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과 공무원

대구시와 경북도의 통합 이야기를 하면서 지방공무원들의 자세를 빠뜨릴 수 없다. 대구 인근 지역에서 귀촌인들이 모여 단체장에게 건의사항을 만들었다. 귀촌인들의 모임을 자치단체의 홍보 수단으로 만들려던 지역 공무원이 귀촌인들과 단체장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일단 건의 및 질문사항을 모아 단체장에게 건네고 그 답을 듣는 자리로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건의사항을 전달받은 담당 공무원이 답변서를 만들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지는 처음 받아 본다는 것이다. 시정 홍보와 단체장의 치적이나 자랑 일변도의 인터뷰 자료를 만지다가 문제성 있는 질문지를 받아들고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는 역제안을 했다. 질문 중 5개만 하고 나머지 질문은 자신들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귀촌인들은 그렇게라도 하겠다고 동의했다.그런데도 도저히 단체장에게 그 질문을 할 수도, 대신 답변서를 만들 수도 없게 된 공무원은 다시 수정 제안했다. 자치단체에서 만든 질문만 하고 간담회 시간도 절반으로 줄이자는 것이었다. 귀촌인들은 그렇게는 단체장과 만날 필요도, 간담회를 할 필요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귀촌인들과 단체장과의 간담회는 없던 일이 됐다.그랬더니 또 다른 지역의 단체장 이야기가 나왔다. 단체장 인터뷰를 하기 전에 사전 질문지를 단체장실에 넣었는데 도무지 답이 없더라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공식 답변 기구가 있고 단체장의 비서실이 있는데 기관 내에서 서로 축구공 차듯 미루더라는 거였다. 문제는 질문지에 있었다. 그들은 일방적 홍보나 자랑거리보다 해결이 어렵고 답변하기 곤란한 문제가 있어 답변할 수 없었던 것이다.몇 차례 논의 끝에 자치단체에서 질문하고 답변하는 식으로 절충했다고 한다. 그리고서야 서면답변을 받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직접 대면인터뷰를 할 때 다시 발생했다. 무슨 금기사항이라도 터뜨릴까 배석자들이 전전긍긍하더라는 것이다.해당 자치단체의 단체장은 중앙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자로 알려졌다. 그는 어떤 질문이든 받아내고 소화할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작 그를 모시는(?) 직원들이 과잉 충성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종의 심기경호일 수 있겠다. 아니면 자신들이 착각하고 있을 뿐 어쩌면 단체장은 그런 걸 지시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공무원들은 전혀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윗사람 심기만 챙기면 된다는 식이다. 지역의 인구나 수입 등 위상과는 걸맞지 않은 호화판 사무실에서 도대체 하루에 몇 명의 민원인을 상대하고 얼마나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그러면서 민원인에게 마치 엄청난 시혜라도 베푸는 듯 대하고 자기가 아니면 안 되는 듯 큰소리치는 지방 공무원들의 자세는 정말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마주치고 보면 서비스 정신이라고는 아예 없는 그들의 자세에 절망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공무원들에게 대구·경북의 통합은 자신들의 신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그것만이 관심사일 것이다.작은 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이런 판이고 보니 탄핵당한 전 대통령의 측근에서 심기를 챙겼다던 ‘청와대 얼라들’이 생겨났을 법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청와대는 달라졌을까. 지방의 중소도시 단체장들도 인의 장막에 싸여 있는데 국민과 야당의 소리는 귓등으로 흘리고 나홀로 독주하는 지금 청와대는 또 어떤가. 지난해 10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함성이 지금 그 후임자인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듣기는 하는가.그들은 왜 자기가 모시는 상전의 심기만 중요하고 그들이 말로만 내세우는 실제 주인이라는 국민은 왜 그렇게 무시하거나 또는 피하는가. 혹시 단체장은 그런 것을 즐기지는 않는가.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 통합을 이야기하기 전에 공직자들의 자세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의 군대 이야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2017년 군 복무 시절 휴가미귀 연장 특혜 의혹이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현직 법무부장관 아들의 이야기이고 그가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에 복무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데서 국민들의 의심이 분노로 확산되고 있는 판이다. 추 장관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의 딸 문제와 달리 이번 사건은 공정과 평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생긴 일이어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군대 문제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말 많고 탈 많은 것이 군대다. 대권 문 앞에서 두 번이나 주저앉은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그랬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지 못해 18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수 유승준의 처지도 그렇다.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대 문제로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걸었고 더러는 감옥을 대신 택하기도 했다. 멀쩡한 신체에 메스를 들이대고 희한한 병을 만들기도 하는 운동선수들도 젊음을 군대에서 보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짜낸 비책들이었다. 어떤 연예인은 현역 입대를 대단한 이벤트로 만들기도 했다. 군대 문제는 그렇게 민감하다.추 장관도 그런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 그래서 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군대에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 군대란 것이 카투사다. 현역 보직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은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다 안다. 카투사란. 아무나 갈 수 있는 부대가 아니다. 이미 그 부대에 갔다는 자체만으로도 특혜라고 보통 군인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런 부대에 갔다. 이건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사과했지만 편한 부대라고 정의했다. 전국의 카투사 현역들이나 제대병들이 들고 일어나더라도 그들이 일반 병과의 보병이나 포병 또는 기갑 같은 전투부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 군대에서 휴가를 갔다가 제 시간에 복귀하지 않았다. 무릎 수술을 했고 외래 진료로 복귀하지 못했다는 거다. 사정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은 궁금증을 넘어 비난을 받고도 남는다. 10일간 병가 뒤 부대 복귀 않고 다시 9일간 병가를 연장한 휴가병은 이번에는 본인 복귀 대신에 상급 부대 대위가 와서 휴가처리 하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하루 뒤에. 그것은 당시 추 장관 아들의 부대 생활이 얼마나 황제 특권을 누렸으며 동료 병사들에게는 또 얼마나 위화감을 주었던가를 가늠하게 만드는 것이다.검찰은 처음 의혹이 제기된 뒤 9개월 넘게 수사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의 청문회에서 가족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하며 불거졌던 추 장관에 대한 이미지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새삼 불거지기도 했다. 아들 휴가 연장 전화에 대해 여전히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한다.“나는 하지 않았다. 시키지도 않았다. 보좌관이 했는지는 말씀드릴 형편이 못되고 남편이 했는지는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예전의 ‘소설 쓰시네’에서는 한 발 물러났지만 국회에서 쏟아지는 질문에는 ‘증거를 대라’ ‘검찰 수사냐, 국회 대정부질문이냐’고 응수했다.추 장관은 억울해 한다. 판사 출신으로 5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였던 그에게 아들의 군 문제 하나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에 받는 공인의 상대적 불이익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아들의 군 복무 당시 황제 휴가 처리는 여전히 일반 국민들에겐 여당 대표인 엄마 찬스를 활용한 특혜다. 공익제보한 당직사병과 당시 지원단장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그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은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다. 여전히 그의 자세에는 잘못한 것이 없다. 법률적 잘못이야 법에서 가릴 것이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그들에게 지워진 멍에는 형사법적 죄만이 아니다. 국민 정서법은 공인에 대한 자질에 품위까지 요구한다.남편을 등판시키면서까지 아들을 구해야 하겠다는 추 장관의 모정은 인간적으로 동정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를 얻는 수준에 미쳤는지는 여전히 의문표다.

