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다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사과(잘못에 대해 용서를 빈다는 뜻)의 홍수 시대다. 뉴스에서 정치인, 기업가, 연예인들의 사과를 접하는 것이 거의 일상이 될 정도다. 이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과를 하는 이유가 대부분 막말을 했거나 말실수, 또는 의도적인 말실수 때문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정회 도중에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을 것 같다”며 야당의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다. “소설 쓰시네”에 이어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한 실언으로 또 논란이 된 셈이다. 추 장관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 정회 직후 서욱 국방부 장관의 “많이 불편하시죠?”라는 말에 “어이가 없다. 저 사람(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기를 참 잘했다”고 말했다. 속개된 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의 이어지는 항의에 추 장관은 “유감스럽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사과하면서도 “원만한 회의의 진행을 위해”라는 전제를 달았다. 늘 뉴스에서 봐오던 풍경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사과를 하는데 있어서도 기술이 있고 방법이 있다. 여론을 돌이키려고 한 사과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사례들을 숱하게 봐오지 않았던가. 지난 4월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수사 중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과회견이 그랬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가 피해자의 반발을 샀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도 코로나19 확산 책임과 관련한 사과회견에서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해 국민들의 화를 키웠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거나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는 말은 이제 유행어가 됐음직하다.모두 잘못된 사과의 유형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아론 라자르는 그의 책 ‘사과에 대하여’에서 사과의 기본은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게 없는 사과는 시작부터 잘못된 사과라고 강조했다. 더 구체적인 사과의 방법으로는 ‘쿨하게 사과하라(김호/정재승)’는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①변명은 붙이지 않는다 ②‘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③자신의 실수를 명확하게 인정한다 ④개선의 의지나 보상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⑤재발 방지를 약속해야한다 ⑥상대방에게 용서를 청해야 한다는 여섯 가지 사과의 방법이다. 사과가 뭔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것이다. 변명 아닌 잘못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재발방지 약속, 용서를 비는 표현이 담겨야 진정성이 있는 사과인 것이다. 책임 회피성 변명으로 일관한 사과로 여론이 악화된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였다. 대한항공의 첫 사과문은 '잘못은 사무장이 한 것이며,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은 당연한 지적을 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비난의 역풍을 맞았다. 특히 진정성 있는 사과에 인색한 건 정치인들이다. 아마 사과 이후에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낼 용기조차도 없는 듯하다. 물론 사과하기 이전에 원인이 되는 막말부터 하지 않는 게 상책이긴 하지만 기대하기는 요원한 듯하다. 막말 소동을 겪은 후 이어지는 유감표명을 보면서 변명하기에만 급급한 내용이라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 했던가. 공자도 논어에서 듣기 좋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현혹시키고 속이는 것을 경계했다. 지금 교언으로 위장한 막말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사과는 보기 어렵다. 사과를 하더라도 단서가 붙은 조건부 사과이다. 이런 사과는 오히려 오만하다. 나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여론이 그렇다면 거기에 맞춰주겠다는 인식이 깔려있어서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이제는 품격 있는 사과를 보고 싶다. 사과의 기술과 방법도 제시했고 잘못 발표한 사과의 사례도 찾아봤다. 이젠 진정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는 일만 남았다. 꼭 누구를 겨냥하고 한 말은 아니다. 다만, 사과인듯 하면서도 변명인듯한 표현으로 어물쩍 넘기려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사과는 자기합리화가 아니다. 진솔함과 겸손함, 두가지를 갖춘 사과에는 국민들도 마음을 연다. 진정한 사과를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다.

