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는 나무’의 간절함으로

임종식경북도교육감로키산맥 해발 3천미터 높이의 수목 한계선에는 ‘무릎 꿇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강한 바람과 척박한 환경 때문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자라는 것이 마치 무릎을 꿇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은 이 짧고 비틀린 나무로 만들어진다. 매서운 추위와 바람과 싸우며 휘어지고 뒤틀려도 살아내는 그 끈질긴 생명력과 간절함이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원동력이 아닐까.‘무릎 꿇는 나무’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의 바람과 맞서 싸우며 자기 길을 걸었던 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치러냈던 수험생들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감염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로 여러 차례 개학 연기 끝에 원격수업으로 개학을 한 지도 어저께 같은데 벌써 고3의 모래시계가 끝을 보이고 있다.가깝지만 멀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새로운 기록이 생기기 시작했다. ‘확진자 ○백명, 지역 감염자 ○○○명, 해외 유입자 ○○명, 지난 3월 이래로 하루 확진자 수 최대’ 등 연일 새로운 뉴스로 사회적 긴장도를 높이고 있었다. 더 가슴 조리며 초조해 했을 수험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경북교육청에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학습결손과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동안 최선을 다해 왔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학교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에게 전염병 예방교육을 실시하며, 방역물품 지원 등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보건과 방역인력의 추가 확보와 예산 지원으로 우리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금까지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수능이 다가왔다. 시험장을 정하고, 감독관을 차출하고, 수험생들에게 부정행위 금지 관련 동영상을 상영하면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달력이 빠르게 넘어갔다.올해는 특히 방역 부분이 추가되면서 교육현장의 수능대비는 긴장을 지나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병원시험장, 별도시험장, 별도시험실까지 준비하고, 특별 시험장 감독교사를 위한 의료용 가운과 얼굴 가리개까지 준비했다. 거기다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지진대책까지, 준비할 것도 참 많은 수능이었다.한때는 포스트(Post)코로나를 얘기했지만 이제는 위드(With) 코로나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무릎 꿇는 나무의 간절함으로 이번 수능을 준비했고 그 절박함으로 수능을 치러냈다. 다른 해에 비해 걱정도 근심도 많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의 저력을 믿었다. 삶의 힘을 키우는 경북교육의 힘을 믿었다.혼란의 와중에도 묵묵히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수험생들의 의지와 노고에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학부모님, 함께 소원지를 피어 올렸던 선생님과 교육가족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무릎 꿇는 나무’가 명품 바이올린이 돼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듯 수험생들의 지난한 시간들도 쌓이고 쌓여서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는 행복 백신이 될 것이라 믿는다. 수능 시험의 결과를 떠나, 그동안의 노력과 인내의 과정에서 보여준 수험생들의 의지가 더 많은 선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아메리카 인디언 주니족에는 ‘태양이 북쪽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남쪽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달’이라는 긴 이름의 달이 있다. 매듭달 12월을 가리키는 말이다. 계절의 끝이 아니라 땅속으로 더 많은 생명을 품은 달인 것이다. 수험생에게 이번 수능도 고3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숨고르기일 것이다.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끝났다. 2017년 12월의 지진 수능도 이겨냈듯이 2020년 코로나 수능도 이겨낸 것이다.모두가 노력한 만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모든 국민들의 헌신과 성원 속에서 이루어지는 수험생들의 노력이 빛나는 내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환경미화원 사고 예방’ 투자가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매년 500~600명의 환경미화원들이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근무여건 개선은 겉돈다. 청소차 뒤에 불법으로 설치한 발판이 제거되자 뒷범퍼에 매달려 가는 경우가 등장했다. 환경미화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쓰레기 상차 작업을 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지난 11월 6일 새벽 승용차가 쓰레기 수거차를 추돌해 뒤편에 타고 가던 50대 환경미화원이 숨지는 사고가 대구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 지역의 쓰레기 수거 현장에는 곳곳에 위험이 남아 있다.사고 발생 후 대구지역 지자체들은 청소차 발판을 제거했다. 그러자 작업 시간에 쫓긴 환경미화원들이 뒷범퍼에 매달려 이동하는 경우도 나타난다고 한다. 발판이 있을 때보다 더 위험하다. 보완 대책없이 문제가 된 부분만 손을 대니 문제가 더 커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만 피해가자는 전형적 편의주의 행정이다.환경미화원들이 이동 시 조수석에 타지 않는 이유는 수거 지점마다 내려 쓰레기를 차량에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200~300회 정도 지상 1m 높이의 조수석을 오르내려야 해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무릎에 충격이 가해져 부상을 입기 쉽다는 점도 조수석을 꺼리는 이유다.환경미화원들이 자부담으로 구입한 오토바이를 타고 청소차와 같이 이동하는 것도 문제다. 미화원들은 과로와 수면 부족을 호소한다. 시간에 쫓겨 어두운 밤길을 오토바이로 내달릴 경우 또 다른 사고 발생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근본 문제는 작업량이 과중하다는데 있다. 넓은 구역을 짧은 시간 내 처리해야 돼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야간 대신 주간 근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작업환경 개선의 우선 목표다.대구지역의 경우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들이 자체 처리시간 등을 감안해 오후 3시 이전까지만 폐기물을 반입한다. 미화원들이 야간 수거를 하지 않으면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이에 따라 반입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또 주간에 수거할 경우 도로 교통량이 늘어 시간이 더 걸리고, 악취 등을 이유로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수거 시간을 옮기기도 어렵다고 한다.타고 내리기 편한 저상 청소차 도입도 시급한 과제다. 저상차는 발판 대신 양 옆에 미화원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안전하다. 이미 부산 해운대구 등은 도입에 나섰다.비용이 들더라도 환경미화원 숫자를 늘려 작업량과 작업시간을 줄여주고, 장비를 확충하는 것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다. 주민과 지자체 모두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원한다면 투자를 해야 한다.

