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군위군수와 통합신공항

배철환2사회부 ‘김영만 군위군수와 대구 통합 신공항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김 군수는 일생일대의 소망이고, 숙명이라고 말한다. 2016년 정부가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발표하고 대상 지자체에 유치 신청을 물어왔다. 희망하는 지자체가 일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희망을 밝힌 것은 김영만 군위군수가 제일 먼저였다.그는 민선 6기 단체장으로 취임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젊은이들이 하나, 둘 자녀 교육과 살길을 찾아 도시로 빠져나가고 농촌인구는 갈수록 노령화로 현재 소멸위기 1순위로 손꼽히는 군위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다.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군위 역사상 단 한 번뿐인 ‘통합 신공항 유치’라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김 군수는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붙잡기 위해 갖은 지혜와 행정력을 총동원했다. 그동안 치욕적인 수모도 겪기도 했다.통합 신공항 군위 유치를 반대하는 특정 주민들이 ‘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결사반대를 주장했다. 급기야는 있어서는 안 될 주민소환이라는 암초에 김영만 호는 위기도 맞았다. 또 선거로 얼룩진 군민 분열 또한 극심해 졌다.이러한 험난한 파도를 넘으면서도 통합 신공항 유치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현재 국방부의 군 공항 이전 특별법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다. 통합 신공항은 연내 이전지 확정이 가시화되면서 이제 주민투표와 결과에 따른 단체장의 유치 신청만 남겨 두고 있다.하지만 공동후보지 지자체인 의성군의 유치 열의도 만만치 않아 통합 신공항 유치 최종 이전지 확정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김영만 군수와 군위군, 유치 찬성에 나선 주민들은 연이어 좌담회는 물론 스티커 제작 및 배부, 현수막 게첨 등 각종 홍보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주민결의대회를 각 읍·면 단위로 돌아가며 열고 있다.국방부는 통합 신공항 이전지 확정을 조만간 있을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다고 발표했다. 이전 후보지는 군위군 우보면과 군위 소보·의성 비안 등 2곳이다. 두 지역을 놓고 주민투표가 진행된다.김영만 군수는 주민투표 결과 두 지역 모두가 찬성률 50%를 넘으면 두 곳 다 유치 신청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보’ 한 곳만 신청하겠다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이제 통합 신공항 유치와 관련해 남은 건 주민투표뿐이다,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통합 신공항 이전지가 최종 확정된다. 과연 화두로 남아 있는 김영만 군수와 통합 신공항 이전지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다.

계층이동의 기회, 과정, 결과

계층이동의 기회, 과정, 결과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수험생 가정에서 고속도로 정체가 아주 심한 날 갑자기 서울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서울 어느 특정 지점에 고3 수험생이 보호자와 함께 오면 명문대학 입학에 아주 유리한 특혜를 주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단 대구에서 출발해 자동차로 와야 하고 선착순 100명에게만 혜택을 준다. 그 공고는 당일 오전 6시에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한 수많은 가정이 아이를 태우고 서울로 출발했다. 동대구 IC와 북대구 IC는 몰려든 차량으로 붐볐다.고속도로는 전 구간이 4차선이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교통 법규는 지켜야 한다. 1차선은 추월선이기 때문에 추월할 때만 들어가야 한다. 속도가 느린 화물차는 주로 4차선을 이용한다. 일반 승용차는 2, 3차선으로 주행한다. 차종은 개인의 형편에 따라 달랐다. 고가의 고급 승용차, 폐차 직전의 낡은 차, 심지어 화물차도 있었다. 성능이 탁월한 고급 승용차는 감시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기도 했다. 어떤 차는 아무리 엑셀레이트를 밟아도 시속 100km도 안 나와 화물차에게 추월당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이미 선착순 100명이 마감된 상태였다. 탈락한 자들이 자신의 차량 성능을 아쉬워하면서 낙담한 아이를 달래며 돌아서려는데 한쪽에서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리 중 한 사람이 이번 이벤트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주최 측을 성토하고 있었다.순번 안에 든 일부 차량은 시종일관 1차선으로만 달렸다는 것이다. 탈락한 사람들은 엄청 배신감을 느꼈다. 화물차로 줄곧 4차선으로 달려온 사람은 1차선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조차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차량 성능이 좋은데도 법규를 지켜 주행선으로 달려온 사람들 역시 억울했다. 법규를 지킨 자신의 고지식함을 자책했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시종 1차선으로만 달려 순번 안에 든 사람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을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그 시선이었다. 그들 중에는 수험생 학부모의 눈에 익숙한 사람도 있었다. 그 고위직 인사는 평소 우리 사회에서 반칙과 특권을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심지어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상습적으로 추월 차선으로만 달리는 운전자는 반드시 색출하여 운전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법규를 어기며 시종일관 추월선으로만 달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불공정한 게임에 항의하던 사람들이 그를 지목하며 이 행사는 무효라고 대들자, 그는 “나는 서울에 그 전날 볼일이 있어 먼저 와 있었습니다. 운전은 아내가 해서 정확한 과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규정을 지키며 2, 3차선으로 달린 사람에겐 미안합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앞장서서 모든 사람들이 법과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차를 타고 어느 차선으로 주행하고 있는가.서울대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의 비교과 실태가 나왔다. 합격자는 평균 30회 수상을 했다. 최다 수상 학생은 108개를 받았다. 고교 3년 재학 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상을 받은 것이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봉사활동은 평균 139시간이었다, 400시간이 넘은 학생도 6명이나 있었다. 하루 4시간씩 100일을 봉사해야 한다. 이 또한 가능한 일일까. 전공적합성 지표인 동아리 활동은 평균 108시간이었고 최다 학생은 374시간이었다.창의력이 생존 수단이 되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객관식의 현행 수능 비중을 무조건 높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형의 다양성과 학생부종합전형은 유지돼야 한다. 다만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을 높여 깜깜이 전형이라는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지금은 학종의 평가 과정이 과거보다는 투명해졌고 신뢰성을 얻어가고 있다. 대학은 평가 과정과 그 결과를 계속 공개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대학입시가 계급 논쟁으로 발전하면 정글의 법칙만 활개 치게 된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통로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열려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대입전형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끝판왕’ 부동산대책은 무엇을 잡았나

