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인구감소시대, 대구·경북은

지방소멸이란 용어는 2014년 도쿄대의 마스다 히로야 객원교수가 일본의 급격한 인구 감소 문제를 다룬 ‘마스다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당시 일본 사회는 2040년이면 지자체 중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는 이 보고서를 보고 지자체마다 앞다퉈 대책 마련에 나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국내에서는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원이 ‘한국의 지방소멸 2018’이란 보고서에서 지방소멸이란 말을 사용하며 농어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2018년 기준으로 국내 228개 시, 군, 구 중 향후 인구감소로 인해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전체의 39%인 89곳에 이른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21년, 국내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한 나라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압축적으로 말하면 결국 그 나라의 국력이 위축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내부 경제 측면으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소비자가 줄어들어 내수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고 대외적으론 국가 경쟁력이 약화해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인구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중요하고 민감한 의제란 얘기다.그런데 지방에서 보는 인구감소 문제는 이와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당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손익과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인구 규모에 따라 자치단체의 위상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지자체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지자체의 세수입과 정부 지원 예산 등이 감소해 지방재정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기반 붕괴를 걱정할 정도로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감소의 연결고리가 구조화된다는 말이기도 하다.게다가 근래 지방의 인구감소는 정부의 지방분권화 의지가 무색할 정도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으로의 경제 집중과 장기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지방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려면 연금 등 복지 관련 정책을 재점검하고 출산 및 육아 지원금 증액, 그리고 제대로 된 보육시스템 갖추기, 청년층 일자리 창출, 주거 불안 해소 등 생애 전반에 걸친 종합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그러나 지방의 인구감소 문제는 이런 국가 차원의 대책 외에도 별도로 지역별 상황에 맞게 지속할 수 있고 현실 적용이 가능한 구체적인 맞춤형 대책을 요구한다는 게 지자체의 목소리다.◆ 인구도 수도권, 비수도권 격차 더 벌어진다행정안전부가 1월 초 발표한 2020년 12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주민등록 인구는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보다 2만838명이 감소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특히 2020년에는 한 해 동안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도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출생아가 27만5천815명인 데 비해 사망자가 전년보다 3.1% 증가한 30만7천764명이었다. 출생아는 2017년 40만 명 선이 무너진 이후 3년 만에 3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인구 데드크로스는 고령화로 인한 사망률 증가와 비혼, 만혼 증가에 따른 출산율 저하 등이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또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보다 많아지면서 그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2천603만8천307명으로, 전체 인구의 50.2%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보다 인구(2천592만5천799명)와 비중(50.0%) 모두 증가한 것이다.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지방의 인구 변동은 출생, 사망에 따른 자연 증감 요인보다 전출입 등 사회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게 행안부의 분석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2020년에만 45조695억 원을 투입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해결 노력이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더 큰 문제는 향후 인구 전망이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국내 60대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20년 기준 24%에 달하는데, 이는 2011년과 비교할 때 8.2%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지방에서는 사회적 요인으로, 국가적으로는 자연 감소로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구조화된다면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인구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구 줄어드는 대구·경북 어떡하나2020년 12월31일 기준으로 대구 인구는 241만8천346명, 경북은 263만9천42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대구는 1만9천685명, 경북은 2만6천414명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2011년부터 10년 동안 대구에서는 8만8천 명, 경북에서는 5만9천 명이 줄었다.경북의 경우 23개 시, 군 가운데 경산(543명 증가)과 예천(513명 증가) 두 곳을 제외한 21개 시, 군에서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이 감소했다. 특히 이중 포항은 4천109명이 줄어 최다 감소 지역이 됐으며 상주(3천460명), 구미(3천414명), 칠곡(2천28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대구에서도 8개 구, 군 중 달성군(2천799명 증가)과 북구(2천553명 증가)를 제외하고 6개 구에서 모두 인구가 줄었다. 달서구가 1만256명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그 뒤로 서구 4천577명, 수성구 4천300명, 동구 3천549명 순이었다.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대구, 경북의 인구 감소는 자연 감소 요인보다 일자리나 산업구조 변화 등의 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대구에서 2020년 감소 인구 1만9천685명을 보면 자연 감소가 3천180명인데 비해 국적 취득 및 이탈, 제 등록 등의 사회적 감소가 1만6천848명이었다. 대구는 특히 최근 10년간 사회적 요인에 의해 연 1만 명 안팎의 인구 감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경북은 2020년에 감소한 2만6천414명 중 1만6천954명이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자체의 인구 감소 고민은 포항시와 구미시의 사례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포항시의 인구는 2015년 51만9천584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6년부터 연간 3천여 명씩 줄어들고 있다. 2020년만 해도 전입자가 2만534명인데 비해 전출자가 2만3천973명으로 전출자가 3천여 명이 더 많았다. 이 같은 인구 변동은 철강도시라는 특성상 경기와 이로 인한 근로자 수 증감과 관련성이 크다는 게 포항시의 설명이다.또 저출산, 고령화, 만혼 등도 인구 증감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9년 포항의 출생아는 2천742명, 사망자는 3천74명으로, 이때 처음으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혼인 연령도 2015년에는 남자 32.18세, 여자 29.79세였지만 2019년에는 남자 32.84세, 여자 30.51세로 높아졌다.인구의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유출이 늘고 자연 감소도 증가하자 포항시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50만 명 선 붕괴가 현실화할 경우 당장 행정조직 축소를 비롯해 행·재정적 피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50만 명 선 유지를 위해 범시민 주소갖기 운동 등 시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는 형편이다.구미시는 인구 정체가 고민이다. 2010년 이후 40만 명 선을 넘어선 구미는 그 후 10년 가까이 40만~42만 명대 사이에서 눈에 띄는 증감 없이 인구가 정체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큰 폭의 인구 감소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인구 예측에서 증가보다는 감소를 예상할 수 있는 요인이 많은 점은 걱정거리다.이런 맥락에서 구미의 인구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근로자 수가 2016년 10만 명 선이 무너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되는 점이다. 구미상의 관계자는 “삼성, LG그룹 계열사 생산공장의 해외나 수도권으로의 이탈 가속화와 협력업체 생산비중 감소 등이 겹친 것이 구미의 인구 변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미러링(mirroring)의 명·암

어릴 적 놀이 중에 ‘반사 놀이’란 게 있었다. 싫어하거나 좋지 못한 말을 듣게 될 때 ‘반사’란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이 느낀 싫은 감정을 똑같이 맛보게 하는 것인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런 행위가 아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자기방어 수단으로 효과가 있었던 것 같으니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다.근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 반사 놀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반사 놀이와 달리 어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사 행위는 더 복잡한 이해관계가 그 저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미러링’(mirroring·따라 하기)이라고도 한다.여성 대상 범죄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을 타깃으로 한 강력 범죄가 거푸 발생하고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김치녀’와 같은 비하 표현들과 여성을 증오하는 온갖 메시지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오죽했으며 당시 이를 범주화해 여성혐오란 용어가 널리 사용될 정도였다.그러자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이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남성혐오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김치남’ ‘한남충’ 등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했다. 심지어 남성 혐오를 극단적으로 주장하던, 지금은 폐쇄된 한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이를 ‘미러링 운동’이라며 성 간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기까지 했다.더 큰 문제는 차별을 부각하고 대립을 조장하는 이런 경향이 젠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 전방위로 점점 더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피살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정치권은 사망 경위보다는 사건이 대통령에게 발생 10시간이 지나고서야 보고됐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정쟁화하는 모습을 보였다.야당에서는 대통령이 10시간 동안 뭘 했는지 초 단위로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마치 과거 세월호 사고 때 ‘대통령의 7시간’을 초 단위로 공개라고 요구했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공세를 미러링하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치권의 의도는 지지자들에겐 단결하라는 메시지였고, 상대 진영에게는 분열과 흠집 내기 공세일 뿐이었다.미러링은 그런데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따라하기, 즉 미러링이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유명 여자 연예인의 반려견 사망 기사가 뜨자 실시간으로 추모 댓글이 많이 달렸던 적이 있다. 