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정해진 것 아니다

예년 같진 않지만 그래도 추석이었다. 막내 삼촌이 고향을 지키고 계시기에 산소도 다녀올 겸 고령군 운수면 내 작은 마을을 찾았다. 이런저런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여전히 마음은 설레지만 명절 기분은 나지 않았다. 바로 옆집은 빈집으로 방치돼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예전 마을 인구는 200명이 넘은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40명 남짓하다. 어린아이나 젊은이는 아예 없다. 동네의 가장 막내는 나의 4년 선배로 57살이다. 곧 이순(耳順)이다. 그 바로 위가 60대 중순이고, 나머지는 모두 70대 이상이다. 대부분 1∼2인 가구로 3명이 사는 곳은 단 한 가구에 불과하다.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옆집처럼 대부분 빈집이 될 것이다. 대구와 경북의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유출, 저출산 등으로 경북도내 19개 시ㆍ군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대구도 마침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해 14%를 넘어선 것이다.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으로 쏠린 가운데 대구와 경북의 지난해 인구는 각각 245만3천 명, 267만7천 명이었다. 전년보다 각각 8천 명과 5천 명이 줄었다. 특히 고령화에 이어 심각한 저출산으로 노인인구는 유소년 인구를 압도했다. 경북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50만9천여 명으로 32만9천여 명의 유소년(0~14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경북에서 고령인구가 20% 미만인 곳은 구미와 포항, 경산, 칠곡군 정도밖에 없다. 노령화지수 전국 최상위 15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경북 지역이 6곳으로 가장 많았다. 더욱이 군위와 의성은 노인 인구가 유소년의 6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인구구조 역시 0∼14세 12.8%, 15∼64세 73.1%, 65세 이상(노령인구) 14.1%다. 대구의 65세 이상 비율은 2016년 13.3%에서 14.1%로 1만8천 명 증가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경북에서는 출산 건수가 무려 26.9% 줄었다. 분만 건수가 2013년 1만7천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2천여 건으로 4천500여 건이 감소한 것.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로 전국 평균 감소율 16.3%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대구의 분만 감소율도 14.8%나 됐다. 이에 따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 의료 기관도 줄어 경북의 경우 2013년 36곳에서 지난해 32곳으로 감소했다.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도 줄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도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빈집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대구ㆍ경북의 빈집이 무려 17만 가구에 이른다. 대구의 빈집이 최근 3년 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2만9천 가구에서 2016년 3만6천 가구, 지난해 4만4천 가구로 늘었다. 해마다 7천∼8천 가구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 2015년 10만 가구를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12만6천 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빈집이 많다. 적지 않은 지자체들이 ‘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닌 소멸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고심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소멸해 가는 지방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물리적 인프라 중심의 혁신뿐만 아니라 교육과 교통, 주거, 문화 등과 관련된 생활양식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민선 7기 들어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들이 지방소멸을 국가 재난으로 인식하고 각종 프로젝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시ㆍ군별 인구, 사회적 특성에 맞는 지역 맞춤형 정책 발굴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하기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는 “우리에게 하나의 미래(future)만이 아닌 다양한 미래들(futures)이 존재한다”고 했다. ‘지방소멸’이란 미래 역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준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리라. 신념을 갖고 각종 극복 정책을 수립, 선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김종엽 편집부국장 겸 사회1부장

교육의 기회균등과 수월성

올해 대입 수험생들의 마지막 모의평가 시험이 지난 5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번 9월 모의평가는 수학 가, 나형의 경우 6월 모의평가에 비해 다소 쉽고,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운 수준에서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모의평가에 수험생들이 민감한 까닭은 모의평가를 수능의 ‘가늠자’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은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난이도를 조정해 출제한다. 이런 이유로 수험생은 비록 모의평가라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은 해마다 수능 난이도에 대한 고민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난이도에 대한 논란은 재연되고 있다. 난이도 논란은 한 두 문제 실수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많은 수험생과 입학 후 현재 다니는 학교에 만족하지 못해 반수 대열에 합류하는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수험생은 수능 난이도에 의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이제는 수험생들이 느끼는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수능 불복과 함께,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 자체를 재검토해 볼 시점이다. 교육의 기회균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국가의 장래는 교육의 수월성(秀越性)에 달려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자율적 책임으로 수월성을 추구할 때 국가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학력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젊은이는 사회적 낙오자로 간주하고, 취직이나 사회진출 등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이 팽배해 이른바 묻지마식 대학 진학을 부추겼다. 이런 이유로 넘치는 대졸자는 청년실업을 일으켜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국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명문대 지상주의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육이 사회적 유동성을 억압하고, 사회적 카스트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명문대 졸업자들이 좋은 직장과 배우자 선택의 가능성 폭이 넓다는 인식에서다. 대학의 서열화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구성원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 창의적인 인재 육성과 사회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론은 양날의 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월성과 평등론 모두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실질적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따져보지 않는다. 교육에서의 평등론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사람들은 물밑에서 은밀하게 소수에게만 가능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한다. 자본과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소수 엘리트 교육을 독점하고, 결국에는 거의 모든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독점하게 된다. 본고사와 학력고사, 수능시험을 거쳐 오면서 시험 문제의 난이도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난이도가 높으면 어떤 특정 과목에 부담을 가지는 학생은 아무리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아도 크게 진전이 없다. 그러나 문제가 쉬우면 평범한 학생도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을 되풀이하면서 적절하게 관리만 받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해마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의 부모 상당수가 전문직 종사자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 현상은 가난한 수재가 계층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수능시험은 절대평가가 아니고 상대평가이다. 상대평가에서는 수험생의 실력을 제대로 변별해낼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가 유지되어야 특정 집단이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 성실하게 노력하며 실력을 쌓은 학생이 실력 발휘보다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학생이 요행을 바라는 문제가 출제된다면, 학교 수업이 더욱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커지고, 상위권 대학의 본고사 도입 요구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수능시험의 적정 난이도 유지에 대한 토론과 사회적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창원교육문화체육부장

