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무궁화 단상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신승남 중부본부 부장포항 기청산 식물원에는 아주 특별한 관목 울타리가 있다. 잘 정리된 이 울타리는 은행나무 울타리다. 나무의 수명은 대략 100여 년이다. 늘씬하고 쑥쑥자라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생각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은행나무에 대한 선입견이다.100여 년이나 된 은행나무들이 촘촘하게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키는 2m가 되지 않는다. 처음 이 은행나무를 보는 이들은 못믿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잎을 모두 떨군 겨울에는 여느 은행나무와는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전세계 1과, 1속, 1종 만이다. 그래서 은행나무가 아닐 수가 없다.크고 웅장한 은행나무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은행나무로 만든 울타리를 보여주면 놀랍고 신기해 한다. 하지만 난 이 은행나무 울타리가 신기하지도 반갑지도 않다. 은행나무가 은행나무 답지 않아서다. 그럼 무궁화는 어떨까. 우리나라 꽃, 무궁화는 관목이다. 일반적으로 키는 1m 전후로 작고 아담한 수형에 제법 큰 꽃을 피운다.그래서 큰 무궁화나무를 만나면 그 아름드리 나무에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금오산 잔디광장에 제법 키가 큰 무궁화나무 2그루 나란히 서 있다.줄기가 제법 굵은 이 무궁화나무는 오랜 세월만큼 주름진 옷을 입고 있다. 이렇게 오래되고 큰 무궁화나무를 보면 때가 끼고 보잘 것 없는 작은 나무라는 고정관념을 깨게 된다.오래된 나무에 큼직하고 화려한 꽃이 필때마다 참 한결같은 나무라는 생각을 한다. 유목일때나 성목이 되어서나 한결같이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내고 있으니 말이다.‘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무궁화는 애국가에도 당당히 등장하는 나라 꽃이다. 일제 강점기 많은 탄압과 억압에도 억척스럽게 지켜온 꽃이기도 하다.피고 지고 또 피어 100일 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큼직한 꽃송이는 벌과 나비들에게 먹음직한 잔치를 예고한다. 나무는 꽃을 피웠다고 모두 씨앗을 맺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유독 무궁화나무는 꽃을 피운 자리마다 씨앗을 맺는다.아마도 큰 꽃과 푸짐한 꽃가루로 많은 곤충들에게 풍성한 먹을 거리를 제공하고 그 덕에 가루받이를 잘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무궁화 꽃에는 꽃가루를 탐하는 개미가 많이 몰려든다.또 꺾꽂이로도 뿌리를 잘 내리는 무궁화는 어디서나 잘 자라는 까다롭지 않은 나무이다.전국 어디서나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무궁화는 해마다 강전지로 나뭇가지를 잘라 키가 큰 나무를 보기 어렵다.무궁화 나무를 작은 키에 왜소한 형태로 키우는 것은 우리의 고정관념이다.생각해 보면 은행나무를 키우는 사람이나 무궁화나무를 키우는 사람이 나무를 어떻게 키울지 결정하고 오랜세월을 다듬어가는 것은 모두 비슷하다.큰 교목으로 키워서 튼튼한 목재로 사용하고 깊은 그늘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아담한 관목으로 키워 울타리로 이용할 것인지 키우는 이의 의도와 목적이 나무의 크기와 쓰임을 결정한다.이는 순전히 나무를 키우는 사람의 생각이지 나무의 의지는 아니다. 나무에게도 제 나름대로의 타고 난 특성이 있다.아이들을 키우는 교육도 마찬가지다.‘너는 큰 재목이 안 되니까 기술을 배워 밥벌이나 하면 돼, 아님 넌 내 자식이니까 더 큰 일을 해야 해’ 등 부모나 선생님들의 수많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우리 아이들의 꿈을 빼앗고 있는지도 모른다.키 작은 무궁화 나무를 보며 이런 반성을 했다.‘내가 아이들이 더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을 잘라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사막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은행나무처럼 환경을 스스로 극복하라고 채찍질 하는 것은 아닌지.’오늘 산책 길에 무궁화를 만났다. 단심 무궁화(흰 바탕에 붉은 수술과 암술)다. 무궁화 나무가 키가 작은 것은 일제의 잔재라고 한다.일제는 민족의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무궁화 나무의 키를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한 가지치기를 했다고 한다.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등으로 한·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무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학정과 가지가 잘려지는 고통에도 온몸으로 잎을 피우고 꽃을 틔운 나라 꽃이다.무궁화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지, 한·일 갈등에 있어서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가져야 할 지 무언의 답을 던지며 무더위에도 활짝 웃고 있다.

