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정부 엇박자, 방역 신뢰 떨어뜨린다

대구시와 경주시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지역의 식당, 카페 등 일부 다중 이용시설의 매장 내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 연장하려다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돌아선 것이다.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다. 있어서는 안될 혼선이다. 지자체와 정부 간 혼선은 방역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 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관련 업계를 ‘희망고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정부는 지난 16일 다중 이용시설의 업종별 영업 규제와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다만 노래방, 헬스장 등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오후 9시까지 제한적으로 운영을 허용키로 했다.이날 대구시는 이 같은 방침에 더해 노래방 등 일부 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또 중점관리시설에 포함된 유흥시설 5종 가운데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규제를 해제키로 했다.그러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17일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업종이나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심해지고, 풍선효과로 인한 감염 확산의 위험성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대본은 핵심 방역 조치는 지자체에서 조정할 수 없다는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구시가 규제완화 방침을 급히 철회했다. 경주시도 유사한 소동을 겪었다.대구시와 경주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방침에 더해 자체적 완화조치를 취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성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지자체와 정부 간 ‘사전협의를 했다, 안했다’는 시비도 일고 있다. 주민 입장에서는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다. 중대본이 발뺌할 만큼 제대로 된 협의없이 규제를 완화한 것이 문제다. 지금은 코로나로부터 주민과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했다. 중대본이 “규제 완화가 지자체 권한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제지에 나선 것을 탓할 수 만도 없다.지난 주부터 전국의 신규 확진자 발생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확진자가 주기적으로 ‘늘었다, 줄었다’를 되풀이할 것이다. 언제든 다시 재확산할 가능성이 있다.코로나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됐다. 그간 이번과 같은 혼선을 막을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는 것이 의아하다. 유사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시급하게 세세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 대이동이 예상되는 설 연휴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각심을 늦춰선 안된다.

도서관에 걸려오는 문의전화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코로나19 사태가 지난해부터 2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새해 들어 두 주가 지난 시점에 공공도서관인 용학도서관과 분관인 파동도서관 및 무학숲도서관에 걸려온 문의전화를 분석해 봤다. 이용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매일 10여 건에서 40여 건까지 걸려온 문의전화의 주된 내용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도서관 서비스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은 ‘도서관이 문을 열었는지’, ‘도서 대출이 가능한지’, ‘독서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일반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이었다.문의전화는 지난 주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가 18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연장된다는 정부 및 대구시의 발표 이후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진행됐던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월17일까지 2주 연장된 데 이어, 한 차례 더 연장된 것이다. 게다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월1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2월14일까지를 설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한 상황이어서 시민들의 궁금증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시민들의 궁금증부터 해소하자면 ‘도서관은 문을 열고 있다’, ‘도서 대출이 가능하다’, ‘온라인 진행이 가능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은 이번 주 개강된다’, ‘일반열람실과 자료실 열람석은 아직 이용할 수 없다’ 등이 해답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자료실에서의 도서 대출과 반납, 무인반납, 대구시내 도서관 간의 타관반납, 수성구립도서관 간의 상호대차는 가능하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 있는 강좌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19일부터 운영된다. 하지만 도서관 일반열람실과 자료실 열람석에 앉아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물 수는 없다.현재 대구지역 공공도서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침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시민들에게 자료 대출 및 반납을 위한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면 서비스인 자료실 이용은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30% 이내에서만 30분 정도 허용된다. 이를 위해 공공도서관에서는 체온 및 QR코드 점검에 이어, 번호표 또는 스티커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허용된 이용자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가 많은 토요일에는 미리 온 시민이 자료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가끔 발생한다.문제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공공도서관이 제공하는 독서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되길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이 완화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 없는 것이 공공도서관의 입장이다. 2020년에 이어, 올해 들어 벌써 보름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야 하는 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용학도서관의 경우, 본관과 분관에서 연초 개강을 목표로 모두 30여 개 강좌에 참여할 시민들한테 수강신청을 받아둔 상태다.이에 따라 용학도서관은 강사와 수강생들이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는 강좌에 한해 이번 주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줌(zoom) 또는 밴드(Band) 등 온라인 플랫폼은 강좌의 특성에 따라 선택됐다. 매년 겨울방학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겨울독서교실의 경우,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당초에는 소수의 초등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도서관별로 운영될 계획이었으나,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면서 겨울독서교실 참가자들을 학년별로 나눠 일괄적으로 진행하게 됐다.유튜브(YouTube)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제공에도 주력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유튜브 용학도서관 채널에 업로드되는 ‘시인산책’은 대구지역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을 해설하고, 직접 낭송하는 6분 분량의 영상 콘텐츠다. 현재 19편이 유튜브에 탑재돼 있다. 또한 지난해 생태 및 환경분야 특화도서관으로 선정된 무학숲도서관이 곤충사육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작한 영상도 유튜브에 소개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줄흰나비, 호랑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가 알에서 부화해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올해 1년 과정으로 매주 한 차례 업로드될 ‘명지쌤의 생활 명리학’의 첫 회 촬영을 마치고, 편집 중이다.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콘텐츠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 젊은 사서들과 기간제 근로자로 함께한 청년들이 지난 2019년부터 3년째 꾸준하게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1/ 하종오

