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포비아, 경제에 치명적이다

차이나 포비아, 경제에 치명적이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세계 경제가 중국의 우한폐렴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달러화와 엔화, 금 등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는 대신 주식시장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에서는 자금이탈이 이어지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세계 경제를 공포 속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만도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라는 세계적 규모의 전염병을 3차례나 경험한 바 있고, 그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크건 작건 경제적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사스와 신종플루의 발병지였던 중국과 멕시코는 당시 경제성장률이 1%p 정도 하락했고, 이들과 경제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국가들도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더군다나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8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적 피해도 컸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만다행으로 사스로 인한 사망 피해는 없었지만, 이후 신종플루와 메르스로 인해 각각 270명, 38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바 있다. 국내외 유력 경제전망기관들은 3번의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적어도 0.1~0.3%p 정도의 경제성장률 손실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물론, 지금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발병국의 대응 자체가 변했다. 중국의 경우, 질병의 파급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대응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키웠던 사스 때와는 달리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1일 우한폐렴을 사스와 메르스급 질병으로 지정하고, 대응은 그보다 더 강한 흑사병 등의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물론 발병지와 가까운 우리나라나 일본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거의 모든 국가들도 검역과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조속한 시일 내에 사태가 진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낙관론은 과거에 있었던 사스와 메르스 당시 입었던 경제적 피해가 오래가지 않았다는 경험치가 반영된 것이기는 하다.하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 현재 번지고 있는 비관론이 쉽사리 사그라질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당장 중국경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우한폐렴 확산 우려로 인한 가계심리 악화가 경제성장률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소비 둔화로 이어진다면 5%대 성장의 현실화는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확대될 국제금융시장의 리스크와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우리나라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 현상이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포보스(Phobos)를 어원으로 하는 포비아는 객관적으로 볼 때 전혀 위험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지만,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론이 악화되면 언제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만일 그렇게 된다면 항공, 호텔, 소매 등 관광을 둘러싼 전후방산업 전체에 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이로 인한 경기둔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으며 총 1,700만 명을 상회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인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더군다나,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으로 차이나 포비아가 확산되는 것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이런 의미에서 볼 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엄청난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놀랍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차이나 포비아 현상에 올라탈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피해를 막기 위한 공조가 필요한 때다.

지역산업의 재도약을 꿈꾸며

지역산업의 재도약을 꿈꾸며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들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것 같다. 미·중 간 무역협상이 불완전하나마 일단락되었고, 요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악영향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계 경제도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들이 나온다.그러다 보니 올해 우리 경제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기저효과든 어쨌든 말이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은혜가 우리 경제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지역과 가계의 구석구석까지 퍼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조선과 화학, 자동차 등 산업 1번지 울산, 기계산업 메카인 창원이 있는 경남, 왕년의 전기전자산업 기지인 구미와 철강산업이 버티는 포항이 있는 경북은 물론 제조업 기반이 약한 전남과 전북의 경기는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까? 제주도는 예외로 하더라도 강원도처럼 전체 지역 총생산에서 10%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지역의 경기는 또 어떨까?아마도 이들 지역 경기는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소위 이들 지역의 주력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산업들은 지루하리만치 긴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치고 있고,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기업들은 고용과 임금을 늘릴 형편이 못 된다. 그렇다고 지역 경기를 이끌 새로운 산업군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집계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과 같은 지출항목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업과 같이 산업별 생산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면 지출을 늘리든지, 생산을 늘리면 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외 수요압력이 낮아 생산량 증가가 곤란할 때는 중앙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이를 보완할 수 있다.그렇게 하면 지역 경기도 살아날 터. 하지만 지방정부, 즉 지자체에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가 없다. 대다수 지자체의 재정기반이 매우 취약할뿐더러, 설령 국채를 대신해 지방채를 발행해 지출을 늘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는 지속가능한 정책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지자체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일 수 있고, 중앙정부 역시 지역 경기 살리는데 필요한 재원을 무한정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이렇게 보면 답은 결국 하나다. 어떻게든 빨리 지역이 가진 생산 기반을 재편하고, 대내외 환경 악화에도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충청북도와 경기도가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은 지역내총생산의 35% 이상에 육박하는 제조업의 생산량이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의 속도로 커나가면서, 기업과 인재들이 몰려들어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소식에 따르면 이제 곧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초지자체별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해 맞춤형 산업육성책을 제시한다고 한다. 그동안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의 성장을 이루고, 지역 경제의 기반을 확충해 왔던 사실을 되새겨보면 더 일찍 했었어야 할 일이 지금까지 미뤄져 왔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걱정되는 바도 적지 않다. 개발시대의 논리처럼 국가산업정책이 바로 지역 산업과 경제의 발전으로 직결되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신성장동력산업 관련 정책도 마찬가지로 그냥 지역에 심는다고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역별로 분배된 산업들이 균형발전하리라는 보장은 더더욱 희박하다. 한 지역의 특정 산업 부문이 현재의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몰아주기를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다른 모든 지역의 경쟁력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쉽지는 않겠지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지역산업정책이 마련되어 지역산업의 재도약과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길 바란다.

