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상관없어요”…아들과 같은 대학 졸업한 엄마

아들과 같은 대학 졸업식장에 선 어머니가 화제다. 주인공은 올해 구미대학교를 졸업한 박은경(산업경영학과·46·김천시)씨. 지난 8일 구미대학교 산업경영학과 전공심화 과정을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박은경(46)씨. 같은 졸업식장에 서기로 했던 아들 김정곤(21)씨는 지난해 공군 부사관으로 조기 임관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아들 김정곤(헬기정비과·21)씨가 지난해 공군 부사관으로 조기 임관해 지난 8일 대학 졸업식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박씨는 이날 전공심화 전체 수석으로 재단 이사장상을 받았다.박씨가 대학에 입학한 건 마흔을 넘어서였다. 낮에는 대학생으로 저녁에는 학원 교사와 주부로, 젊은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바쁘게 살았다.아픈 친정아버지의 병간호까지 맡으며 하루 2~3시간을 자는 일도 많았지만, 학업의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박씨는 전공심화과정 야간반으로 3~4학년 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4년간 전 과목 A+라는 성적으로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또 자투리 시간을 모아 자산관리사, 전산회계 1급, 정보관리사 생산 1급 등 자격증도 땄다.아들은 2년 전 박 씨가 전공심화를 시작할 때, 구미대 헬기정비과에 입학했다. 박씨는 직업 군인이 꿈인 아들을 위해 전국 부사관 학과를 모두 조사·분석하고, 구미대 헬기정비과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박씨는 이달에 석사과정으로 금오공대 일반대학원 경영학과에 입학한다. ‘재능기부 단체를 운영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박씨는 “기회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나이가 많아 학업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해보면 인생의 선물과도 같은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친정엄마/ 고혜정

친정엄마/ 고혜정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자주 못 보여줘서 미안해/ 늘 내가 먼저 전화 끊어서 미안해/ 친정에 가서도 엄마랑 안 자고 남편이랑 자서 미안해/ 엄마의 허리 디스크를 보고만 있어서 미안해/ 괜찮다는 엄마 말 100퍼센트 믿어서 미안해/ 엄마한테 곱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잘나서 행복한 줄 알아서 미안해. - 에세이집 『친정엄마』 (함께, 2004).................................................................... 며느리들이 명절에 시어머니로부터 가장 듣기 좋은 말이 ‘어서 친정 가봐라!’인 반면,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벌써 가려고?’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도 몇 년 전까지였지 지금은 들어맞는 말이 아니다. 요즘 세상에 친정 가는 일로 시댁 눈치 살피는 며느리는 거의 없다. 명절날 가짜 깁스를 하고 시댁으로 오는 ‘야마리’ 까진 며느리도 있다지만 설거지 꺼리를 잔뜩 쌓아놓고 겉치레 말 한마디 없이 내뺄 궁리만 하지 않는다면 명절 당일이라도 친정 가야겠다고 하면 막을 시어머니는 없다. 하지만 고부 관계의 양상이 예전에 비해 엄청 변화했음에도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인 것만은 분명하다.‘봄볕엔 며느리를 밖에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년 내보낸다’는 말이 있고, ‘동지 팥죽그릇은 딸한테 설거지 시키고 대보름 찰밥그릇은 며느리한테 시킨다’는 옛말도 있는 걸 보면 아무리 딸처럼 엄마처럼 대한다 해도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에 대한 정서가 따로 작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점만 보면 여자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존재다. 딸, 며느리, 시누이, 올케, 친정엄마, 시어머니가 한 몸의 역할일 수 있겠는데, 이토록 상반되고 대립된 감정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가장 순연하고 뜨거운 사랑의 관계가 친정엄마와 딸의 사이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집간 딸에게 친정엄마만큼 애틋한 존재가 세상에 또 있을까?아낌없이 주고도 더 못 줘서 안달이고 한이다. 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이 친정엄마인데 딸은 가장 사랑하는 이가 엄마는 아니라며 미안해하는 연극 대사가 있다. 그 연극은 전라도 정읍 출신의 방송작가 고혜정의 에세이집 ‘친정엄마’가 원본이다. 이 책이 나온 뒤로 ‘친정엄마’는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져 큰 화제 몰이를 했다. ‘새끼 낳아서 키워봐. 그때 엄마 생각 날끼다.’ 이 말은 세상 모든 엄마가 세상의 모든 딸에게 하는 말이다. 때로 친정엄마 앞에서 딸은 버릇없고 고약하다. 하지만 딸과 친정엄마는 그저 마음으로 다 안다. 그리고 뒤돌아서 서로에게 미안해서 운다.“아, 우리 엄마도 나를 낳을 때 이렇게 고생했겠구나!” 그들이 공유하는 출산의 고통을 남자들은 알 턱이 없다. 딸들은 종종 ‘엄마 땜에 못살아’란 말을 입에 담고 살지만 늘 맘속으로는 ‘엄마 때문에 산다’는 부르짖음의 다름 아니다. 혹여 이번 설에 시어머니가 친정 갈 기회를 주지 않았거나 곧장 자식 챙기는 일로 찾아뵙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그저 “별일 없지? 이번에 못 가서 미안해, 다음 달 엄마 생일엔 꼭 갈게, 사랑해 엄마!” 그 정도면 다 되는 것이다. 엄마가 뿔이 날 일은 없다. 뿔의 싹도 나지 않으리라.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다문화세상-다문화의 굴레/ 한순희

