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동식물이 공존하는 역사적인 순간

인간과 자연 동식물이 공존하는 역사적인 순간황태진북부본부장파괴되고 흐트러진 생태계 균형을 찾기위해 자연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특히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건립은 단순히 종의 복원을 떠나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관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고 있다.국립생태원 멸종위기 종복원센터가 개원 1주년을 맞이했다.영양군 국립생태원 멸종위기 종복원센터는 2015년 5월 영양읍 대천리 255만4천337㎡ 부지에 건축면적 1만6029㎡, 사업비 764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8월 준공했다.국내 최대 규모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증식 복원사업을 담당할 전문연구기관으로 멸종위기종 보전 지휘본부를 맡아 종 보전정책에 대한 협업과 조정 등 통합관리를 담당한다.센터에는 대륙사슴, 스라소니 같은 멸종위기에 처한 대형 야생 동물 서식 환경을 고려해 실내·외 사육장, 방사장, 적응훈련장, 맹금류 활강연습장 등 자연 적응시설이 마련됐고, 멸종위기종에 대한 복원·증식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실험시설도 운영하고 있다.현재 국내에서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총 267종이며, 이 중 멸종위기가 임박한 1급 생물은 60종이다.센터는 우선 환경부가 수립한 ‘멸종위기생물 증식·복원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멸종위기에 처한 43종을 국외에서 들여오거나 국내에서 개체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특히 1970년 후반 축산농가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면서 개체 수가 감소해 이미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똥구리, 일제강점기 때 녹용 채취 등으로 남획돼 절멸한 대륙사슴(꽃사슴)을 몽골과 러시아에서 수입해 이 중 20종에 대해 복원사업을 추진한다.지난 5월에는 인천 송도 9공구 매립지에서 구조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검은머리갈매기 알 40개 중 인공 부화 및 육추에 성공한 31마리에서 선별된 15마리를 인천 송도에서 야생으로 방사했다.또 8월에는 증식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금개구리 600마리를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 수생식물원에 방사했다.환경부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올해 7~8월 두 차례에 걸쳐 소똥구리 200마리를 몽골에서 들여와 증식 연구에 착수했다.소똥구리는 1970년대 이전 우리나라에 쉽게 볼 수 있었던 곤충이었다.그러나 1971년 이후 공식적인 발견 기록이 없고 1998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상 ‘지역절멸(RE)’로 기재됐다.센터 측은 소똥구리 증식 연구를 통해 개체 수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면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내 복원사업을 진행한다.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여울마자·황새·수달·나도풍란과 2급인 양비둘기·참달팽이·금개구리 등 7종의 복원사업도 진행 중이다.저어새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9종과 식물 3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렁이와 남생이 복원사업도 한다.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은 2017년 기준으로 총 267종이다.이 가운데 시급성과 복원 가능성을 고려해 25종이 ‘우선 복원 대상종’으로 현재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64종이 ‘복원 대상종’에 포함됐다.25종 가운데 증식·복원 진행 중인 대상은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수달, 저어새, 황새, 따오기 등 7종이다.종이 많을수록 유전자원은 더 풍부해진다.지금까지 인간은 편의를 위해 자연과 서식하는 동·식물의 공간을 침범해 같이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으로 일관해왔다.동·식물 복원이 마땅한 책무임에도 개발논리에 사로잡혀 있다가 뒤늦게나마 위협받고 있는 생태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연을 살리고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멸종위기 종복원센터 건립은 단순히 종의 복원을 떠나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관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고 있다.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보전에 있어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식물이 공존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개발이 아닌 보존도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영양군에 건립된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꼭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검역에 취약한 대구공항

국제공항은 검역의 최일선이다. 사람 또는 동식물과 관련된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최고 수준의 방역대책이 집중돼야 하는 곳이다.지금 전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역에 비상이 걸려 있다. 그러나 연간 400만 명이 이용하는 대구국제공항에 동식물 질병검역을 전담하는 인력이 상주하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대구공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지와도 국제선이 운항되고 있다.현재 대구공항에는 검역을 통해 해외 가축전염병과 식물 병해충 유입을 차단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사무소가 없다. 영남지역본부 대구사무소(대구 달서구 정부지방합동청사)에서 파견나온 검역관 3명이 출장근무하는 것이 전부다.여기에 더해 출장 검역관 3명은 모두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19시간을 교대없이 근무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역이 이뤄질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대구공항의 국제선은 지난해 1만3천513편, 해외 여행객은 204만8천625명을 기록했다. 검역관 3명이 하루 평균 5천600여 명의 승객과 이들이 이용하는 37편의 국제선 항공기에서 쏟아지는 화물을 전담 검역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이이 반해 국제선 운항 편수가 대구공항의 1/4 수준에 불과한 전남 무안공항에는 독립된 검역사무소가 설치돼 있다. 사무소에는 검역관 7명을 포함 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구제역, 조류독감 등 매년 해외에서 유입되는 각종 가축전염병의 피해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간 대구공항에 대한 축산방역 당국의 대처가 얼마나 소홀했는지 알 수 있다.지난 7월 말에는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대구공항을 찾아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유입방지 홍보 캠페인과 국경검역 실태를 점검했다.이 자리에서 이 차관은 공항을 통해 불법 축산물이 반입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역을 독려했지만 상주 검역인력이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검역 지휘부의 전시행정, 일선 근무자들의 무신경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아프리카돼지열병을 포함한 모든 전염병은 일단 방역망이 뚫리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사전 차단이 가장 효율적 대책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대구공항사무소 설치와 검역인력 증원은 미룰 수없는 시급한 과제다.이와 함께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에 지역의 다른 분야에서 허점은 없는지 차제에 모두 점검해야 한다.

