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겨울이 되면 성형외과는 조금씩 바빠진다. 경기가 나쁘다 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철보다는 조금 더 분주한 편이다. 이럴 때 수술을 위한 방문과 더불어 점을 빼려고 찾아오기도 하는데, 땀이 나는 여름철보다는 관리하기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어린 학생과 함께 방문한 할머니도 비슷한 경우였다. 직장생활을 하는 어머니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사는 학생이 할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 어린 학생이 겨울방학을 맞아 친구 몇몇이 쌍꺼풀 수술을 한다고 하자 자신도 수술하겠다고 할머니와 어머니를 졸랐나 보다. 학생들이 흔히 사용하는 쌍꺼풀 액을 1년도 넘게 사용한 눈꺼풀이라 벌써 눈꺼풀에 처짐이 생겨서 수술이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눈매교정’이나 ‘트임’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아직 눈이 다 자라지 않은 상태라 고민 끝에, 절개하지 않고 매몰법으로 눈을 키워줄 수 있는 ‘비절개 눈매교정’을 하기로 했다. 함께 방문한 할머니를 보고 있으니, 얼굴에 점이나 색소침착이 된 반점이 많이 생겨, 함께 오신 김에 점도 좀 빼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그런지 손녀의 수술비도 겨우 감당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볼 한 가운데 콩알만큼 튀어나온 검은 점, 이것만큼은 제거해야 한다고 굳이 우겨서 이것만 제거하기로 했다. 손녀의 수술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좌우 특별한 차이 없이 쌍꺼풀이 잘 만들어졌다. 부기가 아직 가시지는 않았지만, 또렷해진 눈동자가 좋은 결과를 예상하게 하는 것으로 보여서 함께 방문한 조손(祖孫)이 모두 만족했다. 이틀 뒤, 할머니의 수술을 하게 되었다. 마취를 충분히 하고 혹시나 모를 가능성 때문에 점 주위와 바닥까지 여유를 가지고 모든 조직을 함께 제거해 주었다. 수술 전에 조직검사를 맡겨 볼까 하고 환자와 의논했으나 굳이 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의사의 호기심이 작동해서 병원비용으로 조직검사를 맡기고 말았다. 그런데, 좋지 않은 예감은 왜 항상 적중하는 것일까? 다음 날, 의뢰했던 조직검사의 답변이 우선 전화로 전해졌다. 전화기 너머로 전해오는 목소리는 피부암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제거된 조직의 가장자리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아 안전하게 제거된 것이라니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일주일 후 정식 결과문서가 병원으로 전달되었다. 기저세포암(基底細胞癌)이라는 것이었다. 피부암이기는 하지만 원거리로 원격 전이는 드문 종류이고 수술로 암이 모두 제거된 것이라 그 자리에서 다시 암이 자라날 위험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더 이상의 검사나 항암 치료도 필요 없이 치료를 종결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런 종류의 피부암이 다른 부위에 다시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피부에 있는 검은 점 중 하나에 뭔가 생기는 신호가 보이면 이제 바로 병원에서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서 한 시름 놓아도 될 것 같다고 한다. 보호자와 할머니를 함께 만나 조직검사 소견을 이야기해 주었다. 암이라는 말에 놀라 불안해하는 환자에게 위암, 폐암, 대장암 같은 암과는 달리 피부암이라는 종류는 특별한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전하게 제거되고 나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에 안도하는 눈빛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동안 할머니의 얼굴 속에는 검은 색소가 침착된 반점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살던 젊은 시절, 얼굴에 작은 점들이 생기는 것도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 점들이 점점 커지고 튀어 오르는 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좀 쉬엄쉬엄 살 수 있겠다’ 고 생각해 보았지만, 곧 직장생활을 하게 된 딸을 대신해 손녀를 돌보아야 할 팔자가 되면서 쉴 시간도 없이 다시 고된 일상으로 내몰린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 노인들의 일상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한 느낌마저 들었다. “할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시면 돼요.”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꿰맨 상처도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말쑥한 차림의 대학생 한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아 왔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얼굴에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며칠 전 동료들과 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나서 집으로 들어왔는데, 어머니가 보기에 왼쪽 볼에 피가 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서인지는 모르지만, 다쳤나 보다 생각하고 동네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하고 치료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상처가 잘 낫지 않고 그 부위에서 계속 진물이 나서 실밥을 뽑고 나니 상처 속에서 계속 진물이 나면서 결국 상처가 벌어졌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고,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다른 큰 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위에서 나를 소개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환자의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볼에 생긴 상처는 크지 않았다, 직선으로 두 개 정도의 상처만 보일 뿐 큰 특징은 없었다. 그러나 그 주위의 볼이 살짝 부어올라 염증 소견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그 상처를 눌러보니 끈적끈적한 진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게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다치게 된 상황을 물어보았지만, 취중에 일어난 일이라 기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확인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다가 먼저 볼의 상처가 입안으로 열려 있는지 확인을 했다. 입안을 보니 살짝 긁힌 자리가 보이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확실하지 않았다. 주사기로 볼의 상처에 소독약과 식염수를 섞어 주사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입안으로 흘러나오는 것이 입안으로 연결된 통로가 보였다. 볼 한 가운데 부분이라 ‘이 부분은 넘어지면서 관통되는 일이 드문 부위인데 어떻게 다쳤길래 여기에 이런 상처가 생겼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아무튼, 원인이 확인되면 해결책은 확실하다. 입안 상처가 봉합되지 않은 채로 며칠을 허비했으니 상처 소독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소독약을 적당히 준비해서 주사기로 입안과 바깥을 부지런히 소독해 주었다. 어느 정도 상처가 깨끗해지고 진물이 더 흘러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다음, 입 안쪽부터 상처를 다시 꿰매기 시작했다. 입안 상처는 침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특별히 꼼꼼히 봉합해 주어야만 한다. 게다가 한 번 염증이 생긴 자리라서 더 조심해서 해 주어야 한다. 입안 상처가 잘 꿰매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피부를 다시 봉합해 주었다. 염증이 생긴 자리가 잘 나을 수 있도록 입속의 세균에도 잘 듣는 항생제를 며칠 동안 사용하기로 했다. 다음 날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입속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어제 집에 보내면서 음식을 먹게 되면 열심히 헹궈내라고 주의를 주었는데, 다행히 깨끗해 보였다. 살짝 눌러서 상처 속에 고인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며칠 동안 상처에 신경을 쓰면서 서서히 상처도 깨끗해지고, 볼의 부기도 빠지면서 이제 안심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실밥을 빼는 날, 예전의 모습대로 깨끗해진 상처를 보고 의사나 환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졸지에 명의가 된 셈이라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제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라고 말해주고는 앞으로 흉터 치료를 잘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으면 가끔 얼굴 부위를 다쳐서 치료하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주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넘어지면서 얼굴을 다쳐서 오는 경우가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넘어지면서 입안과 피부가 관통되는 경우 이것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넘어지면서 무의식중에 입을 급히 다물었다가 치아 사이에 입술이나 볼살이 끼여 관통상이 생기는 것이다. 가끔 이 과정에서 치아나 턱뼈가 함께 손상되는 경우도 있으니 더 주의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따뜻한 날 대신 뿌연 하늘에 미세먼지가 찾아온다는 삼한사미(三寒四微)가 대세라고 한다. 이번 겨울도 추위에 다치는 일 없이, 미세먼지에도 건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제 코도 고칠 수 있을까요”