범어네거리에서…교통오지 영양군, 국도 31호선 확장 요구

교통오지 영양군, 국도 31호선 확장 요구황태진북부본부장반딧불이의 고장, 국제밤하늘보호공원, 한글 최초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조지훈, 오일도, 이문열 등 근현대 작가들의 고향인 문향의 고장 등등 청정 자연 속에 문화관광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영양군.그러나 ‘고속도로·4차로·철로 등 3로가 없는 전국 유일의 육지 속의 교통섬’으로 남아 있어 도시와의 접근성으로 인해 문화관광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교통 오지 영양군이 국도 31호선 4차선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영양과 청송을 연결하는 국도 31호선은 영양의 관문이지만 급커브 및 낙석, 2차선 노폭 협소, 선형 불량 등으로 운전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 4차선 확장이 필요하다.영양군은 청송군 진보면 월전리~영양읍 서부리 구간 16㎞에 대한 4차선 확장공사를 정부에 건의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외면당했다.상주~영덕간 고속도로 개통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확장돼야 하지만 경제성 논리 등에 막혀 진전이 없었다.특히 영양군이 국도 31호선 구간에 대해 국토부 등 관계 당국에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수차례 건의했지만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됐다.지난 2016년 1월 인근 지역인 청송을 지나가는 상주~영덕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이에 따른 접근성 향상 등이 기대됐다.하지만 영양읍 소재지와 고속도로 IC를 잇는 국도 31호선이 2차선에 불과해 동청송·영양 IC 진입에만 30분 이상 소요돼 변화된 교통환경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이를 타계하기 위해 수차례 국도 31호선 입암~영양 간 도로 선형개량을 건의했으나 교통량과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부 예비타당성에서 탈락했다.또 2016년 8월 제4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에도 반영되지 않았다.지난 2017년 1월 발표된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영천~영양~강원 양구를 잇는 남북 6축 고속도로)’ 계획에도 경제성 논리 등에 막혀 미반영됐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민들의 볼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정부는 경제성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낙후지역을 개발하는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영양군 주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국도 31호선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전국 지자체 중 4차선 도로가 없는 곳, 정부가 목표하는 30분 내 고속도로 진입 가능 구역 미포함 지역, 철도가 없는 곳으로 최악의 교통 소외지역이 영양군이다.군은 이 같은 지역의 열악한 교통 사정을 알리기 위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천여 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양군 도로망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그 결과 주민 82%가 31번 국도 4차선 확·포장이 매우 시급하다고 답했다.군은 이를 바탕으로 최근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교통여건이 열악한 낙후지역 연계 도로망 확충을 위해 국도 31호선 4차로 확장을 정부에 또 다시 건의했다.여기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2조의 2에 따라 낙후도가 최하위인 지자체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국가의 특별 배려가 필요한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오도창 영양군수는 국도 31호선 4차선 확장을 민선 7기 공약사업으로 제시했다.임기 내 이를 실천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는가 하면 국회와 정부 부처를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다.오도창 군수는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영양군의 성장 돌파구 마련과 주민 소득증대 등을 위해서는 국도 31호선 확·포장사업이 절실하다”며 “정부가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중앙정부 및 관계부처는 아직도 경제성만 따진다.교통 인프라 구축은 경제적 타당성을 가지고 타 지역과 동일한 기준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과 생존권 보장차원의 정책으로 판단돼야 한다.영양군은 전국 최고의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문화관광 중심지로의 도약을 위해 막힌 흐름을 뚫어 주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육지 속의 섬 교통오지인 영양군이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이 돼 ‘가고 싶은 영양, 머무르고 싶은 사통팔달 영양’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범어네거리에서…나쁜 엄마, 나쁜 어른

