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 선거, 감성과 이성의 대립과 조화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선거는 돈, 조직, 바람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 세 가지 중 앞의 둘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 한국의 선거는 이성보다는 감성이라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감성과 바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을 이룬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 모든 선거에서는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다. 선거 캠페인에는 춤과 노래가 있다. 바람에 선행하는 유권자의 관심과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춤과 노래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무속적 상상력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무속적 상상력의 특징은 감성적 충동과 즉흥성에 있다. 여기서는 형식적 균형을 깨는 파격, 비대칭을 낳는 역동적 흐름이 관건이다. 무속적 역동성은 단순히 질서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있는 것은 어떤 무질서의 질서, 비형식의 형식이다. 물론 이런 역동성은 비합리적 충동과 광신적 맹목으로 빠져들기 쉽다. 무속적 상상력이 통제 불가능한 광기로 번져갈 가능성, 이 끔찍한 위험성이 과거 한국문화의 진보와 좌절을 모두 설명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라고 서울대 김상환 교수는 말한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촛불 집회가 일으킨 바람은 그 무엇으로도 잠재울 수 없는 태풍으로 발전해 정권 교체를 가져왔다. 그 바람으로 권력을 장악한 현 정권은 적폐 청산, 원전 폐지, 부동산 정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성보다는 감성과 바람을 활용했다. 합리적인 설명과 설득, 양보, 토론과 합의보다는 감성을 앞세운 파격적 행보로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견해가 다른 사람은 수구 골통, 토착 왜구, 적폐로 몰아붙였다. 코로나19 초반의 효율적인 통제가 일으킨 바람은 다른 모든 바람을 잠재우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그 바람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비합리적 충동과 광신적 맹목으로 관행을 무시하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는 법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국민적 불신과 저항이 있을 때마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그들의 오만과 독선, 위선의 방패막이 돼 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재유행, 집값 폭등, LH 사태 등은 국민적 분노를 촉발했다.여당은 촛불집회가 일으킨 바람이 아직도 민의의 바다에 불고 있다고 착각했다. 여당은 당헌을 고치고 궁색한 변명으로 후보를 냈다. 뚜렷한 전략이 없다 보니 내곡동 땅 보상에 상대 후보가 개입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분명하게 입증을 못 하니 생태탕, 신발 이야기로 핵심을 벗어난 프레임을 만들어 바람을 일으키려고 했다. 누적된 불만이 야기한 분노의 바람 앞에선 백약이 무효였다.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되고 말았다. 우리 민족은 감성적 충동과 즉흥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차가운 머리로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중국 진나라의 재상 여불위가 쓴 ‘여씨춘추’에 ‘엄이도종(掩耳盜鍾)’이란 말이 있다. 어느 도둑이 남의 집에 들어가 종을 훔치려고 했다. 도둑은 종이 너무 무거워 조각으로 깨뜨려 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망치로 종을 내려치는 순간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도둑은 다른 사람이 쫓아올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 자신의 귀를 막아도 다른 사람은 그 종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집권 여당은 자신의 귀만 막고 선거운동을 했다. 야당 역시 별 차이가 없으니 착각해서는 안 된다. 막대기를 세워뒀더라면 더 많은 표를 얻었을 것이라는 지적을 뼈아프게 되새겨 봐야 한다.4·7 재·보궐 선거를 감성과 이성의 관점에서 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임마누엘 칸트는 “이성이란 본능·충동·욕망 등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도덕적 법칙을 만들어 그것에 따르도록 의지를 규정하는 능력, 올바르게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감성은 욕구 또는 본능을 가리키며, 그것은 이성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고 했다. 감성과 이성은 우리 삶과 정치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상호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를 돌이켜 보며 여야 정치인과 모든 국민이 “감성 없는 이성은 공허하고, 이성 없는 감성은 맹목이다”라고 한 칸트의 말을 다시 곰곰이 음미해 보길 소망해 본다.

종부세는 세금일 뿐이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 물은 열을 받아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안으로 삭이지만 비등점을 넘어서는 순간 무섭게 끓어오른다. 반응이 늦다고 깨춤을 추다간 된통 당한다. 작금,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LH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분노는 민심의 일단을 보여준 돌출사건이고 서울과 부산시장 등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표심은 빙산의 일각이다. 민심 대폭발이란 미션을 떠안을 악역은 세금 폭탄일 가능성이 크고, 그 도화선은 단연 부동산세금일 확률이 높다.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납부자가 최근 4년간 4.2배 늘어났고, 종부세 납부자 중 1주택자의 비율이 43.6%까지 올라갔다. 세액으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2016년 대비 1주택자 종부세액은 무려 9.4배나 늘어났다. 아닌 밤중에 세금 폭탄을 맞았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역대 급이다.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민심이 폭발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인내심의 결과라 할 밖에 없다.종부세는 참여정부 때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응해 다주택 소유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부유세이다. 이젠 이를 조자룡 헌 칼 쓰듯 징벌적 수단으로 휘두르고 있다. 무분별한 표퓰리즘으로 뿌린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고집스럽게 공급 억제 정책으로 일관했다.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든 꼴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1주택자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폭증했다. 설상가상 과표인 공시 가격을 비정상적인 속도로 현실화시켰다. 종부세와 재산세가 급등하는 건 불문가지다.부동산 보유세가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재분배차원의 이념적 징벌적 조세 도구라 하더라도 담세력의 범위 안에서 부과하는 세금일 뿐이고 형벌로 기능해선 안 된다. 부동산 보유가 불법도 아닌데, 부동산 보유에 벌과금을 부과할 수 없고,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감당할 수 없는 세액을 징수할 수 없다. 집 한 채 밖에 없는 은퇴자에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와 종부세를 과징하는 것은 복지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횡포다.모두 다 잘 사는 것이 이상적 가치이긴 하지만 평등만이 유일한 절대가치는 아니다. 복잡한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소중한 가치들을 서로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 헌법도 다양한 기본권을 함께 보장하고 있는 터다. 국가에게 국민을 통제하고 강제할 권한이 주어져 있지만 그 한계도 아울러 가진다. 세금을 징수·집행할 권한을 가지지만 국민대표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조세법률주의는 절대왕권과 싸워 확립한 민주주의의 기둥이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슬로건은 영국과 프랑스의 혁명, 미국의 독립전쟁을 관통하는 정신을 간명하게 표상한다. 숭고한 목적을 가진 세금이라도 국회에서 입법한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 부동산 공시 가격을 부동산 시가에 연동시키고 이를 과표로 삼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세금을 인상하는 절차는 법의 재량권에 속한다고 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허나 부동산 공시 가격을 현실화한다는 명분으로 과표를 무리하게 인상하는 것은 국회 승인 절차 없는 편법 증세이다. 위헌 소지가 있다.빚을 내지 않고 집 사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동산 공시 가격을 그대로 과표로 삼아 세금을 매기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 부동산 과표에서 빚을 공제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빚은 이자라는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에서 자동 조절된다. 빚이 많다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상환능력도 없는데 무작정 빌려주지도 않겠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무한정 빚을 내는 사람도 없다. 자기 책임 하에 독자적으로 판단해 형편에 맞게 균형을 유지한다. 국가가 간여할 영역은 제한적이다.부동산 보유세는 미실현이익에 과세한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이미 납부한 세후소득으로 형성된 재산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과세라는 태생적 한계도 지닌다. 소득 없는 은퇴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는 윤리적으로 난감하다. 집을 팔고 이사 가라는 의미라면 주거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마저 있다. 조세제도로 근사한 형이상학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폼은 나지만 애당초 잘못된 과욕이다. 세금은 그냥 세금일 뿐이다.

