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고가 문제해결의 적이다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1961년 4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에서 망명한 1,400여 명을 훈련시켜 쿠바에 침투시켰다.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서였다. ‘피그스 만 침공 작전’이다. 미국 정부는 1960년부터 이 침공을 계획하고 자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소련의 훈련을 받고 무장한 쿠바군에게 격퇴됐다. 불과 사흘 만에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1,100여 명이 생포됐다. 카스트로 정부는 1961년 12월 몸값으로 5,300만 달러를 받은 뒤에야 당시 사로잡은 1,100여 명을 풀어줬다. 케네디는 미군이나 그 밖의 직접적인 개입을 부정했지만 이 사건으로 미국은 쿠바에서의 주권침해행위에 대한 비판을 받게 되었고, 쿠바와 미국 간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이 사건은 결국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왜 이런 무모한 작전이 진행되었을까. 더군다나 케네디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내려진 정부의 의사결정 아닌가.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집단사고’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버드대 출신 미국 최고의 엘리트가 모인 회의에서 내려진 결론이었다. 도저히 반대의견이 제시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때문에 그는 강력한 리더가 주도하는 집단이나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는 오히려 잘못된 결론을 내릴 확률이 크다고 주장했다. 1986년 발생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도 집단사고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당시 협력업체 기술자는 부품의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세계최고의 인재들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전문가들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 “소수의 의견일 뿐”이라며 무시해버렸다. 조직문화의 폐쇄성, 내부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태도가 사고를 유발한 것이다.어빙 재니스는 위의 두 사례처럼 의견 일치를 유도하는 경향이 지나쳐 비판적인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집단사고라고 정의했다.일단 집단사고가 형성되고 나면 비윤리적인 결정도 이 집단 내에서는 정당화된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을 감싸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날마다 쏟아지는 의혹에도 불구하면서다. 이미 집단사고가 형성되어 있는 듯 하다. 의혹이 크든 작든, 일어날 수 있는 일부 부작용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집단의 목표나 결과를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기부금 사용처 논란이 작은 일인가? 회계처리 부실은 또 어떤가? 비싸게 사서 싸게 매각한 쉼터 문제 역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사안마다 말을 바꾸고 있다. 어느 단체보다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게 시민단체이다. 몰랐다고 해서 넘어가거나 단순한 운영상의 미숙함으로 보기에는 너무 고의성이 의심되는 일들이다.사실 집단사고는 그 집단 구성원 다수 혹은 리더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내부적으로 얽힌 관계 혹은 그 동안 함께 해온 의리로 굳게 다져져 조직 밖의 사람들을 배척하게 된다. 어빙 재니스는 그가 펴낸 ‘집단사고의 희생자들’에서 집단의 강한 응집력과 강력한 지도자가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딱 맞는 말이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한 사람에 의존해온 시민단체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폐쇄적인 이런 조직 내에서는 개인으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행위들조차 죄책감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문제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집단사고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윤 당선인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이점을 간과하고 있어 안타깝다. 민주당은 의혹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윤 당선자를 옹호하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오히려 진상규명을 앞장서서 촉구하고 나서야 할 일이다. 자칫하면 정의기억연대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애써 온 30년 활동마저 위기에 처할 수 있어서다. 기부금 운용에 대한 문제 제기를 친일프레임에 가둘 수는 없다. 불투명한 회계는 잘잘못을 따져 바로잡으면 된다.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수십년 간의 이 단체 활동성과는 지켜내야 하지 않은가. 그 지름길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통합당과 5·18 악연 끊어내야

5·18과 보수 야당은 40년 세월만큼이나 질긴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 앙금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5·18 당시 군부 세력이 보수 야당의 한 갈래이기 때문이다. 5·18은 보수 야당에게는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광주는 기피 대상이었다. 광주도 보수 야당에겐 지금까지 등을 돌렸다.그런 광주가 미래통합당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5·18을 맞은 광주가 보수 야당인 미래 통합당을 반기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었다. 1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지도부가 방문했을 때의 거센 항의와 빈정거림과는 딴판이었다.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는 18일 광주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광주 시민들의 노골적인 거부와 반발은 없었다.통합당 지도부는 기념식 후 5·18 민주묘지에서 5·18 유족 3개 단체장과 대화를 나눴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5·18 당 소속 의원들의 폄훼 발언 등에 대해 사죄하고 진심으로 미안해 했다. 유족회 대표는 이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역사왜곡 방지법과 5·18 진상규명처벌법 개정 등을 건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개정안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이 같은 광주의 분위기 반전은 통합당 정치인들의 잇단 사과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왜곡하는 극우 보수층과 선을 긋는 모습 등 진정성이 광주시민들의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일 터이다.앞서 주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폄훼하거나 가볍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더 이상 정치쟁점화되거나 사회적 갈등과 반목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당 일각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당내에서는 이를 계기로 극우와 절연하고 5·18 관련 매듭을 완전히 풀어야 통합당이 ‘영남 자민련’으로 몰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5·18 폄훼 논란’에 끌려다녀야 하냐는 자각이다. 극우 유튜버 등 극우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에 대한 자성도 있었다. 통합당은 5·18의 꼬인 매듭을 풀지 않고서는 당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지난 총선 때 탄핵 문제는 유권자들이 정리해 주었다. 5·18 망언을 한 의원들도 모두 낙선했다. 하지만 5·18은 통합당에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고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다. 통합당이 영남당에 머물지 않으려면 총선 참패와 지도부 교체를 계기로 5.18에 대한 시각 재정립이 필요하다. 물론 당의 환골탈태가 전제돼야 한다.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이제 지루한 악연은 끝내자.

