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도입할 때다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외식업자들에게 식품의 유통기한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유통기한 위반은 강력한 행정처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선도에 상관없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바로 폐기한다. 가끔씩 유통기한이 임박한 우유를 직원들과 나눠 마시기도 하지만 그렇게 썩 내켜하지는 않는 눈치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통기한·소비기한 병행표시에 따른 영향분석’ 보고서(2013)를 보면 이해가 된다. 성인남녀 2038명을 대상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지 않고 폐기해야 한다’는 설문을 진행했다. 결과는 56.4%(1천150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부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꺼내두고 먹어도 될지, 아니면 버려야할지 고민한다. 아마 대부분은 식품에 표시돼 있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려야 한다는 인식을 하는 같다. 하지만 이는 유통기한에 대한 오해일 뿐이다.유통기한은 유통업체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다.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된 기한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식품업계는 실제 제품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의 70~80% 선에서 유통기한을 정한다. 품질유지기한에 안전 계수(0.7~0.8)를 곱해 유통기한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식품의 변질가능성과 소비자분쟁에 대비해서다. 이는 정상적으로 보관했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유통기한을 넘겨 섭취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소비자들은 식품의 유통기한을 폐기해야 하는 시점으로 잘못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정상 제품임에도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한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1만3천여t이다.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가공식품의 폐기비용만 해도 한해 1조3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기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소비기한은 표시된 보관조건에서 소비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뜻한다. 그래서 보통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더 길다.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도 소비기한까지는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기간이다.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도 소비기한을 도입하는 추세다. 2018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유통기한을 식품 표시규정에서 삭제했다. 소비자에게 오인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하고 나섰다. 실제 호주, 캐나다, EU 등 많은 선진국에서도 소비기한을 채택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섭취기한과 판매기한, 포장일자, 품질유지기한 등으로 복수표기하고 있는 미국도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FDA(식품의약국)가 식품 섭취기한과 관련된 표기를 품질유지기한(Best If Used By)으로 표준화해 통일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일본은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간인 상미기한과 소비기한 두 가지 표기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중 하나가 ‘쿠라다시(KURADASHI)’라는 플랫폼이다. 상미기한이 임박했거나 상미기한을 넘겼지만 소비기한은 남아있는 제품을 소비자가격에서 60~90% 할인해서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이다. 이미 냉동식품 대기업을 포함 약 580여 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기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때마침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단 소비기한의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선결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 보관여건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위생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소비기한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유통기한 임박 식품은 푸드뱅크에서도 받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유통기한이라는 단일표기로 연간 7천억 원 상당의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소비기한 표시가 늦어지고 있다. 혹시라도 제조와 유통환경을 관리하는 업무편의성 때문에 정부에서 소비기한 도입을 미룬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

적극행정 실천은 군위의 희망이다

‘접시 깨기 행정’이란 단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난 1월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는 뜻으로 정 총리는 적극적인 ‘접시 깨기’ 행정을 주문했다. 공직자에 대한 적극행정 요구는 그 전에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정부 부처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면서 감사원 감사에서도 일하다 실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공직자들은 그릇을 깨고, 손을 베이는 정도의 시행착오는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최초로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공포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소극행정을 예방, 근절하는 등 주민에게 봉사하는 공직문화를 조성하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최근 군위군의 공직자들이 상당이 위축된 가운데에서 일하는 분위기다. 적극적으로 민원봉사에 힘쓰다 보면 실수 아닌 실수를 범할 때도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험을 잡아 매도하려는 민원인들과 언론이 문제다. 때문에 해당 공무원은 일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일하기를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말했듯이 공직자는 비록 접시를 닦다가 깨트릴지언정 접시에 먼지가 쌓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군위군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적극행정 운영조례를 제정했고 적극행정 지원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선발·포상, 적극행정 교육, 소극행정 혁파, 적극행정 공무원 책임 면책 등 적극행정 문화가 공직사회에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군위군 공직자들이 적극행정을 실천한다면 군위의 희망은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군위군은 어려운 시기에 봉착해 있다.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적으로 타격을 주는 데 이어 온 행정을 쏟아 부은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 문제까지 혼란의 연속이다. 이럴 때일수록 군위군 공직자들은 접시 깨기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 공직자 개개인이 큰일을 할 수도 있고, 큰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군가 해야 할 일이면 내가 먼저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면 지금 바로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최선을 다하는 군위군 공무원이기를 기대해 본다. 어떤 일이든 일을 하다 보면 성공도 있고, 크게 그르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일손을 놓을 수는 없는 법, 일을 해야 한다면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 ‘접시 깨기 적극행정’은 군위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부재/배영근

