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 10만 원의 엄중함, 저주 또는 행운

10만 원, 누구에게는 행운이 됐고 누구에게는 저주가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피고인들의 벌금 형량에 따른 당선 무효 여부가 10만 원으로 판가름 나는 사건이 대구에서 연달아 일어나고 있어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아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정치적 중립과 선거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시장 신분으로 2건의 범죄를 저지른 점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꾸짖고는 “하지만 상대 후보와 상당한 표 차이로 당선됐고 직무수행 지지도가 높고 스스로 시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점을 종합하면 위반 정도가 당선을 무효로 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법원 앞에서 피고인을 법대로 처벌해 달라는 플래카드도 보고 시민들의 목소리도 들었다”며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지지하지 않은 시민들의 목소리도 들어 달라”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항소심이 검찰의 항소 이유를 모두 수용한 만큼 대법원의 최종심은 필요 없어졌다. 100만 원이면 시장직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법원이 내린 벌금 90만 원은 의미가 무겁고 깊다. 10만 원은 한 가족 외식비 정도다. 그걸로 8조 원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250만 대구시민의 수장 직위를 판가름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10만 원 차의 판결을 얻어내느라 권 시장이 그동안 투자한 물적 심적 시간적 재화를 따져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재판부도 이 점 때문에 고심했을 것이다. 권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가 법률상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하도록 한 것은 그 죄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다. 사회적 통념에 비춰볼 때 100만 원의 벌금으로 당선을 무효로 한 법 규정은 선출직에 대한 국민의 엄격한 도덕성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구지법 형사11부가 지난 11일 6ㆍ13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국당 이재만 전 최고위원을 위해 착신 유선전화를 설치하여 불법 여론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서호영 김병태 대구시의원과 김태겸 황종옥 대구 동구의회의원, 신경희 북구의회 의원 등 5명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씩을 선고한 사건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들은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여론을 인위적으로 왜곡해 죄질이 좋지 않고 공천받아 당선돼 지방의원 자질이 있는지도 의문이 생겨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권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1심 재판부와 같은 면죄부를 줬다. 대구시민에게 재선거의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검찰과 재판부의 눈물겨운 배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무수행 지지도가 높은 점도 반영했고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들었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사정을 권 시장을 앞장세워 돌파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재판정을 나서는 권 시장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이제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멘트로 대신했다. 당선 후 7개월여 피고인 시장으로서 가슴 졸였을 것이며 직무수행 지지도를 얻기 위한 행보는 또 얼마나 조심스럽고 한편 과장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지방의원의 경우 아직 항소심이 남아 있으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 판결로는 대구시장의 시장직 유지와 지방의원들의 당선무효를 가른 것은 단돈 10만 원이다. 그렇다고 해도 벌금 150만 원 구형과 90만 원 선고, 100만 원 선고는 국민감정에 마치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가볍게 비칠까 두렵다. 검찰과 법원도 이런 감정을 읽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10만 원이 행운이 됐고 누구에게는 저주가 됐으니까. 그러니 공직선거법의 엄중함을 후보가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고 유권자도 선거의 중요함과 한 표의 신성함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10만 원은 한 명의 당선인을 죽이고 살리는 데서 나아가 한 도시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뻔뻔하다

‘10만 원까지 소득공제 된다. 그러니 정치후원금 기부하고 세금공제 받자.’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정치후원금 슬로건이다. 덩달아 국회의원들도 후원금 모금을 은근히 권유한다.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표들이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자금을 필요하지만 그것이 정치인들의 월급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치후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하도록 후원금을 기부하자는 주장은 작금의 국회의원 행태를 보면 참으로 낯 두꺼운 명분이다. 지난해 말 국회는 2019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법정기한인 2일보다 6일이나 지난 8일 새벽에야 지각 처리했다. 그것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을 패싱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만이 합의해 처리했다. 여당과 거대 야당이 합의하는 동안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예산안은 예결위에서 예산심사소위를 거쳐 다시 법적 근거도 없는 ‘소소위’로 넘겨졌다. 예결위원장과 여야 예결위 간사가 참여하는 소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됐고 물론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국회가 예산심사 기한을 넘겨가며 일부러 딴전을 피우다가 막판 시한에 쫓겨 소소위로 넘겨버리고는 쪽지예산을 통해 지역구 민원을 챙기려 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내년에는 총선이 있으니까 국회의원들이 힘자랑을 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더욱 기막힌 것은 그 난리통에 민주당과 한국당은 국회의원의 세비인상안도 슬그머니 끼워 넣어 통과시켜버린 것이다. 참으로 신통한 재주다. 공무원 공통보수 증가율 1.8%를 적용했다지만 셀프 인상한 것이다. 세비는 지난해 1억290만 원보다 182만 원 증가한 1억472만 원이 됐다. 여기에다 입법활동비, 차량유지 수당 등으로 4천804만 원은 별도로 받는다. 연봉 1억5천276만 원짜리 고액 공무원인 셈이다. 평소에도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껄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비를 인상하자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심지어 세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치자 3권분립 원칙에 따라 청와대가 국회의원 월급을 간섭할 수 없으나 국회는 국민의 원성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간접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은 인상분을 모두 기부하는 등 인상분을 처리키로 했으나 거대 양당은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정말 정책을 결정하는 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고 그 돈이 필요해서 정치후원금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최저임금 문제로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악의 상황을 치닫고 있는데 연봉 1억5천만 원짜리 고액 봉급자가 한가하게 정치후원금을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아예 물로 보는 꼴이다. 오히려 국회의원의 세비 총액을 동결하고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희석시키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래서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예산안 늦장처리도 없애고 소소위에 넘겨 쪽지예산으로 지역구를 챙기는 편법도 없애야 할 것이다. 마침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산하 ‘선거제 개혁 자문위원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보다 60명 늘리는 권고안을 마련해 국회에 넘겼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상을 정립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정치에는 자금이 필요하고 그것이 정치부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치후원금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공무원 재산공개 때 보면 대부분의 국회의원은 재산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후원금이라지만 사무실 운영비는 물론 각종 혜택에다 해외여행까지 지원받는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까지 모아 주자는 것은 국민 정서를 배반하는 야합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답게 도덕적으로도 국민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돈 문제일 때는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이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나.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대구·경북, 자가발전만 하고 있어서야