가을의 소원

가을의 소원 / 이시영내 나이 마흔일곱/ 나 앞으로 무슨 큰일을 할 것 같지도 않고/ (진즉 그것을 알았어야지!)/ 틈나면(실업자라면 더욱 좋고)/ 남원에서 곡성 거쳐 구례 가는 섬진강 길을/ 머리 위의 굵은 밀잠자리떼 동무 삼아 터덜터덜 걷다가/ 거기 압록 지나 강변횟집에 들러 아직도 곰의 손발을 지닌/ 곰금주의 두툼한 어깨를 툭 치며/ 맑디맑은 공기 속에서 소처럼 한번 씨익 웃어보는 일!- 시집 『사이』 (창비, 1996)....................................................신경림 시인의 어느 시에서처럼 가을엔 어디를 가다 이쯤에서 길을 탁 잃어버리고 마냥 떠돌이가 되어 한 열흘 아무렇게나 쏘다니다 왔으면 좋겠다. 기차와 도보를 결합한 여행도 좋고 몇 해 전 출시된 고속버스 프리패스를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서울 부산 왕복 심야고속 요금에도 미치지 않은 금액인 75,000원이면 평일 4일 동안 전국 고속버스가 다니는 어느 곳에나 횟수와 시간 등급 관계없이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니 노선계획만 잘 세우면 다른 교통수단보다 일단은 가성비가 괜찮은 것 같다.어디에 메이지 않은 후줄근한 신분이면 더욱 편하겠다. ‘남원에서 곡성 거쳐 구례 가는 섬진강 길’따라 가다 압록 다리께 식당에 들어 다슬기수제비 한 그릇 사먹을 돈에다가 걷다, 기어이 다리 곤해지면 아무렇게나 시골버스 잡아탈 노잣돈이나 마련하여 쑤셔 넣으면 그만이겠다. 휴대폰은 두고 가면 더 좋겠지만 자칫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수 있어 가지고는 가겠는데 배터리 충전에 신경을 곤두세우진 않으리라. 그리 높지 않은 산길을 걷다 가지가 많이 뻗은 방향으로 작정 없이 전진하리라.가다가다 물빛이 반짝이는 곳, 엉덩이 얹어도 아프지 않을 적당한 바위에 걸터앉아 조각구름을 보다 마침 된장잠자리가 북상하는 길을 따라 함께 매진한들 어떠랴. 길을 잃고 다시 사람 그리운 세상의 물가 어디쯤 오대천 골지천 몸을 섞는 아우라지 나루터에나 가볼까. 예순 중턱 고갯마루를 넘어 슬금슬금 기어가는 몸, 노을빛 흔들리는 철든 바닷가 모래 위에 벌렁 드러누워 어린 꿈을 꿀까. 나 마찬가지로 앞으로 무슨 큰일을 할 것 같지도 않고, 하니 서두러거나 조바심 낼일 따위는 없으리라.돌아오는 길 충주 지나 이천 땅을 거쳐 곤지암 쯤에 당도하면 맑은 공기 다 뱉어내고 사는 일이 막막한 그 까닭 시시콜콜 묻지 않은 채 나도 소처럼 씩 한번 웃어보는 일, 그것 ‘맑디맑은 공기 속에서’ 이 가을의 소원이라고 해두자. 옛날엔 나라와 조정이 어지럽거나 만사 복장이 뒤틀릴 때는 낙향하여 초야에 은거하는 선비들이 많았다. 하지만 녹을 먹는 신분도 아니고 장차에도 일 없으니 그저 침 한번 뱉어내고 자유로운 떠돌이면 족하리라. 돌아다니다 부러 누굴 만날 일도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이 정도 호사를 구가하기위해서도 필요한 조건이 있긴 있다. 지나치게 구차하지 않을 만큼만 돈으로부터의 자유, 팍팍한 시간으로부터의 자유, 몸을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 그렇다, 무엇보다 심장과 다리가 건재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다. 그리고 또 하나, 주위의 시선과 편견으로부터의 자유다. 올해는 꼭 ‘가을의 소원’을 실행에 옮겨볼 참이다.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10월17일은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1992년부터 매년 세계가 함께 기념해 왔다. 지구촌의 절대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치자는 취지다.1987년 10월17일의 의미있는 행사가 계기가 됐다.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과 자유 광장’에서였다. 세계 빈곤퇴치 운동가 조셉 레신스키 신부가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 개막 행사를 열었다. 빈곤, 기아, 폭력으로 희생된 10만여 명이 함께 했다. 기념비에는 ‘가난이 있는 곳에 인권침해가 있다’고 적었다. 트로카데로 인권과 자유 광장은 1948년에 UN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역사적 명소이기도 했다.빈곤은 인류의 가장 큰 숙제였다.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을 약탈해 왔고 이웃 나라와 싸움을 벌여왔다. 산업혁명 이후부터 인류는 절대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도 적지 않은 지구촌 형제들이 절대빈곤과 기아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다. 불편한 정도의 가난이 아니라 생명을 위태롭게 할 만큼의 극한 빈곤이다.UN 지속가능개발위원회는 지구촌의 절대빈곤 인구를 2017년 말 현재 7억8천300만 명으로 추산했다. 지구촌 전체 인구의 10%를 넘는 규모다. 절대빈곤 기준선은 ‘하루 생계비 1.9달러 미만’으로 정했다. UN에서 활동한 기아문제 전문가 장 지글러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120억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데, 10세 미만 아이들이 5초에 한명씩 굶주려 죽고 있다.2015년, UN 회원국들은 지구촌이 2030년에 도달할 목표를 설정했다.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가 그것이다. 17개 과제에 합의했는데, 그중 첫째와 둘째 과제는 빈곤퇴치와 기아종식이었다. 모든 국가의 모든 형태의 빈곤을 종식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때 감소 추세였던 세계 빈곤 인구는 3년 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가난은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에도 새겼듯이 인권침해의 가장 큰 요인이다. 일부 극빈국에서는 아이를 돈받고 파는 일, 어린 아이를 노동에 내모는 일이 여전하다. 가난은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요인 중 첫째이기도 하다. 특히 빈곤 아동이 처한 상황은 끔찍하다. 영양실조와 발육부진, 감염병으로 시달리다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전쟁과 내전, 기후재앙으로 인한 식량위기도 큰 문제지만, 부패한 정치와 탐욕스런 다국적 곡물기업, 약육강식의 불의한 국제질서가 정작 중요한 원인인 경우도 많다.절대빈곤을 극복한 모범국이라고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빈곤은 여전히 중요한 사회문제다. 장기간 실업자와 빚을 안고 대학문을 나서는 청년의 고통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쪽방이나 반지하 등에서 한여름과 한겨울을 나야 하는 독거노인과, 함께 생명을 끊는 가족들의 안타까운 뉴스도 심심찮게 본다. 열심히 일은 하지만 늘 가난한 비정규직, 높은 집값과 임대료에 짓눌려 허덕이는 무주택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문제도 심각하다.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박탈감에 괴로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상대적 빈곤이다. 가난을 물려받은 청소년들은 뒤쳐진 출발선에 서서 힘겨워 한다. 적지 않은 청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다며 원망과 분노를 품고 희망없이 산다. ‘계급의 세습 도구’로 전락한 ‘만신창이 교육’과 ‘가난의 대물림’이 사회적 비극인 이유다.‘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다. 국가는 국민이 굶주리지 않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제대로 서면 굶주림과 가난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가난은 개인의 팔자고 운명이다’는 말도 익숙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불의한 기성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만든 허위의식일 뿐이다. ‘가난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능력 때문이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땀흘려 일하면서도 가난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절대적 빈곤이든 상대적 빈곤이든, 실업빈곤이든 노동빈곤이든 주거빈곤이든, 불의한 사회구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다양하고 복잡해진 빈곤의 원인과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빈곤 유형별로 세심한 정책을 마련해 대처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금주, 아니 ‘세계 빈곤의 날’에만이라도 그 문제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총선 6개월 앞 TK 정국 불 붙나

