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인동초’… 아들이 쓴 야당 정치인 아버지 일대기

야당 불모지 영남에서 독립운동 하듯 험난한 야당 정치인의 길을 고집하며 묵묵히 걸어온 이육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상임고문의 일생을 조명한 책, ‘영남 인동초(忍冬草)’가 출간됐다.이육만 고문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며 취재를 통해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40여년 가까이 이어가면서 이른바 ‘DJ 정당’으로 자신이 낙선한 3번의 선거를 포함해 야당으로 무려 10번의 선거를 치르며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영남 지역 야당 역사의 산 증인이다.책의 저자는 이육만 고문의 장남인 이성훈 대구MBC 전 보도국장이다. 저자는 기자로서 날카로운 시각과 간결한 필체로 아버지의 일생을 재평가하고 시대의 귀감이 될 그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저자는 이 책에서 아버지의 일생을 전쟁 고아들과 함께 한 청소년기, 불의에 맞서 정론직필을 위해 뛰어다니던 언론사 기자 시절, 교사로서 인성교육을 강조하던 교단생활, 질곡의 야당 정치인 시절,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황혼기 등 5개 범주로 나누고 시기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대기를 서술했다.에피소드 가운데는 어둡던 야만의 시절, 인혁당 당수로 사형을 당한 도예종과의 인연과 영남 원외지구당 위원장으로 동병상련을 나누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저자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둔 탓에 20번 이상 이사를 다녀야 했던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의 애환과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무기력함에 눈물을 흘리며 고뇌하는 아버지의 내면세계 등을 잔잔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이 책의 장르는 독특하다. 저자는 이 책의 장르를 자서전(自敍傳)의 스스로 자(自)를 아들 자(子)로 바꾼 ‘자서전(子敍傳)’이라 이름 짓고 평전 분야 새로운 장르로 선언한다.저자는 “자식이 부모의 일생을 기록하는 ‘자(子)서전’을 가풍으로 이어가려고 그 프로젝트 1탄으로 세상에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이성훈 지음, 한국정보인쇄 펴냄, 가격 1만8천 원.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함께 떠나는 박물관 나들이(4)…자연염색박물관

“흔히 천연염색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자연염색이라는 말이 옳다. 천연(天然)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로 은근히 ‘천황의 나라’라는 뜻을 드러내는 단어다. 자연의 미를 사랑했던 우리 전통염색은 ‘자연염색’이라고 해야 옳다.”2005년 대구시 동구 중대동 팔공산자락에 둥지를 튼 자연염색박물관은 자연염색의 발전과정과 아름다움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염색전문 박물관으로 팔공산 자연 환경과 잘 어울리는 2층 한옥 구조로 전시 공간인 본관과 체험 및 교육전문관인 별관으로 이뤄진다.자연염색박물관은 대구가톨릭대를 퇴임한 김지희 관장이 1970년대 일본 교환교수 시절 전통문화를 철저하게 연구하는 일본 학계 풍토에 충격을 받고 건립을 결심한 이후 30여 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박물관은 김 관장이 직접 수집한 세계 공예품을 전시해둔 세계공예예술관과 한국문양을 비롯한 세계 문양과 자연염색관련 문헌이 소장된 문헌정보실도 갖추고 있다. 또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실용화할 수 있도록 각국의 문양 자료를 한자리에 모은 세계문양디자인연구소 등도 운영해 자연염색 관련 작품과 함께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안내를 맡은 정민아 교육사는 “박물관 안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각종 염재식물과 약용식물, 야생초, 창포 등을 재배하는 염재식물원도 마련돼 있어 관람객들이 염색관련 식물의 성장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염색박물관의 또 다른 특징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천연염색’이란 용어 대신 ‘자연염색’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천연염색’이란 말은 우리나라 문헌에는 없고 1970년대 일본 용어의 잘못된 번역으로 생긴 것이라며, 국내 첫 염색박물관인 만큼 잘못 사용되고 있는 용어를 바로잡아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 ‘자연염색’이란 말을 선택했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자연염색박물관은 우리나라 자연염색의 발전과정과 아름다움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천연의 재료를 이용한 자연염색 유물과 도구, 섬유관련 민속자료 전시와 자연염색예술로 창작한 작품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특히 민속·염재도구실에는 자연염색 제작에 쓰이는 각종 도구류를 전시하고, 세계공예실에는 국내외 섬유류, 세계민속류 등 관광 섬유 예술품 및 기념품을 전시해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정민아 교육사는 “박물관 유물실에는 염색이나 자수·누비·매듭 등 주로 자연염색 유물과 민속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민속·염직 도구실에는 자연염색과정에 필요한 전통도구를 비롯해 멧돌·학과절구 등 염액추출 도구나 떡살무늬 등 요즘 보기 힘든 기구들이 전시돼 있다”고 소개 했다.한편 박물관은 아름다운 우리 천연염색을 널리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박물관 문화의 날’, ‘길위의 인문학’ 등의 체험프로그램과 관장이 직접 진행하는 ‘자연염색 명인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은 염색에 대해 기본적인 추억을 가진 어르신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성취감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염색재료를 활용해 직접 옷감이나 장식품을 염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르신들의 숨겨진 솜씨와 끼를 펼쳐 보일 수 있어 특히 인기가 많은 강좌로 알려졌다.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자연염색 체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박물관 문화의 날‘’행사와 학교연계 무료 교육프로그램인 ‘길 위의 인문학’ 체험수업도 박물관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한편 자연염색박물관은 자연염색 명인 인증을 받은 관장이 직접 운영하는 ‘자연염색 명인 아카데미’를 지난 2016년부터 개설해 염색 이수자와 전수자·전승자 과정으로 나눠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대구 시내에서 봉무동 이시아폴리스를 거쳐 파군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파계사 쪽으로 직진한다. 서촌초등 맞은편 공산파출소 부근에 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대구 동구 파계로 112길 17.문의: 053-981-4330 (www.naturaldyeing.net)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자연염색박물관 김지희 관장 인터뷰

