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늑장 건립…황당한 ‘수소차 보급 차질’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일환인 대구시의 수소자동차 보급이 첫 발도 떼지 못 한 상태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수소충전소 건립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수소차 보급사업은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수소경제 활성화의 속도를 높이고 혁신성장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대구시는 오는 2030년까지 연차적으로 수소차 1만2천 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40개소를 구축하겠다고 지난해 5월 밝혔다. 수소산업 기반구축 계획의 후속조치다. 단기적으로는 2022년까지 720억 원을 투입해 수소승용차 1천 대, 수소버스 20대를 보급하고 충전소 4개소를 건설할 계획이다.또 금년 중에는 수소차 200대를 보급하고 이들 차량에 대한 수소 공급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충전소 1개소, 금년 말까지 1개소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었다.그러나 지난 연말까지 달서구 성서산단 CNG충전소에 건립 계획이었던 1호 충전소 완공이 대구시의 추가경정예산 확보 차질로 인해 오는 9월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지역의 수소차 구입 예정자들은 차가 출고되더라도 충전소가 가동될 때까지 차를 세워둬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수소차 구매계약을 한 사람은 140여 명에 이른다.이와 관련 대구시는 “충전소 건립을 위한 추경이 지난해 9월에야 확정돼 착공이 늦어졌다”고 밝혔을뿐 시민불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미숙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현재 대구시는 수소차 1대(판매가격 7천만 원 안팎)당 3천5백만 원의 구입비를 보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자비 3천5백만 원 정도면 수소차를 구입할 수 있다.수소차 보급에는 완성차 업체의 공급 지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수소차 ‘넥소’를 제작하는 현대자동차는 계약이 몰려 출고 시점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혀 구매 계약자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수소차는 충전 소요시간이 5분 정도로 짧고 1회 충전에 600㎞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수소에너지는 청정에너지 중 하나로 꼽힌다. 원료가 되는 물은 무한정 존재하며 연소시 극소량의 질소와 물만 생성되고 공해 물질은 발생되지 않는다.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대구시가 앞장서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수소차 보급은 처음부터 꼬인 느낌이다. 아직 시민들의 믿음이 확실치 않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시행 초기 신뢰 획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구시는 정책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경자년은 국민 모두가 행복한 해로

경자년은 국민 모두가 행복한 해로황태진북부본부장2020년 경자년으로 흰 쥐의 해이다.전통적으로 쥐는 쉴새 없이 움직이는 부지런한 동물이고 다산은 물론 저축과 절약도 잘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흰쥐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상징이기도 하다.사람들은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백서 띠의 좋은 기운을 받아 대박의 꿈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희망과 밝은 미래는 꿈꾼다고 다가오지 않는다.미국의 스나이더 박사는 ‘희망은 학습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희망을 얻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경쟁에 뛰어들어 충돌과 갈등을 해소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또 실패를 통해서 본인의 희망을 갈고닦을 수 있다.올해가 끝나고 내년이 시작될 즈음에 우리는 또다시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말할 것이다.새해에도 많은 일이 예정돼 있고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국제적으로 미국 대선이 있고, 홍콩사태에 이은 대만 총통 선거, 영국의 브렉시트, 미·중 무역분쟁,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예고로 한반도 정세 악화 우려,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촉발된 한·일 대치국면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특히 우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중요한 문제는 경제문제로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합심해 이를 타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경기 전망 및 경영환경 조사’에 의하면 응답 기업의 36.0%가 내년 국내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중소기업 경영환경을 전망하는 사자성어로 ‘암중모색(暗中摸索)’을 꼽았다고 한다. 한국경제를 그만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최근 경기부진은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국제경제환경 악화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국내정책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너무나 경직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오히려 있는 일자리도 무너뜨리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경제정책은 어떤 분야보다 유연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치나 국방, 안보, 경제 등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단합된 힘을 보여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때이다.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고 확실한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군자는 곧고 바르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무조건 고집하지 않는다’라는 논어 위령공의 말처럼 합리성과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지난해 교수신문은 2019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상대를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글자 그대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다.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 공동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이념의 대립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총선이 있는 올해는 우리에게 수많은 희망메시지가 달려올 것이다.총선을 통해 갈등과 분열을 상생과 통합으로 바꾸는 정책토론의 장으로 삼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어떤 희망 메시지가 정말 대한민국을 튼튼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고 또 그 성과를 다수의 국민이 향유하게 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한낱 선거철의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정의의 가치를 드높여 배려와 양보, 화합과 협치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를 대다수 국민이 희망한다.