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광장…실패가 자산이다

홍석봉논설위원지난 2002년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등진 코미디언 이주일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와 함께 코미디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다.‘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이주일의 인사말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그에게는 한과 설움이 응축된 자조의 말이기도 했다. 그는 본인조차 혐오했던 외모를 오히려 자신의 전매특허로 만들어 30여 년 동안 대중을 웃기고 울렸다.이후 코미디계에는 속칭 ‘개성 있는’ 얼굴과 캐릭터를 무기로 대중적 인기를 끄는 코미디언들이 속출했다.7전8기는 감동이 크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현역 시절 텍사스주 댈러스의 남부 감리교대학 졸업식에 참석, 2천여 명의 학생과 교수, 학부모들 앞에서 축사를 했다. 그는 축하의 말을 건넨 후 “나처럼 C 학점을 받은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해 폭소와 환호를 받았다. 이 축사는 모든 졸업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대표적인 실패 극복기다.-주목받는 발상의 전환, 대리만족 느끼게 해‘대프리카’로 상징되는 대구는 폭염도시다. 나쁜 이미지만 가득한 ‘폭염’을 상품화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08년 대구 수성구청은 더위를 상품화한 폭염축제를 기획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2008년 8월1일부터 3일간 대구 수성못과 들안길 일대에서 펼쳐진 폭염축제는 사흘 동안 50만 명의 대구 시민이 몰렸다. 이듬해는 80만 명이 찾았다. 그런데 2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폭염축제를 연 구청장이 낙선하고 새 구청장이 들어서면서 폭염축제는 끝났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의 희생양’이 됐던 것이다.두고두고 폭염축제를 아쉬워하는 대구 시민들이 많다.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충분히 대구 대표축제가 됐을 터였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치맥 페스티벌’과 연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냈을 것이 분명하다.실패를 통해 인생을 배우자는 실패 박람회와 폭염과 미세먼지를 주제로 대구에서 ‘쿨 산업전’이 열리는 등 단점이 자산이 되는 시대다. ‘못난이 사과’ 등 못난이 마케팅도 관심을 끌고 있다.역발상이 주목받는 시대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고 다양성을 띠고 있다는 방증이다. 못난이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통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시민의 다양한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재도전을 응원하는 2019 실패박람회가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대구 동성로 일원에서 열렸다. 강원, 대전, 전주에 이어 네 번째다.박람회는 실패 자산 콘퍼런스, 실패 공감 콘서트, 이불킥 공모전, 실패 토크 버스킹, 국민 숙의 토론회 등과 실패를 통해 인생에서 우뚝 선 저명인사의 특강도 있었다. 실패 경험의 공유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영원한 낙오자다음달 엑스코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도 관심을 모은다. 폭염과 미세먼지에 선제 대응하고 대구를 기후변화 모범도시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클린로드, 쿨링포그, 쿨루프, 그늘막, 차열도료, 옥상녹화, 미세먼지 저감 관련 업체들이 참가하고 냉동냉방, 쿨 섬유 및 소재 관련업체들이 출품 예정이다. 다양한 소비재 기업의 제품도 선보인다.못난이 농산물도 불황 탓에 인기다. 10여 년 전 경북도가 태풍으로 낙과 피해를 본 과수 농가를 위해 마련된 ‘못난이 사과’는 피해 농가 돕기 운동과 겹쳐 이목을 끌었다. 덜 익은 과일이나 출하 과정에서 생긴 흠집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이 마케팅 대상이다.문재인 정부들어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각 분야를 난도질하고 있다. 오랜 악습 청산이 본래 취지지만 이것이 4대강 보 등 전 정권이 이뤄놓은 업적 파괴가 주 목적이 됐다. 전 정권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발전을 도모할 수는 없나.16일 새벽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한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준우승했다. 값진 성과다. 우승컵이 아니라도 좋다. 최선을 다했으면 후회는 없는 법이다. 기술과 체력적 열세를 뛰어넘어 세계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우리 청소년 축구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1등 만이 전부는 아니다. 실패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산토리니를 꿈꾸는 ‘포항 다무포 고래마을’

