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안전운전 문화?! 모두의 인식변화가 필요할 때

강혜민구미경찰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 음식문화가 확산되자 이륜차 교통사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구미지역 교통사고는 1천93건, 이 중 이륜차 교통사고는 9.2%인 101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8% 증가한 데 반해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무려 150%가 늘었다.사고 대부분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신호 위반 등이 원인이다. 하지만 방향 전환이 쉽고 기동성까지 갖춘 이륜차를 단속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복잡하거나 좁은 도로에서는 2차 사고를 우려해 적극적인 현장 단속이 어렵다. 게다가 후면에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어 CCTV 등 무인단속 장비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지금도 도로에선 바쁘다는 이유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배달지에 일찍 도착하기 위해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위험한 곡예운전이 벌어지고 있다. 실시간 앱으로 배달 요청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아예 자신의 운전대에 스마트폰 거치대를 설치해 둔 운전자까지 눈에 띈다. 이륜차 교통사고가 늘고 있는 건 생계를 위해 1분1초를 경쟁하듯 질주해야 하는 이륜차 운전자들의 상황 때문이다. 배달 서비스 상당수가 건당 수수료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안전보다는 빠른 배달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이륜차 운행은 큰 비극으로 이어지곤 한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구미에서 발생한 교통사망사고 19건 가운데 9건이 이륜차 사망사고로 집계됐다. 전체 교통사고의 9.2%에 불과한 이륜차 교통사고가 사망사고 비율에선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륜차 평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과 비교해도 4배가 넘는 수치다. 최근 구미경찰서가 이륜차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한편 지역 이륜차 판매·수리업체와 퀵서비스 업체 등을 방문해 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단속, 홍보가 아니라 이륜차 운전자들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다.이륜차 운전자들이 안전모 등 안전방비를 착용해도 사망사고는 확연히 줄어든다. 또 안전수칙과 교통법규까지 지키면 교통사고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도로 위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이륜차 운전자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변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이륜차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재촉전화를 하는 건 더욱 위험한 난폭운전을 부추기는 행동이다.이륜차 운전자들의 법규준수와 시민들의 인식변화가 모여 이륜차 교통안전 문화에 바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총장자리 주차 시비…또 다른 갑질로 비친다

대구 달서구 한 대학 관계자의 ‘갑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학에서 국가자격시험을 치던 수험생을 시험 도중 호명해 총장 전용구역에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켜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시각을 다투는 급한 일이 아니라면 시험과 관련 없는 일로 수험생을 호출하면 안된다. 그것이 상식이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이 아직 전국민의 기억에 생생하다. 유형은 다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지난 17일 2020년 상시 기능사(미용사) 실기 시험을 치던 수험생 B씨의 이름을 감독관이 난데없이 불렀다. 감독관은 “대학 총장 자리에 주차하면 어떻게 합니까. 빨리 가서 차 빼세요”라고 했다고 수험생의 헤어모델 A씨가 주장했다. 이날 A씨와 B씨는 수험장에 도착한 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때마침 비어있는 자리에 주차하고 입실했다. 시험이 시작된 지 1시간도 안돼 B씨의 이름이 호명돼 A씨가 대신 차를 이동시키러 나갔다. 그러자 대학 관계자가 총장 자리에 마음대로 주차한 것에 사과를 요구하며 A씨의 차를 다른 차로 가로 막았다. A씨는 대학 관계자가 차문을 열고 자신을 강압적으로 끌어내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손목 등에 전치 2주 가량의 상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주차와 관련된 시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험을 치고 있는 수험생을 불러내 차를 이동시켜달라고 하는 것은 정말 황당하다. 수험생의 입장을 전혀 배려않은 전형적 갑의 태도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관리공단 측은 수험생 확인 당시를 제외하고는 시험 도중 이름을 호명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어모델이 시험 중 차를 이동시킨 것에 미뤄보면 어떤 형태로든 수험생에게 황당한 요구를 한 것은 사실로 보여진다. 기관장 전용주차 자리가 필요할 수 있다. 그 자리가 항상 비워져 있어야 한다면 다른 차량이 주차할 수 없도록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총장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하더라도 이번과 같이 국가 자격시험을 치는 도중에 차를 이동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수험생이 전용 주차구역을 알아보지 못하고 주차한 것이라 하더라도 시험 끝날 때까지 조금 기다려주는 미덕을 발휘할 수 없었는지 아쉽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가르쳐야 할 대학에서 자신들의 권리만 앞세우는 듯한 일이 일어났다. 이번 일과 관련해 대학 측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이런 일이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사과할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다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사과(잘못에 대해 용서를 빈다는 뜻)의 홍수 시대다. 뉴스에서 정치인, 기업가, 연예인들의 사과를 접하는 것이 거의 일상이 될 정도다. 이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과를 하는 이유가 대부분 막말을 했거나 말실수, 또는 의도적인 말실수 때문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정회 도중에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을 것 같다”며 야당의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다. “소설 쓰시네”에 이어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한 실언으로 또 논란이 된 셈이다. 추 장관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 정회 직후 서욱 국방부 장관의 “많이 불편하시죠?”라는 말에 “어이가 없다. 저 사람(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기를 참 잘했다”고 말했다. 속개된 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의 이어지는 항의에 추 장관은 “유감스럽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사과하면서도 “원만한 회의의 진행을 위해”라는 전제를 달았다. 늘 뉴스에서 봐오던 풍경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사과를 하는데 있어서도 기술이 있고 방법이 있다. 여론을 돌이키려고 한 사과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사례들을 숱하게 봐오지 않았던가. 지난 4월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수사 중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과회견이 그랬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가 피해자의 반발을 샀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도 코로나19 확산 책임과 관련한 사과회견에서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해 국민들의 화를 키웠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거나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는 말은 이제 유행어가 됐음직하다.모두 잘못된 사과의 유형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아론 라자르는 그의 책 ‘사과에 대하여’에서 사과의 기본은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게 없는 사과는 시작부터 잘못된 사과라고 강조했다. 더 구체적인 사과의 방법으로는 ‘쿨하게 사과하라(김호/정재승)’는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①변명은 붙이지 않는다 ②‘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③자신의 실수를 명확하게 인정한다 ④개선의 의지나 보상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⑤재발 방지를 약속해야한다 ⑥상대방에게 용서를 청해야 한다는 여섯 가지 사과의 방법이다. 사과가 뭔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것이다. 변명 아닌 잘못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재발방지 약속, 용서를 비는 표현이 담겨야 진정성이 있는 사과인 것이다. 책임 회피성 변명으로 일관한 사과로 여론이 악화된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였다. 대한항공의 첫 사과문은 '잘못은 사무장이 한 것이며,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은 당연한 지적을 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비난의 역풍을 맞았다. 특히 진정성 있는 사과에 인색한 건 정치인들이다. 아마 사과 이후에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낼 용기조차도 없는 듯하다. 물론 사과하기 이전에 원인이 되는 막말부터 하지 않는 게 상책이긴 하지만 기대하기는 요원한 듯하다. 막말 소동을 겪은 후 이어지는 유감표명을 보면서 변명하기에만 급급한 내용이라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 했던가. 공자도 논어에서 듣기 좋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현혹시키고 속이는 것을 경계했다. 지금 교언으로 위장한 막말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사과는 보기 어렵다. 사과를 하더라도 단서가 붙은 조건부 사과이다. 이런 사과는 오히려 오만하다. 나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여론이 그렇다면 거기에 맞춰주겠다는 인식이 깔려있어서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이제는 품격 있는 사과를 보고 싶다. 사과의 기술과 방법도 제시했고 잘못 발표한 사과의 사례도 찾아봤다. 이젠 진정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는 일만 남았다. 꼭 누구를 겨냥하고 한 말은 아니다. 다만, 사과인듯 하면서도 변명인듯한 표현으로 어물쩍 넘기려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사과는 자기합리화가 아니다. 진솔함과 겸손함, 두가지를 갖춘 사과에는 국민들도 마음을 연다. 진정한 사과를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다.

