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불쏘시개

정치와 불쏘시개김창원독자여론부장유명인의 말은 회자된다. 화자가 좋은 사람이던지 나쁜 사람이던지 상관치 않는다. 지난주(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정국을 흔든 조국 사태는 일단락됐다. 조 전 장관은 사퇴에 앞서 불쏘시개라는 말을 남겼다.불쏘시개는 불을 붙이기 위한 매개체로 쉽게 불을 붙일 수 있는 물질에 먼저 불을 놓아 나무에 옮겨 붙도록 하는 방법으로 화력이 센 마른 나뭇가지나 장작에 불을 옮겨 붙이기 위해 먼저 태우는 물건이다.불쏘시개가 정치에도 적용되는 모양세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조 장관의 사퇴 이후 정치권은 검찰개혁과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처리를 두고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는지는 두고 볼일이다.조 전 장관의 불쏘시개는 중요한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먼저 필요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자신이 검찰개혁을 위해 역할을 했고 자신의 그런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의미로 읽힌다. 불쏘시개에 먼저 불을 붙여 조금씩 불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작을 불꽃을 먼저 일으켜 큰 불이 나게 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조국 장관은 자신이 검찰개혁의 불쏘시개였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짓과 위선과 불공정을 폭로하는 불쏘시개였다는 점을 알고 있을까. 온 국민이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심각한 분열을 불러온 불쏘시개가 자신이었다는 것은 모른 체 하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도 조 장관의 사퇴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나. 자신이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로서의 자격이 있었는지는 돌아보지 않은 걸까.장관 지명과 임명 그리고 사퇴를 거치는 2개월 동안 그를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경제도, 외교도, 안보도 실종됐다. 국론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양분됐고 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마저 ‘조국 사태’가 휩쓸었다. 그동안 기업경기는 더 얼어붙었고 소비심리도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지난 1년새 금융사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가 28%나 증가했는데도 민생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곡소리가 이어져도 돌아보는 정치사회지도자는 없었다.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결과가 상식이 되는 사회를 바라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이 좌절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조국 장관은 사퇴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갈등을 봉합하고 소통과 화합에 나서야 할 때다. 정치권도 국론통합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져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의 말은 보기에 따라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조국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법원의 판단이다. 국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없는 죄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그동안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가 사라져 좌절과 상처를 겪은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제기되었던 수많은 의혹에 대한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밝히는 것이다. 더 이상 특권과 반칙, 편법이 통하는 사회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할 것 아닌가.조국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는 갈라졌던 국론분열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조 장관 사퇴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국론통합의 불쏘시개에 불을 지피는 게 순서다. 막말에 갈등만 일으키는 한국정치를 개혁할 불쏘시개에도 불을 붙여야 한다.총선이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민생을 보듬는 불쏘시개는 누가 될 것인가를 주시하고 있다. 빚내서 빚을 갚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는 불씨에 불을 붙이는 불쏘시개 역할은 누가 해줄지 지켜보고 있다.

