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온 편지 / 이지엽

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 하고 지난 설에도 안 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중략)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중략)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시조집 『해남에서 온 편지』(태학사, 2000)....................................................진한 남도사투리의 정서가 따로 해석이 없어도 통째로 스며든다. 시인이 이 시의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어 마저 소개한다. “내가 있는 학교의 제자 중에 수녀가 한 사람 있었다. 시를 쓰기 몇 해 전 남도 답사길에 학생 몇이랑 그 수녀의 고향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노모 한 분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생전에 남편이 꽃과 나무를 좋아해 집안은 물론 텃밭까지 꽃들이 혼자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흐드러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엄니도 하늘로 간 ‘애비’를 따라나섰고, 고향집도 사라져버렸다고 한다.그리움은 보고픈 감정이 해결되지 않을 때의 묵힌 정서 상황이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그리움이 별밭에 일렁이는 은하수라면 고향에 계시는 부모들의 대처로 나간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은 차라리 겨울비탈에 선 애절한 나목이다. 부모둥지 떠난 자식들의 고향 찾는 횟수가 고작 일 년에 두어 번. 그조차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너나없이 승용차가 있고 씽씽 고속열차가 달려도 사정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힘들게 고향을 찾아와서도 재깍 내뺄 궁리만 앞선다. 처음부터 복귀할 만반의 태세를 갖춘 듯하다. 그래야 잘나가는 자식의 유세처럼 보인다.우리 ‘엄니’들이 일찌감치 명절날 달력에 동그라미 치고 그리움을 예약하시는 마음에 비해 추석 한나절부터 서두르는 귀경행렬을 보면 도회 사는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참 야속하고 사무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노모는 홀로지만 참으로 꿋꿋하다. 짐짓 자식들에게 유혹의 추파를 보내지만 쉽사리 먹혀들지 않으리란 것도 잘 안다. 수녀가 되어 종신서원 받은 딸자식과 엄마의 특수한 관계와 사정은 별개로 치고, 지금 우리가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부모의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그 불균형은 장차에는 더욱 더 심화되리라.어머니 안 계시는 추석을 세 번째 지냈다. 남 보기엔 무심한척 해도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은 어쩌지 못하겠다. 작은 아이와 둘이서 ‘오붓하게’ 차례를 지내고 한 상에서 음식을 먹고 술도 한잔 했지만 좀처럼 적막함은 사위어들지 않는다. 어머니 아버지와는 지방의 ‘신위’ 앞에 절을 올리는 게 고작이고 손녀 지혜와는 영상통화로 만족해야했다. 나도 어쩌다가 ‘노인 홀로 가구’가 되어있지만 우리 자식들이 부모를 받들어줄 것이란 기대는 거의 무망하다. 노후의 경제적 안정 못지않게 정서적 안정과 자립이 필요한 때다. 도리 없다, 저 달은 언제나 둥글고 환한 얼굴이지만 자식에 대한 기대는 팍팍 줄이고 그리움 또한 탈탈 털어내는 수밖에는.

우리에게도 노변정담(爐邊情談)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노변정담(爐邊情談)이 필요하다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앤 리차드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제45대 텍사스 주지사를 지낸 유명 여류 정치인이다. 그녀가 정치인으로 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1988년 아틀란타주에서 있었던 민주당대회 기조연설이 엄청난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연설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아직도 회자되는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다.“저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너무도 다행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제가 알았던 지도자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에게 희생이 필요하며, 이러한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해준 지도자들 말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다르고, 또는 고립되어 있거나, 아니면 특별한 관심사가 있어서 힘들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고, 국가적 사명감을 부여해 주었습니다.”어린 시절 라디오를 통해 당대의 지도자를 접하며 자란 그녀가 이렇게 말한 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미국의 제32대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이다. 고비 때마다 ‘노변정담(fireside chats)’이라 불리는 대국민 담화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도록 죽는 날까지 자국민들에게 국가적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도록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그렇다면 도대체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까?루즈벨트 대통령의 라디오 대국민 담화는 취임 직후인 1933년 3월12일 ‘은행위기에 대해’라는 13분짜리 연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작 노변정담이라 칭해진 것은 이것부터가 아니라 ‘유럽전쟁에 대해’라는 2번째 담화부터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평소 참모들과 벽난로를 에워싸고 대통령 담화문을 만들고 암기한다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CBS 방송 경영진이 2번째 담화 직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노변정담이라 칭한 것이 유래가 된 것이다.노변정담은 당시 미국의 명운을 좌우할 대내외 정책과 법안 등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것만으로 국민 통합이 이루어지고 정책 추동력이 생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2가지 특징이 노변정담에 없었다면, 아마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당시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했을지도 모른다.첫번째는 노변정담이 마치 친구를 대하는 듯한 진심 어린 말투와 염려스러운 어감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큰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1차 담화문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내 친구들(My Friends)’로 시작되어, “이것은 나의 문제 이상으로 당신들의 문제입니다. 일치단결한다면 잘 해결될 수밖에 없습니다”와 같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1, 2인칭을 써서 친근하게 매듭지어진 것처럼 말이다.두번째는, 노변정담이 주요 정책이나 법안을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명료하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수많은 소문과 억측에 편승하지 않도록 예방했다는 점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2월23일의 ‘전쟁의 경과에 대해’라는 담화를 발표하기 전 국민에게 세계지도를 준비하라고 요구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세계 민주주의를 지키고, 지속 번영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디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등 국민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였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변정담이다. 우리 모두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분열로 치닫는 사회를 보면서 위기의 한복판에서 각자도생에 빠져 외롭고 힘든 나머지 위로과 격려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인들이 누렸던 것처럼 이번 추석에는 ‘내 친구들’로 시작되는 노변정담이 꼭 듣고 싶다고 한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구미 스마트 산단, 경제 회복 마중물 되길