디지털 빵 부스러기에 거는 기대

살다 보면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되지만, 기억에 남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설혹, 기억에 남아 있더라도 아주 또렷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라는 6하 원칙에 맞춰 재구성할 수 있는 기억은 손에 꼽을 만 할 것이다.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경험 대부분은 아마도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속의 저장장치나 어디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데이터센터, 혹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경험이 언제든 타인의 손에 의해 6하 원칙을 충족시키는 데이터로 가공되어 어떤 이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창출하는 지도 모른 채 말이다.이처럼 지금은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구매 패턴, 결제 방법, 구매 이력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록은 물론 SNS, 이메일, 홈페이지 방문 및 검색 이력 등과 같은 개인 생활 전반에 걸친 흔적들 즉,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디지털 데이터로 남아 축적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할 기회를 모색하는 시대이다.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빵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 이른바 디지털 빵 부스러기(Digital Breadcrumbs)를 얼마나 잘 수집, 가공, 활용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 나아가서는 산업 및 국가 경쟁력의 우열이 갈리는 시대가 되었다. 철강이나 반도체와 같이 오래 전부터 빅데이터가 미래산업의 원유 혹은 쌀로 불려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예를 들어, 구글이나 아마존, 알리바바, 페이스북 등과 같은 선진기업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쟁원천은 다름아닌 열심히 모은 디지털 빵 부스러기와 이를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AI(인공지능)와 같은 첨단기술은 그 자체로 훌륭한 상품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부의 원천을 가져다 줄 디지털 빵 부스러기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 개발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통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잘 만들고 잘 팔아 수익만 남기면 끝인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무한책임을 지고 서비스 가능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이고,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다.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티센크루프, 일본의 대형 종합건설장비 업체 코마츠와 히타치, 타이어 업체 미쉐린 등 수많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화를 통해 큰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주 우리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빅데이터) 3법 개정안이 우리 기업이나 산업 및 경제에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빅데이터의 활용에 관한 불필요한 중복규제가 없어지게 됨에 따라 정보 활용 폭을 넓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이번 개정안 통과로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3개 법률과 감독기구가 일원화되어 이전까지 있어 왔던 개인정보 활용에 관한 불필요한 중복규제는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에 명시되어 있는 ‘가명 정보’를 이용하면 개인정보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향후 우리 기업들은 개인정보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변화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함으로써 경쟁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 기업들이 이런 기회를 살려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려간다면 우리 경제도 그 동안 약화되었던 성장 잠재력을 만회하기에 충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이번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로 그 동안 이루지 못했던 우리 기업들의 큰 숙원 하나가 이뤄진 셈이 되었다. ‘가명 정보’라는 새로운 쌀을 가지고 밥을 지을지, 아니면 떡이나 과자 혹은 빵을 만들지 선택은 이제 오롯이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몫이 되었다. ‘가명 정보’가 디지털 빵 부스러기에 그칠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지 두고 볼 일이다.

되살아나는 호르무즈해협의 악몽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연초부터 세계 경제에 새로운 암초가 등장했다. 지난 3일 새벽에 있었던 미국의 이란 군부 지도자 참수작전과 이란 정부의 보복 선언에 따르는 양국 간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 또는 긴장 상태의 장기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이 과정에서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정도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라도 한다면, 과거 2차례 있었던 오일쇼크 때처럼 국제유가 급등은 물론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을 통해 세계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1차 오일쇼크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O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이 원유 생산량의 25%를 감산하면서 발생한 세계적인 불황이었다. 유가는 1년만에 3배 이상 급등했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6%대 후반에서 2%대 후반 정도로 급락했다. 2차 오일쇼크는 1978년 OPEC의 자원민족주의 채택과 유가 인상 조치 및 이란의 석유 수출 중단이 맞물려 발생했다. 1980년까지 유가는 약 2.8배, 세계 경제성장률은 3%대 후반에서 1%대 초반으로 낮아졌다.우리 경제가 입은 피해는 더 컸다. 1차 오일쇼크 당시에도 성장률이 급락하고 물가도 20% 이상 상승하는 등 위기였지만, 2차 오일쇼크는 더 큰 위기였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가운데 물가는 20% 후반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그야말로 스테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좀 더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단행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추론에 근거한다. 이란의 경우, 2010년대 들어서만도 수차례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경고했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 이유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보복뿐 아니라 바로 지척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이 호르무즈해협을 끼고 있는 주요 원유 수출국들의 군사적 보복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이란의 결정을 가로막는 위협으로 남아 있다.만약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없다면 다음은 더 낙관적인 기대가 가능하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세계 전체 원유 생산의 2% 정도에 불과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이란의 원유 생산 감소 및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그 정도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 국제유가가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도 있다.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은 이런 낙관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먼저 지난 3일 미국의 참수작전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변화를 살펴보자. 