사람은 해가 바뀔 때마다 아쉬움을 달래며 새로운 바람을 갖는다. 일년 단위로 나이를 헤아리다 보니 반성과 설계를 함께하는 셈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현재의 시점에서 경건한 자세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꿈꾸어보지 않는가.새해에 갖는 기대는 누구나 희망적이다. 그러기에 바뀌는 해를 기다리게 되며 어제보다 내일을 기대하면서 살아가듯이 새해에 거는 기대는 누구나 크지 않을 수 없다.새해에는 국민 누구나가 행복한 해로 기억돼 우리가 뜻한 대로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황태진 기자 tjhwang@idaegu.com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광석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 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광석이는 왜 그렇게 빨리 죽었다냐?” 에서 북한군 병사 송강호의 대사다. 1996년 1월6일 서른셋의 나이로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김광석의 죽음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의문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가장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던 시기였기에 더욱 미스터리다. 이 ‘시’는 그가 작사한 노랫말이다. 그의 노래는 대중적이고 일상적이지만 다른 대중가수와는 다른 면이 있다. 평론가를 포함한 문인들에게 문학과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김광석을 꼽았다.그의 짧은 생애가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어느 천재 요절시인과 닮았고, 맑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시적이며, 아픔과 허무가 밴 노랫말과 가락들이 모두 문학적인 서정을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서른 즈음에’는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1990년대 이후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른 즈음에'는 30~40대 청춘들의 삶을 융숭 깊게 했으며,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황지우의 시 ‘늙어가는 아내에게’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생을 성찰케 하면서 그들을 위로했다.오래 전 한 주점에서 군에 입대하는 친구를 위한 젊은이들의 송별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침 주점의 스피커에선 청춘의 송가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왔고 잠시 가게 안이 조용했으며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란 대목에 이르자 무리 가운데 여자 하나가 훌쩍훌쩍하더니 기어이 모두가 엉엉 울어재끼는 광경을 본 일이 있다. 김광석의 노래는 그렇듯 사랑을 더 열렬하게 하고 이별을 더욱 애틋하게 하며 삶을 진지하게 만든다. 그의 노래는 정갈한 고독과 우수를 느끼게 하고 시적인 울림으로 공명한다.김광석을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하고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유다. 그가 살아있다면 올해 쉰일곱이다. 사후 24년이 흐른 지금껏 그의 노래는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새롭게 조명되어 살아있는 웬만한 가수보다 활동 폭이 넓고 우리들 삶 속에 살아서 함께 호흡한다. 우리 대중문화에 김광석 현상으로 자리 잡은 그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그가 태어나고 떠난 달이 모두 1월이니만큼 매년 이맘때면 그를 추모하며 곳곳에서 김광석을 다시 부른다. 그의 고향인 대구 방천시장 옆 김광석길은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다.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하여 그 향수와 낭만을 찾아 10대에서 60대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를 몰랐던 젊은이들도 그의 노래에 빠져들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따라 부른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과 책임사법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과 책임사법윤정대변호사1986년부터 약 5년 동안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벌어진 10건의 연쇄살인사건은 8차 사건을 제외하곤 지난해 9월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이 5차, 7차, 9차 사건에서 확보된 DNA가 한 수감자의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모두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강간살인범으로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수감자는 경찰의 뒤늦은 수사에서 이미 범인이 잡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8차 사건을 포함하여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죄라고 밝혔다.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그의 이름에 따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바뀌었다.1988년에 일어난 8차사건의 피의자로 몰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윤씨는 이춘재의 자백이 있은 후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 발생 당시 22세의 농기계 수리공 윤씨는 경찰에 의해 검거 직후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자백하고 검사에 의해 기소되었다. 윤씨는 기소된 지 불과 약 2개월만인 1989년 10월 1심인 수원지방법원 형사재판부로부터 검찰의 구형대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범행을 부인하며 항소하였고 “사건 당시 친한 선배와 잠을 자고 있었는데 경찰의 혹독한 고문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 형사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 이래 원심 재판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고 침입 경로와 범행 후 피해자의 유기상태, 범행내용, 도피 경로를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특히 범행현장과 피고인의 체모에 대한 감정의뢰 보고서 및 소견서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기 충분하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국선변호인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1심 국선변호인은 윤씨를 법정에서 잠깐 보았을 뿐이고 2심 국선변호인은 법정에 나오지도 않아 법정에서 다른 국선변호인으로 교체되기도 했다.윤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했고 2009년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었다. 이춘재의 자백이 없었더라면 윤 씨는 끝까지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혼자 울분을 삼키며 평생을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며 지내야 했을 것이다.재판은 윤씨에게 무의미한 절차였다. 