한순희/수필가, 전 경주시의원 우리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홀로 서지 못해 외로운 것이다. 나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아보기 체험도 했고, 유럽에서도 한 달을 살아 보았다. 언제나 현지인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고, 놀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 동질감을 느껴보고 그들의 문화를 익혀보고 싶었다. 다양한 나라를 겪어보니 국적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친절했고, 언어만 통하면 아무렇지 않게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의사소통만 되면 세계 어디를 살아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체험을 하였고, 그래서 언어소통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 아이들이 말을 배우러 간 학교에서 거의 외국인으로 낙인찍히기 일쑤이며, 또한 그 고정관념에 의하여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정책들에 의해 다문화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리고 이방인 같은 특별 대우를 받게 된다. 부모가 모두 엄연히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이는 다문화 정책 시스템에 따라 지원받고 교육받는다. 또한 다문화 아이는 이 기관 저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정작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어느 교사의 하소연도 들었다. 특별한 대우로 인해 특별한 아이로 만들어지는 현실인 것이다. 다문화 청소년 정책에는 사회 계층적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문화 가족 자녀들이라고 해서 모두 가난하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며, 학교생활에 부적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다문화 아이는 언어 구사 능력에서 일반 한국 가정의 아동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더니 다문화 반에 넣어 따로 교육을 시키는 황당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고 시절에 내 짝지는 재일교포 여학생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부모 정도의 어눌한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췄었지만, 일 년 정도 지나니 한국말을 유창히 잘 말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3년을 더 공부하고 졸업해서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런 경험을 볼 때 다문화로 분리해서 바라보고 교육하는 것은 다문화인에게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제결혼이나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에 와서 정착한 이민자들을 다문화라는 굴레를 씌워 분리하지 말고, 우리 국민으로 대우하며 그에 맞는 대안과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이유다. 특히 다문화 자녀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우리와 똑같은 한국인으로 가르쳐야 한다. 다문화 부모 교육을 통해 조기교육을 한 다문화 아이 중에는 2~3개 언어를 구사하는 등 언어적 재능이 뛰어나 나중에 우리 사회를 이끌 인재가 될 아이도 많다. 좋은 교육방법을 정착시켜 다문화를 우리 미래 세대의 자산으로 부각시키면 좋을 것이다. 다문화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다. 다문화는 화약고가 아닌,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경주에는 다문화 방범대원들이 있다. 일반인과 어울려 저녁에 골목길을 순찰하며 치안 활동을 도와주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화 속의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계 시민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이자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감독기관과 관청에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만을 우리 사회에서 분리해서 교실에 따로 모아놓고 놀아주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다.다문화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교육적 보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도 같은 한국 사람으로 편견 없이 돌보아주고, 부득이하게 학습능력이 모자라면 보완해 주는 국민적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다문화의 재능과 끼가 우리의 문화로 받아들여질 때 세계 속의 한국문화도 빛이 날 것이다. 사랑은 감정이고 인생은 곱셈이다. 어떤 기회가 와도 내가 제로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문화라는 굴레에 갇혀 찾아온 기회인지도 모르고 시간을 허비해버리는 정책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새로운 보수' 기대와 멀어지는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둔 최근 자유한국당 모습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주는 수준을 넘기고 있다.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과 건강한 보수세력 재건을 위한 정책·노선에 대한 치열한 토론의 기회로 활용해도 모자랄 판에 당내 인사들의 망언과 자중지란에 어이없는 '박심' 논란까지 가세해 신뢰를 스스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이달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반쪽 전대'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11일 2·27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고, 하루 전에는 홍 전 대표를 포함한 6명의 당권 주자가 전대와 북·미 정상회담 시기가 겹치는 것을 이유로 일정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이대로라면 당권을 겨냥해 뛰어왔던 8명의 주자 중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당이 기대하던 컨벤션 효과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경기 진행 중 룰이나 일정변경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를 원만히 수습하지 못하는 당 지도부의 정치력도 실망스럽다.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일부 의원들의 공청회 '망언'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번 전대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당내 친박-비박 간 편가르기 논란이 불거지더니, 최근에는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박근혜 표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새누리당의 '진박 감별' 논쟁을 연상시키는 듯한 '박심' 논란이 제1야당 전대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되고 있는 상황은 당 내부와 일반 국민의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넓은 괴리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일이다.한국당은 자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사상 유례없는 탄핵을 당한 데 이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단 참패를 겪었다. 이후 내부에서 '당 해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의 근본적 혁신과 대대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러나 현재 전개되는 흐름은 탄핵 2년이 다 되도록 크게 변한 게 없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행여나 최근 경제지표 악화 등 정부·여당의 일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오른 지지율 상승 '착시'에 안주해 구태로 되돌아간다면 수권정당의 꿈은 영영 멀어질 뿐이다.한국당이 민심의 회초리에 지금이라도 자성하며 혁신하지 않는다면 지지자들의 인내도 한계에 직면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연합뉴스

