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코로나19 극복 ‘우리 함께’ 라는 공동체 의식

황태진 북부본부장코로나19가 발생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확진자 수는 숙지지 않고 변이바이러스까지 나타나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첫 걸음은 ‘백신’이 아니라 ‘백신접종’이다.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집단면역이 형성돼야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두가 신속한 백신 개발을 기다렸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개발 기간이 짧은 백신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망설인다면 일상의 정상화는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과도한 공포와 불신을 떨쳐내야 한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적어도 전체 인구의 70%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생길 때 유행이 숙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집단면역이 7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많은 인구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의미다. 백신의 효능이 100%가 아닌 데다 대부분의 백신은 만 18세 이상에만 허가가 나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은 맞지 못한다. 18세 미만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등의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이기에 성인 인구의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70%를 넘어설 수 있다.정부는 11월까지 집단면역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해서 곧바로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보이는 정도다. ‘나 하나쯤’이라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집단면역 형성에 실패한다. 자신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더 길어지게 된다.우리나라는 오는 26일부터 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요양원·재활시설 등 5천873곳의 만 65세 미만 입원 입소자, 종사자 총 27만2천131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오는 27일부터는 11만7천 회분 화이자 백신이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인들에게 접종될 예정이다.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 예방 접종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에서 위탁·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공급된다. 국내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L하우스백신센터에서 국내 도입 예정 1천만 명 중 75만 명분(150만 도즈)이다.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여기에 변이바이러스가 속속 출현하면서 새로 개발된 백신 효과에 대한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백신을 통해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위해서는 집단면역이 형성돼야 하지만 국내에 접종될 5개 백신조차 안전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100% 검증됐다고 말할 수 없다.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미국 3상에서 50% 미만으로 나올 가능성에 비춰 미국 3상 결과를 보고 허가를 했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자칫 1년 전 정부가 코로나19 대처에 미흡해 1차 대 유행을 불러왔던 전례를 생각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시기를 놓친다면 더 큰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과 집합 금지 등 방역 지침도 철저히 지켜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K-방역시스템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코로나19 확산을 잘 차단하면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다시 한 번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할 시기이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만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너’, ‘나’보다는 ‘우리 함께’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체의식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국민의 참여 없이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없다. 코로나의 경고를 받은 우리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 위기를 조속히 극복해 나갈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모두가 건강하지 않으면 누구도 건강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틀 안에서 각자에게 부여된 일상의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다보면 코로나19의 종식은 의외로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K-방역이 무너져서는 안된다. 힘내라 대한민국!

그 후 1년, 그리고 달구벌 환상곡

서충환교육문화체육부장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 모두는 각자가 느꼈던 고통만큼이나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 했다.지난해 2월18일 대구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한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그로부터 1년, 대구·경북은 코로나 소용돌이 한가운데를 정통으로 지나가야만 했다.첫 환자가 발생한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누적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섰고, 다시 열흘 만에 5천 명을 돌파했다. 평온하던 대구는 순식간에 공포의 도시로 변했고, 모든 것이 멈춰선 2020년 대구의 봄은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다.끝날 것 같지 않던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이제 열흘 후면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불안한 가운데서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지게 한다.‘이번 설에는 마카다(모두) 집에 가마이(가만히) 있어래이(있어라). 보고싶지만 우야겠노.’ 이번 설명절 연휴에 어느 지역에 내걸린 현수막 글귀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이번 설 명절은 고향을 찾지 말라는 어르신들의 정겨운 사투리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던 명절 연휴였다.매년 명절이면 고향을 찾아 연휴를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한사코 내려오지 말라는 어른들의 당부를 핑계 삼아 연휴 기간 내내 집에서만 지냈다. 꽉 막힌 고속도로를 타고 고향으로 오가는 기분 좋은 불편함은 겪지 않아도 되는 그야말로 황금연휴였다. 명절이면 당연하게 여겨왔던 떠들썩함도 없다. 북적거림도 설레임도 느끼지 못한 싱거운 명절 연휴지만 한편으로는 평온한 휴가를 즐기다 온 기분이기도 하다.직접 찾아서 안부를 여쭤야 하는 어른들께도 세월을 핑계 삼아 전화 한 통으로 대신하고 그냥 무료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짬 나면 읽으려고 따로 갈무리해 뒀던 책 몇 권을 꺼내 들었다. 역시 무료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에는 독서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이 책 저 책 손에 잡히는 데로 읽어 내려갔다.그 중에는 친분 있는 대구 문화예술계 마당발이 쓴 책도 있었다. 출간되자마자 받아둔 따끈따끈한 신간이었는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 미뤄오다 이번 연휴에 들쳐보게 됐다.대구 예술과 예술인들에 대한 기억, 예술인들이 남긴 메시지를 정리한 기록과 공연장과 전시장을 다니면서 지역 문화예술계를 탐구한 글을 엮은 책이다.그중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 있어 관심 가지고 읽었다. ‘달구벌 환상곡’이라는 글이다. 달구벌 환상곡은 1999년 작곡가 임우상 선생이 합창과 독창이 포함된 3관 편성의 관현악곡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초연한 작품이다. 대구의 작곡가가 대구를 노래한 곡이다. 작곡가 임우상 선생은 이 곡으로 그해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구의 전체적인 인상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고, 그만큼 작곡가 개인적으로도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곡이라고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곡은 2019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재개관 기념 공연 때도 연주된 곡이라는 것이다.책을 읽는 동안 이 곡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인터넷을 뒤져 평소 막귀로 유명한 음악 문외한이 듣는 달구벌환상곡은 어떤 음악일까 상상하면서 연주에 집중했다. 전체 러닝타임이 44분가량인 이 곡은 관악기와 타악기의 웅장한 선율로 이뤄진다.안개 낀 들판의 조용한 분위기를 담은 1악장 해돋이를 시작으로 팔공산과 낙동강을 묘사한 2악장으로 이러진다. 산과 강, 동성로, 약령시장, 서문시장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3악장과 번영의 도시를 지나 다시 희망찬 대구의 미래를 노래하는 마지막 4악장은 약 20분 분량의 피날레인 ‘달구벌 찬가’로 끝을 맺는다.음악을 듣는 동안 대구가 겪어온 지난 1년의 세월과 처한 여러 상황들이 스쳐간다.대구에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그 당혹감. 대구의 봄과 여름을 통째로 집어 삼켜버린 참담했던 시간들. 그리고 환란 중에도 서로를 위로하면서 빠르게 위기를 극복해 가는 시민들의 모습 등.4악장 달구벌 찬가를 듣는 동안은 대구가 가장 먼저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도시, 커다란 상처를 말끔하게 치유한 도시로 남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음악이 주는 환상일 수도 있겠지만 대구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다.올해 연말 코로나로부터 온전히 벗어난, 안전하고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대구를 축하하는 무대가 대구 곳곳에서 신명 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그날 공연장마다 송년 음악회 피날레 곡으로 대구의 희망을 노래하는 달구벌환상곡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면 어떨까?