그리스의 에게해에 있는 산토리니 섬은 힐링의 대명사다.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섬이다. 그러나 이 섬도 처음에는 평범한 바닷가 작은 어촌에 지나지 않았다. 화이트 페인팅 하나가 이 마을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변모시킨 것이다.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1리 다무포 고래마을이 관광힐링 마을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지역 어촌마을 변신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포항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다무포 하얀마을 만들기 사업’은 이달 초 시작돼 오는 8월 말까지 계속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70여 가구가 사는 다무포 마을은 온통 흰색으로 변하게 된다.이번 사업은 산토리니처럼 마을 전체를 하얀 색으로 칠해 힐링의 느낌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관광 명소 산토리니는 ‘빛에 씻긴 섬’ 으로 일컬어진다.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가옥들이 푸른 에게해의 풍광과 어우러져 연중 관광객을 불러들인다.포항의 다무포 마을은 포경이 금지되기 전에는 고래잡이배가 많이 드나든 곳이다. 지금도 4~5월 번식기에는 마을 가까운 바다에서 고래를 많이 볼수 있다고 한다. 다무포 마을은 자연경관이 빼어난 동시에 미역, 전복, 문어 등 해산물도 풍부하다.다무포 하얀마을 조성 사업에는 포항시, 다무포 고래생태마을 협의회, 미술비평 빛과삶 연구소, 포항시 자원봉사센터 등이 함께 하고 있다. 또 지역의 많은 예술가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노루페인트 포항공장에서는 최근 사업에 필요한 페인트 100말(5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또 대형버스를 타고 단체로 봉사하러 오는 시민들도 줄을 잇는다고 한다. 일반인들도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작업복을 준비해서 매주 토·일요일 현장으로 가면 담벼락 페인트 봉사에 동참할 수 있다. 작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뤄지며 참여자들에게는 점심이 제공된다.가수 고 김광석이 태어나고 어릴적 생활한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케이스로 손꼽힌다. 대구 달성군 마비정 마을은 마을 벽화사업으로 단숨에 전국적인 유명마을로 발돋움했다. 경북 봉화군 산타마을도 이색 산타 마케팅으로 연중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으로 변신했다.다무포 마을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호미곶 해파랑길과 연결돼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곳이다. 다무포 마을이 하얀 집과 푸른 동해바다가 어우러진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마을’로 탈바꿈하기를 기원한다.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축구

축구 / 문인수파죽지세의 응원이 계속 끓어오르고 있다. 옆의 사람을 와락, 와락, 껴안고 폭발적으로 낳는 열광이 '붉은 악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지금∼ 오 천 년 만에 처음 그늘진 데가 없다.// 가을날의 내장산이나 설악의 바람같이 번지는 춤, 우는 이도 많다. 저런 표정에도 곧 바로 마음이 건들리는, 불의 뿌리가 널리 동색이다. 다스리지 않았으나 눈물이 기름이어서 잘 타오르는 것이다.// 그 힘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저 흰 출구.// 전국의 인구가 모처럼 다 몰려나와 있다. 뜨겁게 펼쳐지는 씻김굿 한 판이, 해방이 참 광활한 대륙이다.- 시선집『풀잎의 말은 따뜻하다』(한국시협, 2002) .................................................................... 17년 전 월드컵의 감동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붉은 악마’의 ‘대~한민국’ 목청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그땐 정말 구석구석 ‘처음 그늘진 데’ 없이 함성으로 온 반도를 뒤덮었다. 껴안고 울고 소리쳤던 그 영광과 환희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모처럼 일요일 새벽 그 감격이 재현될 뻔 했다. 다시 ‘그늘진 데’ 없이 결집된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응원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준우승도 어마어마한 쾌거였고 우리 축구의 미래에 청신호를 켜준 희망의 메시아였다. 축구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가장 가까운 스포츠다. 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발로하는 단순한 운동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몸에 남아있는 원시시대 사냥꾼의 생존본능과 유전자를 가장 충실히 구현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렇다. 먹이를 두고 전력으로 질주했던 집단사냥의 변형된 모습이 축구다. 그래서 세계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며, ‘제3의 길’로 유명한 앤서니 기든스는 “세계화란 곧 축구다”란 말까지 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은 축구를 충분히 즐겼고 세계화에 기여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 힘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저 흰 출구’에서 축구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다시 ‘불의 뿌리가 널리 동색이다’ 공만 잘 차준다면 모든 게 순조로울 것 같다. 고양된 민심에 축포를 쏘아 ‘눈물이 기름이어서 잘 타오르는’ 감격을 안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다. 그래서 이 ‘축구’가 지난 세월의 모든 과오와 오만과 편견들을 일거에 씻어줄 한 판 ‘씻김굿’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기본적인 전술이나 룰도 모른 채 그저 가만히 앉아서 환희와 감격을 누릴 수는 없다. 평소의 관심과 응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를 펼치는 동안 인간의 몸은 발이라는 부위만이 유효하고 간간히 이마가 허용될 뿐이다. 90분간 모험의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수많은 관전자의 피까지 함께 끓어오르게 한다. 필드에서의 유일한 가치는 공이다. 선수들은 그 유일한 가치가 움직이는 궤적에 따라 모이고 흩어진다. 공은 둥글다. 지구도 둥글다. 우리의 내일도 둥글다. 축구는 인생이고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총칼이 없는 전쟁에서 우리는 그렇게 궁극의 평화를 꿈꾼다. ‘해방이 참 광활한 대륙’으로 가자. ‘세계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비정치적 영역인 스포츠를 통해 구현되리란 기대는 언제나 유효하다. 2022년 카타르,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북중미가 공동개최하는 2026년 월드컵에서도, 남북한(혹은 통일 한국)이 공동개최할지도 모를 2030년까지도 쪽 이어지길 소망한다.

