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 황사의 정체

박광석기상청장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꽃망울이 맺히는가 싶던 벚나무에서는 한순간에 만개한 꽃들로 거리가 온통 한바탕 꽃 잔치를 펼쳐 놓기도 했다. 한창 봄의 기운에 들떠 있는 이때쯤이면 항상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황사다.황사는 연간 관측일 중 78.6%가 봄철에 발생하기 때문에 봄철 대표 위험기상이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지난 3월에도 전국적으로 두 차례 황사가 관측됐다. 3월 중순, 황사 발원지인 고비사막과 중국 내몽골지역에서 발원한 황사의 미세먼지 농도(PM10)는 중국 둔황지방에서 1시간 평균 9천700㎍(1㎍=0.0001㎝)/㎥까지 기록되며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의 짙은 황사였다. 이 황사가 우리나라로 유입돼 새벽 시간대에 상공으로 지나가면서 땅에서는 전국에 200㎍/㎥ 내외의 황사가 관측됐다. 또, 3월 말에 황사 발원지에서 황사가 발원했고, 우리나라 주변에 강한 하강류가 겹쳐지면서 제주 고산에 1천451㎍/㎥, 안동에 846㎍/㎥, 대구에 723㎍/㎥의 짙은 황사가 관측되면서 황사경보가 발표됐다.그렇다면, ‘황사’는 어떤 현상일까? 또 ‘미세먼지’와의 차이는 무엇일까?황사는 주로 중국 북부나 몽골의 건조·황토 지대에서 바람에 날려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강하하는 현상 또는 강하하는 흙먼지를 말한다. 보통 저기압의 활동이 왕성한 3~5월에 많이 발생하며, 때로는 상공의 강한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태평양, 북아메리카까지 날아간다. 황사 현상이 나타나면 태양은 빛이 가려져 심하면 황갈색으로 보이고, 흙먼지가 내려쌓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특히, 황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원하는 현상이 아닌 만큼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중 황사공동관측망을 통해 황사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황사 관측은 전국 23개 기상관서에서 육안으로 황사현상 여부를 판단하는 목측관측을 하고 29개소에 설치된 부유분진측정기를 통해 PM10 농도를 관측한다. 또 지상의 관측망으로 부족한 공간분포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천리안위성을 활용해 황사를 추적하기도 한다.황사를 예보하기 위해서는 발원지의 건조도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겨울철 강수량 현황과 눈덮임 정도 등을 파악해야 한다. 또 흙과 모래가 드러난 건조한 땅 위로 강풍이 불어 황사가 광범위하게 발원하게 되면 저기압 상승류에 의해 공중으로 부양되고, 약 2㎞ 높이의 기류를 따라 북서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우리나라 주변에 하강류가 발생하게 되면 지면에서 황사가 나타나기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기압패턴 분석을 통해 황사의 영향 지역과 시점, 강도 등을 예측한다.기상청에서는 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PM10)가 8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황사경보’를 발표하고 관련 방재기관에서 황사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반면,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 중 입자의 지름이 10㎍보다 작은 입자를 말하고, 이보다 더 작은 지름인 2.5㎍ 이하의 입자는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머리카락 굵기에 비해 3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은 크기이지만 농도가 짙어지면 빛의 산란이 강해져 하늘이 뿌옇게 보이게 된다. 미세먼지는 황사, 해염입자 등도 포함되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오염물질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대기오염 현상으로 본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 발전소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연소가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황산염, 질산염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황사와는 발생원인, 영향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관련한 업무는 환경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환경관리공단 에어코리아 누리집을 통해 미세먼지 예·경특보를 발표하고 있다.황사와 미세먼지는 호흡기와 심장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70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밝히며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아무리 막아보려 애를 써도 조금씩 우리 몸으로 침투하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인체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는 과일·채소·물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급적 야외 활동은 줄여 건강한 봄날 보내시길 바란다.

일 원전 오염수 방류저지 ‘국제연대’ 검토해야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전 국민이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방사능 물질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생선 등 수산물을 먹어도 괜찮겠느냐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가 실제 방류되면 수입 수산물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산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오염수 방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의 바다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해안 어민들은 “일본정부의 결정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수산업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지역 수산업에 엄청난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동해안 각 지자체의 관광산업과 해양 레저스포츠산업에도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청정 이미지가 훼손되면 수상레저타운 등의 해양레저 인프라 구축과 요트·윈드서핑 등의 해양스포츠산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경북도는 지난 14일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구체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안전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면밀하게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의 결정 사항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가처분 잠정조치 포함)을 검토하라고 법무비서관실에 지시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국제사법재판소와 달리 한쪽의 제소만으로 소송이 이뤄질 수 있다. 결과에 불응하면 유엔 안보리에 제재를 요구할 수 있어 판결에 어느정도 강제력도 있다.일본은 오염수를 자국 내 매립지에 묻어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않거나 주변국의 동의를 얻을 때까지 저장탱크를 증설해 보관하는 방법을 모두 외면했다. 모든 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결정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후쿠시마 원전 피해 자체는 안타깝지만 책임은 일본에 있다. 문명국가가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이웃 국가들에 전가해서는 안된다. 무엇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취해야 하는 태도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일본의 이번 결정은 주변국과의 협의나 양해없이 이뤄진 조치여서 국제적 비난이 더욱 거세다. 태평양 연안국인 중국, 러시아, 대만 등도 일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충분한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정부는 북한, 중국, 러시아, 대만 등과 함께 ‘동북아 오염수 방류 저지 국가연대’를 결성해 공동 대처하는 방안 검토에 나서야 한다. 실제 방류까지는 2년 정도 시간이 남아있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 경제에 위해를 끼치는 일본의 비상식적 기도를 저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불나면 대피먼저, 주택에 화재경보기 설치는 필수