얼룩말 가죽

얼룩말 가죽/ 문인수법원 앞 횡단보도 도색은 늘/ 새것처럼 엄연하다. 흑.백.흑 백의 무늬가/ 얼룩말 가죽, 호피같다. 이걸 깔고 앉으면, 치외법권/ 산적 두목 같을까, 내 마음의 바닥도 때로 느닷없이/ 뿔처럼/ 험악한 수피가 되고 싶다. 나는/ 이 거대한 늑골 같은 데를 지날 때마다 법에/ 덜커덕 덜커덕 걸리는 느낌이다/ 인간이 참 제풀에 얼룩덜룩한 것 같다// 저 할머니는 이제/ 법이란 법 다 졸업한 ‘무법자’ 일까/ 신호등 빨간 불빛 따위 아랑곳없이/ 무인지경의 횡단보도에 들어선다/ 강 건너듯 골똘하게 6차선 도로를 횡단해 간다. (중략) 어려 보이는 한 교통순경이 냉큼/ 쫓아가 할머니를 부축해 정성껏 마저 건너간다/ 덜컹거리는 법 감정이, 시꺼먼 길/ 바닥이 문득 흰 젖 먹은 듯 고요히/ 풍금처럼 흐르는 저, 모법(母法)이 있다.- 시집 『배꼽』 (창비, 2008)................................................아닌 게 아니라 도색이 선명한 흑백 횡단보도를 보면 얼룩말 무늬 같다. ‘법원 앞 횡단보도’의 흑백 얼룩무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위법과 준법, 불의와 정의, 인치와 법치 따위의 대칭일 수도 있고, 시민 권력과 그 대척에 있는 사법 권력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법치도 좋고 사법 권력도 좋은데,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보편타당성, 집행의 투명성, 정의에 대한 복종, 예측가능성의 제공, 합리적 과정을 통한 사법 환경의 개혁 등이 전제되어야할 것이다. 법질서 확립의 형태가 정부나 검경, 법원의 자의적 법해석과 법적용으로 전개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법치는 국민들이 법을 잘 지키고 준수해야한다는 말이 아니라, 국가와 권력자들이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들이 법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라 통치자의 개입과 검찰 등이 자의적으로 남용한다는 말이다. 지난 정권을 들추어보자면 퍼뜩 이명박 정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명박산성과 촛불집회 탄압, 불매운동 처벌, 공안사건 획책, 미네르바 구속, 용산 참사 초래, 집시법 개악, 사이버모욕죄 등 온라인 탄압, 기타 MB 악법 추진 등 그 퇴행적 법치 행각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그런 정부를 윤 검찰총장은 자기가 경험한 바로 가장 ‘쿨한’ 정권이라고 했다. 힘이 다 빠진 정권 말기에 구체적 증거가 세상으로 다 드러난 사건의 사례를 들어 그딴 식으로 발언하는 윤 총장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런 그에게서 정의감이나 균형감각은커녕 손톱만큼의 역사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망나니 완장을 찬 ‘산적 두목’같다고나 할까. 그의 ‘정무감각 없다’는 말은 ‘난 무대뽀’라는 말로 들리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국민들에게도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다시 들린다.법치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폭압적 사건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지금도 분노한다. 그 시절이 좋았노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검찰총장에게서 우리는 섬뜩함을 느낀다. 죄를 짓지 않아도 ‘이 거대한 늑골 같은 데를 지날 때마다 법에 덜커덕 덜커덕 걸리는 느낌이다.’ 까닥하다가는 없는 죄도 뒤집어쓸 판이다. ‘인간이 참 제풀에 얼룩덜룩한 것 같다.’ 이러한 법 감정에서 언제나 놓여날 수 있을까. 법원 앞 횡단보도를 ‘신호등 빨간 불빛 따위 아랑곳없이’ 구부정 느리게 걸어가는 ‘저 할머니’처럼 ‘이제, 법이란 법 다 졸업한 무법자’ 쯤 되면 몰라도...

