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레전드’ 장원삼의 향기가 솔솔…삼성 최채흥, 에이스로 거듭나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 투수 최채흥에게 왕조 시설 좌완 에이스였던 장원삼의 향기가 나고 있다.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운 투구 내용으로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 또한 높다. 장원삼 역시 빠른 볼보다는 날카로움으로 경기를 지배했던 투수다.최채흥은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눈부신 역투로 4경기 전승을 노렸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며 무산됐다.현재 최채흥이 마운드에서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1선발급이다.2020시즌에 돌입하기 전 ‘5선발 후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최채흥은 4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하고 있다. 피출루율과 피장타율OPS 역시 0.553으로 좋다.올 시즌 KBO리그 초반 분위기가 ‘타고투저’이기에 최채흥의 역투는 놀라울 정도다.최채흥의 초반 선전 비결은 빨라진 구속과 정교해진 제구에 있다.스피드가 지난해보다 3㎞ 늘면서 변화구의 위력이 배가 됐다. 구속이 나오다 보니 같은 직구라도 속도 조절을 하면서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게다가 승운도 따르면서 나날이 자신감도 붙고 있다.첫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따낸 뒤 두 번째 경기 6이닝 4실점을 했지만 팀 타선의 도움으로 2연승을 기록했다.운이 따르자 세 번째 경기에서는 6이닝 1실점, 네 번째 경기에서는 7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이처럼 최채흥의 활약은 삼성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삼성은 백정현, 라이블리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선발 투수진이 붕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체 선발 자원인 윤성환은 부진한 터라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 같은 상황에 난세 영웅이 탄생한 셈이다.최채흥은 투구 폼은 물론 예리한 코너워크와 다양한 구종 등 피칭 스타일이 장원삼과 쏙 빼닮았다. 장원삼은 통산 121승(96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 중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에서 84승57패를 기록한 레전드다.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최채흥. 시즌 초반 반짝 활약이 아닌 수년간 삼성 마운드를 책임질 좌완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찔레꽃 향기 속에

찔레꽃 향기 속에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향긋한 꽃내음에 발걸음이 절로 멈춘다. 새벽에 집을 나서 산소 찾아 올라가는 길, 짙은 안개가 볕에 걷히자 은은한 향내가 산길에 퍼져있다.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살피니 하얗게 피어난 찔레꽃이 조상님 산소 앞 둑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반기는 듯하다. 코로나19에 별일 없었느냐고 안부를 묻는 것 같다. 어머니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코를 대고 한참을 들이켜 본다. 언제 그곳에 피어나 우리들이 찾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던가. 찔레꽃의 꽃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하더니. 우리를 “보고 싶다”. “그립다” 하는 이들이 계신다고 고하는 것 같다. 구정설이 지나 시작한 코로나19, 정신없이 번져가는 통에 벌초도 성묘도 제때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꼼짝없는 불안에 떨기만 하였다. 그러다 보니 한식도 지나고 이제 오월도 중순이다. 내일모레면 막내아들의 개학이다. 미루고 미루었던 등교 일정이 고3이라 어쩔 수 없단다. 입시가 코앞이라 더 미룰 수 없다고 하니 두고 볼 수밖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해외에서 대학원 공부하던 아들은 그곳 상황이 너무 긴박하게 안 좋아져 귀국하였다. 공항에 내려 특별실이 마련된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왔다. 그곳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전신 방호복을 입은 택시를 타고 혼자서 짐 가방을 끌고 비어 있는 외딴집으로 갔다. 가족들 얼굴도 마주하지 않은 채 격리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나날이다. 코로나19 잡힐 듯 잡힐 듯하다가도 또 어느 구석에 숨었다가 튀어 오르니, 마치 두더지 때려잡기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손으로 불안을 헤아리다가 마음의 위안이라도 받고자 산소로 향했다. 학생도 격리자도 모두 무리 없이 무사히 넘겨서 과정을 잘 마무리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재난지원금만큼이나 나가는 비싼 예초기를 샀다고 자랑하는 동생네와 함께 초록의 들판을 지나 산소로 향했다. 산소로 오르는 길은 수풀로 뒤덮여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입구부터 예초기를 이리저리 돌리며 길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방에 피어난 이름 모를 색색의 꽃들도 반가운 듯 향긋함으로 답한다. 잘린 풀에서 배어 나오는 풀냄새가 오랜만에 생기를 돋운다. 산에 오르자 저 멀리 푸른 들판 너머 풍경은 평화롭게 다가든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집에서 은둔하며 격리 생활을 하고 있을 이들의 눈빛이 그 위에 어른어른 겹친다. 하얀 찔레꽃은 산소를 에워싸고 피어나 장미보다 더한 향기를 전한다. 꽃향기에 취하다 보니 땀내 젖은 어머니의 품이 못내 그립다. 문득 어느 시인의 찔레꽃이 들려오는 듯하다‘닮은 듯 닮은 얼굴 누군가 그려 보니/ 흰 수건 동여매고 밭 매던 내 어머니/ 살며시 그 품에 안겨 밤새도록 우누나/ 엄마 품 그리워서 턱 괴고 바라보니/ 천사의 웃음으로 한없이 웃어 주신/ 찔레꽃 향기로 오신 보고 싶은 어머니"향기로운 오월을 장식하는 꽃 중에 찔레꽃도 한 몫을 하는 요즈음이다. 산소를 찾아 오르는 자식들에게 그리움을 속삭이듯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찔레꽃, 때 묻지 않은 수수함에 더 마음이 간다. 자리를 가리지도 않고 비탈진 언덕에 피어나 온화한 빛깔로 사랑을 전해주는 어머니의 꽃, 그 신중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엄마의 향기는 다시 찾을 길이 없지만 은은한 찔레 향기에 취해서 꿈속에서라도 엄마의 냄새를 더듬어 볼 수 있다면 지금 같은 언택트 시대에도 마음 속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주말 오랜만에 나들이하러 다녀온 지인은 그곳은 코로나19와는 상관없는 동네인 것 같더라고 하였다. 재난지원금으로 부모님 모시고 외식하러 멀리 남쪽으로 갔더니 식당마다 예약대기표를 받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더라고, 아무리 그렇더라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 있다. 지금 확진자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잔불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또다시 살아나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리라.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마스크를 꼭 하고 다니고 무엇보다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가능하면 덜하고 멀리하는 것이 나를 지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찾아오겠지만 그때까지 서로서로 격려하면서 적당한 거리 유지로 버티기를 잘해야 하리라.붉은 황토 흙구덩이나 비탈진 언덕배기에서도 여유로운 자태로 의젓하게 버텨서 향기로운 꽃으로 그리움을 전하는 찔레꽃처럼.