용정에서 취재하러 남한에 온/ 조선족 난민의 후손 윤동주 시인이/ 말이 통하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를 데리고 예멘 청년들을 만났다/ 나는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는 아랍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윤동주 시인을 보면서/ 시를 잘 쓰면 절로 아랍어가 터득되나보다 했다/ 윤동주 시인은 대화내용을/ 바로바로 나에게 통역하였다/ 난민 신청했다가 인도적 체류 허가받은 예멘 청년들 중에는/ 시를 습작하는 시인지망생 하산 씨가 있어/ 시인인 우리를 알아본다고 했다/ 예멘 청년 하산 씨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 도시에서 공부했으며/ 어릴 적부터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노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은 내가/ 윤동주 시인도 마당에 자두나무가 있고/ 울 밖에는 살구나무가 많고 쪽문을 나가면 우물이 있고/ 대문을 나서면 텃밭이 있는 집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시인이 되기를 꿈꿨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예멘 청년 하산 씨가 인도적 체류 허가받은 지금 처지로는/ 시를 습작하기에 난망해 보여/ 요즘은 무슨 꿈을 꾸느냐고/ 윤동주 시인에게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윤동주 시인이 내 질문을 전했는지/ 혹은 전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했는지 몰라도/ 몇 마디 중얼거리는데도/ 낯빛이 빛나 보이는 예멘 청년 하산 씨와/ 윤동주 시인이 환하게 웃으면서 악수를 해서/ 나도 따라서 환하게 웃으면서 악수를 했다/ 윤동주 시인은 용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한에 머물면서 예멘 청년들과 자주 만나겠다면서/ 시인지망생 예멘 청년 하산 씨가 한 대답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한국어로 시를 쓰고 싶다./ 난민이 된 예멘 인들에 대해서 한국어로 시를 쓰고 싶다./ 예멘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은 보통 예멘 사람들이 벌인 전쟁이 아니라는 걸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 고…「대륜문학17」 (대륜문학회, 2020)알카에다와 IS 등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이 예멘 정부를 공격했다. 그 후 남예멘분리주의자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하게 되고 예멘 내전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수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도 2018년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들어왔다. 제주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비자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관계로 누구나 자유로운 입국이 가능한 탓이다.우리나라가 난민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새삼 이 사건이 여론의 조명을 받은 것은 갑자기 많은 난민이 몰려온 데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무슬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배타적 순혈주의와 일자리 부족, 범죄 발생가능성 등을 들어 예멘 난민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내국인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오지랖 넓은 짓을 하지 말자는 의미로 비친다.시인은 난민의 후손으로 빼어난 시를 쓴 윤동주 시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기발한 발상이다. 난민을 보담아 준 덕분에 윤동주 시인이 존재할 수 있었듯이 예멘 난민을 포용해 준다면 예멘 난민의 이야기를 한국어로 쓴 위대한 시인이 탄생할 수 있다. 미국이 유대인을 관용한 덕택에 아인슈타인을 얻었고, 다양한 이민을 지속적으로 허용한 덕분에 스티브잡스, 타이거우즈, 오바마 등을 낳은 이야기가 행간에 숨어있다. 이해득실을 떠나 인도주의 관점이 시인에겐 자연스럽다. 오철환(문인)

범어네거리에서 신축년, 역경 딛고 희망을

김종엽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많이 우울하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 대유행이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모든 국민은 코로나19 마스크에 완전 결박당했다. 되돌아 볼 것도 없이 격동의 1년이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소모적 논쟁과 분열을 야기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터널을 빠져 나오려면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말이다.지난해 1월20일 우리나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우리 일상과는 무관한 듯 보였다. 하지만 한 달여 뒤인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시작된 1차 대유행은 대구·경북은 물론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후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한해 산발적 감염 양상을 보이던 코로나19는 8월 중순 광복절 도심 집회를 계기로 지역 감염자가 대거 늘었고, 지난달부터 3차 대유행이 시작돼 누적 확진자가 7만2천 명, 사망자도 1천200명을 넘어섰다.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도 엄청나서 유행 초기,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정해진 요일에 약국 앞에 줄을 서야 했는가 하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4·15 총선 때는 유권자들이 비닐장갑을 받아 들고 투표소로 들어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국내 단일 시설로는 초유의 1천2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의 코로나 재앙’은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K방역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린 후진국형 참사다.정부에 대한 비난이 확산하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현장을 찾아 대책 회의를 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듭 국민에 사과하는 등 뒤늦게 부산한 모습을 연출했다. 와중에 일부 여당 국회의원 등이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방역 방침(5인 이상 모임 금지)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까지 목격돼 실망감을 안겨줬다.코로나 유행이 벌어진지 1년, 국민 삶이 피폐해지면서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연초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과 함께 내놓은 방역지침이 형평에 어긋난데 따른 것이다. 학원 등 일부 업종은 소송에 나섰고, 헬스장은 가게 문을 열며 오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업종도 자영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미 임계점에 달한 자영업자들의 열악한 상황, 여기에 업종별 형평성 논란이 반발을 키우는 형국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영업재개 조건부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그래도 새해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바로 코로나 국면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백신 접종이 이르면 다음달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다. 이를 통해 올가을, 늦어도 연말께에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할 거라는 게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백신 도입과 접종 준비는 물론 백신의 안전성,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가능성에 대한 대비까지 올해 전체를 아우르는 세밀한 계획이 요구된다. 잘못된 정보나 악성 소문이 확산하는 이른바 인포데믹(잘못된 정보의 대확산)을 차단하는 것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백신 접종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신뢰를 얻는 것 역시 중요하다.하지만 집단면역이 형성되기까지 우리는 여전히 많은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상당 기간 불가피하고, 마스크 쓰기 등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 역시 필수적이다. 의료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코로나19 치료에만 몰두하는 경우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기에 균형 잡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고 부족했던 점들을 보충, 새로운 감염병을 만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올 한해 우리는 코로나 종식과 일상 회복이라는 중차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오는 4월에는 대선 전초전이랄 수 있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앞두고 있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벌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아귀다툼 등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헤게모니 싸움보다는 난국 극복과 미래비전을 경쟁하는 정치에 국민들은 목말라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희망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한 해다.