“가족들 옷 지을 천에 쪽이나 홍화물을 들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하얀 천을 풀물에 담갔다 널어놓으면 거짓말처럼 파랗게 변하는 게 그저 신기했어요. 또 그 쪽빛은 얼마나 처연하게 곱던지.”자연염색박물관 김지희 관장이 대구 팔공산 자락에 박물관을 연 것은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2005년 무렵이다. 일본에서 구해온 쪽씨와 홍화씨를 심었던 밭에 퇴직금을 털어 한옥식 건물을 지은 게 우리나라 최초의 염색전문박물관인 지금의 박물관이다.김 관장이 자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79년, 부교수 자격으로 일본에서 석사후 과정을 할 때였다고 한다. 귀국길에 쪽 씨 몇 알을 구해 가지고 온 그는 대구 외곽에 밭을 사 쪽 씨를 심었다. 푸른색을 내는 쪽과 함께 붉은색 염료 재료인 홍화도 심었다. “원래 쪽은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전통염색이 사라지면서 우리나라에는 그 흔하던 쪽 씨의 말그대로 씨가 말랐다”고 했다. 일본에서 가져왔지만 우리 쪽 씨라는 게 그의 설명.본격적으로 염색의 길로 들어선 김 관장은 전국을 다니며 염색에 일가견이 있다는 할머니들을 직접 찾다 다녔다. 그는 “대부분 아흔이 넘은 분들이니 손수 염색 비법을 재연해 보여주시지는 못했다”며 “할머니들에게 몇 마디 ‘비법’을 듣고 돌아와 혼자서 실험을 반복했다. 5년이 걸려서야 겨우 자연염색법을 이론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그는 자연염색이 식음료와 약재는 물론 화장품, 우리가 입는 의상, 생활공예품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걸 넘어 인간의 정신과 창조력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도 지닌다고 설명한다. 또 누구나 편하게 우리 전통 염색을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박물관의 문을 항상 개방해 두고 있다면서 우리 전통 염색문화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보편화되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김 관장은 전통 자연염색 명맥유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6년 개설한 ‘자연염색 명인 아카데미’를 통해 염색 이수자와 전수자·전승자 과정의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나 혼자 알고 있다 끝나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자연염색의 명맥이 끊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걱정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우리가족 집콕 문화생활 ‘잠시 놀다가 쇼(SHOW)’ 개최

‘기나긴 집콕 생활에 지친 친구들 다 모여라~!’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이 초등학생을 위한 비대면 온라인 공연 ‘우리가족 집콕 문화생활-잠시 놀다가쇼(SHOW)’를 진행한다.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개학을 맞는 등 장기간 이어진 ‘집콕 생활’에 지친 어린이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실직 상태에 놓인 지역 예술가들에게 공연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이번 공연은 현장 관람객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 지역케이블 채널을 통해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후1시부터 30분간 만날 수 있다.22·23일에는 음악집배원으로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있는 신인 음악인 ‘사운드포스트’가 출연한다. 88서울 올림픽 주제곡인 ‘손에 손잡고’,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제곡 ‘Amigos para siempre’ 등 각종 국제스포츠 경기에서 선보인 음악 6곡과 라이온킹 O.S.T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와 영화 시스터액트 O.S.T ‘Oh happy day’ 등 영화 사운드트랙 6곡을 들려준다.24·27일에는 전통 타악팀 ‘별들의 도시 은하’가 출연한다. 24일은 전통 타악 공연과 춘향가 이수자 이신애가 별주부전, 춘향가를 현대국악 버전으로 재해석한 곡을 들려준다. 또 27일 공연에는 모듬북시나위, 장구시나위, 그리고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처용무 이수자인 김용목 선생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처용무를 공연한다.또 28·29일은 스트리트 댄스 팀 ‘아트지’가 출연해 초등 교과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이번 공연은 대구북구문화재단과 대구시 북구청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업로드 된다.행복북구문화재단 이태현 대표는 “이번 공연은 온라인 수업을 받는 초등학생들과 그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단순 공연관람에 그치지 않고 교과서 연계를 통해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며 “지역 예술인들이 보내는 선한 영향력을 통해 코로나19 시대에 희망의 메시지가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입니다’…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코로나 응원가 눈길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코로나19 치료와 방역에 힘쓰는 의료진과 봉사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제작한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을 선곡해 ‘일선에서 애쓰시는 모든 분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모두가 하루 빨리 일상이 주는 행복을 누리며 새로운 꿈을 꾸자’는 단원들의 소망을 담았다.