한 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성탄절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시간이 화살처럼 날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해마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자가 있다. 코끝이 붉어졌다고 걱정하면서 찾아온 중년 여성이다. 마스크를 쓰고 진료실로 들어온 것을 보니 외출을 제대로 못 한 지가 몇 달이 되었다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마스크를 벗고 난 모습은 의사인 내가 보아도 많이 심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코끝과 콧구멍 사이의 비주(鼻柱)는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고, 이것이 콧등으로 번져 나가서 코 전체가 ‘아바타’처럼 변해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사춘기 때부터 코가 낮아서 콤플렉스였다는 그 여성은 젊어서 실리콘 보형물로 콧대를 세우고 나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잘 지내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보형물에 염증이 생겨 제거하게 되면서 이번 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다시 낮아진 코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지내다가, 지인의 소개로 소위 ‘잘 한다는 필러 전문병원’에서 몇 차례 필러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코만 높아졌을 뿐, 들창코는 그대로 남아서 결국 콧대와 코끝에 실과 필러를 같이 시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시술할 때부터 코끝이 붉어져 있던 것이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가 급기야는 콧대까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국 상처에서 고름이 나면서 낫지 않고 계속 악화하면서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혼자 고통을 견디고 있다는 것이다. “제 코도 고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는 환자에게 일단 최선을 다해 보자고 이야기하고는 치료계획을 세웠다.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 있는 코라서 바로 조치를 할 수는 없고, 일단 염증을 최대한 가라앉히는 일이 원칙이다. 우선 적당한 항생제 주사를 매일 맞기로 하고 먹는 항생제와 함께 처방을 내렸다. 일주일쯤 지난 후, 붉은빛이 조금 줄어들면서 통증도 함께 없어졌다. 수술을 시작했다. 콧속을 모두 들여다보고 확인을 해야 할 일이라, 콧구멍 사이의 피부, 비주를 절개해서 코안을 완전히 열어젖혔다. 곳곳에 염증으로 인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고름, 필러 찌꺼기. 함께 넣은 실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어서 정상적인 연골과 뼈를 찾는데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악전고투 끝에 정상적인 모습이 있는 층과 염증이 생긴 곳을 빠짐없이 분리해 주었다. 염증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러와 실이 엉켜 있는 부위를 모두 제거했다. 일단 염증의 원인은 모두 제거했다고 한숨을 돌렸지만, 이제 더 큰 일이 남았다. 의심스러운 모든 조직을 제거하고 보니 얇은 피부 위에 코뼈와 연골만 남아 있는 모습이 되었다. 코뼈가 피부 아래로 비쳐 보일 판이다. 무엇으로 이 빈자리를 채워야 할까? 할 수 없이 엉덩이 사이에 있는 두꺼운 진피 지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흔히 ‘엉덩잇살’로 코를 만든다고 하는데, 엉덩이 사이의 굴곡 속에 있는 피부와 진피, 지방을 한꺼번에 떼어낸 다음, 떼어낸 조직에서 피부를 모두 제거하고 남은 진피와 지방을 코 모양으로 다듬어서 보형물처럼 넣어 준다. 이 조직은 마치 살처럼 피부와 코뼈 사이를 채워서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공간을 메우는데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을 만큼 좋아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요즘 간단하고 회복이 빠른 시술이 선호되는 세태에 맞추어 ‘쁘띠 성형’이라는 말이 유행한 지 시간이 제법 지났다. ‘부담 없이 하루 만에’라는 이야기처럼 간단하고 손쉬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사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술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메이크업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쉽고 간단하게 생각하고 시술한 것이 이렇게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어떤 시술이든 원칙을 지켜야 하고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 셈이다. 비록 ‘각자도생’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남을 도울 수 있는 한 줄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성탄절 아침에 해본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우리 필담으로 이야기해요

몇 년 전 기억에 남는 수술을 했던 환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간이 오래 지난 터라 챠트를 찾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낮은 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찾아온 환자였다. 그런데 혼자 오지 않고 지인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화로 예약한 것도 지인이 한 것이었다. 환자는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 말을 할 수 없고 들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잘 헤쳐나갔던 모양이다. 이제는 수화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였고,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 어엿한 모습으로 자립을 한 상태였다. 함께 온 지인은 나와 이야기를 먼저 하고, 이 내용을 수화로 바꾸어 그에게 전달하였다. 환자 역시 원하는 바를 한 단계를 거쳐서 내가 이해한 다음, 그 대답을 하면서 서로 대화를 이어 갔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환자가 원하는 바를 충분히 경청하려고 노력하면서 수술을 준비했다. 수술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실리콘 보형물을 정확하게 제작한 다음 코를 높이는 것으로 수술을 마쳤다. 수술 후 높아진 코에 만족해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얼굴을 보고 함께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났다. 그 후 수년 동안 잊고 지났었는데, 다시 연락이 온 것이다. 진료실에서 마주 앉고 보니 비록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예전의 그 지인과 함께 찾아왔다. 예전과 다름 없이 수화로 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번에는 코의 보형물이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고, 코끝도 더 오뚝하게 세웠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수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제, 예전의 보형물을 교체하고 코끝의 연골을 다시 재배치하기로 수술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수술 당일,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함께 병원을 찾아왔던 지인에게 급한 사정이 생겨 혼자 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환자는 조금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해야 하는데, 어쩌지?’하다가 시간은 걸리겠지만 글로 써서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메모 수첩을 꺼냈다. “불안하겠지만 일단 이렇게 글로 써서 이야기합시다”라고 이야기하고는 글을 써 의사소통하기 시작했다. 메모장에 빼곡히 수술과 수술 청약에 관한 사항을 꼼꼼히 기록하면서 설명해 주고, 하나하나 환자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차츰 메모장은 온데간데없이 실제로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한 문장을 쓰면, 환자도 그 아래에 한 문장으로 답을 했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가면서 설명하니 이해하기 더 쉬워진 것 같았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서 수술을 진행했다. 귀 연골을 떼어내고 그 자리를 메우고 봉합했다. 그 후, 코로 돌아가 예전에 넣었던 보형물을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바꾸어준 다음. 떼어낸 귀 연골과 코끝 연골들을 모아서 오뚝하게 코끝을 세워 주었다. 수술 후 주의사항도 수술 전에 이미 이야기해 두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고 환자는 내심 안심한 듯이 병원을 나섰다. 다음날부터 환자는 혼자 병원을 찾아왔다. 이제 글로 대화를 할 수 있으니 따로 동행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글로 하나하나 대화를 한 것을 날짜 순서대로 붙여서 챠트가 두툼해지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이루어졌으니 이 두께만큼이나 믿음이 쌓인 것 같아서 우리 모두 만족스러웠다. 예전보다 높고 오뚝해진 코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던지 실밥을 떼던 날 장문의 편지를 가지고 찾아왔다. 힘든 상황에서도 수술해 주어서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가끔 수술을 맡은 환자들로부터 감사편지를 받곤 하는데, 그런 편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고, 환자에게 정성을 다하게 만드는 힘이라고나 할까? 매서운 겨울바람이 우리 곁을 스쳐 가는 스산한 계절이다. 이 겨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서로의 마음을 통하는 노력이 함께한다면,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해 주는 작은 모닥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우리 병원은 왕진도 가능합니다