서고 걷고 달리기를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새해, 세 번의 주말이 지났다. 대지가 온통 얼어붙었다가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자, 강변 수양버들 가지에 녹색이 어른대는 것 같다. 새해, 새로운 계획으로 저마다 가슴 부풀어 도전했으리라. 어느새 작심삼일이 돼 버린 것도 있을 터이지만, 건강한 몸을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만은 양보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이들이 많다.새해 인사말 중에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고 더욱 건강하세요”라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어 저장해 뒀다. 맛난 것 챙겨서 먹고 나면 한때는 즐겁지만, 마음껏 야외활동을 할 수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불어나는 것은 필요 없는 살이다. 코로나 확진자도 두렵지만, 살이 확찐 자도 건강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깊어지는 요즈음이다.매일 산에 오르고 걷기를 즐기던 지인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앉아 있기보다는 누워서 TV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 결과 체중이 뻥튀기 기계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불어났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1년 사이 거의 10kg이나 불었다니. 영화관에 들어서서 좌석을 찾을 때였다. 앞쪽에서부터 찾기 시작해 맨 뒷자리 좌석을 향해 올라가는데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작은 실내 공간에 숨이 가빠지는 소리가 크게 울리더라는 것이 아닌가. 알프스 트래킹을 두 번이나 다녀왔을 정도로 걷기도 운동에도 자신감이 있던 그였기에 순간 두려움이 일어나더라고 전한다. 혹시 “심장병? 몹쓸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하는. 그길로 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을 받았다. 결론은 갑자기 불어난 체중에 운동 부족으로 인한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라지 않은가.새해가 되면 첫 며칠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금연이 가장 많이 세우는 계획이지만,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도중에 하차하는 이들도 많다. 술을 끊어버리겠다는 이들, 다이어트 시작하겠다는 분, 운동 열심히 해 날씬해지겠다는 이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꼭 빼서는 안 되는 것이 건강을 위한 좋은 생활 습관 기르기가 아니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매진한다면 누구나 겁을 내는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지 않으랴.2020년 말, 우울한 기사들 속에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바로 세 모녀의 머슬 퀸 도전기였다. 근육을 길러 뽐내는 대회에서 세 모녀가 상을 받았다. 비키니 차림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예쁜 얼굴의 두 딸과 오십 대 중반 미모의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며 내용을 기억할 정도로 기사를 정독했다.2남2녀를 낳았던 평범한 주부, 마흔에 막둥이를 낳고 세 아이를 뒷바라지하느라 몸이 허약해졌다. 이석증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해 운동을 시작한 엄마였다. 그녀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60세가 되면 머슬마니아 대회에 출전하는 거였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60대 머슬퀸 선수를 알게 됐고, “운동은 더 늦기 전에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에 대회를 3개월 앞둔 시점 출전을 결심했단다. 엄마의 대회 출전 계획을 들은 두 딸은 엄마에게 힘이 돼주고 추억도 쌓을 겸 동참했다. 낮에는 본업에, 저녁에는 운동에 몰두하며 고된 시간을 버텨냈다. 어려서부터 부모에게서 “공부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첫째 딸은 안 해본 운동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고 공부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명문대를 조기 졸업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알파 걸. 둘째 딸 역시 공부와 운동에 만능이었다. 발레와 재즈댄스를 오래 배워 콩쿠르에 나가 상을 탔고, 중학교 때는 지역 대표 피구 선수, 고등학교 때는 학교 대표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고 한다. 두 번이나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고등학교를 1년 휴학하는 고비도 있었지만, 이 역시 운동으로 재활을 해 극복했다니. 공부도 잘했던 둘째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했고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공부도 운동도 미모도 모두 뛰어난 이들 세 모녀의 도전기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결과가 놀라웠기 때문이지 않으랴. 엄마뿐 아니라 언니 동생 모두 입상 게다가 그랑프리까지 거머쥔 딸도 있었으니. 운동과 식이 조절하느라고 지옥 훈련처럼 힘들었을 그들이지만, 석 달의 노력과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으리라.부러운 마음으로 올해 무엇에 도전해 볼까. 무슨 운동을 시작해볼까. 고민하며 나서는데 ‘서·거·달 운동’이라는 팻말 든 이가 눈에 띈다. 서고 걷고 달리자는 의미란다. 누워 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게 낫고, 앉아 있기보다는 서 있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설 수 있다면 걷도록 하고 걷는 중간 달리도록 하자는, 좋은 건강 습관이 되지 않겠는가. 몸을 움직이고 서고 걷고 달리기를 꾸준히 해 소띠 해엔 더욱 건강해질 수 있기를.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좌고우면 말아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징역 20년·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제 논란이 됐던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 사면 카드를 꺼내도 별문제가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반발하는 문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과 청와대 참모들의 여론 눈치 보기가 걸림돌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결자해지 차원에서 과감하게 결단 내리길 바란다.정치권에서도 사면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 사면론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이 확정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됨으로써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은 반성과 사과 없는 사면은 안 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 얘기를 하며 역시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취임 2주년을 맞아 방송에 출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에 대해 “재판이 확정되기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 원칙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다만 “내 전임자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크다”며 사면에 대한 의중을 보였다. 당시엔 아직 사면을 언급할 때가 아니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문 대통령도 상당히 마음의 짐이 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같은 달 “(전직 대통령)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며 당시 국민 통합을 위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후 다시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는 여건이 무르익었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문재인 정권이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면서 극렬 지지층의 요구를 가볍게 넘겨듣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의 반성과 사죄를 요구하는 것도 과한 주문이다. 끝까지 항복을 받아야겠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이들은 그동안 영어의 몸이 돼 치욕을 겪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훨씬 오랜 기간 감옥살이도 했다. 이제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판단, 결정할 일만 남았다.대통령이 판단할 때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고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경제 회복과 국난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라도 결정해야 한다. 그게 국민 화합과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청량제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마시라. 18일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속 시원히 발표하길 바란다.

