면서 상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탐정이 로펌으로부터 증거수집을 의뢰받고, 로펌은 탐정이 수집한 정보로 재판을 하는 등 업무가 이원화되어 있다.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 현실에서 탐정의 역할은 결과적으로 재판의 신뢰를 높여줄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변호사들이 탐정들에게 일감을 의뢰하며, 공존하고 있는데, 적법하고 정확한 정보에 의한 증인을 찾거나 증거자료를 찾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구제와 진실규명 등이 수사에 도움이 되며, 귀중한 실체적 진실 발견의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체로 탐정제도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검찰이나 경찰 수사관 출신 탐정들이 전관예우 등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정보자료를 수집할 거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요즘은 정보나 자료를 조회할 때, 모든 기록이 남아 있어 강한 처벌을 받기 때문에 공무원과의 유착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공인탐정제도의 시행은 결국 국민을 위한 서비스다.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불법인 공인탐정제도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박동균대구한의대학교경찰행정학과 교수

문화의 힘으로 지역 경쟁력 높여야

21세기는 지식ㆍ정보와 함께 감성ㆍ콘텐츠가 중시되는 문화와 창의의 시대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한 지역의 경쟁력은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문화의 힘(문화력)에 따라 결정되고 평가되는 경향이 크므로 이에 부응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문화와 창의성 중심으로 시대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사회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많은 지역에서 고유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이른바 문화도시는 도시의 역사성과 다양성을 보유한 기품 있는 도시로서 시민은 물론 방문객에게 매력과 느낌, 그리고 즐거움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를 말한다. 외형적으로 풍부한 문화시설과 차별화된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요소가 주민 삶의 질로 이어져야 하며, 문화에 대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문화도시가 가능하다. 문화도시는 궁극적으로 주민이 주인으로 참여하여 이끌어 내는 ‘내발적(內發的) 문화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문화는 단순한 이벤트나 특정 주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뿌리내리기 어렵고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주민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내고 발양시켜낼 수 있는 규모와 수준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신정부에서도 문화정책의 주요 키워드로 문화자유권과 문화복지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예술인 복지 및 창작여건을 개선하여 문화자유권과 함께 문화향수권이 신장하는 문화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미이다. 주민 문화복지 혜택의 확대와 함께 창의적 문화여건을 제공하고 문화교육을 확대하는 정책에 보다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문화 발전과 시도민의 문화향유권 신장을 목표로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대구경북 지역의 주요 이슈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차원의 문화도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과 공공성을 확대하고 자생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문화적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 전통과 첨단, 경륜과 창의가 조화된 문화를 매개로 한 교류 확대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 구현이 필요하다. 아울러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다양한 계층(생애주기별 계층)을 고려한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학생층에게는 문화 기획과 체험 프로그램을, 중장년층에게는 문화 교육프로그램을 보다 확대해야 할 것이다. 둘째, 문화적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 여가생활에 대한 수요 증대, 물질 위주의 가치 기준의 변화 등으로 주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는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주민에 대한 문화서비스를 확대하여 스스로 문화 주체가 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주민 문화역량 강화를 위한 생활문화동호회 지원과 가족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이 검토될 수 있다. 셋째, 문화적 자생력 강화이다. 문화 분야의 중앙 집중현상 속에서 지역만의 특성과 차별성을 가진 독자성을 가꿔갈 수 있는 자생적 기반이 필요하다. 콘텐츠 창작 활성화를 위한 창작공간 확대와 함께 문화서비스 전문화와 내실화를 위하여 문화네트워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문화가 지역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라는 공감대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도시개발과 도로확장과 같은 하드웨어에만 투자하는 도시보다 다양한 역사와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소프트파워를 진작시켜온 도시가 더 높은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화적 자부심은 주민들에게 문화향수 확대는 물론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어 지역 통합성을 제고시키고, 타 분야와 융합하여 부가가치를 제고시킬 것이다. 경쟁력 있는 문화도시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도시의 격조와 품위는 쉽게 제고되지 않으며, 가시적 효과가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 또한 문화도시는 여러 기능이 단순히 병렬된 도시가 아니라 생산과 소비적 요소가 결합하는 복합적인 모델로 구축해 나가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근시안적ㆍ단편적 효과보다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반을 강화하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진지한 고민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오동욱대구경북연구원연구위원