흔들가/ 김병락

저 물결 흔들흔들/ 흔들의자 흔들흔들// 차도 흔들 집도 흔들/ 마음도 흔들흔들// 이 땅에/ 살아남자면/ 죽자 사자 흔들흔들「분이네 살구나무」 (2019, 목언예원)김병락 시인은 경북 구미 출생으로 2010년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 「매호동 연가」가 있다. 존재의 근원을 향한 모색과 내밀한 성찰을 통해 올곧은 삶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 탐색하고 궁구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조 세계는 눈길을 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나면서 자존을 지키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자아정체성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거나 우왕좌왕 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관점에서 비롯된 시편이 ‘흔들가’다. 단시조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저 물결이 흔들흔들할 때 화자가 앉은 흔들의자도 흔들흔들하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차도 흔들리고 집도 흔들리면서 마음까지도 흔들흔들한다. 왜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일까? 이 땅에 살아남자면 죽자 사자 흔들흔들하지 않으면 아니 되기 때문이다. ‘흔들가’에는 줄곧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그 이면에 함유된 흥겨운 단 시조다. 무려 제목까지 포함해서 흔들, 이라는 시어가 열두 번이나 쓰였다. 그만큼 흔들리기 쉬운 삶이라는 뜻도 담겼고, 자연스럽게 흔들리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그러나 시류에 편승하라는 뜻은 아니다. 도리어 인생을 더욱 긍정적인 자세로 열정을 다해 살아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다잡는 노래다. 흔들흔들, 이라는 말이 저절로 어깨춤을 추게 만들면서 삶의 의욕을 북돋운다. 시는 되풀이라는 점을 ‘흔들가’는 여실히 보여준다. 몇 번 소리 내어 읽다가 보면 저절로 암송하게 된다. 송시열은 일찍이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라는 시조를 남겼는데 절로, 를 아홉 번이나 반복했다. 순응의 삶을 희구한 모습을 후대의 시인이 ‘흔들가’를 통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두 편 다 시에서 음악성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그는 또 다른 작품 ‘리셋’에서 참신한 발상을 보인다. 리셋은 컴퓨터 따위의 전체나 일부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이 시에서는 달리 표현되고 있다. 거죽에 둘러쳐진 위선과 거짓부렁을 버튼 한 방으로 허공에 날려버리고 더듬어 초기상태로 되돌려 놓겠다는 발언을 한다. 결국 위선과 거짓부렁 때문이다. 그리고 슬픔에서 고독까지 질투에서 증오까지 그리 아픈 것을 잊을 수만 있다면 깡그리 뭉개버린 뒤 다시 출발하겠다고 다짐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폐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제대로 관철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무너진 지 오래다. 흔들흔들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드센 바람에 쉬이 휩쓸리지도 않고 험난한 세파를 잘 헤쳐 나가야 하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에서 시인 폴 발레리는 노래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오늘 아침 창문을 여니 멀리 잿빛의 도시 위로 하나 가득 몰려든 비바람에 문을 닫고 돌아와 따뜻한 난로 옆에 앉는다. 아, 나의 앞에는 얼마나 거친 시간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말했듯이 바람이 분다.‘흔들가’를 부르면서 우리 앞에 닥친 거친 시간들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이정환(시조 시인)