막말, 거짓말, 헛말

막말, 거짓말, 헛말홍덕률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한 때는 ‘생각과 말’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실은 한때가 아니라 인류 역사 대부분이 그랬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죄목은 청년들의 영혼을 타락시켰다는 것이었다. 2천 400년쯤 전의 일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800년쯤 지나 415년의 일이었다. 학문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뛰어난 수학자가 있었다. 철학자기도 했던 그녀의 이름은 히파티아였다. 강의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사상의 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였다.다시 1천100년쯤 지나서였다. 1534년, 헨리 8세 때의 영국이었다. ‘유토피아’를 쓴 사상가 토머스 모어가 참수형에 처해졌다. 대법관이라는 최고위직까지 올랐던 귀족이었다. 왕의 이혼을 반대해서였다.근대사회를 연 위대한 사상가들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였다. 마키아벨리, 장 자크 루소, 볼테르도 책이 불태워지거나 국외로 망명해야 했다. 생각과 글이 불온하다는 이유였다.20세기 들어와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끔찍한 학살과 공포가 세상을 휩쓸었다. 스탈린과 마오쩌뚱과 크메르 루즈 등에 의한 대학살과 대숙청은 20세기를 야만의 시대로 규정짓게 만든 대표적인 비극이었다. 선진국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미국의 매카시즘과 베트남 침공, 프랑스의 알제리인 학살 등도 부끄러운 야만이었다.우리나라도 그랬다. 70여년 전만 해도 사상이 다르다고 죽고 죽이는 일이 일상이었다. 독재권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하거나 갇히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죽임을 당하는 일도 흔했다.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도 납치되어 살해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났을 정도였다. 사실을 보도했다는 이유, 언론 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고문당하거나 투옥되거나 해직된 언론인도 부지기수였다.불과 수년 전, 지난 정권 때의 일이었다.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이 불이익을 받았다.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최근까지도 사치였던 것이다.미국 헌법을 기초했고 3대 대통령을 역임한 토머스 제퍼슨의 말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다.” 우리가 지금 생각이나 말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거나 감옥에 갇히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살게 된 것도 전적으로 국내외의 선배 세대가 흘린 피와 노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피로 키운 그 고귀한 민주주의’가 만신창이가 되는 상황을 하루도 빠짐없이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발전시킬 방안에 대한 이성적 토론이 자리해야 할 ‘생각과 말의 자유 공간’을 온갖 막말과 거짓말과 헛말들이 휘젓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흉측한 막말’이다. ‘다이너마이트 청와대 폭파’ 발언은 듣는 귀를 의심하게 했다. 서초동 촛불집회를 가리켜 ‘조폭들의 모임’이라고 한 것도 그랬다. 너무 많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이 유력 정치인의 말들이다. 국회 회의장에서까지 막말을 넘어 욕지거리와 삿대질이 일상이 되었다.‘뻔한 거짓말’도 심각하다. 거짓말 잘하는 것이 마치 정치인의 자질인 것처럼 생각될 정도다. 최근에는 유명대학의 교수들까지 가세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가리켜 ‘매춘부’라고 했다. ‘학문의 자유’ 뒤에 숨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일부 유튜브들은 물론 유력 신문과 방송들까지 교묘한 거짓말과 가짜뉴스들을 만들거나 퍼나르고 있다.또 있다. ‘황당한 헛말’이다. 이익이 된다 싶으면 논리나 근거도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주사파가 장악한 청와대’, ‘사회주의 정권’, ‘빨갱이’ 같은 흑색선전과 선동이 대표적이다. 전광훈 목사의 주장 하나도 듣기 거북한 헛 말이었다. ‘나는 본회퍼를 따른다.’ 본회퍼가 누구인가? 히틀러 암살모의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사형당한 목사가 아닌가? 전형적인 혹세무민 헛 말이다. 당혹스럽고 참담하다.유명 무명의 선각자들이 그 모진 고문과 투옥까지 감당하면서 피땀 흘려온 역사가 저런 막말, 거짓말, 헛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탐욕의 정치인과 무책임한 언론인, 혹세무민하는 종교인과 지식인들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도록 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도 아니다.‘생각과 말의 자유 공간’을 깨끗하게 하고 민주주의의 품격을 지켜내는 것이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결국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아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이다.

행복한 밥상

행복한 밥상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가을 햇살이 탐스럽게 빛난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의 색깔처럼 고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골집 마당에 가득 피어난 꽃처럼 공원을 수놓으며 하얀 가운을 입은 이들 앞에 앉을 차례를 기다린다. 토요일을 맞아 두류공원에서 ‘대구광역시의사회와 적십자가 함께 하는 건강 상담 및 행복한 밥상‘이라는 현수막 아래 나눔 행사가 열렸다.우리나라만큼 아픈 이들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기 쉬운 나라가 어디 있으랴만, 그래도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못 받는 이들을 위해 매년 함께 하는 나눔 의료봉사행사이다. 무더운 여름도 지나 서늘해진 가을이 다가오자 환절기 건강을 염려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나 보다. 줄지어 선 이들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외과계와 내과계로 나누어 열심히 진료해도 줄은 좀체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초음파 검사까지 무료로 할 수 있다니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뵈니 붉게 물들어가는 잎사귀도 한결 기운이 나는 듯 살랑댄다.보다 많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따뜻한 의료와 건강 상담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한 분 한 분 그분들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 오후였다. 의사회에서 마음을 담아 마련한 후원금을 전달하며 이제는 밥상을 차리는 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땀 흘리며 그분들께 밥상을 차려드리는 차례다. 의사 봉사단 조끼 위에 머리 수건과 장갑을 끼고 줄지어 늘어서서 한 가지씩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로 했다. 행복한 밥상. 식판을 들어드리고 군대에서 쓰는 숟가락에 포크가 하나로 된 수저를 드시게 하여 반찬을 하나씩 담아드린다. 힘센 남자선생님은 밥을 푸고 국을 뜨고 그중에 덜 힘들 것 같은 반찬 나누는 대열에 서있던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무료급식행렬에 비지땀을 흘려대었다. 아마도 천 명은 족히 될 듯한 그분들의 반찬을 담아드리며 소리 내어 때로는 속으로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를 외쳐대었다.드디어 줄이 끝 나갈 무렵 청포묵은 바닥이 보이고 맛있게 보이던 김치도 이젠 조금만 남았다. 게다가 불티나게 인기 있던 가느다란 파와 김을 무친 것은 쳐다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갈 정도로 배가 고파왔다. 드디어 배식하던 봉사자들의 식사, 시장이 반찬인지 남이 해놓은 밥이라 그런지 정말이지 세상에~! 밥이 아니라 꿀이었다. 시장기가 어느 정도 가시자 입을 모은다. 오늘 흘린 땀방울이 행복이라는 작은 씨앗에 물을 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앞으로도 시간을 내서 이런 봉사를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야말로 나누면 더 행복해 질 수 있고 함께하여 더 의미 있는 의료봉사와 사랑의 급식이 아니겠는가. 이런 봉사활동은 참여하는 이들의 감성지수를 많이 높여줄 것도 같다. 아무리 춥고 배고픈 현실이라도 행복한 밥상 앞에서는 체온이 1도 정도는 높아질 것 같아 마음이 따스해오지 않으랴 싶다. 누구든 혼자서 식사하기 좋은 사람이 있겠는가. 더구나 독거 어르신은 식사 재료 준비와 배식, 설거지 등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런 분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마다 이런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는 적십자사는 정말 존경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봉사 팀에 합류한 한 학생은 얼굴에 땀을 닦으며 이야기를 한다. “평소엔 어머니가 차려준 식사를 하다가 스스로 참여하여 준비한 식사를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다.”라고. 그러면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상이 여기에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학생의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온도가 1℃ 정도는 올라간 것 같다.오래 전 방송에서 ‘행복한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매주 한가지의 먹거리를 선정하여 ‘a부터 z까지’의 모든 정보를 재미있게, 실증적으로, 경쾌하게 점검하는 프로그램이라 참으로 유익한 방송이라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때 얻어 들었던 지식으로 우리집 식탁을 차릴 때도 가장 행복한 밥상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곤 하였다. 신혼시절 남편에게 물었다. 가장 행복한 밥상은 뭘까? 그는 ‘어머니가 차려준 밥’이라고 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한 밥상은 정말이지 누군가 나 아닌 다른 이가 정성껏 마련하여 차려주는 것 아니겠는가.김수환 추기경은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려니’라고 하셨다. 추기경님의 미소와 말씀을 가슴에 새기는 이들이 많아져서 곳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며 행복한 밥상을 차리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민방위대는 나 자신과 국가 안전에도 도움을 준다