‘끝판왕’ 부동산대책은 무엇을 잡았나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지난해 9월13일 정부는 지속적인 규제에도 불구하고 뛰는 집값이 잡히지 않자 부동산 대책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규제책을 발표했다. 9·13 부동산 대책이라 불리는 이 정책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대출규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같은 이른바 대출과 세금 및 공급이라는 부동산 관련 3종 세트가 망라되어 있다. 즉 투기적인 수요는 최대한 누르고 실수요 충족을 위한 공급은 늘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대책 발표 당시만 해도 부동산시장 전반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탓인지 실제로 지난 1년간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았고, 앞으로도 안정화되어 곧 합리적인 수준에서 누구나 살 집을 얻을 수 있겠다는 또 다른 희망도 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망가져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말이다.하지만 실상은 정책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최근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신축은 물론 입지와 가격 등 경쟁력을 갖춘 오래된 주택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이에 반해 지방은 소수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가격 하락에 신규 공급물량도 많아 그야말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특히 가격하락에도 수혜자는 그다지 많지 않고, 오히려 시장 불안에 전세 자금을 떼이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지방 경기 악화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고, 우리나라 전체 경기 회복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투기와 집값은 끝까지 잡겠다는 각오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과연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잡았는지 궁금하는 게 세평이다. 더군다나 현 정부 출범 이래 본 대책까지 17개월 동안 두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더 그렇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 대책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돌이켜 보면 애당초 대책의 방향성이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시장도 기본적으로는 주택이라는 상품 자체의 특성은 물론 수요와 공급이라는 상식에 가까운 이론을 바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이는 최근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만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전반적인 수요는 잡았을지 모르나 특정 지역이나 주택이 아니면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과 혹시라도 거래가 성사되면 가격 불안을 부추기는 시장, 공급은 확대하려는 데 수요 분산의 진전 가능성 예측이 어려운 시장, 한쪽에서는 공급이 넘쳐나는데 다른 한쪽은 공급이 부족한 시장 등이다. 물론 부동산이라는 재화가 가지는 특성상 수급조절이 단기간에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또 일부 투기적 성향을 지닌 수요자와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더 조장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매우 기형적이다.부동산시장은 단순히 주택이라는 상품 자체만 공급하고 소비하는 시장이 아니다. 짧게는 현재 수요자와 길게는 그 자녀들의 삶을 좌우할 수도 있는 여건을 공급하고 소비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도 수요가 집중되어 가격이 널뛰기하는 곳을 살펴보면 생업 영위, 교육, 치안, 문화생활 등 정주에 필요한 요건을 두루 잘 갖춘 곳이거나, 앞으로 그렇게 될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들이 잘 반영된 수급조절대책이 중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지속되어야 한다. 케인즈의 비판처럼 아무리 이론이 필요없다 하더라도 잘 알지도 못하는 흘러간 3류 글쟁이의 말만 듣고 정책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피안 / 이승훈

피안/ 이승훈머리를 빡빡 깎고 싶은 밤이 있지 어제도 거실에서 술 마시다 말고 스님처럼 머리 빡빡 밀고 싶어 화장실 들어가 거울보고 그래 빙판을 머리에 얹고 다니는 거야 검은 머리칼이 아귀다 중얼대고 나왔지 어느 날 머리 빡빡 깎고 집에 오면 아내는 내가 이젠 완전히 미쳤다고 하겠지- 계간 《시작》 2009년 봄호...............................................강수연이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비구니 연기를 위해 머리칼을 싹둑 잘라내 화제가 된 게 꼭 30년 전이다. 당시엔 그 삭발로 인해 2년간 다른 작품을 출연하지 못할 정도로 여성배우에겐 큰 부담이었다. 이후 수많은 배우들이 머리를 밀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위한 삭발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할 만큼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연기와 상관없이 연예인들 사이에선 헤어 패션의 하나로 자리 잡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트렌드가 되었다. 탈모를 숨기기 위해서, 흰머리 염색이 성가셔서, 비듬이 많아서, 듬성듬성 난 머리카락이 흉해서 아예 밀어버리기도 한다.그날이 그날인 반복적이고 무료한 일상에서 뭔가 변화를 주기 위해 머리를 자르기도 한다. 별다른 까닭 없이도 머리를 빡빡 깎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자잘한 일상의 번뇌와 망상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스님처럼 머리를 밀어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는 것이다. 문득 ‘검은 머리칼이 아귀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자아 충동인 것이다. 과거엔 여자들이 머리를 자르기만 해도 실연했냐는 소리를 들었다. 변화를 통한 새로운 삶의 깨달음이 피안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피안은 불교용어로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경지를 말한다.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는 경지를 이른다. 누군가에게도 그 삭발이 피안의 세계로 가는 길일까. 그러나 대개는 시간에 지남에 따라 자신도 변하지 않을뿐더러 세상도 바뀌지 않아 삶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더 많다. ‘그래 빙판을 머리에 얹고 다니는 거야’ 결기를 다지며 머리를 깎아도 돌아오는 것은 세상의 빈정거림이다. 스님 될 것도 아니고 군대 갈 것도 아니면서 머리는 왜 미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아내조차 ‘이젠 완전히 미쳤다고’ 그런다.누구를 위한 삭발들인가. 세상을 구제하지도 못하고, 그 ‘빙판’위에서 스스로 영혼의 스케이팅을 즐길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머리카락을 갖고 왜 장난질을 치는지 모르겠다. 사람의 머리카락 수는 보통 10만개, 하루 빠지는 머리카락 수는 100가닥에 이른다고 한다. 아직은 심각하게 염려할 정도는 아닌데 나도 매일 바닥에 부려진 머리카락의 잔해를 닦아내는 게 일이다. 가만히 두어도 머리카락은 매일 사라진다. 머리카락은 외부의 충격과 태양 광선으로 부터 두피를 보호한다. 10만 개의 머리카락을 한데 묶으면 5톤 트럭도 끌 수 있다고 한다.머리카락은 대부분 문화권에서 생명의 분신이자 힘의 상징으로 여겼다. 성서에 나오는 삼손은 머리카락을 잘려 힘을 잃었으며, 로마 황제를 가리키는 단어 ‘카이사르’도 머리털이 긴 남자를 뜻한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도 머리를 깎거나 깎인 사람은 한동안 일상생활을 못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터럭 한 올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으로 여겨 빠진 머리칼도 따로 모아 두었다. 삭발하는 정치인 자신들이야 각별한 저항의 상징과 지지자들의 결집을 목적으로 미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들 평범한 시각으로는 ‘피안’은커녕 ‘쇼’ 이상의 의미를 보지 못하겠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에 만전을