지역화폐 논란

오철환객원논설위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발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으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고용확대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산낭비 등 부작용을 지적했다.이에 대해 경기도지사는 조세연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몰아세우는 것도 모자라 “청산해야 할 적폐”라는 막말을 토해냈다. 엄정히 조사해 문책해야 한다고 하니 앞으로 학문연구도 권력자 눈치를 봐야 할 판이다. 모골이 송연하다. 지역화폐가 역내 자금의 유출을 차단하는 효과는 확실히 존재한다. 지역 소비자가 역내의 지역 업체에서만 사용하는 옵션에 걸려 있기 때문에 누구도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 대형유통업체나 전국적 체인점의 매출이 줄어들고 지역의 소매점이나 자영업자의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는 불문가지다. 이 정도는 통계치가 없어도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허나 그것을 최종결론이라고 말하긴 단순하고 성급하다. 지역 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경쟁력 있는 업체로 소비가 몰리기 때문에 당초의 약자 지원의도가 무색해진다. 설상가상 지역경제가 독립경제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원재료 비용으로 역외로 누출된다. 소규모 식당만 하더라도 상당부분 식자재를 대형 몰에서 구매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가 일종의 내부 재정거래를 통해 새로운 상황에 매우 현명하게 대처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십상이다. 모든 소득이 지역화폐로 구성되지 않는 한, 소비자가 소비처를 경제적으로 조정하게 된다. 지역화폐는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 구입에 사용하고 다른 돈은 싸고 품질 좋은 대형유통기관에서 사용한다. 이렇게 소비가 조정되면 애초의 지역경제 활성화나 소득재분배는 제한적이 된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영세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경쟁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지역화폐 발행이 유권자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지역화폐의 존재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오히려 지역경제가 상호 고립돼 경제 총량이 쪼그라들 수 있다. 지역화폐 확대 주장은 국가 간 수출입의 문을 닫고 내국인들끼리 살겠다는 것과 유사하다. 각 지역이 문을 닫고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지역화폐는 뜻하지 않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그렇다고 지역화폐가 무용한 것만은 아니다. 잘 사용하면 어느 정도 정책의도를 살릴 수 있다. 일반적 상시적으로 지역화폐를 사용한다면 현명한 소비자가 소비구조를 최적화함으로써 정책목적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부정기적 변칙적인 방식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비상시 전 국민에게 일시적으로 발행한다든가, 특별한 경우 공직자 소득에 대해 일정 비율을 단발적으로 발행한다든가, 복지비를 지급하는 수단으로 가끔 발행한다든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불쏘시게 정도로 지역화폐를 보조적 임시적으로 활용할 순 있다.경제는 일차원적인 일방적 행위로 끝나진 않는다. 경제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게임 판이다. 그것도 다른 게임과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다자 게임이다. 게임 판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기 때문에 한 사람이 쉽게 게임 판을 조정하기 힘들다. 게임은 상호의존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그 결과가 좌우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참가자의 선택에 의해서도 그 결과가 결정되는 시스템에서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은 개개인의 선호와 선택을 반영하고 개인은 시장의 신호를 보고 선호와 선택을 조정한다.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생각은 자만이다. 사회과학에선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 지역화폐 연구도 마찬가지다. 어떤 연구든 전제조건이나 가정에 따라 그 이론 전개와 결론이 달라진다. 상황이론이 힘을 얻는 것도 이와 유사한 이유다. 그 전제조건이나 가정을 잘 이해해야 그 이론을 바르게 해석할 수 있다. 지역화폐 연구도 그 전제조건이나 가정 안에서만 그 결론이 정당화된다. 결론만 보고 오해해선 안 된다. 설사 지역화폐 연구에 허점이 있다하더라도 그 연구자를 문책하겠다는 발상은 극히 위험하다. ‘얼빠진’, ‘적폐’란 극언은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막말이다. 형수에게 한 욕설은 가족 간의 불화에 그치지만 학문의 자유를 부정한 막말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대구·경북 100년 대계 위한 통합돼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21일 공식 출범했다. 지역 통합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론화위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비전과 필요성 논의, 통합 자치단체의 방향·방식·절차에 관한 공론을 모은다. 그러나 행정통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공론화위가 예상되는 모든 문제점을 미리 챙겨 거르는 전초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12월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불씨를 당겼다. 청년 인구 유출, 지방 소멸 위험에서 벗어나 서울, 경기와 맞서는 510만 명 인구의 거대 지방자치단체가 태어날 토대를 마련했다. 시·도는 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특별자치도를 꿈꾸고 있다. 첫 관문은 잘 넘어섰다. 시·도지사 동의, 주민투표, 특별법 제정이라는 3개 관문 중에서 시·도지사 동의는 이미 이뤄졌다. 이제 다음 단계인 주민투표를 통한 시·도민의 동의와 특별법 제정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공론화위는 두 번째 단계를 위한 조직이다. 공론화위 앞에는 여러 가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행정통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도민의 갈등과 반대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 극복이 우선돼야 할 부분이다. 특히 통합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부정적인 대구시 공무원들과 일부 시민들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 논란이 일고 있는 대구시의 지위와 권한 부여도 문제다. 경북도청 소재지로서 경북 북부권 성장거점 도시를 꿈꿔온 안동 등 북부권 주민의 반발을 잘 다독여야 한다. 또 다른 관건은 특별법 제정이다. 거대 여당이 대구·경북에만 행·재정적으로 특별 혜택을 제공할 법 제정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통합 작업에 고무된 광주·전남에서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여당 반대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결국 성공 여부는 단기간에 시·도민의 공감과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에는 시·도민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다. 지역민들의 힘이 실리면 일을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통합신공항 건설’이라는 큰 산을 넘은 경험은 큰 자산이다. 행정통합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향후 100년을 내다본 결정이라는 점을 시·도민에게 인식시키고 그 바탕 위에서 통합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 지자체를 2022년 7월 출범시킬 계획이다. 대구·경북 통합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시도민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공론화위는 대구·경북의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밑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카운트 다운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지친 국민을 다독이다’ 지난 16일 D-30일을 맞아 공개되면서 눈길을 끈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티저(teaser) 동영상의 첫 카피(광고 문안)다. 티저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내용 일부만 공개하는 맛보기를 뜻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로도가 한층 높아진 국민을 위로하는 이 카피는 전국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한 공식 슬로건 ‘지역을 다독이다. 책을 다독(多讀)하다’에서 나왔다.티저 동영상 공개를 시작으로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지난 5월에서 10월16~18일로 연기되면서 운영방식도 비대면으로 완전히 바뀐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이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티저 동영상에서는 운영방식이 ‘언택트(비대면)를 넘어 온택트(영상대면)’로 바뀐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이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서 읽는 시민들의 모습이 펼쳐진 뒤 범어도서관, 용학도서관, 고산도서관, 무학숲도서관 등 수성구립도서관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국지역도서전의 연혁이 등장한다. 2017년 제주시, 2018년 수원시, 2019년 고창군, 2020년 수성구 순이다. 그리고 ‘지역출판물과 독서운동을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행사 목적도 드러난다.PC용과 모바일용으로 각각 제작된 티저 홈페이지도 D-30일에 함께 공개됐다. 홈페이지는 한국지역도서전의 개요와 연혁 등을 안내하는 ‘도서전 안내’, 공지사항과 보도자료 등을 담는 ‘알림마당’, ‘이벤트’로 간단하게 구성됐다. 말 그대로 맛보기 수준이다. 행사명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2020 온라인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으로 수정됐으며, ‘D-25’ 등으로 D-데이를 앞둔 날짜를 카운트 다운하고 있다. 티저 동영상도 홈페이지 첫 화면에 적지 않게 배치돼 방문자들에게 쉽게 한국지역도서전을 이해하게 한다.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는 ‘책놀이 한 컷!’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독서를 비롯해 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한편, 한국지역도서전과 관련된 지정문구에 해시태그를 달면 된다. 지정문구는 ‘#2020대구수성한국지역도서전’ ‘#한국지역도서전’ ‘#책놀이한컷!’ ‘#수성구립도서관’ ‘#한국지역출판연대’이다. 그러면 선착순 500명에게 스타벅스의 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교환할 수 있는 기프티콘이 제공된다. 선택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한국지역도서전에 활용된다.‘북 커버 챌린지(Book Cover Challenge)’는 전국의 한국지역도서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챌린지는 참여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독후감이나 서평 등 일체의 설명 없이 책 표지 사진만 한 주일간 소개하면서 다른 페이스북 친구 한 명에게만 릴레이 동참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목적은 물론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데 있다. 한국지역도서전을 알리는 데도 활용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D-데이 앞둔 카운트 다운을 나타내고 있다.1천 명의 독자가 시상한다는 뜻이 담긴 ‘천인독자상’ 홍보도 계속되고 있다. 천인독자상은 한국지역도서전 개막일인 10월16일 시상할 ‘한국지역도서대상’의 다른 명칭이다. 전국에서 책과 독서를 애정하는 누구든지 1천 명이 1만 원씩 모아 한 해 동안 지역출판과 독서 진흥운동에 기여한 저자와 지역출판사를 시상하는 이벤트다. 행사가 끝나는 10월18일까지 모금은 계속된다. 이 때문에 지역을 기록하는 지역출판과 문화운동의 뿌리인 독서운동을 확산하자는 뜻깊은 동참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운영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메시지 전달의 핵심으로 부각된 영상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 제작 등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증액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에서 관련 단체들이 도움을 청하는 손길을 기꺼이 잡아줬다.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대구경북광고산업협회, 이벤트협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로써 올해 한국지역도서전은 우리 지역의 관련단체까지 동참해 시민문화운동 차원에서 진행하게 됐다.아무튼 코로나19 사태란 복병으로 인해 올해 한국지역도서전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적지 않은 오프라인 행사가 여전히 아쉽지만, 온라인 지역책축제 및 독서문화축제의 뉴모럴을 제시하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때문에 생긴 ‘코로나 우울증’ 또는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고 극복하는데 독서가 가장 효과적이란 점도 부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사는 세상/ 홍승우