뚜껑도 없는 시티투어버스 2층에서 한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부산대교를 건너는 맛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하강하는 기분과는 또 다른 스릴과 재미가 있었다. 광안대교를 건너고 해운대 겨울 바다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다. 국제시장은 명불허전 세계인들이 찾는 국제적 시장이 돼 있었다. 부산의 인구가 350만 명이라지만 울산 경남까지 아우르는 800만 인구는 대구경북의 500만 명보다 여론전에서도 우세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새해 벽두 부산을 찾은 것은 부산에서 김해공항 확장 불가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에서 보는 부산과 대구의 거리는 그야말로 손가락 한 마디 사이. 중국 대륙과 인도차이나, 일본 사이에 낀 한반도는 동서로 300km, 남북으로 1천km, 서울에서 대구까지 300km 남짓이다. 그러니 이론적으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바다까지 150km면 닿게 돼 있다. 대구가 내륙이라지만 포항이든 부산이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상생을 부르짖지만 실질적인 성과에서 구두선만 외치는 것 같아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강조하는 대구시의 3대 현안사업 중 통합신공항 건설과 안전한 취수원 확보라는 두 가지 모두 경북도와 협의해야 가능한 일이다. 권 시장은 올해를 대구 경북 상생의 실질적 원년으로 삼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통합신공항 건설을 대구 경북 상생 과제 제1호라며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고 특히 대구 취수원 문제도 전향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미국에 가서까지 상생 협력을 다짐하는 것은 보기에도 좋다. 한 뿌리인 대구와 경북의 단체장이 자리를 바꿔 근무하고 시도가 인사교류를 하는 것은 현안 해결을 위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대구 경북의 현안들이 부산 경남의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공항 문제가 그렇고 취수원 문제가 그렇다. 부산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러 외면하고 대구 경북이 한목소리를 내도 성사까지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판에 부산이 가덕도 공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왔다. 후보 시절부터 신공항 문제를 들고나오던 오거돈 부산시장은 취임하면서 본격 김해공항 확장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더니 신년 들어서는 아예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건 어쩌면 대구경북의 통합신공항 건설을 훼방 놓는 딴지에 다름 아니다. 부산은 지리적으로 반도의 끝자락에 있어 항만과 철도의 종착점이자 출발점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공항까지 갖추고 명실상부한 수도권에 대항하겠다는 자세다. 최근에는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도 열렸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한을 거쳐 중국과 시베리아를 향하고 유럽으로 달리는 꿈이 실현된 가능성이 한 발 가까워졌다고 내심 들떠있는 부산 민심이다. 부산이 관문 공항에 욕심을 내는 이유다. 항만과 철도에 더해 제대로 된 관문 공항을 만들어 ‘트라이포트’를 완성시키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부산이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가덕도 신공항’이란 카드를 꺼내 든 진짜 이유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대응하는 대구의 카드는 무엇인가. 유럽과 미주노선까지 연결되는 중장거리 노선을 띄울 수 있는 활주로를 확보한 24시간 이용 가능한 관문 공항이 지역 경제의 활로를 뚫을 수 있는 절실한 해결책이다. 대구경북으로서 통합 신공항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대구공항의 현재 포화상태나 소음문제도 그러하지만 지역 물류의 항공로가 없으면 더 이상 수출이나 기업유치 산업발전 등 미래를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 권 시장이 신공항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절박함이 여론과 정책에서 전국적 타당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에 지방은 보이지 않는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을 외쳐도 부산과 경남이 또 다른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울 때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대구에게는 현실적으로 부산을 설득할 명분이 필요하다.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될 때까지 해보는 거다

2019 기해년 새 달력을 펴고 한 해를 새로 시작한다. 해마다 맞는 새해건만 이럴 때만큼은 늘 새로 학교에 들어가는 신입생처럼 설렌다. 어제의 그 해이건만 새해라고 스스로 감격하면서 해마다 지치지도 않고 새로 결심하는 나는 순진한가, 멍청한가, 혹은 어리석은가. 지난해 일기장 첫 페이지를 다시 본다. 결심이 면도칼에 베인 손끝의 피처럼 선명하다. 이렇게 해마다 새로 결심을 했다. 그래도 결심하지 않은 것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한다. 나만 그런가. 동네 앞산에도, 서울 남산에도, 동해안에도, 전국 곳곳에서 국민들은 새해를 맞아 소원을 빌었다.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가며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그들의 온갖 소원들을 모두 들어 녹이려니 해가 쩔쩔 끓지 않고서야 감당할 수 없는 소망들이다. 오랜만에 만난 아래층 김 선생 부부는 오늘 아침에도 새벽 기도를 다녀왔다. 벌써 다섯 달째 새벽마다 기도를 다녀오고 있다고 했다. 출가한 딸이 늦게 아기를 가졌는데, 그 딸이 출산하는 날까지 기도를 다녀오기로 부부가 약속하고는 지금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언제나 얼굴에 온기와 여유가 넘쳐나 만나는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는 것이구나. 일요일, 인근 산을 찾았다가 산행객 중 기도객들이 많이 있음을 보았다. 그들 중 자신의 몸 하나 겨우 지탱하는 꼬부라진 할머니가 등에 봇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숭고한 신앙이었다. 자신의 복을 빌려고 그 힘든 산을 오르시진 않았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설산에서 오체투지로 성지 순례 하는 티베트인들의 진지함을 본 것이다. 어찌 그들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어쩌면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간절함을 갖고 산을 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처님이든 예수님이든 또는 성황당 나무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도로 우리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것일 터다.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한 춘향이 옥에 갇혀 있을 때다. 서울 간 이 도령이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어사가 되어 남원골로 온다. 그 형색이 거지 중에도 상거지 꼬락서니로 춘향의 집을 찾는다. 그때 이 도령은 장독간에 정화수 떠 놓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춘향의 모 월매를 발견한다. 월매가 바라는 것은 단지 이 도령의 성공이다. “천지신은 감동하사 한양성 이몽룡을 청운에 높이 올려 내 딸 춘향 살려주사이다.” 춘향 모의 정성에 감동한 이 도령은 이렇게 독백한다. “내가 벼슬한 것이 선영 음덕으로 알았더니, 우리 장모 덕이었구나.”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렇게 내가 할 일을 다 하고, 그런 다음에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거다. 이츠키 히로유키도 타력에서 그렇게 말했다. “내 할 일을 끝까지 다 하는 거다. 최선을. 힘이 다할 때까지, 하는 데까지 다 해보고, 그래도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물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때는 어쩔 수 없는 거다. 세상 모든 일이 원한다고, 기도한다고 다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럴 때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다.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그렇게 포기하기까지 과연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되돌아보는 거다.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그 때 그래도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건 안 되는 것이다. 때로는 도저히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그런 기적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설명할 수 없는 큰 힘이 나를 도와주고 받쳐주는 것이다. 그것이 타력이라고 이츠키씨는 말한다. 그런데 그런 기적이, 그런 타력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최선을 다하고, 죽을힘을 다하고 난 다음에야 온다는 것이다. 새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돼지처럼 살지 않도록 돼지의 복을 주십시오.이경우언론인

