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대구 대표맥주 키우자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2019년 대구치맥페스티벌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잔치는 오는 7월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대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다.2013년부터 시작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지난해 3년 연속으로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구의 대표적인 여름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9문화관광유망축제로 선정될 만큼 확실히 자리 잡았다.하지만 축제 성과에 가려져 몇몇 아쉬운 점이 감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표적인 것이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인 치맥페스티벌에 정작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가 없다는 점이다. 즉 대구의 특색을 제대로 담고 있거나 대구의 이야기를 품은 맥주가 없다는 뜻이다.대구치맥페스티벌 공식홈페이지에서도 왜 대구에서 개최되는가를 설명하면서 대구가 치킨의 성지라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 치맥페스티벌은 치킨과 맥주가 양대 축이다. 치킨은 관련 프랜차이즈의 대부분이 대구에서 시작할 정도로 대구가 유명하다. 70~80년대부터 멕시칸치킨,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스모프치킨 등과 같은 많은 업체가 있었고 현재는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치킨파티, 별별치킨, 대구통닭 등이 전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인 치맥페스티벌의 한 축을 담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다른 한 축인 맥주부분에 이르면 좀 답답하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철저하게 국내 대형맥주회사 위주로 운영된다. 대기업이 큰 스폰서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구성이나 현장의 공간 배치가 국내 대형 맥주회사 위주로 짜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는 이해도 된다.하지만 과연 치맥페스티벌을 찾는 100만 명의 내외국인들이 대기업에서 만든 한가지 종류의 맥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하다. 요즘 맥주 소비자들의 기호는 다양성에 있다. 맥주의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이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는 관광객들도 당연히 그런 다양성을 기대하지 않을까?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페스티벌 현장에서 수제맥주 구역이 커지기는 했다. 지난해의 경우 대형천막까지 동원됐으니 그전보다 수제맥주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소규모 맥주업계에서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하겠다는 업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축제 메인구역은 후원사인 대형맥주회사들이 차지하고 관람객들도 대부분 그쪽으로 몰리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참가에 소극적인 소규모양조장에게 유인책을 내놓기 어렵다면 이참에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를 내놓고 축제를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대구를 알리면 어떨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올해는 대구의 이야기를 담은 맥주를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선보이며 반응을 살펴보는 정도로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강릉에 있는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에서 수확한 쌀로 만든 맥주인 미노리세션을 내놓듯이 대구의 특색을 담은 맥주를 국내외 100만 관광객들에게 선보이자는 것이다. 그것이 두류맥주든, 팔공맥주든, 비슬맥주든 상관없다. 대구의 이야기만 제대로 담아내면 될 일이다.대구 치맥페스티벌은 폭염 속에서 진행된다. 오죽하면 지난해에는 태양열로 치킨을 굽는다는 말이 나왔을까. 사실 무더위에 허덕이며 축제장을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알콜도수가 낮으면서도 목 넘김이 좋은 맥주를 만들고 대구이미지를 더한다면 치맥페스티벌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가 전국 최대 연근생산지임을 감안한다면 연꽃향을 담은 맥주도 좋은 아이템일 수 있다. 빚은 술이 연꽃 향기와 같다고 비유되는 전통주인 하향주(荷香酒)도 대구에서 만들고 있지않나.이런 일은 관 주도로 진행하기엔 제약이 많을 수도 있다. 자칫 특혜시비에 휘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런 문제들을 논의할 민간주도의 협의체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어 반갑다. 이제는 누가 또는 어느 업체가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를 만들 것인가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대구치맥페스티벌 현장에서 대구를 찾는 국내외 100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맥주로 대구를 알리는 일이다. 이 민간협의체에서 좋은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 올해는 왼손에는 치킨을, 오른손엔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 한잔을 들고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즐기고 싶다.