몰라도 되는 것과 모르면 안되는 것

“선배, 아직도 이 편리한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에요?”이야기 도중에 스마트폰 앱 이용 이야기가 나오자 후배놈은 신이 났다. 그렇다. 스마트폰을 이용해봤자 고작 버스 정류소나 찾고 아니면 뉴스나 메일 검색 정도에 그쳤고 그래도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해외 나갈 일도 외국어 쓸 일이 없으니 통번역 앱도 그렇고 금융거래나 주식 등을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만큼 경제활동을 왕성히 하는 것도 아니어서 일 것이다. 머쓱해진 나는 스마트폰을 24시간 사용하지 않아도 카메라 성능 정도로도 만족하고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강변한다.스마트폰에는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거나 “반드시 따르고 지켜야 한다”는 정보들로 넘쳐난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뉴스와 그들의 동선, 그리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일상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는 당부와 요청이 첫 번째다. 폭염특보와 더위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 경고가 쉴 틈 없이 따라 오더니 요즘은 태풍 경보 경고다.물론 신체적 안전과 재산보호 등을 위한 정보들이니 감사하다. 문제는 내가 요청하지 않아도 성가시게 날아오는 TMI(너무 많은 정보) 수준의 온갖 잡동사니들이다. 그런데 그게 옥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른바 가짜 뉴스들이다.코로나19가 국가 재앙급으로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는 엉거주춤식 처방이 나오는 판에 대학병원 전문의들의 파업 사태가 2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라는 것이 나로서는 또 의문투성이다. 우리나라의 의사수가 OECD 국가들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인력 수급현상도 불균형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전문의들은 의료인력 불균형에 대한 처방으로 정부가 공공의대를 설립키로 한 것을 반발 원인의 하나로 꼽는다.“아니, 의사를 더 공급해서 지방에서도 의료혜택을 받게 하겠다는데 지금 전문의들은 밥그릇 놓고 국민들을 볼모로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닌가?”“그 공공의대(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를 사실상 전라도 목포와 남원에 주기 위한 꼼수니까 반발하는 겁니다.”“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경상도에서도 포항과 안동 등에서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추진단을 준비하고 있다던데?”“남원에는 이미 의대를 세우기 위한 토지도 선정됐고 지금 보상이 진행되고 있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라도에 의대를 세워주겠다고 공약도 했잖아요. 지금 그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그럼 공공의대 입학자격을 단체장이나 시민단체에 준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도 그 맥락이란 말이냐?”“그렇다니까요. 공공의대 게이트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니까요. 아무려면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하고 대다수 교수들이 지지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아무려면 정부가 그렇게 무모하게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나. 전국의 국립대학병원이 모두 적자이고 경북대병원만 하더라도 직원이 5천 명이나 되는데 그 엄청난 프로젝트를 지금 의사단체의 우려처럼 사전 준비동작 없이 시작하겠나?”“정부가 선한 의도와 원칙만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면 왜 의사들이 그렇게 반대할까요. 코로나가 창궐하고 국민 일상이 올 스톱된 지금 정부가 이 정책을 왜 강행하려 하는지 의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의사들의 주장과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 이유가 가짜 뉴스 때문이라면 정부는 근무복귀 명령하고 고발하기 전에 그 팩트를 공개해서 의사들의 파업을 진정시켜야 한다. 전라도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단체장이나 시민단체에 신입생 추천권을 주지 않겠다고, 공공의대 졸업생들에 대한 특혜 시비도 없애겠다고 말이다.그런데 이런 공공의료 정책은, 안 써도 불편하지 않은 스마트폰 앱처럼, 지워버리면 그만인 쓸모없는 TMI처럼 몰라도 되는 정보일까.공공의대는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설립돼야 한다. 그리고 그 법률안이 아직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지도 않았다. 정부와 의사, 누가 진짜 국민 편인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이 거대 여당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기에.

떠내려 간 것, 떠내려 보낸 것

역대급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폭염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재유행하고 있다. 이래저래 고단한 삶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권리마저 팽개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50일 넘게 이어진 장마는 누적 강수량으로도 피해를 짐작할 수 있다. 하루 강수량이 100㎜는 예사고 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넘기는 지역도 수두룩했다. 경기 충청 등 중부지방을 공략하던 장대비가 남원 하동 등 남부지방으로 이동해 물폭탄을 안겼다. 나라 전체가 빗속에 잠겨 침울했다. 가야산 무흘구곡에 사는 친구는 밤중 개울물 내려가는 소리가 ‘우루루루’ 황소울음을 운다며 무섭다고 그랬다. 커다란 바위가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는 소리라는 거다. 언젠가 지리산 천왕봉 밑에서 여름날 폭우가 쏟아질 때 계곡 물이 벌떡 일어서서 내달려 오던 기억이 생생했다.SNS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겪고 있는 국민의 고단함이라고들 요란했다. 신학기 개학도 전에 코로나19 침공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가 여름 휴가기간을 보내고 이제는 온 나라가 물에 잠겨 버린 것이다. 모두들 정상적인 삶은 팽개쳐지고 늘 이사를 준비하는 사글셋방 신세처럼 생활이 뒤죽박죽이 됐다. 거기에다 다시 코로나의 공습이다.장마때 텃밭 옆 개울이 불어나 뻘건 황톳물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 물위에 온갖 잡동사니까지 떠내려 왔다. 비닐 나뭇가지 스티로폼 소주병 의자 냄비뚜껑 신발에다 호박 덩굴 같은 농작물까지. 이웃 농장 아저씨가 거든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전라도 충청도는 밭이 떠내려가고 집이 떠내려가고 사람이 떠내려갔잖아요.” 그는 경상도에 ‘깡철이’가 살고 있어 장마도 비켜 간다며 천운이라고 넉살을 떤다.텃밭의 고추는 장마로 초토화됐다. 올 김장 고추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쳤던 주위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수입고추로 김장을 담그라고 통고해야 할 판이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의 수해 소식을 위안으로 삼는다.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안성, 충북 충주·제천·음성, 전남 구례·곡성·담양, 전북 남원, 경남 합천·하동 등 특별재난지역만도 18곳이나 선포됐다.수해 현장을 주민들이 직접 찍어 올린 영상물을 봤다. 한 밤 홍수 경보에 빈 몸으로 탈출한 이재민들의 하늘을 향한 분노, 주먹을 쥐어도 내지를 곳을 찾지 못하는 그 허탈함을 위로해 줄 방안이 없었다.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고 집안까지 들어찬 황톳물에 가재도구가 뻘과 뒤섞여 쓰레기가 된 현장은 처참했다. 흙탕물을 퍼내 보지만 하늘에서는 또다시 비를 퍼붓고 있었다. 자연재해라지만 당하기만 하는 서민들의 무력감에 화가 났다. 저런 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야만 하는 처지가 누구 이야기처럼 그것도 운명일까. 살아남은 사람 이야기다. 이번 장마에 숨지거나 실종된 인명피해만도 40여 명이나 된다.물을 피해 떠내려가던 소들이 지붕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우두커니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풍경이 아닌 초현실화이자 극사실화였다. 어떤 소는 강을 따라 바다건너 섬에 까지 떠내려가서도 살아있었다. 생명의 위대함이라고 해야 하나, 끈질긴 생명력이라고 해야 하나. 그 소는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내겐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이번 비에 전국적으로 소 400여 마리, 돼지 3천700여 마리가 피해를 입었다.전국의 쓰레기도 강으로 바다로 떠내려갔다. 어쩌면 더 많은 것들이 떠내려 보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국회에서는 100석이 넘는 야당의 존재 이유가 떠내려 가버렸다. 부동산 3법이 통과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법이 통과됐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검언유착과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충돌 사건과 윤미향 의원의 정의연 의혹사건도 떠내려가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등 보통 국민들의 삶은 비정상의 연속으로 뉴노멀이 노멀이 되고 있다. 이런 홍수 속에 국민적 관심사들을 일부러 떠내려 보낸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은 책임져야 할 권력의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국민들도 그냥 지켜보고 있다면 또 다른 야합이 될 것이다.