응급의료체계 획기적 개선 시급하다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지난 10일 엄수됐다.2002년 국립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 열 때 응급의료 현장에 발을 디딘 그는 생전에 닥터 헬기(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 상황실 운영, 응급진료 정보망 구축, 환자 이송체계 정비 등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한 열정으로 그는 1주일에 5~6일을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4일 설 연휴 근무 중 자신의 사무실에서 과로로 돌연사한 그의 죽음을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가 추구해온 응급의료체계의 확립이 국민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전국의 응급의료체계는 대동소이하겠지만 대구·경북도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그간 우리의 응급의료체계는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질과 체계화에 대한 지적은 계속돼 왔다. 예전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연로한 부모나 어린 자식 등 아픈 가족을 데리고 응급실 문 앞에서 가슴 졸이며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또 응급실에 들어가서도 여러 환자 진료에 바쁜 의료진을 붙잡고 조금이라도 더 물어보기 위해 굽신거린 경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응급실 의료진들이 만성적 격무로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일방적 설명 이후 환자의 상태, 예후 등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물어보지 못하는 가족의 심경도 헤아려 줘야 한다.의료진 폭행 등 일부 환자 보호자들의 응급실 난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분초를 다투는 중증 환자들이 모여있는 응급실에서의 난동은 절대 안 된다. 그러나 열악한 응급실 진료 여건이 개선 안 되면 당장 눈앞의 상황만 보이는 보호자들의 일탈 행동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왜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전문가들은 현재 응급의료체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응급실 과밀화, 지역별 응급의료 인력·시설 격차 해소, 중증 환자 타 병원 이송체계 개선, 의료진 근무여건 개선 등을 꼽고 있다. 윤 센터장의 안타까운 순직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입을 모아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그의 순직을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획기적 개선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자. 윤 센터장과 같은 보이지 않는 영웅들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미비한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우리 지역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마음 놓고 진료받고 진료하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범어네거리-신뢰는 조직을 강하게 만든다