공원일몰제를 대하는 대구시의 자세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모든 토지의 훼손 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도시공원일몰제에 포함된 한 공원에 붙은 플래카드다. 대구시의 안일한 행정으로 시민들의 허파역할을 해야 할 도시공원 기능이 멈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도시공원일몰제란 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공원에서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2020년 6월 말 해제되기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대구에는 40여 개 가까운 공원이 있다. 시민들의 재산권과 직결되기에 시행날짜가 다가온다는 건 엄청난 시한폭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걸 의미한다. 2015년 기준으로 대구의 공원매입 예산은 1조2천억 원. 대구 1년 예산의 7분 1에 달하는 많은 액수다. 재원 마련이 만만치 않다. 다른 도시 역시 재원 확보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전국 20개 도시 59개 공원은 이미 일몰제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공청회를 하고 개발을 위한 제안서를 받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대구와 다르다. 의정부는 일찌감치 특례사업을 해 아파트 입주가 이미 완료됐다. 부산도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60여 차례의 공청회를 열고 개발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현행법은 공원의 30%까지만 개발하고 나머지 녹지는 그대로 살려두라는 것이다. 100% 그대로 공원을 보존한 채 지주들에게 땅값을 줄 수 있으면 정부에서 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의 훼손으로 개발을 하고 그 이익으로 땅값을 확보하라는 의미인 셈이다.대구시도 대책을 내놓긴 했다. 865억 원을 들여 공원 진입로만 사들인 다음 나머지 땅을 맹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예산도 다 확보 못 해 4분의 1정도만 지방채를 발행, 매입에 나서고 있다. 엄청난 발상이란 생각이 들지만 범어공원의 사례만 들어봐도 이 생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잘 알 수 있다. 124억 원을 들여 120m 정도 입구 땅을 매입할 계획인 범어공원은 둘레만 6㎞다. 누가 보더라도 혈세 낭비다. 공원 특성도 전혀 파악이 안 돼 있다.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범어공원은 사실 주위가 아파트 및 주택가로 둘러싸여 새 아파트 시공이 불가능한 곳이다. 달서구 학산공원은 공원 전체가 선사유적지라서 원천적으로 개발에 애로가 있다. 공영개발로 가닥이 잡힌 연호대공원 역시 대구도시공사가 계속사업 확보 성격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공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대구시는 앉아서 천 리를 보듯 뭉뚱그려 대책을 말한다.그런 점에서 성서1산단 갈산공원만 속도를 내는 건 의아하다. 공해배출량이 많은 산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공원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그런데도 개발을 위해 녹지율을 8.07%에서 7.05%로 낮추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의심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공구 도소매시설 건립을 위해 개발비율 30%를 다 채울 수 있도록 녹지율을 낮추려 정부 부처를 오가는 ‘친절함’을 다른 공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 공원은 10%대 개발안도 수용하지 않고 반려한 게 대구시다. 애당초 산불예방, 녹지관리 전담인 공원녹지과에서 도시개발사업인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맡았다는 자체가 맞지 않는 옷을 입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선제적 대응은 물 건너갔다. 다만 지금이라도 대구시는 토목, 건축, 도시계획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단을 발족해 시장 직속으로 독립성과 소신을 갖고 투명하고 속도감 있게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에 대비해야 한다. 서울시처럼 재정적 전략과 도시계획적 전략을 동시에 수립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상심의위원회와 같은 것도 벤치마킹해야 한다.권영진 시장에게도 지금까지의 모든 일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상하게 보고해야 한다. 보고 누락으로 단체장이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또 다른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특혜시비까지 휘말리게 될 경우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내 재산’과 관련된 민원이기에 그 크기와 후폭풍은 나라님이라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김승근부국장대우 경제부장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좋은 해법’

최근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로 인한 일손부족으로 농업 인력의 원활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은 법무부가 주관이 되고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력해 2015년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한, 부족한 농작업 인력을 해외에서 수급하는 사업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은 봄, 가을 농촌인력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C4 단기취업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한 후 90일 정도 일하고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간다. 자치단체엔 농촌 고령화에 대비하고 농번기에 고질적인 일손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도 있는 일종의 대체인력 해결 방안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의 경우 경북 영양군(베트남)을 비롯해 충북 괴산군(중국), 전남 고흥군(필리핀), 강원도 홍천군(필리핀) 등 여러 지역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양군은 지난 2016년 10월 베트남 다낭시 화방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이후 상호 방문 등 두 지역의 농업 발전과 우호를 증진시켜왔고 올해 3월 자매결연을 한 후에는 다양한 교류를 통해 이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며 부족한 일손을 해결해 오고 있다. 영양군은 농작업이 집중되는 4월부터 7월까지, 8월부터 10월 말까지 상, 하반기로 나눠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군이 첫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봄, 베트남 화방군에서 25명의 근로자가 입국해 10농가에서 고추와 상추, 수박 등을 식재ㆍ관리했고 하반기에는 47명의 근로자가 입국해 19농가에서 고추와 엽채류 수확 등을 했다. 사업 2년차인 올봄에도 49명의 근로자가 22농가에서 농작업을 도왔고, 하반기인 8월에는 112명의 근로자가 입국해 45농가에서 고추와 과일 엽채류 수확을 돕고 있다. 이들의 근무 조건도 나쁘지 않다. 1인당 최저임금인 시간당 7천530원, 하루 8시간 기준으로 6만240원을 받고 있다. 초과근무 수당까지 받을 경우 한 달 평균 200만 원 이상을 받으며 농가주로부터 숙식도 제공 받는다. 근로자들은 베트남 화방군의 엄격한 선발에 의해 사전교육과 연수를 거친 후 한국으로 입국하고 영양군에서는 오리엔테이션과 농가주 상견례 및 농작업 요령, 한국문화 이해 등 교육을 받고 참여 농가로 배치돼 농작업을 한다. 영양군은 부족한 농촌 인력을 대신해 타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머나먼 이국땅에서 고된 농사일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다문화센터를 통해 자국의 음식들을 제공하고 축제나 행사에 참여토록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종근 영양부군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법무부출입국관리사무소와 긴밀히 협의해 T/F팀 구성은 물론 비상연락망 구축으로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며 “베트남 결혼이민자를 통해 읍ㆍ면별 통역요원 전담배치로 통역과 고충상담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영양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베트남 화방군도 자국 농업인들이 한국의 선진농법을 연수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반기 베트남 계절근로자를 인솔해 온 풍낌 화방군 취업담당 실장은 “체류기간 동안 건강히 농업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수 있도록 영양군과 참여농가의 따뜻한 보살핌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농가들의 반응도 좋다. 본격 수확기를 맞은 고추와 상추재배 농가들은 지속된 폭염 탓에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작물 수확에 나서 적기 수확을 할 수 있었다. 최근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도 농작업의 효율성과 경비 절감을 위해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 확대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부족한 농촌 일손을 해결해 주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문제점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예측 가능한 문제점을 미리 점검하고 해결하는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영양군도 이런 문제점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일손부족 해소와 국제교류 등 상생의 길을 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황태진북부본부장