박은정대구강서소방서 예방안전과 매일 아침이면 전날 있었던 화재·사건·사고에 대해 체크를 한다.소방관이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다’는 것을 특히 일깨워주는 시간이다.생명은 한없이 소중한데 무엇보다 화재로 생명을 잃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화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소방안전교육을 하게 되면 가장 강조하는 것이 ‘안전한 곳에서 119에 신고하기’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화재를 미리 알려주는 화재경보기의 중요성인데 작은 경보기가 때론 엄청난 재산과 인명 피해를 막아준다.2019년 대구 서구에 다세대 주택 세탁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거실에는 3살 아이가 놀고 있었지만 화재경보기 소리를 듣고 아이를 데리고 빠르게 대처한 엄마 덕분에 피해는 크지 않았다.또 2020년 대전 유성구 다세대 주택 빌라에서 10살, 7살 자매끼리 부모가 집을 비운 집에서 가스불로 소시지를 조리하다 냄비 안에 식용유에 불이 옮겨 붙었다.놀란 7살 동생이 불 붙은 냄비를 싱크대에 넣고 수돗물로 불을 끄려고 했지만 불꽃은 오히려 치솟으면서 더 커졌다. 이 순간 다행히 이웃 주민이 화재경보기 소리를 듣고 대처해 큰 사고를 예방 할 수 있었다.두 사례 모두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거기에 따른 빠른 행동 덕분에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화재경보기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의거 신축주택은 2012년부터 기존주택은 2017년부터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구획된 실마다 화재경보기가 설치돼야 하지만 현실은 기준에 미흡한 사례가 많다. 그래서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이 절실히 필요하다.만약, 집에 화재경보기가 설치 돼 있다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평소에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보통 주택에 설치하는 화재경보기는 단독경보형감지기로 따로 연결된 장치 없이 단독으로 연기를 감지하고 경보음이 울린다.배터리 수명은 약 10년이며 점검방법도 간단하다. 리셋 버튼을 눌러보고 경보음이 울리지 않으면 교체해야 한다.화재경보기는 1만 원 정도로 누구나 구매 가능하다.대구소방안전본부는 올해도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무상으로 보급 할 예정이니, 가까운 소방서에 문의를 해서 도움을 받아도 좋을 것이다.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우리 집 행복’을 위한 화재경보기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책갈피의 기분/이희정

읽는다는 것은, 견딘다는 것이지/속지를 뒤채는 뾰족한 감정들에/한없이 납작해진 몸/옴짝달싹 못 하고//건너온 스토리, 가야 할 다음 사이//접질린 전개에 자욱하게 피는 갈등/복선에 물린 활자들이/엔딩을 캐고 있는//조각조각 이어진 플롯의 패턴 아래/읽어야 할 서사를 베고 누운 풀처럼//꼭 물린 휴지의 시간,/반전이 기다린다「오늘의시조」(2021, 제15호)이희정 시인은 경남 김해 출생으로 2019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제목 ‘책갈피의 기분’은 김먼지 작가의 책 이름이다. 거기서 연상한 것을 시화하고 있다. 읽는다는 것은, 견딘다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속지를 뒤채는 뾰족한 감정들에 한없이 납작해진 몸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것은 책갈피가 처한 현실이다. 꽤나 예민하고도 세밀한 정서 표출이다. 그 다음으로 건너온 스토리, 가야 할 다음 사이 접질린 전개에 자욱하게 피는 갈등이라는 대목을 통해 자아가 투영된 책갈피의 정황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복선에 물린 활자들이 엔딩을 캐고 있는 중이다. 이어서 조각조각 이어진 플롯의 패턴 아래 읽어야 할 서사를 베고 누운 풀처럼 꼭 물린 휴지의 시간, 반전이 기다린다, 라고 진술하면서 끝맺고 있다. 책갈피를 두고 서사를 베고 누운 풀처럼, 이라고 직유하고 있는 점도 참신하다. 세련된 수사법과 모던한 감각에서 비롯된 속지, 감정, 몸, 스토리, 전개, 갈등, 복선, 활자, 엔딩, 플롯, 패턴, 서사, 휴지, 반전 등과 같은 이채로운 시어들이 연첩되면서 의미의 진폭을 일으킨다. 분명히 새로운 목소리다. 이제까지 대한 적이 없었던 미학적 이미지 직조다. 그만의 길을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용하기는 했지만 책갈피의 기분을 이렇듯 섬세하게 헤아리고 있다는 것은 썩 의미 있는 일이다.그는 또 ‘눈높이 우화’에서도 개성적인 시의 눈을 열고 있다. 첫줄, 새들의 공중에는 높이 따위는 없다, 라는 표현이 눈길 끈다. 별안간 무슨 깨우침 같은 번뜩임이 있다. 그러면서 화자는 단호히 말한다. 높이란 지상에서의 층계일 뿐이다, 라고. 읽자마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새는 더 높이 날기 위해서 날지는 않는다, 라고 화자는 단언한다. 그러다가 갈매기 조나단을 등장시킨다. 조나단에게 씌워진 눈은 인간의 것, 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학습은 무리 지어 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화란, 안경을 깨고 새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화자는 강하게 주장한다. ‘눈높이 우화’라는 제목도 새로운데 두 수 전편에 흐르는 간명한 노래도 격이 있고, 나름의 철학이 있다.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가 우화일진대 우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화자의 생각은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는 뜻까지 함유하고 있는 듯해 눈길을 끈다.이미 벚꽃이 진 지 오래지만 시인의 또 한 편의 노작 ‘벚꽃 만남’을 찾아 읽어 본다. 방전을 목전에 둔 만개한 시간처럼 꽃이어도 좋고 벗이어도 좋을 만남 배터리 충전도 없이 한시적인 번개팅, 이라고 노래하다가 벗보다 벚꽃이 먼저 와 보채는 길 온천천 양 갈래 벗과 벚들 팔짱 끼고 뭉쳐둔 분첩 속 분말들 쏟아진 환한 수다, 라고 끝맺고 있는데 넘실넘실 경쾌한 리듬과 깜찍한 재치가 두루 어우러져 시조 읽는 맛과 멋을 만끽하게 하니 즐거움이 크다.그의 등장이 우리 시조를 윤택케 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이정환(시조 시인)

