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 기해년이 밝았지만, ‘먹고사는 문제’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10년간 세계경제를 받치던 양적완화(경기침체로 낮은 금리에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가 마침표를 찍자, 경기하락세가 더욱 뚜렷해 졌다. 저성장, 저소비가 뉴노멀(New Normalㆍ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일자리 효자산업으로 불렸던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을 비롯해 반도체 마저 장기호황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그나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께 드리는 새해 인사말’에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각 경제 주체들의 희망을 갖고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다행스럽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난해 국내 일자리는 31만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 수는 총 2천316만개로 1년전 보다 1.4%가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가 ‘질 좋은 일자리’라고 하는 ‘대기업’과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했다. 대기업의 일자리는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2천개가 줄었으며,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1만개(18.8%)로 가장 많았고, 도매 및 소매업 44만개(16.2%), 건설업 32만개(11.8%)의 순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오는 2020년까지 지구촌의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도 초등학교 입학한 학생의 절반 이상이 현재 존재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일자리 빅뱅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일자리 빅뱅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이제 거스르기 힘든 파고가 됐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여행객이라면 세계인의 삶 속에 뿌리내린 우버(차량공유), 에어비앤비(숙박공유), 알리페이(전자결제) 등에 놀라곤 한다. 특히 알리페이는 월 5억 명이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소비패턴 분석은 바로 빅데이터화 되어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는 지금 ‘산업간의 충돌’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택시업계와 카풀(승차공유)업체 간의 대립, 기존 거대은행과 신생 인터넷 전문은행간의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혹하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016년 미국 차량공유 스타트업 ‘리프트’ 주식 10%를 5억 달러에 매입한 반면,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를 운운하며 산업은행으로부터 7억5천만 달러를 약속 받은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최고 시가총액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2019 세계 기업 시가총액 TOP 10’에 아시아 기업은 텐센트(6위, 449조 원)와 알리바바(7위, 417조 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세계경제의 혁신성장이라고 유니콘 기업(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가치가 10억 달러(1조2천 억원)이상인 기업)도 총 326개 중 미국이 151개, 중국이 83개, 인도 14개인 반면 한국은 5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인력수요전망’을 발표했다. 2030년 직업별로 총 172만명의 고용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 장치산업시대에서 정보관계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기존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서 무엇이 세상을 주도 했는지 잘안다.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농업화시대에서 산업화시대로,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PC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세상은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내고 있음을 응답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때다.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규제완화가 곧 일자리 창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영미 영미야~!”가 광고에 실릴 정도로 국민을 열광하게 한 컬링선수들의 열정과 경기 모습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태극전사 축구선수들의 월드컵 패배에 여러 가지 반론들이 많다. 승패의 결정은 선수들의 기초와 응용능력이 전력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코치, 감독들의 전략이 승리를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4차산업도 다양한 S/W기반 기술들인 플랫폼 기획이 절반이고 나머지가 컴퓨터 언어 응용기술이며 적용분야에 따른 서비스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게 된다. 인공지능(AI)이론과 빅데이터 분석기술, 클라우드 환경조성, 블록체인, 핀테크 활용 서비스 등이 어울려져야 융합 활용 기술이 구축된다. 반면 정부와 지자체는 조기교육도 아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4차산업에 대한 기술에 얼마나 관심과 역량강화를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 경기도 문화적 축제 행사로서 전 세계인들이 축구라는 구기 종목에 밤잠을 설치며 응원을 하지만 경기의 승부에만 관심을 두고 세계 문화 축제 행사엔 관심 없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멕시코전 관람과 응원, 라커룸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한 것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4차산업의 기술교육과 실전에도 정부 및 지자체 지도자의 관심과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것 또한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면 한다. 4차산업에 대한 기술, 서비스, 제품 등을 기획하거나 개발이 필요하지만 기초적인 교육과 융합 활용기술 등 역량강화가 필요한데 수도권 중심의 인적자원개발과 대도시 중심의 직업능력개발들이 이뤄지고 있기에 고령화로 더욱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중소 지방도시는 4차산업에 대한 꿈도 꾸기 어려운 중소기업 환경이 매우 안타깝다. 얼마 전 국내외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투자까지 받고 사업을 하다가 폐업을 하거나 과징금을 물게 됐다는 기사를 읽고 덜컥 겁이 났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청년실업을 줄이자는 정책으로 스타트업들과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진출 사업 아이템 로드맵을 작성하면서 과연 DMZ 철조망 같은 정부의 규제나 규정 등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고 풀어야 할지도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규제나 규정 등은 국가의 이익을 도모하고 대외적인 경쟁으로부터 자국의 보호를 위한 내용으로는 알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부분은 각 부처에서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신속하게 정리해 주고 풀어야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의회에 의원들이 구성되었고 지자체 단체장들도 혁신적인 민의 당선자들에게 기대한다. 과연 청장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창출하는 것이 어디를 노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그동안 취업의 일자리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고 예산도 많이 활용했으며 앞으로도 많이 할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와 규정을 책상에서 컴퓨터와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발로 뛰며 청취하고 연결된 고리를 풀어주고 해결해준다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람이 부족해질 것이다. 각 부처나 지자체별로 애로사항과 규제내용을 제출해 달라고 양식들을 보내주곤 한다. 열심히 작성해서 제출하면 돌아오는 결과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하는 답변들뿐이다. 중소기업 통합서비스는 안 되는 것일까? 여기에 통합된 예산과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다. 지자체의 각 과에서 한 명씩 기업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 다양한 애로와 문제점 등을 청취하고 발굴해서 대 정부 부처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고 해결하는 모습들 이것이 앞으로 지자체 의원들과 단체장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전혀 청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출발한 개혁적인 선출직인 만큼 행사에만 전념하기보다 지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육성책을 기획해 주시길 바란다.유지대씨디에스 대표

