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염귀순 ‘손이 말하다’ 수상소감

언제였던가, 가슴 두근거리며 들어섰던 글 동네. 그러나 글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절뚝거리고 무너지고 일어서기의 되풀이다. 어질어질한 격랑의 세상에서 울렁거리는 속을 단속하기 위해서라도 앉으나 서나 글 생각이지만 쓰면 쓸수록, 알면 알수록 아스라한 것이 글과 나의 관계다.하지만 정지에 이르렀을 때 달리는 이유를 아는 것처럼, 글밭은 내 삶을 삶 되게 하는 숙명적인 터전이다. 스스로의 기도처이자 묵상의 장소이며, 세상을 향한 통로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일이 고통이라면 오직 자신의 몫이고, 기쁨이라면 절반은 결핍과 부재의 몫이라던 말에 공감하며 아프더라도 멍들진 않는다. 사고의 전환이 무디어지지 않고 절절한 가슴으로 쓸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랄뿐이다.글쓰기가 삶의 힘인 글쟁이들에게 축제의 장을 펼쳐준 대구일보사와 따뜻한 눈길로 봐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함께 길을 걷는 부경의 문우들, 늙지 않는 사고와 감성을 가진 지도교수님, 동행할 수 있어 글 길이 외롭지만은 않다는 말과, 부끄럽지만 고마운 마음을 드리며….△문학예술 등단△BS금융문학상공모 대상 외 다수△수필집 ‘펜을 문 소리새’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염귀순 ‘손이 말하다’

손은 세상과 소통하는 열쇠다. 숨길 수 없는 온도를 담아 타자와 교감하고 세상과 교류한다. 손을 잡고 놓고 오므리고 펴고 엎는다. 악수는 우호의 표시이고 박수는 환영과 응원, 찬사를 표하는 것이며 ‘손에 손잡고’는 마음과 힘을 합한다는 뜻이다. 세상 밖 어떤 힘이 간절할 적에는 두 손부터 모은다. 조용히 합장하고 비손하는 자세엔 신에게로 향한 혼신의 염원이 담겨있다.호미곶 ‘상생의 손’은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 모든 국민이 서로 도우며 살자는 의미를 담았다. 동해안 해돋이 명소와 ‘손’, 생각해 보니 썩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엄청나게 큰 청동상(靑銅像)의 손이 하나가 아니다. 육지의 해맞이광장엔 왼손이, 바다엔 오른손이, 그리 멀지 않은 사이를 두고 마주 보며 있다. 그리움은 저 두 손의 거리 안에 있는 것인지. 손바닥에 인생의 골목길 같은 손금이 선명하게 드러난 손 모양에 놀라면서도 친근감이 와 닿는다. 우리는 삶이라는 거친 바다를 손에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할 사람들이 아닌가. 손과 손이 맞닿으면서 삶의 용기, 감동, 풍요가 더해지는 것이 인생길인 만큼 눈앞의 손이 왠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때 가장 아름다운 손이 되었다’고, ‘손에 대한 묵상’에서 정호승 시인이 말했다. 손은 감성적이다. 손을 잡고 보면 체온이 통하고 끈끈한 무엇이 흐르고 마음 문이 스르르 열린다. 힘든 세상 고독한 관계에서 단절의 아픔을 딛고 사람들과 소통하고픈 누군가의 꿈이, 통신망을 발달시키고 우리에게 스마트폰의 세계를 열어주었을 테다. 그렇다고 심층의 외로움까지야….가끔은 세상살이가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흘러간다. 난데없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일상이 휑해졌다. 사람을 제대로 만날 수 없다. 가급적 사람끼리 손잡지 말기를 권장 받는 상황이 하룻길 여행을 부추겼다 할까. 마스크로 무장하고 막연함과 홀가분함으로 한반도의 최동단 호미곶을 찾아왔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 객기가 보태어졌는가, 알려진 동해안 풍광 말고도 몰랐던 역사 이야기까지 펼친다.역사의 진실은 이따금 아프다. 하지만 되돌아보고 새겨야 한다고 바다에 불쑥 솟아있는 손이 말하는 것 같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격암 남사고는 호미곶을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하면서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했다. 육당 최남선은 일출제일의 호미곶을 조선 10경의 하나로 꼽았다. 한반도를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포효하는 형상으로 묘사하고,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며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고 했으니, 일제는 이곳에 쇠말뚝을 박아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으려 하였다. 거기에다 한반도를 연약한 토끼에 비유하며 호미곶을 토끼 꼬리로 비하해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해방 후 세대인 내가 여중에 다니던 시절 지리 과목 시간에도 어찌 된 영문인지 호미곶을 토끼 꼬리를 닮았다고 외운 기억이 난다. 새삼 알았지만 굴곡의 역사는 질기도록 사람의 머리 한구석을 지배하기도 한다.오늘따라 호미곶의 바다는 잔잔한 남색 평원이다. 세상을 더 많이 더 깊이 읽는 중인지 이따금 몸을 뒤척일 뿐 고요하다. 뭍에서 바다 위로 이어진 ‘해파랑길’로 들어서니 하늘과 바다를 가늠하기 어려운 수평선이 파도도 없이 가물거린다. 한여름 외딴곳임에도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에게 막 생성된 청정한 바람이 호의를 베풀어준다. 온몸으로 바람의 기운을 들이킨다. 세속의 티끌마저 씻어보고자 깊숙한 호흡을 해본다. 균형추가 덜커덕거리는 길을 잠시 벗어난 걸음들이 바람처럼 의외로 유유하다. 삶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더라도 세월은 흐르고 역사는 오늘도 고된 한 구비를 엮어내고 있음을 바람인들 모르리.바다에 떠 있는 손이 기억의 매듭 하나를 푼다. 사납게 갈퀴를 세운 어마어마한 태풍이 세상을 휩쓸던 추석날 아침이었다. 퍼붓는 빗줄기에 위험수위를 넘긴 저수지가 순식간에 범람했고 천지는 물바다였다. 동생을 업고 피난길에 나선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급물살에 휩쓸렸다. 누가 팔을 붙들고 늘어지다 놓쳐버리는 걸 발견한 아버지는 한 손에 든 짐과 내 손을 놓고 달려가셨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물살과, 죽음으로 떠밀리는 어머니의 젖은 몸과, 신기(神技)의 힘으로 끌어올리던 아버지의 손. 