코로나19 위기에서 돋보인 건강보험

남광수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 수성지사장K-방역을 통한 코로나19 관리는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코로나19 대응을 바라보는 외신들은 한국 정부의 신속한 정책 결정과 적극적 대응, 선진 의료체계와 의료계의 헌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등을 코로나19 극복의 배경으로 손꼽았다.정부와 보건당국의 적극적 대응이 가능했던 바탕에는 누구나 병원비 걱정없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해외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는 검사대상이거나, 의료진이 검사를 권유한 경우 진단비 중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의심자에 대한 빠른 진단과 조기 치료가 가능했다.코로나19 환자의 치료비는 중증도 환자의 경우 1천만 원 수준인데 이를 건강보험공단에서 80%를 부담하고 국가에서 20%를 부담해서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은 0원이다.반면,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비는 평균 4천300만 원 수준으로 민간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이 금액을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에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환경과는 차이가 나고 있다.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전 국민을 가입 대상으로 하여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를 국민이 부담하고 있지만 높은 의료접근성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아플 때 병원에 가고, 필요하면 입원할 수 있는 높은 의료 접근성 덕분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민의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가능했던 것이다.이번 코로나19 대응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몇 가지 사례를 들면 첫째, 공단은 방역당국에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기저질환 여부를 제공하여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지원했다.둘째, 코로나19 감염증에 걸려도 진단검사비와 환자 치료비 전액을 국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가 있었다.셋째, 요양기관 수진자 자격확인 시스템을 통해 감염대상자의 정보를 환자 진료시 확인이 가능했다.넷째, 공단 인재개발원 전체를 대구지역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해 공단 소속 일산병원에서 파견한 의료진이 환자를 케어했으며, 생활치료센터 관리지원단을 별도로 구성해 대구·경북과 충북 지역에 설치돼 있는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지원했고, 고객센터 상담원 600여 명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걸려오는 코로나19 감염증 관련 62만여 건 상담을 지원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앞으로도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국민의 평생건강이 보장되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서 글로벌 건강보장 리더로 발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문향 만리…쇠뜨기

쇠뜨기 최화수꽃도 아닌 네가 열매도 아닌 네가/ 소수서원 바깥 뜰 돌확을 확, 점령해/ 여봐라! 주인 행세하네/ 이런 일은 처음이야뿌리 채 뽑혀나가 변방만 돌던 네가/ 쇠심줄 같은 근성으로 양반가를 움키다니/ 천지가 뒤집혔구나/ 참, 당차다 네 권속-『시조시학』(2019, 가을호) 최화수는 2011년《시조시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풀빛 엽서』『미완의 언약』과 동시조집 『파프리카 사우르스』와 시조선집 『바람을 땋다』(우리 시대 현대시조선 139, 고요아침) 등이 있다. 그는 시조로 등단하여 동시조집까지 출간하여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의욕을 보이면서 열정적으로 창작 활동 중이다. 다소 늦은 등단은 그에게는 조금의 장애요소도 되지 못한다. 미술을 전공한 시인으로서 작품마다 색채감각이 잘 배어 있어 읽는 맛을 더한다. 남다른 언어감각으로 정서적 파동을 이미지화하는데 솜씨를 보인다. 쇠뜨기는 양치식물들로 이루어진 속새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이다. 소가 잘 뜯어 먹어 쇠뜨기라고 부르며, 포자낭이 달리기 전의 어린 생식줄기를 뱀밥이라 한다. 땅위 줄기의 두 종류 중 하나는 포자를 만드는 생식줄기이며, 다른 하나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영양줄기다. 영양줄기는 마디마다 많은 가지들이 달려 마치 우산을 펴놓은 것처럼 보인다. 양지바른 풀밭이나 개울가에 흔히 자란다. 양치식물인 쇠뜨기는 종자식물과 달리 씨앗이 없고 대신 포자로 번식한다. 생식줄기 끝에 육각형의 포자 잎들이 모여 뱀의 머리처럼 생긴 포자수를 이룬다. 포자 잎 밑에 포자낭이 달려 있다. 포자에는 네 개의 탄사가 있어 멀리 퍼진다. 이런 특성을 가진 쇠뜨기는 오래 전부터 적잖은 시인들이 시로 썼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큰 감흥을 주기 어렵다. 그의‘쇠뜨기’는 쇠뜨기에 대한 오랜 관찰과 숙고 끝에 나온 시편이고 굉장히 역동적이다. 꽃도 아닌 네가 열매도 아닌 네가 소수서원 바깥 뜰 돌확을 확, 점령한 채로 여봐라, 라고 주인 행세를 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기에 적이 놀라고 있다. 더구나 뿌리 채 뽑혀나가 변방만 돌던 쇠뜨기가 쇠심줄 같은 근성으로 양반가를 움킨 것이 사뭇 도발적이어서 기가 막힌 표정이다. 그래서 천지가 뒤집혔구나 참 당차다 네 권속, 이라고 쇠뜨기에 대해 경탄을 금치 못한 것이다. 쇠뜨기를 이렇게 의미부여하여 아름다운 시로 빚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쇠뜨기’는 자존감을 크게 가질만하겠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점은 쇠뜨기가 냉큼 점령한 곳이다. 장소 설정이 시에서 중요한 만큼 그곳이 어딘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바로 소수서원이다. 소수서원 바깥 뜰 돌확이다. 소수서원은 최초로 국학의 제도를 본떠 선현을 제사 지내고 유생들을 교육한 서원이었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유학자인 안향의 사묘를 설립한 후 1543년 유생교육을 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시초다. 201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야말로 쇠뜨기의 돌발 행동은 소수서원의 반란, 이라 일컬어도 되겠다. 그곳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뿌리 채 뽑혀나가 변방만 떠돌던 쇠뜨기가 쇠심줄 같은 근성으로 양반가를 움켜잡은 것이다. 당찬 권속이다. 어쩌면 이러한 끈질긴 권속이 이 나라를 견인해온 힘이 아니었을까? 시인의 시각이 꽤나 예리하여 전율이 일어날 정도다. 이정환(시조 시인)