민방위대는 나 자신과 국가 안전에도 도움을 준다황보식영남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민방위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됐다. 전역한 후 만 40세까지로 대구지역 민방위대도 시민 안전의 주체자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올해로 창설 44주년을 맞은 민방위대는 현재 활동성이 강한 청년들로 조직되어 있으며 군사 작전상 필요한 노력지원 등 전쟁 억제 역할과 방공·방재 활동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다. 또 구조, 복구 등의 재난대비에도 도움을 주고있으며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 안전에도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민방위대 창설은 1950년 동란 이후 현재까지 비상대비계획(1969·충무계획)과 민방위대 창설(1975년9월)을 통해 전쟁 억제기능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재난대비는 평소 테러, 방화 등 거동수상자 신고 및 교육 훈련을 통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자체 별로 조직된 재난 대비 예방 활동으로 365일 재난대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민방위 교육훈련 1~4년차는 연간 기본교육 4시간 등이며 5년차 이상은 비상소집 1시간으로 민방위대원의 교육훈련이 정해져 있다.필자는 교육훈련시간 동안 민방위대는 나 자신의 가치와 소중한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생에게 인식시켜 주고 있다.나 자신의 가치와 소중한 가족의 안전은 민방위대 활동의 중요한 덕목으로 나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이웃사랑 실천의 초석이다는 신념에서다.아울러 강의를 준비하면서 이론 강의만 할 것이 아니라 유사시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휴대용 조명등 구입을 권하고 있다.이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생명줄 같은 역할로 교육생들에게 휴대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또 화재시 젖은 손수건 사용도 교육하고 있다.1944년 민방위 제도의 창시국가인 스웨덴의 국가민방위 정신에는 ‘나를 지키는 것은 국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처럼 민방위대 정신이 사회 곳곳에서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금파리 반짝 빛나던 길