제21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은 4월15일로 예정돼 있다. 조국 정국에 묻힌 내년 총선 공천 전쟁이 국정감사가 끝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TK(대구·경북) 지역도 총선 모드로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에 대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과 정책 뒷받침을 약속하는 등 당근을 내놓고 있다. 유력 인사를 대거 내세워 세몰이를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조국 사태다.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악화된 지역 여론 때문이다. 공천에 관심을 보이던 인사 상당수가 발을 빼는 모양이다.자유한국당의 TK 지역 현역 의원들은 수성에 공을 들이고 있고 정치 신인들은 얼굴 알리기에 부쩍 바빠졌다. 한국당 공천의 잣대가 될 당무 감사도 지난 7일 시작됐다. 한국당의 공천 룰도 다음 달 중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당의 당무 감사 결과는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공천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차기 총선과 관련 지역민들의 관심사는 TK 맹주인 한국당의 싹쓸이 여부다. 한국당은 현재 분위기가 좋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지역 지지도가 바닥이다.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며 주가가 올랐던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의원조차 지역 분위기가 싸늘하다.그러나 이 같은 지역 분위기는 자칫 한국당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현재의 분위기에 취해 한국당이 인적쇄신에 주저하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총선 정국으로 갔다가는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격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초래한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진보에 정권을 넘겨줬고 오늘날 국정이 수렁에 빠지도록 했다.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는 타 지역의 반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또한 지역 정치권의 세대교체 및 물갈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얼마만큼 반영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행정관료 출신 인사들은 물론 정치권의 신예들은 인지도가 떨어져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역민들의 여망을 반영하고 피로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은 걸러주는 것이 마땅하다.민주당은 조국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떠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팎곱사등이 신세인 문재인 정부가 정국 전환의 반전을 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6개월의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보수 쪽으로 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도층의 여론 흐름도 주목된다. 진보를 불신하고 보수는 못 미더워 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조국 사태’ 상식선에서 해법 찾아야

‘조국 사태’ 상식선에서 해법 찾아야지국현논설실장‘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동강 났다. 국민의 마음은 분열돼 너덜너덜해져 있다. 그가 법무장관에 지명된 이후 두달 넘게 나라전체가 조국 블랙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3,4일 시차를 두고 진보와 보수가 휴일과 주말마다 광장으로 뛰쳐 나왔다. 정치가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보지 못한 진영 간 세대결이다.대의 민주주의는 실종됐다. 타협과 책임, 조화를 중시하는 정치는 간 곳이 없다. 책임없는 막말과 선동, 반대 진영에 대한 증오만이 난무한다. ‘심리적 내란’ 양상이다.---정경심 교수 신병처리가 사태 분수령지난 12일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4차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이번주 중 한차례 정도 더 조사가 진행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가 결정된다.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서울 서초동과 광화문 등에서 번갈아 열리던 대규모 집회는 일단 12일 진보진영 집회 이후 소강국면에 들어갔다.그러나 정경심 교수에 대한 신병처리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민심은 또 한번 요동칠 것이다. 자기들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영논리에 따라 광장으로 뛰쳐나가자고 쑤석거리면 언제든 바로 재연할 것이다.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대부분 국민이 그러한 검찰개혁을 지지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내 기구 개편, 공수처 신설 등 모든 사안을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하면 된다.출발선은 이번 조국 사태 수사다. 자칫 잘못해 권위주의 시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힘이 사태를 봉합했다는 논란이 일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개혁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광장과 권력 등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외압’이 가해지고 있다. 검찰은 그러한 압력을 뿌리쳐야 한다.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검찰권이 행사돼야 한다. 그것이 검찰 개혁의 첫걸음이다.정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검찰 개혁을 모두 기다린다. 그러나 거기에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면 안된다. 모두가 지지하는 개혁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현재 검찰은 사면초가다. 조국 사태 수사를 원칙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국민의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권에도 치인다. 후폭풍으로 조직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엄정한 수사만이 살길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조국 사태와 관련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적 인식과 격차가 너무 크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국민 통합’이 담겨있지 않았다.어떤 현실 진단에서 저런 메시지가 나오는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벽이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대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찾아야 한다. 현 상황을 국론 분열이 아니라고 본다면 해법찾기는 요원하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해법은 나와 있다. 눈에 뻔히 보이는 답이다. 대통령은 진보성향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 장관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보수성향 국민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지지하는 국민만 데려가서는 성공 못해여권은 ‘변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큰 물결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을 지지하는 국민만 데려가서는 큰 물결을 만들기 어렵다. 반대하는 국민들의 생각을 듣지 않으면 그런 정책의 성공이 불가능하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하는 강박감과 조급증도 떨쳐내야 한다.열쇠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력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왜 이렇게 일을 꼬이게 만들까 의문이 든다.대통령과 여권은 조국 사태 이후의 국가 모습도 그려봐야 한다. 국가 전체의 내상이 너무 크다. 더 이상 지속되면 안된다. 치유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상식선에서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진정한 소통과 공감 능력을 보여줄 때다.

