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원해연 유치 ‘절반의 성공’… 탈원전 지역 피해 지원은

탈원전 정책에 경북 동해안 지역경제가 큰 피해를 입고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전 사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 지역경제 성장의 새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이하 원해연) 경주 유치마저 절반의 성공에 그쳐 지역민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원해연 분리 설립이라는 정부 결정에 지역민들은 그동안 국익을 위해 타지역에서 기피하는 원전 관련 시설들을 지역에 두는 것을 참아 왔는데 그 결과가 이런 것이냐며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역 나눠먹기이고 정치적 셈법에 다름 아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지역피해 지원을 위해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요청해 놓고 있는 경북도는 원해연 분리 결과에 유감을 표시하고 향후 원자력과 관련된 경북의 현안사업에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주에 중수로해체연구원 건립…절반의 성공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4월15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경북도, 경주시 등과 함께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에 필요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경주시 감포읍 일원에 중수로해체기술원(추산 건립비 700억 원), 부산·울산 접경지역인 고리원전 안에 경수로원전해체연구소(추산 건립비 1천700억 원)가 2021년 하반기까지 설립된다.산자부는 원전해체 원천기술 상용화와 실증을 위해 원자로 모형, 제염 성능 평가시설, 절단설비 등 핵심 장비를 연구소에 구축할 계획이고, 이를 통해 향후 국내외 원전 해체시장의 선점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또 원해연 분리 설립과 관련, 원자로 형태 및 폐기물 종류에서 중수로와 경수로가 서로 다른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전해체연구소를 2곳으로 나눠 설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전 세계 원전은 총 453기이고 이중 170기가 영구정지 상태로 전체 해체시장 규모는 550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2030년까지 원전 11기가 설계수명이 종료될 예정으로 해체시장 규모는 22조5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현재 국내의 원자력발전소 30기 가운데 4기가 중수로고 나머지 26기는 경수로다. 전 세계 중수로 원전은 10개국에 63기가 있다.◆ 원해연 입지 결정, TK 패싱인가경북도는 정부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경주 건립을 확정한 지난 2005년부터 경주 일대가 원자력 해체기술 연구를 위한 최적의 지역임을 내세우며 유치활동을 펴왔다.경북에는 국내 원전 30기 중 14기가 위치해 있고, 특히 경주에는 국내 유일의 중수로 원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중저준위 방폐장 등이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의 설계- 건설- 운영- 폐기물처리까지 모든 것이 한 지역에서 가능한 ‘원사이클 집적화’의 최적지라는 것이었다.여기다 경북에 위치한 원자력 관련 핵심기관들이 국내 최고 수준의 원자력 해체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런데 유력해 보였던 경주유치 분위기는 3월 들어 이상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애초 3월로 예정됐던 원해연의 입지 발표가 별다른 이유없이 연기되더니 3월 중순께는 부산-울산 내정설이 흘러 나왔다.산업부가 곧바로 해명에 나서 입지를 비롯해 규모, 방식 등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내정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원해연 분리 설립 결정이 발표되자 원전 해체기술의 연구·개발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한편, 원해연 입지 발표 이후 경북도와 경주시는 정부에 원자력 분야 추가 사업 지원을 촉구했다.경주시는 국제 에너지과학 연구단지 유치를 추진한다. 5천 억~1조 원이 투입되는 에너지과학 연구단지는 국내 원자력기술의 역량 유지 및 강화를 위해 혁신원자로 개발 분야의 투자 및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사업을 맡게 된다.또 경북도는 방사성폐기물 정밀분석센터 설립, 사용후 핵연료 과제 관련 지방세법 개정, 천지원전 자율유치지원금 380억 원 영덕 사용, 원전지역 지원특별법 제정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탈원전에 따른 지역 피해와 대응탈원전 정책은 경북 동해안지역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신한울원전 3·4호기 설계 중단, 영덕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 등이 현실화되면서 지역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휘청이고 있다.경북도가 2018년 전문기관에 의뢰한 ‘탈원전 지역피해 규모’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피해만 9조4천93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법정지원금 및 지방세수 감소(5조360억 원), 사회·경제적 손실(4조3천195억 원), 영덕 천지원전 특별지원가산금 감소(380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고용 감소 피해는 연인원 1천27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됐다.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경북도는 ‘원전지역 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고 경북도의회는 2018년 9월 원자력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박승직, 경주)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 어떻게 진행됐나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한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기에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등이 포함됐다.이어 문 대통령은 당선 1개월여가 지난 2017년 6월19일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해 탈원전 시대의 시작을 선포했고, 그해 6월27일 첫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이를 공론화 할 것임을 밝혔다.2017년 12월29일 향후 15년간 시행될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는 2022년까지 폐쇄한다는 내용이었다. 2018년 6월15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이사회를 열고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건설 영구중단을 의결했다.◆ 탈원전 정책, 찬-반 주장 계속탈원전 정책은 추진된 지 2년이 돼 가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찬반 주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원전 사고가 초래할 재앙적 결과의 예방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존 원전의 계속 가동 및 신규 건설이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원전 이용 찬성론자들은 원전 1기 건설 시 경제적 효과가 약 50억 달러에 달하고 원전 수출의 경우 중형차 25만 대, 스마트폰 500만 대 판매량과 맞먹는 경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중지하면 기존에 조성된 국내 원전산업 인프라가 붕괴되고 실제 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이에 대해 원전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2083년까지 2세대 6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고 노후 원전은 수명연장 없이 폐쇄하는 순차적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우려하는 전력수급 차질이나 환경오염, 경제손실 등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pjw@idaegu.com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의 시시비비/ ‘스튜어드십 코드’가 뭐길래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지난 8일 별세했다. 그의 부고가 그가 대한항공 경영에서 퇴출당한 지 10여 일만에 나온 탓인지 이런저런 말들이 있다. 어쨌든 국내 항공, 운송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조 회장은 3월27일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 안이 부결됐다. 