어린 나에게 그날은 천지개벽의 순간이었다. 비바람을 뚫고 엄청난 공포에 맞선 아버지의 손은 내가 본 가장 위대한 손이었다.손은 한 인생의 노트다. 오랫동안 받아낸 세월과 살아온 자취가 오롯이 새겨진다. 삶의 험난한 바다에서 아버지의 손은 강직하고 정직했으나 재물을 갖진 못하였다. 내 젊은 발목을 낚아채는 현실이 원망스럽던 탓에, 손을 잡아주기만 바라고 아버지의 손을 다정하게 먼저 잡아본 적이 없다. 그런 맏딸을 겉으론 무표정으로 지켜보시며 홀로 삼킨 외로움이 쓰리고 아리지 않았으랴. 이제 다시는 잡을 수 없는 아버지의 손, 돌아볼수록 한없이 외로운 손. 그럼에도 삶을 가꾸는 모든 손은 귀하고 아름답다.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저 손은 무엇을 꿈꾸는 걸까. 또 다른 손이 포개어주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건 아닐까. 사시장철 바람, 파도, 바닷물과 더불어 지내는 게 일상일, 조금은 서늘해 보이는 청동의 손은 언제나 무언이다. 갈매기 한 마리가 손가락 끝에 가볍게 앉았다가 날아간다. 새에겐 바다에 솟은 커다란 손이 지친 날개를 접을 수 있는 세상없는 쉼터인가보다. 바다와 손과 새의 어울림이라니, 얼마나 서로 믿고 어우러져야 사람끼리도 저리 여유로울 수 있을지.고립이라는 막막함에 하루 일탈을 감행했던 길에서 손을 보았다. 코로나 19가 이끌고 온 의심과 불안의 공기에 ‘지나치게 혼자이다’가 달려오고 말았던 건 무슨 끌림에서였나. 호미곶 지형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형상으로 다가온다. 손이 말없이 가르침을 준다. 얼굴은 천연스레 가면을 쓰거나 입술은 새빨간 거짓말도 서슴없지만 손은 무언으로 소통하는 거라고. 쉼과 나아감이 조화롭게 이어져야 건강한 삶이라고. 한 찰나는 뜻밖의 깊은 시간도 될 수 있겠다. 하루하루가 옥죄던 차에 탁 트인 바다 곁으로 와본 것은 잘한 선택이었지 싶다. 여기 커다란 손 앞에서라도 나, 힘들다며 한 번쯤 백기를 들어보는 거다.‘상생의 손’이 질문을 던진다. 인생은 결국 공수래공수거이거늘 어떤 손을 가졌나요? 두 손을 맞댄 채 눈을 감으면 1분 안에 서로 전기가 통하는 손이라면 좋겠다. 움켜쥐거나 오므리기만 하는 손 말고, 밀치거나 선을 긋는 손 말고, 손가락질하는 손 말고, 잡아주고 박수쳐주는 손이면 더욱더 좋겠다. 베푸는 손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런 손이기를 소망하며 두 손 모은다.어둡고 탁한 것들을 염치없이 바다에 부려놓고 돌아서는데 아버지의 손이 다가와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준다. “따뜻한 가슴 오래 간직하여라.” 울컥, 목젖이 따가워진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온라인 축제로 만나는 '대구국제재즈축제'

올해 대구국제재즈축제가 온라인 축제로 대체된다.대구국제재즈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제13회 대구국제재즈축제는 코로나19사태로 대형 야외공연 대신 사전에 제작된 공연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온라인 축제 형식으로 바꿔 진행하기로 한 것.조직위원회는 행사 취지와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축제 일정은 기존과 같이 3일간 진행하고, 입국이 어려운 해외뮤지션을 제외한 국내 정상급 뮤지션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첫날인 24일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출신 재즈뮤지션 론 브랜튼 재즈그룹(Ronn Branton Jazz Group)을 비롯해 보컬리스트 김혜미를 주축으로 한 재즈그룹 Hear by Chance By. H, 지역 재즈그룹 애플재즈오케스트라(Apple Jazz Orchestra)의 공연이 펼쳐진다.특히 이날은 초청가수인 린(Lyn)이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작사한 특별곡 ‘엄마의 꿈’을 선보인다.25일에는 지역의 각종 행사에서 재즈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Sunny Jazz Big Band와 남경윤 Band, 마뉴엘 바이얀드 밴드(Manuel Weyand Band)와 이기욱 Electric Band, 찰리정밴드(Charlie Jung Band)가 공연한다마지막 날인 26일에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통 재즈뮤지션 김명환 트리오와 김혜영 Quintet, Swan Kim Jazz 앙상블, 정은주 Jazza Quintet, Big Band VOLCANO의 공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또 이번 축제 영상에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도민을 위해 참가 뮤지션들이 직접 전하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 ‘대구찬가’ 영상도 공개된다.이번 재즈축제 영상은 유튜브 대구국제재즈축제TV와 컬러풀대구TV, 대구국제재즈축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대구국제재즈축제 강주열 조직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및 공연 관계자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내년에는 다 같이 모여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의: 1544-1850.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예술발전소…예술융합공연 ‘The Signal In Daegu 2020’ 진행