그 기사에 눈길이 간 건 훨씬 오래전 일이지만 이 연예인이 유기견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그 반려견을 입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유기동물보호소를 통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입양하려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대구에서는 지난해 연말 10년 기부 약속을 지킨 한 시민의 얘기가 전해졌다. 2012년부터 매년 1억 원이 넘는 거액을 꼬박꼬박 기부하면서도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키다리 아저씨’라 불렸던 그는 지난해에도 늘 그랬듯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공동모금회를 통해 5천여만 원의 기부금과 메모지가 든 봉투를 전했다고 한다.그 메모지에는 ‘저와의 약속 10년이 되었군요, 나누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많이 느끼고 배우고 고맙게 생각합니다’라는 글이 씌어 있었고, 직원들이 전한 그의 마지막 말은 ‘난 마중물 역할뿐이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키다리 행진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모두에게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였다. 그래서 2021년에는 이 모든 게 달라지길 바라는 게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우선은 역시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바이러스가 퇴치돼 일상이 회복되는 것일 것이다. 또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싸움질, 그리고 정치권에서 그 토대를 깔아 주고 있는 진보·보수의 편 가름과 그로 인한 혼란상도 달라지길 바라는 목록에 들어갈 것 같다. 그 외에 젠더나 세대 간 갈등도 2021년에는 변화의 모습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슈추적/ 올해 복원 시작하는 임청각과 독립운동가 3대

안동 ‘임청각’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민간 가옥 중 하나로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지만, 그보다 더 평가받고 그래야 마땅한 이유는 한 집안에서, 그것도 한 시대에 아홉 명이나 되는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집이란 점이다. 그곳에는 일제 강점기를 겪어야 했던 아픈 민족사와 독립운동에 헌신한 한 집안의 가슴 저리게 하는 가족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임청각이 일제에 의해 훼손된 지 80년 만인 올해부터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들어간다. 그동안 복원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일제 강점기인 1942년 2월 부설된 앞마당을 가로지르는 중앙선 철로가 지난해 12월 16일 밤 열차 운행을 마지막으로 철거되기 때문이다.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이고 임청각 주인이었던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은 1911년 쉰이 넘은 나이에 고향 집 임청각을 떠나며 쓴 ‘거국음’(去國吟)이란 시에 당시의 심경을 남겨 놓았다. ‘보배로운 우리 강산 삼천리/ 조선 500년간 문화를 꽃피웠네/ 고향 동산 근심하지 말거라/ 태평한 훗날 다시 돌아와 머무르리다’만주 땅 서간도로 떠나기로 결심한 선생은 임청각 사당에 올라가 신주와 조상들의 위패를 땅에 묻으며 ‘나라가 독립되기 전에는 절대 귀국하지 않겠다’고 망명의 각오를 다졌다 한다. 선생의 망명길에는 아들 이준형(1875~1942)과 손자 이병화(1906년~1952) 등 일가 수십 명이 동행했다.그때부터 이미 10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임청각은 당당했던 99칸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일제에 의해 훼손된 모습 그대로 40여 칸만 남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집에는 근대사의 그늘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견뎌내며 살아야 했던 후손들의 아픔의 흔적이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임청각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청각은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한 뒤 복원 작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 후 문화재청과 보훈청, 경북도, 안동시 등 관계 기관에서 복원 준비에 들어갔고, 2025년께 복원, 정비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항일 독립투쟁에 헌신한 3대정통 유학자이고 대지주였던 이상룡 선생은 1894년 청일전쟁이 발발하자 집을 떠나 은신하면서 1896년 가야산에 군사 진지를 구축해 의병 항전을 시도한다. 그러나 1904년의 러일전쟁마저 일제가 승리하자 국내에서의 의병 항쟁은 어렵다고 판단해 애국계몽운동으로 투쟁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1909년 의병 활동 관련 혐의로 일제에 의해 일시 구속됐다 풀려난 선생은 그해 3월 대한협회 안동지회를 결성해 시국 강연에 나서는 등 민중의 각성과 단결을 촉구하는 구국운동을 계속한다. 하지만 1910년 일제에 의해 대한협회마저 해산당하자 국내에서의 항일투쟁 활동은 사실상 중단된다.경술국치 이듬해인 1911년 1월 선생은 전 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한 뒤 아들, 손자 등 가솔을 이끌고 서간도로 떠난다. 2월 서간도 회인현에 도착한 선생은 한·만 관계사를 연구, 집필하고 4월에는 유하현으로 옮겨 산중 노천대회에서 항일 민족독립운동의 방략과 진로를 천명한다. 선생이 당시 제시한 방략은 산업, 교육 우선주의와 군사 중심주의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를 실천하기 위해 그해 만주에 한인 자치기관인 경학사를 조직하고, 1919년에는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운동기지로 삼는다. 1919년 3·1운동이 있고 난 뒤에는 그해 5월, 만주 지역의 한인사회 자치기구인 한족회를 중심으로 조직된 무장 항일투쟁단체이자 남만주 독립운동 총본영인 군정부(후에 서로군정서로 명칭 변경)의 총재로 추대된다.만주 일대에서 군 간부 양성과 군사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지만, 선생은 1919년 4월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한 나라에는 한 정부만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때까지 흩어져있던 독립운동군 여러 조직을 통합, 대한통군부를 조직한다.1924년 11월에는 항일 독립운동단체인 정의부에 참여했으며, 1925년 9월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에 취임한다. 그러나 임시정부 내 사상적 대립과 파쟁으로 정치적 경륜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1926년 1월 국무령을 사임하고 서간도로 다시 돌아가 독립운동단체의 통합운동에 힘을 쏟다 1932년 5월 병으로 생을 마감한다.아들인 동구 이준형 선생은 망명 전 안동에 있을 때부터 이미 민중 계몽운동에 앞장섰던 독립투사였다. 1911년 만주로 망명한 후에는 아버지와 함께 경학사 조직에 참여하는 등 해외 독립운동 기지 건설에 힘썼으며 1919년 한족회, 1925년 군정부, 그리고 그 후 정의부 설립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932년 아버지가 순국하자 안동에 돌아와 독립운동을 하다 1942년 9월 2일 국운을 비관하며 자결했다.손자 소파 이병화 선생은 1911년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만주로 망명해 그곳에서 신흥무관학교를 다녔다. 1921년부터는 농민운동을 하다 무장 독립투쟁단체인 대한통의부에 가담했으며, 1924년에는 평북 청성진 일본 경찰주재소를 습격, 이 일로 1934년 징역 7년 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러야 했다.아버지, 아들, 손자 3대에 걸쳐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이준형 선생과 이병화 선생의 항일 투쟁의 활동상은 이런저런 이유 때문인지 이상룡 선생에 비해 후대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후손들이 제기한 이상룡 선생의 서훈 등급 재심의 요구도 현행 상훈법에 걸려 여전히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어 하루빨리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일이다.◆ 임청각의 역사와 복원 계획임청각 복원 작업은 대통령의 언급 이후에야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2017년 9월 안동시와 문화재청, 보훈청, 고성 이씨 문중 등이 참여하는 ‘임청각 종합정비계획수립용역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그해 11월에는 추진위에서 정비 기준 시점과 범위를 설정했다.그리고 2018년 10월 문화재청, 경북도, 안동시가 공동으로 ‘안동 임청각 복원, 정비 종합계획 최종보고회’를 열고 복원, 정비 작업의 일정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임청각은 2019년부터 복원 작업을 시작해 2025년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7년간 280억 원이 투입된다.지금까지 나온 임청각 복원 원칙은 중앙선 철로 설치 이전인 1941년 모습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1763년 문집 ‘허주유고’ 속에 나온 그림인 동호해람과 1940년 전후해 촬영된 사진, 지적도 등 고증이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했다. 허주유고는 18세기 임청각 주인이었던 허주 이종악(1706~1773년)이 남긴 문집이다.또 정비될 임청각 주변에는 멸실된 분가(출가한 자식들의 가옥) 3동과 철로 개설로 훼손된 주변 지형과 수목, 나루터 등도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될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는 복원, 정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주변 토지 매입, 발굴조사 등에 주력하고, 철로 이설이 끝나는 2021년부터 훼손된 건물 복원, 지형과 경관 복원, 편의시설 설치 등 본격적인 정비 사업이 이뤄질 예정이다.보물 제182호로 지정된 임청각(안동시 임청각길 63)은 조선 중종 14년인 1519년 당시 형조좌랑을 지낸 이명이 지은 집으로, 안동 고성 이씨의 종택이다. 고성 이씨는 세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이원(1368~1429)의 여섯째 아들인 이증을 입향조로 하는 안동의 대표적 명문 사족 중 하나다.임청각은 원래 99칸 가옥이었으나 일제가 불령선인(일제가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을 일컫던 말)이 다수 출생한 곳이라 하여 1942년 마당 한가운데로 철길을 내며 행랑채와 부속건물 등 50여 칸을 철거했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군자정을 비롯해 안채, 중채, 행랑채, 사당 등 40여 칸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이슈추적/ 지방자치법 32년 만에 전면 개정

지방자치법이 12월9일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전면 개정이 이뤄지게 됐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그동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거듭된 요구로 여러 차례 법 개정이 논의는 됐지만 국회 의결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최근만 해도 20대 국회 때 발의된 개정안이 정쟁으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 해보고 자동 폐기된 적이 있다.지방의 자치행정과 균형발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본법인 지방자치법은 1948년 제헌 헌법에 있는 지방자치제 규정을 토대로 해 1949년 7월4일 법률 제32호로 공포된 게 최초의 법률이었다. 그러나 그 후 전쟁과 혁명, 정변 등 격변기를 겪으면서 지방자치법은 문서로만 존재하는 사실상 이름뿐인 법률이 됐다. 그나마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라도 지방자치법이 시행된 것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0년대 이후부터라고 볼 수 있다.1991년에는 제9차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 군, 구의회 기초의원과 광역 시, 도의회 광역의원 선거가 있었으며, 또 1995년에는 광역, 기초 의원에다 광역, 기초 단체장까지 함께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처음으로 치러졌다. 이렇게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는 형식적으론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춰 갔지만, 그러나 지방에서는 그 후에도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과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라는 것이었다.이런 민의는 결국 참여정부 때인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등 ‘3대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그중 지방분권특별법에는 교육자치, 자치경찰제, 지방의회 활성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역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국가실현 공약으로 내걸고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이뤄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은 지방에서 요구하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다.