세상 팔자 좋은 사람들  

대구시내를 벗어나는 국도는 주말인데도 차량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휴가철이 시작된 것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조용해 보이는 끝차선으로 옮겼다. 그런데 앞쪽에서 리어카에 빈 상자며 잡동사니들을 잔뜩 실은 노인이 90도 휘어진 허리로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차선을 역주행해 오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차선을 양보해서 그 길은 조용했던 것이다. 왜 차선을 위반해서 길을 막느냐고 어느 누구도 시비를 거는 운전자는 없었다. 차량들이 끝차선을 비워둔 데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성별도 나이도 구분할 수 없는 그는 마치 요즘 부동산 증세 논쟁을 팔자 좋은 사람들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외치고 있는 것처럼 묵묵히 리어카를 끌었다.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일사천리다. 국회의 관련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치고 본회의까지 통과해 국무회의에서 절차를 밟아 실행하게 됐다. 이건 뭐 초등학교에서 입법 활동 모의학습처럼. 이렇게 쉽게, 간단히 처리되는 법들이 지난 정권에서 두 차례나 국회에 상정되고도 법사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는 거다. 그렇다면 정권에 따라, 정당에 따라 그렇게 부동산 관련 정책과 시각이 달라지니 돈 모아 집 사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로 돈 벌겠다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인지 이해도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금싸라기 땅이라는 서울 강남에 빌딩을 갖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하는가보다.서울의 아파트 값은 대구 촌놈으로서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억’ 단위를 넘어 ‘10억’ 단위의 아파트들이 예사이고, 무엇보다 몇 년 사이에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쉽게 말해 벌었다는 이야기에는 안드로메다의 신도시 이야기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라고 부럽지 않겠나. 월말이면 날아오는 카드명세서며 내 욕망을 절제하라고 끊임없이 견제하는 마이너스 통장의 잔고는 저런 아파트 하나 가졌으면 하는 욕심을 갖게 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이번에 민주당이 속도를 낸 부동산법 처리의 배경에는 청와대 식구들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정보를 선점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쩌면 모두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 사람이어야 그런 정책들을 핸드링할 자격이 된다는 뜻일까. 청와대는 다주택 소유 고위직에게 부동산 관계부처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팔자좋은 사람들에 대한 국민들의 위화감을 의식한 탓일 게다.국회에서 부동산을 처리하는 국회의원들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상당수가 2채 이상의 아파트를, 노른자위에 갖고 있고 그로 인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으니 그들이 부동산 관계법을 찬성할 리 만무하다. 국회의원들 재산 신고할 때 보면 전체 국민보다 평균 재산 증가율이 왜 그리 높은지 늘 의문이었다. 부동산법 논의를 하는 의원들이 국회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등 서민 코스프레하지 말고 정책을 솔선수범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는 한 방안이라 말하고 싶다.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사유재산은 어떤 이유로든 보호받아야 한다. 그리고 자본과 토지에 의한 가치 창출이 노동의 가치보다 하위 개념이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게 주장한 주호영 통합당 의원의 발언은 원칙은 맞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더구나 부동산으로 수십억 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그가 할 이야기는 아니다. 집이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주거 기능을 앞서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에서다. 더구나 색깔론까지 덧칠해서 통합당의 전신으로 국민에게 외면 받은 한국당을 떠올리게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반대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다주택 소유 공무원에 대한 견제 정책이 많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환영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경기도의 주택보급률이 100%에 달하는데도 여전히 전세 월세를 사는 무주택자가 44%나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되 취득세와 양도세를 통한 팔자좋은 사람들의 불로소득 환수를 강조한 그의 주장에도 귀 기울일 만하다.

2% 부족한 시장 도지사의 호소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신청기한을 턱밑에 두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군위군을 압박하는 공동 호소문을 내놓았다. 다급함과 절실함, 답답함이 호소문 곳곳에 배어있다. 그래도 필자가 느끼기에는 2% 부족하다. 지난 3일 국방부에서 열린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는 “군위우보지역은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선정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므로 ‘부적합’ 결정을 했고, 의성비안 군위소보 지역은 군위군수가 소보지역을 유치신청 하지 않아 선정절차를 충족하지 못하여 부적합하나 적합여부 판단을 오는 31일까지 유예하며, 유예기간 내에 유치신청이 없는 경우 자동적으로 부적합 결정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선정위원회가 발표한 선정기준은 지난해 11월 군위 의성군민 200명이 참여한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에서는 주민투표 찬성률과 투표참여율을 절반씩 합산해서 ‘군위우보 지역이 높으면 단독후보지를, 군위 소보지역 도는 의성 비안지역이 높으면 공동후보지를 이전부지로 선정’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21일 실시한 주민투표에서는 참여율과 찬성률을 합산한 결과 의성비안이 89.5%, 군위우보 78.4%, 군위소보 53.2%였다. 단순 찬성률만 따지면 의성비안 90.4%, 군위우보 76.3%. 군위소보 25.3%였다. 어느 면에서나 의성 비안이 군위 우보보다 높게 나왔지만 군위로서는 소보에 대한 지역민의 반대를 왜 투표에 반영시키지 않느냐는 불만이 일었다. 그러나 이는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를 위한 투표에서 한쪽 의견을 무시해도 되도록 ‘비안 또는 소보’라는 문구를 만들어 101대 99로 통과시켜서 나타난 예상했던 현상이다. 군위군은 처음부터 소보를 끌어들인 의성군의 처사가 불만이었고 소보 대신 우보에 집중했다. 투표참여율에서 보면 더욱 뚜렷하게 대비된다. 의성과 군위는 이웃한 소멸가능성이 가장 높은 농촌지역이지만 역대 선거에서 의성이 군위를 능가한 적이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자료를 확인해 봤다. 올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군위는 74.3%로 의성의 73.6%보다 여전히 높았다. 군위와 의성의 투표율(%)은 19대 대통령선거(2017.5.9.) 77.4대 75.2, 20대 총선(2016.4.13.) 64.2대 60.3, 7대 지방선거(2018.6.13.) 81.9대 74.2, 6대 지방선거(2014.6.4.) 81.0대 72.8이었다. 이렇게 언제나 군위의 투표율이 의성을 앞섰다. 그런데 이번 통합신공항 후보선정을 위한 주민투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의성의 찬성률은 물론이거니와 투표율이 88.7%로 군위의 80.6%보다 훨씬 높았다. 의성군이 이번 주민투표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군위군은 처음부터 소보에 부정적이었던 군위군은 이런 의성군의 작전에 대비해 ‘단체장의 유치신청권’이라는 카드를 감춰두고 있었다. “우리는 의성과 표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군위 내에서 우보가 소보를 이기는 것”이라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투표가 끝나고도 군위가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는 이런 특별법 조항이다. 이런 유추는 군위군에서 신공항 후보지 선정과 관련 경북도나 국방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단체장의 유치권’을 확인했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다. 이웃한 군위군과 의성군이지만 면적이나 인구 등 단순 비교한 군세는 의성군이 군위군을 압도한다. 이런 지리적 정치적 위상에 신공항이 더욱 노골적으로 이웃사촌간 정을 흠집내고 있다. 형사피고인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김영만 군위군수에게 말로만 대승적 판단을 하라고 압박하기 전에 군위군의 공항유치 공적을 인정하고 명분을 줘야 한다. 군위가 통합신공항 불씨를 살렸고 이전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모든 공은 군위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질적 선택이다. 그러니 모든 명분은 군위군이 가지도록 해줘야 한다. 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데서 부족한 2%를 채워야 한다. 그리고 신공항 사업은 성사시키는 실질을 챙겨야 한다.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지는 못했다. 지금은 국책사업도 지역민 뜻에 따르는 시대다. 군위를 항복이 아닌 승자의 위치에 올려 주어야 하는 이유다.