이번 주말 유통업계, 봄향기 물씬 다양한 기획전 진행

이번 주말 지역 유통업계에서는 완연한 봄을 맞아 봄 향기 물씬 풍기는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한다. 공기정화 식물과 꽃다발을 선보이는가하면 봄철 트레이닝 필수품전, 나들이 잡화대전 등 풍성한 기획 행사를 진행한다. ◆대구백화점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3층 명품 모자 브랜드 ‘루이엘’에서는 화사한 봄꽃으로 장식한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모자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루이엘은 최고의 모자를 선사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가장 고급스러운 소재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의 손길을 통해 정성껏 제조하는 명품 수제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영화․드라마 등의 소품부터 한국 유명 스타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모자 브랜드로 유명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의 두상과 얼굴형에 맞게 만들어 편안한 착용감으로 인기가 높다. 제품 가격은 20만~50만 원 대. 대백프라자 지하 식품관에서는 오는 30일까지 구매할수록 혜택이 쌓이는 ‘푸드월드 스탬프 이벤트’를 진행한다. 당일 지하 1층 식품관 내 5만 원 이상 구매 시, 구매 영수증 소지 후 식품관 안내데스크를 방문하면 스탬프 도장을 적립(1일 1회 한정)해 준다. 스탬프 도장 개수에 따라 각티슈/물티슈/식품구매권 등 생활에 유용한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대구점 5층 플라워 마켓 드롱잉엣가든에서는 다양한 공기 정화 식물과 꽃다발을 선보인다. 연일 계속되는 황사와 미세먼지 증가로 식물의 공기 정화 기능이 부각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다양한 식물을 할인 판매 한다. 먼저 실내 공기 정화, 습도조절,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크루시아를 1만5천 원에 판매한다. 크루시아의 물주기는 봄, 여름, 가을에는 10~15일에 한 번, 겨울과 여름 장마철에는 약 3주에 한 번으로 손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포롬알데히드, 미세먼지, 새집증후군에 탁월한 식물로 잘 알려진 고무나무와 반음지, 반양지에서도 잘 자라는 홍콩야쟈를 각각 1만5천 원에 판매한다. 이외에도 공기 정화와 전자파 차단 효과에도 탁월한 몬스테라를 2만 원에 선보인다.몬스테라는 볕이 잘 드는 창가나 발코니에 두고 키울 수 있으며, 겨울철을 제외하고 흙을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면 된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종 행사 취소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오늘의 꽃다발’을 매일 선정, 5천 원에 판매하며 다양한 식물과 화분을 50% 할인 판매한다. ◆대구신세계백화점 대구신세계백화점에서는 오는 29일까지 본관 7층 매장에서 2020 베스트 노트북 제안전을 연다. 원격 수업이 시작되면서 노트북을 필요로하는 가정을 위해 삼성전자, LG전자에서는 각종 노트북을 선보인다. 삼성전자에서는 노트북7(NT750XBE-X59), 갤럭시 북 플렉스 (NT950QCG-X58), 갤럭시 북 이온(NT950XCJ-X58L) 등을 판매한다. LG전자에서는 울트라 17인치(17U70N-GA70K), 울트라 기어 17인치(17U70ㅜ-PA70K), 그램 17인치 (17Z90N-VA70K)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봄철 트레이닝 필수품 스포츠 레깅스 제안전도 오는 29일까지 진행된다. 집에서 편하게 입고, 야외에서는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봄철 꼭 필요한 피트니스웨어 레깅스 아이템을 소개한다. 뉴발란스의 워터 하이라이트 레깅스, 하이웨스트 레터 워터 레깅스, 나이키의 요가 럭스 립 7부 타이츠, 에픽 럭스 런웨이 타이츠, 아이다스 오리지널 라지 로고 타이츠, 아이코닉한 스타일의 타이츠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이밖에도 뮬라웨어, 언더아마, 스파이더 매장에서도 다양한 색감과 기능의 레깅스를 만나볼 수 있다. ◆이랜드리테일 대구·경북권 이랜드리테일(동아백화점, NC아울렛)에서는 오는 28일까지 ‘나의 봄꽃 피다’ 테마 스페셜행사를 실시한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에서는 스페셜행사로 기비·키이스·요하넥스·핑 등의 신규 오픈기념 구매금액 사은품 증정행사 및 오픈 축하 특가행사를 진행한다. 또 최대 90% 오프 골프 박람회와 최대 70% 오프 어린이날 아동인기상품 제안대전 및 피에르가르뎅·엘레강스·키플링·아가타 등이 참여하는 핸드백 특가전이 마련된다. 이밖에도 시즌잡화나들이상품 특가대전, 마코스포츠·링스골프 최대 80% 오프 라이벌 특가대전이 열린다. 동아백화점 수성점에서는 에비수·인디고뱅크·레스모아·안지크 등이 참여하는 캐주얼·남성·여성의류 최대 70% 오프 특가상품대전을 연다. 또 자라 수입여성편집매장 80% 오프 특가전과 컨버스키즈·에어워크주니어·네파키즈 등 아동·스포츠의류 최대 50% 오프 특가전 등도 있다. 동아백화점 쇼핑·수성·수성마트·강북·구미점 식품매장에서는 코로나 19로 어려운 제주축산 농가돕기 및 완도군 전복 어민 살리기 행사 등을 실시한다.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군위군, 군청 내 쉼터에 스며든 책향기 가득