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향후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의 진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크게 보면 지방의회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강화, 주민주권 및 주민참여 확대, 그리고 대도시 등의 특례부여 기준 마련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대도시 등의 특례 기준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점은,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하는 시, 군, 구에 대해 특례시 지위를 부여해 행정 및 재정 운영, 국가 지도 및 감독에 대한 특례를 둘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또 주민주권 확대와 관련된 내용으로는, 지자체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주민 참여권을 명시했으며, ‘주민조례 발안법’을 별도로 제정해 주민들이 조례·규칙의 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 주민소송의 기준 연령을 18세로 낮췄으며, 지역 여건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 방법을 정할 수도 있게 했다.지방의회는 독립성이 크게 강화됐다. 현재 자치단체장이 가진 의회사무처 공무원의 인사권을 의회 의장이 갖도록 했으며, 의회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의원 정수의 2분의1 범위 내에서 충원할 수 있게 했다. 전문 인력은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충원된다.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지방의회의 책임도 강화했다. 지방의회는 투표 결과와 의정활동 등 주요 정보를 새로 구축할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주민에게 공개해야 하며,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의원들의 겸직 신고를 의무화했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행안부장관에게 지자체 경계변경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했으며, 국가 중요정책 결정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신설한다.◆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그동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거듭 요구해 왔다. 대구시의회와 대구시의 경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뒷받침해 줄 것을 주장했다.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은 “1988년 전부 개정된 이후 30년 넘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었던 지방자치법이 이번에 전부 개정된 것은 지방발전의 새 전기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대구시의회 의원들은 지난달에는 의원 30명 전체 명의로 공동성명을 내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국회 의결과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정부로의 대폭 이양, 실질적 재정분권, 그리고 국회법에 상응하는 지방의회법 제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현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있다. 의회사무처 인사권을 의장에게 주더라도 국회처럼 의회직 공무원을 별도로 선발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지자체의 입법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빠진 점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실질적 지방자치는 재정분권이 핵심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자치행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게 됐지만 여전히 지방에서는 이걸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이라고 보진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재정분권, 즉 재정자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영주영양봉화울진)은 얼마 전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지방자치의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균형발전과 지방재정 분권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 아래서 오히려 지방은 신음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사업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면서 정작 재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부의 지방재정 분권은 실체가 없는 허구일 따름이다”라고 비판했다. 경북도, 전남도 등은 올해 지방이양사업의 재원 보전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를 거부했다.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재정분권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인 8대2를 7대3을 거쳐 6대4까지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방소비세나 지방소득세 비중을 확충하고, 국고보조사업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재정분권 이행 결과를 보면 여전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5대2.5 수준에 머물고 있다.이렇다 보니 세수는 한정돼 있는데 쓸 곳은 점점 늘어나는 지자체로서는 오히려 더 곳간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지방정부 자체수입은 115조 원인데 반해 써야 할 돈은 316조 원으로, 부족분이 210조 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재정자립도만 봐도 대구시가 2016년 47.2%, 2019년 41.6%, 2020년(6월 기준) 41.1% 등으로 4년 연속 하락했으며, 경북도 역시 2019년 기준 31.9%로 전국평균 51.4%보다 낮은 수준이다.중앙정부 사업 중 지방정부에 의무적으로 비용 분담을 강제한 매칭사업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고정경상비와 매칭사업비 등 쓸 곳이 정해진 예산을 제외하게 되면 지역발전과 주민복리 등 지역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써야 할 돈이 없다는 게 지방정부의 하소연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사진설명)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12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2년 만에 이뤄진 전면 개정으로 지방의 행정자치는 어느 정도 진일보하게 됐지만, 여전히 재정분권 이행이 크게 미흡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① 5월 개최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 ② 11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대구시청, 대구시의회 제공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가덕도신공항, 기다리면 다 해결되나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온 나라가 공수처 문제로 야단법석인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는 정작 중요한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부산시를 중심으로 한 PK지역 지방정부와 민주당은 큰소리 내지 않고 일을 진행해 가는 모습이다.이달 초 민주당과 PK 단체장들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결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국 14개 지방광역의회 의장단이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지 선언을 하며 세를 결집하고 있다.대구·경북에서도 물밑에서는 심도 있는 대책을 강구 중일 것이라 믿지만 어쨌든 겉으로 보이는 대응을 보면 지방정부는 자체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지역정치권은 공수처에만 전력을 쏟는 듯하다.특히 지역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민주당의 영남민심 갈라치기에 말려들 것 없이 정부 최종입장을 보고 대응하자는 말은 일견 맞는 말 같긴 한데 왠지 미덥다기보단 불안 불안해 보인다는 것이다.이달 7일 부산시의회에서는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인천시의회를 뺀 14개 지방광역의회 의장단이 모여 ‘가덕도신공항 지지 선포식’을 해 대구·경북 민심에 화를 돋웠다. 여러 지자체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현안에 제삼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한쪽을 편드는 집단성명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고, 더구나 그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었기에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짐작되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이 같은 소식에 당장 그날 오후,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14개 시도의회 의장들이 명분 없이 (가덕도신공항) 지지를 선언한 처사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력히 비판했지만, 그게 대세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지난 1일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 및 상공회의소 회장들과 화상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민주당과 PK 지방정부의 이 같은 발 빠른 움직임 속에, 대구시가 김해신공항 문제에 법률적 대응을 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또 반가운 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교통전문가들이 김해신공항 재검토와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는 보도이다.대구시는 최근 권영진 시장의 지시로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를 상대로 감사원감사나 공익감사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해신공항검증위의 재검토 결론 도출 과정에서 법률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고, 가덕도신공항 추진과 관련해서는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법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이다.또 교통전문가와 전공자 등 4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대한교통학회에서 최근 영남권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긴급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김해신공항의 검증위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65% 나왔고,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추진에 대해서는 7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치적 상황’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두 사안을 부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로 각각 꼽았다.현재 지역정치권은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일단 국토부가 내놓을 최종 결론을 지켜보고 거기에 따라 대응하자는 게 대체적 분위기인 것 같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류성걸(대구동갑) 의원의 ‘국토부의 입장을 압박해야 한다’거나 국토부 차관을 거친 김희국(군위의성청송영덕) 의원의 ‘검증위에서 하는 발표를 두고 TK 정치권이 반응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발언 등이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물론 지역정치권의 의도대로 정부만 몰아붙여 가덕도신공항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실제로 일이 그렇게 될지 낙관하기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여론을 뒤바꿀 수 있는 호재임이 분명한데 과연 민주당에서, 그리고 PK 지방정부에서 쉽게 포기하겠느냔 점이다.그렇다면 지역 정치권도 더 엄중하게 상황 인식을 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가 그사이 PK 지방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정부까지 손발을 맞춰 특별법을 처리할 경우 그때 가선 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래서 지역정치권이 지금 기다릴 일만은 아니란 것이다.