부인과 두 딸의 갑질 등 그간의 사정을 보면 그의 퇴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지만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오너였기에 설마 그렇게까지 될까 하는 전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하루 뒤인 3월28일에는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이 경영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그는 정기주총을 하루 앞두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이 회계부실로 감사보고서를 제때 내놓지 못해 주식거래가 일시 정지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국내 양대 항공사 오너의 사실상 동시 퇴진은 그 배경에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주총 표 대결 패배와 자진 사퇴라는, 책임지는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경영 실책과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됐었다는 점에서 그렇다.주식 관련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절대 망하지 않을 기업을 골라 장기 투자해라.’ 그리고 그런 기업의 조건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꼽아 놨다. 주가수익비율, 배당률, 주당순자산가치, 기업문화, 독자적 비즈니스모델 등등.그런데 국내 투자전문가들이 유독 강조하는 내용은 따로 있다. 경영자의 능력이 그것이다. 국내 기업의 내부 환경이 여전히 서구 선진국만큼 투명하지 않고 재벌로 통칭되는 대기업의 문화가 건재한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투자 팁’이라고나 해야 할까.조 회장의 퇴진과 함께 관심을 끈 것이 그 배경이 됐던 ‘스튜어드십 코드’ 였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불가침의 존재로 여겨지던 재벌 회장님을 쫓아낸 스튜어드십 코드. 이 기회에 확실하게 알아두자. 앞으로도 뉴스에 한 번씩 나올 것 같아서 말이다.스튜어드십(Stewardship·집사의 직무)과 코드(code·준칙)를 조합한 용어인데, 2010년 영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제도이다. 현재 캐나다 홍콩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는 2016년 12월19일 도입돼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불린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때 지켜야 할 절차 및 기준을 말한다.사실상 국내 최초라고 하는 대한항공의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측면이 더 평가받는 듯하다. 주주총회라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부적합한 경영자를 퇴출·퇴진시켰고, 이를 계기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재벌 기업에서 벌어졌던 무분별한 황제경영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도 대체로 주주권 행사의 긍정적 측면으로 보는 듯하다.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부족한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이 낸 연금으로 민간영역인 기업의 경영권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점에서 대체로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 그동안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최상위 투자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았고, 이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했다. 지금도 또한 그렇다.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외부평가는 시장에서 하고 내부평가는 주주들이 하는 게 정상적인 시스템 작동이라고 본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되고 경영 실책이 있거나 부도덕한 경영진은 주주들이 책임을 묻는 게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다.그런데 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기업 경영환경은 여전히 경제외적인 요소가 관여하고 있고, 내부평가 시스템은 작동될 수 없는 게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 적잖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내는 게 아닌가 싶다.

이슈추적-사진물 3장 첨부

서브사진1-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에는 지금까지 텐트가 가득 차 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모습.연합뉴스 서브사진2-자유한국당 대구, 경북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국회에서 포항 지진을 정부 과실의 인재로 규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피해 구제와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포항지진 피해지원법’ 발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인사진-지난 2일 오후 포항 중심가인 육거리에서 포항 50여개 단체가 만든 ‘포항11·15 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주도로 포항시민이 모여 지진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슈추적/ 포항지진은 인재… 특별법 제정 힘 받나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이 국가가 시행한 지열발전 실험이 원인이라는 정부의 공식발표에 따라 특별법 제정, 피해 배상 등 포항지진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포항시민들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특별법 제정과 피해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 3만여 명은 2일 도심 한복판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국가 차원의 배상과 지역 재건을 요구했다.자유한국당은 의원 113명 전원이 참여한 ‘포항지진 특별법’을 지난 1일 발의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진상조사와 피해지원 안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과 특별위원회 구성 등 국회 차원의 조치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정부는 포항지진 지원 대책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시키고 지열발전 기술개발 사업 중단과 현장복구 방안을 이달 중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시민 3만명 결의대회포항지역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일 포항 시내에서 시민 3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시민들은 지진피해 배상과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요구했고,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은 삭발식을 하고 시민들의 결의를 대변했다. 또 이에 앞서 3월23일부터 시작된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청원’에는 10만명(2일 기준)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포항 시내 전역에는 ‘정부 규탄 및 배상 촉구’ 현수막이 내걸려 지역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정치권도 가세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일 의원 113명 전원이 참여해 ‘포항지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김정재(포항 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올해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계획이다.발의된 법안은 ‘포항지진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등 2개 법안이다. 앞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3월26일 이강덕 포항시장 등과 함께 국회의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에 협력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지사는 또 이날 국무조정실장을 만나 총리실 산하에 ‘포항 대지진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배상금 지급 대상 심의와 손실 보상을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피해배상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나포항시민들은 특별법 제정과 함께 재산피해 배상을 위한 소송도 현재 진행 중이다. 범대위는 이미 2018년 11월 정부와 발전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 2차 소송을 진행했고, 3차 소송을 위해 현재 참여시민을 모집 중이다.이와 함께 정치권이 추진 중인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그동안 정부의 지진피해 복구 지원을 받지 못한 이재민과 상가 공장 교회 사찰 등도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손해배상 소송은 최대 2~3년까지 걸릴 수 있지만 특별법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등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1년 내 개정도 가능하다는 게 범대위의 판단이다.