신승남중부본부 부장“아이가 상처를 많이 받았나봐요, 학교를 그만두려고 해요.”어느 날, 그리 친하진 않지만 알고 지내던 사람이 걱정 어린 마음으로 고민을 털어놓았다.오지랖인줄 알면서도 붙잡아 놓고 걱정이 뭐냐고 물었다.조금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 하루 전 친구와 다투다 한 대 때렸는데 그만 형사사건이 됐다는 것이다.그녀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사건 배당 서류다. 상해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고개를 푹 떨군 아이 엄마는 한 숨을 쉬며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용돈을 넉넉하게 줄 형편이 되지 않아 아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친구에게 빌려줘야 한다며 용돈을 가불해 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고 한다.그렇게 한 달 용돈을 가불한 아들은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고 아들 친구가 돈을 갚지 않고 자꾸 미루며 비아냥거려 한 대 때린 것이 친구의 고막을 다치게 했다는 것이다.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가던 아이 엄마는 전후사정이야 어떻든 폭력을 행사한 것 자체로 잘못이라고 했다.화를 참지 못해 친구를 때린 아이를 혼냈다고 한다.하지만 이들 모자의 시련은 이때부터다.아들 친구의 엄마가 아들을 상행혐의로 고소하며 합의를 종용했기 때문이다.당장 합의를 하지 않으면 17살이 된 아들이 전과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항에 처했다.놀라 달려간 경찰서에서 아들 친구의 엄마를 만났다.이유야 어찌됐던 미안한 마음을 전했지만 친구의 엄마라는 사람은 다짜고짜 합의금으로 500만 원을 달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생각 좀 해보고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아들 친구 엄마는 막무가내였다.형편이 어려우니 300만 원에 합의를 보자고 사정했지만 500만 원이 아니면 절대 합의를 볼 수 없으며 합의가 안 되면 학교에 알려 학폭으로 처벌받게 하겠다는 것이다.합의금을 구할 수 없어 결국 아이의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아이는 그만 풀이 죽었다. 친구와 다툰 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것도 무서웠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엄마를 볼 면목이 없었다.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학폭이 열리면 자신이 나쁜 아이로 알려지고 친구는 물론, 선생님들로부터 손가락질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결국 합의가 되지 않자 피해 학생 엄마는 학교측에 학폭으로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중학교때 공부를 꽤 잘했지만 엄마의 짐을 덜기 위해 공고를 선택했던 아이는 결국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입학 성적이 좋아 가을쯤 학교에서 보내주는 해외 견학의 꿈도 접었다.담임 선생님과 엄마가 자퇴만은 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여기까지가 아이 엄마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아이 엄마는 중간 중간 눈물을 훔쳤다.이야기를 듣고 나서 아이를 설득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봤다.마침 경찰서에 청소년을 상담하고 선도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을 소개해주기로 했지만 아이는 거절했다.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폭행을 저지른 자신을 자책하고 자신 때문에 죄인이 된 엄마에게 미안하다며 결국 자퇴했다.특히 친구끼리 다툰 일을 사건으로 만들고 합의금을 요구하는 친구 엄마에게 더 이상 엄마와 자신이 휘둘리는 것이 싫었다.아이는 엄마에게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며 정규 고교과정을 포기했다.필자가 폭력을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자라는 아이들끼리 다툰 일을 형사사건으로 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었을까.물론, 맞은 아이의 부모 입장은 속도 상하고 화가 날만도 하다.어떤 방식으로라도 보상받고 싶기도 할 터이다.하지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생각을 못한 점은 아쉽다.이 피해자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치료를 받고 멀쩡히 나았는데도 아들의 친구를 처벌해 달라고 경찰이며 학교에 요구했다고 한다.어른답지 못했다.아이들이 싸우면 말리고, 친하게 지내라고 다독이는게 어른의 할 일이다.또 남의 자식보다 내 자식에게는 잘못이 없었는지 확인하고 교육을 하는 것이 먼저였다.그게 부모고 어른이다.요즘 우리나라에 또 다른 예비군이 있다고 한다. 엄마 부대다.아들이 군대에 입대하면 같이 군 생활하는 것 처럼 행동하고 간섭하는 엄마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자식에 대한 집착과 빗나간 사랑은 사회를 건강하게 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내 자식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범어네거리에서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서 전통의 맛과 멋을 느껴보자황태진 북부본부장여중군자 장계향선생의 정신과 업적을 교육하고 공유하며 조선시대 전통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이 개원 1주년을 맞이하고 있다.