이란이 포함된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두바이유는 물론 WTI(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 영국 북해의 브렌트유 등 세계 3대 유종의 가격이 급등하는 한편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90달러 중반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50%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더욱이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이나 한 듯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인 국제 금 가격은 하루 만에 온스당 20달러 이상 급등했고, 달러화와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시장의 심리도 빠르게 퍼졌다.국내 금융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원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한편 5만 원 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금 가격도 6만 원 가까이 치솟았다. 당연히, 시중 유통 기름값 상승세도 이어졌다.이처럼 지난 며칠만 돌아봐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장기화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뻔한 사실이다. 비록 지난 1,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당시에 비해 국제정세도 많이 변화했고, 한국경제의 체력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말이다.이번 사태도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회색코뿔소의 시간은 이어진다

회색코뿔소의 시간은 이어진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는 모두가 신년에 거는 기대가 커서인지는 몰라도 무조건 인사는 덕담으로 시작해 좋은 바람으로 끝난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가시 돋은 말은 서로 건네지 않는 것이 예의다.우리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렵고 힘들지만 다들 어떻게 든 희망요인을 찾아내고, 어떤 식으로 든 낙관적으로 포장해서 기대하게 만드느라 애쓴다.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신년이니 만큼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가올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왜냐하면, 2019년에 이어 올해도 회색코뿔소(the gray thino)의 시간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코뿔소는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일 뿐 아니라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 달려오면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달려오면 두려움에 꼼짝없이 당하고야 만다. 이처럼 발생 가능성이 높고 빤히 보이지만, 무시되는 위험을 회색코뿔소라 하는데, 올해도 곳곳에 이들이 도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간 경제 갈등, 중국의 부채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미·중 무역분쟁은 지난해 연말 1차 협상 타결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정치추문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올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현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누가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되든 미·중 무역분쟁이 조기에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라는 점 정도다.한·일 간 경제 갈등도 마찬가지다. 과거사를 둘러싼 길고 긴 양국 간 갈등이 지난해에야 경제 문제로 비화한 것은 양국 모두에게 참으로 불편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를 최소화할 충분한 대응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야 양국 간 대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금씩 전환되는 것 같지만, 양국의 정치적 상황을 살펴보면 올해 안에 극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은 물론 연일 터지는 총리 자신은 물론 부인 등 주변의 부패스캔들로 내각 지지율이 수직 낙하한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보면 양국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해 볼 수 있다.중국의 부채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부채는 전세계의 약 15% 정도인 총 40조 달러로 국내총생산의 300%를 넘을 정도다. 문제는 중국 정부로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자니 부실화가 우려되고, 가만있자니 올해 GDP를 2010년에 비해 2배 규모로 키우겠다는 약속을 어길 판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는 2022년에 있을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4연임은 어려울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경제센서스를 통해 과거의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이런 우려는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부채문제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대내적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려왔던 가계부채가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다. 오랜 저성장으로 일자리와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1천6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가격이 급등한 부동산 시장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질 경우, 전체 가계부채의 약 53%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그야말로 경제 전반에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경제 정책 전반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 등은 체감 정도는 다르지만, 착실하게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회색코뿔소임에 분명하다. 우리 경제가 올해 내내 이들 회색코뿔소들을 잘 피해 나가길 바란다.

장발장과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

장발장과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우리를 찾아왔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퇴근길. 번화가를 지나치다 어느선가 들려온 크리스마스 캐롤과 한껏 멋을 부린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구세군의 자선냄비와 며칠 전부터 예약해 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손에 들고 걸음을 재촉하는 가장들이며,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눈웃음을 마주하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연인들을 모습은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그중에서도 백미라면 백화점이나 대기업 본사 빌딩과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나 거리에 장식된 대형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이 아닐까 싶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국 뉴욕의 록펠러재단 빌딩, 일본 도쿄의 록뽄기와 같이 세계적인 대도시들은 이맘때면 새해도 맞이할 겸 일루미네이션 투어로 북적일 정도다. 우리나라도 서울을 비롯한 지방 대도시에서는 일루미네이션 명소가 있어서 북적이기는 매한가지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나쁜 경기 탓에 자중하는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올해를 되돌아보면 다사다난이라는 말처럼 우리 경제에 참으로 많은 악재가 있었고, 경기도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의 서플라이체인이 위협받았다. 그나마,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체 시장으로 확대된 것은 다행이다.국내에서는 많은 정치·사회적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인상과 주 52시간제와 같은 노동개혁은 의욕이 앞서다 보니 현장과의 미스매치가 발생하여, 뒷수습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도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진 부동산대책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산업이든 기존 산업이든 기업 투자는 경기 부진과 각종 규제 등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정부의 고용 대책은 큰 성과를 보지 못했고, 가계도 힘들어 물가는 디플레이션 공포를 상기시킬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이처럼 따지고 보니 온통 우울한 이야기뿐인 것 같지만, 최근 들어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미·중 간 1차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과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화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뿐이 아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높은 수준의 한·중·일 FTA 추진에 대한 합의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분명한 호재다.