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해외연수 전면 개선돼야

최근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가 큰 물의를 빚으며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천군의회는 지난해 12월 미국과 캐나다 연수를 진행하던 중 한 의원이 가이드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로 규정, 지탄의 대상으로 삼는 것만으로 끝내기 어렵게 됐다. 가뜩이나 예천군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1인당 442만 원, 총 6천188만 원의 혈세로 이뤄진 외유성 여행이라는 점이 대비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국민의 공분을 산 이번 사태를 두고 대다수 국민들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지방의회가 과연 그동안 연륜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고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해온 것인가에도 회의를 갖게 만든다. 지난 11일 이번 사태와 관련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전국의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 전면 금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0.4%가 찬성했고 반대는 26.3%에 그쳤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싸늘한 민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로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일 ‘지방의회 의원 공무국외 여행규칙(표준안)’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서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선안은 공무국외 여행 심사위원장을 지방의원이 아닌 민간위원이 맡도록 하고 심사 기간을 확대토록 했다. 또 국외 연수 계획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연수 결과를 지방의회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게 하고 부당한 공무국외 여행에 대해서는 비용을 환수 조치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개선 방안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태가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지방의회 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방의회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을 만큼 지방의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번 예천군의회 사태는 지방의회의 민낯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생 현장과 가장 근접해 있는 기초의회가 민심을 어루만지기보다는 좌절과 분노를 안긴 이번 사태가 비단 예천군의회만의 특별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 이번 사태는 지방의원들이 자기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질과 공인의식을 갖고 있는가? 이런 원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직분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공무(公務)와 공금(公金)에 대한 어떤 분별도 찾아볼 수 없다. 사태의 심각성이 여기에 있다. 이런 의회가 과연 집행부의 독주를 적절하게 견제ㆍ감시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주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사태가 그 답을 한 셈이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그 치부가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안팎의 주시를 받게 됐고 성찰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 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다. 지난 1995년 민선 자치가 시작된 후 20년이 지났다. 지방자치가 유년기를 지나 뿌리를 내려야 할 때 이런 사태가 발생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 지방의회의 중요한 기능은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이다. 특히 집행부와의 조화로운 견제와 균형 속에 주민의 권익과 복리를 증진해야 한다. 의회는 대의의 큰 틀에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며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위해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항상 주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며 주민과 소통하는 의정 활동을 펼쳐 나가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지방의회 개혁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황태진 북부본부장

대구의 봉이 김선달

대구의 봉이 김선달에 대한 얘기다. 대동강 물을 멋지게 팔아먹은 김선달과 흡사한 전력을 지닌 지역의 한 유통업자의 인생은 힘든 지역 자영업자들에게 한 줌의 숨구멍을 터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봉이(?) 인생은 사회에 뛰어든 지난 1992년부터 시작됐다. 무일푼에 20대 초반이던 그는 불과 몇만 원의 적은 돈을 갖고 대구백화점 매입팀장을 찾아 사업 구상을 전하며 2평 남짓한 공간에서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그것도 사정사정해서 5월 5일 어린이날을 전후한 며칠 간의 임대가 조건이었다. 그의 유통 품목은 남생이. 자라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물 거북이다. 웬만해선 잘 죽지 않은 장수 파충류의 일종이다. 그는 당시 방생용으로 흔했던 남생이를 대구 인근에서 잡아다 대백 매장에 두고 팔았다. 어린이날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남생이를 검은 봉지에 담아 애완용으로 키워보라며 권한 것이 이날 종일 줄을 잇게 하는 대히트를 친 것. 그러자 대백 매입팀장은 임대 매장을 며칠에서 몇 달로 연장해 주는 배려를 보였고 덕분에 남생이 판매는 톡톡히 특수를 누렸다. 또 그는 지역의 남생이를 찾으러 다니다 우연히 자라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주변에 늘려 있는 짱돌과 모래를 퍼다가 남생이와 함께 통에 담아다 팔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면서 두배가 넘는 수입원을 창출했다. 누구나 주울 수 있는 짱돌과 한 줌의 모래를 각각 1천 원과 1천500원에 판다는 것은 가히 봉이 김선달 수준이었다. 남생이와 짱돌, 한 줌의 모래를 통 안에 한꺼번에 판 품목의 원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노조의 시위가 심했던 당시, 매장 계단 한쪽에 쌓아둔 짱돌을 본 대백 구본흥 회장은 노조원들의 위험한 무기가 매장에 있다고 놀라 소리쳤지만 이내 설명을 듣고 무르팍을 쳤다는 일화가 아직 전해지고 있다. 혼자만의 특수를 일정 부분 누렸던 그는 주변의 ‘따라 하기 장사’에 막혀 또 다른 사업 구상을 하게 됐고 이 또한 우연한 계기로 이뤄졌다. 도자기로 유명한 이천에 놀러 갔다가 눈에 띈 항아리 생산자와 얘기를 나누다, “생산은 무한대지만 판로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에 그는 항아리 판매 쪽에 눈을 돌렸다. 백화점업계의 유통 방식을 이미 체감한 데다 남생이 판매와 달리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당당한 유통업의 시작이라는 데 자부심도 가졌다. 백화점 매장을 오가면서 식품 매장에 항아리가 없음을 간파한 그는 이내 된장 항아리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수입 항아리와 이천 등에서 생산한 전통 항아리의 가격 차가 얼마 나지 않는 데 착안, 이번엔 대백이 아닌 신세계백화점 매입부장을 찾아갔다. 설득 끝에 매장을 얻은 전통 항아리 장사는 곧바로 신세계의 전 매장으로 퍼졌다. 항아리 생산업자는 공장을 지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고 그 또한 전국적 판매망을 가진 어엿한 강소 유통업자로 거듭났다. 그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된장 항아리 판매업에서 이제는 전국적 전통 도자기 작가들에게 눈을 돌리며 그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전통 도자기 유통업자로 변신했다. 그의 도자기 판매처는 대구복합환승센터 신세계 매장은 물론 전국 신세계백화점 매장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롯데몰과 롯데백화점으로 늘려가고 있다. 최근 실물경기가 악화하면서 고전이 예상되지만 그는 늘 무한 긍정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쉴 틈 없이 움직이면 밥은 굶지 않는다’는 그는 IMF 시절에도 이런 신조 하나로 버텼다.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중학교 중퇴임을 애써 강조하지도 않았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시작해 온 사업마다 실패는 없었다. 배운 것은 없지만 쉴새 없이 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60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는 황금돼지해의 문이 활짝 열렸다.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고 아우성이다. 어려워질수록 쉼 없이 일하면 된다는 대구의 봉이 김선달. 그의 이름은 박정열 사장이다. 이름 그대로 열정 가득한 그의 인생살이가 대구경제를 창조와 성실로 쉼 없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게 했으면 좋겠다.이창재정치부장