대구에서는 드물게 인중과 입술 부위의 수술을 많이 하는 우리 병원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지난주에도 이런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난 주말, 대한성형외과학회의 가을 본 학회가 열리는 날이다. 올 한 해 동안 연구했던 과제들을 분야별로 한 장소에 모아서 발표하는 기간이다.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간 빽빽하게 강연스케줄로 가득 차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각자의 관심이 있는 분야의 강의를 확인한 다음, 여러 강의실을 바삐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에 여념이 없다. 성형한류가 국제적으로 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의사들의 관심도 높아져서 이제는 여러 나라에서 참가한 외국인 의사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인중 수술과 입술 수술에 대한 강연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던 도중, 병원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울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은 주말을 맞아 인중이 긴 자신의 문제에 대해 한 성형외과의 추천을 받아 현재 대구로 내려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아뿔싸! 서울 학회 일정 때문에 스케줄을 변경하고 오늘 휴진하기로 했는데. 사전에 연락이라도 닿을 수 있었다면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었는데, 어디선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서울에서 만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뇌리 속을 스쳤다. 대구로 내려가던 발걸음을 되돌려 학회가 열리는 서울의 호텔 로비에서 그 여성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마침내 강의시간, 1년 동안 새로 습득한 지식과 경험들을 모아서 강의하고 동료 의사들과 열띤 토론을 마치고 나서 돌이켜 보니 이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과제들을 새로이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 혼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은 시야에서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점을 새로 알게 된 것이 나로서는 큰 소득이 된 셈이다. 강의와 토론을 마치고 나서 함께 한 동료 의사들과 서로 격려를 주고받은 다음, 바쁜 걸음으로 약속시간에 맞춰서 호텔 로비로 나갔다. 전화기로 서로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약속장소에서 처음 얼굴을 대면했다. 비록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특징적인 환자의 얼굴 모습을 확인하고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서로 활짝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마주 앉을 자리를 찾아서 로비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를 추천해 준 성형외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해서 이 여성이 수술을 생각하게 된 동기, 현재 자신의 상태, 자신이 바라는 얼굴 모습 등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다음 내가 진단한 그녀의 상태를 이야기해주고, 수술에 대한 이야기, 수술과정, 수술 전후의 모습들, 수술 후의 경과 등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마침 노트북에 담겨 있는 수술관련 자료들도 함께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진료실 안에서만 환자를 만나다가 병원을 한참 벗어난 서울에서 이런 상담을 하게 되다니, 마치 멀리 왕진을 온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여성과 함께 웃었다. 이런 일 이외에도 다른 일들도 있는데, 바로 이런 왕진이다. 한 번씩 수술한 외지 환자들의 바쁜 스케줄 관계로 도저히 진료가 불가능한 때가 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많이 있지만, 이런 경우에 왕진을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마침 나 자신이 그 지역으로 갈 기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이런 인연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환자들도 몇 사람이 있다. 환자들과 장소와 시간을 예약한 다음, 커피 매장에서, 카페에서, 학회가 열리는 곳 로비에서, 나는 이들을 기꺼이 만난다. 한 번이라도 우리와 관계를 맺었던 한 사람과의 인연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인연, 그것은 첫 만남, 첫 전화통화, 첫 메일접속, 첫 카카오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는 처음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인연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요즘 옛날과 자못 달라진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꺼진 눈을 닮은 자매

얼굴의 모습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가끔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듣게 된다. “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 준다. “혹시 당신 모습을 닮은 가족이 있나요? 부모님, 친가나 외가에서 닮은 분이 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그러면 대부분 답이 나온다. 적어도 위에 언급한 가족 중에 분명히 자신과 닮은 모습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얼굴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알려진 것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유전적인 요인이다. 즉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와 그 형제ㆍ자매들 사이에서 유전적인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이 중 일부의 공통되는 정보들에서 자신의 모습이 공유되는 것이다. 이렇게 답을 해 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오늘 앞에 앉아 있는 중년의 여성 환자는 꺼진 눈이 고민이다. 눈꺼풀이 처져 내려온 것은 나이 탓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더 속상한 것은 눈썹 아랫부분이 안으로 쑥 꺼져 들어간 것이다. 타계하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불만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중년이 넘어가면서 꺼진 눈 때문에 주위로부터 “어디 아프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더 속상한 것은 자신의 형제 중에서 딸들만 이런 모습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에 가족이 함께 모이면 자매들끼리 서로 눈을 쳐다보면서 누가 먼저 이것을 고칠지 서로 의논하곤 했었다고 한다. 자매 중 한 여성이 여러 곳의 병원들을 순례하면서 수술에 대한 내용을 상의하다가 이번에 내 차례가 된 것이다. 대부분 쌍꺼풀 수술과 함께 꺼진 부위에 배꼽에서 주사기로 아랫배의 지방을 채취해서 이식해 주는 방법을 들었다고 한다. 흡수가 잘 되는 경향이 있어서 두세 차례 반복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방법이라 하겠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눈 상태를 자세히 확인했다. 눈가에 주름이 많이 있고 눈썹이 아래로 처져 내려와 있는데다, 눈과 눈썹 사이의 거리가 좁은 것이 눈 수술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태로 보였다. 눈 수술만 했다가는 눈과 눈썹 사이의 거리가 더 좁아져서 마치 외국인의 눈처럼 어색한 모습이 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처져 내려온 눈썹을 당겨 올려주고 이 과정에서 제거된 피부와 피하조직 일부로 꺼진 눈을 해결하는 것으로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본 다음 스케줄을 잡았다. 수술 당일, 먼저 수술하게 된 막내를 응원하고자 두 언니도 함께 병원을 찾았다. 세 자매에게 자세한 설명을 다시 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눈썹의 아래쪽 경계를 따라 피부를 절개한 다음 눈꺼풀이 처진 양만큼 측정해서 피부와 그 아래 피하조직을 한 번에 두툼하게 떼어냈다. 눈썹을 계획한 자리까지 위로 당겨 올려 고정해 주고 피부를 꼼꼼하게 봉합해 주었다. 떼어낸 눈썹 조직은 수술 확대경을 보면서 피부 조직을 다 제거하고 피부 아래 조직만 남도록 분리했다. 이제 꺼진 눈을 해결해 줄 차례다. 쌍꺼풀 수술을 하듯 피부를 절개해서 꺼진 부위까지 접근했다. 눈 안쪽의 지방주머니를 찾아 열어젖힌 다음, 눈썹을 당겨 올리면서 나온 피부 아래 조직으로 꺼진 부위를 메워주었다. 수술을 끝낸 후 눈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마도 당겨 올라가면서 이마의 굵은 주름살도 펴지고 눈가의 주름도 펴진 것이 보였다. 가장 신경 쓰이던 꺼진 눈은 젊었을 때의 도톰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원하던 모습이 이루어진 것이다. 꺼진 눈이 해결된 것을 보고 세 자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랫배의 지방을 쓰지 않고도 떼어낸 피부의 조직으로 꺼진 눈을 해결한 것이다.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폐기되고 말았을 자신의 조직으로 재건한 셈이다. 조직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점이 있고, 이 조직 속에는 진피와 지방이 함께 있어서 지방만 이식하는 것보다 지속기간이 더 오랫동안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또한 아랫배의 지방을 빼내기 위해 아픈 수술을 한 번 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환자를 위해 좋은 장점이라 하겠다. 누군가의 얼굴을 닮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부모로부터, 아니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을 계승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각인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변해가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추어서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 역시 자손들이 현대 사회에 조금 더 잘 적응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좋은 일이라 해야겠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추석 연휴를 함께 한 환자