영양군은 지난해 4월10일 석보면 원리리에 총 239억 원을 들여 7년간의 공사 끝에 부지 3만3천719㎡, 건축연면적 4천438여㎡에 체험휴양추모공간을 조성했다.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은 나이 일흔 무렵에 눈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정부인 장씨가 자손들을 위해 애써 음식하는 법을 정리해 남긴 ‘음식디미방’의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맛 볼 수 있는 곳이다.‘음식디미방’이라고도 하고 ‘규곤시의방’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로 기록된 요리서이자 아시아에서 여성에 의해 쓰여진 가장 오래된 조리책으로 주목받고 있다.1600년대 경상도 지방의 가정에서 실제 만들던 음식의 조리법과 저장 발효식품, 식품 보관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최근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음식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고유화 된 트렌드로 자리 잡아 한류의 거센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고찰은 현재뿐만 아니라 이전 조상들이 즐겨 먹던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한류의 원동력은 차별성을 곁들인 문화로의 재탄생이다.하지만 재탄생된 문화에도 그 원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알아보고 널리 쓸 때만이 비로소 진정한 우리 것이 된다.새로운 전통이 될 수 있는 맛과 멋을 확고히 세우는 것이 우리만의 정서를 경험하고 담아낼 수 있는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다.이런 의미에서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은 책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음식의 이미지와 관념을 구체화하고 체험으로 느끼며 오감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다.어쩌면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붐을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초월한 조선시대의 음식문화를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매개체인 것이다.영양을 방문하는 내·외국인들이 영양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교육원에서 장계향 선생의 음식문화와 사상을 체험한다면 한류에 대한 느낌은 더욱 인상 깊게 남지 않을까.영양군은 음식디미방 음식을 재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디미방’이라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 음식 예법, 시대정신 등 총체적인 하나의 문화로 접근하고 있다.과거는 현재와 미래가 있어야 존재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여중군자 장계향(1598~1680)은 선조 31년 경북 안동 금계리에서 태어나 숙종 6년 83세를 일기로 경북 영양 석보에서 타계했다.만년에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이 대학자이자 국지적 지도자에게만 부여하는 산림으로 불림을 받아서 이조판서를 지냈으므로 법전에 따라 정부인의 품계가 내려졌다.오늘날과 같이 전쟁의 혼란과 사회적 격변을 겪음으로써 어른이 존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여성이면서도 스스로 어른으로 대접받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가르쳐준 대표적 여성상이다.갈암 이현일 선생은 “내가 노둔하고 우매하여 지극한 가르침을 따라 실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평소 야비한 말과 버릇없이 구는 말을 내 입에 올려 말하거나 남에게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실로 어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금지하고 경계한 탓이다”이라고 ‘정부인 안동 장씨 실기’에서 그 고마움을 회고했다.정부인 장씨를 17세기 이후 조선인들은 맹자)나 정자의 어머니와 같은 현명한 분이라고 칭송했다.350여년이 지난 오늘, 그녀가 묻고 있다.당신은 평생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다간 그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연 어떻게 살것인가’를 생각케 하는 스승이자,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가르쳐 준 큰 인물이다.개원 1주년을 맞은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 지난 1년간 1만 명이 넘는 체험객이 다녀갔다.교육원은 이 같은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장계향선생의 삶과 정신, 음식디미방의 가치와 우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세계적인 전통문화체험 관광지로 발돋움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여중군자 장계향선생의 발자취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줘 체험객 100만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범어네거리에서 관심의 미학