DGB금융그룹, 2019년 제1차 DGB CEO포럼 개최

DGB금융그룹(회장 김태오)이 지난 13일 호텔인터불고에서 ‘2019년 제1차 DGB CEO 포럼’을 개최했다.DGB CEO 포럼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역 기관·단체장과 기업 CEO 등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포럼에는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 진행된 특별강연에서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21세기형 중소기업의 신성장 전략’을 주제로 설명했다.연세대 경영대학에서 최우수 강연상을 받기도 한 신 교수는 강연을 통해 최근경제 상황을 저성장이 장기 고착화 되는 전 세계적인 뉴 노멀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소기업의 경영 혁신 방안에 대해 열띤 강의를 했다.뉴 노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경제의 경제질서를 뜻한다.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을 포함하고 있다.특히 기업경영의 핵심 본질이 100여 년 만에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한국 중소기업의 21세기형 신성장 전략 대안을 제시해 호응을 받았다. 김태오 회장은 “DGB CEO포럼이 지역 기업 CEO에게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유익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DGB금융그룹(회장 김태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개최한 ‘2019년 제1차 DGB CEO 포럼’에 참석한 지역 기관·단체장과 기업 CEO 등이 신동엽 연세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대경광고협회-대구FC-대구FC엔젤 업무협약

대구·경북광고산업협회(회장 최종태)는 지난 13일 대구은행파크 컨퍼런스룸에서 대구FC(대표이사 조광래)와 대구FC엔젤클럽(회장 이호경)과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했다.

화성개발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보수지원 참여

화성개발 화성자원봉사단은 지난 14일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주관하는 2019년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보수지원 사업에 참여해 6·25 참전 유공자가 사는 대구 달서구 장미 아파트를 찾아 집안 전체 보수공사를 지원했다.

포스코 조업정지, 합리적으로 풀어야

환경부와 경북도가 포스코의 조업정지 처분과 관련,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포스코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이는 잇단 포항지역의 악재로 지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진피해특별법 제정 등 포항지진 피해 복구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포항제철소의 조업정지 위기와 중국 강철그룹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부산 건설 추진 등 안팎으로 가중되고 있는 포항시와 지역 경제계의 위기감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하지만 관계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 대기업이 경제를 볼모삼아 불·탈법해위를 면책 받으려는 구태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정당화시켜준다는 환경단체 등의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3일 포스코 조업정지 처분에 대해 “기업을 망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청문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10일의 조업정지가 사실상 제철소 폐쇄와 같은 조치라는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행정처분을 통지한 지자체장이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 선 셈이다.환경부도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각 지자체 관계자와 회의를 열고 철강전문가, 교수, 법률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 조업정지 전까지 약 2개월에 걸쳐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환경보전과 국민 건강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환경 주무부서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바꿨다.철강업계와 노조가 고로 정지에 따른 손실이 크고 대체 기술이 없다며 반발하는 데 따른 것이다.경북도는 환경부의 개선 대책을 살펴본 뒤 포스코에 대한 행정 처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철강업체는 고로 운용 과정에서 일정량의 오염물질은 배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 방지시설에 대한 투자를 필수 경비로 인식,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업체의 의지가 문제다.최근 여수산업단지에서 대기업을 포함한 235개 사업장이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조작하다 적발됐다. 기업들이 국민 건강과 생명은 도외시한 채 돈벌이이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포스코의 사례가 기업들이 위법행위를 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내세워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처분도 얼마든지 거둬들이도록 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와 경북도는 명분과 원칙을 잘 조화시켜 해법을 찾길 바란다.포스코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경오염 기업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친환경설비 구축에 2021년까지 1조7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더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소나무