고용보험과 여론조사

오철환객원논설위원“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해 우리의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며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부응한 듯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응답자의 70.4%가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에 찬성했다고 보도했다.‘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과 그 여론조사의 부당성에 대해 앞서 미처 지적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을 몇 가지만 간단히 짚어본다.모든 문장의 의미는 문리적 해석이 그 기본이 되고 다른 측면의 해석도 모두 거기서 출발한다. 그런 뜻에서 우선 문리적 측면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이라는 문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모든 취업자가 혜택을 받는 고용보험을 말하려면 ‘전 사업장 고용보험’이란 용어가 명확하다. 대학생, 미취업자. 실업자, 주부 그리고 은퇴자 등을 생각하면 비취업자 수는 취업자 수 못지않다. 그들을 유령 취급하여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지칭한 것은 터무니없다. 큰 틀을 보지 않고 용어나 단어 하나를 보고 꼬투리를 잡는다고 비난할지 모른다. 술자리 객담도 아니고 국가원수가 향후 국정 비전을 밝히는 특별연설에서 엉성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혹시라도 그런 착오가 있었다면 즉각 잘못을 시인하고 조속히 시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른 척 그냥 뭉개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전 국민’이라는 말에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의혹만 불러일으킨다. 정직이 최선이다.‘고용보험 전 사업장 확대’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할 목적이라면 조사당시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취업자를 대상으로 설문해야 의미 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기존 의무가입자에게 묻는 것은 설문 자체가 무의미하고 대답해도 건성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생을 포함한 미취업자나 주부, 은퇴자의 경우도 고용보험을 모르거나 무관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모두 설문조사대상에서 빼는 것이 조사의 목적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내용에 무관한 국민을 표본에 무차별하게 편입시킨 조사는 의미가 거의 없다. 결과를 보지 않아도 찬성률이 높게 나올 것은 정한 이치다.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도 고의로 그렇게 했다면 국민을 기망하려는 미필적 고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용보험은 그 내용이 다소 난해하고, 당사자의 보험료 부담이라는 비수가 숨겨져 있다. 그런 까닭에 유의미한 표본에 설문을 하더라도 고용보험의 내용과 부담에 대한 설명이 선행된 이후라야 비로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산출물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다짜고짜로 ‘고용보험 전 사업장 확대’에 대한 찬반 여부만 묻는다면 굳이 돈 써서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좋은 것에 대한 긍정적 성향과 기존 수혜자의 자동 뻥이 작용하는 상황에선 찬성률이 부풀릴 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예측가능하다.‘고용보험 전 사업장 확대’는 필요하다. 하지만 고용주와 취업자 양쪽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경제상태와 소득수준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편이 맞는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는 임시적으로 국가가 선별 지원하는 방법으로 보완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지금은 경제위기다. 당장 한 푼이라도 아쉬운 취업자와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고용주에게 고용보험을 강제할 적기는 아니다. ‘고용보험 전 사업장 확대’는 속옷도 없는데 양복부터 사라는 것과 진 배 없다.언제부턴가 다양한 여론조사가 여러 회사에서 유행처럼 실시되고 그 결과가 시도 때도 없이 발표되고 있다.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그만이다. 사실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른다. 좋게 보면 주권자들의 의견을 물어 국정에 반영하려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독선적인 정책에 동력을 실어보려는 꼼수이거나 포퓰리즘으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정략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물들어 중립적 도구가 나쁘게 사용된 사례를 역사에서 쉽게 찾는다. 여론조사도 나쁜 이기심으로 윤색되어 존립 근거마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여론을 고의로 왜곡하는 일은 국민을 속이는 사기와 다르지 않다. 영리와 권세를 얻으려는 의도로 여론조사기관이 정치세력과 영합하여 국민을 호도하는 일에 앞장선다면 머지않아 그 설 땅마저 잃을 것이다. 역사의 긴 흐름 속에서 멀리 봐야 생문이 열린다. 여론조사는 다른 생각을 버리고 조사에만 충실해야 된다.

사설---등교수업 성패, 생활 방역에 달렸다

20일 고3을 시작으로 각급 학교 등교수업이 순차적으로 재개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등교가 3개월 가까이 늦어졌다. 그간 등교수업은 모두 5차례나 연기됐다.서울 이태원 클럽발 3, 4차 감염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우려가 크다. 대구지역의 경우 이태원 방문 등과 관련해 300여 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우려되는 점은 이 뿐이 아니다. 5월 들어 18일까지 발생한 대구지역 신규 확진자 18명 중 83%인 15명이 무증상이었다. 이는 우리 주변에 본인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감염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각급 학교 등교를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단순히 학교 폐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학생 상호 간, 학생과 교사 간, 학생 가족 간 전파로 이어져 이제까지 일궈온 방역 성과를 한 순간에 허물어뜨리게 된다.일선 학교와 교육 당국은 지금 초비상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등교 초기 1주일 정도는 단축수업을 하고, 책상 배치를 수능시험 대형으로 넓게 배치해 안전거리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에서도 발열 검사, 식당 칸막이 설치, 점심시간 감독교사 배치 등의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경북도교육청도 학생 밀집도를 최소화 하기위해 고3과 중3을 제외한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급별에 따라 1~5부제, 격일제, 격주제 수업 등을 실시한다. 또 과밀학급은 분반, 특별실 활용 등의 수업을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감염위험 요인 점검에 나설 것을 교육당국에 당부한다.그러나 문제는 일반시민의 방역 의식이다. 유흥업소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시행된 지난 주말 대구도심 유흥가 곳곳이 북새통을 이뤘다. 행정명령 대상이 아닌 주점과 노래방 등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밀폐공간이었지만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개인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우리 사회 모든 부문이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연계돼 있다. 지금은 우리의 경각심이 흐트러지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생활속 방역자세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방역과 일상 생활을 양립시키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가급적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는 등 생활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바이러스와 ‘불편한 동거’를 한다는 각오로 방역에 임해야 한다.

