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올해는 국내로 떠나자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다. 조여들고 있는 강대국의 외교·안보적 위협과 경제 위협은 가뜩이나 팍팍해진 살림살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네 마음을 더욱 오그라들게 한다. 하지만 재충전을 위한 휴식도 중요하다.일본의 무역 규제로 인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 여행을 보이콧하자는 움직임도 거세다. 경북도 등 지자체와 공기업 등이 이런 추세에 발맞춰 국내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민 호응도 높다.문재인 대통령까지 거들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더 많은 국민들이 국내에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국내여행을 권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휴가철은 지역 관광산업에도 절호의 기회다. 청정 동해를 끼고 있는 해수욕장과 계곡 및 자연휴양림 등 관광자원을 활용해 국내 관광객을 그러모아야 한다.경북도는 피서지와 휴가지 관광 정보를 담은 ‘경북 여름 여행’ 리플릿을 제작해 전국 주요 거점 국제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 및 고속도로 휴게소, 관광안내소 등에 배포했다. 특히 경북도는 지역의 독특한 고택체험과 야간 관광, 먹거리 등 이색 상품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농협은 우리 조상들의 농업유산을 찾는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및 국가 중요 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경북 울진의 금강송 산지와 의성의 전통 수리(水利) 등 우리 농촌의 소중함을 느끼면서도 휴식할 수 있는 여름휴가지로 꼽았다.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농협중앙회,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번 여름휴가 기간 동안 ‘농산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9년 여름 휴가철에 가볼 만한 농촌여행지(23곳)’을 발표했다. 추천 여행지엔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 교육농장, 전통 테마 마을 등이 망라돼 있다관광은 풍부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가 전제돼야 하지만 관광객을 맞는 피서지 상인들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관광 업소의 친절과 청결은 기본이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철만 되면 몸살을 앓는 국내 계곡의 불법 자릿세 영업과 평소의 2~3배씩 받는 숙박업소 바가지요금도 근절돼야 한다.국내 여행객들이 일본을 찾는 최대 장점은 국내 대비 가격이 싸다는 점이었다.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이 펼쳐지는 현 상황에서 관광업 종사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참에 자릿세와 바가지를 몰아내고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로 돌아오는 여행객들을 붙들어 놓을 수가 있다. 모처럼 맞은 국내 여행 특수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 관광의 미래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국민 여러분 이번 여름엔 국내 여행을 떠납시다.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식당의자

식당의자 / 문인수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안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상당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걸이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런 저런 궁리 중이다. 이 몸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낸 저 의자,//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 시집 『배꼽』 (창비, 2008)....................................................의자를 소재로 쓴 시는 많다. 그만큼 의자가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아 관찰과 사유의 응시도 붐볐겠다. 시인이 보았던 식당 의자는 야외용 간이의자다. 보송보송한 햇빛이 내려앉은 해변이나 너른 평수의 잔디밭, 물빛 고운 수영장 같은 장소와 잘 어울리며, 실제로 그런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플라스틱 의자다. 그러나 수성유원지 삼초식당 의자는 돼지창자를 구워 파는 막창집이거나 정구지 부침개가 주 메뉴인 천막식당의 간이의자였을 것이다.그래서 식당의자는 아무런 계급이 없다. 누구나 먼저 엉덩이를 들이대기만 하면 임자다. 한때 덜거덕거리며 부산하게 끌려 다녔던 이력은 이제 오간 데 없다. 장마 때문만은 아니다. 속을 다 파내고 뼈만 남아 앙상한 네 다리가 비로소 또렷하게 보인다. 장마기간 몇날 며칠 비를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도 않는다. 오래된 충복 같기도 하고 인도의 요가승 같기도 한 그 의자에게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란 별칭이 조용히 씻긴 굿 한 마당 위에 내려앉는다.플라스틱 성형으로 단순하게 찍어낸 저 식당의자를 저토록 환한 여백의 결 무늬로 다시 찍어내다니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관찰이며 사유의 깊이가 아닐 수 없다. 