‘가덕도 저지’ 선제적 대응 나서라

‘가덕도신공항 저지’와 관련한 대구·경북의 대응에 배수진의 결기가 없다. 결집된 에너지는 물론이고 다급함조차 느낄 수 없다.지난해 11월17일 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사실상 백지화’ 발표로 부산과 입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인 부산은 느긋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그럴 겨를이 없다. 선제적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가덕도 저지가 물건너 갈 수 있다.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이 지난 12일 김해신공항 재검증 결과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검증위 발표 후 약 두 달 만이다. 사실상 지역의 첫 대응치고는 너무 발이 느리다.---정치권과 대구시·경북도 전략 답답해감사청구 참여자는 6천200여 명.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지역민의 관심을 제고하고 분위기를 띄울 기회였다는 측면에서 보면 충분치 않다. 시도지사, 국회의원 등 지역 리더들도 대거 참가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규탄하는 릴레이 성명 등으로 시도민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었지만 단순 서명에 그쳤다. 전략부재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감사원은 한 달 이내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감사 청구가 받아들여져도 문제는 남는다. 더불어민주당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가덕도 특별법을 오는 2월까지 처리한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감사결과는 길면 6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특별법이 감사원 감사보다 먼저 입법절차를 끝내면 대구·경북으로서는 해법찾기가 더 어렵게 된다. 감사원 감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대구·경북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 저지의 선봉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응에는 속도감이 없다. 부산지역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들은 검증위 발표 3일과 9일 만에 전광석화처럼 가덕도 특별법을 발의했다.대구·경북 의원들은 지난 13일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이후 세 번째다. 김해 백지화 대응책을 모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역에서도 특별법을 추진해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만 형성했을 뿐이다.밀양공항 특별법, 군공항이전 특별법 개정(대구·경북 통합공항 국비지원), 2개 법안 동시 추진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 장단점을 더 검토하고, 대구시와 경북도의 의견을 들은 뒤 18일 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치고 나가는 힘이 보이지 않는다.대구시, 경북도는 이번 사태 대응의 사령탑이다. 그러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황 변화에 맞춰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수동적 대응은 상황이 유리할 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총공세에 나서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국토부가 김해 백지화 결론을 수용하면 행정소송을 내고, 가덕도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위헌소송을 제기한다고 한다. 얼마나 실효가 있을까. 한번 결정이 내려지면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일사분란하다. 다시 행동에 나섰다. 부단체장들로 구성된 ‘가덕도신공항 추진단’은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 12일 재확인했다. 정치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가덕도 홍보, 공감대 형성도 계속 추진해 나간다고 밝혔다. ‘가덕도신공항은 옳지 않다’는 국민적 비판이나 빈축은 아랑곳 않는다.---“어떤 대결도 외면 않는다” 각오 다져야동남권 신공항은 국가의 공항 SOC가 아니라 ‘정치’로 변질됐다. 부산의 지역 이기주의에 부산시장 보선, 내년 대선을 겨냥한 민주당의 꼼수가 가세한 때문이다. 이제 대구·경북도 독해져야 한다. 어떤 형태의 맞대결도 외면하지 않는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 모든 여건이 어렵다. 선택할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부처를 찾아야 한다.공세적 전략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출발선이다. 시도민이 결연하게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은 시도지사와 지역 정치권의 의무다. 그렇지 않으면 대응 방법과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지역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은유의 꽃/ 이진흥