화중지왕(花中之王)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먼 산봉우리가 깨끗하게 눈앞에 다가선다. 맑고 고운 봄날이다. 햇살 가득한 양지쪽 정원에는 작약이 큼직하고 화려한 꽃을 자랑하며 벌써 피어나 오월처럼 일렁인다. 두려움에 떨면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이를 위로 하려는 듯, 선별 진료소 뒤편에 서서 풍성한 ‘부귀화’가 여기에서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고 속삭인다. 지난봄, 우울하기 그지없던 그때에도 하염없이 피어나 있지 않았던가. 자연은 변함없이 다시 돌아와 그때 그 빛과 향기로 자리를 지키며 본분을 다하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고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향이라는 ‘국색천향’ 모란의 향을 즐겨볼 일이다.모란은 예로부터 화왕(花王)이라고 해 꽃 중의 꽃으로 꼽았다. 중국 유일의 여 황제였던 당나라 측천무후는 어느 겨울날, 꽃나무들에 당장 꽃을 피우라고 명령을 내린다. 다른 꽃들은 모두 이 명령을 따랐으나 모란만은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래서 불을 때서 강제로 꽃을 피우게 하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없이 끝나자 화가 난 황제는 모란을 모두 뽑아서 낙양으로 추방해버렸다. 이후 모란은 ‘낙양화’로도 불렸고, 불을 땔 때 연기에 그을린 탓에 지금도 모란 줄기가 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모란은 자그마한 꽃나무다. 아름답고 화려한 모란은 꽃의 대표 자리를 차지했고 목단, 부귀화라고도 불린다. 오래전부터 화단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었다. 꽃이 풍성하고 아름다워 과거에는 ‘꽃 중의 왕’이란 뜻의 ‘화중지왕’ 혹은 ‘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향’이란 뜻의 ‘국색천향(國色天香)’ 등으로 불렸다. 자그마한 나무가 검은 가지에 자색의 꽃을 올해도 잔뜩 단 모습을 보니 참으로 대견하다.지난봄, 어느 새벽 모습이 떠오른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에 할아버지 한 분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서 모란 나무를 이리저리 살피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자초지종을 여쭤보니, 코로나19로 병원이 폐쇄되면 모란이 말라서 죽어버릴 것 같아 얼른 옮겨 다른 데 심어 잘 키워보겠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세상에나, 모란을 얼마나 사랑하면 그러실까. 해마다 탐스럽게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세월 보내기를 낙으로 삼았는데, 코로나가 덮쳐 그 꽃을 더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부리나케 달려오신 모양이었다. 선별진료소 앞과 뒤를 가득 메우는 사람들도, 코로나란 녀석도 두렵지 않고 오로지 꽃나무만 눈에 들어오신 게다. 어르신의 간절한 눈빛을 보면서 다짐했었다. 코로나는 머지않아 끝날 것이고 다시 꽃은 피어날 것이니 봄이 되면 다시 같은 자리에서 뵐 수 있기를….삶에 지칠 때, 자신만의 이상향을 꿈꾸게 되는 것 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평생 사랑했던 땅 ‘월든’처럼 마음속 유토피아를 상상만 해도 아늑해진다. 소로는 하버드 대학 시절에도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홀로 사색에 잠기고 책 읽기를 즐겼다고 한다. 조용한 삶을 택했던 소로는 자신이 다른 하버드졸업생들처럼 되지 못하고 가정교사나 연필 제조 같은 일을 하는 것을 다른 이들이 불쌍히 생각한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자연을 관찰하고 숲속을 산책하면서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느끼고 배우고 일구는 삶을 직업으로 삼았다. 익숙한 일상을 버리고 월든 호수로 떠나 오로지 자기 일에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 땅을 직접 갈아 감자와 완두콩, 순무를 심었다. 종일 일하기보다 새벽 5시에서 정오까지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산책과 글쓰기, 명상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했다. 소박한 농사꾼이자 조용한 수행자의 삶을 그는 사랑했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적게 걱정하고 크게 만족했다. 월든 호수의 갈대 사이에서 속삭이는 바람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호수에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할 일은 넘친다고 생각했고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지극한 내면의 희열을 느꼈다. 고향에 머무는 재능이 있는 사람, 멀리 떠나지 않아도 바로 그곳이 천국임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평생 고향에 머물러도 세상 모든 곳을 여행하는 듯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혜안, 단조롭게 보이는 자연 속에서 지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 그것이 소로의 지혜였다.완전히 자신의 의도대로 살아보기 위해 평생 애썼던 소로, 마침내 죽음을 맞이할 때 깨닫지 않았으랴. 내가 헛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농사와 명상을 결합한 삶, 낚시와 글쓰기를 병행하는 삶, 자연 일부로 완전히 동화되는 소박한 삶, 봄이 무르익는 이 즈음이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으리라.화중지왕 옆에서 이상향을 찾아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미나리이야기

