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것 같아요”는 책임회피다

“~ 것 같아요”는 책임회피다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반포한 지 573돌이 되는 날이다. 매년 한글날을 전후해 각 기관단체 혹은 기업에서 ‘우리말 바로 쓰기’ 캠페인, 우리말 겨루기, 외국인 여행객 한글 이름 써주기 등의 관련 행사를 개최한다. 그나마 1년에 한번 정도이지만 이런 행사들이 바른 한글 사용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어 다행이다.필자는 한때 일간신문 교정기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편집국 각 부서에서 써낸 기사를 보면서 맞춤법에 맞게 오탈자를 잡아내는 것부터 잘못 쓰여진 단어, 문맥에 맞지 않는 표현을 걸러내 바로잡고, 기사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그 때 이후론 책을 봐도 오탈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내걸린 현수막의 오탈자만 눈에 확 들어오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을 겪고 있다.요즘은 TV 보는 것조차 신경 쓰인다. 올바르지 못한 표현들이 난무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다. 마이크를 갖다 대면 어른 아이 가리질 않고 이 말로 끝맺는다. 지난해 한글 창제 572돌을 맞아 개최한 어느 한글축제 현장에서 인터뷰에 응한 네 명의 대답을 보자.“문제가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한글날 쓰는 거라 더 남다른 것 같아요” “결혼하고는 손편지 처음인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도 교육적으로 좋은 것 같아요” “한글날을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사회자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한 네 명이 다섯 번이나 “~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말은 “문제가 조금 어려웠어요” “더 남달라요” “결혼하고는 손편지 쓰는 게 처음이에요” “교육적으로도 좋아요” “계기가 되었어요”로 바꿔 말하는 게 맞다.이름만 대면 아는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도 아무 거리낌 없이 이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행정용어 중에는 외래어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마 행정용어 중의 수많은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시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를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왜 이를 “행정용어 중에 외래어가 너무 많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말로 바꿔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하고 이야기하지 못할까?올바르지 않은 말의 남용은 어른 아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질 않는다. 특히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 같아요”를 쓰는지…. 이는 자신이 없는 말투다. 책임을 회피하는 말투다. 자신의 말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취지다. 곰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국물이 짜졌다. 종업원을 불러서는 “조금 짠 것 같아요. 국물 추가해 주세요”라고 한다. 소금을 많이 넣은 건 자기자신 아닌가. 당연히 “짠 것 같아요”가 아니라 “짜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뿐인가?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로 표현해야 할 말을 “재미있는 것 같아요”라고 얼버무린다.“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는 더욱 희한한 말이다. 자기 스타일을 자기가 정확하게 모른다는 말인가? 내 스타일이다, 아니다라는 명확한 말을 두고 자기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표현은 또 뭔가.“~ 같아요”와 함께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우리말의 문제 중의 하나가 사물에 대한 높임말이다. 수많은 문제제기에도 ‘같아요’처럼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도 카페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커피 두 잔에 총금액이 8천원 나오셨어요” 이라거나 “8천원이세요”라고 한다.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높임말을 쓸 요량으로 하는 말인데 결과적으로 사람이 아닌 사물을 높여 말한다.문제는 카페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젊은 종업원들이 잘못된 표현인지도 모르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에 대한 친절만을 강조하다보니 생기는 잘못된 존칭인데도 말이다.이처럼 지금은 국적 불명의 신조어와 줄임말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전 연령대에서 무의식적으로 남용하고 있는 “~ 것 같아요”라는 말이나 젊은층에서 당연한 듯 말하는 사물존칭은 굳어지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반복해서 듣다보면 처음에 느꼈던 어색함마저 익숙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글날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말의 적절한 사용에 관한 캠페인이라도 벌여보자.

잇단 태풍, 피해 복구 및 예방에 만전을

태풍 ‘미탁’으로 경북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또다시 태풍이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지역민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경로가 유동적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경우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태풍 미탁은 경북도내 곳곳에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냈다. 도로 곳곳이 침수됐으며 열차 탈선, 산사태, 농작물 침수 피해도 컸다. 특히 울진과 영덕,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지역의 피해가 컸으며 내륙인 성주에도 침수 피해가 컸다.이번 태풍으로 경북은 사망 6명, 실종 2명, 부상 3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농작물 852.9ha가 침수되고 비닐하우스 2천여 동이 파괴됐으며 주택 726동이 침수 및 파손됐다. 도로 37곳, 하천시설 10곳이 피해를 입었다.경북도는 지난 4일 정부에 울진·영덕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정부는 조만간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동해안을 제외하면 가장 피해가 큰 성주군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가능성이 높다.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응급 대책뿐 아니라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계안정을 위한 지원과 국세 및 지방세 감면, 보험료와 통신요금 경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경북도는 이번 태풍 피해와 관련, 응급복구와 피해자 조기 생활 안정을 위해 재난지원금 50억 원을 시·군에 지원하고 신속한 피해 조사에 나섰다.피해 지역에는 각종 장비 및 주민 생활용품 등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가옥 침수로 당장 거처가 불편한 주민들에 대한 임시 주거 공간 마련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태풍은 지진과 함께 자연재해 중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다. 태풍에 대비책이 필요한 이유다. 경북도와 각 지자체는 제방 유실과 산사태, 축대 등 위험한 곳은 미리 점검하고 방호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민이 수로를 점검하다가 주로 발생하는 인명 피해도 줄여야 한다.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모두 7개다. 역대 가장 많았던 지난 1959년과 같다. 이런 마당에 지난 6일 발생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한반도로 접근 중이다. 하기비스는 올해 발생한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고 한다. 예상 진로는 불투명하지만 혹여 한반도를 지나게 되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이번 태풍으로 영덕 강구시장은 지난해 태풍 ‘콩레이’에 이어 또다시 침수 피해를 당했다. 경북도는 복구와 함께 피해 원인을 찾아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른 피해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북도와 각 지자체는 피해 지역의 빠른 복구를 위해 전력을 쏟길 바란다.