아직도 군사정권시대 스포츠특혜냐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 선수는 관행과 타성에 반발했다. 대가로 꿈과 미래를 포기하고 스스로의 생명을 걸었다. 어려서부터 수영에 재질이 있었고 트라이애슬론이라는 종목에 자질과 체력을 갖춘 데다 자신의 꿈과 미래를 걸어야겠다는 의지까지 강철 같았던 최 선수였다. 스물셋 청춘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 것은 시대착오적인 스포츠계의 폐습이었다. 최 선수가 남긴 유서가 된 일기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최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감독과 팀닥터, 상급자와 동료 선수들은 물론 최 선수가 그들의 폭력과 비위를 고발하고 조사를 요청한 경주시청과 체육회, 경찰 등도 모두 가해자다.‘비 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맞았다’ 이건 조폭들의 세계에서나 쓰는 말이다. 군사정권시대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폭력이 디지털 시대에, 그것도 경주시청이라는 실업팀 내에서 버젓이 행해졌다. 그 폭력사태를 지켜 본 동료 선수들도, 폭력을 참고 견딘 선배 선수들도 가해자들이다. 우리 사회는 어쩌면 ‘체육인이 되려면 그 정도 폭력은 참아내야 한다’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폭력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 번도 아니고, 해외전지훈련을 가서까지, 해를 거듭하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이런 일이 있었다. 중학교 야구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부모들이 지켜보았다. 감독이 그 중 한 아이를 불러내 야구배트로 때렸다.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가슴은 찢어졌다. 아이가 잘 못하기 때문에 맞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엔 돈봉투를 건네야 했다. 우리 아들을 때리지 말라고, 주전 선수로 끼워 달라고, 잘 가르쳐 달라고... 상납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다른 어머니를 통해서 들었던 것이다.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도 그런 꼴을 당했다. 감독은 최 선수의 어머니에게 직접 딸의 뺨을 때리라고 지시했다는 거였다. 그런 해괴하고 당돌한 주문을 할 수 있는 체육계가 우리 국민들에게 금메달의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면, 그런 메달이라면 당장 집어쳐라. 이제 체육도 소질과 능력에 따라 하고 그것이 스스로의 즐거움과 보람을 동반하는 자발적 선택이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교육의 목적이고 체육도 그런 교육의 한 과정이어야 당연하다. 폭력과 비리와 금품으로 획득한 메달이라면 당장 팽개쳐야 한다. 우리는 체육계에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운동이고 무엇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과정이 스포츠라고 가르치고 배웠다. 그런데 승부에 목숨을 걸고 승리를 위해 심판 매수와 부정선수 만들기, 경기의 승부조작조차 행해지고 있는 것이 스포츠계다. 스포츠에 지나친 포상이 주어지는 것도 재고해 봐야 한다. 체력이 국력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개인의 영예와 팀의 승리가 국력의 상징은 아니다. 정말 씻어야 할 군사시대의 유산이다. 세계타이틀이 걸린 복싱 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흑백텔레비전 앞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던 시대가 있었다. 일제에서 해방되고 전쟁을 겪으면서 절대 기아선상에서 해외원조로 배고픔을 해결하던 시대에는 헝그리정신으로 운동을 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아직도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연금을 주고 협회나 지자체 등에서 따로 포상금을 준다. 여기에다 군복무를 앞둔 남자들에게는 조건에 따라 현역 입대도 면제해준다. 엄청난 혜택은 온갖 비리를 부른다. 모두가 스포츠를 국력의 한 바로미터로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가 뒷배가 됐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메달 뒤에 이런 특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폐습을 만들어왔던 것으로 보인다.이제는 과감히 이런 혜택을 하나씩 정리해 나갈 때다. 그래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과 금전비리 등 온갖 잡음들을 몰아내고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기게 해야 한다.이와 함께 최 선수의 죽음을 최 선수가 죽음으로 항거한 스포츠계의 폭력을 몰아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최 선수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길이다.