대구 중구 수창동 대구예술발전소는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예술융합공연 ‘The Signal In Daegu 2020’을 오는 26일 오후 3시, 6시 두 차례에 진행한다.대구예술발전소 3층 수창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자음악협회 ‘새온소리’가 대구의 이야깃거리를 소재로 현대음악 제작기술을 접목시켜 완성한 음악공연이다.사방에서 흘러나오는 다채널 오디오 시스템, 유사 홀로그램 스크린에 투사되는 창의적인 입체영상 그리고 무용수의 몸짓과 소리에 반응하는 사운드는 공연장인 수창홀을 풍성하게 채운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번 공연을 진행하는 전자음악협회 새온소리는 전자악기와 컴퓨터를 활용해 다양한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모임이다.사전예약을 통해 한번에 30명까지만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대구예술발전소 인스타그램 라이브 또는 새온소리 유튜브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문의: 053-430-1228.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서양화가 박경아 개인전 ‘In the middle of the forest’…우손갤러리

“지난해 ‘어디든 무엇이든’이라는 주제로 시리즈 작업을 진행했는데 지금 전시와는 표면적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금까지 이끌어나가는 작업 전반에 걸친 정서적 메시지나 줄거리는 항상 유지하고 있습니다.”삶에 대한 인식과 현실에 직면한 감정을 풍경이나 자연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자서전을 써내려가듯 시각화하는 서양화가 박경아 개인전이 11월20일까지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우손갤러리에서 열린다.‘In the middle of the forest’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Landscape with curtain’, ‘Schweigsam 침묵하는’, ‘Walk’ 등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박경아 작가는 최근 들어 자연과 추상 사이에 존재하는 회화적 공간에 매료돼 작품의 대상으로 활용한다.그의 회화 속에서 자연은 가상의 영역을 은유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투영된 상징적 매개체다. 초기에는 어두운 숲이나 커다란 나무의 그림자 또는 빛과 그림자가 우연히 만들어낸 자연의 공간 등을 표현한 반추상적 회화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숲’은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모티브로 은유적이며 상징적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득한 숲의 형상을 묘사하는 일련의 작품에서는 창문이라는 시각과 통찰을 상징하는 감각기관을 경계로 내부와 외부로 구별된 모호한 두 공간이 마치 개인의 삶과 현실적 운명 사이의 비극적 거리를 암시한다.지난 몇 년에 걸쳐 박경아 작가는 대상의 구체성이 사라지고 즉흥적인 선의 움직임과 생동감 넘치는 색채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추상적 어휘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그는 “화면에서 대상성이 사라진 것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대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암시되는 인식의 세계이지 대상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라며 “인식의 범위가 강조될수록 대상성이 흐려지고 모호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대상의 구체성이 사라진 그의 그림은 정서적 강렬함과 지적인 단호함이 강조된 복합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반면 역설적이게도 이미지의 구체성이 사라진 추상적 회화 공간에서 오히려 미지의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문학적 의미의 ‘숲’이 초기의 작품보다 더 구체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작가의 그림이 더 이상 풍경이나 자연을 모방하는 방식이 아니지만, 자연에 대한 비전을 역동적이고 물질적이며, 동시에 영적이고 지적인 가상의 공간으로 확장된 해석을 가능하게 해 문학적 맥락으로 통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작품 ‘Walk 워크’ 시리즈는 어떠한 형식이나 목적을 정해놓고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마치 삶의 실제 순간에 대응하고 부유하는 인생이라는 ‘숲속을 걷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그리고 숲은 숲 그 자체의 해석이 아닌 그 숲속을 걷고 있는 주체의 인식에 의해 그 경로가 탐색된다.1974년 대구에서 태어난 박경아 작가는 영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1998년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후 2007년까지 독일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우손갤러리 이은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회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작품의 흐름 속에서 작품 전반에 걸쳐 함축적으로 내재한 작가의 숨겨진 미적 개념의 정체를 찾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문화예술회관…지역 원로 연극인들의 무대 ‘언덕을 넘어서 가자’ 막올려

대구문화예회관이 오는 25~26일 이틀간 지역 원로 연극인들의 무대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선보인다.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연극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공연은 이만희 작가의 작품을 극단 온누리 이국희 대표가 연출을 맡고 이동학, 채치민, 김미향, 홍문종, 김삼일씨 등 지역 연극계의 원로들이 호흡을 맞춘다.팍팍한 삶을 이끌고 절망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그리움을 이만희 작가 특유의 언어적 감수성과 이국희 연출가의 연출선으로 담백하게 그려내고, 평균 60세가 넘는 원로연기자들의 원숙한 연기가 돋보이는 무대다.연극은 70세를 눈앞에 둔 초등학교 동창생 고물상 주인 완애와 자룡, 그리고 보험설계사 다혜의 이야기다. 