우리 국민이 와야 외국인도 오지

오용수대구관광뷰로 대표이사코로나19가 생활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생각이나 소비패턴이 변하면서 앞으로 음식업과 관광업은 온라인, 개별·소형화와 안전, 쾌적이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도 식당에 와서 먹기보다 온라인 주문으로 배달이 늘어나고, 관광도 여행사를 찾기보다 온라인 예약이 많아지고 있다. 개별화는 점점 가속화되어 혼자서 식사하는 혼밥, 혼자 하는 여행 혼여가 늘어나고, 단체여행보다 개별여행이 대세가 되었다. 또 대형 식당이나 점보 비행기보다는 적당한 규모를 좋아하고,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 대형 버스보다는 소형 밴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안전과 쾌적도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되는데, 식당도 맛과 함께 청결, 위생 상태에 따라 평판이 달라지고, 여행도 혼잡한 곳을 피해 쾌적한 곳에서 힐링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식당과 관광시설은 혼잡도, 대기시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 음식업은 무척 어렵다. 다행히 정부나 지자체가 특별고용지원 업종, 소상공인 특별자금 지원 대상으로 지정하고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 스스로도 드라이빙 스루 도시락 판매, 선 구매 할인 등 노력을 하고 있다. 수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는 연명을 위한 지원금이 단비처럼 고맙지만, 궁극적으로는 영업 정상화를 도와줄 포스트 코로나 대책이 더 필요하다.특히 대구의 관광업계는 연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행사는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94%나 감소해 거의 휴업 중이고, 숙박업도 69% 줄어 주요 호텔들도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 음식점도 반 토막이 났다. 그렇더라도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곧 생활방역으로 바뀌고 고객도 점차 돌아오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구는 싱가포르처럼 조기 완화로 인한 재 확산을 피하기 위해 시민참여형 생활방역 체제로 가닥을 잡았다. 확진자의 63%, 최근 감염경로 미확인자 8명 중 4명이 대구에서 발생하였음을 고려하면 다소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도 부득이하다고 본다. 대구형 7대 생활수칙은 중앙재난본부의 5대 수칙에다 집회, 모임, 회식 자제하기와 마스크 착용 생활화를 추가했는데, 지난 13일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간 대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피 심리로 대구를 들린 후에 자가 격리를 해왔는데, 이태원 클럽이 새로운 온상으로 등장하여 겨우 기지개를 펴려던 대구 방문이 다시 움츠리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이런 와중에 어차피 지금은 대구로 안 올 테니, 추후 해외에서 대구를 찾기 시작하면 국내에서도 대구를 찾게 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한편 제주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했다.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연휴 기간에 이미 제주에는 약 20만 명이 다녀갔는데, 혹시라도 이들 중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지 몰라 2주간 지켜보자는 것이다. 제주는 연휴 전부터 방문자들에게 방역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제주 관광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도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지로 인정받기 때문에 국내관광객이 몰려오고 있어 외국인의 공백을 메꿔주며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 지자체, 관광전문가들이 해외는 항공노선도 중단되었고, 출입국 절차협상에도 시간이 걸리므로 당분간 국내관광에 주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관광으로 관광업계가 기운을 차리게 될 무렵이면 해외에서도 관광객이 올 수 있다. 외국인도 자기 국민들이 찾지 않는 곳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대구는 시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위기를 넘겼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극복의 모범사례로 꼽혀, 각국의 저명 언론들이 한 수 배우려고 줄을 서고 있다. 이런 기회를 바탕으로 대구시민들이 방역 수칙을 각별히 준수하며 관광시설에도 가고, 식당도 들리는 모습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자. 그리고 대구시민의 형제자매, 연고자부터 대구로 오라고 호소하자. 그간에는 오려고 해도 말렸지만, 이제는 당당히 와달라고 부탁하자. 그들이 다녀온 뒤 주위 사람에게 알리고, 홍보도 병행하면 전국적으로 대구 살리기가 불꽃처럼 일어날 수 있다. 그런 모습이 해외에도 알려지면 외국에서도 대구를 찾게 될 것이다. 지금은 철저한 생활방역과 함께 국내관광에 주력할 때다.

버려진 병

버려진 병이하석바람 불어 와 신문지와 비닐 조각 날리고/깊은 세계 속에 잠든 먼지 일으켜 놓고/사라진다, 도꼬마리 대궁이 밑 반짝이는/유리 조각에 긁히며. 풀들이 감춘 어둠 속/여름은 뜨거운 쇠 무더기에서 되살아난다./녹물 흘러, 붉고 푸른, 뜨겁고/고요한 죽음의 그늘 쌓은 채.//목마른 코카콜라 빈 병, 땅에 꽂힌 채/풀과 함께 기울어져 있다, 먼지와 쇠 조각들에 스치며/이지러진 알파벳 흙 속에 감추며./바람 빈 병을 스쳐갈 때/병 속에서 울려오는 소리, 끊임없이/알아듣지 못할 말 중얼거리며,/휘파람처럼 풀들의 귀를 간질이며./풀들 흘리는 땀으로 후줄그레한 들판에/바람도 코카콜라 병 근처에서는 목이 마르고.//바람은 끊임없이 불어 와/콜라 병 알아듣지 못할 말 중얼거리며/쓰러진다. 풀들 그 위를 덮고/흙들 그 속을 채워, 병들은 침묵한다,/어느덧 묵묵한 흙무더기로 속을 감추면서.『투명한 속』 (문학과지성사, 1980)................................................................................................................신문지와 비닐 조각이 바람에 날린다. 중력에 취해 엎드려 자던 먼지를 들쑤셔놓곤 바람은 또 어디론가 가버린다. 상흔으로 얼룩진 창이자 대궁 밑엔 깨진 유리조각이 햇빛에 아가리를 벌리고, 풀 섶 아래 버려진 쇳조각 더미가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받아 달아오른다. 단 쇠 무더기에서 붉고 푸른 녹물이 눅진하고 침묵의 사신이 잔뜩 독을 품는다. 코카콜라 빈병이 풀 옆 땅바닥에 비스듬히 꽂혀 있다. 쇳조각에 긁히고 먼지로 덮여 알파벳마저 분명하지 않은 빈병이 흙 속에 묻혀 가시처럼 눈에 꽂힌다. 바람이 스쳐갈 때마다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명 같기도 하고, 구원을 청하는 말 같기도 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성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풀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휘파람을 분다. 들판은 풀들이 머금은 물방울로 습하지만 빈병 근처엔 바람마저 목이 마르다. 빈병은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에게 뭐라고 계속 웅얼거리지만 바람은 못들은 척 차갑게 외면한다. 왕따 당한 빈병은 바람에 쓰러진다. 풀들이 그 위를 덮치고 빈병 속에 흙이 채워진다. 마침내 빈병은 말을 멈춘다. 또 세월이 흐르겠지만 빈병은 말없이 묵묵히 흙무더기 속에 모습만 감출 뿐이다.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77억 명을 넘어섰다. 그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사는 통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스웨덴의 극단적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느닷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본능적 위기감에 기인한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역병도 지구가 몸살을 앓는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시인은 대표적인 환경파괴의 원흉으로 유리병과 비닐 그리고 폐철을 꼽는다. 유리병이나 비닐은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고 오랜 세월이 걸린다. 당장 서둘러도 늦다. 그런데도 남 탓만 하고 눈치만 본다. 환경문제에 대한 해답을 인류문명의 근본적 성찰에서 구하는 시인의 지혜에 경의를 표한다.이하석 시인을 ‘광물적 상상력’을 가진 ‘자연친화적’이고 ‘문명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시인으로 평가한다. ‘광물적 상상력’이 인간 중심적 사고를 거부하고 생명의 유무를 떠나 만물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상상력을 의미한다면, ‘자연친화적’이란 말이 휴머니즘의 부인을 통한 자연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면, ‘문명 비판적’이라는 말이 인간이 추상과 관념으로 쌓아올린 모더니즘의 주관적 시각을 거두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는 관점을 의미한다면, 버려진 폐기물의 저주받은 일생을 노래한 「버려진 병」은 자연친화적 문명 비판적인 광물적 상상력이다. 오철환(문인)