흔들가/ 김병락

저 물결 흔들흔들/ 흔들의자 흔들흔들// 차도 흔들 집도 흔들/ 마음도 흔들흔들// 이 땅에/ 살아남자면/ 죽자 사자 흔들흔들「분이네 살구나무」 (2019, 목언예원)김병락 시인은 경북 구미 출생으로 2010년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 「매호동 연가」가 있다. 존재의 근원을 향한 모색과 내밀한 성찰을 통해 올곧은 삶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 탐색하고 궁구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조 세계는 눈길을 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나면서 자존을 지키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자아정체성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거나 우왕좌왕 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관점에서 비롯된 시편이 ‘흔들가’다. 단시조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저 물결이 흔들흔들할 때 화자가 앉은 흔들의자도 흔들흔들하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차도 흔들리고 집도 흔들리면서 마음까지도 흔들흔들한다. 왜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일까? 이 땅에 살아남자면 죽자 사자 흔들흔들하지 않으면 아니 되기 때문이다. ‘흔들가’에는 줄곧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그 이면에 함유된 흥겨운 단 시조다. 무려 제목까지 포함해서 흔들, 이라는 시어가 열두 번이나 쓰였다. 그만큼 흔들리기 쉬운 삶이라는 뜻도 담겼고, 자연스럽게 흔들리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그러나 시류에 편승하라는 뜻은 아니다. 도리어 인생을 더욱 긍정적인 자세로 열정을 다해 살아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다잡는 노래다. 흔들흔들, 이라는 말이 저절로 어깨춤을 추게 만들면서 삶의 의욕을 북돋운다. 시는 되풀이라는 점을 ‘흔들가’는 여실히 보여준다. 몇 번 소리 내어 읽다가 보면 저절로 암송하게 된다. 송시열은 일찍이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라, 라는 시조를 남겼는데 절로, 를 아홉 번이나 반복했다. 순응의 삶을 희구한 모습을 후대의 시인이 ‘흔들가’를 통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두 편 다 시에서 음악성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그는 또 다른 작품 ‘리셋’에서 참신한 발상을 보인다. 리셋은 컴퓨터 따위의 전체나 일부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이 시에서는 달리 표현되고 있다. 거죽에 둘러쳐진 위선과 거짓부렁을 버튼 한 방으로 허공에 날려버리고 더듬어 초기상태로 되돌려 놓겠다는 발언을 한다. 결국 위선과 거짓부렁 때문이다. 그리고 슬픔에서 고독까지 질투에서 증오까지 그리 아픈 것을 잊을 수만 있다면 깡그리 뭉개버린 뒤 다시 출발하겠다고 다짐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폐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제대로 관철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무너진 지 오래다. 흔들흔들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드센 바람에 쉬이 휩쓸리지도 않고 험난한 세파를 잘 헤쳐 나가야 하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에서 시인 폴 발레리는 노래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오늘 아침 창문을 여니 멀리 잿빛의 도시 위로 하나 가득 몰려든 비바람에 문을 닫고 돌아와 따뜻한 난로 옆에 앉는다. 아, 나의 앞에는 얼마나 거친 시간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말했듯이 바람이 분다.‘흔들가’를 부르면서 우리 앞에 닥친 거친 시간들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이정환(시조 시인)

지역화폐 논란

오철환객원논설위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발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으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고용확대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산낭비 등 부작용을 지적했다.이에 대해 경기도지사는 조세연을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몰아세우는 것도 모자라 “청산해야 할 적폐”라는 막말을 토해냈다. 엄정히 조사해 문책해야 한다고 하니 앞으로 학문연구도 권력자 눈치를 봐야 할 판이다. 모골이 송연하다. 지역화폐가 역내 자금의 유출을 차단하는 효과는 확실히 존재한다. 지역 소비자가 역내의 지역 업체에서만 사용하는 옵션에 걸려 있기 때문에 누구도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 대형유통업체나 전국적 체인점의 매출이 줄어들고 지역의 소매점이나 자영업자의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는 불문가지다. 이 정도는 통계치가 없어도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허나 그것을 최종결론이라고 말하긴 단순하고 성급하다. 지역 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경쟁력 있는 업체로 소비가 몰리기 때문에 당초의 약자 지원의도가 무색해진다. 설상가상 지역경제가 독립경제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원재료 비용으로 역외로 누출된다. 소규모 식당만 하더라도 상당부분 식자재를 대형 몰에서 구매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가 일종의 내부 재정거래를 통해 새로운 상황에 매우 현명하게 대처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십상이다. 모든 소득이 지역화폐로 구성되지 않는 한, 소비자가 소비처를 경제적으로 조정하게 된다. 지역화폐는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 구입에 사용하고 다른 돈은 싸고 품질 좋은 대형유통기관에서 사용한다. 이렇게 소비가 조정되면 애초의 지역경제 활성화나 소득재분배는 제한적이 된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영세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경쟁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지역화폐 발행이 유권자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지역화폐의 존재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오히려 지역경제가 상호 고립돼 경제 총량이 쪼그라들 수 있다. 지역화폐 확대 주장은 국가 간 수출입의 문을 닫고 내국인들끼리 살겠다는 것과 유사하다. 각 지역이 문을 닫고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지역화폐는 뜻하지 않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그렇다고 지역화폐가 무용한 것만은 아니다. 잘 사용하면 어느 정도 정책의도를 살릴 수 있다. 일반적 상시적으로 지역화폐를 사용한다면 현명한 소비자가 소비구조를 최적화함으로써 정책목적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부정기적 변칙적인 방식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비상시 전 국민에게 일시적으로 발행한다든가, 특별한 경우 공직자 소득에 대해 일정 비율을 단발적으로 발행한다든가, 복지비를 지급하는 수단으로 가끔 발행한다든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불쏘시게 정도로 지역화폐를 보조적 임시적으로 활용할 순 있다.경제는 일차원적인 일방적 행위로 끝나진 않는다. 경제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게임 판이다. 그것도 다른 게임과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다자 게임이다. 게임 판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기 때문에 한 사람이 쉽게 게임 판을 조정하기 힘들다. 게임은 상호의존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그 결과가 좌우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참가자의 선택에 의해서도 그 결과가 결정되는 시스템에서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은 개개인의 선호와 선택을 반영하고 개인은 시장의 신호를 보고 선호와 선택을 조정한다.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생각은 자만이다. 사회과학에선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 지역화폐 연구도 마찬가지다. 어떤 연구든 전제조건이나 가정에 따라 그 이론 전개와 결론이 달라진다. 상황이론이 힘을 얻는 것도 이와 유사한 이유다. 그 전제조건이나 가정을 잘 이해해야 그 이론을 바르게 해석할 수 있다. 지역화폐 연구도 그 전제조건이나 가정 안에서만 그 결론이 정당화된다. 결론만 보고 오해해선 안 된다. 설사 지역화폐 연구에 허점이 있다하더라도 그 연구자를 문책하겠다는 발상은 극히 위험하다. ‘얼빠진’, ‘적폐’란 극언은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막말이다. 형수에게 한 욕설은 가족 간의 불화에 그치지만 학문의 자유를 부정한 막말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당직변호사