사이버 금융범죄 바로 알고 대처해야

사이버 금융범죄 바로 알고 대처해야서오윤청송경찰서 지능팀장사이버 금융범죄는 전자금융사기범죄 또는 피싱범죄라고 불려 지며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피싱사기와 인터넷 사기를 대표적인 서민경제 침해범죄로 규정하고 ‘서민 3不(피싱, 생활, 금융사기)’ 범죄에 포함시켜 지난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집중 단속과 홍보,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사이버금융범죄는 피싱, 파밍, 스미싱, 메모리해킹, 몸캠피싱 등이 있고 이러한 범죄의 공통점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계좌이체와 소액결제로 돈을 편취하는 것이다.보이스피싱은 개인정보를 낚시하듯이 공공기관이나 지인을 지칭, 상대방을 속이고 해킹 등의 방법으로 금융정보를 탈취해 금전을 편취하는 범죄다.메신저피싱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인터넷 주소록 탈취로 얻은 정보로 타인의 메신저 프로필을 도용해 지인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범죄이고 스미싱은 문자메시지로 악성코드를 설치하게 해 소액결제나 개인금융정보를 탈취하는 범죄다.또 파밍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를 조작해 이용자가 인터넷 즐겨찾기 또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도 피싱(가짜)사이트로 유도되어 금융정보를 탈취해 유출된 정보로 예금을 인출하는 범죄다.메모리해킹은 PC메모리에 상주한 데이터를 위·변조하는 해킹 기법으로 악성코드로 인해 정상 은행사이트의 보안프로그램을 무력하게 만들어 예금을 부당 인출하며, 몸캠피싱은 성적욕구가 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음란화상채팅을 유도한 후 영상유포 협박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다.이러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3만4천132건이 발생해 2017년 2만4천259건 보다 41% 증가했고 피해액은 지난해 4천40억 원으로 2017년 2천470억 원보다 64%나 증가했다.메신저피싱 또한 2017년 1천407건 58억 원이던 피해가 지난해 9천601건 216억 원으로, 몸캠피싱도 2017년 1천234건에 18억 원에서 지난해 1천406건에 34억 원으로 피해액이 증가하는 등 모바일서비스 확대로 사이버공격도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만약 사이버 금융범죄로 돈을 송금하였다면 각 금융기관이나 112에 지급정지 및 피해신고를 하고 금융감독원(1332)에 피해상담과 환급절차를 하면 된다.인터넷사기를 예방하려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지 사이버캅 앱에 연결해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등을 조회하면 범죄와 연관되어 있는 지를 알 수 있어 피해예방에 도움이 된다.

작명의 즐거움

작명의 즐거움/ 이정록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공모에 애필(愛必)이 뽑혔지만/ 애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적인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중 한글의 우수성을 맘껏 뽐낸 것들을 모아놓고 보니/ 삼가 존경심마저 든다// 똘이옷, 고추주머니, 거시기장화, 밤꽃봉투, 남성용고무장갑, 올챙이그물, 방망이투명망토, 육봉두루마기, 똘똘이하이바, 꿀방망이장갑, 거시기골무, (중략)// 아, 시 쓰는 사람도 작명의 즐거움으로 견디는 바/ 나는 한없이 거시기가 위축되는 것이었다/(중략)/ 애보기글렀네, 짱뚱어우비, 개불장화를 나란히 써놓고/ 머릿속 뻘구녕만 들락거려보는 것이었다- 시집『정말』(창비, 2010)...............................................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몇 년 전 우리 한글날에 ‘우리말과 글이 천시당하는 비극적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남조선의 외래어 남용은 조국통일 위업에 커다란 독’이라며 대한민국의 언어문화를 비난하고 나선 일이 있다. 당시 언론매체를 ‘안 좋은 예’의 주범으로 꼽으면서 ‘인사이드 월드’, ‘뉴스메이커’, ‘뉴스피플’, ‘뉴스라인’, ‘뉴스투데이’, ‘뉴스이브닝’ 등 잡지와 방송의 보도관련 제목, 출판물, 간판들의 외래어 사례를 지적했다. 한글의 보존과 발전만큼은 자기네들이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벌인 선전일 터이다.하지만 그들의 주장에 대꾸할 구실이 궁색한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선 외래어로 표기해야 좀 더 그럴듯하고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언젠가 국회의 법안 협상과정에서 한 의원이 “여당의 입장이 클리어해진 뒤에야 그 다음 스텝으로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있는 걸 보았다. 이런 언어습관 자체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시 쓰는 사람도 작명의 즐거움으로 견디는 바’ 분발을 좀 해야겠다. 처음엔 어색한 느낌이 들어도 자꾸자꾸 쓰다보면 이내 친숙해질 것이다.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언어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이미 굳어버린 것까지 억지로 다른 말을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으리라. 지금은 단일민족이니 배달민족이니 하는 인종순혈주의를 포기한 지 오래인 다문화사회이다. 언어는 시대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한 민족의 국민정신을 이끄는 시발점이면서 문화발전의 토대를 이룬다. ‘콘돔’을 ‘똘이옷’이나 ‘거시기 골무’라 칭하듯 작명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면서도 유연한 언어정책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으리라전문가들은 남한과 북한의 언어 차이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북한에서는 외래어와 한자를 우리말로 많이 바꾸었고, 남한에서는 외국어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이 사용하는 낱말의 30% 이상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없다(괜찮다)’, ‘방조하다(도와주다)’, ‘소행(칭찬할만한 행동)’ 등 남한에서는 부정적 의미가 강한 말이 북한에서는 긍정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남북한 언어의 격차가 심해진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의 언어 정책은 물론 생활환경과 의식 구조의 차이가 심화된 탓이다.지난 한글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남북이 겨레말 큰사전 공동 편찬을 위해 다시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용하는 말이 다르면 상호 불신과 위화감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여 언어의 차이를 좁히는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겨레말사전편찬사업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영화 ‘산상수훈’과 깨달음