침체에 빠진 구미 지역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구미 국가산업단지가 ‘스마트 산업단지 구축 사업’에 최종 선정된 것. LG화학이 참여하는 구미형 일자리 사업 선정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구미 경제에 활력소가 기대된다.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구미산단과 인천 남동산단을 2020년도 스마트 산업단지로 선정했다. 구미산단은 생산·고용 기여도와 주력 업종인 전기·전자 업종의 중요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구미 산단에는 스마트 제조 혁신 단지 조성(2천801억 원), 청년 친화형 행복 산단 구현(1천42억 원), 미래 신산업 선도 산단 구축(618억 원) 등 국비 2천185억 원과 지방비 1천486억 원, 민자 790억 원 등 총 4천461억 원이 투입된다.경북도는 구미 스마트 산단에 개방형 양방향 스마트 데이터 네트워크 구축, 스마트공장 안정적 성장을 위한 지원 인프라 고도화, 산단 스마트화를 리딩할 미래 융합형 인재 공급 체계 고도화, 산단 내 중소기업 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전문 기업 육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스마트 산단화에 따라 구미산단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ICT기술을 적용해 미래형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북도는 스마트 산단이 조성되면 생산 유발 2조960억 원, 부가가치 유발 6천679억 원, 고용 유발 6천301명을 예상하고 있다.스마트 산단 선정은 의미가 남다르다. 곧 구미산단 50주년을 맞는 때문이다. 1971년 한국전자공업공단으로 문을 연 구미산단은 2013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0.7%인 367억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생산·수출·고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위기에 몰렸다.2011년 75조7천억 원에 달했던 생산액은 2017년 44조4천억 원까지 떨어졌다. 수출액도 2017년 288억 달러로 급감했다. 근로자 수도 2015년 10만2천 명에서 2017년 9만5천 명으로 줄었다. 업체 가동률은 2019년 5월 현재 66.6%까지 하락했다. 최근엔 35%까지 떨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 마찰, 대기업 해외 및 수도권 이전 등 구미 지역 경기 전망은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구미산단의 선도 스마트 산단 확정은 지역 경제에 다시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 전반으로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워낙 지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 산단이 침체된 구미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추석 / 권선희

추석 / 권선희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 금마 맨키로 훤하이 쪼매 글네/ 야야, 지금은 어데 가가 산다 카드노/ 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 고향 들바다 볼 낯빤디기나 있겠노 말이다/ 가가 말이다/ 본디 인간으로는 참말로 좋았다/ 막말로 소가지 빈 천사였다 아이가/ 그라믄 뭐 하겄노/ 그 노무 다방 가스나 하나 잘못 만나가 신세 조지 삐고/ 인자 돌아 올 길 마캐 일카삣다 아이가/ 우찌 사는지럴/ 대구빠리 눕힐 바닥은 있는지럴/ 내사 마 달이 저래 둥그스름 떠오르믄/ 희안하재, 금마가 아슴아슴 하데이/ 우짜든동 처묵고는 사이 읍는 기겠재?/ 글캤재?- 시집 『꽃마차는 울며 간다』 (애지, 2017)...................................................................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얼까? 고향, 가족친지, 둥근달, 송편, 황금들녘, 성묘, 차례, 한복, 선물 그리고 고된 노동, 처량함, 귀성길 정체, 용돈, 고스톱, 추석 특선영화... 요즘은 긴 연휴와 해외여행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환한 둥근 달은 고향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총체적으로 대변한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이나 사람을 떠나보내고 고향을 지키는 사람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의 초점이 둥근달로 모인다. 가만 달의 숨소리를 들으며 세상에 없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것은 고향에 대한 설렘이고 고향땅 부모이며 지상에 부재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살아계신 고향의 부모로서는 달려올 자식들에 대한 기다림이리라. 시에서 ‘금마’는 경상도에서 3인칭 남성을 칭하는 대명사다. 비록 가족은 아닐지라도 화자에게는 피붙이나 다름없는 친숙했던 이웃인 것 같다. ‘본디 인간으로는 참말로 좋았’던 아이가 ‘그 노무 다방 가스나 하나 잘못 만나가 신세 조지 삐고’ ‘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 고향 들여다볼 낯짝이나 있을까 연민한다. 그래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처묵고는 사이’ 소식 없는 것이라 애써 위안한다. 이제 이 땅의 모든 순한 길은 그 고향을 향한 설렘과 그리움의 등불로 환해졌다. 지금은 비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지만 보름달을 볼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양쪽 부모 다 계시고 고향의 정경이 고스란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날갯죽지 다 찢겨나가고 고향 또한 낯선 객지가 되어버린 이도 있으리라. ‘금마’도 돌아올 길을 잃어버린 날개 잃은 천사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간직된 고향의 원형이야 달라지랴. 다만 부모가 아무도 안 계시거나 가고 싶어도 찾아갈 형편이 못 되는 이에겐 둥근달이 내내 심란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 빚던 어린 시절의 고향이 지금은 너무 아스라이 있다. 어머니가 개시로 내 입에 가장 먼저 넣어주었던 그 송편 맛은 잊을 수 없다. 하늘보다 내 마음에 서둘러 먼저 뜬 둥근달이 그리운 얼굴들과 포개어진다. 차마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웃의 얼굴들과 고단한 현실로 작아지고 모난 마음의 한 구석도 본다. 저 달빛에 젖은 마음의 꽃가지가 휘면서 까닭 모를 눈물이 난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절망을 떠올리며 부모님께 다 하지 못한 도리를 생각한다. 자식들에게 태만했던 지난날의 회한도 불쑥 치밀어 오른다. 거처를 옮기고 처음 맞는 명절이다. 혼자 조용히 보낼까했는데 ‘뜻밖’에 작은애가 올라온단다. 내 집에서는 평시에도 달이 훤히 잘 보이는 편이다. ‘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 나도 작은애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다. 삭혀진 그리움도 소환하여 되살려볼 참이다.