죽은 사람을 부르지 마라

별이 떨어졌다. 중원을 탈환해 삼국을 통일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던진 공명의 시운이 다한 것이다. 숙적 제갈공명이 죽었다고 생각했던 위나라 사마중달은 군사를 다그쳐 달아나는 촉군을 추격한다. 그런데 산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촉군이 기수를 돌려 공격해 오는 것이다. 더구나 수레에는 부채를 든 공명이 떡하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혼비백산한 사마중달이 달아났음은 물론이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았다’라고 알려진 삼국지의 한 대목이다. 연산군 4년. 성종실록 편찬 책임을 맡은 이극돈은 사관 김일손이 자신의 과거 비정을 사초에 기록한 사실을 발견한다. 김일손은 이미 사직하고 고향 청도에 내려가 학문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극돈은 자식뻘 되는 김일손에게 고쳐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한다. 앙심을 품은 그는 사림세력에 불만을 가진 유자광 등 훈구파 세력들을 규합하고 사초에 왕실을 비방하는 내용을 찾아내 연산군에게 고하게 된다. 조의제문, 옛날 초나라 의제가 항우에게 살해된 것을 조문하는 글이다. “김종직이 세조대왕을 항우에 비유하고 의제는 노산군(단종)에 비유해서 쓴 글입니다. 세조께서 노산군을 죽였다고 직접 쓸 수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세조대왕을 비난한 것입니다.” 연산군의 눈이 뒤집혀졌다. 사초를 기록한 김일손과 권오복 권경유가 능지처참에 처해졌고 이미 땅에 묻힌 김종직은 시체가 허리를 잘렸다. 무오사화로 불리는 이 사건 이후 연산군은 포악무비한 폭군이 된다. 그로부터 6년 뒤, 방탕과 무능으로 국고를 탕진하고 민생을 궁핍으로 몰아넣은 연산군은 또다시 피바람을 일으킨다. 임사홍 등이 자신의 생모 윤씨 사건을 들추어낸 것이다. 폐비가 되고 끝내 사약을 받은 어머니의 죽음에 관련된 사람들이 아직까지 자신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음을 알고 그들을 모두 도륙한 것이다. 7개월여에 걸쳐 벌어진 피의 제전에는 대신 10여 명이 참형 당하고 한명회 남효온 등 12명이 부관참시 됐다. 역사가 당쟁이라 기록하는 권력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결 결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잊혀질만하면 주변 사람들에 의해 되살아난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노 전 대통령 혼외자식 논란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알려진 김정호 민주당 의원이 등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민주화 시위로 구속됐다 변호인과 의뢰인으로 만난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는 같이 봉하로 내려가서는 생태농업 책임을 맡았다. 그는 지난 6월 김경수 의원이 경남도지사로 출마하자 그 자리의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공항에서 보안요원이 신분증을 투명케이스에서 빼내 보여 달라는 요구를 ‘근거’를 요구하며 거절했다. ‘규정’을 내세우는 공항 보안요원에게 책임자를 불러오라 호통치고 얼굴 사진을 찍었다. 보안요원이 쓴 경위서가 언론에 나돌아다닌다.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상반신 사진을 찍고 무엇을 잘못해서 보안요원은 경위서를 썼을까. 누가 경위서를 요구한 것일까. 국회의원에게 신분증을 요구한 불경죄가 규정을 적용한 업무수칙보다 큰 잘못인가. 김포공항이 피감기관인 국회 국토교통위원을 보안요원 따위가 몰라봤으니 근무 똑바로 안 한 것일까. 초선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에게 야당에서 국토위를 사퇴하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전혀 뜬금없는 주장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치인들이 자꾸 죽은 사람을 불러내는 것 같아 유쾌하지 않다. 국민들에게 비전을 보여주고 그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지도자일 텐데, 어찌 옛날 영상만 리플레이하는지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김 의원만 하더라도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가 인정하든 말든 그가 소리를 크게 낼수록 특권 없는 사회를 주창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정치인 김정호의 업보이자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가 서둘러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도 그런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그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그다음 문제이고.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사법농단,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꼬박 3년이 걸렸다. 처음엔 손해배상 소송을 할까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횡포에 질려 포기해 버렸다. 판사가, 객관적 증거가 있고 명백한 사실인데도 뻔한 내용에 터무니없는 판결을 하더라.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법정에 CCTV가 있으면 뭐하냐며 그는 불만을 터뜨렸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 할 수 있나. 사법농단이라고 떠들어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얘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되더라고도 했다. 프로그래머인 그는 지난 2012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이 발주한 프로젝트 공모에서 1억 원을 지원받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계약 당시 지원 조건은 주관사인 모 대학 부설 기관으로부터 합격 인증을 받는 것이었다. 1년의 연구 작업으로 프로그램 개발을 완성하고 2013년 8월 합격 인증까지 받았다. 그런데 2년이나 지나 뒤늦게 지원기관으로부터 계약불이행으로 소송당했다. 그는 괘씸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발주처의 생트집을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마 1억 원짜리 프로그램을 하면서 인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거나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탓일 지도 모른다. 그는 계약서를 찾아 계약 조건을 완수했으니 지원금 회수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대전지법에서 열린 1심은 그의 손을 들어 줬다. 그런데 지원기관이 항소한 것이다. 문제는 항소심에서 발생했다. 그는 1심 판결문과 계약서 등 서류를 재판부에 들이밀며 맞섰다.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가 싶던 항소심 재판장은 서너 차례 재판이 진행되면서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는 아예 듣지도 않더라는 거다. 재판 진행 중 상대측 변호사와 눈웃음을 주고받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이 제시한 증거를 찢어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결국은 정부 기관의 주장을 받아들여 자신에게 패소 판결을 해버린 것이다. 정신이 아득해진 그는 그때서야 변호사 없이 재판을 진행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했다. 서울의 대형 로펌을 찾아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기까지 꼬박 3년이라는 세월을 업무는 팽개치고 재판에 매달린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이래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박병대ㆍ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두 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법관 징계위에 넘겨진 판사 13명 중 5명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판사 재임 시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풍자하는 글을 써 물의를 빚었던 서기호 전 의원은 최근 법원행정처가 자신의 재임용 탈락 불복 소송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재심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의 최후 보루가 사법부여야 한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고 대법관이 있다. 법관 인사의 꽃이라는 고등법원 부장의 승진과 대법관이 되기 위해서는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고 그 윗선의 감시역이 법원행정처였다는 것이 지금까지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결과다. 말 잘 듣는 판사로 법원을 구성하고 그렇게 법원 조직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 사법농단의 실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증거가 명백한 사건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낸 항소심 재판장도 그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요즘 사법농단 이야기가 나올 때면 당시 재판이 생각난다고 했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재판장의 얼굴을 보고 싶기도 하고, 뭐라고 변명 하는지 듣고 싶기도 하다는 것이다.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재판, 국내 굴지의 로펌 변호사를 낀 정부 기관이 패소하자 항소까지 했는데 재판부로서 일개 민간인쯤은 무시해도 좋을 하찮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재판부는 법정에 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석궁을 들고 판사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퇴근하는 판사를 향해 화살을 날린 사람도 있었다. 출근길 대법원장이 탄 승용차에 화염병을 던진 민원 당사자도 있었다. 얼마나 화가 났을까. 왜 패소했는지, 당신의 주장이 왜 틀렸는지 그걸 납득시키지 못하는 재판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사법농단,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21세기 혼외자식의 세상살이