4·7보궐선거, 패자들의 치졸한 자기 최면

김시욱에녹 원장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뻗는다는 말이 있다. 결과에 대한 예측과 그 가능성을 미리 살피고 일을 처리하란 말이다. 사람사이의 일에서 이 말은 더없이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전제될 때 내 행위의 부당성마저도 용납되리라 기대하기에 그러하다. 내 편에서 이해하고 지지할 사람이기에 작은 허물로 감싸 주리란 기대는 더 큰 허황된 결과마저 기대하게 된다. 어쩌면 팔베개 해주며 연신 토닥거려 주겠거니 하는 위로일지도 모른다.4·7보궐선거가 끝이 났다.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 서울과 부산시장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 힘이 낸 후보자들이 당선됐다. 절대 지지기반인 ‘대깨문’을 비롯해 친여 성향의 국민들의 결집이 전세를 역전시킬 것이라던 여권 지도부의 판단은 오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보궐 선거임에도 여권이 믿었던 것은 ‘누울 자리’가 있으리란 기대였다. 강성 지지의 ‘문빠’를 자처하는 ‘대깨문’과 친여 성향 언론인들의 지원 방송은 그들의 ‘막연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여론 발표 금지기간 동안, 한 자릿수 격차니 역전이니 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자체분석 발표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민심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믿음과 자신들의 행위를 단순한 작은 허물로만 인식했음이 분명하다. 성추행 문제만이 아니라 수많은 허물들과 부당함, 불공정이 드러났음에도 국민은 내 편이라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위로의 대상이라 믿은 문제 인식의 오류는 ‘거짓말’이라는 프레임 속에 스스로 갇히는 오만함이 됐다. LH사태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와 박탈감이 팽배함에도 상대 후보를 ‘거짓말’ 프레임으로 덮으려던 안간힘은 차라리 안타까움이었다. ‘촛불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 달라’던 여권 후보의 호소는 스스로 대다수 국민을 부정한 친문 프레임에 갇힌 꼴이었다.시작부터가 잘못된 판단이었다. 누울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다리를 내어 달라는 형식이었다. 시장자리를 수개월 공석으로 만든 원죄의 여당이 후안무치의 행보를 보인 이번 보궐선거는 차기 집권마저 보장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거기간 내내 야당인 국민의힘의 태생적 근원을 공격하며 자신들의 정직함과 공정을 우월함의 무기로 삼았던 민주당의 허세는 과연 무엇인가. 조국 전 장관의 가족 문제를 기점으로 윤미향 의원의 위안부 문제,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의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가족 문제까지 수없이 많은 불공정과 특혜 의혹이 불거져 나왔음에도 자신들은 ‘선’이고 국민의힘은 ‘악’의 축으로 규정한 근거는 무엇일까.‘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권이라는 자위적 정당성이 이들에게 오만함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선거 패배 후 위에서 나열한 사람들이 SNS를 통해 공통적으로 내비치는 속마음을 보노라면 그것은 더욱 확실해 보인다.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과 불공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신보다 못한 국민의 힘에 패배한 것이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 전부인 것 같다. 이러한 모습 또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최근 친여 성향 사이트 댓글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강성 지지 세력인 ‘문빠’들의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이 참으로 이채롭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줬음에도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이루지 못한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투표 포기와 야권으로 전환됐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야권 지지 언론과 유튜버들의 여론 조작으로 선거가 왜곡됐으며 무능한 국민들이 그들에게 현혹됐다는 입장이다. 이런 관점은 친여 방송 매체에서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최근 여권의 김해영 전 의원은 ‘조국, 추미애, 부동산, LH사태’가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고 소신 발언했다가 TBS 뉴스공장 김어준의 인신 공격성 저격을 받았다. 또한 2030세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조국 사태와 윤석열, 추미애 갈등, 성추행에 따른 보궐 선거와 당헌을 고치고 후보자를 낸 것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자마자 강성 지지자들의 메일 폭탄과 SNS를 통한 공격은 그칠 줄 몰랐다. 선거 결과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분석 그리고 반성은 이미 그들에게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절대선이라는 자기 최면’은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 뿐 자기 부정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지난 12일 발표된 재야인사들의 민주당 및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는 여권과 그 강성 지지 세력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종교계와 시민단체 인사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촛불혁명’의 열매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민주당과 그 지지 세력에 대한 경고인지도 모른다.

코로나 위기감 고조…단속반 위협 용납 안돼

대구지역 코로나19 방역 지도·단속 공무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방역 지침을 어긴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업소 손님들까지 항의에 가세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방역 수칙 위반사항을 제시한 후 행정처분을 고지하는 단속 공무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물건을 내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공무원은 “한대 얻어맞을 각오로 임한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영세 접객업소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단속 공무원을 위협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지금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이냐, 안정이냐의 갈림길이다. 엄중한 상황에서 공권력이 무시당하면 이제까지 큰 희생을 치르며 쌓아온 사회적 방역망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14일 기준 전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731명이다. 지난 1월7일(869명) 이후 3개월 만의 최다 발생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이날 대구는 11명, 경북은 14명이 발생했다. 대구·경북은 수도권과 부산에 비해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상태가 깨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잠시 방심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코로나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이미 적지않은 국민들의 경각심이 해이해졌다. 주말마다 식당, 유원지, 마트 등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4차 대확산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대구·경북도 예외일 수 없다.지난 12일부터 수도권과 부산의 유흥시설 영업이 다시 금지됐다. 이들 지역 유흥수요가 지역사회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감염원 차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수시로 바뀌는 방역 지침도 시민들의 피로감을 더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통상 2~3주 간격으로 발표된다. 하지만 단계가 유지되더라도 세부 지침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시민과 업주들은 이러한 지침을 숙지하지 못해 피로감과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제안한 서울형 상생방역안도 논란이다. 일률적 영업제한 규정을 지역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큰 불을 잡아야 할 때다.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방역에 혼선을 불러 일으켜서는 안된다.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 기준을 세우고 적용해 나가야 한다.백신 상황도 혼란을 부채질한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 백신의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대했던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 모두가 답답한 마음이다.지금은 생활 속 방역을 실천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