“저도 짝짝이인걸요”

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저도 짝짝이인걸요일주일 전에 수술한 환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좌우 눈썹의 높이가 짝짝이라고 다들 한 마디씩 해서 너무 걱정이 되어서 왔어요, 잘못된 거 아니에요”라고 한다.수술하고 나니 가족들이며, 친구들이 다들 와서 한 마디씩 하고 가는데, ‘짝짝이’가 되었다고, 지금 재수술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이야기해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수술 전에 찍었던 환자의 사진을 컴퓨터 화면에 올려놓고 함께 보았다. 좌우 얼굴이 서로 달라서 눈썹의 높이가 서로 달랐던 수술 전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얼굴에 보였던 불만스러운 모습이 사라지고,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언제쯤이면 같아질까요” 라는 질문에 “얼굴의 모습이 좌우가 서로 달라서 낮은 쪽 눈썹을 조금 더 당겨 올려놓았으니 시간이 지나고 부기가 빠지면 비슷하게 될 겁니다. 조금씩 더 좋아질 것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라고 답했다. 가끔 수술 전 사진을 보여 주어도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다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수술 전에 이러한 내용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한 것이 있는 수술청약서에 자신의 글씨로 서명한 것을 눈앞에 보여주면 어쩔 수 없이 수긍한다.수술하기 전에는 내가 해 준 말들을 흘려 듣느라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었는데, 수술을 하고 나서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고 나니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사람들의 얼굴을 누구나 좌우가 다르다. 필자의 얼굴도 좌우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한쪽 눈에만 쌍꺼풀이 살짝 보이고 다른 눈은 쌍꺼풀이 다 덮여서 좌우가 ‘짝짝이’다. 눈썹의 높이가 서로 다른 탓이다.그래서 수술하기 전 환자들에게 얼굴의 좌우가 다르다고 “제 눈도 짝짝이인걸요”라고 말해준다.사람의 눈에 어떤 얼굴이 가장 예쁜 얼굴로 보일까? 여러 연예인들의 얼굴 모습을 보여주고 그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을 고르게 했더니, 얼굴의 좌우 모습이 자로 잰 듯이 똑같은 사람의 얼굴이 가장 많이 선택이 되었다고 한다.즉 사람의 심리 속에는 좌우의 얼굴 모습이 같을 때 가장 미인이라고 느끼는 성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들에게는 얼굴 전체 모습의 좌우를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같아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눈, 코, 턱 등 얼굴의 좌우가 다른 것을 같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한 분야가 되었고, 중년이 된 경우에는 좌우의 얼굴 주름이 서로 다른 것을 맞추어 주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좌우가 서로 다른 것을 교정하는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후 이것이 완전히 같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껏 좌우가 다른 모습의 형태와 습관을 가지고 살아온 모습이라, 비록 수술로 교정을 해 주었다 하더라도 수술 부위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 조직이 여기에 맞추어 변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런 경우에는 수술 전 서로의 차이를 정확히 측정하고 환자와 충분히 상의해서 이것을 어느 정도까지 교정할 것인지 결정한 후 수술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수술과정에서 교정하는 양이 양쪽 눈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회복기간 역시 좌우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그렇기 때문에 수술을 하고 나면 이제부터는 인내심과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 부기가 빠지는 1~2주 동안은 어느 정도 같아지는 것 같다가도 그 이후에는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는데 그 때부터 걱정이 늘어진다.심지어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거울만 들여다본다는 사람도 있고, 매일 한 번씩 전화하는 경우도 있으니, 어떻게 생각하면 약간은 무던하게 지내는 것이 차라리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수술을 많이 한 쪽의 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결국 같은 모습이 될 텐데 아무래도 조급한 마음이 앞서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한다.그런 걱정을 안고 있는 환자들에게 해 주는 말이 있다.“너무 걱정 마세요.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리시면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일 경제보복 여파…대구공항 흔들리면 안돼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불똥이 엉뚱하게 대구국제공항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과 일본연계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대구공항의 국제선 취항 중단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에어부산은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9개 중 후쿠오카를 제외한 8개 노선을 이미 운항 중단했거나 곧 중단한다.중단 대상에는 오사카, 삿포로, 도쿄, 기타큐슈 등 일본 노선과 베트남 다낭, 대만 타이베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중국 싼야 등 동남아와 중국 노선이 포함돼 있다.일본을 연결하는 4개 노선은 이미 운항하지 않고 있다. 에어부산이 단독 취항 중이던 싼야, 코타키나발루 노선 등은 다음달 27일부터 중단된다.에어부산이 동남아 노선까지 취항을 중단한 이유는 항공기 운항 스케줄이 일본 노선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 대구로 온 항공기는 정비 후 다시 일본으로 가도록 운항 스케줄이 짜여져 있다. 그러나 일본노선이 대부분 운항을 중단하게 돼 동남아에서 온 비행기가 다음 동남아 운항 때까지 쉬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 일본 취항 중단 때문에 동남아 노선이 영향을 받는 결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현재 동남아 노선은 탑승률이 80%를 넘지만 일본은 노선에 따라 30~40%로 격감했다.대구공항 이용객은 올 상반기 247만여 명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97만여 명이었던 국제선 이용객은 143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무려 47.7%나 급증했다.그러나 대구공항 국제선은 저가항공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에어부산 취항 중단과 같은 사태가 다른 저가항공사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구공항 활성화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상황이 나빠져 탑승률이 떨어지면 바로 철수하는 항공사 측의 얄팍한 상술을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보복을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이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여 답답하다.대구는 통합공항 개항 전 현 공항이 국제선 취항 국가와 편수, 공항 내 편의 시설 등 모든 면에서 국제공항으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 이전 시 현 공항 이용객을 그대로 받아들여 성공적으로 개항할 수 있다.어렵게 구축한 현재 대구공항의 위상이 쪼그라들면 이전 공항의 성공적 개항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다른 항공사에서 에어부산과 유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대구시 등에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보고만 있어선 될 상황이 아니다. 대구공항은 지역의 대표적 SOC인 동시에 시민의 자존심이다.