바쁠수록 돌아가라

일을 서두르다 보면 애초 의도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르친 일을 수습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돌아가라니. 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바쁘다고 허둥대면 실수가 잦아지고 결국 뜻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예상되는 실수를 줄여가다 보면 더 빨리 목적한 것을 이룰 수 있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차근차근 일의 순서를 밟아가야 함을 강조한 말로 읽힌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취임한 지 이제 5개월 정도 지났다. 진보를 대변하는 그의 구미시장 당선은 진보와 보수할 것 없이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진보는 진보대로 그동안 보수진영 단체장들이 시행해왔던 모든 정책을 되돌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또 보수는 보수대로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벼루었을 것이다. 특히 침체해 가는 구미경제를 살려 달라는 시민들의 관심은 당선 이후 그에게 가장 큰 짐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짐이 부담이 됐을까. 그는 취임 이후 짧은 시간에 공약 사항이라며 많은 일을 추진했다. 공약과 추진 계획은 그가 취임 석 달이 지난 후 어느 날 불쑥 시민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발표했다. 이를 지켜본 기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많고, 가뜩이나 어려운 구미시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장 시장은 자신이 밝힌 공약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평소 그가 지켜온 신념과 일부 진보 시민단체가 꾸준하게 제기해 온 새마을조직의 축소를 위해 구미시 새마을과의 명칭을 변경하는 조직개편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슬쩍 없던 일로 했다. 기존 지역에서 활동하던 예술단체를 싸잡아 적폐라고 규정하며 구미시문화재단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구미시의회에 의해 좌절됐다. 전임 시장이 임명했으니까 물러나야 한다며 구미시설공단 이사장의 사퇴를 대구경북언론인들이 모인 공개석상에서 언급했다가 도리어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들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신교통수단인 트램을 도입하겠다며 타당성 조사를 위해 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5천만 원이 삭감됐다. 일부 예산이 통과됐지만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 시의회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인사는 더 문제다. 취임 이후 고민 끝에 두 명의 정무직을 임명했지만 기존 공무원들과 소통이 안 된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최근엔 공무원들 사이에서 간부 공무원들이 시장의 말을 안 듣고 일도 하지 않아 시장이 분노해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겼을까. 서두르며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직후 구미시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역 정서와 지역민들과 소통하기보다 국비 확보가 우선이라며 국회와 중앙정부만 쫓아다녔다. 의회와도 소통 문제로 번번이 부딪혔다. 그가 구미에 대해 아는 게 얼마쯤일까. 구미에서 20여 년 넘게 살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운 기자만큼이나 알고 있을까. 그런데도 소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획한 시정도 결과가 뻔하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마찰은 물론, 세대 간 갈등, 노사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지역 현안을 잘 몰랐다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한 발짝 물러서서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관계 공무원에게 묻고 시민, 경제인, 노동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자신의 임기 중에 모든 것,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오산이다. 그가 신도 아니고 그저 인간이라면 말이다. 최근 한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장 시장의 지지도가 30.7%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방선거 때보다 1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시민들은 그가 모든 것을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잘못된 시정을 바로잡고, 억울한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길 바랄 뿐이다. 시민들은 장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아쉽다.신승남중부본부 부장

‘탈원전 철회’ 결의안 처리에 대한 단상

지난달 29일 오전 경북도의회 3층 사무실 두 곳은 분주했다. 이날 오전은 경북도와 도교육청의 정리 추경안과 각종 조례안을 의결하는 제305회 4차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의원 사무실. 의원 2명이 원자력대책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서 통과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 촉구 결의안’(이하 결의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요지는 ‘(결의안에)반대하는 의원도 있는데 왜 모든 의원이 찬성하는 것처럼’ 경북도의회 의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하는가’였다. 다른 한 곳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대표하는 사무실. 원내대표단이 본회의 후 있을 의원총회 개최안을 논의 중이었다. 두 사무실의 모습은 이후 벌어질 상황을 알리는 예고편이었다. 본회의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 결의안’이 상정돼 제안설명이 이뤄지자 예상대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첫 반대토론에 나선 L 의원은 “탈원전은 국가가 국민들을 각종 재난에서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시책으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며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결의안 채택에 동의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L 의원은 탈원전 철회 촉구 결의안을 ‘의원 일동’으로 채택하려는 것에 대해 과거 ‘일당 독재’라고 표현해 의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어 반대토론에 나선 K 의원도 “발의자가 ‘경북도의회 의원 일동’으로 돼 있어 너무 황당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절대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K 의원은 “내용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념으로 몰아가고 있다느니 정부가 가해자라고 노골적으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300만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도의회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반대토론이 거세지자 한국당 도의원 원내총무를 맡고 있는 L 의원은 표결을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또 다른 K 의원은 “‘경북도의회 의원 일동’을 수정해서 발의해야 한다.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는데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이 발언은 “수정을 하려고 하면 사전에 13명 이상의 수정동의안을 제출해야 된다”는 의장의 발언에 무색해졌다. 결의안은 재석 의원 44명에 찬성 33명, 반대 7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됐다. ‘탈원전’. 참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경북은 국내 원전의 50% 가까운 원전을 갖고 있는데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중이다. 경주, 울진 등 원전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철회 촉구안을 내는 것도, 집권여당 소속 의원들이 이를 말리는 것도 각기 할 일이다. 본회의가 끝나고 반대토론에 참여한 한 의원은 기자에게 “본회의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상정될 안건을 어떻게 알게 할 수 있느냐”며 분노를 삼켰다. 기자는 그에게 “원전특위에서 결의안이 채택됐다는 기사를 쓴 지 한참(11월21일)됐다” 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전특위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다음날(22일)에는 도정질문 등을 위한 본회의도 있어 의원들이 출석했다. 특위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향후 본회의 의결까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야 했다는 아쉬움이었다. 민주당 9명, 무소속 9명(지금은 8명ㆍ고우현 의원 한국당 입당), 바른미래당 1명…. 수정동의안에 필요한 13명의 동의를 받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날 본회의 결의안 처리를 둘러싼 상황은 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가정해본다. 도의회 관계자는 “본회의 개회 전에 수정안이 들어오면, 물론 의안 채택 여부가 남았지만 채택된다면 수정안을 먼저 처리한다”고 말했다. 수정안을 내게 된 배경을 담은 제안설명을 민주당 쪽에서 하게 되니 결의안 처리의 주도권을 민주당이 쥐게 되는 셈이다. 본회의 직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는 교섭단체조례 제정을 앞두고 ‘의장단 선출방식을 바꾸자(교황선출식→후보등록제)’ 는 민주당의 교섭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나온 ‘일당 독재’ 발언 때문에 뭉치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문정화신도청권 취재팀장