“이제 다 나았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환자와 나는 함께 안도와 기쁨의 미소를 나누었다. 가슴이 유달리 크고 처져서 고민하던 중년의 여자 환자를 만난 것은 두 달 전의 일이었다. 이 환자는 가슴 때문에 고민하다가 수년 전 이 수술을 했던 언니와 의논했다. 언니는 수년 전 같은 문제로 고민하다가 나를 찾아와 상의 끝에 수술을 결심했었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서 잘 지내던 중, 동생이 겪고 있는 가슴 고민을 듣고서 선뜻 나와 우리 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언니의 추천으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인연이란 것이 참 멀고도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니의 안부를 확인하고서는 동생을 진찰했다. 수년 전 언니의 수술 기록을 확인하고 나서 동생의 상태와 비교해 보았다. 언니보다 조금 더 심한 상태여서 그런지 처진 가슴 때문에 목과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는 말이 수긍이 갈 정도였다. 과거에 언니를 수술했을 때보다 세월이 흐른 만큼 조금 더 안정되고 좋은 수술결과를 보여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수술을 꼼꼼히 계획하고 준비했다. 때마침 환자의 시간관계상 수술도 추석 연휴 전날에 해야 할 상황이라 이번 추석 연휴는 꼼짝 못하고 병원을 전전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지만 자매의 가슴 수술을 모두 하게 된 인연을 생각해 보고, 이것은 반드시 내 수술이라는 의무감마저 들어 추석이라는 생각은 저 멀리 뒷전으로 날려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해 나갔다. 일주일에 가까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수술 당일 아침, 수술이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아온 환자의 수술 부위에 세심하게 디자인을 해 나갔다. 계획한 대로 수술이 완료되면 환자는 더 이상 가슴으로 인한 고통을 받지 않을 것이다. 수술실로 옮겨진 환자에게 수면마취제를 주입하고 주사기와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마취 깊이를 세밀하게 조절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수술에 충분한 상태까지 수면 마취가 이루어진 다음, 가슴 부위로 가는 신경과 유방조직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했다. 이제 환자의 가슴 부위는 전신마취를 한 것처럼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 통증 없이 수술할 수 있는 상태까지 된 것이다. 수술 전에 도안한 대로 수술 부위에 절개하고 수술을 조금씩 진행해 나갔다. 아래로 축 처져 내려온 조직을 주위 조직과 분리시킨 다음 이것을 모두 제거해 주었다. 남은 가슴조직을 정상적인 위치까지 위쪽으로 끌어올려 단단하게 고정한 다음 봉합을 시작했다. 상당량의 유방조직을 제거하고 나서 가벼워진 가슴조직을 봉합해 주었다. 장장 4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날 즈음, 어느덧 아담하고 예쁜 가슴의 모양이 완성되어 있었다. 봉합이 끝날 즈음, 환자는 무사히 깨어났고 수술 후 어지러워하기는 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실로 옮겨갈 수 있었다. 오랜 수술시간 동안 참고 기다려준 환자의 모습이 새삼 대견스러웠다. 이 수술을 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가 뚜렷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시작한 수술이 오후 2시를 넘겨서 끝났으니 마치 높은 산을 하나 정복한 느낌마저 든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 날 아침, 다들 고향 앞을 향해 가는 길에 나는 병원으로 나갔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는 밤새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 같다. 다행이다. 수술 부위의 상태를 검사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붕대를 감는 일이 추석 연휴 내내 반복되었다. 연휴가 끝나고 실밥을 뽑던 날, 군데군데 꿰맨 자국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제 보통 사람처럼 가슴 모양이 잘 잡혀 있었다. “이제 목이나 허리도 아프지 않고 가슴 부위의 무거운 느낌도 없어져서 만족한다”는 환자의 말에 연휴 동안 했던 모두의 고생이 보상받는 듯했다. 자매의 수술을 연달아서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드문 일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과거에 수술했던 언니의 말을 듣고서 일찌감치 한 달 전에 찾아와서 예약했던 환자였다. 그래서 과거 언니의 수술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가장 좋을 것 같은 방법을 찾아 충분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고 충분히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된 것 같아서 다행스러운 하루였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염증이 아니고 부기입니다

추석연휴 전에 수술했던 환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연휴 기간에 잠시 출근하던 중, 당직 전화가 걸려왔다.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추석 연휴 전날 이마에 필러를 시술한 환자였다. 꺼진 이마가 보기 싫다고 약간 봉곳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찾아온 환자였다. 이마는 피부가 얇아서 자칫 울퉁불퉁한 모습이 되기 쉬워서 매끈한 이마를 만드는데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덕분에 매끈한 모습이 되어 웃는 낯으로 돌아간 환자였는데, 이틀째 되는 전화가 온 것이다. “필러 시술한 자리에 염증이 생겨서 큰일 났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경우에는 급한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셀카를 찍어서 당직 전화로 보내 달라고 한 다음, 사진을 확인했다. 살짝 눈 주위에 부기가 있기는 했지만, 환자가 염려하는 염증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 나오세요.” 연휴 기간이지만, 드레싱을 해야 할 환자들이 있어서 병원에 나오도록 했다. 환자들 사이에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환자를 일단 보고 염증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다행히 얼굴이 부은 것은 이마의 부기가 내려온 것이고 염증이라 할 만한 소견은 없었다. “따로 약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염증이 아니고 통증도 없으니 약도 필요 없습니다. 일단 부기가 다 가라앉도록 차가운 찜질만 열심히 하시면 되겠습니다”라고 확실히 안심시키고는 돌려보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이틀 후 환자가 환한 표정으로 다시 찾아왔다. 부기가 다 빠지고 나자 매끈한 이마가 환하게 인상을 밝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얼굴이 더 환해진 것 같다. 염증(Inflammation)은 생체조직이 손상을 입었을 때 체내에서 일어나는 방어적인 반응이다. 예를 들어 외상, 화상, 세균 침입에 대하여 몸 일부에서 충혈, 부종, 발열, 통증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이거 염증 생긴 거 아니에요?” 가끔 수술을 한 환자들이 회복하는 도중에 이런 질문을 받는다. 염증이라는 것은 조직에 손상이 생기면서 생기는 반응이다. 염증이 있는 조직에는 특징적인 소견이 관찰된다. 통증이 있는 부기다. 부어 있는 곳을 살짝 누르면 아프다고 한다. 염증이 생긴 부위는 붉은색을 띤다. 가끔 상처가 있으면 누런 분비물이 보이기도 한다. 염증은 처음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부기로 시작하거나 정상적인 상처 치유과정에 이상이 생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의사들은 이렇게 상태가 나빠지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 여기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환자의 면역 능력이 떨어지면, 염증으로 진행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과정의 성형수술에서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철저한 소독을 하고 무균의 환경 속에서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염증 생겼다’ 혹은 ‘이것 염증 생긴 것 아닌가요’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염증이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흔하다. 병원을 찾아가서 정확한 진단만 받아도 큰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 염증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 중에 수술이나 시술 부위에 실제로 염증이 생겨서 오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과거와는 달리 성형수술보다 간단하다고 하는 필러, 보톡스, 실리프팅, 매선 같은 시술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것에 관계된 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 원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바쁘고 간단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시술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라 하겠다. 