이창재 정치부장부끄러운 얘기다.정치부 데스크를 맡고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최근 발간된 지면에 1면과 유사한 사진이 2면에 그대로 노출된 일 때문이다. 농협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투표장을 설치하는 사진이다. 같은 날 비슷한 사진 2장은 대구일보 입사이래 처음이다.아침 문 앞에 놓여진 신문을 펼친 순간 아차하며 무릎을 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독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등 뒤를 찔렀다.근데 아침 오후 데스크 회의시간에 지적받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날 외부에서 하루종일 누구하나 사진에 대해 얘기하는 이가 없었다.한편으론 다행이라 안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섭섭함이 뇌리를 스쳤다.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가 이정도일까?하는 아쉬움은 그날 하루종일 계속됐다.실수한 당사자는 발을 동동그리고 있는데 정작 이를 탓하는 이가 없는 데 대한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 또 다른 일이 빚어졌다.정치부 데스크인 나를 제외한 사회경제부와 교육부 등 타 부서 데스크의 일상적 행동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최근 본지가 통합부서로 출범시킨 경제·사회부 데스크의 경우 기사 출고 인쇄지면시 사진을 뺀 이면지로 활용하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모습은 필자의 맘을 옥죄는 데 충분했다.한번 할 일을 두번이나 수정하고 인쇄하는 타 데스크의 절약정신은 나에겐 작은 충격이었다.하루동안 두 번의 반성. 당연한 일로 치부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다.기사 생산도 소홀히 했고 회사 비품 아끼기. 모든 것은 필자의 잘못이고 관심부족. 나태함에서 비롯됐다.독자들의 관심 부족과 나의 무관심은 한동안 집중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했다.지역 정치권의 기사를 그토록 많이 다뤄왔지만 정작 정치 활동에 임하는 정치가들의 또 다른 이면엔 소홀한 것이 아닌가 되새겼다.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정치권의 활동들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도 되새김했다.실제 지역 정치권에서 고군분투하는 국회의원들과 지방의원 선량들의 의정활동상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도하면서 그날그날 소위 땜방했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살얼음판 정치권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정치권 인사들의 바램은 똑같이 국민이자 지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이다.정치가들은 관심을 먹고 산다.모 달서구 당협위원장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지역구와 서울을 오가며 보도자료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내 인지도는 좀체 올라가지 않고 있다.한 때 이부망천의 신조어로 전국망을 탄 모 의원도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도 이부망천 의원이라는 닉네임은 여전히 달고 있다.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구설에 오르지 않은 일부 의원들에 비해 고생(?)은 많지만 보람(?)도 없는 형국이다.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권영진 대구시장도 6년째 대구시를 이끌고 있지만 시민 10명 중 5~6명은 그의 이름을 선듯 말하지 못하는 것도 관심부족이다.먹고살기 바쁜 대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정치권에 무관심 행보다.내년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내년 총선에 나설 선량들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다.지난 지방선거 이후 참패를 당한 한국당의 지지율이 최근 탄핵정국 이전수준으로 회복되면서 대구·경북 한국당도 회생 분위기 일색이다.총선 희망자들도 일제히 한국당으로 몰리고 있다.친박 성향의 황교안 대표 체제로 친박 일색인 지역 한국당 의원들은 내년 총선 물갈이도 소폭이 될 것이라는데 기대를 거는 눈치다.정치신인들이 발을 디딜 곳이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 때문에 나온다.수년 전부터 지역구에 공을 들이는 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지역구민들은 그들의 활동에 전혀 무관심이다. 공천 직전에 등장하는 몇 개월짜리 공천자가 당선되는 현실에도 무감각이다.내년 총선의 주인공은 공천자도 후보자도 아닌 지역민이자 국민들인 유권자들이다.지역민들의 대변인을 꼼꼼히 지켜보고 능력과 검증의 단계를 거쳐 선택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의미다.이제는 특정 정당을 위해 지역정서에 올인해선 결코 지역 발전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대다수 유권자들이 되새겨 볼 때다.지금도 늦지 않다 .총선 이후 드러난 존재감 없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적에 손가락을 보이며 후회하는 유권자들이 나오지 않게 우리 모두 그들이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관심을 통한 집중과 선택 나부터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이제서야 1일이 된다는 점이 한없이 부끄럽고 아쉽다.