사회복지시설 공공성 확보 ‘어떻게’

최근 사회복지계를 달군 사안은 ‘광주광역시 사회복지시설 감사조례’이다. 광주광역시의회는 2018년 3월12일에 이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에 광주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를 비롯하여 복지계 협회들로 구성된 ‘광주시사회복지시설 감사조례 폐지 비상대책위’는 이에 반대하며 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하고, 윤장현 시장은 3월29일에 시의회에 재의 요구서를 보냈다. 조례에 대한 논란은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성찰의 계기이다. 감사 조례는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사를 제도화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한다. 감사 조례의 제정을 반대하는 대책위도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 강화와 투명성 제고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책위는 이 조례가 ‘밀실ㆍ악법’이라고 규정한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강제임에도 공청회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사회복지시설 대표들과 최소한의 논의도 없이 소수 사람에 의해 제정되었다고 비판한다. 사회복지시설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각종 법령에 따라 십수 가지에 달하는 감사, 현지조사, 지도ㆍ감독, 모니터링 등을 받고, ‘광주광역시 자체 감사규칙’에 따라 감사를 받는데 새 조례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새 조례를 만들면 중복감사로 행정낭비, 예산낭비만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일반 감사를 하다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감사위원회에 의한 특별감사를 하는데, 이 조례는 매년 감사위원회에서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감사계획을 세우도록 하여 더 많은 불법행위가 일어난 분야에 비교해 형평에 맞지 않고 차별 행위라는 주장이다. 또한,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감사관, 민간전문가, 인권옴부즈맨, 소수의 특정단체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비영리 법인단체 등이 사회복지시설을 감사하는 것은 감사의 독립성이 훼손되어 객관성과 공정성이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감사 조례의 제정 여부를 떠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지도ㆍ감독 등은 더 전문화되어야 한다. 올해 국가 예산의 34%, 광주광역시 예산의 37%가 복지 영역에 쓰인다. 광주광역시는 2,000여 개 사회복지시설에 연간 9천억 원 가량을 쓴다. 시민 세금이 공적으로 투명하게 쓰이는지에 대한 감사는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 제고를 위해 더욱 절실한 것은 복지공무원의 적정한 배치와 전문성 증진이다. 광주광역시 복지건강국, 여성가족청소년정책관 등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예산의 37%를 쓰는데 사회복지직은 전체 공무원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복지 부서는 한직으로 인식되어 근속 기간은 6개월 혹은 1년에 그쳐 담당공무원이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 복지전문가를 더 많이 배치하고 근속기간을 늘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지원과 함께 지도ㆍ감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사회복지시설은 회계정보를 국가정보시스템에 탑재한다. 따라서 국가정보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회계부정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사업비를 지출한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회계사의 감사를 시 예산으로 처리하면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감사에 시민감사관, 민간전문가 등의 참여는 좀 더 논의하고 인권옴부즈맨 등의 참여는 당분간 관련 조례를 통해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재도 ‘광주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 의해 시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복지시설은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을 때 옴부즈맨이 직권으로 상담, 조사, 개선 권고를 할 수 있다. 이 조례를 잘 활용하면 인권에 기반을 둔 사회복지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시설 감사조례에 대한 찬반을 넘어 사회복지의 공공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에 대한 성찰과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사회복지사법의 이행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균형 있게 모색해야 한다.

학교폭력, 기계적 대처 안된다

세상일이란 게 그렇다. 불미스러운 일,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노력해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폭력도 그렇다. 노력한다고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학교폭력의 발생이 당연한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방식이다. 교사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지도했느냐에 따라 사건의 후유증이 최소화될 수도, 극대화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이런 경우다. 학교에서 우발적으로 경미한 폭력이 발생했다. 담임교사는 아무런 중재노력도 없이 기계적으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넘겨버리고 만다. 사건에 휘말려 좋을 것이 없다는 심리적 기제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제대로 된 교육적 대처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학교폭력은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동문수학하는 관계라는 점에서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이런 여지를 화해와 해결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교사의 역량이다. 기계적으로 대처하면 교사는 빠져나가서 좋지만 관련 부서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복잡해진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선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 처벌보다 선도가 교육의 본질이고 교사의 본분이다. 경미한 욕설이나 단순 충돌마저, 학생이나 학부모간 대화와 중재노력 없이 모두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회부하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만든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기계적인 처리에 따라 발생하는 후유증이 더 커진다. 실제로 담임의 중재에 의해 합의된 경미한 사안조차도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회부할 경우, 교육적 차원의 해결은 오간데 없고 끝없는 갈등 속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학교폭력을 연구하는 서비니 만벨(Cervini Manvell)에 의하면, 학교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작용하는 각 부분의 독특한 결합체’다. 이런 속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행해서는 안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황금률이 지켜지지 않으면 학교폭력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했을 때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책 ‘학교폭력의 연속체(The Violence Continuum)’에 의하면, 교사들의 성의 없는 대처는 학생들이 처한 개별적인 환경과 맥락에 대한 고려를 어렵게 한다는 점, 문제 학생들의 지도를 포기하게 한다는 점,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중재를 어렵게 한다는 점, 무리한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 예컨대 위험한 물건을 휘두른 초등학생이나 애정표현을 한 유치원생에게 정학처분과 같은 어리석은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다. 학교폭력예방과 대책 및 처리는 처벌보다 선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앞서 지적했듯이, 중요한 것은 이에 대처하는 교사들의 태도다. 부동이거나 기계적인 대처로는 학교폭력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서비니 만벨 역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교육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교사의 역량을 학교폭력 해결의 중요한 열쇠로 본다. 교사의 적극적인 중재노력 없이 기계적으로 해결하려는 요즘의 학교분위기와 교사들의 태도는 문제다. 경찰이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에게 학교폭력 문제를 완전히 넘겨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의 1차적인 해결자는 교사들이 주역이 되어야 한다.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위기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간절