자영업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자영업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몰락, 벼랑 끝, 빈사 상태, 한숨…요즘 자영업을 다룬 언론사 기사 제목에 포함된 단어들이다. 각종 정치적 이슈로 우리 사회가 보수, 진보라는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동안 자영업 대란, 자영업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말이다.이같은 현상은 통계청 자료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8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가구 가계소득 증감률 추이’에 따르면 국내 가계사업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사업소득은 개인이 계속적으로 사업을 해 얻은 순수익 중 가계에 들어온 금액을 말한다. 가계사업소득이 줄었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2분기 국내 가계사업소득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3.4%, 올해 1분기 1.4%의 감소율을 보인 이후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이는 일자리를 잃은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근로소득마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은 결과이기도 하다. 소득 하위 20%(1분위)에서 근로자가구비중은 지난해 2분기 43.1%에서 올해 2분기에는 29.8%로 대폭 내려앉았다.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최하위층 가구의 70%가 자영업자 또는 무직자 가구이고, 근로자 가구는 불과 30%라는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특히 하위계층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다.특이한 것은 하위계층의 사업소득은 늘어나고 상위계층의 사업소득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의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2분위(하위 21~40%), 3분위(소득 41~60%)의 사업소득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1% 증가했다. 반면 4분위(상위 20~40%)는 16.6% 감소했고 5분위(상위 20%)에서도 0.5% 감소했다.이를 두고 청와대의 통계해석이 구설에 올랐다. 1~3분위 사업소득이 증가한 것을 두고 올해 2분기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상당한 개선이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통계청의 발표이후 “작년 1~2분기에 비해 올해 1~2분기가 전체적으로 나아졌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본다. 자영업자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4분위에 있던 자영업자 소득이 줄어들면서 3분위로 내려앉고 3분위는 2분위로 떨어지면서 하위계층의 사업소득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문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자영업자들은 희망을 잃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연적으로 분배와 성장이 이뤄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정책과는 정반대의 결과다.일부에선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작년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8만명으로 폐업률(창업자 대비 폐업 비율)이 72.2%에 이를 만큼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이들의 몰락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제켜두고 개인 탓으로만 보는 것도 맞지 않다. 실제 50대 이후엔 재취업의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고 20~30대들은 취업문턱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이런 노동시장의 문제가 이들을 자영업이란 불구덩이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결국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게 자영업의 몰락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쉽게도 이때까지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정책은 카드수수료 인하와 소상공인 경영자금 지원이었다. 청년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를 위해 쓴 그 많은 예산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당장의 실적보고용 정책이나 일시적인 자금지원 정책은 이들의 몰락을 잠시 늦추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빚을 내서 겨우 사업을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조차 맘대로 못한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임금은 조금 적더라도 재취업이나 업종변경을 할 수 있도록 길을찾아 주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이 정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겠는가.

대구시 신청사 후보지 선택 방법

대구시 신청사 후보지 선택 방법오철환객원논설위원 대구시 신청사 유치경쟁이 지역 간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내년 총선과 맞물려 해당 구청들이 배수진을 치는 모양새다. 다들 숨이 넘어간다. 이와 관련 대상후보지의 적극적 입지 평가와 더불어 상대적 약점을 우선 따져볼 필요가 있다.중구의 현 위치부터 본다. 현 주차장 부지에 최소 지하 5층, 지상 50층 이상 랜드마크를 민관공동사업으로 추진할 여지가 있다. 관용 및 공용공간을 제외한 공간을 면세점 등 품격 있는 생활공간으로 분양하는 조건이다.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민관공동사업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이 최대강점이다. 스카이라운지에 전망대까지 갖춘다면 관광산업에도 기여하리라 본다. 국채보상로를 따라 지하공간을 조성하여 중앙지하상가와 연결하면, 국채보상공원, 2·28중앙공원 및 동성로 중심상권은 물론 약전골목, 근대골목 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이는 시너지를 극대화시킴으로써 도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고, 대구경제의 추동력이 될 수 있다. 경상감영과 대구읍성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지하철 1호선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접근성도 좋아진다. 결정적 약점이라면 드림저축은행을 비롯한 인근 땅을 매입하는 수고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점이다. 신청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초래될 도심 공동화와 심리적 박탈감이라는 부작용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다음은 북구의 옛 도청 부지를 살펴본다. 대상 부지를 중앙정부로부터 확보할 수 있고, 도청이 있던 곳이라 행정타운 기능에 익숙한 곳이다. 배산임수로 풍수가 좋다는 소문도 플러스알파다. 어떻게 설계하고 개발하느냐에 따라 그 간극은 비록 크지만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은 부인하기 어렵다. 백지상태의 공간을 어떻게 가공하느냐는 부지 선정 이후의 과제다. 부지 선정에 영향을 미칠 사항은 아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워의 혼잡비용과 경북이 버리고 간 땅이라는 점이 취약점으로 작용한다.달서구의 옛 두류정수장 부지도 유력하다. 지하철 2호선과 달구벌대로에서 멀지 않다. 대구시 소유로 예산이 별도로 지출되지 않긴 하나 땅값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비록 시유지라 하더라도 시가상당액만큼 가치가 희생되기 때문에 공짜는 아니다. 인근에 있는 이월드, 두류공원, 코오롱음악당, 문화예술회관 등은 양면성이 있다. 기존시설은 상호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이웃이긴 하다. 하지만, 힐링과 거리가 있는 시청의 딱딱한 업무가 인근지역과 잘 어울리는 기능인지 의문이다. 평상시에도 유동인구가 많고 항상 행사가 끊이지 않는, 현 교통 혼잡지역에 유동인구를 불러들이는 시청이 굳이 또 들어와야 되는지 고민해볼 부분이다.마지막 후보지는 달성군 화원이다. 달성군은 대구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신성장허브다. 화원은 1호선이 지나는 낙동강변의 지리적 중심이고, 달성군에서 부지를 무상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군지역이라는 심리적 거부감과 잠재이용자의 누적이동거리가 큰 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각 후보지의 개략적 사항을 짚어 보았다. 비교평가에 정성적 성격이 강한 만큼 객관성이 담보되긴 어렵다. 항목별 가중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발상의 전환이 유용하다. 기회비용 개념을 활용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기회 자체 또는 그러한 기회가 갖는 가치’를 말한다. 신청사로 인해 포기된 최선의 기회를 가치로 환산하여 그 가치가 가장 작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각 후보지의 기회비용을 추산해 보기위해 신청사가 들어선다면 포기되어야할 최선의 기회를 각각 상정해 본다.현 시청 부지는 공원이나 공용주차장 용도가 신청사로 포기될 최선의 기회일 수 있다. 옛 도청부지는 경북대, 창조센터 등과 연계한 ICT파크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최고최선일 수 있다. 신청사로 인해 포기해야 할 기회는 ICT파크다. 옛 두류정수장 부지는 인근지역과 시너지가 가능한 힐링공간이 최유효사용일 수 있다. 신청사가 들어선다면 힐링공간의 가치가 기회비용이다. 화원은 신성장허브의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신성장허브 핵심을 포기하는 대가가 기회비용이다. 공원과 주차장, ICT파크, 힐링공간, 신성장허브의 중심 등이 각각 상정된다. 신청사로 인해 최선의 다른 용도를 포기해야하는 대가가 가장 작은 곳이 최적입지다. 무엇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최종선택은 시민의 몫이다.