골목 안 기와집/ 잠긴 대문 틈새로// 썰렁한/ 마당 가운데/ 찌그러진 개 밥그릇// 정짓간/ 떨어진 문짝/ 녹슨 저녁 자국들// 우북한 풀들 사이/ 절구통 누워있고// 이끼 낀/ 누마루 아래/ 흙먼지 덮어쓴 가마솥// 무너진/ 장독대 곁의/ 석류꽃만 환하다시조집, 「석류꽃만 환하다」(그루, 2016)배영근 시인은 대구 출신으로 2015년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고, 시조집으로 ‘석류꽃만 환하다’가 있다. 그는 결 고운 서정으로 부재를 어루만지는 시 세계를 축조하고 있다.우리가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하거나 시를 쓰는 일은 어떤 면에서 부재에 대한 조심스런 항거가 아닐까. 유한자인 사람들은 언젠가 모두 이 땅을 떠나게 된다. 그 이전에 삶속에서 우리는 무수한 부재를 겪는다. 이로 말미암아 깊은 상실감이나 박탈감을 느끼면서 견디기 힘들어 한다.‘부재’는 골목 안 기와집 잠긴 대문 틈새로 썰렁한 마당 가운데 찌그러진 개 밥그릇, 이라는 장면 제시를 통해 우리 속의 토포필리아 즉 장소에 대한 사랑과 바이오필리아 즉 생명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 개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 찌그러진 개 밥그릇은 여태 놓여 있지만 개도 없고 사람의 그림자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부재 상황이다. 정짓간 떨어진 문짝 녹슨 저녁 자국들이 보다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우북한 풀들 사이로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절구통은 누워 있다. 직립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부재 상황을 보다 팽창시킨다. 이끼 낀 누마루 아래 흙먼지 덮어쓴 가마솥이 보인다. 무너진 장독대도 함께. 이 모든 것은 식솔들과 동고동락을 나누던 것들이다. 체온이 묻어 있는 소도구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는 꽃이 있다. 바로 석류꽃이다. 시골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꽃나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온통 그 존재감을 상실했는데, 오래 뿌리내린 석류꽃은 저 홀로 피어 붉고 환하다. 이 애절한 역설의 현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그는 또한 ‘옛집에서’ 검붉은 아궁이에 타다 남은 재를 보듯 허름한 울타리로 눈길이 따라가는 그곳에 또 다른 꽃이 감나무 장독대 옆에 몇 송이 피어있는 것을 예의 주시한다. 접시꽃이다. 그 순간 마른 꽃잎처럼 떠오른 기억 저편을 더듬어 너를 찾아보지만 아무리 찾아도 너는 거기에 있지 않다. 다만 이끼 낀 툇마루에 산바람이 드나들 때 어디론가 가 버린 꿈같은 그 먼 날들만 아른거릴 뿐이다. 옛집의 지붕에는 지나던 구름 한 자락이 잠시 쉬었다가 간다. 더는 그때 그곳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 ‘부재’나 ‘옛집에서’는 모두 부재 상황을 노래하면서 결핍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고 치유하고 있다.아무래도 도시 생활은 쫓기듯 사는 삶이다. 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릴 적 추억에 잠길 때가 많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는 훨씬 어려웠지만, 정이 더 많던 시절이고 삶 자체가 보다 자연친화적이어서 문득문득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부재는 아픔을 안겨주지만,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공허함을 잘 이기고 다스리면서 우리는 이야기 속의 소년처럼 더욱 씩씩하게 살아가야 한다. 이정환(시조 시인)

대구시의 행정 편의주의, ‘안전’에 적용돼선 안 된다

행정 편의주의는 제도나 규정을 바꾸고 서비스를 강화하면 많은 이들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데도,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의 입장에서 편리한 쪽으로만 업무를 처리하는 걸 말한다.관공서에서 시행하는 각종 공사현장에 대한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과 불편 해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함은 당연한 일임에도 행정력을 앞세우다 보니 공사 현장에는 우선순위로 여겨야 할 중요한 요인들이 간과되고 있다. 대구 북구 시민운동장 다목적 체육센터 건립공사를 진행 중인 대구시의 행보는 행정 편의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 다목적 체육센터는 총 사업비만 199억이 들어간다.메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체육센터와 함께 테니스장과 소공원, 도로 개선, 바닥 분수 등 다양한 소규모 공사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구시가 공사현장의 안전을 이유로 대구실내빙상장 등 일부 체육 시설을 활용해 훈련하는 선수와 일반 이용객의 차량 진입을 통제하면서 불거졌다. 공사 현장 주변을 드나드는 이용객들의 안전과 보호라는 명목이지만 빙상장 관리기관 등의 차량은 아무 제재없이 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공사장 주변 통제결정이 과연 진정성 있는 대안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어린 체육 꿈나무들이 운동기구와 같은 무거운 짐을 들고 안전 관리자도 없는 공사장 앞을 지나다니는 모습은 위험천만 그 자체였다. 시민들은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을 오래전부터 했지만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취재도중 시 관계자들은 “개선한 도로블록이 망가진다”,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어쩔 수 없다” 등의 궁색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던 공사 계획은 2차례나 변경됐었다.그럼에도 여전히 각 공사에 대한 공정별 일정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 무조건 8월까지 전체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게 전부다.그러는 동안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남고 있다.그나마 다행(?)인 건 행정 편의주의에다 늑장 공사를 한다고 지적하는 기사가 나가자 그제서야 대안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시민운동장 끝 비좁은 통로를 개방해 차량들이 우회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게 그것이다.하지만 ‘긴급대안’이 나온 지금 빙상장 앞엔 막아뒀던 곳을 해제해 차량 출입을 허용한 것 밖에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시민들이 원했던 건 차량 출입이 아닌, 위험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할 안전사고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었다.더 늦기 전에 대구시는 다시 한번 현장에 나가 시민들이 느끼는 대안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그래야만 행정 편의주의가 시민 편의주의로 변화할 뿐 아니라 더이상 언론에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와 같은 두 번 다시 보기싫은 기사도 막을 수 있다.