범어네거리에서…코로나19가 가져온 희망의 메시지

황태진북부본부장 관광이란 말이 사라진 시대인 것 같다. 대형 행사는 물론 지역의 소규모 축제가 줄줄이 취소됐고 가을 예정이었던 도민체전도 이미 취소가 됐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꽃이 피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갔거늘 벌써 반팔에 창문을 내리고 운전하는 일상으로 변했고 나뭇가지는 벌써 엽(葉)과 실(實)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진다.코로나19 일상이 지속된 지 4개월여가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 익숙하기 보다는 이 일상이 언제나 지나가고 옛날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히 기다림만이 남아 있다. 전국적으로 정말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상가들은 문을 닫고 경제활동은 사라지고 있다. 인구 1만7천여 명에 불과한 영양군의 경우 봄에 개최되는 산나물 축제 기간 동안 군 전체 인구의 10여 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이 시기부터 열악한 농촌지역 경제는 활력을 불어 넣으며 한 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산나물 축제가 취소됐고, 고추파종 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하지 않아 농사 규모를 축소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나마 적은 관광객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지난해 동월대비 72%나 감소했다.영양군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준비를 위해 관광지 재정비를 통한 관광이미지 개선 및 관광수용태세 정비, 청정, 힐링, 야간관광지 이미지 홍보, 소규모 새로운 축제의 육성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국민들에게 사랑받으며 안심하고 관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뿐 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문화의 홍보와 좋은 문화가 일상이 되도록 코로나19 홍보처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의 모범국가라는 이미지를 청정 관광국가, 위생 일등국가로 도약해 나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코로나19는 그 어떤 질병보다 전염력이 강하고 전파 경로 또한 찾아내기 어려워 위험천만한 전 세계적인 대유행 감염병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두려움 느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듯하지만 우리가 바꿔야 한다면서 지금껏 바꾸지 못한 일상을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레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듯하다.코로나19가 조만간 종식될 수 있지만 지난날의 생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어리석음은 지금이라도 버려야 할 것이다. 생활속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바뀜과 현재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아니 사라져야 할 일상을 예견해 본다.첫째는 회식문화 및 회식자리 분위기다. 회식은 근무시간 이후에 직장동료가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기분 좋게 노래방을 찾아가 한 곡조 뽑으며 서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격려하는 자리가 대부분이다. 술 잔 돌리기, 큰 소리로 건배사 하기,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 부르기의 일상은 사라지고 한두 명씩 커피한잔 나누면서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문화로 변화해 갈 것이다.둘째 음식문화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한상차림에 정성을 다했고, 모든 음식이 한꺼번에 나와 함께 나눠 먹는 것이 당연시 돼 왔다. 특히 국물이 있는 음식은 한 솥에 여러명의 숱가락이 동시에 들어가 먹음으로써 비위생적일 수밖에 없는 문화였으나 이제는 각자의 그릇에 담아 먹는 풍토로 변하고 있다.셋째 다중이용공간의 청결문화다. 다중이용 시설 중 가장 많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목욕탕의 위생 상태는 물론 탕 내의 수질개선도 수시점검이 예견된다. 식당, 공연장 등에서의 청결상태 및 거리두기는 반드시 지켜질 것으로 본다. 또한 집회 및 각종스포츠 경기 관람에 있어서도 동시 구호제창과 어깨동무 문화는 사라질 것이다.넷째 국민들이 좋아하는 관광문화다. 관광버스에 오르면 좁은 버스 칸 안에서 함께 노래 부르고,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술잔을 돌려야 진정한 관광이라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 일이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관광문화도 단속의 눈길을 피해 가며 즐기던 문화에서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전한 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 속의 습관은 고치기가 정말 어렵다.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큰 시련 후에 오는 변화를 다수의 좋은 문화로 받아들이고 바꾼다면 코로나19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 대기오염 이대론 안 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역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힌 지 오래다. 포스코는 철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 등을 무더기로 뿜어내면서 포항시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석탄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이다. 이런 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이 제철소와 화력발전소다. 대기오염의 원흉이나 다름없다. 봄철 미세먼지의 주역으로도 꼽힌다.특히 포스코의 경우 해마다 수천억 원을 대기오염 방지 비용으로 쓰고 있지만 좀체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대기오염물질을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배출한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환경부는 지난해 ‘굴뚝 자동측정기기(TMS)’ 부착 전국 631개 대형 사업장의 2019년도 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은 총 27만7천696t이라고 발표했다.포항제철소는 이번 조사에서 황산화물·질소산화물·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1만7천540t 배출해 1만9천419t과 1만7천832t을 각각 배출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현대제철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삼천포화력, 쌍용양회 동해공장이 뒤를 이었다.그렇다고 포스코가 대기오염을 무작정 방치한 것은 아니다. 포스코는 2017년 1천964억 원, 2018년 1천511억 원, 지난해 4천613억 원을 환경분야에 투자했다. 환경분야 중 대기 투자가 급증해 매년 1천억 원대였던 대기분야 투자는 지난해 3천619억 원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1위 기업의 불명예를 벗지 못했다.포스코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낡은 부생가스 발전설비를 폐쇄하고 3천500억 원을 들여 최신 발전 설비로 교체키로 했다. 또 올 연말까지 3천억 원을 들여 먼지 날림을 방지하는 밀폐식 옥내 저장시설을 43개로 늘리기로 했다. 2024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35% 저감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조만간 포항 하늘의 먼지 구름이 걷힐 것을 기대한다.포스코는 지난해 환경단체에 의해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었다. 경북도로부터 조업정지 열흘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자칫 공장 가동을 멈출 경우 산업 피해를 우려한 당국의 배려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포스코는 지난해 국내 유일의 ‘등대 공장’으로 선정됐다.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공장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름값을 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탄소배출권 규제도 강화된다. 포스코는 대기오염 원흉 오명을 하루라도 빨리 벗길 바란다.