빨라진 비대면 일상과 당겨진 은퇴 시계

“지게차 면허를 한번 따볼까해요.”대구의 한 금융공기업 직원이 얼마 전 속내를 털었다. 이른바 '신의 직장'에 다니지만 퇴직을 앞두곤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중장비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관련 교육기관도 알아봤는데 코로나19에 현장 수업이 줄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또 다른 금융권 인사는 타일 기술을 배우려고 한동안 노력했다. 하지만 타일 기공사 자격을 얻는다 해도 현장에서 뛰기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는 포기했다.현장에 투입되기까진 2인1조로 사수와 함께 일정 기간 일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한데, 퇴직 후 예순을 넘긴 그를 조수로 삼을 사람이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며칠 전엔 정년퇴직을 하고 한동안 ‘백수’ 생활을 하던 지인의 재취업 소식을 들었다.공기업에 몸담았던 그는 퇴직 후 2년간 출근하듯 동네 도서관에 다녔다. 그냥 시간 떼우기로 생각했는데, 전기 기사 자격증을 천신만고 끝에 따낸 것이다. 결국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취업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줬다.인생 2막을 여는 게 쉽지 않다.새해와 함께 금융권을 중심으로 명예퇴직, 희망퇴직, 감원, 인력구조조정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감원 칼바람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속에 힘이 더 세지고 있다. 사회 곳곳의 비대면 전환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커진다.코로나19로 빨라진 비대면 일상은 은퇴 시계 또한 당겨놓고 있다.금융권만 예로 들어도 그렇다.과거 은행 창구에서 처리할 많은 일들이 이제는 시간이나 장소의 구애 없이 손안의 핸드폰에서 쉽게 할 수 있다.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거나 은행 직원을 마주할 필요도 없게 됐다.그 사이 점포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게 틀림없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대구은행만 봐도 작년 상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명예퇴직 희망자를 받았다. 대구은행은 최근 4년 동안 대구경북 30여 개 점포를 없앴다.은행을 단순 예로 들긴 했지만 사회 곳곳의 변화는 생각보다 더 빠르다.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닥칠 일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몇 해 전 등장한 희망이라는 이름의 퇴직제도 역시 이제는 연례행사와 같이 정착이 됐다.대상자가 80년대생까지 낮아졌다.100세 시대가 현실이 된 지금 40세에 퇴직을 재촉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그래도 ‘희망퇴직’이라는 보상을 받게 되는 대상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다.NH농협은행은 작년 1980년생부터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최대 39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위로금으로 쥐어줬다. 만 56세 직원이 퇴직할 때는 월평균 임금 28개월치와 전직 지원금으로 4천만 원, 농산물 상품권 1천만 원이 추가됐다.KB금융 역시 임금피크제로 전환되는 1965년생에게 월 평균 임금의 최대 28.5개월치를, 일반직원과 전문직원에게는 35개월치를 지급한다는 소식을 얼마 전 밝혔다. 재취업을 위한 지원금도 최대 3천400만 원으로 책정했다.재취업을 위한 비용이 제공되고, 공로연수와 같은 시간도 주어진다.그렇다해도 빨라진 은퇴시계에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분명한 점은 모두가 금융맨과 같은 처지가 아니라는 것, 준비 없이 인생 2막의 시작점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점이다.그래서 제도의 테두리가 필요하다. 재취업이나 은퇴 후 새 도전을 위한 안전망이 요구되는 이유다.고용노동부나 중소벤처기업부도 퇴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모 기관의 100세시대연구소는 퇴직 전후 3년이 제2의 일자리를 준비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라 했다. 이 기간 전문 기술을 배우거나 창업 계획을 세워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누구나 이 골든타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비대면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고 넓게 퍼져있다.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마저 우리는 핸드폰을 켜고 세배를 드려야 하니 말이다.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대구를 기대한다

지난해 2월18일 대구시가 코로나19 31번 확진자에 대한 동선을 발표할 때만 해도 고난의 터널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이후 열흘 만에 대구에서만 하루 확진자는 741명에 달했다.이를 막기 위해 방역당국 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사투를 벌였다.코로나19와의 전쟁이 힘들었는지 대구시장 뿐 아니라 시민 상당수가 병고를 치르고 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11월 위암 수술을 받았다.초기라 다행이라 하지만 위암선고는 지난 1년간 그가 코로나19와 벌인 사투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권 시장은 지난해 3월 재난지원금 지급시기를 두고 시의원과 논쟁을 벌이다 대구시의회 입구에서 쓰러졌다.그는 역대 어느 시장보다 체력에는 자신감을 내보였다.축구 한두 게임은 너끈하고 어떤 운동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런 그에게 코로나19는 버거운 상대였나 보다.한 달여 동안 시장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그에게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이다.권 시장은 쓰러져 입원한 이후 의료진의 만류에도 1주일 만에 시청으로 복귀했다.그리고 7개월이 지난 10월, 미루다 미루다 받은 건강검진에서 덜컥 위암선고를 받았다.평소 애연가였던 그는 자신의 전자담배를 운전기사에게 아무말 없이 건냈다고 한다.그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수술 후 2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지만 그의 모습은 예전만 못하다.기자들의 한 마디 질문에 적어도 다섯 마디를 하던 그는 요즘 통 말이 없다.아무리 초기라 하지만 암과의 사투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정치인에게 암선고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위를 절반 가까이 잘라낸 탓에 음식 조절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병고는 권 시장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대구지역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코로나19와 1년 가까이 사투를 벌이느라 몸과 마음에 병이 들었다.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연장과 관련해 지난 17일 정부는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의 실낱같은 희망조차 내팽개쳐 버렸다.대구시는 지난 16일 대구형 사회적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정부가 묶어놓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 2시간 더 연장하는 안이었다.식당 주인들에게 2시간은 천금같은 시간이다.사실상 오후 9~11시는 가장 장사가 잘되는 시간이기도 하다.이렇게라도 풀렸으니 다행이라며 식재료도 주문하고 아르바이트도 더 뽑았다.그런데 그 희망은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정부의 압박에 못 이긴 대구시는 대구형 사회적거리두기 시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도로 오후 9시 영업’을 발표했다.정부의 당초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는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지자체의 자율에 맡기도록 돼있다.소상공인의 신음소리를 들은 대구시는 방역전문가들과 회의 끝에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늘렸다.하루 신규확진자 741명을 겪은 대구시의 방역 노하우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대구시의 영업연장 시간이 발표되자 여러 지자체에서 대구를 주시했다.“대구도 하는데 우리도 하자”라며 술렁였다.부담을 느낀 정부는 대구시를 압박했고 이에 굴하지 않자 지침을 갑자기 바꿔버렸다.정부는 17일 저녁 지자체 자율에 맡겼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지침을 완화하지 못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의 공문을 대구시에 보냈다.대구시는 정부가 바꾼 지침에 대항하기 역부족이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서다.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은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장이 조정 가능하다는 정부가 정한 절차와 지침을 충실히 따라 결정했고 경북도와도 논의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중앙재난대책본부의 실무자가 대구시에 대해 주의니 유감이니 하는 납득할수 없는 표현으로 마치 대구시가 중대본과 엇박자를 낸 것처럼 발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대구시는 하루 741명에 달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훌륭하게 극복했다.지난해 전세계는 대구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모습에 찬사를 보냈고 또 벤치마킹했다.그런 대구가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만들었다.정부는 이를 학습해도 시원찮을 판에 딴지를 걸고 대구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대구가 아무리 야당 도시라고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지금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대구시장과 대구시민들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털고 일어날 것이다.그리고 대구형 코로나19 방역을 다시 한번 전세계에 알리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 믿는다.