도떼기시장 대구공항 시설개선 더 급하다

대구공항이 포화상태다. 올해 1분기 대구공항 이용객이 124만 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7% 늘었다. 국제선 이용객이 49.3%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이용객 500만 명을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대구공항은 지난해 이용객이 406만2천833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4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356만124명) 대비 14.1% 증가한 수치다. 2014년 153만7천328명, 2015년 202만7천626명, 2016년 253만3천132명이다. 지난해 이용객 중 국제선 이용객은 204만8천625명으로 국내선 이용객을 처음으로 추월했다.이는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의 국제노선 신규취항이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증편에 따른 항공수요 증대 등 선순환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대구공항의 국제선은 지난달 티웨이 항공의 일본 삿포로와 사가 노선 신규 취항에 이어 5월 중 베트남 나트랑 노선, 에어부산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노선 신규 취항 등 신규취항이 잇따르고 있어 국제선 여객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하지만 대구공항 이용객 증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구공항의 수용 능력은 연간 375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공항 대합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용객들로 북적댄다. 항공기가 뜰 수 없는 커퓨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항상 북새통이다. 항공편이 몰리는 피크시간대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지연 출발과 도착도 일상이 됐다. 거의 시장판이나 다름없다.하지만 이용객 급증에도 불구하고 대합실 등 편의시설은 2001년 준공 당시 상태 그대로다. 비좁고 불편한 터미널 시설 개선과 민항기용 활주로 용량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대구시와 공항공사는 현재 3개인 탑승교를 4개로 늘리고 계류장 동시 주기 능력도 현재 9대에서 11대로 증설키로 했다. 현재 대기석도 192석에서 100석을 더 늘릴 예정이다. 이것만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특히 통합 신공항 이전 문제와 맞물려 시설 개선 및 확충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대구시는 통합신공항 이전은 반대여론이 만만찮아 계획대로 될지도 의문인 데다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완전 이전까지는 10년 이상 걸린다. 이 기간 동안 군말 없이 불편을 감수하라는 이야기는 곤란하다.대구시는 통합신공항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항시설을 대폭 확충해 이용객 500만 명 시대에 맞는 공항으로 만들기 바란다. 그리고 부족한 주차시설로 인해 대구공항 인근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를 해야 하는 이용객들의 편의 개선과 셔틀버스 및 노선버스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질의응답/ 안미옥

질의응답/ 안미옥정면에서 찍은 거울 안에/ 아무도 없다// 죽은 사람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 버티다가// 울었던/ 완벽한 여름//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슬픔 같은 건 다 망가져버렸으면 좋겠다// 어째서 침묵은 검고, 낮고 깊은 목소리일까/ 심해의 끝까지 가닿은 문 같다// 아직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생각하면/ 생각이 났다- 시집『온』 (창비, 2017).............................................. 지난 주 영화 을 보았다. 살아있는 이는 ‘죽은 사람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는데 나는 3년 전 이 무렵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음력으로 3월3일 그러니까 영화를 본 다음날인 4월7일이었다. 죽은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흔히 제사를 지내지만 생일을 챙기는 것은 특별히 공적으로 의미 있는 사람의 탄신일을 기리는 경우 말고는 드문 일이다. 은 세월호 유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다. 아들 수호의 생일날, 그 부모와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세월호 참변을 당한 사람들은 4월16일 뭉뚱그려 일괄 추모해버리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히 기리고 추억하는 일은 생일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희생자 304명에게는 각각의 가족이 있고 사연이 있으며 기억이 존재한다. 수호의 죽음도 304개의 사건 가운데 하나이며 개별적인 추모와 애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은 세월호 참사를 그린 첫 상업영화로 기획제작단계에서부터 부담감이 적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솔직히 영화적 재미는 별로였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으며 너무 어둡거나 차갑지도 않았다. 진심을 오롯이 담기위해 최대한 미리 물기를 짜낸 듯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영화가 아니었다. 동정이나 분노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그때서야 눈물은 솟구친다. 내가 어머니를 기억하면서 눈물을 닦아낼 경우는 어머니에게 잘못을 저지를 때다. 어머니가 나로 인해 서운하시거나 아파하실 때이다. 영화의 어떤 장면으로 촉발된 눈물이 아니라 순전히 자가발전이었다. 영화에서의 공감이나 감동이기보다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 선창을 두드리며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 절규를 환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을 연기한 설경구에게 약간의 감정 이입도 있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공존하는 아버지의 복잡한 심경을 그는 감성적이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설경구는 극중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뛰어난 배우임을 안다. 어떤 영화에서 다리를 저는 역을 하는데 신발에다 미리 병뚜껑 하나를 넣어둘 만큼 디테일이 대단한 연기자였다. 자극적이지 않고 주장도 없는 역을 잘 소화해냈고 마지막 딱 한번 오열이 함께 울게 했다. 영화는 “덜 말하는 방식으로 더 말하는” 안미옥의 시처럼 그렇게 전개되고 그렇게 끝을 맺는다. 우리 국민 가운데 세월호 참사에서 무고한 외부자는 단 명도 없다. 참사를 실시간으로 목격했으며, 다함께 발을 동동 굴렸고 다함께 울었고 다 같이 분노했다. 우리 모두의 트라우마인 참사 이후 5년이 흘렀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한다면 “이젠 마 됐다“ ”그마 해라!“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질의에 반드시 응답해야한다. 그때까지 눈물과 분노는 마르지 않을 것이다.