두 번째는 쁘띠 시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환자들에 의한 것도 있다. 시술하고 나서 바로 상처에 손을 대고 화장을 하거나, 샤워, 사우나, 음주, 흡연 등을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술 후에도 한두 차례, 병원을 방문해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서 치료를 하는 것이다. 간단하다 쉽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수술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경과에 관심을 둔다면,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뜨겁기만 했던 여름의 햇살도 어느덧 뉘엿뉘엿 넘어가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것을 보니 이제 가을이 성큼 우리 눈앞에 다가온 것을 알게 한다. 오후에 세 명의 아가씨들이 진료실을 함께 찾아와 상담을 하다가 서로의 코 모양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게 생겨서 의아스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친구들인 이 세 사람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코 수술을 함께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보니 누구 하나 다름없이 피노키오처럼 코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고 서로 난감해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그날은 얼굴 전체의 윤곽과 모양 때문에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 코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중 두 명의 여성은 코끝을 지나치게 뾰족하게 세우는 바람에 수술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이 보였다. 코끝의 피부가 얇아지면서 보형물과 연골의 윤곽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보였다. 수술한 티가 너무 많이 나는 모습이 되어 재수술을 고민해야 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이런 현상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요즘 비슷한 모습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점점 더 흔하게 보게 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회적 미의 기준이 개성과는 상관없이 동일하게 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란성 쌍둥이’라는 말이 흔히 오가는 말이 되고 있다. 요즘 ‘강남 미인 스타일’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성형 수술을 많이 한 티가 많이 나는데도 아름답지는 않은 얼굴이다. 이런 얼굴의 특징을 보면, 눈썹은 아래로 처지고 눈동자는 놀란 듯이 보이는 눈, 안쪽의 붉은 살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튼 앞트임. 눈꼬리가 둥글게 변한 뒤트임. 부자연스럽게 너무 큰 애교살, 지나치게 큰 보형물을 넣어서 피부로 비쳐 보이는 코, 너무 길게 해서 아바타처럼 보이는 코, 심하게 튀어나온 이마, 동안을 만든다고 광대와 입가가 너무 많이 통통해진 얼굴. 광대와 턱뼈를 너무 많이 깎아서 ‘개 턱’이 되어버린 얼굴 윤곽. 양악 수술로 입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할머니처럼 보이는 모습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예전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성형 수술을 사회적 통과의례처럼 여기게 하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다. 젊은 연예인들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 된 지 오래되었고, 또 나이가 든 연예인도 토크쇼에 나와서 당연한 듯이 성형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서라면 성형 수술쯤이야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이다. 자신의 얼굴이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어 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현실 때문에, 너도나도 개성과는 상관없이 비슷한 이미지의 얼굴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영향이 우리 주변에 많이 퍼져 있어서 그런지 요즘 진료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도 비슷한 모습이다. “이렇게 수술하면 예뻐질까요?” 아니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와서는 “나도 이렇게 만들어주세요”라는 말을 흔히 한다. “예뻐지면 어떻게 하실 건지 혹시 계획이 있나요?” 아니면 “당신의 얼굴 모습이나 형태가 그 연예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어보면 그냥 예뻐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막연한 이야기를 하면서 얼버무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술을 하는 데에는 합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이 수술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좋은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만들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어서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한 이미지를 찾아서 마치 원석을 깎고 다듬어내듯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다면, 이런 현상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의 임무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 때 세상은 좀 더 서로 다른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함께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사람의 손이 꼭 필요한 곳

몇 주 전부터 우리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주차 전쟁이 일어났다. 아파트가 오래되면서 지하 2층까지 있던 주차장의 바닥과 벽의 페인트가 벗겨져서 보기에 흉해지고 안전에 문제가 생겨, 결국 주차장 전체를 도색하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 기간 주차를 할 수 없게 되어 차들이 모두 지상으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사전에 혼잡할 것을 예상하고 네 군데 주차장을 하나씩 차례대로 도색할 계획을 하고 스케줄을 잡았다 한다. 그러나 수많은 차량이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차가 없던 통로에까지 주차한 자동차로 메워지면서 때아닌 주차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차를 세울 수 없는 위치에까지 무질서하게 주차가 되면서 주차 시비가 붙는 등 아수라장이 될 지경이었다. 더 이상 불편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아파트 경비실에서 수고를 해 주기로 했다. 주요 장소에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잡고 대기하면서 주차하는 입주민들에게 적당한 주차 위치를 안내해주고 주차를 통제해 주었다.경비원들이 서로 무전기를 가지고 통화하면서, 각자 비어 있는 주차 장소를 교환하면서 입주민들이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자 며칠 전의 무질서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조금 바쁘고 복잡하기는 하지만, 다시 예전처럼 주차할 수 있게 됐다.평소에는 경비실이나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를 위해 수고하던 이들이었다. 단순히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도움을 주는 것을 보고 새삼 이들이 우리 아파트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닫는다.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새로운 시장과 패러다임이 펼쳐지면서 이전까지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것이다. 많은 변화 속에서 가장 크고 거센 바람을 맞고 있는 계층이 바로 경비원, 운전기사, 택배기사, 서비스업의 아르바이트업무직 등으로,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들이다. 이들 직업은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음이 틀림없다.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의 무인경비시스템, 자동운전 혹은 무인운전 자동차, 그리고 무인점포 등 이제 무인으로 시작되는 업종을 보는 일이 신기한 일이 아니고 다반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직업군들이 하는 일이 단순히 무인으로 대체될 수 있는 업무뿐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면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인공지능이나 여러 가지 자동화로 사람 수를 줄이고 단순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직접적으로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는 지점에서는 무인 혹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할 경우, 바로 ‘여유와 융통성’이 발휘되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사람의 역할일 것이다. 아파트의 주차 관리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주차 공간을 찾아내서 주민들이 주차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사람이 융통성을 발휘해 주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마트에서 계산대를 무인으로 운영하다가 시스템의 오류로 도난방지 경고음이 울리면서 고객이 절도범으로 몰린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만약 계산원이 있어서 융통성을 발휘해 주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무인시스템이나 자동화가 더 보편화하더라도 사람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더욱더 필요해진다. 역설적으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적 교감, 여유와 융통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더욱더 필요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자동화가 인간의 업무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단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도와주는 보조일 뿐이다. 자동화나 인공지능 같은 시스템이 발달할수록 사람 사이의 교감이 더욱더 소중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죽어도 산 사람, 살아도 죽은 사람