‘함께 책 읽고, 생각을 나눕니다.’군위군이 청사 내 마련한 직장문고가 업무에 지친 공무원들의 작은 쉼터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군위군은 2017년부터 직장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일상 업무에 지친 공무원은 물론 민원인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군위군은 이용자 증가에 따라 사회과학, 에세이, 소설,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1천400여 권의 도서를 비치했다. 직원들은 점심시간과 퇴근 후 직장문고를 찾아 독서를 즐기고 있다. 일 평균 20권이 대여된다.직장문고를 이용하는 직원은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행, 경제, 요리, 육아,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접할 수 있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업무에 활용하기에도 편리하다”고 말했다.정지은 직원문고 담당은 “도서관과의 물리적 거리를 줄인 덕분에 직원들이 쉽게 책을 접하는 등 삶의 여유와 행복을 느끼고 있어 만족한다”며 “앞으로 직장문고를 더욱 활성화해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배철한 기자 baech@idaegu.com

문향만리…바람의 증언

구석본내가 없었다 / 당신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 향기와 빛깔이 모여 두근거리는 꽃, / 그 앞에서 둥글고도 부드러운 나를 흔들기 시작하여 / 아랫도리부터 머리꼭지까지 흔들어도 / 당신들의 눈에는 꽃의 향기와 빛깔만 보일 뿐 / 매끄럽고 은밀한 나의 몸은 보이지 않는다 // 나의 영혼은 없었다 /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던 외로움과 쓸쓸함이 / 갈퀴를 세우고 짐승처럼 숲 속에서 / 나무와 나무 사이를 휘저으면 /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나뭇잎만 있었다 / 골짜기마다 스며들어 울음 울지만 / 절벽마다 소리의 깃발을 내세워 / 한세상 살아가는 정신으로 펄럭이지만 / 언제나 당신들의 메아리였을 뿐이다 // 보이지 않는 / 내 몸과 영혼은 허공일 뿐이다 / 그 허공 속을 / 꽃의 향기와 빛깔이 두근거리며 지나가고 / 당신들의 외로움이나 쓸쓸함도 지나간다 / 사실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 하얗게 지워지는 영상같이 / 스르르 허공 속으로 스며들어 / 눈부신 하늘의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월간『현대문학』(2011. 8)................................................................................................................. 내가 없었다. 내 몸이 없다. 당신들은 내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후각을 유혹하고 시각을 사로잡는 화려한 꽃 같은 겉모습에만 관심을 가지고 흥분한다. 내 몸 따윈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는 둥글고 부드럽다. 나는 은밀하고 매끄럽다. 선입견을 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생긴 대로 보인다. 그런대도 당신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 본질을 보려는 진정한 마음이 없으니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속살을 보여주고 싶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온몸을 동원하여 애를 써도 모두 다 허사다. 노력한 보람이 없다. 당신들은 숨겨진 나의 본모습에 대해선 통 관심조차 없다. 코를 자극하는 향기도 없고 눈을 끄는 꾸밈도 없다. 생긴 대로 그냥 그렇게 밋밋하고 수수할 뿐이다. 향기와 빛깔에 취해 말초적인 허상만 보는 눈엔 나는 유령이다. 내 영혼은 없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웅크린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랠 길 없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노란 빛깔로 허공을 그려 보이기도 하고 그리움을 싣고 오기도 한다. 내 영혼이 바람에 실려가 버리기라도 한 건가. 아니다. 바람이 나에게 들어왔다. 나는 바람의 몸으로 허공에 섰다. 내 영혼은 숲속을 휘돌아 낙엽을 우수수 떨어트린다. 정처 없는 바람의 몸으로 황량한 허공에 우두커니 서있다. 산골짝을 울리던 소리가 절벽위에서 윙윙거리며 깃발을 흔들지만 그것이 한 세상 살아가는 삶의 정신일 수 없다. 방방곡곡 소리치고 높다란 곳에 깃발을 내걸어도 그게 삶의 정수는 아니다. 메아리다. 꽃의 향기와 빛깔은 바람의 끝자락을 잡고 허공으로 흐른다. 외로움과 쓸쓸함도 바람에 실려 허공을 향한다. 보이지 않는 내 몸과 영혼은 허공일 뿐이다. 그 허공 속을 꽃과 고독이 지나간다. 꽃의 향기와 빛깔이 들어오고 외로움과 쓸쓸함이 밀려온다. 꽃과 고독이 허공으로 그냥 지나가진 않는다. 마치 영상처럼 하얗게 지워진다. 허공에 스르르 스며든다. 허공은 화려한 허상과 쓸쓸한 고독을 보듬고 삭인다. 이제 허공은 빈 공간이 아니다. 허공은 하늘의 중심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몸과 영혼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시인은 드디어 깨달음을 얻고 하늘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구석본 시인은 오랜 방황을 끝내고 하늘의 중심에서 미소 짓고 있다.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 바람의 증언을 듣는다. 당신들은 제각기 우주의 중심이다. 오철환(문인)