사금파리 반짝 빛나던 길/ 임현정인부들이 담배 피우러 나간 사이/ 이삿짐을 실은 트럭을/ 통째로 훔쳐갔다는 건데// 숲 속 공터에// 책이 꽂힌 책상이며/ 손때 묻은 소파까지/ 여자가 살던 집처럼 해놓고// 남자는 너럭바위에 앉아/ 생무를 베어 먹은 것처럼/ 달지도 쓰지도 않게/ 웃었다고 합니다// 꼭 같이 사는 것처럼// 물방울무늬 원피스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는데/ 경비 아저씨의 푸른 모자가/ 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있는 날이었습니다- 시집『꼭 같이 사는 것처럼』(문학동네, 2012) .................................................... 2012년에 나온 이 시의 수록 시집이 1년 뒤 반짝 화제가 된 것은 그해 방영된 ‘상속자들’이란 TV드라마의 영향이었다. 드라마 제작사와 간접광고계약을 맺은 출판사의 책들이 계속 노출되는 가운데 시집이 극중 남자 주인공의 침대 맡에 놓였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고맙다 고맙다. 나를 허락해줘서, 고맙다 고맙다 당신의 발치에서 울게 해줘서.’ 시에 대한 무한신뢰와 사랑을 보여준 이 말에 드라마 작가의 필이 꽂혔던 것 같다. 침대에 누운 남자주인공은 이 시집 제목의 ‘사’자에 작대기를 그어 ‘꼭 같이 자는 것처럼’으로 고친 다음 표지사진을 찍어 여자주인공에게 보낸다. 처음 PPL 계약을 할 때부터 책 노출 조건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하고, 책은 출판사에서 홍보하고 싶은 책과 작가가 드라마 전개상 녹이고 싶은 책을 절충해 선정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대목은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의 일부 내용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무튼 한 인터넷서점에 의하면 TV 나오기 전 2주간에는 달랑 한 권 팔렸던 책이 방영 다음날 바로 60여 권의 주문이 들어왔고 이후 매일 주문량이 늘었다고 한다. 새삼 대중영상매체의 힘이 놀랍다. 하지만 시집은 다른 교양서적이나 소설에 비해 반응이 더디고 미지근한 편이다. 몇 년 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이 읽었던 책들은 모조리 대박을 쳤다. 물론 책들의 간접광고 효과는 다른 패션의류나 상품에 비하면 잽도 안 된다. 특히 책의 경우는 다른 상품과 달리 단순한 노출만으로 구매를 유도하기 어렵다. 가령 출판사가 드라마의 배경일 경우 아무런 개연성 없이 그저 책장에 꽂혀 노출된 것만으로는 약발을 받지 못한다.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해당 책을 염두에 두고 줄거리에 녹여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얼마 전 유시민 이사장이 출연한 라디오방송을 우연히 듣다가 ‘맞아, 유시민은 작가였지’ 불현 듯 각성하였다. 스스로 밝혔듯이 그의 주요소득원은 인세이고, 직업으로서 작가의 의무를 다하고 생계를 유지하자면 일 년에 책 한권은 내야한다는 말이 꽂혔던 것이다. 현역으로서 유시민 작가만큼 간접광고에 빈번히 노출되는 사례를 드물 것이다. 방송에 나와 한마디 할 때마다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니 매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그의 자유분방한 지적 행보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그가 쓴 책을 한권도 사본 적이 없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오래전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도서관에서 빌려본 것이 솔직히 전부였으니 생각하면 민망한 노릇이다. 다음에 시내 나가면 서점에 들러 잊어먹지 말고 ‘글쓰기’ 책이든 최근의 ‘유럽 도시 기행’이든 꼭 한 권은 사줘야겠다. 그래야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꽃은 인생의 깊이를 알려주지요…이경희 작가 초대전

“꽃은 한시적인 동시에 인생의 깊이를 알려주는 매개체죠. 또 마음의 위안이기도 하고요.” 15일~25일 대구 수성구 박물관 수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는 이경희 서양화가는 화폭에 담긴 꽃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꽃이 아름다운과 인생의 순환 가치를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 작가의 꽃은 날 것 그대로이다. 꽃잎의 세밀한 붓터치와 가장자리에 자리한 수술은 오로지 손끝의 촉각에만 의존해 그려 나갔다. 꽃을 통해 지나온 삶을 필름처럼 반추했을 대목이다.그는 “삶 속에 얻어지는 느낌과 감동을 회화적 표현을 통해 승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자신의 인생 여정을 소개했다.대구교대를 나와 평범한 교사로 살다 그림의 표면 질감 표현을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 온 이 작가는 “꿈은 미대에 입학 해 작가가 되길 원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강권으로 교육대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교사로 생활했지요. 하지만 그림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작가의 길로 나서 석·박사 과정은 미술을 전공했지요” 그만큼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그의 작품에는 손때가 뭍어져 나온다. 사실적이다. 한동안 작품을 보고 있으면 수없이 덧칠하고 문질렀을 손끝의 쓰라림까지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그가 말하고 있는 내면세계의 깊이 때문이다.작가로서 오랜 숙련에 다져진 뛰어난 묘사력과 독창적인 조형감각은 담백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꽃을 주제로 그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작가는 “나에게 꽃은 삶의 심연과 인생을 고뇌하는 마음 속에서 마음을 주는 ‘화폭 속 언어’로 주제인 꽃의 추구와 탐색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놓고 그 속에 미화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이유이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변화하는 취미생활