추석 무렵 / 맹문재

추석 무렵/ 맹문재흙냄새 나는 사람들의 사투리가/ 열무맛처럼 담박했다/ 잘 익은 호박 빛깔을 내었고/ 벼 냄새처럼 새뜻했다/ 우시장에 모인 아버지들의 텁텁한 안부 인사 같았고/ 떡집 아주머니의 손길 같았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처럼 편안한 나의 사투리에도/ 혁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호치키스로 철하지 않아도 되었고/ 인터넷 검색이 필요 없었다/ 월말 이자에 쫓기지 않았고/ 일기예보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흙냄새 나는 사람들의 사투리를 태운/ 시내버스 운전사의 어깨가 넉넉했다/ 구멍가게 할머니의 얼굴이 사과처럼 밝았고/ 우체국에서 나온 사람들이 여유롭게 햇살을 받았다/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가 숭늉처럼 구수했고/ 신문 대금 수금원의 눈빛이 착했다- 계간 《애지》 2006년 가을호....................................................고향은 이렇듯 ‘겁나게’ 편안하고 ‘억쑤로’ 푸짐해야 마땅하다. 고향으로 달음박질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렇듯 무장해제를 당하기 위해서다. 말씀의 긴장이 필요치 않고 주머니가 좀 심심해도 상관이 없다. 혁대를 조일 이유도 서류를 매만질 필요도 없다. 일기가 어떻든 심히 염려할 바는 아니며, 인터넷이니 SNS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려도 나쁘지 않겠다. 얼마간은 탱자탱자하며 대체로 ‘운짐’달 일이라고는 없다.추석 무렵의 고향은 지난 계절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잘 익은 호박 빛깔을 내었으므로 벼 냄새처럼 새뜻했다’ 그러니 여기는 모두 황토빛깔의 동색이라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가 숭늉처럼 구수’하고, ‘신문 대금 수금원의 눈빛’마저 착할 수밖에 없겠다. 고향이 반도의 어디든 모두 느낄 수 있는 고향의 정취요 정서인 것이다. 설령 체감하기 쉽지 않더라도 예전의 풍경을 전하는 이 시처럼 그러면 그런 것이고 그리 믿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고향의 넉넉함과 안온함과 친근함도 하루 이틀 잠깐 머문다면 제대로 느끼기가 쉽지 않거니와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가는 시간 빼고 뭐 빼면 남는 게 없다. 다행히 올해 추석은 주말에 물려 4일 연장 휴일이니 휴가로서는 적당한 수준이다. 실속 있게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여행가방을 미리 챙겨두었을 것이다. 이럴 때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내빼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은근히 얄밉기도 하다.‘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런 말도 진짜로 입에서 송송 나올 것 같다. 오일장의 좌판도 전보다 물량이 훨씬 풍성해졌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추석물가도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알곡이 완전히 여물지는 않았지만 농심으로 들판은 출렁인다. 이럴 때 둥실 뜬 고향집 툇마루에 앉아 최소한 3분 이상은 달과 독대하면서 눈과 마음을 씻을 일이다. 떨어져 있던 온 가족이 어울려 맛난 음식 나눠먹으며 추억을 깔깔거려도 좋겠다.느슨했던 가족애를 확인하고 엄마 품 같은 고향의 정취를 빵빵하게 충전해갈 수 있다면 답답하게 꽉 뭉쳐진 세상사도 조금은 부들부들해지리라. 그런데 시내를 다녀보니 거슬리는 게 눈에 띈다. 내년엔 총선도 있고 하니 이것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보면 그만인데, 난삽하게 내걸린 정치인들의 불법 추석인사 현수막. 사람들이 모두 구수해지고 착해져가는 마당에 민심인지감수성이 떨어진 그들만의 빳빳한 사심. 추석 풍경에 티가 아닐 수 없다.