손동섭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매년 벚꽃이 화사하게 피고 지는 이맘때 즈음이면 봄 마중 먹부림하러 가는 곳이 있다.대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삼겹살에 김치, 된장을 바리바리 싸들고 청도 한재 골짜기로 미나리 먹부림하러 다녀왔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미나리는 벚꽃이 피는 이맘때가 제철이다.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나리라고 할 수 있는 ‘한재미나리’를 먹지 않고는 봄을 지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구 사람들에게 한재미나리는 봄맞이 대표 먹부림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특히 한재미나리는 다른 지역 미나리에 비해 식감이 연하고 미나리 특유의 향이 강할 뿐 아니라 줄기 아랫부분이 자주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미나리 수확철에는 한재골짜기 전체가 비닐하우스로 옷을 입은 진풍경도 볼만하다.처가가 청도 한재골인 직장 동료는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처가의 미나리 수확 작업을 거들어야 한다면서 자랑 같은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그래도 그 친구 덕분에 귀한 미나리를 제때 살 수 있어서 봄철 우리집 냉장고엔 언제나 미나리향이 가득하다.이 즈음에 한재골에 가면 절정에 이른 봄 향기에 취하고, 벚꽃의 화사함에 취하고, 미나리쌈에 삼겹살 곁들인 소주 한잔에 취한다. 그야말로 한재골 전체가 한판 미나리 축제를 벌려 놓는다.지금이야 깨끗한 지하 암반수로 키워낸 청정 미나리가 전국 각지에서 재배되고 있지만,그 옛날 미나리 재배환경은 지금과는 딴판이었다. 미나리꽝에서 대량으로 재배되던 그 옛날 미나리에 대한 기억은 결코 좋은 추억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5년전쯤 청도에서 근무할 당시 지하암반수로 재배하는 미나리 농가의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 열렬한 미나리 예찬론자가 됐다. 물론 삼겹살 품은 미나리쌈에 소주 한 잔이 최고의 궁합인 것도 한몫 했으리라.미나리는 ‘물에서 자라는 나리’라는 뜻이 있다. 동의보감에서 미나리는 독을 풀어 주고 머리를 맑게 해 주며, 주독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대소장(大小腸)을 잘 통하게 하고, 황달, 부인병, 음주 후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며, 김치를 담가 먹거나, 삶아서 혹은 날로 먹으면 좋다고 기록돼 있다. 혈관 청소부 미나리는 비타민 A·C 및 베타카로틴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으며 알칼리성 식품으로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이런 미나리의 효능 때문에 최고의 찰떡궁합은 역시 중금속 배출에 효과적이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에 자주 먹는 삼겹살이다. 또 주당들이 즐겨찾는 해장국인 복어탕의 복어 독을 중화 시켜주는데도 미나리가 한몫 한다. 그래서 복어탕에는 늘 미나리가 필수다. 복어 독을 중화시키기 위한 우리 음식문화의 지혜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다.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한국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한국인 최초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 타이틀을 거머 쥔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씨는 “미나리는 아무데나 심어도 잘 자란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뽑아먹을 수 있어”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7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며 열정적인 연기와 예능프로에서 보여주는 정갈한 요리 솜씨와 유머러스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늘 감동이다.영화 ‘미나리’ 신드롬을 타고 미나리 소비가 크게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농민신문에 따르면 GS더프레시의 지난 2월26일~3월22일 미나리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5% 증가했고, 이마트의 3월1일~22일 미나리 매출은 지난해보다 47%나 증가했다는 이야기다.대구시와 대구농협이 미나리1㎏과 삼겹살600g을 한 세트로 꾸민 ‘미삼세트’를 새롭게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청도군에서는 ‘미나리삼합세트’(미나리, 삼겹살, 새송이버섯, 막걸리) 600개를 자매도시인 안산시에서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니 올봄엔 미나리가 대세인 것 만은 확실해 보인다.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미나리 향과 ‘삼소’(삼겹살+소주)에 취해서 ‘입호사’를, 화사하게 핀 봄 꽃으로 ‘눈호사’를 겹으로 누리면서 미나리 재배 농가에도 힘을 보태면 어떨까!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나무라선 안 된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한 일간신문의 시사만평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풍파가 거세게 일고 있다.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의 만평 코너에서 부동산 실정과 세금폭탄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신랄하게 꼬집은 한 컷짜리 만화에 대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가 불쾌감을 갖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항의 청원을 올린데 이어 주한교황청대사관과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신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조치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을 의인화한 세 명의 무장군인이 땅바닥에 쓰러져 웅크리고 있는 ‘9억 이상 주택보유자’를 몽둥이로 때리는 모습의 그림이다. 누가 봐도 만평의 목적은 국정 비판이다. 부동산가격 폭등과 부동산공시가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주택보유자에게 세금폭탄이 떨어진 상황을 날카롭게 비튼 기발한 패러디다. 가혹한 세금과 폭정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점에 착안한 듯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 메시지는 명약관화하다.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는 무장군인은 5·18 당시 가혹하게 진압하던 공수부대원을 연상시킨다면서 해당 만평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다지 않는가. 게다가 그 희평이 ‘트레이싱(tracing) 방식’의 그림이라면 그 원본이 5·18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 일반인들이야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관련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몰라 볼 리 없다.생각만 해도 치가 떨릴 그 사진을 베꼈다면 관련자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렇긴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목적이 엄혹한 현실고발에 있고 5·18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책의 실패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해 집 없는 서민과 청년이 절망하고 있고, 아파트 하나 겨우 장만한 사람에게 재산세를 대폭 인상함으로써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설상가상, 서울의 평균 아파트시세가 11억 원을 웃돌자, 9억 원 이상 1가구 1주택 서민이 징벌적 성격의 종부세까지 내야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은퇴자라면 더욱 난감하다. 세금폭탄은 목줄을 죄는 폭압에 다름 아니다.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설사 5·18 사진을 의식적으로 끌어와 썼다 하더라도 악의적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폭압적인 세금폭탄을 비유할 악랄한 캐릭터로는 계엄군이 제격이고, 세금폭탄을 맞아 궁지에 몰린 억울한 서민을 표현하는 캐릭터로는 유린당한 시민이 적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해당 일간신문을 구독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터이고, 혹시 보더라도 원본 사진을 연상해내지 못하거나 그 선의를 이해해주리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점은 결정적인 실책이다.일간신문의 만평에서 완벽을 기대할 순 없다. 마감시간에 대한 압박이 과중하다. 비판할 만한 시사뉴스를 매일 찾아내고 이를 간결하고 세련되게 가공해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를 일목요연하게 한 컷의 그림으로 그려낸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행이다. 시사만평은 비꼼과 비틂이 그 본질이고, 풍자와 익살이 그 생명이다. 그 대상으로 채택됐다 하더라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성찰하면 그만이다. 아무런 제재나 처벌이 없다. 그 의도나 목적과 무관하게 단지 수단으로 채택된 것에 대한 과민 반응은 실익이 없다. 지나치면 역효과가 난다.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오랜 세월 투쟁한 끝에 획득한 기본적 인권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위정자를 견제·감시할 수 없고 주인 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들이 무한정 보장되는 건 아니다. 국가안전보장이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 희평은 한계를 일탈했다고 보기 힘들다.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나무랄 수 없다. 손가락에 찔린 옛 사연만 되뇌며 가리키는 사람만 탓한다면 화풀이는 되겠지만 호응은 고사하고 싸늘한 시선만 받을 터다. ‘나 홀로 블루스’를 자초할 수 있다.

일 십 백 천 만으로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라일락의 계절 사월이 찾아왔다. 향기로운 보랏빛 꽃들이 바람이 흔들린다. 은은한 꽃내음이 우리의 코를 위로한다. 몸은 비록 자유로이 나다니지 못하더라도 4월의 꽃향기 속에서 마음만은 즐겁고 행복하기를 비는 것 같다.정원에 심어둔 구근들도 어느새 싹을 틔워 밝은 꽃대를 밀어 올린다. T.S 엘리엇의 시가 떠오른다. 언제나처럼 생각나는 그 부분을 나지막이 읊조려본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잘 잊게 해 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학창 시절 처음 접했던 시 황무지다. 4월이면 언제나 떠오르는 부분이지만, 다가오는 의미는 늘 다르게 느껴진다.며칠만 지나면 백신 2차 접종이 시작된다. 화이자 백신은 1차보다는 2차 접종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2차 접종을 앞둔 직원들은 걱정하는 듯하다. 원로 선배님 한 분이 제안하셨다. 4월이 됐으니 황무지의 전문을 한번 외워보면서 불안을 떨구면 어떻겠냐고. 그 제안에 얼른 손을 들었다.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무엇에든 집중하면 걱정이나 근심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지 않겠는가. 선배님의 시 외우기 도전에 숟가락을 함께 얹어보는 봄이 되기를 소망한다.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으로 ‘일 십 백 천 만’ 건강법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성싶다.‘일: 하루 1가지 이상 선행을 하고 십: 10번 이상 웃으며. 백: 100자 이상 글자를 쓰고 천: 1천자 이상 읽으며, 만 : 하루 만 보 이상 걷자’이다. 이 5가지를 매일 실천할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으랴. 선행이라고 거창한 게 아니라 마주치는 사람에게 밝은 낯빛으로 웃어주는 것으로도 좋은 기운을 줄 수 있으리라. 어린아이들은 조금만 신기한 것을 보더라도 깔깔대며 웃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웃음은 점차 줄어든다. 요즘처럼 코로나가 온통 지배하는 시대에는 웃음 지을 일이 더더욱 줄어드는 것 같다. 의식적으로라도 혼자서라도 호탕하게 웃어 젖혀가면서 웃음 근육을 잘 단련해둬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니 무조건 웃어볼 일이다. 글자 쓰는 것도 시간을 내어서 적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으리라. 적자생존이라고 하지 않던가.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면 좋으리라. 노트 한 줄에 15글자를 쓴다고 치면 100자 쓰기는 일곱 줄 정도면 채울 수 있다. 매일 거르지 않고 손에 연필을 쥐고 정성껏 하루를 돌아보며 하루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거나 좋은 글귀를 찬찬히 음미하며 써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1천자 읽기는 신문 칼럼 하나와 시 한 편 읽으면 되는 분량이다. 그러니 짧은 시간에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보고 시를 읽으며 정서도 촉촉하게 유지한다면 더 이상 좋은 것이 있으랴. 우리나라 성인의 월 독서량이 책 한 권이 채 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인의 생애주기별 독서량 발표를 보니 영유아가 가장 많이 읽고 초등하고 저학년 때는 그런대로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어 청소년 성인으로 갈수록 책을 읽지 않게 돼 독서량 그래프가 마치 폭포수가 떨어져 내리듯 성인으로 갈수록 급격히 내려앉는다. 마음을 다 잡아서 책을 접하고 책 읽는 기쁨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기억을 잃지 않을 수 있고 뇌를 건강하게 유지 할 수 있으리라.몇 해 전부터 독서마라톤이라는 책 읽기 프로그램이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다. 거북이, 악어, 토끼, 타조, 사자, 호랑이, 월계관 코스로 나눠 독서 마라톤 완주를 꿈꾸게 한다. 독서는 혼자서 책을 읽는 조금은 고독한 시간이지만, 자신이 신청한 독서 마라톤 코스에서 완주증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힘이 나고 재미있겠는가. 필자도 독서 마라톤에 도전했다. 독서 마라톤 코스는 3㎞, 5㎞, 7㎞, 하프 코스가 있다. 책 1쪽은 마라톤 1m로 환산해 3㎞는 1일 평균 23쪽을 읽으면 완주 할 수 있다, 5㎞는 1일 38쪽, 7㎞는 53쪽, 하프 코스 2만1천97쪽은 매일 161쪽을 읽고 독서 일기를 올리면 된다. 첫 도전에 의미를 두고자 필자는 하프 코스를 신청해 달리고 있다. 열심히 날마다 읽어야 독서 마라톤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다.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가 보리라. 건강법으로 더없이 좋다고 하는 만 보 걷기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데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4월의 꽃향기 속에서 ‘일 십 백 천 만’으로 건강해지는 하루 되시길, 더없이 행복한 봄날을 만끽하시길.