DGB금융그룹, 2019 경영진 워크숍 안동 개최

DGB금융그룹(은행장 김태오)은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안동지역에서 김태오 회장을 비롯해 DGB대구은행, DGB생명, DGB자산운용 등 계열사 경영진과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DGB금융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개최했다.

독자기고…교통사고 예방의 시작은 방향지시등 켜기

교통사고 예방의 시작은 방향지시등 켜기이동식청송경찰서 부동파출소장하인리히 법칙은 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는 법칙이다.큰 재해와 작은 재해,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점에서 ‘1:29:300 법칙’으로 부르기도 한다.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를 내버려 둘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으로 각종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념이다,이같은 법칙이 존재함에도 운전자들이 사소하게 여겨지는 법규 중 한 가지가 방향지시등 점등이다.방향지시등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좌회전이나 우회전할 때 반드시 켜야 하며, 심지어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라도 좌회전할 때는 왼쪽, 우회전할 때는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또한 차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고 진로를 변경해야 하는데 켜지 않고 무리하게 진로 변경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운전자 간 시비가 발생하기도 한다.국민신문고 등 경찰관서에 신고 된 보복운전의 가장 큰 원인은 신호위반이나 과속운전이 아닌, 사소한 법규위반에서부터 시작된다.운전자들이 가볍게 생각하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진로변경을 한 경우다.교통안전공단에서 발표한 ‘2018년 교통문화지수’에서 경북은 17개 시・도 중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운전행태 영역 중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전국 평균 점등률(71.51%)에 크게 못 미치는 65.31%로 꼴찌 울산광역시에 앞선 16위로 심각한 수준이다.방향지시등 사용은 나와 상대방의 안전을 지켜주는 가장 손쉬운 안전운전이며, 양보와 배려운전이자 대형사고 예방의 시작이므로 모든 운전자는 진로 변경할 때 반드시 방향지시등 켜기를 준수해야 한다.이동식 경감(청송서 부동파출소장)이동식 경감(청송경찰서 부동파출소장)

경제칼럼

소금에 숨은 경제이야기박정호KDI 전문연구원소금의 중요성과 가치는 성경 구절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된다. 마태복음 5장13절에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소금을 가장 가치 있는 대상을 비유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소금이 이처럼 중요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금은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소금은 원래 바다에서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 지역에서도 소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이들 지역이 한때는 바다였던 지층이 융기하여 내륙에 자리 잡은 곳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는 이들 소금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가 형성되었고, 초기 도시 역시 소금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사실 인류보다 먼저 소금을 찾아 헤맨 것은 여타 포유동물이었다. 그리고 선사시대 야생 포유동물들이 필요한 염분을 얻기 위해 산 속 암염 지대로 이동하면서 ‘오솔길’이 형성되었다. 인류가 사냥에 의존해 살아가던 시절에는 굳이 염분을 얻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치 않았다. 사냥감 속에 축적된 염분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염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석기 들어 농업을 시작하고, 이로 인해 주식이 곡물 위주로 바뀌면서 소금을 보충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해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식물 속에 함유된 칼륨 섭취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소금 섭취가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신석기 들어 우리 인류 역시 여타 포유동물들을 따라 소금 오솔길을 오가면서 필요한 염분을 보충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인 오솔길들이 소금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인류의 초기 정착지 역시 소금을 구하기 쉬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곳이 대부분이다. 암염 지대의 경우 암염에 물을 붓고 소금이 녹은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채취할 수 있기에 초기 정착지로 선호되었다. 바다가 융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짠물호수 인근 지역 역시 소금을 채취하기 용이하였기 때문에 정착지로 선호된 지역이다. 바닷가 역시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소금을 채취하기 쉽기 때문에 대표적인 선호 지역 중 하나이다.이 밖에 산간에 사는 수렵인이나 소금 산지와 먼 곳에 정착한 농민들의 경우, 그들이 잡은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교환하기 위하여 소금 산지에 모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역로와 중심지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독일 지명 주에는 할(Hal) 또는 할레(Halle)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소금을 의미한다. 영어권에서도 드로이트위치(Droitwich), 낸트위치(Nantwich))등 위치(wich)로 끝나는 지역 이름은 한때 소금의 원천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에서도 확인되듯이 소금 산지는 대표적인 우리 인류의 정착지 중 하나였다.소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대표적인 교역품으로 이어져 대륙 간의 교역로를 만들어낸다. 모로코는 육로를 통해 인근 아프리카 국가와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게 소금을 유통하였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는 해상로를 통해 소금을 유통하였다. 베니스는 아시아에서 들여온 향신료를 팔아 콘스탄티노플의 소금을 구하는데 거의 대부분을 소비한 기록도 있다.위정자 입장에서도 소금은 유용한 통치수단 중 하나였다. 국민 한 사람당 정해진 가격에 따라 일정기간마다 최소량의 소금을 사도록 강제한 소금세를 활용해 통치자금을 마련한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소금이 풍부한 지역을 국유화하여 전매제도를 시행한 국가들도 많다.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가벨이다. 이 제도는 여덟 살이 넘는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정해진 가격에 따라 매주 최소량의 소금을 사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영국같은 경우 국가 재정난을 벗어나기 위해 소금세를 1694년 도입했다. 그 덕분에 1697년 잉글랜드 은행은 재정곤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국은 유럽에 비해 일찍부터 소금 전매제를 실시하였다. 이미 춘추전국시대 제나라는 소금을 전매하면서 강성하였다. 소금 전매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소금을 생산한 뒤 비싼 가격에 판매하여 국가 수입에 상당분을 차지하였다.반대로 여러 왕조를 위협했던 세력 또한 소금을 기반으로 성장한 세력들이 많다. 당왕조는 황소의 난을 계기로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반란을 지도했던 왕선지와 황소 역시 소금 밀매업자 출신이었다. 오대전촉의 왕건, 후량의 주전충 역시 염도 출신 천자였다.생존과 관련된 소금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캘리포니아 반도에 있는 멕시코 게레로네그는 천일염전 형태로 소금을 생산해 북미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서 천일염전으로 형성된 면적은 5만 헥타르로 서울시 면적과 맞먹는 정도이다.