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방역 당국과 양돈 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조기 종식을 위해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발생 농장 등 돼지 3천950마리를 살처분했다.또 농식품부는 48시간 동안 전국에 가축 등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남은 음식물의 양돈 농가 반입도 전면 금지했다. 환경부 등과 협력해 접경 지역의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에 나섰다. 전국 양돈 농가 6천309호의 일제 소독과 예찰도 한다.경북도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도내 유입을 차단하는 방역에 나섰다. 경북도내에는 현재 743곳의 돼지 양돈농가에서 150만9천여 마리를 사육 중이다. 현재까지는 특이사항은 없다.경북은 2010년11월 발생한 구제역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안동 한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 7개 시·도로 번져 전국의 소, 돼지, 염소 등 347만9천962두를 살처분했다. 피해액이 2조7천383억 원에 달했다.ASF는 감염된 돼지 및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야생 멧돼지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이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돼지는 한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ASF는 지난 5월 북한에서 발생했으며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국가를 휩쓸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4월 ASF 발생 이후 돼지고기값이 40% 넘게 오르는 바람에 돼지고기 파동을 치렀다.정부는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후 전국 모든 양돈 농장을 대상으로 돼지 혈액 검사를 하고 방역 작업을 펼쳐왔지만 결국 국내 유입을 막지 못했다.관계 당국은 유입경로를 확인, 철저히 방역하고 선제 방어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이 고비다. 농식품부가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유입경로를 역추적하고 있지만 파악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ASF는 발생하면 살처분 외에는 대책이 없다. 자칫 국내 돼지 사육 농가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방역에 더욱 치중해야하는 이유다. 해외에서 불법 축산가공품이 들어오지 않도록 여행객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일도 급하다. 농식품부 등 방역당국은 철저하고 빈틈없는 관리로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왜 소설 ‘동물농장’을 다시 읽나

왜 소설 ‘동물농장’을 다시 읽나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동물들이 드디어 혁명을 일으켰다. 인간 농장주인으로부터 가혹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동물들이었다. 마침내 동물들은 인간 주인을 몰아내고 자기들이 직접 농장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혁명을 이끈 ‘나폴레옹’과 ‘스노볼’이라는 돼지 두 마리를 지도자로 삼았다. 이들은 혁명 후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등의 7계명을 헛간 벽에 적어두고 초심을 다졌다. 일요일마다 회의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돼지집단 내부의 권력투쟁과 부정부패라는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들고 만다. 이들 특권층 돼지들은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는 계명을 무시하고 술을 마시고, 자녀들을 위해 전용 고급 교실을 짓는 등 자신들이 혁명의 구실로 삼았던 ‘적폐’들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러고서는 다른 동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동물도 저항하지도, 비판하지도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동물들은 폭력과 노동착취, 복종에 익숙해지고 무기력해져만 갔다. 다른 생각을 가진 동물은 무조건 적으로 몰려 숙청되기 때문이었다. 조지오웰이 1945년 발표한 소설 ‘동물농장’의 일부 내용이다.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 이후 ‘프롤레타리아 유토피아’를 내건 공산주의 독재가 타락해 가는 과정을 풍자한 소설이다. 발표된 지 70년이 넘은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며 섬뜩함을 느낀다. 그 당시 소설 속의 상황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너무나 똑같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웠다. 발표된 지 70년이 넘은 이 소설의 내용이 왜 하필 현재 한국의 상황과 똑같은지. 그렇다면 소설 동물농장이 주는 교훈은 당시나 현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먼저 소수 엘리트 권력층의 부패는 그들만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 동물농장에서 지배층인 돼지가 가장 먼저 챙겼던 특권은 사과를 슬쩍 가져가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일반 대중인 다른 동물들이 이들의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감시하고 제지했더라면 돼지들의 지도자 나폴레옹이 독재자로 변해가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배당하는 동물들은 그러지를 못했다. 그들의 무지와 무기력이 결국은 권력의 타락을 불러온 것이었다. 권력을 잡은 머리 좋은 돼지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실을 철저하게 억압했다. 이들 사회의 이상이 집약된 율법인 7계명을 먼저 무시하고 모른 체하는 뻔뻔함도 나타났다. 심지어 애초의 동물 7계명이 조작되고 부정되어도 어느 누구도 이를 비판하거나 저항하지 못했다. 특정 계층은 대중을 기만하면서 거짓과 조작이 진실을 덮었다. 그 속에서 동물들은 굴종과 복종에 익숙해져 갔고 무기력해져만 갔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동물은 무조건 적으로 모는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숙청되거나 즉석에서 처형됐다. 급기야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계명은 어느새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내용으로 바뀐다. 평등은 말뿐이었고 철저히 계급사회로 이뤄진 독재체제로 변해버린 것이다. 소설 동물농장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은 과거 러시아혁명에 관한 우화이다. 그러나 당시와 똑같은 사건들이 현재의 사회, 현재의 정치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AF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초, 빅 브라더가 당원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그린 조지 오웰의 또 다른 소설 ‘1984’의 판매가 무려 95배나 폭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도 이 소설의 판매가 165% 늘어났다. 이같은 오웰의 소설 재출간 붐은 현재 사회가 ‘1984년의 동물농장’이어서가 아닐까.한국은 어떤가. 정권은 바뀌고 있지만 부정부패와 부조리, 편법은 여전하다. 동물농장을 읽고 좌절하는 건 그래서다. 과연 누가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더 슬픈 건 ‘동물농장’은 1945년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래세계에서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풍자하는 우화는 세계 곳곳의 삶의 모습을 담은 현재의 축소판이다. 소설 속 지도자 돼지 나폴레옹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그럴싸한 논리에 현혹된 대중들이 경계를 늦추는 순간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소설 동물농장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9월 / 문인수