▲23일 전현우 ▲24일 정대규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카운트 다운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지친 국민을 다독이다’ 지난 16일 D-30일을 맞아 공개되면서 눈길을 끈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티저(teaser) 동영상의 첫 카피(광고 문안)다. 티저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내용 일부만 공개하는 맛보기를 뜻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로도가 한층 높아진 국민을 위로하는 이 카피는 전국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한 공식 슬로건 ‘지역을 다독이다. 책을 다독(多讀)하다’에서 나왔다.티저 동영상 공개를 시작으로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지난 5월에서 10월16~18일로 연기되면서 운영방식도 비대면으로 완전히 바뀐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이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티저 동영상에서는 운영방식이 ‘언택트(비대면)를 넘어 온택트(영상대면)’로 바뀐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이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서 읽는 시민들의 모습이 펼쳐진 뒤 범어도서관, 용학도서관, 고산도서관, 무학숲도서관 등 수성구립도서관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국지역도서전의 연혁이 등장한다. 2017년 제주시, 2018년 수원시, 2019년 고창군, 2020년 수성구 순이다. 그리고 ‘지역출판물과 독서운동을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행사 목적도 드러난다.PC용과 모바일용으로 각각 제작된 티저 홈페이지도 D-30일에 함께 공개됐다. 홈페이지는 한국지역도서전의 개요와 연혁 등을 안내하는 ‘도서전 안내’, 공지사항과 보도자료 등을 담는 ‘알림마당’, ‘이벤트’로 간단하게 구성됐다. 말 그대로 맛보기 수준이다. 행사명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2020 온라인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으로 수정됐으며, ‘D-25’ 등으로 D-데이를 앞둔 날짜를 카운트 다운하고 있다. 티저 동영상도 홈페이지 첫 화면에 적지 않게 배치돼 방문자들에게 쉽게 한국지역도서전을 이해하게 한다.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는 ‘책놀이 한 컷!’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독서를 비롯해 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한편, 한국지역도서전과 관련된 지정문구에 해시태그를 달면 된다. 지정문구는 ‘#2020대구수성한국지역도서전’ ‘#한국지역도서전’ ‘#책놀이한컷!’ ‘#수성구립도서관’ ‘#한국지역출판연대’이다. 그러면 선착순 500명에게 스타벅스의 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교환할 수 있는 기프티콘이 제공된다. 선택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한국지역도서전에 활용된다.‘북 커버 챌린지(Book Cover Challenge)’는 전국의 한국지역도서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챌린지는 참여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독후감이나 서평 등 일체의 설명 없이 책 표지 사진만 한 주일간 소개하면서 다른 페이스북 친구 한 명에게만 릴레이 동참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목적은 물론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데 있다. 한국지역도서전을 알리는 데도 활용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D-데이 앞둔 카운트 다운을 나타내고 있다.1천 명의 독자가 시상한다는 뜻이 담긴 ‘천인독자상’ 홍보도 계속되고 있다. 천인독자상은 한국지역도서전 개막일인 10월16일 시상할 ‘한국지역도서대상’의 다른 명칭이다. 전국에서 책과 독서를 애정하는 누구든지 1천 명이 1만 원씩 모아 한 해 동안 지역출판과 독서 진흥운동에 기여한 저자와 지역출판사를 시상하는 이벤트다. 행사가 끝나는 10월18일까지 모금은 계속된다. 이 때문에 지역을 기록하는 지역출판과 문화운동의 뿌리인 독서운동을 확산하자는 뜻깊은 동참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운영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메시지 전달의 핵심으로 부각된 영상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 제작 등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증액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에서 관련 단체들이 도움을 청하는 손길을 기꺼이 잡아줬다.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대구경북광고산업협회, 이벤트협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로써 올해 한국지역도서전은 우리 지역의 관련단체까지 동참해 시민문화운동 차원에서 진행하게 됐다.아무튼 코로나19 사태란 복병으로 인해 올해 한국지역도서전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적지 않은 오프라인 행사가 여전히 아쉽지만, 온라인 지역책축제 및 독서문화축제의 뉴모럴을 제시하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때문에 생긴 ‘코로나 우울증’ 또는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고 극복하는데 독서가 가장 효과적이란 점도 부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사는 세상/ 홍승우