경산시 용성면 향기 그윽한 무농약 웰빙 육동미나리16일 첫 출하

‘향이 넘치는 친환경 고품질 맥반석 육동미나리 맛보세요.’경산시 용성면 용천리를 비롯한 부재, 용전, 대종, 부일, 가척리 등 6개 마을에서 재배하는 천하일품 ‘육동미나리’가 16일 첫 출하 했다..‘육동미나리’는 2008년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대행 회사인 ‘에버그린농우회’로부터 무농약 친환경 웰빙 재배로 인증받았다. 2015년 경북 우수농산물로 선정됐다.육동미나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예로부터 강장·이뇨·해열 등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긋한 맛이 일품으로 꼽힌다.특히 ‘육동미나리’는 타지역 미나리보다 맛과 향이 뛰어나고 줄기가 굶고 연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이날 첫 출하에 들어간 김현규(60) 미나리 작목반장은 “지난해 2천470㎡ 시설에 총 8천500만 원 수익을 올렸다”며 “농한기에 미나리 재배로 농가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김종대 경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오는 4월 말까지 출하가 이어지는 ‘육동미나리’ 생산을 확대해 농한기 농가 소득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지난해 22농가에서 7.3㏊에 ‘육동미나리’를 재배해 120t을 생산, 11억5천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남동해 기자 namdh@idaegu.com

장미향기 가득한 ‘캐스키드슨’ 팝업스토어

롯데백화점 대구점 4층 여성관 특설매장에서는 빈티지 감성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캐스키드슨’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장미 향기 가득한 영국식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프린트물을 더한 가방, 키즈소품, 액서사리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실용적인 상품에 재치와 생동감을 더해 독특한 디자인으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오픈 기념으로 5만 원 이상 구매 시 선착순으로 에코백과 핸드크림을 증정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최승호하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지 않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를/ 무슨 무슨 주의의 엿장수들이 가위질한 지도 오래 되었다/ 이제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엔/ 가지도 없고 잎도 없다/ 있는 것은 흠집투성이 몸통뿐// 허공은 나의 나라, 거기서는 더 해 입을 것도 의무도 없으니/ 죽었다 생각하고 사라진 신목(神木)의 향기 맡으며 밤을 보내고// 깨어나면 다시 국도변에 서 있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귀 있는 바람은 들었으리라/ 원치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들이/ 내 앙상한 몸통에 매달려 나부끼는 소리,/ 그 뒤에 내 영혼이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를// (중략)// 언젠가 나는 쓸 수도 있으리라 초록과 금빛의 향기를 뿌리는 시를// 하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어/ 지저귀지 않아도.- 시집 『고슴도치의 마을』 (문학과지성사, 1985) ................................................................ ‘북가시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참나무과의 상록교목이다. 줄기가 굵고 곧게 자라며 많은 가지와 무성한 잎이 있어 장대한 수형을 이룬다. 붉가시나무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목재의 색깔이 붉은 데서 비롯되었으며 목재가 무겁고 잘 쪼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존성이 좋아 가구재와 산업재로 많이 이용된다. 하지만 시는 나무에 박힌 가시에 주목한다. 이 시는 비뚤어진 정치적 이념과 요설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이를 꿋꿋하게 견뎌내어 순결한 영혼이 담긴 시를 쓰고자 하는 결의를 북가시나무에 비추어 드러낸 작품이다. 북가시나무로 비유되는 시적 화자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자유로운 이상을 갈구하지만 벌목꾼의 난립한 이념과 주의에 의해 영혼의 팔 다리가 다 잘려나가고 내면의 상처와 고통만 남는다. 상처투성이의 고독한 존재로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원치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들’이 내 몸을 결박한다. 그 부정적 공간의 부대낌 가운데서도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지켜가고자 하는데,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에’ 새싹을 틔워보지만 서슬 푸른 대장간의 ‘낫’과 ‘톱니’들도 동시에 생기를 띠고 자신을 위협한다. 북가시나무 둘레를 맴도는 소란한 환경은 늘 존재해왔다. 어림 턱도 없는 낡은 이념도 문제거니와 특정 이념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이들에게서도 내면의 황폐함을 본다. 그들은 자기 생각에 맞추지 않으면 가차 없이 가위질을 해댔다. 이에 북가시나무는 알몸으로 항거한다. 초록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방어기재로 가시만 남는다. 가시는 온갖 위협으로부터 순수를 지키려는 대결의지의 다름 아니다. 그러나 메마른 가시는 나무 곁으로 다가오는 뭇 생명들을 거부한다. 혼자 남겨진 영혼이 어찌 메마르지 않을 수 있으랴. 시인은 허공만이 ‘나의 나라’라고 말한다. 허공엔 이념이 들어설 틈이 없다. 이 허공에서야말로 비로소 ‘사라진 신목(神木)의 향기’를 맡는다. 신목은 영혼의 나무이다. 그 향기는 바로 ‘잎사귀 달린 시, 과일을 나눠 주는 시, 초록과 금빛의 향기를 뿌리는 시’로 환치된다. 풍요롭고 순수한 영혼의 결실로서의 시를 꽃피우고, 그 꽃으로 밝은 미래와 새로운 시대를 꿈꾼다. 하지만 밖으로 가시를 삐죽 내민 나무에는 어떤 새도 어른거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새 한 마리 깃들어 지저귀지 않아도’ 나 자신의 변모가 곧 세계의 변모를 가져오리라 굳게 믿는 것이다.