내가 사는 세상/ 그 곳에/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내가 없어도/ 미루나무는 흔들리고/ 버짐은 핀다.// 내가 사는 세상/ 그 곳에/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내가 없어도/ 길 위에 길이 있고/ 타는 하늘 돌아누워도/ 돌아가는 세상「식빵 위에 내리는 눈보라」 (나남, 2007)천구좌표계는 천문학에서 위성, 행성, 항성, 은하 등 천체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좌표계다. 천구좌표계는 천구에서 천체의 방향을 가리키는 방식을 사용하는 구면좌표계의 일종이다. 천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하늘을 둘러싼 가상의 구다. 관측자를 중심으로 거대한 반지름을 갖는 구를 설정하고 모든 천체가 구의 표면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지평좌표계는 천구좌표계의 일종으로 천문학 입문 시간에 교육용으로 흔히 사용된다. 편리할 뿐만 아니라 이해하기도 쉽다. 이해하기 쉬운 이유는 지평좌표계의 중심이 관측자이기 때문이다. 이 때 유명한 명언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나는 우주의 중심이다. 우주의 중심은 나다’라는 명제다. 이 말은 한창 감성이 예민한 자아확립기의 학생들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지평좌표계에서 우주의 중심이 관측자라는 명제는 단숨에 철학적 명제로 둔갑하고 만다. 모든 일을 항상 자기중심적으로 자기 입장에서 보고 듣고 판단하는 이기적인 인간에게 각자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말처럼 자긍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없다. 한술 더 떠서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한다. 우주가 사라지면 나도 없어지고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 안 그래도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들에게 지평좌표계는 자기중심주의를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천하의 미색과 산해진미인들 자기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름다운 풍광과 부귀영화가 있다 해도 자기가 없으면 아무짝에 소용 없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가다 보면 불꽃처럼 깨우침이 오는 순간이 온다. 세상은 나를 눈여겨보지도 않고 남보다 더 배려해주지도 않는다. 운명의 여신은 불편부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다고 공정한 것도 아니다. 어느 누구를 더 예뻐하지도, 더 봐주지도 않는다. 무심하고 무감각하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건 명확하다. 나는 우주의 변두리도 못된다. 각자가 우주의 중심이란 말은 그냥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젊은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한 공치사다. 기껏해야 착한 거짓말이다.우주는 광활 무극하고 지구는 하나의 점도 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허공을 날아가는 티끌 위에 잠시 타고 있는 보잘 것 없는 허약한 생명체이다. 호모 사피엔스, 지구의 주인공처럼 보여도 지구의 주인공도 아니고 영원히 번창할 것처럼 보여도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어리석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 그 중에 속해 있는 나 자신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하다. 삶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고 죽음은 한 조각의 구름이 흩어지는 것이다. 내가 없으면 가족이 잘못될 것 같고, 내 회사도 곧 넘어질 것 같다. 심지어 세상마저 잘 돌아갈 것 같지 않다. 그건 희망사항이거나 착각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세월은 무심하게 그냥 흘러간다. 내가 없어도 필 건 피고 갈 건 간다. 허무한 세상을 너무 버둥거리며 살 필요가 없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 웃으면서 즐겁게 살 일이다. 오철환(문인)