가을엔 그리운 사람과 추억을 만나자

지난 9월 20일경 필자의 농원에 목련이 피었다. 4월 초 지인에게 ‘목련꽃 향기가 서럽게 느껴지는 밤’이란 카톡을 보낸 지 6개월 만이고 심은 지 10년 만에 처음이다. 기후변화 탓일까? 아니면 별난 농장주 탓일까? 꽃구경 온 친구와 한참 동안 설전을 벌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5월의 여왕이란 장미는 초겨울까지 피고지고를 반복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흔히 밤에 피는 야화(夜花)라고 하는 달맞이꽃은 해질 무렵에 피었다가 해뜨기 전에 진다고 하여 일명 ‘달바라기’라고도 하는데 필자 집에는 낮에도 핀다. 노란 달맞이꽃이 지금은 지고 없지만 여름까지는 누구를 그렇게도 기다리는지 고개를 높이 들고 낮에도 피었다. 참 신기하고 오묘하며 우스운 일이다.때가 되면 어김없이 탐스럽게 피어나는 목련은 ‘봄이 왔어요∼’를 알려주고는 ‘제가 할 일은 바로 여기까지입니다’하면서 소박하게 임무를 다한 양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애절함도 묻어 있고, 고귀함과 숭고한 사랑도 숨어 있고, 자태도 우아하다. 잎이 떨어질 때도 꽃잎이 하도 커서 그런지 벚꽃과는 차원이 다르다. 슬픈 설화도 가지고 있다. 하늘나라 공주가 왕이 골라준 배필보다는 언젠가 한 번 본 적 있는 북쪽마을의 바다지기를 짝사랑한 나머지 궁궐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갔으나, 바다지기는 이미 결혼하여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다에 몸을 던지게 된다. 얼마 후 바다지기의 아내도 죽게 되는데, 공주의 넋은 하얀 백목련으로, 바다지기 아내의 넋은 자줏빛 자목련으로 태어났다는 것. 개화 시기의 작은 이변은 날 때와 들 때도 모르고 한자리에 앉으면 안하무인 설쳐대는 무치(無恥)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자연의 경고처럼 느껴진다. 친구와 설전은 마무리되었다. 9월에 피는 목련도, 낮에 피는 야화도 다 인간들이 만든 지구 온난화의 영향과 주인의 문학소년적 감성과 그리움 탓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의 꽃말에는 기다림과 그리움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또 가을이다. 연구실이 답답하여 학교 앞 논길을 걷는다. 유난히 하늘은 높고 푸르며 가을 향기가 좋다. 들깨밭을 지나니 가을이 짙다. 지난봄에는 이 길을 중국 한나라시대 절세 미녀 왕소군의 심정을 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마음으로 걸었는데, 오늘은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이 생각난다. 망명정부의 지폐도, 구겨진 넥타이도, 담배연기도 없는데 왠지 황량하고 고독하다. 이 가을이 이곳에선 마지막이라 그런지 더하다. 그래도 가을에는 우수도 고독을 넘어 멋스럽게 보일 텐데 하면서 걷는다. 많이 사색하고 걸어야 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일찍이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모든 사고는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했다. 문만 나서면 걸을 수 있다. 마음이지 시간과 여유 타령은 핑계다. 많이 걸어야 만날 수 있다.가을엔 그리운 사람과 추억을 만나자. 기다리지만 말고 찾아가서라도 만나자. 동백은 애타는 그리움에 멍이 들었고, 목련과 야화도 기다림에 슬픈 사랑이 되었다고 한다. 추석연휴가 지나면서 곧 만산홍엽(滿山紅葉)이 되고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다. 만나거든 부담도, 떠난 이유도 묻지 말고 화해를 위한 좋은 말만 하자. 그리고 기다리자. 세월이 흘러 이미 사랑이 식었거나 변했어도 아쉬워하지 말고 그러려니 해야 한다. 혹 돌아오는 길이 힘들고 아파도 미련에 떨지 말고 참아야 한다. 그래야 남은 가을과 내년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억도 그렇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 100가지 목록인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에도 첫사랑 만나보기, 어린 시절 친구에게 연락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고백하기가 들어 있다. 영화(2007년) 버킷 리스트에 자동차정비사 카터는 헤어진 딸과 화해를 못 하는 재벌사업가 에드워드를 같은 병실에서 만나 “더 이상 망설이지 마라. 천국에 가려면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와 남에게 기쁨을 줬는가를 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 무심하게 버려둔 사람은 없었는지 삶의 기쁨을 되새겨보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이상섭경북도립대 행정학 교수