증오를 대물림해서야

증오를 대물림해서야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린다. 북한이 당 중앙 군사위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키로 했다는 보도했다. 하루 전까지 대남 전단 살포 예고에 이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준비해 우리의 잠자던 안보 불감증을 일깨운 북한이었다. 귀싸대기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SNS로 실시간 세계 곳곳의 뉴스를 공유하는 세상에서 냉전시대의 유물인 삐라와 확성기 선전이라니, 그런대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그런 적개심과 증오심을 확인한 때문이었다. 다행히 군사행동은 보류라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가 없게 만든다.잠시 잊고 있었다. 70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동족상잔의 비극을. 아직도 그 전쟁에 참전했던 1세대들이 그 손자와 증손자 세대와 함께 살고 있는 이 땅에서 그날의 비극과 상처는 대물림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날마다 눈만 뜨면 주먹을 불끈 내지르며 ‘쳐부수자 공산당’을 외쳐야 하루 일과를 시작하던 때가 있었다. 그들은 형제자매가 아니었다. 세상에 그런 원수가 없었다. 거기엔 분단에 기생해서 성장하는 세력의 음모도 관여했다. 주변 국가들의 이해도 큰 변수가 됐다. 최근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파문도 그 증거 중 하나다.반공이 아닌 통일이 국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현역 국회의원으로 회기 중 체포 구속된 고 유성환 전 의원은 6·25 참전용사였다. 그의 통일 국시 논쟁이 35년 전에는 엄청난 파장을 만들었는데 이제 다시 35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는 그 분단 상태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며 분단 상황에 기대어 정권을 지탱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확성기와 전단이 등장한 것이다, 마치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듯하다.2년 전인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 해 9월,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현실은 이런 합의 자체를 한갓 종이쪽지로 만들어 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물론 북한이 주장하는 원인이야 남쪽에서 쏘아올린 대북전단을 두고 말하지만 그 실체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북한은 먼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일련의 행위들은 더 이상 대화를 통한 협상이나 평화로운 일상은 상상하지 말라는 경고로 들렸다. 군사행동을 보류하기까지 그들의 언어가 그랬다.이런 남북간 긴장은 지난 2년간의 남북 화해 분위기가 여름밤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이 퇴임하면서 그랬다. “증오로는 증오를 이길 수 없다.” 우리에게는 많은 상처가 있다.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기다리고 더 인내해야 한다. 그의 말에서 현실적인 남북간 관계 정립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게 해 준다.한민족이지만 북한과 남한의 어법이 다르고 더구나 북과 미국은 말조차 통하지 않아 통역을 통해야만 하는데 그 뉘앙스와 어휘가 갖는 상징성까지 포함하면 협상의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겠다. 거기엔 국가의 이익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까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정당, 우리나라 정치 일본 정치 또 이들 나라끼리의 국제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다.여러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갖고서도 북한으로서는 그들이 바라는 바를 얻지 못했다. 이래저래 교착상태에서 판문점에서 펼쳐진 남북 정상의 군사분계선 월경 쇼는 쇼로 끝났다. 지금 상태로는 그렇다.결국 모든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풀어가야 하는 순간을 맞고 있다. 일체의 적대 행위는 없을 것이라는 선언에서 나아가 이 땅에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자 했던 문재인 정권의 행보를 국민들은 주시한다.남북관계, 치유할 상처가 많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살아있는데 어찌 상처가 그리 쉽게 지워지겠나. 그들은 전쟁의 무서움을, 그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한다. 덧나지 않도록 치유해야 한다. 그렇다고 증오를 대물림하는 것은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상흔이 남더라도 곪거나 재발하지 않도록 속은 깨끗이 나아야 한다. 상흔쯤은 옷으로 가리면 된다.

토착왜구보다 더 나쁜

토착왜구보다 더 나쁜이야기를 거꾸로 시작해본다. 그러자 이런 의심이 든다. 위안부 문제, 우리는 과연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일본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피해자들은 원상회복에 버금가는 치유가 가능할까. 뚱딴지같은 소리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이후 윤미향 국회의원의 대응과 손영미 위안부 쉼터 소장 사건이 겹치면서 드는 생각이다.30년동안 정의기억연대는 매 수요일마다 집회를 열고 일본을 향해 사과하라, 배상하라 시위를 벌였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에게는 일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항일운동의 선봉을 자처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정신적 위로를 해주면서 스스로 목표를 향해 한 발씩 나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240명이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제 겨우 17분만 살아 계신다. 일제에서 해방된 지도 75년이 지났으니 위안부의 피해는 이미 역사의 한 부분이 됐다. 피해자들이 살아생전에 원상회복과 같은 피해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실제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무슨 토착왜구 같은 발언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일본의 국가급 사과는 곧 일본의 국가적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결기의 다른 표현이나 같기에 하는 말이다. 그동안 일본은 몇 차례 사과했고 보상책도 내놓았다. 다만 우리 눈높이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것이 피해 당사자나 일반 국민의 시각인지, 또는 정의연으로 대표되는 피해자지원 단체의 시각인지 따져보지 않았지만.그렇다면 과연 일본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항복할까. 일본이 항복한 적이 있긴 하다. 2차 세계대전에서 참패하고, 그리고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연거푸 원자폭탄의 위력을 경험하고 나서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이 ‘무조건 항복’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항복’의 ‘ㅎ’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짐은 제국 정부로 하여금 미영지소(美英支蘇) 사국에 대하여 그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는 뜻을 통고하게 하였으니….” 포츠담 회담의 결과를 승인하는 모양으로 항복을 에둘러 선언한 것이다. 포츠담 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미영중소 4개국 대표가 “일본의 무모한 군국주의자들은 세계인류와 일본국민에 지은 죄를 뉘우치고 이 선언을 즉각 수락할 것” 등을 요구한 것이다. 스스로를 ‘여성인권운동가’라고 주장하는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들 앞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사람이 챙겼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를 미국 등으로 끌고 다니며 고생시키고 ‘이용했다’고도 했다. 이런 할머니의 폭로에 대해 미 의회 ‘위안부 결의안’의 주역인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의 활동이 당초 목적이나 젊은이들 교육 보다는 시위 자체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하고 변화 필요성을 시사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의 언론 인터뷰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이나 실질적인 피해 보상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위안부가 존재하는 것처럼 읽혔다. 마치 실현 가능성 없는 목표를 정해놓고 위안부들을 그 간판으로 내걸고 국민들을 대일본 심리전 졸개로 내몰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모두가 정의연이나 윤미향 의원의 활동에 대한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 판에 토착왜구가 등장했다. 왜구라니,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용당했다면 이용한 자들은 토착왜구보다 더 나쁘지 않은가. 이제 정의연의 활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것은 필연적 수순이 됐다. 회계부정만도 작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뒤로 제쳐두고 정치인들이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서 또 다른 목적을 갖고 이용했다는 의심을 키워온 때문이다. 그 운동의 목표도, 방향도 이제는 실질적인 피해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토끼를 잡으면 그 다음은 사냥개를 삶는다고 했다. 그 토끼가 있어야 사냥개도 계속 먹이를 얻고 주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토끼는 잡아서는 안 된다. 이런 의심을 불식시켜야 위안부 지원 사회운동도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의 신상은 공적이다