대내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보인다. 그중에 가장 반가운 것은 우리 정부가 민간에서만 25조 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해가며 민간투자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목표의 실현을 위해서는 노동이나 환경과 관련된 각종 규제완화에도 나서야 하는데, 이는 계획 이상의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대로 실현된다면 내년부터는 비로소 양질의 일자리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고, 가계의 주름은 다소나마 펴질 것이다.며칠만 지나면 경자년이다. 경자년은 쥐의 해를 말하기도 하지만, 어둠 속에서 세상 모든 것의 씨를 잉태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년 이맘때쯤이면 퇴색해가는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의 빛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고, 얼마 전 심금을 울렸던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많은 장발장도 차차 사라질 것이다.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크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이자 세계인권선언에 큰 공헌을 한 엘리너 루즈벨트는 ‘미래는 아름다운 꿈을 믿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잃어버린 꿈과 희망이 있다면 새해에는 꼭 되찾기 바란다. 경기 회복과 함께 말이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바란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바란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오는 12월24일에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제8차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으로 이에 대한 기대는 여느 때보다 크다. 무엇보다 그동안 난항을 겪던 미·중 간 1차 무역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3국 간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취소와 중국의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미국 제품 수입 확대 결정으로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는 발표가 있은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개최된다.중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쏟던 에너지를 이번 3국 간 정상회의에 오롯이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한참 동안 소원했던 3국 간 관계의 복원 계기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은 북한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때에 맞춰 열린다는 점에서 경제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안보적인 차원에서의 협력 강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회의가 될 것이다.하지만,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의가 별 성과없이 끝날 수도 있다. 이는 최근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까지 간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여전히 동북아 맹주 자리를 다투는 중·일 관계, 사드사태의 앙금이 남아 있는 한·중 관계 등을 고려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일이다.더욱이 지금까지 있었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경과를 살펴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1999년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비공식적으로 개최된 후 2008년부터 독립회의체제로 운영되어왔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한·일은 독도문제와 과거사 문제, 중·일은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문제, 한·중은 사드문제와 같은 정치·외교·군사적 갈등으로 단 두 차례만 열렸다. 그 결과 2015년에는 동북아 평화협력과 경제교역협력에 대한 공동선언이 있었고, 2018년에는 ‘2018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특별성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3국 간에 흐르는 기조는 협력보다는 대결 양상이 더 컸다.한·중·일 정상회의는 이번을 계기로 딱 2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 20년간 이뤄진 3국 협력의 성과를 검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는 최근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3국간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향후 어떤 구체적인 아젠다를 가지고 만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3국 간 경제 협력만 하더라도 큰 과제들이 놓여 있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지 궁금한 데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바로 한·중·일 FTA에 관한 것이다. 한·중·일 FTA는 지난 2013년부터 16차례나 열렸지만, 세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회의만 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는 아세안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타결되어, 한·중·일 FTA 협상이 갖는 의미가 희석되고 있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이제는 RCEP의 추후경과를 한·중·일 FTA에 반영해야 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되고 있다.이뿐이 아니다.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의 해제 여부는 물론 한중 FTA 후속협상의 향방도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관심사다. 이번 만남에서 큰 틀에서의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조만간 중국의 서비스시장 개방을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한·일 간도 마찬가지다. 과거사 문제를 계기로 발생한 양국 간 경제갈등을 이번 정상 간 만남이 끝내주길 바라는 것이다.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우리 기업들이 일본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일본 내 무역장벽을 서로 찾아 해소해 나가는 것이 될 수 있다.이제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우리 정부도 이미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고, 많이 준비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회담이 말 잔치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내년 경기 진짜 회복되려면