세 사람은 모두 결혼에 실패했고, 지금의 삶도 넉넉하지 못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이들에게 싹트는 우정과 애증을 그린다.완애 역에는 대구시립극단 훈련장인 이동학씨가 자룡역에는 채치민, 다혜역에는 김미향씨가 각각 맡는다. 특별출연으로 채소 장수역 홍문종, 콜택시 운전사역 김삼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배우 각자의 캐릭터에 완벽한 몰입감과 생동감 있는 호흡으로 작품 속 인생의 연륜을 돌아보게 한다.대구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공연일정이 연기된 상황 속에서도 원로 배우들은 오랫동안 개인 연습을 이어 왔다”며 “순수 연극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역 연극 무대를 지켜온 원로 연극인들의 열정과 예술혼을 만날 수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한편 이번 공연은 객석두기 운영에 따라 비슬홀 전체 239석 중 55석만 오픈할 예정이다.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연극은 전석 1만 원이다. 문의: 053-606-6133.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구도의 마음으로 지은 실타래 ‘선(禪) 한 선(線)’…을갤러리 차계남 개인전

한지를 1센티미터 간격으로 자른다. 작가가 매일을 수양하듯 먹을 갈고 마음을 담아, 반야심경과 금강경 등의 경전을 쓰고 그림을 그린 수천 장의 한지다.작가는 가늘게 자른 한지를 다시 한 줄 실에 얇게 꼬아 희고 검은 무늬를 품은 커다란 타래를 만든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한 올 한 올 꼬아낸 작가의 선은 수 백 수 천의 글과 점, 그리고 선을 그려 지나간 흔적과 흰 여백을 함께 품으며 작은 부피를 가진 ‘선’으로 형태가 전이된다.작가는 그의 작업 재료인 선을 직접 만들고 동시에 글과 그림의 의미와 상징을 잘라내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시도를 담는다.본드와 풀을 배합해 만든 접착제를 캔버스 표면에 바르고 한지 가닥을 하나하나 붙여서 한 면을 완성하면 다시 풀을 발라 한지를 붙이는 작업을 반복한다. 작가는 “지난 40년간 주제로 했던 ‘시간성’을 한지로 표현하고 있다”고 표현했다.오랜 기간 동안 형식적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온 작가로 올해 대구미술관이 선정한 다티스트(DArtist)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차계남 작가의 개인전이 다음달 10일까지 대구 남구 이천동 을갤러리에서 열린다.‘선(禪) 한 선(線)’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끊임없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발전, 확장해 나가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그동안 전시장을 꽉 채운 묵직한 무게감의 작품으로 작가를 ‘크고, 검은 화면의 작가’로 이해 해 왔다.그러나 을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크고 검은 화면에서 벗어나 그간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의 ‘선(線)’ 자체에 주목한다. 일본에서 섬유를 공부한 작가는 오직 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의 근간이 되는 실을 만든다.작가는 “서예와 사군자를 배우며 먹으로 반야심경을 쓰고 사군자를 치기 시작하며 쌓인 수많은 한지가 결국 선의 재료”라고 이야기한다.한지와 먹이라는 재료를 만나면서 시작된 작가의 작업은 씨줄과 날줄을 짜 엮는 섬유예술과 다르게 화면에 실을 접착하는 기법을 도입했다.그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섬유 예술로부터의 결별”이라고 했다.한지를 꼬아 만든 실을 화면에 붙이는 행위로의 전환은 그가 이어왔던 작가 의식의 대대적인 전환과 동시에 이미 가득 가진 것을 버리고 스스로를 새로운 것으로 채우려는 치열한 구도의 자세가 담겨있다.차계남이 잣는 실은 ‘선(禪) 한 선(線)’이다.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작업실에서 온종일 종이를 잘라 실을 꼬아 만들고 또 화면에 반복해 붙이는 과정은 오랜 시간과 마음을 다해야만 하는 인고의 과정이다. 오랜 지긋함을 견뎌야 만날 수 있는 그의 작업 과정은 마치 고행과도 같은 노동의 결과물이다.동시에 수직, 수평으로 이어진 선의 몸짓과 반복은 작가의 정신과 마음을 그대로 담은 하나의 수행의 산물이다. 수백수천 장의 화선지와 그것을 잘라 꼬아낸 한지 실타래가 가득 쌓여 깊은 먹 냄새가 가득한 작가의 작업실에서 ‘나는 오로지 이것 만드는 것 밖에 할 줄 모른다’라고 말하는 차계남의 말은 우리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던져준다. 현재 차계남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미술관 아트뱅크, 부산시립미술관, 일본시가현립근대미술관, 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 헝가리 사비리아미술관, 미국필립스대학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소장하고 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문화재단 청년예술가 ‘윤유정 피아노 독주회’

대구문화재단 5기 청년예술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윤유정 독주회가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이번 독주회는 윤씨가 청년예술가로 선정된 후 갖는 첫 독주회로 베토벤 25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후기 소나타 중 한 곡과 슈만 소나타 1번을 함께 연주한다.독일 피아노 소나타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 필립 라모’와 ‘로버트 무진스키’의 소품곡 등 새로운 음악도 함께 소개하는 자리다.