“노무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돈 떼이고 바보 되고 또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사연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정치인 노무현이 죽어서 살려낸 것이 노무현 정신이고 추종 정치세력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촛불세력의 힘으로 문재인 정권이 태어났다. 그 노무현에게 혼외자식이 있었다니, 그것도 아들딸 둘이나 말이다.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 혼외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부들부들 떨렸다”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노무현 혼외자 말을 듣는 순간 소설처럼 내 머리에 뭔가가 꽂힌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라고 당시의 심정을 털어놨다. 일부일처제의 자유 민주 대한민국에서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혼외자 이야기는 유명인사가 치르는 유명세 같은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 묻혀 지나갔지만 더러 곤욕을 치르기도 했으니 가까이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당시 채 검찰총장에게 느닷없는 혼외자 소문이 나돈다. 소문이 사실로 굳어지면서 본인이 소동에 휘말리고 그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던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후순위로 밀린다. 그리고 그가 중도하차하면서 정치적으로는 공안정국으로 후퇴하는 역사적 퇴행의 시간을 맞는다. 혼외자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사회적 파장은 개인에게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그렇게 엄청났다. 혼외자, 첩의 자식이 그것이다. 정신적으로 그 낙형은 지워지지 않고 의식 속에 박혀 있는 것이다. 궁중 부엌데기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난 조선 영조 임금은 평생을 그 콤플렉스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국의 왕이면서도 그런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듯하다.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굶겨 죽이면서도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려 했던 것은 사실 연잉군이었던 그의 출생 신분에서 오는 콤플렉스를 감추려는 자기방어 기제의 발동이었을 것이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되고 첩 제도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우리 사회에 첩이 합법적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뿌리가 뽑히지 않고 남아 있는 것도 현실이다. 법으로는 서얼제도가 사라졌지만 의식 속에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까. 첩이 합법적이었던 시대, 본부인 이외의 첩의 자식은 모두 서얼이 되었다. 양민 첩의 자식과 천민 첩의 자식의 구분이 서얼의 구분이었지만. 문제는 이 서얼이 대를 이어가는 무서운 것이었다. 어머니가 정실이어도 아버지가 서자였다면 자신도 서얼이 되었던 것이다. 할머니가 측실이면 자손도 서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서얼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장례와 제사 같은 가정의례에서 이 서얼의 위치는 더욱 분명히 드러나게 됐고 집안의 불화를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애정 문제가 지금도 가족이라는 사회 기본조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윤리와 도덕을 숭상했던 우리 선조들이 첩을 법으로 허용한 데 의문이 생긴다. 많은 사연이 있겠지만 그렇게 신분제가 철저히 지배하는 사회에서 왜 그 자식들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다. 저출산과 인구 절벽이 국가적 현안이 된 우리 사회에서도 논란이야 있지만 혼인 관계로 이루어지는 가족만이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주장할 수만은 없는 세상이 됐다. 그런 이야기와는 별개로 유명인의 혼외자는 여전히 뉴스거리임에 틀림없다.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문제가 사실이라면 윤 전 시장의 걱정처럼 추종 세력들에게는 충격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나라가 그렇게 허술하지도, 그 국민이 어리숙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걱정을 안겨준 여성이 구속되면서 그가 왜 사기꾼에게 속았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또 다른 의혹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의심만 천하에 폭로됐다. 아무리 충격을 받아 ‘한순간에 훅 갔다’고 하더라도 4억5천만 원은 너무 큰돈이라는 생각에서다. 본인이야 선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발뺌하지만 사법 당국의 판결을 떠나 국민들은 그 배경을 궁금해한다.