국회의원의 신상은 공적이다대통령선거에서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내리 패배를 거듭하면서 지고도 욕을 먹어온 미래통합당이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모양새다. 아직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주호영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 등 최근의 움직임은 분명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도 배신당할 염려는 없어 보인다. 이와 비교해 거대여당으로 몸집을 물린 민주당의 거듭된 오만함은 보는 눈뿐 아니라 속 까지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어제 미래통합당은 27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29일까지 미래한국당과 합당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26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국회의원과 당선인 총회를 열고 모 정당인 미래통합당과 합당하기로 결의했다. 미래한국당 19명의 당선인이 합당한다고 결정했지만 속은 편치 않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우선 무소속 당선된 4명의 한국당 자원이 있고 교섭단체 구성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통합당에서 분리해 독립된 교섭단체가 되면 여러 가지 혜택을 추가해서 받을 수 있고 국회 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으니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위에 꽃을 수놓을 수도 있는 이 치명적 유혹을 뿌리치고 통합을 결정한 한국당 당선자들의 속내는 아무래도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뒤에도 따라붙는 국민적 질책을 아프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총선 패배이후 나타난 통합당의 변화는 현실 인정에 있다. 아직도 당 일각의 숙지지 않는 부정투표 시비는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이고 여기에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미래를 향한 거침없는 행보들이 전통적으로 수구라는 당의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첫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참여자들과 함께 주먹을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야당 대표의 참석을 저지해 온 광주 현지의 예년 풍경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사과 발언으로 원천 봉쇄됐다.주 대표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함으로써 태극기부대를 포함한 극우 강성 지지층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지금까지 통합당에 붙여진 수구 꼴통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중도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다 김종인 비대위의 출범은 통합당의 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통합당의 속죄와 변신에 비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오만은 국민적 평상심의 임계치를 넘나들고 있다.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당선인들의 잇단 구설수와 이를 당 차원에서 차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진영 논리로 봉합하려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의 표심을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세상에 드러난 윤지향 당선자의 위안부 할머니 이용과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횡령의혹은 진영논리로 감싸고 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위중하다. 일본과의 국민적 대치 속에서 항일이나 반일이라면 무조건 가산점을 주는 정부와 집권 세력 앞에 이 할머니가 토해낸 윤 당선자의 속살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의 복지는 정의기억연대의 설립 목적이나 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겠지만.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위안부 할머니에서 비롯되었고 그 마지막도 그 할머니들의 피해 복구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아직도 살아있는 피해자 할머니들조차 위로해주지 못하고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서 감히 역사를 들먹이는 것조차 역겹다. 윤 당선자는 정의연 대표를 맡으면서 욕심을 키웠고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듯하다.가관인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윤 당선자 비호 발언이다.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지위나 국정 운영 전반을 감시 통제하는 권한에 비춰 국회의원의 신상과 일상 자체가 공적이어야 한다. 이 대표의 “본질과 관계없는 사사로운 부분과 과장된 보도”는 국회의원을 무슨 사조직의 회장이나 시정의 동호회장 쯤으로 스스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국회의원의 자격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얕잡아 보는 것이다. 아니면 5선 국회의원인 이 대표가 그렇다는 말인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실을 인정하는 합리적 보수의 길

현실을 인정하는 합리적 보수의 길주호영 통합당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의석수의 현실을 인정’한다고 자복했다. 그러면서 여당에 협조할 것은 하겠다고 했다. 그것도 과감히. 야당의 전매특허가 되다시피 한 무조건 반대나 장외투쟁 대신 합리적으로 협상을 통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거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일하는 국회’ 제안에 찬성한다는 화답을 한 것이다. ‘소수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주호영 의원이 압도적 표차로 통합당 원내대표에 당선돼 영남의 체면을 세워줬다. 그는 이번에 5선의 고지에 올랐지만 지역구를 수성구갑으로 바꿔 출마하는 곡절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여권의 대선 잠룡으로 불리는 김부겸 후보를 꺾음으로써 스스로 대선후보 반열에 오르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20대에는 새누리당의 친박 공천에서 탈락하고 보수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를 쳐냄으로써 웰빙 국회의원이라는 비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지난겨울 대구의 한 열린 행사장에서 수행원을 멀찌감치 두고 혼자 민심 탐방하던 주 의원을 만나 다짜고짜 물어봤다. 4선 의원이면서 그렇게 존재감이 없느냐고. 당시에도 한국당(통합당 전신)의 인기는 하향곡선을 그려가고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역할을 맡지 않아서 그렇게 보일 뿐”이라며 전혀 불쾌해하는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자신이 최고위원이나 원내 대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함부로 나설 계제가 못 된다는 변명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연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그는 4선의 무게감을 보여줬다. 전 의안 필리버스터를 제안하고는 기저귀를 찬 채 제1주자로 단상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조목조목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합리적이면서 온건한 이미지에서 강단 있는 정치인의 면모를 각인했다. 특히 영남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이런 기운이 보수 정당의 기존 이미지에서 탈각할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가 크다. 그가 이끄는 통합당은 보수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국민의 정치적 갈증을 해소해 주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 아직도 총선 참패의 현실을 당선자나 낙선자는 물론 투표를 한 유권자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선거 부정 주장이 대표적이다.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현역 의원 중에는 아직도 투표결과를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다.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까지 나를 2번으로 알고 있었다”는 착각이 그 중 하나다. 그들은 이번 총선이 코로나19로 유권자 직접 접촉이 줄어들어 후보를 알릴 기회가 줄어든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지역에서는 많은 현역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수성구을의 홍준표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 남짓의 득표율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유권자와 대면 선거운동을 할 기회가 줄어들었다면 현역 의원이 지명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했을 터. 그렇다면 ‘2번 착각’은 유권자가 아닌 자기가 착각한 것이다. ‘통합당은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이런 보수 정치권은 회생할 수도 없다’는 여당 정치인의 논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결국 유권자들을 우습게보고 하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당 공천이 결정되자 많은 지지자들이 기존 조직 대열에서 이탈해서 당 공천 후보에게 줄을 섰다는 사실을 그들만 몰랐다는 말인가. 주호영 신임 통합당 원내대표는 아직도 투표부정과 개표부정을 이야기하는 당 내 분위기에 대한 엄정한 비판과 명확한 선긋기도 필요해 보인다. 투표 종사자들은 “단 한 번이라도 투표장이나 개표장에서 그 과정에 참여해보면 3중, 4중, 그 이상의 촘촘한 감시망으로 투표나 개표에 부정이 개입할 가능성이 불가능한지 알게 될 것”이라 증언한다. 그런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부터 극복하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출발선이 주 원내대표가 되어서 합리적 보수 정당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첫걸음이고 보수의 자존심을 세우는 약이고 통합당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길이다. 이경우(언론인)