아침논단

스몸비여, 이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이 상 섭객원논설위원전 경북도립대교수오래전 일이다. 1970년대 초쯤으로 기억되는 서울 용산역에는 유신헌법 반대시위로 강제 징집된 학생들로 붐볐다. 그날따라 날씨는 을씨년스러웠고 인솔헌병의 호루라기소리와 눈초리는 살벌했다.입영열차에 타기 전 사랑하는 자식과 연인들, 형제와의 날벼락 같은 이별에 흐느끼는 환송객, 암담한 조국의 현실과 분노에 고개 숙여 울먹이던 그들 앞에 당시 K대학 K총장이 나타났다.“사랑하는 제군여러분!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그래야 눈물이 덜 난다”며 울컥하자, 학생도 환송객도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 서슬이 하도 퍼레서 할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어둡던 시절의 아픈 기억이다.그 시절은 그랬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본의든 타의든 고개 숙임은 긍정보단 부정이 더 많다.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교양과 인품 있는 사람을 칭하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는 말도 겸손을 뜻하는 긍정의 숙임이다.반면에 잘못을 저질러 사죄나 어려움을 애원할 땐 당연히 고개를 숙인다. 인간구실을 제대로 못 해 용서를 빌 때도 그렇다. 많이 고맙고 미안할 때도, 참회의 눈물을 흘릴 때도, 검‧경 포토라인에 설 때도 고개를 숙인다. 이처럼 부정의 숙임이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다.그런데도 집만 나서면 온통 숙인 사람들뿐이다. 길을 걷는 사람도 버스와 지하철 안의 승객들도 ‘스마트폰과의 전쟁’이라도 치르는지 모두가 숙인 채 열심이다. 경로석도 점점 닮아간다. 가물에 콩 나듯 책보는 사람을 보면 마치 천연기념물처럼 보이고, 본지도 오래되었다.이처럼 스마트폰에 혼이 나가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사람을 좀비에 빗대 스몸비(smombie)족이니 저두족(低頭族)이라는 표현은 오래전의 이야기가 됐다.문제는 이로 인해 사망 등 대형사고의 급속한 증가다. 횡단보도와 운전 중이 가장 많고, 자전거와 오토바이, 경운기까지 ‘거리의 시한폭탄’이 된 지 이미 오래고, 나라마다 대책도 다양하다.미국 호놀룰루(15∼130달러)와 뉴저지(85달러), 중국 상하이(200위안)는 적발 시 벌금을, 워싱턴 DC, 충칭, 앤트워프(벨기에)는 전용도로를 쾰른(독일)은 보행노면에 신호등을, 런던은 가로등을 패딩으로 감싸 다치지 않게 했다지만 효과는 미지수다.중독자의 금단현상을 막기 위해 ‘대체형 스마트폰’에 ‘눈 안마기’까지 등장하였고, 영국과 네덜란드는 신입교원에게 ‘스마트폰 안전교육’을 강화해 학교초기교육에서 답을 찾고 있다.휴대폰 100%에 스마트 폰 95%의 보급률 세계 1위 국가가 우리다. 문명의 이기가 어느덧 흉기로 변한 듯, 남녀노소 장소불문하고 손쉬운 검색만 하므로 ‘정신적인 삶’이 망가져가고 있다. 생각과 말, 웃음과 예의를 잃어버린 ‘4실증(四失症)’이란 중병에 걸린 지 오래다.더 이상 스마폰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고개를 들고 사람과의 ‘눈 맞춤 대화’가 먼저고, 자가진단도 필요하다.스마트폰이 없으면 손 떨림과 불안감, 분실하면 친구를 잃은 슬픔, 하루 2시간(앱 30개)이상 사용, 급히 화장실 갈 때도 지참, 윗사람과 대화나 식사 중에도 울리면 달려간다. 이 중에서 4개 이상이면 중독이다. 편함만 추구해온 우리에게 준 소위 벌이며 다 자업자득인 셈이다.자가 예방법으로는 아날로그의 추억( 독서, 편지, 암산, 수첩메모 등)과 감성회복, 운전과 보행 중 사용도 메시지 즉답도 절대 안하기, 메신저 알림 끄기와 사용시간 정하기 등 철저한 자기노력과 스마트폰 쉼 센터(1599-0075)의 도움도 한 방법이다. 어쨌든 이대로는 안 된다.계속 숙이고 걸으면 처벌 외엔 방법이 없다. 이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야 한다. 그래야 삶이 보다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세상읽기