피해 구제 특별법에는 배상 및 보상금, 위로지원금의 지급 대상과 금액을 결정할 ‘배상·보상 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배상·보상금 및 위로 지원금 신청 대상은 지진발생 당시 포항시 거주자 및 체류자, 사업장 운영자, 근로 및 학업 수행자, 포항에 동산 및 부동산 소유자 등이 포함됐다. 또 포항시의 침체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특별지원 방안을 강구해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돼 있다.11·15포항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 내 법률분과에서는 포항시변호사협회와 함께 별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범대위는 3월29일 포항 지열발전소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지진 원인 발표 이후 정부 대응정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협의회를 갖고 포항지진 진상 규명과 지역발전소 처리, 피해 대응, 지역경제 지원 등에 대해 논의했다.당·정·청은 포항지진 지원대책을 이달 추경에 포함시키고 지열발전 기술개발 사업 중단, 현장복구 방안 등을 이달 중에 마련하기로 했다. 지진 진앙에 가까운 포항 흥해의 경우 특별재생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진 원인 발표 직후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 관련 절차를 영구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 확보 방식으로 원상 복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정부는 또 2019년부터 향후 5년 동안 2천257억 원을 투입해 포항 흥해에서 특별재생사업을 진행해 주택 및 기반시설 정비, 공동시설 설치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포항시민들은 현재 영일만 앞바다 등지에 건설 중인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폐기도 요구하고 있다.◆지열발전 실험이 지진 촉발지난 3월20일 대한지질학회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단은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정부조사단 소속으로 독립적 조사를 진행한 해외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미국 콜로라도대학 쉐민케 교수는 “포항지진은 지열 발전 물주입정 자극에 의해 유발됐다. 물 주입이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단층을 활성화시켜 본진을 유발했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정부조사단은 해외조사위와 국내전문가 연구결과를 종합해 결론을 발표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4km 이상 깊이에 구멍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 지열로 데워진 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로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포항지진은 발생 이후 그 원인을 두고 자연지진이냐,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3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만들어 1년 동안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왔다.◆포항지진 피해는규모 5.4 포항지진은 공식측정 이후 역대 두 번째(첫 번째는 규모 5.8 경주지진, 2016년 9월 발생) 규모의 강진이다.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90세대, 200여 명이 여전히 포항 흥해체육관에서 텐트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지진으로 2017년 11월16일 대입 수능이 11월23일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부상 등 인명피해가 135명이나 발생했고, 공식 재산피해는 5만여 건, 850억 원에 달했다. 이재민도 1천800명이나 됐다.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집값 하락, 정신적 피해 등 간접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재 포항시민단체가 추산하는 피해 금액은 5~9조 원 정도에 이른다. 정부는 지진발생 직후 복구비용으로 1천800억 원을 책정했고 현재까지 피해복구가 작업이 진행 중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pjw@idaegu.com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의 시시비비- 지도층의 역사인식

얼마 전 전두환씨가 23년 만에 법정에 섰다. 그것도 광주에서다. 혐의는 사자명예훼손으로, 지난 2017년 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모욕한 것이 그를 재판정에 오르게 한 것이다.지난 3월12일 낮 광주지방법원 입구에 그가 도착했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법정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혐의 인정하느냐.” “발포 명령 부인하느냐.” 혐의 질문에는 대꾸가 없던 그였지만, 발포 명령 여부를 묻는 말에는 “이거 왜 이래!”라고 짜증 섞인 고함을 내질렀다.이를 두고 전 씨의 반성 없음을 질타하는 소리가 나왔고, 더불어 그동안 그가 국민에게 던진 말들도 다시 회자되었다. “예금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다.” “미국식과 같은 민주주의를 했다.” 그의 말들은 발언 당시 정국 상황에 따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기간도 다소 차이를 보였다. 그 말의 무게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정략적인 이용 가치에 따라서 그랬던 것 같다.공교롭게도 전두환씨가 광주 법정에 출두하던 그 날, 국회에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을 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주십시오.” “지난 70여 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또 그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해방 후 반민특위로 국론이 분열됐던 것을 모두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얼마 후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내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며 말 바꾸기를 하기도 했다.전두환씨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연속선상에서 생각난 것은 아마 같은 날 벌어졌다(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은 며칠 후에 있었다)는 동시간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두 사람의 발언에 함의된 ‘역사’라는 말이 연상 작용을 일으켰던 것 같다.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객관적 사실로서의 역사와 주관적으로 재구성한 역사의 상호 작용을 강조한 의미라고 본다는데, 전 씨와 나 원내대표는 객관적인 사실로서의 역사와 주관적 의미로서의 역사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그 발언을 한 것일까. 지도층의 역사 인식이 대중들에게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울 따름이다.다시 한번 전두환씨의 회고록을 살펴보자.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다. “5·18특별법에 의한 검찰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광주사태와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게 밝혀졌다.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일 뿐이어서 패자의 얘기는 모두 묻히게 된다. 나의 회고록이 세월의 힘을 빌려 진실을 밝힌다 해도 신화처럼 굳어진 편견과 오해가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또 “광주사태는 북한 특수부대에 의한 도시게릴라 작전이었다”라고 주장했다.그는 회고록에서 자신을 역사의 패배자로 보면서 편견과 오해가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기록된 역사는 역사가가 주관적으로 다시 구성해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사실을 조작하거나 왜곡한 것이라고 부정하는 데까지야.오랜만에 국회 문을 연 정치권은 어김없이 난타전을 계속하고 있다. ‘극우정치’ ‘좌파독재’라고 비난하며 서로가 상대방을 진영의 극단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 반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지지율 30%대를 회복하며 기세를 올리는 국면이다.요즘 지역에서는 내년 총선 시계가 무척 빠르게 간다는 느낌이다. 의원들의 지역 챙기기 행보가 분주하고 일부 지역구에는 출마 하마평도 오르내리고 있다. 선거에서 국민들의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진영 논리에 휘둘리기 쉽다는 게 경험칙상 맞는 거 같다. 그렇더라도 합리적인 집단이성은 결국 대중이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해 줄 것이란 믿음을 놓고 싶지 않다.