이경우의 따따부따…정권보다 당권, 통합당의 소탐대실

정권보다 당권, 통합당의 소탐대실선거가 끝나고 두 주일이 지났지만 후유증은 가시지 않는다. 아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103명의 당선자를 두고도 당내에서 지도자를 찾자 않고 외부 인사에 전권을 맡기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구심점을 못 찾아 공회전하는 제1야당 통합당 이야기다.이런 패배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예측한 정치평론가의 논평을 다시 보니 그 분석이 당연하면서도 무서웠다. 더 놀라운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원인과 처방을 무시하는 통합당의 태평스런 위기인식이다.지역 언론인들이 중심이 되어 발간하는 시사지 팩트체크 봄호에 실린 ‘이대로 한국당(지금 통합당)은 총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단호한 제목의 기사였다. 필자인 정치평론가 전계완은 한국당이 이길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런 병폐를 극복해야 한국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염원을 담은 일종의 응원 메시지였다.세상의 변화를 보고도 인정하지 않고, 그 변화를 수용하기는커녕 거스르려고 한 정당, 도무지 정권 쟁취라는 정당으로서 목표를 아예 포기한 집단을 국민들은 심판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직도 수구냉전시대의 색깔 타령이나 하고 대안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정당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은 툭 하면 장외로 나서는 통합당의 찌질한 투쟁을 비웃고 있다는 것이다.선거결과 사실로 나타났다. 근소한 표차이지만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특성에 따라 민주당이 의석을 독식해 버린 것이다. 이 무슨 황당 시튜에이션이냐. 죽 쒀서 개 준 꼴 아니냐. 그렇게 연동형을 반대하고 위성정당까지 만들어가며 투쟁했는데 실속은 민주당이 차지해 버린 것이다.선거결과를 보면 당시 전략이 얼마나 바보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수도권 지역구 121석 가운데 민주당이 103석을 차지했으나 통합당은 고작 16석에 그쳤다. 그런데 득표율을 따져보니 그게 아니었다. 군소정당을 제외하고 두 당의 득표율을 100으로 치고 단순 계산해보니 56대 44로 나타났다. 이 12%포인트 차이가 의석수에서는 85%대 13%로 나타난 것이다. 소선거구제의 맹점이다. 대구경북에서 25석을 모두 지켜내 민주당이 지역에서 일구어 낸 성적을 모두 사표로 만들긴 했지만 그건 수도권에서 사표가 되어버린 한국당 지지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억울하지 않은가.정당별 투표에서도 민주당계열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38.7%를 얻은 반면 통합당의 미래한국당은 33.3%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과 비례 20석으로 더해 183석으로 차지했지만 통합당은 지역구 84석과 비례 19석을 더해 103석에 그쳤다. 민주당에 개헌 빼고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합법적 권력을 헌납했다.정치학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독일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더라면 민주당이 130석을 얻는 대신 통합당은 114석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소선거구제의 맹점을 보완하고 사표를 줄여서 국민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려던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그런데 통합당의 전신 한국당은 정의당을 비롯한 범진보 계열 군소정당의 국회 진입을 막고 자신들의 의석을 손해 보지 않으려고 연동형을 기어코 반대했다. 또 편법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반쪽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아예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 그 과정을 국민들이 지켜봤으니 결과가 고스란히 통합당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참으로 소탐대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와 국민들을 당의 이익에 앞세웠더라면 명분에서 설득력도 얻고 실익도 얻었을 것이다.더블 스코어로 대패한 지금의 통합당이 찾아야 할 것은 개인 욕심을 버린 희생과 헌신이다. 그런데 풍비박산 난 집에서 안방 구들목 차지하려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정권 보다는 당권이, 의원 개인의 안위만 앞세우니, 총선에서 실패한 소탐대실의 전철을 또다시 밟고 있는 것 같다. 41.5%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103명의 당선자가 있는데. 정권 보다 당권이 중요한가. 24명의 대구경북 의원들은 어디 숨었나.

이경우의 따따부따…나라 걱정은 대구 경북만 하나?

나라 걱정은 대구 경북만 하나?아무리 생각해도 국회의원 임기 4년은 길다. 길어도 너무 길다. 이번 21대 총선 결과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24대 1. 자칭 타칭 보수 텃밭이라는 대구경북의 보수본당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성적표다. 완승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랬다. 이 지역에서 한 것 없는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모두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그 물갈이론이 먹혔던 것일까. 공천에서 현역이 대거 탈락하자 막장이니 낙하산이니 하고 통합당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지역에 관계없이 금배지를 싹쓸이했다. 황교안 대표부터 후보나 선거운동원 모두가 하나 되어 ‘문재인 정권 심판’을 선거 기간 내내 목이 터져라 외쳐 댄 것이, 지역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고 보면 지역에서 통합당이 완승한 것은 문재인 정권 덕이기도 하다. 소득주도 성장이나 최저임금제 실시로 지역 경제를 파탄 지경으로 몰아넣었고 탈원전 정책에다 외교나 국방 등 어느 하나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없었으니 정권심판론은 당연하다. 특히 문 정권의 조국 전 장관 비호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같은 비도덕적이고 부도덕한 행태는 지역민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막판 코로나19 사태에도 중국만 쳐다보고 제 때 대응 못한 과오를 지역민들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야당인 통합당을 지지한 것이라고 대구 경북 선거 결과는 말해준다.그런데 말이다. 왜 서울이나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 전국에서 민주당이 득세한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당선자 표시 화면을 보니 전국이 파란 색인데 대구 경북 부산 경남만 빨간 색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문 정권의 잘못된 정치적 부담을 대구 경북이 몽땅 져야 하느냐는 거다. 투표 결과는 집권 민주당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구 경북은 늘 그랬다. 이유는 언제나 있었다. 어떤 명분으로든 보수당을 지지해줬다. 묻지마 투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친박 소동 속에서도 찍어줬다. 그 결과 중앙 정치권에서는 선거기간 통합당이든 상대인 민주당이든 이 지역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 사실은 막장과 낙하산 공천으로 이 지역을 홀대할 때부터 예견됐다. 가만 두어도 찍어 줄 것이니까 표심을 호소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이번 선거가 가져온 24대 1 선거결과가 과연 이 지역에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를 생각해 볼 때다. 중앙으로부터 이런 홀대를 받아가면서 표를 몰아 주고 이 지역은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지역생산성은 만년 꼴찌 수준이다. 단체장들은 해마다 예산 철이면 당연하다는 듯 중앙에 구걸하러 가는 걸 자랑처럼 떠벌리면서 국비예산 확보에 목을 맨다. 대통령을 몇 번씩이나 배출하고 특정 정당에 몰표를 몰아줘도 공항이전 문제나 물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짝사랑에도 선택받은 정치인들은 반성은커녕 고마워 할 줄도 모르는 것 같다. 누구를 세워 놓아도 뽑아주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문재인 정권이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왜 반대 정당에 올인하는지, 그래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당선자들이 어떻게 4년을 활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선거 결과다. 당선자 여러분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태옥 곽대훈 의원도 4년 전 여러분처럼 꽃길을 밟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주성영 곽성문 이상길 이진훈 박승호 정종복 권오을 김봉교 장윤석 김장주 이한성 이권우 김현기 후보 등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또는 중도 포기한 예비후보들도 모두 여러분의 자리에 섰다면 여러분 대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면 국회의원 4년은 아무래도 너무 길다. 그 4년을 후회 없이 활동하길 기대한다. 당선자들의 당선을 축하하고 낙선자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경우의 따따부따…늑대와 개 구별하기