[이경우의 따따부따] 가보지 않은 길, 통합신공항

대구공항을 K2 군공항과 함께 이전하는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은 대구시로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대구시가 국방부에 군 공항을 이전해 달라고 요구했고 얻어낸 결론이 공항이전 특별법이다. 그 방법이 현재 군 공항을 처분해서 그 돈으로 새 공항을 지어 이전하는 방식이다. 국방부가 칼자루를 쥐고 칼날을 잡은 대구시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이전 사업비 규모를 두고 대구시와 국방부가 협의를 벌이는 동안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대구공항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거나 여론조사를 들이대며 민간공항은 대구에 두고 군 공항만 이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지만 공항 이전 문제는 또 좀 다르다. 이것은 인기투표도 아니고 복불복의 또뽑기가 되어서도 안 된다. 통합공항 이전 사업은 지금까지 드러난 규모만으로도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사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사업과 관련된 여론조사는 이해관계자는 물론 관련 전문가들의 깊고 넓은 의견을 수렴해 객관성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과연 그런지 지난번 한 시민단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한번 보자. 설문 응답자의 기본사항을 묻고는 대뜸 “선생님께서는 현재의 대구민간공항과 군 공항인 K2를 군위, 의성 등 경북지역으로 통합이전하자는 의견과 민간공항은 대구에 그대로 두고 군공항만 예천 등으로 이전하자는 의견 등 공항 이전 방안 논란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리고는 “선생님께서는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경북지역으로 통합이전하자는 의견과 민간공항은 대구에 그대로 두고 군공항만 예천 등으로 이전하자는 의견 중 어느 의견을 더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물론 답은 ‘통합이전’과 ‘군공항만 이전’, ‘모르겠다’ 등 3가지 중 선택하게 했다. 이런 설문을 들고 “민간공항 존치 여론이 통합 이전 여론보다 높다”며 민간공항 존치를 주장하거나 여론 수렴이 되지 않았다며 원점에서 재출발하자는 여론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접근성 좋은 대구공항을 구태여 군 공항과 함께 이전할 이유를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공항 이전은 K2 공군공항의 소음에서 벗어나려는 주민들의 이전 요구에서 출발했다. 그 싸움이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탄생으로 실마리를 풀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2016년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면서 나온 거다. 그러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신공항을 허가해주지 않았고 대안으로 통합이전이 등장한 셈이다. 물론 대구시가 시민 여론 수렴 없이 너무 성급하게 통합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시민들에게 특별법에 따른 군 공항 이전을 설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통합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분리이전 주장자들을 제치고 당선됐으니 그것만으로도 여론 수렴이 된 것 아니냐고 강변한다. 하긴 ‘민간 공항은 두고 군 공항만 이전’이냐, ‘통합 이전이냐’ 식의 양자택일식 선택지를 두고 여론조사를 해서 군 공항만 이전하자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다음 수순은 대구시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에 군 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민간공항 확장 문제는 밀양 신공항이 백지화되면서 정부 의지가 확인됐고 수원이나 광주 등 전국 다른 민간공항과의 형평성 문제나 중앙정부의 의지, 수도권론자들의 방해 등으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는 거다. 그러니 지금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특별법 이전, 10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고 대구시는 질색한다. 대구시로서는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이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는 거다. 일단 추진해보고 문제점이 생기고 그 때문에 공항을 이전하지 못하면 그 때 정부에 요구하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공항이전, 민항 존치나 재검토가 아니라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면, 참으로 대구시의 소통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나이가 벼슬은 아니지만

또 도졌다. 그놈의 나이 타령이,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말이다. “니가 뭔데?”. “니가? 너 몇 년 생이냐?”. 정부 예산안을 따지는 야당 의원의 발언에 여당 의원이 끼어들면서 제삼자들끼리 공방을 벌인 것이다. 시비를 건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51세로 재선이고 나이를 따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6살의 초선이다. 성리학이 지배했던 조선이 망한 지 100년도 지났건만 그 후예들은 여전히 벼슬(선수)과 나이를 앞세운다. 나이 든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그들의 경험과 연륜을 존중하는 것이고 그들의 지혜와 살아오면서 쌓인 인내심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이는 유학의 세계를 넘어 21세기까지 여전히 사회공동체를 유지하는 한 축으로 유효하지만 사회적 관습일 뿐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상에서 나이를 들먹이면 세상 물정 모르는 꼰대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일상 언어생활에서 나이를 아예 무시하는 것도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특히 우리말은 경어에 있어 독특한 체제를 갖고 있어 유학생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려워한다고 들었다.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가 사장에게 반말을 했다가 얻어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는 사장의 지시에 성실히 응대했는데 사장에게는 친구 대하듯 반말로 대꾸한 것으로 보였다는 거다. 같이 먹자는 식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거꾸로 사물을 존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열 살 초등학생이 50대 운전기사에게 막말을 퍼부었다고 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어느 언론사 사주의 딸이 운전기사에게 “아저씨 바본가 봐” “일단은 잘못된 게 네 엄마, 아빠가 널 교육을 잘못시키고 이상했던 거야” 뭐 이런 식으로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운전기사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너’라고 하면서 어른을 몰아붙이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 왕조시대 영화를 보는 듯, 춘향전이라도 읽은 듯 착각이 든다. 공주님이 시종에게 훈계하는 투의 막말은 시계를 200년 300년 뒤로 거꾸로 되돌려 놓은 듯하다. 영화에서는 공주님이 시종에게 명령을 하거나 꾸중을 내려도 말은 아주 예쁘게 했다. 공주의 품위를 지켰다. 밀폐된 차 안에서 운전기사와 고용자인 사장 딸이 어떤 상황 아래에서 어떻게 무슨 대화를 하다가 저런 지경까지 발전했는지 전후 사정을 모두 살펴보지 않고서는 단언할 수 없긴 하다. 그러나 단둘이 나눈 대화가 녹음이 돼서 세상에 공개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공개까지 결심한 운전기사의 속사정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이제 석 달 남짓 운전기사로 일했는데 이 사건으로 해고되고 지금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고 하니 쉽게 잠잠해 지지는 않을 듯하다. 예절을 논한다면 그 원조는 단연 맹자다. 맹자는 “조정에서는 벼슬이 제일이고, 시골에서는 나이가 제일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덕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금이 자신을 불렀으나 가지 않았고 ‘벼슬 말고도 중요한 것들이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한 말이다. 벼슬이나 나이로만 따지지 말라고 그랬다. 실제로 우리 선조들은 나이를 떠나 교류를 했던 사례들을 역사에서 보았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도 여전히 벼슬이나 나이로 상대를 제압하려 드니 적폐청산은 여기에도 필요한 것 같다. 유교의 가르침이 나라를 온통 골동품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맹자도 공자도 따지고 보면 막무가내 나이나 벼슬을 앞세웠던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위아래를 따졌던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후대에 와서 머리와 꼬리는 잘라 버리고 나이나 권위만 앞세워 갑질을 해대는 것이 오늘날의 인습이 되어 버렸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거나 거짓말을 했다가 들켰거나 또는 대화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때 꺼내는 트집이 나이 타령일 때가 많다. 말꼬리를 잡아 어투가 어떻다느니 트집을 잡는 치졸함이다. 벼슬이 모두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벼슬도 아니다. 오직 성숙한 사람에게만 나이가 경륜이고 품위고 인격이 된다.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시청 광장은 시민들의 것이다