위험사회로부터 안전사회로의 전환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안전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사실상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기업 등 안전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회 구성요소들이 함께 협력하고 노력해도 안전사회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안전사회를 만들려면 지방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이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중앙정부 중심의 안전관리 방식을 고수해오고 있다. 심지어 대부분 지방정부조차도 다양한 시민단체와 기업들과 더불어 안전사회를 만들려는 형식적 노력조차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인공지능시대라고 일컬을 정도로 첨단 과학기술과 경제 수준이 발전해 왔음에도 우리는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현대사회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더 많은 다양한 위험이 일상생활에 만연된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대형 재난사고의 빈번한 발생으로 말미암아 국민은 국가위기관리 능력이 있기는 한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과거의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각종 기간시설이 급속도로 건설되는 과정에서 웬만한 부실공사와 사소한(?) 사고는 개발이라는 핑계로 감추어졌고,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좌익 활동이나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붙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한 결과가 바로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빈번하게 발생해온 수많은 대형 사고들이다. 여기에 더해 원자력 사고, 컴퓨터 범죄, 사이버 테러리즘, 환경오염, 의약품 사고 논쟁 등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위험들이 과학의 발달과 함께 널리 퍼지고 있다. 사회적 위기라는 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그 위험이 사회에 있는 경우다. 둘째는 위험이 사회적으로 손실 가능한 피해를 주는 경우다. 두 번째의 경우는 위기의 원천이 무엇인지 규명을 해야만 논의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적 위기는 위험의 발생 원천이 사회에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적 위기관리라 함은 사회 구조 자체에 위기관리시스템이 내장되어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사회의 특정한 조직이나 기관이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요소들, 예를 들면, 가정, 기업, 정부, 공장, 시장 등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구성요소 자체에 위기관리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현대사회에서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를 위해서는 재난 및 안전과 관련된 모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상호 협력을 통해 자원과 정보의 흐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곳에 배치할 수 있도록 종합적ㆍ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거버넌스 방식의 확대가 필요하다. 거버넌스는 여러 수준의 정부(지방, 지역, 국가), 시민단체, 민간 부문 등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네트워크 식 국정관리체계다. 이러한 네트워크 식 국정관리체계는 전통적인 관료제와는 다르게 개별적인 단일한 프로젝트 또는 개별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한 다양한 집단들 사이의 연계 유형을 말한다. 따라서 거버넌스는 전통적 정부관료제의 수직적 정책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의 수평적 협력을 이루어내는 협치다. 특히, 재난관리 현장에서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조직보다 현지의 시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 현장에서는 이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기에 더욱더 위기관리에서의 거버넌스가 절실히 요구된다. 위기관리 거버넌스는 지역사회 주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주민, NGO, 지방정부, 기업, 언론 등 다양한 행위주체가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위기관리 정책을 결정, 집행, 평가해 나가는 체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위기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방정부, 시민단체, 기업, 언론, 공공기관들이 평등한 관계 속에서 참여하는 새로운 틀, 즉 거버넌스를 통한 위기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이재은충북대학교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어떻게 몰입을 만들어낼 것인가