영웅시대(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남천 잎이 발그레 물들어 길을 장식한다.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나무 잎사귀 아래 빨갛게 피어나 융단처럼 깔린 꽃의 무리가 길손의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가을이 저만치서 평화로운 풍경으로 익어간다.‘가을은 멀쩡한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지는 낙엽이 그러하고 부는 바람이 그러하고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주는 상념은 더욱 그러하리라.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바라만 봐도 사색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 이채 시인은 읊지 않던가.가을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으리라. 끝이 모르게 이어지는 거리 두기와 잘 알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람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위로를 얻는 것 같다. 대면하지 않아도 클릭만 하면 보이는 화면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듣고 싶은 목소리를 듣고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영웅시대 카페에 들어갔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너무나 좋아하는 그가 이해가 잘 안 됐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그의 노래를 듣게 하고 위로를 받게 하고 싶다는 그 사람의 선의를 받아들여 영웅의 노래를 들었다. 영상으로 만났더니 과연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혼이 담긴 노래였다. 온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부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그의 노래 속엔 평안과 고요가 있었다. 그의 노래 속에는 어떤 욕심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노래를 부르니, 듣는 이도 편해지는 것 같다. 자신은 더 편안할지도 모르겠다. 과욕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무아의 경지에서 노래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의 노래는 우리의 외로움과 사회적 소외를 채워주고 위로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한없이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어머니가 아기를 보듬는 정감마저 느껴진다. 영웅이 탄생했다면서 환호성을 울려대어도 무덤덤했었는데 이제야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혼을 담아 부르는 그의 성실한 자세와 그가 어렵게 살아온 날들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고생담이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어둠 속의 등불처럼 감동이 일게 한다. 코로나로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고 영웅에게서 잠시나마 기쁨을 얻었으면 좋으리라 싶다.세상을 살다 보면 분명 고통스럽고 불안한 날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삶 속에는 기쁘고 행복한 일, 가슴 벅찬 일들도 찾아보면 많지 않겠는가.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하지 않은가. 정말이지 살면서 고생도 해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있어야 그것을 얻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통 후에 이루게 된 결과에 대해서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할 터이고. 사람들은 비교적 그런 고통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남이 잘되면 그들은 고통 없이 쉽게 된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고통은 더 커 보이는 경우조차도 많을 것 같은데 세상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지 않던가. 때로는 운이 따라서 쉽게 성공을 하는 것 같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도 있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운도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미스터트로트의 최고, 영웅은 인생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이는 많이 먹지 않았지만, 정말 혼이 담긴 사랑의 노래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의 노래는 분명 창조적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그의 무대가 순간순간 떠오른다. 노래가 끝났을 때, 그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했다. 얼굴엔 평화가 느껴졌다. 마치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경청해 준 것처럼, 그의 표정은 오히려 쑥스러워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 가나 보다. 온통 영웅시대 이야기가 회자한다. 임영웅은 우리들의 불안과 고통에 대한 맞춤형 위로 곡을 우리에게 선물한 것 같다. 참 오랜만에 우리는 노래를 부른 사람 영웅과 함께 하나가 돼 세상을 살아나갈 큰 용기를 얻을 것 같다. 그의 출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수의 출현이라고 한다. 영웅이란 이름 표현이 아깝지 않은 그야말로 영웅이다.난세에 영웅은 불쑥 솟아나 늘 빛을 밝히지 않던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이 시기에 빛을 던지는 영웅들을 찾아 날마다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 위기 속 추석 물가 비상…‘서민 겹고통’