봉사는 나를 위한 것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프란지파니 꽃향내가 새벽을 연다. 쉼 없이 피어나는 꽃들은 자연의 무조건적인 선물이다, 이국땅 가로수 노란 꽃들이 추운 나라에서 온 객들에게 달콤함을 선사한다. 더운 나라 베트남 봉사의 날이 밝았다. 향기에 취해 거리로 나선다.이른 아침 도로에는 오토바이 행렬이 줄지어 내달리고 있다. 거대한 메뚜기 떼처럼 요란하다. 버스 사이를 누비는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곡예 운전을 하고 있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한 어머니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아무것도 잡지 않고서 옆으로 다가드는 오토바이에 수신호로 제지하고 있어 위험천만한 풍경에 식은땀이 날 정도다. 저렇게 달리다 급정거라도 하면 아이는 그만 공중으로 날아갈 터인데. 차를 타고 한 시간 가까이 달리니 우리가 진료할 장소인 화푸 보건소가 나왔다. 커다란 판초 장막으로 볕을 가린 대기소를 들어서자 열기가 전해온다. 이곳에서 마음을 담아 봉사를 하리라. 그러면서 많은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나눔 의료 봉사는 베트남 다낭을 방문해 의료 관련 다양한 상호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의료봉사활동을 전개한다. 메디시티 대구 봉사단은 2014년 네팔을 시작으로 2015년 베트남, 2016년 카자흐스탄, 2017년 키르기스스탄, 2018년 베트남 빈증성을 다녀왔고 올해 베트남 다낭 봉사를 하면 6년째이다. 대구시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 등 5개 단체 봉사회원 64명이 다낭에서 진료할 환자 수는 또 얼마나 많을까.진료를 시작하려는데 날씨는 아침부터 만만찮다. 더운 날임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올 때마다 더운 공기가 훅훅 몰려 들어오는 것 같다. 떨어지는 땀을 닦아가며 열심히 증상을 물어본다. 통역으로 나온 베트남 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노 따우 어 따우’라며 어디가 아픈지? 쉬지 않고 물어본다.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도와주기 위해 열심인 현지인인 그녀들 이마에도 땀이 맺혔다. 외국어과 중에서는 한국어과가 단연 인기가 높아 입시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심 흐뭇하였다. 진료 통역해주던 3학년 학생 ‘응웬 티에 쯔엉’은 ‘김혜지’라는 예쁜 한국이름을 스스로 지어서 부르고 있었다. 이름만큼 착하고 지혜로운 그녀는 내 옆에 딱 붙어서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물어준다. 하지만 의학용어를 잘 모르는지 아이들마다 ‘불면증‘이 있어서 왔다는 통역이다. 아마도 열이 나고 몸이 아프니 칭얼대고 선잠을 잔다는 의미이리라. 대충 참고로만 통역을 들으며 진찰 소견에 따라 약을 처방해주었다. 혹시 열이 더 오르면 내일 다시 오라고 이야기해주면서.평소 한국에 온 베트남 환자들의 진료를 잘해보려고 베트남어 공부를 하였지만, 현지에서 막상 진찰하려니 단어들이 잘 떠오르지 않아 난감하였다. 베트남 학생 혜지는 아픈 아이가 진찰을 잘 받도록 어르고 달래가며 협조하였다. 아이들도 눈망울을 초롱초롱 굴리며 잘 따라주어서 쉽게 진찰이라도 해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봉사 팀은 장비와 약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없어 처방하려니 아쉬운 것이 많았다.한 젊은 어머니는 품에 안고 온 아이를 내리더니 눈물부터 흘렸다. 놀라서 진찰해보니 온몸에 피멍이 들어있다. 혈우병이었다. 걷기 시작하면서 이곳저곳 부딪히다 보니 멍이 들어 등줄기에까지 불룩하게 솟아있다.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흐느끼고 있는 아기 어머니. 혈액응고 인자를 수혈해 주어야 하는데 병원에 갈 돈이 없다며 눈물 흘리는 그녀를 어찌 달래줄 수 있으랴. 우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다독이다가 나도 그만 목이 메어왔다. 한참 흐느끼던 어머니가 일어나더니 “깜· 언· 반”이라며 고개를 숙인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이 ‘고맙다’는 뜻이리라. 꼭 필요한 약이지만, 가져다줄 수 없는 현재의 나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베트남인들은 착하고 순박했다. 누군가 그랬다. ‘베트남 여행을 하고 돌아가면 한동안 ’베트남 앓이’를 할 것이라고.‘4월’의 가락이 바람을 타고 울린다,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너도 날아간다./산 그림자 짙은 이곳에 나는 떨고 있는데/ 봄비 내린다. 꽃잎 눕는다. 나도 젖는구나.//중략//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나도 날아간다.’물질의 풍요와 삶의 편리함이 내 몸을 한없이 귀하게 대접하는 오늘날, 귀생(貴生)이 오히려 화와 병이 될 수 있고, 내 몸을 적당히 고생시키는 섭생(攝生)이 건강한 생을 위해 이롭다고 한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봉사하는 삶으로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란다. 봉사는 바로 나를 위한 것일 터이니.