(1)// 한밤중 머언 하늘 끝에서/ 우주의 비밀처럼 빛나는/ 별이 떨어질 때// 가장 신비한 모습으로 피어나서/ 아름다운 소멸을/ 배웅한다// 스스로의 무게로/ 가지를 떠난 열매가/ 한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 때// 가슴을 도려내어/ 완성의 형식을/ 부여한다// 눈부신 빛의 뒤에 숨어서/ 온갖 빛나는 것들을 드러내는/ 어둠처럼// 끊임없이 떨어지는 것들 속에서/ 하강의 질서를 다스리는 것은/ 꽃이여 너의 눈짓이다// (2)//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고 나면/ 잡힌 것은 애매한 그림자다// 돌아서면/ 아린 몸짓으로 다가오다가/ 손을 주면 이내 사라지고// 잡는 방법을 전혀 포기할 때/ 남몰래 내안에/ 깃을 치는// 너는 한 오리 율동이다/ 내 어린 시혼의/ 현을 튕기는// (3)// 너는/ 우주가 하나로 집중할 때/ 비로소 열리는 눈이다// 보석처럼 맑은 고독의 사슬로/ 일체의 빛을 묶어/ 흔드는 손이다// 온 생을 한 가닥 활줄에 걸어/ 죽음을 겨냥하는 사수의/ 엄격한 포우즈// 중심을 깨뜨리는/ 모순의 얼굴이다// 날카로운 혼란의 춤, 꽃이여「대구문협대표작선집1」 (대구문인협회, 2013)시는 인생의 실체다. 인생은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시현되지만, 사물은 진정한 본모습을 쉽게 나타내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사람마다 백인백색이고, 눈에 비치는 사물의 모습도 가상이거나 허상이다. 정체성이 다른 고유한 프리즘을 통해 보는 사물은 더더욱 본질이 가려진다. 그렇지만 개인의 경험과 정서가 역사적 환경과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인간의 삶 속엔 어느 정도 보편성이 녹아있다. 보편적인 시각 속에서 독자적인 정서를 찾아내는 일은 난해한 시에 용이하게 접근하는 한 방편이다.시인은 인생을 표현하는 예술가이다. 보이는 대로의 모습은 본모습이 아닌 허상일 수 있다. 나타난 현상을 보고 날카로운 심미안으로 숨겨진 본질을 투시해야 하는 시인은 그래서 현상학자여야 한다. 시 ‘은유의 꽃’은 시제가 보여주듯 꽃을 시적 대상으로 끌어왔다. 시인의 주장대로 꽃을 어떤 사물보다도 우월한 ‘시적 대상성’을 가진 존재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논거의 옳고 그름을 떠나 꽃이 시의 소재로 가장 많이 다뤄져 온 사실만 봐도 꽃이 가진 우월한 ‘시적 대상성’을 감히 부인하진 못하리라.꽃은 다른 도구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 목적이다. 꽃은 다른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름답기 때문에 그 모습 자체가 실체다. 꽃의 현상은 미적 대상으로 본질인 셈이다. 시는 대상과 본체를 연결하는 고리로 기능한다. 시인이 꽃을 미적 대상으로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시 ‘은유의 꽃’도 이러한 꽃의 ‘시적 대상성’과 ‘대자(對自)·즉자(卽自)의 종합’을 잘 보여준다.어둠은 원초의 상태이고 별은 스스로 목적이다. 소멸이 아름답고 배웅할 만한 것은 어쩌면 역설이다. 열매는 스스로 떨어짐으로서 목적이 완성된다. 별이 소멸하고 열매가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모순이지만 본질이기도 하다. 의도하는 일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난다. 초점을 맞추면 그림자만 남는다. 다가가면 사라지고 포기하면 얻어진다. 현상은 내재하는 율동이고 우주의 눈이며 빛의 손이다. 또한 죽음을 겨냥하는 숨 막히는 사수의 몸짓이다. 꽃은 부조리의 얼굴이고 날카로운 혼란의 춤이다. 꽃의 은유는 그 자체 지향점이지만 소멸하는 실체다. 오철환(문인)

겨울철 운전 중 블랙아이스 주의해야

김반석대구동부경찰서 동대구지구대최근 우리지역에도 적지 않은 눈이 내렸고, 이 후 며칠째 기온이 뚝 떨어져 예년과 다르게 날씨가 상당히 추워졌다.며칠 전 근무 중 교통사고 신고 접수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확인해보니, 교차로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는데 차가 미끄러져 3중 추돌 교통사고가 일어나서 인명 및 차량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최근 이러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이러한 교통사고 현장의 도로 위의 상태를 살펴보면 보통은 검은색 얼음이 얇게 얼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겨울철 눈이나 비가 내린 후 도로 곳곳에 숨어 있는 도로 위의 블랙아이스이다. 블랙아이스란 운전석에서 보았을 때 검은색 아스팔트처럼 보이지만 사실 얇고 투명한 얼음막이 검은색의 아스팔트 위를 마치 코팅한 것처럼 뒤덮어져 있어 검은색 얼음처럼 보이는 현상이다.수분이 먼지나 매연과 섞이면서 더욱 어두운 색으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마른 아스팔트와 분간이 어려워 아무리 운전을 잘하는 베테랑 운전자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 하면 눈길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도로위의 복병이다. 특히, 2019년 광주원주고속도로에서 21중 추돌사고와 상주영천고속도로 47중 추돌사고로 무려 7명의 사망자와 4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의 원인 역시 블랙아이스로 지목됐다.2019년 교통사고 치사율은 서리·결빙상태에서 4.63%, 적설상태 1.23% 보다 약 4배, 마른 노면상태 1.41% 보다 약 3배 더 높았다.눈이 내린 상태에서는 운전자가 위험사항을 예상해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데 비해, 도로에 살얼음이 낀 블랙아이스 상태에서는 운전자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 해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보여 진다.블랙아이스는 겨울철 기온이 낮은 새벽, 아침 출근 시간대에 도로의 표면온도가 낮은 터널 출입구, 그늘진 커브길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운전 중 블랙아이스를 만났을 때는 급제동·급가속·급핸들 조작은 절대 금물이며, 핸들은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쪽으로 돌리고 브레이크는 두세 번 나눠 밟아야 한다.겨울철 도로 위의 블랙아이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위험성과 특성을 잘 숙지하고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상 등을 확인해 평소 운전하는 속도보다 30%, 혹은 50%까지 감속운행을 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해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하겠다.

<기자수첩>삼중수소 진실게임…국민은 뒷전인가?