김해신공항 검증위, 공정성 의심 안받게 하라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하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지자체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한층 더 부산해지고 있다. 오는 8월 말로 예상되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힘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대구·경북에서는 통합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군위와 의성 간 대립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부울경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방부가 밝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후보지 최종 선정시한은 오는 31일이다. 불과 2주 남짓 남았다.만에 하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입지를 찾지 못하면 동남권 거점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부울경에 가덕도신공항 추진의 명분을 줄 수 있다. 통합신공항 건설이 늦어지는 경우에도 김해공항에 여객과 화물 운송 수요를 뺏기는 것은 물론이고 항공산업 관련 인프라까지 확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부울경 한 관계자는 최근 열린 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해공항 확장은) 총리실에서 검증하고 있는 안전·환경·소음·수요 등 4개 분과 중 안전과 환경 분야에서 문제가 도드라진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울경 지역 언론에도 지속적으로 총리실 검증위의 확정되지 않은 내부 검토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전해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내부 논의사항이 외부에 유출됐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검증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부울경은 김해신공항 확장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국토부에 대해서도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김현미 장관이) 국토부 내부 논리를 답습하면서 우리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공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기간인프라 건설과 관련해 기본 방침을 지키려는 장관을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신공항 사업에는 어떠한 정치적 개입도, 정무적 판단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 정권이 교체됐다고 국가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국정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다. 부울경은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 압력이 계속되면 발표되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과정이 불공정하면 그 결과에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부울경은 김해공항 확장 재검증과 관련한 각종 압박을 즉시 멈춰야 한다.

밑천 드러낸 日 독도회고 영상

신순식독도재단 사무총장일본은 일제강점기 독도에서 잠시 강치잡이 한 것을 가지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려는 것일까? 일본 외무성 산하 일본국제문제연구소는 독도영유권 근거로 시마네현 오키도 주민의 구술증언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선량하고 인정많은 이시바시 마츠타로 할아버지를 그리는 손녀가 독도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할아버지를 회고하는 회고담 형식으로 편집돼 있다. 조부와의 독도 추억을 구술하는 그녀는 1933년생으로 현재 87세 시마네현 오키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사키 쥰씨다. 그녀는 이시바시 마츠타로의 외손녀로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강치어업과 제주 해녀를 고용했던 당시 어업 상황을 구술하고 있었다. 그녀는 최근 시마네현 죽도자료관과 오키도 행정사무소에서 할아버지를 찾는다는 TV 사진 광고를 보고 할아버지를 다시 기억하게 됐다고 했다.이 영상에서 주목할 점은 첫째, 시마네현 죽도문제연구회와 오키도 행정사무소가 공영방송을 통해 독도 관련자를 찾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독도어업권자의 후손 또는 관련자를 찾아 독도어업이 활발했음을 알리려는 의도였지만 독도어업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만약 일본의 주장처럼 독도어업이 활발했었다면 굳이 공영매체를 통해 독도어업 관련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둘째, 독도어장을 경영한 오키도 쿠미(久見)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사키 쥰씨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독도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독도 어업을 이야기했으나 무시당했고 그녀가 기억하는 독도어업은 해녀 7명을 고용, 집과 재산을 팔아 임금을 지불했다는 등 단편적인 기억들이었다.오키도 어민들의 독도 진출은 1903년 일본정부가 울릉도로 오징어 어민을 이식하기 위해 먼거리 어선 개량사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오키도 오징어 어민들은 울릉도를 왕래하다가 조난사고가 발생했고 조난자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독도 상륙이 이뤄졌다. 1903년 독도가 강치어장임을 확인하자 오키도 어민들은 독도로 진출했고 이 가운데 나카이 요자부로라는 어민은 어업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선정부에 어업허가원을 제출하고자 관리들을 찾아다녔다. ‘무주지’라는 이유를 붙여 독도를 일본 시마네현에 불법 편입(1905년)하기 직전까지도 일본 어부들은 독도를 조선 땅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마네현 총무부 총무과 행정문서 상에는 일본정부가 강치어민 나카이 요자부로를 사주해 일본정부에 영토편입원을 제출하도록 하는 경위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사사키 쥰씨가 기억하는 독도어업은 죽도어렵합자회사가 해체돼 그녀의 할아버지 이시바시 마츠타로 일족에게 독도어업권이 매각되는 시기이다. 이들은 강치가격이 상승하자 1933~1938년 6년간 독도어업을 했고 해녀를 고용해 전복을 채취한 것은 1935년 한 번 뿐이었다. 사사키 쥰씨가 기억하는 것처럼 독도어장 경영은 매년 적자였고 집과 땅을 팔아 6년간 어업을 지속했으나 1941년 이후에는 독도에 가지 않았다.일본 오키도는 독도까지의 거리가 울릉도보다 약 1.8배 이상 멀어 왕래가 쉽지 않았고 1910년께 강치가 남획됨으로써 어장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없었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가깝고 전복, 소라가 많아 울릉도인들은 매년 왕래하면서 독도어장을 이용했다.일본국제문제연구소가 1897년경부터 오키도 어민들이 강치어업을 했다는 영상 자료를 공개했지만 일제강점기, 일본 해군성이 발간한 1920년 일본수로지와 1933년의 조선연안수로지에는 ‘매년 여름 강치잡이를 위해 울릉도에서 독도로 도래하는자 수십명에 이른다’는 공적인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사사키 쥰씨가 증언하는 독도어업은 강치가격이 상승한 1933~1938년 6년간의 어업으로 오키도의 독도어업권자 직계가족들에게서만 회자되는 어업이었다.