독자기고…국민 위한 수사구조개혁 필요

박수현 경산경찰서 수사과 경제3팀장 경감한동안 수사권 조정은 여러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였다.최근에는 여론도 잠잠해지고 버닝썬 사태 등으로 다소 주춤해진 듯하다.그렇지만, 지난달 18일 수사권 조정 여론조사에서 찬성 응답이 52.0%, 반대 응답은 28.1%로 국민 절반은 수사권 조정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전년과 비교하면 다소 하락하긴 하였으나 버닝썬 등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서도 위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검찰·경찰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는 수사, 기소권을 적절하게 분산해 권한 집중을 방지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수사, 기소, 재판의 분리를 통해 단계별로 오류를 걸러내는 사법심사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하지만, 우리의 사법제도는 그러하지 못하고 이 같은 구조하에서는 검찰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하다.‘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라는 말처럼 권력의 독점은 권한남용, 부패를 가져오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게 되면 경찰 수사의 책임성·전문성이 향상되고 검사 기소의 객관성·공정성이 높아져 인권이 보호되고, 불필요한 이중조사가 사라져 복잡한 수사절차가 간소화되어 국민편익이 향상된다.아울러 경찰과 검찰이 상호 감시, 견제하여 권한남용을 차단하게 되고 ‘제 식구 감싸기’ 등 검찰의 부당한 간섭에 따른 고질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몇 년 전부터 미세먼지가 한반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여러 대책에도 개선되지 않자 국민은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수사구조개혁도 마찬가지이다. 수년간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다수의 국민적 지지에 대해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변화가 필요하다.수사구조개혁은 경찰, 검찰,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을 위한 것이다.