산상수훈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잎사귀가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가우라 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발걸음 가볍게 걸어도 좋을 날들이지만, 주말마다 광장에는 목청껏 소리 높이는 인파로 가득한 요즈음이다. 태풍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가우라 꽃도 속으로 외쳐대는 것 같다. “나도 여기 있다고요.” 언제 바람이 잦아들어 평화가 찾아오려나. 어서 빨리 진실이 밝혀지고 안정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모임에서 비구니 스님이 만든 영화가 화제로 올랐다. 한국의 비구니 스님이 만든 산상수훈이란 영화가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일을 냈다고 한다. 그것도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다룬 영화로 상을 탔다며 미국 LA에 사는 숙모님이 소식을 전하셨다. 영화를 만든 이는 경북 경산의 국제선원장 대해 비구니 스님이다. 그의 첫 장편 영화인 산상수훈은 8명의 신학대학원생들이 성경 구절을 소재로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믿음의 실체인 ‘진실’에 접근하고 종교의 본질은 하나라는 사실을 전하는 작품이다.‘산상수훈’은 8명의 신학대학원들의 문답으로 이뤄졌다. 공간도 오직 동굴 한 곳으로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들이 던지는 질문들이 단순하지 않다. 질문은 ‘정녕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는가.’, ‘죽어서 천국 가는 것이 최고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면 빨리 얼른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느님은 전지전능하다면서 왜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하느님은 인간이 따 먹을 줄 알면서 왜 선악과를 만들었는가.’, ‘아담이 죄를 지었는데, 왜 내가 죄가 있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데 어떻게 해서 내 죄가 사해지는가.’ 등이다. 하나같이 기독교에서 금기시하거나, 궁금해도 물을 수조차 없던 것들이었다. 동굴 속에서 신학생들의 토론을 통해 산상수훈의 참뜻인 인간의 본질을 다룬 영화로써 종교간 화합과 평화에 기여하여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베오그라드 국제영화제 등 해외영화제에서 수많은 영화상을 수상했다. 러시아정교회와 가톨릭 사제와 수도자들도 보고 “놀라운 영화”라며 경탄했다.26살에 대구 동화사 양진암으로 출가해 평범한 승려의 길을 걷던 그는 10년 전 돌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중국 선양에서 4년간 포교하기도 했던 그는 어떻게 진리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가장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신학도 철학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는 그가 이런 시나리오를 써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니,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이다.그는 출가 뒤 보통의 스님들처럼 화두를 들지도 않았다. 그는 대신 불경을 보고 자신만의 수행법을 실행했다. “나를 버리는 수행을 했다. 좋은 것도 놓고, 싫은 것도 놨다. 선악을 모두 놨다. 뒤돌아봐서도, 목적을 둬서도 안 된다니 그저 놨다.” 그렇게 해서 그는 ‘일체가 둘이 아닌 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선도 악도, 부처도 중생도, 하느님과 피조물도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적 질문도 창조주와 피조물을 구분한 상태에서는 의문에 의문을 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영화 ‘산상수훈’, 믿음의 실체인 ‘진실’에 접근하고 종교의 본질은 하나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가. 종교 화합과 세계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영화를 본 이들이 꼽는 가장 매료되었던 부분은 현상과 본질을 금 컵으로 비유해서 본질인 금과 현상인 컵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것이었다고 말한다. 금으로 만든 금 컵, 즉 금과 컵이 금 컵으로 하나라는 것, 여태까지 종교가 모두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대해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또 영화를 통해 모든 종교가 다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영화가 끝났을 때는 정말 한 쪽과 그 반대쪽의 논쟁이 아니라 더 나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끈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불교와 기독교 사상의 바다를 보는 것 같았고 각각 다른 종교들이지만 ‘우리는 더 깊은 뭔가를 가지고 있는 하나다.’는 것과 같은 근원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다.보이지 않는 인간의 본질을 알아야만, 비로소 그 능력으로 힘 있게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본질과 현상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려야 좋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스님도 영화를 만들지 않았으랴.스님의 영화가 종교화합과 세계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듯이 우리 세상에도 문득 산상수훈 깨달음의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고교생까지 나선 ‘훈민정음 상주본’ 반환

지난 2008년 존재 사실이 처음 알려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12년째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보다 못한 고교생들까지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상주본 국민반환 서명운동을 벌여온 고교생들이 제573주년 한글날인 지난 9일 상주의 현 소장자 배익기씨를 찾아 반환 및 공개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날 학생들은 상주와 서울지역 고교생 1천여 명의 서명이 담긴 반환요청서와 손편지 200여 통을 전달했다.학생들은 “배 선생에게 빨리 반환하라고 압박을 주기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망을 듣고 마음의 문이 좀 더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고 밝혔다.이와 관련 배씨는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한다. 그 뜻을 잘 반영하겠다”면서도 상주본을 두고 얽혀있는 사연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처음 학생들의 방문 소식을 접하면서 배씨가 학생들을 만나겠나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배씨는 정장 차림으로 예의를 차려 학생들을 만났다. ‘누구의 소유물이냐’는 문제가 먼저 규명돼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지만 문화재청과 다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배씨가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공유하면서 상주본을 국민과 함께 지켜 나갈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를 바란다.상주본은 법원의 국가소유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씨가 보상금으로 감정가의 10%인 1천억 원을 주지 않으면 헌납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비밀장소에 숨겨놓아 강제 집행도 어려운 상황이다.지역사회에서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상주본을 영구임대 받은 뒤 상주박물관에 집현전을 만들어 보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 제안에 배씨가 일정 역할을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반환 대가로 국립한글박물관 상주분관을 건립해 배씨에게 명예관장 자리와 한글 세계문화재단에서의 적절한 예우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배씨는 ‘진상 조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문화재 당국은 배씨가 거부한다고 반환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법을 뛰어 넘은 배씨의 일방적 요구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문화재 당국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적정 보상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고 끊임없이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민족의 얼이 담긴 문화재의 온전한 보전을 위해서다.이번 고교생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배씨도 열린 마음으로 문화재 당국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 배씨는 그 협의가 국민과의 대화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