사실 윤씨 사건은 무죄를 나타내는 증거나 정황이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소아마비인 윤씨는 현장검증 할 때 담을 못 넘어서 형사들이 잡아준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재판부가 현장 검증을 했더라면 그가 범행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 윤씨의 옷에는 농기계 수리로 인해 기름때가 묻어 있었으나 피해자의 옷과 집에서는 기름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자백을 이유로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재판은 1심의 졸속 재판을 정당화시켰다.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두식 교수는 그의 책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판·검사들이 일정한 틀을 미리 짜놓고 사건을 꿰맞추려 한다는 것은 당사자나 변호사들이 많이 느끼는 문제점 중의 하나입니다. 거기에서부터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지요. 판·검사들이 틀을 짜는 이유는 그들의 독선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일 것입니다.”라고 지적한다.한 사람이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20년을 교도소에서 지내야 했고 출소한 후 10년이 돼서야 진범의 자백 덕분에 비로소 재심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검찰과 경찰은 뒤늦게 윤씨가 불법체포 후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당한 것으로 보고 당시 수사경찰관들을 직권남용, 불법체포·불법감금,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하였고 수사과장과 수사 검사도 직권남용, 불법체포·불법감금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이다.우리 사법 시스템 속에서 수사의 최종 판단자는 기소여부에 대한 권한을 가진 검사이고 재판의 최종 판단자는 유·무죄와 형량에 대한 선고권을 가진 판사이다. 그러나 검사와 판사는 이러한 중대한 권한에 비해 책임은 부존재한다. 기소나 재판을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신의 기소나 재판이 잘못되었다고 고백하지도 않는다. 검사는 수사관과 판사를 탓하고 판사는 검사나 무능한 변호사를 탓할 것이다. 잘못된 형사판결에 대해 검사와 판사가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지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윤씨와 같은 사법권력에 의한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줄이는 길이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요동치는 정치권, TK 향배는 어떻게 되나

4·15 총선이 딱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바야흐로 출마 희망자들의 사무실 개소식과 출판기념회 등이 잇따르는 등 신년 초부터 정치 시즌 개막을 알리고 있다. 또한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보수당’ 출현과 안철수 전 의원의 정치 복귀에 따라 정치권이 요동칠 전망이다.지난 5일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보수당’이 창당식을 갖고 신당의 닻을 올렸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은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새로운보수당과 통합을 모색하는 등 보수통합 움직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 뜻을 밝히는 등 위상 재정립에 나섰다. 하지만 지도부 퇴진과 비상대책위 요구 등 반발이 계속돼 황 대표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은 가장 큰 이슈다. 5일 현재 한국당의 불출마 선언 의원 9명 중 6명이 PK 출신이다. TK는 1명도 없다. 한국당 PK 의원 22명 중 6명이 불출마 선언했다. TK에서는 불출마 선언 의원이 1명도 없자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출마 선언 없는 TK 의원들을 향해 “자존심도 없나”라며 일갈했다. 황교안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 시사는 영남권 중진 의원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가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이제 한국당의 텃밭인 TK 의원의 거취가 주목된다. 대구·경북 21명의 한국당 의원 중 20대 총선 당시 ‘공천 파동’의 주역 등 물갈이 대상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한국당 당무감사결과도 TK 당원은 지역 의원 100% 물갈이해야 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그래도 TK 의원들은 꼼짝 않는다. 모두 ‘배 째라’다. 자발적인 불출마 선언은 기대난이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무자비하게 칼질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중앙당의 보수통합 움직임도 지역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권오을 바른미래당 경북도당위원장이 탈당하는 등 바른미래당 탈당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는 보수 신당으로, 일부는 한국당으로 합류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권 포석의 일환으로 호시탐탐 대구 출마를 노리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의 거취도 달려 있다.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한국당 간판만으로는 마음이 떠난 지역민의 표심을 되돌리기가 쉽지않다는 점이다.자칫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따라 엉뚱한 곳에 표가 가거나 무소속 유력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한국당의 탈태환골없이는 어렵다. 시간은 많지 않다. 한국당은 국민들의 보수 대통합과 혁신 요구가 들리지 않나.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자자자, 짠짠

자자자, 짠짠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언제 저런 숫자가 될까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2020년이라는 곳에 도달하게 되었다. 구름에 가렸던 해가 환하게 솟아올라 빛을 발한다. 새해에는 늘 즐겁고 신나게 살아가리라 다짐부터 한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나의 생각도 더러 틀릴 수 있다며 상대의 마음을 짚어가며 조용히 들어주리라. 어떤 상황에서도 역지사지를 생각하며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리라. 봄날 같이 따스한 빛이 내리는 주말, 의사회 임직원들의 연수회가 개최되었다. 통영으로 내려가 바닷가에서 이순신 장군의 정기를 받아 한 해의 업무를 잘 해보자는 단합대회의 취지였다. 임원과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주차장에 모여 버스에 오르면서 모두가 상기된 얼굴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남쪽 바다를 향해 떠난다는 신남이 온 몸에 가득 전해온다. 젊은 직원들부터 이사 감사 회장님까지 버스에 한가득 올랐다. 올 한해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나 빈틈없이 업무를 잘 해야 할까 한번쯤 생각해보고 결의를 다지는 연수회, 쪽빛 바다를 끼고 그림같이 펼쳐진 연수회장에 닿았다. 늦은 시각까지 열띤 토론을 마치고 짭쪼름한 바다 내음을 코에 들이키며 머리를 식힌다. 저녁 식사로 먹은 굴내음이 입가에 남아 마음까지 상큼해 온다.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보는 힐링의 시간인가. 밤이 이슥하도록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고 잘 해보자는 마음을 가슴에 새겨 잠자리에 든 회원들, 잠시 눈을 붙인 뒤에는 어김없이 아침 산책을 하는 이들의 사진이 톡에 뜨기 시작한다. 아침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북어국으로 해장을 한 대원들이 이순신 장군의 기운을 받으러 나섰다. 