김창원/ 경제부장 논어 안연편에서 공자는 정치의 근본이 무엇이냐는 자공의 물음에 ‘믿음’이 그 근본이라고 답한다. 공자는 “정치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비를 충족하게 하고(足兵), 백성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民信)”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공은 “만약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 셋 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군대를 버려야 한다.”자공이 다시 물었다. “만약 둘 중에 또 하나를 또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버려야 한다. 사람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정치는 존재할 수가 없다.” 공자의 말은 신뢰가 없으면 백성도 정치도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늘날 정치인이나 CEO들이 애호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뜻이다.신뢰감의 상실은 모든 것을 어렵게 한다. 상인과 소비자가 서로 신뢰할 수 없다면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가 없고, 궁극에 가서는 생산과 소비 모든 것이 침체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사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감을 쌓아 가면, 그 기업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기업에서도 CEO와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지 않을 때, 성장 동력은 상실된다. DGB 대구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 대구·경북에서 수신율 36.2%, 여신율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에서는 수신율 47.4%, 여신율 28.6%를 차지할 만큼 지역민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 만큼 지역민이 대구은행에 거는 기대는 크다.DGB 금융그룹이 지난달 29일, 10개월째 공석이던 은행장에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함에 따라 내부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겸직으로 그동안 분분했던 이야기들은 물밑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평이다.DGB금융은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4월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를 결정했다. 전임 박인규 회장 겸 은행장 시절의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등이 권력 집중으로 발생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선임 원칙을 은행 이사회와 김 회장 스스로 깼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일단 대구은행은 리더십 공백을 메웠다. 은행 입장에서는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불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불은 여전히 내연해 있는 느낌이다. 형식을 갖췄다고 내용이 바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다산 정약용은 식(食), 군(軍), 신(信)의 상호 관계에 대해 말했다. 백성의 믿음은 먹을 것과 군대가 바탕이 되어야 생겨날 수 있고, 먹을 것과 군대를 버리고는 믿음이 있을 수 없으므로 이 셋은 서로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산은 백성이 윗사람을 믿는 마음이 없으면 군대가 있어도 환란을 막을 수 없고, 먹을 것이 있어도 백성이 즐기며 살 수 없다고 했다.상호 신뢰감을 상실한 조직은 구성원 간 사소한 이해 관계에 따라 갈기갈기 찢어지고, 위기 앞에 분열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태오 행장은 흐트러진 조직을 안정화하고 신뢰감 회복에 노력해야 한다.10개월간의 은행장 공백은 DGB금융그룹 전체의 경쟁력과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취임식에서 김 행장은 ‘권위의식을 버리고 직원과 소통하겠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 주인공은 바로 임직원 여러분’이라고 밝힌 만큼 조직의 신뢰 회복에 주안점을 둘 것이란 기대가 크다.다 같이 살아가는 길은 무너진 신뢰감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대구은행 이사회와 대구은행 제1 노조가 김 회장 행장 선임 결정에 손을 들어준 후 ‘조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밝힌 사실을 김 회장은 ‘무신불입’의 마음으로 되새겨야 한다.지역민들은 김 회장이 밝힌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과 내부 혁신 프로그램 운영을 눈여겨보고 있다. 신뢰감은 조직을 안정시키고 조직원의 사기를 높여주는 동시에 지역민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울릉군수, 환경운동 캠페인 동참

김병수 울릉군수가 6일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새마을부녀회 회원들과 함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김병수 울릉군수는 지난 6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소를 위해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 패스가 공동 기획한 환경운동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참여했다.이날 김 군수는 여객선 터미널에서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마시며 새마을부녀회와 함께 귀성객을 환송했다.김 군수는 전찬걸 울진군수의 지목을 받아 이번 캠페인에 참여했다. 참여 방법은 지목을 받은 지 48시간 이내에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사용한 사진을 개인 SNS(Social Network Services,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해시태그(#)를 달아 게시하고 다음 주자를 추천해야 한다.김 군수는 은수미 성남시장과 박우량 신안군수를 지목했다. 김 군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조그만 실천이 다음 세대에게도 청정 울릉군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ljh@idaegu.com