9월 / 문인수무슨 일인가, 대낮 한차례씩/ 폭염의 잔류부대가 마당에 집결하고 있다/ 며칠째, 어디론가 계속 철수하고 있다/ 그것이 차츰 소규모다/ 버려진 군용 텐트나 여자들같이/ 호박넝쿨의 저 찢어져 망한 이파리들/ 먼지 뒤집어쓴 채 너풀거리다/ 밤에 떠나는 기러기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몇몇 집들이 더 돌아와서/ 또, 한세상 창문이 여닫힌다.- 시집 『동강의 높은 새』 (세계사, 2000)..................................................9월도 중순을 지나면서 완연한 가을 기운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도 8월 더위의 잔류부대가 완전히 철수하지 않아 간헐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날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차츰 소규모다’ 간간이 방안에서는 선풍기가 돌고 있지만 앞으로 에어컨을 가동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역시 추석 지나고 9월 중순쯤 되니 계절은 가을의 영역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어쩌면 매복중인 더위가 한두 차례 기습을 가해올 수 있겠고, 곳에 따라서는 ‘대낮 한차례씩 폭염의 잔류부대가 마당에 집결’해 있는 것을 볼지도 모르겠다.‘호박넝쿨의 저 찢어져 망한 이파리들’ 어쩌면 저 망한 이파리들은 수정받지 못한 호박꽃과 함께한 운명일 수도 있겠다. 호박꽃은 얼른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암꽃의 아래쪽엔 구슬만한 호박이 달려 있는 반면 수꽃은 그냥 꽃만 있다. 암꽃의 암술에 수꽃의 꽃가루가 벌 나비에 의하여 수분이 되어야만 호박으로 자란다. 역할을 다한 수꽃이나 수정을 못 받은 애기호박은 자라지 못하고 꽃과 함께 떨어진다. 그럴 수 있고 아닐 수도 있겠으나 ‘먼지 뒤집어쓴 채 너풀거리’는 후줄근한 신세들의 표정이다.한편 그늘진 곳 양치식물은 빳빳이 줄기를 세우고, 기러기들은 군사시설 철조망 위로 힘껏 날아오른다. ‘밤에 떠나는 기러기 소리’에 어린 갈대가 저절로 흔들린다. 그러나 폭염과 싸우고 고달픈 인생과도 싸웠던 ‘몇몇 집들이 더 돌아와서’ ‘또, 한세상 창문이 여닫힌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 다시 9월의 한복판 속으로 들어와 있다. 간이역 투명한 햇살을 받으며 ‘귀향 환영’ 현수막이 늦도록 내걸렸다. 그러나 내 고향 가는 길 저 멀리 새털구름 한 자락 덩그러니 걸려있을 뿐 어디에도 고향에 온 것을 반기는 현수막은 뵈지 않는다.문인수 시인의 고향인 성주 가는 길은 햇살의 농도와 상관없이 여전히 일상이 접혀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고향 사람들은 지난 수년간 밤마다 한 곳에 집결해 내내 지난여름을 추억하듯 지글지글 끓었다. 코스모스는 살래살래 철없이 손짓하지만 어디로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9월의 길목에 퍼질러 앉아있었던 것이다. 가을의 순한 햇살은 은총처럼 쏟아지는데 들판의 평화는 온전히 찾아온 것 같지 않다. 언제쯤이면 지난날들을 뿌듯하게 추억하며 들녘의 환한 웃음으로 되돌아올까. 지긋하게 노을을 바라보고 귀뚜라미 울음도 맑게 들을 수 있을까.닫힌 창문 다시 열고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 맺는 고향땅을 볼 수 있으려나. 저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떠있는 양떼구름 한 틀 짊어지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나. 고향 땅 무흘 계곡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학문을 이어받은 한강 정구 선생의 숨결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곳이다. ‘선지후행, 경의협지’ 새삼 그의 깊은 학문과 애국애민의 정신을 기린다. 가을에 들어서서 몸을 더욱 덥게 하는 것은 세상의 기류다. 누구는 배코를 치고 또 누구는 밥을 굶는단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가을의 삽상한 기운을 느끼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무조건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