장맛비 속에서 한곳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머릿속에 스치는 변화무쌍한 생각들과 잘 놀아나지 못했다면 이런 시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시적 사유의 무게를 감당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시는 어림도 없었으리라. 시퍼렇게 날선 시선과 스스로 요가 수행승의 몸처럼 숭고한 동작을 복제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이런 시는 아마 태어나기 어려웠으리라.사람이란 본디 계속 서있으면 앉고 싶고, 퍼질러 앉으면 눕고 싶고, 장 누워있으면 좀이 쑤셔 그만 일어서 걷고 싶다. 그 비틀림의 과정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가 의자다. 어떤 의자든, 비록 병원의 휠체어이든 무엇이든 간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있어 최소한의 축복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혼자 맘대로 풀썩 앉고 벌떡 일어서고 싶을 때 냉큼 의자에서 몸을 빼내는 일이 버거운 사람이 있다.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내’는 역동작의 전문가도 그렇다. 장마가 끝물이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런 저런 궁리 중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세상읽기…구미형 일자리사업의 의미

구미형 일자리사업의 의미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지난 25일이었다. 모처럼 뜻깊은 행사가 하나 있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비롯해 주변국들의 잇단 도발로 나라가 온통 어수선하던 때여서 더 반가웠다.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이었다. 구미시장, 경상북도지사, LG화학 대표이사, 한국노총 구미지부 의장이 주인공으로 섰다. 대통령도 직접 참석해 그들과 손을 맞잡고 격려했다.일자리는 우리 사회의 최고 현안들 가운데 하나다. 1월31일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긴 가뭄에 단비였다. 구미 행사는 그 광주를 잇는 전국 2번째 쾌거였다. 그러나 ‘광주 2’는 아니었다. 새로운 내용과 방식을 담았기 때문이다.별도 법인을 설립해 광주시가 1대 주주로 참여하고 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하는 광주형과는 달리 구미형은 LG화학이 직접 투자하는 투자촉진형으로 설계되었다. 광주형에서는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이를 정부와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었지만, 구미형에서는 경북도와 구미시가 LG화학의 투자와 경영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속도감도 있을 것이고 지속가능성 면에서도 훨씬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구체적으로 보자. LG화학은 5천억 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 2차 전지의 핵심 부품인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구미시와 경상북도는 LG화학에 구미국가산업 5단지에 6만6천여㎡ 부지를 50년간 무상임대하고, 각종 세제 감면과 함께 투자보조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어린이집과 근로자문화센터 등 생활 기반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LG화학은 원래 유럽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구미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큰 이유다. 무엇보다도 1천여 명의 직간접 신규 고용이 예상되고 있다. 관련기업들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때 경북의 자랑이요 우리나라 산업화의 엔진이었던 구미의 경기가 전같지 않기 때문에 더 반가울 수밖에 없다. 몇 가지 통계치를 보자. 먼저 2013년에 103억 달러에 달했던 모바일 수출은 2018년에 51억 달러로 반토막 났다. 모바일은 구미의 주력상품이다. 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에 77억 달러에서 43억 달러로 급감했다. 지역 기업체의 88%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중소업체의 가동률은 지난 해 32.1%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당연히 가파르게 치솟았다. 2014년에는 2.7%였는데 2018년에는 4.6%였다. 노동자 수도 같은 기간 10만3천818명에서 9만419명으로 줄었다.투자협약식은 시작일 뿐이다. 성공시키려면 구미시는 물론 대구와 경북이 할 일이 적지 않다. 먼저 노동자들의 정주여건이 중요하다. 요즘 청년들은 일자리와 임금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녀 교육과 문화생활 여건, 도시의 역동성 등을 포괄하는 삶의 질에 관심을 갖는다. 문화도시, 창조도시로 세워내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당연히 지역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학협력과 인력 양성 외에 노동자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도 지역 대학들이 적극 역할해야 한다. 대구 포항 경산 경주와 구미를 잇는 산업벨트 조성, 기존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도 구미와 경북도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그러나 필자가 주목해 보는 것은 따로 있다. 