김삿갓 축제와 오백나한(五百羅漢)전시회

김삿갓 축제와 오백나한(五百羅漢)전시회류시호시인 수필가 여러해 전, 삿갓을 쓴다고 김립이라 부르는 조선 후기 방랑시인 난고 김병연 선생의 시대정신과 문화예술혼을 추모하는 강원도 ‘영월 김삿갓 문화제’에 초대받아 간적이 있다.김삿갓 문학관에서 김삿갓 생가터까지 걸으면서, 난고 시인의 풍자와 해학을 생각했다. 그래서 시향(詩香)이 어우러진 산길 숲속에서 시심(詩心)을 살려 시 한편을 쓴 적이 있다.그런데 생가터 가는 길목에 전국의 시인들이 쓴 감성의 시들을 전시하여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이 시들은 김삿갓 시인이 살던 계곡 이름을 붙여 ‘노루목에 부는 바람’이라는 문집을 만들었는데, 필자도 김삿갓 문화제에 어울리는 시 한편을 제출하여 축제의 일원이 되었다.이곳에는 김삿갓 묘와 생가를 비롯해 시비와 문학관이 있고, 문학관 내에는 김삿갓의 친필과 장원급제 시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해학과 풍류를 엿볼 수 있다. 김립시집을 편찬한 이응수씨는 미국의 시인 휘트먼과 일본의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와 함께 19세기 ‘세계시단의 3대 혁명가’로 높이 평가 했다. 그래서 문학의 지식인들은 난고 시인을 ‘한국의 셰익스피어’라고 존경한다. 최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羅漢)’ 전시를 보았는데, 18년 전 강원도 영월군 야산에서 발굴된 나한상 317점 중 일부였다. 그동안 영월은 김삿갓 문화재와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만 생각하다가 오백나한을 알게 되었다.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불·보살에 버금가는 신성함을 지닌 존재라고 한다. 나한상은 대부분 석가모니의 제자들로 성자의 모습과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간적인 면도 표현된다. 특히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에는 성(聖)과 속(俗)이 공존하는 친근한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난다.이 나한상들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드러내며, 따뜻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순박한 표정과 투박스럽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기쁨에 찬 나한, 내면을 일깨우는 명상의 나한, 산과 바위, 동굴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수행하는 나한 등 구도자의 모습으로 구현하였다. 곁에 있던 학예사는 “나한은 수행으로 번뇌를 완전히 소멸시킨 사람이다.” 라고 하는데, 영월의 나한들은 돌에 새겨진 얼굴들이 하나같이 고요하고 평안했다. 이 나한상은 6백여 년 전의 조각품으로 석공이 정성스럽게 정으로 쪼고 끌로 깎아 표정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오백나한은 석가모니 생존 시 500명의 제자나 석가의 열반 후 결집한 500명의 나한 등을 칭하는데 사용됨을 알 수 있다. 중국 푸젠성의 서풍암에는 오백나한원(五百羅漢院)이 있고, 저장성 서암사에는 철조(鐵造) 오백나한상이 봉안되어 있다.일본 도쿄의 라칸사(羅漢寺)와 교토의 다이도쿠사(大德寺) 및 도호쿠사(東福寺) 등지에 오백나한상이 봉안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영천 은해사 거조암에 석조(石造) 오백나한을 모신 법당이 있다.필자는 김삿갓 문학축제와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그리고 영월의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회를 통하여 또 다른 역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지성적 인간으로 가장 좋은 사상과 감정, 가치 있는 삶의 기록을 독자들에게 남겨야 한다. 한국의 셰익스피어 난고 시인의 행적과 오백나한들의 얼굴을 보면서 앞으로 문학인으로서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오백나한들의 표정과 김립 시인의 활동을 보면, 문학적인 삶과 나한들의 얼굴에서 잡념과 번뇌가 씻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강원도 영월은 감자, 옥수수, 송어 등과 맑고 푸른 동강의 아름다움이 있다. 가끔씩 역사여행을 통하여 생활의 변화를 주면 새로운 것도 발견하고 자신의 발전에도 좋다. 가슴이 답답할 때 훌훌 털고 강원도 영월에 가서, 역사의 현장과 문화 활동을 통하여 인문학의 즐거움을 느껴보자.