이번 영상은 단원들이 각자 가정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녹음한 음성파일과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붕대투혼’ 등 응원 메시지가 적힌 비대면 영상을 모은 것이다.대구문화예술회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해당 영상은 21일 오전 현재 조회수 1천800여 회를 기록하고 있다.합창단의 3분짜리 영상물을 접한 네티즌들은 “너무 뭉클합니다. 아름다운 하모니처럼 다함께 위기를 잘 극복해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합니다” “너무 감동적이고 멋집니다. 응원하는 마음이 모여 더 큰 희망이 피어날 것 같습니다” 등 댓글로 호응했다.김유환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단원들이 전하는 감사의 노래가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과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일상으로 복귀하면 소년소녀합창단은 희망콘서트, 힐링콘서트, 플래시몹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심리적 방역과 치유에 앞장 설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021갤러리, 사진작가 권도연 개인전…‘북한산 시리즈’ 등 선보여

‘반달이 뜬 바위산에 우뚝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동물, 바로 들개다. 인간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산중도 아니다. 한 해 천만 명이 오간다는 서울 한복판 북한산이 배경이다. 인간과 소통하던 ‘개’들은 어느새 북한산에 융화돼 ‘들개’로 변모하고 있었다.’기억의 단편들을 현실로 소환시켜 사진으로 재구성하는 작가 권도연의 개인전 ‘Flashbulb Memory’가 오는 25일부터 6월12일까지 021갤러리에서 열린다.‘개념어사전’, ‘고고학’, ‘섬광기억’ 등 작업을 통해 물질과 기억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과 함께 작가의 최신작 ‘북한산’ 시리즈 등 약 20여 점이 선보인다.북한산의 야생 들개를 대상으로 한 ‘북한산’ 시리즈는 작가가 집 근처 북한산 현장 조사를 시작하면서 발견한 들개들을 촬영한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동물, 인간의 기억과 감각이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임을 상기시킨다.지난해 제10회 일우사진상에서 출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될 당시 심사위원단은 ‘북한산’ 시리즈를 “유기견으로 전락하기 이전 동물의 슬픈 기억을 환기시키며, 애잔함과 우수를 흑백사진의 ‘고전적’ 미학으로 승화해 냈다”며 높이 평가했다.권도연은 일련의 시리즈 작업을 통해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휴머니즘과 그 주변 광경을 포착해낸다. ‘섬광기억’, ‘고고학’, ‘개념어 사전’ 등에서는 물질과 기억의 관계를 집요하게 다뤘다.특히 ‘섬광기억’ 시리즈는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소환한다. 열두 살의 여름방학에 아버지가 헌책방에서 사온 책들로 지하실은 작은 도서관이 된다. 가장 완벽하면서 독립적이고 투명한 작은 세계 같았던 공간이 어느 날 홍수로 물에 잠긴다. 물이 빠진 후 망가진 책 덩어리들에서 나던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물비린내 가득했던 경험을 기억해낸다. 작가는 “그곳에서 나는 책 속의 모든 언어가 합쳐진 하나의 단어를 상상하곤 했다”고 회상한다.그의 작품 ‘고고학’ 시리즈는 사후세계를 향한 작가의 사소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직접 고고학자가 된 것처럼 삽으로 땅을 파고, 발견한 사물들을 채취해 관찰하고 사진에 담았다. 주택가 땅 밑에는 스티로폼, 컴퓨터부품, 캔 등 고만고만한 물건들이 숨어있었고, 작가는 사물의 효용성에 무심한 채 그 효용성을 제외한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집중했다.작가는 자신의 작품 노트 ‘개념어 사전’에서 “사진은 눈앞에서 사라진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에게 사진은 눈앞에 없는 것들의 ‘존재의 증명’”이라고 설명한다.021갤러리 김수빈 큐레이터는 “작가는 일련의 시리즈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휴머니즘과 그 주변 광경을 포착한다. 이번 개인전이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갤러리 여울 확장이전개관 특별초대전…‘데이비드 걸스타인 소품전’

“사람들은 내가 재미있고 유쾌한 무언가를 의도하고 작업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이를 의도한 적은 없다. 오히려 흥미진진한 것으로 가득한 우리들의 일상에 주목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할 뿐이다.”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회화 작품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팝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 초대전이 다음달 1일부터 6월13일까지 갤러리 여울에서 열린다.갤러리 여울 확장 이전개관 특별초대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들 중에서도 5월과 어울리는 Flower, Butterfly, Bowl, Rider 시리즈 등 팝아트 소품 50여 종을 만날 수 있다.걸스타인은 일상 속 소재를 드로잉한 철판을 레이저로 자른 다음, 에폭시와 자동차 도료를 칠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담아낸 팝아트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평소 OK-Man로 불리는 낙천적인 성격의 걸스타인은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며 유행에 휩쓸리기 보다는 자신만의 언어로 대중과의 벽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작가로 알려졌다.이번 전시는 한 겹 혹은 여러 겹의 층으로 완성된 작가의 Wall Sculpture와 소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작가는 현대 도시인들의 소소한 삶의 풍경들을 차가운 강철판 위에 만화경 같은 느낌으로 담아왔다. 여러 겹의 층으로 완성된 작품은 조명에 따라 벽에 화려한 그림자를 만드는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발산한다. 바쁜 도시 속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 하늘 위로 흩날리듯 퍼지는 나비들은 율동감과 운동감을 관람자에게 전달한다.