범어네거리에서 신축년, 역경 딛고 희망을

김종엽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많이 우울하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 대유행이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모든 국민은 코로나19 마스크에 완전 결박당했다. 되돌아 볼 것도 없이 격동의 1년이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소모적 논쟁과 분열을 야기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터널을 빠져 나오려면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말이다.지난해 1월20일 우리나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우리 일상과는 무관한 듯 보였다. 하지만 한 달여 뒤인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시작된 1차 대유행은 대구·경북은 물론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후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한해 산발적 감염 양상을 보이던 코로나19는 8월 중순 광복절 도심 집회를 계기로 지역 감염자가 대거 늘었고, 지난달부터 3차 대유행이 시작돼 누적 확진자가 7만2천 명, 사망자도 1천200명을 넘어섰다.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도 엄청나서 유행 초기,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정해진 요일에 약국 앞에 줄을 서야 했는가 하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4·15 총선 때는 유권자들이 비닐장갑을 받아 들고 투표소로 들어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국내 단일 시설로는 초유의 1천2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의 코로나 재앙’은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K방역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린 후진국형 참사다.정부에 대한 비난이 확산하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현장을 찾아 대책 회의를 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듭 국민에 사과하는 등 뒤늦게 부산한 모습을 연출했다. 와중에 일부 여당 국회의원 등이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방역 방침(5인 이상 모임 금지)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까지 목격돼 실망감을 안겨줬다.코로나 유행이 벌어진지 1년, 국민 삶이 피폐해지면서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연초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과 함께 내놓은 방역지침이 형평에 어긋난데 따른 것이다. 학원 등 일부 업종은 소송에 나섰고, 헬스장은 가게 문을 열며 오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업종도 자영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미 임계점에 달한 자영업자들의 열악한 상황, 여기에 업종별 형평성 논란이 반발을 키우는 형국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영업재개 조건부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그래도 새해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바로 코로나 국면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백신 접종이 이르면 다음달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다. 이를 통해 올가을, 늦어도 연말께에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할 거라는 게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백신 도입과 접종 준비는 물론 백신의 안전성,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가능성에 대한 대비까지 올해 전체를 아우르는 세밀한 계획이 요구된다. 잘못된 정보나 악성 소문이 확산하는 이른바 인포데믹(잘못된 정보의 대확산)을 차단하는 것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백신 접종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신뢰를 얻는 것 역시 중요하다.하지만 집단면역이 형성되기까지 우리는 여전히 많은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상당 기간 불가피하고, 마스크 쓰기 등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 역시 필수적이다. 의료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코로나19 치료에만 몰두하는 경우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기에 균형 잡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고 부족했던 점들을 보충, 새로운 감염병을 만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올 한해 우리는 코로나 종식과 일상 회복이라는 중차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오는 4월에는 대선 전초전이랄 수 있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앞두고 있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벌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아귀다툼 등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헤게모니 싸움보다는 난국 극복과 미래비전을 경쟁하는 정치에 국민들은 목말라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희망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한 해다.