무조건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오철환객원논설위원 적폐와 개혁이 유행이다. 유행이 아니라도 적폐는 청산 대상이다.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 본성 또한 절대선과 거리가 있다. 따라서 적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 모른다. 비록 선에 도달하기 힘들겠지만 선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은 인간의 영역이다. 유행이 아니라도 개혁은 끊임없이 해나가야 할 숙제다. 개혁의 목적은 적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적폐와 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다. 적폐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이념은 하늘로 날아가서도 안 되고, 땅속으로 파고들어도 안 된다. 개혁은 땅을 밟고 사는 인간의 한계를 고려하여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하늘을 날아 태양을 쫓는 이상적 과욕은 이카로스의 추락이 기다릴 따름이다.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제도부터 덜컹 바꾸려 한다면 개혁은 실패한다. 제도를 바꾸어 득이 많다면 당연히 바꾸어야 맞다. 그렇지만 개혁이 개선을 보장하진 않는다. 미숙한 개혁은 오히려 개악으로 흐르기 쉽다. 개혁엔 부적응과 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개혁은 달리는 수레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작업이다. 그만큼 어렵다. 따라서 제도를 바꾸기 전에, 운용을 잘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치밀하게 분석해봐야 할 터다. 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될 수 없고 그 부작용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절박하다면 제도개혁이 불가피하다. 반면, 운용의 묘를 잘 살려 그 결함을 치유할 수 있을 정도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제도개혁을 감행할 일은 아니다.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법만으로 대부분의 경우 폐단을 치유할 수 있다. 다양한 제도를 채택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비슷한 현상을 구현하는 현실은 제도보다 운용이 먼저라는 점을 시사한다.검찰과 경찰의 조화로운 공존은 필요하다. 검경수사권조정이 불가피한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경찰보다 더 성숙한 권력기관으로 굳어져 있다. 검찰에 더 우수한 인재와 세련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시스템이 수십 년간 뿌리를 내려온 상황에서 검찰의 권력을 빼서 경찰에 넘겨주는 제도개혁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검찰이 못한 일을 경찰인들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제도를 바꾸자는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제도를 바꾸는 일은 반칙이다. 운용의 묘를 살려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우선 그 길로 가는 것이 정석이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도 마찬가지다. 현 제도 틀 안에서 충분히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는데 굳이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들 필요가 없다. 조직은 인사와 권한이 핵심이다. 공정한 수사는 인사권 독립과 권한 위양을 통해 가능하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은 인사권 독립과 권한 위양이다. 인사권만이라도 정치권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보장된다면 검찰이 정권의 시녀나 대통령의 친위대로 전락할 일은 없다. 인사권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관을 신설한다고 해도 말짱 황이다. 공수처가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그 수장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의 권한만 키워줄 뿐이다. 검경의 인사권을 대통령에게서 떼어내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법이 더 나은 대안이다.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도 개선으로 가긴 어렵다. 유권자의 직접 뽑을 권리를 침해할 따름이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잘 판단하지 못하는 점이 흠결이라면 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이는 운용의 문제다. 대뜸 제도부터 바꾸고 보자는 무리한 시도는 불순한 의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현 제도로 최선을 다해본 연후, 사심 없는 차원에서 철두철미한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거쳐 제도를 바꾸는 것이 순리다. 정권의 정치 공학적 차원이라면 국민을 ‘졸’로 보는 작태다.장관의 청문과정에서 드러난 입시의혹을 제도 탓으로 돌려서 대입제도를 바꾸겠다는 태도도 떳떳하지 못하다. 대입제도는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그렇지만 많이 바꾼 만큼 입시상황이 개선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일단 제도를 주어진 것으로 보고 최선을 다해 운용의 묘를 최대한 살리는 일이 우선이다. 그래도 결함을 치유할 수 없을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제도를 고치는 것이 맞다. 신중한 접근은 기본이다. 장관이 기존 업무도 파악하기 전에 개혁부터 서두르는 자세는 경솔하다. 위선적으로 볼 소지가 크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신하게 처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부끄러움을 모르고 잘난 체 설쳐대는 모습은 국민의 혈압을 올리는 꼴불견이다.

양극화를 넘어 공존과 포용의 사회로

양극화를 넘어 공존과 포용의 사회로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2011년 9월17일, 그러니까 꼭 8년 전이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1천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든 것이다. 20대 청년들이 많았다. ‘Occupy Wall street. (월가를 점령하라.)’ 대표 슬로건이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로 불리게 됐다.‘We are the 99%. 우리는 99%에 속한 사람이다.’ 자주 등장한 구호였다. 극소수 수퍼리치(거대 부자)가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궁핍한 다수 서민의 저항이었다. 일부는 인근의 리버티 플라자공원에서 노숙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행진도 있었지만 불의한 체제와 궁핍한 삶을 주제로 한 토론도 활발했다.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그들의 주장과 함성을 전 세계로 퍼 날랐다. 사진들과 함께였다. 지구촌의 주요 도시들로부터 공감과 지지가 쇄도했다. 시위대들은 지구촌 곳곳의 목소리들을 모으기로 했다. 10월15일을 ‘전세계 공동의 날’로 정했다. 82개국 900여 개 도시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저항의 세계화’라 할만 했다. 한국의 시민들도 호응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로 모였다.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 현장에 걸린 현수막 구호였다. 1%를 위한 정책들과 투기자본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월스트리트 점거(오큐파이) 시위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는 사실에 있다. 이 때의 자본주의는 ‘무한경쟁, 승자독식 자본주의’였다. 성공한 소수가 한 사회의 부와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패한 다수는 빈곤과 절망에 처해지는 자본주의였다.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부자 나라에서는 식량이 넘쳐났지만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발육부진과 기아 사망이 넘쳐났다.양극화가 주 타깃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대 99의 사회’라는 슬로건과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도 양극화를 겨냥한 것이었다. 소수 투기자본의 탐욕과 서민의 생활고,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이슈화시켰다. 1980년대 이후 지구촌을 휩쓴 ‘신자유주의’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토론도 활발했다.그러한 우려와 비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 ‘정글자본주의’, ‘20대 80의 사회’ 등의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널리 읽혔고 ‘희망고문’, ‘헬조선’이라는 비아냥이 청년세대에 널리 퍼졌다.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동조시위에 참여한 80% 혹은 99%에 속하는 서민들도 주로 양극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성토했다.다행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하게는 1년 전인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정적이었다.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를 중심으로 1980년대부터 지구촌을 휩쓸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모델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각 나라들에서 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대안체제를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물론 1990년대 중반 이후에도 영국의 블레어총리와 사회학자 기든스, 그리고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에 의해 ‘제 3의 길’ 노선이 주장되고 실천된 적이 있었다.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매우 심한 편에 속한다. 그렇게 된 계기는 1997년 말의 외환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IMF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강요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대표적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비정규직과 실업자는 급증했고 중산층은 붕괴되었다. 노숙자로 전락한 이들도 부지기수였다.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규모와 속도로 진행된 양극화는 지금까지도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탄식과 신음이 넘쳐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뿐만이 아니라, 실업자로 혹은 신용불량자로 대학문을 나서는 청년들의 절규도 숙지지 않고 있다. 3포, N포의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미래까지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는 일이 절박하고 시급하다. 사회경제 시스템의 운영 원리를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에서 공존과 포용으로 전환해 가야 한다. 그래서 80% 혹은 99%가 활력과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고개숙인 청년들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일으켜 세워야 한다. 8년째를 맞는 월스트리트 점거시위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숙제다.