구미시의 노사민정 협력 거버넌스다. 장세용 구미시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한국노총 구미지부장과 경북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참여하는 구미시 노사민정협의회는 투자협약식 하루 전날, ‘상생형 구미 일자리 추진을 위한 구미시 노사민정 노사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그들은 구미형 일자리 추진을 위한 행재정 지원, 투명경영을 통한 경영내실화, 지역인재 우선 채용 등의 원칙에도 합의했다.바로 이것이다. 21세기형 첨단소재 산업의 대규모 투자유치를 성사시켜 낸 열쇠는 21세기형 거버넌스 행정에 있었다. 노사민정 협력 모델의 핵심 가치는 신뢰와 상생이다. 앞으로 직면하게 될 갖가지 과제들도 노사민정 모두가 오늘의 협약을 가능하게 한 신뢰와 상생의 가치를 되새기면서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다.아울러 구미시는 노사민정 거버넌스를 다양한 주제의 정책결정 모델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환경, 교육개혁, 도시개발, 복지 등의 생활밀착형 과제들에서도 노사민정이 머리 맞대고 함께 결정하며 함께 책임지는 모델을 뿌리내려 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번 일자리 투자협약에 숨어 있는 더 큰 역사적 의미일 것이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공동칼럼…장단(長短)인가, 동조(同調)인가

장단(長短)인가, 동조(同調)인가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의견에 ‘장단(長短)’을 맞춘다는 의미와 ‘동조(同調)’한다는 뜻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종종 같은 뜻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도 많다.현실 속에서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정치판이다. 특정한 정치적 사안에서 상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사이비 보수니, 사이비 진보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장단을 맞출 것인지, 동조할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한 결과다.춘추시대 제나라의 안영은 왕에게 간언하는 재상이었다. 한 신하를 본 왕이 안영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 같은가?” 안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전하의 의견에 장단을 맞추지 않고 단순히 동조할 뿐입니다.”왕이 궁금해서 재차 물었다. “장단을 맞추는 것과 동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안영이 다시 대답했다. “장단을 맞추는 것은 조화를 뜻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맛 좋은 음식의 국물과 같은 것이지요. 다양한 여러 재료들을 넣어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는 맛을 내는 것입니다.”왕이 왜 그런지를 다시 물었다. 안영은 이어 답했다. “사람들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전하가 긍정하는 것 속에 부정할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가려 전하의 긍정을 완전한 것이 되게 해야 합니다. 반대로 전하가 부정하는 것 속에 긍정할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가려내서 전하를 구하는 것이 바로 조화, 즉 장단입니다. 그러나 저 사람은 전하가 긍정하는 것을 긍정하고 부정하는 것을 부정하니, 동조하는 것이지 조화는 아닙니다.”장단은 자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인 반면, 동조는 생각 없이 상대에게 무조건 찬성하는 것을 말한다. 장단을 잘 맞춘다고 해서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포기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장단을 잘 맞춘다는 것은 긍정적, 발전적 조화를 도모한다는 의미다.장단과 동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정치판이다. 정치판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동조하는 사람만을 선호한다. 자신의 생각에 무조건 찬성하는, 자신의 행동을 무조건 칭찬하는 사람만을 곁에 두려고 한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고인 강물이 썩는 것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할 뿐이다. “군자(君子)는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갈기를 요구하지 않고, 소인(小人)은 반드시 갈기를 요구하지만 조화롭게 어울리지는 못한다”는 공자의 비판도 이런 이유다.장단과 동조가 만들어내는 결과의 차이도 크다. 현실에서 장단이 조화(harmony)라고 한다면, 동조는 보통 야합(politicking) 형태로 나타난다. 예컨대 여야의 장단이 잘 맞으면 민생을 위한 좋은 법이 만들어지지만, 동조하면 민생이 아닌 자신들만을 위한 법이 되고 만다. 하루만 국회의원을 지내도 평생 연금을 받는 법안, 매년 여야가 동조해서 올리는 세비인상안,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동조해서 상정하지 않은 사례들은 대표적인 야합의 경우다.한 마디만 더 거들어보자. 총선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이 줄줄이 나서고 있다. 각자 저마다 지금까지의 정치적 행보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활동을 보면 진정 장단을 맞추어 왔는지, 동조를 위한 동조만을 거듭해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소인인지, 군자인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 동조는 부화뇌동에 가깝다.부화뇌동이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정도가 되면 그것은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개인 간에도 마찬가지다. 장단인지 동조인지는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아는 것이 없는 침묵인지, 알면서도 조화를 위한 절제된 침묵인지를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자연재해 때 ‘학교 휴교 기준’ 마련 바람직