검찰이 더 문제다

검찰이 더 문제다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두달쯤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늘 있는 여야간 정쟁쯤으로 생각했다. 장관 후보들의 흔한 결함들, 그리고 야당의 도넘은 시비들 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조국후보가 장관직에 취임하든 중도에 낙마하든 큰 관심도 없었다.그런데 언제부턴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조국후보의 온갖 의혹을 다룬 언론 보도가 엄청난 분량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서다. 후보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와 딸과 아들 심지어 동생과 그의 이혼한 전처까지, 온 가족의 삶이 부정되고 매도되는 것을 보면서다.‘이건 과하다’는 생각을 갖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수부 검사 대거 투입, 70군데 압수수색, 당사자 조사는 생략된 채 늦은 밤 진행된 정경심교수 기소, 11시간 자택 압수수색 등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수사해야 할 의혹들이 여럿 있다고 해도 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무소불위’ 권력의 전형을 보는 듯 했다.‘왜 이런 거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윤석열총장이 처음부터 조국장관의 임명을 반대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대통령에게도 그 뜻을 전했다고 한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장관임명권을 무력화하는 수준까지 나아간 것이라면 문제다. 대통령이 조국교수를 장관후보로 지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이 그를 후보로 지명하고 난 뒤에는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시키기 위해, 청문회까지 마친 뒤에는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다음의 질문이 연이어 꼬리를 문다. ‘윤석열총장이 저렇게까지 조국장관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국장관과 그 가족의 흠결과 비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인가?’ 그런 것이라면 검찰의 수사는 정의구현을 위한 것으로 박수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조국장관이 강력한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인사였다는 사실이다. ‘혹시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검찰조직의 저항은 아닐까?’ 충분히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맥락과 상황이었다.혹여 그런 것이라면 그동안의 검찰 행동은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국민의 이익이 아닌 검찰조직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권력의 가장 나쁜 자세기도 하다.검찰의 권력 행사가 설령 과했다 하더라도, 검찰조직의 기득권이 아닌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것이었기를 지금도 바란다. 하지만 의문 하나는 여전히 남는다. 수사과정의 일탈이다. 검찰은 몇몇 언론에게 수사중 기밀사항들을 흘려 왔다. 확인없이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들도 문제지만, 검찰은 그런 무책임한 언론들을 적극 활용했다. 낙인효과를 기대하며 사회적으로 매장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수사기밀은 야당에게도 흘러 들어갔다. 늘 정부에 적대해 온 야당과도 공조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그렇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조국장관을 낙마시키려 한 검찰의 의도까지 의심받게 된 것이다. 과묵하게 수사에만 집중했다면 그런 오해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사회정의가 아닌 검찰조직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과잉수사로 오해받기에 충분한 정황인 것이다.조국장관과 그 가족들에게 흠결이 있고 그들로 인해 공정사회를 바라 온 청년세대의 실망이 컸다 하더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고, 야당과 언론까지 활용하면서 사실상 정치행위를 해온 것이라면, 그런 검찰이야말로 정의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더 큰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문득 노무현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 장면이 생각난다.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 노무현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논두렁시계 사건’도 떠오른다. 망신주기의 전형이었다. 우병우와 김학의도 스쳐 지나간다. 도넘은 제식구 감싸기였다.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문제는 촛불정부가 탄생한 뒤에도 여전하다는 사실이다.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여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중요한 국가 과제로 부상했다.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절제와 공정이다. 검찰제도 개혁의 중요한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사실은, 정부 수립 후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극명하게 확인되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의롭고 겸손한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이기를 기대해 본다.

가을, 지리산, 인연에 대하여 한 말씀

가을, 지리산, 인연에 대하여 한 말씀/ 박남준저기 저 숲을 타고 스며드는/ 갓 구운 햇살을 고요히 바라보는 것/ 노을처럼 번져오는 구름바다에 몸을 싣고/ 옷소매를 날개 펼쳐 기엄둥실 노 저어 가보는 것/ 흰 구절초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김치 김치 사진 찍고 있는 것/ 그리하여 물봉숭아 꽃씨가 간지럼밥을 끝내 참지 못하고/ 까르르르 세상을 향해 웃음보를 터뜨리는 것/ 바람은 춤추고 우주는 반짝인다/ 지금 여기 당신과 나/ 마주 앉아 눈동자에 눈부처를 새기는 것/ 비로소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연은 그런 것이다/ 나무들이 초록의 몸속에서/ 붉고 노란 물레의 실을 이윽고 뽑아내는 것/ 뚜벅뚜벅 그 잎새들 내 안에 들어와/ 꾹꾹 손도장을 눌러주는 것이다/ 아니다 다 쓸데없는 말이다/ 한마디로 인연이란 만나는 일이다/ 기쁨과 고통,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물들어간다는 뜻이다-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실천문학사, 2010)...................................................... ‘흰 구절초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김치김치 사진 찍고 있는’ 언덕 빼기마다 ‘바람은 춤추고 우주는 반짝인다.’ 정읍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구절초 축제’가 한창이다. 구절초는 이 계절 우리 산하 모든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구절초를 다른 꽃과 변별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안도현의 ‘무식한 놈’이란 시가 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길을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나도 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고 들을 때뿐이지 확실하게 가려내지 못했다. 안도현 시인도 그 후로 꽃과 나무의 이름에 대하여 무식하기 짝이 없는 자신과 완전하게 결별했다고 하였지만, 나는 여전히 ‘무식한 놈’을 면치 못하고 있어 쑥부쟁이와 구절초 정도는 가려낸다 해도 숱한 야생화의 이름들을 헷갈려한다. 구절초는 꽃대 하나에 하나의 꽃만 피우고 희거나 엷은 분홍색을 띄는데 비해, 쑥부쟁이는 길가 아무데나 볼 수 있고 향기가 별로 없는 연보라색 꽃이란 정도는 들어 알고 있으나 아직도 자신만만하지는 않다. 그 지경이다 보니 지금까지 꽃을 제재로 시를 쓴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감국 산국 벌개미취 개미취 등의 가을꽃들을 뭉뚱그려 ‘들국화’라고 흔히 부르는데 식물도감에는 들국화란 꽃은 존재하지 않는다. 깊게 따지지 않으면 모두 들에 피는 국화과의 꽃이어서 틀린 이름도 아니다. 높지 않은 산길에 그리고 호젓한 못 둑에 소박하고 수수하게 피어있는 가을꽃들은 모두가 그놈이 그놈 같다. 그 가운데 구절초는 좀 더 한갓진 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음력 9월9일(바로 어제)이면 아홉 마디가 되어 꽃을 채취한다 해서 구절초라 불렸고 바로 이 시기가 그 절정이라는 의미이다. 청초하게 피어있는 그 가녀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없던 감성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불현 듯 ‘까르르르 세상을 향해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하겠다. 자연히 시공을 거슬러 좁은 길로 들어서게 되면 ‘지금 여기 당신과 나, 마주 앉아 눈동자에 눈부처를 새기는 것’ ‘비로소 관계가 시작되는 것’ ‘인연은 그런 것이다’ 구절초는 흰 꽃잎이 신선보다 더 돋보인다 하여 ‘선모초’라고도 하는데, ‘기쁨과 고통, 모든 것을 받아들’여 ‘사랑으로 물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실에 눈 감으라는 사회