‘국민 밉상’ 국회의원

가뜩이나 ‘보수꼴통’으로 매도당하며 밉상 받아온 대구경북이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 때문에 볼썽사나운 꼴만 보여주고 있다. ‘이부망천’ 발언으로 인천과 부천 지역 주민들의 공분을 산 모 의원이 최근 대구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의원은 본의 아니게 인천과 부천시민들을 욕보이게 해 죄송하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뜻은 그게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대구 국회의원이 뭐 그렇지”라며 지역민들이 함께 조롱받았다. 물론 당사자는 자유한국당을 탈당해야 하는 등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몇몇 어물전 꼴뚜기 때문에 대구경북인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지난 6ㆍ13지방선거에서도 공천 파동을 되풀이하며 자유한국당의 몰락을 초래했고 친박 의원들의 안하무인격 처신으로 눈총받았다. 지역에서 무소속 및 민주당 돌풍의 빌미가 됐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진박’을 자처하며 공천권을 거머쥔 채 보무도 당당하게 대구에 입성했던 친박 의원들이다. 이들이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롱런에 걸리적거리는 인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세운, 조자룡 헌 칼 쓰듯 공천권을 휘두른 것이 화근이 됐다. 이들은 전 정권에서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지내는 등 화려한 경력과 대통령 총애를 등에 업고 행정 및 사법과 입법까지 넘나든 속칭 한 끗발 했던 사람들이다.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권력욕이 빚어낸 참사였다.정치판에 시커먼 구정물을 일으킨 이들이 지방선거 후 일제히 침묵 모드에 돌입했다. 물론 자숙해야 할 처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각종 지역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역구 활동도 뜸해졌다. 뭣이 예쁘다고. 알아서 긴 측면도 있을 것이다.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하고,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기도 한 모 국회의원은 요즘도 태극기 부대를 이끌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의리를 지키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랭하다. 그런데 정부 부처에서 고위 공직을 지낸 이들이 국회의원으로 택호를 바꾼 것만 해도 가문의 영광일 터인데 무엇이 아쉬울 게 있다고 자리에 연연해 하며 태풍이 지나가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이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물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고,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기 위해 진자리까지 불사하겠다면 그 정성이 가상키도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는 것 같다. 당당하게 후회 없는 길을 가겠다는 이들이 없는 것이 이들을 국회로 보내 준 지역민들의 상처입은 자존심에 생채기만 더한다. 늦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폭탄선언이라도 해야 했다. 한 알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던져야 적어도 존폐 기로의 지역 정치권에 한 가닥 숨통이라도 틔워 줄 수 있을 터였다. 당은 문 닫기 직전인데 혼자만 살겠다고 잔꾀 부리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의 앞날이 너무 훤하다. 나도 살고 당도 살고 지역도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절묘한 수는 없다.정치권 일각에서는 “독이 오를 대로 오른 한국당이 다음 총선에서는 ‘학살’ 수준의 공천 물갈이를 단행해 승리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를 추스르느라 속내를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역대 자유한국당의 위기 극복 사례를 보면 길은 뻔하다. 어차피 버텨봐야 지역 현역 의원 대부분이 ‘아웃’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도 예측하지 못한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미국의 한 신문기자가 ‘미 상원의원 중 한 사람만 빼고 다 개’라는 내용을 기사에 썼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상원의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정치인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 준 일화다. 국민 모두가 밉상이라며 도끼눈으로 보고 있는데 나만은 예외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홍석봉정치부문 에디터

경북 ‘이철우호’ 출범 한 달

민선 7기 경북도정이 시작된 지도 한 달이 지나고 있다. 12년 만에 새 도지사가 들어왔기 때문인지 적지 않은 변화들이 보인다. 외형적으로는 도청 공간이 슬림해졌다. 삼국유사 목판 복원, 경주엑스포 등 주요 도정 홍보관 역할을 했던 본관(안민관) 중앙홀은 시원하게 뚫렸고 3층에 자리한 도지사 전용 집무공간은 단출해졌다. 도지사에 대한 각종 의전이 가벼워지고 업무 보고 대기 시간 등이 단축되면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지고 있다고도 한다. 이철우 도지사는 실ㆍ국장, 과장, 계장 등 세 그룹과 각각 단체 카톡도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카톡 등 일체의 SNS 활동을 하지 않았던 간부들도 어쩔 수 없이 계정을 열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도지사 관사가 도청과 가까워(걸어서 5분 정도) 신도시 주민들은 아침 운동을 하거나 휴일 자전거를 타는 도지사 부부를 보기도 한다. 전에 없던 풍경이다. 이처럼 ‘이철우호’ 출범 한 달 경북도청은 소통과 격식 탈피로 일 중심 행정에 방점을 두는 ‘의욕이 넘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경북도는 기업투자유치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는 민선 7기 도정 핵심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투자유치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굳이 특별위원회까지 출범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도지사는 당선인 주요업무 보고와 취임 기자간담회 때 공단분양특별팀을 구성하고 대기업출신의 새 경제부지사를 뽑아 이끌게 하겠다고 했다. 저 분양률을 보이는 구미 5공단과 포항블루밸리공단 분양 박차를 위한 것으로 이해는 하지만 특위는 왠지 갑작스럽다. 현 정부도 지난해 출범 때 국정 1호 과제를 일자리에 두겠다며 일자리위원회를 맨 먼저 출범시켰다. 그러나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통계는 아직 어디에도 안 보인다. 구체적이면서도 치밀한 특위활동 계획이 어서 마련되길 기대한다. 얼마 전 의성군 안계면사무소에서 열린 이웃사촌 행복시범마을 조성을 위한 첫 관계자 회의에 도지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핵심공약인 시범마을은 청년 일자리, 출산, 육아, 보육, 의료, 교육, 문화 등이 종합 서비스되는 신개념 농촌 마을이다. 그렇다 보니 특화단지조성, 스마트팜 등 일자리 창출 방법론에서 참석자들 간 개념 이해가 갈렸다. 이 둘은 민선 7기 내에 성과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고 대신 내년 하반기에 가시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는 일자리창출 방안을 찾는데 방점을 찍고 파했다.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극복이라는 어려운 공약인 만큼 초기 세팅 단계에 도지사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폭염대처다. 경북도는 폭염특보발효 17일 만인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도지사 주재로 도-시ㆍ군 부단체장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닭, 돼지 등 가축 27만5천여 마리가 폐사해 추정 피해액이 22억 원에 이르고 온열질환으로 2명이 숨지고 170여 명이 열사병과 열 탈진으로 입원했다는 공식 통계가 집계되는 등 폭염피해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때였다. 경북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6월20일부터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 이틀이 지난 지난달 12일까지 온열질환자가 33명 발생했고 닭, 돼지 등 가축은 19개 시ㆍ군에 3만3천여 마리가 폐사하는 등 폭염 초기부터 피해 규모가 심상찮았다. 폭염특보 27일째인 6일 경북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9명으로 전국(38명)의 23.7%를 차지한다. 사망자 비율이 높은 데 대해 도는 폭염이 일찍 시작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더욱 대책이 빨라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농작물은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피해규모가 600㏊를 훌쩍 넘겼다. 가축은 42만8천131마리(9.8%), 고수온에 따른 동해안 어류피해도 14만3천600마리에 달한다. “매우 빠르게, 매우 지나치게”. 이는 구제역과 AI 등 각종 재해 예방을 관통하는 경북도정의 모토다. 민선 7기에서도 이 모토가 빠르게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도지사가 구제역, 지진, AI 대응체계를 빨리 점검해보길 바란다.문정화신도청권 취재팀장