내년 경기 진짜 회복되려면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지난달 말 발표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시간을 따지자면 2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바닥론과 재침체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가계와 기업들은 오랜 경기 부진에 위축된 심리가 더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산업활동동향이 어떤 보고서이길래 말들이 많은 것일까? 통상 산업활동동향은 매월 말 발표되는데, 생산과 소비 및 투자와 같은 주요 실물경제의 지난달 실적과 함께 현재의 경기 상황과 미래의 경기 향방을 알려주는 지표들에 관한 해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 상황이 어떻든 이 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그 내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정책의사결정이 균형점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하지만, 요즘처럼 우리 경제가 갖은 노력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 보고서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현재와 미래 경기 향방에 대한 안이한 판단은 자칫 지금보다 더 큰 경기 부진은 물론이고 비록 경기 부진에서 탈출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정책의사결정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인 판단이 앞선다면 경기 부진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는 있겠지만, 그로부터 머지않은 시일 내에 경기 과열 현상을 불러올 만한 정책의사결정의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요 며칠 사이에 일고 있는 논의를 보면 이런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경기 바닥론을 논하는 전문가들은 현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지표가 횡보하는 가운데 향후 경기 향방을 보여주는 지표는 물론 기업과 가계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소폭 개선되어 이 이상 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반면에 재침체 가능성을 논하는 전문가들은 생산과 투자가 모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언제든 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분명한 것은 우리 경제가 경기 바닥을 다지고 있든 아니든, 재침체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들과는 상관없이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논해지는 경기 바닥론이나 경기 재침체론이 기업이나 가계 처지에서 볼 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업이나 가계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통상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투자와 생산, 고용, 소비가 순차적으로 개선되는 이른바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보이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울렸다고는 할 수 없다. 또 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도록 충분한 정책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심리 개선은 이루어질 수 없다. 경기 바닥론을 말하는 전문가들이 그 근거로 제시하는 심리 즉,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최근 다소나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수준은 매우 미미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추세도 여전히 하락세이다.최근 다시 불붙고 있는 경기 논쟁도 정리되어야 할 때다. 언제나 그렇듯 경기 회복은 기업들이 느끼는 시황 변화에서부터 찾아온다. 외부환경이 어렵더라도 대내적인 투자여건이 개선된다면 기업들은 얼마든지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고, 그만큼 고용도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전체 소득이 증가하면서 자동차처럼 세금 깎아서 소비를 늘리지 않아도 전체 소비는 증가할 것이다.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통해 사상 최대 예산안이 의결됐지만 과연 얼마나 경기진작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가장 큰 적은 바로 정책에 대한 민간의 불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얼마 전 자동차 업계에서 환영할만한 일이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미래자동차 중 하나인 수소전기차 판매에서 올 10월까지 누적기준으로 3,600대 이상을 팔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말이다.아직은 판매 규모가 작고 내수시장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도 거의 비슷한 환경 아래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특히 BMW나 벤츠, 아우디 등 독일 기업은 물론이고 상해자동차와 우통버스 등 중국 기업들조차도 경쟁에 뛰어드는 등 앞날이 험난해 보이는 가운데 성장기반을 다질 기회를 선점했다는 측면에서는 더 반길 일이다. 또 하이브리드나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같이 수소전기차 이외에는 후발주자였던 우리 자동차 업계가 선발주자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우리 자동차 업계의 앞날에 대한 걱정과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는다.우선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이미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시장의 부진으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중국을 대신할만한 거대시장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사실이어서 우리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다음으로는 자동차의 개념이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ing & Service, Electric)로 알려진 신기술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확대되고 변화되면서 가져올 불확실성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공유차, 전기차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 자동차 업계가 과연 얼마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특히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몸부림을 보면 걱정은 더 커져만 간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아우디는 전기차 기술 등 미래자동차 관련 부문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독일 내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9,500명을 감원할 계획이고, 일본의 닛산도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 2천명 이상을 감축하여 자율주행차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뿐이 아니다. 독일의 다임러와 BMW, 미국의 포드와 같은 완성차 업계는 물론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도 구조조정에 뛰어들었다.향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자동차 업계에 몸담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동참할지 모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자동차 업계도 절대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래자동차 시장이 수년 내에 급격히 확대되어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자동차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머지않은 미래에 기존 자동차 시장이 미래자동차 시장으로 대체되는 날은 분명히 온다는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가장 큰 불안감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자동차 산업은 생산 및 부가가치는 물론 고용에 이르기까지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을 뿐 아니라 반도체에 이어 수출 2위 상품으로 우리나라의 핵심 주력산업이다. 이는 조선업의 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어느 순간 한꺼번에 구조조정이라는 큰 파도가 밀려오면, 그 피해는 조선업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듯 우리 자동차 업계도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지금이라도 당장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관계를 비롯해 각종 규제 등 업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는 소위 주력산업이라 불리는 국내 제조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조선업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세안이 새로운 기회가 되려면