홍석봉 논설위원다시 광장이다. 진보와 여당이 광장에 뛰쳐나갔다. 보수와 야당도 뒤질세라 달려갔다. 모두 내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아예 듣지 않는다. 전부 내로남불이다. 진보가 불을 댕겼다. ‘울고 싶던 차에 뺨 때리는 격’이 됐다. 촛불에 주눅 들고 민주화란 단어에 기 꺾였던 보수가 이제 한판 붙어보자며 거리로 나섰다.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봤다. 386과 운동권의 허상을 확인했다. 그동안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진보의 면모도 확인했다. 사회의 양심이라 불리던 지도층 인사들의 서글픈 위상을 목도했다. 우리는 절망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조국 사태의 본질은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한 위선과 파렴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폭발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을 비호하고 있다. 대통령과 조국의 관계를 떠나 적폐 청산을 내세운 현 정권의 정당성까지 의심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일궈놓은 오늘의 우리나라를 부정하는 소위 사이비 진보 세력들때문에 말아먹게 생겼다. 사이비 진보는 자신들의 민주화운동 이력에 기대 입신양명과 치부에 성공했다. 현 정권의 핵심 인물 다수가 이 범주에 속한다. 탁월한 능력이 국민을 감탄케 한다.-위선과 파렴치에 대한 국민 분노 폭발문 대통령의 조국 편들기는 결국 검찰을 겁박하는 촛불시위까지 초래했다. 이는 보수의 대 집결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검찰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 개혁이라는 어젠다를 우리 사회에 던져 주었다. 결국 진보 지지층의 상당수가 돌아섰다. 이들은 진보도 보수도 못 미더워한다. 소위 중도 무당층이다.현 정부는 경제와 안보, 외교 실정으로 나라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만이 현정권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고 오로지 정권 유지의 방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지난 대선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한 연설이 화제다. ‘안의 예언’이란 제목의 유튜브에서 안 후보는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는 분열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가 되고,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과거로 되돌아가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반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사생결단하며 5년 내내 싸울 것”이라며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적폐로 돌리고, 국민을 적으로 삼고, 악으로 생각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계파 패권 세력은 줄 잘 서고, 말 잘 듣는 사람만 써 결국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된다”고 경고했다.소름 끼치도록 들어맞는 예언이다. 아마 진보 세력의 실체를 꿰뚫어 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분석이 아니었던가 싶다.문재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국민을 두 쪽내 서울 광장과 서초동의 거리 패싸움으로 내몰았다. 취임사에서 약속한 국민 통합과 공존은 간 데 없다. 국민들의 소리에는 귀를 막고 자기 편의 말만 듣는다. 우리 사회를 양 극단으로 갈라 놓은 현 상황은 조국 장관 임명에서 시작됐다. 안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다. 다른 말도 맞을까 걱정이다.-정의와 공정 무너져, 조국 사태의 끝은이제 진보 진영에서조차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록 간헐적이긴 하지만. 현 정권의 핵심 인사를 대거 배출한 참여연대에서 조국 장관 임명 등 참여연대의 사회 감시감독 기능 부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지식인 사회는 정의와 공정을 추구하고 부정과 불공정을 배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바로 선 사회, 바른 국가라고 할 수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현 정권 들어 정의와 공정은 실종됐고 반칙과 부정이 횡행하고 있다. 사회의 버팀목이 됐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도 말짱 헛것이 됐다. 진리와 도덕을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게 됐다. 상식은 무너졌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자식들에 너무 미안해서 광화문 나갑니다’ 라는 자칭 중 늙은이 아줌마의 글이 국민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악몽 같은 지난 몇 달, 이젠 끝내야 한다. 이게 부모의 마음이고, 국민의 마음이다. 조국 사태의 끝은 어디일까.

‘대구 국제학교’ 내국인 학생이 무려 74.5%

대구국제학교가 부유층 내국인 자녀를 위한 ‘황제교육 학교’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역 거주 외국인 자녀를 위한 학교가 설립 목적과 달리 극소수 지역민들을 위한 그들만의 특수교육 학교로 변질됐다는 것이다.대구국제학교의 내국인 비율은 무려 74.5%에 이른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 재학생 302명 중 225명이 내국인이다. ‘국제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이같은 사실은 박찬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학교 및 외국교육기관 관련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국내 42개 외국인학교와 교육기관의 평균 내국인 비율은 32.1%다. 대구국제학교의 비율은 전국 평균의 2.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현행 관련법에는 외국인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비율이 정원의 30%를 넘지 않도록 하되 20%의 범위 안에서 지자체의 교육규칙으로 입학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상당수 외국인학교가 정원을 확대 지정하는 방식 등의 편법을 통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외국인 입학 정원은 차지 않아도 과다 지정한 정원에 비례해 내국인 입학 인원을 늘려 뽑는다는 것이다.대구국제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유치원 2천50만 원, 초등학교 2천210만 원, 중학교 2천420만 원, 고등학교 2천840만 원 등이다. 웬만한 월급 생활자는 소득으로 자녀 학비도 댈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입학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화감을 줄 수밖에 없다.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 비율이 높을수록 수업료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비율 상위 5개 학교의 초교생 연간 수업료는 평균 2천550만 원으로 하위 5개 학교의 평균(250만 원)보다 10배 이상 많다.대구국제학교는 지난 2010년 동구 봉무동에서 문을 열었다.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따라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학교법인이 직접 설립해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학교다. 미국 메인주의 사립학교인 리 아카데미가 운영하고 있다.국제학교는 지역의 국제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인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반시설이다.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자녀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능력있는 외국인들이 오지 않는다.그러나 이러한 목적과 달리 내국인 금수저들을 위한 학교로 운영되면 교육격차와 교육불평등, 상대적 박탈감 등을 심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또 결국에는 지역의 국제화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국제학교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심과 지도감독이 절실하다.