또 자전거를 타는 사람, 활짝 열린 창문으로 보이는 빌딩 등 일상 속 다양한 풍경들에 주목한 작가는 강렬한 색을 통해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긍정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철, 나무 등을 이용해 입체감을 주는 그의 작품은 밝고 대담한 색채와 화려한 붓 터치가 만나 역동적인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걸스타인은 종이에 그린 드로잉을 컴퓨터로 작업해 데이터화 한 후 이를 강철에 레이저 커팅하는 방식을 통해 형태를 여러 겹으로 만들어 내고, 그 위에 직접 붓이나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채색하는 과정을 거친다.따라서 그의 조각은 재질감이 살아있는 듯한 회화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때문에 걸스타인의 작업은 회화의 평면성과 조각의 입체성이라는 특징을 모두 갖고 있으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에 위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갤러리 여울 관계자는 “걸스타인은 그동안 실내 평면조각에서부터 공공조각과 회화, 판화, 드로잉, 그리고 주얼리를 포함한 디자인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다”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서울스퀘어 광장에 세운 공공조형물 작업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개보수를 위한 세계 최대 규모 가림막 디자인 등의 대형 야외조형물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전시문의: 053-751-1055.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문화예술회관 소속 시립예술단체 ‘DAC on Live’로 시민들 만나

대구시립국악단, 시립무용단, 시립극단, 시립소년소녀합창단 등 대구문화예술회관 소속 4개 시립예술단체가 20일부터 5일간 매일 오후 12시30분에 ‘DAC on Live’를 통해 시민들과 만난다.‘DAC on Live’는 현장 관람객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라이브 중계되는 랜선 공연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지난 3월에 시작해 전국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콘텐츠다.특히 이번공연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인 예술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혀 온데다, 각 단체의 예술 감독들이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을 예술로 위로하고 응원하자는데 뜻을 모아 성사돼 더 의미가 깊다.20일과 21일 이틀간은 대구시립국악단이 무대를 연다. 한국무용과 사물놀이, 독주와 이중주 중심의 실내악 무대, 우리소리 등 다양한 국악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또 22일에는 시립극단이 뮤지컬 갈라쇼를, 23일에는 시립소년소녀합창단원의 작은 콘서트가 열린다. 마지막 날인 24일 금요일에는 시립무용단이 현대무용 ‘Dance For You'를 무대에 올린다.대구시립국악단 이현창 예술감독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예술단체와 예술가들도 새로운 공연 형태로 시민들과 꾸준히 만나는 등 문화예술 공연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구시립예술단이 그 중심에서야 한다는 예술단원들의 뜻이 모여 이번 공연이 성사 됐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DAC on Live’는 문화예술회관 공식 페이스북,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이 가능하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 달서문화재단…‘힘내요! 대구 예술인’ 참가 예술인·단체 모집

대구 달서문화재단이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지역 예술계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문화 컨텐츠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예술인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클래식·국악·실용음악·무용·연극·뮤지컬·거리극 등을 대상으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신청 접수를 받아, 모두 16개 팀(개인 및 단체)을 선발해 약 5천만원 가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은 공연계획의 충실도 및 실현가능성, 소요예산의 적정성 등을 심사해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이번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예술인과 단체들은 각 장르별로 약 2주간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다채로운 공연 콘텐츠를 무료로 선보이게 된다.모든 장르별로 2년 이상 공연활동 경력이 있는 예술인이나 대구 소재 전문공연 예술단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원자는 우대한다는 방침이다.달서문화재단의 ‘힘내요, 대구 예술인’ 콘서트는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과 와룡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서 온라인을 통한 스트리밍 또는 무관객 녹화후 공연 영상을 따로 송출하는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게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달서문화재단 웃는얼굴아트센터의 예술인 지원 프로젝트 ‘힘내요! 대구 예술인’은 코로나 사태로 공연 무대가 사라져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를 돕고,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달서문화재단 이태훈 이사장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지역 예술인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힘내요! 대구 예술인’ 프로젝트를 통해 위기에 처한 지역 예술계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고 대구시민과 달서구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한편 달서문화재단은 지역의 독립 영화인들을 위한 ‘시네마 프로젝트 10인 10색(가칭)’, 대구 미술인들을 위한 ‘달서갤러리, 작은 전시장 온라인 전시’등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코로나19 최대 피해지역 대구에서 희망 메시지 전한 지역 인디 뮤지션들