보고 싶은 것만 본다

TV 드라마를 보면 연인이나 부부가 감정이 상해 서로 다투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을 배려하거나 이해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너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말이다. 제삼자가 보기엔 둘 다 마찬가진데 서로는 상대를 그렇게 생각한다. 이를 사회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나 사실에는 눈을 감는, 어찌 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심리하고나 해야 할까. 그런데 이 확증편향이 집단이나 국가 등의 단위로 범위가 확대된다면 문제가 절대 간단치 않다. 최근 정부는 2019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해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지금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경제계는 경제계대로, 노동계는 그들대로 이해관계에 따라 옳다, 그르다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경영계를 대표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안에 대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지 않은 점과 영세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경영난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정부안 불복종운동까지 거론하며 정부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편의점주들의 주장을 보면 대략 이렇다. 가맹 본사의 횡포(근접출점 및 높은 가맹점비), 높은 카드수수료 등으로 이미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는 상황인데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인건비까지 올리면 점포를 걷어치우라는 것이냐고. 편의점 상황을 한번 따져 보자. 최근 발표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담배는 점포별 연매출의 약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만큼 편의점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평균 4천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면 전체 이익이 9%인 405원인데, 이를 카드 결제하면 점주가 204원, 카드회사가 112,5원, 가맹 본사가 88.5원의 수익을 챙겨간다. 결제수수료의 불만은 아마 다른 상품도 대개 비슷하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경영난의 주원인으로 거론돼 온 결제수수료율 낮추기가 왜 최저임금 인상에 밀려나는가. 최저임금 인상은 업종별 여건과 개별 기업체의 상황에 따라 영향이 다를 것이므로 일반화해서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만이 소상인 경영난의 주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현재 상황이 옳은가 하는 점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는 데 목표가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여러 가지 여건상 지금 힘들지라도 방향성에서 맞는다면 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터넷에 대구경북민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악성 댓글이 쏟아져 지역민들의 공분을 샀다. 대구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대구 오염 수돗물 사고가 빌미였다. 네티즌들은 ‘대구 보수 놈들 뭘 해도 이런 식이다’ ‘자유한국당 뽑았으니 알아서 해라’ 하며 정치적 이유를 들며 지역민 비난에 열을 올렸다. 급기야 대구시장까지 나서서 이들에게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선거 때면 지역민의 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올라온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오히려 의연하게 대처한다. 점잖은 이들은 ‘되지 못한 인간들이 하는 짓거리’라고 무시하기도 하고, 좀 열정적인 이들이라면 ‘호남은 뭐 다른가?’라고 이들을 타이르기도 한다. 우리는 지역주의에 오랫동안 멍들어 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다 얼마 전부턴 보수, 진보라는 진영싸움이 가세했고 요사이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대립, 갑을의 충돌, 그리고 남여 간의 상대성 혐오 현상까지 곳곳에서 분열과 편 나누기가 진행하고 있다. 뿌리를 캐보자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놔놓고 못 본체 하기엔 사회 갈등이, 특히 집단 간의 대립이 임계치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영국 런던대 교수였던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는 ‘우리가 옳다고 하는 만큼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언제 틀릴지는 알지 못한다’는 말로 외눈 보기, 즉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래서일까, 기업에서는 CEO의 확증 편향을 막고자 집단결정 체제를 도입하거나 로마 가톨릭의 ‘악마의 변호사’ 역할제를 시행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 악마의 변호사 역을 맡기나.박준우부국장대우 독자여론부장

교육의 질 개선, 왜 필요한가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 기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수험생들은 대입 준비에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입 설명회를 찾아다니는 등 지원 전략 세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 입학은 최상위권 인기학과만을 두고 볼 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전국 200여 개에 달하는 4년제 대학 가운데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대학도 부지기수다. 정원 부족은 대학 입학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느냐 못 가느냐가 문제 될 따름이다. 수능 응시자 4명 중 1명 수준으로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있는 조사결과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재수나 편입학을 위해 자퇴, 미복학, 미등록 등으로 대학을 중도에 그만둔 학생 수는 14만5천595명이었다. 이는 2013학년도 수능 응시자가 62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능 응시자의 4분의 1 정도가 대학을 그만둔 셈이다. 중도 포기자 수는 해마다 일정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에는 14만8천7명, 2011년 14만4천651명, 2012년 14만8천662명 등 매년 14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 중도 포기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도 탈락 학생 납부 등록금 총액은 국공립대의 경우 898억여 원이며 사립대의 경우 7천381억여 원에 달한다. 또한 중도 탈락 학생 1인당 비용은 국공립대의 경우 771만9천 원, 사립대의 경우 1천223만1천 원에 이른다. 이들이 대학 입학과 재수 대신 취업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은 1인당 1천729만 원으로 계산됨에 따라 총 2조5천178억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사교육비와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그렇다면 왜 많은 학생이 중도에 대학을 그만두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우리 사회의 학벌 중시 풍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은 한목소리로 학벌철폐를 부르짖는다. 이와는 반대로 학벌의 위력은 좀체 변하지 않고 은밀한 방식으로 더 거세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여 년 전에는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출발 시점에서 임금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다. 최종 학력에 따라 소득은 10~2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누구나 성실하게 일하면 그 간격을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외형상 같은 자격을 갖추고 있어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임금은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전공이 같아도 연봉 3천만 원 이상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있고, 최저 생계비 수준에서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그 차이는 학벌에서 가장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일반인의 인식이다. 그러니 명문대 진학은 사생결단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2015년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전 세계 상위 1%의 재산이 나머지 99%를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의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극소수 상위층이 절대다수에게 배신감을 안기게 되면 그 사회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최상위 소수가 교육 독점을 통해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 빈곤층은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졌고, 중산층 절대다수도 평범한 방법으로는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가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 진학은 가진 자들이 끼리끼리 정보를 독점하면서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공교육 활성화와 정상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절대다수의 학생은 계층 이동의 통로를 잃게 된다. 정부와 대학당국은 수험생 감소를 고려해 더 늦기 전에 대학입학 정원을 줄여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취업과 연계되는 다양한 실용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절대다수의 국민은 교육을 통한 구직과 계층이동에 아직도 확고한 기대와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김창원교육문화체육부장