불편한 진실

수능시험이 며칠 전 끝났다. 그동안 밤잠 줄이고 학업 스트레스 견뎌내며 인생의 중요한 관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 학생들의 정성이 모두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1980년대 학번으로 학력고사 세대인 기자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고교 3년 동안만 ‘빡시게’ 공부하면 세칭 일류 대학 갈 수 있다며 고교 입학 시점부터 각오를 다지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흐름도 변한 거 같다. 유치원부터 남다른 환경을 갖춘 곳에 다녀야 하고, 소위 잘 나가는 집에서는 조기 영재교육에 엄청난 교육비를 투자한다니 서민가정 아이들이 이들을 따라가려면 웬만한 노력으론 턱도 없을 듯싶다. 뜬금없이 수십 년 전 일이 생각나는 건 최근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비리 사건 때문이다. 처음 몇몇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의 국가지원금 횡령 사건으로 터져 나온 문제였지만, 지금은 사립유치원단체와 정부, 정치권이 뒤엉켜 싸우는 기가 막힌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민 세금을 일부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원장의 개인적 호화 사치생활에 유용했다는 보도는 곧이어 이들의 회계비리 급식비리 인사비리 등으로 눈덩이 커지듯 이어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게 했다. 교육 당국은 이에 전수조사라는 강경대응책을 발표했고, 민주당은 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등 이른바 ‘유치원 3법’을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뒷받침하겠다고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자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 폐원, 내년 원아모집 중단 등의 집단반발에 나섰다. 여기에 한동안 이 눈치 저 눈치 보던 자유한국당이 처음엔 유치원총연합회의 입장에 소극적 동조 입장에서 돌아서 이젠 대놓고 이들의 입장에 서며 여야 간 정쟁으로 전장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일부 교사들의 양심고백마저 나오고 있다. 한 여론조사 결과(공공운수노조 발표)에 따르면, ‘급식비리 정황을 봤다’는 교사 수가 71.9%, 교구 구매 관련 비리 의심 경험자가 55.3%에 이르렀다. 하지만 교사들은 을의 위치에 있는 자신들의 힘으로는 원장들의 전횡과 비리를 보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치원총연합회 측은 최근 그동안 국가를 대신해 공공교육의 일부를 책임졌는데 지금 와서 법률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재산권 침해에 다름 아니다는 주장을 펴며 대국민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가장 답답하기는 아이를 맡긴 학부모들이다. 그동안 부실한 급식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차별대우에도 침묵해야 했었는데, 지금 내놓고 하는 폐원과 모집 중단의 협박에도 어쩔 수 없이 또 침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TV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가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너무나 뻔한 진실이지만, 드러내 놓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을 설정해 놓아 보는 이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했던 걸로 기억한다. 알면서도, 소리를 내고 싶어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에게 얼마 전에 또 있었다. 지난달 중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우리의 승인(approval) 없이는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게 알려졌다. 당시 배경은 이랬다. 최근 남북 간의 화해 무드 속에서 한국 외교부장관이 지난 10월 10일 국감에서 대북 독자제재 조치인 5ㆍ24조치 해제를 ‘관계 부처가 검토 중’이라고 발언했고, 이와 관련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하는 과장에서 문제의 ‘승인’ 발언이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곧 주권 국가에 대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그런 얘기조차도 핫바지 방귀 새듯 아래로 가라앉았고 기억에도 가물가물해졌다. 당시 국내 정치권에서는 제대로 된 반박 성명서 한 장 나오지 않았으며, 정의롭고 당당한 나라가 되자고 촛불집회에서 소리높였던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미국에 대해, 그 대통령에 대해 그럴듯한 항의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한국민이라면 분노했고, 자존심 상하고 속상해했지만, 현실이 그러했기에 침묵할 뿐이었다. 그런데 정말 두려운 건 침묵이 일상이 될까 봐서다.박준우부국장대우 독자여론부장