세상읽기

봉사는 나를 위한 것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프란지파니 꽃향내가 새벽을 연다. 쉼 없이 피어나는 꽃들은 자연의 무조건적인 선물이다, 이국땅 가로수 노란 꽃들이 추운 나라에서 온 객들에게 달콤함을 선사한다. 더운 나라 베트남 봉사의 날이 밝았다. 향기에 취해 거리로 나선다. 이른 아침 도로에는 오토바이 행렬이 줄지어 내달리고 있다. 거대한 메뚜기 떼처럼 요란하다. 버스 사이를 누비는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곡예 운전을 하고 있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한 어머니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아무것도 잡지 않고서 옆으로 다가드는 오토바이에 수신호로 제지하고 있어 위험천만한 풍경에 식은땀이 날 정도다. 저렇게 달리다 급정거라도 하면 아이는 그만 공중으로 날아갈 터인데. 차를 타고 한 시간 가까이 달리니 우리가 진료할 장소인 화푸 보건소가 나왔다. 커다란 판초 장막으로 볕을 가린 대기소를 들어서자 열기가 전해온다. 이곳에서 마음을 담아 봉사를 하리라. 그러면서 많은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나눔 의료 봉사는 베트남 다낭을 방문해 의료 관련 다양한 상호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의료봉사활동을 전개한다. 메디시티 대구 봉사단은 2014년 네팔을 시작으로 2015년 베트남, 2016년 카자흐스탄, 2017년 키르기스스탄, 2018년 베트남 빈증성을 다녀왔고 올해 베트남 다낭 봉사를 하면 6년째이다. 대구시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 등 5개 단체 봉사회원 64명이 다낭에서 진료할 환자 수는 또 얼마나 많을까. 진료를 시작하려는데 날씨는 아침부터 만만찮다. 더운 날임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올 때마다 더운 공기가 훅훅 몰려 들어오는 것 같다. 떨어지는 땀을 닦아가며 열심히 증상을 물어본다. 통역으로 나온 베트남 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노 따우 어 따우’라며 어디가 아픈지? 쉬지 않고 물어본다.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도와주기 위해 열심인 현지인인 그녀들 이마에도 땀이 맺혔다. 외국어과 중에서는 한국어과가 단연 인기가 높아 입시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심 흐뭇하였다. 진료 통역해주던 3학년 학생 ‘응웬 티에 쯔엉’은 ‘김혜지’라는 예쁜 한국이름을 스스로 지어서 부르고 있었다. 이름만큼 착하고 지혜로운 그녀는 내 옆에 딱 붙어서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물어준다. 하지만 의학용어를 잘 모르는지 아이들마다 ‘불면증‘이 있어서 왔다는 통역이다. 아마도 열이 나고 몸이 아프니 칭얼대고 선잠을 잔다는 의미이리라. 대충 참고로만 통역을 들으며 진찰 소견에 따라 약을 처방해주었다. 혹시 열이 더 오르면 내일 다시 오라고 이야기해주면서. 평소 한국에 온 베트남 환자들의 진료를 잘해보려고 베트남어 공부를 하였지만, 현지에서 막상 진찰하려니 단어들이 잘 떠오르지 않아 난감하였다. 베트남 학생 혜지는 아픈 아이가 진찰을 잘 받도록 어르고 달래가며 협조하였다. 아이들도 눈망울을 초롱초롱 굴리며 잘 따라주어서 쉽게 진찰이라도 해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봉사 팀은 장비와 약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없어 처방하려니 아쉬운 것이 많았다.한 젊은 어머니는 품에 안고 온 아이를 내리더니 눈물부터 흘렸다. 놀라서 진찰해보니 온몸에 피멍이 들어있다. 혈우병이었다. 걷기 시작하면서 이곳저곳 부딪히다 보니 멍이 들어 등줄기에까지 불룩하게 솟아있다.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흐느끼고 있는 아기 어머니. 혈액응고 인자를 수혈해 주어야 하는데 병원에 갈 돈이 없다며 눈물 흘리는 그녀를 어찌 달래줄 수 있으랴. 우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다독이다가 나도 그만 목이 메어왔다. 한참 흐느끼던 어머니가 일어나더니 “깜· 언· 반”이라며 고개를 숙인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이 ‘고맙다’는 뜻이리라. 꼭 필요한 약이지만, 가져다줄 수 없는 현재의 나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베트남인들은 착하고 순박했다. 누군가 그랬다. ‘베트남 여행을 하고 돌아가면 한동안 ’베트남 앓이’를 할 것이라고. ‘4월’의 가락이 바람을 타고 울린다,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너도 날아간다./산 그림자 짙은 이곳에 나는 떨고 있는데/ 봄비 내린다. 꽃잎 눕는다. 나도 젖는구나.//중략//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나도 날아간다.’물질의 풍요와 삶의 편리함이 내 몸을 한없이 귀하게 대접하는 오늘날, 귀생(貴生)이 오히려 화와 병이 될 수 있고, 내 몸을 적당히 고생시키는 섭생(攝生)이 건강한 생을 위해 이롭다고 한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봉사하는 삶으로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란다. 봉사는 바로 나를 위한 것일 터이니.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가죽 가방/ 김해자