산에는 왜 가요? 나무와학교

오랜만에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산행은 함께하는 이들과 하려고 하는 모든 것을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여유 없이 고되고 바쁘게 살던 때에는 몸을 편하게 앉히고 멋진 풍경과 유적들을 휘돌아보는 것이 쉼과 치유의 여행이었습니다. 그런 기회가 자주 오지도 않았고 그런 시간을 자주 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빠르게 보고 오는 것만으로 충분한 감흥과 영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안에 앉아서도 세상 이곳저곳의 소식과 풍광을 두루 확인할 수 있고 전에 비해 나설 기회가 많아진 요즘에는 그저 아는 것과 보는 것만으로 감흥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새롭고 더 많은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보는 산은 고요합니다. 때로 아름답습니다. 단풍이 알록달록 들면 더욱 그렇지요. 그것으로 산을 충분히 알았다고, 경험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추수가 한창인 가을 논 곁을 지나가는 여행객은 농촌의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농부의 마음과 꼭 같지는 않겠죠.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 모습이나 익숙한 인상만으로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멀리서 보지 않고, 아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그런 겁니다. 하나의 대상 안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그러면 늘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익숙했던 것들도 익숙했던 관계도 새롭게 보이게 됩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우리가 하필 힘들게 ‘산’으로 간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산에 오르내리는 일을 종종 우리 인생에 비유합니다. 봉우리에 오르려면 힘든 산행을 해야 하듯 우리 삶도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에는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산행과 인생은 그렇게 닮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목표가 단지 봉우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쉬지 않고 땀만 흘려서는 목표에 가기도 전에 탈진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생도, 산행도 어딘가를 향해 가는 길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길은 평탄하기도 했다가 굽이치기도 하고 맑은 물과 새소리로 걸음을 멈추게도 했다가 시원한 그늘 쉴 곳을 내어주기도 합니다.대체로 산에 몇 번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산 정상에 오를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습니다. ‘이제 30분만 더 걸으면 되겠다’‘아이고 힘들어, 도대체 언제 정상인 거야’ 같은 생각을 하면서요. 저도 그랬습니다. 비로소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목표를 이뤘다는 뿌듯함, 이 어려운 걸 해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미 목표를 이뤘기 때문인지 다시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길보다 배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앞만 보고 걷는 길은 그렇습니다.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걸어가면서 만나는 것들에게도 시선과 마음을 나누면, 오르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모두 의미 있는 것이 됩니다.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저마다 꿈을 가져야 한다고 하고 그것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라고도 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곁에 누가 있고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생각도 하고 둘러도 보세요.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세요. 아무것도 없고 지루한 줄만 알았던 일상에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혼자 생각에 깊이 잠기는 산행을 좋아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산행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일깨워주는 것이어서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함께 보고 들으며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힘들 때 기댈 사람이 있다는 것, 또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혼자 하는 산행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산행이 힘들수록, 산행시간이 길수록 그런 모습을 더 많이 보이고 볼 수 있죠. 산에서는 내려왔지만, 앞으로 일 년 그리고 그 이상 함께 이 힘들지만 기대되는 길을 걷기로 한 주변 분들과 또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조경원나무와학교 교장

산사태 피해, 국가적으로 준비해야

최근 우리나라의 하절기 강우패턴은 시간당 100㎜ 정도의 폭우로 극한 강우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극한 강우로 인해 여러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산사태 규모와 횟수는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강우 패턴은 2000년대 이후부터 국지성 집중호우로 변해 이로 인한 복구비용은 연간 평균 9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강우 특성마저 변화시켜 산사태로 이어지는 결과이다. 특히 강우 특성 변화에 최대가능강우량 초과는 산사태 등 자연재해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대가능강우량은 홍수의 크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최악의 기상조건을 고려한 강수량 조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강우패턴 변화에 따른 산사태 재난관리 체계 및 대응 원천기술 확보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여러 국책연구기관과 정부 각 부처는 산사태 유발인자 조사와 산사태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는 노력하고 있지만 산사태 발생 가능성과 토석류로의 전환, 예측을 위한 핵심 원천기술의 실용화로는 이어지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산사태 관리가 사후복구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또 수집된 자료 유실도 나타나고 있고 일부 기관에서는 개별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 개별 정보화는 주로 현장조사 자료 위주로 통일성과 통합적 활용 및 분석에만 그치는 등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산사태는 강우, 지형, 산림, 지반, 지질조건 등 발생조건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 산사태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산사태 발생조건과 이와 관련된 자료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또 매년 집중호우로 산사태 등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총 874ha의 산사태 피해가 나고 4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국내와는 달리 미국, 일본, 대만, 홍콩, 이탈리아 등에서는 산사태 관련 연구와 효과적인 산사태 재난 관리를 위해 국가 주도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산사태 및 토석류 예ㆍ경보 모델을 개발해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시스템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전국적 데이터베이스 통합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이탈리아는 과거 산사태를 유발시킨 2천300개 이상의 강우자료와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해 강우 임계기준을 제작했다. 또 지형, 지질, 지반 인자를 이용한 산사태 민감도 분석 모델과 강우 임계기준을 결합해 실시간 강우 예측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 Web-GIS 기반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대만은 토석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고 해당 시스템에서 관측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집중호우 시 토석류 조기경보를 발령하고 주민을 대피시키는 방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토석류 조기경보시스템으로 정확한 경보기준 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결과다.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산사태 재난관리시스템은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매시간 권역별 획일적인 읍, 면, 동 단위의 산사태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산사태 발생 예상지역의 사회적 인프라 및 인구 밀집도 등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한다는 측면은 있으나 재해예방에 대한 사전기능은 부족하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극한 강우 산사태 재해 실시간 예측 및 대응 원천기술 개발’ 연구는 더 세밀화된 재난지역의 예측정보를 위험 수준에 따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토석류 확산 분석을 통해 피해 예상 지역의 정확한 리스크 분석이 가능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통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사후 관리에 불과한 재난관리 수준을 예방 및 대응 관리시스템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산사태 방재 구조물 설치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정교철안동대학교지구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