변화하는 취미생활이민주아트파인애플 대표 취미생활 열풍의 시대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워라벨 확산으로 자기개발과 힐링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필자는 미술작가로 활동하며 예술단체 대표로 예술교육, 전시기획 등을 맡고 있다. 이 중 예술교육 분야로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미술 수업을 여러 해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인 취미 미술로 드로잉 수업과 원데이 클래스 페인팅 수업을 개설해 수성구 동성시장 예술프로젝트 ‘아트파인애플’ 공간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개설한 지 일주일 만에 30명 이상이 신청해 현재 매월 50명 이상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과거에는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높았고, 주로 문화센터와 같은 교육공간에서 성인 교육으로 진행됐지만 현재는 연령층도 다양해졌으며 특화된 수업을 진행 곳을 찾아 수업을 듣는다. 수강생의 입장으로는 좀 더 전문적이고 선생님과 바로 소통할 수 있고 수업을 깊이 있게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물론 다양한 공방들이 모두 잘되기는 힘들다. 우선 공예의 경우 트렌드를 많이 쫓아가는 경향이 크고 SNS에 기록을 하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만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트렌드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또 공방을 운영하며 일정 자격요건을 부여해 주는 강사 배출이 수입원인 곳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쏠리게 되면 공방이 너무 많아지고 경쟁력이 심해져 결과적으로 다시 문을 닫는 공방도 늘어난다. 오랜 기간 심도있게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전문적이지 못하고 SNS상의 이미지만 쫓는 곳들도 발생하게 되고 전체적인 이미지가 나빠질 우려도 있다.관련 이야기들을 지인들과 나누며 살펴본 결과 공방을 다니는 다양한 목적 중 하나가 여성의 경우 정년까지 직장을 다니기 힘들 것 같은 사회 분위기의 구조상 향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자기개발의 목적도 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자기개발이나 힐링 뿐만 아닌 불안한 미래의 대안적 요소로도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모순된 사회현실과 이제야 우리 사회에서는 삶과 휴식, 취미의 밸런스를 찾아가기 위해 한발 내딛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작 그는

정작 그는/ 천양희죽음만이 자유의지라고 말한 쇼펜하우어/ 정작 그는/ 여든이 넘도록 천수를 누렸고요/ 자녀 교육의 지침서인 『에밀』을 쓴 루소/ 정작 그는/ 다섯 자식을 고아원에 맡겼다네요/ 백지의 공포란 말로 시인으로 사는 삶의 고통을 고백한 말라르메/ 정작 그는/ 다른 시인보다 평생을 고통없이 살았고요/ 『행복론』을 써서 여덟 가지 행복을 말한 괴테/ 정작 그는/ 일생 동안 열일곱 시간밖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네요// 정작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는 것을요/ 정작 그는 또 알고 있었을까요/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온다는 것을요시집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17)..................................................... 삶이란 꿈과 현실이 다르고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 예상한 대로 굴러가지 않으며 규칙적이지도 않다. 그 불균형은 유명한 석학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이러니는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발견된다. 위대한 예술작품을 남긴 창작자의 삶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는 경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한 일이다. 셰익스피어는 매점매석과 고리대금으로 돈을 벌고 탈세를 일삼았다. 불우한 유년기를 거쳐 절대왕정 말기 프랑스에 정착한 루소는 모순적 인물의 극치였다. 그의 사회계약개념은 ‘자유, 평등, 박애’ 정신으로 이어져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고, 자연주의적 교육관이 담긴 소설 ‘에밀’은 자녀교육의 혁명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정작 루소 자신은 다섯 아이를 모두 고아원에 내다버렸다. 더구나 그 아이들의 엄마를 처음 만난 것도 잠깐 재미를 보기 위해서였다. 정말 루소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이었다면 ‘에밀’의 가치도 다시 평가되어야할까. 세상에는 인격적으로 개차반인 자가 만든 걸작도 있고 성인군자의 졸작도 있다. 만약 사람과 업적이 분리될 수 없다면 루소의 걸작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저자와 저서를 구분하는 게 타당하지만, 공적인 판단을 요구할 때 창작자와 창작물은 결코 분리될 수 없으리라. 아무리 위대한 작품을 썼다한들 작품의 위대함을 방패삼아 작가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루소의 명성은 높았지만 그의 삶은 불안정했다. 당대 계몽사상파들과 틀어졌고, 정부와 교회로부터 탄압을 받았으며 피해망상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는 이곳저곳 먼지처럼 부유하다가 노년에 이르러 간신히 시골농원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식물학에 빠져들었고 채집과 산책을 즐기다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루소의 사후에 발간한 ‘참회록’은 자연 그대로의 자기 모습이라고 선언한 자서전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배신과 방기, 도둑질, 중상모략 등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여성에게 볼기짝을 맞으며 쾌감을 느낀 일까지 서슴없이 고백한다. 그렇듯 철학사에서 루소만큼 말이 많고 평가가 다층적인 인물도 드물다.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 위대한 사상은 사소한 발견에서 온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처럼, 위대한 창작 또한 조그만 영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루소는 오랫동안 방광염을 앓았다. 자연히 많은 시간을 변기 위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그의 위대한 사상도 화장실에서의 명상이 기초가 되었으리라. 위대한 사상과 예술은 어쩌면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자들의 자존심과 노벨상