국밥 욕보이지 말라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오후 마지막 시간에 예고된 용의 검사가 있었다. 그 전날 소여물을 끓인 후 물을 데워 때를 불리고는 돌멩이로 손등을 문질렀다. 워낙 켜켜이 쌓인 때라서 한꺼번에 제거하기가 사실 불가능했다. 오히려 생선 비늘이 곧추선 것처럼 때가 터실터실 일어났다. 손과 목의 때, 치아 관리 상태가 용의 검사의 주된 항목이었다. 여학생은 머리의 청결 상태와 이가 있는지가 추가됐다. 우리는 용의 검사 시작 전에 옷소매로 이빨을 문지르고 손등에는 침을 발랐다. 습기가 있는 동안은 허옇게 일어난 때가 눕기 때문에 얼핏 보면 표시가 나지 않았다. 그날은 운이 나빴다. 선생님은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게 해 침을 못 바르게 했다. 남학생 절반 이상이 손과 목의 때 때문에 운동장을 다섯 바퀴 돌았다. 여학생 10여 명도 머리가 불결하거나 이가 있다고 남학생과 같이 뛰었다. 운동장을 달리면서 배가 고팠다. 그래도 그날은 방과 후 즐거운 일이 있어 별로 힘들지 않았다. 문중계를 하는 친척 집에 가면 밥과 떡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논두렁 지름길로 그 과수원집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이 마당 가마솥에는 소고깃국이 펄펄 끓고 있었다. 엄마는 나를 사과 궤짝에 앉히고는 커다란 그릇에 국을 퍼 담고 밥을 한 주걱 넣어 주었다. 아, 지금도 그 국밥 맛을 잊을 수 없다. 50년도 더 지난 초등학교 때 있었던 일이다. 나의 유난한 국밥 사랑은 그때 시작됐지 싶다.국밥이란 국에 밥을 넣고 말아먹는 음식이다.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돼지국밥, 소고기국밥 등 종류가 수없이 많다. 기본 내용물은 비슷하지만, 지역마다 들어가는 재료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국밥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하루에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보부상들이 짐을 보관하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주막이나 간이식당에서 먹는 한 끼 식사였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다. 설명이 없어도 국밥은 시간을 절약하면서 한 끼를 때우는 간편식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물건을 팔면서 동시에 끼니를 때워야 하는 시골 장터, 같은 시간대에 많은 사람이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종친회, 야유회, 시골 운동회 등에서 국밥은 아주 편리한 메뉴였다. 국밥은 속성상 서민적일 수밖에 없다. “양반은 밥을 말아 먹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돈과 여유가 있는 사람이 왜 품위 없이 어디 쪼그리고 앉아 국밥을 먹겠는가.정치 지도자들이 민생 행보를 할 때 재래시장이나 뒷골목 등을 찾아 길거리 음식을 자주 먹는다. 단골 메뉴는 국밥과 국수다. 서민 코스프레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 위해서다. 선출직에 출마한 후보들도 선거 운동 기간에는 느긋하게 밥 먹을 시간이 없고, 또한 시간이 표이다 보니 보수든 진보든 진영에 상관없이 국밥이나 김밥 같은 간편식을 즐겨 먹는다. 오가는 유권자를 많이 만난다는 이점도 있다. 민생 행보나 선거운동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 되고 크게 눈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최근 국밥 먹는 장면을 두고 서로 비난하는 눈꼴사나운 모습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여야 후보 누구든 상시로 국밥을 먹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난한 자는 아무도 없다. 그들 대부분은 일반 국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 선거철에 유난히 서민 코스프레를 많이 하는 사람치고 정작 필요할 때 서민을 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더 역겹다. 일단 당선되기만 하면 유권자는 안중에 없다는 사실을 국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대의민주주의란 ‘대표가 시민의 의사를 배신하는 대리 정치’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인간의 눈빛이 스쳐간 모든 것들을/인간의 체온이 얼룩진 모든 것들을/국밥을 먹으며 나는 노래한다//오오, 국밥이여/국밥에 섞여 있는 뜨거운 희망이여/국밥 속에 뒤엉켜 춤을 추는/인간의 옛추억과 희망이여” 김준태 시인의 ‘국밥과 희망’ 1, 2연이다. 이 땅의 여야 정치인들여, 국밥 많이 드시라. 이 시도 찾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시라. 서민이 재래시장이나 난전에서 눈물을 반찬 삼아 먹는 국밥을 정치에 이용하는 당신들은 국밥뿐만 아니라 서민도 우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부탁하노니, 어설프게 연출된 사진과 공허한 말장난으로 더는 국밥을 욕보이지 말라.