업체 부도 내모는 LH ‘갑질’ 그냥 둬선 안 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지역본부의 ‘갑질’ 파문이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LH 대경본부는 지역 건설사가 소유한 공공주택지구 부지를 강제 수용한 후 부지 보상을 외면, 해당 업체가 자금난으로 부도 직전에 몰리는 등 어려움을 겪도록 해 비난을 사고 있다.토지를 강제수용 당한 이 업체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하며 LH의 토지 강제수용법으로 인해 부도 위기를 겪고 있다고 언론 등에 하소연하고 있다. 공기업인 LH 대경본부의 갑질 횡포가 자심하다.이 업체는 2017년 연호지구 내 부지 1만4천100㎡ 부지를 매입해 800억 원 규모의 타운하우스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연호지구가 2017년 대구 연호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LH 대경본부가 해당 부지를 강제 수용했다.이 부지는 민간이 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곳이었지만 LH 대경본부가 강제 수용한 뒤 보상을 않아 해당 업체를 자금난에 빠트리고 있다.그러면서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업체를 달래기 위해 LH 대경본부가 기업 회생자금이라는 제도를 신설, 융자금을 긴급 융통해 주었다. 하지만 이 자금은 연 2%대의 이자를 물어야 해 업체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게다가 LH 대경본부가 올 연말까지 대체 부지로 보상한다고 약속해놓고도 담당자가 바뀌면서 보상 문제를 내몰라라 하는 식으로 회피하는 등 영세 업체를 울리고 있다.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당 업체는 청와대에 국민 청원까지 냈다. 업체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토지 강제수용법은 깡패법’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후 네티즌들의 댓글과 동의가 잇따르는 등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LH 대경본부의 갑질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강제 수용을 했으면 부지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금이 달리는 영세 업체의 경우 보상이 늦어지면 금세 자금난에 빠지게 되고 다른 사업은 할 엄두도 못 낸다. LH 공사는 토지와 주택을 공급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건설 업체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꿰고 있을 것이다.이런 마당에 업체 형편을 내팽개치고 항의하는 업체에 대해 직원이 바뀌어 안 된다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기다가 자금난을 호소하는 업체를 위해 돈을 빌려준다고 해놓고선 상당한 금리의 이자까지 받아 챙긴다는 것은 공기업의 도리가 아니다.LH 공사는 즉각 해당 업체에 대해 부지 보상을 하라. 그리고 지역 본부의 부당한 일처리에 대해서는 감사를 실시하라. 대구시도 관련 상황을 면밀하게 조사해 추석 밑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 사정을 헤아려 보고 조치하길 바란다.

‘자살공화국’ 오명 벗어야

‘자살공화국’ 오명 벗어야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 1등 기록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양궁,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골프와 같은 스포츠 종목뿐만이 아니다. 공산품도 여럿 있다. 2017년 기준, 시장점유율 세계 1위 제품은 77개에 달했다. 최근 일본이 집중 공격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품목도 5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우리의 문화상품들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노래와 춤에 이르기까지 한류 돌풍이 그것이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 대륙 청소년들까지 열광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BTS를 보라.뿐만 아니다. 우리의 민주화운동 역시 수출품 목록에 올랐다. 독재와 부패에 저항하고 있는 세계의 양심 시민들도 한국의 민주화 의지와 역량을 부러워하며 배우고 있다. 해방 이후 불과 반세기만에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까지 성공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IT 정보화혁명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 등에서도 세계 일류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비상식적인 도발도 우리나라의 놀라운 발전에 대한 견제 목적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하지만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둠도 있고 부끄러운 1등 기록도 여럿 있었다. 청소년 공부시간과 통근 시간, 연간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들 가운데 1등이다. 성별 임금격차와 노인빈곤율도 마찬가지다. 하나 더 있다. 자살률이다. 2003년 이후 줄곧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해 왔다. 불명예요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실제로 우리는 우울한 자살 기사들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살고 있다. 직장상사의 갑질로 괴로워하던 회사 직원, 생활고에 내몰린 일가족의 자살 뉴스가 툭하면 보도되고 있다.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의 자살 뉴스도 적지 않다. 그를 모방한 베르테르 효과형 자살도 있다. 한참 신나야 할 중고등학생이 성적을 비관하거나 학교에서의 왕따, 폭력에 신음하다 자살했다는 소식도 종종 접하곤 한다. 사실상 사회적 타살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은 것이다.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4.3명이었다. 자살률은 1년 동안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로 집계한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2.1명이었다. 19.4명인 2위 헝가리와의 격차도 매우 크다. 자살자 수는 2017년 기준 1만2천463명이었다. 하루 평균 34.1명, 42분에 한명 꼴로 자살하는 셈이다.사망원인별로 보면 자살은 5위로 집계된다. 교통사고 사망률의 2.5배 수준이다. 하지만 청소년, 청년으로 눈을 돌리면 다르다. 10대와 20대, 30대의 경우는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사망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서 30.9%, 20대에서는 44.8%에 달했다. 가정해체와 학교폭력, 숨막히는 입시체제와 취업난,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9월10일, 오늘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에 제정했다. 우리 정부는 2022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20명 이내로 그리고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이하로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종합적인 처방과 대책이 필요하다. 생애주기별로도 세심하게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자살 고위험군 지지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국민 모두도 자살 위기에 놓인 이들에 대한 긴급 대처 방법을 익혀야 한다.가정이나 학교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을 위한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며, 학생들을 극도의 경쟁체제로 내모는 대입 제도와 학교 문화도 개혁해야 한다. 생계난에 신음하는 저소득층과 특별히 자살률이 높은 노인세대를 위한 사회안전망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기업을 비롯해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내린 갑질 관행도 척결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도 바꿔가야 할 것이다.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사회통합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생명존중의 문화를 함께 키워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명을 살리는 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 모두가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살예방 성과에서도 세계 1등을 차지하면 좋겠다. 오늘,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 그런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푸아그라 / 이건청