대구시교육청이 여름철 잦은 태풍, 호우, 폭염 및 겨울철 대설에 대비해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의 구체적 휴업·휴교 기준을 마련했다.그간 대형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휴업 조치 등의 판단을 학교장 재량에 맡겨 혼선을 빚었던 경우가 많았다. 중구난방식 늑장 조치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해와 불편이 잇따랐다. 그래서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결정은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조치라고 생각한다.전국 최초로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기준에 따르면 초대형 태풍이 예상될 경우 휴교, 대형 태풍(1급)이 예보되면 휴업 조치가 실시된다. 휴교령이 발령되면 단순 관리 업무를 제외한 학교의 모든 기능이 정지되며, 휴업의 경우 수업과 학생의 등교가 정지된다.중형 태풍(2급)은 휴업 또는 등교시간 조정, 소형 태풍(3급)은 등교시간 조정 등의 조치를 하게 된다.겨울철 대설의 경우 적설량 10㎝ 이상이면 휴교, 7~9㎝ 휴업, 3~6㎝ 등교시간 조정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다만 1~2㎝의 눈이 오면 정상 등교한다.여름철 폭염의 경우 경보나 주의보 상관없이 모두 정상 수업이 실시된다. 종전에는 기상청 폭염 예보시 단축수업을 하고 오후 2시 전후에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상수업 후 기온이 낮아지는 오후 4시30분 전후에 교직원과 함께 귀가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냉방시설이 잘 돼있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보다 안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또 기타 의견으로 태풍의 경우 2~3일 전에 휴교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음을 미리 알려 학부모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이번 결정은 지난 주 대구시교육청이 학부모, 교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태풍 예보와 휴교’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정리한 것이다. 교육청은 공청회 결과를 풍수해 재난 대응 매뉴얼에 적용하는 한편 미흡하거나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적극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그러나 이번 조치는 일단 교육청 관할인 유치원까지만 적용된다. 구·군청 관할인 어린이집은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 원생들은 자연재해에 더 취약하다. 각 구·군청도 서둘러 자연재해와 관련한 통일된 휴원·휴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맞벌이 부부들이 어린 자녀들을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해 휴원, 휴교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한 대책도 생각해 봐야 한다.우리 자녀들의 어린이집과 학교에서의 생활안전을 위한 조치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다. 또다른 빈 틈은 없는지 차제에 일제 점검을 하는 것이 좋겠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울릉도의 ‘뚱딴지’ 고층 아파트

홍석봉-대일광장홍석봉/논설위원동해 신비의 섬 울릉도에 뚱딴지같은 괴물이 등장했다. LH 공사가 울릉읍 도동리에 10층과 8층 규모의 국민임대아파트 2동을 건립했다. 오는 9월 7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주민들은 울릉도의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새 아파트를 반기고 있지만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울릉도는 평지가 드물어 고층 건물을 세우기가 어렵다. 또 자재나 건설기계 등을 육지서 들여와야 해 건축비가 육지보다 3배 가량 더 든다고 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래야 5층 규모가 고작이었다.10여 년 전 LH 공사가 저동리에 지은 5층짜리 아파트는 리조트 모양의 건물로 주목받았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산 언덕에 불쑥 솟은 성냥갑 건물을 세워놓았다.한 건축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 섬 울릉도에 주변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소식에 기가 막힌다며 헛웃음만 지었다.