끓는 냄비 속의 대구·경북

대구ㆍ경북이 끝 모를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대구ㆍ경북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데다 한국 정치의 본산이랄 수 있는 지역 정치권이 함께 추락하면서 심리적 공황상태를 맞고 있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가슴에 적잖게 멍울을 남기긴 했지만, 지역민들의 자긍심이 이만큼 상처 입은 적도 별로 없던 것 같다. 보수세력이 다시 응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은 미동도 없다. 자숙하고 있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다. 이럴 때에 튀어봐야 눈총만 받기 십상이라는 위기 본능이 작용한 때문인 듯하다. 게다가 지역 정치권에는 밉든 곱든 한국 정치판을 좌우한 선배들의 뒤를 이을 재목들이 보이지 않는다. 될성부른 떡잎은커녕 올라오려는 싹마저 자취를 감췄다. 인재 고갈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앞날이 캄캄하다. 후진 양성에 소홀했다고 잘나가던 선배 탓만 할 수도 없다. 모두 자승자박이다. 문제는 이런 난국을 헤쳐나갈 특별한 방안도 해결사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런 판국에 경제라도 받쳐주어야 하는데 경제마저 총체적 난국이다. 바닥을 기고 있는 지역 경제 상황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책 때문이라며 애써 자위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상징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은행의 추락과 금복주의 도덕적 해이는 대구ㆍ경북민의 자존심에 심한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대구은행은 1967년 지역 경제인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이래 50년 만에 총자산 50조 원(2018년 6월 말 현재)에 이르며 연 1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대구지역 최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제일모직과 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대구를 떠난 마당에 어느덧 지역 대표기업이 됐다. 내세울 만한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제조업도 아닌 서비스업종에서 지역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이런 대구은행도 방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 DGB금융 그룹 회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부터다. 지역 대표기업의 자긍심은 온데간데없고 도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후 성추행과 채용 비리 등 각종 사건ㆍ사고가 줄을 이었다. 전임 회장은 결국 사법당국에 구속됐다. 지역 초유의 일이다. 금융당국은 외부 인사를 새 수장으로 앉혔다. 하지만 DGB금융은 아직도 지난해부터 계속된 각종 사건ㆍ사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 회장이 들어섰지만, 조직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창사 이래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1973년 소주 시장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한 개 도(道)에 하나의 소주 업체만을 허용(1도 1사)했다. 해당 지역의 주류도매업자는 자도주(自道酒)를 50% 이상 구입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자도주 보호 정책에 편승, 금복주는 한때 지역시장 점유율을 95% 넘게 차지하며 대구ㆍ경북을 대표하는 소주가 됐다. ‘금~금~ 금복주, 최고 소주 금복주, 한 잔 술에 복이 오고 한 잔 술에 건강 찾네…’ 아직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CM송이 귀에 맴돈다. 당시 주당들에겐 소주하면 으레 금복주로 통했다. 지역민의 절대적인 성원과 아낌 속에 성장해온 금복주도 지역민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다. 금복주는 지난해 직원 성차별과 부사장의 수뢰 구속 등으로 지역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시민단체의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회사 측의 대 시민 사죄와 노력으로 잊힐 무렵에 또다시 말썽을 일으켰다. 냄새 나는 소주를 팔아 주당들의 분노를 사고 외면받게 된 것이다. 주정이 문제가 됐다. 회사 측은 즉각 함께 생산된 소주를 회수하고 파문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떠난 주당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정치와 경제의 동반 추락 악재 속에서도 ‘강 건너 불 보듯’할 수밖에 없는, 애먼 지역민들의 가슴만 타들어 가고 있다. 이러다가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지방소멸, 정해진 것 아니다

예년 같진 않지만 그래도 추석이었다. 막내 삼촌이 고향을 지키고 계시기에 산소도 다녀올 겸 고령군 운수면 내 작은 마을을 찾았다. 이런저런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여전히 마음은 설레지만 명절 기분은 나지 않았다. 바로 옆집은 빈집으로 방치돼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예전 마을 인구는 200명이 넘은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40명 남짓하다. 어린아이나 젊은이는 아예 없다. 동네의 가장 막내는 나의 4년 선배로 57살이다. 곧 이순(耳順)이다. 그 바로 위가 60대 중순이고, 나머지는 모두 70대 이상이다. 대부분 1∼2인 가구로 3명이 사는 곳은 단 한 가구에 불과하다.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옆집처럼 대부분 빈집이 될 것이다. 대구와 경북의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유출, 저출산 등으로 경북도내 19개 시ㆍ군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대구도 마침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해 14%를 넘어선 것이다.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으로 쏠린 가운데 대구와 경북의 지난해 인구는 각각 245만3천 명, 267만7천 명이었다. 전년보다 각각 8천 명과 5천 명이 줄었다. 특히 고령화에 이어 심각한 저출산으로 노인인구는 유소년 인구를 압도했다. 경북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50만9천여 명으로 32만9천여 명의 유소년(0~14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경북에서 고령인구가 20% 미만인 곳은 구미와 포항, 경산, 칠곡군 정도밖에 없다. 노령화지수 전국 최상위 15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경북 지역이 6곳으로 가장 많았다. 더욱이 군위와 의성은 노인 인구가 유소년의 6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인구구조 역시 0∼14세 12.8%, 15∼64세 73.1%, 65세 이상(노령인구) 14.1%다. 대구의 65세 이상 비율은 2016년 13.3%에서 14.1%로 1만8천 명 증가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경북에서는 출산 건수가 무려 26.9% 줄었다. 분만 건수가 2013년 1만7천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2천여 건으로 4천500여 건이 감소한 것.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로 전국 평균 감소율 16.3%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대구의 분만 감소율도 14.8%나 됐다. 이에 따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 의료 기관도 줄어 경북의 경우 2013년 36곳에서 지난해 32곳으로 감소했다.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도 줄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도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빈집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대구ㆍ경북의 빈집이 무려 17만 가구에 이른다. 대구의 빈집이 최근 3년 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2만9천 가구에서 2016년 3만6천 가구, 지난해 4만4천 가구로 늘었다. 해마다 7천∼8천 가구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 2015년 10만 가구를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12만6천 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빈집이 많다. 적지 않은 지자체들이 ‘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닌 소멸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고심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소멸해 가는 지방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물리적 인프라 중심의 혁신뿐만 아니라 교육과 교통, 주거, 문화 등과 관련된 생활양식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민선 7기 들어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들이 지방소멸을 국가 재난으로 인식하고 각종 프로젝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시ㆍ군별 인구, 사회적 특성에 맞는 지역 맞춤형 정책 발굴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하기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는 “우리에게 하나의 미래(future)만이 아닌 다양한 미래들(futures)이 존재한다”고 했다. ‘지방소멸’이란 미래 역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준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리라. 신념을 갖고 각종 극복 정책을 수립, 선제 대응해 나가야 한다.김종엽편집부국장 겸 사회1부장