/박준우 시시비비/ “늘 디테일이 문제다”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는 등 주식시장이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실물경제가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평가가 있는 반면, 내년에 펼쳐질 경기회복 전망이 선반영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19일 대구 수성구를 비롯해 전국 몇몇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현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그동안 크고 작은 걸 합쳐 모두 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여전히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제멋대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근래 자주 인용되는 표현 중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문제점이나 중요한 요소가 세부 사항 속에 숨어 있음을 강조할 때 흔히 쓰이는데, 요즘 정부의 정책을 보면서 이 말을 종종 떠올리게 된다. 이번에 국토부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두고 수성구에서는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수성구는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핫플레이스다. 2017년 9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면서 수성구는 사실상 겹규제를 받게 됐다.이걸로도 불만이 적잖을 텐데, 문제는 수성구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탓에 집값 급등과는 아무 상관 없는 동네까지 각종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받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에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꼼꼼하게 파악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한 탓에 주민들만 애꿎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이다. 게다가 수성구 규제 발표가 있자 포항, 구미, 경산 등지에서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부동산시장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보면서 마냥 웃을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여럿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대선 리스크 해소와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감을 상승장의 주요인으로 설명하면서, 또 같은 이유로 내년 시장도 긍정적 전망을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물경제 상황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한국갤럽이 거리두기 시행 초기였던 4월 초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소득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4%가 ‘그렇다’고 답했고, 또 이들의 직업은 자영업자가 90%, 기능·노무·서비스업이 58%, 무직·은퇴자가 53%로 나타났다.소득 감소로 어려워진 가구들이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행의 3분기 말 통계를 보면 가계신용 잔액이 1천682조1천억 원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이 이 기간 22조1천억 원 늘어난 695조2천억 원으로 집계됐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3분기에는 매매·전세 관련 주택자금 수요도 많았지만, 주식자금 수요에다 생활자금 수요까지 더해져 기타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고 배경을 분석한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하는 조짐이고, 장기화 우려마저 나온다는 사실이다.최근 들어 하루 확진자 수가 정점이었던 3, 4월과 비슷하게 400~500명대를 연일 기록하면서 전국적으로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고 있고, 또 백신 개발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상용화 시기는 여전히 불확실해 불안감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렇다면 서민들이 살림살이를 지금보다 더 졸라매야 하는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고, 더 나빠지면 이미 쓴 대출금에 더해 빚을 또 내야 하는 상황까지도 없으리라 할 수 없다.현 정부는 서민 가계의 주름을 펴주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지금 이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듯하고, 그 사이 서민들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정책이란 아무리 그 명분과 방향성이 맞고 옳더라도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니 한 만 못할 것이다. 뭐든지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그러지 못할 거면 다른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것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비상구는 생명을 살리는 통로입니다

박재홍의성소방서 예방안전과2017년 12월21일 제천시 하소동 소재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9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사고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비상구 훼손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 건물의 2층 여자 목욕탕 비상구는 창고처럼 활용됐다. 만일 당시 비상구가 제대로 비상통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관리를 됐더라면 아마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라는 끔찍한 사고는 우리 기억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표준국어대사전에는 비상구란 ‘화재나 지진 따위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때에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출입구’라 명시 돼 있다.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뜻을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상구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훼손한다. 그 뜻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비상구에 물건을 쌓거나 훼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여러 이유와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라 생각한다. 평온한 일상생활 중 자신에게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확신이다. 하지만 이같은 안이한 생각과 안전사고에 대한 무감각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은 끔찍한 사고를 또 다시 불러온다.소방당국은 매년 비상구 폐쇄 등의 행위로 발생하는 인명사고를 방지하고자 비상구 신고 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상북도 소방시설 등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 포상제 운영 조례’로 제정돼 경북도 내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시설이 고장 난 상태로 방치돼 있거나 비상구 폐쇄 및 훼손 등 피난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돼 관할 소방서로 신고 할 경우 신고포상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고 포상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분명 비상구 신고 포상제도는 우리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는 과연 안전사고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을까?’, ‘나의 안전 불감증으로 나와 나의 소중한 이웃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행동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어떤 강력한 제재나 강제보다도 우리 스스로의 작은 실천이 재난 예방에 더 큰 힘을 발휘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생명 통로인 ‘비상구’를 지키는데 모두가 앞장서 주길 희망한다.