감정적 부동산대책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부동산광풍이 쓰나미가 돼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이는 예고된 재앙이다. 대형 사고는 그 전에 그와 연관된 자잘한 사고와 징후가 여러 번 나타나는 법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스물 대여섯 번씩이나 쏟아냈지만 그 맥을 적시에 제대로 짚지 못하고 오히려 증상만 악화시켰다. 잘못된 부동산정책에 대해 시장이 여러 번 빨간 신호를 보냈지만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작금의 대형 쓰나미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라는 의미다.부동산 쓰나미가 정치권을 초토화시키자 정부는 부랴부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망라한 부동산대책 종합세트를 내놨다.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이란 무시무시한 정책믹스를 공표했다. 예방, 적발, 처벌, 환수 등 전 단계에 걸친 포괄적 투기근절 시스템을 구축하고 법과 제도 그리고 행태에 이르기까지 제로베이스에서 근본적으로 개혁함으로써 부동산투기와 부패를 발본색원하고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당찬 계획이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소름이 돋을 만큼 섬뜩하다.예방만 확실히 하면 적발, 처벌, 환수는 사족이거나 부차적이다. 예방에 주력한다고 하고선 실상은 그렇지 않다.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 옴짝달싹도 못하도록 옥죄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교각살우 정도를 지나 모기 잡으려고 미사일을 쏘는 꼴이다. 그렇게 한다고 목적 달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모기엔 모기약 스프레이 정도가 적당하다. 그 이상은 사람 잡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미사일을 쏘면 모기도 못 잡고 애꿎은 사람만 작살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순 없다.공기업 임직원을 포함한 전 공직자로 재산등록 대상을 확대하는 것만 해도 획기적인 충격요법이다. 부동산실명제와 금융실명제가 뿌리 내린 상황에서 전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제도화하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재산을 불리거나 숨기는 일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그것만으로도 과할 수 있다. 부동산 신규 취득까지 제한한다면 공직자의 부동산투기는 아예 불가능하다. 감정적 과잉대응 내지 재산권 침해 소지마저 있다. 의지만 있다면, 공직임용 때 재산을 등록하고 승진 때마다 재산상태를 검증하는 정도로도 목적달성이 가능하다.부동산 거래분석을 전담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만들겠다는 것은 그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구색 갖추기 용이거나 생색내기 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세청과 한국부동산원 등 기존 조직을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위기를 틈타 자기들 자리 만들기에 나선 것처럼 비쳐져서 마음이 불편하다. 사건만 발생하면 조직을 새로 만들어 세금 쓸 일만 궁리하는 일은 이젠 청산해야 할 폐단이다.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고 입을 내밀 수 있겠지만 그것은 스스로 신뢰를 무너트린 인과응보다.사후약방문일지라도 그 대책을 내놓는 것은 맞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졸속 처방이거나 감정적으로 과잉대응을 해선 곤란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시설물안전진단이 매년 의무화돼 건물주에게 부담과 책임을 돌렸지만 이십 수년이 지난 지금 있으나마나한 형식적인 규제로 전락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조직에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지자체마다 재난안전국을 만드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그 결과는 ‘태산명동 서일필’ 격이다. 충남 아산 어린이교통사고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정치권은 여론에 떠말려 일명 ‘민식이법’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전면금지, 제한속도 30키로 및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 등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여론이 대세다. 그 외에도 졸속대처 사례는 차고 넘친다.강력한 정부대책을 곧이곧대로 시행한다고 당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한다고 장담할 순 없다. 편법이나 빈틈을 찾아내는 재주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브로커에게 정보를 판다거나 추적 불가한 예술품이나 보석, 비트코인 등 의외의 교란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 또 부동산투기와 부패를 발본색원하는 일이 정당하다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침해를 허용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자유권과 재산권은 오랜 투쟁을 통해 어렵사리 획득한 헌법적 가치다. 상충하는 가치를 조정하고 균형 잡힌 방안을 찾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허나 감정대로 대응해선 답이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아쉽다.

델피니움 꽃말처럼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활짝 핀 벚꽃이 분홍의 꽃비가 돼 땅으로 흩어진다. 아쉬운 마음에 창밖을 보고 있으려니 그 나무 아래 낯익은 얼굴의 남자들이 우산까지 받쳐 들고 빗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떨어지는 꽃이 안타까워 빗속의 촬영이라도 해서 이 봄을 기억해두려는 모양이다. 그 열띤 남성들의 감성에 혼자 웃음 짓다가 내 방으로 시선을 돌리니 여린 꽃잎의 하늘거리는 델피니움이 손짓한다. “나도 여기에 당신의 꽃으로 있어요!”라고.봄 기온이 무척이나 올라가던 날 오후, 꽃꽂이 자원봉사를 다니는 이에게서 델피니움 한 송이를 받았다. 소녀 감성을 물씬 불러일으키는 푸른빛의 꽃, 종잇장처럼 여린 꽃잎을 책갈피에 끼워두며 생각을 집중해본다. 바로 그 꽃, 언제였던가. 친구가 보낸 편지의 아래쪽에 붙어있던 빛바랜 꽃, 그것이 너무나 신기해 찾아본 꽃 이름이 델피니움이었다. 하늘하늘한 꽃잎은 또 얼마나 매력 있었던지, 자그마한 글자로 적혀있던 꽃말까지 너무나 멋있었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요.” 누군가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봄이 이미 한창 무르익어 있다. 우선 이번 봄은 눈으로 즐기기만 하면 좋으리라.작년 이맘때 격리병동에서 방호복을 입다가 문득 내려다본 병원 정원엔 분홍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 꽃들이 연출하는 멋진 장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면서 마음속으로 빌었다. 다음에는 마스크 없이 저 꽃 아래서 마음껏 이야기하면서 커피 마시고 떠들어댈 수 있기를. 해가 바뀌고 다시 봄이 됐고 꽃들은 여느 때보다 더 일찍 찾아왔다. 봄은 봄이건만, 아직도 병실에는 격리된 채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환자들이 들어차 입원한 상태이다. 게다가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들의 접촉자들이 혹시 모를 감염의 근원이 될까 봐 잠복기 동안 입원해 있다 보니 일반 환자 입원은 하지 못한 채 코로나 전담 병원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계절은 봄이로되 마음은 여유가 없다. 이렇게 봄바람을 느끼면서 계절을 즐기다 보면 몸이 아파 격리된 이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그래도 일 년 남짓이라는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처절하게 싸우며 보내다 보니 이 무서운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의 강도는 조금 덜해진 것 같다. 방역도 철저히 하면서 병원에서 병을 대처하는 체계도 잡아가고 마음으로도 단단히 준비하게 되니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서도 병을 이겨내고자 하는 단결심이 더 생기는 것 같아 다행이다. 가끔 주말에 선별 진료 당직을 서다 보면 아직도 노래방이나 피시방 등 친밀하게 모여서 사교를 하는 곳에서는 감염이 더 쉽게 일어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 전 국민이 모두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 면역이 생기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주의해야 할 것 같다.오랫동안 나들이는 꿈도 못 꾼 이들이 희망 여행 예약을 하는 모양이다. 적은 예약 비용을 들여 자신이 원하는 여행지를 선택하고서 코로나가 끝났을 때 여행 스케줄을 미리 준비하는 기획, 희망이라도 가지면 그나마 덜 지루하지 않겠는가.봄비가 내리자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들이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분홍의 꽃들이 길가에 굵은 띠를 이루며 바람에 뭉쳐 다닌다. 떨어지는 꽃들이 아쉬워 사람들과 차들이 꽃 아래 모여든다. 꽃을 좋아하는 친구는 떨어지는 꽃이 아쉬워 아침부터 종일 차를 몰고 이 공원 저 공원 다니며 벚꽃을 실컷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면서 꽃 사진을 한가득 보내왔다. 꽃구경을 제때 하지 못하는 이들은 비 온 뒤에 남아 있는 꽃들을 시차를 두고서 조용한 시간을 택해 따로따로 구경이라도 하러 가야 할 것 같다.비 내리는 날이면 자갈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씻어 낸다는 분이 계신다. 어릴 적 수도원 근처에서 자랐다는 그분은 비 내리는 날이면 검은 자갈이 깔려 있던 수도원의 그 기다란 길을 떠올리면 경건한 마음이 들어서 불안이 다 사라진다고 말씀하시곤 했다.언젠가는 코로나도 끝이 있으리라. 이제 백신도 나와서 많은 사람이 맞기 시작했고, 치료제도 개발돼 효과가 증명되기 시작했으니 코로나와 싸우는 우리는 동굴 속에 갇힌 것이 아니라 묵묵히 걸어 나가기만 하면 끝이 보이는 터널에 서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지금 힘들고 지치더라도 봄이 찾아왔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긍정의 마음으로 견뎌야 하지 않겠는가.가을 무서리가 내리면 풀잎들이 일시에 숨을 죽이듯 코로나가 어서 빨리 물러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언젠가 그날이 찾아오면 푸른 희망의 꽃다발을 안고 씩씩하게 걸어가 보리라. 델피니움 꽃말처럼. “나의 마음을 알아주세요. 영웅,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요.