범어네거리-신뢰는 조직을 강하게 만든다

김창원/ 경제부장 논어 안연편에서 공자는 정치의 근본이 무엇이냐는 자공의 물음에 ‘믿음’이 그 근본이라고 답한다. 공자는 “정치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비를 충족하게 하고(足兵), 백성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民信)”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공은 “만약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 셋 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군대를 버려야 한다.”자공이 다시 물었다. “만약 둘 중에 또 하나를 또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버려야 한다. 사람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정치는 존재할 수가 없다.” 공자의 말은 신뢰가 없으면 백성도 정치도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늘날 정치인이나 CEO들이 애호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뜻이다.신뢰감의 상실은 모든 것을 어렵게 한다. 상인과 소비자가 서로 신뢰할 수 없다면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가 없고, 궁극에 가서는 생산과 소비 모든 것이 침체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사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감을 쌓아 가면, 그 기업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기업에서도 CEO와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지 않을 때, 성장 동력은 상실된다. DGB 대구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 대구·경북에서 수신율 36.2%, 여신율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에서는 수신율 47.4%, 여신율 28.6%를 차지할 만큼 지역민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 만큼 지역민이 대구은행에 거는 기대는 크다.DGB 금융그룹이 지난달 29일, 10개월째 공석이던 은행장에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함에 따라 내부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겸직으로 그동안 분분했던 이야기들은 물밑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평이다.DGB금융은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4월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를 결정했다. 전임 박인규 회장 겸 은행장 시절의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등이 권력 집중으로 발생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선임 원칙을 은행 이사회와 김 회장 스스로 깼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일단 대구은행은 리더십 공백을 메웠다. 은행 입장에서는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불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불은 여전히 내연해 있는 느낌이다. 형식을 갖췄다고 내용이 바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다산 정약용은 식(食), 군(軍), 신(信)의 상호 관계에 대해 말했다. 백성의 믿음은 먹을 것과 군대가 바탕이 되어야 생겨날 수 있고, 먹을 것과 군대를 버리고는 믿음이 있을 수 없으므로 이 셋은 서로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산은 백성이 윗사람을 믿는 마음이 없으면 군대가 있어도 환란을 막을 수 없고, 먹을 것이 있어도 백성이 즐기며 살 수 없다고 했다.상호 신뢰감을 상실한 조직은 구성원 간 사소한 이해 관계에 따라 갈기갈기 찢어지고, 위기 앞에 분열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태오 행장은 흐트러진 조직을 안정화하고 신뢰감 회복에 노력해야 한다.10개월간의 은행장 공백은 DGB금융그룹 전체의 경쟁력과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취임식에서 김 행장은 ‘권위의식을 버리고 직원과 소통하겠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 주인공은 바로 임직원 여러분’이라고 밝힌 만큼 조직의 신뢰 회복에 주안점을 둘 것이란 기대가 크다.다 같이 살아가는 길은 무너진 신뢰감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대구은행 이사회와 대구은행 제1 노조가 김 회장 행장 선임 결정에 손을 들어준 후 ‘조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밝힌 사실을 김 회장은 ‘무신불입’의 마음으로 되새겨야 한다.지역민들은 김 회장이 밝힌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과 내부 혁신 프로그램 운영을 눈여겨보고 있다. 신뢰감은 조직을 안정시키고 조직원의 사기를 높여주는 동시에 지역민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구미 유치의 당위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수출 258억 달러. 어떻게 보면 큰 금액이다. 하지만 구미시의 2018년 수출액이라면 찜찜하다. 