아세안이 새로운 기회가 되려면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지난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큰 주목을 받으면서 끝났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번 행사는 올해로 아세안과 외교 관계 수립 30주년 기념하는 자리이면서, 최근 국내에서 개최된 다자외교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더군다나 아세안 소득 수준은 제각각이지만 6억5천 명에 달하는 대규모 역내 시장에다가 연평균 5%를 상회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한류의 전진기지라는 문화적인 측면 뿐 아니라 연간 4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아세안 공동번영 비전에 관한 성명 채택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는 점은 매우 큰 성과로 평가할 수 있겠다.또 쏟아지는 세평처럼 이후에도 아세안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도 좋다.아세안을 구성하는 10개국과 맺은 우리 정부의 국가 간 약속을 통해 ODA(공적개발원조)든 아니든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자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과 인재들은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다.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는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고, 우리 상품들은 이러한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다.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협력 강화는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완화 내지는 해소에 도움을 줌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약화시킬 것이고, 이는 직·간접적으로 우리에게 혜택을 줄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하지만 이런 기대에 앞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규모가 크고 성장세가 빠를 뿐 아니라 전도유망하기까지 한 아세안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 더 정성을 쏟을 것이다.당장 중국의 광역경제권구상인 일대일로가 그렇다. 2014년에서 2018년까지 5년간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에 투자한 돈만 9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여기에 아세안이 포함되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미국과 일본 및 호주 3국도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BDN(Blue Dot Network) 구상을 발표하고, 아세안이 포함되는 인도·태평양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스리랑카와 같이 채무 면제를 조건으로 99년간 즉, 영구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항만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 준 것 같이 개도국들이 채무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 것 같다. 하지만 아무 기대할 것이 없는데 그런 선의를 베풀지는 않는다. 경제적이든 아니든 이들 3국에게 반드시 응당한 대가가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당장 한국이 주변국과 경쟁하고 있는 아세안국도 있다. 미얀마의 최대 도시인 양곤이다. 중국은 5조 원이 넘는 신양곤시개발사업을 중국·미얀마 경제회랑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2,500억 원이 넘는 차관을 공여하는 교통 관련 인프라사업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 호텔과 쇼핑센터 등 상업시설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봉제업과 IT 관련 산업의 입지를 위해 한국미얀마공업단지를 개발 중이다. 이 뿐이 아니다.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 등 떠오르는 아세안의 주요 도시마다 한·중·일 3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창설 당시 아세안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5개국이 참여하였으나 지금은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차례로 가입해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아세안의 성장 잠재력과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이들은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강한 국가들이다. 이제는 미국과 호주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한다.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아세안은 분명 우리에게 큰 기회임에 틀림없지만, 주변을 잘 살펴 대응하지 않으면 언제든 그 기회는 우리 손을 떠날 수 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기업들에게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기업에게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또 새로운 겨울에 들어섰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아니라 해도 바람은 차고 그만큼 아침저녁 출퇴근 길의 발걸음을 움츠리게 한다. 그래도 마음은 한 해 중에 이맘때가 가장 어수선하니 바쁘다. 잘했건 못했건 지난해를 돌아보며 평가하고, 다음 해에는 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를 걱정하고 계획하기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다.기업들은 이맘때쯤이면 그동안 모아온 내년도 국내외 경제나 관련 업계 전망을 토대로 현업에서 생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전략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미 이런 일들을 마쳤다면 우선 마땅히 축하할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서둘러야 하겠다.하지만, 여러 곳에서 내년도 구상은 올해보다 더 좋게 계획한 곳은 많지 않다는 소리도 들린다. 또 내년 사업을 구상 중인 기업 가운데 손에 든 각종 전망 자료로부터 큰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겨우, 2% 성장률을 달성하느냐 못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담당자들이 희망요인을 찾아내 경영계획에 반영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년도에도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의 업황이 크게 나아질 것 없다는 점들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힘들게 만 느껴질 것이다.내년도 우리 주력산업들의 전망은 과연 어떨까? 한 민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숨겨진 경고를 읽어낼 수 있다.우선 국내외 경기 회복세가 미약해 대표적인 산업의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철강이나 석유화학과 같은 소재산업은 타 산업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고,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는 경기 회복기나 호황기에 나타나던 신제품 효과에 크게 기대지 못한다는 경고다.또 몇몇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기저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년에는 지표상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체감상 회복은 어렵다는 경고다. 예를 들어 ICT는 5G의 본격 도입과 같은 시장 호재가 있지만, 글로벌 수요 확대와 같은 대규모 회복 모멘텀은 없다. 기계 산업도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ICT 관련 부문의 호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여 전방위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민간부문에 대한 규제로 침체가 이어질 산업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설업으로 공공부문에서는 경기방어를 위한 정부 SOC 예산 증가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부동산 시장 규제가 지속되면서 민간부문에서는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다.특히 공공부문의 3배 이상 규모에 달하는 민간부문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체 건설업 경기 회복세를 지연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외에도 각종 서비스업 부문에서는 규제가 강화되거나, 규제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는 등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야도 상당수 있다.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참으로 난망하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경고가 그대로 맞아떨어진다면 내년에도 어김없이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우리 기업들은 보내야 할 것 같다. 최대한 돈을 아껴 써라, 사내 유무형 자원의 효율화를 꾀해라, 만일에 대비한 비상경영전략을 갖추라 등의 말은 있지만 지금 당장 계획에 반영할 수는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탁만은 꼭 하고 싶다. 정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이다.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나, 허버트 스펜서의 생물학 원리를 다시 읽고 적자생존의 깨달음을 얻으라는 것은 아니다.수천석두(水穿石頭)라는 말이 있다. 마치 작은 물방울이 거대한 바위를 뚫어내는 것처럼 힘든 일이지만, 살아남아 있다면 언제든 기회는 오기 마련이라는 사실만큼은 기억해 줬으면 한다는 바램인 것이다.