/이슈추적/ 호계서원과 병호시비 400년

퇴계 이황(1501~1570)의 수제자는 누구인가. 이는 1620년(광해군 12) 당시 서애 류성룡(1542~1607)과 학봉 김성일(1538~1593) 두 문중의 후손과 후학들에게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과 자긍이 걸린 문제였다.이황이 누구인가. 조선 중기의 대학자로 성리학을 체계화해 오늘날 ‘동방의 주자’라고까지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수석 후계자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기회가 바로 퇴계를 주향으로 모신 여강서원(훗날 호계서원)의 좌배향에 위패를 안치하는 것이었다.여기서 비롯된 서애 문중·후학들과 학봉 문중·후학들 사이에 벌어진 다툼이 ‘병호시비’라 불리는 영남 유림의 400년에 걸친 논란이었다. 이 병호시비의 현장인 호계서원의 복설 고유제와 추향제가 지난달 20일 안동에서 봉행 됐다. 이날 행사에는 두 문중 사람들뿐 아니라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세 안동시장 등 영남지역 관계와 학계, 정계, 교육계 등을 망라해 각계 인사들도 참석했다.호계서원의 복원은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400년을 이어온 병호시비의 마침표라는 의미, 즉 영남 유림의 두 기둥이랄 수 있는 서애와 학봉 두 문중의 화합의 자리라는 의미가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이 함께한 것이다.병호시비는 과학·기술 문명의 세례를 받으며 사는 현대인들의 시각으로는 체면만 앞세운 고리타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집안 간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선왕조 500년의 정치지도이념이자 사회개혁 및 국가운영의 기본이념이었던 성리학의 발전 과정과 그 속에서 치열하게 학문했던 조상들의 정신이 들어 있다.◆ 병호시비퇴계 이황은 마흔여섯 되던 해인 1546년,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 안동에 돌아와 서당을 짓고 후학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그의 학문적 명성에 전국 각지에서 제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수많은 제자 중에 우뚝 솟은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학봉 김성일과 서애 류성룡이었다.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퇴계는 학봉을 보고 ‘이런 아이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고 했고 서애를 보고는 ‘하늘이 내린 아이’라 했다고 한다. 그만큼 학문이나 인품 등 어느 면으로나 쉬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그들이 뛰어났음을 스승인 퇴계도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이런 그들인지라 1620년 퇴계 이황을 주향으로 모신 여강서원에 학봉과 서애를 함께 배향하기로 한 것은 어쩌면 그 결정 자체에 이미 좌배향의 서열 다툼이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풍산 류씨와 의성 김씨 두 가문의 후학들은 당시 나름의 이유를 들어 상대 문중에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서애 측은 관직의 서열을, 학봉 측은 나이를 기준으로 할 것을 주장했다. 학봉은 나이로는 서애보다 네 살 위이고 퇴계 문하에도 먼저 들어간 입제자였다. 그러나 벼슬이 관찰사에 머물러 영의정을 지낸 서애보다 낮았다.결국 논란은 있었지만 학봉을 좌배향, 서애를 우배향하는 것으로 시비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에 순순히 승복할 수 없었던 서애 문중에서는 그 당시 관직에서 물러나 상주에 내려와 있던 영남 유림의 거두 우복 정경세(1563~1633)를 중심으로 ‘서애가 좌배향돼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1805년에는 영남 유림이 서울 문묘에 김성일, 류성룡과 함께 한강 정구(1543~1620), 여헌 장현광(1554~1637) 네 분을 종사하게 해달라고 상소를 올리게 됐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누구를 앞에 적느냐를 두고 문제가 생겼다. 나이순으로 학봉이 앞에 적히자 이에 반발한 서애 쪽에서 따로 상소를 올렸고, 일이 시끄러워지자 조정에서는 아예 이 사안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해버렸다.이때 억울하게 문묘 종사의 길이 막혀버린 정구와 장현광의 제자들이 따로 두 분을 대구 이강서원에 모시는 것으로 결정하자 안동 유림은 이를 규탄하는 통문을 썼다. 그런데 통문에서 학봉이 앞에 나오자 서애 쪽에서 이를 다시 문제 삼는다. 200여 년에 걸쳐 이렇게 세 번이나 서열이 문제가 되자 서애파는 호계서원과 결별하게 된다. 그 결과 이황은 도산서원에, 학봉은 임천서원에, 서애는 병산서원에 따로 모셔진다.이런 두 문중의 수백 년에 걸친 다툼을 두고 병산서원과 호계서원 사이의 시비라 해서 ‘병호시비’라 불렀고, 또 병산서원과 호계서원의 앞 글자를 따 서애 후학들은 ‘병파’, 학봉 후학들은 ‘호파’라 했다.후손과 후학들은 이렇게 대립했지만, 사실 서애와 학봉은 요즘 말로 하면 절친이었다. 퇴계 문하에서 동문수학했고 왜국에 통신사로도 함께 다녀온 사이였다. 학봉 김성일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지방에서 제일 먼저 의병을 일으켜 항전하다 1593년 진주성에서 전사했다. 안동 유림에서는 퇴계의 수제자이자 학맥을 이은 학자로 존경받고 있다.서애 류성룡은 25세에 벼슬길에 나가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임진왜란 중인 51세 때 영의정에 오른다. 그러나 무고로 관직에서 물러나 1599년 나이 58세에 고향 하회마을로 돌아와 노년을 보내다 1607년 66세에 세상을 떠났다.◆ 400년 병호시비의 끝(?)서애 문중과 학봉 문중이 화해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 서애 종가의 종손과 학봉 종가의 종손이 만나 퇴계를 중심으로 서애는 좌배향, 학봉은 우배향하기로 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안동시와 경북도에서도 호계서원의 복원 계획을 세운다.그러나 다툼의 세월이 오래였던 만큼 두 문중 간 합의 소식에 여기저기서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퇴계 문중의 후손과 후학들은 ‘병호시비는 단순히 양 문중 간 서열을 따지기 위한 갈등이 아니다. 당대 영남학파를 대표하는 안동지역 두 거목에 대한 자존심과 자긍이 함께 담겨 있는 문제로 긍정적 시비는 계속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몇몇 특정 가문이 나서 배향 문제를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양 문중의 배향 합의와 더불어 전국 유림의 뜻을 받들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2013년 5월에는 ‘호계서원 복설 추진 확약식’이 경북도청에서 열렸다. 이날 확약식에서는 또 학봉 문중의 의견을 반영해 대산 이상정(1710~1781)을 추가로 호계서원에 우배향 추정하기로 결의했다.대산 이상정은 1711년(숙종 37) 안동에서 태어나 퇴계학파의 학통을 이었다. 25세 때 벼슬길에 나가지만 당시 영남 남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젊어서부터 안동에 대산서당을 짓고 퇴계의 학통을 계승해 성리학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을 쏟는다. 31세 때 퇴계가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아 저술한 ‘퇴계서절요’는 퇴계학의 핵심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2014년에는 복원하는 호계서원의 위치가 문제가 됐다. 처음 정한 위치가 안동댐 인근 민속촌이었는데, 이 장소가 너무 좁다는 의견이 있어 나중에 한국국학진흥원 내 부지로 위치를 변경한 것을 두고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일부 유림에서 ‘호계서원과 도산서원은 각각 안동과 예안 지역을 대표하는 서원이었기 때문에 복설 장소는 당연히 당초 위치나 그 주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계서원호계서원은 1573년(선조 6) 퇴계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영남 유림이 퇴계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처음에는 여강서원이란 이름으로 건립해, 퇴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1620년(광해군 12)에는 학봉과 서애의 위패가 이곳에 배향되고, 1676년(숙종 2)에 임금으로부터 ‘호계’라는 이름과 토지, 노비 등을 하사받아 이때부터 사액서원이 됐다.그러나 좌배향을 둘러싼 두 문중 간의 서열 다툼이 계속되자, 결국 1805년에는 퇴계와 학봉, 서애의 위패를 제자들이 각각 다른 서원으로 모셔가고, 모실 분이 없게 된 호계서원에는 강당만 남게 된다.그 후 고종 때는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1871년)에 따라 전국의 서원이 훼철되는 가운데 호계서원도 그 불운을 피해 가지 못했지만 다행히 7년 뒤에 강당은 새로 지어진다. 명맥을 이어오던 호계서원은 그러나 1973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처지가 되면서 임하댐 인근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늘 디테일이 문제다”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는 등 주식시장이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실물경제가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평가가 있는 반면, 내년에 펼쳐질 경기회복 전망이 선반영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19일 대구 수성구를 비롯해 전국 몇몇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현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그동안 크고 작은 걸 합쳐 모두 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여전히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제멋대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근래 자주 인용되는 표현 중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문제점이나 중요한 요소가 세부 사항 속에 숨어 있음을 강조할 때 흔히 쓰이는데, 요즘 정부의 정책을 보면서 이 말을 종종 떠올리게 된다. 이번에 국토부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두고 수성구에서는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수성구는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핫플레이스다. 2017년 9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면서 수성구는 사실상 겹규제를 받게 됐다.이걸로도 불만이 적잖을 텐데, 문제는 수성구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탓에 집값 급등과는 아무 상관 없는 동네까지 각종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받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에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꼼꼼하게 파악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한 탓에 주민들만 애꿎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이다. 게다가 수성구 규제 발표가 있자 포항, 구미, 경산 등지에서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부동산시장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보면서 마냥 웃을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여럿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대선 리스크 해소와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감을 상승장의 주요인으로 설명하면서, 또 같은 이유로 내년 시장도 긍정적 전망을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물경제 상황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한국갤럽이 거리두기 시행 초기였던 4월 초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소득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4%가 ‘그렇다’고 답했고, 또 이들의 직업은 자영업자가 90%, 기능·노무·서비스업이 58%, 무직·은퇴자가 53%로 나타났다.소득 감소로 어려워진 가구들이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행의 3분기 말 통계를 보면 가계신용 잔액이 1천682조1천억 원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이 이 기간 22조1천억 원 늘어난 695조2천억 원으로 집계됐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3분기에는 매매·전세 관련 주택자금 수요도 많았지만, 주식자금 수요에다 생활자금 수요까지 더해져 기타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고 배경을 분석한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하는 조짐이고, 장기화 우려마저 나온다는 사실이다.최근 들어 하루 확진자 수가 정점이었던 3, 4월과 비슷하게 400~500명대를 연일 기록하면서 전국적으로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고 있고, 또 백신 개발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상용화 시기는 여전히 불확실해 불안감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렇다면 서민들이 살림살이를 지금보다 더 졸라매야 하는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고, 더 나빠지면 이미 쓴 대출금에 더해 빚을 또 내야 하는 상황까지도 없으리라 할 수 없다.현 정부는 서민 가계의 주름을 펴주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지금 이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듯하고, 그 사이 서민들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정책이란 아무리 그 명분과 방향성이 맞고 옳더라도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니 한 만 못할 것이다. 