간기(肝氣)의 계절, 봄나물 약선(藥膳)

노정희수필가·요리연구가 봄이 오면 음의 기운이 서서히 쇠하고 양의 기운이 태동한다. 대체로 햇빛이 충만한 곳을 ‘양’, 태양을 등지고 있는 것을 ‘음’이라 한다. 음양의 기운이 바뀌는 계절에는 풍사(風邪)를 조심해야 한다.바람은 사계절 어느 때나 발생하지만 봄철에 특히 기승을 부린다. 바람은 대개 피부를 통해 침투해 감기를 부른다. 그뿐만 아니라 봄철 미세먼지도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춘곤증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 예방 차원에서 몸을 보호하는 음식이 필요하다.약선식료(藥膳食療)는 동양철학 기초를 바탕으로 한다. 음식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배합해 건강증진, 질병 예방 등의 식사요법에 사용한다. 우리 몸의 상태는 자연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또한,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므로 개인의 차이와 건강상태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해야 한다.예를 들면, 대부분 눈병은 열로 인해 생긴다. 채소와 과일은 성질이 차서 체내 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반면 눈은 양기(陽氣)를 발산시키는 곳이라 찬 것을 지나치게 먹으면 시력이 약해진다. 음식을 적절하게,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하는 이유이다. ‘채소와 과일에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눈에 좋다’는 식의 영양이론을 약선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바야흐로 봄날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여가활동을 제한한다. 봄 감기와 춘곤증, 미세먼지도 발목을 잡는다. 이럴 때일수록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여야한다. 춘곤증은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타난다. 봄에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져 겨울철보다 비타민 소모량이 증가한다. 봄철 비타민 보급으로는 노지(露地)에서 자란 봄나물을 꼽을 수 있다.달래는 비타민C와 칼슘이 많아 빈혈과 동맥경화에 좋으며, 간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쑥은 비타민A가 풍부하고, 씀바귀는 식욕을 돋우며 미열로 일어나는 한기를 없애준다. 두릅은 몸에 활력을 줘 춘곤증을 밀어낸다. ‘물속에서 자라는 약초’라고 불리는 미나리는 오염된 물을 정화할 정도로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미나리의 비타민C는 면역력을 높이고, 간 기능에 도움을 준다. 머위는 칼륨이 많아 중금속 제거와 혈압 조절에 좋다.정구지는 ‘인삼 녹용보다 좋다’, ‘부부 사이가 좋으면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정구지를 심는다’는 옛말이 있다. 정구지를 먹으면 과붓집 담을 넘어간다고 해 월담초(越譚草), 운우지정을 나누다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파옥초(破屋草), 오줌 줄기에 벽이 뚫린다고 파벽초(破壁草)라고도 한다. 또 칼슘, 철분, 칼륨, 아연, 비타민A와 C 등 영양소도 풍부하다. 동의보감에는 정구지를 ‘간의 채소’라고 했다.봄에는 간기(肝氣)가 왕성해져 ‘흩어지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 기운을 잡으려면 ‘신맛’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간(肝)을 위한답시고 신맛을 과하게 섭취하면 흩어지는 욕구가 억제돼 간기가 눌려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이때는 매운맛을 먹어 다시 흩어지도록 도와야 한다. 신맛과 매운맛의 조화가 필요한 이유다.한편 간은 팽팽하게 긴장되는 상태를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단맛을 섭취해 느슨하게 풀어준다. 따라서 봄철 약선(藥膳)은 비타민이 풍부한 봄나물을 ‘새콤달콤’하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봄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계절’이다. 양의 기운이 슬슬 태동하면, 음 기운을 가진 여자들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이다. 화사한 옷을 입고 봄나들이 가고 싶어 한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밋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앵두는 따뜻한 성질을 가졌다. 우물가의 앵두를 따 먹으니 몸에 열이 올라 기어이 바람이 났다는 것이다.봄날, 자신의 체질에 맞게 음식을 먹은 후, 나들이를 떠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마스크와 몸에 닿는 바람을 피하려면 스카프를 두르는 것은 필수.

세금이 눈먼 돈인가

오철환객원논설위원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도합 약 5천억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서울시민에게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약 5천억 원의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줄 계획임을 발표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제4차 재난지원금이 예정돼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5차 재난지원금까지 논의되고 있다. 게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모든 서울시민에게 인당 10만 원씩 위로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에 돈벼락이 떨어질 모양이다.경제정책의 실패와 코로나 펜데믹으로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돈을 푸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주는 쪽이든 돈을 받는 쪽이든, 지금은 절박한 상황이다. 경제와 민생만 보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정직하게 정책을 펴야 할 때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정권 장악을 위한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여 잔머리를 굴려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사심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불편부당한 자세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그렇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돈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조건을 달거나 속 보이는 돈은 찜찜하다. 당선 되면 돈을 주겠다는 것은 표를 찍어주는 조건으로 돈을 주겠다는 조건부 약속이고, 구체적 방안이 미정인 상태에서 선거를 앞두고 돈을 돌리겠다는 공언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꼼수다. 쉽게 말하면 둘 다 매표행위다. 나중에 그 돈의 몇 배를 다른 명목으로 청구한다면 주권자에 대한 심각한 배임이다. 재산세와 종부세 그리고 건보료 등이 크게 인상돼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현 상황은 심상찮은 조짐일 수 있다.돈을 주겠다는 사람은 현금살포 약속을 매표행위가 아니며 선거와 무관하다고 발뺌한다. 높은 분들이 그렇게 말하니 믿어야 될 터이지만 그렇게 하려고 해도 미심쩍은 부분이 가시지 않는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봇물이 터진 것도 아니고, 무단히 공짜 돈을 그렇게 쏟아낼 리 없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선행을 행하려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할 일이다. 야단스럽게 떠벌리고 홍보하는 통에 의심만 굳어진다. 선거와 진짜 무관하다면 굳이 그 무관함을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진심은 그냥 놔둬도 통한다. 진실한 자는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신뢰는 정치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다. 정직은 신뢰를 쌓고 거짓말은 신뢰를 무너트린다. 따라서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고, 거짓말은 공직자가 가장 경계하고 멀리 해야 할 악덕이다. 정직한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지, 그 판정은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정직은 생명력이 영원하고 거짓은 세월이 가면 그 정체가 드러난다. 정부의 각종 재난지원금과 서울시장 후보자의 위로금이 선거와 무관하다는 말의 진위 판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의 유사행적을 돌아보면 최근 상황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터다.지난 총선에서 전 국민에게 인당 25만 원 정도의 재난지원금을 준 일이 여당의 압승에 기여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돈을 뿌려서 재미를 제대로 본 셈이다. 그러한 전례는 최근의 재난지원금 살포 약속을 선거용 매표행위로 추론하는 합리적 근거로 기능한다. 그러한 의심은 당시 여당 원내대표의 입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후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천기를 누설한 셈이다. 그 후보가 당선되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의 그 후보가 당선되자 실제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돌렸다. 서울시장 여당 후보의 위로금 공약도 그런 선행학습의 결과일 것이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겪으면서 이제 새로운 깨침을 얻었다. 세금이 남아돈다는 사실과 그게 엉뚱하게 쓰일 수 있다는 확신이 그것이다. 어마어마한 돈을 뿌려대고도 재정이 끄떡없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평소 세금을 불요불급한 곳에 펑펑 썼다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다. 현금살포 외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마구 벌이는 걸 보노라면 세금을 눈먼 돈이라 생각하고 함부로 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곳간을 지키고 혈세를 아껴 쓸 사람을 제대로 뽑는 일이 얼마나 중차대한지 절실히 깨닫는다. 혈세를 눈먼 돈으로 방치할 순 없다.