소나무/ 김기택솔잎도 처음에는 널따란 잎이었을 터./ 뾰족해지고 단단해져버린 지금의 모양은/ 잎을 여러 갈래로 가늘게 찢은 추위가 지나갔던 자국,/ 파충류의 냉혈이 흘러갔던 핏줄자국.// 추위에 빳빳하게 발기되었던 솔잎들/ 아무리 더워져도 늘어지는 법 없다/ 혀처럼 길게 늘어진 넓적한 여름 바람이/ 무수히 솔잎에 찔리고 긁혀 짙푸르러지고 서늘해진다.// 지금도 쩍쩍 갈라 터지는 껍질의 비늘을 움직이며/ 구불텅구불텅 허공으로 올라가고 있는 늙은 소나무/ 그 아래 어둡고 탄 땅 속에서/ 우글우글 뒤엉켜 기어가고 있는 수많은 뿌리들.// 갈라 터진 두꺼운 껍질 사이로는/ 투명하고 차가운 피, 송진이 흘러나와 있다/ 골 깊은 갈비뼈가 다 드러나도록 고행하는 고승의/ 몸 안에서 굳어져버린 정액처럼 단단하다.- 시집 『소』 (문학과지성사, 2005)........................................................ 아는 사람에게서 솔잎으로 담근 술 한 병을 선물로 받았다. 예로부터 솔잎은 뇌졸중과 고혈압에 탁월한 약재로 쓰인다고 했다. 또 솔잎을 장기간 생식하면 늙지 않고 원기가 솟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개를 계속 끄덕이다보면 동맥경화와 암도 예방하면서 노화도 방지하는 무병장수약이라는 말까지 나올 분위기였다. 사실 솔잎은 소나무의 축소판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성분은 거의 다 들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솔잎이 처음엔 널따란 활엽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리적으로 북반구에 분포하기 때문에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뾰족해졌고 잎과 종자에 다량의 고도불포화지방산이 함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들은 바 있다. 우리 민족은 평생 소나무와 더불어 살았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서 소나무를 땔감으로 추위를 피하고, 소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다녔다. 송홧가루로 만든 다식과 솔잎을 넣어 찐 송편을 먹고, 소나무 관에 들어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산에서 만나는 ‘구불텅구불텅 허공으로 올라가고 있는 늙은 소나무’의 ‘철갑을 두른 듯’ 두꺼운 껍질과 빳빳한 솔잎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인디언들도 이 세상 모든 존재와 생명 심지어는 무생물의 자연까지 신성한 그 무엇이 있다고 믿으며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150년 전 인디언 추장 ‘두발로 선 곰’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자연 속에서 배우는 것뿐이며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인간의 마음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면 완고해지고 삭막해지며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잃으면 자연 속에 살아있는 것들 또한 인간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되며 결국은 인간으로부터 등을 돌린다고 믿는다. 대지는 모든 존재의 어머니며 그들 삶의 근거이자 나서 돌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쩍쩍 갈라 터지는 껍질의 비늘’과 소나무 등걸과 ‘그 아래 어둡고 탄 땅 속에서 우글우글 뒤엉켜 기어가고 있는 수많은 뿌리들’과 ‘투명하고 차가운 피, 송진’과 뾰족한 솔잎 마다에도 각기 다른 설법이 담겨있음을 믿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 ‘고행하는 고승의 몸 안에서 굳어져버린 정액처럼 단단’한 말씀이 녹아든 저 솔잎술 한 병. 어디 늙고 구불텅한 소나무만이고 솔잎으로 담근 술뿐이겠는가. 돌짬 속에 핀 엉겅퀴 한 송이에도, 쓰러진 촌집 뒷간의 토담을 타고 오르는 호박넝쿨에서도 귀한 말씀의 엑기스는 깃들어 있는 법.