논공행상 인사, 이젠 끊어야 한다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조현우 선수처럼 한편의 동화같이, 영화같이 ‘대구시민에게 감사한다’라고 한 적이 있었겠습니까.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어제 조현우 선수에게 위로받고 가슴 뭉클했을 것입니다.” 시민구단인 프로축구 대구FC를 측면 지원하는 대구FC엔젤클럽 이호경 회장이 지난달 27일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독일전 승리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되는 등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조현우 선수의 ‘대구시민에게 감사한다’는 이 한마디는 대구는 물론 전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데 이 같은 감흥을 깨는 얘기가 최근 귓전을 때린다. 애써 외면하는데도 계속 윙윙거리니 어찌할 방법도 없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6ㆍ13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뒤 가장 관심사로 떠오른 인사 문제다. 그 중 경제부시장을 두고 말들이 많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캠프에서 활동한 누구누구가 경제부시장에 임명된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근원지는 선거캠프다. 소위 ‘선피아(선거마피아)’들의 논공행상이 시작된 것이다. 경제부시장은 국비 확보, 투자 유치, 중앙ㆍ지방 정치권과 유대관계 형성 등 ‘바깥 살림’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다. 선거 뒤 논공행상이나 권력만 좇는 이들이 차지할 자리가 아니다. 선피아에 대한 비판여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궤멸적 패배를 당하면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ㆍ경북이 ‘TK섬’으로 전락했다. 정치적으로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ㆍ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14곳을, 국회의원 재보궐 결과는 12곳 중 11곳을 휩쓰는 압승을 거둬 전국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처럼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이 바뀌어 대구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내세워 일부 인사들이 부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민선 7기 대구시정의 방향을 가늠하는 이정표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 가늠자가 바로 경제부시장 선택이다. 권 시장이 평소 강조하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정치 구도상 어려워졌다.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분야에 시정 역량을 쏟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럼 이와 관련된 예산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사를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하는 게 선결과제다. 야당 소속 단체장이지만 문재인 정부 및 여당과 소통할 수 있는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현 정부를 상대로 대구가 처한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우수하고 능력이 출중한 인사를 초빙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진정 대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권영진호 2기가 출범과 동시에 공론화해 조기 추진해야 할 지역현안 사업들은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게 대부분이다. 통합 신공항과 맑은 물, 시청 신청사 건립 등은 대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전폭적 예산지원이나 정치권의 정치적 해결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특히 통합 신공항 문제는 권 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부산ㆍ울산ㆍ경남의 여당 소속 단체장 당선자들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재추진을 공론화하고 나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2년 만에 재점화된 것이다. 권 시장이 지방선거 후 첫 행보로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요청한 사업들도 정부부처의 외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정 2기 성공은 결국 이 같은 현안 해결에서 비롯된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사람을 잘 골라서 쓰는 일이야말로 지도자의 핵심적인 자질이다. 대구의 미래가 어떤 지도자를 뽑느냐에 좌우된다면 그 지도자의 성공은 결국 어떤 사람을 골라서 쓰느냐에 달렸다. 전문성이나 도덕성 등 필수 자질이 선거캠프 활동상이나 당선 기여도에 밀려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김종엽편집부국장 겸 사회1부장

권영진 시장의 눈물

6ㆍ13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 유난히 눈길을 끈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선거 캠프 해단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었다. 2014년 6ㆍ4지방선거에서 김부겸 당시 민주당 후보와 겨뤘을 때의 득표율 차이와 비슷하게 이겨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이번엔 달랐던 모양이다. 당 대표가 지원 유세도 못 나올 정도가 된 자유한국당 주자였던 점,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이어진 다른 후보들의 공격, ‘테러’‘장풍’ 등으로 인터넷 검색 상위권에 올랐던 ‘불편한’ 관심 등이 주마등처럼 스쳤을 것이다. 물론 대선 가도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뿌듯함도 그 눈물에 녹아내려 있었을 것이다. 복잡 미묘한 여러 감정이 섞였겠지만 그 눈물은 누가 뭐래도 승리 뒤에 오는 더없이 기쁜 눈물이었을 게다. 그렇지만 그 기쁨의 눈물에 취해 있을 시간은 없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을 그저 민선 7기 대구시장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지 말고 ‘주식회사 대구’의 CEO로 새롭게 단련시켜야 한다. 당연히 CEO로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도로, 철도, 복지 등의 지역 현안사업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러자면 말이 나돌고 있는 경제부시장을 비롯해 새 자리엔 중앙정부와의 네트워킹에 경쟁력이 있는 사람을 앉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른 배에 탔던 사람도 등용해야 한다. 천하의 등소평도 쥐만 잘 잡으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경제살리기에 보수ㆍ진보의 이분법적 진영논리는 먹혀들지 않는다. 큰 꿈을 꾸려면 이념 스펙트럼도 넓혀야 한다. 한쪽 시각으로만 봐왔던 경제정책이 있었다면 시민 이익을 위해 다른 각도에서도 검토하는 유연한 자세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중단되거나 보류되고 있는 대구의 주요 사업이 진행되고 대구의 미래모습이 만들어진다. 다음으로는 GRDP 26년째 꼴찌란 꼬리표를 떼야 한다. 경제성장률ㆍ총소득 만년 전국 하위와 더불어 GRDP 꼴찌는 선거 전 토론회마다 타 당의 후보자들이 공격한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권 시장은 내심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권 시장 이전부터 지속돼 온 꼴찌라고 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더 중요한 건 이 꼬리표를 어떻게든 떼야 최소한 금호강 아니 신천의 작은 기적 정도를 만든 시장으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이번 선거로 충분한 학습효과를 느꼈을 것이다. 6ㆍ13선거에서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진 건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의 덕을 많이 봤다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동일한 양과 강도를 갖고 있을 때 사람들이 부정적인 쪽에 더 가중치를 둬 대상을 평가하는 심리현상이다. 쉽게 말해 부정적인 정보가 긍정적인 정보보다 더 깊이 각인이 돼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당적이 주는 부정성에다 “권 시장 한 일이 뭐 있노”란 시민들의 지적이 재선 가도를 힘들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비판은 그가 한 일에 비해 홍보가 부족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전 시장 때부터 이어져 온 계속사업이 마무리된 것도 많았고 출발만 시켜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엔 기간이 짧았던 사업도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부정적 기억을 털어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대구 시민들을 잘살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부정성 효과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대권 주자로서 면도 선다. 대구에서 인심을 얻지 못한 정치인들이 중앙에서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 전례는 굳이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반면교사의 사례로 충분하지 않은가. 지난달 하순 권 시장은 “성공한 재선 시장이 되면 시민들께서 저에게 새로운 소명을 주리라 믿는다”고 밝혀 대권 도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시민들이 새로운 소명을 줄 수 있는 건 시민들 몫이기도 하지만 권 시장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 출발선은 ‘사심’을 갖고 캠프에 몰렸던 이들과 결별하는 것이다. 예산 관련 부처에 문턱이 닳도록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다음이다. 그래야 4년 뒤에도 기쁘게 울 수 있다.김승근부국장대우 경제부장