최근에 코칭을 시작한 대기업 10년차 K과장은 “매일 열심히 살고 있는데 별 성과도 없고 인정도 못 받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필자를 찾아왔다. 열심히 하는 것과 몰입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학습, 인내, 근면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많은 조직들은 ‘오래 일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는 투입량 중심 사고에 빠져있다.이러한 사고는 새로운 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지자 오래 그리고 많이 일함으로써 저조한 성과를 무마하려는 방어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조직은 워킹 하드보다는 워킹 스마트를 강조하고 있다. 효율적이며, 합리적으로 일하고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성과를 넘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그래서 K과장에게 “최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여 수행한 일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주말에 하는 취미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회사에서 최근 3개월 사이 몰입했던 일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런 적 없다고 한다. 실제 2012년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왓슨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직장인들 중 몰입 수준이 높은 사람은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즉 10명 중 8명은 일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평균은 35%이다. 상대적으로도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원 몰입도가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많은 연구는 직원 몰입도가 높을수록 이직률과 결근율이 낮고 생산성과 수익성은 높이는 것으로 나왔다.몰입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대상에 깊이 파고 들거나 빠짐’이다. 몰입은 어떻게 하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은 살아남기 위해서 최고의 몰입을 하며 달린다. 그렇다 몰입은 위기 상황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는 수동적 몰입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동적 몰입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몰입이다. 조직에서는 버티기 식의 몰입의 형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만 만연하게 만든다. 자발적 몰입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자발적 몰입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의 의미와 가치’를 찾게 해줘야 한다. 사람이 어떤 일과 학습에 몰입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쾌락과 행복감,몰입 및 의욕과 관련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적절한 양의 도파민은 에너지와 의욕이 충만하게 해주고 이를 통해 몰입효과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이다.과거보다 업무의 분화가 심화되고 조직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구성원들이 일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경영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과거 관행에 의존한 업무 수행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심지어 일의 내용이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구성원들이 특정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시 말해 성취감 등 일이 주는 고차원적인 의미 이전에 일의 이유조차 납득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의미가 없다면 몰입도 없다.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몰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첫째, 업무의 범위를 조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권한 내에서 새로운 과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준다. 둘째, 동료와 고객와의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유투브에서 2014년 8월 현재 1400만 조회수에 근접한 ‘Pink Glove Dance’라는 동영상은 청소부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이 공통의 비전을 품은 팀의 일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동료에 대한 인식을 재구축함에 따라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도 다시금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일 자체를 긍정적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NASA의 경비원들은 자신의 하는 일이 단순히 국가 중요 시설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달나라로 가는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의미발견을 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최익성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대책 세워야

인구절벽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매년 새로 태어나는 아동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955년에 태어난 아동은 84만 명이었지만, 2000년에는 60만 명으로 줄었고, 2015년에는 42만 명으로 6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30년을 한 세대로 계산할 때 두 세대 만에 출생아가 반으로 줄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75년에 출생아는 21만 명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인구학자들은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우려가 있는 국가로 대한민국을 꼽는다. 이러한 예측은 통계에 근거한다.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누어서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인구학적인 쇠퇴 위험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데 한국은 2016년에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수가 0.5 미만으로 소멸위험에 있는 시ㆍ군은 전국적으로 2014년에 79개에서, 2016년에 84개로 늘어났다. 228개 시ㆍ군 중에서 36.9%가 소멸위험지역이다. 전국 3천483개 읍ㆍ면ㆍ동 중 2천242개(64.4%)가 1.0을 밑돌았고 소멸위험 직전까지 떨어진 0.5 미만인 곳은 1천383개(39.7%)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4할은 향후 30년 안에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전국에서 인구소멸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경북 의성군과 전남 고흥군이고, 다음은 경북 군위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경남 남해군, 합천군, 산청군, 전남 신안군 등이다. 가장 심각한 의성군 신평면은 인구 811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447명이고 젊은 여성은 21명으로 위험지수는 0.047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은 인구절벽의 위기에 놓였고, 84개 시ㆍ군과 1천383개 읍ㆍ면ㆍ동은 30년 뒤에 소멸할 위기에 빠졌다. 미국이나 유럽도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는데, 왜 ‘지방소멸’은 일본과 한국에서 더 심각한가?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과 초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도쿄 한곳으로 인구가 집중하는 ‘극점사회’이기 때문이다. 극점사회에서는 젊은 사람을 저임금으로 쉽게 쓰고 버릴 수 있기에 청년들은 결혼하기 어렵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은 공동화되고 도쿄는 ‘불임 사회’로 바뀐다. 2012년 일본 평균 출산율은 1.41이지만 도쿄는 1.09이었다. 한국도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기에 ‘지방소멸’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인구집중을 줄이고자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고 지역에 혁신도시를 만들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인구절벽을 막으려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젊은이가 괜찮은 일자리를 찾고 연애도 하며 결혼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녀를 낳는 것은 부모가 할 일이지만, 키우는 것은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젊은 여성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농어촌에 있는 작은 학교를 살려서 학생이 맘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초등학교가 사라지면 젊은 층은 더 이상 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주민은 사라진다. 귀농ㆍ귀촌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젊은이가 돌아오지 않는 지역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행정구역의 개편도 적극 시도해야 한다. 읍ㆍ면ㆍ동 중에서 면 인구는 급격히 줄고 읍 인구는 상대적으로 덜 감소하며 동 인구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주로 농촌지역으로 구성된 군을 인접한 도시와 묶어서 행정구역을 개편하면 지방소멸을 완화할 수 있다. 전남 광산군이 광주로 편입되어 광산구가 된 후에 주민이 늘어났듯이, 무안군, 신안군, 영암군은 목포시로 합치고, 보성군, 고흥군은 순천시로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행정구역을 개편하기 전이라도 각종 공공시설과 주민편익시설을 생활권역별로 개발하여 정주 여건을 키워야 한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대책을 세우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내일이면 늦다.이용교광주대 교수·복지평론가