푸아그라/ 이건청거위 양식 업자들은/ 거위 목에/ 음식물 다짐기의 길쭉한 대롱을 밀어 넣고/ 음식물을 욱여넣는다고 한다/ 거위 목을 한 손으로 틀어쥐고/ 다른 손으론 다짐기의 바퀴를 돌려/ 으깨진 먹이를/ 목으로 밀어 넣는다고 한다/ 거위 뱃속이 붉은 비명으로 차고/ 부풀어 오른 간이 뱃속을 채울 때까지/ 일심으로/ 으깨진 먹이를 욱여넣는다고 한다// 푸아그라/ 불란서 식 명품요리/ 거위 간으로 만든.— 《시와 표현》 2017년 11월호.........................................................‘거위의 꿈’은 날지 못하는 운명의 거위에게도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역동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표현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노래다. “만신창이 됐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할 것”이란 각오를 밝힌 조국 법무부장관을 떠올리게 한다.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그에게는 격려와 위로의 노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들 또한 결코 쉽진 않겠으나 그를 통해 난해한 희망의 끄나풀을 놓지 않으리라. 부디 불가능을 가능케 하여 검찰 사법개혁을 완수해주기 바란다.날개를 갖는 새 중에 닭이나 오리 거위들은 처음부터 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날 필요가 없어서 날지 않을 뿐이다. 보통의 가볍고 가느다란 다른 새들과는 달리 그들은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튼실한 다리 때문에 하늘을 박차 오르기가 힘겨운 반면, 지상에서 먹이활동을 하는데 있어서는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땅위에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포기한 대가이다.하지만 그로인해 인간에게 식용으로 사육을 당하는 불운을 겪는다. 더구나 거위는 고기뿐 아니라 푸아그라를 바치기 위해 소화능력 이상의 음식물 섭취를 강요받는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동물 학대, 그 탐욕과 잔인성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조국 후보자를 향해 퍼부었던 일부 야당과 언론의 무차별적인 폭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이 불행한 사태는 우리사회가 그동안 맹목적으로 쌓아올린 전도되고 비정상적인 가치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정치 환경 속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수용되어온 의식의 소산은 아닐까.온갖 곳에서 오랜 기간의 적폐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 가운데 우리가 가장 먼저 부셔야할 벽이 정치의식의 벽이다. 정치하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치고 진정으로 선공후사 정신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여전히 자신의 영달만 앞장세우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한국 정치의 불신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털기도 전에 툭 건드리기만 해도 풀풀 먼지가 날린다. 오래전 유행했던 일본어인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들)’란 말을 떠올린다.모름지기 백성과 정치인 간의 신뢰가 정치의 근본이며, 그것 없이는 나라의 발전도 무망하다. 이번에 대통령이 가장 고심했던 것도 국민 분열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 부분이었으리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그 바탕 위에서 사회에 구석구석 존재하는 철옹성 같은 비정상의 벽들을 깨 부셔야겠다. 그러기 위한 가장 급선무가 권력기관 개혁일 것이다. 조국 장관이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도록’,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이리라. 만신창이가 된 조국에게서 ‘푸아그라’만 빼먹고 내버리게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배병일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7월16일부터 직장내 괴롭힘, 이른바 직장내 갑질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종전까지는 직장내 갑질은 법적으로 규제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도덕적으로 직장 윤리 문제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직장내 갑질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었다.심지어 모 기업주의 회사내 엽기적 갑질과 공기업내의 갑질, 여러 병원내의 태움이라는 갑질 등이 해당 직원의 극단적 선택으로 비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제20대 국회에서 12건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법안을 발의한지 6개월만에 괴롭힘 금지법이 입법되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제76조의 2의 규정을 신설하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다.또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의 규정을 신설하여 직장내 괴롭힘을 확인한 사용자는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만약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는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지만, 제109조에서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게 되면 형사처벌(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하도록 하고 있다.상시 10인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은 직장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으로 작성하여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하도록 하였지만, 교용노동부는 시정기간을 두었다. 갑질금지 규정은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에서 괴롭힘이 7월16일 이후에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하여 미투와 같이 과거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갑질금지법은 6개월만에 졸속으로 입법하다가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괴롭힘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폭행이나 협박과 같이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 뿐 아니라 성희롱 등에 의한 행위도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형사처벌이나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잡일을 시키거나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왕따를 시키는 것, 음주·흡연·회식을 강요하는 것, SNS 갑질, 뒷담화 등도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얼마든지 많은 행태가 있을 것이지만, 괴롭힘의 개념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문제가 많다. 둘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라는 요건의 입증도 문제될 수 있다. 피해자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이에 대해서 가해자측은 업무상 적정범위내의 행위를 했다고 주장할 것이지만, 그 입증이 만만치 않다. 피해자측으로서는 몇 가지 사실을 근거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손쉽게 주장할 수 있다. 가해자측으로서도 이에 대한 반박이나 탄핵을 하기 위해서는 온갖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직원과의 면담이나 대화한 기록을 상세하게 남기거나, 동료들에 대해 주관식으로 기술하는 다면평가를 의무화해 평소 자료를 남기는 등의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후자는 자칫 괴롭힘의 증거로도 될 수 있다.세째 사용자로서의 오너가 가해할 경우에는 직장내에서 징계권자를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네째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괴롭힘을 단지 직장내 징계사항으로 방치했다는 점도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의 경우는 제외되어 있는 점이 아쉽고,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행위가 사회적인 도덕규범으로 규율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부득이 법률로서 규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행위를 법적으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그저 사회문제화된다고 해서 바로 법률로서 제한을 해서는 안된다.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법언이 있듯이, 어떤 행위가 법규범화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때에 법규범으로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 갑질 괴롭힘은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갑질 신고에 대하여 불리한 처우를 한 행위에 대하여 처벌하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는 입법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더 이상 수수방관 할 수 없다