지훈문학관에서 문학의 향기를 느껴보세요

문향의 고장 영양군이 여름 휴가기간를 맞아 주실마을 내 지훈문학관을 내달 19일까지 휴관일인 월요일에도 정상 운영한다. 지훈문학관은 청록파 시인이자 지조론의 학자 조지훈 선생을 후세에 길이 기리기 위해 2007년 5월 영양군 일월면 주실마을에 건립한 문학관이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조지훈의 대표 시 ‘승무’가 흘러나오고, 조지훈 선생의 삶과 그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이번 지훈문학관 연장운영은 여름휴가기간을 맞아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최대의 편의를 제공하고자 확대 실시하게 됐다. 지훈문학관이 위치하고 있는 주실마을에는 조지훈 시인의 생가인 호은종택과 옥천종택, 월록서당, 지훈시공원, 시인의 숲 등 방문객들이 구경할 수 있는 풍성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양 희 지훈문학관 관장은 “여름 휴가기간에 지훈문학관 및 주실마을을 방문해 한국 현대 시의 주류를 완성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선생의 서정적인 시 세계에 흠뻑 취해 풍요로운 여름휴가를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태진 기자 tjhwang@idaegu.com

300년 세월, 삶 속 애환을 띄워 마시던 전통주…그 비법 천 년의 향기로 이어지길

1969년 영국와인주류연합회와 호텔레스토랑연합회가 와인전문가 양성을 위해서 MS(마스터 소믈리에)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시험을 통하여 선발한다. 지난 50년 동안 257명만이 MS의 배지를 달았을 뿐이다. 한국인으로는 2016년에 뉴욕의 미쉐린2스타 레스토랑인 ‘더모던’의 소믈리에 김경문씨가 선정된 것이 유일하다. 한국인 최초의 MS인 김씨가 최근 한국의 전통주을 찾아 귀국했다. “한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국 술은 무엇이냐?”는 고객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의 전통주을 찾아내고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통주란 그 땅에서 자란 곡물과 누룩, 물만을 이용해 만드는 술이다. 가문과 지역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진 다양한 전통주가 있었다. 근래에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소주나 맥주 등에 밀려나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견디고 9대에 걸쳐 300년 간 가문의 전통비법을 지키면서 전통주를 만드는 강소농이 있다. 칠곡군 왜관읍에서 찹쌀과 멥쌀, 우리밀로 만든 누룩과 백련꽃을 이용해 전통주를 만드는 ‘석전상온전통주가’의 곽우선(72·전통식품명인) 대표와 남편 이기진(76)씨가 그 주인공이다. 상호인 석전상온전통주가(石田尙醞傳統酒家)의 석전(石田)은 마을 이름이다. 상온(尙醞)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술과 간장 등을 제조하던 기관의 이름이다. 최고의 술을 만들고 전통을 이어간다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9대를 이어 온 300년 전통의 가양주석전상온전통주가에서 만드는 ‘설련’과 ‘홍로’는 9대에 걸쳐 300년 간 전통을 이어온 전통주다. 칠곡의 명문가인 광주이씨 문중에서 접빈(손님을 접대함)과 제사를 모시기 위해 만들고 있는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이다. 청와대와 여수세계박람회 만찬주로도 선정되었다. 곽우선 명인이 술을 처음 빚은 사연은 남다르다. 이조판서를 지낸 ‘문익공 이원정’대감이 숙종 5년(1680년) 당파싸움으로 혼탁해진 나라를 보고 자손들에게 ‘백련처럼 진흙에서 나고 자라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게 세상을 살아라’고 하는 ‘애련설’을 전파하고 마음에 새길 것을 당부했다. 그 후 문익공의 뜻을 기려 문중에서 연못의 백련꽃 으로 전통가양주를 만들어 접빈과 제사, 혼사에 사용했다. ‘설련’은 문익공의 손부인 ‘풍양 조씨’ 때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가정에서 술 제조를 금지하자, 집 뒤편 대나무 숲에 술독을 묻어놓고 숨어서 술을 빚었다. 가문의 전통주 제조비법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지금은 9대째로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곽우선 대표가 맥을 이어가고 있다. 곽 명인은 1970년 광주이씨 문중으로 시집을 온 후, 시어머니로부터 설련의 제조비법을 전수 받았다. 결혼 전에는 친정인 현풍에서 친정어머니가 현풍곽씨 문중의 가양주를 만드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고 거들면서 자랐기 때문에 가정에서 술 만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당연한 일로 알고 만들었다. 지금은 곽 명인의 장녀가 전통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정통식품 명인곽명인은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 74호로 지정됐다. 문중의 가양주인 설련주의 제조기술과 전승계보, 현재의 활동상황 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전통식품명인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전통식품의 계승·발전과 가공기능인의 명예를 위해 지정하여 보호·육성하는 제도로 2018년 현재 전국에 80명이 지정되어 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안동소주의 박재서 명인(5호)을 시작으로 8명이 있다. 설련주의 9대 전승자인 곽명인은 일 년에 단 두 번만 수작업으로 전통주를 만든다. 대량생산보다는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는 소량생산이다.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은 손맛이 배어 있는 명주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일 년에 두 번만 술을 담그는 것은 제조공정이 길어 더 많이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번 만드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100일이나 걸려 여러 번 만들 수도 없다. 다른 술과 차이점은 삼양주(三釀酒, 3차 담금에 의한 곡주의 제조방법)라는 것이다. 처음 만드는 밑술은 고두밥이 아니라 쌀가루를 끓는 물로 반죽을 해 범벅을 만들고 여기에 누룩을 섞어 3일간 독에서 누룩균을 배양한다. 그 다음에는 누룩균을 배양한 밑술에 진(무른)고두밥을 섞고 다시 3일간 숙성을 시킨다. 여기에 다시 고슬고슬한 고두밥을 섞어서 100일간 저온 숙성을 시킨다. 이과정이 2차 덧술이다. 이때 연꽃과 연자육, 연근을 넣어 연향이 배이도록 한다. 70일 정도 숙성시키면 맑은 술이 위에 고인다. 이것을 100일까지 저온에서 분히 숙성시키면 백련의 은은한 향이 배어 있는 설련주가 완성된다. 이 설련주를 소주고리에 넣고 증류를 시킨 술이 알콜함량 45%의 홍련주다. 증류과정에 한약재인 지치(자초)를 통과시키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진도지역의 전통주인 ‘홍주’를 만드는 방법이 같다.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사명감이 없이는 만들기 어렵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4년 경북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주·청주 부문 명주로 선정됐다. ◆전통의 맥을 잇는다.현재 설련주를 만드는 곽우선 명인은 9대 전수자다. 9대조 할머니인 풍양조씨로부터 며느리에서 그 며느리로 300년 동안 제조비법이 전해져 내려왔다. 10대를 이어갈 전수자는 며느리가 아닌 장녀인 이선규씨다. 이씨는 경북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다시 대구대학교에서 재활과학을 공부한 재원으로 전통식품명인 전수자 교육을 받고 있다. 전통식품명인 전수자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명인의 고령화 등으로 전승 단절 우려가 커지고 있어 우수한 전통식품의 명맥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하여 전수자를 지명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시책이다. ◆전통주 비법 전수곽 명인의 꿈은 두 가지다. 가문에서 300년 동안 이어져 오는 설련주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첫 번째 꿈이다. 300년을 넘어 천 년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제 그 꿈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자녀 셋 중에서 장녀가 전통식품명인 전수자 교육을 받고 있다. 또 다른 꿈은 전통주의 대중화다. 이를 위해 제조비법을 공개하고 농업계학교 학생들에게 전통주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와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측과 일주일 과정의 전통주제조과정 강좌를 개설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각종 축제장을 비롯한 행사장에서 무료시음행사를 하고, 전통주 제조 교육을 하는 것 역시 전통주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 선조들의 삶의 애환과 풍류가 배어 있는 우리의 전통주가 MS들이 인정하는 세계 속의 명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농장명: 석전상온전통주가▲농장주: 곽우선·이기진 (2014 강소농)▲구입문의: 010-2807-7997, 054-976-3552▲블로그: http://aeryeonjae.com/▲소재지: 칠곡군 왜관읍 동산2길 19▲이메일: sjsangon@naver.com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천 년 세월에도 바래지 않은 법향…은은한 비파소리·연꽃향기는 여전히 생생하다네