외눈

외눈/ 정다혜간호사는 의식 없는 내 엄지손가락으로/ 내 눈 한쪽 들어내겠다는/ 수술동의서에 도장 찍었다/ 그건 동의가 아닌 최후의 통보/ 나는 여자답게 거부해 보지 못하고/ 절망의 비명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서른다섯에 눈 하나 잃었다/ 그렇게 빠져나간 생의 빈자리/ 신경조차 차단된 죽음의 빈자리에/ 보지 못하는 새 눈 들어섰지만/ 그 눈에는 더 이상 풍경 담을 수 없었다/ 기쁨도 슬픔도 모르는 의안/ 아무것도 채울 수 없는 깜깜한 고요 속에/ 다행히 눈물샘은 마르지 않아/ 바다 같은 눈물 출렁출렁 퍼내 쓰고도/ 눈물은 아직 강물처럼 남아 펑펑 흐른다/ 외눈의 절망은 두 눈으로 보는 세상/ 한 눈으로 보아야 하는 것/ 외눈의 축복은 두 눈으로 보는 세상/ 한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 지구가 한 눈으로 우주를 다 보듯이/ 나는 외눈으로 나의 우주를 보았다 (후략)-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 (고요아침.2007).............................................. 시력의 불편을 겪어보지 않으면 눈의 소중함을 느끼기 어려운데, 요즘은 그 소중함을 모른 척 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세상이 번잡스럽고 컴퓨터와 휴대폰의 전자파에 일찌감치 노출되어 일찌감치 시력 보조도구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몸에 불필요한 기관은 없다. 그 가운데 눈은 신체 중 가장 예민한 기관이며 눈의 피로는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눈의 건강은 필수이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눈이 부옇게 보여 안과에 갔더니 백내장 진단을 받고 난생 처음 수술이란 걸 받은 바 있다. 시인은 30년 전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졸지에 한쪽 눈과 사랑하는 딸을 동시에 잃었다. 그리고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을 거쳐 오늘까지 힘겹게 살아남았다. 시인은 오직 시를 통해 그동안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어보지 못하고 삼켰던 울음을, 그리고 딸에 대한 죄스러운 감정을 토해내곤 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런 고통 속에서는 “잃어버린 한쪽 눈보다 더 밝은 빛이 되어주는 스피노자의 안경”과 같은 남편이 있기에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눈을 반짝인다. 시인은 ‘외눈의 절망은 두 눈으로 보는 세상/ 한 눈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외눈의 축복은 두 눈으로 보는 세상/ 한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지구가 한 눈으로 우주를 다 보듯이’ 시인은 ‘외눈으로 나의 우주를 보았’던 것이다. 요즘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정 모교수의 경우도 젊은 나이에 한쪽 눈을 잃는 끔찍한 일을 당한 뒤 외눈을 가지고도 끄떡없이 살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공전과 자전을 거듭했을까 짐작된다. 죄가 없다면 ‘외눈’으로 맞이하는 ‘축복의 봄’은 반드시 오겠지만... 매년 10월 둘째 목요일로 지정되어 실명과 시각장애에 대한 인식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세계 눈의 날’이 어제(10월10일)였다. 그리고 11월11일도 또 다른 ‘세계 눈의 날’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빈번히 찾아오는 황반변성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자칫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눈의 날을 맞아 실명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나도 양안의 백내장 수술로 전보다 보기가 나아졌지만 당뇨성 망막변증이 또 걱정된다.

편 가르기

최근 우리 사회가 광장집회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한·일 경제 갈등, 미·중 무역 전쟁, 미·북 핵회담 등 중요하고 시급한 국가적 현안들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지만, 여기에 눈 돌릴 여력이 없을 만큼 온 나라가 광장에서 벌어지는 편 가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실 편 가르기는 우리에게 전혀 낯선 것도 아니다. 아이 때는 여러 놀이를 하기 위해 편 가르기를 했었고, 좀 더 커서는 죽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였다. 물론 어른이 돼서도 이런 성향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소위 ‘끼리끼리 문화’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니 말이다.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광장의 편 가르기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감정대립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가볍게 봐지지 않는다. 그동안은 거의 매 주말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극우 진영의 집회만 볼 수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여기에 보수, 진보라는 진영까지 가세해 서로 범보수니, 범진보니 부르며 세 대결로 번져가는 모습이다.게다가 주말 집회가 끝나면 어느 쪽 집회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렸는지가 또 다른 이슈가 되기도 한다. 참석자 수로 어느 진영이 이겼는지 결정 짓는 분위기를 보면 과연 이게 정상인지, 뭘 위한 것인지 의아스러울 정도다.그런데 합치되는 부분이 시쳇말로 1도 없어 보이는 이들이 ‘나라가 잘돼야 한다는 애국심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고 똑같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또 희한하다. 애국심이라는 동기와 국익이라는 목표는 동일한데 어떻게 저렇게 죽기 살기로 싸움질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민주주의 국가에서 개개인이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두고, 합법적인 방법으로만 한다면 누가 뭐라 하고 또 이를 부정적으로 보겠는가. 다만 요즘 광장 집회와 이와 관련된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과연 이런 식의 편 가르기를 하는 목적이 이들의 주장대로 애국심 때문이라는 게 쉬이 공감이 가지 않는다. 국익이라는 알맹이 없이 세 과시라는 겉 포장에만 신경 쓰는 건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서로 세를 과시하며 그것이 전체 여론인 양 포장하고, 또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포장된 세를 이용하는 행태가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 침묵하는 많은 국민은 과연 동의할까?더욱이 편 가르기 집회에 대해 정치권이 쏟아내는 말들은 국민을 과거 어느 고위공직자의 말처럼 개, 돼지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염치가 없고 볼썽사납기까지 하다.그래도 아이들의 편 가르기에서는 게임의 룰이 지켜지고 또 그 결과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승복이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겉보기에 이길 가능성이 커 보이는 쪽으로 가려고 행동하는 약삭빠른 친구들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놀이는 재미와 친교라는 목적에 충실했던 것 같다.그럼 지금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 가르기도 그럴까. 어른들이 하는 편 가르기는 대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 추구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론 이념이나 신념이 달라 대립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이 외에 다른 이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편 가르기와 관련해 재미있는 주장이 있다. 학자 중에는 사회의 편 가르기가 ‘부추김’과 ‘따라 하기’ 때문에 증폭된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즉 대중의 부추김과 따라 하기 심리를 여러 진영에서 편 가르기를 강화하고 확산시키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인터넷이나 SNS에서 하는 댓글 달기와 동의-비동의 누르기도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정치권에서 시작된 쟁점의 경우 편 가르기 구도가 직접 당사자인 정당을 넘어 지역, 계층, 세대로까지 확장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경우 특정 세력의 의도적 부추김과 맹목적 따라 하기가 일정 부분 작용하지 않았겠나 하는 의혹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집단의 편 가르기는 때론 개인에게 곤혹스럽고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스스로 물어본다. “혹시 내가 부추김과 따라 하기에 가세한 것은 아닌가?