대구시청 광장에서 농성하던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천막을 철거했다. 도시철도의 ‘임산부 우선 배려석’을 아줌마 아저씨들이 버젓이 차지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장애인들의 차별철폐 투쟁이 일궈낸 성과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함께 살기가 거대한 한 발자국을 내디딘 것이다. 그들이 천막 농성을 하는 지난 152일 동안 불편했던 것은 시청직원만이 아니었다. 대구시청을 찾은 민원인은 물론, 시청 앞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들이 그들의 절규를 목도했을 것이다. ‘함께 살자’ ‘물러설 곳이 없다’ 등의 구호를 시민들은 방 안의 코끼리처럼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농성하는 동안 “대구시청 마당이 특정인 소유물이 아니지 않으냐”는 지적에 한 시민단체 대표는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장애인들의 복지와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라 대변했다. 실제 이번 농성은 장애인 생존권 확보를 위해 활동하는 대구지역 34개 장애 인권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했다. 그들은 우선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데 반대했다. 그들의 주장이 탈시설 지원체계 구축, 중증장애인의 24시간 활동 지원서비스 보장, 여성장애인 지원체계 구축과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등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청 마당 점거 농성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420장애인연대는 자신들의 요구가 대부분 민선 6기 권영진 대구시장의 정책 협약사항인데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를 이행하겠다는 협약을 맺는데도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당시 권 시장은 응하지 않았다며 권 시장이 당선되자 시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끝내 장애인들과 협약할 수는 없다고 했고 농성은 계속됐다. 420장애인연대는 농성해제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탈시설의 권리를 확보했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는 권리야말로 그동안 자신들이 요구해 온 조건이었다. 대구시가 정책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장애인연대보다 먼저 지난해 7월부터 시청 앞 주차장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한 검단동 금호워터폴리스 산업단지 편입 지역 주민들의 시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금호워터폴리스 사업은 북구 검단동 310번지 일대 110만㎡를 대구시가 2016년 산업단지로 개발키로 하면서 발생한 보상 갈등이다. 일대 지주들은 대구시의 보상가가 적다며, 또 공장들은 이주 대책을 세워주지 않고 있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1년 이상 시청 주차장에 천막을 쳐놓고 농성하며 주 1회 대규모 시위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산업단지 개발을 둘러싼 토지보상 문제는 대구시가 주장하는 ‘법대로’와 ‘재산권 수호’를 주장하는 지역민들의 요구조건이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통을 강조하는 권 시장은 지난여름, 폭염 속 1인 시위자를 위해 파라솔을 설치해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장애인 농성장을 찾아서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협약할 수는 없다”고 버텼다. 산업단지 수용 지주들에게는 “피해자라 생각하고 요구조건을 최대한 수용해주라”고 했다. 그러나 법의 테두리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했다. 대구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은 농성을 해제한 장애인연대도 알고 있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검단동 지주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현실은 더욱 답답하다. 시청 광장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있을 만큼 대구시도 대한민국도 정치적으로 포용력이 넓어졌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지 않으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반면 시민 각자의 주장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나 다변화되고 다층적으로 분화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성숙해야 광장을 점거하지 않고도 이런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쨌든 시청 광장은 시민들의 것이니까.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대구공항 불편, 그냥 참으면 그만인가

낭패감이 이런 것일까. 당황스러웠다. 대낮, 시내버스에서 퇴출당하다니, 자존심까지 상했다. 그러니까 지난주 여행길이었다. 집 앞에서 공항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국채보상공원에서 내려 공항 가는 버스를 환승할 때였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버스 기사가 소리쳤다. “내리세요!” “아니, 내리라니. 여보, 지금 나 보고 내리라는 말이오?” 나는 황당했다. “당신 말이오, 당신 말고 누가 있소?” 버스 기사는 냉정하게 말했다. 버스 안 승객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왜 그러느냐고 따져 물었다. “거기 보시오. 규정 이상의 짐을 실을 수 없으니 내리시오.” 다시 한번 버스 기사는 명령하듯 말했다. 더 승강이를 할 수도 없고 해서 캐리어를 갖고 내렸다. 그리고는 한동안 어쩔 줄 몰랐다. 순간 오기가 발동했다. ‘기다려보자.’ 다음 차를 기다렸다. 10분쯤 지났을까. 다행히 다음 버스는 아무 말썽 없이 탈 수 있었다. 아니, 같은 회사의 같은 노선버스인데 왜 어떤 버스는 되고 어떤 버스는 안 된다는 말인가. 알아보니 승객의 불편을 줄이고 안전을 위해 짐의 가장 긴 쪽이 최대 50cm로 제한돼 있었다. 내 짐가방이 그 규정을 넘어서는지 따져 볼 겨를도 없었다. 하긴 내가 탄 급행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좌석이 많고 상대적으로 통로가 좁고 길긴 했다. 그렇다면 사전 홍보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말로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떠들면서 정작 대중교통을 이용할라치면 이렇게 불편을 주니, 이래서야 어떻게 광역시의 행정 서비스라고 할 수 있나. 대구 공항의 한계를 알기에 미리 대처한답시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다가 당한 봉변이다. 대구국제공항의 승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9월까지 300만 명을 돌파했고 연말이면 4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공항 서비스는 한참 멀었다. 그냥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주 불편하다. 특히 주차 수요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공항 주차장은 2천300여 면이 한계다. 그것도 지난해 주차빌딩 공사를 해서 늘인 것이 그렇다. 지난번 대구공항에 차를 끌고 왔다가 주차를 못 해 몇 바퀴 돌다가 엉뚱한 곳에 주차한 이력이 있는 터라 꾀를 냈다가 되레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는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계획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준공영제로 운행하는 시내버스의 적자를 보전하는 데 연간 1천억 원가량 쏟아 붓고 있는 대구시다. 거기에다 곳곳에서 버스 노선을 신설해 달라고 아우성이란다. 그런 판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공항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도 없다는 거다. 공항 셔틀버스를 운행하려면 적어도 10분 간격으로 운행해야 하는데 도무지 승산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대구시와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해 공동 조사한 결과 대구공항 이용객의 48.6%가 승용차를, 43.3%가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편리한 도심 공항이 오히려 셔틀버스 운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역설이다. 대구공항 항공 수요 증가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공군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족한 슬롯(활주로 용량)을 억지로 늘려 운항편수를 조정한 것이다. 그래도 모자라는 주기장은 어쩌지 못한다. 불편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데도 따라붙는다. 바로 옆 빤히 보이는 비행기 탑승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이 무슨 쇼인가. 그냥 묵묵히 버스를 탔다 내렸다를 반복할 뿐이다. 이런 쇼는 대구공항에 도착해서도 그랬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도 바로 옆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귀국하는 날, 대구공항에서 내려서도 짐을 찾는데 한참이 걸렸다. 대구공항에 내린 오후 5시에는 상하이에서 온 비행기도 도착했다. 더러는 2, 3대의 비행기가 비슷한 시간에 연거푸 착륙해서 화물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승객들은 말해준다. 그러고 보니 대구국제공항이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이런 불편은 그냥 조금 참으면 그만인가. 그나저나 통합신공항은 언제 되나? 대구공항이 옮겨가기나 하는 건가.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나라가 있으면 뭐하나