한 해 전인 2017년 수출액인 282억7천여만 달러보다 8.4% 준 실적이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도 2017년 166억3천여만 달러보다 11% 감소한 103억6천여만 달러를 기록했다.구미가 자꾸 쪼그라들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의 국내·외 이전과 휴·폐업 등으로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근로자들의 소비에 의존하던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가고 있다.지난해 5G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구미를 떠나 수원으로 옮겨야 한다던 삼성네트워크 사업부도 곧 구미를 떠난다. 일부 인력이 남아 있다곤 하지만 대부분 직원은 이번 명절이 구미에서 보내는 마지막 명절이 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대기업들이 구미를 떠나면서 덩달아 중소기업들도 떠나거나 문을 닫고 있다. 구미시 인동동이나, 구미국가산단 제3단지 인근의 칠곡군 석적읍 주민들은 밤이 지나면 ‘어느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고, 어떤 기업은 폐업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가동률이 36% 정도라는 통계가 실감 나는 대목이다.구미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휴업을 하고도 고용을 유지하려는 중소기업에 지원한 고용유지 지원금이 전년도에 비교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IMF와 외환위기 때에도 끄떡없었던 구미국가산단이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모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사실상 정부가 국토균형발전 책무를 소홀히 한 탓이라는 이야기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국토균형발전을 공약으로 삼고 임기 중 작으나마 실천하려고 노력했다.하지만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완화하면서 사실상 국토균형발전은 멀어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토균형발전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이때다 싶었는지 전국 국가산단에 있던 대기업과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수도권으로 공장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고삐 풀린 수도권 이전은 수도권 팽창을 가져오고 대전 이북과 춘천 서쪽이 모두 수도권이라는 우스개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유일한 일자리를 제공하던 제조공장마저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국가산단을 끼고 있던 구미와 군산, 광주, 울산, 포항 등의 도시들은 말 그대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기업이야 투자 후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곳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물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고 정주 여건 등 각종 인프라와 인재가 많은 수도권에 공장을 짓고자 하는 것만으로 기업을 탓할 수는 없다.하지만 그렇다고 정부마저 국토균형발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환경정의 공동대표인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한 칼럼에서 OECD 국가 중 소득이 높은 나라들은 인구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의 인구 비중이 10% 내외라며, 서울의 전체 인구 대비 비중 22%는 한국의 국토구조가 건강하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수도권이 과밀화되면서 수도권을 수도권답게 발전시키지 못하고 비수도권의 발전 잠재력마저 빼앗는 이중적 폐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지난해 1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50개 기업이 동반 입주하는 1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즉시 경기도 용인과 이천, 충청북도 청주시, 경북 구미시가 유치에 나섰다.기업은 여전히 수도권 규제를 풀고 공장 총량제의 예외를 인정해 수도권에 신규 투자를 허용하도록 바라는 눈치다. 그래야 투자로 인한 불로소득인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을 강조해왔다. 이번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계획은 SK하이닉스의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국책사업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정부가 또다시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공장총량제 예외규정을 적용해 수도권에 대규모 공장을 허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이는 수도권 과밀을 초래해 수도권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지방을 소멸시키는 공멸의 길이기 때문이다.비수도권 국민과 정치인, 지자체도 한목소리로 구미 유치에 힘을 보태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