강시일사회2부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의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의 누출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정부는 물론 여당과 야당,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진실게임이 이중삼중의 복마전으로 변질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2019년 7월에 보도된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누출 문제가 올해 초에 느닷없이 또다시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치 쟁점화 된 것이다. 한수원은 지난 13일 열린 ‘경주시 월성원전 방폐장 민간 환경감시기구’의 임시회의에 참석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이 자리에서 한수원은 “언론에 보도된 삼중수소 누출에 대해 2019년 7월 원자력 규제기관 및 전문가 등과 함께 조사를 진행해 원전시설 내부에 일부 누출된 용량은 기준치 이내로 확인했다”고 선을 그었다.또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기준 이상 배출되는 곳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특히 환경 운동가가 주장한 삼중수소 오염과 이를 인용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바로잡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근거 없는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공공기관인 한수원이 이 정도의 강하고 분명한 어조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으니 삼중수소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할 법 하다.하지만 정치권이 논란의 불씨를 되살린 탓에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어찌된 일인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서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가 유출됐으며 이러한 사실을 원전이 관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한수원의 설명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김태년 원내대표도 “지하수가 삼중수소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차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감사원의 엄중한 감사가 필요하다며 불을 지폈다. 이렇다 보니 지역은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 여당이 검찰의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에 대한 정치적 물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한수원 노조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여당을 비난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여당이 조직적으로 근거 없는 괴담을 퍼트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정치적 시비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과학적인 검증으로 금방 밝혀질 사안이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질된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국민의힘 김석기·이철규·김영식 의원이 카이스트 정용훈 교수와 함께 14일 원전본부를 찾았다.이날 원전의 한 직원은 “정치권과 환경단체의 근거 없는 주장 앞에는 국내 최고의 원자력 분야 교수의 해명도, 30년 경력의 기술사의 말도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이제 정확한 검증만이 국민적 혼란과 불안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 됐다.15일 전문가와 공무원, 시민단체 등을 총망라한 민·관 합동 조사반이 구성된다.뒤숭숭해진 경주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부디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명쾌한 결과를 내놓길 바란다.

포스코, 어쩌다 중대재해법 첫 대상 거론되나

지역의 대표기업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산업안전 관리가 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노동청 특별감독 결과 일부 안전보건 관리자는 ‘유해·위험 요인을 평가하고, 작업 개시 전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안전 관련 기본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 또 제철소장 등 관리 감독자는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안전방재그룹 또는 현장 안전파트장에게 일임하는 등 안전보건관리가 전반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지적됐다.대구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지난 11일까지 포항제철소와 협력사 55곳을 대상으로 사업장 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 33명이 투입된 이번 특별감독에서는 총 331건의 법규위반 사항이 적발됐다.노동청은 사안이 엄중한 220건에 대해서는 포항제철소와 협력업체 5곳의 책임자와 법인을 형사입건키로 했다. 또 관리상 조치가 미흡한 111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과태료는 총 3억700만 원이며 포항제철소 8천600만 원, 협력업체 2억2천100만 원이다.이번 노동청 특별감독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실시됐다. 적발된 주요 사항은 안전난간 미설치 등 추락방지 조치 미이행, 안전작업계획서 미작성, 화재감시자 미배치, 밀폐공간 작업자 안전보건교육 미준수 등이다. 모두 유사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항들이다.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광주고용노동청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대한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744건이 적발됐다. 광양제철소 특별감독도 지난달 24일 발생한 폭발 사고로 3명이 숨진 뒤 실시됐다.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 도입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처음 공개한 하청업체 사망사고 비중(2019년 기준)이 높은 11개 사업장에 포함되기도 했다.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년간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에서 4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면 첫 대상이 포스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민의 자랑인 포스코가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뼈를 깎는 반성과 산재 재발방지 대책이 요구된다.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기업에서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기업 규모별로 1~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근로자의 안전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법 이전에 가족의 배웅을 받고 출근한 근로자가 퇴근 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기업 경영자들의 의무다.

/박준우 시시비비/ 미러링(mirroring)의 명·암

어릴 적 놀이 중에 ‘반사 놀이’란 게 있었다. 싫어하거나 좋지 못한 말을 듣게 될 때 ‘반사’란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이 느낀 싫은 감정을 똑같이 맛보게 하는 것인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런 행위가 아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자기방어 수단으로 효과가 있었던 것 같으니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다.근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 반사 놀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반사 놀이와 달리 어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사 행위는 더 복잡한 이해관계가 그 저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미러링’(mirroring·따라 하기)이라고도 한다.여성 대상 범죄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을 타깃으로 한 강력 범죄가 거푸 발생하고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김치녀’와 같은 비하 표현들과 여성을 증오하는 온갖 메시지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오죽했으며 당시 이를 범주화해 여성혐오란 용어가 널리 사용될 정도였다.그러자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이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남성혐오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김치남’ ‘한남충’ 등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했다. 심지어 남성 혐오를 극단적으로 주장하던, 지금은 폐쇄된 한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이를 ‘미러링 운동’이라며 성 간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기까지 했다.더 큰 문제는 차별을 부각하고 대립을 조장하는 이런 경향이 젠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 전방위로 점점 더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피살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정치권은 사망 경위보다는 사건이 대통령에게 발생 10시간이 지나고서야 보고됐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정쟁화하는 모습을 보였다.야당에서는 대통령이 10시간 동안 뭘 했는지 초 단위로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마치 과거 세월호 사고 때 ‘대통령의 7시간’을 초 단위로 공개라고 요구했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공세를 미러링하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치권의 의도는 지지자들에겐 단결하라는 메시지였고, 상대 진영에게는 분열과 흠집 내기 공세일 뿐이었다.미러링은 그런데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따라하기, 즉 미러링이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유명 여자 연예인의 반려견 사망 기사가 뜨자 실시간으로 추모 댓글이 많이 달렸던 적이 있다. 그 기사에 눈길이 간 건 훨씬 오래전 일이지만 이 연예인이 유기견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그 반려견을 입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유기동물보호소를 통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입양하려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대구에서는 지난해 연말 10년 기부 약속을 지킨 한 시민의 얘기가 전해졌다. 2012년부터 매년 1억 원이 넘는 거액을 꼬박꼬박 기부하면서도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키다리 아저씨’라 불렸던 그는 지난해에도 늘 그랬듯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공동모금회를 통해 5천여만 원의 기부금과 메모지가 든 봉투를 전했다고 한다.그 메모지에는 ‘저와의 약속 10년이 되었군요, 나누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많이 느끼고 배우고 고맙게 생각합니다’라는 글이 씌어 있었고, 직원들이 전한 그의 마지막 말은 ‘난 마중물 역할뿐이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키다리 행진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모두에게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였다. 그래서 2021년에는 이 모든 게 달라지길 바라는 게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우선은 역시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바이러스가 퇴치돼 일상이 회복되는 것일 것이다. 또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싸움질, 그리고 정치권에서 그 토대를 깔아 주고 있는 진보·보수의 편 가름과 그로 인한 혼란상도 달라지길 바라는 목록에 들어갈 것 같다. 그 외에 젠더나 세대 간 갈등도 2021년에는 변화의 모습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축년에 다들 행복하소(牛)