21세기 시대정신

21세기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 인문정신이다. 인문정신만이 가공할 미래사회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듯, 인문정신은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만드는 정신이다.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문명은 어떻게 진화될 것인지,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이용이 되어야 하는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알파고(Alfa Go)가 나왔고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인간의 이기로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는 모두 인문정신의 문제로 귀결된다.인문하면 문ㆍ사ㆍ철, 즉 문학, 사학, 철학 정도로 국한 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문은 이런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삶 전체를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것이 인문의 범위다. 인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을 넘나든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규정되거나 만들어지는 모든 유형, 무형의 산물을 칭하기도 한다. 인문은 영성까지도 포함한다. 영성은 가장 엄격한 정통 기독교 이론에서부터 가장 괴기한 뉴에이지 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교육에서도 인문적 범위는 인성교육으로까지 확대된다. 인문을 단순히 문ㆍ사ㆍ철에 국한하여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인문정신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사고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취업이 잘되느냐, 혹은 당장 현실적으로 생산적인 소득과 관련지은 편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알렉 로스의 『미래산업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는 급변의 시대다. 앞서 지적했듯이,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로봇이 온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노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로봇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자동차와 1980년대의 전자제품을 만들어냈듯 사람과 로봇이 한가족이 되는 가족로봇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이런 추세로 간다면 1960년대~1970년대에 만화에나 등장했던 로봇은 2020년대에는 현실화될 것이다. 도요타는 만화 <젯슨 가족>에 등장하는 로봇 유모인 ‘로지’를 본떠 간호로봇 로비나(Robina)를 제작하고 있다. 로비나는 가족의 일원으로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노인인구를 돌보게 될 것이다. 로비나의 남자 형제인 ‘휴머노이드’는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가사 로봇으로 주방 일을 하고 악기를 연주하기까지 한다.혼다가 제작한 ‘아시모’ 역시 신장 120센티미터 정도로 우주 비행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감정, 동작, 대화를 모두 소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정교한 로봇이다. 음성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악수하며 질문을 받고 사람을 보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할 정도다. 이렇듯 디지털 화폐, 경제의 코드화, 이에 따른 코드의 무기화 등 미래의 삶은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우리는 이런 문제를 단순히 편리함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지내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아무리 기계문명이 발달하고 세상이 편리하게 변한다고 해도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인간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간본위의 인문정신이 바탕에 깔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상누각과 다름없다.기계문명이 발달한 만큼 사람 냄새가 풍기지 않는 쪽으로만 간다면 미래학자들이 지적하듯 그것은 재앙을 불러올 뿐이다.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그 어느 시간보다 빠르게 우리의 삶을 지배할 것이다. 알렉 로스의 말처럼 미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간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고도화는 재앙이 될 수 있음을 함의한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문정신이 필요한 이유다.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습관의 중요성

한 가지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 습관이며, 우리 행동의 40%가 습관적이라고 한다. 습관이 인생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의 전반기는 습관을 만들고, 후반기는 습관이 만든다는 인도 격언이 있다. 일단 어떤 행동을 시작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면 행동을 해야 한다. 의욕은 시간이 지나면 약화되기 쉽기 때문에 그 전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은 자신을 바꾸는 일이다. 학생의 경우에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거나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이 별 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 작은 차이가 습관이 되다보면 큰 변화가 된다.세계적인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19세부터 82세에 죽을 때까지 매일 일기를 쓰며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한 결과로 창작의 토대를 이루었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에 일어나 매일 원고 10매를 쓰고 달리기와 수영을 반복하는 지속력으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운동과 공부를 하며 1시간 정도 반성의 기회를 통하여 성실, 정의, 청결, 겸손과 같은 덕목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목표를 너무 높게 세우면 실천하기 어렵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조금씩 실천해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작할 수 있다. 목표를 세부적으로, 즉 구체적으로 분할하면 실천도 쉽다. 그리고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만둘 수 없거나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부단히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입 증대만이 아니라 기능 향상, 연관 목표의 달성, 가족의 행복 증진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나열할 수 있으면 그만큼 지속력도 강력해진다. 계속하기가 어려워 마음이 흔들릴 때에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상황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을 필요도 있다.그러나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 습관 형성에 필요하면서도 오래 지속하다보면 권태로울 수도 있다. 자극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상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음악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영화나 소설의 내용 또는 위인의 명언에 의해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때로는 질투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즐거운 일을 중간에 삽입하는 방법도 있다. 다음에 이어지는 즐거운 일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계속하게 된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어떤 일에 습관이 되어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는 대체로 60여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습관으로 정착되기까지 3일과 3주째의 두 고비를 겪는다고 한다.그만두고 싶은 습관이 있으면 관련된 행동이나 대상이 시야에 보이지 않게 하고,공간적으로 멀리 있어야 유리하며, 냉정을 찾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식탐이나 음주, 충동구매, 게임중독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습관 형성이나 변화에 변명은 합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시작하지 못하거나 그만두지 못하거나 계속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핑계는 아무리 늘어놓아도 바뀌는 것은 없다.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변명을 끊어야 한다. 스트레스가 많아서 금연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대신, 건강을 위해서 금연한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설령 절실함이 부족해도 공언하면 생각이 바뀌고 그에 따라 행동도 달라진다. 말하는 그대로 현실이 되는 것이다. 흔히 작심 3일에 그치는 새해의 결심도 고비를 넘기면 바람직한 습관으로 변화되기 시작할 것이다.김성일강릉원주대 명예교수

폭력의 ‘사회적 유전’