세상읽기- 날마다 행복/ 정명희

정명희/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봄비가 소리 없이 내려와 대기를 씻어 놓았다. 땅은 흙냄새를 풍기며 촉촉하게 젖어가고 먼지 없는 하늘은 봄의 향기를 날 것으로 전한다. 미세먼지로 전국이 연일 비상사태에 접어 들어있던 터라 다행스럽다. 게다가 이 비 그치고 나면 봄이 성큼 다가와 꽃들이 다투어 피어날 것이리라. 아~ 아름다운 봄이 익어 가리라.휴일 국제 심포지엄이 있어 앞산 옛길로 접어들어 행사장으로 향한다. 길가에는 해마다 휘늘어져 길손을 반기던 개나리가 피어날 준비를 해가고 있다. 모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라 시간 여유를 갖고 나와 운전대를 천천히 돌리며 산천과 초목에 눈길을 보내어 주위를 살펴본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비바람이 상큼하다. 오늘은 왠지 일이 잘 풀려갈 것만 같다. 모쪼록 어렵게 유치한 국제 심포지엄이 아무런 탈 없이 잘 진행되어가기를 바라본다. 어디선가 은은한 매향이 풍겨온다. 그 근원이 어디일까.멀리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 사이로 하얗게 피어난 연한 분홍의 매화꽃이 눈에 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누구보다 빨리 피어나 사랑의 향기를 전하는 매화, 봄밤을 기다리게 하는 숨은 주인공이 아닐까.향기를 모르고 정신없이 질주하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저들은 오늘 어떤 목적지를 향해 저토록 절박하게 달려가는 것일까. 너와 나 우리 모두에게 비 오는 날의 푸근한 만큼이나 행복한 하루치의 행복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나도 가속 페달에 힘을 넣는다.오늘 심포지엄에 올 연자들과 인사하며 그들의 표정을 살핀다. 대구에는 난생처음이라는 그들의 얼굴에는 신비감이 감돈다. 한국에는 몇 차례 와 보았지만 대구까지는 처음이라는 그들, 유니버시아드 대회로 기억하는 대구의 첫인상이 어땠을까. 일본에서 온 두 명의 대학병원 원로 교수와 중국에서 온 두 명의 교수는 저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대구의 인상을 이야기한다. 중국에서 온 리우 교수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핑창’이라고 발음하며 그곳에 한번 가 보았으면 하고 희망한다. 자기의 이름이 ‘스시 리우’, 그러니 중국어에 숫자 4를 나타내는 ‘Si-사(四)’에 기쁨을 나타낸다는 ‘Xi-희(喜)’를 이름으로 지어 놓았다. 매일매일 네 가지의 기쁨과 행복이 있도록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이름에 담겨있다고 해야 할까. 그는 표정부터 모든 것을 초월한 듯 기쁜 일만 가득한 듯 빛이 나는 것 같다. 얼마나 좋은 이름인가. 무릇 이름 속에 바람을 담아서 그렇게 이름 지어둔다면 날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자주 부를수록 소망과 희망이 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어떻게 기억되든 대구를 기억하고 우리를 기억할 그들에게 아무쪼록 비 내리는 도시의 이미지가 곱고 향기롭게 남기를 바라며 임원진들은 최선을 다해 손님을 안내하며 인연을 잇는다. 하얀 눈이 가득 쌓인 강원도 평창의 동계 올림픽이 열리던 곳을 가보고 싶다는 해외 연자들, 그들에게 언젠가 다시 한국에 올 기회가 되면 미리 연락해 달라고 명함을 건넨다. 잘 준비하여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비경을 보여주리라. 그리하여 국제무대에서 우뚝 선 우리들의 미래를 미리 상상해 보리라. 너무 먼 장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다시 만나 회포를 풀자고 하면서.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면 언제나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지금 하십시오./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지 모릅니다./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십시오./ 친절한 말 한마디 생각나거든 지금 말하십시오. 내일은 당신 것이 안 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 // (중략) // 가슴이 설렐 때 지금 당신의 미소를 주십시오./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부르십시오. / 당신의 해가 저물면 노래 부르기엔 너무나 늦습니다. / 당신의 노래를 지금 부르십시오.’‘스시 리우 (Siixi Liu)’ 선생은 자그마한 키, 당찬 몸매로 다음 주에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학회에 다시 초대받았다며 역시나 행복에 넘치는 표정이다. 그의 힘에 넘치는 알찬 강의를 들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가까운 광동성 심천에서 활발하게 환자들을 치료하는 그를 떠올려본다. 언젠가 중국을 방문하게 되면 꼭 그의 병원을 찾아보리라 다짐하며 기분 좋게 머릿속으로 그의 강연을 찍어둔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이지만 날마다 한가지씩이라도 행복한 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소중한 이에게 행복하다고 말해보자, 봄이 익어가는 지금. 은은한 매향으로 그대를 사랑하노라고.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정희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정희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주고 있을까/ (중략)//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시집『오라, 거짓 사랑아』(민음사, 2003).....................................................제목에서 박완서의 자전적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떠올리게 하는 시다. 지난해 ‘세계 성(性) 격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49개국 중 115위로 여전히 성 평등 하위권에 머물렀다. 몇 년 전보다 겨우 몇 계단 상승했을 뿐 큰 변동은 없다. 특히 정치·경제 분야에서 성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조사에서 아이슬란드가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순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에 속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필리핀이 9위를 기록해 10위권에 들었고 한국은 중국, 일본, 베트남에도 뒤진다. 그 뒤로는 중동국가들뿐이다.2~30년 전이면 모를까 그동안 꾸준히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어 이렇게나 몹쓸 형편은 아닐 것이라 짐작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조사에는 남녀의 소득 격차가 여전히 벌어져 있고 정치 참여 비율도 세계 평균에 비해서 많이 낮다. 남아선호의식이 폐기된 지는 한참 되었고, 몇 년 전부터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른 데 이어 2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을 추월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 여러 직업군에서 여성의 약진이 눈에 띄는 상황이라 머지않아 남성은 맥을 못 추는 시대가 오겠다는 씁쓸한 예감마저 들었던 터였다. 조사통계의 함정이나 왜곡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그러나 따지고 보면 여성이 많은 직종에 폭넓게 진출한 것은 맞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높은 지위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도 여성 대통령 탄생 이후 남녀 불평등이나 여권신장 문제는 한 방에 해결될 것이란 은근한 기대를 품은 사람들도 있었으나 오히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렇다면 ‘그 많던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는 시인의 장탄식도 철 지난 옛이야기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남성 중심의 조직 서열문화가 쳐놓은 ‘유리천장’이 여성의 부상을 가로막는 첫 번째 이유다. 그다음으로 결혼이 발목을 잡고, 육아와 가사가 목덜미를 움켜쥔다. 지난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수만의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광장에서 빵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게 111년 전의 일이다. 