당신의 곡진한 위로 그들 위에 덮으소서/ 정표년

올해는 유독 많은 지인들을 보냈습니다/슬픔에 슬픔이 겹쳐 몸 가누기 힘듭니다/그들의 안식을 위해 기도가 필요합니다//주께서 데려가신 영들을 돌보소서/우리가 부족하여 지키지 못했으니/주님께 의탁할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세상 나이 좀 많아도 보내는 맘 눈물이고/고통이 끝이 나도 놓는 손은 아픕니다/당신의 곡진한 위로 그들 위에 덮으소서//날마다 반성하고 날마다 부활하며/날마다 감사하고 날마다 사랑하며/남은 날 그렇게 살고 우리도 곧 가겠습니다「대구시조 제24호」 (2020, 그루) 정표년 시인은 대구 달성 출생으로 1973년 ‘현대시학’ 추천완료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말없는 시인의 나라’, ‘산빛 물빛 다 흔들고’, ‘신의 섬으로 가서’, ‘수화로 속삭이다’ 등이 있다. 그는 문단에서 천사로 일컫는다. 드맑은 영혼의 시인이기에 모든 이들은 그 칭함에 깊이 공감한다. 정운 이영도 선생의 제자로서 가르침을 받고 문단에 나왔고, 늘 선생의 뜻을 기리면서 시업의 길을 걸었다.‘당신의 곡진한 위로 그들 위에 덮으소서’라는 네 수의 시조는 기도문이다. 이 작품을 두고 직설적이라고 말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더욱더 간절함이 필요한 때다. 신자들은 기도와 더불어 간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진실로 ‘당신의 곡진한 위로 그들 위에 덮으소서’는 간구의 외침이다. 올해는 유독 많은 지인들을 보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슬픔에 슬픔이 겹쳐 몸 가누기 힘든 것을 호소한다. 그들의 안식을 위해 기도가 필요하듯이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우리도 기도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주께서 데려가신 영들을 돌보소서, 라면서 우리가 부족해 지키지 못했으니 주님께 의탁하겠노라고 말한다. 정말 그 방법밖에 없는 것이 맞다. 세상 나이 좀 많아도 보내는 마음은 눈물이고 고통이 끝이 나도 놓는 손은 아프기에 그러한 간구를 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당신의 곡진한 위로가 그들 위에 은총으로 내려 덮이기를 기원한다. 끝으로 날마다 반성하고 날마다 부활하며 날마다 감사하고 날마다 사랑하며 남은 날 그렇게 살고 우리도 곧 가겠다고 끝맺고 있다. 몹시 눈물겨운 시편이다.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에서처럼 어쩌면 부활은 단발성이 아니라 날마다 우리 속에 일어나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영원을 사모하는 존재로서 자존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그는 ‘적당히’라는 시조에서 염도가 낮을수록 마음을 놓지 못하는 정황을 말하고 있다. 먹을 때 생각해서 짤까 봐 소금을 아낄 때가 많은데 옛 어른이 하시던 말씀처럼 적당히, 가 어려운 것을 토로한다. 적당히, 를 헤아릴 쯤 오십 줄을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누가 간 좀 봐달라고 겉절이를 건네줄 때 적당히 알아서 하라고 말해버린다. 적당히, 라는 말은 쉬운 듯하면서도 무척 어렵다. 상황과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우리는 신앙의 유무를 떠나서 기도한다. 우선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과 우리 사회와 나라를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을 그치지 않는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중에서도 절대자를 향한 기도가 가장 절실할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이의 은총과 사랑과 긍휼을 기대하는 일은 유한의 존재자로서 어쩌면 마땅히 가져야할 마음일 터다.사람은 그만큼 연약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균을 몹시 두려워한다. 그들의 위협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했으면 한다. 이정환(시조 시인)

달성·고령군 협력, 강정·고령보 해결 계기되길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이 마침내 손을 맞잡았다. 양 지역을 잇는 사문진교 다리를 관광 명소화하기 위해서다. 양 기초자치단체의 상생 협력은 지역 통합 발전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나아가 양 지자체가 그동안 강정·고령보의 차량 통행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까지 풀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기왕에 손잡은 김에 양 지자체는 가슴을 열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보길 바란다.달성군과 고령군이 달성 화원읍과 고령 다산면을 연결하는 사문진교를 관광 명소로 조성해 두 지역의 동반 성장에 나서기로 했다. 양 지자체는 2일 고령군에서 ‘사문진교 야간경관 특화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양 지역 지자체장과 간부 등이 대거 참석, 사문진교 특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양 지자체는 1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8월 공사에 들어가 2022년 6월 경관 조성사업을 완공할 예정이다. 사문진교에 조명과 음향 등 야간 경관을 연출하고 물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벌이는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보고회 후 김문오 군수 등 달성군 관계자들은 고령 대가야 박물관과 고분군, 테마 관광지 등의 야간 경관을 견학하는 등 양 지자체 간 우의를 다졌다.양 지자체의 협력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 중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양 지자체는 강정·고령보의 차량 통행 문제를 둘러싼 오랜 앙금까지 깨끗이 씻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4대강 사업으로 2012년 완공된 강정·고령보는 보 위에 설치된 ‘우륵교’의 차량 통행을 두고 달성·고령군이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우륵교는 왕복2차로 다리인데 현재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다.고령군 측은 우륵교 개통 시 물류비 절감과 접근성이 높아진다며 차량 통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달성군은 차량 통행량 증가로 주민 생활권을 해친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 이후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 인근 강 상류에 교량을 건설키로 했으나 이마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편익이 떨어진다며 부결된 후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양 지자체는 사문진교 관광명소화를 계기로 다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양 지자체의 상호 방문과 교류를 통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도 좋은 징조다. 거기에 김문오 달성군수와 곽용환 고령군수가 모두 3선 마지막 임기를 앞두고 있어 선거 부담도 없다. 양 지자체는 화해와 협력을 통해 내 이웃 지자체 간 협조 행정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노란 비옷/ 임수진