12일자 단체장 일정

배기철 동구청장△희망푸드박스 전달식=오후 2시 효목2동 행정복지센터 류한국 서구청장△확대간부회의=오전 9시 구청 3층 회의실 조재구 남구청장△‘톡! 투게더 함께해요 우리’ 사업설명회=오후 2시 구청 4층 회의실배광식 북구청장△칠성시장 새마을금고 정기총회=오후 2시 금고회의실김대권 수성구청장△민족통일수성구협의회 정기총회=오후 6시30분 대구시교통연수원이태훈 달서구청장△제260회 달서구의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오전 10시 달서구의회김문오 달성군수△모범선행군민 표창수여식=오후 4시 군청 상황실 ====================================================주낙영 경주시장△제239회 경주시의회 임시회=오전 10시 경주시의회 본회의장장세용 구미시장△민선7기 공약사업 시민평가단 회의 참석=12일 오후 1시30분, 구미시청 3층 상황실최기문 영천시장△농협중앙회 영천시지부 장학금 기탁= 오전 10시30분 영천시장실최영조 경산시장△경북도지사 경산시 현장 간담회=오후 2시 경산시청 대회의실김주수 의성군수△2019년 읍면방문간담회=오전 10시 의성읍사무소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청송 도천공방 여강연씨 성금 기탁

경북신체장애인복지회 청송군지부 부설 목공교육원 소속의 도천공방(진보면 신촌리)을 운영하는 여강연씨가 최근 이웃돕기 성금 200만 원을 청송군에 기탁했다. 청송에서 도천공방을 운영하는 여강연씨가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임경성 기자 ds5ykc@idaegu.com

벽산엔지니어링 선물세트 기탁

벽산엔지니어링(김동운 대표)은 최근 정신장애인 회원에게 전달해 달라며 생활용품 선물세트 52개(시가 100만 원 상당)를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운수대통/정명희

/정명희 설레는 날이라는 설날이 지났다. 한 살 더 먹었으니 왠지 달라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찬바람이 뺨에 닿아도 머지않아 봄이 찾아오리라 생각하니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타이어의 신선함을 마음으로 가늠하며 출근길에 오른다.설날 당직 근무를 서던 때가 떠오른다. 고향 앞으로 마음부터 달려가는 명절이지만, 누군가는 아파서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되지 않던가.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시민의 병원’인 공공병원인지라 명절 연휴에 문을 열기로 했다. 명절이면 환자들이 많이 찾게 되는 내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설날 당일 오후와 설 이튿날 오전 진료하기로 했다. 배탈과 열나는 환자들의 치료를 도와주기로 하다 보니 누가 근무할 것인가를 두고 상의해야 했다. 그 순간 문득 올해는 가장 오래 근무한 내가 자원해서 근무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일찍 차례를 올리고 식구들과 세배하고 나서 얼른 정리하고 나오면 되지 않으랴. 거의 평생 한 직장에서 근무하였던 선배였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인 듯 생각되기도 하였고 또 나를 찾아와 명절에도 집에 못 가고 누워있는 환자들에 대한 예의인 것도 같아 혼자 그리 마음먹었다. 그러자 후배 동료들은 왜 그리 사서 고생을 하려 하느냐. 반나절씩 나누어서 근무하면 좋지 않으냐. 여러 가지 안이 오갔지만, 이번만은 무조건 ‘근무하는 사람은 근무!, 쉬는 사람은 눈감고 푹~! 쉬기’로 하자고 우겼다. 설날 새벽,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며 명절 쇠러 오는 아이들의 도착이 지연되었다. 이제나저제나 하며 기다린 것이 새벽 4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 눈이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얼른 잠자리에 들도록 이것저것 챙겨주고는 잠깐 눈을 붙였다. 그런 후 아침 일찍 일어나 차례를 지내고 근무를 위해 얼른 나섰다. 차를 몰고 병원으로 오는 길이 왠지 자꾸만 울퉁불퉁해 보이는 것이 몸에 피곤이 쌓인 듯해 창문을 내리고 찬바람을 들이켰다. 초록으로 바뀌는 신호를 보며 차를 몰아 코너링하는 찰나, 쿵~! 바퀴가 도로의 턱에 닿는 것이 아닌가. 매일 같이 다니는 길을 급한 마음에 너무 붙여서 돌았던 모양이었다. 핸들을 빠르게 풀어 바로 하며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환자들이 몰려올 것 같은 마음에 살필 겨를도 없이 내려 가운을 입고 진료를 시작했다. 배 아픈 환자, 머리 아픈 아이, 구토 설사에 눈이 빠끔해진 이들을 진료하며 오후 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게 흘렀다. 마지막 환자를 보고 나서니 벌써 사위는 깜깜해져 있고 싸늘한 기운이 뺨을 때렸다. 집에 기다릴 나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차의 속도는 나지 않고 덜커덩덜커덩! 무언가 둔탁한 것이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차를 세워서 살펴야만 하는데 도로에는 명절이라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세울 수가 없다. 한참을 그런 모양새로 달려 한적한 곳에 세우고 내려서 보니 조수석 뒷바퀴 옆면이 찢어져 속이 보이고 완전히 짜부라져 있는 것이었다. 아뿔싸. 주차장에서 낌새를 알아차리고 확인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어쩌랴. 긴급출동서비스를 호출하여 상황을 설명하니 타이어 펑크가 심하게 난 상태라서 견인해야 하고 그것도 그냥 끌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차체를 통째로 차에 실어서 옮겨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날은 춥고 바람은 차고 인적은 드문 한적한 길가에서 커다란 트럭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오고 갔다. 좋게 생각해야지. 액땜이지 않으랴. 정월 초하루, 올해 모든 안 좋은 일은 이 한 가지로 모두 다 땜 하지 않겠는가. 설날, 남편은 근무하는 아내를 대신해 식구들을 데리고 성묘하러 갔다가 밀리는 길 위에서 집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달려와 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시시때때로 전화하여 위로의 말을 건넨다. 운! 수! 대! 통! 할 것이라고.커다란 트럭을 몰고 오신 견인차 기사분은 아침 차례만 지내고 나와서 종일 근무 중이라면서도 웃는 얼굴을 하고 계신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냐! 시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다가 하늘에서 부르면 가는 거죠! 라고 하신다. 어디로 가야 할까. 이 명절 휴일에 펑크를 때우는 곳이 있기나 할까? 싶었지만, 하루 24시간 365일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언제나 웃음으로 일하기에 ‘스마일’이라는 상호를 붙인 타이어 집. 부자(父子)가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한다는 그곳에서 도로의 턱에 걸려 찢어진 뒷바퀴뿐 아니라 이참에 네 바퀴를 완전 새것으로 다 교체해버렸다. 이때 아니면 언제 그분들께 웃음 짓게 할 수 있으랴 싶어서. 68만 원을 송금하며 그도 스마일, 나도 스마일, 우리 모두 스마일!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경북형 일자리’, 지역 경제회생 디딤돌 돼야