돌에 새겨진 천인상은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올 것 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오랜 옛날부터 불교미술의 주제로 사랑을 받아 온 천인상은 흔히 비천이라고 부른다. 신라 석공들의 마음과 손끝에서 새겨진 아름다운 비천은 새롭게 불법으로 장엄되고 면면히 이어져 왔다. 석조 비천상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도 바래지지 않고 오히려 법향에 젖게 한다. 비상하는 자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긴 시간 비바람을 버티어온 석조 부조물 앞에 섰다. 보물 제661호 상주 석조 천인상은 상주시 사벌면에 있는 상주박물관 전시실 유리상자 속에 전시되고 있다. 화강암 판석 2장에 비파를 연주하는 주악 천인상과 연꽃을 올리는 공양 천인상을 새긴 불교미술 문화재이다. 크기는 각각 127cm, 123cm이다. 문화재청은 천인상으로서는 큰 작품이며, 온유한 얼굴모습과 세련된 자태와 균형 잡힌 신체 각 부분의 사실적인 묘사 등으로 해서 1980년 6월11일 보물로 지정했다.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경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는 천인상은 연화대석과 석탑재 등과 함께 상주시 남성동 용화전 안에 있었다. 1982년 10월 상주 남산공원으로 옮긴 후, 2007년 6월부터 상주박물관에 보관되고 있다. 당시 함께 발견된 폐 석탑재들은 박물관 야외에 전시되고 있다. 상주시가 2000년 착공해 94억여 원을 들여 2007년 준공한 상주박물관은 3만4천800㎡의 부지에 연면적 2천625㎡,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수장고실, 전통의례관, 농경문화관 등을 갖추고 있으며, 유물 2천5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세월의 풍화작용도 빼앗지 못한 아름다움을 지닌 상주박물관의 석조 천인상. 어디에서 만들어져 천 년 동안 자리를 지키다가 현재의 위치까지 오게 됐는지 그 스토리를 지금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닳아버린 시간의 흔적은 알 수 없는 정감을 더욱 안긴다. 은은한 실내조명을 받으며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두 천인상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상상의 미녀천인은 불교에 있어서 상계(上界)에 살면서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상상의 미녀다. 몸에는 날개옷인 우의(羽衣)를 입고 음악을 좋아하며, 하계(下界)의 인간들과도 왕래한다고 한다. 날아다니는 도구인 우의를 인간에게 빼앗겨 그 남자와 결혼해 살다가 나중에 우의를 손에 넣자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는 선녀처 설화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신선사상과 인도의 불교사상이 얽힌 이 같은 천인설화는 동양 각국에 수없이 전해진다. 조형미술에서는 비상하면서 찬탄내지 공양하는 모습으로 인도미술의 초기부터 등장하며, 이후 불교미술의 한 요소가 되었다. 기독교의 천사와는 달리 날개 없이 나는 것이 비천의 특색이며, 신선같이 자유롭고 유려한 비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크로드의 돈황 석굴에도 비천상의 벽화가 많이 보인다.특히 천의(天衣)를 길게 펄럭이면서 비스듬히 날아 내려오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박물관에 있는 봉덕사 신종의 비천상이 유명하다. 고구려 고분인 안악 2호분이나 장천 1호분 벽화에도 다양한 자세로 하늘을 나는 천인상의 벽화가 있다. 석탑의 가장 하부인 하층 기단에 양각으로 비천상을 새기는 이유는 탑이 하늘세계 혹은 이상적인 불국토 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파 켜는 주악 천인상상주 석조 천인상 중에 왼쪽에 있는 주악 천인상은 비파를 켜고 있다. 머리에는 화관을 썼고, 몸은 조금 틀어 얼굴도 그쪽으로 향했다. 한 발은 살짝 앞으로 내밀었지만, 다른 발은 뒤쪽에 두어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 살짝 돌린 옆얼굴은 눈매가 초롱하고, 도톰한 입술 가에는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감돈다. 좌우로 흩날리는 천의 자락은 비파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듯하다. 천인상의 왼쪽에 기둥 모양이 새겨져 있다. 이로 보아 석탑 기단부의 면석으로 추측한다. 오른쪽의 공양 천인상을 마주보는 듯 왼쪽을 향하고 있으며, 머리는 앞으로 숙이고 허리를 약간 뒤로 하여 유연한 자세를 취하였다. 미소를 머금은 단아한 표정과 비파를 타는 두 손의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구불거리며 흩날리는 옷자락은 연주하는 자태와 함께 주악상의 율동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손가락의 섬세하고 정교한 묘사에서는 신라 석공의 능숙한 조각술이 잘 드러나 있다. 