TK 당선자, 지역민에 응답하라

21대 총선의 여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보수의 참패였다. 그러나 TK(대구·경북)에서는 보수가 완승을 거뒀다. 지역민들은 100% 자신들의 의도 대로 선거결과가 나왔지만 찜찜함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 정권의 중간 평가와 진보·보수의 균형을 위해 선택한 결과이지만 TK가 전국적으로 고립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TK 의원들은 지역민에 무한 부채 의식을 가져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잇단 TK 패싱으로 지역 민심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당선자들은 지역민의 선택에 응답을 해야 한다.---‘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지역 4대 현안국회가 개원하면 앞장서야 할 과제가 있다. 지역 4대 현안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대구 취수원 이전, 알짜 공공기관 지역유치 등이다.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큰 그림이다. 지난해 12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행정통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전격 제안했다.행정통합은 통합신공항, 취수원 이전 등 다른 현안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주민 공감대 형성과 법적, 행정적 절차가 필수적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당선자들은 대구시, 경북도와 특별법 제정을 위한 협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더 이상 뭉그적댈 수 없는 과제다. 지역의 미래가 걸려 있다. 그러나 안팎으로 난관에 직면한 상태다. 총리실에서는 지난해 6월 부산·울산·경남 단체장과 국토부 장관이 합의해 김해신공항 입지 재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대신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 정권에 먹혀 들어간 때문이다.여권이 ‘부울경 민심 잡기’ 전략으로 접근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을 불허한다. 만약 김해공항 백지화(가덕도공항 건설로 가는 수순)가 결정되면 대구·경북 통합공항은 동네공항으로 전락하게 된다. 지역 정치권이 가덕도신공항 저지와 통합공항 건설이라는 투트랙 전략의 선봉에 서야 한다.상황이 이렇게 긴박한데도 지역에서는 통합공항 입지선정과 관련한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양지역 주민투표에서 다득표를 한 ‘군위 소보·의성 비안’을 제쳐두고 군위군이 ‘군위 우보’를 유치지역으로 신청한 때문이다. 당선자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시도지사, 군위·의성군수와 함께 합치된 의견을 도출해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입지조차 결정하지 못하는데 중앙정부에서 부울경과 등지고 TK 편을 들어주겠는가.대구취수원 낙동강 상류(구미 해평) 이전은 10년 넘게 해묵은 현안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7월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과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 시스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한다고 예고했다.수질 오염을 우려하는 대구와 수량 감소를 걱정하는 구미의 주장이 한치 양보없이 맞서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되면 갈등 봉합이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 정치권이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된다.---지역민 후회 않게 해결사 역할 나서야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현안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122개 기관이 거론된다. 대구시는 중소기업은행을 1순위로 희망한다. 본사 직원 3천 명, 계열사 11개의 대형 알짜 공공기관이어서 전후방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대구는 중소기업 비중이 99.95%에 달하는 중소기업 도시다. 중소기업을 위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유치에 더 이상 합당한 명분이 없다. 반드시 유치해 대구를 중소기업 금융중심도시로 키워야 한다.21대 TK 의원들이 지역민에 진 빚을 갚는 첫 걸음은 4대 현안 해결에 앞장 서는 것이다. 선택한 지역민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현안별 중앙부처 ‘키맨’을 찾아 개원 초기부터 적극 나서라. 지역민들이 “우리가 국회의원을 잘못 뽑은 것은 아닌 모양이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찔레꽃 향기 속에