축제 취소가 능사냐

오용수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광산업이 가장 심각하다. 항공, 전시·컨벤션 등 연관 산업도 기진맥진한 상태다. 정부에서 맨 먼저 여행업과 공연업에 고용지원금을 제공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5월의 해외여행은 98%나 감소했지만, 제주, 강원을 위시한 국내여행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국 각지의 축제는 연기, 취소를 거듭하고 있다.축제는 원래 종교적 의식과 추수 감사의 의미에서 시작됐으나 점차 주민 단합과 지역경제에 기여하게 됐다.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음악을 통해 희망을 주고, 다시 일어나자는 취지에서 1947년부터 매년 8월에 열린다. 3천 회를 넘는 공연과 3만 명 이상의 음악인과 관객들이 몰리므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4월 초에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아스펜 음악축제는 2주를 연기해 진행하고 있고, 올해 100주년이 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축소돼 열린다.일본의 하카타 기온 마쓰리는 800년 전 전염병이 돌자 곳곳에 물을 뿌려 병을 막았고, 이를 기념해 매년 7월15일 후쿠오카 시내를 남자들이 샅바차림으로 초대형 인형을 메고 달리는 축제다. 올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7월부터 하카타역 광장 등에 인형을 전시하며 축제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우리도 1995년부터 정부 주도의 문화관광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품과 고유문화를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축제가 전국에 100개도 되지 않았으나, 그해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늘어나 지금은 1천개 가까이 된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되자 방역을 위해 봄축제들이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통영 한산대첩축제, 전남 명량대첩축제 등 대부분의 여름축제와 평창 효석문화제 등 가을축제도 취소됐고, 부산영화제, 진주 유등축제는 아직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한편 일부 축제·이벤트는 조심스럽게 열리고 있다. 대구 관악축제는 7월11일 콘서트하우스에서 열렸고, 한차례 연기했던 교향악축제를 7월말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진주, 밀양에서는 공연·예술축제가 7, 8월에 예정대로 열리게 된다. 또 대구와 서울에서 건축박람회가, 실내에서 열렸다. 이밖에 경북 봉화은어축제는 일주일 연기해 8월 초에 개최되고, 청송 사과축제, 포항 별빛축제도 10월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축제 개최 여부는 각기 숙고와 회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음악축제도 어떤 곳은 실내인데도 열고, 다른 곳은 야외라도 취소한다면 얼른 납득이 되질 않는다. 좀 더 고민하면 개최할 수도 있다. 야외 축제는 1~2m 원, 선을 그어 밀접을 피하고, QR코드로 신분을 확인하고, 열 체크 등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실내 공연은 예약자 위주로 한 자리씩 띄어 앉으면 된다. 농산물 축제는 온라인으로 바꾸어 저렴하게 팔고, 요리 방법, 과실주 담그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 된다. 보령 머드축제도 온라인으로 머드를 집에서 바르고 햇볕에 쬐는 차선책도 강구하고 있다.대구의 대표적 축제인 치맥축제 취소는 아쉽다. 접촉을 줄이기 위해 일부 음식점에서 하듯이 테이블을 띄우면 된다. 공연은 TV, 유튜브 등으로 전국에 방영되고, 전국 체인점에서 치맥축제를 벌여 집에서 즐기도록 하자. 오히려 치맥축제의 전국화, 세계화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올해 못 온 이들은 영상을 보며 내년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구에서 치맥축제가 열리지 않는다면 8, 9월 서울, 부산의 맥주축제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국경일 경축일 기념행사는 물론 시·도의 정기 회의도 반드시 열린다. 모여서 하기 힘들면 온라인이라도 한다. 시·도 행사는 꼭 하고, 축제는 안 해도 된다는 걸까.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축제라면 연기, 축소를 하더라도 거르지 말고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며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쉬/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이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하시겄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 매려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쉬」 (문학동네, 2006)효는 근본적인 인과관계다. 원초적이긴 하나 소홀히 하기 쉽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본능이기 때문에 굳이 강령이나 교리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 내리사랑이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자식사랑은 오히려 제어해야할 정도로 넘치기 십상이다. 반면 그 반대 방향인 효는 실천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효를 윤리의 기본개념으로 삼고 그 실천을 강조한다. 효를 아무리 강조해도 잘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현실은 역설적으로 효를 강조해야 되는 이유다. 갓난애는 기초대사에서 의식주에 이르기까지 전부 부모의 손에 달려 있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분가해 홀로서기 할 때까지도 부모가 죄다 뒷바라지 한다. 독립했다고 영 떠나가는 건 아니다. 부모는 자식이 장성해도 세 살 난 아이 물가에 놓은 것 같은 마음으로 지켜본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획득형질이 아니라 타고난 특성이다. 자식이 필요할 때 부모는 기댈 언덕이지만 부모가 필요할 때 자식은 돌아앉는다. 늙으면 어린아이가 된다. 모든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유아상태로 떨어진다.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자식이 그 은혜를 되갚아야 할 기회다. 부모는 되갚음을 기대하지도 않고 헌신한다. 하지만 자식은 먼저 받은 시혜마저 잊어버리고 귀찮아한다. 효는 인위적이다. 해난사고로 사망한 남의 집 자식들이나 교통사고로 죽은 생면부지의 애들에 대한 애도는 지극 정성인데 제 부모상은 호상이라며 웃음을 흘리며 성가신 일을 처리한 듯 홀가분해한다. 부모는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신세다. 애완동물을 반려라 하면서 먹이고 씻기고 뉘이고 닦인다. 병들면 기백만 원의 거금을 들여 병원에 데려간다. 그 반면에 부모에게 드는 돈은 기십만 원을 두고 벌벌 떨면서 자식 간 신경전을 벌인다. 사후 유산 다툼으로 머리 터지게 싸우는 모습은 논외다. 부모를 개나 고양이 정도만 취급해줘도 다행이랄까. 우울하고 비참한 세태다. 노래자 일화가 떠오른다. 노래자는 고희에도 부모 스스로 늙었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려고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떨었다. 때로는 일부러 엎어져 마루에 뒹굴면서 애처럼 울기도 했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애로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모를 즐겁게 해 준 것이다. 그렇게까지 바랄 수야 없겠지만 그 효심의 반만이라도 가져준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환갑지난 아들이 아흔 넘은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뉘면서 어리광부리듯 애정을 보이는 모습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사랑으로 키워낸 아들이 이제 늙은 아버지를 안고 쉬를 뉜다. 아들은 더 오래 붙들어 두고 싶고, 어버지는 안쓰러워 그만 명줄을 놓아버리고 싶다. 우주도 감동한 듯 숨을 죽인다. 오철환(문인)