~어느 유모의 비가~… 남편은 프로농구선수였다. 갑자기 루게릭 병이 발병하여 집에서 쉬고 있다. 화장실을 가다가 주저앉았고 밥을 먹다가 수저를 떨어뜨렸다. 하루가 다르게 근육이 빠졌다. 큰 손은 녹슨 갈퀴 같고 다리는 왜가리 같다. 암울하다. 시어머니는 그 불운을 내 탓으로 돌렸다. 집에 사람을 잘못 들여 살을 맞은 거란다. 병을 고쳐내라고 억지를 썼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았다. 가장이 쓰러지자 살림살이가 궁색해졌다. 나는 마트에서 일했고, 시어머니는 종이를 주워 팔았다. 삶이 고달플 때면 시어머니는 나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의 팔다리를 주물러주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병증이 악화되자 그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애가 들어섰다. 고민하다가 5개월을 넘겼다. 아이가 희망이 되어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낳기로 마음먹었다. 배가 불러와 마트 일도 그만두었다. 미래가 없는 가운데 새 생명이 태어났다. 애기를 곰팡이가 득실대는 반지하에 살게 할 수 없었다. 목돈을 받고 유모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햇빛이 잘 드는 2층 남향집으로 옮긴 후, 나는 고용주의 집에 입주를 했다. 안주인은 시내 국문과 교수였고, 그 남편은 지방대학의 건축과 교수였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집에 와서 다음 월요일에 지방으로 내려갔다. 나는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가사노예와 다름없었다. 안주인은 민감하고 유별났다. 마흔에 어렵게 얻은 아이라 그런 모양이다. 매주 금요일 아파트 팔각정에서 딸을 몰래 만나기로 되어 있다. 남편에게서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보채는 애를 억지로 재우고 팔각정으로 나갔다. 남편이 딸을 안고 있었다. 딸을 받아 젖을 물렸다. 남편은 꺽다리 바람풍선 같다. 딸이 걸음마를 할 때까지 살고 싶단다. 지나던 남자가 힐끔거렸다. 뒤태가 눈에 익었다. 집에 돌아오니 바깥주인이 우는 애를 안고 있었다. 잠이 깼던 모양이다. 애를 두고 돌아다닌다고 투덜거렸다. 팔각정에서 수유하는 광경을 봤다고도 했다. 일러바치지 않는 대신 뭔가 바라는 눈치다. 서재로 커피 한잔을 부탁했다. 커피 잔을 책상 위에 놓으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내 가슴에 머물렀다. 황급히 서재를 빠져나왔다. 애기 옆에 누워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누군가 내리누르는 듯하다. 둥글고 단단한 것이 잡혔다. 그가 가슴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식욕과 수면욕 그리고 성욕은 인간의 본능이다. 식욕과 수면욕은 한 개인의 욕망인 반면 성욕은 상대방이 있는 욕정이라는 점에서 복잡 미묘하다. 성욕은 남녀 공히 나타나는 욕정이지만 관심을 갖고 잘 살펴보면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남자는 늑대다. 욕망에 사로잡혀 충동적이고 근시안적이다. 우성 유전자 선택이란 2세에 대한 배려가 미진하고 부족하다. 시도 때도 없이 대충 껄떡거리고 성급하게 들이댄다. 일단 저질러놓고 본다. 여자는 여우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우성 인자를 가졌는지 계산해본 연후,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한 상대만 유혹한다. 돈이든 능력이든 힘이든, 자신의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해야만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허나 인간은 본능만으로 움직이진 않는다. 이성과 도덕성이란 강력한 조정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의 궁박을 기화로 대책 없이 들이대는 남자의 모습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여자는 노란 비옷을 생각한다.오철환(문인)