학자들의 자존심과 노벨상또다시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온 국민을 ‘올해는’ 하고 희망고문으로 몰아넣던 문학상은 당사자가 미투 광풍에 휩쓸려 떠내려가 올해는 아예 기대조차 사그라졌다. 올해도 우리 국민들은 남의 집 잔칫상 바라보듯 노벨상을 쳐다봐야 했다.그런 가운데 이웃 일본에서는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그것도 우리가 부러워마지 않는 기초과학분야에서다.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 요시노 아키라 일본 메이조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은 요시노 교수의 수상으로 통산 27번째(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과학분야에서만 24명이 나왔다. 이번에 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 분야 글로벌 기업인 아사히카세이 명예연구원이다. 그의 수상분야가 하필 우리나라 과학 산업계의 취약분야이기도 한 소재 부품 장비분야라는 면에서 그의 수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극일에 대한 현주소를 상기시켜 준 사건이 되고 있다.대한민국은 경제규모로만 따져도 세계 12위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8년 국내총생산(GDP) 1조6200억달러로 세계 12위이며 3050클럽(인구 5천만 명 이상이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에 가입한 7번째 나라가 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노벨상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멀다는 느낌을 최근 여러 곳에서 받았다.2002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쿠르트 뷔트리히 스위스 연방 공과대 교수는 최근 한 TV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노벨상에 목을 매지만 노벨상을 바라고 연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벨상이 나오기 위해서는 국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호기심을 갖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토록, 교수라면 정년 후에라도 10년 20년 계속해서 해야 하는데, 우리는 당장 성과에 목을 매고 있다는 거다. 실패를 무한 반복해도 계속해서 투자하고 지원해주는 뒷받침 속에 연구자의 끈질긴 노력이 있어야 성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성과도 증명되고 응용돼야 하니 하나의 위대한 발견이라도 10년이나 20년의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노벨상 이야기가 아직은 비현실적이라는데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첨단 소재, 생명과학 분야 등에서 수십억 원을 지원받은 연구 논문에 자녀 이름을 올린 사례들이 수두룩했다는 증언이 국감장에서 폭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사업비 46억 원을 지원받은 성균관대 모 교수의 나노 기술을 이용한 신소재 연구개발에 대한 논문에 그는 미성년인 자신의 딸을 공동저자로 올렸다고 했다.이처럼 2007년 이후 과기부가 지원한 연구개발 논문 가운데 교수가 자기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24건이었다는 거다. 지역 경북대에도 그런 논문이 4건이나 국감에서 드러났다. 이건 뭐 미성년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넘겨줘서 절세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논문에 공저자로 올리다니.그런 사람들이 학자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노벨상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넌센스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 전부일까. 드러나지 않은 비리와 불법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러니 고교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의과대학 논문에 저자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또 한국연구재단의 국정감사에서는 교수들의 연구비 부정행위가 폭로되기도 했다.학자들의 양심, 양식 그런 것 기대하면 안 되나. 언젠가 실험데이터를 조작해서 세계 과학계에 공개 창피를 당하기도 한 우리 과학계이고보니 떳떳한 학자적 자존심을 보고 싶다. 가진 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중요하지만 지식인의 자존심도 중요하다. 국가재앙급 논란의 주인공 조국 전 장관은 노벨상 이슈마저 빨아들이더니 35일만에 하차했다. 그런데 그는 본인의 폴리페셔 비난에는 앙가주망이라 변명하더니 장관 사직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서울대학교 교수로 복직했다. 비정규직 대학 강사들에게 보란 듯이.노벨상은 못 받아도 좋다. 학자들의 자존심을 보고 싶다. 국민들을 더 이상 허탈하게 만드는 희망고문은 말아줬으면 좋겠다.