제승당에 들리자 나이 어린 임원들과 직원들이 향불을 앞에 두고서 엄숙한 표정으로 이순신 장군 앞에 머리를 숙이고 묵념을 한다. 신년이 되어 처음 맞는 단합대회, 모두가 이순신 장군의 기운을 받아 한 해를 희망차게 잘 살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산에 맹세하고 바다에 서약한 기분으로 저마다의 가슴에는 결기가 가득할 것 같다.생각해보면 새해마다 결심을 한 것 같다. 새롭게 받아 놓은 날들 이런 저런 일을 수행해 내리라 다짐하지만 그중에 이룬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은 해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껏 즐기면서 행복한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신년회나 단합대회때마다 건배사를 하게 된다. 올해엔 건배를 하면서 자자자,짠짠으로 정하였다. 건강하자, 함께하자, 행복하자의 자자자, 그리고나서 잔을 부딪히면 모두가 다 잘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다. 시작하는 이 마음 그대로 올 한해가 저물때에도 늘 같은 마음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 실내용 텐트를 아기 엄마들에게 추천하였을때도 그랬다. 그 속에서는 외풍이 느껴지지 않아서 행복의 보금자리에 든 것 같고 모두 함께 하는 것 같아 가족모두가 건강을 되찾을 것 같다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지 않겠는가. 자자자 짠짠 하면서 날마다 행복과 건강을 다짐하면 으레 삶이 더욱더 즐겁지 않겠는가.새해 다짐이 설령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를지라도 날마다 다짐하리라. 매일 매일 건강한 생각으로 모두 함께하는 자세로 행복을 도모하리라고, 날마다 기도하리라, 새해에는 아집을 버리고 느긋한 마음으로 상대를 포근하게 먼저 품어줄 수 있게 되기를. 내 앞에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눈길을 밟아가듯 설레며 늘 깨끗이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한 해가 다 저물 때 내가 계획한 대로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잘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되기를. 통영의 바람을 맞으니 청마의 행복이라는 시가 떠오른다.‘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중략…//제각각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며 힘차게 외쳐본다. 자자자, 짠짠!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안전한 난방용품 사용법

안전한 난방용품 사용법이성윤의성소방서 소방행정과 소방교의성소방서 소방행정과 이성윤 소방교겨울철 난방용품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난방용품에서 발생한 화재 중 전기장판과 전기히터로 발생한 화재가 가장 많고, 전기열선,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겨울철 난방용품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전기장판 등을 구입 할 때는 KC마크와 EMF마크가 있는 것으로 구입하고 장기간 보관 후 사용하기 전에는 전선의 파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장판이나 콘센트에 낀 먼지는 제거하고 전기장판에 파손되거나 마모된 곳이 있는지 확인 해야 한다. 사용 시에는 전기장판 위에는 라텍스 같이 불이 잘 붙을 수 있는 재질이 아닌 얇은 이불을 깔고 사용하고 열이 축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반드시 전원을 끄고 콘센트까지 뽑아야 하며 장기간 보관 시에는 돌돌 말아서 보관하고 전기장판 위에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지 않아야 한다.화목보일러 화재의 주요 원인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연료 투입으로 과열에 의한 복사열이 주변 가연물로 착화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연소 중에 발생된 재와 진액(타르)이 연통내부에 증식해 생성된 퇴적물이 숯처럼 작용, 연통의 온도를 300도 이상 과열시켜 주변 가연물로 착화 되는 등 많은 위험요인이 존재한다.올바른 사용 및 관리방법으로는 우선 가연물과 보일러는 2M 이상 떨어진 장소에 보관해야 하며 보일러실 인근에 소화기 비치, 지정된 연료 사용 등 안전 수칙을지켜야 한다. 젖은 나무 사용 시에는 투입구 안을 3~4일에 1번 정도 청소하고 연통 청소는 3개월에 한번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전기열선의 화재 발생 원인은 전기열선을 다시 보온재를 감아 놓은 경우, 스티로폼, 옷가지 등 방치된 가연물이 있는 경우, 전기열선을 중복해 여러 번 감을 경우 등으로 내구연수가 지난 열선은 정기적으로 교체를 해주어야 하며 특정부분이 접히거나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사용하지 않거나 외출 시에는 반드시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김호운 기자 kimhw@idaegu.com

‘대구경북 통합론’ 어떻게 구체화 시키나

지난해 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전격 제시한 ‘대구·경북 통합론’이 대구·경북을 달구고 있다.이 도지사는 지난 12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구·경북 통합과 관련 “2020년 상반기 중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2월23일 아시아포럼에서는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려면 통합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은 ‘2022년 대선 이전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고 대선과 함께 치르는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통합 단체장을 뽑아야 한다. 통합은 2021년까지 마무리 돼야 한다’는 것이다.주장은 며칠사이 구체화되고 있다. 평소 소신 차원을 넘어 향후 통합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정책 의지로 읽힌다. 그의 발언이 관심을 끄는 배경은 대구·경북의 미래가 어둡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대구·경북 분리 체제로는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에 모두 공감한다.---“양 지역 행정통합의 관건은 추진의 의지”그러나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2년 내 통합을 마무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섞인 시각도 많다. 이와 관련 그는 “행정통합은 여러번 검토됐다. 문제는 의지가 있느냐다. 대구경북연구원에 통합을 위한 로드맵 마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의 장단점, 방식 등에 대한 결론을 새해 상반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대구·경북 통합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1년 대구가 경북에서 직할시(현 광역시)로 분리된 이후 여러번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앞장서 추진하는 구심체가 없었던 탓도 있다. 어려운 행정통합은 뒤로 돌리고 경제, 환경, 수자원, 교통 등 가능한 정책분야부터 먼저 하자는 단계적 통합 주장도 꾸준하게 나왔다. 그러나 그 역시 말뿐이고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갈수록 분리만 더 고착화 돼가는 느낌이다. 이제는 큰 매듭을 먼저 풀어나가는 접근이 옳을 수도 있다.현행 지방자치법상 자치단체의 통합은 법률로 정하도록 돼있다. 또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 도지사가 언급한 것처럼 통합의 전제조건은 특별법 제정이다. 또 그에 앞서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선결 과제다.통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달 21일 최종 입지가 결정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대구를 잇는 철도·고속도로 등 교통망 구성도 용이해진다. 