뭐든지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그러지 못할 거면 다른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것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슈추적/ 김해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김해신공항 사업을 두고 우려하던 일이 결국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발표가 사실상 김해신공항의 백지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에서 이에 보조를 맞춘 듯 가덕도신공항 사업 재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민주당은 당내에 가덕도신공항추진단을 구성하고 11월 중에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 부산지역 국회의원 15명도 20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공동발의 하면서 가덕도신공항은 이제 입법 절차만 남겨두었을 뿐 사실상 본궤도에 오른 거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김해신공항의 백지화 이후 영남권에서는 부산, 경남, 울산과 대구, 경북 간에 예상대로 상반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을 국가 균형발전을 유도할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구체적 준비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대구, 경북에서는 이미 결정된 국책 사업을 명확한 근거조차 없이 무산시킨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대구·경북민들은 동남권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10년 넘게 갈라졌던 영남권 민심이 5개 광역지자체의 합의에 의해 가까스로 봉합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인데, 이를 정부, 여당이 뒤엎어 다시 영남 민심을 갈라놓는다는 게 과연 국정을 책임진 집단에서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분노하고 있다.국책사업이 정치 논리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을 거란 의혹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로 인해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김해신공항 결정 이후 잠잠하던 ‘가덕도신공항’ 이슈가 구체적으로 다시 거론된 것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였다. 당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이를 공약으로 내걸며 여론몰이를 했다. 그 후 문재인 정부는 부산시가 경남도, 울산시와 함께 김해신공항의 적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재검증을 계속 요구하자 2019년 12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대구·경북에서는 일각에서 이런저런 정치적 의혹이 제기됐지만 설마설마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수십 조를 투입하는 대형 국책사업이고 이미 중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쳐 결론이 난 사안인데 아무리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다고 해도 정부가 설마 이를 뒤엎을까 하는 상식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올해 들어 그 의혹을 더 키울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시장이 4월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사퇴하면서 내년 4월에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움직임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예정된 수순인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겠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에서 구상하는 가덕도신공항 청사진을 보면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규모로 실질적인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에 유럽과 미주 지역을 오갈 수 있는 중장거리용 대형 여객기가 취항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남권 전역을 배후로 하는 물류 허브공항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만약 부산시의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현재 이전지만 결정해 놓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경우 가덕도신공항과 여객과 물류 수송 등 여러 측면에서 중복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배후 인구와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작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타격을 받게 되리란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현 상황에서 고민은 대구·경북으로서는 대응 방법이 마뜩잖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역의 의견도 분분하다. 김해신공항 사업을 계속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아예 원점에서, 즉 밀양, 가덕도 두 곳을 놓고 논의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동남권신공항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리고 가덕도신공항을 수용하는 대신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국가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그리고 정부 움직임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에서 17일 ‘김해신공항은 안전, 시설 운영 및 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김수삼 검증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사업 확정 당시 비행 절차 보완 필요성, 서편 유도로 조기 설치 필요성, 미래 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 범위 확대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국제공항의 특성상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안이라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검증위 발표가 나오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바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후속 조치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동남권신공항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주관 부처인 국토부도 같은 날 ‘검증위 검증 결과를 수용하겠다. 조속히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에선 강력 반대지역에서는 대구시, 경북도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치권까지 합세해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7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510만 대구·경북민은 1천300만 영남권 시·도민의 염원이자 미래가 달린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 대해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국민의힘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도 공동입장문을 내고 ‘월성 원전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경제성 평가가 뒤바뀌어 영구폐기에 이른 것을 기억한다. 김해신공항도 아무 권한이 없는 총리실 검증에 맞춰 백지화 수순을 밟는 건 국책사업을 신뢰하는 국민에 대한 횡포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비판했다. 통합신공항대구시민추진단과 대구경북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이미 결정된 국책사업이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며 정부 발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동남권신공항과 김해신공항 확장동남권신공항 사업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공론화된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대선 후보마다 공약으로 이를 내걸었다. 동남권신공항 사업이 지역에서 얼마나 예민한 사안이었는지는 입지검증 연구용역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아직 공론화되기 전인 김대중 정부 때 처음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때 두 번, 이명박 정부 때 두 번,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 한 번 등 여섯 차례 진행됐다. 여기에 최근의 김해신공항검증위 검증까지 더하면 총 일곱 차례나 된다.이 과정에서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된다, 안 된다는 말만 오락가락했고 지역 여론은 분열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1년 4월에는 당시 최종후보지였던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 자체를 아예 백지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산될 뻔했던 동남권신공항 건설은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공약하면서 다시 살아나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될 거란 기대가 커지면서 수십조가 투입되는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영남권 5개 지자체에는 지역 발전을 위해 절대 놓칠 수 없는 사업이 됐고, 그만큼 지역 갈등은 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2015년에는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 단체장이 모여 국익을 위해 전문기관의 입지선정 용역 결과를 수용하자는데 합의하고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서 입지선정 용역을 진행해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당시 발표된 ADPi용역 결과에 따르면 사업비가 김해신공항이 4조3천억 원, 밀양신공항(활주로 1본)이 4조7천억 원, 가덕도공항(활주로 2본)이 10조6천억 원이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은 접근성 면에서 세 곳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김해신공항 사업을 2026년까지 완공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시, 경북도의 내년 살림살이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지난주에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년도 살림살이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로 활력을 잃은 민간 부문의 재정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기에 지역에서도 시·도의 2021년도 예산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시·도의회에 제출된 2021년도 예산안을 보면 대구시가 9조3천897억 원, 경북도가 10조6천548억 원으로, 두 광역지자체 모두 올해보다 예산안 규모가 늘어났다. 특히 경북도는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대구시는 2021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방역대책과 일상회복, 경제도약에 방점을 둔 편성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세출예산으로 일상회복에 3조4천340억 원, 경제방역에 3천127억 원을 편성했으며, 또 저소득취약계층 지원 등에 1조1천318억 원, 지역산업구조 전환에 1조4천930억 원을 투입한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내년 예산은 1년 예산이 아니라 6개월 예산으로 생각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 상황이 예산 집행의 원칙을 따질 겨를이 없을 만큼 다급하다는 것이고, 재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앞장서 줄 것을 독려한 것이다.그리고 세입예산(일반회계 기준)을 보면 부동산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취득세는 많이 증가했지만 내수 침체로 지방소비세는 줄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지방세 수입을 전년보다 5.1%(1천466억 원) 증가한 2조9천926억 원으로 편성했다.내년에는 국고보조금 수입을 크게 늘려 잡았다. 국고보조금은 11.8% 증가한 2조5천472억 원, 지방교부세는 1조263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지방채는 전년 대비 11%(422억 원) 줄였다. 의존 재원을 늘리면서 채무를 줄인 것이다.우려되는 점은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임을 생각할 때 내년에도 지방정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에 지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경북도 역시 2021년도 예산안은 방역과 경제활력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복지·보건 분야에 4조663억 원, 농업·농촌 관련 예산으로 1조3천45억 원을 반영했다. 또 지역산업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기반이 될 경북형뉴딜사업에 5천397억 원,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 그린뉴딜에 3천315억 원을 투자한다. 일자리창출과 민생안정, 기업지원에도 3천481억 원을 배정했다.도는 또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내외부 차입금으로 1천630억 원을 편성했다.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 등에도 자체 세입 감소가 많은 탓이다. 도는 이미 올해 6월 비상재정상황점검TF를 운영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세입 여건 악화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대구시와 경북도가 어려운 여건에도 이처럼 내년에 팽창예산을 편성한 것은 다 알다시피 장기침체에다 코로나까지 겹쳐 안팎 사정이 더 나빠진 지역경제 상황 때문이다. 또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절박함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시·도가 의도대로 내년 살림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늘 그렇듯이 국비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고 방역 대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끌어다 쓸 돈이 넉넉해야 하는데 그 돈이 나올 데라곤 지금 현실로서는 중앙정부밖에 없으니 말이다.시·도에 따르면 2021년도 정부 예산안 555조8천억 원 가운데, 현재 확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된 국비 예산은 대구시가 3조1천302억 원, 경북도가 4조8천561억 원 정도라고 한다.단순 비교로는 모두 지난해보다 증액된 규모지만, 대구의 감염병전문병원이나 경북의 SOC광역교통망 등과 같이, 꼭 들어가야 하는데도 빠졌거나 예산이 불충분하게 확보된 사업도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지금부터는 지역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지역민들의 사정을 헤아려 국회 논의나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달 초 열린 시·도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역의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반영됐더라도 증액이 필요한 규모를 파악해서 반드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이슈추적/ 3호선 엑스코선 그리고 4호선 트램 시범노선