안개 짙은 가을 아침

안개 짙은 가을 아침김종석기상청장청명한 하늘과 고운 단풍이 나들이를 재촉하는 계절인 가을이다. 하지만 쾌청한 날씨와 함께 일교차가 큰 만큼 짙은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안개는 대부분 지역에서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지만, 해안지방에서는 봄철에, 내륙 지역에서는 가을철에 많이 발생한다.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나타나는 기상현상으로,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 형태로 떠 있는 상태며, 이로 인해 가시거리가 1㎞ 미만인 경우를 일컫는다. 안개는 온도 변화가 심하거나 하천, 호수, 바다 등과 같이 수증기를 만들 수 있는 곳 또는 비가 내린 뒤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을 때 잘 생긴다.바람이 없고 일교차가 크며 날씨가 맑은 날 낮 동안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했다가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수증기의 응결이 시작된다. 이러한 복사 안개는 해가 떠오르기 직전에 가장 강하게 나타나므로 출근 시간에 교통 혼잡을 일으키게 된다. 이후, 태양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이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점심때 이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나타나며 안개가 발생하기 전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많을수록 복사 안개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주로 가을철에 발생 빈도가 높으며, 주변이 강이나 호수, 바다가 있는 곳에서 더 빈번하고 강하게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2006년 10월3일 7시50분께 서해안에서 발생한 복사안개로 인해 서해대교에서 29중 추돌사고가 있다. 이 사고로 사망 12명, 부상 5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또 다른 안개의 원인은 ‘증발’에 의한 것으로,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이나 습한 지면 위를 이동할 경우, 기온과 수온의 차에 의해 수면으로부터 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공기 속으로 들어오면서 안개가 발생한다. 이 안개는 증발에 의해 안개가 생성되므로 ‘증발 안개’라고 하며, 늦가을에 호수나 강 부근에서 잘 생긴다.이외에도 찬 바다 위에 따뜻한 공기가 지날 때 발생하는 이류 안개, 산 사면을 따라 올라가면서 발생하는 활승 안개와 전선면을 따라서 형성되는 전선 안개가 있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안개의 대부분은 이류 안개로 해무라고도 하며 안개 낀 범위가 넓고 지속시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안개는 위치하는 고도에 따라, 하늘이 보일 정도로 엷고 낮으면 낮은 안개, 시정이 1㎞ 이상이고 지표면에 접해 낮게 깔려 있으면 땅안개라고 한다. 또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안개가 되기도 하고 구름이 되기도 하는데, 밑 부분이 지표면에 접해 있으면서 시정이 1㎞ 미만이면 안개, 떨어져 있으면 구름이라고 한다. 관측자의 위치를 기준으로 산허리에 낀 안개는 산기슭에서 보면 구름이지만, 등산하는 사람에게는 안개가 되는 것이다.가을안개는 때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며, 그 아름다운 안개를 영상에 담기 위해 안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개가 많이 끼면 관측자의 가시거리를 현저히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운전자에게는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안개는 눈이나 비 등 다른 기상현상에 의한 교통사고에 비해 사고율은 적은 편이지만 사망률은 가장 높다.안개는 발생 원인이 복잡하고 국지적인 특성으로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을 분석하고 예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안개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요한 기상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전국 육상 지역을 대상으로 ‘상세 안개정보’를 제공한다. 상세 안개정보는 안개로 인한 시정장애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표되는데, 제공되는 정보로는 안개원인 및 전망, 안개 예상정보, 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안개주의 구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또한, 안개가 발생 시 육안 및 시정계 관측 값에 근거한 가시거리 자료와 천리안 위성의 안개 관측 자료 등을 통해 전국 육상 및 해상의 안개 현황을 수시로 국민에게 기상정보로 제공하고 있다.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을,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상세 안개정보와 기상정보를 통해 더욱 안전하게 이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곱디고운 가을 길이 국민들과 함께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당직변호사

▲18일 최진기 ▲19일 장지근 ▲20일 전용탁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본사손님

▲차혁관 대구시 대변인김창원 기자 kc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