타는 듯한 더위에 모두가 지치는 여름이다. 이제 한고비 넘겼나 싶지만, 그래도 여지없이 35도를 넘나드는 한낮이다. 기록적이라고 하던 1994년의 무더위가 기억에 남아 있지만, 이 역시 가볍게 뛰어넘는 것을 보니 이제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의구심을 하게 된다. 모두가 걱정하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불안이 점점 눈앞에 다가오는 것 같다. 에어컨 바람으로 지친 몸을 달래던 중, 10여 년 전에 수술했던 환자 한 분이 찾아왔다. 개원한 지 10년이 지나다 보니 그런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오래된 챠트를 보고 진료실로 들어서는 얼굴을 보니, 예전의 그 모습이 남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함께 웃음을 지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 주위에서 하나둘씩 수술을 하는 것을 보고 문득 ‘나도 이제 고칠 데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병원이 생각이 나서 예전의 병원으로 나를 찾아왔다가 다시 이전한 곳으로 안내를 받아서 물어물어 찾아왔다는 것이다. 수술이 잘되어서 그런지, 수술 후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아직 손댈 필요가 없는 상태라서, “아직은 괜찮으니 조금 더 주름이 생기면 다시 오시라”고 말하고 돌려보냈다. 가슴이 뿌듯해지고 마음 한편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해서 모처럼 몸속의 뜨거운 열기도 가시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도 비슷하다. 이럴 때면, ‘나는 과연 그 환자에게 어떤 의사였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환자 자신과 함께 갈 수 있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때로는 어려운 삶의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신뢰받는 동반자 같은 의사였는지 말이다. 얼마 전 우리의 마음속에 친구 같았던 한 국회의원이 유명을 달리했다. 누구는 비겁하게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마감한 것이라고 그를 폄하하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평소에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로 여겨지는 듯하다. 이름 없이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된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을 위해 힘쓰던 그의 모습 때문이다. 우리가 그 사람의 삶이 어땠는지 알아보는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를 꼽는다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어떠했는지 보는 것이다. 그의 마지막은 평소 그가 함께하고자 했던 이름 없는 사람들, 그의 모습을 사랑했던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록 그와 일면식도 없지만 그를 사랑했던 이들의 발길이었다. 그의 삶은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위처럼 단단한 세상과 싸우면서 그 틈새에 작은 새싹을 틔우고자 했던 노정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인지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눈길을 잃지 않아서 비록 그와 뜻이 다른 사람에게도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은 이제 그가 했던 일을 마음속에 담고, 그의 뜻을 이어나가려는 다짐의 한 마당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그는 비록 ‘죽었으나 우리 마음속에는 오랫동안 살아 있을 사람’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멀쩡하게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보다 못한 평가를 받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보곤 한다. 살아있음에도, 좋지 않은 일로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자신의 명예와 살아온 인생이 부정적인 이미지의 모습이 되어 차라리 죽은 자보다 더 못한 처지가 된 것이다. 이 사회의 일원으로 지내면서 우리 자신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 것일까? 진료실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는 우리 의사들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 어렵고 힘든 문제에 처할 때 꼭 들어야 할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 즉 신뢰가 가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저 환자의 마음을 이용해서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들의 소리를 경청하고 공감을 한 다음, 그들의 마음속에 울림을 줄 수 있는 말을 해 줄 수 있을 때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가 모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현대의 한국 사회는 양극화로 인해 계층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결합이 서서히 이완되고 사회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좋은 말로는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다양한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숙제로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서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고 깊은 신뢰의 기반을 이룰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결속력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열심인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우리 주위의 이웃들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와 시선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이제 각 계층 간의 ‘사이’를 메워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서로 서로에게 ‘살아도 죽은 사람이기보다, 죽어도 산 사람’이 될 수 있을 때 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내 나이가 어때서

며칠 전, 사무실의 집기를 집으로 옮길 일이 생겼다. 물건이 몇 개 되지 않아서 포장이사를 하려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겠다 싶어서 개인 용달업체 몇 군데를 알아보게 되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중 유독 내 귀를 끄는 목소리가 있어서 덜컥 예약을 했다. 다른 업체의 직원보다 나이도 조금 더 많아 보이는 분이 전화를 받는 곳이었다. 비용도 조금 더 싼 것이 나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혹시 싼 게 비지떡이라고, 일하는 것이 실망스러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마음이 이끌려서 예약을 한 것이니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예약한 날을 기다렸다. 당일, 옮기는 집기의 모서리가 다치지 않도록 에어캡으로 감싸고 포장 테이프로 둘러싼 다음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전화벨이 다시 울리고, 일흔 정도 되어 보이는 용달업체 사장님이 트럭을 몰고 홀로 오셨다. 반갑게 인사하고는 얼른 사무실로 안내했다. 이동식 수레를 같이 들고 올라가서 옮길 물건을 함께 확인했다. TV와 스탠드, 커다란 서랍장, 콘솔과 의자 하나, 옮길 물건이 많지는 않았지만, 혼자서는 무리다. 내가 함께 도와드리기로 했다. 유쾌한 성격의 사장님은 세상사는 이야기며, 용달업을 하면서 겪었던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일을 하셨다. 하지만 물건이 부딪쳐서 흠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모습이 오랜시간 이 일을 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숙달된 사장님 덕분에 물건들을 쉬엄쉬엄 옮기고도 금세 일을 마쳤다. 시원한 쥬스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약속했던 수고비를 드리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유쾌한 모습의 사장님은 수고비를 받으시고는 내 귀에 쏙 들어오는 말씀을 하시고 가셨다. “젊었을 때는 일도 많았고, 바쁘게 지냈는데, 이제는 나이가 많다고 손님들이 일을 맡기기 꺼려서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힘만으로는 안 되고 요령과 경험이 중요한데…. 