선거가 축제의 장이 되기를

제7회 6ㆍ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지역 살림과 교육을 맡을 일꾼을 뽑는다는 점에서 실생활과 아주 밀접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에서 17곳의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을 비롯해 각급 자치단체의 장과 광역 및 기초의원을 뽑는다. 여기에 미니 총선이라고 할 정도로 12곳의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도 함께 진행되는 중요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유권자는 하루하루 일상과 아이들 교육문제가 걸린 만큼 후보의 공약과 실현 가능성, 후보의 진실성 등 그 면면을 꼼꼼히 살펴서 투표해야 할 것이다. 또 정당과 후보는 지역감정, 이념대립, 네거티브 선거운동 등을 지양하고 정책 경쟁을 중심으로 자질과 능력의 인물 대결에 집중하고 선의의 경쟁으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임해야 한다. 지난 1991년 6월 처음으로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됐고, 4년 후인 1995년 6월에는 자치단체장의 직선이 이루어짐으로써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1991년에는 기초의원 선거와 광역의원 선거가 따로 실시됐으나 이후부터 통합선거법에 따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이에 따라 1995년 6월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고, 1998년 6월4일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부터 4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넘어서면서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면서 더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공약을 내 놓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인기만을 의식한 비현실적인 공약이 아닌 유권자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실천 가능하고 구체적인 책임 있는 공약들이어야 한다. 과거 어떤 정치인들은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막무가내식 정치꾼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런 정치꾼들은 힘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요즘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해졌다. 최근 중앙선관위가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 동네 공약지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2년간 언론보도, 지방의회 회의록, 유권자 희망공약 등을 분석해 17개 시ㆍ도와 226개 시ㆍ군ㆍ구별 관심 사안을 담았다. 우리 동네의 주요 이슈가 무엇이고 주민은 어떤 공약을 원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유권자가 자기 지역 후보에게 원하는 희망공약을 제안하고 선관위가 희망공약집을 발간해 후보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정책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동네, 나아가 우리 정치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결국 우리 동네 유권자의 몫으로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들려오는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과 같은 ‘비매너’ 위법행위 역시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방 자치를 실시한 이후 지역마다 골골이 선거로 인한 갈등과 파벌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로 인한 앙금들은 당선이 돼도 발목을 잡고 선거운동 했던 사람들 간의 갈등과 분열로 지역 민심을 양분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한 곳도 있었고 이런 지역에선 전에 없던 각 진영 내의 갈등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자들과 선거사무원들의 성숙한 ‘매너’, 즉 상대후보에 대한 존중과 선거법 준수로서 선거운동을 펼친다면 참여한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유권자들이 선거결과를 신뢰하고 이에 승복하게 될 것이다. 축하와 포용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정치문화는 지역발전의 든든한 주춧돌이 되고 우리가 항상 바라던 ‘공정하고 아름다운 선거’를 이뤄내며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지금껏 선거 때면 떠올리게 되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정말 꽃처럼 향기가 나고 아름다움을 간직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양심 있는 투표’로 이 모든 문제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어려울 때마다 인내하고 슬기롭게 극복한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때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축제의 장이 돼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고 희망찬 미래를 여는 길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황태진북부본부장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부작용만 양산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현 시ㆍ군ㆍ구청장과 시ㆍ도ㆍ기초의원은 물론, 지역에 봉사하기 위한 예비 선량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의 두드러진 점은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 나서겠다는 후보들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제6회 지방선거 때와는 달리 경선을 거쳐야 할 정도로 더불어민주당의 인기가 높았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해 온 자유한국당의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ㆍ군별로 기초단체장 자유한국당 경선은 불공정 경선과 국회의원에 의한 사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직도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 옷만 입으면 당선된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이 믿음이 이번 선거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선거를 치르고 나면 늘 지역 민심은 갈라지고, 이를 봉합하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한경쟁 시대, 기초자치단체들도 기업 유치와 대형국책사업 유치 등에 사활을 걸고 다른 지자체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의 정당 공천제가 과연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지난 7대 구미시와 구미시의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자치단체장이 추진하는 사업이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발목을 잡은 구미시의회는 23명의 의원 중 절대다수는 시장과 같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었다. 동의하지 못하는 많은 이유를 붙였지만 사실은 제대로 예우하지 않는다거나 자신이 부탁한 일을 시장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걸림돌이라고 하는 편이 낫다. 2020년이면 도심공원 일몰제가 시행된다. 구미시는 현재 시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도심공원 지역이 일몰제로 풀리면 사유재산으로 되돌아가 개발은 물론, 더 이상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지난해 중앙공원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시행하려 했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지만 이 역시 몇몇 비례대표 의원들의 극성에 동료의원들마저 등을 돌려 결국 처리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 앞장서 반대한 이들이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들이었다. 같은 당 시장이 향후 구미시를 걱정해 추진하는 사업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무산시킨 행태를 보며 과연 기초의회 의원 정당 공천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사실 기초의회는 정치적인 문제보다 시민, 서민들의 삶을 챙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당 소속 시ㆍ도의원들은 각종 정당 행사에 참석하느라 시민들은 뒷전이다. 특히 총선 때면 자신에게 공천을 준 국회의원들의 선거운동에 동원돼야 한다. 공천이 족쇄인 꼴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지러울 때 대구ㆍ경북의 많은 기초단체장과 시ㆍ도의원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반대집회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아무리 보수의 성지라고 하지만 대구ㆍ경북의 절반이 넘는 시ㆍ도민들이 탄핵에 찬성하는 마당에 이들은 정당과 시민의 눈치를 보며 반대 집회에 참석해야만 했다. 만약 정당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가 찍히면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은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시ㆍ도의원이 되겠다고 공약을 한다. 하지만 이는 공염불이다. 시민의 생각과 정당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 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당의 편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자치의회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들이 불편한 점이 없는가를 살피고 지역의 발전방안을 마련해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한 일이야 정강과 정책 등을 보고 특정 정당 후보를 뽑아야 하겠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양상이 다르다. 오랫동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의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은 기초단체장과 광역ㆍ기초의원들을 자신이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공천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시민들만을 위해 일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이 정당에 얽매이지 말고 후보의 공약과 자질, 인성 등을 보고 투표하면 된다. 그래서 시민들이, 시민들의 권리가, 지역의 발전이 정당의 공천에 의해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신승남중부본부 부장