늑대와 개 구별하기동네 뒷산을 산책하다가 끈 풀린 개를 만난다. 푸들이나 치와와 같은 애완견이 아니다. 덩치도 아주 큰 놈이 보는 순간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용기를 내 본다. 적어도 이런 동네에 우리나라 야생에서 오래 전에 멸종됐다는 늑대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정도 덩치의 개라면 분명 훈련 된 놈일 터이고 필요 없이 공격해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그런데 개와 늑대는 사실 같은 종이다. 그래서 문제다. 얼핏 보면 개 같은데 자세히 보니 늑대 같은. 그래서 치명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늑대와 개를 특징짓는 구분이 필요하다. 정치인에게도 그런 구분이 유효하다. 대구·경북의 출전 선수들이 가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25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냈다. 무리를 한 탓인지 국회의원 감으로는 체급 미달의 후보도 여럿이다. 보수 텃밭이라며 수성을 다짐하는 미래통합당은 여러 곳에서 표를 달라기에 민망할 지경의 공천 민낯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개혁 추진과 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온 나라가 코로나 19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국민과 정부 모두 지쳐있다.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소설 속에서나 상상했던 상황에 맞닥뜨린 국민들은 집단 공황상태에 빠졌다. 경험이 없으니 참고할 대상도 자문을 구할 기관도 없다. 말로는 성숙한 시민의식 어쩌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참담하다. 서로 격려하고 온 도시를 도배하고 있는 이길 것이라는 현수막은 그 증거다. 속이는 거다. 괜찮을 것이라고, 실은 국민 모두가 각자 도생의 아비규환이다. 이런 혼돈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다. 제대로 봐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 꼭 보아야 할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개와 늑대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출신지역도 개인적 인연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알아보는 거다. 그것이 정말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나 결정에서 그의 역할이 어떠했던가를 알아보는 거다. 그가 자랑하는 이력에서 그때 그의 역할을 보는 거다. 가당찮은 공약이 난무한다. 아직도 이런 허황한 공약을 내걸고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를 우리는 보고 있다. 유치하다 못해 아주 코미디 수준의 웃기는 공약을 내걸기도 한다. 나라를 입에 올리는 초라한 경력의 후보나 나라를 등에 업은 떳떳하지 못한 경력의 후보가 가소롭게도 정권과 국가경제를 쥐락펴락 하겠다고 기염이다. 4년 전에도 그랬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보았다. 신념 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거수기가 됐던 국민의 대표를 우리는 수없이 목도했다. 대통령 탄핵에서부터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 개헌에 대한 입장이나 조국 사태 등에서 지역 의원들의 어떤 소신에 찬 목소리를 들어보았던가. 그런 용기보다는 공천을 앞두고 쇼 같은 삭발농성이나 벌이던 인사들에게 또다시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그리고 우리는 결심했다. 그런 사람을 표로 걸러내자고. 생존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움하고 있는 국민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 자신들을 소비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몰아내야 한다고. 그렇게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이런 사람만큼은 걸러 내자. 내 몫을 먼저 챙기는 사람, 그래서 재산 증식한 부도덕한 인간들, 자신을 희생할 줄 모르는 사람,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면서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끄집어내야 한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 일을 더디게 하지만 도덕성이 없는 사람은 나라 전체를 거덜 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들이 어디에 서 있을지를 예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구와 경북은 어떻게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가. 여기에 내가 뽑은 지도자가 과연 제대로 목소리를 내어줄 것인가. 후보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던 누구인지, 그가 소속된 정당의 정책이 무엇인지 챙겨야 하는 이유다. 개와 늑대를 구분하지 못하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이경우의 따따부따…정당의 권리와 유권자의 권리

정당의 권리와 유권자의 권리연산군은 능상(凌上)을 참을 수 없었다. 절대군주에게 도전하고 그 권위를 능멸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았다. 자신을 무시했다고 여겨지는 상대가 있다면 결코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삼사의 언관은 물론, 그가 선왕의 신하이든 내전 대비이든. 자신이 왕이니까.그런데 지금은 국민이 왕인 시대이다. 우리 헌법 제1조는 그렇게 명문화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아직도 그 실상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정치인이나 국민들이 있어 하는 말이다.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금 정당들의 후보 공천을 보면 그렇다.통합당의 대구·경북 지역 공천을 보면 확연하다. 그들은 중도층으로 지지자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새 인물로 바꿨다며 낙하산 공천을 물타기 한다. 이건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정당에 양도한 탓이다. 그것이 작금의 막장 공천 사태를 불러왔다고 단언한다. 정당이 누구를 추천하든 그들의 권리다. 그러나 국회가 정치판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이다. 유권자가 그런 국민의 권리를 포기한 결과가 이번 공천이다. 통합당의 대구·경북 공천은 선택지를 늘려 준 것이다. 지역민의 신망을 얻고 민심을 대변할 후보를 선택했다면 무소속후보가 무더기로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고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과 희망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그 선택 범위가 여당이나 또는 야당이냐 하는 단순한 게임의 룰을 지키면 될 터였다. 그런데 통합당은 무더기 무소속 출마를 부르는 공천을 해버렸다. 총선거는 전 국민이 치르는 객관식 시험이다. 정당이야 정권 쟁취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유권자는 자신을 대변할 최선의 후보를 고르는 것이다. 유권자의 권리를 착각하고 정당의 후보 추천권을 넘보기나 간섭할 이유가 없다. 추천되거나 입후보한 후보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그것을 착각했다. 정당이 추천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유권자가 정당의 추천권을 지나치게 존중하고 그 선택지에서 답을 찾는 어리석음을 관행처럼 이어온 것이다. 주객전도의 현장이다. 지난 4년을 보라. 그들은 연봉 1억 원이 넘는 고액 봉급자들이었다. 그들은 늘 국민을 핑계로 인질로 국정을 마비시켰다. 때로는 동물국회로, 또 때로는 식물국회로 그들만의 리그를 벌였다. 그들이 입만 열면 하는 말은 언제나 국민을 인질로 삼았다. 그런데 한 꺼풀 벗겨보면 아니었다. 그들의 정파를 위해, 그들 스스로를 위해 그들은 자신들의 세비를 인상하고 자파의 세를 불리기 위해 육탄전과 고발전을 벌였다. 입법기관인 그들이 사법부에 판단을 맡는 추태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때마다 국민의 이익을 빙자했다. 그렇다면 어느 한 쪽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서로가 국민을 팔아가면서 대치하고 대립하고 대결했던 것이다. 그들 스스로 방해하거나 가로 막고 있는, 그래서 20대 국회의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될 운명에 놓인 민생 관련 법안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4년 전 출마할 때 내걸었던 약속은 얼마나 지켜냈나. 지난 4년 동안 그들이 얼마나 국민을 실망시키고 심지어 분노하게 만들었던가 생각해 볼 일이다.국민들은 그들의 태업을 비난했고 그들의 무능함을 책망하며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내놓은 공천결과는 또 한 번 국민들은 실망시키고 있다. 텃밭인 대구·경북의 물갈이를 통한 변화로 전체 국민들을 사로잡으려는 공천이라고 포장한다. 무더기 무소속 출마는 누가 되더라도 결국은 우리편이라는 계산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더 이상 그 공천을 두고 사천이다 막장이다 열 올릴 일이 아니다. 단지 그 후보가 우리를 대변해 줄 후보인지, 개인의 사욕을 차릴 후보인지, 특정 계파를 대변할 허수아비인지 냉철히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그들이 내놓은 카드에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참신함이 있는가를 가려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해진 선택지 중에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다. 그렇게 해서 국민을 깔보는 그 버릇을 고쳐가야 한다. 지금은 국민이 왕인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