부울경 어깃장 속 ‘김해 신공항’ 검증회의

김해 신공항 재검증과 관련해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어깃장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 검증관련 회의가 열린다.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과 이해 당사자인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 부단체장들이 처음으로 마주한다.부울경은 지난달 말 국무총리실에 동남권 관문공항이 김해 공항 확장을 통해 가능한지,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등 정책적 종합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정책적 판단에는 공항 신규 입지방안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검증 논의를 국가정책 검증으로 몰고 가 내년 총선에 앞서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속셈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검증기구에 해외 전문가를 포함시켜 달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당초 문제 삼았던 안전, 소음, 환경 등 기술적 쟁점 이외의 사항까지 검토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부울경의 총리실 재검증 주장에는 이미 확정된 김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그러나 재검증 논의에 앞서 총리실은 “정무적 판단없이 기술적 쟁점으로 한다”고 재검증 범위를 못박았다. 또 이낙연 총리도 국회 대정부 답변 등을 통해 “기술적 쟁점에 대해서만 재검증하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힌 바 있다.이날 회의에서는 검증기구 구성과 검증위원 선임, 검증위원회 역할 등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대구시 측은 검증 대상에 정책적 판단이 추가되고 해외 전문가까지 참여하면 검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해 신공항 계획에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영남권 신공항연구용역 결과가 반영돼 있다.또 김해 신공항은 영남권 5개 지자체가 추진했던 영남권 신공항 사업의 결과물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를 다시 검증하려면 5개 지자체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부울경의 요구에 대해 총리실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적 판단을 하지않고 기술검증만 하겠다는 원칙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필요시 해외 전문가 참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총리실이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문제가 어려울수록 원칙대로 해야 한다. 총리실은 이미 천명한 대로 검증을 기술적 문제로 국한시켜야 한다. 외압에 흔들려 엉뚱한 결정을 하면 그것 자체로 영남권 주민을 분열시키고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 총리실은 이러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농무 / 신경림

농무(農舞)/ 신경림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계간『창작과 비평』 1971년 가을호.........................................................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를 발표하면서 시업의 길로 들어선 시인은 곧 낙향해 10년 넘도록 시를 쓰지 않았다. 1956년은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침울하고 가난한 시기였다. 그의 낙향은 등단 무렵 유행한 모더니즘 정서와 자신의 시풍이 어울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술회하였다. 이후 농사와 날품팔이로 전전하던 그는 7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농무’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작을 재개했다. 10년 동안 만난 많은 사람을 위해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노래와 얘기를 대신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쓴 시편들이다.시에는 우리들 삶의 모습과 정서가 표현되어야 하고, 현실에 깊이 뿌리박고 있을 때 감동을 준다는 시론을 그는 줄곧 펴왔다. ‘농무’는 선생의 평소 시에 대한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으로, 고단한 민중의 삶에서 시의 소재를 찾아내 농민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한국 현대시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처음엔 이문구 작가의 주선으로 한 ‘유령출판사’에서 3백부 자비로 출간되었던 이 시집이 2년 뒤 75년 ‘창비시선’ 1호로 간행되는데, 지금까지 75쇄는 찍었을 것이고 어림잡아 75만 부는 족히 팔려 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하지만 살면서 시집을 한 번도 사본 일이 없거나 평소 시를 무슨 사교가 전파하는 전도 ‘찌라시’처럼 여기는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시’일 수도 있겠다. 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 속에서 해체되어가는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생생하게 떠올려주는 시는 농민의 울분과 암담함이 역설적으로 표출되었다. 이렇듯 힘 있는 언어로 독자들을 감동시킨 시가 전에 또 있었던가. 당시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짓는 농민의 답답한 심정과 발버둥치는 모습이 오히려 ‘날라리를 불고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드는’ ‘신명’으로 변주된다.그들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거나 ‘서림이처럼 해해대’며 즐거운 듯하지만(꺽정과 서림은 홍명희의 '임꺽정'에 등장하는 인물로 서림은 나중 꺽정을 배신한다), 결국은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며 자신들의 삶을 자학하거나 체념하고 만다. 오늘날 농촌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지만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흘린 땀에 비해 그 대가는 알량하고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추수를 앞둔 들판에서 피를 뽑으며 주름웃음 짓는 늙은 농부의 모습이 TV에 비춰졌다고 신바람이라 생각지는 마시라.