코로나19 방역, 구멍 없도록 해야

코로나19가 좀체 잡힐 기미가 없다. 오히려 해외 입국 확진자는 두 자릿수를 이어가는 등 숙질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광주 등 지역별 간헐적 집단 발병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은 12일 현재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3일 연속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12일 현재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해외유입 23명을 포함해 44명이 늘었다.당국은 갖가지 코로나19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단란주점·노래방 등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시설’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가 의무화됐다. 그런데 QR코드가 도입 10일도 되지 않아 이를 피하는 각종 ‘꼼수’들이 등장해 방역 당국을 되레 농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QR코드 아이디 빌리기, 단속시간 피해 방문하기 등 당국의 대책을 비웃는 묘책(?)이 만발하고 있다. 아무래도 방패보다는 창이 수가 많은 것 같다.여름 휴가철을 맞아 속속 문을 열고 있는 동해안 등 해수욕장의 방역 관리도 비상이다. 경북 동해안에는 지난 1일 포항지역 해수욕장 6곳을 시작으로 10일 경주 4곳·울진 7곳, 17일 영덕 7곳 등이 순차로 개장한다. 해수욕장은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기 십상이다. 입장 통제와 발열 검사 강화 등을 통해 자칫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또 예년의 2배가량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도 또 다른 장애물이다. 취약 계층의 더위 나기가 방역 구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폭염 일수를 평년의 2배인 20~25일로 예상했다. 코로나19와 무더위가 겹쳐 ‘취약계층’의 ‘폭염 나기’가 우려된다. 무더위 쉼터로 활용되던 경로당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대부분 문 닫아 고령자들은 더더욱 갈 곳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취약계층의 여름 나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가장 무서운 적은 거짓말과 방심이다. 확진자가 제대로 동선을 밝히지 않는 바람에 감염 폭발을 경험했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 또한 너무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느슨해진 경계심이 2차 팬데믹을 불러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지자체와 보건 당국은 방역을 비웃는 ‘꼼수’에는 단속을 더욱 옥죄어 추호의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역 당국과 시민들은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주민 신고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방역 당국은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방역 태세를 재점검, 감염 확산 차단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극단적 선택과 남은 과제

충격적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전 국민이 무거운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안타까운 사태지만 모두 냉정해져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돌아봐야 한다. 더 이상 되풀이 되면 안되기 때문이다.그는 명망있는 인권 변호사였다.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한국 시민운동을 궤도에 올렸다. 현직 서울시장인 동시에 유력 대선 주자인 그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모두 놀랐다. 곧 이어 그 선택의 이유에 물음표가 달렸다.그는 지난 2017년부터 비서실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8일 경찰에 고소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이다.---‘박 전 시장 사건’ 진실규명 요구 목소리박 전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사법 절차로 진상을 규명할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진상규명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전 여비서의 고소만으로 성추행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고소당한 직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글을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연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은 굳어질 수밖에 없다.박 전 시장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은 국민적 관심사다.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된 공인이기 때문이다.현 단계에서는 경찰이 고소장을 공개할 수도 없다. 다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고소 증거들을 조목조목 모아 시민·사회단체 등 제3자가 고발을 하면 새로운 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어떤 방식으로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전 여비서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자신의 피해와 국민적 의혹을 끝까지 풀려고 할 것이냐, 아니면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심적 부담 때문에 마음을 바꿀 것이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사건 발생과 장례 등의 과정에서 분열 양상을 보이는 여론도 문제다. 자칫하면 ‘조국 사태’에서 경험한 국론 양분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일부 네티즌들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람을 찾아내겠다고 나선 것은 정말 어이없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고소인도 전혀 예상 못한 난감한 일일 것이다. 미투 사건에서 어렵게 행동에 나선 피해자들이 신상털기 등으로 2차 피해를 입어서는 결코 안된다.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절망의 심연으로 몰아 넣지 말아야 한다.정의당 한 국회의원은 피해 여성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격려의 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악성 댓글 공격을 받았다. “지금은 고인을 애도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공격의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고인을 애도하는 것에 우선해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보호하고 위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서울시가 장례를 ‘서울시장(葬)‘으로 치르는 것도 논란에 휩싸였다. 애도와는 별개의 문제다.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박 전 시장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게시 이틀만인 12일 현재 ‘동의한다’는 버튼을 누른 사람이 5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선출직 잇단 추문…성인지 감수성 바닥논란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체가 문제다. 장례를 ‘서울시장’으로 결정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앞에 두고 여론이 갈라지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그러나 장례가 끝나면 사실관계는 밝혀야 한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뜻일 것이다. 철저히 팩트에 바탕을 두고 풀어 나가면 된다.최근 몇년 새 여권 시도지사 사이에서 잇따라 터져나오는 성추문은 우리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여전히 바닥권이라는 사실의 한 단면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하기조차 민망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점에서 돌아봐야 한다.