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성의 입장에선 아직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11일자 단체장 일정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찾아가는 공동주택 녹색생활실천교육=오후 3시 대신센트럴자이아파트배기철 동구청장△2019 동 방문 및 주민과의 대화=오전 10시 신암1동 행정복지센터류한국 서구청장△2018년 서구사랑 배려운동 실천교육=오후 2시 서구문화회관배광식 북구청장△국가안전진단 현장방문=오후 3시 북구 연경지구 동화아이위시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간부회의=오전 9시 구청장 집무실이태훈 달서구청장△간부회의=오전 8시40분 달서구청 5층 구청장실 ====================주낙영 경주시장△축구종합센터 범시민유치위원회 전체회의=오후 2시 경주시청 대회의실장세용 구미시장△명예사회복지공무원 위촉·발대식 참석=11일 오후 2시30분, 구미시민방위교육장최기문 영천시장△이철우 경북도지사 현장소통 간담회=오후 3시 영천상공회의소최영조 경산시장△경산향교 춘계 석전대제=오전 10시 경산향교 대성전김영만 군위군수△실단과소장 연석회의 = 오전 8시30분, 군청 제2회의실오도창 영양군수△영양군 생활민원바로처리반 발대식 참석 = 오전 10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 시집『입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1991)....................................................................... 삶의 지향점을 잃어버린 자의 암울하고 황폐한 내면이 바깥으로 삐죽이 드러나 있는 시다. 어제 기형도 30주기에 이 시를 다시 읽었다.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길 위에서 좌표를 잃은 지금 나아갈 바 몰라 막막하고 먹먹하다. 사랑도 꿈도 한순간에 다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이라곤 어떠한 희망도 기대되지 않는 좌절, 붕괴된 감정,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력감. 생의 탄력을 잃어버린 나는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길 위에서 중얼거린다.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미 해는 져서 어두워졌고 기억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사랑의 상실은 필연적인 비극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아갈 도리밖에 없음을 잘 안다. 그래서 더 외롭게 처참하다. 돌아보면 무엇 하나.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임을 어쩌랴, 가볍게 살아지지 않는 것도 병이다. 무심한 희망들을 그르치며 너를 조금씩 잃어버렸다.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나는 너에게, 또 다른 너에게, 무수한 너희들에게 나는 사라졌다. 체한 것을 게워내니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헛헛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다 굳는다. 그러나 잊지 못할 것들은 잊지 못하니 눈을 감아도 너희들 모습은 아른거린다.불안전한 고뇌가 완전보다 낫다지만 그건 무책임한 탄식들이다.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희망이란 주머니는 모두 뒤집어 비웠다. 어둠만이 자욱하다. 달이 떠 있어도 내 눈엔 구름에 가려져 세상의 빛이 되지 못한다. 그가 사라진 결핍의 자리. 새로운 위로를 찾아 미로를 헤매며 중얼거려 보지만 잃은 자의 지리멸렬함은 숨길 수 없다. 지나온 길은 지워지고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미명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라고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부질없는 희망 또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렇다면 희망도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최선을 다한 슬픔만이 ‘무책임한 탄식’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길이다.1989년 3월 7일 종로3가의 지금은 실버들이 즐겨 찾는 한 극장의 객석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 듯한 모습으로 새벽의 청소하는 아주머니에 의해 발견된 기형도는 그해 겨우 스물아홉이었다. 시집 발간을 준비하던 시기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평론가 김현이 그의 시를 두고 한 말처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형식으로 짧고 굵게 끝내버린 것이다.

미주통신-나무는 푸른 소다/ 이현숙

이현숙/ 나무들이 누워 있다. 집 뒷마당에는 전나무 두 그루와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째 파헤쳐 속내를 하늘로 뻗치고 늘어졌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고 했던가. 의외로 흙덩어리들이 매달린 뿌리는 옆으로 넓게 뻗어 나가서 깊이의 열 배는 넘어 보였다. 얽히고설키면서 땅속에서 양분을 모으고, 균형을 잡아주며 묵묵히 나무를 지탱하고 튼튼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생명선이다. 이제 물길을 잡아서 가지로 전달해 주지도 못하고, 바람으로부터 나무를 지켜 줄 수도 없다.뿌리가 정화조 파이프를 뚫어 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굴착기로 밀어내고 새로운 파이프로 교체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굳이 나무를 뽑을 필요까지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생각해 보란다. 생리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참으며 옆집이나 근처의 낯선 곳으로 달려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라 얼른 입을 다물었다. 불편을 핑계로 접어버린 미안한 마음이 발꿈치를 잡아당겨 저녁 내내 창밖으로 눈길이 갔다.이틀 동안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로 서둘렀지만, 마무리가 덜 된 상태로 흙과 나무들이 뒤섞인 채 동산을 이루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인간들의 이기심이다. 인간은 20년 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나무조차 천덕꾸러기로 만든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이 좋아 그 밑에 둘러앉아 간식도 먹고, 더위를 식혔는데 이제는 그런 즐거움은 누리지 못하리라.어둠이 내리며 후드득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붕을 두드리더니 이내 집과 마당과 뒤뜰을 흠뻑 적셨다. 천둥이 울고 번개가 번쩍 하늘을 가른다. 나무는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소중한 생명을 마구 훼손하는 인간들의 행위를 질책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자연 또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릴 수도 있는데 참고 있는지도 모른다.죄책감이 들어 커튼을 살짝 들추고 내다보는데 뭔가 달라져 보인다. 땅에 쓰러지고 엉킨 나무의 무리가 어깨를 펴고 몸을 키운 듯하다. 몸을 반쯤 구부리고 단단하게 무릎을 굽힌 짐승 같았다. 아니 인디언들이 나무의 정령은 키 큰 사람의 모습이라더니 그런지도 모른다. 돌풍을 막아 집을 지켜 주려나. 비가 그치면 토막토막 잘려나갈 그들이다. 그런데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지 나무는 침묵으로 제 몸을 보여준다.시누이는 가지와 기둥은 말렸다가 겨울에 벽난로 땔감으로 쓰자고 한다. 굴착기 기사는 밑동을 가져다 거실의 티 테이블로 만들 것이니 남 주지 말라고 미리 부탁했단다. 나도 나무토막 하나를 갖고 싶다. 옹이가 많이 맺힌 부분이라면 더 좋겠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가지가 나온 자리가 옹이다. 예로부터 옹이가 많으면 단단해서 나무가 갈라지는 현상을 멈추게 하기에 집의 대들보나 기둥으로 쓰였다.충격이나 변화에도 꿋꿋하게 자신을 지키는 나무의 아픈 생채기인 옹이는 단단하고 향이 깊다고 한다. 컴퓨터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예측 없이 찾아드는 삶의 고비 때마다 만져 보리라. 세상 모든 것들은 상처 하나쯤 갖고 있다고, 이겨내면 깊은 삶의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는 위안을 나에게 줄 것이다. 풀리지 않은 글을 붙잡고 씨름하다 잠시 베개 삼아 머리를 대면 나무의 지나온 시간을 속삭여 주지 않을까.나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며 가지로는 하늘의 정기를, 뿌리를 내려 대지의 숨결을 빨아들이다가 온몸 구석구석을 아낌없이 내어 준다. 어느 곳에서 어떤 형태로 변하든 나무는 자신의 몫 이상으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마치 소가 가죽부터 뼈까지 인간을 위해 다 내놓는 것과 같다. 그렇다, 나무는 소다. 푸른 소다.나무처럼 살 수는 없을까. 세상을 묵묵히 관조하며, 부는 바람 맞아 꺾이지 않게 흔들려 주되 확고하게 서 있는 모습을 닮고 싶다. 사계절에 순응하며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나 자신의 영역을 넓혀 보고도 싶다. 새싹 키우고 꽃 피고 열매 맺어 주위를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창밖의 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다. 나는 비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쓰러진 나무를 내다본다.