손동섭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흰 소는 여유와 평온을 상징한다고 하니 금년 한해는 코로나가 종식돼 여유와 평온이 함께하는 해가 되길 바래본다. 그런데 그 흰 소가 세월의 뭇매를 버티면서 회갑을 맞는다.새해 연휴에 시집간 큰딸이 환갑잔치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오길래 요즘 환갑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어딘가 못내 아쉬움이 든다. 그렇다고 티를 내기도 쑥스럽다.환갑잔치, 칠순잔치보다 더 성대한 집안 잔치는 손주들 돌잔치가 차지한지 이미 오래. 코로나사태가 오기 전 주말 뷔폐식당들은 온통 아이들 돌잔치 행사로 시끌벅적했음을 기억한다.베이비붐세대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신축년 소띠들은 어느 해보다도 올해가 가장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회갑이라는 나이 듦에 쑥스러워 할 것이고 고령화시대에 초로(初老)의 첫 디딤에 쑥스럽겠다.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해서인지 동창생들 중에 유독 공무원, 교사가 많았던 시절. 그 시절 어른들은 자식들이 사범대에 들어가길 많이 원했다.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함이었겠고 무엇보다 안정된 직장이라 생각해서일 게다.그렇게 일명 정부미(?)라 일컬어지는 공직자 동창생 녀석들도 이젠 신축년 마지막 봉급쟁이가 돼 연금 받을 타령들이다. 일반미(?)들은 벌써 퇴직했건만!출산 붐을 타고 태어나서 경제성장 붐, 사교육 붐 등을 겪은 베이비붐 세대는 늘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현상의 중심에 섰다. 부모를 봉양하면서 자녀교육과 혼사를 도맡아하는 샌드위치 세대로서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은퇴 무렵 남겨진 거라고는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그들을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라 일컫는다. 그들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을 온몸으로 겪은 역사의 증인들이다.이제 그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해야할 때다. 은퇴 이후의 삶을 흔히 제2의 인생, 인생 2막이라고 한다. 이제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이라는 의미다. 앞만 보고 내달리며 경쟁하기 보다는 천천히 주변을 살펴가며 상생하는 삶, 자기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또 무엇을 나누며 살아갈지 고민하는 삶이 필요하다.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명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이 OECD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높은 83.3세로 장수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평균65세로 남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65세가 넘으면 한두 가지 질병을 겪으며 점차 약에 의존하게 되고, 활동반경도 줄어들다 죽기 전 10년 정도는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그렇게 평균 20년은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 게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120세 수명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존스홉킵스의대 토마스하팅 교수는 지난 150년 동안 인간수명이 매년 한 달씩 증가 했으며, 노화전문연구소 등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짧게는 15년, 길게는 80년 사이에 120세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빅데이타와 인공지능 기술이 수많은 돌연변이 암세포를 표적치료제로 매칭해 개인 맞춤형 암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암 환자의 완치율 또한 증가해 현재 열 명 중 일곱 명의 환자가 5년 넘게 생존하며, 10년 이내 치매예방주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이러한 장수시대가 과연 축복이기만 할까? 당장 은퇴 후 60년이나 남은 긴 기간을 대체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 의식주를 유지할 재산은 있나, 아프면 누가 나를 부양해줄까 등 걱정부터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축복이어야 할 120세 시대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장수혁명시대가 이제 현실로 곧 다가오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인 빈곤율이 OECD 바닥권인 현실에서 개인별로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암담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젠 현실로 다가온 노령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전화기 충전은 잘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 트롯신동 정동원의 여백 노래가사를 음미하며, 새해에는 모두가 흰 소의 기운을 듬뿍 받는 한해가 되기를!