“대구에 사는 우리는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시민을 응원합니다.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을 응원합니다.”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이 시민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음악을 직접 만들어 동영상 공유 채널에 올렸다.예비사회적기업 ‘컬처팩토리 아지트’(이하 아지트)는 유튜브에 자작곡 ‘힘내라 대구! 플라이 업 코리아’, ‘지켜 줄게’ 등 두 곡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대구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한 지난달 초 ‘희망 프로젝트’에 착수했다.아지트 최남욱 대표가 쓴 곡에 참여할 뮤지션을 모으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 10명이 흔쾌히 달려와 ‘힘내라 대구! 플라이 업 코리아’, ‘지켜 줄게’ 를 완성했다.정작 본인들도 코로나19로 모든 공연 행사가 취소돼 생계마저 위협받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신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누군가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제안에 모두가 공감했다는 것이다.밴드 카노의 보컬 송미해씨는 “많은 분을 위로할 수 있는 작업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며 “이 음악이 시민에게 작으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녹음과 영상 제작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출연자들이 시차를 두고 한 사람씩 작업실에 들러 해당 파트의 노래를 부르고 촬영도 진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은 뮤지션들의 녹음 장면 외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방역 공무원, 군인, 소방관 등 코로나 영웅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엮어 노래의 감동을 한층 더해 준다. 영상은 공개 1주일 만에 조회수 4천 회에 이르는 등 지역사회에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직장인 이지은(33)씨는 “친구가 알려줘서 영상을 봤는데 노래를 듣는 동안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 우리 주변 영웅들의 모습과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희망 프로젝트가 부른 ‘힘내라 대구, 플라이 업 코리아’는 코로나19로 일상이 정지된 시기를 이겨 내며 바이러스와 싸워 온 시민, 의료진, 방역 공무원 등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송가라고 할 수 있다. ‘지켜 줄게’는 상처받은 시민을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발라드곡으로 희망을 담은 서정적인 가사를 붙였다.밴드 모노플로의 보컬 김하나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시민에게 힘을 준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여러 뮤지션과 연대해 좋은 곡을 불러 스스로 위안을 받는 느낌이다”고 말했다.희망 프로젝트에는 윤성·조건호(아프리카), 채의진(더 옐로우), 김하나(모노플로), 송미해(카노), 손진욱(당기시오), 최태식·김학수(오늘하루), 이서용(두고보자), 유수미(싱크로니시티)가 참여했다.아지트 최남욱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뮤지션들도 상상 이상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대구시민과 국민을 응원하자는 취지에 모두가 공감했다”고 말했다.‘힘내라 대구, 플라이 업 코리아’(https://youtu.be/UGiBHUDHhF8), ‘지켜 줄게’(https://youtu.be/Ko81QHHhjJw)는 유튜브로 시청할 수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천영애의 영화산책…‘가버나움’

“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까지 높아지겠느냐 음부에까지 낮아지리라 네게 행한 모든 권능을 소돔에서 행하였더라면 그 성이 오늘까지 있었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하시니라.”(마태복음 11:20∼24)예수는 가버나움에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그 유명한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여주었으나 사람들은 회개하지 않고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그리하여 예수는 가버나움이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레바논의 빈민가에서 출생기록조차 없는 12살짜리 자인이라는 한 소년이 동네 아이로부터 빼앗은 스케이트보드 위에 커다란 냄비를 묶어놓고 그 안에 한 살짜리 요나스라는 어린아이를 태워 다닌다. 자인이 요나스를 안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워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진 유모차인 셈이다.요나스의 엄마는 불법체류자로 구금되어 교도소에 있고, 그것을 알지 못하는 자인은 요나스를 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12살의 아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요나스를 태운 냄비는 덜커덩 털털거리며 시장바닥을 헤매다니고 어른들은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두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인과 요나스 같은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음부에까지 낮아진 레바논의 풍경이다.레바논에서 빈곤과 버려진 아이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5년간 이어진 종교전쟁인 레바논의 내전은 최대 23만 명의 사망자와 약 35만 명의 난민을 양산했으며, 수많은 고아가 거리의 아이들이 되었으니 자인과 요나스는 35만 명 중의 한 명인 셈이다.자인은 아이가 많고 가난한 집의 맏이인데 어느 날 여동생 사하르가 초경을 하면서 집주인에게 팔려가다시피 시집을 간다. 11살이었던 사하르는 임신을 하고 결국 하혈로 숨지고 마는데 그걸 안 자인이 사하르의 남편을 칼로 찔러 버린다. 법정에 선 사하르의 남편은 그녀가 결혼이 뭔지나 알 나이였는지를 묻는 변호사에게 “이미 꽃이 피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조혼풍습이 만연한 이슬람에서는 여자 아동의 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딸이 초경을 하면 팔다시피 결혼시켜 버리는데 그들도 그걸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자인은 법정에서 사하르의 남편에게 말한다. “사하르가 감자냐? 