오래된 편지를 꺼내어…

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겨울로 접어들던 어느 날, 책상을 정리하다가 낯익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돌이켜 보면, 십여 년도 더 된 편지 한 통, 꼼꼼하게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글이 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4년간의 성형외과 수련을 마치고 지방의 한 도시에 개원한 병원에 초임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나에게 수술을 받았던 한 중년의 여성 환자로부터 받은 편지다.병아리 전문의로 경험도 없이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있던 시절, 나를 찾아와 여러 가지 수술을 받았던 환자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수술 결과에 어느 정도 만족했던 것 같았다.몇 가지 수술을 연이어 하게 됐고, 수술 결과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몇 달 후 장문의 편지와 작은 선물을 주고는 돌아갔다. 자신이 수술하게 된 동기와 수술로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가 담긴 편지다. 다시 되찾은 자신감을 가지고 이제껏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초보 성형외과 의사가 분에 넘치는 인사를 받은 셈이다. 내가 이런 인사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잠시 잠겨 있다가 문득 앞으로 나를 찾아오는 이들이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조금 더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그 후, 대구에 개원한 후 십여 년 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이런 초심을 지킬 수 있도록 편지를 한 번씩 꺼내 마음을 다잡곤 했다.그러던 어느 여름, 내 마음 속의 그 환자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연락할 길을 찾다 홈페이지와 여러 가지 글들을 보고 찾게 됐다고 한다. 십여 년 전의 옛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눴고,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한두 군데 교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말과 함께 간단한 교정 수술을 예약하고 돌아갔다.첫 번째 수술을 하고 경과를 지켜보면서 다음 수술 일정을 잡겠다고 하고서는 연락이 끊어졌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라 바쁜 일정이 끝난 후 다시 찾아오겠거니 하면서 잊고 지냈는데….그 후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낯선 젊은 여성 한 사람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어머니의 진료기록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젊은 여성의 어머니가 바로 그 환자였다.얼마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진료기록이 필요하다는 딸을 마주하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게 됐다.처음 만나는 딸 앞에서는 크게 내색하지는 못하고, 사고 당시의 이야기와 그 모습을 전해 듣고 필요한 업무처리를 도와주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였지만, 그 후 돌아가신 그분의 얼굴을 돌이켜 보면서 내 마음 속 깊이 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십여 년 동안 나와 함께 한 수많은 환자들이 있었고,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환자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이제는 그럴 법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막상 나와 깊은 인연을 가졌던 환자의 부고를 전해 듣고 나니 과거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 동안의 수많은 기억들도 함께 새록새록 떠올랐다.비록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긴 했지만, 가족들에게는 사랑하는 어머니였던 그녀가 부디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겠지만, 나에게도 자존감이 뚜렷했던 좋은 사람으로 기억의 한 편에 남겨 둬야 할 의무감이 생긴 것이다.한 해의 끝을 치닫는 12월 초, 책상 속의 편지들을 꺼내 보듯, 올 한 해 나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이들을 돌이켜 봐야겠다. 그들 중 나와의 좋은 인연을 가졌던 이들은 얼마나 있을까? 분명 그들 중 연말이 되면 그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다시 보지 않았으면 하는 이들도 있을 터.스산한 바람 속에 몸이 얼어붙고, 코로나로 마음까지 메말라가는 올 한 해, 나의 가슴 속에서만이라도 작은 불씨 하나를 피워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여줄 수 있는 한 해의 끝자락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내년도 우리 산업을 위협할 것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어느덧 2020년 마지막 달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올 해 실적 확정 작업이 한창일 것이고, 기업에 속해 있는 개개인으로서는 한 해 업적 평가가 끝나서 내년도 계약을 앞두고 회사와 조정 중인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특히, 올 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업종들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소속 개인들도 그만큼 처우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가 내년에는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본격화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세계 수요가 점차 살아나 대부분의 업종에서 업황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0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개인과 가계 여건 개선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어쨌든 좀 더 희망적인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인 기대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 보인다.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기저효과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누리기는 힘들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로 충분히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거나 돌연 발생해 우리 산업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는 리스크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주의와 적절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전체 산업을 대상으로 보면 먼저, 백신이 보급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일상화된 비대면 환경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편의성과 효율성이 기대되는 재택근무나 온라인 거래 및 교육 등은 여전히 활용가치가 높을 것이고, 5G나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 무인 자동화 기술, 정보보안 기술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인 반면 이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은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감축하려는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 추진 또한 당장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일본과 중국이 늦어도 206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바이든 신행정부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추진할 전망인 등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 중이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 정책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그동안 개도국 처우를 받던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탄소중립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할 때가 온 것이다.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만연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리스크도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의 수입규제 강화와 자국 기업 회귀를 장려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은 이제 딱히 새롭지도 않은 리스크다. 하지만, 자국우선주의가 자국산 상품 우선주의로 파급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수입규제는 더 한층 강화될 것이 뻔하고, 이런 리스크를 감내할 수 없는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수출 상대국 내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나 경영 환경 변화와 같은 새로운 리스크를 져야만 한다.그렇다고 한중일과 아시아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다자통상체제를 마냥 즐기고 있을 때도 아니다. 경제규모로 보나, 인구 규모로 보나 세계 최대 규모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맺어져 우리 기업들에게는 분명 호재임이 틀림없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의 입장이 새로운 행정부를 맞아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신기술들의 은혜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AI나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생산성 제고나 신비즈니스의 창출 등으로 새로운 경쟁원천을 찾으려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신기술에 대한 투자와 시장 니즈가 높은 만큼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것도 큰 리스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말 못한 더 많은 리스크들이 있지만, 아무쪼록 내년에는 이들과 작별을 고하고, 기회로 가득 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수험생 여러분 힘내십시오”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여정은 그 어느 해보다 힘겨웠습니다. 코로나19, 늦춰진 등교, 마스크와 거리두기, 원격수업 그리고 긴 장마. 되돌아보니 참 힘겨운 나날이었습니다.그럼에도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온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미래를 준비해 온 여러분의 노력에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성공이라는 선물은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여서 오는 거라고 합니다.선물이 크면 클수록, 시련도 크겠지요. 올해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컸을 테지만, 지나고 보면 이 또한 여러분들 앞에 다가올 찬란한 미래의 토대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겨낸 경험은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여러분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힘이 돼줄 것입니다.수능을 앞두고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하지만 올 한해 우리가 함께해온 것처럼 모두가 지혜를 모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학교와 교육청의 안내에 따라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시교육청에서는 시험실마다 방역을 철저히 하고 유증상자를 위한 별도시험실, 자가격리자를 위한 별도시험장, 확진자를 위한 병원시험장을 따로 마련해 모든 수험생이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수험생 여러분들도 개인 방역 수칙을 꼼꼼히 지키며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즉시 학교와 우리 교육청으로 알려 마련된 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수능에 임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수능 이후에도 생활 방역 수칙을 준수해 이어지는 면접, 논술 등 대학별 전형 준비에도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수능 직후에도 우리 수험생들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만 전체의 안전을 지켜 남은 일정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수험생 여러분!2021학년도 수능 시험을 앞둔 지금, 여러분들은 새로운 인생의 관문을 넘어서기 위한 문턱에 서 있습니다.지금까지 부모님의 정성과 선생님의 열정을 밑거름으로 꿈을 향해 오랜 시간 열심히 달려왔을 여러분의 의지와 노력에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그동안의 과정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달려온 여러분 모두가 대단하고 장합니다.때로는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저마다의 꿈과 끼를 마음껏 발휘한 시간,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위해 열심히 배우고 함께 성장한 시간, 소통과 도전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을 기른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그리고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자신을 믿으며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인생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길 바랍니다.많은 시간 가슴 졸이며 뒷바라지하신 수험생 학부모님!그동안 자녀들이 긴 수험 생활을 이겨내는데 큰 버팀목과 힘이 돼주셨습니다.수험생 못지않게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기나긴 레이스를 이어올 수 있도록 충실한 러닝메이트 역할을 해 주신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지치고 힘든 수험생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것은 부모님의 따뜻한 성원과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라 생각합니다.자녀가 끝까지 용기를 내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믿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또 수능은 물론 대학별 고사 등 수능 이후 일정까지 우리 학생들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저 역시 학부모님들과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수험생들 모두가 안전하게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겠습니다.수험생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달려오신 선생님들의 노고에도 한없는 위로와 감사를 보냅니다.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선생님들의 수고와 노력이 더없이 눈물겨웠습니다.선생님들의 정성과 사랑, 수고 덕분에 우리 학생들이 더 큰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사랑하는 수험생 여러분!여러분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 자신을 믿고 끝까지 힘내십시오.마지막까지 흔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이 바라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수험생 여러분, 모두 힘내십시오!따뜻한 사랑으로 미래를 향한 여러분의 발걸음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타지 확진자 수용 대구…‘방역 모범’ 이어가자