아이젠하워 법칙

아이젠하워 법칙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태풍이 지나간 들녘에는 어느새 평화로운 풍경이 돌아왔다. 여기저기 알곡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나락 열매들을 보니 저것을 어찌하면 좋으랴 싶다.가을이 되자 문화행사가 풍성하다. 8월에 시작한 대구 오페라 축제가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이 있을 때, 가끔 의료지원을 나가게 되어 빼곡한 일정에서도 모처럼의 여유를 부리며 부담 없이 아름다운 공연과 고운 선율의 음악을 접하게 되어 더 의미 있는 가을이 된 것 같아 흐뭇하다.사노라면 누군들 바쁘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가정에 있는 이는 가정을 지키느라 늘 시간과 싸움이고 밀려드는 업무와의 씨름이지 않던가. 가을이 되어 써늘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대는 요즈음 같은 날이면, 뭔가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 마음으로 시작해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인다.오랜만에 대청소를 계획했다. 하나하나 끄집어내다가 금세 지치는 나에게 남편은 동영상 하나를 꼭 보고 다시 시작하자고 하였다. 아이젠하워 법칙이라는 영상이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재임 시절 사용했던 방법으로 무작정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먼저 네 가지로 분류한 다음에 처리했다. 그의 분류는 A. 긴급하면서도 중요한 일, B. 중요하지만 긴급하지는 않은 일, C. 긴급하지만 중요하지는 않은 일, D.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 4개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일 먼저 ‘긴급하면서도 중요한’ A를 처리했다. 긴급하긴 하지만 중요하지는 않은 C의 경우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위임했다.’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 D는 처리하지 않고 버렸다. 그는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인 B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이 일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긴급한 일(A)이 되고 말기에 아이젠하워는 B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B는 지금은 긴급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 허둥대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한 방법대로 일을 처리하면서 그는 많은 일을 하면서도 늘 마음의 여유를 찾아 즐겁게 일하였다고 한다.이 원칙이란 정말 어지럽고 복잡한 상태를 간단하게 정돈해 주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그의 책상 옆에는 4개의 서랍이 있었다고 한다. 모든 서류를 4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여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화면의 남자는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말을 인용했다. 소노 아야코는 “세상일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어서 한 가지라도 이뤄지면 좋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때를 위해 희망의 순서를 매겨둬야 한다.”는 구절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허둥지둥 일하느라 헉헉대던 주인공 남자도 “꼭 해야 하는 것, 시간이 급한 것부터 먼저 하고 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텐데.”라고 한다.꿈과 희망도 일단 순서를 정해 놓으면 좋지 않겠는가. 일이든 생각이든 한꺼번에 쏟아지면 병목처럼 꽉 막히는 현상이 생겨 통로가 막혀버리는 일도 있지 않은가. 일의 순서, 생각의 순서, 희망의 순서가 그래서 필요할 것 같다. 개인의 삶도 때로 병목현상이 생기는 일이 허다한데. 큰일을 도모하는 지도자들은 무슨 수로 하루하루 버텨낼까 싶다. 한꺼번에 이일 저일, 오만가지 다 챙기려다 보면 며칠을 버틸 수 있으랴 싶다. 미국의 대통령 아이젠하워도 예외 없이 이런 고민을 접했던 것일까. 그는 일하기 전 명상을 하고. 하루를 마칠 때 명상을 하며 하루를 돌아보았다고 하니 말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네 개의 서랍을 꼭 기억하고 일하면 좋으리라. 급하고 중요한 것, 중요하나 긴급하지는 않은 것, 긴급하나 중요하지는 않은 것,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것 네 가지로 나누어 서랍에 분류해두고 직접 할 것과 위임할 것을 나눠 일을 처리했다고 하지 않은가. 그가 많은 일을 하면서도 여유 있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아이젠하워의 법칙’ 덕분은 아닐까.아이젠하워 법칙에 의하면 일을 정리 정돈할 때는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처리하려는 마음이나 습관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분담하고 함께 일한다는 마음을 가지라는 조언 같다. 그의 법칙은 한마디로 무턱대고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요령 있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요청해 가면서 함께 하라는 의미이지 않겠는가.오늘 주변을 정리 정돈해가면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이 생겨나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에게도 아이젠하워 법칙의 긍정적인 효과가 이 가을에 불쑥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또 다른 생각

또 다른 생각/ 이수익뭉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 선창에서/ 기름때 묻은 배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조금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자, 자,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소리를 버럭 내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 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경계하고 저주하라, 그대/ 불행한 시인이여. - 시집『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시작, 2007)........................................................서로 주장이 달라 각을 세워 말다툼 하더라도 ‘이게 무슨 먹고 살 일이라고’ 그 생각이 파고들면 한 발 물러서기도 하고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자, 자,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그렇게 세상은 굴러가는 것이다. 세상에는 적당히 넘어가는 게 신상에 이로운 경우가 많고, ‘뭉개지는 것도 방법’인 일도 적지 않다. 더구나 너의 편안을 위해 나를 망가트려 각의 날을 지우는 것은 어쩌면 겸손, 유연, 양보, 비움 등등으로 요약되는 선한 덕목이기도 하다.‘선창에서 기름때 젖은 배들끼리 서로 부딪치듯,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더러 얼룩도 생기듯’ 다투다가도 네 숟가락 휘젓던 된장국물을 내가 후루룩 떠마시듯이 내가 먼저 ‘졌다 졌어!’ 두 손 들고 각을 허물어뜨리는 것도 파국을 피하는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이 시는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과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의 ‘또 다른 생각’에 주목하며, 그것에 더 후한 가치를 쳐주고 있다. 시인이란 족속은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구역을 만들어내는 일’‘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의 ‘매우 소중한 덕목’은 시인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타성에 쉬 물들지 않으며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경계하고 저주’한다. 그들은 대개 비주류며 집단추종을 거부한다. 묻고 따지지 않는다며 누구든 오케이라는 권유를 사양한다. 부조리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정의롭고 진실한 양심의 외침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들은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상황의 뚜렷한 인식이 부족할 경우에는 자칫 그 생각이 옹알이로 그치거나 악화에 의해 구축된 양화에 불과할 수도 있다.지금의 조국 사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 공정과 불공정이란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한다. 결자해지하라며 대통령에게 조국 장관의 해임을 요구한다. 검찰과 언론을 통해 유통된 정보들이 비대칭으로 부풀려지면서 사태를 확산시켰다든가, 처음부터 조국을 지렛대 삼아 정치적 생명력을 충전시켜보자는 일부 야당의 전략이 통했다는 사실 등을 간과한다면, 일견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이게 무슨 먹고 살 일이라고’ 서초동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우아한 지성보다 원시적 감각의 또 다른 우려가 있기 때문이리라.