그래도 믿고 일을 맡겨줘 감사합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인다고 일을 잘 못할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꺼려했다면 분명 후회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학생들에게 할아버지ㆍ할머니라는 이야기를 듣는 선생님들, 나이가 많은데 퇴사하지 않는다고 무언의 압력을 받는 장년층, 사회의 여러 현장에서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노년층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단지 나이가 들었을 뿐,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우리 사회가 그동안 관심을 두지 못했던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수명은 길어졌지만, 중년의 나이에 은퇴를 해야 하는 우리의 사회적 현실이 장년, 노년층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들은 단지 능력이 부족해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젊어보이기 위해 주름성형수술을 하고자 나를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사실 나 자신도 앞으로 10년 혹은 그 남짓 나이가 더 들고 나면 주름진 노인이 된 내 모습에 환자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병원 운영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날이 올 수 있다. 고령화를 향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치닫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이상 지나고 나면 노인 국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사회 전체가 이에 맞는 시스템의 변화, 직업, 일자리, 혹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루어야 할 시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런 변화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켜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노인들도 충분히 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충분히 생산적인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일하기 딱 좋은 나인데!’ 우리 모두의 생각 속에 이런 마음이 함께 할 때 우리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유명하다고 다 잘하나요?

최근 찌는듯한 무더위를 속에 반가운 얼굴의 아가씨가 병원을 찾아왔다. 3년 전에 입술 교정 수술을 받았던 아가씨다. 서울에서 양악 수술을 하고 나서 입술이 비대칭으로 비뚤어져서 고민 끝에 나를 찾아왔던 환자인데, 좌우의 비대칭이 심해서 여러 고민 끝에 세심하게 계획을 잡고 수술을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얼굴 상태를 보고 있으니, 얼굴의 모습도 자연스러워진 것 같고, 입술은 거의 대칭이 잘 맞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태가 좋아졌다고 서로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중에, 이 환자는 수술 전의 자신의 기록과 사진을 받아가기 위해 병원을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 무슨 일인지 속사정을 물어보니, 양악 수술을 하기 위해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아무래도 대구보다는 큰 서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광고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고 인터넷 수술 후기도 많은 한 병원을 골라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 결과가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고 한다. 수술 전에 비해 얼굴도 비뚤어지고 이상한 모습이 되어서 한동안 외출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불편함이 생겨서 병원을 찾아가서 이야기했더니 담당 의사는 만날 수도 없었고,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자신을 회피하는 것 같아서 너무 실망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광고도 후기도 다 거짓말투성이였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았다는 마음에, 결국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의무기록은 환자의 것이라 자료를 내어 주기는 했지만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이해할 만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너무 실망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꼭 간직하기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돌려보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생각된다. 환자에 대한 상태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피고, 수술이 끝난 이후에도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도록 환자와의 라포(Rapportㆍ친밀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우리 의사에게 갈수록 더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적당한 병원 선택을 하는데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숙제가 환자에게도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요즘 매스컴이나 인터넷을 보고 있으면 온갖 종류의 광고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해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우리의 기억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치열한 부분이 맛집, 숙박업소, 병원 같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그 효과가 정확하게 검증되지 못하고 오로지 광고와 후기만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실 맛집이나 숙박업소는 한 번 갔다가 예상보다 못하다면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 탓을 하고 다음에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병원은 그럴 수 없다. 치료 결과로 인해 후유증이라도 남는다면, 평생 그것으로 인한 마음의 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중요한 것을 단순히 인터넷, 스마트폰, SNS에 의존해서 바늘구멍 같은 시야로 들어오는 정보만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마케팅 업체에 의해 조작된 효과와 후기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 수술이나 시술만 하면 자신의 인생이 원하는 대로 바뀔 것만 같은 착각과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광고에 현혹되어 원하지도 않는 수술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고, 또 무리한 수술로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된 환자들을 전보다 더 많이 보게 된다. 특히 얼마 전 ‘투명교정’을 한다고 떠들썩하게 보도된 한 치과에 관련된 이야기는 우리의 귀를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싼 가격으로 치료해 주겠다고 대문짝만큼 큰 광고를 하고 수많은 환자를 모아, 선납금을 받고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치료기간 동안 환자를 모른 체하고 방치해 버리는 염치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마치 얼마 전 선납금을 받고 수많은 회원을 모은 다음 갑자기 문을 닫고 폐업하는 스포츠센터 사건을 연상케 한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환자를 들여다본 다음, 문제점을 함께 발견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면서 제시해 줄 때, 제대로 된 의사의 자세라 할 것이지만, 이것은 마치 호객꾼과 한탕만 하고 나면 없어져 버리는 ‘떴다방’ 같은 파렴치한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의료행위라는 것을 의사가 가져야 할 장인정신 없이, 환자 하나하나를 최선을 다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적인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돈이면 다른 모든 중요한 의미나 목적을 다 대신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피곤해지는 시기다. 비록 이런 때일지라도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술이나 수술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하고 신중한 결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 하겠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웃을 일이 많아졌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 하나를 꼽아 보자면, 첫인상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첫인상이 좋게 보일 수 있을까?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우리 성형외과와 관계있는 것을 손꼽아 보면, 매력적인 미소도 그 중 하나라 하겠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김 비서가 왜 그럴까?’ 같은 드라마에서도 매력적인 미소가 좋은 인상을 주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미소를 가지기 위해 수술까지 결심하고 진료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고민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 한 사람이 진료실로 찾아왔다. 젊어서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이제 어느 정도 관리하는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갑자기 고민이 생겼다는 것이다. 경력도 쌓이고 실력도 높아지면서 새로 좋은 자리로 직장을 옮겼는데, 어느 날 거울을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에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잔주름과 아래로 축 처진 입술, 심술궂어 보이는 모습에 아무리 웃어보려고 노력해도 어색한 느낌만 들었다고 한다. 