대도시의 도시철도 노선은 역세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시민들에겐 재산 가치와 직결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도시철도 노선이 연장되거나 신설된다는 얘기만 들려도 그 노선이 어디로 갈 것인지에 모두가 안테나를 높이 올리고 정보를 수집한다.그래서 노선이 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특히 역사가 들어서게 될 거라고 판단할 만한 비록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라도 듣게 되면 너도나도 그 일대의 투자에 나선다. 당연히 그 지역의 집값이 들썩인다.최근 대구에서는 도시철도 3호선의 연장노선인 엑스코선의 착공과 도심 순환노선인 4호선에 적용될 트램(노면철도)의 시범노선을 결정할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대구도시철도는 1997년 11월 1호선 첫 운행을 시작한 이후 2015년 3호선 칠곡경대병원~용지 노선을 개통하는 등 20년도 채 안 되는 세월 동안 지금과 같은 3개 노선이 구축돼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확장으로 도시철도 수요 환경은 꾸준하게 변화했고 그에 맞춰 시민들의 노선 추가 건설 요구는 계속됐다.도시철도는 특히 역사를 중심으로 그 일대에 업무, 주거, 상업 시설이 몰리는 역세권이 형성되면서 도심 개발의 중심축이 됐으며, 그 결과 부동산 선택에서 역세권은 학세권과 함께 첫 번째 고려 요소가 될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졌다. 대구중장기철도망계획이나 2030대구교통계획 등의 발표에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엑스코선은 이미 노선 계획은 발표된 상태로, 국비 지원 여부가 12월께 결정된다. 7천억 원이 넘는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할 정부의 지원 결정이 있어야 엑스코선은 대구시의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또 도입을 추진 중인 ‘트램’은 올해 연말까지 시범노선이 우선 발표될 예정이다. 4호선 전 구간의 적용에 앞서 일단 시범노선을 운영해 본다는 대구시의 방침에 따라서다.트램은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저렴한 비용(지하철의 6분의1 수준)으로 노선 구축이 가능하고, 또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장점이 있어 대구시가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기존 도로의 교통시스템을 변경해야 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차선 하나가 별도로 필요해 좁은 도로에서는 교통 혼잡을 야기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현재 대구시가 추진 중인 트램 도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연말에 발표할 시범노선만 하더라도 이후 주민공청회, 정부 승인 신청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착공이 실제로 언제쯤 이뤄질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트램 시범노선을 둘러싸고 노선 통과가 예상되는 지자체 간에 노선 및 역사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유치 경쟁과 관련해 지역 여론과 교통 수용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엑스코선, 12월께 예타 통과 결정엑스코선은 도시철도 3호선인 수성구민운동장에서 이시아폴리스까지 이어지는 길이 12.4km 노선으로, 13곳에 역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동안 도시철도의 접근성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구 북동쪽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엑스코선을 보면 교통 수요가 많은 동대구역, 경북대학교, 대구시청 별관, 이시아폴리스 등이 포함됐으며, 또 지역의 물류·산업 중심지 역할을 하는 종합유통단지, 엑스코 그리고 2023년 준공 예정인 도시형첨단복합산업단지 금호워트폴리스 등이 연결돼 있어 교통 수용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대구시에 따르면 엑스코선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2차 점검회의와 경제성평가(B/C)를 마친 상태이고, 지역균형발전을 포함한 정책성평가가 남아 있다. 11월 말이나 늦어도 12월 초께는 예타 통과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시는 예타 통과가 확정되는 대로 2021년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거쳐 2022년 착공, 2027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총 7천169억 원이며, 국비 60%, 시비 40%로 충당한다.예타 통과 가능성에 대해 대구시는 시의 교통량변화 반영 요구를 정부가 상당 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교통량변화 반영 요구에는 현재 엑스코선 일대에서 공사가 진행되거나 예정된 91곳(5만7천84가구)의 대규모 신규 아파트건설 사업장이 포함됐다. 시는 엑스코선이 완공되면 환승 체계를 촘촘히 짜 대중교통 이용률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트램 시범노선은 지자체 간 경쟁 양상연말로 발표가 예정된 트램 시범노선을 둘러싸고 대구 서구와 달서구 간에 유치경쟁이 불붙고 있다. 시범노선 결정에 시청 신청사와 KTX서대구역세권이 핵심적 요소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다.서구에서는 서대구로를 중심으로 하는 선형 노선을 먼저 구축하고, 장기적으론 이 노선과 도심 노선을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구와 달서구 지역만 운행할 경우 이용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용성과 지역균형 등을 고려해 서구와 도심을 잇는 방향으로 노선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구에 혐오시설이 밀집돼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점도 노선 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구의회는 10월21일 ‘4호선(트램) 노선의 서구 중심가 경유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달서구에서는 서부권을 도는 순환노선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시청 신청사와 2021년 개통하는 KTX서대구역사를 아우르는 노선이 돼야 지역 균형발전과 도시성장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달서구는 KTX서대구역~죽전역~본리네거리~서부정류장~두류공원~신평리네거리를 경유하는 노선안을 지난 8월 대구시에 전달한 바 있다.대구시에 따르면 트램 시범노선 계획을 포함한 ‘대구 신교통시스템 구축 타당성 조사용역(이하 신교통시스템 조사용역)’ 결과가 연말께 발표된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내년에 주민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토교통부 승인 신청에 들어갈 계획이다.도시철도의 트램 도입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면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권 시장은 4호선을 기존과 같이 지하철이나 모노레일 방식으로 건설하는 것은 대구시의 재정 형편상 어렵다며 그 대안으로 트램 도입 구상을 밝혔다. 도시철도 4호선은 황금역~만촌역~동구청역~복현오거리~침산교~만평역~평리네거리~두류역~안지랑역~황금역을 도는 도심순환선이다.이후 권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자 대구시는 2018년 7월 신교통시스템 조사용역에 착수하며 2020년 1월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 발표는 대구시청 신청사 결정, 서대구역세권 개발계획 발표 등의 변수가 생기면서 올해 연말로 미뤄졌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사진설명-대구 도시철도 3호선 연장노선인 엑스코선에 대한 국비 지원을 결정할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와 4호선에 도입을 추진 중인 트램의 시범노선 결정이 12월 중 이뤄질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①KTX서대구역사 ②두류정수장 대구시청 신청사 부지 ③대구시청 별관 ④엑스코(조감도)대구시청 제공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DGB금융지주의 본사 이전설

얼마 전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의 모회사인 DGB금융지주가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와 지역경제계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DGB금융지주는 바로 본사 이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사실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이다.그러나 이 문제가 지역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무엇보다도 대구의 현실이 지역의 최대 기업이라는 대구은행이 속한 DGB금융지주마저 이전설이 나올 정도가 됐느냐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또 대구은행의 행보가 지역의 미래 예측에 대한 신뢰도 높은 정보라는 점도 있었을 것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구 사람들은 지역의 최대 기업을 묻는 외지인들에게 선뜻 답을 못했다. 1위 기업이 제조업체가 아닌 금융기업이라는 사실이 제조업이 몰락한 답답한 현실을 내보이는 것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젠 이런 자존심(?) 세울 일도 없게 됐다. 대구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대구은행은 자산이나 매출 규모, 인적·물적 네트워크, 정보력 등에서 지역에선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진 최고 기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DGB금융지주는 바로 이 대구은행을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이다.DGB금융지주의 본사 이전설이 나오자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있었다. 그중 DGB금융그룹의 실적과 관련한 분석이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DGB금융그룹은 2020년 상반기에 당기순익이 지난해보다 8.2% 감소했는데, 특히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이 이 기간 당기순익이 22.1%나 격감했다고 한다.이와 달리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인수·합병한 계열사로,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DG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익은 같은 기간에 오히려 큰 폭 증가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지역금융가에서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 것이다.올해 상반기 DGB금융그룹의 당기순익 감소 폭이 그나마 한 자릿수에 그칠 수 있었던 것이 그룹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의 부진을 비은행 계열사가 선전하며 상쇄해 준 덕이라는 것이다.여기에 DGB금융그룹의 고민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방은행은 사실 지역이라는 배후경제에 따라 성과가 연동되기 마련인데 대구경제는 수십 년째 내리막길만 걷고 있고 그나마 내일을 기약해 볼 수 있는 성장동력마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고 있다.그렇다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은행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돈 되는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런 차원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본사가 있는 서울로 지주사 본사를 옮기는 것은 DGB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려해봄 직한 선택지 중 하나일 거란 얘기다.이젠 옛이야기가 됐지만 한때 대구는 국가 경제를 견인한다고 자부했던 곳이고, 그 중심에는 대구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지 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있는 기업마저 떠날 고민을 할 만큼 상황이 변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그동안 원인·분석도 있었고 나름의 대책도 제시됐지만 그냥 그뿐이었다.외지에서 온 기업인 중에 ‘대구에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런 말이 나온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속엔 ‘지금보다 대구가 더 개방적이라면 훨씬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비판 아닌 충고가 깔려 있었다.지역경제가 어렵다 보니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방정부와 지역정치권의 여론 주도권이 유독 강한 곳이 대구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지역에 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도록 그들은 말과 처신에 특별한 방향성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얼마 전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지역에서도 추도 열기가 높았다.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국가 경제발전에 끼친 선한 영향력이 추모 열기를 불러일으켰겠지만, 한편으론 삼성에 대한 남다른 지역정서도 있었으리라 본다.대구에는 이건희 회장의 생가인 호암 고택이 있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옛 삼성상회 터도 있다. 추모 분위기 속에 호암 고택 보존, 옛 삼성상회 터 복원, 삼성 테마길 조성 등 대구에서만 가능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참에 대구시와 지역정치권이 삼성의 투자라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 특별한 방향성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슈추적/ 영주댐 방류