청년예술가육성지원사업은 2년마다 15명의 지역 청년예술가를 선정해 우수한 작품을 선보이고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대구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만 35세 이하의 시각예술, 음악, 무용, 연극연출, 전통예술 분야에서 선정된 청년예술가는 매달 80만 원의 창작지원금과 워크숍, 교육, 전문가 모니터링, 홍보자료집 등 2년간 체계적인 활동 지원을 받아 지역을 대표하는 차세대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지난 4월 청년예술가 5기 음악분야에 선정된 피아니스트 윤유정은 경북예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음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재원이다.9세의 나이에 대구음악협회 콩쿨 전체대상을 시작으로 한국영아티스트, 음악세계 외 다수의 콩쿨에서 1위 및 전체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피아니스트 윤유정은 여러 장르와 레퍼토리의 확장에 대한 관심으로 국내외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는 등 현대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또 줄리어드음대에서 매학기 주관하는 Piano Scope에도 참여해 세미나와 연주를 함께 가지며 클래식음악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UN 세계장애인의 날 기념 행사에서는 발달장애우 스페셜앙상블과 함께 연주회를 갖는 등 연주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이번 공연은 전석 초대 공연으로 진행된다. 문의: 010-3388-4103.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극단 처용 정기공연…‘삼도봉미스터리’ 무대에 올려

극단 처용이 정기공연으로 ‘삼도봉미스터리’를 대구 남구 대명동 대명공연거리 우전소극장 무대에 올린다.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지는 ‘삼도봉미스터리’는 우연하게 삼도봉양곡창고의 토막 시체를 목격한 4명의 농민들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웃음과 풍자, 해학으로 풀어내는 코믹극이다.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네 사람 모두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한없이 디테일하고 무한 친절히 상황을 재현한다.또 삼도봉 농민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픈 사연은 우리 농촌의 현실을 엿보게 한다.연극 ‘삼도봉미스터리’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줘 관객들은 누구나 한번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연출가 성석배씨는 “각자의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삼도봉 농민들의 현실을 통해 관객들은 웃음과 아픔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문의: 053-653-3086.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금상-이은숙 ‘경주 먹 이야기’

그 빛은 경건하여 천년을 비추고, 그 향은 겸허하여 천 리를 간다.옛 선비들은 나를 문방사우 중 으뜸으로, 한낱 물건이 아닌 고결한 정신을 가진 인격체로 여겨서 정신 수양의 매개로 삼았었다.벼루 위에 나를 세우고 온 마음을 모아 혼탁한 정신을 갈아내면 내가 닳아지는 만큼 선비의 정신은 정갈해지고 맑아져서 마침내 높은 경지로 고양되고, 그 고양된 영혼이 나를 통해 글로, 그림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선비의 붓에 묻혀지는 순간의 나는 단순한 먹물이 아닌 정신 수양의 결정체이며 드높이 고양된 인간 영혼의 분신인 것이다.하나의 먹으로 태어나 인간의 정신 수양의 매개로서, 고양된 영혼의 분신으로서 그것을 쓰고 그려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할 수 있으니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고난 속에 살아온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이다. 나는 사실 상처 입은 30년 된 소나무였다.세파에 시달려 온몸에 생채기가 끊이질 않았고, 누구 하나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이 없어 홀로 몸속의 송진을 쥐어짜내 덮어가며 살아왔다. 그러던 나를 경주 먹장 유병조 선생이 먹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것이다.아픔은 느껴 본 사람만이 그 고통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고, 시련을 겪어내고 더 큰 가치를 추구해 본 사람만이 참고 견뎌 온 세월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름 없는 산골짜기에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던 나를 알아보신 유병조 선생도 나와 같은 고통 속에 살아오셨다. 궁핍하고 남루한 생활 속에서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먹만 바라보며 팔십 평생을 살아오셨다.마음의 상처를 눈물로 덮고 육신의 고통을 땀방울로 덮으면서 보낸 팔십 년의 세월이 송진처럼 엉겨 붙어있었지만, 그 세월을 태우고 또 태워서 고통을 날려 보내고 그 그을음처럼 가벼워진 정수를 긁고 또 긁어모아 드디어 경상북도 무형 문화재 제35호 경주 먹장으로 지정되신 것이다.“나의 인생은 한 번도 호화롭게 살지 못하였으나 막상 무형 문화재가 되니 굶주리며 살아온 인생에 후회 없고 더 바랄 것이 없다.”모 언론 인터뷰에서 하신 이 말씀 속에는 팔십 평생 살아오신 선생의 모든 삶과 철학이 먹처럼 응축되어 있다.배고픔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던 열세 살의 소년 유병조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먹과 인연을 시작하여 70년을 먹과 함께 외길을 걸어오셨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먹을 만들었으나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평생 그을음을 들이마신 대가로 천식을 달고 살았다.