대구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난을 겪고 있는 타 시·도 지원에 나섰다. 지난 2, 3월 대구는 확진자가 연일 폭발적으로 증가해 일부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기다리다 집에서 숨지는 비극적 상황을 겪기도 했다.이후 다른 지자체의 병상을 이용하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런 고통을 겪은 대구가 이제는 다른 지역 환자를 수용해 치료해주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대구는 지난달 하순 10일간 신규 확진자가 0~5명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 추세를 이어갔다. 1일 확진자는 11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병상에는 여유가 있다. 물론 아직 마음 놓을 때는 아니지만 방역지침을 지키며 자발적으로 협조한 시민들 덕분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지난달 30일 오후 부산의 환자 20명이 소방구급버스 등을 타고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산시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긴급 지원요청을 했고 대구시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대구시와 부산시는 50명 이하 수준에서 경증 확진자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부산은 지금 초비상 상황이다. 그간 대구 등 외지의 확진자를 받아 치료를 해준 적은 있으나 다른 지역으로 확진자를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부산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매일 두 자릿수 확진이 이어지며 최근 8일간 220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지난 29일에는 51명, 1일에는 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고 3단계 방역 수칙도 일부 적용키로 했다.이에 반해 상황이 안정적인 대구는 여유 병상이 300여 개에 이른다. 현재 병상 사용률은 무증상·경증 병상(345개) 19%, 중증 병상(45개) 18%이다. 상황변화로 병상 가동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면 지역대학 병원들과 협의해 48개 병상을 추가 설치한다. 경증 환자 2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도 즉시 개설하게 된다.코로나 사태 와중에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가치는 적절한 입원치료를 통한 생명보호다. 사태 초기 대구가 겪은 것처럼 지자체 간 협조가 안돼 병상에 여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타지 환자수용을 거부하는 사태가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중앙방역대책본부는 최근의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1~2주 내 일일 확진자가 700~1천 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춥고 건조한 겨울은 코로나 방역에 취약하다. 무증상·경증 환자 증가로 확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방심한 순간 지역사회의 확진자는 급증하게 된다.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 개인방역 수칙을 지켜 ‘방역 모범 도시’로 변신한 대구의 위상을 지켜가야 한다.