공짜점심은 어디에도 없다

공짜점심은 어디에도 없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지난달 한국은행의 결정으로 기준금리가 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한국은행이 이른 시일 안에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그럼 이런 기대는 도대체 왜 형성되는 것일까?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강렬한 것은 그 정도로는 지금의 경기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시장의 확신 때문일 것이다.통상, 중앙은행은 경기가 둔화 내지 하락할 때는 전통적으로 물가 수준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인하를 통해 시중 통화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투자와 고용 및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거나, 경기 흐름이 바뀌도록 유도한다.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금리를 내려 통화량을 늘려봐도 투자나 소비가 늘어나지 않아 오히려 통화가 시중에 풀려나가 순환하는 속도보다 통화량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흐름도 악화일로에 있다. 시장에서는 만연한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 즉, 디플레심리가 개선되기는커녕 현금선호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뜨거운 것은 국지적인 부동산시장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중앙은행이 열심히 돈을 풀어봤자 은행의 당좌계좌나 가계의 장롱이나 금고에 그냥 잠자고 있다는 것이다.이처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고 있는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투기적인 성향을 보이는 시장만 뜨거워지는 현상을 두고 소위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졌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소위 제로금리 또는 마이너스금리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디플레로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바와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제로금리시대를 경험하게 될까? 만약, 지금 우리 중앙은행이나 정책 당국에 묻는다면 ‘설마’라는 기대 섞인 감탄사와 함께 ‘아니오’라는 답이 돌아오길 바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첫 번째는 경제의 생산성 제고가 고려되지 않은 채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정책 전반에 큰 변화가 없이는 금융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동시에 쓰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정책금리)의 인하는 초기에는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채권의 장부가격이 실제로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와 보다 적극적인 대출 또는 융자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와 같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의 금리는 오히려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해 대출 금리나 규모를 제한함으로써 금융긴축효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와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리버설 레이트(reversal rate)라고 하는데 만약 이 상황이 된다면 오히려 경기에는 독이 된다. 이 상황에서는 재정정책도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두 번째는 효율성이 현저히 낮은 방만한 재정 운용에 따르는 위기를 피할 길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어떤 이유로 경기가 갑자기 되살아나면 문제는 좀 달라질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시장의 디플레심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동성 함정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재정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론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상식 이상의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재정수지적자를 용인하면서 경제성장률을 상회하지 않는 수준의 국채발행을 통해 얼마든지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다.하지만, 실제로는 유동성 함정에서 빠져나와 경기가 성장경로로 회복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얼마나 큰 재정수지적자가 쌓일지도, 얼마나 많은 국채를 발행할지도 그 누구도 모른다. 더군다나, 국채가 안전자산이라는 점과 정부가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시장 신뢰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물론 이렇게까지는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이렇게 되면 정말 최악이다. 공짜점심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 원로의 일침

어느 원로의 일침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얼마 전 경제 원로들과 우리 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는 나름 이코노미스트로 우리 경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들과 의견을 나누면 나눌수록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모임 내내 어찌할 바를 몰랐다.무엇보다 이들과의 시차(time-lag)가 너무 크다는 것에 놀랐다. 이코노미스트라고 해 봐야 지금 당장 또는 길어도 1~2년 앞을 내다보는 것이 한계다. 그마저도 잘 맞지도 않는다. 경제전망이 대표적인 예다. 예전에는 1년에 1~2번 했지만, 요즘은 분기마다 예측을 내 놓지만 정확성은 이전만 못 하다. 물론, 이코노미스트가 모든 예측을 정확히 맞출 수는 없다. 전망 환경도 예전과는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려도 너무 틀리는 것 같다.그렇다 보니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놓는 전망치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점점 단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그나마 어쩌다 한 번씩 내놓는 중장기 전망 정도가 설득력 있게 보이긴 한다.천만다행으로 우리 경제 원로들은 이러한 점들은 충분히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가 가는 길에 대해 쏟아내는 질문과 의견들은 참으로 서슬 퍼런 칼날 같았고, 무지와 궁색함에 요리조리 피할 구멍을 찾느라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한국경제가 노동시장 개혁이나 정부규제 완화, 투자 촉진 등 당면한 내부 문제들에 대한 개혁을 통해 혁신에 성공하여 신산업을 일으킴으로써 2%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단박에 답할 수 있었겠는가. 이를 통해 국가부채의 증가를 억제하여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두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변을 뒤로 한 채 겨우 한숨만 내쉬었다.또 굳이 부동산 버블의 붕괴가 아니더라도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진다면 우리는 또 한 번의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본은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서 빚을 내더라도 국민이 이를 받아줬지만, 우리나라는 과연 그럴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또 어찌했겠는가.물론 답변하고자 마음만 먹었더라면 얼마든지 했겠지만, 논리적인 언변만으로 수긍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수긍한들 어쩌랴. 이미 현실은 그렇게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다 아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미형 재정 파탄에 의한 국가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등 이른바 위기란 위기는 총망라해서 나왔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하지만, 이날 새로운 희망도 보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위권의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경제 규모에 비해 R&D 등 혁신을 위한 투자 수준도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라는 것이다. 여기에 인구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올인하고 있고, 끊임없이 우수한 인적자원을 배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다른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도대체 이런 나라가 어떻게 파산할 수 있겠는가. 만약, 파산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당연히 그 전에 어김없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뛰어난 산업 기반과 인적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혁신에 대한 투자 효율성은 어떻게 높여 나갈 지와 같은 부분별 정책들은 정치한 정책의사 결정 과정 속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빠질 수 없겠다.