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울릉도를 왜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 같은 명소로 만들지 않고 괴물 같은 섬으로 만드는 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에게해의 산토리니 섬은 화산 폭발로 절벽이 된 가파른 바닷가에 하얀 칠을 한 가옥 수백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흰색 집과 푸른색 대문의 집들이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어진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어우러져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을 그러모은다.기암 절경과 독특한 경관을 자랑하는 울릉도도 화산 섬이다. 울릉도는 조금만 신경 써 관리하면 산토리니 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섬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볼썽 사나운 아파트라니!-주변 경관과 안 어울리는 10층 아파트 ‘우뚝’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도시는 말할 곳도 없고 읍면까지 흉물처럼 우뚝 서 있다. 주변 경관과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눈만 버려 놓는다. 회색 괴물이 도시는 물론 시골까지 잠식하고 있다. 그도 모자라 이젠 섬에까지 침범했다.콘크리트 숲이 된 아파트를 볼 때마다 숨이 콱 막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아파트 구입으로 귀결됐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인구 밀집과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주택은 아파트가 대세가 됐다.아파트는 1958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국내 최초로 세워졌다. 당시 준공식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그랬던 것이 어느 순간 전국이 아파트 천지가 됐다. 지난해 발표한 통계청의 ‘2017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서 주택 1천712만 채 중 아파트가 1천38만 채로 전체의 60.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비율 및 거주는 세계 최고다.주택난 해소에 급급한 정부와 이해가 맞아떨어진 주택업체가 공사비와 분양가에 맞춘 성냥갑 아파트를 기계로 찍듯 쏟아냈다.다양한 형태와 주변 공동체와 소통하는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은 복잡한 법규와 규정에 묻혀버렸다. 결국 성냥갑 아파트만 남았다.거기에 효율성만 중시한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시작, 대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다. 대구에서 눈만 돌리면 보이던 앞산과 팔공산은 회색빛 건물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졌다.-획일적 모습 성냥갑 아파트는 이제 그만한 해 대구에만 1만여 채 이상 아파트가 공급된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는 40~50층의 매머드급 주상복합아파트가 러시를 이루면서 사방이 아파트와 빌딩 숲으로 가려졌다. 그것을 대구의 맨해튼이라고 자랑한다.성냥갑 아파트 건립은 이제 끝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지형, 기후 등을 감안해 의미를 가진 건물을 건립해야 한다. 작품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획일적인 모습은 벗어나야 한다.아파트는 한국의 상징이 됐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아파트에 생명을 불어넣자. 지자체는 공공건축 개념을 적용해 건립하도록 유도하자. 이제 성냥갑 아파트는 그만 짓자. 울릉도 같은 섬에는 건축 경관심의를 강화해 성냥갑 아파트는 아예 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후손에게 부끄럽지는 않아야 한다.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대구시·경북도 의사회, 총선기획단 발대식

대구시의사회(회장 이성구)와 경북도의사회(회장 장유석)가 지난 26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위한 총선기획단 발대식과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를 개최했다.총선기획단은 내년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대비해 선거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정책을 제시하고 보건의료의 올바른 미래를 구상하고자 결성된 전문가 단체이다.기획단은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건의료정책을 각 정당에 제시하고, 의료인의 전문성 보호 및 회원 권익보호를 위해 의료계 정책요구 사항을 보건의료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대구시의사회 총선기획단은 민복기 부회장을 단장으로 이상호 총무이사를 간사로 임명하고 8개 구·군 의사회장과 회원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됐다.경북도의사회는 노진우 부회장을 단장으로 이승현 기획이사를 간사로 모두 29명으로 짜여졌다.대구시와 경북도 의사회 총선기획단은 보건의료정책제안서를 각 정당에 전달하고 정당별 보건의료공약을 비교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회원과 그 가족, 의료종사자 등에게 총선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의료계 지도자분이 시의적절하게 총선기획단 발대식에 참석한 점에 감사드린다. 