보이스피싱 범죄 더 이상 수수방관 할 수 없다서오윤청송경찰서 지능팀장경찰과 금융기관 등을 비롯해 보이스피싱에 대한 예방과 홍보활동은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피해는 증가 추세다.최근 경찰은 불특정 다수의 서민들을 대상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는 대표적인 서민경제 침해범죄인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등을 불안, 불신, 불행의 ‘서민 3不’로 규정하고 사기범죄 예방과 근절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이에 서민경제를 악화시키고 사회 구성원 간 신뢰를 파괴하는 3不 사기범죄인 피싱 사기(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등), 생활사기(인터넷 사기, 취업사기, 전세사기 등), 금융사기(다단계, 불법 대부업, 보험사기 등)에 대해 지난 9월1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3개월간 ‘서민 3不사 사기범죄 예방, 근절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보이스피싱 범죄는 2006년 국내에 처음 발생하여 지난해까지 전국 누적 19만9천여 건이 발생하여 약 2조 원의 재산피해가 있었다.경북도내에도 지난 2006년부터 올해 7월까지 8천957건이 발생해 902억9천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지난해에만 3만4천132건이 발생하여 2017년 2만4천259건에 비해 41%가 증가하였으며 지난해 피해액이 무려 4천40억 원으로 2017년의 피해액 2천470억 원보다 64%가 증가하는 등 해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발생과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서민경제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메신저피싱도 2016년 746건에 피해액이 34억 원이었으나 2018년 9천601건에 피해액은 216억 원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등 모바일 서비스의 확대로 사이버공격도 상대적으로 용이한 메신저피싱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특히 보이스피싱은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피해도 크게 불어나고 있어 그 피해규모를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보고 서민 3不 사기범죄의 예방과 근절대책에 전력을 쏟고 있다.경찰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소액결재 등을 사칭하여 발생할 수 있는 스미싱 범죄의 피해예방을 위해 대국민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보이스피싱 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영남의 원림 칠곡 심원정, 보존 대책 시급

홍석봉 논설위원팔공산 남서쪽 자락인 경북 칠곡군 동명면 송림사 앞 계곡 한 쪽에 자리한 심원정(心遠亭)은 작은 원림(園林)이다. 송림사 일주문을 마주한 도로변의 숲과 건물에 가려져 있어 심원정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심원정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 기헌 조병선(1873∼1956) 선생이 만년에 이곳 주변을 다듬고 나무를 심어 조성했다. 심원정은 주변의 자연과 지형을 잘 살린 별서정원으로 조성돼 일제 강점기 때 선비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소가 됐다. 8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심원정은 전체 면적이 2천378㎡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지만 누정(樓亭)문화가 발달한 영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원림으로 꼽힌다. 비록 근대에 지은 정자지만 영남지방에서는 이만한 원림의 형태와 별서정원의 의미를 갖춘 곳이 없어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원림은 보길도의 세연정과 담양의 소쇄원 등이 있으나 영남지방에는 예천 초간정과 봉화 청암정, 영양 서석지를 제외하면 이렇다할만한 원림은 찾기 어렵다.-근대 조성된 원림, 세계기념물 감시 대상돼심원정의 이름은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 중에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면 사는 곳 또한 저절로 외딴 곳이 된다)’에서 따왔다.심원정은 경사지에 터를 닦아 정면 3칸과 측면 3칸의 T자형 건물을 세운 뒤 그 주변에 토석담을 둘러 정자를 조성했다. 정자 주변에 인공 연못과 숲도 만들었다.정자에는 이열당, 위류제, 정운루, 암수실 등 공간을 마련해 조병선 선생이 기거하고 손님들이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조병선은 인공으로 조성한 성석과 군자소, 동취병, 은폭, 천광교 등 11곳과 지주암, 서대, 동반, 은병 등 자연 지형 9곳에 이름을 붙이고 심원정 25영이라는 시를 지었다. 편액과 석비 등 25가지 유산도 전해진다.심원정은 근대에 조성된 원림이라는 특별한 가치와 함께 원림 곳곳에 조성된 인공물 등이 당시 유학자의 세계관 및 우주관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조병선은 오랜 기간 송림사에 시주하고 도덕암 중수기를 작성하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었다. 그래서 심원정은 유교와 불교의 공존 가치를 평가받기도 한다.이런 심원정이 퇴락하고 훼손되고 있다. 심원정 입구에는 현재 조병선의 손자인 조호현(58·기헌선생기념사업회 사무국장)씨가 거처하면서 관리하는 판넬 건물이 있고 바로 옆에 문을 닫은 식당 건물이 빛바랜 매매 안내문을 내건 채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다.-관리 소홀로 퇴락, 지자체서 매입해 정비해야식당 건물은 조씨의 어머니가 장사를 하던 곳으로 현재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있다. 이처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은 심원정이 무허가 건물인 때문이다. 토지가 조계종 산하인 송림사 소유로 돼 있는 탓이다. 심원정은 조병선이 당시 송림사 땅과 자신의 땅을 맞교환해 건립했지만 6·25 한국전쟁을 거치며 문서가 소실돼 이를 증명할 수 없게 됐다. 현재는 기헌선생기념사업회가 송림사에 임대료를 내고 심원정을 유지하고 있다. 토지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아 문화재 등록을 못 하고 있다. 문화재로 등록하려면 지상권을 인증받거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송림사측은 지상권 인증이나 매매는 조계종 본사와 합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한 발자국 물러 서 있다.기념사업회는 관리가 여의치 않자 지난 2015년 심원정을 문화유산 보호단체인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했다. 문화유산 보전활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인 세계기념물기금(WMF)은 한국 최초로 심원정을 2016년도 세계기념물감시 50곳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그만큼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다.최근 기념사업회는 심원정에서 인문학 강좌를 열고 고택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심원정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보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땅을 지자체서 매입해 문화재로 지정,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북도와 칠곡군이 내셔널트러스트, 송림사 등 관계자와 협의해 소유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심원정의 본 모습을 살리고 주변 경관도 정비해 관람객들이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