이렇게 정리해보니 그들이 의문을 가지거나, 지적하는 것 하나하나가 이미 많은 논란이 된 것들이라 와 닿는 정도가 약간 미지근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여느 추리소설처럼 대가와의 만남은 늘 끝에 가서 야 중요한 가르침을 얻는다. ‘우리는 지속성장할 수 있는 한국형 경제모형을 견지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모두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어느 원로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요즘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고 혹자는 너무 불안하다고 말한다.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 건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고 결정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누가 옆에서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불확실성은 발생 확률을 알 수 없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이 발생할지 사전에 인지된 상태에서 리스크를 안고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감을 준다. 예를 들어, 확률상 발생 빈도가 어느 정도가 될지 알 수 없다면 각 경제 주체들은 소비도, 투자도 하지 않게 될 것이고 심하게 말하자면 경제는 거의 마비될 것이다.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우리 경제의 디플레나 장기침체 가능성 논란의 배경에는 바로 이런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우선, 세계적인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미중 무역분쟁은 이제 관세, 환율, 기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 가격 상승세 둔화와 부채 증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끊임없는 개도국 경제위기설 등 어느 한 가지라도 터지면 연쇄반응을 통해 상상이 가지 않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들도 산적해 있다.더군다나 세계 각국에서 극우나 극좌 정당이 별 성과 없이 서로 권좌만 바꿔 앉는 일이 잦아지는 것도 불확실성을 더 한다. 과거사를 배경으로 한 일본과의 갈등은 더 말할 것도 없다.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불확실성도 매우 크다. IT와 인공지능 등과 같은 신기술을 이용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미래 먹거리를 보장할지, 어떤 기술체계를 확보해야 경쟁력을 유지할지 아직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 물론 자율주행차나 금융 등 서비스 부문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큰 성과는 나오고 있지 않다.반면에 기존 산업 즉 자동차나 조선, 기계 등의 제조업은 혁신에 목말라 있지만, 진부화 과정을 지나고 있다. 이쪽도 저쪽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불확실성 때문에 대규모의 활발한 투자와 생산적인 경쟁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여기에 국내 정책 불확실성마저 더해져 우리 경제의 앞날은 매우 혼란스럽다. 국내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 지칠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해야 할 곳들이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국회를 보자. 이번 국회 들어 상정된 법안 건수만 2만 건이 넘는다. 그런데 그중에 지난 8월까지 처리된 법안은 전체의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데이터경제 관련법, 벤처투자촉진법 등 계류 중인 주요 민생경제법안들에 대해서는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래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써야 함은 물론이고, 제발 경제 어떻게 좀 해 달라는 외침을 완전히 저버리는 일이 된다.지금은 불확실성에 더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시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경제적 번영을 이끌어 왔던 과거의 지도원리만 보더라도 이제 그 효용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보완하고자 노력하지만, 그 또한 의도대로 되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외침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대화와 타협과 조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고, 이를 통해 눈앞에 닥친 불확실성을 극복해나가야 할 때이기도 하다.지금은 고인이 된 ‘불확실성의 시대’의 저자인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열쇠는 바로 티밍(Teaming)’이라고 했다. 이미 4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일이다.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는 버려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버려라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신화 속에 나오는 아테네 최고의 영웅인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악당이다. 포세이돈의 아들로 알려진 그는 덩치가 크고 힘도 셌다고 하는데 직업은 여인숙 주인 또는 노상 강도로 알려져 있다.그가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은 하룻밤 묶어갈 방을 찾는 손님이든 잡혀 온 나그네든 상관없이 엽기적인 살해 행각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의 집에 발을 들인 자에게 몸에 맞지 않는 침대를 제공하여, 만약 침대 길이보다 신체가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짧으면 그만큼 늘려서 죽였다는 것이다.이 이야기는 무리한 획일화를 비판하는 의미로 종종 사용된다. 즉,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원칙과 기준에 타 개인이나 집단을 억지로 맞추도록 하거나, 무리하게 특정 제도나 주의, 방침 등에 순응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타 개인이나 집단에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곧 아집이자 독단을 넘어 가히 횡포라 할 수 있다.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정책 당국의 인식은 자칫하면 우리 모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혀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정책 당국의 주장대로 지금의 경제 상황이 디플레이션으로 갈 만큼의 위기는 아니라고 해도 경기 부진세가 이어지고 있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이는데 좋아질 것이라고만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하지만 우리 실물경제의 현상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우선, 광공업 생산과 출하가 줄고, 소비도 당장 생활에 필요한 준내구재나 비구내재를 제외하면 침체가 분명하다. 여기에 수출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투자도 줄곧 전년보다 축소되고 있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정책효과를 제외하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이 국내 일자리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현 경기 상황과 향후 경기 향방을 보여주는 경기지수가 올해 들어 계속 기준치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이뿐만 아니다. OECD와 IMF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낮춰온 것은 물론 이 두 곳 이외의 주요 대외 민간 전망기관 조차도 1%대 성장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한마디로 우리 정책 당국의 말대로 지나치게 비관적인 기대가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우리 정책 당국의 자신감 넘치는 마냐냐(manana)경제관이 일시적으로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올 수는 있을지 모른다.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쪽은 대부분이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책 당국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지 않으냐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닥쳐오는 데도 너무 지나친 낙관론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지금처럼 지표 하나하나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는 초기에는 몰랐다가 현상이 드러나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무각통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다시말해 한쪽은 위기 혹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하고 그 반대편은 위기가 아니라고 하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선뜻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개개인의 처지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가계의 경제 행동에 관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그런데도 우리 정책 당국은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비관론이 지나치다고 만 한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비난이 앞서다 보니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점점 좁히는 것 같다. 이래서는 모두가 섬긴다는 국민 개개인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경제에 그렇게 좋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형성하기도 어렵다.어느 쪽이든 만에 하나라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오늘 하룻저녁을 편안히 쉬게 해 줄 우리 모두의 침대가 프로크루스테스의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