범어네거리에서-올해도 ‘녀석’(코로나19)과 살아야 한다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녀석(코로나19)’의 소식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멀리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 ‘녀석’이 세밑에 턱밑까지 온 것을 알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경북도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당시 방역권에 든 직원과 기자 등 282명이 검사를 받은 것이다. 검사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정신을 차려 확진자가 나온 사무실과의 물리적 거리를 감안할 때 ‘감염 가능성=매우 희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다음날 오전 예천군 보건소로부터 ‘음성’ 판정 문자를 받을 때까지 불안을 온전히 떨치기는 어려웠다. 멍하니 TV만 켜놓은채 성탄 전야를 뜬눈으로 지새웠다.상황을 여고 밴드에 알렸더니 저마다 예삿일이 아니었다. 매주 팔순 친정 엄마를 돌보는 부산 친구는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다 참다참다 안될 때는 차에서 먹을 끼니를 챙겨 경북 영양까지 달렸다. 창원의 요양병원 간호사 친구는 2주일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콧구멍이 다 헐었다. “그래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우리 중에서는 네가 제일 먼저 맞을테니 그때 위로를 받으라”고 격려했다. 이번 주부터 주 2회 검사 소식을 전하며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남편과 막내딸을 피난 보낸 또다른 친구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직장을 옮긴 큰딸 가족의 자가격리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하루도 걸러지 않고 요양원에 모신 팔순 노모를 찾았던 또다른 친구는 그리움을 삭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기자를 챙기는 칠순 언니는 통화때마다 목청을 높인다. “아이구 무시라, 나라에서 모이지 말라하면 좀 제발 안모이모 안되나. 참 말도 안듣는다”고. 언니는 친여(親與) 성향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1천명 대까지 쏟아져 정부와 여당이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 못마땅한 것이다.오는 19일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이다. 전국 누계 확진자 6만9천114명, 사망자 1천140명, 검사중 18만9천763명, 격리해제 5만2천552명. 11일 0시 기준 질별관리청의 코로나19 통계다. 중국 우한에 사는 35세 여성이 인천공항 검역과정에서 38.3℃의 높은 체온으로 인천의료원에서 첫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녀석’이 우리의 일상을 앗아가고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있는 자들을 고통에 처하게 할 것이라 짐작이나 했겠나. 참담한 것은 어렵게 고통을 감수하며 달려 왔는데 종지부를 찍을 ‘무기(백신)’가 아직 턱밑까지도 와 있지 않은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내 나라가 이래도 되나 싶다.‘검찰개혁이다. 공수처설치다’는 거창한 개혁구호를 애써 외면해 왔다. 예나지금이나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정적과 그 기반을 제거하는 게 권력의 속성이려니 해서다. 이번 권력은 이를 너무 노골적으로 한다 싶어도 국민을 구할 ‘백신 단도리’는 단단히 하고 있는 줄 알았다. 창피하게도 국내 정보 수장이 너무 조용해 혹시 이스라엘 모사드처럼 백신 구매 작전이라도 펴고 있는 건 아닐까 즐거운(?)상상까지도 해봤다.백신 구입 논란과 서울 동부구치소 무더기 확진 사태는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고위 공직자와 그 조직이 본분을 망각할 때 어떤 참사를 겪게 되는지 보여준다. 집안의 가장이 도박장을 기웃거리거나 조강지처 아닌 자를 얻는데 온통 정신이 가 있다면 집안이 온전할 리 없다. 회사도 나랏일도 마찬가지다.국민이 저마다 역병과 싸우는 동안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권력에 대한 위협 요소를 축출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러니 두 사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달게 받아 마땅하다. 휴일도 없이 중대본을 이끈 정세균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좀 속상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또한 공직자로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역병과의 전쟁 종식이 '백신 구입'에 달렸음을 알았을 직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그날 역병과의 전투를 관리할 방도는 찾아내 처방했지만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에 대한 최종 전략을 고심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턱밑까지 쫓아온 ‘녀석’을 물리칠 백신 접종이 다음달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가기위해서는 ‘녀석’과 가을까지 같이 살아야 한다니 암담하기 그지 없는 새해다.

범어네거리에서-평범한 것들의 소중함

중부본부 부장 신승남2020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자신에게 특히 관대한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뜻으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말이다.올해 정치권에서 유독 많이 회자된 말이 ‘내로남불’인 점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과다.이에 비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취업준비생들에게 물어 선정한 사자성어는 ‘우환질고(憂患疾苦)’, 간난신고(艱難辛苦)’, ‘각고면려(刻苦勉勵)’ 등이다.특히 어렵고 힘들었던 한 해 였던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다행히 각고면려는 뜻하지 않은 위기에도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나가겠다는 뜻이어서 위안이 된다.어느 한 해 어렵지 않은 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뒤돌아보면 모두들 후회할 일만 있었던 해였다. 그래서 연말 사자성어는 늘 괴롭고, 어렵고, 고생하고, 근심스럽다 등의 말을 나타내는 苦, 艱, 難, 辛,憂 등의 한자로 꾸며진다.올해는 더욱 그렇다.더욱 괴롭고,고생스럽고 근심할 일만 가득하다. 코로나19라는 아주 작은 바이러스 때문이다.설 명절을 보내자마자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는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한 해가 저무는 이 시간까지 우리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희생과 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재 3차 대유행이 진행중이다.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도, 손을 잡아줄 수도 없고 추석 명절에는 가까운 가족과 함께 하지도 못했다. 각종 회의는 물론, 수업과 공연이 언택트로 진행되면서 대세는 온라인으로 바뀌었다.소상공인들은 IMF때 보다 더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그렇게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우리가 그저 평범한 것으로 치부하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특별해졌다.반갑게 맞아주던 친구가 소중하고, 재잘재잘 거리는 아이들의 함박 웃음이 그립고,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한 해의 끝자락에서 가수 이적의 ‘평범한 것들’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흔한 표현으로 ‘그저 그래’라고 답하던 많은 소소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다.나무는 겨울이 오면 푸르고 붉었던 나뭇잎을 떨구고 맨몸으로 겨울을 난다. 삼꾼들 얘기를 빌리면 산삼은 자기 주변에 토양의 영양분이 모두 없어지면 낙엽이 떨어져 영양분이 쌓일 때까지 잠을 잔다고 한다.마냥 잠만 자는 것은 아니다. 가지끝에 겨울눈을 맺어 봄이 오면 싹과 꽃을 틔울 준비를 해 둔다. 또 열매를 많이 맺은 나무들은 해거리를 통해 양분을 축적하고 한 해를 쉬어간다.식물들이 오랜 세월을 이겨내온 지혜가 그곳에 있다.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그 끝자락엔 봄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와 불편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교훈도 주고 있다.마스크를 쓰는 것은 내 목소리는 작게 내고 귀와 마음을 열어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는 것이다.인류에게는 성장을 위한 개발과 경쟁에서 벗어나 잠시 멈춰서서 인류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올해 겨울은 그런 해의 겨울이다.‘이 또한 지나가리다(This too shall pass away).’고대 이스라엘의 제2대 왕인 다윗왕이 금세공인에게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절망에 좌절하지 않은 글귀를 반지에 새겨달라’고 하자 다윗왕의 아들인 솔로몬왕자가 일러준 글귀다.여느 겨울보다 더 혹독한 이 겨울, 유대교 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에 실린 이 글귀를 마음에 새기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자.