가죽 가방/ 김해자자궁을 들어냈다, 고 말하는 여자의 웃음에서 만져지는 비릿한 핏덩어리/ 슬픔은 이렇듯 형이하학적이다// 나이 먹을수록 여자의 복부는 부풀어갔다/ 봉분처럼 동그랗게 솟아오른 허리 아래, 여자는/ 뭐든 쑤셔넣기에 안성맞춤인 가방을 숨기고 다녔다/ (중랙)// 숨기기 좋은 질 좋은 가방 속에서 함부로 구겨넣은 비릿한 슬픔 때문에/ 종유석처럼 암 덩이가 자랐을 것이다 칸칸이 달린 지퍼를 열기라도 하면/ 꽁꽁 담아 둔 선사시대의 비릿한 시간들까지 줄줄 새어나오는/ 가죽 가방 속엔 태어나면서부터 환대 받지 못한 탄생의/ 울음소리와 다리 벌리고 하늘을 향해 치켜든 채/ 여자라는 동물만이 짓는 낙태라는 죄,/ 속에서 집어삼킨 슬픔이 숨어서/ 암각화를 완성해 갔다 (이하 생략)- 시집 『집에 가자』 (삶창, 2015)........................................................... 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산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몸은 자기만족과 함께 삶의 자신감을 가져다주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도 유리하다. 사실 취업과 승진도 잘되고 조건 좋은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메를로퐁티의 생각처럼 몸은 주체로서 그 사람 자신이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푸코가 몸과 권력의 관계를 섬세하게 분석해낸 이후 학문 연구의 중심은 정신이나 영혼에서 몸으로 옮겨졌고 특히 여성의 몸은 페미니즘 연구의 큰 관심사가 되었다. 여성들은 오랫동안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왜곡된 성문화와 가부장적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몸에 대한 자율성이 바로 여성들의 권리임을 알려왔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와 억압은 계속되었다. 여성들의 의식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남성들로 넘쳐난다. 여성의 몸은 남자들이 먼저 지켜야할 우주의 자산이다. 지금은 이런 식으로 지껄이면 귀싸대기 맞을 소리겠는데 예전엔 자리에 앉은 모양만 보아도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안다는 따위의 말도 공공연히 유통되면서 킥킥거렸다. 그동안 낙태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었듯이 여성의 몸은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전쟁터이다. 시에서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바처럼 자궁암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직 그 발생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시에서 열거한 모든 억압적이고 불순한 행위들이 작용했고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 다른 암도 마찬가지겠으나 스트레스와 피로가 자궁암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몸과 권력의 관계를 세밀히 논하는 것은 밀쳐두더라도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수많은 가부장적 폭력이 텅 빈 ‘가죽가방’으로 내몰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면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한때 타오르던 아궁이였던 그곳은’ ‘한때 차오르는 우물이었던 그곳은’ ‘한때 고귀한 탯줄로 연결된 생명이 자라던 그곳은’ ‘이제 텅 빈 가방’이 되어버렸다. 여성의 몸을 국가발전과 유지를 위한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국가의 인구정책에 따라 여성의 출산에 대한 선택권조차 존중받지 못했다. 여성의 몸과 삶에 일어나는 모든 결정권은 여성 자신에게 주어짐은 마땅하다. 그러나 낙태는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가치관으로 신중히 접근할 문제이며, 여성의 인권과 생명윤리의 담론 안에서 깊게 고민해야할 사안인 것이다.

‘원해연 나눠먹기’…또 하나의 TK 패싱

우려하던 또 하나의 TK(대구경북) 패싱이 현실로 나타났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추진해온 원자력해체연구소 유치가 부산-울산에 무게가 실린 2개 지역 분리 건설로 사실상 결정됐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수로 해체연구소는 경주에, 경수로 해체연구소는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접경지역에 걸쳐 설립한다는 것이다. 부산·울산지역의 사업비 규모는 2천400억 원인 데 반해 경주는 700억 원 규모로 알려져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경주에는 분원이 설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본부에서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울산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분리건설을 공식화한다.원전해체는 원전뿐만 아니라 기계, 로봇, 화학 등 종합엔지니어링 겸 융합산업이다. 일반 제조업에서부터 1차 금속, 정밀 과학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첨단산업을 망라하는 분야다.현재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 기반기술 가운데 17개만 국내에 확보돼 있다. 제염, 폐기물 처리, 환경복원 분야 등에 걸친 21개 기술은 미확보 상태다. 원해연은 관련 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함께 미확보 기술을 개발하면서 해체작업을 주도하게 된다.원전 1기를 해체하는데 드는 비용은 7천5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 원전 24기 중 중수로는 월성원전 4기뿐이다. 중수로 해체연구소의 미래 경제적 가치가 경수로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경북에는 국내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와 관련 시설들이 집중돼 있다. 특히 경주는 중수로 4기를 포함 6기의 원전과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중저준위 방폐장, 한수원 본사 등이 있을 뿐 아니라 해로, 육로 등의 접근성이 뛰어나 오래전부터 원해연 최적지로 평가받아 왔다.이번 정부의 원해연 입지분리 결정으로 경북도와 경주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주, 포항,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지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이번 입지결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리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경주와 경북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 등에 이어 원해연 입지에서 마저 소외됐다. 지역민들은 그간 국가 에너지산업에 기여해온 ‘공’에 대해 응분의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빼앗기는 TK 패싱이 더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