날이 좋아서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연분홍 매화가 화사하게 봄을 물들인다.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 바람에 하늘거리고 오르막길 가에도 벚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한다. 머잖아 산과 들에서는 봄 소풍을 함께 즐겨보자는 유혹의 메시지가 날아들 것 같다.이른 봄꽃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맘껏 드러낼 새도 없이 촉촉한 봄비에 흩날려 땅으로 내린다. 이제 삼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산수유가 노란 산 구름처럼 피어오르던 축제를 떠올려보지만, 아직 물러나지 않은 코로나19라는 녀석 때문에 올해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리라. 해가 바뀌고 다시 봄을 맞았다. 그 사이 우리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1년이 지나갔다. 코로나19가 온통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생활이었고 순간순간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던 시간이다. 고통과 아픔의 순간이 아직도 이어지고 사람 사이에 얼굴 맞대고 만나 이야기 나누기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날들이다. 백신을 맞기 시작하자 그래도 희망을 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난달 말부터 맞기 시작한 국내에 들어오는 백신은 종류가 다양하고 그 항체 생성률이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백신을 맞느냐를 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고 한다. 코로나 환자 전담 병원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고, 그 외의 의료진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떤 병원에서는 항체 생성률이 좋은 화이자와 좀 낮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둘 다 배정되는 모양이다. 누구는 화이자, 누구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된다니 그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무리 백신의 수급이 어렵다 치더라도 센터별로는 같은 종류의 백신을 배정하는 것이 맞지 않으랴 싶다. 동일 집단 직원들에게 항체 생성률이 다른 백신을 맞게 한다면 낮은 항체 생성률로 알려진 백신을 배정받은 당사자로서는 불만이 생기지 않겠는가. 심지어 항체 생성률이 낮은 백신을 맞아야 하는 직원이 접종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니 어려운 시기에 마음마저 힘들 것 같아 안타깝다.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백신이 접종됐다. 3일에 걸쳐 직원들이 차례대로 맞았다. 먼저 맞은 사람들에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물어보고, 많이 아프지 않았는지 들어가면서 준비하는 직원들의 표정에는 설렘 반 걱정 반 인 듯하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직원들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부터 몸져누워 끙끙 앓았다는 이들까지 다양한 반응이었다. 대부분은 인플루엔자보다는 조금 아팠지만 견딜만 했다니 다행이라 여겨졌다. 어느 주사든 살을 찔러서 아프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아프고 안 아프고는 개인의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는 접종한 다음 날에 정말 핼쑥한 얼굴로 출근했다. 일하면서도 그의 표정을 살펴야 할 정도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해 오프를 권유했지만, 참아 보겠다면서 근근이 하루를 지냈다.반면 나이가 들어서 면역이 약해져서 백신에 대한 반응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인가. 필자의 경우에는 그래도 근육이 조금 더 좋은 오른팔 삼각근을 택해 주사했다. 그래서일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농담 삼아 이야기를 건네는 동료들도 있다. 면역 반응이 좋고 더 건강할수록 아프니, 정말이지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이다. 어찌 됐든 백신은 전 국민이 접종해 하루빨리 집단 면역을 형성해야 한다. 따라서 접종을 거부하는 일은 생기지 않아야 한다. 한 인구 집단에서 집단 면역을 형성하려면 전 인구의 75% 이상이 항체를 가져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백신은 가능하면 무조건 맞아야 한다. 이런저런 불평과 불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접종률마저 떨어지면 집단 면역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백신의 항체 생성률과 19세 이상 인구 집단의 비율로 계산한 값은 69.8% 정도라고 하니 많은 이들이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거부하게 되면 그 피해가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미치는 것이 바로 코로나다. 거리 두기도 그렇고 백신도 그렇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해서도 반드시 맞아야 한다. 내 인생이 진정 즐겁고 행복하려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잡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하루 러닝 머신 위를 달리듯 쉬지 않고 다리를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긍정의 마음으로 좋은 말을 하면서.이 봄에도 하루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행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날이 좋아서, 봄이 와서, 별일 없어서,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퇴계 이황에게 배우는 아버지의 참모습

장성애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장조선 중기의 사람이었던 퇴계 이황은 정치가로, 학자로, 교육자로서 현대적 의미로 성공한 삶을 살았다. 성균관 대사성, 홍문관·예문관 대제학, 공조판서, 예조판서, 의정부 우찬성, 판중추부사 등의 요직을 제수받아 역임했기 때문이다. 또한 말년에는 16살의 어린 선조 임금을 위해 성학십도를 만들어 올리는 등 임금의 스승이기도 했다. 이로써 퇴계는 숙부 이우, 친형 온계 이해와 더불어 진성이씨 가문을 명문가로 만들었으며 성리학자이자, 교육자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진정한 스승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퇴계의 가정사는 불우했다. 그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는 전처 자식과 더불어 7남매를 건사해야 했다. 퇴계는 첫 번째 부인과는 둘째 아들을 낳자마자 사별했다.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재취부인과도 힘든 결혼생활을 했으며 출산 도중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장성한 둘째 아들도 결혼하자마자 일찍 죽음을 맞이했다.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할 증손자도 어릴 때 영양실조로 죽게 됐다. 중종반정 이후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퇴계의 형 온계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퇴계도 관직을 내려놓을 정도로 위태로웠다. 이런 와중에 퇴계의 자녀 교육은 어땠을까? 놀랍게도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퇴계가 남긴 편지인 가서(家書)에 잘 나타나 있다. 퇴계는 개인적인 불행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그런 일들이 자녀들을 교육하면서 핑계도 변명도 하지 않는 당연함에 대한 태도로 일관한다. 대신 어머니가 부재한 자리를 아버지인 자신이 꽉 채워준다. 엄할 것 같고 무서울 것 같은 퇴계의 이미지에 비해 그가 아들과 손자에게 보낸 편지들은 더할 수 없는 자애의 말로 가득 차 있다. 가정의 불운이 자녀 교육을 게을리할 이유가 될 수 없고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절망과 좌절의 이유도 될 수 없다는 것을 퇴계는 보여주고 있다. 퇴계는 평생 대략 200여 명이 넘는 인물을 대상으로 3천200여 통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서간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중 집안사람들에게 보낸 가서는 1천200여 통이다. 맏아들 준에게 보낸 편지가 621통, 맏손자 안도에게 보낸 편지가 131통이다. 퇴계가 100통 이상 편지를 보낸 제자들은 정유일(176통), 월천 조목(150통), 이정(138통)뿐이다. 퇴계가 아들과 손자에게 보낸 편지와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 수를 비교해 볼 때, 퇴계가 아들과 손자와의 소통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가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버지들은 흔히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교육을 소홀히 한다. 퇴계의 가서를 살펴보면 농사일, 하인 다스리기, 집안 대소사 챙기기 등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지만, 그중 아들과 손자 그리고 조카들의 교육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자녀들에게 성공 지향적인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는 방법으로 학문을 권장하고 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며, 일생 아버지인 자신의 삶과 더불어 점검하고 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60살이 넘은 아버지가 자식으로부터 ‘아버지를 존경한다’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한다고 했다. 퇴계의 아들 이준, 퇴계의 맏아들 이안도 그리고 조카, 처조카 심지어 사돈들의 집안사람들까지 퇴계의 문하생들로 기록돼 있다. 퇴계를 스승으로 모셨다는 의미이다. 좋은 아버지는 내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아버지일 것이다. 그러나 존경하는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답을 보여주는 삶의 모델 그 자체이다. 가까운 가족들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것만큼 행복하게 성공한 삶이 또 있을까? 퇴계는 이러한 의미에서 현대인에게 어떤 아버지가 돼야 하는가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어른’을 대변한다. 사회적으로 바쁜 것도, 가정의 불우함도, 경제적 여건이 어렵다는 것도 자녀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변명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또한, 자녀와의 소통이 어렵다고 하는 부분 역시 야단맞을 일이다. 건강이 늘 여의찮았던 퇴계가 붓으로 장거리 소통을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녀에게 한 줄의 글이라도 전하려고 하는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자녀들을 가르치는 인류의 스승 퇴계의 모습이 바로 현대의 우리가 추구하는 다시 살펴야 보아야 할 참된 아버지상이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든 아니든 우리는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자녀들에게 존경을 받는 아버지인가?