내가 사는 세상/ 그 곳에/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내가 없어도/ 미루나무는 흔들리고/ 버짐은 핀다.// 내가 사는 세상/ 그 곳에/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내가 없어도/ 길 위에 길이 있고/ 타는 하늘 돌아누워도/ 돌아가는 세상「식빵 위에 내리는 눈보라」 (나남, 2007)천구좌표계는 천문학에서 위성, 행성, 항성, 은하 등 천체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좌표계다. 천구좌표계는 천구에서 천체의 방향을 가리키는 방식을 사용하는 구면좌표계의 일종이다. 천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하늘을 둘러싼 가상의 구다. 관측자를 중심으로 거대한 반지름을 갖는 구를 설정하고 모든 천체가 구의 표면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지평좌표계는 천구좌표계의 일종으로 천문학 입문 시간에 교육용으로 흔히 사용된다. 편리할 뿐만 아니라 이해하기도 쉽다. 이해하기 쉬운 이유는 지평좌표계의 중심이 관측자이기 때문이다. 이 때 유명한 명언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나는 우주의 중심이다. 우주의 중심은 나다’라는 명제다. 이 말은 한창 감성이 예민한 자아확립기의 학생들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지평좌표계에서 우주의 중심이 관측자라는 명제는 단숨에 철학적 명제로 둔갑하고 만다. 모든 일을 항상 자기중심적으로 자기 입장에서 보고 듣고 판단하는 이기적인 인간에게 각자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말처럼 자긍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없다. 한술 더 떠서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한다. 우주가 사라지면 나도 없어지고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 안 그래도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들에게 지평좌표계는 자기중심주의를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천하의 미색과 산해진미인들 자기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름다운 풍광과 부귀영화가 있다 해도 자기가 없으면 아무짝에 소용 없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가다 보면 불꽃처럼 깨우침이 오는 순간이 온다. 세상은 나를 눈여겨보지도 않고 남보다 더 배려해주지도 않는다. 운명의 여신은 불편부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다고 공정한 것도 아니다. 어느 누구를 더 예뻐하지도, 더 봐주지도 않는다. 무심하고 무감각하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건 명확하다. 나는 우주의 변두리도 못된다. 각자가 우주의 중심이란 말은 그냥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젊은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한 공치사다. 기껏해야 착한 거짓말이다.우주는 광활 무극하고 지구는 하나의 점도 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허공을 날아가는 티끌 위에 잠시 타고 있는 보잘 것 없는 허약한 생명체이다. 호모 사피엔스, 지구의 주인공처럼 보여도 지구의 주인공도 아니고 영원히 번창할 것처럼 보여도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어리석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 그 중에 속해 있는 나 자신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하다. 삶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고 죽음은 한 조각의 구름이 흩어지는 것이다. 내가 없으면 가족이 잘못될 것 같고, 내 회사도 곧 넘어질 것 같다. 심지어 세상마저 잘 돌아갈 것 같지 않다. 그건 희망사항이거나 착각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세월은 무심하게 그냥 흘러간다. 내가 없어도 필 건 피고 갈 건 간다. 허무한 세상을 너무 버둥거리며 살 필요가 없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 웃으면서 즐겁게 살 일이다. 오철환(문인)

당직변호사

▲22일 전응수 ▲23일 전현우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영웅시대(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남천 잎이 발그레 물들어 길을 장식한다.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나무 잎사귀 아래 빨갛게 피어나 융단처럼 깔린 꽃의 무리가 길손의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가을이 저만치서 평화로운 풍경으로 익어간다.‘가을은 멀쩡한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지는 낙엽이 그러하고 부는 바람이 그러하고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주는 상념은 더욱 그러하리라.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바라만 봐도 사색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 이채 시인은 읊지 않던가.가을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으리라. 끝이 모르게 이어지는 거리 두기와 잘 알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람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위로를 얻는 것 같다. 대면하지 않아도 클릭만 하면 보이는 화면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듣고 싶은 목소리를 듣고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영웅시대 카페에 들어갔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너무나 좋아하는 그가 이해가 잘 안 됐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그의 노래를 듣게 하고 위로를 받게 하고 싶다는 그 사람의 선의를 받아들여 영웅의 노래를 들었다. 영상으로 만났더니 과연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혼이 담긴 노래였다. 온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부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그의 노래 속엔 평안과 고요가 있었다. 그의 노래 속에는 어떤 욕심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노래를 부르니, 듣는 이도 편해지는 것 같다. 자신은 더 편안할지도 모르겠다. 과욕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무아의 경지에서 노래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의 노래는 우리의 외로움과 사회적 소외를 채워주고 위로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한없이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어머니가 아기를 보듬는 정감마저 느껴진다. 영웅이 탄생했다면서 환호성을 울려대어도 무덤덤했었는데 이제야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혼을 담아 부르는 그의 성실한 자세와 그가 어렵게 살아온 날들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고생담이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어둠 속의 등불처럼 감동이 일게 한다. 코로나로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고 영웅에게서 잠시나마 기쁨을 얻었으면 좋으리라 싶다.세상을 살다 보면 분명 고통스럽고 불안한 날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삶 속에는 기쁘고 행복한 일, 가슴 벅찬 일들도 찾아보면 많지 않겠는가.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하지 않은가. 정말이지 살면서 고생도 해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있어야 그것을 얻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통 후에 이루게 된 결과에 대해서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할 터이고. 사람들은 비교적 그런 고통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남이 잘되면 그들은 고통 없이 쉽게 된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고통은 더 커 보이는 경우조차도 많을 것 같은데 세상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지 않던가. 때로는 운이 따라서 쉽게 성공을 하는 것 같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도 있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운도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미스터트로트의 최고, 영웅은 인생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이는 많이 먹지 않았지만, 정말 혼이 담긴 사랑의 노래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의 노래는 분명 창조적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그의 무대가 순간순간 떠오른다. 노래가 끝났을 때, 그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했다. 얼굴엔 평화가 느껴졌다. 마치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경청해 준 것처럼, 그의 표정은 오히려 쑥스러워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 가나 보다. 온통 영웅시대 이야기가 회자한다. 임영웅은 우리들의 불안과 고통에 대한 맞춤형 위로 곡을 우리에게 선물한 것 같다. 참 오랜만에 우리는 노래를 부른 사람 영웅과 함께 하나가 돼 세상을 살아나갈 큰 용기를 얻을 것 같다. 그의 출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수의 출현이라고 한다. 영웅이란 이름 표현이 아깝지 않은 그야말로 영웅이다.난세에 영웅은 불쑥 솟아나 늘 빛을 밝히지 않던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이 시기에 빛을 던지는 영웅들을 찾아 날마다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낙법/ 권순진