칭찬만 하세요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가 좀체 종식되지 않고 있다. 지역 발생이 좀 뜸하다 싶으면 다른 곳에서 불쑥 나타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니, 정말 이 코로나19가 끝은 있을 것인가. 음압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보러 들어갈 때면 내내 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맴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람은 서로 만나서 교류해가며 살아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다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나름으로 적응하려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그런대로 버텨내고 있다. 이 바이러스와의 대전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의 활력소, 웃음이 그리워진다.상상도 못했던 세상을 맞이했지만, 그 나름으로 적응해가며 급변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실망하지 않고 낙천적으로 생활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지인, 그가 보내준 긴 문자가 힘겨운 날에 작은 위안이 된다.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40년간 결혼생활을 한 부부가 있었는데 부인은 40년이 지난 지금 남편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묘사해 보라고 졸랐다. 남편은 그런 부인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ABCDEFGH & IJK”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부인이 물었다. 남편은 Adorable(사랑스럽고) Beautiful(아름다우며) Charming(매력적이고) Delightful(애교 있으며) Elegant(우아하고) Fashionable(멋있으며) Gorgeous(대단하고) Happy(함께 있으면 행복하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부인은 남편의 사랑을 새롭게 확인한 것 같아서 무척 기뻤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있는 IJK 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는 것을 알고 그건 또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남편은 슬쩍 웃음을 띠더니 “I'm Just Kidding!”(나 정말은 농담한 거야!) 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인의 눈꼬리가 올라가는가 싶더니 입에서 느닷없는 한국말이 튀어나왔다.“가, 나, 다, 라, 마, 바” 남편이 뜻을 묻자 "(가)엾은 (남)편 (돌)았네. (라)면이라도 얻어먹으려면 (말)조심해요. (바)보 같으니라고!”우리가 어떻게든 이 시기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름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잘 대비해야 하는데, 아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찌하면 잘 대응할지에 대해 판단이 서지 않고 자료도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병행해서 수업을 듣고, 직장인들도 아프면 집에서 쉬고 또 더러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기도 한다. 물건을 사는 것도 온라인을 통한 쇼핑을 즐기는 것이 늘어나는 요즈음,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스스로 잘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자주 대면하지 않는 세상이 돼가다 보니 요즘 부쩍 SNS를 통한 소통이 늘어간다. 그중에는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는 상큼한 웃음을 주는 것도 있다. 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이는 더없이 반갑다. 며칠 전 타계한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일게 한다. 지난 5일 향년 92세로 그가 세상을 떠났다. 최근 낙상 사고로 골절상을 입고 로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오다 숨을 거둔 그는 1928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500여 편이 넘은 영화 음악을 작곡했다. ‘황야의 무법자’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의 주제곡을 만든 모리꼬네, 그는 영화 음악의 거장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야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그의 부고였다. ‘나, 엔니오 모리꼬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의 부고를 늘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과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전합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은 내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중략…// 마지막으로 그러나 누구보다 소중한 아내 마리아에게, 지금까지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었으나 이제는 포기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랑을 다시 전합니다. 당신에 대한 작별 인사가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으랴. 아무리 명예와 장수를 누렸다고 해도 죽음은 언제나 슬프고 힘들 터이다. 모리꼬네는 음악을 “삶이란 감옥에 갇혀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건네는 위로 주 한잔 같은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날마다 나름의 위로 주를 찾아 마시며 담담하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야 하지 않으랴. 주변 사람을 늘 칭찬해 가면서.

나의 이력서/ 김원중

서울대학교를 안 나왔습니다/ 미국 유학도 못 갔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살았으니까요/ 기독교 장로도 못 되었습니다/ 일요일도 하루 종일 일했으니까요/ 시골 초등학교만 빼고 중·고등학교, 대학, 대학원/ 12년 꼬박 야간에만 다녔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두고 박사, 교수, 시인이라고 불러줍니다/ 여학교의 단발머리 여학생 제자 천 명/ 영남이공대학의 국어수업 받은 제자 이천 명/ 대구 한의대에서 배운 제자 육백 명/ 포항공대 제자 사천 명이나 되지만/ 지금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청구 푸른마을 4층 아파트/ 우리 집 방구들 위에 혼자 누워서/ 허무한 이력서를 다시 써 봅니다「대구문협대표작선집」(대구문협, 2013) ‘나의 이력서’는 시인이 살아온 역정이자 개인사이다. 누구나 살아오는 동안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자랑스러운 일, 아름다운 일도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부끄러운 일, 후회스러운 일도 가슴에 맺혀있다. 험한 세상 살아가면서 남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괴감에 빠져 자기 신세가 고달파진다. 그러나 자신의 역정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일은 단순히 특정 과거사를 회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때때로 덧없는 상념에 젖곤 한다. 운명에 대한 야속함 또는 막연한 원망이나 허전함이랄까. 시기나 질투에서 째여 나오는 감정이 섞여들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던 최선의 길로 가지 못했던 데 대한 자책과 원망도 담겨있다.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한 데 대한 후회나 변명이 겹친다. 과거의 불확실한 상상이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에서 기생하는 과거 사실의 가정이다. 딱 꼬집어 말하긴 곤란하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도 세계역사가 달라졌듯이 자신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인생이 백팔십도 확 달라졌을 것이다. 일류대학교를 졸업하고 세계 명문대학교로 유학도 갔을 것이다. 그랬다면 더 좋은 직장을 얻어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떨쳤을 텐데. 더 예쁜 여자와 살면서. 지금 당하는 생활고도 없을 것이고 자신의 인생은 화려한 꽃길일 것이다. 이런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면 사주팔자가 원망스럽다. 억울하기도 하지만 자신도 한심스럽다. 한편 다른 생각도 든다. 비록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더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죽도록 노력한다면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 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간다. 개천에서 용 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렵고 혼란한 시대였기에 반칙을 써서 새치기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력으로 묵묵히 노력해 엘리트코스를 밟아 성공한 사람들이 그래도 대다수다. 결국 모두 자신 탓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이마빡에 꿀밤이라도 한 대 주고 싶다. 실없이 웃고 만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냐. 그런 와중에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나.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난삽하게 살다가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박사, 교수, 시인으로 불리는 것만 해도 가문의 영광이다. 제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대강 짚어본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을 터이다. 가끔 제자들이 찾아온다. 오늘도 지팡이 짚고 산책길에 나선다. 고희가 되어서야 겨우 인생의 참 뜻을 깨닫는다. 힘든 환경 속에서 역경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주저앉지 않고 주경야독한 끝에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온 역정이다. 아들 딸 낳고 밥 굶지 않으면서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살아온 삶이다. 시인의 담담한 목소리가 따스하고 묵직한 울림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오철환(문인)