찔레꽃 향기 속에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향긋한 꽃내음에 발걸음이 절로 멈춘다. 새벽에 집을 나서 산소 찾아 올라가는 길, 짙은 안개가 볕에 걷히자 은은한 향내가 산길에 퍼져있다.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살피니 하얗게 피어난 찔레꽃이 조상님 산소 앞 둑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반기는 듯하다. 코로나19에 별일 없었느냐고 안부를 묻는 것 같다. 어머니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코를 대고 한참을 들이켜 본다. 언제 그곳에 피어나 우리들이 찾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던가. 찔레꽃의 꽃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하더니. 우리를 “보고 싶다”. “그립다” 하는 이들이 계신다고 고하는 것 같다. 구정설이 지나 시작한 코로나19, 정신없이 번져가는 통에 벌초도 성묘도 제때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꼼짝없는 불안에 떨기만 하였다. 그러다 보니 한식도 지나고 이제 오월도 중순이다. 내일모레면 막내아들의 개학이다. 미루고 미루었던 등교 일정이 고3이라 어쩔 수 없단다. 입시가 코앞이라 더 미룰 수 없다고 하니 두고 볼 수밖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해외에서 대학원 공부하던 아들은 그곳 상황이 너무 긴박하게 안 좋아져 귀국하였다. 공항에 내려 특별실이 마련된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왔다. 그곳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전신 방호복을 입은 택시를 타고 혼자서 짐 가방을 끌고 비어 있는 외딴집으로 갔다. 가족들 얼굴도 마주하지 않은 채 격리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나날이다. 코로나19 잡힐 듯 잡힐 듯하다가도 또 어느 구석에 숨었다가 튀어 오르니, 마치 두더지 때려잡기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손으로 불안을 헤아리다가 마음의 위안이라도 받고자 산소로 향했다. 학생도 격리자도 모두 무리 없이 무사히 넘겨서 과정을 잘 마무리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재난지원금만큼이나 나가는 비싼 예초기를 샀다고 자랑하는 동생네와 함께 초록의 들판을 지나 산소로 향했다. 산소로 오르는 길은 수풀로 뒤덮여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입구부터 예초기를 이리저리 돌리며 길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방에 피어난 이름 모를 색색의 꽃들도 반가운 듯 향긋함으로 답한다. 잘린 풀에서 배어 나오는 풀냄새가 오랜만에 생기를 돋운다. 산에 오르자 저 멀리 푸른 들판 너머 풍경은 평화롭게 다가든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집에서 은둔하며 격리 생활을 하고 있을 이들의 눈빛이 그 위에 어른어른 겹친다. 하얀 찔레꽃은 산소를 에워싸고 피어나 장미보다 더한 향기를 전한다. 꽃향기에 취하다 보니 땀내 젖은 어머니의 품이 못내 그립다. 문득 어느 시인의 찔레꽃이 들려오는 듯하다‘닮은 듯 닮은 얼굴 누군가 그려 보니/ 흰 수건 동여매고 밭 매던 내 어머니/ 살며시 그 품에 안겨 밤새도록 우누나/ 엄마 품 그리워서 턱 괴고 바라보니/ 천사의 웃음으로 한없이 웃어 주신/ 찔레꽃 향기로 오신 보고 싶은 어머니"향기로운 오월을 장식하는 꽃 중에 찔레꽃도 한 몫을 하는 요즈음이다. 산소를 찾아 오르는 자식들에게 그리움을 속삭이듯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찔레꽃, 때 묻지 않은 수수함에 더 마음이 간다. 자리를 가리지도 않고 비탈진 언덕에 피어나 온화한 빛깔로 사랑을 전해주는 어머니의 꽃, 그 신중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엄마의 향기는 다시 찾을 길이 없지만 은은한 찔레 향기에 취해서 꿈속에서라도 엄마의 냄새를 더듬어 볼 수 있다면 지금 같은 언택트 시대에도 마음 속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주말 오랜만에 나들이하러 다녀온 지인은 그곳은 코로나19와는 상관없는 동네인 것 같더라고 하였다. 재난지원금으로 부모님 모시고 외식하러 멀리 남쪽으로 갔더니 식당마다 예약대기표를 받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더라고, 아무리 그렇더라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 있다. 지금 확진자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잔불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또다시 살아나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리라.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마스크를 꼭 하고 다니고 무엇보다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가능하면 덜하고 멀리하는 것이 나를 지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찾아오겠지만 그때까지 서로서로 격려하면서 적당한 거리 유지로 버티기를 잘해야 하리라.붉은 황토 흙구덩이나 비탈진 언덕배기에서도 여유로운 자태로 의젓하게 버텨서 향기로운 꽃으로 그리움을 전하는 찔레꽃처럼.

갈대

갈대 조기섭달이 뜨는/ 언덕에서/ 흰머리를 설레고 있었습니다/ 모진 세월에 바래인/ 순백의 머리칼을/ 조용히 빗질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운 이름들/ 이제는 소원히/ 영(嶺)을 넘고,/ 아무것도 소망할 수 없는/ 잎 다 진 계절의/ 빈 언덕 길,/ 세월에 바래인 영혼 하나/ 나즉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시인의 마을』 (화니콤, 2009).................................................................................................................... 갈대는 사람 키보다 큰 다년초 식물로 강가나 호숫가 또는 개울가 등 습지에 군락을 지어 자생한다. 갈대라고 하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이는 갈대의 약한 모습을 은유한 표현이다. 인간은 갈대처럼 연약하지만 사유함으로써 비로소 위대하다는 진리를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명언이다.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제3막 아리아에서 만토나 공작이 부른 칸초네 ‘여자의 마음’에 나오는 갈대도 유명세를 탄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이라 노래했다. 이 노랫말도 파스칼의 명언 못지않게 친숙하다. 또 대중가요 가수 박일남이 불러 유행시킨 ‘갈대의 순정’도 뺄 수 없다. 남자의 마음을 갈대에 비유한 메타포가 특이하다. 여자와 남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다는 비유는 갈대가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속성에 착안한 은유다. 여자의 마음도 갈대, 남자의 마음도 갈대, 그래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파스칼의 명제로 귀결되는 억지춘향이 우습다. 무리지어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갈대는 바람에 쉽게 휘어지긴 하지만 잘 꺾이진 않는다. 이러한 갈대의 강인한 모습을 인상 깊게 지켜본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갈대의 메타포가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그 상징성이 만인의 공감을 사기 때문이다. 바람에 잘 흔들리는 특징 외에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듯 보이는 자연스럽고 의연한 갈대의 자태도 주목 대상이다. 갈대를 평화로운 풍경이나 한가로운 정경으로 차용한 경우가 그러하다. 김소월 시인은 갈잎의 평화롭고 한가로운 느낌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서 잘 살려내었다. 갈대꽃 무리가 한 줄기 바람에 술렁인다. 언덕위에 뜬 달이 시인의 흰머리를 희롱한다. 시인이 갈대가 되고 갈대가 시인이 된다. 바람에 수군대는 갈대가 시를 읊고 시인은 갈대가 쓴 시에 화답한다. 조기섭 시인은 달빛 아래 일렁이는 희뿌연 갈대꽃의 향연을 보면서 우탁 시인의 백발을 본다. 백발가를 읊조린다. ‘한손에 막대 들고 또 한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오랜 세월 햇살에 바래인 듯 희뿌옇게 일렁이는 갈대꽃은 모진 세월을 겪은 백발의 화신이다. 마음은 청춘인데, 검디검던 머리칼이 언제 하얗게 쇤 것인지. 이제 겨우 인생을 알 듯 하건만 머리엔 서리가 내리고 서녘 하늘엔 해가 저문다. 인생이 무상하다는 말을 귓등으로 들었더니 어느 듯 가슴속 깊숙이 들어와 앉았다. 돌아올 수 없는 고개를 넘어 멀리 가버린 얼굴들이 그립다. 가기 전에 원 없이 사랑하고, 있을 때 잘 해 줄 걸. 소중한 만남에 정성을 다하지 못하고 어찌할 수 없는 헤어짐에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돌아보면 무상하고, 숨 한 번 몰아쉬면 공으로 돌아가건만, 헛된 상념이 왜 그리도 많았던가. 아직 못 다한 말들이 남았는데 벌써 눈 어둡고 머릿속이 하얗게 쇠니 때늦은 깨달음에 백발이 어지럽다. 시인의 가르침이 귓전에 쟁쟁하다. 문득 고개 들어 먼 산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랜다. 오철환(문인)