따따부따-국비 보전으로 당당한 경로우대를/ 이경우

이경우/ 대구에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지하철은 편리한 데다 값도 싸다는 것이다. 1천250원(교통카드 기준)이면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서 대구 시내 끝에서 끝까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도착 안내 정보까지 보내주니 그야말로 대중교통 천국이다.이런 대중교통은 일본 여행을 해보면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내 경우 그렇다는 거다. 특히 일본이 자랑하는 철도, 지하철과 지역마다 운행하고 있는 트램은 요령부득인 나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운영 주체가 여럿이어서 그렇다지만 복잡한 노선에다 엄청난(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요금에 눈이 동그래지곤 했다. 택시의 기본요금이 우선 7천 원가량이 되는 데다 탔다 하면 우리 돈 2~3만 원은 예사다. 지하철도 버스도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더구나 버스는 그 복잡함을 현금으로 계산하니 그들의 인내심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우리 대중교통이 이렇게 편하면서도 비용은 싸니 적자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 같다. 결국 그 적자를 교통복지 차원에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일반 승객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는 경로 우대자들로서는 무임승차가 더욱 불편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지하철 적자를 놓고 자치단체와 정부가 밀당을 하지만 지자체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말 그대로 국가의 기간시설이고 사회간접자본이며 국민의 복지 시설이니 적자가 나면 국가가 보전해줘야 하는 당연한 논리를 국가는 35년째 지방에 넘기고 있다.더구나 우리나라는 국세에 대한 지방세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7년 345조8천억 원 중 국세는 265조4천억 원으로 76.7%를 차지해 지방세 80조4천억 원(23.3%)의 3.3배나 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2022년까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하겠다고 할 만큼 우리의 지방세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지하철 운영경비를 지방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지하철 운영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임 승객에 대한 손실 부분만 해도 그렇다. 2017년 한 해 대구 지하철 승객 1억6천300만 명 중 무임 승객이 4천400만 명이나 된다. 한 해 전체 승객의 26.9%가 공짜 승객이다.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무임제도는 1984년 시행된 이래 35년째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국가유공자와 장애인들에 대한 무임 승차제도가 각각 시행되면서 무임 승객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무임 승객들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2017년 대구 지하철의 운영 적자 1천593억 원 중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547억 원으로 34.3%를 차지했다. 이 중 1천428억 원을 대구시 예산으로 메꿨다.대구 지하철은 하루 평균 44만6천 명이 이용하며 이 중 무임 승객은 12만5천 명이다. 무임승객 중 경로 우대자가 10만4천 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장애인이 2만 명, 국가유공자가 1천 명 정도다. 그 무임 승객들로 인한 지하철 운영 적자를 국가가 보전해주는 법률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 전국 6개 지하철운영 자치단체가 2020년 예산에는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분 중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분만큼은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차원의 교통복지다”라며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도시철도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늦은 밤, 지하철에 한 무리의 노인들이 왁자하게 지하철에 오른다. 계모임에라도 다녀오신 듯 얼굴들이 불콰하다. 젊은 사람들의 못마땅한 표정이 아주 노골적이다. 한때는 국가 재건의 기수였고 산업화의 주역이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공짜 승객으로 천덕꾸러기가 따로 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그들이 당당하게 경로 우대받게 할 수는 없나.옆으로 가서 한마디 해준다. “어르신들, 괘념치 마세요.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들은 선불로 타고 다니시는 겁니다.