군함도를 찾은 것은 우리 대법원이 일제 징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뒤였다. 한 때 5천 명 이상이 살았다는 일본 나가사키의 해저탄광 군함도는 세월에 씻기고 찢어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유령의 집 세트장이다. 아파트였던 고층빌딩도, 초등학교였던 건물도 유리창 하나 남아있지 않고 벽은 허물어져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나가사키 항구에서 배로 30여 분, 그러나 해변에서 빤히 보이는 섬이 70여 년 전까지 우리 국민을 징용해 강제 노역시킨 지옥섬이었다.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군함도. 일본인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도 관광객에 섞여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당시 영상 자료와 해설은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한 긍정적 표현들로 도포돼 있었다. 군함도에서 일했다는 일본인 해설자는 군함도 생활상을 실감 나게 설명했다. 탄광에는 일본인 외에 ‘외국인’도 있었는데 모두 서로를 도와가며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미화해도 우리가 탄광을 ‘막장’이라 부르듯 그곳은 처음부터 정상적인 사람의 생존공간은 아니었을 터. 그곳에서 1천 명도 넘는 조선인 징용자들이 강제 노역을 당했지만 그들의 한과 울분을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았다. 그동안 숱한 파문을 일으킨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피해자의 승소로 결판났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은 2005년이었다. 지난 2008~2009년 1심, 2심 재판부는 “이미 배상 시효가 지났고, 같은 사건을 기각한 일본 판결이 국내에도 효력을 미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불법 식민 지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ㆍ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신일철주금은 피해자에게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신일철주금이 불복해 사건은 2013년 대법원에 다시 올라왔고, 지난 7월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30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그로부터 최종 판결까지 다시 6년이 더 걸린 것이다. 소송한 지 13년 8개월 만이다. 광복 73년 만에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 일제 징용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국가가 없었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의 억울한 징용이었다. 그 70여 년 한을 이제야 대법원이 풀어준 것이다. 개인의 길고 험한 법정 다툼 끝에 얻어낸 승리였다. 그때,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일합방, 나라가 없어 백성이 설움을 당했던 거다. 그리고 1945년 광복으로 나라를 되찾았다. 나라를 빼앗겼던 당시의 대한제국을 지금의 대한민국이 승계한 것이라면, 국가가 역할을 해야 했다. 일본의 잇따른 반발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을 향해 현명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일본 정부의 불법적 식민지배와 이에 따른 일본 군수업체의 불법 강제 노역에 대한 위자료 청구’라는 면에서 더욱 국가의 책임이 중요한 이유다. 나라가 있으면 뭐하나, 국민 개인이 거대 제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여야 하는 현실이라면. 국가는 지금부터라도 개개인의 피해 실태를 확인하고 이에 상응하는 배상과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이와 함께 일본에는 정치 외교적으로 해결해서 양국의 이웃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나라 잃은 국민의 설움,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징용과 징병, 위안부, 황무지 개척 등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아픔을 당했던 백성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보상이 먼저 아닌가. “그때, 국가가 못나 제 역할을 못해 백성들이 고통을 당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보상한다”라고 사과하고. 일본이 우리 국민을 강제 노역에 동원했던 통한과 울분의 현장 군함도는 세계문화유산이 돼서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권영진 시장 재판에 쏠리는 눈

사법농단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했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의지가 꺾일 수도 있었는데,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국민적 의구심은 일단 해소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30여 가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다. 재판의 독립이라는 신성한 민주주의 원칙을 검찰이 지켜내겠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부터 살 1파운드를 걸고 친구의 혼수금을 빌린 안토니오가 기한을 어겨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남장한 재판관 포샤가 등장한다. 그녀는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말아라”는 선고로 안토니오를 위기에서 구해 낸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다. 재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하는 모양. 조선시대, 들에서 일하던 농부끼리 시비가 일어났다. 이 싸움을 빌미로 한 사람이 죽자 상대 사내가 살인죄로 고발됐다. 그는 글 잘 하는 선비에게 변론을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선비가 글을 써서 원님에게 탄원했다. 물론 원문은 한문이었고 풀어쓰니 글맛은 떨어지지만 내용은 이랬다. “까마귀는 2월에 날고 배는 9월에 떨어졌다. 그것이 까마귀의 죄인가, 병 때문인가?” 글을 읽은 원님은 무죄를 선고하고 사내를 방면했다. 문제는 다음에 있었다. 무죄로 풀려난 사내가 글을 부탁한 선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괘씸하게 생각한 선비가 다시 글을 원님께 올린다. “몽둥이로 장막을 치니 장막은 뚫어지지 않되 그릇은 깨어졌다. 칼로 물을 베었으나 자국은 없고 고기는 죽었구나.” 글을 읽은 원님은 사내를 다시 잡아 들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벌금 150만원을 구형받았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시장 직위를 잃게 된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검찰의 150만원 구형을 놓고 처음부터 시장 직을 빼앗지는 않겠다는 사인이나 다름없다며 검찰의 무딘 칼을 비난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선고형량이 구형량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 이런 재판의 통례이기 때문이다. 혹 법원이 구형량을 넘어서는 선고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거 이후 지금까지 넉 달 동안 권 시장은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여러 군데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더구나 3심까지 허용하는 재판에서 대법원까지 갈 경우 벌금 1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수많은 재판 결과가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권 시장은 재판기일을 연기해가며 변호인 선임과 변론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와 함께 당선 이후 최근까지 권 시장이 보인 행보도 검찰의 구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열과 성을 다해 대구시정을 이끌고 펼쳤다. 개인적으로 불효를 들먹이며 오로지 시민 행복을 내걸고 시정에 올인하는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재판에도 충실하게 임했다. 재판 전에는 “모두 내 탓이다”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고 법정에서도 선처를 구하는 깨끗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권 시장이 받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권 시장도 인정한, 다툼의 여지가 없는 팩트다. 공직선거법 제 255조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 시장은 법 60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와 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를 두 번씩이나 거푸 위반했다.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 사법농단이 심판받고 있는 작금이다. 법관은 교과서에서 말한 대로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일이다. 어떤 정치적 고려나 외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원은 야당 정치인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할 처지. 전국 광역 자치단체장 중 대구와 경북만 야당이 차지한 현실에서 권 시장의 선거법 재판에 쏠린 눈을 말하는 거다. 과연 법원이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는지도 국민들에겐 관심사항이다.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사립유치원, 학부모 책임은 없나