/이슈추적/ LH 땅 투기 사태 한 달여, 대구·경북은

3월 초 한 시민사회단체의 폭로로 드러난 LH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전국 각지의 LH 사업지로까지 투기 의혹 범위가 넓어지고, 또 투기 의혹 대상자도 공무원, 정치인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정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부동산투기사범특별수사단(특수본)을 차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혹에 비해 수사에서는 아직 그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애초 땅 투기 의혹 수사에 대해서는 투기성 거래 성격상 은밀하게 진행된 사례가 많고 특히 지인 등의 명의로 한 차명거래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적발해 내기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있었다.특수본에 따르면 한 달여 기간에 170여 건, 700여 명을 내·수사해 이중 혐의가 인정된 40여 명은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 인정이 어려운 60여 명은 불입건·불송치했으며, 나머지 600여 명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지방정부와 지방경찰청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대구·경북에도 LH 땅 투기 의혹 사건의 불똥이 튀었다.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LH 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대구 연호지구와 경산 대임지구가 첫 번째 투기 의혹 조사 대상지가 됐다. 이곳에는 현재 LH 직원뿐 아니라 해당 지역 공무원이 땅 투기에 연루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또 선출직 공무원 가족과 선거캠프 관계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은 4월 초 연호지구, 대임지구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대구경북본부 대구동부권보상사업단을 잇따라 압수 수색했고, 그리고 4월12일에는 대구경찰청이 대구시청 도시계획과를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관련 자료를 확보해 개발 정보 사전 유출과 불법 활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경찰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지만, 전담수사팀을 꾸린 만큼 관련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의혹이 드러난 투기자금 및 범죄수익에 대한 자금추적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또한 LH 땅 투기 사태는 지역의 다른 대규모 개발 사업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그동안 대구도시공사, 경북개발공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공공개발 사업지와 관련된 투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해당 기관에서는 자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대구에서는 수성의료지구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심뉴타운 금호워터폴리스 대구대공원 식품산업클러스터 복현주거환경개선지구 등, 2012년부터 현재까지 토지 보상이 이뤄진 사업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경북에서는 도청신도시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사업지 등을 포함한 공공개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그러나 경북도의 경우 대구시와 달리 조사 대상자 분류에만 한 달 가까이 걸리면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발표한 경북 지역 조사 대상자 규모는 경북개발공사 임직원과 도청 직원, 시·군 관련 부서 직원 등을 합쳐 4천여 명이다.대구시와 경북도는 일단 자체 조사를 한 뒤 투기 의혹이 드러날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경찰청은 13일 땅 투기 의혹을 받는 지자체 공무원, 지방의원 등 26명을 수사 중이며, 이 중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대구 연호지구대구시는 땅 투기 의혹 조사와 관련해 시 공무원 3명과 구청 공무원 1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4월8일 밝혔다. 이들은 토지나 건물 매입 과정에서 거래한 토지의 형태나 구입 목적 및 시점 등에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앞서 대구시는 40명 규모의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3월15일부터 4월5일까지 시청 및 산하 기관 소속 직원 1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투기 의혹 1차 전수조사를 벌였다. 또 4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는 5급 이상 공무원과 대구도시공사 임직원 등 1천500여 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등 6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2차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다.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사업지는 △LH 주관 사업지구인 연호지구 공공주택,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 등 5개 지구 9천159필지 △대구도시공사 주관 사업지구인 수성의료지구, 안심뉴타운 등 7개 지구 4천761필지 등 총 12개 지구 1만3천920필지다.조사 대상에 포함된 거래 시기는 △보상 완료된 개발사업지구는 지정 5년 전부터 보상 시점까지이며 △보상 완료 전인 경우 현재까지 거래된 모든 토지거래 명세가 해당한다. 한편 대구 연호지구 조사는 LH 땅 투기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LH 직원 카톡방에서 연호지구가 언급된 것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연호지구는 LH가 대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규모 개발사업지로, 현재 수성구 연호동과 이천동 일원 89만7천㎡에 법조타운 산업단지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이 조성되고 있다. 2008년 착공, 2023년 준공 예정이지만 토지 보상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현재 연호지구 땅 투기 의혹 관련자로는 유력 인사도 거론된다. 대구 한 기초단체장의 부인이 개발지구 지정 전인 2016년에 밭 420㎡를 2억8천500만 원에 매입한 뒤 2020년에 3억9천만 원을 받고 LH에 매도한 것이 확인됐으며, 대구시장 선거캠프 한 인사도 2016년에 토지 1천400여㎡를 사들여 지번을 나누고 주택 4채를 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분석에서도 연호동과 이천동의 토지 거래량이 2015년 110건, 2017년 152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52.8%와 8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2015년 3월은 대구고법이 LH대구경북본부에 법원 이전 후보지 검토를 요청한 시기이고, 2017년 3월은 두 기관의 협의가 마무리된 시점이다. 또 2018년 5월은 공공주택지구로 확정되기 직전이다.◆ 경산 대임지구연호지구와 함께 투기 대상지로 거론되는 대임지구는 경산시의 대평 대정 중방 계양 임당 대동 일원의 167만여㎡로, 1만1천478세대가 들어서는 공공택지가 조성되고 있다. 이곳은 경산시가 2017년 9월 국토교통부에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제안하고, 국토부가 2017년 11월29일 공람공고를 거쳐 2018년 7월 공공택지지구 지정을 고시했다. LH에서 사업 시행을 맡고 있으며, 2020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5년 준공할 예정이다.공공택지지구 지정 시기를 전후해 토지 거래가 급증한 것이 드러나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2017년 공람공고일 기준으로 1, 2년 전에 토지 거래가 급증했는데 그중에는 여러 명이 공동구매해 지분을 나눠 등기하는 소위 지분쪼개기 사례도 확인됐다.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임당동 토지거래 건수는 2014년 26건, 2015년 88건, 2016년 45건, 2017년 66건 등이었다가 지정 고시가 끝난 2018년에는 16건으로 많이 감소했다. 대정동에서도 2014년 24건, 2015년 37건, 2016년 48건, 2017년 27건 등이던 거래 건수가 2018년에는 10건으로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지분쪼개기 투기 의혹 사례도 있다. 대정동 논 1천210㎡의 경우 2016년 경산과 대구에 주소를 둔 3명이 4억여 원에 공동구입해 3분의 1씩(403㎡) 지분을 나눠 등기한 것이 확인됐으며, 또 같은 동네 2천㎡의 논은 2016년 6월 3명이 6억 원에 공동구매해 지분등기한 것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임당동의 논 1천964㎡는 4명이 6억5천여만 원에 공동구입해 지분등기를 한 것이 확인됐다. 공동구매자 중에는 경산시청 공무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공공택지 사업지의 끊이지 않는 땅 투기 의혹과 관련, LH의 현행 토지협의 보상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분등기를 한 지주라면 LH로부터 해당 토지에 대한 현금 보상 외에 택지지구에 조성되는 단독주택 용지를 일반수요자보다 우선으로 받을 수 있어 지분쪼개기 투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출 회복에 가려진 과제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코로나19 확산세가 완연히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최근에는 4차 대유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고, 우리 경제도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데 실제 피부로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백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보급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그런데 이 와중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도 들려 온다. 지지부진한 내수 경기 회복세를 보완이라도 하듯이 외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해 들어 지난 4월10일까지 누적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을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수출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뿐이 아니다. 수입도 동시에 증가하면서 올 해 다시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기대되는 것이다. 2019년까지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상회한 바 있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지배를 받았던 지난해에 약 300억 달러 차이로 5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 해는 세계 경제가 기대한 만큼의 회복세를 보여준다면 지난해에 비해 적어도 10% 이상 무역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수출 뿐 아니라 수입도 동반 확대되면서 지난 2년 간 경험했던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서도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약 390억 달러, 약 449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바 있지만, 이는 모두 수출과 수입이 대폭 축소되면서 나타난 성과 아닌 성과다. 올 해는 이런 축소균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수출과 수입 규모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물론, 이렇게만 된다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고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이고, 그만큼 국내 경기 회복세도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호사다마라고 무작정 기뻐하거나 안도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먼저, 국내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는 주요 품목들을 살펴보자. 여전히, 무선통신기기나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이른바 수출 주력상품들이 중심이다. 물론 덕분에 우리 수출 구조의 고도화가 진전되고, 수출 상품 및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이 품목들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가 경기 회복기나 확장기에는 약이 되겠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더군다나, 수출 주력상품이라 불리는 주요 품목, 굳이 예를 들자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품목의 구성도 지난 10여 년 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들 품목들의 비교 또는 절대 경쟁우위가 높은 등 수출 주력상품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타 분야에서의 혁신이 부족하든 과도한 규제와 같이 제도적인 문제 때문이든 새로운 수출 주도 산업 또는 상품의 등장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대변하기도 한다.또, 다른 문제는 이들 수출 품목들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최대의 경쟁국들과 무한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물론 경쟁국들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공통으로 추진함으로써 수출보다는 오히려 현지 투자와 생산, 고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반도체와 배터리처럼 대표적인 수출 산업부문에서의 투자(자본)와 고용 유출이 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이외에도 남겨진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는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 물론 당장 다가올 수년 안에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거나, 혹은 대규모 자본과 고용 유출 등으로 국내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급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서 나쁠 일 또한 없다.