저 후보 믿어도 돼?

#. 하는 꼬락서니 보니 아무도 찍을 놈 없다. 여고 야고 쪼매라도 정이 가는 구석이 있어야 말이제. 문재인이 정부는 김정은이한테 마구 갖다 바치는 걸 제일로 알고 있제. 그나마 배짱 좋게 밀어부치는 홍준표가 듬직해 보였는데. 막말하미 헛발질해가꼬 따논 점수 다 까먹고 있제. 중도라고 하는 안철수하고 유승민이는 힘도 지대로 못쓰보고 비실비실하제. 믿을 놈 한 놈도 없다 아이가. 어데 투표하겠노…. #. 내는 누가 머라케도 한국당 후보 꼬재이 끼났다 아이가. 문재인이는 현장 사정은 생각도 안코 최저임금제니 주 52시간 근무제니 하민서 기업하고는 안 맞는 정책을 쏟아부으니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우야란 말이고. 그라이 보수후보 찍을 수밖에 없다 아이가. 이도 저도 안 되마 이민 가야 안 되것나. #. 그래도 현 정부가 지난 좌파 정부보다는 낫다 아이가. 왔다갔다 캐 싸서 쪼매 불안키는 하지만 남북 수좌끼리 판문점서 만났제. 김정은이하고 트럼프하고 만나도록 해 평화무드 조성도 하고 핵실험 장소 뿌사삐리지 안나, 많이 나아 진기라. 젊은 아~아들, 문재인이 좋아하는 것도 쪼께 이해는 되는구마. 우옛든지 수십 년 묵은 체증 확~ 씨꺼내리뿌만 증말 조을낀데…. 어느 모임에서 60대 남성들이 나누는 시국과 선거 이야기였다. 종내는 서로 목소리를 높이다가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말았다. 불콰해진 얼굴에 쓴웃음을 지으며 식당 문을 나서는 발걸음들이 무거워 보인다. 요즘 세태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한참을 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6ㆍ13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처음 투표한 것은 유신정권 시절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로 알고 있지만 거의 기억에 없다. 본격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것은 1987년 대통령 선거였다. 6월 항쟁과 6ㆍ29선언으로 사회 곳곳에서 민주화 바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시기다. 그해 연말 치러진 대통령선거는 16년 만에 부활한 직선제였던 탓에 민주 바람을 타고 온갖 선전과 구호가 난무했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3김이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선거바람이 대단했다. 당시 대구 신천변에서 열린 후보의 유세장에는 수십만 명이 참가할 정도로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직도 “0303, 김영삼” 등의 구호가 귓속에 맴돌 정도다. 3김이 동시 출마해 표를 나눠 가진 탓에 당시 군부정권에서 내세운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고백하건대 필자는 선거 때마다 내가 투표한 이가 당선된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던 때문이다. 투표를 하기는 해야겠고 우송된 선관위의 선거공보에 기재된 후보자별 공약과 주요 경력 등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딱 짚이는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속으로 선호하는 정당이 있어도 후보가 마음이 안 드는 경우가 많았다. 별 수 없이 투표장으로 가는 내내 누구를 찍을까 고민하다가 기표소에 들어서면 골라잡기 식 기표행위가 이어지곤 했다. 이후 치러진 크고 작은 선거 때 마다 투표를 하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하나가 큰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막상 기표하는 순간에는 잠시의 망설임 끝에 엉뚱한 곳에 붓두껍을 누르고 말았다. 선거 때마다 했던 고민을 또다시 하게 생겼다. 특히 지방선거는 더하다.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기초나 광역의원 후보 중에는 갖가지 포장만 요란한 경력으로 덧칠해 놓은 이들이 적지 않다. 공약도 언감생심, 실현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니 누가 이들이 지역민을 대표해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겠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ㆍ13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동네’를 이번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이어 ‘가슴 두근거리는 그날, 투표하세요. 유월의 따뜻한 햇볕같이 우리 동네 민주주의는 더욱 아름다워집니다’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또 고민한다. 진정한 주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외치는, 동네 네거리에서 벌써 한 달이 넘게 아침마다 목에 팻말을 걸고 꾸벅대는 저 후보,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홍석봉정치부문 에디터