사실이었다. 우린 왜 일이 터지고 나서야 온갖 대책이 나오는 걸까. 그걸 지금까지 몰랐을까. 알고도 모른 체한 건 아닐까. 의무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의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던 시절에 있었던, 권위주의 시대 군대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국민을 흥분시키고 있다. 학부모들이 낸 돈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다. 정부지원금 2조 원이 들어간 유치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감사 결과 어떻게 나왔는지 일부가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출산과 육아와 교육을 장사 수단으로 만들어도 유능한 비즈니스로 인정받는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해 있다. 육아와 교육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도 그것이 사유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명제 아래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간부의 당당한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사립학교 회계를 공개할 수 없다는,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그러면 유치원을 폐쇄하거나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 땅을 가진 사람의 신성불가침한 사유재산권 때문이라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임대사업자는 이미 현대판 소작농으로 전락해 있다는 비판도 거기서 출발한다. 땅을 가진 사람은 건물을 지어 유치원이나 또는 중고등학교, 크게는 대학을 설립한다. 그것이 교육 사업이다. 사업치고는 신성하고 훌륭한, 모두로부터 존경받는 사업이다. 그들에게 정부는 ‘국가의 역할을 민간이 맡아줘서 고맙다’며 법규와 돈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교육 사업에 대한 국가의 간여나 감시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일부 공직자와 부동산업자는 결탁한다. 그것이 오늘날 비리로 지탄받는 일부 사립학교의 실태다. 그 한 단면이 사립유치원의 비리다. 대구시교육청이 지역 유치원의 감사 지적사항을 공개했다.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등 엄호사격을 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지적받았는지, 과연 학부모들이 용서할 만한 사소한 실수인지 아니면 정말 파렴치한 부정인지는 학부모들이 판단할 일이다. 지적받은 상당수 유치원이 회계에서 아예 세금계산서를 무시했다. 감사에서 지적된 많은 유치원이 그랬다. 원아들의 수송 버스를 임차하면서 여객운수사업 면허가 없는 개인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줬다. 물론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다. 원장 개인 소유의 토지를 원아 체육공간으로 활용했으나 시설 관리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챙긴 유치원도 있었다. 수천만 원대의 유치원 시설 유지 보수 공사를 무자격자에게 맡겼다. 유치원 차량이나 아이들 급식비를 개인 카드로 지출해 놓고는 유치원비에서 계좌이체 하는 편법을 썼으니 공금횡령의 또 다른 수단으로 의심을 받을 만도 했다. 설립자 동생에게 턱없이 많은 가족수당을 주는 등 회계 비리는 유치원처럼 유치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왜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내는 유치원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감시하지 않았나. 입학금부터 원복비 교재비 교구비 현장학습비 특성화프로그램비 등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따지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 엄마들의 경쟁심 때문일 것이라 선의로 해석해 본다. 내 아이만은 불이익 받지 않고, 더 잘 되라는 뜻으로 원비를 내고도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어떻게 유치원과, 학교와 가까워지고 어떻게 더 잘 보일까 궁리했을 뿐 감시하고 감사할 줄은 몰랐던 것은 아닐까. 그 업보가 오늘의 유치원 비리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이제야 엄마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니 의무를 알아챘다고나 할까. 교육부에서 비리 유치원에 대한 실명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국가에만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 교육이라면, 교육답게 과정부터 투명해야 한다. 사업이라지만 교육 사업이니, 떳떳하게 운영해서 학부모들이 믿고 자녀를 맡겨야 하지 않겠나.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 출산율, 해 볼 것은 다 해보자

640089, 559934, 496911, 495036, 476958, 471265, 435435, 438420, 406243, 357771. 통계청이 밝힌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다. 중간 중간 생략하긴 했지만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2년 40만 명대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35만 명대로 추락했다. 올해는 32만 명대로 추산하는데 이런 추세라면 30만 명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52명, 2000년대 이래 1.3~1.1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2016년 이후 1.2명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UN인구기금이 발표한 세계인구현황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1.3명으로 기록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데다 지방은 청년들의 유출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더욱 문제다. 2000년 3만2천477명이던 대구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 1만5천946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대구는 8천 명, 경북은 5천 명 인구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수동적으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정말 지방 소멸단계에 들어섰다는 일부 자치단체들은 그야말로 인구 문제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1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도 있고 다섯째를 낳으면 1천만 원을 주는 곳도 있다. 모두가 다 대한민국의 아이인데, 결국 지역 간 인구이동에 불과하다는 싸늘한 반응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답답한 데서 나온 현실적 몸부림을 외면하기 어렵다. 대구시는 둘째아이를 낳으면 20만 원을, 셋째 이상은 50만 원을 출산축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다 둘째에게는 월 5만 원씩 24개월을, 셋째 이상은 월 20만 원을 18개월 지급하고 있다. 물론 다자녀 가정에는 고등학생 자녀에게 50만 원의 학자금을 지급하는 등 각종 지원정책을 펴고 있지만 주변에서 그 지원금 때문에 아이를 낳겠다는 부부는 아직 보지 못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과감한 출산지원책을 내놓았다가 역풍을 맞았다. 지난 9월 정기국회에서 “신생아 1인당 2천만 원의 출산장려금과 향후 20년간 월 33만 원의 지원수당을 주자”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대신 ‘출산주도성장’론을 내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공무원 증원에 소요되는 예산을 미래 세대를 위한 예산으로 전용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웬 출산장려금이냐며 “이거야말로 보이스피싱이다”는 반발이 돌아왔다. 아이 키울 환경이 된다면 왜 아이를 낳지 않겠나. 실효 없이 예산 퍼다 붓는 것보다는 출산장려금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그 돈이 지역에 쓰이고 육아에 보탬이 되는 데 굳이 반대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항변이다. 모든 분야에서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이야기한다. 출산과 인구 문제야말로 과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출산연령이 늦춰지고 있는데 주목해야 한다. 이미 30대의 출산율이 20대의 출산율을 초과했다. 그냥 초과한 것이 아니라 2배를 넘겼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0대 출산율이 189.5명으로 30대의 101.7명에 비해 2배였으나 2006년 역전된 뒤 2014년엔 30대의 출산율이 20대의 2배가 됐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결혼이 늦어지고 따라서 출산도 늦어지는 거다. 한 자녀는 이런 시대가 만든 필연이자 대세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추세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정책들을 펴야 한다.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육아 휴직자는 남녀 모두에게 가산점을 주는 특단의 인사정책을 내놓은 것도 그 한 방책일 것이다. 육아 휴직자에게 성과상여금을 100% 지급하는 등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인사상 배려는 일종의 특혜이기도 하다. 민간 기업에까지 확산되고 그래서 인구 정책에 도움이 된다면 대성공일 터다. 돈으로 아이를 살 순 없다. 그러나 돈이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아이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모두 해보자.이경우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