회원 모두 적극적으로 정치 분야에 의료계 현안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대구·경북의사회는 총선기획단 발대식에 이어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발대식을 열었다.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는 투쟁이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닌 향후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께 하면 희망입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선정했다. 투쟁 위원회는 건강한 의료제도 정립, 모두에게 안전한 병·의원, 최선의 진료보장, 기본 국민생명권 보호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대구시의사회와 경북도의사회가 총선기획단 발대식을 개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오늘의 기관단체장 일정

배기철 동구청장△주간간부회의=오전 9시30분 구청장실배광식 북구청장△구 간부회의=오전 9시 북구청 직소민원실김대권 수성구청장△행복수성 테마관광상품 개발 용역 최종보고회 참석=오후 3시 구청 회의실주낙영 경주시장△용적률 거래제도 도입 방안 특강=오후 3시 경주시청 알천홀김주수 의성군수△제43회 경북도4-H 야영교육 참석=오후 8시 의성공업고등학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대구은행, 2019년 하반기 전국 부점장회의 개최

DGB대구은행(은행장 김태오)이 지난 26일 임원 및 부점장 등 3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하반기 전국 부점장회의’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개최하고 하반기 경영전략 및 핵심 추진사업을 공유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세상읽기…삶은 믿는 대로 될 수 있다

삶은 믿는 대로 될 수 있다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눈 부신 햇살이 청동색으로 빛나는 건물 지붕을 더욱더 푸르게 채색하고 있다. 2차 검색 대상이란 도장이 비행기 표에 찍혔어도 어쩌겠는가. 걱정일랑 접어두고 마음을 달래 찬찬한 검색에 임했더니 무사히 지구 반대편에 도착했다. 하얀 구름을 둥실 띄운 하늘이 멀리서 찾아온 객을 축복해주는 듯하다. 같은 지구촌에서 이렇게도 다른 세상이라니. 한국에서는 장마 소식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선글라스로 가리면서 다녀야 하다니 말이다. 뒤바뀐 밤과 낮을 맞으면서도 어느새 또 적응하게 되다니 참 신기한 우리 몸이지 않은가.쏟아져 내리는 비를 창 너머로 바라보면서 정이 많은 우리네 식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같은 추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상념에 잠겨있을지 모르겠다. 한때 나라를 떠나서 잠시 살았던 집에 꼭 한번 가봤으면 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 소망을 이루기로 작정하고 한차례 내렸다가 다시 떠서 이동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비싼 비행기 요금 대신 잠깐 쉬었다 가는 편이 여러모로 편안할 것 같아 일단 저질렀다.시간은 쏜살같이 날아가서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의 세월이 지났다. 젊은 시절 살던 이국땅의 집 앞에 섰다.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우뚝 서 있는 집 건물은 말없이 나를 반겨주는 것 같다. 게이트를 밀어보니 그대로 열렸다. 아마 청소 시간이라 잠금을 해제해놓은 모양이다. 발길은 어느새 우리가 살던 방 앞에 닿았다. 아이들이 어려 낯선 땅에서 고생하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마음껏 성취하여 돌아가리라 다짐도 했던 시절,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때의 순간들을 값진 경험이 되었기에 추억의 시간이라 부르고 싶다. 풍경은 변함없는데 자주 만나던 이웃도 또 아는 얼굴도 하나 없다. 홀로 추억을 소환하여 행복했던 한때로 기억의 창고에 넣어둔다.철부지들을 데리고 와서 살던 옛 기억 속의 그 집이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햄버거 사달라고 손을 잡던 아이는 자라서 가정을 꾸렸으니, 정말 날과 달이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듯하다. 바삐 오르내렸던 학교와 병원에 들러 보았다. 그때 나를 초청해준 교수님은 이젠 노인학을 전공하러 먼 도시로 떠나셨단다. 어쩌면 아이를 보살피는 것과 연세든 어른을 돌보는 것의 뿌리는 같을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배려라는 차원에서는. 사랑의 열병으로 뜬눈으로 지새우고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로 가슴 두근거리던 밤을 보냈던 젊은 시절을 늘 간직하고 있을 노년이니 말이다. 젊은 한때 방황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었더라도 지나고 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겠는가. 청춘의 한때, 힘에 겨워 지쳤더라도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온 시간이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지난날인가.자연은 언제나 편안한 얼굴로 철마다 빛의 옷을 갈아입는다. 한결같아 보이는 그 자연 앞에서 큰 호흡으로 석양을 바라보면, 삶의 한순간 절실함으로 떨었던 젊은 날이,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이 문득문득 떠오르지 않으라. 오늘, 지금, 이 순간, 영원히 기억 속에 간직해야 할 것들을 잘 챙긴다면 말이다.