추석을 열흘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유례없이 길었던 올여름 장마와 잇단 태풍 등의 영향으로 과일류를 포함한 각종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진 때문이다. 장을 보러간 주부들이 오른 가격을 보고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고 한다. 경기는 이미 최악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이다. 대구지역 기업 중 추석을 맞아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업체는 46.8%로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액도 지난해보다 적게 지급한다는 업체가 41.4%로 가장 많았다. 추석 이후 경기 전망도 43.5%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 하나 밝은 전망이 없다. 경기 악화, 물가 상승, 가계수입 감소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물가정보가 최근 조사한 전통시장의 추석 상차림 비용(4인 가족 기준)은 27만5천 원으로 전년보다 16.5%, 대형마트는 40만4천730원으로 24.7%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추석 상차림의 대표 과일인 사과는 지난해보다 60%, 고구마는 45.8%나 가격이 뛰었다. 무, 애호박, 대파, 상추 등 채소류의 가격도 26.7%에서 85.7%까지 상승했다. 육류와 계란 등의 품목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칫하면 가격만 오른 상태에서 소비가 줄어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마, 폭염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채솟값 등락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워낙 피해가 심해 예년과 상황이 다른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 상승 추세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산물 수급불안이 서민물가 불안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 방역과 함께 물가 안정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자영업자·저소득층 생계 지원과 경기 부양을 위해 59년만에 4차례나 추경이 편성됐다. 유동성 확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짚어봐야 한다. 대구시 등 각 지자체가 잇따라 추석 물가 안정과 합리적 소비유도를 위해 착한가격 업소 홍보, 온누리 상품권 활용, 전통시장 장보기 등 특별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더 필요한 대책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석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동시에 추석 물가 상승이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장단기 물가 안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 고마 해라’

홍석봉논설위원점입가경이다. 온 국민의 일상이 뒤죽박죽이 됐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은 잡힐 기색이 없다. 지도층 인사들은 코로나에 노심초사 중인 국민들의 가슴속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의료계 파업 뒤끝도 씁쓰레하다. 최고 엘리트 집단의 호박씨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지도층의 특권의식에 국민 가슴엔 피멍이 든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를 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궤변이 난무한다. 끗발 좋은 부모님을 둔 병사의 직무 일탈이 신성한 병역 의무를 농락하고 국방부는 모멸당하고 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했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고개 숙이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언론과 야당의 추궁과 닦달에 또박또박 말대꾸하며 사태를 키웠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마지못해 한 듯한 사과 표명은 않는 것만 못했다. 부모 찬스의 ‘스펙 품앗이’로 국민 공분을 산 조국 전 장관 딸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황제 군 복무’를 대하는 국민들은 한국 사회에 난무하는 ‘엄마찬스’와 ‘아빠찬스’에 절망한다. 더구나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장관이 되레 공정과 정의를 우롱하는 판국에랴.-공정과 정의 우롱한 지도층의 파렴치의사 파업은 겨우 봉합됐지만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 부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국민 정서에도 안 맞는다는 주장이 많다. 의사 집단만 특별대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자의로 시험을 거부한 수험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지만 의료계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이해집단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밀어붙인 정부의 경솔함 탓이 크다.의사는 자격증을 따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고생과 수고 끝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책임을 진다.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고 예우 받는다. 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와 국민이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낙후된 지역의 인력 부족과 의료 시설 투자는 정부몫이다.많은 국민들이 의사 파업을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본다. 국민들의 생명을 외면한 채 환자를 볼모로 잡는 인질극은 더 이상 안 된다.지도층의 내로남불과 비상식에 국민들은 지쳤다.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외침은 문재인 정부를 욕보이는 부메랑이 됐다. 공정과 정의가 마구 유린당하고 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은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공정을 강조했다. 물정 모르는 소리에 헛웃음만 나온다.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다시 회자된다. 로마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솔선수범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에 나섰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 2000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했다.-‘X뺑이’ 친 병역필자 우습게 만들지 마라영국의 사학명문 ‘이튼(Eton) 칼리지’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전사한 졸업생 1천905명의 이름을 교내 교회 건물에 새겨 놓았다.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6 · 25전쟁에 참전했다.군복을 입고 흙바닥을 뒹구는 벨기에 공주, 해병대 근무를 자원한 군 장성의 아들과 최전방에 소총수로 입대한 정권 실세의 아들, 월남전에 파병한 군 고위장성의 아들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사들의 이야기가 SNS를 달구고 있다.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추미애 장관의 모습은 한없이 추해 보인다. 추미애 구하기에 나선 여당 정치인들의 몰염치는 가관이다. 망발과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수준의 알랑방귀까지 나왔다. 꼴불견이다.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에게 보낸 글의 마지막 연이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다. 족한 줄 알고 이젠 그치기를 바란다. 더 이상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물러나는 게 맞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X 뺑이’ 친 대부분의 병역필자를 우습게 만들지 마라. 이제 고마 해라.