범어네거리에서…‘시간’의 보복

김창원사회2부 경북지사 취재부장‘시간’의 보복프랑스령의 외딴 섬 코르시카 출신으로 가난과 설움 속에서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다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최후를 맞은 나폴레옹은 많은 말을 남겼다.그는 최후의 순간 ‘오늘 나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라고 탄식했다.유배지에서는 ‘소설 같은 나의 생애여’라는 말을 남겨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화무십일홍, 회자정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새해 벽두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입자는 세상의 모든 질서를 돌려놓았고 이로 인해 서민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정부는 그동안 겨울 대유행을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경고는 흘려듣고 ‘K방역'으로 세계적 방역 모범국이 됐다고 자랑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12일 기준 신규확진자는 1천 명이 넘어섰다. 당분간 확진자 숫자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 대책 실패가 초래한 결과이다.정치는 어떤가. 문재인 정부와 여권은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은 뒷전인 채 견제 장치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관련 법안을 연말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코로나19가 온 나라에 창궐하고 서민들은 힘겨운 삶을 한탄하며 아우성치고 있는 와중에서다.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내년에도 저성장이 계속돼 장기적인 침체가 지속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무수한 악재들이 연속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덮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위정자들의 정치는 퇴행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내로라하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 생각할 뿐 코로나19로 늪에 빠진 서민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신뢰할만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일반 국민들은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선뜻 믿고 받아들이지 않는다.저물어가고 있는 2020년 말 우리의 현실이다.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인 셈이다.국민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과 크고 작은 위기와 위험 속에서도 용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지간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됐다.놀랍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마다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로 인한 영향력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자위하며 버텨나간다.많은 이들이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좌충우돌하며 허위적 거리는 것보다는 냉정과 침착함을 유지하라고 주문한다. 사태 해결에 훨씬 도움 된다는 의미에서다.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국내 정치상황을 경험한 우리는 냉정과 침착함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이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잘못 보낸 시간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우리 사회는 단기적인 성과와 임시방편적인 위기 모면을 위해 기본과 원칙, 절차적 정당성을 묵살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이 그랬고 정치가 그랬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그 수단과 방법이 아무리 부당하고 부도덕해도 결과만 좋으면 탈법과 불법이 묵인되는 과정을 수도 없이 지켜보았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냉소와 무관심으로 현실을 대면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중시주의는 장기적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윤리의식과 시민정신의 배양을 가로 막은 것이다.이제 잘못된 시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주체가 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잘못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내년은 서울, 부산 등에서 보궐선거가 있는 해이다. 대선에 앞선 국민의 심판이 기다려지는 해이기도 하다. 국민은 두 눈 부릅뜨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가슴 서늘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지금부터 보여줘야 한다. 우리 모두 ‘시간의 보복’을 두려워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어네거리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 민·관의 일심동체로 극복하자

(범어네거리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 민·관의 일심동체로 극복하자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지난달 초순까지만 해도 100명 안팎에 머물던 신규 확진자 수는 중순부터 200명대로 올라서더니 300명대→400명대→500명대를 거쳐 600명대까지 급격히 치솟았다.특히 평일 대비 검사 건수가 8천 건 이상 줄어든 주말에도 확진자가 600명 선을 넘어서고, 양성률이 4%대까지 치솟는 등 유행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연일 악화하고 있다.정부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미 본격적인 ‘대유행’의 단계로 진입한데다 전국적 대유행으로 팽창하기 직전의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정부는 앞서 이달 1일부터 수도권에는 2단계에 더해 시설별 방역 조처를 강화한 이른바 ‘2단계+α’를, 비수도권에는 1.5단계를 각각 적용해왔으나 거리두기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자 1주일 만에 다시 단계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그동안 거리두기 단계 추가 격상 필요성을 제기해 온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서둘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정부는 8일 0시부터 오는 28일까지 3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로 일괄 격상하기로 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2.5단계 범위로 들어왔었다고 지적하면서 ‘때늦은 조치’여서 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적어도 1∼2주 전에 단계를 올렸어야 했다.2.5단계 격상 효과는 2주가량 지나야 나올 텐데 그러는 사이 하루에 700∼800명, 1천 명까지도 환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또 전파 양상과 계절적 요인, 격상시기를 고려할 때 예전처럼 거리두기 격상 효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게다가 이번 조치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약 1∼2주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확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더 큰 문제는 중환자 병상 포화가 의료체계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이번 상황은 감염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단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이번에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K방역 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이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방역 당국만의 노력으로는 한계점에 다다른 시점이다.정부와 지자체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만 높이는 통제 위주의 방역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 모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완치 후 다른 유형의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례까지 보고돼 공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모든 국민이 일심동체가 돼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90% 이상의 효과를 내는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코로나 종식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하지만 백신 도입 가시화에 따른 낙관적 기대가 자칫 방역 소홀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6일 0시 기준 631명은 이번 ‘3차 대유행’ 이후 최다 기록이자 ‘1차 대유행’의 절정기였던 2월 29일 909명과 3월 2일 686명에 이어 역대 3번째 규모다.전날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를 계산한 양성률은 4.39%(1만4천371명 중 631명)로, 직전일의 2.53%(2만3천86명 중 583명)보다 1.86%포인트나 상승했다.100명을 검사해서 평균 4.4명꼴로 확진된 셈이다.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15명으로 집계됐다.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6일 기준으로 수도권의 신규 확진자 470명도 코로나19 발생 이래 최고치”라며 “수도권은 이미 코로나19 전시상황”이라고 했다.또 “지금은 3차 유행의 정점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총체적 위기 국면”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1∼2주 뒤에는 일일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로 방심과 망각을 경계하며 다시 한 번 기본적인 방역 수칙 준수의 중요성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지금도 그곳에선 청년의 꿈이 영근다