눈물도 늙어/ 정옥선

치매 걸린 여든 둘 앙상한 우리 엄마//엄마 젖을 찾으며/큰소리로 엉엉 운다//거죽만 남은 손으로 야윈 얼굴 가린다//눈물을 닦으려고 헐렁한 손을 치우자//한 줄기/주름골 넘으며/더듬더듬 내려온다//눈물도 같이 늙는지 아주 천천히 내려온다「딴죽」 (2019, 고요아침) 정옥선 시인은 충남 홍성 출생으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딴죽’이 있다. 정답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다. 험한 세상의 비탈과 응달을 환하게 밝히려는 의지가 시조 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요즘은 유치원 못지않게 노치원이 곳곳에 설립되고 있다. 수명이 늘어난 때문이다. 노치원은 요양원으로 가기 전 단계다. 자못 서글픈 일이지만 현실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생로병사가 자연의 이치이기에.‘눈물도 늙어’에서 화자는 어머니에 관한 보고서를 세상에 내놓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아프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시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화자의 먼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치매에 걸린 여든 둘 앙상한 우리 엄마가 엄마 젖을 찾으며 큰소리로 엉엉 울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거죽만 남은 손으로 야윈 얼굴을 가리셔서 눈물을 닦으려고 헐렁한 손을 조심스레 떼자 주름 골을 넘으며 눈물 한 줄기가 더듬더듬 내려오고 있다. 화자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눈물도 같이 늙는지 아주 천천히 내려온다, 라고 진술한다. 얼마나 가슴에 저미어들면 이와 같은 표현을 했을까?그는 또 ‘가을 저녁을 서성이다’에서 바람도 더러는 흔들릴 때 있는 건지 단풍의 붉은 잎이 두서없이 엉키는 때에 딸마저 쑥 빠져나가고 나니 섬 한 채가 덩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 순간 거울 속 여자가 낯설어져서 시린 마음을 떨치려고 저녁마다 서성이게 된다. 차디찬 항아리 주위를 달빛만 짚고 가는 외로운 시공간에 화자는 홀로다. ‘눈물도 늙어’에서 드러나는 정황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가족이 있지만 엄밀하게 생각하면 사람은 마지막에는 혼자다. 독거 아닌 독거다. 그러므로 때로 고독을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그러한 장면이 잘 드러나는 또 한 편의 시가 ‘수수한 가을’이다. 안개 같은 가을비가 순하게 떨어지는 삼성각 댓돌위에 우산을 접어두고 다 낡은 나무의자에 오래도록 앉아본다, 라는 첫수가 그 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가을 비 듣는 삼성각 댓돌은 화자에게는 그지없이 안온한 공간이다. 그의 마음을 고요히 다스려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다 낡은 나무의자에 오래도록 앉아 있는 동안 화자의 내면은 깊어질 것이다. 성찰의 시간이다. 바람이 잔걸음으로 풍경을 잡아끌면 기어이 빗소리로 산비둘기를 깨운다. 그 순간 비탈길에 선 구절초는 누가 보든 말든 환하다. 이렇듯 ‘수수한 가을’은 자연과 자아의 교감을 통해서 치유와 내적 정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소박한 그의 시편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탈 많고 사건사고가 많은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는 큰 욕심을 낼 수가 없다. 아직도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에워싸고 돌면서 사위어들 줄 모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을 잘 다스리면서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지킬 것은 지키고 멀리할 것은 멀리하면서 이 중차대한 위기를 곧 벗어나야 할 것이다.그러한 힘을 우리는 시에서 얻을 수 있다. 얻어내어야 마땅하다. 이정환(시조 시인)

정치권의 역겨움 논쟁, 이젠 역겹다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정치권에 난데없는 ‘역겨움’ 논쟁이 일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일반인들이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추미애 장관 모습을 보면 너무너무 역겨워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이 맞받아쳤다. “국민의힘의 연이은 ‘막말 대잔치’를 TV 속에서 보시는 것이 국민 여러분께는 더 역겨울 것”이라고 한 것이다.막말이야 정치권에서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다만,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험악해지고 있어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다. “고삐 풀린 미친 말”에 “고삐 풀린 미친 막말”로 대응하고 “지라시 만들 때 버릇”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쯤이면 이런 ‘막말 대잔치’를 봐야만 하는 국민들의 역겨움이 더하지 않겠는가. 역겨운 논쟁에 품격은 실종되고 말았다. 말의 수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사기’의 저자인 사마천은 말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모언(貌言)과 지언(至言), 고언(苦言), 감언(甘言)이다. ‘모언’은 화려한 반면 실속이 없는 말인 반면 ‘지언’은 속이 꽉 찬 진실된 말이다. ‘고언’은 듣기에는 거북한 직언이지만 약이 되는 말을 의미하며 ‘감언’은 듣기에는 편하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을 끝내 병들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지금 감언보다 더 심각한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는 절대로 해서는 안될 말까지 스스럼없이 하는 바람에 화를 자초하고 있는 실정이다.중국 당나라 시대 때 풍도라는 재상이 있었다. 정치적 혼란기인 당나라 말부터 다섯 왕조 동안 여덟 개의 성을 가진 11명의 임금을 섬기며 벼슬을 할 정도로 처세의 달인이었다. 그의 처세관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로다.’ 입이 화근이니 말을 아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인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과 뜻이 통한다. 내가 휘두르는 혀 아래의 도끼는 결국은 나에게로 향한다. 말의 품격 저자 이기주는 그의 책에서 ‘말은 나름의 귀소본능을 지닌다’고 했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새겨 보면 무서운 말이다.막말을 막말로 맞받아치다보니 수위는 갈수록 높아만 간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가 2016년 9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현 미국대통령)가 자신들을 무지막지하게 공격하자 했던 말이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저급한 말에 대응해서 품위 있게 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막말을 주고받는 것은 결국 똑같은 말그릇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말그릇의 저자 김윤나는 “당신의 말에 당신의 그릇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지니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말그릇의 상태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한다. ‘말솜씨’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은 이목을 끌기 위한 말하기를 사용하지만, ‘말그릇이 단단한 사람들’은 소통하는 말하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막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막말로 대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통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콘서트장의 음악이나 농악의 꽹과리, 북소리는 엄청난 고음이다. 그럼에도 귀를 타고 들어온 소리는 온 몸으로 스며든다. 소리의 파장이 온 몸을 두드려도 즐겁다. 그렇지만 소음은 다르다. 높지는 않더라도 귀를 후벼 파는 불편함만 있을 뿐이다. 정치인들이야 때론 의도적으로 막말을 내뱉기는 하지만 나의 말이 국민들의 귀를 아프게 한다는 사실은 왜 외면하나.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고 했다. 서로를 향해 “막말이 역겹다”고만 외쳐댈 뿐 천 명, 만 명 국민들의 역겨움은 왜 살피지 않는가.