아직도 군사정권시대 스포츠특혜냐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 선수는 관행과 타성에 반발했다. 대가로 꿈과 미래를 포기하고 스스로의 생명을 걸었다. 어려서부터 수영에 재질이 있었고 트라이애슬론이라는 종목에 자질과 체력을 갖춘 데다 자신의 꿈과 미래를 걸어야겠다는 의지까지 강철 같았던 최 선수였다. 스물셋 청춘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 것은 시대착오적인 스포츠계의 폐습이었다. 최 선수가 남긴 유서가 된 일기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최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감독과 팀닥터, 상급자와 동료 선수들은 물론 최 선수가 그들의 폭력과 비위를 고발하고 조사를 요청한 경주시청과 체육회, 경찰 등도 모두 가해자다.‘비 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맞았다’ 이건 조폭들의 세계에서나 쓰는 말이다. 군사정권시대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폭력이 디지털 시대에, 그것도 경주시청이라는 실업팀 내에서 버젓이 행해졌다. 그 폭력사태를 지켜 본 동료 선수들도, 폭력을 참고 견딘 선배 선수들도 가해자들이다. 우리 사회는 어쩌면 ‘체육인이 되려면 그 정도 폭력은 참아내야 한다’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폭력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 번도 아니고, 해외전지훈련을 가서까지, 해를 거듭하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이런 일이 있었다. 중학교 야구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부모들이 지켜보았다. 감독이 그 중 한 아이를 불러내 야구배트로 때렸다.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가슴은 찢어졌다. 아이가 잘 못하기 때문에 맞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엔 돈봉투를 건네야 했다. 우리 아들을 때리지 말라고, 주전 선수로 끼워 달라고, 잘 가르쳐 달라고... 상납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다른 어머니를 통해서 들었던 것이다.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도 그런 꼴을 당했다. 감독은 최 선수의 어머니에게 직접 딸의 뺨을 때리라고 지시했다는 거였다. 그런 해괴하고 당돌한 주문을 할 수 있는 체육계가 우리 국민들에게 금메달의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면, 그런 메달이라면 당장 집어쳐라. 이제 체육도 소질과 능력에 따라 하고 그것이 스스로의 즐거움과 보람을 동반하는 자발적 선택이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교육의 목적이고 체육도 그런 교육의 한 과정이어야 당연하다. 폭력과 비리와 금품으로 획득한 메달이라면 당장 팽개쳐야 한다. 우리는 체육계에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운동이고 무엇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과정이 스포츠라고 가르치고 배웠다. 그런데 승부에 목숨을 걸고 승리를 위해 심판 매수와 부정선수 만들기, 경기의 승부조작조차 행해지고 있는 것이 스포츠계다. 스포츠에 지나친 포상이 주어지는 것도 재고해 봐야 한다. 체력이 국력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개인의 영예와 팀의 승리가 국력의 상징은 아니다. 정말 씻어야 할 군사시대의 유산이다. 세계타이틀이 걸린 복싱 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흑백텔레비전 앞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던 시대가 있었다. 일제에서 해방되고 전쟁을 겪으면서 절대 기아선상에서 해외원조로 배고픔을 해결하던 시대에는 헝그리정신으로 운동을 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아직도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연금을 주고 협회나 지자체 등에서 따로 포상금을 준다. 여기에다 군복무를 앞둔 남자들에게는 조건에 따라 현역 입대도 면제해준다. 엄청난 혜택은 온갖 비리를 부른다. 모두가 스포츠를 국력의 한 바로미터로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가 뒷배가 됐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메달 뒤에 이런 특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폐습을 만들어왔던 것으로 보인다.이제는 과감히 이런 혜택을 하나씩 정리해 나갈 때다. 그래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과 금전비리 등 온갖 잡음들을 몰아내고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기게 해야 한다.이와 함께 최 선수의 죽음을 최 선수가 죽음으로 항거한 스포츠계의 폭력을 몰아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최 선수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길이다.