그러나 먹을 향한 선생의 끊임없는 열정과 집념은 고단한 삶을 견뎌내는 원천이었고 수없이 많은 실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수천 번의 도전 끝에 전통의 먹을 재현하는 데 성공하여, 1997년 먹 만들기 기능 전수자 (1997-04호)로 선정되었고, 2005년 해인사 팔만대장경 탁본용 먹물 스무 말을 제공하였고, 2009년에는 마침내 경상북도 무형 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다.평생을 깨끗한 손을 가져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새까만 그을음 속에 뒹굴면서 열세 살 소년은 백발의 팔십 노인이 되었지만, 선생의 얼굴에선 품격있는 묵향이 풍겨 나오는 듯하고 선생의 형형한 눈빛은 먹을 닮아있다.나는 소나무를 태워 얻는 그을음에 아교와 향을 배합하여 만들어진다. 나는 곱게 자란 소나무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생채기로 얼룩진 상처마다 진물 같은 송진이 흘러나와 엉겨 붙은 ‘관솔’이라야 한다. 30년 이상 된 관솔 한 그루를 모두 태워야 손가락 하나만 한 나를 겨우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생명이 더해진다.농경 사회에서 한 식구처럼 지내며 평생 온갖 궂은일을 해낸 소의 일생이 더해지는 것이다. 소의 가장 질긴 힘줄과 가죽과 뼈를 몇 날 며칠 고아서 끈끈한 원형질이 남으면 소나무의 그을음과 섞어 반죽을 한다. 소나무가 연소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분신인 그을음을 긁어모아, 소의 가죽과 뼈와 힘줄을 고아서 마지막 남은 원형질과 섞는 것이다. 여기에 장인의 땀방울과 눈물이 섞이면서 품격있는 영원함을 향한 준비를 한다.장인은 산천을 헤매며 장뇌, 용뇌, 매화 그리고 사향 등에서 향을 채취하여 마지막 품격을 높인다. 묵향이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고매한 묵향이 더해지면서 먹은 비로소 경건하고 겸허한 장인의 영혼과 완결된 일체가 된다.이제 완성된 하나의 먹은 동트기 직전의 밤하늘처럼 푸른 빛이 감도는 고고한 검은 빛을 내뿜으며, 송진이 엉겨 붙도록 처절하게 그러나 이상을 잃지 않고 살아온 30년 소나무의 삶과, 힘줄이 질겨질 대로 질겨지도록 고단하게 그러나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성실히 살아온 소의 삶과, 묵묵히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향을 키워온 장뇌, 용뇌와, 추운 날씨에도 기개를 잃지 않고 꽃 피운 매화의 삶을 경건하고 겸허하게 말한다. 경주 먹장 유병조 장인의 눈물과 피땀 어린 인생이 함께 뿜어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나는 이렇듯 세상에 함께 태어나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고귀한 삶과 장인의 피땀 어린 눈물을 간직하였기 때문에, 그저 단지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정신을 가다듬고 인격을 정화하는 수양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고, 또 그리하여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지금까지 살아 올 수 있었다.경주 먹장 유병조 선생의 피땀 어린 집념과 열정으로 내가 다시 존재함을 깊이 되새기며, 장인의 뜻을 받들어 나의 본분인 인간 영혼의 고양된 최고의 경지를 표현하는 데 온몸을 사를 것을 다짐한다. 나를 통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된 최고 경지의 인간 영혼이, 영원한 생명을 얻어 이 땅의 후손들에게 영원히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금상-이은숙 ‘경주 먹 이야기’ 수상소감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오르던 어린 시절의 숱한 밤들을 뒤로 하고 냉정한 척 돌아서서 얼마나 마음 아파했던지.고단한 생활로 하루 하루를 살면서도 문학은 그 시절의 열정을 간직한 채 가슴 한구석에 뜨거운 불덩이로 남아 수시로 나를 불렀다.머언 먼 세월을 돌아서 이제야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너를 꺼낸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설레임으로 응모한 철없는 저의 도전을 따스하게 받아주신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온 생애를 통한 깊은 감동으로 인생을 다시 한번 숙고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신 경주 먹장 유병조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이름 없는 골짜기의 볼품 없는 소나무 같은 나를 기꺼이 재료 삼아 함께 영원함을 꿈꾸는 남편,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약력△1986년 공주 사대부고 졸△1990년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졸△현) 서울 더세인트병원 이사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 류현서

9월의 태풍이 연이어 지나갔습니다. 태풍이 물러간 하늘은 맑고 푸르기만 한데 나무들은 가지가 떨어져 생채기를 당했습니다. 나무도 더러는 나처럼 마음에 담겨진 이야기를 터놓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세상의 중력을 안고 살아가나 봅니다.나무를 바라봅니다. 잎들이 진한 빛을 더해갈수록 살아있다는 존재의 의미입니다. 나무는 가식이 없는 본연의 솔직함 그 자체입니다. 자연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나무를 보고 꿋꿋한 의지를 배웁니다.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대상이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순간 숨이 멎을 것 같더니만, 가슴이 쿵쿵거리기 시작했습니다.이제까지 글을 쓰면서 크고 작은 상들을 받아봤지만, 이번처럼 가슴 떨리는 때가 없었습니다. 일과처럼 여기며 써온 작품들이 많아 문화체험에 여러 해 응모를 하였으나 동상, 장려상, 입상에 그쳤습니다.봄이 오려면 겨울을 이겨내야 하듯, 대상의 영광은 쉽게 오는 게 아니라 천천히 다가온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태어나고 꿈을 키운 곳에서 문화체험이란 공모전이 있어 자부심을 가집니다.옥에도 티가 있다고 하는데 저의 작품인들 왜 티가 없겠습니까. 