쓰레기 산 대부분 눈속임 처리한 것 아닌가

온 나라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 당국과 지자체의 사전 예방적 행정은 간 곳 없고 불법 폐기물 등 뒤처리에만 급급하고 있다. 매번 ‘사후 약방문’식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한다.폐기물 수집 운반업체는 쓰레기 수집에만 혈안이고 처리는 시설 용량 부족으로 제때 진행되지 않다 보니 수집 업체마다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는 방치하고 있다. 수집 운반 업체는 시간이 지나 처리가 어렵게 되면 야반도주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환경당국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기피시설로 낙인이 찍힌 소각 및 매립시설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또 쓰레기 발생에 대한 환경 교육 및 홍보 강화 등을 통해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경 당국과 지자체는 폐기물 발생 억제 및 원활한 처리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행정을 펴야 폐기물 천지가 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환경 당국이 쓰레기를 쌓아놓고 있던 업체를 적발, 적절한 처리를 지시했지만 해당 업체가 다른 장소로 옮겨 쌓아 둔 사실이 적발되는 등 업체들의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지난 2일 환경부 국감에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북 포항의 한 폐기물 위탁처리 업체와 영천 폐기물 보관업체 처리 현장을 보니 폐기물이 산처럼 쌓였다”고 지적했다. 쓰레기 산이 장소만 옮긴 것이었다. 신 의원은 “이런 상황인데도 환경부에서는 누구 하나 점검을 안 했다. 세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라고 질책했다.환경부가 위탁업체에 맡긴 것을 ‘처리’한 것으로 국감 자료를 제출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연내 처리하라고 지시하니까 쓰레기를 다른 장소로 옮겨 놓은 채 방치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문재인 대통령은 의성쓰레기산 사태를 계기로 전국의 120만t에 이르는 불법 폐기물을 올해 안에 모두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연내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올 초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국내 처리 시설 용량과 업체의 처리 능력을 감안해 내놓은 방책이었다. 불법 폐기물은 연내 처리할 수 있지만 방치 폐기물은 어렵다고 본 것이다.환경부가 이미 ‘처리했다’고 밝힌 55만t을 맡긴 업체 170여 곳도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의심된다. 또 다른 곳으로 옮겨 방치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빠른 시일 내에 방치 쓰레기를 정상 처리하길 바란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임시방편의 눈속임 처리는 철저하게 추적해 조치해야 한다.

시월

시월/ 황동규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중략) /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석등(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중략)/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월간「현대문학」1958년 11월호....................................................... 이 시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즐거운 편지’와 함께 나이 스물 황동규 시인의 ‘현대문학’ 등단작이다.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이때 시인이란 꼭 시를 쓰지 않더라도 눈동자에 힘 빼고 하늘의 뭉게구름을 얼마간 바라본다든지 단풍이나 노란 은행잎, 또는 낙엽에 사유가 잠시 걸쳐있는 것만으로도 시인의 성정을 갖는다는 뜻이리라. 더불어 이 땅에 살다간 혹은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시인들이 남긴 가을의 절창 가운데 한두 편 되살려보려고 애쓴다면 우리 모두 이 가을에 시인이 되는데 부족함이 없으리. 그러는 동안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첫 소절이라도 문득 떠오른다면 그대에게 붙여진 시인의 칭호는 자랑스럽기도 하여라. 그래서 우리 모두는 가을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다. 물론 한 편의 시로 가을을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빛나는 가을의 시어들이 있기에 가을은 더 아름답고 눈물겨운 계절이다. 살면서 시인의 촉촉한 습성으로 가을을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히 시인이다. 하늘은 더 푸르러 보이고 산은 보다 확연해진다. 지긋지긋한 ‘조국’의 파장과 꼬리를 물고 뿅뿅 두더지처럼 솟아오르는 어이없는 뉴스들에서 벗어나 가까운 산에라도 한번 올라보자. 그 산의 물이 덜 든 단풍잎 하나 달려와 당신께 속삭이며 추파를 던지리라. ‘우리 활활 불 한번 질러보는 건 어떤가요?' 그럴 때 태풍이 몰아쳐 다 쓸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고약한 마음도 스르르 사라질 것이고, 광장에 모인 숫자에 국가의 명운이라도 걸린 듯, 멀쩡한 하늘에 태풍을 일으켜 나라를 뒤엎어보자는 심산 따위도 어느새 마음 안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시월의 강물’이 저토록 짙어지는데 공연히 국력이 낭비되고 사람들마다의 진을 빼며 에스컬레이터 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다. 비탈에서 간신히 버티던 욕망들도 이제는 속절없이 계곡으로 쏟아져 내려올 때다. 단풍 들고 이어서 낙엽이 계곡의 골들을 메우겠지만 그들은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으리라. 사람과 다람쥐에게 미처 눈에 띠지 않은 밤톨과 도토리들이 햇살에 말라가면서도 나무 하나씩을 살려낼 것이다.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에도 안토시안이 풍부한 잎들은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낼 것이리.