돌이킬 수 없는 사랑과 헤어날 수 없는 마음에 관하여/권영오

지난밤 까먹은 귤껍질이 말랐다//다 못 먹고 놓아둔 귤은 물렀다//향기와 냄새의 접점, 마름과 무름의 경계「좋은시조」 (2017, 겨울호)권영오 시인은 경북 봉화 출생으로 2005년 열린시학 신인상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귀항’과 ‘철학하는 개’가 있다.시조가 지나치게 단정하거나 단아하면 곧 싫증이 날 수 있다. 자연을 찬미하는 일도 시의 한 몫이 되겠지만, 거기에다가 서정일변도로 기울어져 있기만 하면 갑갑함을 떨칠 수가 없게 된다. 시조문단의 원로인 장순하 선생은 일찍이 탈주정을 주창한 바 있다. 서정성에만 함몰돼 있는 시조문단에 대한 일침이었다. 그 후로 창작의 지형은 많이 바뀌었다. 새로운 역량 있는 신인들이 다수 배출됐기 때문이다. 권영오는 등단 이후부터 탈주정의 세계를 천착하는 일에 매진해온 시인이다. 특히 그의 단시조 작품들은 주목을 요한다. 큰소리로 세상을 향해 꾸짖듯이 일갈을 한다. 웬만한 시조를 보고도 성에 차지 않는 성미다. 내 시조는 이렇다. 나는 시조를 이런 방향으로 쓴다는 듯이 몸으로 부딪치는 시를 쓰기 위해 힘쓴다. 절박한 인생담론을 시 속에 녹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돌이킬 수 없는 사랑과 헤어날 수 없는 마음에 관하여’는 단시조이면서 제목이 꽤나 길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사랑과 마음에 대한 진지한 탐색인데 지난밤 까먹은 귤껍질이 마른 것을 유심히 보면서 다 못 먹고 놓아둔 귤은 물러있는 것을 살핀다. 그러면서 화자는 돌이킬 수 없는 사랑과 헤어날 수 없는 마음에 관해 사유한다. 대체 그것은 내 인생에서 어떤 것이었나 하고 성찰하면서 향기와 냄새의 접점과 마름과 무름의 경계를 생각한다. 미묘하고 미세하다. 충분히 새로운 목소리의 발현이다.그는 시조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작품에서 제목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다른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긴 제목으로 단시조의 한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서정성에 경도되다가 보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회고조나 추억담을 시화하는 일이 잦다. 물론 이러한 작법도 시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자칫 퇴행성으로 비쳐져서 결코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치열한 시대정신과 정신의 위의를 세울 충일한 내면의식의 발현을 통해 새로운 길은 열릴 것이다.다음 두 편의 단시조에서도 그 점을 읽을 수 있다.한때는 사나이였을 남자 두엇 누워 있다/탈진한 인생처럼 편안한 꽃밭 위에/그 곁에 구두를 벗고 나도 놓고 싶어라소주병을 깨듯이 먼 수평에 금이 가고/갈라진 가슴마다 비바람이 새는 동안/사는 거/죽는다는 거/별거는 아니다만 앞은 ‘동대구역’이고 뒤는 ‘부산역’이다. 한때는 사나이였을 남자 두엇이 누워 있는 모습에서 이 시대의 한 단면을 읽는다. 사나이라면 끝까지 사나이여야 마땅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탈진한 인생처럼 편안한 꽃밭 위에, 그 곁에 구두를 벗고 나도 놓고 싶어 하는 화자의 심경에 공감이 간다. 그리고 ‘부산역’에서는 소주병을 깨듯이 먼 수평에 금이 가고 갈라진 가슴마다 비바람이 새는 동안 삶과 죽음이 별것 아닌 것을 자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역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우리는 어쩌면 한 역에서 다른 역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다가 생의 종착지에 이르게 되는 지도 모른다.돌이킬 수 없는 사랑과 헤어날 수 없는 마음을 그대로 부둥켜안고….이정환(시조 시인)

생존 기로에 선 지방대, 돌파구 있나

지방대 위기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학 입시 정시 경쟁률이 사실상 ‘미달’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장 큰 요인이다. 미달학과가 속출한 대학들은 정원 채우기에 비상이 걸렸다.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피 말리는 살아남기 경쟁이 불가피하다. 정부 차원의 지방대 지원책도 절실하다. 발 등의 불이 된 지방대의 생존을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다.2021학년도 대구·경북의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정원은 올해 수험생 보다 1만8천 명이 많다. 2030년까지 대학 정원을 대폭 줄이지 않는 한 공급 초과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정원의 60%만 채워도 남는 장사라고 안주하던 지역 대학들이 정원 미달 심화로 문 닫는 곳이 속출할 전망이다.대구권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 모집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하락했다. 전국 지방대의 평균 경쟁률이 2.7대 1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입시전문업체의 분석 결과다. 정시모집에서 3차례의 지원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대의 57%가 정시 모집이 사실상 ‘미달’ 됐다고 한다. 상당수 지방대가 2월 추가 모집까지 신입생 충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입시 자원보다 대학 정원이 많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가 닥친 여파가 컸다.지역의 한 대학은 입학생에게 등록금 반액 지급, 첫 학기 기숙사 관리비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기까지 했다. 당근책도 한계에 달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정원을 줄이고, 10년 넘게 계속된 등록금 동결 등 자구책의 결과 대학 재정난이 가중됐다. 등록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당장 수험생 유치가 어렵고 코로나19 여파로 홍보도 마땅찮다. 대학마다 뾰족한 수가 없어 머리를 싸매고 있다.대학이 간판을 내리지 않으려면 전례 없는 혁신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학과 간 융합교육을 확대하고, 통·폐합, 4차 산업과 사회 수요에 맞춘 학과 신설 등 강도 높은 개혁이 요구된다. 추가 정원 감축도 불가피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부터 정원을 줄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폐과까지 각오해야 한다.지방대 고사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을 대학에만 맡겨두고 외면해선 안 된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 지방대 재정 지원 대폭 확충, 입시제도 인센티브 도입 등을 서둘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상황 타개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수도권 쏠림 현상부터 막아야 한다. 인구 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