교육의 기회균등과 수월성

올해 대입 수험생들의 마지막 모의평가 시험이 지난 5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번 9월 모의평가는 수학 가, 나형의 경우 6월 모의평가에 비해 다소 쉽고,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운 수준에서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모의평가에 수험생들이 민감한 까닭은 모의평가를 수능의 ‘가늠자’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은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난이도를 조정해 출제한다. 이런 이유로 수험생은 비록 모의평가라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은 해마다 수능 난이도에 대한 고민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난이도에 대한 논란은 재연되고 있다. 난이도 논란은 한 두 문제 실수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많은 수험생과 입학 후 현재 다니는 학교에 만족하지 못해 반수 대열에 합류하는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수험생은 수능 난이도에 의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이제는 수험생들이 느끼는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수능 불복과 함께,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 자체를 재검토해 볼 시점이다. 교육의 기회균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국가의 장래는 교육의 수월성(秀越性)에 달려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자율적 책임으로 수월성을 추구할 때 국가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학력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젊은이는 사회적 낙오자로 간주하고, 취직이나 사회진출 등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이 팽배해 이른바 묻지마식 대학 진학을 부추겼다. 이런 이유로 넘치는 대졸자는 청년실업을 일으켜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국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명문대 지상주의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육이 사회적 유동성을 억압하고, 사회적 카스트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명문대 졸업자들이 좋은 직장과 배우자 선택의 가능성 폭이 넓다는 인식에서다. 대학의 서열화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구성원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 창의적인 인재 육성과 사회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론은 양날의 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월성과 평등론 모두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실질적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따져보지 않는다. 교육에서의 평등론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사람들은 물밑에서 은밀하게 소수에게만 가능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한다. 자본과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소수 엘리트 교육을 독점하고, 결국에는 거의 모든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독점하게 된다. 본고사와 학력고사, 수능시험을 거쳐 오면서 시험 문제의 난이도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난이도가 높으면 어떤 특정 과목에 부담을 가지는 학생은 아무리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아도 크게 진전이 없다. 그러나 문제가 쉬우면 평범한 학생도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을 되풀이하면서 적절하게 관리만 받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해마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의 부모 상당수가 전문직 종사자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 현상은 가난한 수재가 계층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수능시험은 절대평가가 아니고 상대평가이다. 상대평가에서는 수험생의 실력을 제대로 변별해낼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가 유지되어야 특정 집단이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 성실하게 노력하며 실력을 쌓은 학생이 실력 발휘보다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학생이 요행을 바라는 문제가 출제된다면, 학교 수업이 더욱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커지고, 상위권 대학의 본고사 도입 요구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수능시험의 적정 난이도 유지에 대한 토론과 사회적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창원교육문화체육부장

공원일몰제를 대하는 대구시의 자세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모든 토지의 훼손 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도시공원일몰제에 포함된 한 공원에 붙은 플래카드다. 대구시의 안일한 행정으로 시민들의 허파역할을 해야 할 도시공원 기능이 멈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도시공원일몰제란 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공원에서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2020년 6월 말 해제되기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대구에는 40여 개 가까운 공원이 있다. 시민들의 재산권과 직결되기에 시행날짜가 다가온다는 건 엄청난 시한폭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걸 의미한다. 2015년 기준으로 대구의 공원매입 예산은 1조2천억 원. 대구 1년 예산의 7분 1에 달하는 많은 액수다. 재원 마련이 만만치 않다. 다른 도시 역시 재원 확보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전국 20개 도시 59개 공원은 이미 일몰제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공청회를 하고 개발을 위한 제안서를 받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대구와 다르다. 의정부는 일찌감치 특례사업을 해 아파트 입주가 이미 완료됐다. 부산도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60여 차례의 공청회를 열고 개발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현행법은 공원의 30%까지만 개발하고 나머지 녹지는 그대로 살려두라는 것이다. 100% 그대로 공원을 보존한 채 지주들에게 땅값을 줄 수 있으면 정부에서 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의 훼손으로 개발을 하고 그 이익으로 땅값을 확보하라는 의미인 셈이다.대구시도 대책을 내놓긴 했다. 865억 원을 들여 공원 진입로만 사들인 다음 나머지 땅을 맹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예산도 다 확보 못 해 4분의 1정도만 지방채를 발행, 매입에 나서고 있다. 엄청난 발상이란 생각이 들지만 범어공원의 사례만 들어봐도 이 생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잘 알 수 있다. 124억 원을 들여 120m 정도 입구 땅을 매입할 계획인 범어공원은 둘레만 6㎞다. 누가 보더라도 혈세 낭비다. 공원 특성도 전혀 파악이 안 돼 있다.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범어공원은 사실 주위가 아파트 및 주택가로 둘러싸여 새 아파트 시공이 불가능한 곳이다. 달서구 학산공원은 공원 전체가 선사유적지라서 원천적으로 개발에 애로가 있다. 공영개발로 가닥이 잡힌 연호대공원 역시 대구도시공사가 계속사업 확보 성격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공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대구시는 앉아서 천 리를 보듯 뭉뚱그려 대책을 말한다.그런 점에서 성서1산단 갈산공원만 속도를 내는 건 의아하다. 공해배출량이 많은 산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공원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그런데도 개발을 위해 녹지율을 8.07%에서 7.05%로 낮추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의심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공구 도소매시설 건립을 위해 개발비율 30%를 다 채울 수 있도록 녹지율을 낮추려 정부 부처를 오가는 ‘친절함’을 다른 공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 공원은 10%대 개발안도 수용하지 않고 반려한 게 대구시다. 애당초 산불예방, 녹지관리 전담인 공원녹지과에서 도시개발사업인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맡았다는 자체가 맞지 않는 옷을 입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선제적 대응은 물 건너갔다. 다만 지금이라도 대구시는 토목, 건축, 도시계획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단을 발족해 시장 직속으로 독립성과 소신을 갖고 투명하고 속도감 있게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에 대비해야 한다. 서울시처럼 재정적 전략과 도시계획적 전략을 동시에 수립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상심의위원회와 같은 것도 벤치마킹해야 한다.권영진 시장에게도 지금까지의 모든 일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상하게 보고해야 한다. 보고 누락으로 단체장이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또 다른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특혜시비까지 휘말리게 될 경우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내 재산’과 관련된 민원이기에 그 크기와 후폭풍은 나라님이라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김승근부국장대우 경제부장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좋은 해법’