낮은 세상/ 박방희

~ 다리 밑 세상 속으로 ~… 다리 위에선 신천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위에서 보는 모습은 자연의 일반적인 얼굴이다. 마침내 가까이서 신천을 볼 기회를 맞았다. 백수가 된 것. 신천으로 내려갔다.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벤치 주변에 녹슨 못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백수처럼 하는 일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작년 여름, 물이 갑자기 불었다. 퇴근길에 홍보실 김선희와 물 구경을 했다. 다리 위에 서 있다가 둑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한 우산 아래 꼭 붙어가다가 체온을 나누고 키스를 했다. 그 즈음 이희원이라는 은행원을 만나고 있긴 했다. 다음날 김선희는 또 물 구경을 가자며 다리 위로 앞서 걸어갔다. 역동적인 물을 보며 나의 결단을 촉구했다. 남의 글을 쓰지 말고 자기 글을 쓰라는 것. 신춘문예 당선 이후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은 데 대한 힐난이었다. 한심하긴 했지만 달달한 유혹을 못 떨친 결과다. 그해 가을, 김선희는 직장을 그만두고 시집을 갔다. 약속이나 한 듯 이희원도 떠나갔다./ 멀리서 보는 신천은 볼만 했지만 가까이서 보는 신천은 추잡스럽다. 백수 청년이 건너편 벤치에 앉아있었다. 철없는 아이, 다리 저는 장애인, 몸이 성치 않은 노인 등 소외된 사람들이 둑 아래로 모여들었다. 배가 고팠다. 다리 위 세상 사람처럼 방천시장에서 국밥을 먹고 다시 벤치로 돌아와 소주를 마셨다./ 김선희 후임은 나보다 7살이나 어린 신입사원 문정희였다. 나이차가 커서 오히려 편했다. 그녀가 입사한지 여섯 달도 못 돼 회사가 넘어갔다. 그녀가 정리대상에 올랐다. 그녀 대신 내가 사직했다.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송별회를 마치자 그녀가 하숙집까지 따라왔다. 통과의례를 치르겠다면서 나에게 제사장이 돼달라고 요구했다. 그날 밤 그녀는 순결을 바치고 통과의례를 치렀다. 그 이후, 한 번도 서로를 찾지 않았다./ 다리 위 세상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다리 밑 세상은 느릿느릿 했다. 소나기가 내렸다. 신천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나는 미리 준비한 우산을 쓰고 둔치 길을 걷다가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다리 밑은 난전처럼 붐볐다. 거긴 다리 위와 다른 세상이었다. 느린 세상이었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한 노인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교장으로 퇴임했으나 퇴직금을 날리고 죽을 자릴 찾다가 다리 밑으로 왔단다. 다리 밑 낮은 세상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주었다. 미련도 없고, 편하단다. 저 위가 돈 주위를 도는 세상이라면 다리 밑은 항성과 같이 시간이 멈춘 세상이란다. 나는 이쪽저쪽 기웃거리는 경계인 같다./ 소나기가 지나간 신천은 산뜻했다. 다시 활기가 넘쳤다. 상승과 하강이 서로 통하는 양 제비가 상공으로 솟구쳤다간 내려 꽂혔다. 다리 위 세상은 빠른 것이 미덕이지만 다리 밑 세상은 느린 것이 미덕이다. 나는 아직 낮은 세상으로 스며들지 못했다. 낮은 세상 속으로 스며들기 위해선 다 내려놓아야 한다.…바쁜 세상에 살다보면 정말 소중한 것을 잊고 산다. 느림이 미덕이 될 수 있다. 다리 위 세상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황금만능주의에 감염된 공자의 세상이라면 다리 밑 낮은 세상은 자전이나 공전이 없는, 시간마저 멈춰 선 노자의 세상인 셈이다. 낮은 세상 속으로 진입하려면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의식이 필요하다. 다리 위 세상에서 살더라도 가끔 다리 밑으로 내려와 힐링할 필요가 있다.오철환(문인)