지역사회 갈등현안 공론화부터

대구지역 사회 곳곳이 갈등과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법 없이 겉돌고 있는 갈등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현안, 지자체의 사업 등을 두고 찬반양론이 일면서 지역 간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민선 6기가 저물어가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민선 7기로 이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갈등현안으로 대구공항 통합이전 사업이 꼽힌다. 현재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후보지(군위군 우보면, 군위군 소보면ㆍ의성군 비안면)가 선정되고 올해 안으로 최종부지가 선정될 예정으로 타지역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통합이전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대는 물론 6ㆍ1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자의 반발도 거세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자 선정 경선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도 ‘군 공항만 옮기고 민간공항은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치 문제화하고 있다. 시민단체 간 의견도 엇갈리고 있어 합의도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노노갈등 현안으로 정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대구시의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계획도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노사평화의 전당은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달성군 구지면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에 전체면적 5천㎡의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2020년 완공 계획으로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이를 두고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 대구본부와 민주노총 대구본부의 반응이 엇갈린다. 한국노총은 ‘환영’을, 민주노총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중재자 없이 양측이 팽팽히 맞서다 사업이 자칫 무산될 경우 다른 지자체로 넘어갈 수도 있어 우려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립하고 있는 민ㆍ관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달서구청은 지난달 사업비 2억 원을 들여 진천동 도로변에 길이 20m, 높이 6m의 대형 원시인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 조형물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서명까지 받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구민이 3천 명이 넘어섰지만 중재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구청이 달성공원 앞에 세운 순종 동상도 철거 주장에 시달리고 있다. 중구는 다크 투어리즘(역사교훈 여행) 일환으로 2013년부터 예산 70억 원을 들여 순종어가길 조성사업을 시행 중이다. 순종이 대구를 다녀간 사실을 토대로 대례복 차림을 한 5.4m 높이의 동상을 설치했다. 하지만 역사 왜곡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달성군이 사업비 100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낙동강변 탐방로 조성 사업도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달성군은 지난해 8월 이 사업에 착공했다. 문제는 이 탐방로 구간에 고대 식생을 유지한 ‘하식애(河蝕崖)’가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하식애는 하천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언덕을 말한다. 환경단체는 강변을 따라 건설하는 탐방로가 일대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6차례 성명을 내 탐방로 공사 중단과 정밀 생태조사를 촉구했다. 반면 달성군은 사업설명회까지 열어 주변 환경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달성습지 탐방 나루 조성사업, 생태학습관 건립공사와 연계해 시민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저쪽은 망해도 이쪽은 덕 보겠다는 이해 갈등은 함께 망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전국적으로 사회 갈등이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이 매년 246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다 손해 보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제 해결에 나서는 리더가 없다. 온통 6ㆍ13 지방선거에만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 나선 각 후보도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답답할 따름이다. 갈등은 어느 일방의 편익보다 피해가 크다고 판단될 때 발생한다. 따라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지역 내 갈등을 사전 모니터링하고 미리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생발전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30일도 채 남지 않은 6ㆍ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리더들이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해본다.김종엽편집부국장 겸 사회1부장

문재인 대통령을 믿고 싶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단발머리 여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남녀 5∼6명이 옥신각신하는 장면에 꽂혀 채널을 멈췄다. ‘뭐지?’라며 시선을 오른쪽 위로 옮겨보니 영화 제목이 ‘미스 슬로운’이었다. 케이블에 방영되고 있으니 개봉영화는 아닌 것 같고 차를 한잔 만들어 자리를 잡았다. 2016년 미국에서 아주 민감한 총기규제에 관련한 입법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감독 존 매든)는 총기규제 강화 법안 통과를 위한 여주인공 로비스트의 치밀한 계획과 무서운 집념을 보여주는 정치 스릴러였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잠시도 TV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조세와 자유기업 활동을 전문분야로 하는 워싱턴 최고 로비스트인 주인공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은 미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인 총기규제 강화 법안을 추진하는 로비 회사에 들어간다. 그의 맹렬한 캠페인으로 위기에 처한 반대파의 음모로 주인공은 자신의 로비스트 자격을 박탈시키려는 미 상원 청문회에까지 서게 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마지막 자신을 교도소에 가두는 벼랑 끝 전술로 결국 총기규제 반대파를 몰락시키고 캠페인을 승리로 이끈다. ‘도대체 현실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치밀하게 할 수 있겠는가. 영화니까 가능하지.’ 미국 수정헌법 제5조만을 언급하며 답변 거부권을 주장해온 주인공의 아래 대사는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닌가 한다. “예상했다. 제가 (총기규제) 법안 로비에 충실하게 성공하면 어쩜 저에게 개인적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리의 여세를 지연시키고 신뢰성을 파괴하기 위해.” “로비는 선견지명이다.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꾸미는 것.” “승자는 적보다 한발 앞서 구상하고 자신의 카드를 적의 카드 직후에 내죠. 그건 적을 놀라게 해야 하고 적에게 놀라지 않는 거죠.” 총기규제는 옳은 일이라는 신념과 도전욕구에서 맡은 캠페인. 주인공은 이 캠페인을 맡기로 했을 때, 이미 반대파(주인공은 이들을 ‘적’이라 표현)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예측했다. 그리고 시작했을 때 완벽하게 이를 분쇄할 대응책을 실행했거나 계획했다. 자신의 명성을 일궈온 회사(총기규제반대)에 정보원으로 남겼고 반대파가 청문회를 열 미끼도 스스로 남겼다. 그리고 자신을 파멸시키고자 열린 그 청문회에서 결정적 증거로 반대파의 음모를 폭로함으로써 청문회장을 오히려 반대파의 무덤으로 만들어버렸다. 한반도 비핵화(혹은 북핵폐기)를 위한 남북, 북미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철천지원수, 상종하지 못할 집단, 국제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집단으로 매도됐던 북한이 요즘은 우리 국민 다수에게 이야기가 통하는 이웃이 된 듯하다. 덕분에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일꾼을 뽑는 6·13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분위기는 완전 실종 상태다. 가히 ‘북풍(北風)’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번 북풍은 핵폭탄급이다. 북한 최고 실력자가 남한땅을 걸었고 혈맹인 미국이 북풍의 중심에서 그 급을 키우고 있다. 중국과 일본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이번 북풍에 한 다리 걸치려고 조바심이다. 제1야당 대표는 ‘위장평화 쇼’라는 말을 내뱉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지경이다. 누가 뭐래도 이번 북풍을 불게 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체제 안정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이 세계 최강 미국을 향해 핵실험을 해대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공격을 입에 올리며 서로 으르릉거리는 상황. 문 대통령이 이에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있다면 직무유기다. 문 대통령의 중재는 옳은 일이고 도전할 일이다. 정부 방해를 받지 않으려는 기업 편에서 로비 활동해온 영화 속 주인공이 같은 이유로 총기규제 강화 입법 캠페인을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판문점 선언의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모든 만약의 상황을 예측하고 그에 대비한 실행과 계획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준비하셨느냐고. 그리고 믿고 싶다. 영화 속 슬로운 처럼 완벽하게 준비했을 것이라고.문정화신도청권 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