기자수첩…칠곡군의 나눔기부는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다

이임철사회2부‘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나눔은 곧 행복을 만드는 실천이란 의미를 대변해 주고 있다는 말이다.최근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가 재산의 절반인 21조7천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해 이목이 집중됐다.매킨지는 “내 금고가 빌 때까지 계속 이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다시 한 번 기부에 대한 의지를 표현해 기부의 진정한 행복을 시사했다.가수 김장훈씨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눔의 기부천사로 알려진 유명한 연예인이다.연예인 생활로 버는 대부분을 돈을 기부하고, 기부를 위해 노래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그의 파격적인 기부 행태는 작금의 어려운 시기에 가장 훈훈하고도 반가운 소식에 틀림이 없다. 국제자선단체인 영국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2018’에 따르면 기부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 아닌 인도네시아가 1위이다.지난해 우리나라 기부금 총액은 12조8천억 원 규모로 조사대상 144개국 중 60위를 차지해 세계 최빈국가인 미얀마(9위)보다 뒤쳐지고 있다.이는 나눔과 기부는 결코 한 나라의 경제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이런 가운데 나눔 문화 확산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지자체가 있어 주목 받고 있다.호국평화의 도시 칠곡군이다.나눔의 도시로 알려진 칠곡군은 나눔 문화 확산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지방자치단체 사회공헌 활동의 모범도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특히 1년 예산이 5천200억 원, 인구 12만여 명의 중소 도농복합도시 칠곡군이 나눔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칠곡군의 나눔 방법은 지역 소규모 자영업체의 착한가게 가입을 손꼽을 수 있다.착한가게는 지역사회의 든든한 기반으로 자리를 지키며 200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2억4천여만 원에 이르는 기부액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 전달해 함께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또 군내 착한일터 18개 사업장에 545명이 가입해 1억410만9천 원의 누적모금을 기록했으며 칠곡군공무원직장협의회도 나눔 캠페인에 참여해 지금까지 4천820만4천 원을 모금했다.나눔은 또 해외로 이어졌다.칠곡군은 2017년 10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 메켈레 아라토 마을에 부지 453㎡에 연면적 766㎡ 규모의 2층 새마을회관 준공에 힘을보탰다.새마을시범마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이곳에는 마을주민의식개혁, 생활환경개선, 주민소득사업 등을 펼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칠곡군은 나눔에서 최초·최고 수식어를 독점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눔 대명사 도시 자리 잡고 있다.