‘광주형 일자리’가 국가 경제 회생의 새로운 모델케이스가 되는 모양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지난 8일 “상반기에 잘하면 최소한 한두 곳은 ‘광주형 일자리’가 급물살을 탈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 수석은 “특히 구미·대구·군산이 구체적 계획을 가진 것 같다”고 구미와 대구를 콕 집어 말했다.‘광주형 일자리’는 그동안 노사 상생 모델이 될 수 있을지가 주목받아왔다. 그러다가 광주 현대차 공장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탄력을 받았다.정 수석의 발표로 대구시와 경북도는 고무된 모습이다. 경북도는 바로 화답했다. 경북도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경북형 일자리’ 모델을 전격 제안했다.경북도는 공장용지 10년간 무상 임대, 고용 목표 달성 시 1천억 원의 특별지원금 제공 등을 약속했다. 또 원만한 임금단체협상 진행과 노사갈등 및 급격한 임금상승을 차단하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지역 주요 대학에 반도체 학과를 개설해 SK하이닉스가 걱정하고 있는 전문 인력도 공급해 주겠다고 했다. 직원들의 이전비와 정책자금 지원, 고순도 용수 및 인프라 건설 등 가히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당근을 제시했다.거기다가 요즘 한참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대구시가 힘을 보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7일 “대구의 일자리 상황도 힘들지만 구미 경제가 되살아나야 대구의 일자리가 같이 늘 수 있다” 며 자칫 대구형 일자리 모델을 함께 추진할 경우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구미 유치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양보할 뜻을 시사했다.고무적인 현상이다. 구미와 대구가 함께 같은 형태의 일자리 사업을 추진할 경우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우는 범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경북도는 그동안 SK하이닉스의 구미유치에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SK 측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다. 어떻게든 수도권으로 갈 궁리만 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경북형 일자리’ 제안은 ‘먼 산불 보듯’해온 SK에 명분과 실리를 한꺼번에 안기는 기회가 됐다. 이렇게 하는데도 외면한다면 기업의 도리가 아니다.이제 경북형 일자리가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전기가 되고 ‘대구형 일자리’ 등으로 확산돼 지역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 될 수 있어야 한다.경북도는 SK 외에 삼성·LG그룹과도 ‘경북형 일자리’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북형 일자리’가 대기업이 대구·경북으로 되돌아오는 계기가 되고 지역경제 회생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권순진의 맛있는 시-입춘/ 서대선