하의는 주름이 져 있으며 윗도리 속에서부터 늘어지는 끈이 좌우로 바람에 날리듯 율동적으로 표현되었다. 실크로드의 중국 돈황이나 인도의 종교미술에서는 악기 연주나 무용은 부처를 찬탄하거나 공양할 때 사찰을 장엄하게 하는 중요한 장식 소재로 발전했다. 향, 등과 함께 공양의 하나로 조형되어 왔는데, 그 중에서 꽃과 함께 여러 음악으로도 공양을 한다고 하니 주악과 무도가 공양의 필수 요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국보 제47호 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의 기록에 의하면 통일신라 후기의 유명한 승려 진감선사는 중국에서 귀국하여 불교음악인 범패를 한국에 최초로 전파했다. 신라 왕경에서 당나라로 향하는 교통로의 중요 거점인 상주 장백사가 첫 보급지였다고 한다. ◆연꽃 올리는 공양 천인상 오른쪽의 공양 천인상은 연꽃 봉오리를 받쳐 들고 오른쪽을 향해 앞으로 사뿐히 나아가는 순간의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고 동적으로 묘사되었다. 비천의 역할은 천상의 세계를 의미하며 꽃과 음악으로 부처님의 법을 찬양하는 것이다. 팔에 감긴 긴 띠, 즉 천의를 이용해 하늘을 날기 때문에 비천의 형상에서 그 표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양 어깨에 걸쳐진 천의 자락도 양팔과 다리를 휘감으면서 바람에 뒤쪽으로 날리는 듯 매우 생동감 있게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왼팔은 아래로 내리고 안쪽으로 약간 구부린 채 엄지와 중지를 붙이고 있다.얼굴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목에는 삼도가 표현되어 있다. 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체적으로 처리된 옷 주름, 분명하게 조각된 눈·코·입의 표현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조각품으로서의 완벽한 기술을 보여준다. 우수한 종교 조각으로서의 숭고미를 더해주는 이 천인상은 8세기 석재 예술의 양식과 성격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두 석조 천인상의 상호를 보면 모두 볼 한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다. 머리에는 낮은 보관을 썼으며 고운 자태로 반달 같은 눈썹에 오뚝한 콧날, 갸름한 눈매는 소리 없이 눈으로만 웃고 입가는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밝아서 인자함이 묻어나고 있다. ‘상주의 미소’라 불릴 수 있겠다. 불교미술의 황금기를 맞고 있던 당시 통일신라의 석공들이 만든 예술 작품 속에서 신라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석탑의 기단부 바위에 생동감 있는 주악비천상을 새겨 천상의 음악이 흐르는 불국토로 바꾸었다. 그 주위에서 탑돌이 하는 세인들을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놀라운 미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비천상을 조각한 석공은 아마도 당시 통일신라에서 가장 이름난 장인 가운데 한 명 이었음이 틀림없다. 어떻게 이렇게 생동감 어린 조각을 돌에다 새겨 넣을 수 있는지. 단순한 기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이 담겨있음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3D프린터로 같은 모양의 석조천인상을 만들었다는 기사도 보인다. 박물관에서는 부피를 작게 하여 탁본 체험도 가능하도록 했다. 상주박물관의 김진형 학예연구사는 “전체적인 구성 및 세부 묘사 등으로 봐서 통일신라 조각의 정점을 찍고 있다”며 “아마도 이 아름다운 천인상이 새겨진 석탑이 그대로 남아있었더라면 신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장식의 문화유산으로 단연 국보급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주박물관의 대표적인 유물인 이 천인상 면석은 큰 건물의 기단부였을 수도 있다며 오랫동안 땅속에 파묻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데 그래서 비교적 상태가 온전하다고 했다. 그 동안 상주지역은 몽고 침입, 한국전쟁 등 수많은 전란을 겪어 온 지역이다. 이제 두 천인상은 박물관의 주요 유물로 자리 잡고 있다.지금도 조각예술가, 디자인 전문가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두 석조 천인상은 천 년 세월을 변함없이 세상만사를 미소로 관조하며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다.〈글·사진= 박순국 언론인〉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질란드와 들꽃향기