미시시피강에서 자아 찾기

미시시피강에서 자아 찾기이현숙재미수필가마크 트웨인 작품의 원천인 미시시피강이 보고 싶어 미주리주의 작은 마을, 한니발에 왔다. 그의 대표적인 3부작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미시시피강의 생활’에서는 미시시피강 줄기가 흐르며 그의 숨결이 담긴 소중한 곳이다. 마을 전체가 마크 트웨인과 톰의 그늘에 있다. 거리는 온통 소설 속의 세인트피터즈버그 마을로 변했다. 톰 소여의 모험 첫 장에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사건은 그 대부분이 실제로 일었던 일’이라고 명시했듯이 마크 트웨인이 자란 고향이 바로 소설의 배경이다.마크 트웨인이 살던 집은 박물관이 되었다. 맨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마크 트웨인 서재로 꾸며 놓은 작은 공간이다. 의자에 마크 트웨인이 책을 펼쳐 들고 앉아 있다. 그의 시선은 마주한 의자의 톰을 향했다. 톰은 맨발로 특유의 멜빵바지를 입고 턱을 고인 채 애도 어른도 아닌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마크 트웨인의 뒤에는 남자아이가 그의 어깨너머로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한참을 머물며 들여다보았다. 그가 사용했던 물건과 작품이 빈틈없이 채워져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길거리로 나와 골동품을 파는 상점들을 지나 카티프 언덕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톰과 허클베리 핀의 동상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관광객이 몰려다니는 거리를 내려다본다. 그 옆을 스쳐 계단을 오른다. 하얀 등대가 보인다. 저곳에 가면 혹시 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발 한발 올랐다. 숨이 헉헉 막힌다.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에 질려 몇 번 멈추기도 했다. 뒤로 밀려난 계단보다 올라갈 길이 더 짧다고 부추겨가며 겨우 정상에 올랐다. 등대를 빙 두른 보호 난간에 몸을 기대고 미시시피강을 내려다봤다.강의 넓은 폭을 푸르른 숲이 양쪽에서 아우르고 그 사이로 잔잔한 물결이 여유롭게 흐른다. 이곳에서 마크 트웨인은 소년기의 꿈을 키웠다. 아니 필명을 사용하기 전, 어릴 적 이름은 사무엘 랭흔 클레멘스이니 샘이라 불릴 때다. 학교 수업을 빼먹고 이 언덕에서 돌멩이를 굴리며 놀다가 먼 옛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해적 선장이었으니 자신도 해적이 되고 싶어 했다. 강을 오르내리는 증기선을 보면서 수로 안내인이, 또 배를 타고 세계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모습을 그려 보기도 했던 곳이다.마크 트웨인은 학교의 정규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독학과 꾸준한 독서 그리고 기자로 세계 각국을 돌며 겪은 풍부한 경험이 그의 작품 안에 담겨 있다. 미국의 사회상을 해학과 풍자를 담은 필치로 예리하게 그려내 ‘미국적 리얼리즘’과 ‘지역적 리얼리즘’이 결합한 형태라는 평을 받는다. 헤밍웨이는 그를 두고 ‘미국 현대문학은 허클베리 핀이라는 소설 한 권에서 시작되었다’라고 극찬했다. 그의 필명인 마크 트웨인에 담긴 의미처럼 그는 ‘두 길’만 한 길이로 미국 문학을 세계에 알렸다.미시시피강은 조용히 흐른다. 지금은 증기선이 부지런히 오르내리지 않는다. 톰이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강가를 따라 걷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톰과 허클베리 핀, 두 개구쟁이가 뗏목을 타고 물살을 거슬러 강을 오르내리던 꿈을 꾸며 그들을 그려본다. 오래전에 한 소년이 이곳에서 꿈을 이야기로 남기며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었다.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기에 그의 작품은 세대를 넘어 끊이지 않고 읽힌다.“거의 맞는 단어와 확실히 맞는 단어의 차이는 크다. 그것은 번개와 개똥벌레의 차이다.”마크 트웨인이 한 말을 내 책상 위에 붙여 놓았다. ‘거의’와 ‘확실한’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차이는 근소한 것 같은데 ‘번개’와 ‘개똥벌레’는 하늘과 땅처럼 멀리 갈라진다. 좋아하던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어낸 그 뒤에는 치열함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대충 쓴 글이 아니라 온 힘을 기울여 고심하며 찾아낸 확실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들어나갔기에 그의 작품은 명작으로 꼽힌다. 그가 들인 노력과 쏟아부은 열정이 이룬 성과다. 소설가로 연설가로 발명가로도 그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했다.마크 트웨인에게 영감을 준 미시시피강을 바라본다.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내 글을 읽고 누군가가 공감해 준다면, 한 줄의 문장이라도 기억해 준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자. 매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 안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글로 옮기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키워나가고 싶다. 꾸미고 내세우기보다 바닥에 침전된 흉허물까지 끌어 올려 진정한 나를 만나야겠다. 빙빙 겉도는 ‘거의’가 아닌 ‘확실한’ 나를 찾자. 나도 꿈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난간에 기대어 미시시피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깊이들이 마신다.