4·7 재보궐 선거, 감성과 이성의 대립과 조화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선거는 돈, 조직, 바람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 세 가지 중 앞의 둘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 한국의 선거는 이성보다는 감성이라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감성과 바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을 이룬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 모든 선거에서는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다. 선거 캠페인에는 춤과 노래가 있다. 바람에 선행하는 유권자의 관심과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춤과 노래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무속적 상상력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무속적 상상력의 특징은 감성적 충동과 즉흥성에 있다. 여기서는 형식적 균형을 깨는 파격, 비대칭을 낳는 역동적 흐름이 관건이다. 무속적 역동성은 단순히 질서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있는 것은 어떤 무질서의 질서, 비형식의 형식이다. 물론 이런 역동성은 비합리적 충동과 광신적 맹목으로 빠져들기 쉽다. 무속적 상상력이 통제 불가능한 광기로 번져갈 가능성, 이 끔찍한 위험성이 과거 한국문화의 진보와 좌절을 모두 설명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라고 서울대 김상환 교수는 말한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촛불 집회가 일으킨 바람은 그 무엇으로도 잠재울 수 없는 태풍으로 발전해 정권 교체를 가져왔다. 그 바람으로 권력을 장악한 현 정권은 적폐 청산, 원전 폐지, 부동산 정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성보다는 감성과 바람을 활용했다. 합리적인 설명과 설득, 양보, 토론과 합의보다는 감성을 앞세운 파격적 행보로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견해가 다른 사람은 수구 골통, 토착 왜구, 적폐로 몰아붙였다. 코로나19 초반의 효율적인 통제가 일으킨 바람은 다른 모든 바람을 잠재우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그 바람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비합리적 충동과 광신적 맹목으로 관행을 무시하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는 법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국민적 불신과 저항이 있을 때마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그들의 오만과 독선, 위선의 방패막이 돼 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재유행, 집값 폭등, LH 사태 등은 국민적 분노를 촉발했다.여당은 촛불집회가 일으킨 바람이 아직도 민의의 바다에 불고 있다고 착각했다. 여당은 당헌을 고치고 궁색한 변명으로 후보를 냈다. 뚜렷한 전략이 없다 보니 내곡동 땅 보상에 상대 후보가 개입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분명하게 입증을 못 하니 생태탕, 신발 이야기로 핵심을 벗어난 프레임을 만들어 바람을 일으키려고 했다. 누적된 불만이 야기한 분노의 바람 앞에선 백약이 무효였다.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되고 말았다. 우리 민족은 감성적 충동과 즉흥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차가운 머리로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중국 진나라의 재상 여불위가 쓴 ‘여씨춘추’에 ‘엄이도종(掩耳盜鍾)’이란 말이 있다. 어느 도둑이 남의 집에 들어가 종을 훔치려고 했다. 도둑은 종이 너무 무거워 조각으로 깨뜨려 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망치로 종을 내려치는 순간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도둑은 다른 사람이 쫓아올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 자신의 귀를 막아도 다른 사람은 그 종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집권 여당은 자신의 귀만 막고 선거운동을 했다. 야당 역시 별 차이가 없으니 착각해서는 안 된다. 막대기를 세워뒀더라면 더 많은 표를 얻었을 것이라는 지적을 뼈아프게 되새겨 봐야 한다.4·7 재·보궐 선거를 감성과 이성의 관점에서 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임마누엘 칸트는 “이성이란 본능·충동·욕망 등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도덕적 법칙을 만들어 그것에 따르도록 의지를 규정하는 능력, 올바르게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감성은 욕구 또는 본능을 가리키며, 그것은 이성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고 했다. 감성과 이성은 우리 삶과 정치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상호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를 돌이켜 보며 여야 정치인과 모든 국민이 “감성 없는 이성은 공허하고, 이성 없는 감성은 맹목이다”라고 한 칸트의 말을 다시 곰곰이 음미해 보길 소망해 본다.