찬바람이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 하는 이즈음에 문득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스무 살 청년 시절 만나 입대하기 전까지 함께 어울렸던 화가 지망생이다.같이 시골에서 올라온 처지라 흉허물 없이 지내던 그 친구를 떠올리면 길거리에 낙엽이 흩날리고 찬바람이 불던 오늘처럼 알싸한 추위가 먼저 떠오른다. 처음 만난 날이 유난히 쌀쌀한 아침이었던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신천동 어느 건물 지하실을 화실 겸 숙소로 쓰던 그 친구의 작업실을 처음 찾았을 때 그 기억이 30년도 훨씬 지난 지금까지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는 것은 그때 봤던 풍경들이 너무도 낯설어 생경한 때문이다.어지럽게 널려있는 화구들과 완성되지 못한 그림들, 그리고 그 시절 자취생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살림살이 몇 개가 전부인 공간. 손이 시릴 정도로 냉기가 감도는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부친이 시골에서 건재상을 운영해 비교적 살림살이가 넉넉한 집 맏아들이었던 그 친구는 비록 건물 지하층이지만 혼자만의 작업실을 가질 정도로 당시 예술인 지망생으로서의 환경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미술에 문외한이던 우리를 난방도 제대로 되지않는 자기 화실에 불러 화첩을 펼쳐놓고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했던 친구다. 누더기 옷에 기행을 일삼았던 걸레스님 중광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성기에 붓을 달아 그렸다는 설명과 피카소의 그림을 펼쳐놓고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뒷이야기 등 이런저런 미술이야기를 신이나서 들려주기도 했다.세월이 흘러 그 친구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졌다. 수소문 끝에 전해들은 이야기는 경기도 일원에서 중견 한국화가로 활동 중이라는 소식이 반가웠다.그 친구를 생각하면 왠지모르게 코로나시대를 맞는 요즘 지역예술인들이 처한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된다.가뜩이나 힘든 예술인들에게 코로나는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다. 화단에 이름을 널리 알린 소수의 작가들, 안정된 수입원을 가져 생활에 여유가 있는 작가들은 코로나시대가 오히려 많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였다는 우스개 같은 이야기도 들려온다. 또 코로나가 작품의 영감을 주기도 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코로나는 생계마저 위협하는 혹독한 시련이고 매서운 한파다.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구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 상당수가 낮은 수입 등으로 예술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수입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밑돌았고, 예술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수입 부족으로 예술 활동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는 것이다.지역의 예술인들이 한 해 동안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1천2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90%를 넘었다. 열에 아홉이 한 달에 100만 원 벌이도 힘든 게 지금 우리 예술계의 현실이다. 특히 예술인 한 가구의 총 수입이 연 평균 3천만 원 이하가 60%를 넘어섰다. 예술 활동만으로는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힘들다는 이야기다.그나마 사정이 나은 겸업예술인들도 낮은 소득과 불규칙한 소득으로 열명중 일곱은 예술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료도 있다.뿐만 아니라 예술활동에 따른 수입부족으로 1년 이상 예술활동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러다보니 연극 무대에 서있어야 할 예술인이 오토바이에 물건을 싣고 거리를 달리고,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는 게 지금 우리 예술계가 처한 현실이다.30년 전 젊은 열정하나로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신천동 어느 건물의 지하 화실에서 화가의 꿈을 키우던 그때나 적지 않은 세월이 흘러간 2020년 오늘 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두렵다.그 세월동안 지하실을 벗어난 바깥세상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다. 이대로라면 30년 후에도 어느 건물 곰팡내나는 지하실에서 먹고 자면서 꿈을 키우고 있을 젊은 예술가가 수두룩하다는 이야기다.청년 예술가들이 지하실에서 벗어나 밝은 곳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출근 길 낙엽이 어지럽게 나뒹굴어 더욱 스산한 오늘 문득 그 친구가 그립다. 보고 싶다 우 화백.

범어네거리 -노력의 배신, 빚투할 수 밖에 없는 세상

윤정혜경제사회부 부장요리를 시작하는 사람을 일컬어 ‘요린이’라 한다. 요리와 어린이를 합친 말로 온라인에서 퍼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TV 예능프로그램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요린이’들은 요리를 연구하는 인기 방송인의 설명에 따라 서툰 솜씨로 칼질을 하고 양념을 하고 불을 조절하며 음식을 한다. 새카맣게 태우기 일쑤였던 요리솜씨는 어느새 조리과정이 제법 복잡한 제육볶음을 만드는 데까지 발전하게 된다.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고, 문제가 생겼을때 즉각 대안을 내놓고 끌어주는 진행자가 있어 가능하다.요린이와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 초보는 ‘부린이’, 주식 초보는 ‘주린이’라 한다.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린이’로 자신을 소개한 이가 다른 회원들에게 부동산 정책을 묻고 투자 지역을 추천 받는다.자신을 ‘주린이’로 소개한 이는 마이너스 대출 규모와 이에 따른 이자나 수익을 따져보면서 공모주에 얼마를 넣으면 될지 투자금액까지 상세히 묻고 있다.투자 초보들이 너도나도 덤벼드는 시국이다.돈 되겠다 싶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영끌’ 투자,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세태가 심각하다.올해 금융권의 신용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치까지 오른 게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만 해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28조8천억 원을 넘겼다. 한달 전보다 2조4천억 원이 추가로 늘었다.가계대출 규모도 마찬가지다. 증가폭이 줄었다고 하지만상당부분 빚투용 영끌용 자금으로 해석된다.대박 공모주 열풍과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부동산 소식은 더 많은 ‘부린이’ ‘주린이’를 낳게 한다.부동산은 그야말로 불장이다.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두고 부동산업계는 ‘불장’이라 부르는 데 투자 열기가 그 만큼 뜨겁다는 의미다.자고 일어나면 몇천씩 오른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니다. 이런 소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산되고 재생산되고 있다.‘부린이’마저 들썩이게 할 소식이다.부동산 전문가들은 과열의 징후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모습’으로 보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 그렇다한들 자고 일어나면 또 오르고 올라 쉽게 조언하기도 어렵다.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관심없는 사람들마저 스스로를 부린이 주린이라 부르며 투기와 투자사이 아슬한 세상속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현실의 부린이 주린이에겐 친절한 백종원 아저씨가 없다는 점이고, 그럼에도 이러한 세상 속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월급 꼬박꼬박 모으며 성실히 살아가는 다수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불장. 부동산블루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글 하나를 소개한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과 정책에 시사점을 던지는 말이다.‘평생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좌우명 삼아 최선을 다했다. 노력으로 집 살 수 있는 사회로 돌아가게 해 달라.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 걱정에 한 푼이라도 아끼라고 손주 돌봐주시는 부모님의 늙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럼에도 집값이 오르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낀다. 결혼하고 빚이 무서워 전세로 시작했던 순간의 선택이 좌절감을 가져올 지 몰랐다. 이렇게 일하며 아이를 돌보지도 못하는데, 부동산으로 돈 벌어서 아이에게 좋은 것 사주는 게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범어네거리, 청명한 하늘에 깃든 ‘불온한’ 기운