부족한 저의 작품을 허투루 보시지 않고 눈여겨 봐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더욱이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에도 경북문화를 고취 시키고, 수필가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문학의 큰 마당을 펼쳐주신 대구일보사 고맙습니다.대구일보사장님과 수고하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대구일보사의 무한한 발전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오늘의 이 대상을 저의 문학의 디딤돌로 삼아 더욱 더 전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약력△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201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2016년 청림남구문학상 △2017년 포항스틸에세이 대상 △2019년 원종린 수필문학 작품상 외 다수.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 당삼채

짙은 햇살이 창가에 와서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을 하는 아침이다. 팔월 초의 날씨는 여름의 권위를 내세우기라도 하려는 듯 온 힘을 다해 적의를 뿜어댄다. 햇볕은 불덩이를 녹이는 것같이 이글거린다. 잡다한 일상을 접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경주로 향했다. 여기에도 마치 하얀 불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다. 박물관 입구부터 햇살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든다. 이런 것을 보면 자연이 천지 만물의 주인이고, 거기에 따르며 사는 사람들은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신라역사관으로 들어섰다. 소장된 문화재들이 많다. 그중에서 자그마한 항아리에 시선이 꽂혔다. 붉은색과 푸른색과 하얀색의 무늬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다. 삼색이 어울리어 안정감을 준 무늬가 곱다. 경주에서 출토되었지만, 당나라에서 제작되었다는 항아리이다.중국 당나라는 일찍이 ‘삼 종주국’으로 일컬었다. 도자기의 종주국, 옥공예의 종주국, 차의 종주국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형태가 둥글면서 색조는 유럽풍이 깃들었다. 당시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는 상태에서 800–900도의 온도를 견뎌내지 못하여 서서히 흘러내린 무늬가 당삼채다.어찌하여 당나라의 그릇이 먼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었을까. 아마 그때부터 문화교류를 한 당나라와 신라는 교역이 잦았다는 입증이 아닐까. 당삼채의 매력은 단연 색깔이다. 그만큼 신라가 문화의 다방면으로 활발했다는 증거품이리라. 당삼채는 주로 귀족이나 왕가 무덤의 부장품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특이한 도자기의 빛에서 당대의 귀족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당삼채로 만들어진 작품은 항아리뿐만 아니라, 벼루를 비롯하여 술잔, 사발, 말, 낙타, 마부, 사자, 남녀 인물상 등이 있다고 한다.하나의 색이 아닌 몇 가지의 색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배색이 되었다. 화려하되 난분하지 않고, 호화로운 느낌을 주는 채색이 인상적이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묘하다. 생각에 잠기어 그늘에 홀로 앉았다. 알록달록한 무늬가 조화를 이룬 빛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 세포들이 뜀박질하기 시작한다. 생각은 비어 있는 허공을 채우려는 듯, 절묘하게 배색된 빛에 온갖 상상이 춤을 춘다.혼자 분리된 색깔이 아니라 함께 섞이어 더 고운 빛. 당삼채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근원을 읽는다. 살을 섞고 사는 부부나 그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 할지라도 생각이나 취향이 각자 다를 수가 있으며, 음식의 구미도 제각각일 수 있다.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엇갈리는 의견에 부딪혀 된소리도 나오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 허망함을 느끼기도 한다. 자식의 실수에 얼굴을 찡그리고 남편이 하는 일이 마땅치 않아 투덜대는 날도 있다. 쇠털같이 많은 날에 함박웃음을 웃는 날이 있는가 하면, 고뇌하는 날, 때론 화들짝 놀라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럭저럭 맞추며 살아갈 수밖에.티격태격하다가도 어려운 일이 닥치면 서로를 감싸는 게 가족이다. 자신의 고집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 또한 인생 아니겠는가. 웃어른의 충고도 약으로 삼고 남편의 생각도 받아들이고 가족의 의견을 참작하면서, 조금씩 양보하여야 원만한 가정이 이루어진다. 남편의 뜻과 자식의 뜻과 내 뜻이 서로 합해져서 가정을 이루고 일가를 이뤄 간다. 남편과 아내와 자식이 어우러진 삼색. 그것이 바로 황색, 녹색, 백색이 배합된 당삼채 같은 빛이 아닐까 싶다.붉은빛이 도드라지면서 푸르고 푸른빛이 선명한 가운데 흰색이 더 돋보인다. 자로 잰 것 같지 않고 격의가 없으면서 서로를 돋보일 수 있도록 떠받쳐 주고 있다. 딱딱한 느낌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고 유연하게 감싸 안아 자연스럽게 어울린 저 빛깔. 우리 인생도 부부간이나 자식에게나 저 빛처럼 서로를 떠받쳐 주어야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으리라.당삼채 앞에 섰다. 이렇게 고운 그릇에 죽은 사람의 뼈를 담았다는 거다. 한 생애 동안 깃들었던 일들을 바라보듯 한참을 바라본다. 어떤 분의 육신을 담았을까. 혼은 구천을 떠돌고 무거운 육신이 담겨 있는 쉼터. 고고한 빛은 과거의 색과 현재의 색과 미래의 색이 아닐는지.우리 인생에서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별할 수 없는 것임을. 삶과 죽음에 연결되지 않으려고 하는 한 시인이 있다. 