유도에서 맨 먼저 익혀야할 게 넘어지는 기술이다/ 자빠지되 물론 상하지 말아야 한다/ 메칠 생각에 앞서 패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훈련/ 거듭해서 내동댕이쳐지다 보면 바닥과의 화친이 이루어진다/ 몸의 접점이 많을수록 몸은 안전해지고/ 나아가 기분 더럽지 않고 안락하기까지 하다/ 탁탁 손바닥으로 큰소리 장단 맞춰 바닥에 드러눕는 것이/ 더러는 보는 이에게도 참 흐뭇하다/ 머리를 우선 낮추고 몸을 둥글게 말아 구르니/ 넘어진들 몸과 마음이 상할 리 없다/ 어깨에 얹힌 힘을, 발목에 달린 힘을, 모가지에 붙은 힘을/ 죄다 빼고 헐거워져서야 마음도 둥글어진다/ 그때서야 엉덩살은 왜 그리 두껍게 붙어있는지/ 넘어지고서도 다시 일어서야할 생각은 왜 솟아나는지/ 누운 자세에서 깨달으며 무릎 세운다「낙법」 (문학공원, 2011) 낙법은 한마디로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법이다. 발을 헛디뎌 땅바닥에 넘어지거나 격투를 하다가 밀려서 뒹굴게 될 경우, 그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는 상대의 공격을 받거나 스스로 넘어질 때 충격을 줄이는 유도기술로 알려져 있다. 허나 어떤 운동을 하든지 안전을 위하여 반드시 사전에 익혀 두어야 할 기술이다. 유도를 배울 때 가장 먼저 가르쳐주는 게 바로 낙법이다.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않아야 몸이 상하지 않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메치는 공격에 앞서서 넘어질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이다. 유비무환의 교훈을 응용한 셈이다. 넘어지는 연습을 거듭하게 되면 넘어지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패배와 친해지는 교육인지도 모른다. 전쟁에서 지는 일이 병과지상사이 듯 경기에서 지는 것도 일상적인 것이다. 많이 져봐야 마지막에 이길 수 있다. 여러 번 넘어지다 보면 바닥과 친해지는 법이다. 넘어지는 훈련과 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낙법이 제대로 되어야 마음 놓고 공격을 구사할 여유를 갖는다. 넘어져도 기분 나쁘지 않아야 다시 벌떡 일어선다.넘어지든지, 자빠지든지, 바닥과 몸의 접점이 많고 맞닿는 면적이 넓으면 충격이 분산됨으로써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는다. 아프지 않아야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고, 두려움이 없어야 용감하게 싸워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바닥을 치는 소리가 크고 경쾌해야 바닥과 잘 소통한다. 소리울림이 공허해야 충격을 비게 한다. 엄살처럼 보이지만 경쾌한 마음가짐이 정석이다.머리를 낮추는 모습이 겸손한 태도다. 아울러 몸을 둥글게 말아야 마찰이 적고 부딪힐 가능성도 낮아진다. 등판을 둥글둥글하게 말아서 굴러주면 바닥도 조용히 받쳐준다. 구르는 몸에는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머리를 감추고 몸을 말아 구르는 판에서 몸이 상할 까닭이 없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패배와 친해질 수 있다. 몸에서 힘을 빼야 마음도 비게 된다. 팔, 어깨, 발목 모가지, 엉덩이 할 것 없이 모두 다 힘을 빼야 몸이 부드러워지고 마음도 나긋나긋하게 된다. 그래야 마음이 멍들지 않는다.낙법을 알 만할 즈음, 비로소 몸의 조화로움이 깨어난다. 늘어진 근육 살이 졸깃졸깃해지고 두툼한 엉덩이 살이 탱글탱글하게 살아난다. 넘어져도 몸이 개운하고 마음은 경쾌하다. 넘어지는 게 별 거 아니다. 넘어지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다. 넘어지고 자빠지더라도 일어나 무릎을 세우는 것은 누워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넘어지고 자빠지기 여사다. 넘어지더라도 일어날 수 있도록 낙법 원리를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 오철환(문인)