시각-구미에 제2의 독일 마을을 만들자

김달호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구미에 제2의 독일 마을을 만들자김달호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 주말을 이용해 남해에 있는 독일마을을 다녀왔다.언제부터 꼭 한번 다녀오고 싶었던 여행지였다.사진에서만 보던 동화같은 집들을 둘러보고 가까운 근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느껴보고 싶었다.사실 2002년 12월 처음 입주했던 주민들은 대부분 떠나고 현재는 최근에 입주한 외부인들이 살고 있다고 하지만 처음 독일풍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60~70년대 우리나라는 필리핀이나 태국보다도 국민소득이 낮은 극빈국이었다.당시 독일은 2차세계대전 패전의 아픔을 극복하고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었으나 만성적인 인력난 때문에 외부에서 인력들을 보충할 수 밖에 없었다.이런 이유로 1960년부터 1977년까지 7천936명의 우리나라 광부와 1만1천57명의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독일로 파견됐다.이들이 고국인 우리나라에 보내 온 외화는 무려 1억153만 달러였다고 하니 과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노고는 한국 근대화의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마을 위쪽의 전망대 인근에는 전시관이 있는데 그곳에 전시된 우리나라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에서 사용했던 물건들과 그들의 고난했던 삶을 소개한 짧은 영상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눈물짓게 한다.특히 박정희 전대통령이 독일에 방문해 즉석에서 “우리 후손에게는 가난을 절대 물려주지 말자”고 연설하는 영상을 보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남해군은 독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지만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마을을 형성하고 독일교포들을 입주시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만들었다는 점은 시가하는 바가 크다.특히 구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구미산업단지는 1969년에 처음 조성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그래서 구미시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은 오는 9월16일부터 22일까지를 ‘공단5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이런 다양한 행사를 통한 축제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지만 공단 조성 초창기의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을 위해 시간이 들더라도 구미경제교육관(가칭)을 만들어 60~70년대의 애환을 느껴볼 수 있는 장(場)을 만드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하다.그 당시의 아버지, 어머니, 아니면 할아버지들이 현장에서 겪은 고달픔을 깨닫게 한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들에게 물질적인 풍족함에 더해 정신적인 만족감도 채워줄 수 있는 온고지신의 교훈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한술 더떠 독일 마을과 같이 산업마을을 조성해 결혼과 자녀 교육때문에 구미를 떠나있는 산업역군 1세대를 대상으로 입주 기회를 주고 이를 경제교육관과 연계한다면 시너지효과는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공단이 조성되기 전까지 구미는 한낱 시골동네에 지나지 않았다.그렇지만 공단 입주기업 1호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KEC의 입주를 시작으로 2천3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하면서 구미공단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이런 공단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면 자연히 구미시 발전사와 친기업정서 함양교육은 덤으로 얻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또 구미시가 현재 산업생태계의 다양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이런 일련의 프로젝특는 산업도시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관광·문화 도시로의 탈바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물론, 다른 시·도에서도 경제교육을 위해 구미를 벤치마킹하려 찾아 오게 되고 그러면 교육도시로서의 면모도 갖출 수 있을 것이다.입장료는 남해 독일마을의 경우 처럼 지역화폐를 사용하도록 하면 남은 지역화폐를 지역에서 소비하게 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된다.반세기만에 이룬 기적. 그것은 가난한 모랫벌을 황금 들판으로 바꾸기 위해 땀흘린 사업역군 1세대들이 있어 가능했다.이들의 구미 귀환을 지원해 문화와 관광을 육성하고 구미를 교육도시로 우뚝서도록 하기 위한 독일마을 조성과 경제교육관 설립을 제안한다.

이경우의 따따부따…지금이 참으로 평화로운 시대 맞나

“지금은 참으로 평화로운 세상이다.” 텔레비전을 보던 어머님 말씀이다. 느닷없이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으냐. 말로만 하고 그치지 않느냐.” 그러면서 6·25 전쟁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옛날이라지만 아직 당사자가 살아있는 현재의 이야기다.생각해보니 참으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진보와 보수는 일제하 임시정부에서도, 해방정국에서도 ‘이념 전쟁’을 그치지 않았다. 그 정점이 6·25였다. 북의 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고 무고한 생명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어갔다. 3년에 걸친 한국전쟁이 끝나도 이념 전쟁은 계속됐다. 돌이켜보면 서로 죽이고 죽는 생사를 건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젠 최루탄과 보도블럭 대신 말로 하는 전쟁이 대세가 됐으니, 평화시대가 온 것인가.약산 김원봉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된 것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의 집결이라며 김원봉이 조국 광복에 공헌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가 다시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에서 평가가 대비되는 채명신 장군의 공적을 추켜세우고는 ‘이제 이념의 진보와 보수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김원봉의 공적을 언급한 것이다.김원봉은 6·25때 월북해 김일성 정권에서 노동상을 지낸 인물이다. 비록 그의 조선의용대가 광복에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6·25 전사자 유족들이, 천안함과 연평해전 사망자 유족들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현충일 추모 현장에서 김원봉을 불러내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했다며 보수 세력들은 펄쩍 뛴다.문 대통령의 이런 역사적 사실 불러내기는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이미 경험했다. 문 대통령은 친일잔재 청산은 미뤄둔 숙제라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에게 ‘빨갱이’는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였다.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고 해방 후에는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였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민주화운동에서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고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낙인찍혀 희생됐다는 것이다. 그런 빨갱이가 색깔론으로 변형되어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공격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문 대통령이 과거청산을 국정의 제일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쾌한 증거들이다. 경제문제, 북핵문제, 사회갈등 문제 등 지금의 국가적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앞서 과거 청산부터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보수와 진보 간 이념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를 편 가르기 할 소지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김원봉 소환은 “이제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는 대통령의 의지와는 정 반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반정으로 권력을 잡은 훈구파 중심의 반정 세력에 포위된 중종은 마침 등장한 사림파의 신예 조광조에 마음이 쏠렸다. 왕의 신임을 업은 조광조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훈구파를 몰아내고 국정을 혁신하려 한다.조광조는 반정 정국공신이 너무 많다며 공적을 새로 심사해 무자격자의 공훈을 박탈한다. 117명이나 되는 정국공신 중 76명의 공훈을 박탈하고 지급한 토지도 몰수한다.그러나 훈구파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사림파가 설쳐대는 꼴을 못마땅해 하던 훈구세력들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역심을 품었을 리 없다는 대신의 충고에도 중종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왕도 조광조의 개혁 드라이브에 조금씩 싫증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조광조는 귀양지에서 1달 만에 끝내 사약을 받는다. 36살 조광조만 죽은 것이 아니다. 그가 척결하려던 기득권이 다시 살아났고 혁신하려던 조선의 역사는 후퇴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중종 14년의 일이다.옛날에는 이념 전쟁에서 이기면 반대파를 합법적으로 때려죽이거나 사약을 내렸다. 그러니 ‘막말’이라며 상대와 말로만 정쟁을 벌이는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평화시대를 맞은 것인가.