시민과 갈등빚는 시민단체

신승남사회2부구미시 국가산업단지 확장단지에 있는 공원 내 시설물 명칭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갈등의 당사자는 구미시와 시민단체, 시민단체와 시민이다. 시민과 시민단체가 갈등이라니.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여기서 시민은 확장단지 내 공원과 시설물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이다. 시민단체는 구미경실련과 참여연대,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등이다.문제의 발단은 최근 구미시가 확장단지 산동물빛공원 내 일부 시설물의 이름을 바꾸면서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독립운동가 등의 선양사업은 태생지 위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여기에 확장단지에 입주한 주민들이 공원 내 누각과 광장의 이름을 바꾸고 독립운동가 동상 건립 등에 반대하면서 기존 왕산루와 왕산광장의 이름을 산동루와 산동광장으로 변경했다.당초 한국수자원공사가 확장단지를 개발하면서 이곳에 입주할 주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근린공원을 조성했지만 지난해 구미경실련의 제안으로 왕산 허위선생을 기리는 공원처럼 변했다.이후 입주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뜬금없는 시설물 명칭에 발끈하고 나섰다. 확장단지 지역이 독립운동가인 왕산 허위선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은 물론 구미시가 한 시민단체의 요구만을 받아들여 입주민들이 없는 상태에서 공청회를 진행하고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주민 즉 시민들의 요구로 근린공원의 이름이 변경됐지만 이번엔 또 다른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설립된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참여연대가 이 공원의 시설물 이름을 기존 왕산루와 왕산광장으로 다시 고치고 독립운동에 앞장선 왕산 허위 가문의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계획대로 건립할 것을 구미시에 요구했다.이 단체는 확장단지와 산동지역 주민들이 이에 반발하자 산동이라는 지명이 일본강점기 때 지어진 이름이라며 주민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인근 마을인 장천면과 구미를 대표하는 선산읍 또한 일제때 붙여진 이름인 것을 감안하면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은 주민들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설득력이 없다.구미시와 시민단체, 시민과 시민단체가 갈등을 빚도록 단초를 제공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구미시의 행정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를 기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그의 태생지인 임은동에 그의 이름을 딴 기념관과 초등학교, 거리명이 있는데 단지 한 시민단체가 이를 제안했다고 해서 향후 발생할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구미시의 잘못이다.현 정부 들어 지방분권과 주민자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공원의 조성 목적과도 안 맞고 이용하는 주민들이 싫다는데 시민단체가 구태여 시설물 명칭을 주민들에게 강요하거나 고집할 이유가 없다.특히 구미시가 14인의 동상 등을 임은동 기념관 인근에 건립하고 각종 기념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시민과 각을 세우는 시민단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통과의례 거친 권력과 선출된 권력

통과의례 거친 권력과 선출된 권력검사들과 자주 상대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니 두렵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것 같다. 독선과 자존감으로 뭉친 집단이 검사들이라는 인상이었다. ‘청산도 잡아넣으면 죄가 있다’는 오만, 그리고 그런 인상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이런 브레이크 없는, 탱크 같은 집단의 코를 꿸 장사는 어디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언론을 무관의 제왕이라 하는지, 역할은 검찰권 감시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생각도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생존의 늪에 빠진 언론은 검찰을, 국가권력의 상징이면서 국가의 녹으로 존재하는 이율배반의 존재인 검찰을 견제할 능력이 없었다. 자정능력을 잃었으니 아예 자격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민들의 힘이 정부를 엎기도 하고 세우기도 하는 시대를 맞아 검찰권을 제어하고 감시하는 기능도 시민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는구나 싶다. 그것이 지금 검찰의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부름일 것이다.사법시험, 개천에서 용이 나던 왕년에는 고졸자나 대학 재학 중 합격해서 가문을 빛내고 일약 스타가 된 사례가 있었다. 지금은 로스쿨로 대체됐지만 그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통과한 좁은 문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쳐다보는 것조차 아득하다. 그래서 그들은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그들은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쳤잖아. 그들끼리의 카르텔이다. 그들은 특권을 기득권이라고 하지 않고 시험을 거쳐 당당히 입성했으니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들의 법률적 권리가 특권이 되는 것은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이다.이 철옹성 같은 검찰권을 깨부수고 특권의식을 없애겠다는 것이 검찰 개혁이다. 검찰 개혁 선봉에 선출된 권력이 나섰다. 그들은 말한다. 너희들 검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너무 비대해졌다. 이건 시대의 요청이지 결코 개인적 분풀이도, 시기심의 발로도 아니다. 검찰 스스로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그러고 보면 검찰 개혁이 고시로 입성한 권력과 선출된 권력의 승부 같다.그런데 하필 조국 장관만이 할 수 있는가. 왜 그만이 적임자인가. 그렇게 개인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간 조국이 그 일을 맡아야 하는가. 그 전에 수많은 법무부장관도 있었고 앞으로 수많은 법무부장관 후보자들이 그 일을 맡으면 안 되는가. 사실 검찰 개혁의 법률적 사항은 국회로 넘어가 있는 것 아닌가.조국 장관이 검찰 개혁 문제를 진두지휘하려면 먼저 자신을 발가벗고 가족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아이 입시문제를 챙기고 아내 펀드를 챙겨야겠다면, “조국 장관은 당장 내려오시오”.조선 성종때 젊은 유생 이목은 나라에 가뭄이 들자 “정승 윤필상을 솥에 삶아 죽이면 하늘이 감동해서 비를 내릴 것입니다”하고 상소했다. 윤필상이 길에서 이목을 만나 “젊은이는 꼭 이 늙은이의 고기맛을 봐야 하겠는가” 물었으나 이목은 외면했다고 실록은 기록했다. 이목보다 44살이나 많은 윤필상은 왕의 인척으로 여러 공을 세웠지만 시세에 부합하고 간사해서 젊은 신하들로부터 은근히 따돌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왕조시대에도 이런 직언을 했던 선비가 있었다.1988년 12월31일, 국회 광주특위에서 노무현 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이 명패를 팽개친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질의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변명조의 일장연설만 하다가 퇴장한 때문이었다. 증인의 열통 터지는 답변 태도에 그날 노무현 의원이 팽개친 것은 의원의 무력감이었다.미안하다, 모른다. 고민하겠다. 성찰하겠다고 말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없던 일이 되는가.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지금 조국 장관의 행태를 본다면 무엇을 집어 던졌을까. 그의 변명에 아무도 성찰할 짓을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이 왕조시대보다, 군사독재시대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가 속이 좁아서일 것이다.