폭력의 DNA는 대물림된다. 필자는 과거 여러 칼럼을 통해 이를 ‘사회적 유전’으로 칭했다.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결과 내린 경험적 결론이다. 그런데 이런 결론이 다시 한 번 확인 되었다. 한 매체의 심층보도에 의하면 폭력은 그대로 대물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의 피해자들이 겪는 장단기 후유증들이 거의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것이었다.길마틴(Gilmartin, B.)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에서도 폭행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의 배경에는 예외 없이 과거 부모나 교사 등 다른 보호자들에 의해 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주요 특징을 보면, 피해 아이들은 대부분 도벽, 상습적인 거짓말,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도벽은 생존본능의 일환으로 최대한 챙겨놓고 보자는 심리의 발로다. 거짓말은 솔직하면 손해라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격적인 행동 역시 피해의식에서 나온다. 더 이상은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작은 자극에도 필요 이상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이런 결과가 다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필자가 1년 동안 상담하며 관찰한 사례도 그렇다. 사례 학생은 늘 크고 작은 폭력을 행사했다. 등하교 길은 물론 집에서도 폭력을 휘둘렀다. 자신의 기분을 거스르거나 ‘빵 셔틀’을 거부하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을 화장실로 불러 뺨을 때렸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발길질을 하는 것은 예사였다. 상담 결과 사례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사례 학생에게 풀었다. 어머니 역시 알코올 중독으로 아이를 방관했다.이 가정을 사례 관리하던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례 아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을 그대로 어머니에게까지 전가시킨 것이다. 정부에서 생활비로 지급하는 복지보조금은 유흥비로 써버리기 일쑤였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의 학대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졌고 그것은 다시 학교폭력과 어머니에 대한 폭행으로 이어진 사례다.유년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들은 폭력에서 벗어난 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대에서 탈출한 아이들도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어렵다. 이들은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려는 증상을 보인다.앞서 지적했듯이, 장기간 심리적, 물질적 결핍상태에 있다가 쉼터 등 안정적인 환경에 놓이자 “이럴 때 최대한 챙겨 놓아야 한다”는 생존본능이 바로 도벽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거짓말 역시 생존본능으로 설명한다. 보통 학대부모들은 폭력의 원인을 아동들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학대받는 아이들은 구타를 당했던 경험들로 상대가 원하는 대로 사실을 가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다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다. 학교폭력을 단순히 독립된 한 가지 형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방증이다.요약하면, 가정 내에서 폭력에 노출되었던 아이들이 사회적 대물림을 통해 폭력의 주체로 재등장하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셈이다.이는 학교폭력의 예방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관련 영향 요인들을 살펴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어떻게든 학교폭력은 막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학창시절의 학교폭력은 훗날 사회전반의 폭력으로 이어진다. 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단순한 구호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인간은 과연 이기적인가

우리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라고 믿어도 좋을 만큼 자신을 우선하며 산다. 타인을 배려하며 이해하려는 행동도 사실은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와 행복을 염두에 둔 것이며, 남을 돕는 것도 언젠가 그 보답을 받으려는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다. 생물학에서는 이타심이나 협동심도 결국 종족 보존을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로 인해 자기 가족과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기적이라는 것이다.재벌이나 대기업에서 학교에 건물을 신축하여 무상으로 증여하고 큰 재해를 당했을 때 거액을 기부하는 것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로 결국 이윤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 심지어 어느 개인을 위한 기업주나 연예인의 선행까지도 매스컴에 보도되면 홍보용으로 비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나 쓰레기통을 두고 살며 이웃에 불편을 끼치는 주민들이 있다. 길모퉁이나 학교 또는 상가 앞에 주차하여 통행을 방해하며, 보행신호에도 횡단보도를 빠르게 통과하는 차량도 많다. 버스의 노약자석에 앉아 양보할 생각조차 하지 않거나 휴대전화를 오래 큰 소리로 통화하며, 공공장소에서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사례도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해마다 주민센터나 자선 기관에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들, 독거노인이나 어린 가장들을 돌보는 학생들이나 공공 요원들, 위급한 순간에 이웃들을 구하려는 사람들, 아프리카에서 무료 봉사하는 의료인이나 종교인들, 근래에는 생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테러에 맞서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들의 행위가 나중에는 알려져 칭송이나 혜택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행위 당시에 자신의 명예나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 익명으로 행동하며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행동을 내세우거나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1천400명 중에는 10% 정도가 익명이라고 한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경우를 감안한다면 음지에서 말없이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더구나 자진하여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길을 친절히 안내해주거나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주는 것과 같은 작은 도움을 제공하는 경우는 더욱 많을 것이다. 심야에 쓰러져 있는 취객이나 노인들을 위해 구급차를 불러주고 사고나 화재시 부상자들을 구한 후 말없이 자리를 뜨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특별한 신앙심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어디선가 꾸준히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모두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질서와 안정된 생활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개인의 이득만을 우선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잘 사는 듯 보여도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그 대가는 치르게 된다. 서로 양보하며 상대방을 위하는 자세가 우리의 생활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들며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있다.김성일강릉원주대 명예교수