한국당 달라져야 한다

한국당 달라져야 한다 조국이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집어삼켰다.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대구 범어네거리 아침 풍경은 '조국은 유죄다. 조국 장관 임명철회하라'는 현수막을 휘두른 자유한국당 정순천 대구수성갑 당협위원장과 당원들의 시위가 이어질 정도로 조국 정쟁은 계속되고 있다.‘조국같은 놈’ ‘조국보다 못한 놈’이 최상의 욕이 될 정도다.대구경북(TK)은 특히 조국에게 장관을 붙이지 못할 정도로 분노의 민심으로 가득 차 있다.가슴속에 남은 공정 정의 평등을 몽땅 불살라버린 조국의 위선에 대한 울분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이제는 조국을 넘어 임명권을 부여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심판론으로 옮겨붙고 있다.심판 시기는 7개월 남은 내년 총선이다.하지만 막상 총선을 깊숙히 들여다 보면 과연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대 참패를 안겨 줄 것인지가 의문시 된다.현 집권 여당의 행보가 너무나 당당하기 때문이다.조국 사태로 들끓은 민심에 아랑곳 없이 제 갈길만 가는 수순이다.분명 총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은 커녕 민주당 의원조차 한마디 유감 표명조차 없다.자신감의 발로인지 너무 뻔뻔스런 당당함인지 알 수 없다.혹자는 그들의 이면엔 40%대의 결집된 지지율이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지금 당장 총선이 치러지더라도 TK 등 영남권을 제외하곤 40%대의 지지율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압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남북평화무드를 통해 그들은 서울 수도권을 포함 40%대의 지지율로 압승한 적이 있다.서울 25개 구청장 중 24개를 석권했고 서울시의원 110석 중 106석을 진보진영이 가져갔다.그들의 진보진영 지지자들만 잘 다독거리면 민주당 정권은 10년이고 100년이고 간다는게 그들의 셈법인 것 같다.반면 조국 사태로 대 반전의 기회를 잡은 제1 야당 한국당의 지지율을 보면 기가찬다.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민주당을 따라 잡지 못한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민주당은 싫지만 한국당도 만만찮다는 의미의 지지율로 보인다.그렇다고 한국당에 와야 할 민주당 반감 지지층들이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으로 쏠리진 않는다. 대다수 중도 무당층으로 향해 있다.실제 여론조사업체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상대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현재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8.5%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무당층이 급증하는 추세다.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반사이익으로 한국당 지지율이 올라야 하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소폭 오름세에 그쳤다.한국당이 문(?)과 민주당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중도외연 확장은 필연적임을 보여주는 수치다.한국당은 연일 장외집회와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와 서명운동 등으로 경제외교안보 등 현 정권의 무능함을 성토하고 있지만 그들의 굳건한 40%대 지지율을 무너뜨리진 못하고 있다.이를 위해선 한국당은 민주당과 같은 ‘습자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철저하고 세밀한 전략의 반만이라도 한국당이 따라했으면 벌써 전세는 역전됐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맹공을 퍼붓다가 어쩌다 한 막말에 발목을 잡히고 민주당의 물귀신 작전에 한국당의 무능이 드러나는 그동안의 헛 공세를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때마침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추석이전과 이후는 달라질 것이라는 발언을 최근 내놓았다.추석 이후의 한국당은 중도외연과 보수진영을 대결집으로 40%대의 민주당은 이길 수 있는 전략과 행동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언급이다.일례로 한국당은 TK를 뛰어넘어야 하고 한국당의 차기 대권 잠푱들은 모두 서울 수도권에서 장렬한 전사를 각오할 정도로 한국당 살리기에 뛰어 들어야 한다.내부총질을 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스물스물 대구가 위험하다며 TK 출마설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한국당은 이들의 낙하산 전략 공천을 강행해선 안된다.TK 민심은 예전과 다르다. 그렇다고 진보진영쪽으로 쏠려 있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선거 때 마다 TK 민심은 속까지 모두다 털어놓았다. 수십년간 보수 심장의 의리(?)는 지켜왔고 또 한번 지킬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당은 달라져야 한다.

안전불감증 민낯 드러낸 영덕 질식사고

경북 영덕의 한 오징어 가공업체 지하탱크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숨진 사고는 안전 규정을 무시한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사업주와 근로자의 안전 교육 확대와 고용노동부의 현장지도 등 안전에 대한 예방조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경찰은 15일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 대표에 대해 숨진 근로자들이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지시, 질식해 숨지도록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한 이 업체 대표는 환기와 산소 농도 측정, 안전 마스크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한 결과, 수산물 가공업체의 오·폐수 처리 시설 지하 탱크에서 200~300ppm에 이르는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가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근로자들이 오징어 부산물이 부패하면서 나온 황화수소 등 가스에 중독돼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사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작업 당시 안전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전혀 착용하지 않았고, 업체 측은 산소 농도 측정 등 가스 유무를 확인하는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업체는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전문 업체가 아닌 업체에 작업을 맡겼다.질식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2017년 5월 경북 군위 양돈장에서 정화조 청소 일을 하던 네팔 근로자 2명이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같은 달 경기도 여주의 한 양돈 농가 축사에서 분뇨를 치우던 중국인과 태국인 근로자 2명이 사망했다.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최근 5년간 질식 사고는 총 95건으로 150명의 재해자가 발생, 이 중 50.7%인 76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사고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 4명은 모두 불법 취업한 것으로 드러나 불법 체류자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들의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보상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또한 질식 사고 피해자의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로 나타나 위험의 외주화도 불법 체류 못지않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잊혀 질만하면 발생하는 가스 질식 사고다. 사고위험이 높은 밀폐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강화와 근로자들의 안전 교육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길밖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 더 이상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기를 바란다. 언제쯤 사고 공화국의 오명을 벗을 수 있으려나.

‘추석민심’ 제대로 읽으셨나요

추석 전 한 달여 간 지속된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소동은 우리나라가 처한 혼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다수의 언론과 야권은 “조국 한사람의 허물이 이제까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모든 사람의 허물을 모은 것보다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결국엔 장관으로 임명됐다.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국민들의 허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할거면 청문회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한다.지역 민심에서는 분노가 느껴진다. 각종 모임과 SNS에서는 날선 말과 글이 여과없이 표출된다. “선량한 국민들 마음에 독기를 품게 하는 정치를 왜 하냐”는 원성이 이어진다.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대외관계, 남북관계 등 국정의 어느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다. 뿔을 고치려고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설익은 개혁이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형국이다.일부에서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이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분법을 통해 편가르기를 하는 좌파 정권의 진면목이 가감없이 드러났다는 것.현재 조 장관 임명자는 부인과 주변인물 등 여러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도 수십 곳에 걸쳐 이뤄졌다. 어떤 사실이 밝혀질지 전국민이 주시하고 있다.---조국 임명은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주변인물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인물을 장관에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해 이토록 국론이 분열된 적은 없다.대통령의 임명은 그 자체가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본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다름 없다. 법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이 ‘윤석열 검찰’의 의지다. 하지만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기 때문에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문제를 피해 갈 수 없게 됐다.만약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 현직 법무장관이 정식 수사를 받게 되면 국정기조가 흔들리게 된다. 임명의 당위성은 땅에 떨어지고 정권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뻔히 보이는 결과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책임 공방이 또 다시 불타오를 것이다.‘수사 결과 별 문제 없다’는 발표를 할 경우에도 문제는 불거진다. 믿어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조 장관 임명자는 취임 하루 뒤인 지난 10일 검찰 개혁작업을 추진하기위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에 관여할 때가 아니다. 개혁 관련 작업을 유보해야 한다. 또다른 오해와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이번 사태의 공정한 수사가 검찰개혁보다 우선 순위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사가 되지 않으면 검찰개혁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조 장관 임명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맨 격이다.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가 찬반 진영 서로를 비난하는 비생산적 형태로 분출될 것이다.---역사상 국민이 이렇게 갈라진 적은 없다우리 역사상 국민이 이렇게 갈라진 적이 있었던가. 국민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됐다. 물론 같은 사안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반합의 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모습은 아니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막장싸움이다. 국익은 뒷전이다. 급선무는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폐청산이고, 개혁이고 모두 공염불이다.많은 국민은 현재 우리나라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인지 확신을 하지 못한다. 국민에게 걱정을 주는 상황 뿐이다. 미래를 두려워 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맞아야 한다.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그것이 정치다.21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이 국가 정책을 포함한 모든 것을 선거라는 ‘괴물’을 통해 보는 시간이다. 선거와 연관지어 생각하면 전체이익과 동떨어진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우려스럽다.지난 주 정치인들은 추석 귀향활동을 했다. 민심을 충분히 읽었을 것이다. 오기와 편견, 밀어붙이기와 편가르기 정치가 제발 끝났으면 하는 것이 민심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 민심이다.