경북의 농산물을 대구의 학교나 관공서 등 대량 소비처에 공급하는 로컬푸드 사업도 활기를 띨 것이다. 광역 쓰레기장, 화장장, 산업 시설 재배치 등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대구·경북 분리체제 하에서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대구·경산 통합도 용이해질 것이다. 두 지역은 동일 생활권이어서 다수가 통합을 원하지만 도세 위축을 우려한 경북에서 경산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대구와 경산이 통합되면 청도, 영천과의 통합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정부 차원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 변수그러나 걸림돌도 적지않다. 중앙정부 차원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변수다. 현행 시도, 시군구, 읍면동 3단계의 지방행정조직을 2단계로 축소하자는 주장은 1980년대 초반부터 제시됐다. 전국을 인구 100만 단위의 40여개 지방행정조직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도 2단계 개편안이 검토됐으나 불발에 그쳤다. 대구·경북 통합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검토가 필요하다.또 2016년 안동으로 이전한 신도청도 통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당시에는 도청이 경북의 영역 안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시대의 큰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반론도 있다. 현 청사는 향후 통합청사로 쓸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통합 지자체 북부청사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논란의 소지는 적지않을 전망이다. 속속 안동으로 이전하고 있는 도단위 기관도 마찬가지다.대구시 신청사 건립도 신중해야 한다. 이전 지역만 결정됐으니 통합논의의 추이를 보면서 규모나 건물 형태 등을 결정해야 될 듯하다.대구·경북 통합은 지역의 백년대계다.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된다. 시도민의 생활과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파악하면서 추진해야 한다.지국현 논설실장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줄탁

줄탁/ 이정록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 별이 뜬다// 한 번에 깨지는/ 알 껍질이 있겠는가// 밤하늘엔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빗나간 부리질이 있다// 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 눈을 친다- 시집『제비꽃 여인숙』(민음사, 2001) ................................................. ‘줄탁’은 본디 불가에서 나온 말로 ‘줄’은 닭이 알을 깔 때 병아리가 막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려고 안에서 쪼는 것을 말하며, ‘탁’은 같은 때에 어미 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이른다. 생명기운의 우주적 순환과 탄생의 신비를 묘사하는 이 말은 세상에 첫발을 디딜 때 안팎의 관계가 이러해야 하듯이 깨침을 위한 단계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이를 때 주로 쓴다. 요즘은 종교불문 기독교에서도 인간을 찾아오시는 하느님과 응답하는 인간이 만나는 지점을 두고 인용하며 정치권에서도 가끔 회자되곤 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시기와 최적의 방법이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일이 성사되기 어려운 게 세상 이치다. 때를 놓치거나 너무 앞서게 되면 공연히 기운만 빼거나, 때로는 많은 희생이 따르고 자칫 비극적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참으로 세상살이에서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매력적인 이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협업 관계에서 시그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서로의 가치와 채널을 공유하고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 역사를 쓰고 새 시대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사에서 ‘줄탁동기’를 인용했다. 이 말은 그동안 검찰개혁 추진과정에서 몇 번 언급된 바 있다. 오랜 기간 누적된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치솟다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응집된 목소리가 한꺼번에 표출되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 되었고,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면서 박영선 위원장이 맨 처음 ‘줄탁동기’를 언급하였다. 검찰과 사법 개혁은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다 국민의 지지가 더해져야 완성된다며 국민적 지지를 강조한 것이다. 물론 검찰 스스로의 환골탈태가 더 중요했지만 지금껏 내부의 자정노력보다는 권력을 지키려고 안간 힘을 다하며 맞서는 검찰의 모습만을 보아왔기 때문에 절망적이었다. 이에 추미애 장관은 더 이상 조직 차원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여 검사 개개인의 의식변화를 주문했던 것이다. 그리고 공수처는 검찰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 주요 고위 공직자를 망라하므로 약 80%의 국민이 지지하는 기관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민주사회는 권력의 균형과 견제로 유지되어야 한다. 공수처는 권력기관 상호견제 시스템임으로 야당에서도 반대할 아무런 명분이 없는 기구이다. 개혁의 마지막 방점을 검찰개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국회개혁과 정당개혁 없이는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의 완수는 온전히 체감하기 힘들다. 정치 환경 변화는 결국 우리 삶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경제적 질서, 복지정책 방향 등을 결정짓는 구체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어떤 의원을 뽑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이 ‘줄탁’의 적기이나 새 생명이 탄생하는 껍질은 한방에 와장창 깨어지지는 않는다. ‘빗나간 부리질’도 있을 것이다. 부디 마침맞은 줄탁으로 ‘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 눈을 치’며 별이 뜨는 그날이 오길 소망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대구시·경북도, 새해 지역경제 회생 올인해야