오만한 능력주의와 한탕주의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춘래불사춘이다. 승자의 오만과 후안무치, 패자의 굴욕감과 허탈, 분노가 약동하는 대자연의 합창 소리를 덮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화는 저 혼자 피었다 지고, 개나리가 만발해도 눈길을 주는 사람은 확연히 줄었다. 거리 두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출퇴근 무렵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역에 나가보라. 그들의 퀭한 눈빛과 핏기없는 표정, 축 처진 어깨를 유심히 살펴보라.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삶이란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많은 사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에 이제 답할 기력도 없다고 말한다. 정말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요즘이다.“어차피 한두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거임?ㅋㅋ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빨면서 다니련다ㅎ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ㅉㅉ”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땅 투기 비판 여론에 대한 비문투성이의 게시글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이 떠 오른다. 그는 가진 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내가 누리는 것은 내 노력과 능력 덕분이다.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능력주의’를 비판한다. 이 LH 직원은 열심히 공부해 그 회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내부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도 능력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니 무능력한 사람들의 비난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만큼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식민지와 6·25, 개발독재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사람은 비슷한 처지와 환경에서 삶을 시작했다. 구성원 절대다수가 동일한 출발 선상에서 각개약진하던 시절에 능력주의는 사회를 활기차게 하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었다. 지금은 부의 편중과 양극화의 심화로 출발선이 서로 다르다. 출발 지점에서 뒤처지면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한 시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에 왜 그렇게 분노하겠는가.모든 것을 능력주의 관점에서 설명할 때 승자는 오만하고 패자는 굴욕감과 열패감 때문에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도 ‘능력과 성과에 따른 임금 인상이 새로운 흐름’임을 강조한다. 대기업도 ‘직무 능력만 본다’는 기치 아래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지는 것일까? ‘공부 못해서 우리 회사에 못 와놓고 꼬투리 잡았다고 조리돌림 하나’라고 말하는 LH 직원은 마이클 샌델이 지적하는 ‘행운’의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수없이 많지만 내가 운이 좋아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 겸손한 마음으로 뒤처진 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고, 그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베풀어 줄 수 있다.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폭풍 인기를 얻고 있는 일부 ‘먹방’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리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완성된 요리만 밥상에 차려놓고 이 음식은 정말 맛있다며 먹는 모습을 찍어 올리면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먹방에서는 식자재의 구매와 다듬기부터 요리 과정 전체를 보여주며 실패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공개한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모든 과정에 자신을 이입해 함께 성취감을 느끼거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임연선어 불여퇴이결망(臨淵羨魚 不如退而結網) ‘물가에서 물고기를 부러워하느니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게 낫다’ 중국 전한 시대 회남왕 유안이 편찬한 ‘회남자’에 나오는 말이다. 눈앞에 보이는 고기를 탐하기 보다는 지루함을 참고 그물을 짜는 과정을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는 과정보다는 최종 결과만 보고 무조건 환호하거나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풍토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패자 부활전을 허용하지 않는 오만한 능력주의, 과정을 불문에 부치는 한탕주의와 결과중시주의, 패거리 문화와 ‘빠 정치’ 등에 대한 냉정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분열과 갈등의 치유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땅 투기 ‘유투열풍’을 지켜보면서

오철환객원논설위원한국토지공사(LH) 직원들이 연루된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그 불똥이 사방팔방으로 튀는 중이다. 앞서, 성폭력 고발 캠페인이라 할 수 있는 ‘미투(Me Too)열풍’이 전 국민의 전폭적이고 폭넓은 호응을 얻었던 것처럼 땅 투기 릴레이 고발도 그에 못지않은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성폭력이 만연했던 것처럼 땅 투기 또한 우리 주위에서 광범하게 행해졌다는 방증이다. 관련 투기정보를 알고 있는 정보내부자가 상대방의 땅 투기 사실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유투(You Too)열풍’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투기는 그 소비나 이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가격상승으로 인한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어떤 물건을 구매한 후 예상대로 그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매각함으로써 이익을 실현시키는 행위이다. 투기엔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위험부담이 존재하므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그에 상응하는 기대치가 시장에서 형성된다. 실패하는 경우엔 그 손실이 치명적이고 성공하는 경우엔 위험프레미엄으로 인해 이익도 그만큼 크다. 이렇게 보면 투기도 개인의 판단과 책임아래 이뤄지는 정상적인 경제행위임에 틀림없다. 투기와 투자는 그 동기가 다른 만큼 단기차익을 노리느냐, 장기간 보유하느냐의 결과론적인 차이를 갖긴 하지만 도긴개긴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땅 투기에 광분하는 것은 그럴만한 사유가 존재한다. 땅은 생존에 불가결하다. 토지의 특수성과 땅에 대한 불공정하고 비대칭적인 정보 상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땅은 물리적 위치가 특정지역에 고정돼 있고 생산요소를 사용해 그 면적을 증가시킬 수 없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땅은 다른 재화와 달리 강한 공공성을 갖는다.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허용할 수 없는 이유다. 땅에 대한 공적 개발정보에 업무상 수시로 접근 가능한 내부자가 땅 투기를 하는 것은 공정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배임이다. 생선을 지키는 고양이가 생선을 탐하는 것은 의무위반이고 배신행위다.내부정보로 위험부담을 배제한 땅 투기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무시한 비열한 범법행위다. 공적 의무를 짊어진 공기업의 직원이나 국민의 공복 또는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반칙을 일삼는다면 그에 상응한 무거운 응징을 가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강이 무너지고 판이 깨질 건 뻔하다. 반칙을 하면 사익을 채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판이 깨지면 세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싸움터로 바뀔 터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두에게 돌아간다. 불법 땅 투기를 발본색원해 일벌백계해야만 깨진 판을 수습할 수 있다.소득주도성장을 위시한 경제정책의 실패로 청년실업이 넘쳐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국민이 우울 모드다. 주택정책의 헛발질로 집값마저 살인적으로 치솟았다. 이런 경황 중에 터진 공직자의 땅 투기는 민심 대폭발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출산율이 끝없이 추락하는 현상을 타개해야 할 조치들이 그 동력을 상실했다. 비혼주의가 젊은 층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데도 그런 경향을 잘못된 사회현상이라고 질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혼을 권장하고 출산을 장려하기엔 염치가 없다. 청년의 입장에 선다면 무엇을 보고 결혼하며 누구를 믿고 애를 낳을 것인가. 졸업생의 절반도 채 받아주지 못하면서 결혼해서 애 낳으라고 말해봐야 말짱 꽝이다.땅 투기를 근절하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근본으로 돌아가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눈앞의 현상에 집착할 게 아니라 멀리 보고 차근차근 차분하게 가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준비하고 꾸준히 뚜벅뚜벅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익추구는 남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함께 사는 세상이 개인의 행복을 움틔우는 보금자리라는 진리를 일깨워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를 법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법치나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직업윤리를 가르치고 체질화시키는 장기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과욕은 화를 부르고 수분의 미덕은 행복을 불러온다. ‘미투열풍’, ‘유투열풍’이 불고 나면 땅이 더욱 굳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