경북 북부지역에서 영주댐 방류를 놓고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건설 초기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영주댐이었지만 최근에는 1년 넘게 담수한 ‘댐 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물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영주시를 비롯해 인근 안동시, 예천군, 상주시, 봉화군 등 내성천 주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지역민들은 일차적으론 댐 방류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부의 행보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담수를 시작하면서 댐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그 목적임을 밝혔기에 지역민들은 이번 방류가 향후 영주댐의 존치나 철거를 결정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댐 방류에 대해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는 10월 15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방류를 시도했다. 그러나 두 차례 시도는 지역민들이 댐 수문 바로 아래에서 몸으로 저지하는 바람에 결국 잠정 유보됐다.현재와 같은 대치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환경부가 방류 결정 과정에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등 댐 운영을 일방적으로 한 데 그 원인이 있다. 이번에 방류를 결정한 주체는 영주댐협의체다. 이 협의체는 그동안 녹조와 누수 등으로 논란이 벌어진 영주댐의 처리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환경부가 올해 1월20일 출범시킨 거버넌스 조직이다.그러나 협의체에 대해 지역에서는 출범 당시부터 비판적 시각이 있었다. 18명으로 이뤄진 협의체의 구성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전달할 지역단체가 소외된 데다, 또 지역 몫으로 2명만 배정되는 등 사실상 지역 입장과 상관없이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로 출범했기 때문이다.영주댐협의체는 10월6일 회의를 열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하루 수심 1m 이내로 약 80일 동안 댐을 방류한다’는 결정을 했다. 당시에도 회의장을 찾은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 회원들과 영주시의회 의원들이 시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방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2009년 공사에 들어간 영주댐은 2016년 댐 본체 공사가 마무리됐다. 이후 환경부는 2016년과 2017년에 한 차례씩 시험담수를 했지만, 당시 저수율이 채 20%에도 미치지 않아 지역에서는 댐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의혹도 제기됐다.그리고 1년여 간 담수가 없다가 환경부는 2019년 3월 세 번째 시험담수에 들어갔다. 의혹이 제기된 댐 시설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한편, 댐이 건설된 하천인 내성천의 생태환경 전반을 종합 진단해 향후 댐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당시 환경부가 밝힌 시험담수 목적이었다.다행히 3차 담수에서는 저수율이 평균 50~60%를 기록하면서 담수 기능 등의 의혹은 일단 해소되는 것 같았다. 또 물이 들어찬 영주댐을 보며 지역에서는 안정적 용수 확보는 물론이고, 댐 주변과 연계한 관광벨트 구상 등을 하며 영주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영주댐협의체 회의 결과를 토대로 지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10월15일 댐 방류를 강행했고, 지역에서는 즉각 방류 반대를 위한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환경부의 입장은 애초 방류를 전제로 한 담수였고 목적대로 관련 기초자료를 충분히 확보했으므로 계획대로 방류하겠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지역민들은 생각이 달랐다. 환경부가 제시한 방류 이유에 동의할 수 없고, 무엇보다 댐 건설로 인해 수몰 피해까지 본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방류를 강행한 것에 분노했다. 또 방류가 향후 댐 철거라는 어떤 의도에 따라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지역민들 사이에 퍼졌다.현재 잠정 유보된 영주댐 방류는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해결의 가닥이 잡힐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부는 일단 방류 계획은 철회한 상태이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지역민들도 환경부의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방류 강행에 주민들 실력 저지환경부가 1차 방류 시한으로 예고한 10월15일 오전 11시, 영주댐 수문 바로 아래에서는 주민들이 방류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 시각 한국수자원공사 영주댐지사에서 여러 차례 ‘방류를 하겠다’는 경고 방송을 보냈지만,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이날 방류는 하루 뒤인 16일 오전 11시로 연기됐다.이날 같은 시각 영주댐 하류 500m 지점에서는 주민들과 30여 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도지사, 자치단체장, 도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댐 수호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맞이한 재방류 예고일인 16일 오전, 주민들은 댐 아래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결국 환경부는 방류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그리고 10월20일에는 영주댐 하류 500m 지점에서 영주시의회가 임시회를 열었다.시의회는 이날 △공사가 완공된 지 4년이 지나도록 준공 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밝힐 것 △영주댐협의체가 댐 방류 결정 권한을 가진 것인지 그 법적 근거를 제시할 것 △담수 대책 없는 방류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것 등의 질의를 하고 환경부에 답변을 요구했다.◆ 지역민과 환경부의 다른 생각환경부의 댐 방류 계획에 맞서 지금도 댐 아래에서 하루 12시간씩 순번제로 24시간 방류 저지에 나서고 있는 지역민들은 방류 계획의 완전 철회와 기존 영주댐협의체 해체 후 영주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강성국 영주댐수호추진위원장은 “영주댐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주민들의 애환과 희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영주댐을 주민들의 희생을 무시하고 다시 무용지물이 되게 하는 것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장욱현 영주시장은 “의견 수렴기구인 댐협의체 구성이 잘못된 만큼 협의체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 또 방류가 댐 해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을 영주 시민이 없는 현실을 고려해 환경부는 댐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동시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최저수위(저수율 34%)를 지키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같은 격앙된 지역 분위기에 대해 환경부는 댐 철거는 없을 것이고 협의체는 새로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두 차례 방류 시도가 좌절된 후 10월17일 영주댐 인근 주민 농성장을 방문한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방류는 댐 해체를 전제로 하는 게 아니며 내년까지 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현재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다. 지역 의견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정부를 믿고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0월 초 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국회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지역주민이 더 많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영주댐을 운영하겠다. 정부가 영주댐을 해체하거나 자연하천화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1조1천억 원 투입해 만든 영주댐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일대 내성천에 있는 영주다목적댐은 낙동강 유역 하천의 유지용수 확보와 홍수 피해 경감, 경북 북부권에 대한 안정적인 용수 공급 등을 위해 4대강 사업의 수질관리 대책 중 하나로 2009년 12월 공사에 들어갔다. 사업비로 1조1천30억 원을 투입해 2016년 10월25일 높이 55.5m, 길이 400m 규모의 본체를 완성했다.영주댐은 만수위 기준으로 연간 2억㎥의 맑은 물을 확보해, 이 중 1억8천㎥를 하천 유지용수 등 환경개선 용수로, 1천만㎥를 영주, 상주 등 북부지역의 안정적인 생활·공업 용수로 공급한다. 또 수력발전을 통해 연간 15.78GWh(4인 가구 기준, 3천288가구 연간 사용량)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한다.이밖에 댐 주변에 51km 길이의 국내 최장 순환도로를 개설하고 이주단지 3개소(66가구)를 조성하는 등 댐을 중심으로 한 관광벨트화 사업도 영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영주댐은 건설 초기에 나온 부실 공사 의혹에다 심각한 녹조현상, 모래 강 내성천의 황폐화, 댐 시설물의 누수 등 여러 문제점이 그동안 지적되기도 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소방관 수당 반환

직장인들에게 수당은 생각하면 참 그렇다. 많이 받을수록 좋은 건 맞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통장에 들어온 걸 보면 당장 기분은 좋지만 제대로 맞게 들어온 건지 왠지 찜찜함이 가시지 않으니 말이다.수당은 사실 기본급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법률에 그 세부 항목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도, 그 조항도 워낙 복잡하기에 개인이 이를 제대로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꽤 알더라도 스스로 이를 정확하게 금액으로 산출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 직장인에게 수당은 주는 대로 받는 것이고, 그리고 그게 다 맞겠거니 하는 게 현실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감에서 소방관들의 수당 반환 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1년, 당시 소방관들은 소송을 통해 3년 치 휴일수당을 받았는데,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이 휴일수당은 초과근무수당과 중복해 받은 것이므로 반환해야 한다고 확정판결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소방관 1만7천여 명이 이미 받은 휴일수당에다 그 기간의 법정이자 277억 원까지 더한 1천300여억 원을 물어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수당 소송은 반환에까지 이르게 된 사정을 들여다보면 소방관들로서도 억울해할 만한 부분이 적잖이 있을 것 같다. 2009년 일부 지역의 소방공무원들이 휴일에 근무한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초과근무수당을 달라고 소속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그리고 2011년 1심 재판에서 소방관들이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중복해 지급하라’고 선고하며 ‘청구한 금액에 연 5%의 이자율을 더해 지급하고 미지급 시 판결한 날로부터 연 20%의 이자를 더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이 판결 역시 수당 중복 지급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각 지자체는 서둘러 소송에 참여한 소방관들에게 청구한 금액과 그에 대한 이자를 가지급했다. 문제는 2심에서 생겼다. 2014년 고등법원 재판부는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의 중복 지급은 할 필요가 없다’며 1심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행정안전부 예규에 나오는 중복지급 불가 규정을 들었다. 이렇게 1, 2심의 판결이 다르게 나오면서 소방 현장에서도, 지자체에서도 혼란이 생기자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그러나 2심 판결이 난 지 5년이 지나서 2019년 10월 열린 재판에서 대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동안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기대했던 소방관들에게는 그 결과도 최악이었지만, ‘해당 사건은 민사재판이 아닌 행정재판 대상이다. 처음부터 다시 소송을 하라’는 재판부의 얘기는 황당하기조차 했다.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를 두고 ‘애당초 지방법원이 해당 소송이 행정소송 대상임을 짚어 주었더라면 대법원에 가서야 관할이 잘못돼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제기하라는 얘기는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역에서도 대구소방관 1천529명과 경북소방관 1천444명이 117억5천만 원과 188억 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가 됐다. 여기에는 원금 외에 연 5% 이자(경북 56억 원, 대구 7억5천만 원)도 포함돼 있다. 지역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애초 법원에서 수당을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10년 가까이 지나서 자신들이 한 판결을 뒤집고 이자까지 더해 반환하라고 하니 당황스럽기만 하다’는 불만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모양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 문제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구, 경북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11년만 해도 소방공무원은 지방직과 국가직으로 이원화돼 있어 지자체별 상황에 따라 인력과 장비, 복지 등에서 차이가 있었고, 그 때문에 일부 소방관들이 불이익을 보는 사례가 보도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47년 만에 일원화했다. 아무쪼록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정부, 지자체, 소방청이 머리를 맞대고 묘책을 찾길 기대한다.