문화·체육시설 개방, 시행착오 용납 안된다

대구시가 지난 2월20일부터 3개월 가까이 일제 휴관에 들어갔던 지역 내 공공 공연장, 미술관, 체육 시설 등의 문을 단계적으로 다시 연다.아직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이 코로나19의 확산 위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일상적 활동을 중단하고 타인과 접촉을 않는 ‘폐쇄’ 속에서 살 수는 없다.전국의 모든 지역이 일상 복귀와 관련해 진퇴양난의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대구시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우리 지역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나 없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대구시는 지난 13일 지역의 총 232개 공공 체육시설 중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테니스장, 육상경기장, 축구장 등 130개소의 야외 체육시설부터 개방에 들어갔다.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개·폐막 행사와 이벤트성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실내 빙상장, 대구체육관 등 실내 체육시설은 생활방역 수칙의 철저한 준수를 전제로 20일부터 문을 연다.대구미술관, 문화예술회관 등 대구시가 운영하는 전시시설은 20일부터 전면 개방된다. 아양아트센터 등 구·군에서 운영하는 전시시설도 대구시 방침을 참고해 개관일정이 확정된다. 전시시설은 사전 예약제, 한 방향 안전동선 표시, 단체관람 금지 등 수칙을 지켜야 한다. 일부 시설은 관람 인원 제한, 온라인 사전 예약 등도 시행된다.공연장은 이달부터 7월까지 단계적으로 개관하되 이달 중에는 무관객으로 운영된다. 또 입장 정원 50% 이하 사전예약제, 지그재그형 좌석 배치, 시간차 입장 등 공연장 생활수칙을 적용한다.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 재확산 차단이다. 대구시의 이번 문화·체육 시설 개방에 시행착오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다.전국 초중고 등교 수업이 무려 5차례나 연기됐다. 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고3 등교도 예정 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확진자 확산 때문이다. 아직 폭발적 확산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2, 3차 감염으로 인한 대확산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문화·체육 시설 개방을 결정한 대구시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 추이와 지역별 분포 등을 감안해 유사시 즉각 폐쇄 등 탄력적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 모든 시설의 이용객 명부 작성은 필수적이다.그러나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 30초 손 씻기, 타인과 1~2m 안전거리 유지 등 시민들의 생활방역 수칙 준수다. 생활방역 수칙은 코로나가 물러가도 생활 에티켓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정신 필요한 때

김시욱에녹 원장코로나19는 건강에 대한 불안과 생계의 막막함을 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다. 필자 역시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작은 필기구부터 책걸상까지 소독약으로 닦다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스스로 만든 퇴근 시간에 맞춰 가족들에게 외식을 제안한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잊지 않을 정도로 해 온 가족시간이기에 이번 약속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가족들의 환호와 들뜬 소리를 들으며 먹자골목을 향하는 발길은 괜스레 가벼워진다. 오랜만에 광장을 채운 사람들의 생기와 활력 넘치는 모습은 ‘생활 속 거리두기’의 결과물로 비춰진다.하지만 이런 감정은 한순간 낭패와 절망으로 바뀌고 만다. 아들, 딸이 선호하는 식당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큰소리와 몸짓으로 들떠있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승전가를 부르는 병사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마스크를 낀 우리 가족이 오히려 낯선 사람처럼 느껴진다. 결국, 오랜만의 기대에 찬 외식은 마트에서의 장보기로 끝나고 말았다.연일 언론은 이태원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과 강남 그리고 바다 건너 제주까지 전파되는 속도와 감염 강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보다 빠르다. 젊은이들이 가진 육체적 장점이 오히려 경증 혹은 무증상자로 나타나는 ‘조용한 전파자’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인 및 기저질환자의 감염이 우려된다고 보건당국은 발표하고 있다. 클럽 방문자 기록의 허위와 성소수자들의 신분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겹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찬사를 받던 ‘투명성’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두려워하는 자의가 아닌 강제적 아웃팅은 자진신고 기피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제2의 신천지 현상으로 번질까 두렵다.‘생활 속 거리두기’의 시작과 더불어 정부의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던 소상공인들의 간절한 소망은 일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우선 개학을 준비하던 교육부의 계획도 20일로 연기된 상황이다. 걱정이 앞선 학부모와 학생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택하고 있는 ‘9월 학기제’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와 동일하게 봄에 학기를 시작하는 일본의 9월 학기제 전환 찬성 여론이 56%란 점을 비춰볼 때,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태원클럽에서 시작된 ‘젊음의 향연’은 국가 정책들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코로나라는 거대한 불길을 다잡아놓고 마지막 불씨로 인해 다시금 위급상황을 맞이하는 형국이다.지난 9일 서울시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경기도, 부산시, 대구시 등 각 지자체마다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유흥업소 및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운영과 방역 상황을 체크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부분은 젊은이들이 갖는 위기의식의 부족과 자신들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는 증상에 대한 위험성이다. 최근 2차 감염으로 부모가 확진자가 된 경우에서 이러한 부분을 분명히 읽을 수 있다.세대 간 갈등구조 속에서 젊은 세대에 대한 비난의 입장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법적 제재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분명 젊음은 특권이며 뜨거움과 역동성이 특징이다. 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한 짧지 않은 기간의 인내와 고통을 잘 알기에 젊은 세대의 분출되는 해방감을 이해한다.하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신속한 검사체계와 의료진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확진자 제로라는 결과가 단 며칠 만에 무너진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것도 ‘방종에 가까운 해방감’에 의해 생활 속 거리두기의 시작점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상실감마저 불러일으킨다.개인의 권리와 사회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공익적 의무의 충돌 속에 우리의 방향성은 어디를 향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 서구 선진국들마저 무너지는 상황에서 우리를 지탱해 온 것은 ‘나’라는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정신이었음이 분명하다. 그것은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사회적 요구에 총으로 대응하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내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염려하는 배려의 희생정신이었다. 전시상황과 다름없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싸워 이기려는 인내’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