아님 토마토인가? 꽃이 피게”“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레바논 빈민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는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인간의 정의에 대해 물음을 묻게 한다. 자인의 부모, 이웃들은 지금 우리의 가치관으로 보자면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이지만 그들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생존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정의에 대해 묻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사치인가. 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버나움은 예수의 예언처럼 멸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영화 속의 가버나움, 레바논 빈민가는 멸망하지 않고 존속되리라고 믿는다. 소돔에는 롯이 있었듯이 가버나움에는 자인 같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제9회 달성군 관광사진 공모전…‘달성을 줌(Zoom)하다’ 개최

대구 달성문화재단이 관광사진 공모전 ‘달성을 줌(Zoom)하다’를 개최한다.올해로 9회째를 맞는 달성군 관광사진 공모전은 달성군의 우수한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매년 일반 부문과 스마트폰 부문으로 나눠 시행하고 있다.최근 2년 이내 촬영된 사진이면 응모가 가능하고 수상자에게는 최대 3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작품은 오는 9월7일부터 29일까지, 1인 3점 이내로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심사결과는 10월15일 일반 부문 20작품, 스마트폰 부문 15작품을 선정해 발표한다. 입상작은 11월 중 달성군청 참꽃갤러리에서 별도 전시회도 갖는다.이번 관광사진 공모전의 응모 주제는 달성군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달성군의 주요 관광자원(관광지, 문화유적지, 축제 등) △달성군의 수려한 자연환경 △전통시장, 일상생활 등 달성군의 다양한 모습과 생활상 △나만이 알고 있는 숨겨진 달성군의 명소 △그 외 달성군의 관광매력을 담은 홍보가치가 있는 사진이면 된다. 다만, 기존 수상작들과 동일한 주제 및 촬영구도는 피해야 한다.달성문화재단 관계자는 “달성군 관광사진 공모전을 통해 달성군의 참모습을 전국에 널리 홍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공모전 관련 자세한 사항은 달성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3-659-4293.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봄기운에 빠져 들고 싶은 날, 읽기 좋은 신간

‘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봄 같지 않은 나날의 연속이다. 그래도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진한 감성으로 봄기운에 빠져 들고 싶은 날, 혼자 가만히 읽으면 좋을 새로 나온 책 몇 권을 꺼내 본다.◆무궁화의 여왕/김지영 지음/그레잇윅스/238쪽/1만5천 원 ‘무궁화의 여왕’은 미실에 의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쫓겨난 신라 공주가, 오랜 고난을 겪은 뒤 로마와 서역의 지혜를 신라 문화와 통합해 혹세무민하는 어둠의 미실을 내몰고 빛의 문화 제국을 세우는 대서사시다.사실 선덕여왕의 공주 시절 기록은 전혀 없다. 김지영 작가는 역사의 기록 대신 새로 작품을 창조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누군가 역사에서 지워버린 것 같은, 그녀의 젊은 시절 기록이 전무한 것이야말로 내게 극한의 상상력을 요구했다. 즉위 이후의 기록만 존재할 뿐 공주 시절에 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부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역사적으로 미실은 슬픈 존재다. 미실에 대한 기록은 사서에는 없고 오직 위작 논란이 있는 화랑세기에만 나온다. 미실과 덕만 두 신녀간의 대립은 역사적 기록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저자의 자전적 경험과 현시대를 담아 은유화한 것이다.책의 결말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미실은 자살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년에 세력을 잃고 병에 걸려, 절에서 사랑하는 이의 간호를 받으며 죽었다. 그러나 나는 미실이 덕만을 금관의 독으로 죽이려다, 진정한 사랑을 목격해 스스로 독이 가득한 금관을 쓰고 자신을 심판한다고 상상했다. 그것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묵시다.”대구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많은 시간을 지역 사찰에서 보냈다. 그래서 팔공산과 부인사는 특별히 인연이 더 깊다고 소개한다. “제 첫 책은 ‘크레이추얼파워’로 선덕여왕 리더쉽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집필을 위해 부인사를 찾은 날 한 스님께서 ‘고난을 겪을 것이니 참아내라’고 한 말씀이 기억난다”며 “곧 출간 예정인 원작 소설 ‘무궁화의 여왕’에서는 팔공산과 부인사가 중요하게 부각 된다”고 소개했다.저자는 서역을 떠돌다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생사의 고난을 겪고 살아 돌아와, 최초의 통일을 준비한 영웅 ‘김덕만’의 대서사시를 당당하게 펼쳐 보인다. ◆불과 나의 자서전/김혜진 지음/현대문학/196쪽/1만3천 원 2012년 등단 이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시선으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김혜진 작가의 이번 신작은 지난해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재개발 이후 빈부 격차로 양분된 지역사회 간의 갈등으로 황폐한 곳, 대물림되는 빈부에 대한 불안과 집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욕망을 깊이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재개발의 광풍마저도 번번이 빗겨간 달동네 남일동의 일부가 부촌인 중앙동으로 행정 편입되며 우리 가족은 중앙동의 주민이 된다. 내 부모는 원래 중앙동에 살았던 듯 남일동에 선을 긋지만, 친구들은 나를 남토(남일동 토박이)라 부르며 은근한 멸시의 눈총을 보낸다.졸업 후 여행사에 취직한 나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동료를 변호하다 같은 신세가 되고, 그즈음 남일동으로 이사 온 주해와 그녀의 딸 수아를 만난다.