긍정의 아이콘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강조하지 않던가. 삶은 내가 믿는 대로 될 수도 있다고.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과 또 한 가지 육감을 더해서 그것을 믿으며 늘 밝고 힘차게 살아가야 하리라. 부정의 감정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늘 긍정으로 살다 보면 언제가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겠는가. 30년 이상 백만이 넘는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낙관적인 기대가 인생에서 성공과 성취의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별히 정한 매출을 꼭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직원은 비관적인 사원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성공적인 결과를 나타냈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굳은 신념은 노력의 결과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스스로에 성공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다 보면 두뇌는 그것을 은연중에 사실로 믿고 또 그렇게 되도록 무엇이든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준다고 하지 않던가.긍정적인 힘과 용기만 있다면 불행한 순간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삼복더위 중반이 지났으니 오래지 않아 시원한 바람 솔솔 부는 가을이 찾아올 것이리라. 아무리 더운 열기로 가득한 여름이 머무르더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하지 않으랴. 우리 삶 속에서 순간순간 마음을 잘 다스리고 다독여가며 즐겁게 지내야 더 좋은 결과가 이어진다고 믿어보자.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석양대통령

석양대통령/ 신동엽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 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중략)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중략)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릿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월간문학’ 창간호 (1968년 11월)...................................................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 연설에서 이 시의 일부를 낭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은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이상적인 나라였다. 1968년, 한국이 전쟁의 상처 속에서 민주주의를 꿈꾸던 시절, 한국의 시인 신동엽은 스웨덴을 묘사한 시를 썼다”고 말한 뒤 시를 읽어 내려갔다. 스웨덴은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처럼 영세중립국은 아니지만 1, 2차 세계대전에서 굳건한 중립노선을 표방 유지하며 나치 독일의 침공을 면하였다. 일반중립국이 스웨덴처럼 안정적인 외교를 펼치기란 쉽지 않다.이편도 저편도 아닌 중립을 선언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려면 외교능력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통치자의 정권야욕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이라고 뻐겨서는 절대 안 되고, 국민도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아무 지장 없어야 한다.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는 마음이 풍요로운 지도자가 낮은 자들을 섬기는 나라. ‘미사일 기지도 탱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는’ 신사적인 나라.비굴한 상호방위조약 같은 것은 맺을 필요도 없는 나라. 전쟁과 무력사용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어리석은 짓인지 깨닫게 하는 나라.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정권을 거머쥐고자 허구한 날 바락바락 상대를 갈구고 물어뜯는 나라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꿈꾸지 못할 나라. 일찍이 우리도 그런 나라를 꿈꾸며 중립을 표방했던 적이 있다. 1885년 유길준은 ‘조선중립론’을 제안하면서 당시 조선을 둘러싼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을 피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당시 국력이 너무나 허약하였으므로 이 주장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1904년 러일전쟁 당시 대한제국 고종도 중립 노선을 천명하였다. 그러나 1905년 을사늑약을 강제 체결함으로서 일본의 조선 침탈이 시작되고 중립노선은 백지화되었다. 1960년 4·19 이후 신동엽은 시에서 ‘중립의 초례청’을 꿈꾸었다. 당시엔 북한도 조선의 자주화를 내세우며 소련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남한에서도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란 구호가 횡행했다. 하지만 우리의 영세중립국과 ‘석양 대통령’은 다만 꿈이었고 열강들에겐 불온한 상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대로 불안한 한반도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