새해 새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올 한해 지역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오는 4월에는 총선이 치러진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진영 논리를 앞세운 정쟁에 모든 것이 휩쓸려 갈 수 있다. 어영부영 상반기가 지나갈 수도 있다. 어려운 지역경제가 정치 때문에 더 나빠지지 않도록 지자체는 물론이고 시·도민들도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경제회생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지역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 1일 새해 지역경제 성장률이 대구 2.1%, 경북은 0.9%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대구 1.9%, 경북 -0.3%)보다는 조금 높지만 성장률이 절대적으로 낮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예측이다. 전국 평균 성장률 전망치인 2.2%보다도 낮은 수치다. 2018년 7월부터 이어져온 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지역 제조업 생산 감소와 서비스업 부진 등이 경기 침체의 주요 요인이다. 대구와 경북은 자동차, 기계, 전기장비, 섬유제품 등 주력 산업의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도소매, 음식업 등의 서비스업도 제조업 부진 여파 및 소비심리 악화로 매출감소 심화가 예상된다.새해 실업률은 대구 3.7%, 경북 4.2%로 전망됐다. 경북은 전년에 비해 실업률이 0.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는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질 전망이지만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 두 지역 모두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고용이 둔화되고 전통산업과 자영업의 구조조정 등이 이어져 고전이 예상된다.모든 여건이 좋지 않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대구시와 경북도의 새해 시·도정 목표도 민생경제 살리기에 모아졌다.대구시는 단기 과제로 골목상권 활성화, 온누리상품권 판매, 경영안정지금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K-2 군공항 후적지 개발, 대구시 신청사 건립, 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 등 대형 SOC 사업을 통해 신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경북도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저출생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도청 조직을 개편해 일자리 경제와 신성장 산업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정책관을 신설했다.대구·경북 시·도정 주요 목표는 반드시 소기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목표와 결과가 달라서는 안된다. 시·도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해는 지역민들의 시름이 조금이라도 덜어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4월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

정치인을 평할 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만큼 능력이나 자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이는데, 이런 양반들이 어째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모양, 하는 게 영 시원치 않다.”국회의원들로서는 듣기가 거북하겠지만 국민에게 비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정당 구조를 꼽는 정치학자들이 많이 있다.정치적 의견이나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정당인데, 그 정당이 파벌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민의의 중개라는 본연의 역할보단 줄서기나 눈치보기 행태가 당내에 일반화돼 있고, 거기다 정치적 출세를 우선시하는 정치인 개인의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같은 정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2020년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4월15일이 지나면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제21대 국회의원들의 면면이 결정된다. 선거법개정안을 놓고 연말 국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어쨌든 선거의 룰은 정해졌다. 3개월여 남은 선거일까지 각 정당의 의석수를 늘리기 행태가 볼 만할 것 같다.선거 때면 후보자가 쏟아져 나온다. 대개가 우국지심으로 의사당에 들어가려 하겠지만, 막상 국회에서 이들이 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여 국민은 정치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국회의원이 중요하고 좋은 자리란 건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것은 중요함을 말하는 것일 테고, 그럼 좋은 자리라는 건 왜 그럴까. 요즘처럼 돈이 대접받는 세태의 관점에서 보면 일단 금전적 혜택이 아주 많다.국회의원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200여 가지에 이르는 특권을 누린다고 한다. 우선 헌법상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란 ‘법 위의 지위’를 누리게 되고, 그리고 월 1천만 원이 넘는 기본급은 생활의 여유를 보장한다.여기다 매월 유류비, 차량 유지비, 각종 이동경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 의원사무실 운영비와 전화요금, 우편요금 등으로 또 수백만 원이 지원된다. 정책홍보나 정책자료 발간비 등은 무제한 지원 항목이고, 연간 수천만 원의 해외 시찰경비에다 철도 선박 항공기 등 국내 공공교통수단의 무료이용 혜택까지 모두 일일이 열거를 다 못할 정도로 많다.다 아는 걸 왜 또 얘기하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 있으면 선거일인데 국민 혈세를 이렇게 펑펑 쓰는 자리에 앉을 국회의원을 정말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꺼낸 얘기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을 잘 뽑을 수 있을까.선거철이면 지역마다 지역예산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어떤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는지 홍보하는 현수막을 보게 된다. 과연 이런 성과지표가 선택의 올바른 기준이 될까, 또 출마자가 내세우는 화려한 스펙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우리는 이미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선택한 정치인들로부터 배신당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기준으로 한번 선택해 보면 어떨까. 개인 대신 그가 속한 정당을 보고 선택해 보는 것이다. 물론 정당 역시 구조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하지만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이는 최선은 안 되더라도, 차선의 선택 기준은 될 수 있다고 많은 정치학자가 주장한다. 우리처럼 개인이 정당 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기에 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당이 그동안 보여온 정치가 과연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될 듯하다.물론 이 방법이 모든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정당이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공천해 당선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당이 공천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판별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춰놨느냐는 것인데, 이게 또한 국민 신뢰를 얻기엔 많이 미흡한 현실임을 경험상 알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게 옳다고 한다. 대신 이로 인해 나타날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대비해 두면 될 것이다. 만약 정당의 잘못된 검증으로 부적격자가 당선된다면 유권자가 직접 다시 심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 국회의원소환제가 될 수 있다.