사위질빵 꽃

사위질빵 꽃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바람결이 한결 선선하게 다가온다. 추석이 지났다. 아부다비에 사는 조카는 늦은 밤 사막의 보름달을 보내왔다. 커다랗게 떠오른 달을 보며 가족의 건강을 소원하면서. 5시간 늦은 시차로 그제야 뜬 달을 보면서 식구들의 얼굴을 떠올렸으리라.유난히 일찍 찾아온 추석, 눅눅하던 날도 말끔해져 명절 분위기를 더했다. 고운 옷으로 갈아입은 가족이 차례를 모시러 모여들었다. 명절 연휴가 되지 않으면 좀체 틈을 내기가 힘든 직장인들이라서 훨훨 세계를 향해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조상 음덕을 잊지 않으려고 몇 시간씩 달려오는 것을 보니 대견하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일상의 대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그 가치가 절실하게 느껴지니 세월이 절로 사람의 마음을 어른처럼 만들어 가는가 싶다.추석이면 둥근 달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깔아 시 영상을 보내주는 이가 이번에는 ‘달빛 기도’를 전해왔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중략…//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외국에서 온 식구들이 인사하고 싶다고 하여 친정어머니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하늘도 한결 가을 분위기다. 그림 같은 구름을 머리에 이고서 산을 오른다. 부모님을 찾아가는 길, 노랑나비와 호랑나비가 산 아래까지 내려와서 춤을 춘다. 우리의 길 안내를 하려는 모양이다. 조금 뒤처져 걷고 있으면 다시 날아와 우리 곁을 맴돈다. 걸음을 재바르게 옮기면 다시 저만치 앞에서 날개 짓을 한다. 수풀 우거진 산길이라 길이라도 잃을까 봐서 노심초사 손을 이끄는 것 같다. 산소를 찾아 오를 때마다 나타나는 저 나비를 보면, 꼭 어머니 아버지의 현신인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 온다. 돌아보니 동생의 눈가에도 물기가 촉촉하다.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부모의 숨결인 것 같다.산소가 보이는 산 중턱에 올라서니 묘지 둘레에 초록의 망이 빙 둘러쳐 있다. 제부가 멧돼지 방지용 울타리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한여름에 들렀을 때 우거진 잡풀 덩굴 속에서 무덤 위에 난 멧돼지의 난동 흔적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 장면이 너무 안쓰러워 무더위 속에서 바로 시내에 나가서 고춧대를 지지하는 알루미늄 막대기를 군데군데 세워 망 울타리를 만든 것이라니. 힘센 멧돼지가 머리 조금만 쓰면 그까짓 쯤 쉽게 떠밀어 버릴 수 있을 것이었지만, 그 울타리는 제부의 정성을 아는 듯 오롯이 세워둘 때의 그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사위의 장인 장모에 대한 사랑이 지극함에 더없이 고맙고 대견하다.지극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는 이들에 감동하였을까. 산소 주변을 둘러보니 심어둔 적도 없었는데 하얗게 피어난 꽃들이 또 하나의 울타리처럼 빙 둘러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사위질빵이었다. 상아색에 가까운 하얀색이랄까. 꽃을 활짝 피운 덩굴 풀, 사위질빵이 이웃한 나무들을 감아 올라가 빈틈없는 울타리로 서있다. 하얀 꽃을 머리에 잔뜩 이고서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 어머니의 함박웃음같이.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은 장모가 사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식물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수확물이나 땔감을 나르는 도구로 지게였는데 두 어깨로 무거운 짐을 지기 위해서는 지게다리 양쪽에 튼튼한 질빵을 만들어 달아야 많은 짐을 져 나를 수가 있었다. 모처럼 처가에 온 사위에게 농사일을 덜 시키기 위한 장모의 지혜로 사위질빵 줄기로 만든 지게 질빵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면 끊어지기에 조금만 지고 나를 수 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식물의 줄기를 걷어서 질빵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식물이다. 여러 가닥의 줄기가 뻗으면서 자라나 상아색 꽃망울을 달고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위질빵을 보니 어머니가 평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그 선한 사위의 얼굴이 다시 보인다. 참으로 흐뭇하다.깊어가는 가을이 오면 하얀 머리카락 같은 털을 달고 사위질빵 씨앗이 맺게 되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더 멀리로 날아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서 더 튼실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리라. 사위질빵은 꽃도 곱지만, 향은 자연 속 시인인 듯 은은한 향기로 여운을 남긴다. 열매가 익어 가면 작은 씨앗 끝에 흰 깃털이 호호백발 할머니의 머리카락처럼 짧게 밑으로 처져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간다. ‘아들딸 낳고 잘 살라’는 부모님의 소망을 간직한 듯, 사위질빵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주시겠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