내년 4월7일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2022년 3월)을 앞두고 부산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서 처음으로 지방정권 교체에 성공한 뒤 논의되다 숙졌던 사안이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부산(PK) 민심잡기용으로 재거론 되고 있다.민주당은 자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인 만큼 가덕도신공항 건설 필요성을 드러내놓고 강조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공약해야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지난 4·15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에서 18석 중 3석만 챙겼다. 20대보다 2석이 줄었다. 전환점 마련을 위해 숙원인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부산 민심을 확실히 잡으면 차기 대선 때 울산·경남 바닥 민심 파고들기도 훨씬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여권 잠룡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은 노골적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동남권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남(전남 영광) 출신인 이 대표는 PK 지역에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하다. 동남권, 즉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국무총리 시절,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PK 지역의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가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에 따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매듭지은 것을 대놓고 부정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부산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성이 많이 가미된 김해공항 확장 안보다 가덕신공항을 만드는 게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만약 동남권 신공항이 추진될 경우 건설지로 부산 가덕도를 ‘콕’ 집은 것이다.여기에다 경남 양산시을이 지역구인 김두관 의원도 민주당 부산시당 오륙도연구소와 함께 지난달 21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은 가덕도 신공항이다’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여론 확산에 힘을 보탰다. PK지역 여권 인사들은 당 지도부에 ‘가덕도신공항’ 유치를 위해 당력을 집중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지난달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선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등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는 보궐선거도 선거지만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대선 당락은 PK 민심에 의해 좌우된다는 믿음 때문인 듯하다. 인구 규모를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호남 450만 명, TK(대구·경북) 500만 명, PK(부울경)가 800만 명 정도로 잠룡들이 PK 민심을 꼭 잡아야 하는 이유다.사정이 이런데도 TK 정치권, 즉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너무 조용하다. 55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으로 의성 비안과 군위 소보가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확정된 지 채 70일도 되지 않았다. 지난 4·15 총선에서 대구·경북지역 25개 의석 중 24개 의석을 차지하도록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지역민들을 위해서도 이건 아닌 것 같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외면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이 현실화되면 통합신공항 이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특히 부산이 지역구인 같은 당 소속 의원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들 의원과의 협력도 부족한 것 같다. 잠룡을 비롯한 여권의 가덕도신공항 띄우기에 맞설 주도면밀한 전략도, 확고한 공조체제도 없어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뚜렷한 해법도 없이 당 지도부에 의견도 제시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더욱 안타깝다.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특별위원회가 지난달 14일 1차 특별위원회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추진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한편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지역이슈를 수도권에서 주목하지 않는 이유

이주형경제사회부장 대구의 코로나19 극복 사례는 영국 BBC,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독일 슈피겔, 일본 NHK 등 전세계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외신들은 앞다퉈 대구의 사례를 보도했고 대구시장을 인터뷰했다.외신 기자들의 눈에는 대구가 너무나 담담하게 코로나19에 맞서고 있었다.마스크를 구입하려고 2시간 동안 줄을 서고도 매진 통보에 한마디 불평 없이 조용히 발길을 돌리는 모습과 생생업을 마다하고 코로나19 사투 현장으로 달려 간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외신들은 대구의 코로나19 대응방식과 극복사례에 극찬했다.그런데 국내의 반응은 어땠을까?중앙언론은 대구의 코로나19 극복상황을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모습이다.10월 들어 수도권에서 하루 세자리수 확진자가 나오는 반면 대구는 지역감염 확진자가 2명에 불과하다.대구의 확진자가 하루 700명을 넘어설 때는 실시간 생중계하던 중앙언론이 지금 한 달 동안 확진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대구가 처음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드라이브 스루’방식으로 진행했고 경증 환자들을 격리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 마련도 대구의 아이디어였다.그걸 아는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코로나19 극복사례 뿐 아니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비롯해 대구취수원 다변화,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은 지역에서만 들썩댄다.광주, 수원 등 타지역 군공항 이전사업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구군공항 이전은 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서로 유치하려는 틈에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대구와 경북이 행정통합 이야기를 꺼내자 전남·광주, 세종·충남, 부산·울산·경남 등 광역단체들의 행정통합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대구 취수원 이전으로 시작된 식수 문제에 대해 환경부는 낙동강 물이용 전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그런데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는 이 같은 지역의 주요 이슈에 관심이 없다.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남의나라 일로 취급하는 모습이다.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원인을 하나 찾아보자면 지역 이슈에 대한 가공과 포장에 문제가 있어보인다.“우리가 이런 것까지 자랑질 해야 하냐”며 입 무겁고 자랑을 부끄러워하는 경상도 사람 특유의 성향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최근 수년 동안 대구시와 경북도, 산하 공공기관들은 주요정책을 알리는 데 많이 가벼워지고 문턱도 낮췄다.몇 년전만 해도 지역 기관들이 만든 광고에는 항상 마지막에 기관장이 나와서 사투리로 뻔한 멘트를 날린다.그걸 보고 있노라면 얼굴이 빨개지고 타지역민들이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궁금해진다.2~3년 전까지만 해도 홍보영상 만들려면 단체장 얼굴과 멘트는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요즘 대구시 주요정책 홍보 동영상을 보면 유명 가수 노래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감동도 주고 개그맨 같은 공무원이 나와서 웃음을 준다.그런데 신공항 건설, 행정통합 등 굵직한 이슈들은 공무원들이 개그한다고 중앙의 눈길을 끌 수는 없다.그렇다면 어떻게 이슈 플레이를 할까. 되돌아보고 반성해보자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죽자고 공무원들만 쪼았다.늘공(늘상 공무원)의 머리로는 한계가 있다며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데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공직자 월급으로는 중량급 어공을 영입하지는 못한다.중량급 인재를 데려오지 못할 것 같으면 끈끈한 관계를 통해 ‘원포인트 레슨’이라도 받아보는 건 어떨까.지역 이슈를 중앙에서 관심가질 수 있도록 멋지게 가공하고 포장하는 것이다.기가 막히게 만들지 못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특히 언론의 관심은 더더욱 끌지 못한다.어떨 때는 웃겨도 주고, 어떨 때는 감동도 줘야 하는 게 지금의 홍보방식이다.언제 웃겨야 하고, 감동을 줘야 하는지는 그분야 전문가들이 제일 잘 알 것이다.단체장이든 주요간부들이든 그런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어놓는건 어떨까?행정통합 토론 동영상 조회가 1억 뷰를 넘어서고 아이폰 광고 같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홍보 동영상이 만들어져 나오면 어떨까 상상을 해본다.