가을 서리, 미리 대비하고 함께 공유해보세요

가을 서리, 미리 대비하고 함께 공유해보세요전준항대구지방기상청장 절기상 추분이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점점 줄어들고 밤이 길어지면서 아침, 저녁으로 긴 옷을 챙겨 입은 사람들이 거리에 눈에 띄게 늘었다. 느즈막히 찾아오는 가을 태풍들로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은 물론 동·식물도 저마다의 준비가 한창인 듯하다. 사람들은 추위에 대비해 두터운 옷을 미리미리 준비하는가 하면 따뜻한 음식과 차를 마시면서 환절기 건강관리에 여념이 없다. 벌레들은 흙으로 창을 만들고 둥지의 입구를 작게 만들어 추위를 대비하고 있다.이 시기 기상학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위험 현상으로 안개와 서리를 들 수 있겠다. 안개는 맑은 가을날 아침 출퇴근하는 도로 위 차량 안전의 위험요인으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서리는 어떤 위험성이 있을까? 먼저 서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서리는 기온이 0℃이하로 떨어져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표면 가까이 있는 지면이나 주변 물체에 부착된 얼음 결정을 말한다. 가을에는 한 낮에는 맑고 쾌청한 가을 날씨가 나타나지만,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져 수증기가 지표에 엉겨 서리가 내린다. 구름이 없고 바람이 없어야 지표면이 쉽게 냉각되어 물체 표면에 맺힌 물기가 얼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서리가 생길 때에는 식물의 잎 등의 세포 조직은 동결이나 저온으로 손상되며 농작물이 많은 피해를 받는다. 비교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찾아오는 첫서리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한다.서리는 어떤 기상현상보다도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배꽃이 서리를 만나면 배 농사는 끝이라고 하며, 채소가 서리를 맞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 놓은 듯 잎이 시들어 버린다고 한다.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무서리, 세게 내리는 서리를 된서리라고 하며,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은 무상(無霜)기간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무상기간이 농업의 중요한 인자가 되는 것이다. 서리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인도나 차도를 미끄럽게 만들어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차량의 경우 앞·뒷면 유리, 백미러 등에 서리가 내려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시야를 좁게 만들어 주행 중에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후진하다가 물체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교통안전을 저해하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대구·경북지역의 주요 첫서리 일자를 살펴보자. 첫서리는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서 처음에 내리는 서리를 말하는데 내륙지방에서 이르고 해안지방에서 늦으며, 보통 내륙 지방은 10월에 첫서리가 나타나며, 산간지대는 이르면 9월부터 발생한다. 대구·경북 유인관측지점(대구, 안동, 포항)의 첫서리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10년(2009년~2018년) 중 가장 이른 첫서리 일자가 안동이 10월12일로 가장 빨랐으며, 대구가 10월26일, 포항이 11월18일로 나타났다. 첫서리(계절관측)는 대구·경북지역에서 대구, 안동, 포항, 울릉도 4개 지역에서 관측하고 있지만 실제로 산간이나 북부내륙지역을 중심으로 좀 더 이르게 서리가 나타날 것이다. 최근에는 특이기상에 관해 기상청 ‘날씨제보 앱’을 통해 내 지역 서리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른 사람들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으니 활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대구지방기상청에서는 ‘나는야 우리동네 날씨특파원’이라는 주제로 관측 공백지역에 대한 신기한 날씨 현상을 찾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9월16일부터 12월15일까지 진행하며 서리뿐만 아니라 단풍, 우박, 무지개, 용오름, 채운 등 특이한 기상현상들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을 제보 받고 있다. 서리제보는 스마트 폰에서 ‘날씨제보 앱’을 설치 한 후 ‘날씨제보’ 콘텐츠를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다. GPS 기능 활성화를 통해 현재 위치와 날짜, 시각이 자동으로 입력되며 개인정보 및 제보내용에 대한 활용 동의 절차 후 전송하면 된다. 이벤트 참여자 중 최다제보자 및 우수제보자를 선정하여 상품도 지급한다고 하니 이벤트도 참여하고 내 고장 서리정보도 함께 공유해보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대통령 ‘대구공항’ 언급…의구심 해소 계기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이전대상지가 확정되는 대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구공항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처음이다.이에 따라 군위군 우보면과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등 2개 지역을 두고 최종 후보지 선정 주민투표를 앞둔 통합신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린 대구 공군기지를 방문해 기념식에 이은 다과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더불어민주당도 이 사업에 앞장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러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이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난제가 적지 않다.이미 확정된 김해신공항 건설의 재검증을 들고 나온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몽니가 가장 큰 장애요소다. 정부가 부울경의 억지 주장을 받아들여 현재 국무총리실에서 재검증이 진행되고 있다.총리실은 정책적 판단은 없다며 소음, 안전, 확장성 등 기술적인 부문으로 검증범위를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회 답변에서 ‘관문공항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여부를 검증 대상에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또 ‘기술적 검증’ 대신 ‘과학적 검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총리의 용어변경 등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이 와중에 경남도 서부 대개발 교수자문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대한민국 남중권 제2관문공항으로 사천시 서포면에 국제공항을 유치하는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세미나 한 발표자는 “동남권 신공항의 총리실 재검증도 결국 ‘정치공항’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며 “남부권 제2관문공항의 사천(경남 서부지역) 유치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이에 앞서 남해안 진주·여수 등 영호남 9개 시군은 남중권 관문공항 사천 유치를 의결하기도 했다. 우선 논의에 끼고 보자는 식으로 읽힌다. 총리실의 부적절한 재검증 수용 결정 탓이다. 부울경에서 시작한 지역 이기주의가 어디까지 번질지 걱정된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김해신공항 건설과 나란히 가는 국책사업이다. 만에 하나라도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가 합의한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고 가덕도신공항 쪽으로 방향이 바뀐다면 대구경북신공항은 아무 의미가 없다.모두가 우려하는 대로 지역의 관문공항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조그만 동네공항으로 위상이 추락할 것은 불문가지다.문 대통령의 이번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언급은 지역민들의 공항 이전과 관련한 여러 의구심을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총선을 앞둔 시점의 일회성 언급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정부 관계부처에서는 이미 결정된 원칙에 충실하면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