보이스피싱,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노리는 범죄입니다

진홍천대구서부경찰서 이현지구대장개인의 재산은 소중하다.대다수의 사람들은 건강 다음으로 재산을 소중히 여긴다.지역 경찰 현장에 근무하다 보면 다양한 사기 피해를 당한 여러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그 중에서도 전화를 통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금융회사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 요구와 금전을 갈취할 목적으로 접근하는 등 이를 범죄에 이용하는 금융사기수법인 보이스피싱 사례가 시민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다.최근 대구에서는 동생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인출한 금액을 30분 뒤 바로 사기범에게 전달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보이스피싱 사례는 지역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보이스피싱은 ‘보이스(VOICE)’와 ‘피싱(PHISHING)’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용어인만큼 상대방을 교묘하게 속이는 사기 수법도 다양하다.보이스피싱의 주요 유형으로는 ‘대환대출형’이 있다. 기존에 높은 대출 이자를 낮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고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다.하지만 어느 금융기관이라도 개인명의로 입금을 요구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최근에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 유형은 ‘대면편취형’이다. 이는 범인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서 현금을 전달받는 경우다.이러한 사기 건은 금액 또한 높을 뿐더러 피해를 입은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필히 수표로 인출 또는 계좌이체를 하는 습관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현금 인출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이 밖에 휴대폰 앱을 활용하는 보이스피싱 사례도 있다.범인이 피해자에게 금융기관 전용 앱 설치를 요구하며 접근한다. 피해자가 본인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면 그때부터는 본인 휴대폰은 자신의 마음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휴대폰이 된다.휴대폰이 범인의 의도대로 작동되니 이때부터는 휴대폰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또한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사기 사건에 명의 도용된 계좌가 있다고 접근해 피해 금액을 입금시키도록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보이스피싱 범인은 피해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피해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전에 범행을 저지른다.기존의 피싱 범죄가 중요 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소극적인 방법이었다면 보이스피싱은 범행 대상자에게 송금을 요구하는 등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평소에 냉철하고 판단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게 되면 즉시 112로 신고하거나 가까운 경찰관서에서 상담을 받아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길 바란다.

낙법/ 권순진

유도에서 맨 먼저 익혀야할 게 넘어지는 기술이다/ 자빠지되 물론 상하지 말아야 한다/ 메칠 생각에 앞서 패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훈련/ 거듭해서 내동댕이쳐지다 보면 바닥과의 화친이 이루어진다/ 몸의 접점이 많을수록 몸은 안전해지고/ 나아가 기분 더럽지 않고 안락하기까지 하다/ 탁탁 손바닥으로 큰소리 장단 맞춰 바닥에 드러눕는 것이/ 더러는 보는 이에게도 참 흐뭇하다/ 머리를 우선 낮추고 몸을 둥글게 말아 구르니/ 넘어진들 몸과 마음이 상할 리 없다/ 어깨에 얹힌 힘을, 발목에 달린 힘을, 모가지에 붙은 힘을/ 죄다 빼고 헐거워져서야 마음도 둥글어진다/ 그때서야 엉덩살은 왜 그리 두껍게 붙어있는지/ 넘어지고서도 다시 일어서야할 생각은 왜 솟아나는지/ 누운 자세에서 깨달으며 무릎 세운다「낙법」 (문학공원, 2011) 낙법은 한마디로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법이다. 발을 헛디뎌 땅바닥에 넘어지거나 격투를 하다가 밀려서 뒹굴게 될 경우, 그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는 상대의 공격을 받거나 스스로 넘어질 때 충격을 줄이는 유도기술로 알려져 있다. 허나 어떤 운동을 하든지 안전을 위하여 반드시 사전에 익혀 두어야 할 기술이다. 유도를 배울 때 가장 먼저 가르쳐주는 게 바로 낙법이다.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않아야 몸이 상하지 않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메치는 공격에 앞서서 넘어질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이다. 유비무환의 교훈을 응용한 셈이다. 넘어지는 연습을 거듭하게 되면 넘어지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패배와 친해지는 교육인지도 모른다. 전쟁에서 지는 일이 병과지상사이 듯 경기에서 지는 것도 일상적인 것이다. 많이 져봐야 마지막에 이길 수 있다. 여러 번 넘어지다 보면 바닥과 친해지는 법이다. 넘어지는 훈련과 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낙법이 제대로 되어야 마음 놓고 공격을 구사할 여유를 갖는다. 넘어져도 기분 나쁘지 않아야 다시 벌떡 일어선다.넘어지든지, 자빠지든지, 바닥과 몸의 접점이 많고 맞닿는 면적이 넓으면 충격이 분산됨으로써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는다. 아프지 않아야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고, 두려움이 없어야 용감하게 싸워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바닥을 치는 소리가 크고 경쾌해야 바닥과 잘 소통한다. 소리울림이 공허해야 충격을 비게 한다. 엄살처럼 보이지만 경쾌한 마음가짐이 정석이다.머리를 낮추는 모습이 겸손한 태도다. 아울러 몸을 둥글게 말아야 마찰이 적고 부딪힐 가능성도 낮아진다. 등판을 둥글둥글하게 말아서 굴러주면 바닥도 조용히 받쳐준다. 구르는 몸에는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머리를 감추고 몸을 말아 구르는 판에서 몸이 상할 까닭이 없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패배와 친해질 수 있다. 몸에서 힘을 빼야 마음도 비게 된다. 팔, 어깨, 발목 모가지, 엉덩이 할 것 없이 모두 다 힘을 빼야 몸이 부드러워지고 마음도 나긋나긋하게 된다. 그래야 마음이 멍들지 않는다.낙법을 알 만할 즈음, 비로소 몸의 조화로움이 깨어난다. 늘어진 근육 살이 졸깃졸깃해지고 두툼한 엉덩이 살이 탱글탱글하게 살아난다. 넘어져도 몸이 개운하고 마음은 경쾌하다. 넘어지는 게 별 거 아니다. 넘어지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다. 넘어지고 자빠지더라도 일어나 무릎을 세우는 것은 누워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넘어지고 자빠지기 여사다. 넘어지더라도 일어날 수 있도록 낙법 원리를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 오철환(문인)