“명콤비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

잇따른 연휴 끝에 달력을 보니 올해도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대구경북 관광의 해다’, ‘전국체전의 해다’며 벅찬 마음으로 2020 경자년을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나버릴 것 같은 한 해가 돼 가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2020년은 없는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구경북 510만 시도민에게 경자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해다. 코로나19 확진자 8천여 명, 사망자 200여 명 등 희생을 감수하며 K-방역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통합신공항 이전부지도 확정해 대구경북의 100년 미래를 담보할 모멘텀도 마련했다. 이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사람은 민선 7기 출범 후 1일 시도지사 교환근무, 간부공무원 교환근무라는 ‘기발한’ 이벤트로 소통했고 답보 상태인 통합신공항 추진에도 속도를 냈다. 2월 중순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나오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위축된 시도민을 격려하며 역량을 결집,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그 결과 대구·경북은 8월 이후 재확산 상황을 순조롭게 관리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역 코로나19가 숙지자 좌초 위기에 처한 통합신공항 되살리기에 나섰다. 알다시피 이전후보지 주민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가 나왔음에도 6개월째 이전부지를 확정짓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대구경북을 전국적인 웃음꺼리로 만들 뿐 아니라 리더십 실종으로 두 사람의 정치적 위상까지 타격할 그야말로 누란(累卵·층층이 쌓아올린 알)의 형편이었다. 이 지사가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 과정에서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이를 마무리 한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그는 통합신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권 시장과 직접 국방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만났다. 그 과정에서 국내 최고 정보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이 지사 특유의 전략적 사고에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친화력과 포용력이 유감없이 발휘됐음은 물론이다. 이 지사는 권 시장이 전하는 도내 시군과 연결된 대구의 현안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였다. 정치적 유불리도 계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재선 권 시장이 초선 '이철우'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1995년 민선 단체장 출범이후 ‘문희갑-이의근’, ‘조해녕-이의근’, ‘김범일-김관용’, ‘권영진-김관용’ 조합이 있었지만 ‘권영진-이철우’ 만큼 소통이 원활한 콤비는 없다.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얼마 안된 어느 날. 권 시장은 이 지사에게 “4년 해보니 (대구·경북이 따로 있어서는) 답이 없다”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시장은 어쩌면 초임때 이미 행정통합을 생각했을 수 있다. 고교 졸업 후 수도권에서 줄곧 활동해온 그가 GRDP(1인당 지역내총생산) 꼴찌라는 꼬리표를 20년 넘게 달고 있고, 1당 독주의 수장 자리에 도전하면서 이를 고민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무책임하다. 이 지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3일 대구·경북언론인모임 초청 토론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이날 “(행정통합이) 잘 안되는 제일 큰 문제가 시도지사 문제다. 내가 꼭 (단체장을) 지키려고 하면 안된다. 언제든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는 각오와 함께 논의를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이 지사도 1년 넘게 도정을 운영하다보니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제 코로나19와 통합신공항 문제로 수면아래 있던 행정통합 논의는 공론화추진위원회 출범으로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됐다. 명칭에서부터 재정,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 사안까지 난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행정통합은 코로나19처럼 매일 중대본 회의에서 우리 형편을 얘기하며 지원을 요청하거나 국방부를 상대로 설득할 사안이 아니다. 순전히 대구·경북 내부에서 적극적인 소통으로 여론을 결집, 일궈내야 할 일이다. 바야흐로 권 시장과 이 지사의 리더십이 510만 시도민으로부터 검증받는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구미시 예술단 운영 재검토해야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개학을 앞두고 여러 학교에 서류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립니다. 다행히 학교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주 1~2회, 학기 중에만 수업을 합니다.”구미에서 예술강사 활동을 하고 있는 A씨(여). 그녀는 100만 원 남짓의 강의료를 받아 자녀 학원비에 보태고, 남는 돈은 생활비로 쓴단다. 구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악을 전공한 A씨는 결혼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예술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구미시 문화예술회관이 운영하는 예술단이 있지만 합창단과 무용단뿐이어서 국악을 전공한 그녀에겐 빛 좋은 개살구다. 그녀가 예술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이다. 무용단 안무자와 한 시의원 간 갈등이 알려지면서 예술단이 노조를 결성하고 정년을 보장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미예술단원들이 한 주에 3일, 하루 3시간 씩, 일주일에 총 9시간을 연습하면 월 140여만 원의 급여를 받고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것. 그저 부럽기만 했다. 자신은 매 학기 초가 되면 수업을 배정받지 못할까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수업을 배정받더라도 발품을 팔며 이 학교, 저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해야 100만 원 남짓의 돈을 겨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도 방학 기간을 빼고 나면 수업 일수가 부족해 실업급여를 못 받는 때도 있었다.구미예술단원들과 자신의 사정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났다. 코로나19로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다행히 올해도 몇 학교의 수업을 배정받아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서류를 제출했지만 수업을 배정받지 못했거나 수업 일수가 적은 후배 예술인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40대인 그녀는 예술관련 일자리가 부족한 마당에 자신 때문에 후배들의 사회진출이 늦어지지는 않을까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구미예술단의 정년보장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녀는 예술인이 예술인으로 살 수 있는 이유는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다른 재능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능이 뒤떨어지면 언제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소신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현재 구미문화예술단원의 상당수가 구미에 거주지를 두고 있지 않다. 물론 단원들이 구미에서 태어나고 자란 구미 출신도 아니다. 합창단 50명 중 대구 등 타 지역 출신이 42명이며 무용단원 32명 중 19명이 지역 외에 거주하고 있다. 구미시립예술단의 설립목적은 시민의 정서함양과 지방문화예술 발전 및 문화예술 인재 육성이다. 하지만 시립예술단 구성만 놓고 보면 목적에서 벗어난 듯 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종전까지 신입단원 모집에 적용했던 지역 거주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도 폐지했다고 한다. 기량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지역 예술인재 육성을 위해 필요했던 보호조치마저도 없어진 것이다. 구미시는 매년 구미시립예술단 활동에 17억여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예산의 대부분은 합창단원과 무용단원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지난해 연습시간을 늘리는 대신 급여도 인상했다. 단원들에게 지급하는 16억 원에 이르는 급여는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정기공연과 수시공연 연습 대가로 지급하는 인건비다. 사실상 월급이란 얘기다. 이처럼 매년 막대한 시민의 혈세가 시립예술단 운영에 쓰이고 있지만 정작 지방예술인재 육성에 소홀한 것이 구미시의 문화예술 정책이다. 올 들어 구미시립예술단은 송사와 갈등으로 각종 문제를 드러냈다. 이참에 구미시는 시민들과 지역 예술계의 의견을 들어 예술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 설립목적과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데도 막대한 예산이 쓰이고 있는 구미시립예술단 운영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은 비용으로도 시민들에게 감동과 만족을 안겨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민들은 대구시민으로 구성된 구미시립합창단의 공연이 아니라 비용이 들더라도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 합창단과 무용단은 물론 국악·오케스트라·관악 등 시민들로 구성된 지역 예술단체를 지원해 이들이 마을 곳곳을 찾아 문화와 예술에 목마른 시민들을 위해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