그의 방에는 시계가 없고, 거울이 없으며, 달력이 없다고 한다. 시계가 없으니 초조함과 조급함을 모르고, 거울이 없으니 늙어가는 줄 모르며, 달력이 없으니 세월 가는 줄을 모른다고 한다. 절로 살고 싶다 하여 그의 호가 ‘나절로’가 되었다.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영원히 만나지 않으랴. 죽음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지극히 슬픈 만남인 것을. 나절로 선생도 남은 생을 혼자 능동적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 없이 먼 여정을 가기에는 고독하지 않으랴. 누군가의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누구와 대화를 나누어야 사람 냄새를 풍길 수 있을 터이다.주름진 나의 얼굴에도, 흰 머리카락이 희끗거리기 시작한 남편의 모습에도 당삼채 같은 세월이 담겨 있다. 그 반면에, 이제 이십 대의 푸름을 내뿜는 활기찬 자식은 무슨 색을 뽐낼까. 지금은 푸른색의 저 자식도 세월 따라 이 색 저 색으로 섞이어 결국엔 당삼채의 빛으로 물들어 갈 터이다. 그리하여 세계는 분해되는 일 없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각자 제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생(生)과 사(死)는 아무 걸릴 것 없이 돌아가고 또 돌아간다. 순환 법칙은 사람이나 만물이나 다 같아서 오면 가고 가면 오게 되는 것을. 이렇듯 우주는 쉼 없이 회전하게 되는 것이리라.온종일 당삼채에 빠져 있다가 늦은 오후에 발길을 돌린다. 돌아오는 길에 진한 흙냄새 풍기는 들녘엔,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 인생이 박혀 있다. 새색시 치마 같은 노을이 서산마루에 펼쳐졌다. 황새 한 마리 깃을 털며 너울너울 날아간다. 초록으로 물든 들판 위에 빨갛게 타는 노을 아래, 하얀 황새의 색이 더욱 선명하다. 황새가 날아간 하늘가에는 아직도 햇볕이 마지막 열기를 뿌리고 있다.호기심 많은 내가 박물관을 찾아온 것은 역사를 기억하고 싶어서다. 붉은 노을과 푸른 들판과 하얀 황새에서 세월을 읽는다. 삼색이 어울린 자유로운 조화를 보며 인생도 당삼채 같은 빛으로 늙고 싶다. 당삼채에 담긴 세월이 곱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피아니스트 김정아 독주회...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

피아니스트 김정아 독주회가 오는 23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SONATA’ 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독주회에서 김씨는 스칼라티, 베토벤,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이다.경북대와 미국 New England Conservatory를 거쳐 미국 노스텍사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씨는 현재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현대피아노음악연구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지금까지 모두 26차례의 국내외 독주회와 대구시립교향악단,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국내 오케스트라는 물론 루마니아 흑해오케스트라, 대만 춘지성교향악단 등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진행했다.교육부장관상과 루마니아 예술가상을 수상한 그는 미국 우수음악인협회 회원으로 초빙되기도 했다.전석 초대로 진행되는 이번 피아니스트 김정아 독주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예약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문의: 010-6665-3880.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미술가의 외길을 걸어온 대구 원로미술인들이 전하는 삶의 궤적…대구 원로화가회전

대구 원로화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대백프라자갤러리는 2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갤러리A관에서 이영륭, 김동길, 문종옥, 유황, 민태일 등 지역의 원로화가들의 근작 30여 점을 선보이는 ‘대구원로화가회전’을 갖는다.이들 외에도 이천우, 정대현, 최학노, 정종해, 조혜연, 박중식, 유재희, 주봉일, 손문익, 신현대 화가 등 모두 15명의 지역원로작가가 참여한다.대구원로화가회는 2009년 창립해 이듬해인 2010년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첫 번째 ‘대구원로화가회전’을 가진 이후 이번이 11회째 작품전이다.대구는 1920년대 서울, 평양과 함께 서구미술의 유입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으로 꼽힌다. 영남문화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지리적 여건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서동진, 이인성, 이쾌대, 박명조, 김용조, 서병오, 서동균 화백 등 지역출신의 유명화가에 이어 1950년대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문화예술 재건운동에 앞장섰던 주경, 손일봉, 정점식, 강우문, 장석수 화백 등은 대구미술의 새로운 신화를 싹 피운 주역들이다.이후 전후 1세대 화가로 지역미술교육 일선에서 활동했던 이영륭, 유황, 정종해, 김동길 화백 등은 대구현대미술의 신화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이들의 풍부한 경험에서 오는 역량과 열정 가득한 작가정신은 차별화된 예술세계를 탄생시키기도 했다.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이영륭 화백은 “회원 모두가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변함없는 창작의욕과 오랜 경륜이 묻어난 작품을 꾸준하게 제작해 오고 있다”며 “대구화단의 존경받는 원로로 남아 지역미술발전에 보탬이 되는 작가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전시소감을 전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