최근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로 인한 일손부족으로 농업 인력의 원활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은 법무부가 주관이 되고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력해 2015년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한, 부족한 농작업 인력을 해외에서 수급하는 사업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은 봄, 가을 농촌인력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C4 단기취업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한 후 90일 정도 일하고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간다. 자치단체엔 농촌 고령화에 대비하고 농번기에 고질적인 일손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도 있는 일종의 대체인력 해결 방안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의 경우 경북 영양군(베트남)을 비롯해 충북 괴산군(중국), 전남 고흥군(필리핀), 강원도 홍천군(필리핀) 등 여러 지역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양군은 지난 2016년 10월 베트남 다낭시 화방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이후 상호 방문 등 두 지역의 농업 발전과 우호를 증진시켜왔고 올해 3월 자매결연을 한 후에는 다양한 교류를 통해 이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며 부족한 일손을 해결해 오고 있다. 영양군은 농작업이 집중되는 4월부터 7월까지, 8월부터 10월 말까지 상, 하반기로 나눠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군이 첫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봄, 베트남 화방군에서 25명의 근로자가 입국해 10농가에서 고추와 상추, 수박 등을 식재ㆍ관리했고 하반기에는 47명의 근로자가 입국해 19농가에서 고추와 엽채류 수확 등을 했다. 사업 2년차인 올봄에도 49명의 근로자가 22농가에서 농작업을 도왔고, 하반기인 8월에는 112명의 근로자가 입국해 45농가에서 고추와 과일 엽채류 수확을 돕고 있다. 이들의 근무 조건도 나쁘지 않다. 1인당 최저임금인 시간당 7천530원, 하루 8시간 기준으로 6만240원을 받고 있다. 초과근무 수당까지 받을 경우 한 달 평균 200만 원 이상을 받으며 농가주로부터 숙식도 제공 받는다. 근로자들은 베트남 화방군의 엄격한 선발에 의해 사전교육과 연수를 거친 후 한국으로 입국하고 영양군에서는 오리엔테이션과 농가주 상견례 및 농작업 요령, 한국문화 이해 등 교육을 받고 참여 농가로 배치돼 농작업을 한다. 영양군은 부족한 농촌 인력을 대신해 타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머나먼 이국땅에서 고된 농사일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다문화센터를 통해 자국의 음식들을 제공하고 축제나 행사에 참여토록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종근 영양부군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법무부출입국관리사무소와 긴밀히 협의해 T/F팀 구성은 물론 비상연락망 구축으로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며 “베트남 결혼이민자를 통해 읍ㆍ면별 통역요원 전담배치로 통역과 고충상담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영양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베트남 화방군도 자국 농업인들이 한국의 선진농법을 연수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반기 베트남 계절근로자를 인솔해 온 풍낌 화방군 취업담당 실장은 “체류기간 동안 건강히 농업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수 있도록 영양군과 참여농가의 따뜻한 보살핌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농가들의 반응도 좋다. 본격 수확기를 맞은 고추와 상추재배 농가들은 지속된 폭염 탓에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작물 수확에 나서 적기 수확을 할 수 있었다. 최근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도 농작업의 효율성과 경비 절감을 위해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 확대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부족한 농촌 일손을 해결해 주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문제점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예측 가능한 문제점을 미리 점검하고 해결하는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영양군도 이런 문제점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일손부족 해소와 국제교류 등 상생의 길을 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황태진북부본부장

‘국민 밉상’ 국회의원

가뜩이나 ‘보수꼴통’으로 매도당하며 밉상 받아온 대구경북이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 때문에 볼썽사나운 꼴만 보여주고 있다. ‘이부망천’ 발언으로 인천과 부천 지역 주민들의 공분을 산 모 의원이 최근 대구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의원은 본의 아니게 인천과 부천시민들을 욕보이게 해 죄송하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뜻은 그게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대구 국회의원이 뭐 그렇지”라며 지역민들이 함께 조롱받았다. 물론 당사자는 자유한국당을 탈당해야 하는 등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몇몇 어물전 꼴뚜기 때문에 대구경북인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지난 6ㆍ13지방선거에서도 공천 파동을 되풀이하며 자유한국당의 몰락을 초래했고 친박 의원들의 안하무인격 처신으로 눈총받았다. 지역에서 무소속 및 민주당 돌풍의 빌미가 됐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진박’을 자처하며 공천권을 거머쥔 채 보무도 당당하게 대구에 입성했던 친박 의원들이다. 이들이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롱런에 걸리적거리는 인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세운, 조자룡 헌 칼 쓰듯 공천권을 휘두른 것이 화근이 됐다. 이들은 전 정권에서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지내는 등 화려한 경력과 대통령 총애를 등에 업고 행정 및 사법과 입법까지 넘나든 속칭 한 끗발 했던 사람들이다.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권력욕이 빚어낸 참사였다.정치판에 시커먼 구정물을 일으킨 이들이 지방선거 후 일제히 침묵 모드에 돌입했다. 물론 자숙해야 할 처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각종 지역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역구 활동도 뜸해졌다. 뭣이 예쁘다고. 알아서 긴 측면도 있을 것이다.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하고,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기도 한 모 국회의원은 요즘도 태극기 부대를 이끌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의리를 지키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랭하다. 그런데 정부 부처에서 고위 공직을 지낸 이들이 국회의원으로 택호를 바꾼 것만 해도 가문의 영광일 터인데 무엇이 아쉬울 게 있다고 자리에 연연해 하며 태풍이 지나가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이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물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고,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기 위해 진자리까지 불사하겠다면 그 정성이 가상키도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는 것 같다. 당당하게 후회 없는 길을 가겠다는 이들이 없는 것이 이들을 국회로 보내 준 지역민들의 상처입은 자존심에 생채기만 더한다. 늦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폭탄선언이라도 해야 했다. 한 알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던져야 적어도 존폐 기로의 지역 정치권에 한 가닥 숨통이라도 틔워 줄 수 있을 터였다. 당은 문 닫기 직전인데 혼자만 살겠다고 잔꾀 부리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의 앞날이 너무 훤하다. 나도 살고 당도 살고 지역도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절묘한 수는 없다.정치권 일각에서는 “독이 오를 대로 오른 한국당이 다음 총선에서는 ‘학살’ 수준의 공천 물갈이를 단행해 승리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를 추스르느라 속내를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역대 자유한국당의 위기 극복 사례를 보면 길은 뻔하다. 어차피 버텨봐야 지역 현역 의원 대부분이 ‘아웃’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도 예측하지 못한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미국의 한 신문기자가 ‘미 상원의원 중 한 사람만 빼고 다 개’라는 내용을 기사에 썼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상원의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정치인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 준 일화다. 국민 모두가 밉상이라며 도끼눈으로 보고 있는데 나만은 예외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홍석봉정치부문 에디터