당직변호사

▲21일 전용탁 ▲22일 전응수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소설, 허구와 진실의 교차점

김시욱에녹 원장소설이나 영화를 허구의 세계라 일컫는다. 다른 말로 픽션이라는 영어로 표현하기도 하다. 이에 반하는 의미로 논-픽션은 ‘실재’ 혹은 진실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엄밀히 접근하면 소설이 곧 허구(fiction)라는 등식은 지나친 비약으로 볼 수 있다. 픽션은 소설의 서사, 곧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기법의 문제이다. 시대적 배경과 장소적 배경 등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들이 적지 않은 점을 볼 때, 소설을 단순히 허구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스토리 전개를 구성하는 서사의 많은 부분이 사실과 허구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 그 구분은 더더욱 어려워진다.최근 현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과거 군복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원에게 ‘소설쓰시네’라고 말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물며 소설가협회가 추미애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웃픈(?) 현실이 일어났다. 더 재미난 사실은 ‘거짓말’과 ‘허구’의 개념을 정리해 학술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소설가협회에 대한 사과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지난 14일 추미애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사과의 말 중 일부를 옮기면 ‘독백이었는데 스피커가 켜져 있다 보니 그렇게 나가버렸다. 그런 말씀 드리게 돼 상당히 죄송하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독백과 방백이라는 드라마적 용어는 엄격히 구분되는 입장이다 보니 추미애 장관의 말은 드라마 협회서 다시금 학술적으로 정리해 주리라 믿는다.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비틀어서 보기(looking awry)라는 단어를 차용해 보면 아마도 인문학 관련 협회 전체에서 추천 도서와 영화를 권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희화화’된 염려와 걱정이 일어난다.추미애 장관 옹호자들 입장에서 말하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라는 말처럼 본인이 항변하고자 한 진의는 짐작된다. 야당 의원이 제기하는 자신의 아들의 군복무 문제가 ‘거짓말’ 혹은 ‘지어낸 것’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소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이 분명한 듯하다. 참으로 재미난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소설’이라던 내용들이 진실로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청탁이었냐 아니냐의 문제는 차후 논할 문제라 하더라도 보좌관과 추미애 장관 부부 중 한명이 국방부에 전화했다는 사실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휴가연장이 정당한 국방부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느냐는 부분은 더없이 예민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장관 측은 위법한 부분은 없고 충분한 이해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빠’라고 불리는 극성 지지층은 잘못된 과정이나 불법적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야당과 검찰측 시나리오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황희 국회의원은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씨의 군복무 특혜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의 실명과 사진을 SNS에 올리고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 그리고 배후세력을 등에 업은 ‘국정농단’이라는 막말을 내뱉고 있다. 국방부의 입장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국방부의 설명을 요약하면 ‘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훈령’을 토대로 ‘민간 병원에서 입원이 아닌 치료를 받은 서씨는 군 병원 요양심의를 거치지 않고 청원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지휘관의 전화로도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또다시 ’편 가르기‘의 문제가 된 예민한 현직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일임에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정말 한편의 소설이 2020년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음이다. 눈과 귀가 열려 있는 국민들을 앞에 두고 소설가 협회마저 비난해 온 ‘소설 쓰기’가 전개되고 있다.흔히 ‘확증편향’을 가진 자들은 자기가 가진 신념과 가치관에 부합된 정보와 사실만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조직된 행태로 표출될 때 ‘빠’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자신들이 아닌 타인에 대한 공격적 성향을 띄게 된다.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던 ‘노빠’ ‘박빠’ 그리고 ‘문빠’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이들은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 듯하다. 현 정부의 절대 옹호세력인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은 단어에서 보듯 스스로 그러한 성향을 인정하고 있다. ‘내가 조국이다’ ‘내가 추미애다’라는 캠페인 또한 이와 유사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소설을 구성해 가는 허구라는 장치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을 독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2020년 대한민국의 ‘소설쓰기’에 ‘빠’가 아닌 진정한 대다수 국민이 ‘이게 나라냐’ ‘나라가 니꺼냐’며 거리로 나설까 두렵다. 코로나 정국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슬픈 현실이다.