/이슈추적/ 상업지역 ‘용적률’ 어떡해야 하나

코로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대구에서 최근 건축물의 ‘용적률’ 기준을 두고 때아니게 대구시와 시민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용적률은 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전체면적의 비율로, 대개 건물 높이는 이 용적률에 따라 결정된다. 갈등은 현행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중 용적률 관련 조항을 대구시가 변경하려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대구시의 계획은 현재 상업지역에 주거복합건축물(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을 지을 때 적용되는 용적률 허용 최대치인 1천300%를 400%로 대폭 낮추는 것으로, 앞으로 상업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설을 억제하겠다는 것이었다.그러나 대구시의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자 일부 지역에서 반대하고 나섰다. 중구를 비롯해 서구, 수성구의 일부 주민들은 용적률이 제한되면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차질이 생겨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양측의 대립과 긴장 상황은 10월12일 대구시의회에서 안건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됐다. 다행히 시의회에서 안건 심사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은 일단 막게 됐다.현재 상황을 봐선, 대구시가 수정안을 제시하고 시의회가 이를 재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반대 주민들도 시의 수정안이 나오면 그때 다시 대응 방법을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사실 용적률을 둘러싸고 이 같은 갈등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근본적으론 대구시의 오랜 경기침체 상황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용적률 조항이 애초 생긴 것도, 그 조항을 지금 다시 변경하려고 하는 것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는 지역경기 상황 때문이다.현행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가 마련된 것은 2003년이었다. 당시 시는 장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경기를 살리는 차원에서 파급 효과가 큰 건설 경기 활성화를 강구했고, 그 결과 수요가 많은 상업지역에 주거복합건축물, 즉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적률 기준을 최대 1천300%까지 높였다.그리고 1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그사이 대구 도심의 교통 요충지이고, 가격으로도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에는 주거용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무더기로 들어서게 됐다.오랜 세월인 만큼 일각에서는 그사이에도 당연히 우려하는 소리가 있었다. 도시의 공간 이용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한 상업지역에 상가나 사무실이 있는 업무용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대신, 주거용 초고층 건물만 들어서게 되면서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러나 용적률 논란이 불거진 지금도 지역에서는 용적률 기준에 대해 시각이 엇갈린다. 건설업계나 재건축·재개발이 향후 가능한 지역의 시민들은 용적률을 낮추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이들은 “용적률을 제한하려는 시의 입장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지난 2003년과 비교할 때 지역경기가 크게 나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용적률이 제한되면 당장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또 지역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에 반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도심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현재 가시화되고 있어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건설 경기 진작이라는 한쪽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도시의 장기 균형발전, 주택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용적률 400% 제한 추진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은 대구시가 8월20일 입법예고해 9월16일 대구시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10월12일 시의회 상임위의 안건 심사, 16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10월 말께 공포, 시행될 예정이었다.애초 대구시가 밝힌 도시계획 조례 개정의 추진 배경을 보면, 현재 상업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교통난과 주차난이 악화하고 있고, 게다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도 최근 3년간 1천여 건이 넘을 정도로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또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체 지역의 균형 개발을 고려해야 하고 주택의 수급 조절 등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있었다.현재 적용되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의 상업지역 주거복합건축물 용적률은 △중심상업지역이 600~1,300%, △일반상업지역이 500~1,000%, △근린상업지역이 400~800%로 돼 있다. 시는 이를 조례 개정을 통해 △중심상업지역 1,300%, △일반상업지역 1,000%, △근린상업지역 800% 등으로 유지하되, 주거복합건축물의 주거용 면적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400%로 대폭 낮춰 제한할 계획이었다.◆ ‘지역발전 가로막는 규제다’용적률 제한 움직임에 가장 크게 반발한 이들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및 예정지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조례가 개정되면 현재 40층 이상으로 계획된 건물들은 20여 층으로 높이를 50% 이상 줄여야 한다. 아무 대책 없이 갑자기 조례를 개정해 이를 대구 전 지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대구시가 수많은 시민의 재산 피해를 외면하는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전체 면적의 44.2%가 상업지역으로 돼 있는 중구에서는 구청장 등 전 구민들이 나서 대구시에 조례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또 서구와 수성구 등에서도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및 예정지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례 개정은 불량, 노후 주택 개발에 대한 희망을 짓밟는 행위다’‘지역별 개발 상황에 맞게 용적률 기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한편 대구시의회에서 심사 유보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개정안 반대 시민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완전히 철회한 것이 아닌 만큼 완전한 해결이 아니다. 대구시에서 내놓는 수정 개정안이 나오면 다시 검토해 보고 적절한 대응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반대 시민들로 구성된 비대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단은 대구시의회서 급제동12일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해 추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를 유보했다. 김원규 시의회 건교위원장은 “현재 원안 가결이 힘들고 수정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위원들의 판단이다”고 밝혔다.그러나 시의회에서 일단 조례 개정안 추진에 제동을 걸었지만 대구시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갈등이 재연될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주택경기 활성화로 올해만 대구에 3만여 가구의 공급이 예상된다.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 공급 증가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 주택시장은 연간 1만2천500가구가 적정 수요인데, 2018년 2만5천 가구, 2019년 2만8천 가구, 2020년 3만 가구 등으로 몇 년째 초과 공급 상황이라는 것이다.특히 2019년에는 주택사업승인 25개 단지 1만6천974가구 중 18개 단지 1만2천883가구가 상업지역의 주상복합건물이었고, 또 2020년에도(7월 기준) 대구의 주택건설 예정지 151곳 중 31곳(20.5%)이 범어네거리, 죽전네거리, 달성네거리 등의 중심상업지역에 있다는 것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추석 끝에 하는 이런저런 생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옛 속담이 무색해지는 추석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가족, 친지가 한데 모여 정을 나누던 보통의 명절 풍경을 오히려 경계해야 한 추석이었다. 대신 멀리서나마 안부 전화를 하며 별 탈 없음을 서로 감사해야 한 시간이기도 했다.코로나 사태로 이래저래 심기 불편한 국민들에게 추석을 앞두고 전해진 북한군 총격에 의한 공무원 피살과 시신 훼손 사건은 심란함을 더했고 또 이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진영 싸움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보도된 것을 보면 사건 발생 당시 북한군은 그가 비무장 민간인 신분임을 안 듯하고, 또 그때 상황이 총을 쏠 정도로 혼란스럽지도 않았던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총을 쏘고 시신에 불을 놓아 훼손까지 했는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우리 정치권은 사건 이후 북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고 김정은 정권의 책임을 경고했다. 대통령도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하며 사실관계 파악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과연 이게 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응이겠냐는 생각이 먼저 든다.그동안 북이 저질렀던 유사한 범죄가 어디 한둘이었던가, 그때마다 정부는 경고하고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했지만 지금껏 달라진 거라고는 전혀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총부리를 맞댄 남·북 사이에 언제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국민들에게 새삼 깨닫게 한 것이고 북의 온갖 범죄와 말도 안 되는 생떼에도 우리에겐 대응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여기에는 진보 정권도, 보수 정권도 다를 게 없었다.이번에도 정치권은 늘 하던 대로 이 사건을 빌미로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보라는 여당은 현 상황에서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게 뻔한 종전 선언과 북한 관광 카드를 꺼내 놓으며 공세를 피해 가는 데 급급한 모양새고, 보수 야권은 정권의 위기관리 능력을 문제 삼고, 굴종적 대북 관계를 비판하며 여론몰이에만 힘을 쏟는 모습이다.이럴 일인가, 북의 존재로 인해 그동안 우리 국민이 받은 고통이 얼마인데, 또 이러는가. 적대적 대치로 한반도는 늘 긴장 상태이고, 주변 강대국은 우리의 이런 처지를 볼모 삼아 툭하면 내정 간섭이고, 또 이를 이용해 자기들 잇속 차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런데도 남북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는 게 우리 정치인들이고 지도자들이라니, 지켜보는 국민만 답답할 노릇이다.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국내외에서 기세가 여전하다. 우려했던 개천절 집회는 큰 탈 없이 지나가 다행스럽지만, 또 한글날 집회가 예고된 데다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확진자와 무증상 확진자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에 국민은 아직 불안하다.그러나 어려운 시국이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지역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중요한 사업들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통합신공항은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 같고,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도 주민투표를 계획대로 마무리 지으려면 후속 절차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출향인들에게 명절 때면 찾아오는 고향이 아픈 현실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젊은 사람이 다 떠나고 노인만 남아 있는 농촌 마을을 보자면 이렇게나마 찾아올 수 있는 날이 언제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사람과 기업이 서울로만 몰려간 게 벌써 수십 년 세월이고, 이를 그냥 먼 산 보듯 한 결과물이 현재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지방이고 농촌이다. 추석 며칠 전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국민의힘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에 대한 정치권의 지원을 요청했다니 기대가 더 커진다.대구시와 경북도도 포부가 크다. 인구 500만 명이 넘는 자치단체를 만들어 몸집만큼 커질 역량을 바탕으로 수도권에 맞서고, 또 그 힘으로 재정, 행정의 분권까지 이뤄내 실질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시·도민들이 힘을 보태는 것도 결국 같은 이유일 것이다. 어느 해보다 심란한 추석을 보내고 이제 모두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년에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 속에서 맞는 추석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