운전자는 안전운전, 보행자는 안전보행

심선미대구달서경찰서교통안전계2017년 기준으로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노인 인구수가 늘어남에 따라 대구 달서경찰서는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 달서경찰이 함께합니다’는 슬로건을 통해 복지관 등을 대상으로 방문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어르신이 자주 다니는 시간대와 장소에서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또한 고령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보행자가 보이면 일시정지’라고 쓰여진 형광색 포인트존을 부착해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이는 활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이 같은 노력에도 보행자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운전자들과 보행자의 높은 준법정신이 요구된다.최근 3년간 달서경찰서 관할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망사고 19건 중 차량에 의한 보행자 사고가 11건이었으며, 60대 이상 사망자 사고가 10건으로 절반을 넘어섰다.따라서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운전자와 고령 보행자의 안전 수칙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먼저 운전자들은 실버존에서는 제한속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스쿨존이 어린이보호구역이라면 실버존은 노인보호구역이다. 주로 경로당, 양로원, 노인의료시설, 노인복지시설 등의 장소에 설치돼 있다.이와 함께 운전자들의 기다림의 미학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령 보행자는 신체 특성상 보행속도가 느려 보행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어도 길을 다 건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횡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보행자도 밝은색 계열의 옷을 입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어두운색 옷을 착용하게 되면 운전자들이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도가 높아진다. 밝은 색 옷을 입는 것과 함께 지팡이, 보행 보조기에 고휘도 반사 테이프를 부착한다면 시인성이 높아져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또 보행자는 횡단보도로 건너는 것을 생활화 해 스스로 안전을 확보해야한다.고령 보행자들이 다리, 허리 통증 등으로 횡단보도까지 걸어가기 힘들다며 무단횡단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가 있다.운전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 보행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워 교통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반드시 횡단보도로 도로를 건너야 안전이 확보되고, 횡단보도로 건너는 중에도 주위를 살피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마지막으로 보행 안전수칙을 꼭 기억하자.고령 보행자는 보행속도가 느린 만큼 보행안전수칙인 ‘서다-보다-걷다’를 생활화한다면 교통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 같은 수칙들을 준수해 ‘운전자는 안전운전, 보행자는 안전보행’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도로 위는 더 이상 차를 조심해야 하는 공간이 아닌 차와 함께 하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종부세는 세금일 뿐이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 물은 열을 받아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안으로 삭이지만 비등점을 넘어서는 순간 무섭게 끓어오른다. 반응이 늦다고 깨춤을 추다간 된통 당한다. 작금,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LH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분노는 민심의 일단을 보여준 돌출사건이고 서울과 부산시장 등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표심은 빙산의 일각이다. 민심 대폭발이란 미션을 떠안을 악역은 세금 폭탄일 가능성이 크고, 그 도화선은 단연 부동산세금일 확률이 높다.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납부자가 최근 4년간 4.2배 늘어났고, 종부세 납부자 중 1주택자의 비율이 43.6%까지 올라갔다. 세액으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2016년 대비 1주택자 종부세액은 무려 9.4배나 늘어났다. 아닌 밤중에 세금 폭탄을 맞았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역대 급이다.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민심이 폭발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인내심의 결과라 할 밖에 없다.종부세는 참여정부 때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응해 다주택 소유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부유세이다. 이젠 이를 조자룡 헌 칼 쓰듯 징벌적 수단으로 휘두르고 있다. 무분별한 표퓰리즘으로 뿌린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고집스럽게 공급 억제 정책으로 일관했다.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든 꼴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1주택자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폭증했다. 설상가상 과표인 공시 가격을 비정상적인 속도로 현실화시켰다. 종부세와 재산세가 급등하는 건 불문가지다.부동산 보유세가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재분배차원의 이념적 징벌적 조세 도구라 하더라도 담세력의 범위 안에서 부과하는 세금일 뿐이고 형벌로 기능해선 안 된다. 부동산 보유가 불법도 아닌데, 부동산 보유에 벌과금을 부과할 수 없고,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감당할 수 없는 세액을 징수할 수 없다. 집 한 채 밖에 없는 은퇴자에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와 종부세를 과징하는 것은 복지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횡포다.모두 다 잘 사는 것이 이상적 가치이긴 하지만 평등만이 유일한 절대가치는 아니다. 복잡한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소중한 가치들을 서로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 헌법도 다양한 기본권을 함께 보장하고 있는 터다. 국가에게 국민을 통제하고 강제할 권한이 주어져 있지만 그 한계도 아울러 가진다. 세금을 징수·집행할 권한을 가지지만 국민대표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조세법률주의는 절대왕권과 싸워 확립한 민주주의의 기둥이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슬로건은 영국과 프랑스의 혁명, 미국의 독립전쟁을 관통하는 정신을 간명하게 표상한다. 숭고한 목적을 가진 세금이라도 국회에서 입법한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 부동산 공시 가격을 부동산 시가에 연동시키고 이를 과표로 삼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세금을 인상하는 절차는 법의 재량권에 속한다고 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허나 부동산 공시 가격을 현실화한다는 명분으로 과표를 무리하게 인상하는 것은 국회 승인 절차 없는 편법 증세이다. 위헌 소지가 있다.빚을 내지 않고 집 사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동산 공시 가격을 그대로 과표로 삼아 세금을 매기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 부동산 과표에서 빚을 공제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빚은 이자라는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에서 자동 조절된다. 빚이 많다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상환능력도 없는데 무작정 빌려주지도 않겠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무한정 빚을 내는 사람도 없다. 자기 책임 하에 독자적으로 판단해 형편에 맞게 균형을 유지한다. 국가가 간여할 영역은 제한적이다.부동산 보유세는 미실현이익에 과세한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이미 납부한 세후소득으로 형성된 재산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과세라는 태생적 한계도 지닌다. 소득 없는 은퇴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는 윤리적으로 난감하다. 집을 팔고 이사 가라는 의미라면 주거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마저 있다. 조세제도로 근사한 형이상학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폼은 나지만 애당초 잘못된 과욕이다. 세금은 그냥 세금일 뿐이다.

공시가 재조사 후 속도 조절 여부 결정해야

대구시 등 지자체의 급등한 아파트 공시가 불복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공시 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를 적용할 경우 서민 부담이 한꺼번에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조차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이다.공시가의 현실화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급격한 인상은 조세 저항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 같은 저항은 애초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소유자들이 반발하는 등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2일 “공시 가격이 올라가면 세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의 부담도 증가한다. 장기적으로 공시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지만 급격한 현실화로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져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안 마련과 중앙정부에 속도 조절을 건의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권 시장은 “공시 가격의 급격한 현실화와 관련해 공시 가격 재조사 및 중앙정부 건의 등을 통해 시민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대구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0.01% 하락했으나 올해에는 13.14%로 뛰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등도 공동주택 공시가 속도 조절 주장에 가세했다.처음부터 조세당국과 사회보험 담당 부서의 의견을 듣고 추진했으면 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책 당국이 책상머리 계획을 일방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이 커진 것이다. 국회도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실에서 공시가 상승률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이를 등한시했다는 것이다.정부는 공시가 산정 과정의 오류에 대한 비판을 감내하고 이를 수정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공시가 산정 주체의 지자체 이관 주장은 그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한 후 추진할 일이다. 자칫 서둘렀다가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위험성도 없지 않다.정부 여당도 고민은 되겠지만 일단 이들 지자체의 재조사 결과를 받아들고 공시가 재산정 등 조정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국민 모두가 코로나19로 심적,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마당이다. 서민 세 부담을 경감시켜주지는 못할망정, 세 폭탄을 안겨서는 안 될 일이다. 국토부가 정책의 신뢰 훼손을 이유로 공시가 재조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다. 4·7 재보선에서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했지 않은가.