8일자 단체장 일정

배기철 동구청장△동구교육발전 장학회 이사회=오전 11시 동구청 소회의실류한국 서구청장△2019년 통장교육=오후 2시 서구문화회관조재구 대구 남구청장△2019년 1분기 대덕회 정기회의=오전 7시 남구청 4층 회의실배광식 북구청장△市 신청사, 도청후적지 이전 타당성 조사=오전 10시30분 구청 대회의실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공감토크 콘서트=오전 9시 구청 대강당이태훈 달서구청장△달서구 결혼전령사 발대식=오전 11시 두류3동 행정복지센터김문오 달성군수△「2019년 농림축산식품사업 심의회=오후 2시30분 군청 상황실=================== 주낙영 경주시장△경주시민과의 현장대화=오후 2시 성건동행정복지센터김충섭 김천시장△봄맞이 국토대청결 활동=오전 9시 김천시 직지천변고윤환 문경시장△ 2019 문경시 인구증가 TF팀 회의 참석=오후 5시 문경시청최영조 경산시장△제208회 경산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오전 11시 시의회 본회의장김주수 의성군수△상반기 공공일자리사업 참여자 산업안전보건교육=오후 2시 의성지역자활센터윤경희 청송군수△ 제9대 청송문화원장 취임식 참석=오전11시 청송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이희진 영덕군수△달산면 한마음 체육대회=오전 10시 달산초등학교 운동장 이병환 성주군수△성주군종합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 리더교육=오전11시30분, 별고을테마파크김학동 예천군수△예천문화원 정기총회 =오전10시 30분,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 맞수/ 정희성

맞수/ 정희성 바둑판을 무겁게 만든 건 이유가 있어서일 게다. 장기를 잘 두던 앞집 친구 일남이와 마주 앉으면 저녁 먹으라고 부르러 올 때까지 일어설 줄을 몰랐는데, 그걸 늘 못마땅히 여기던 아버지가 하루는 장기판 앞에 나를 불러 앉혔다. 열 판이면 열판 아버지는 외통수에 몰려 쩔쩔매었고 일수불퇴인지라 물려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중략) 장기 두는 사람 어디 갔나, 하고 약을 올렸던 것인데 그 순간 눈에서 불이 번쩍하며 장기판이 그만 박살이 나고 말았다. 이놈의 자식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나중에 혼자 있을 때 가만히 생각해보니 장기판이 너무 가벼워서 장기를 오래 두다보면 사람도 그렇게 경망스러워지는가보다 싶어, 그다음부터는 아버지하고 장기는 안 두고 바둑만 두기로 마음에 다짐을 두었던 것이다. - 시집『돌아보면 문득』(창비, 2008).........................................................고려 시대 이후 바둑 잘 두는 사람을 ‘국수(國手)’라고 하였다, 그 국수 이야기에 즈음하면 조부보다 4살 아래인 1895년생 숙조부 권병욱(權秉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집안에서 자주 숙조부의 출중함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 자식 대를 포함해 수 대에 걸쳐 그만한 인물을 찾기 힘들 정도였으니 어찌 보면 그만큼 별로 내세울 게 없는 가문이란 뜻일 수도 있겠다. 10여 년 전 “일제시대 노국수(老國手)였던 권병욱 권재형 두 고수가 맞겨룬 실전 기보가 발굴됐다”는 뉴스 기사가 조선일보에 게재되어 화제가 될 만큼 권병욱은 바둑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 기보의 출전은 일본 바둑 전문지 ‘위기춘추(圍棋春秋)’ 1940년 3월호 특집에서였다.“대국자 두 사람은 1945년 해방 이전 조선 바둑을 대표했던 국수급 강호 10여 명에 포함되는 강자들”이라고 소개했다. 숙조부 권병욱은 1930년대 조선기원 소속 유급 담임기사였으며, ‘운심각주인(雲深閣主人)’이란 필명으로 매일신보에 바둑칼럼을 연재했던 바둑 전문기자였다. 기보를 검토한 최규병 9단이 내린 대국자들의 실력은 현재 기력으로 아마 6단 수준이지만 전투 일변도의 바둑이 흥미로웠다고 평했다. 유명한 바둑 일화로 1944년 기다니 8단과의 대국이 오늘날까지 회자된다. 기다니가 경성 방문 시 조선 국수들이 기다니에게 두 점을 놓고도 판판이 깨지자 관전하던 권병욱 국수가 나섰는데 다 이긴 바둑을 막판 작은 실수로 지고 말았다.대국에서 기다니는 장고하여 시간을 혼자서 다 썼고 권 국수는 매점마다 노타임이었다. 권 국수는 그로부터 몇 달 후 지병인 중이염이 악화되어 타계했는데 세상에서는 기다니에게 지고는 화병으로 죽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 한판은 훗날 ‘시간제한’ 제도를 도입한 계기가 되었다. 신교육을 받았으나 시대를 잘못 만나 독립운동 아니면 친일, 그도 아니면 농사밖에 할 게 없는 시대에 바둑을 두며 탈속의 한 방편으로 전국을 유랑했던 숙조부였다. 조선 국수의 1인자 노사초와 원산에서 내기바둑을 두어 거금을 딴 일도 있다. 궁인 아내를 맞고 미국유학을 다녀온 대단한 신여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유일한 혈육인 따님(1927년생 권혁주)은 신학교를 나와 개척교회 등지에서 평생 독신으로 목회 활동을 하다가 몇 년 전 별세해 안타깝게도 후손은 없다. 이세돌이 이번 3·1절 특별대국에서 커제에게 진 뒤 은퇴를 결심하였다고 한다. 은퇴는 언젠가 하겠지만 패배의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기상이야기-구름과 구름관측/ 전준항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 인류에게 있어 구름은 관찰과 동경의 대상이었고 음악, 미술, 시 등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심미적 대상으로 표현이 되곤 했었다. 보통 구름 하면 비가 오기 전에 생기는 것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고, 또 수증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제법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구름의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복잡한 과학이 숨겨져 있다. 먼저 구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수증기가 있어야 하는데, 수증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구름 자체는 수증기의 덩어리가 아닌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름은 지름 0.02㎜의 작은 물방울, 즉 구름방울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카락 굵기의 약 4분의 1 정도로 매우 작은 입자이다. 보통 구름이 떠 있다는 표현을 쓰는데 엄밀히 말하면 구름은 매우 천천히 낙하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구름 자체가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구름방울이 낙하하여 구름 아래의 건조한 공기를 만나면 바로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구름 속에서 구름방울은 계속 만들어지고 아래쪽 구름방울은 떨어지면서 건조 공기와 만나 증발하고, 그런 과정을 지상에서 보고 있으면 구름은 그저 가만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편, 구름은 보통 흰색을 띄지만 경우에 따라 또 먹구름같이 검게 보이기도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빛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빛을 구성하는 요소 중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은 여러 빛깔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무지개 색깔로 이해하면 되는데, 빛의 삼원색이라고 흔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빛의 삼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으로, 초등학교 시절 세 가지 색깔을 나타내는 동그라미의 가운데가 흰색이었던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여러 색깔의 빛을 섞으면 섞을수록 흰색에 가까워진다. 구름방울은 햇빛을 여러 방향으로 산란시키고 무수히 많은 구름 입자들에 산란된 빛은 많이 섞이게 되어 결국 우리 눈에 흰색으로 보이게 된다. 그러면 먹구름의 경우에는 왜 회색빛으로 보이는 것일까? 