갈등과 분열을 넘어

‘공쟁자위체, 도일운여비(空諍自謂諦, 覩一云餘非)’, ‘부질없이 싸우면서 자신이 깨달았다 말하고 하나를 보고 나머지 모두가 틀렸다고 운운한다’는 의미다. ‘조정사원(祖庭事苑)’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이란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알맹이 없는 것을 놓고 서로 다툰다는 탁상공론(卓上空論)과 비슷한 말이다.왕이 맹인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게 하고 생김새에 대해 물었다.다리를 만져본 맹인이 대답했다. “코끼리는 큰 나무줄기와 같습니다.” 꼬리를 만진 사람이 말했다. “빗자루처럼 생겼습니다.” 배를 만져본 사람이 대답했다. “북과 똑같습니다.” 등을 만져본 사람이 말했다. “산등성이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만져본 맹인이 대답했다. “큰 바위 덩어리처럼 생겼습니다.”왕이 말했다. “보지 못하는 사람들아, 부질없이 싸우면서 자신이 깨달았다고 말하고 하나를 보고 나머지 모두가 틀렸다고 말하는구나. 한 마리 코끼리로 옳고 그름을 논하며 서로 책망만 하는구나. 그대들은 코끼리의 한 부분만을 말했을 뿐이다. 코끼리는 몸집이 커서 한 부분만으로는 그 모양을 살피기 어려운 즉, 전체를 살펴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모양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여기서 맹인들이 각자 대답을 한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각자가 만져본 그대로 말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코끼리 전체의 모양을 말한 것은 아니다. 단지 한 부분만을 만져보고 그것을 전체인 양 이야기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사실 하나에 집착하기보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어 총체적으로 판단하려는 식견이 중요하다는 점이다.삶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작은 것들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 한 그루는 잘 보는데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삶의 균형을 깨지게 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작은 일에 집착하여 큰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사소한 한 가지 문제 때문에 중요한 여러 문제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명분 때문에 실질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여 중요한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흔하다. 작은 사익 때문에 공동체를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하나는 보고 둘은 보지 못한 결과들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생각은 숲을 보아야지 하면서도 나무 하나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어쩌면 삶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해가 지나고 나면 이런저런 후회가 남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특히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집단 간, 정파 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예상된다. 조기 대선도 치러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무 한 그루만 보느냐, 숲 전체를 보느냐의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다.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다. 닭은 어둠 속에서 새벽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예지적 동물이다.음기를 쫓아내고 양기를 북돋우며 만물과 영혼을 깨운다. 앞서 말했듯이, 정유년은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중요한 시기다.각자의 입장과 경험에 따라 분출되는 뜨거운 에너지가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시기에 새벽닭이 상징하는 예언자적 자세로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모두에게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맞이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말하여라. 힘을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진실은 힘이 세다

상대방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의 여부는 그의 행동과 진실성으로 알 수 있다. 젊은 변호사가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상을 주기위해 근사한 전화기를 구입했다. 그 전화는 아직 가설되지 않은 채 책상위에 놓여있었다. 그때 첫 번째 의뢰인이 왔다. 젊은 변호사는 일부러 그를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그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큰 소리로 통화하기 시작했다.“여보세요. 김 변호사인데요. 그 건은 누구도 해결하기가 어려웠던 사건입니다. 지검장 출신 변호사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내가 해결했습니다. 성공보수는 그쪽에서 알아서 주기로 했습니다. 이번 수임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좀 해결될 것 같습니다.” 변호사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내려놓고 손님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그러자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당황한 듯 이렇게 대답했다. “사무실을 잘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전화기를 새로 가설하려고 왔는데요.”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고 프랑스 펜싱 선수 고댕과 이탈리아 선수가 경기를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선수의 팔이 약간 길었기 때문에 프랑스 선수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던 프랑스 선수는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경기는 긴장감이 감돌 정도로 치열했다. 이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두 선수가 번개처럼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았다. 판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심판은 프랑스 선수의 손을 들었다. 그러자 프랑스 선수가 심판들 앞에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쳤습니다. 이탈리아 선수의 우승입니다.” 심판들은 프랑스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지만 고댕은 진실을 속인 금메달보다 진실을 담은 은메달을 선택했다.어느 날 아들과 함께 간디를 찾아온 어머니가 있었다. “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 제 아들이 설탕을 너무 좋아해요. 건강에 나쁘다고 아무리 타일러도 제 얘긴 듣지 않아요. 그런데 제 아들이 선생님을 존경해서 선생님께서 끊으라고 말씀해주시면 끊겠다는군요.” 간디는 잠시 소년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도와드리지요. 하지만 보름 뒤에 아드님을 다시 데려오십시오.” 어머니는 간디에게 간청하며 말했다. “선생님 저희는 아주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오늘 제 아들에게 설탕을 먹지 말라는 한마디만 해주세요.” 간디는 다시 소년을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보름 뒤에 도와 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간청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보름 뒤 아들을 데리고 다시 간디를 찾아왔다. 간디는 소년에게 말했다. “얘야, 설탕을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치니 먹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설탕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한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간디에게 물었다. “선생님 보름 전에 찾아왔을 때 말해주시지 않고 왜 이제야 말해주시는 건가요.” 간디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도 설탕을 좋아했습니다. 보름 전에도 설탕을 자주 먹고 있었기 때문에 설탕을 먹지 말라고 하기 전에 제가 먼저 끊어야 했습니다.”진실은 거짓과 양립할 수는 없다. 그것이 진실만이 갖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다. 진실을 조작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진실은 진실로 존재할 뿐이다. 젊은 변호사가 아직 가설되지도 않은 전화기를 들고 의뢰인을 속이려고 했던 것은 진실이 아니다. 프랑스 선수가 상대방의 칼끝이 자신을 스쳤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넘어갔다면 그것도 진실이 아니다. 간디도 자신에게 스스로 진실하고자 했던 경우다. 때론 진실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나 힘이 센 것이 진실이다. ‘진실이 언젠가는 승리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직업가치관과 소명의식