당직변호사

▲14일 이무상 ▲15일 이영희 ▲16

경제칼럼…지금은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때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경기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요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추경안을 두고 재정 건전성 논란이 거세다. 고령화 저출산 대응은 물론 통일비용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잠재성장률 둔화로 쓸 만큼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니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는 측과 건전성의 기준이 뭐냐며 경기 하방 압력이 상당 기간 해소되기 어려우므로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는 측이 힘을 겨루고 있는 모양새다.이 논란의 전자는 재정 위기나 고인플레에 대한 우려로 정부는 늘 균형재정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주류 경제학자들의 논리이고, 후자는 좀 과장하자면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재정적자를 용인해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대화폐이론(MMT)의 논리에 근접해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현대화폐이론은 인플레 증후가 나타나더라도 재정지출을 억제하거나 증세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최근 불붙고 있는 국내의 증세 논의는 기존 주류 경제학자들의 논리에 대한 대응으로도 보인다.과연 어느 쪽 주장이 더 타당할까? 실제로는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어서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답이 되겠지만, 현재의 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한다면 후자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현대화폐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국가채무 비중이 GDP의 230%를 훌쩍 넘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위기는커녕 인플레 기미조차도 없는 일본을 보고 배우라는 지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도성장에 취해 ‘1억 총중류사회’라는 이상향을 설정하여 무리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버블붕괴의 심각성을 감지하지 못 해 우왕좌왕하다 산더미같은 빚만 남긴 채 ‘잃어버린 20년’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일본을 따라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다만, 대내외 악재로 역성장과 더불어 기업과 가계의 심리가 악화 일로에 있는 지금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 대응 강화에 앞서 재정 건전성 또는 균형재정 달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본말전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만약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에 대한 못 미더운 시선 즉, 이른바 합리적이지 않은 의심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OECD 국가들의 국가부채가 GDP의 110% 수준을 상회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아직 4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재정 여력이 여의치 않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더군다나 충분한 외환보유고가 있어 달러표시 채무의 상환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일 뿐 아니라 대외 신뢰도도 높아 단기적인 재정지출 확대 또는 재정수지 악화가 대외 리스크를 갑자기 상승시킬 위험도 매우 낮다. 원화표시 채무에 대한 상환 요구 또한 통화발행권을 가진 우리 정부가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문제다.고인플레 유발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은 기우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전반적인 수요압력 저하로 웬만한 재정지출 규모로는 고인플레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경기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개월 간 0%대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소비자물가 수준이 미니추경을 한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상승하여 고물가 현상으로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경기 버팀목으로서의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시기로 보는 것이 좀 더 현명한 판단이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저성장을 탈피하고, 잠재성장력을 높여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곳에 쓰든 상관없이 무작정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재정지출 규모를 확대하라는 것은 아니다. 만약,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그저 단순한 ‘돈 풀기’로 인식된다면,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 아마도 현대화폐이론을 이단의 학설이라고 비판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정책 당국은 좀 더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