구름의 두께가 두꺼워지게 되면 구름의 꼭대기 층에서 아래층까지 두꺼운 구름층을 빛이 통과해야 하고, 그 결과 우리 눈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워낙 적어서 산란되는 양 자체가 적어지게 된다. 즉 먹구름은 햇빛을 통과시키기보다 흡수시켜 어둡기 때문에 검게 보이는 것이다. 구름은 하늘에 떠다니며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비를 내리게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비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구름이 발달해서 구름의 연직 두께가 두꺼워지면 구름 속의 입자 개수도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모든 구름 입자가 동일한 크기로 규칙적으로 생성되기보다 서로 다른 크기로 형성되기 쉽다. 다양한 크기의 구름 입자들이 공존할 때, 주변의 다른 입자보다 크기가 큰 입자가 있으면 이 입자는 떨어지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다. 작은 입자보다 공기저항을 덜 받기 때문인데, 이때 큰 구름 입자가 낙하하면서 작은 구름 입자를 낚아채어 방울이 더 커지게 된다. 커진 입자는 더 빠르게 떨어지고 다른 작은 입자와 충돌할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구름 속에서 폭발적으로 반복되면, 물방울이 증발하기 전에 온전히 지상까지 떨어질 수 있다. 바로 비가 내리는 것이다.기상청은 육안관측과 기상위성을 이용하여 구름을 관측하고 있다. 육안관측은 매시간 관측자가 지정된 관측 장소에서 눈으로 관측을 하는데, 구름의 양, 구름의 높이, 구름의 종류를 관측한다. 일반적으로 구름의 종류에는 총 10가지가 있는데, 보통 새털구름이라고 하는 가장 높은 구름을 ‘권운’이라 하고, 비를 많이 오래 내리게 하는 난층운, 천둥·번개가 치고 강한 소나기를 내리게 하는 적란운 등이 있다. 기상위성으로 관측한 구름 영상은 TV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기상청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구름과 관련된 다양한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구름의 관측으로 앞으로의 날씨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처럼 구름은 우리에게 친숙하고도 때로는 포근한 대상임과 동시에 지구 에너지의 균형과 기후 및 기상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아닐까 싶다.

세상읽기-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윤일현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손님이 찾아왔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산책하다가 들렀다고 했다.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다. 기원전 50년 무렵에 쓰여서 르네상스의 새벽을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루크레티우스의 장시(長詩)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였다. “좋은 책 읽으시네요.” “봄이라서 이 책을 잡아봤습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 이 책 베누스(비너스) 여신에 대한 찬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헬레니즘 시대의 주요 철학 사조였던 에피쿠로스학파의 물리학, 우주론, 원자론, 윤리학을 전해주는 소중한 자료다. 이 책은 스티븐 그린블랫 교수의 말처럼 다양한 주제가 한데 얽혀 있다. 강렬한 서정적 아름다움의 순간, 종교에 관한 철학적 명상, 쾌락, 죽음, 물질계, 인간 사회의 발전, 성의 위험과 즐거움, 질병의 본질 등에 관한 복잡한 이론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포조 브라촐리니가 1417년 독일 한 수도원의 먼지 덮인 서가에서 이 책 필사본을 발견했다. 그는 탁월한 인문주의자이면서 교황의 비서, 고대 유물 수집가, 라틴어 번역가 등으로 활동했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책 사냥꾼이었다. 그는 이 책을 필사하여 세상에 유포했다. 마키아벨리도 이 책을 필사했다. 토머스 모어, 몽테뉴, 갈릴레오, 프로이트, 다윈, 토머스 제퍼슨 같은 사람들에게서도 이 책의 자취가 발견된다.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그린블랫 교수는 역작 ‘1417년 근대의 탄생,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에서 이 책의 발견으로 교회와 봉건적 지배에 의해 자유를 빼앗기고 착취당했던 ‘암흑’의 중세가 마감되고 ‘재생’의 르네상스가 태동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린블랫 교수의 설명과 해설을 참고하며 이 책을 읽어보면 오늘의 관점에서 보아도 그 내용은 정말 참신하고 새롭고 놀랍다. 주요 대목을 몇 군데를 인용해 본다. “사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로 만들어진다. 사물은 이런 씨앗들로부터 형성되고 해체의 과정을 거쳐 다시 씨앗 상태로 돌아간다. 이런 씨앗들은 불변하며 분해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으며, 그 수가 무한하다. 이들은 끊임없이 운동하면서 서로 충돌하고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모양을 이루며 다시 갈라지고 결합하기를 반복한다. 사물은 일탈의 결과로 나타난다. 일탈은 자유의지의 원천이다. 모든 체계화된 종교는 미신적인 망상이다. 이 망상의 근원은 깊게 뿌리박힌 인간의 염원과 공포, 그리고 무지에 있다. 인간은 소유하고 싶은 권력과 아름다움, 완벽한 안전에 대한 이미지를 투영하여 그에 따라 신들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스스로의 꿈에 노예가 되고 만다. 종교는 일관되게 잔인하다. 종교는 항상 희망과 사랑을 약속하지만 그 깊은 내부에 근본적으로 깔려 있는 핵심은 잔인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는 응징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어김없이 추종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천사니, 악마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 이런 종류의 비물질적인 영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의 최고 목표는 쾌락의 증진과 고통의 경감이다. 인생은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자신과 벗의 행복이라는 이 목적을 이루려는 것 이상으로 더 고귀한 윤리적 목적은 없다. 국가에의 충성, 신 또는 지배자의 영광, 자기희생을 통한 고된 덕의 수행 같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여타의 주장은 모두 부차적인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착각한 것이거나 기만인 것이다.”루크레티우스는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 신들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내세에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해 주려고 노력했다. 주요 내용이 기독교의 중심 가치를 부정하는 에피쿠로스주의를 대변했기 때문에 교황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나는 봄이 왔다고 고전을 읽는다는 사람의 눈빛을 떠올리며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와 ‘1417년 근대의 탄생’을 다시 읽었다. 종교적인 신념과는 관계없이 현자들의 탐구욕과 학구열을 느끼고 싶었다. 어수선한 혼돈의 시대에 근본 대책도 없이 개념 없는 발언을 일삼으며 저잣거리를 헤매고 다닐 수는 없다. 근본과 근원, 원리를 탐구하는 사람이 많아야 그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축적되고, 희망이 봄날의 새싹처럼 돋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