입춘/ 서대선 찌르르/ 가슴에 젖이 돈다.//잠결에도// 입을 오물거리는/ 어린 생명 하나가슴에 안겨 오는/ 밝은 양지....... -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 (서정시학, 2014)............................................아직은 추위가 군데군데 머물러있으나 지난 설 하루 전날이 입춘이었다. 대지가 서서히 따스한 양의 기운으로 돌아섬을 알리는 절기이다. 절기는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인 황도(黃道)를 따라 15도씩 돌 때마다 황하 유역의 기상과 동식물의 변화 등을 나타내어 명칭을 붙인 것이라 한다. 옛사람들은 입춘에서 곡우 사이를 봄, 입하에서 대서 사이를 여름, 입추에서 상강 사이를 가을, 입동에서 대한 사이를 겨울이라 하여 사계절의 기본으로 삼았다. 이런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절기를 기준으로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을 감안해 농사를 지었다.가끔 지인이 써준 입춘첩을 고맙게 받기만 했지 실제로 붙이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올해는 누가 정성스럽게 써 보내준 입춘첩을 현관문에다 붙였다. 봄의 온기를 찍어 보내준 것 같아 ‘찌르르 가슴에 젖이 도는’ 기분이었다. 입춘첩에는 모든 절기의 출발점에서 한해의 무사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더불어 움츠렸던 겨울이 마감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자축하는 뜻이기도 하다. 삶은 생각하기에 따라 언제나 입춘이긴 하지만 어떤 계기를 기점으로 마음을 한번 돌려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지난 삶에 매달려 전전긍긍하기보다 오늘부터의 새 삶이 중요한 것이다. 나날이 좋은 날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의식을 바꾸고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사람은 그 순간부터 행복하리라. 이럴 땐 새해 새날이 그러하듯 얼마간 설레어도 무방하다. 지금껏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짐들을 내려놓으면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울 것이고 마음속 빙점 하에 웅크리고 있던 의기소침도 기지개를 켤 것이다. 겨울 나그네가 외투 깃을 세우고 서성거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봄이 시작되니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도 많이 생기리라.어딘가 녹지 않은 얼음과 한쪽에 개켜진 눈덩이들의 찌그러진 입자 사이에도 봄기운 머금은 햇빛이 시나브로 스며들고 있다. 숲속 어디에 슬어놓은 곤충의 알들이 꼼지락거릴 때, 자루에 담아두었던 마늘이 파란 싹을 틔우고 묻어둔 튤립 알뿌리도 꿈틀하는 것이다. 강둑 모과나무 가지 끝에는 연둣빛 잎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 산 능선으로 넘어오는 긴장 풀린 바람들이 세상의 모든 나뭇가지와 풀잎들을 조용히 흔들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생명 현상 가운데서 사람이라고 변화가 없으랴. ‘찌르르 가슴에 젖이 도는’ 경험을 가져보진 못했으나 입춘과 완전히 부응하는 맥락이다. 어미의 젖은 ‘어린 생명’의 기원이며 본향이 아닌가.김선우 시인도 “우물 속 어룽지는 별빛을 모아/ 치마폭에 감싸 안는 태몽의 한낮이면// 먼 들판 지천으로 퍼지는/ 애기똥풀 냄새”라며 ‘입춘’의 시를 노래했다. 나희덕 시인은 ‘어린 것’이란 시에서 “세상의 모든 어린 것들은/ 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고 했다. ‘가슴에 안겨 오는 밝은 양지’의 입춘 입질에 ‘입을 오물거리는 어린 생명 하나’로 인해 어미는 ‘젖이 도는’ 따스하고 촉촉한 상황을 수없이 맞이하리라. 오랜 세월 우리 몸 유전자 속에 존재했던 습성들.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대일광장---“이런 소통 어떻습니까”