100년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이경숙대구 중구의회 의원도시재생뉴딜사업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며, 노후된 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을 효과적으로 되살리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됐다.이에 국토교통부가 LH 도시재생지원기구를 통해 뉴딜사업의 추진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다.가이드라인에는 주거환경 개선 방안으로 오래된 건축물 리노베이션도 포함된다. 이는 재건축이나 신축에 비해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고 근대와 현대의 조화로움에 실용성이 더해지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근대 건축물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도 보존되니 일석이조가 된다.경북 문경시 산양면에 위치한 1944년에 지어진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해 역사적 가치를 살린 사례도 있다.대구의 원도심인 중구에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시기, 근현대까지 역사를 담은 유일무이한 근대건축물들이 많이 있으며 다른 도시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자산이다.중구 동산동, 향촌동을 비롯해 북성로에는 적게는 80년, 많게는 100년 이상의 건축물들이 효용적 가치가 높은 콘텐츠가 됐다. 중구청은 이를 이용해 2014~2020년까지 35곳을 리노베이션 했다.대구 읍성상징거리 조성사업을 기점으로 1930년대 일제 건축물의 외형을 가지고 있던 와이어 철물점 삼덕상회 등 총 17개소가 새롭게 리모델링 됐다. 지난해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사업으로 1960년과 1968년에 학원과 판매점으로 사용했던 건축물 4곳 등이 리모델링 됐다.‘솔솔솔, 빨간 구두 속 보물찾기’ 사업에는 1910년 일제강점기 소금창고로 쓰였던 곳을 갤러리 겸 카페로 탈바꿈 시킨 ‘cafe 소금창고’ 등 14개소가 공공기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멋지게 거듭났다.이로써 관광객이 늘어났고 거리의 연인들이 커피를 마시고 공연과 미술작품을 보고 즐기는 장소로 유명한 핫플레이스가 됐다.하지만 지난해 9월께 북성로의 리노베이션 사업이 진행됐던 1910년의 카페 소금창고 등이 대구역 힐스테이트 아파트 재개발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중구청에서 세금으로 지원비를 투입한 것은 5년 동안 유지하기로 한 조건이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2019년 공모로 선정된 북성로 뉴딜사업은 한 쪽은 공구상가로, 한 쪽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 구간에는 공들여 리노베이션 한 건축물과 우리가 지켜야할 100년의 가치를 지닌 근대 건축물이 포함돼 있다.중구청은 그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 아파트 건설에 왜 포함시킨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구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가 담긴 건축 자산을 잃고 말았다. 아파트의 가치가 아무리 올라가더라도 100년의 가치를 따라갈 수는 없기에 매우 아깝고 안타깝다.

붉은 신발/김진숙

넘어진 삶을 일으켜 다시 사는 이 봄날//당신은 돌아왔지만 당신은 여기 없고//바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보이는 길들//짐승 같은 시간들 바람에 씻겨 보내도//눈물은 그리 쉽게 물러지지 않아서//행불자 묘역에 들어 아버지를 닦는다//닦고 또 닦아내는 사월의 문장들은//흩어진 신발을 모아 짝을 맞추는 일//아파라, 동백 꽃송이 누구의 신발이었나「정음시조」(2020, 2호)김진숙 시인은 제주 출생으로 2006년 제주작가, 2008년 시조21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미스킴 라일락’, ‘눈물이 참 싱겁다’, 현대시조선집 ‘숟가락 드는 봄’ 등이 있다.‘붉은 신발’의 배경은 제주 4·3사건이다. 비극의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넘어진 삶을 일으켜 다시 사는 이 봄날 당신은 돌아왔지만 당신은 여기 없고 바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보이는 길들, 이라는 첫 수에서 그러한 정황들을 잘 헤아릴 수 있다. 실로 그 일은 감당 못할 짐승 같은 시간들이어서 바람에 씻겨 보내도 눈물은 그리 쉽게 물러지지 않아서 시의 화자는 행불자 묘역에 들어 아버지를 닦는다, 라고 슬픈 울음이 밴 노래를 부르고 있다. 행불자 묘역은 누군가의 아버지, 아니 우리 모두의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하여 그립고 그리운 아버지를 닦으면서 끓어오르는 아픔을 다독인다. 그런 후 닦고 또 닦아내는 사월의 문장들은 흩어진 신발을 모아 짝을 맞추는 일이라고 그 뜻을 간절히 되새긴다. 그것은 실로 흩어진 역사를 모아 짝을 맞추는 일이다. 4·3사건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에 젖은 신발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졌을까? 그날의 아픔을 과연 그 누가 씻어줄 수 있으랴? 끝으로 화자는 아파라, 동백 꽃송이 누구의 신발이었나, 하고 결구에서 마음 속 깊이 저미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화자는 동백꽃송이를 바라보면서 붉은 신발 즉 피에 젖은 아버지의 신발을 떠올렸던 것이다. 앞으로는 동백꽃을 바라볼 적마다 붉은 신발이 기억될 것이다. ‘붉은 신발’이 한 편의 진혼곡이기 때문이다그의 다른 작품 ‘나는 자주 불안을 물어뜯었다’를 보자. 떠나지 못한 섬은 늘 바다를 맴돌았고, 한소끔 파도를 끓여 문밖에다 내걸면 하얗게 생의 노래는 자주 닻을 내렸다고 노래한다. 이어서 나는 늘 아비에게 가장 아픈 새끼손가락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촛불 켠 소녀처럼 기도란 걸 처음 했던 것을 생각한다. 불안이 커지지 않게 물어 뜯곤 했던 밤이었다. 그리해 손톱과 불안 사이 불안과 결핍 사이 어둠을 갉아대도 이빨은 또 자라나서 남몰래 초승의 한 획 훔치고도 싶었다고 고백한다. 성장통증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끝수는 잘근잘근 씹어대는 어제의 결심들이 혀 끝에 닿았다가 툭, 떨어져 달아날 때 그토록 뱉고 싶던 말 이름 석 자 아버지, 라고 맺고 있다. 화자가 자주 불안을 물어뜯었던 것은 아버지와 깊은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사월에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생각해본다. 아버지의 자리는 늘 위태로웠다. 오래 전부터 역사의 전면에는 아버지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인들 그렇지 않았으랴. 더 모진 세월을 감당했을 것이다. 시인은 ‘붉은 신발’과 ‘나는 자주 불안을 물어뜯었다’에 아버지를 등장시켜서 개인적인 그리움과 더불어 역사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하얗게 꽃 핀 산딸나무 곁을 지나며 더 이상 이 땅에 비극이 없기를 간절히 비는 아침이다.이정환(시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