어머니 설법/ 하순희

내 몸에 상처진 것들 뜨락에 꽃으로 핀다/ 발목 걸고 넘어지던 무수한 일들도/ 생명을 실어 나르는 나뭇가지 물관이 되어// “한 세상 살다 보믄 상처도 꽃인 기라/ 이 앙다물고 견뎌내몬 다 지나가는 기라/ 세상일 어려븐 것이 니 꽃피게 하는 기라// 그라모 니도 므르게 다아 나사서/ 더 께져 아물어진 헌디가 보일기다/ 마당가 매화꽃처럼 웃을 날이 있을 기다”「종가의 불빛」(2019, 고요아침)하순희 시인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1989년 ‘시조문학’지에 추천완료, 199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별 하나를 기다리며」 「종가의 불빛」 동시조집 「잘한다잘한다 정말」과 시조선집 「적멸을 꿈꾸며」(현대시조 100인선 90번, 태학사, 2004) 등이 있다.‘어머니 설법’에서 애틋하고 애절한 어머니의 사랑을 읽는다. 내 몸에 상처진 것들이 뜨락에 꽃으로 피는 것을 보면서 발목 걸어 넘어지던 무수한 일들도 생명을 실어 나르는 나뭇가지의 물관이 되는 것을 느꺼워한다. 이어서 어머니의 말씀이 한 세상 살다 보믄 상처도 꽃이며, 이 앙다물고 견뎌내몬 다 지나가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또한 세상일 어려븐 것조차도 니 꽃피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이른다. 그라모 니도 모르게 다아 나아서 더 께져 아물어진 헌디가 보일 것이라면서 마당가 매화꽃처럼 웃을 날이 다가오리라고 조언한다. 어머니의 육성을 들려주듯 구어체로 생생하게 진술함으로써 정감을 더할 뿐만 아니라 적잖은 위로와 힘이 되고 있다.그의 다른 작품 ‘어머니의 유산’ 역시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아흔 셋 길 떠나신 초계 정씨 내 어머니는 자 하나 가위 하나 버선 한 켤레로 남으셨지만, 그 가르침 즉 바르게 선하게 살아라 그른 길은 자르거라, 라는 말에서 보듯 단정하면서 단호하신 데가 있는 분이었다. 자나 가위가 그냥 남겨진 것이 아님을 엿본다. 그리고 차운 발을 데우는 버선처럼 살거라, 라는 말씀이 떠올라 꽃다지 피는 봄날 여린 쑥을 캐면서 바람결에 날아서 오는 환청 같은 그리움에 젖어들기도 한다. 하여 떨어지는 꽃그늘로 더디 오는 후회 앞에 나뭇가지 적시며 빗줄기에 스미는 청매화 향기로라도 가닿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긴 여운을 안긴다.또 한 편 어머니에 관한 글 ‘조장’은 더욱 간절하다. 마음 쓸쓸히 헐벗은 날 그 목소리 들린다면서 잘 있제 잘 하제, 라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그래서 푸른 울타리로 살거라, 라는 말씀이 큰 울림을 준다. 내 죽으믄 무덤 만들지 말고 말짱 태워서 곱게 가루 내어 찹쌀밥 고루 버무려 새한테 주거라, 라는 마지막 부탁은 실로 애절하다. 말짱 태우는 일은 자식으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다하고자 한다. 참으로 숭고하다. 이렇듯 숙연한 날 때 없이 헛헛해 오는 저린 손을 비비면 바람소리 물소리 선연한 풍경소리 가운데 깊은 뜻 새소리로 남아 젖은 길을 날아오르는 것을 본다.신석기시대, 북방계 민족이 사용하던 토기로 그릇 표면에 빗살과 같은 무늬를 새겨 넣었고 밑바닥은 대개 둥글거나 뾰족하게 만든 토기를 보며 상상력을 작동한 ‘즐문토기’에서 그 당시 도공이 마디마디 각인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새로이 잎을 내는 맥문동 여린 꽃대에 내리며 녹아버리는 흰 눈발에서 시의 화자는 영혼을 흔드는 무늬를 본다.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여러 문양을 아로새겨간다. 어떤 무늬가 우리 속에 수놓이고 있는지는 모를 테지만, 언제 불러도 늘 부르고 싶은 어머니를 한 번씩 마음 속 깊이 울먹울먹 부르면서…. 이정환(시조 시인)