종목별 전국대회 개최 머뭇거리지 말라

올 가을 구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국체전이 내년 개최로 1년 순연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대회 순연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이 늦어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특히 전국규모 대회 성적 등을 바탕으로 대학 진학과 실업·프로팀 진출 등을 준비하고 있는 고교 3학년 선수들은 기회를 잃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관계 당국의 기민한 대응이 아쉽다.현실적 대안은 종목별 전국대회 개최다. 전국체전 순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회 진행 과정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혼란과 함께 책임문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아직 대회 개최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선수와 학부모들은 46개 종목별 전국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무관중으로 경기로 치르는 동시에 편법이긴 하지만 고3 선수만 참여시켜 참가 인원을 최소화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금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각종 스포츠 대회가 대거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청원이 6개나 올라간 상태다. 운동선수의 경우 졸업연도에 진로를 확정짓지 못하면 재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자칫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된다는 것.대한체육회의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종목은 대회가 열리기도 해 형평성 문제마저 발생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종목은 그만큼 기회의 문이 좁아진다는 것이다.문화체육부도 전국체전을 순연하는 대신 방역당국을 설득해 각 경기단체가 주관하는 종목별 대회를 치러 나갈 계획이라고 했지만 후속 지침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달 중순까지 종목별 대회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코로나의 고삐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각급학교도 등교 개학을 했다. 또 지난달 말 예천에서 개최된 전국 중고육상선수권대회는 철저한 소독과 검진 등을 통해 무난히 대회일정을 마쳤다.완벽한 코로나 차단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대회 참가규모를 줄여서라도 개최하는 것이 맞다. 또 개최할 것이면 조금이라도 빨리 방침을 확정해 선수와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머뭇거릴수록 혼란만 커진다.정부와 각 지자체는 종목별 대회 개최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비상상황에는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국민 감정법이 우선인 국가, 과연 바람직한가?

김시욱에녹원장일상이 지치기 일쑤다. 계속되는 코로나 확산과 인천국제 공항 정규직화 문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그 어느 하나 시야가 보이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연일 부동산 문제와 청와대 참모 및 정치권 인사들의 다주택 소유를 조명하고 있다. 30℃를 웃도는 무더위 속, 숨 막히는 마스크를 쓴 국민들의 모습이 지쳐가는 현실의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다. 그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게 없는 듯하다.‘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 의문이 일어난다. 대학시절 정치학 개론서의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의 정치로 구분하는 화석화된 지식이 아니다.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한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활동이라는 말도 너무 추상적이다.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은 필연적 산물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홉스의 말에서 나타나듯 인간은 ‘자연 상태’ 속에서 생존하려는 ‘자기보존욕구’만 남게 된다. 전쟁을 자연 상태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으로 본 홉스의 관점에서 인간은 현실이라는 밀림 속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오직 ‘살아야 한다’는 명제 속에서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 상호간의 계약에 의해 절대적인 주권을 갖는 리바이어던(국가)이 성립한 것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세계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평등을 기초로 한 이해관계를 도모하고자 국가에게 주권을 위임한 것이다. 그것은 곧 정치라는 행위를 통해 실현돼야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힘센 강자를 위한 것이 아닌 약자의 보호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보호막이 국가이어야 함은 마땅하다.최근 일련의 시사적 문제에 접할 때면 국가라는 의미가 어느새 사라진 듯하다. 정치는 오직 정권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여야와 당리당략적 접근만이 난무하다. ‘국민의 뜻’임을 내세우지만 실상 그 국민은 가상의 국민이자 팬덤화 된 극단적 지지층일 뿐이다. 국가의 존재와 의미를 부정하는 소수 지지계층의 계급화 된 정치체제로의 전환처럼 보인다. 각자의 생각이 우선되며 기존의 법제도나 정치제도를 부정하는 ‘국민 감정법’이 진리로서 받아들이는 현실이다. 총 인구 5천만 명을 넘어선 현재, 수 천 명에도 이르지 못하는 설문 대상자를 기준으로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국가 중요정책 및 당대표, 그리고 대통령 후보자마저 쥐락펴락하는 것 같다.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의 현주소 역시 다르지 않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슬로건아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미국식 청원 시스템 도입으로 시작된 처음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는 취지도 좋았다. 하지만 최근 국민과의 소통 전략은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 혹은 행정부의 우위적 권력 집중을 도모하는 고도의 전략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소한 개인적 사건으로부터 사법부의 재판결과 그리고 독립적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처벌까지도 청원에 올라오고 있다. 한 달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정부관계장의 답변이 있다는 조건을 두고 있지만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의 장’이란 거창한 명분은 어느새 진영논리와 삼권분립의 기본적 틀을 깬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청와대와 행정부에게 모든 판단을 요구하는 현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분명 무엇이 잘못인가 돌이켜 보아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국가란 단순히 행정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가에 대한 명령이자 국민을 위한 정치의 필수불가결한 제도인 것이다. 그럼에도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입법부인 국회 무용론이 대세처럼 흘러가고 있다. 개별 사건마다 판사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비난의 여론몰이가 반복된다.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들고 있는 검찰 개혁과 사법부 개혁이 오히려 법치주의 자체의 존립과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이 ‘국민 감정법’으로 왜곡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홉스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혼란과 혁명으로 얼룩져 있었다고 한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강자의 위선과 조작이 판치는 정글과 같은 곳이었고 도덕 윤리는 허울에 지나지 않았다. 살아남으려는 욕구가 그에게 국가의 필요성을 역설하게 한 것이리라. 현실의 불확실성 속에서 분노와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는 우리에게 더더욱 필요한 것은 국가의 중요성과 준법정신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