애타는 마음으로 무슨 방법이 없을까 병원을 찾아온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입술 꼬리를 올려서 매력적인 미소를 만들어주는 수술은 쉬운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얼굴 전체의 균형 잡힌 미소를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웃는 느낌의 미소만큼 눈가의 표정도 중요하다. 이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많은 질문을 했다. “혹시 마음에 걱정스럽거나 불안한 일이 있었나요?” 만약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즐겁지 못하거나 마음에 부담스러운 것을 담아두고 있으면 눈가에 그 모습이 대부분 투영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 표정은 웃는 모습이 될 수 없는 상태에서 입술은 미소를 짓는 보기 어색한 모습이 되고 마는 것이다. 마치 ‘배트맨의 조커’처럼. 이러면 타인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의 의미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꼼꼼하게 이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의욕과 열정에 불타서 고객들을 진심을 다해서 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생활이 만족스럽고 즐거운 일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나가는 시간과 함께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겪으면서 열정도 사라지고 이런 생활에 피로가 생기면서 점점 자신이 불행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생활에 고비가 온 것이다. 필요한 것은 수술이 아니라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웃을 일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기억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니, 최근에는 그런 기억 없이 하루하루를 끌려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수술이 아니라 열정과 자신에 대한 애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미소는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올 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도록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때 이 수술도 당신에게 필요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주고 돌려보냈다. 반년 정도 지난 후 다시 그녀가 찾아왔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옥에 티처럼 남은 입술 처짐을 교정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이제 수술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며칠 뒤 실밥을 제거하고 환자에게 살짝 힘주어 웃어보라고 했다. 눈가의 웃는 표정과 함께, 얼굴 전체가 웃는 인상에 입술 꼬리가 시원스럽게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비록 수술 후 부기가 남아있기는 했으나, 좋은 인상을 주는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입술 꼬리의 처짐이 없어지고 ‘10점 만점에 10점’ 짜리 얼굴이 된 것이다. 치료를 끝내는 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수술을 원했지만 퇴짜를 맞고 나서 그녀는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전 처음으로 진심이 어린 충고를 들었다고 한다. 그 후 이제까지 살아온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서 자신을 이해하고 식어버린 열정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자신감이 생겼고 웃을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장마가 끝나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다. 이번 여름에는 밝은 미소를 선물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우리에게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겨땀이여, 이젠 안녕

한낮에 뜨겁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고 있으면, 여름이 우리 눈앞에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하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내쉬어지는 한낮이다. 오후에 낯익은 부부가 병원을 찾아왔다. 작년 이맘때 다녀가고 난 뒤, 다시 찾아온 것이다. “두 분을 다시 보게 되니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겠습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작년 여름의 일이다. ‘겨땀(겨드랑이에 나는 땀)’ 때문에 고민하면서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여름만 되면 겨드랑이에서 비가 오듯 흐르는 땀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탓에 외출하기 어려울 정도라니, 이쯤 되면 불편함을 넘어서서 병(病)이라 해야 할 정도였다.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지 못해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우리 병원까지 찾아온 것이다.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지만 가장 환자에게 불편함이 없는 치료를 골라야 할 상황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간단한 방법이 없을까?’ 땀의 양이 줄어들도록 보톡스 주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1주 후, 밝은 얼굴로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를 보고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땀이 줄어들면서 불편했던 점들이 말끔히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항상 축축했던 겨드랑이가 이제는 뽀송뽀송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효과는 대략 5∼6개월 정도 유지될 수 있으니, 앞으로는 여름이 되기 전에 매년 맞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혹 겨드랑이의 땀을 줄여 놓았으니 다른 부위에서 땀이 더 날 수 있습니다”라고 주의사항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한여름을 지내고 나서 다시 여름이 찾아오면서 다시 보톡스 시술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다. 땀은 우리에게 단지 불편한 존재만은 아니다. 우리 몸에 쌓인 열을 배출하고 또 젖은 상태에서 증발하면서 피부 온도를 떨어뜨려 체온을 적절한 상태로 유지해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땀을 흘리지 못한다면 열을 배출할 수 없게 되어 우리들의 몸은 열사병, 일사병 같은 고온질환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여름은 원래 땀이 많이 난다. 가만히 있어도,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비가 오듯 흐른다. 자주 샤워하고 시원하게 지낼 수만 있으면 큰 불편함은 없는데, 아침에 나와서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리라.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를 들면, ‘겨땀’으로 셔츠나 상의의 겨드랑이 부분이 흥건히 젖어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다. 자주 씻지 못하고 습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액취증으로까지 악화하기도 한다. 다른 한 가지 경우는 ‘손바닥 다한증’이다.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면 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해야 하는데 악수를 하는 순간 축축한 손바닥 때문에 상대방과의 관계를 서로 어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겨드랑이와 손바닥의 정확한 위치에 보톡스를 주사해 주면 적어도 5∼6개월간은 땀이 줄어든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 더운 여름철의 불편함을 줄이고 쾌적하고 청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체온 조절을 위해 몸에서 나는 땀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조절기전으로 인해 겨드랑이나 손바닥의 땀이 줄어들면 다른 부위에서 나는 땀의 양이 조금씩 늘어날 수도 있다. 주름을 없애 주는 것으로 알려진 보톡스가 요즘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단순히 근육의 힘을 줄여서 주름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고 사각턱 주사, 승모근 주사, 더모톡신으로 주름을 당겨 올리는 방법 등 수많은 방법이 알려졌다. 땀샘을 줄여주는 보톡스 요법은 보톡스를 피부 바로 아래쪽에 주사해서 땀샘의 기능을 약화시켜 주는 능력을 이용한 기술이라 하겠다. 만약 이 방법으로도 효과가 없으면, 겨드랑이의 땀샘으로 향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의 난이도가 어렵고 수술 후 겨드랑이 이외의 부위에 땀이 많이 차는 보상성 다한증이 영구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서 더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보톡스를 이용해서 비록 6개월 정도 지속에 그치지만 간단한 시술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더 현실적이라 하겠다. 한동안 TV나 매스컴에서 ‘겨땀’이라는 말로 연예인들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면서 우스갯소리로 쓰이던 것이 이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일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일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줄 방법을 찾게 되었으니 의사로서는 다행이라 하겠다.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