대구산업선 역 추가…주민 편의 높여야

대구산업철도의 역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서명 운동과 캠페인에 나서는 등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대구산업선에 두 곳의 역을 추가하자니 사업비 부담이 큰 데다 자칫 철도 운영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어 난감해하고 있다. 거기다가 정치·경제계까지 가세, 후폭풍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서대구 역~대구국가산업단지 간 길이 34.2㎞의 대구산업선 철도는 2027년 완공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총 사업비가 1조3천105억 원으로 7개 역이 설치될 예정이다. 대구산업선의 기본 윤곽이 나오자 달서구 성서지역 주민들이 호림 역사 설치를 요구하며 유치 활동을 펴고 있다. 달성군은 서재·세천 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전액 국비사업인 때문에 역 추가 건설 등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두 곳의 역을 추가하면 사업비가 1천600억 원가량 늘어나 사업 적정성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업 기간도 늘어나 대구시의 교통운영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게다가 국토부는 사업비 증가에 대해 부정적이다.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엔 지역주민의 반발이 심해 속만 앓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치·경제계까지 나서 역 신설을 요구하면서 대구시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를 넘기면 신설 역 추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주민들이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에 돌입한 이유다.대구시는 대구산업철도 건설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대구국가산단 활성화와 대구 서부권 개발 촉진 및 주민 편의 도모라는 사업 목적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에 역을 설치하지 않으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 해소는 영영 물 건너 간다. 철도 개통 후 역을 추가 설치하려면 힘도 들뿐더러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대구산업철도는 당초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렵게 되자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역사 수도 조정하고 노선 길이도 짧게 한 저간의 사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예타 면제 사업에 선정되면서 큰 벽을 넘을 수 있었다. 기왕에 철도를 건설하려면 필요한 곳에는 역을 설치하는 것이 맞다. 일각에서는 2개 역을 한꺼번에 추가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면 서재·세천 역만이라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하지만 대구시는 국토부와 협의, 2개 역 추가 설치를 관철시켜야 한다. 상대적 교통 낙후지역인 이들 지역의 주민 편의 개선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대구시의 역량을 기대한다.

소설, 허구와 진실의 교차점

김시욱에녹 원장소설이나 영화를 허구의 세계라 일컫는다. 다른 말로 픽션이라는 영어로 표현하기도 하다. 이에 반하는 의미로 논-픽션은 ‘실재’ 혹은 진실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엄밀히 접근하면 소설이 곧 허구(fiction)라는 등식은 지나친 비약으로 볼 수 있다. 픽션은 소설의 서사, 곧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기법의 문제이다. 시대적 배경과 장소적 배경 등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들이 적지 않은 점을 볼 때, 소설을 단순히 허구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스토리 전개를 구성하는 서사의 많은 부분이 사실과 허구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 그 구분은 더더욱 어려워진다.최근 현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과거 군복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원에게 ‘소설쓰시네’라고 말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물며 소설가협회가 추미애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웃픈(?) 현실이 일어났다. 더 재미난 사실은 ‘거짓말’과 ‘허구’의 개념을 정리해 학술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소설가협회에 대한 사과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지난 14일 추미애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사과의 말 중 일부를 옮기면 ‘독백이었는데 스피커가 켜져 있다 보니 그렇게 나가버렸다. 그런 말씀 드리게 돼 상당히 죄송하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독백과 방백이라는 드라마적 용어는 엄격히 구분되는 입장이다 보니 추미애 장관의 말은 드라마 협회서 다시금 학술적으로 정리해 주리라 믿는다.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비틀어서 보기(looking awry)라는 단어를 차용해 보면 아마도 인문학 관련 협회 전체에서 추천 도서와 영화를 권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희화화’된 염려와 걱정이 일어난다.추미애 장관 옹호자들 입장에서 말하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라는 말처럼 본인이 항변하고자 한 진의는 짐작된다. 야당 의원이 제기하는 자신의 아들의 군복무 문제가 ‘거짓말’ 혹은 ‘지어낸 것’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소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이 분명한 듯하다. 참으로 재미난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소설’이라던 내용들이 진실로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청탁이었냐 아니냐의 문제는 차후 논할 문제라 하더라도 보좌관과 추미애 장관 부부 중 한명이 국방부에 전화했다는 사실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휴가연장이 정당한 국방부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느냐는 부분은 더없이 예민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장관 측은 위법한 부분은 없고 충분한 이해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빠’라고 불리는 극성 지지층은 잘못된 과정이나 불법적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야당과 검찰측 시나리오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황희 국회의원은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씨의 군복무 특혜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의 실명과 사진을 SNS에 올리고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 그리고 배후세력을 등에 업은 ‘국정농단’이라는 막말을 내뱉고 있다. 국방부의 입장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국방부의 설명을 요약하면 ‘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훈령’을 토대로 ‘민간 병원에서 입원이 아닌 치료를 받은 서씨는 군 병원 요양심의를 거치지 않고 청원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지휘관의 전화로도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또다시 ’편 가르기‘의 문제가 된 예민한 현직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일임에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정말 한편의 소설이 2020년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음이다. 눈과 귀가 열려 있는 국민들을 앞에 두고 소설가 협회마저 비난해 온 ‘소설 쓰기’가 전개되고 있다.흔히 ‘확증편향’을 가진 자들은 자기가 가진 신념과 가치관에 부합된 정보와 사실만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조직된 행태로 표출될 때 ‘빠’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자신들이 아닌 타인에 대한 공격적 성향을 띄게 된다.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던 ‘노빠’ ‘박빠’ 그리고 ‘문빠’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이들은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 듯하다. 현 정부의 절대 옹호세력인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은 단어에서 보듯 스스로 그러한 성향을 인정하고 있다. ‘내가 조국이다’ ‘내가 추미애다’라는 캠페인 또한 이와 유사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소설을 구성해 가는 허구라는 장치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을 독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2020년 대한민국의 ‘소설쓰기’에 ‘빠’가 아닌 진정한 대다수 국민이 ‘이게 나라냐’ ‘나라가 니꺼냐’며 거리로 나설까 두렵다. 코로나 정국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