경북 ‘이철우호’ 출범 한 달

민선 7기 경북도정이 시작된 지도 한 달이 지나고 있다. 12년 만에 새 도지사가 들어왔기 때문인지 적지 않은 변화들이 보인다. 외형적으로는 도청 공간이 슬림해졌다. 삼국유사 목판 복원, 경주엑스포 등 주요 도정 홍보관 역할을 했던 본관(안민관) 중앙홀은 시원하게 뚫렸고 3층에 자리한 도지사 전용 집무공간은 단출해졌다. 도지사에 대한 각종 의전이 가벼워지고 업무 보고 대기 시간 등이 단축되면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지고 있다고도 한다. 이철우 도지사는 실ㆍ국장, 과장, 계장 등 세 그룹과 각각 단체 카톡도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카톡 등 일체의 SNS 활동을 하지 않았던 간부들도 어쩔 수 없이 계정을 열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도지사 관사가 도청과 가까워(걸어서 5분 정도) 신도시 주민들은 아침 운동을 하거나 휴일 자전거를 타는 도지사 부부를 보기도 한다. 전에 없던 풍경이다. 이처럼 ‘이철우호’ 출범 한 달 경북도청은 소통과 격식 탈피로 일 중심 행정에 방점을 두는 ‘의욕이 넘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경북도는 기업투자유치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는 민선 7기 도정 핵심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투자유치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굳이 특별위원회까지 출범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도지사는 당선인 주요업무 보고와 취임 기자간담회 때 공단분양특별팀을 구성하고 대기업출신의 새 경제부지사를 뽑아 이끌게 하겠다고 했다. 저 분양률을 보이는 구미 5공단과 포항블루밸리공단 분양 박차를 위한 것으로 이해는 하지만 특위는 왠지 갑작스럽다. 현 정부도 지난해 출범 때 국정 1호 과제를 일자리에 두겠다며 일자리위원회를 맨 먼저 출범시켰다. 그러나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통계는 아직 어디에도 안 보인다. 구체적이면서도 치밀한 특위활동 계획이 어서 마련되길 기대한다. 얼마 전 의성군 안계면사무소에서 열린 이웃사촌 행복시범마을 조성을 위한 첫 관계자 회의에 도지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핵심공약인 시범마을은 청년 일자리, 출산, 육아, 보육, 의료, 교육, 문화 등이 종합 서비스되는 신개념 농촌 마을이다. 그렇다 보니 특화단지조성, 스마트팜 등 일자리 창출 방법론에서 참석자들 간 개념 이해가 갈렸다. 이 둘은 민선 7기 내에 성과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고 대신 내년 하반기에 가시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는 일자리창출 방안을 찾는데 방점을 찍고 파했다.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극복이라는 어려운 공약인 만큼 초기 세팅 단계에 도지사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폭염대처다. 경북도는 폭염특보발효 17일 만인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도지사 주재로 도-시ㆍ군 부단체장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닭, 돼지 등 가축 27만5천여 마리가 폐사해 추정 피해액이 22억 원에 이르고 온열질환으로 2명이 숨지고 170여 명이 열사병과 열 탈진으로 입원했다는 공식 통계가 집계되는 등 폭염피해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때였다. 경북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6월20일부터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 이틀이 지난 지난달 12일까지 온열질환자가 33명 발생했고 닭, 돼지 등 가축은 19개 시ㆍ군에 3만3천여 마리가 폐사하는 등 폭염 초기부터 피해 규모가 심상찮았다. 폭염특보 27일째인 6일 경북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9명으로 전국(38명)의 23.7%를 차지한다. 사망자 비율이 높은 데 대해 도는 폭염이 일찍 시작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더욱 대책이 빨라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농작물은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피해규모가 600㏊를 훌쩍 넘겼다. 가축은 42만8천131마리(9.8%), 고수온에 따른 동해안 어류피해도 14만3천600마리에 달한다. “매우 빠르게, 매우 지나치게”. 이는 구제역과 AI 등 각종 재해 예방을 관통하는 경북도정의 모토다. 민선 7기에서도 이 모토가 빠르게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도지사가 구제역, 지진, AI 대응체계를 빨리 점검해보길 바란다.문정화신도청권 취재팀장

보고 싶은 것만 본다

TV 드라마를 보면 연인이나 부부가 감정이 상해 서로 다투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을 배려하거나 이해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너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말이다. 제삼자가 보기엔 둘 다 마찬가진데 서로는 상대를 그렇게 생각한다. 이를 사회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나 사실에는 눈을 감는, 어찌 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심리하고나 해야 할까. 그런데 이 확증편향이 집단이나 국가 등의 단위로 범위가 확대된다면 문제가 절대 간단치 않다. 최근 정부는 2019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해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지금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경제계는 경제계대로, 노동계는 그들대로 이해관계에 따라 옳다, 그르다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경영계를 대표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안에 대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지 않은 점과 영세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경영난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정부안 불복종운동까지 거론하며 정부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편의점주들의 주장을 보면 대략 이렇다. 가맹 본사의 횡포(근접출점 및 높은 가맹점비), 높은 카드수수료 등으로 이미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는 상황인데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인건비까지 올리면 점포를 걷어치우라는 것이냐고. 편의점 상황을 한번 따져 보자. 최근 발표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담배는 점포별 연매출의 약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만큼 편의점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평균 4천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면 전체 이익이 9%인 405원인데, 이를 카드 결제하면 점주가 204원, 카드회사가 112,5원, 가맹 본사가 88.5원의 수익을 챙겨간다. 결제수수료의 불만은 아마 다른 상품도 대개 비슷하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경영난의 주원인으로 거론돼 온 결제수수료율 낮추기가 왜 최저임금 인상에 밀려나는가. 최저임금 인상은 업종별 여건과 개별 기업체의 상황에 따라 영향이 다를 것이므로 일반화해서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만이 소상인 경영난의 주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현재 상황이 옳은가 하는 점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는 데 목표가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여러 가지 여건상 지금 힘들지라도 방향성에서 맞는다면 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터넷에 대구경북민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악성 댓글이 쏟아져 지역민들의 공분을 샀다. 대구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대구 오염 수돗물 사고가 빌미였다. 네티즌들은 ‘대구 보수 놈들 뭘 해도 이런 식이다’ ‘자유한국당 뽑았으니 알아서 해라’ 하며 정치적 이유를 들며 지역민 비난에 열을 올렸다. 급기야 대구시장까지 나서서 이들에게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선거 때면 지역민의 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올라온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오히려 의연하게 대처한다. 점잖은 이들은 ‘되지 못한 인간들이 하는 짓거리’라고 무시하기도 하고, 좀 열정적인 이들이라면 ‘호남은 뭐 다른가?’라고 이들을 타이르기도 한다. 우리는 지역주의에 오랫동안 멍들어 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다 얼마 전부턴 보수, 진보라는 진영싸움이 가세했고 요사이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대립, 갑을의 충돌, 그리고 남여 간의 상대성 혐오 현상까지 곳곳에서 분열과 편 나누기가 진행하고 있다. 뿌리를 캐보자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놔놓고 못 본체 하기엔 사회 갈등이, 특히 집단 간의 대립이 임계치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영국 런던대 교수였던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는 ‘우리가 옳다고 하는 만큼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언제 틀릴지는 알지 못한다’는 말로 외눈 보기, 즉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래서일까, 기업에서는 CEO의 확증 편향을 막고자 집단결정 체제를 도입하거나 로마 가톨릭의 ‘악마의 변호사’ 역할제를 시행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 악마의 변호사 역을 맡기나.박준우부국장대우 독자여론부장