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박소득 전 경북농업기술원장현재 지구촌의 인구는 70억 명으로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50년 후에는 지구상의 인구가 9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그때 필요한 식량의 소요량은 지금의 두배가 될것이나 기후변화시대에 안정생산이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은 과거에는 30%로 높았으나 지금은 20%전후로 낮아져 식량자급율 저하에 따른 식량안보문제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최근 세계의 기후는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 상승했고 그 상승률은 점차 증가하여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산업혁명 전후로 현저히 증가했으며 지난 100년간 약 1.4배 증가하였다. 특히 1980년 이후 기온상승은 과거 100년간 2배 이상이었다. 2100년경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활동 구조 및 여러 요인에 의해 1.1℃~6.4℃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기온의 상승은 물부족과 홍수 동식물이 대폭 감소되어 결국에는 멸종의 위기를 촉발 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의 한반도 겨울도 30년 전의 혹독한 겨울에 비하면 온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도 겨울에 간혹 밀어닥치는 한파는 역시 기후변화의 하나로 해석이 된다.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여러군데에서도 발견되며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엘리뇨와 태평양지역의 해수온도가 내려가는 라니뇨도 태평양 바닷물의 온도가 변하면서 세계 곳곳에 해수온도의 상승, 저온, 홍수, 가뭄, 한파 같은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한반도의 경우도 세계평균보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100년간 6대도시 평균 기온은 약 1.7℃ 상승하여 세계 평균 두배증가하였으며 기온 1℃ 상승시 농작물 재배적지가 100㎞북상하고 있다.지난 30년간 우리나라 해수면이 연평균 2.97㎜씩 증가 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해역별 연평균 상승폭을 보면 제주부근이 4.26㎜로 가장 크고 동해안은 3.50㎜, 서해안은 2.48㎜,남해안은 2.44㎜가 될것으로 내다봤으며 제주를 제외하면 울릉도와 포항 등 동해안의 상승률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2030년~2040년 제주도 수면이 4.9㎜상승하고 해운대 수면 1㎜상승시 4,000억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징어 등의 물고기 어획량이 급감하는 이유도 해수온도의 기후변화와 상관이 크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농업으로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중장기 플랜이 필요하다고 본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사랑의 온기, 흰죽

사랑의 온기, 흰죽이성숙재미 수필가캘리포니아에서 맞은 독감예방 백신이 서울의 혹한을 이기기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서울에 다녀온 후 앓아누워 버렸다.방에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부엌에서 참기름 냄새가 날아온다. 남편이 흰죽을 끓여 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어릴 때, 별다른 약이 없던 때에 엄마는 몸살만 나도 흰죽을 끓여주었다. 뜨끈한 보리차와 흰죽, 밤을 새워 곁을 지켜주던 엄마의 손길로 바이러스를 이겨내곤 했다.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말간 흰죽이 그리 고소할 수가 없었다.결혼을 하니 남편이 감기만 걸려도 죽을 끓여준다. 엄마처럼 흰 쌀만으로 끓이지 않고 여러 가지 재료를 넣는다는 게 다른 점이지만. 그는 죽 조리법을 이미 대여섯 가지 갖고 있다. 새우죽, 야채죽, 소고기죽, 버섯죽에 미국 사람들이 배탈 나거나 감기 걸릴 때 자주 찾는 닭죽 등이다. 이번에 그는 은행 알을 볶아 넣어 흰죽을 끓였다. 흰 도자기 사발에 흰 쌀죽, 노란 은행이 수채화처럼 떠 있고 다진 쪽파 몇 조각이 무늬를 이루고 있다. 연한 색의 조합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쟁반에는 간장 종지와 조미 안 된 구운 김이 함께 놓여 있다. 간장은 참기름을 안 띄운 생간장이다. 친정 이모가 보내 준 햇김은 아직 바다냄새를 안고 있다. 담백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던 나는 중환자처럼 느리게 몸을 일으켜 흰죽에 간장을 조금씩 찍어 삼킨다. 목은 부드러워지고 위장은 따듯하게 데워진다. 좋다. 침대 위에서 그의 무릎에 놓인 쟁반 위의 흰죽을 나는 깨작거리며 천천히 먹어 치운다. 그는 내 엄살을 묵인하며 오작동하는 기계를 다루듯 내게 물도 건네주고 김도 부수어 준다. 죽 한 그릇을 비운 후 나는 다시 침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그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다독이더니 빈 그릇을 챙겨 들고 나간다.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 나는 이불 속에서 혼자 해죽거리다 꿀 같은 수면에 빠진다. 왜 진작 앓아누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현대 사회학의 거장 앤서니 기든스는 사랑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앞뒤 안 가리는 맹목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을 열정적 사랑, 운명적으로 만난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을 낭만적 사랑, 자신을 타자에게 열어 보이는 것으로 구속이 없는 합류적 사랑이 그것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뇌의 화학작용 지속 기간은 30개월 미만이다. 항간에는 이를 두고 열정적 사랑의 유효기간이라고도 한다. 뜨겁고 짧은 사랑. 추억이 되는 모든 사랑이다. 합류적 사랑이란 우정 같은 것일지 모른다. 기든스는 일부일처일 필요도 없는 형태가 합류적 사랑이라고 했다. 낭만적 사랑이란 일부일처를 요구하며 뜨겁지 않고 은근하나 식지 않는 사랑이다. 상대는 자신의 결여를 메워주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는 내 허술함을 아는 사람이다.대개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성공할 것인가, 어떻게 부자가 되고 어떻게 출세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산다. 남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어떻게 입맛을 돋울 것인가, 어떻게 사랑을 나눌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다.그는 흰죽을 위해 1시간 전부터 쌀을 불려두었다. 식은 밥에 물을 붓고 끓이는 것은 밥이 부드러워져서 먹기에 편하게 되는 것이지 죽이 아니라는 게 그의 견해다. 생쌀로 끓인 죽이라야 밥알이 탱글탱글하고 맛이 난다는 것이다. 그는 불린 쌀을 참기름에 볶아 물을 붓고 죽을 만든다. 쌀을 저어가며 잘 볶는 게 죽 맛의 비결, 그런 후 물을 붓고 다시 저어가며 끓여 흰죽을 완성한다. 마지막에 볶아 둔 은행을 넣고 한 번 더 끓인 후 다진 파를 고명으로 올려준다. 더운 가스레인지 앞에 한 시간은 족히 붙들려 있어야 완성되는 음식이 흰죽이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 없이 가능한 메뉴가 아니다. 먹을 때도 특별하다. 흰죽을 먹을 때는 좀 툴툴 거려도 좋고 수발을 받으며 왕후처럼 굴어도 좋다. 음식치고는 희한한 음식이다.또한 흰죽만한 위로가 없으니 그리 먹고 나면 면역이 다져져서 병은 어느새 낫고야 만다. 대상만 있다면 엄살과 위로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엄살을 부리는 사람은 아무데서나 그리 하는 게 아니다. 위로 받고 싶은 사람 앞에서 엄살을 부린다. 위로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런 상황일 때 위로 받고 싶은 방식으로 엄살하는 사람을 위로한다고 한다.내게 흰죽을 끓여 주던 엄마는 이제 자신의 몸도 돌보기 어려운 노구가 되었다. 어제는 서울의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오메가 쓰리 좀 주문해 달라고 전화를 했더라는 얘기다. 엄마는 자신의 기억력이 자꾸 떨어진다며 뇌혈관에 문제 있는 거 같다며 오메가 쓰리를 사고 싶어 했다고 한다. 친정집 식탁에는 각종 영양보조제가 즐비하다. 오메가 쓰리도 아직 남아 있다. 엄마는 아마도 오메가 쓰리가 필요해서 전화한 게 아니다. 그녀는 지금 엄살을 부리는 것이다. 자식 목소리 듣고 싶어서. 엄마는 어쩌면 흰죽이 먹고 싶은지도 모른다. 제 살기 바쁜 자식들은 엄마의 엄살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휘력 떨어지는 번역기처럼 오메가 쓰리는 ‘보고 싶다, 외롭다’로 전송되지 못하고 ‘뇌혈관에 좋다’로 오역된다. 동생은 남아 있는 오메가 쓰리 먼저 드시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기억력 감퇴한 우리 엄마, 며칠 후면 내게도 전화를 걸어올지 모른다. 오메가 쓰리 주문해 달라고.그러나, 엄마에게 필요한 건 흰죽이다, 흰죽.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간격