버려진 동네 같았던 남일동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삶을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내는 그녀들을 보며 나는 새로운 희망을 품지만, 힘들게 입학한 중앙동 초등학교에서 수아가 남민(남일동에 사는 난민)이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주혜를 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마침내 시작된 남일동 재개발사업. 조합 사무원으로 일하며 힘을 보태던 주혜의 숨겨왔던 부정한 과거가 밝혀지자 마을은 요동치고, 결국 모녀는 남일동을 떠나게 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주류 사회에 편입하고자 했던 주혜의 일그러진 욕망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오버랩되는 나와 내 부모의 모습을 발견한다.공동체의 일원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각자의 어긋난 욕망으로 그 세계와 불화하며 번번이 좌절하고 마는 한국 사회의 씁쓸한 모습을 객관적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투사한 소설이다. ◆푸른 눈썹/하아무/도서출판 북인/252쪽/1만3천 원 하아무 작가의 소설집 ‘푸른 눈썹’에 실린 9편의 중·단편에는 깊은 슬픔과 고통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하아무의 문학은 주변부 존재들의 깊은 슬픔과 고통의 삶을 담고 있다. 어두운, 그러나 그 슬픔과 고통을 딛고 일어서서 앞길을 열어 나가는 ‘아름다운 한의 문학’이다.하아무 소설의 중심인물은 하나같이 안간힘을 다하지만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여운 존재이다. 폄하와 냉대의 차가운 눈길, 이기적 욕망, 배신, 그리고 평화로운 일상 속으로 문득 밀고 들어와 가족을 해치는 느닷없는 폭력이 그들을 가난과 불안정의 삶으로 내몰아 가둔다.그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큰 고통과 깊은 슬픔으로 언제나 어둡고, 찢겨 피 흘리고 있다. 때로는 타자를 향하는 날카로운 살의에 갇히기도 하고, 자신을 겨누는 자기 파괴의 욕망에 휩쓸리기도 한다.이모와 이질 두 여인이 있다. 재첩조개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하저구 출신이라 택호가 하저구댁인 이모는 원양어선을 타던 남편을 젊어서 잃었고, 가난 속에서도 정성을 다해 기른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조카 재은도 참혹한 사고로 어린 딸을 너무나 일찍 떠나보냈다. 그리고 쏟아지는 비난의 말과 눈길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남편조차 그녀를 비난하며 떠났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상실감의 블랙홀이 바로 발아래 검은 입을 벌리고 있으니 언제 그 속으로 빠져들지 모른다. 그러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기르지 못한다면 그들은 일어설 수 없다.하아무 소설 세계는 안팎으로 무너지고 부서지는 이들이 토하는 절망의 신음, 하늘에 가닿는 원한의 울부짖음으로 가득 차 아수라 지옥과도 같다. 이 점에서 하아무 문학은 비참의 문학이다. 그런데 이 같은 비참과 절망의 상황 저 깊은 곳에서는 견디는, 움트는, 나아가고 솟는 신생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함께 떠나는 박물관 나들이(3)…계명대학교 벽오고문헌실과 행소박물관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정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웅장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동산도서관이다. 이곳에 국가 지정문화재인 보물 22종을 비롯해 약 7만8천여 권의 고문헌을 수장한 벽오고문헌실이 있다. 전국 사립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보물 보유 수량을 자랑한다.벽오고문헌실의 출발은 1968년 도서관 서가에 일반 책들과 함께 관리되고 있던 고서(古書) 600여 권을 추려 고문헌실을 만든 게 계기가 됐다.대표적 소장품으로 왕실 한글 편지첩인 ‘신한첩’, 훈민정음 최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용비어천가’, 조선시대에도 구구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신간상명산법’, 영조가 왕이 되기 전에 아버지 숙종으로부터 받아서 읽었던 ‘삼국사기’ 등이 있다.보물 1946호 ‘신한첩’은 숙휘공주가 왕실로부터 받은 한글 편지 35편을 모은 편지첩이다. 숙휘공주는 조선 제17대 효종의 4녀로 태어나 12세에 정제현과 혼인해 출궁했으며, 이후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신한첩’에는 아버지 효종과 어머니 인선왕후, 오빠 현종과 올케 명성왕후, 조카 숙종과 조카며느리 인현왕후가 각각 딸과 동생, 고모에게 쓴 한글 편지가 들어 있다.계명대 홍보실 하지원씨는 “조선시대 남자는 보통 한문을 사용했기 때문에 국왕의 한글 편지는 매우 귀하다. 받는 사람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한글로 편지를 쓴 것으로 보인다”며 “효종과 현종, 숙종의 한글 글씨를 ‘신한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인현왕후의 한글편지는 이 ‘신한첩’에 유일하게 수록되어 있다”고 설명했다.보물 1463호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을 사용한 최초의 작품으로 1447년 처음 간행됐다.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 후 이를 시험하고 조선 창업의 정당성을 알릴 목적으로 ‘용비어천가’를 짓게 했는데,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보물 1704호 ‘신간상명산법’은 조선시대 대표 수학교과서다. 조선시대 잡과 과목의 산사(算士) 선발의 필수 교재로 사용됐고, 우리에게 익숙한 구구단이 ‘구구합수(九九合數)’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어 있다.또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79호 ‘삼국사기’는 한반도 고대 국가인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이 ‘삼국사기’는 1711년에 숙종이 승정원(현 청와대 비서실)을 통해 연잉군에게 하사했던 책이다. 연잉군은 후일 영조로 조선 후기 부흥을 이끈 임금이다.한편 계명대학교는 동산도서관 벽오고문헌실과는 별도로 제1종 전문박물관인 행소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행소박물관은 1978년 지역사회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기 위한 취지로 남구 대명동 대명캠퍼스 동서문화관 2·3층에 개관했다.1977년 고령 지산동 45호분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까지 대구·경북지역 일대의 중요한 유적에 대한 학술조사를 중점적으로 추진했다.