삶은 일로 완성된다고 했던가. 그른 말이 아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간다. 그런 과정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그 보람을 통해 더욱 성숙한 삶을 살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삶은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의 연설에서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늘 당장 죽는다 해도 이 일을 하고 싶다. 한정된 시간에 남의 인생 때문에, 남 이야기에 시간낭비 하지 않고, 진정 내 가슴이 원하는 나만의 삶을 살자!”얼마나 멋진가. 요즘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한번쯤 새겨들어야 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말이다. 당장 취업에 급급해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입시생들은 또 어떤가. 가슴 뜨거운 진로를 찾지 않고 쉽게 갈 수 있는 길만을 찾는 경우도 많다. 주변을 돌아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어릴 적 로봇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한다. 들어갔다 해도 중도에 포기하고 현실적 선호를 따라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자신의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예컨대 자신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기를 좋아한다면 성취요소가 강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집단 활동보다 개별 활동을 중시한다면 어울려 일하는 것보다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애국심이 남다르다면 군인과 같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긍정적일 것이다. 지적호기심이 많다면 연구직에 종사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직업가치관과 소명의식은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버트란트 러셀에 의하면, 인간의 충동은 ‘창조충동’과 ‘소유충동’으로 나타난다. 전자가 무엇인가를 창조하려는 충동으로 예술가들의 활동이 대표적인 경우라면, 후자는 소유하려는 심리적 기제로 돈을 모으려고 애쓰는 사업가의 열정과도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작가들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가장 잘 드러낸다. 이는 창조충동의 결과물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런 충동들이 한 개인의 직업적인 소명의식으로 나타나게 된다.물론 사회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변화는 개인 혹은, 사회가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과거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들의 변화를 자연스럽고 당위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교육에 대한 시각도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변화와 인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이런 영향들은 교육 내부의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지만, 이중 한 가지 큰 흐름은 ‘선택과 집중’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80년대 경제 슬럼프기를 거치면서 더욱 경쟁력 있는 교육을 지향해 왔고, 그 영향은 영국에도 파급됐다.이뿐만이 아니다. 미시적으로도 다양한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직업에 대한 편견을 줄이면서 일에 대한 소명의식을 고취시키는 것도 이중 하나다.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직업가치관과 소명의식은 중요하다. 소명의식이 있어야 뜨거운 가슴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소명의식을 통해 직업적 가치관도 변화하게 된다.직업가치관은 직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뿐만 아니라 직업에 대한 집단적 시각, 즉 인식을 말한다. 더 쉽게 말하면, 특정 직업에 대해 갖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런 인식들이 모여 한 직업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며 그 이미지는 다시 개인과 사회의 인식을 고착화시키는 순환적 역할을 한다. 물론 직업가치관은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남의 일에 왜 상관하는가

언젠가 유모차를 끌고 가던 아줌마가 전철역 입구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아저씨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했다가 웬 참견이냐고 뺨을 맞았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는 남의 일에 상관말고 자기 일이나 잘 하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리고 대체로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남의 일에 흔히 상관하게 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불편하고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대중 앞에서 지나친 애정행각을 벌이고,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하며, 금연구역에서도 거침없이 흡연하며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고,계곡이나 바닷가에 음식물 쓰레기를 투기하는 행위는 특정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것 같지만 분명히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고 불쾌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휴대전화를 장시간 통화하는 것도 주위 사람들을 짜증스럽게 만든다. 더구나 주변에 통화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 스트레스가 가중되기도 한다.이와 같은 행동을 주변에서 개의치 않는다고 인정해주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내게 직접 피해가 없으면 남의 일에 간섭하기 싫어서 또는 개입했다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방임하는 경우가 많다.자신에게 이해관계가 없다면 다른 사람의 일에 개입하면 안 되는가? 심야 귀가길에 강도나 성폭행을 당할 순간에 개입하거나 사고나 재해와 같은 위급한 경우에 끼어드는 것을 간섭한다거나 상관한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혼자 울고 있는 아이에게 부모를 잃었는지 물어보며 따뜻하게 대하거나 길을 모르고 헤매는 사람에게 방향을 가르쳐주는 행동을 나무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물론 장기나 바둑을 구경하면서 훈수를 두고, 타인의 외모나 복장에 대해서 비난하며, 남에게 괜히 험담을 하거나 언쟁에 개입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조카에게 취업이나 결혼에 관해 묻는 것도 관심의 표명이지 타인과 비교하며 자존심을 손상시키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민감한 주제일 수가 있지만 가족이나 친척의 관심을 쓸데없는 참견으로 비난하거나 회피할 필요는 없다.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살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웃의 일에 관심을 갖고 조언을 하거나 돕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웃의 일이 내 일이 되기 때문이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인도를 가로막거나 학교 앞에 주차하면 통행에 지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행인들이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그들의 입장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자신도 편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청년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남에게 무관심한 사회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우리가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불편이나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는 있다. 타인의 시선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자신의 개성이나 능력을 발휘할 때 위축되지 않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하거나 위선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타인을 무시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예절이나 공공질서 또는 도덕은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배려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남이야 어찌되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면 이기적이고 각박한 사회가 더욱 피폐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