코로나에 조류독감·돼지열병…방역 비상

코로나 사태 와중에 조류독감과 돼지열병까지 발생했다. 코로나 등 바이러스 3종 세트가 한꺼번에 덮치는 바람에 감염병 초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는 대유행기에 접어들어 5일째 4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경북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마음 놓을 수 없는 단계다. 여기에 조류독감과 돼지열병까지 더해져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전북 정읍의 한 오리농장에서 지난 28일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농가에서 AI가 발병한 것은 2018년3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2016년 AI 사태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생 농장과 인근 농장 가금류를 예방적 살처분하고 소독 및 예찰을 실시하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같은 날 경기도 가평에서 포획된 멧돼지 4개체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바이러스에 확진됐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ASF가 1년 넘게 계속 번지고 있다. 위기경보 ‘심각’ 단계다. 멧돼지의 번식철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ASF의 확산 우려가 높아 환경부가 방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겨울철새를 통해 전염되는 AI는 한번 발병하면 손쓸 겨를 없이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게다가 AI 바이러스는 감염된 가금류의 호흡기나 분변에서 대량 방출돼 인근 농장 등으로 쉽게 퍼진다. 문제는 고병원성 AI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발병하면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정부는 고강도 방역조치에 나섰다. ‘전국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심각’으로 올렸다.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가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조류독감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상인들과 관련 업계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2016∼2017년 고병원성 AI가 발생, 전국에서 3천7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했다. 경제적 손실이 1조 원을 넘고 전국 양계농가가 초토화된 아픈 기억이 남아있다.조류독감과 돼지열병도 가축 전염병이긴 하지만 감염 확산 시 축산농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방역 당국과 축산 농가의 적절한 선제 대응과 대책으로 조기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축산농가가 많은 경북도는 초동 대응에 빈틈이 없도록 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튼튼한 민주주의를 위한 작은 씨앗, 정치후원금

천성규대구선거연구회아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면서 아이들 저녁 먹이고 잠들기 전 책 읽어 주는 일은 내 몫이 된지 오래다.얼마 전에는 6살배기 딸과 함께 ‘사과씨 공주’라는 제목의 세러니티 이야기를 읽게 됐다.자연을 사랑했던 왕비가 죽은 후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왕국은 척박한 땅으로 변하고 가난해졌다. 어느 날 늙은 왕은 세 딸에게 일곱 밤이 지난 후 공주들이 만든 것을 보고, 자신이 죽은 뒤 왕국을 다스릴 사람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몹시도 사치스러웠던 첫째 딸과 둘째 딸은 백성들의 아픔은 뒤로 한 채 세상에서 가장 높은 탑을 만들지만, 막내딸 세러니티는 초록빛 숲과 새들의 노랫소리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유품인 사과씨를 땅에 심기로 한다.매일같이 땅을 파고 씨앗을 심는 세러니티를 따라 왕국의 사람들도 메마른 땅에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기 시작한다.약속한 일곱 밤이 흐른 후 왕국을 물려줄 딸을 선택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왕의 눈에 비친 것은 눈부신 햇살 아래 푸른 나무들이 바람에 춤을 추고 새들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땅, 왕비가 살아 있을 때 봤던 바로 그 숲이었다.그 숲에서 왕과 세러니티, 왕국의 사람들, 그리고 탑 꼭대기에 매달려 있던 두 언니들마저 즐겁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이다.‘사과씨 공주’를 몇 번 반복해서 읽어주다 보니 책 속의 사과씨와 정치후원금을 연결시켜 생각해보게 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참여의 대표적인 방법은 ‘투표’와 ‘정치자금 기부’가 있다.투표는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뿌리이다. 우리가 투표로 뽑은 대표자는 사회발전을 위해 정책연구, 입법활동 등 여러 가지 정치활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정치활동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비용을 총칭해 정치자금이라고 한다.어떤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정기업, 법인, 단체에게 대가성 있는 불법정치자금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정치인들은 세러니티의 두 언니가 자신만을 위한 탑을 쌓는 것처럼 국민은 뒤로 한 채 특정집단만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게 된다.이와 같은 불법정치자금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깨끗한 정치문화 정착을 위한 ‘정치후원금 제도’를 두고 있다.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치자금을 모으는 이유는 국민이 뿌리는 작은 정치자금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 기부문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이며, 이 소액 다수의 정치후원금은 불법정치자금 근절과 깨끗하고 밝은 정치의 발판이 된다.정치후원금 기부는 정치후원금센터(www.give.go.kr)를 통해 신용카드, 계좌이체, 인터넷 뱅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 초과분은 일정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세러니티가 메마른 땅에 처음으로 사과씨를 심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 함께 씨앗을 뿌리면서 그들이 푸르른 숲을 되찾고 풍요로운 삶을 맞이하듯, 나부터 먼저 사과씨 공주 세러니티가 돼 정치후원금이라는 작은 씨앗을 뿌린다면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 튼튼한 민주주의를 만들고 가꾸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