또 김천 송죽리 유적 조사를 통해 내륙에서 최초로 신석기시대 마을유적을 발굴했으며, 경주 황성동 유적 발굴조사를 통해서는 신라로 성장해 가는 사로국의 기술력인 제철 유적을 발굴해 고대 경주 황성동에 철기생산과 관련된 전문가 집단이 거주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이 외에도 대가야문화권에 속하는 고령에 산재한 고분군 발굴을 통해 대가야에서도 대규모의 순장이 이루어졌음을 최초로 밝혀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산동 32~35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은상감환두대도·철제 갑옷·그릇받침·굽다리접시 등 다양한 유물을 통해 대가야의 우수한 철기와 토기 문화를 밝혀냈다.행소박물관은 2004년 성서캠퍼스에 신축 이전 후 연건평 6천㎡ 규모로 계명역사자료실과 시대별 전시실, 특별전시실 외에 시청각실·학예연구실·유물정리실·유물수장고·뮤지엄카페·세미나실 등을 갖춘 종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행소박물관 권순철 학예사는 “현재 행소박물관은 발굴조사를 통해 확보한 유물과 기증 및 구입 유물 등을 포함해 수 만점을 소장하고 있다”며 “박물관설립 당시였던 1978년에 수장 유물이 1천225점이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이다. 또 초기에는 발굴한 고고유물이 많았으나 이후 절구, 가죽신 등과 같은 민속 유물도 꾸준히 확보 했다”고 설명했다.이 시기 확보한 국보급 소장품이 현재 계명대 행소박물관 소장품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조선후기 김윤겸의 화풍을 잘 보여주는 ‘진주성도’는 당시 진주성의 모습을 자세하게 담고 있어 2008년 12월 보물 제1600호로 지정되기도 했다.행소박물관은 수장전시물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특별 전시회를 열어 지역 사회와 소통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인 동곡실은 초대 박물관장을 지낸 김종철 명예교수의 호를 딴 전시공간으로 매년 두세 차례씩 특별전시가 열린다.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은 한반도 구석기시대 문화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석기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의 문화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약 2천여 점의 유물을 시대별로 전시해 일반에 공개했다. 또 ‘대영박물관전’, ‘중국국보전’, ‘헝가리 합스부르크 왕가 보물전’ 등 지역에서 보기 힘든 대형 국제전시뿐 아니라 ‘조선의 어진’과 같은 희귀 유물전시회도 유치해 지역민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한편 행소박물관은 김천 송죽리 유적에서 출토된 비파형동검 등 대표유물 10여 점을 3D로 제작해 홀로그램 영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유물의 측면과 뒷면을 모두 관찰할 수 있도록 첨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박물관 관람 후에는 인증샷을 찍어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인쇄해 갈 수 있도록 ‘행소박물관 탐방기 시스템’도 별도로 갖추고 있다.권순철 학예사는 “향후 행소박물관은 전용 앱을 제작해 누구나 쉽게 박물관의 전시품을 접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 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김권구 관장

“박물관은 전통적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토대로 다양한 특별전과 내실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유치원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문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사고가 자랄 수 있도록 박물관이 노력해야 합니다.”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김권구 관장은 대학 박물관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특히 강조 했다. 김 관장은 행소박물관이 일찍부터 대학캠퍼스의 담을 넘어 지역민과 함께 문화를 공유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또 “‘유물은 그 스스로 말한다’는 주장과 ‘유물은 그 스스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라는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며 “이에 대한 판단은 학습의 단계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관람객이 유물을 감상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열린 문화공간 혹은 열린 문화플랫폼이 바로 대학박물관”이라고 말했다.1997년부터 2002년까지 국립대구박물관장을 지낸 김 관장은 2004년부터 행소박물관장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전시와 사회교육프로그램을 활발히 펼쳐 행소박물관을 지역사회 대표 문화기관으로 육성 했다는 평가다.“2000년대 들어서 대영박물관 보물전·중국 국보전·중국 근현대 수묵화 명가전 등 대규모 국제전시와 국립고궁박물관 어진특별전을 포함해 지역에서 보기 힘든 대형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며 “문화아카데미, 공개강좌, 큐레이터 체험프로그램, 유적답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춰 개발·운영하고 있다”고 소개 했다.김 관장은 “앞으로 행소박물관은 품격 있는 특별전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라면서 “24시간 방문자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스마트박물관을 강화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융합으로 이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열린 문화공유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계명대 행소박물관은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대구의 서쪽 지역의 문화 공백지대 해소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김 관장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김 관장은 “행소박물관이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 지역민의 문화향유에 기여하고, 지역문화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