교육의 질 개선, 왜 필요한가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 기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수험생들은 대입 준비에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입 설명회를 찾아다니는 등 지원 전략 세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 입학은 최상위권 인기학과만을 두고 볼 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전국 200여 개에 달하는 4년제 대학 가운데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대학도 부지기수다. 정원 부족은 대학 입학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느냐 못 가느냐가 문제 될 따름이다. 수능 응시자 4명 중 1명 수준으로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있는 조사결과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재수나 편입학을 위해 자퇴, 미복학, 미등록 등으로 대학을 중도에 그만둔 학생 수는 14만5천595명이었다. 이는 2013학년도 수능 응시자가 62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능 응시자의 4분의 1 정도가 대학을 그만둔 셈이다. 중도 포기자 수는 해마다 일정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에는 14만8천7명, 2011년 14만4천651명, 2012년 14만8천662명 등 매년 14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 중도 포기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도 탈락 학생 납부 등록금 총액은 국공립대의 경우 898억여 원이며 사립대의 경우 7천381억여 원에 달한다. 또한 중도 탈락 학생 1인당 비용은 국공립대의 경우 771만9천 원, 사립대의 경우 1천223만1천 원에 이른다. 이들이 대학 입학과 재수 대신 취업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은 1인당 1천729만 원으로 계산됨에 따라 총 2조5천178억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사교육비와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그렇다면 왜 많은 학생이 중도에 대학을 그만두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우리 사회의 학벌 중시 풍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은 한목소리로 학벌철폐를 부르짖는다. 이와는 반대로 학벌의 위력은 좀체 변하지 않고 은밀한 방식으로 더 거세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여 년 전에는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출발 시점에서 임금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다. 최종 학력에 따라 소득은 10~2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누구나 성실하게 일하면 그 간격을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외형상 같은 자격을 갖추고 있어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임금은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전공이 같아도 연봉 3천만 원 이상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있고, 최저 생계비 수준에서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그 차이는 학벌에서 가장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일반인의 인식이다. 그러니 명문대 진학은 사생결단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2015년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전 세계 상위 1%의 재산이 나머지 99%를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의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극소수 상위층이 절대다수에게 배신감을 안기게 되면 그 사회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최상위 소수가 교육 독점을 통해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 빈곤층은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졌고, 중산층 절대다수도 평범한 방법으로는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가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 진학은 가진 자들이 끼리끼리 정보를 독점하면서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공교육 활성화와 정상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절대다수의 학생은 계층 이동의 통로를 잃게 된다. 정부와 대학당국은 수험생 감소를 고려해 더 늦기 전에 대학입학 정원을 줄여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취업과 연계되는 다양한 실용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절대다수의 국민은 교육을 통한 구직과 계층이동에 아직도 확고한 기대와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김창원교육문화체육부장

논공행상 인사, 이젠 끊어야 한다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조현우 선수처럼 한편의 동화같이, 영화같이 ‘대구시민에게 감사한다’라고 한 적이 있었겠습니까.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어제 조현우 선수에게 위로받고 가슴 뭉클했을 것입니다.” 시민구단인 프로축구 대구FC를 측면 지원하는 대구FC엔젤클럽 이호경 회장이 지난달 27일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독일전 승리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되는 등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조현우 선수의 ‘대구시민에게 감사한다’는 이 한마디는 대구는 물론 전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데 이 같은 감흥을 깨는 얘기가 최근 귓전을 때린다. 애써 외면하는데도 계속 윙윙거리니 어찌할 방법도 없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6ㆍ13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뒤 가장 관심사로 떠오른 인사 문제다. 그 중 경제부시장을 두고 말들이 많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캠프에서 활동한 누구누구가 경제부시장에 임명된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근원지는 선거캠프다. 소위 ‘선피아(선거마피아)’들의 논공행상이 시작된 것이다. 경제부시장은 국비 확보, 투자 유치, 중앙ㆍ지방 정치권과 유대관계 형성 등 ‘바깥 살림’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다. 선거 뒤 논공행상이나 권력만 좇는 이들이 차지할 자리가 아니다. 선피아에 대한 비판여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궤멸적 패배를 당하면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ㆍ경북이 ‘TK섬’으로 전락했다. 정치적으로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ㆍ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14곳을, 국회의원 재보궐 결과는 12곳 중 11곳을 휩쓰는 압승을 거둬 전국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처럼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이 바뀌어 대구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내세워 일부 인사들이 부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민선 7기 대구시정의 방향을 가늠하는 이정표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 가늠자가 바로 경제부시장 선택이다. 권 시장이 평소 강조하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정치 구도상 어려워졌다.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분야에 시정 역량을 쏟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럼 이와 관련된 예산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사를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하는 게 선결과제다. 야당 소속 단체장이지만 문재인 정부 및 여당과 소통할 수 있는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현 정부를 상대로 대구가 처한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우수하고 능력이 출중한 인사를 초빙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진정 대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권영진호 2기가 출범과 동시에 공론화해 조기 추진해야 할 지역현안 사업들은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게 대부분이다. 통합 신공항과 맑은 물, 시청 신청사 건립 등은 대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전폭적 예산지원이나 정치권의 정치적 해결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특히 통합 신공항 문제는 권 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부산ㆍ울산ㆍ경남의 여당 소속 단체장 당선자들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재추진을 공론화하고 나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2년 만에 재점화된 것이다. 권 시장이 지방선거 후 첫 행보로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요청한 사업들도 정부부처의 외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정 2기 성공은 결국 이 같은 현안 해결에서 비롯된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사람을 잘 골라서 쓰는 일이야말로 지도자의 핵심적인 자질이다. 대구의 미래가 어떤 지도자를 뽑느냐에 좌우된다면 그 지도자의 성공은 결국 어떤 사람을 골라서 쓰느냐에 달렸다. 전문성이나 도덕성 등 필수 자질이 선거캠프 활동상이나 당선 기여도에 밀려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김종엽편집부국장 겸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