대구시 신청사 유치전 감점, 치명타 될 수도

대구시 신청사 유치전 과열이 감점으로 인정돼 입지 선정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대구시는 신청사 유치전을 벌이는 4개 구·군의 과열 경쟁에 대해 감점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과열 홍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이는 그동안 대구시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의 경고에도 불구, 과열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 데다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돼 엄포에 그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중구에 이어 달서구까지 잇따라 대구시 신청사 유치와 관련된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신청사 유치전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이에 공론화위는 11일 과열 유치 행위 해당 여부 판정회를 열고 4개 지자체에 대한 감점 적용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판정이 이뤄지면 해당 자료를 예정지 평가 자료로 활용케 된다. 또 감점 기준에 따라 시민참여단도 1∼3점의 감점을 부여토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감점 대상은 1천 점 만점 기준 중 언론·통신 등을 통한 행위(2∼3점), 기구·시설물 이용 행위(1∼3점), 행사·단체 행동 등을 통한 행위(2∼3점) 등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감점은 중구의 경우 사실상 감점 총점인 30점이 확정될 예정이다. 북구와 달서구, 달성군 역시 과열 홍보 행위에 대한 감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경북도청 이전 당시 1위와 2위가 1천 점 만점 기준 11.7점 밖에 차이 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감점 총점 30점은 결코 적은 점수가 아니다. 중구는 자칫 입지 선정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과열 홍보전이 입지 선정에 결정적인 변수가 돼 탈락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당초 대구시가 예고했던 부분이었다.대구시는 이달부터 각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신청사 부지 신청을 받는다. 이후 다음 달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구성된 시민참여단 250명이 공개된 기준을 바탕으로 심사, 오는 12월 신청사 부지를 선정한다.시민참여단 250명을 두고도 대표성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이는 너무 아전인수 격이다. 이제 공론화위에서 마련한 기본 자료를 토대로 시민참여단이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맡겨 놓아야 한다. 계속해서 서로 적합하다고 주장한다면 해당 자치단체 간에 갈등만 더 깊어질 뿐이다.중요한 것은 대구시의 100년 대계를 내다본 공정하고 투명한 입지 선정이다. 이제 공론화위와 시민참여단에 맡겨 두어야 한다. 더 이상의 과당 경쟁은 대구 시민들의 긍지와 자존심에 상처만 줄 뿐이다.

식민지의 국어시간

식민지의 국어시간/ 문병란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20리를 걸어서 다니던 소학교/ 나는 국어 시간에/ 우리말 아닌 일본말/ 우리 조상이 아닌 천황을 배웠다// 신사참배를 가던 날/ 신작로 위에 무슨 바람이 불었던가/ 일본말을 배워야 출세한다고/ 일본놈에게 붙어야 잘 산다고/ 누가 내 귀에 속삭였던가// 조상도 조국도 몰랐던 우리/ 말도 글도 성까지도 죄다 빼앗겼던 우리/ 히노마루 앞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말 앞에서/ 조센징의 새끼는 항상 기타나이가 되었다/ 어쩌다 조선말을 쓴 날/ 호되게 뺨을 맞은/ 나는 더러운 조센징/ 뺨을 때린 하야시 센세이는/ 왜 나더러 일본놈이 되라고 했을까// 다시 찾은 국어 시간/ 그날의 억울한 눈물은 마르지 않았는데/ 다시 나는 영어를 배웠다/ 혀가 꼬부라지고 헛김이 새는 나의 발음/ 영어를 배워야 출세한다고/ 누가 내 귀에 속삭였던가//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나는 국어 선생이 되었다/ 세계에서 제일간다는 한글/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는 좋은 글/ 나는 배고픈 언문 선생이 되었다./(하략) - 시집 『땅의 연가』(창비, 1981).......................................................몰라도 상관없지만 시에서 ‘히노마루’는 일장기, ‘기타나이’는 더러운 놈이라는 뜻의 일본어다. 일본에 의해 빼앗긴 우리말과 글을 되찾아 채 가꾸고 다듬기도 전에 다시 일본어를 익히고 영어를 배워야 했던 현실이 시인으로서는 못내 부끄럽고 서글프다. 출세하려면 국어보다 외국어를 더 잘 알아야 하는 풍토가 시인으로서는 못마땅하다. 이 시가 발표된 지도 40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지만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말 가꾸기에 대해 말하면 오히려 글로벌 환경에 쫓아가지 못해 뒤떨어진 사람의 넋두리로 받아들이는 세상이다.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는 겨레의 바탕인 우리말의 힘을 깨닫기보다는 여전히 외국어를 더 중시하는 환경과 생각의 똬리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점방이나 아파트, 심지어 공공시설의 이름도 외국어로 지어야 멋있다고 여긴다. 아파트 이름은 죄다 외국어이거나 외래어 풍으로 꼬부린 우리말이다. 멀쩡한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아파트 가치가 상승하리라 믿고 실제 그렇게 했다. 그래서 아파트는 온통 ‘빌’ 아니면 ‘뷰’고 ‘타운’이니 ‘파크’, ‘타워’와 ‘캐슬’이 되었다. 요즘은 이것도 한물가서 불어에다 라틴어까지 동원되고 있다.말과 글의 우리 것은 여전히 홀대받으며 국가기관이 오히려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행정용어에는 아직도 알아듣지 못하는 한자조어가 수두룩하게 남아있고 새로 만들어지는 용어들은 죄다 어려운 영어다. 글로벌도 좋고 국제화도 이해하지만 덮어놓고 이러는 거는 아니라 본다. 지나친 외래어 남용은 국가 정체성과도 무관치 않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구호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이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아무리 미국에 기대고 눈치를 보는 처지로서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무언가.2003년 강원국 청와대 연설 비서관을 처음 만난 노무현 대통령은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 말로 최대 적이네”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낮지 않을까?” 국가원수의 우리말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