간격 / 안도현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시집『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 2004)......................................................... 자연의 현상을 노래한 많은 시는 그 상징과 비유를 통해 인간의 삶을 대변한다. 이 시도 숲을 원경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인식과 실제 숲 속에 들어가서 본 본디의 모습이 다른데서 얻은 깨달음으로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보았을 때는 나무들 간격의 빼곡한 밀착으로 숲을 이룬다고 믿었으나, 불 타버린 숲의 한가운데 들어서서 보았더니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이치가 통하고 또 작동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숲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로, 나무와 나무는 공동체의 구성원인 개개인을 일컫는다. 이 나무들의 모습에서 인간사회의 바람직한 관계를 발견한다. ‘어깨와 어깨를 대고’있다는 것은 얼핏 간격 없이 붙어있기에 결속과 일사 분란함이 가능하고, 그것으로 울창한 숲을 이룬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와 달랐다. 촘촘하지 않고 ‘넓거나 좁은’ 적절한 간격,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그 이유로 각각의 나무는 성장하고, 그 간격들이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룬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우리들 삶의 모습에도 적용된다. 진정한 사랑이나 우정은 맹목적인 밀착(혹은 집착)이 아니라 한 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바라보는 여유와 조화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나무들 사이의 적당한 간격처럼 사람들 사이에도 이만한 간격은 필요하고,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도 한발 떨어진 위치에서 관조할 수 있는 여유는 있어야한다는 의미이다. 그 간격으로 바람이 통하고 햇빛도 들며 조화의 아름다움도 유지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상처가 깊어지면 필경 사단이 나고 만다. 이런 간격의 소중함에 대한 잠언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결혼에 관하여’에도 볼 수 있다. “너희는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은 서로 떨어져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그 적절함과 적당함이 대충 대강으로 들리기도 하겠다. 적당히 사랑해야 적당히 아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얼핏 인간적 순수성의 결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맹목의 사랑과 우정, 믿음과 밀착은 사달이 날 경우 그 폐해는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너무나 크다. 맹목으로 윗도리 아랫도리 홀딱 벗고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자, 어쩌면 심장을 잃어버릴 수 있으리라.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대구·경북, 웅비하는 경자년 되길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시작됐다. 관공서와 기업들은 2일 오전 시무식을 갖고 새해 새 다짐을 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올해는 6·25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새마을운동이 50주년을 맞는 해다. 2·28 민주운동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대구시가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21일을 시민의 날로 선포하는 첫해다. 또한 2020 대구·경북 방문의 해이기도 하다.이렇듯 대구·경북은 경자년 새해를 맞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오는 21일에는 통합신공항 최종 후보지가 결정될 예정이다. 대구·경북 최대의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논란이 있긴 했지만 지역의 100년 대계가 걸린 중차대한 사항이다.신공항 후보지는 주민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 결과에 대해 군위와 의성 주민들 못잖게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과 관련, 주민숙의제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결과를 이끌어낸데 이어 경북의 역대 최대 사업을 주민 투표로 결정하는 만큼 투표 향배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일 각각 신년사를 통해 올해 시·도정 운영 방침을 밝혔다.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신공항 후보지를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꼽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양 광역단체장은 주민들의 아픈 곳을 긁어주고 지역 발전을 위해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신성장 동력 마련과 청년 일자리 해결에도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대구시는 두류동 신청사 건립에 매진하고 지역 숙원사업인 취수원 이전과 엑스코 경전철 예타통과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또한 대구시의 역점 사업인 물 산업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관련 기업과 자본 유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경북도는 통합신공항과 함께 경북 발전의 양대 축이 될 영일만항의 환동해 거점항 추진이 과제다. 영일만항이 물류와 관광의 거점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경북의 관문항으로서 바닷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경북도는 소멸위기의 농촌을 살리고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주력산업 구조전환과 관광 활성화에도 힘써야 한다. 경북의 미래발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대구·경북의 시·도 통합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양 시도는 원론적인 합의는 보았기 때문에 양 지자체가 공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연구 및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대구시와 경북도는 기로에 선 지역을 위해 큰 틀에서 협력하고 발전 방안을 공동 모색해야 한다. 올 한해 대구·경북이 한 단계 더 뛰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희망과 풍요의 쥐띠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