대한민국 남자의 군대 이야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2017년 군 복무 시절 휴가미귀 연장 특혜 의혹이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현직 법무부장관 아들의 이야기이고 그가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에 복무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데서 국민들의 의심이 분노로 확산되고 있는 판이다. 추 장관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의 딸 문제와 달리 이번 사건은 공정과 평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생긴 일이어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군대 문제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말 많고 탈 많은 것이 군대다. 대권 문 앞에서 두 번이나 주저앉은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그랬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지 못해 18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수 유승준의 처지도 그렇다.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대 문제로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걸었고 더러는 감옥을 대신 택하기도 했다. 멀쩡한 신체에 메스를 들이대고 희한한 병을 만들기도 하는 운동선수들도 젊음을 군대에서 보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짜낸 비책들이었다. 어떤 연예인은 현역 입대를 대단한 이벤트로 만들기도 했다. 군대 문제는 그렇게 민감하다.추 장관도 그런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 그래서 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군대에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 군대란 것이 카투사다. 현역 보직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은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다 안다. 카투사란. 아무나 갈 수 있는 부대가 아니다. 이미 그 부대에 갔다는 자체만으로도 특혜라고 보통 군인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런 부대에 갔다. 이건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사과했지만 편한 부대라고 정의했다. 전국의 카투사 현역들이나 제대병들이 들고 일어나더라도 그들이 일반 병과의 보병이나 포병 또는 기갑 같은 전투부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 군대에서 휴가를 갔다가 제 시간에 복귀하지 않았다. 무릎 수술을 했고 외래 진료로 복귀하지 못했다는 거다. 사정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은 궁금증을 넘어 비난을 받고도 남는다. 10일간 병가 뒤 부대 복귀 않고 다시 9일간 병가를 연장한 휴가병은 이번에는 본인 복귀 대신에 상급 부대 대위가 와서 휴가처리 하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하루 뒤에. 그것은 당시 추 장관 아들의 부대 생활이 얼마나 황제 특권을 누렸으며 동료 병사들에게는 또 얼마나 위화감을 주었던가를 가늠하게 만드는 것이다.검찰은 처음 의혹이 제기된 뒤 9개월 넘게 수사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의 청문회에서 가족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하며 불거졌던 추 장관에 대한 이미지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새삼 불거지기도 했다. 아들 휴가 연장 전화에 대해 여전히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한다.“나는 하지 않았다. 시키지도 않았다. 보좌관이 했는지는 말씀드릴 형편이 못되고 남편이 했는지는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예전의 ‘소설 쓰시네’에서는 한 발 물러났지만 국회에서 쏟아지는 질문에는 ‘증거를 대라’ ‘검찰 수사냐, 국회 대정부질문이냐’고 응수했다.추 장관은 억울해 한다. 판사 출신으로 5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였던 그에게 아들의 군 문제 하나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에 받는 공인의 상대적 불이익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아들의 군 복무 당시 황제 휴가 처리는 여전히 일반 국민들에겐 여당 대표인 엄마 찬스를 활용한 특혜다. 공익제보한 당직사병과 당시 지원단장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그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은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다. 여전히 그의 자세에는 잘못한 것이 없다. 법률적 잘못이야 법에서 가릴 것이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그들에게 지워진 멍에는 형사법적 죄만이 아니다. 국민 정서법은 공인에 대한 자질에 품위까지 요구한다.남편을 등판시키면서까지 아들을 구해야 하겠다는 추 장관의 모정은 인간적으로 동정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를 얻는 수준에 미쳤는지는 여전히 의문표다.

경찰, 선거법 위반 혐의 홍석준 의원 기소 의견 송치

대구지방경찰청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국민의힘 홍석준 국회의원(대구 달서구 갑)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앞서 홍 의원은 21대 총선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 당했다.이에 경찰은 총선 이틀 뒤인 지난 4월17일 홍 의원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지난 6월에는 피고발인 신분이던 홍 의원을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공천 확정 전 이두아 예비후보가 나를 (사전 선거운동으로) 고발한 일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바뀌어도 변할 것은 없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2012년 12월26일 취임한 후 최근까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운 아베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으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씨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로 임기를 시작했다.자연스럽게 국내에서는 한일 관계나 스가 내각의 경제정책 변화 방향과 영향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총리가 바뀌는 것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돼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솔직히 총리가 바뀌어도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전망이다.먼저 스가 총리의 임기에 대해 생각해보자. 최고지도자로서 무엇을 할 것이며, 남길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안은 채 갑작스럽게 사퇴한 전임 총리가 남긴 1년의 임기를 보내야 한다. 또 그 1년이 지날 즈음이면 총리 연임을 위해 의회 해산과 총선, 자민당 총재선거와 같은 많은 정치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한다.성공적으로 총리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정치 이슈에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해 승리해야만 하는데 전임 총리가 남긴 숙제들이 만만치 않다. 정치자금법문제, 지인이 운영하는 사학 재단에 대한 특혜 의혹, 행정부 문건조작 의혹 등 해결되지 않은 정치적 문제를 남기고 떠난 상황으로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단기에 신임 총리직을 사임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전임 내각에서 추진했던 아베노믹스도 초기에 반짝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두 차례의 소비세 인상 등으로 큰 성과없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아베노믹스가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던 시절, 부활한 혹은 부활한 것처럼 보이던 일본경제를 자랑하기 위해 유치했던 2020년 도쿄올림픽은 언제 다시 열릴지 누구도 모를 상황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내각의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는 점도 새로운 내각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지금까지 나열한 것만 봐도 스가 총리가 연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내에서도 과연 1년 안에 이 과제들을 전부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 대외적으로도 외교 역량이 미흡한 신임총리가 제대로 일본을 대표해 국제사회가 바라는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에 찬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이처럼 일본과 타 국제사회의 전망과 평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정작 문제는 한일 관계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한일 간 관계 정상화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쉽사리 정상화의 길로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징용공 배상문제는 지금까지 봐 온 것처럼 설사 한일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논의한다 손치더라도 쉽게 풀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신임 총리가 대외적인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전임 총리와 긴밀히 협의해 사안별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상 그저 낙관적인 전망에 기댈 수만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양국 간 경제 관계에 대해서도 기대와 희망이 섞인 전망들이 나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베노믹스를 대신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엔저 방침의 변화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봐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존 정책을 당장 폐기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일본경제 여건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불확실성도 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총리직에 올라 새로운 정책을 구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당연히 악화된 양국 관계가 이대로 있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바뀌었으니 양국 정상 간 대화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을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이번에 바뀐 스가 내각의 태도도 기껏해야 현상을 유지하려는 상황관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