3년여 전인 2015년 9월 하순 추석 전날이었다. 서울서 온 손님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인 대구 수성구 범어동 먹자골목의 한 산채식당(지금은 재개발로 이전)에 앉아 있었다. 오후 8시가 넘어 텅텅 비다시피한 식당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들어섰다. 그는 산채정식을 시켜 홀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항상 바쁘셔서 저녁 식사 시간이 늦어지신 것 같다”고 간단하게 인사를 한 기억이 난다. 시시콜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주말도 없이 온종일 사람을 만나다 모처럼 일정이 비어서 혼자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듯했다. 물론 수행원도 없었다. 초선 2년 차 시장 시절이었다.혼자 늦은 저녁을 먹는 시장의 모습은 우리네 일반 시민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어서 보기 좋았다. 시민이 뽑은 시장 옆자리에 앉아서 그가 청국장을 떠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다.---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권영진 시장자치단체장이 식당에서 주민과 꼭 같은 밥을 먹는 것을 보는 것도 하나의 소통이다.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연한 만남 자체가 소통이 될 수 있다.우리는 선거 때를 제외하면 자치단체장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만 만난다. 무엇보다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다. 진정성 있게 대화하고,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혀 신뢰를 얻는 데는 직접 만나는 것 이상 가는 것이 없다.모든 리더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자치단체장은 주민의 신뢰를 얻어야 행정이 힘을 받고 추진력이 생긴다.그러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이 일상 속에서 주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식당, 이발소(미장원), 목욕탕 등이 그런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광역시장,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자치단체장들이 자주 가는 업소를 굳이 공표할 필요는 없다. 혼자 몇 번 가다 보면 절로 소문이 나서 주민들이 알게 된다.식당에서는 되도록이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을 듯싶다. 술을 마시면 자리가 길어지고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밥만 먹으면 전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자기 밥값은 당연히 자기가 내야 한다.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는 인사만 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옆이나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면 금상첨화다.이권 청탁 등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진짜 로비는 그런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 낯선 사람과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런 문제 없다. 걱정 마시라.---함께 같은 음식 먹는 것 자체가 소통단체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나. 당연히 어쩔 수 없다. 약속을 하지 않았으니 안 오는 경우가 몇십 배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조우한다면 그 또한 유쾌하고 기분 좋은 일 아니겠는가,자신이 생각하는 행정의 문제점이나 개선책을 단체장에게 직접 전달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큰 소통이다. 그러한 시간은 단체장에게도 시간 낭비만은 아닐 것이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터넷 트윗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을 한다. 그것이 효율적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다. 그가 비난받는 것은 소통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일방적이고 편향적이기 때문이다.특정업소 돈벌이를 시켜준다는 구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그 정도 시도를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돈을 많이 들이고, 국내외 석학을 불러와 하는 거창한 회의, 세미나, 포럼만이 소통이 아니다. 함께 자리하는 것 자체가 소통이 아닌가.단체장의 행동반경을 공개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생기면 보완하고 시정하면 된다. 한번 시도해보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는가.단골 업소가 노출되면 하루 24시간을 잠시도 빤한 틈 없이 쓰는 단체장들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개되면 사생활이 없어 피곤할 것이다. 그러나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선거가 끝났다고 표를 준 주민과 만나지 않는 선출직은 초심을 잃은 단체장일 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만남이 있겠지만 선출직은 항상 주민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단골 식당 등에서 지역민과 만나는 단체장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유쾌하다.지국현 논설실장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경주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 사용 운동 확산

주낙영 경주시장이 7일 간부공무원들과 간담회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인증샷을 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7일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캠페인 동참을 알리는 인증샷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7일 이희진 영덕군수로부터 지명을 받고, 이날 시청 대외협력실에서 간부들과 함께한 간담회 자리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기념촬영을 했다. 다음 주자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을 지목했다.플라스틱프리챌린지는 제주도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패스가 공동으로 기획해 플라스틱과 일회용 컵 사용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활 속 작은 실천과 노력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일상생활 속 플라스틱과 일회용 컵 등 일회용품 줄이기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