질란드와 들꽃향기신영재미 시인·칼럼니스트뉴잉글랜드 지방 매사추세츠주 보스턴과 뉴햄프셔주 인근에 산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날이다. 1시간 남짓 운전으로 가면 바다가 있고 2시간 정도 가면 산을 만난다.매사추세츠주 동쪽으로 대서양과 접하고 북쪽으로 버몬트주와 뉴햄프셔주, 남쪽으로 로드아일랜드주와 코네티컷주, 서쪽으로 뉴욕주와 접한다. 영국 청교도들이 정착했던 탓에 그들의 정신문화가 깊이 박혀 있으며 매사추세츠주는 유서 깊은 교육의 고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욱더 좋은 것은 자연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우거진 숲과 산과 바다가 많다는 것이 참으로 축복이다.지난주 토요일 ‘보스톤산악회’ 정기산행이 있어 다녀왔다. 산악회에서는 닉네임을 정해 부르고 있다. 그 이유는 어떤 모임에서처럼 그는 누구(학연, 지연 지위 등)라는 수식어의 필요성을 접고 산(자연)이 좋아 만나고 나누는 그저 자연의 한 사람으로 만나자는 취지에서의 시작이라고 한다.필자의 내 닉네임은 ‘하늘’이다. 그리고 이번 정기산행을 주관했던 분의 닉네임은 ‘들꽃향기’였다. 들꽃향기님은 산을 오른 지 10년이 된 산사람이고, 나는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만 8년차의 산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10년이 가깝도록 함께 산을 오르내리니 나이와는 상관없이 편안한 친구가 되었다.10여 년이 다되도록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뉴햄프셔주 화이트 마운틴 지역을 지나칠 때면 산들이 눈을 통해 마음으로 들어온다. 부르지 않아도 익혀진 이름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그 계절마다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추억과 버거웠던 산행의 힘듦 속에서의 추억들이 곰실거리며 가슴을 헤집고 파고드는 것이다. 이렇듯 정해놓고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화이트 마운틴(White Mountains) 안에 4,000 피트 넘는 산이 48개가 된다고 하는데 35개 이상을 올랐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지난해였다. 가을 산을 오르며 닉네임이 들꽃향기는 필자에게 말했다. ‘하늘, 우리 4,000ft 이상의 48개 산행을 마무리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그래서 그것 참 기분 좋은 일이겠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지내다 이번 산행지 질란드(Mt. Zealand·4,260ft)는 ‘보스톤산악회’에서 10년 만에 두 번째로 오르는 산이라고 했다.산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거의 7시간이 넘게 걸릴 수 있는 긴 산행지였기에 선뜻 정하지 못했던 산행지였다. 겨울 계절이면 엄두도 못 낼 산행지였지만, 여름 계절이라 가능했던 곳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산을 올랐다.산은 정상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산을 하나둘 오르면 오를수록 깨달아 간다. 산을 오르며 만나는 너무도 광활하고 신비로운 자연에서 크신 창조주를 만나고 너무도 작은 피조물인 나를 만나게 되는 까닭이다.그래서 산을 오르면 더욱더 겸손한 마음이 절로 차오르고 삶에서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닌 나의 탓을 깨닫게 되는 까닭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는 자연의 한 일부부인 이유일 것이다. 계절마다 만나는 바람은 내 배꼽 밑의 오랜 신음마저 끌어올려 주어 깊은 호흡을 만나게 한다. 새로운 호흡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것이다.이번 산행지인 질란드를 오르며 4.6 마일 지점에서 Zealand Fall(AMC Hut)을 만났다. 이때부터는 험하고 가파른 길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힘겨운 걸음으로 한참을 올라 갈림길 사이 Zeacliff(7.0 miles) 지점에 도착했다.눈 앞에 펼쳐진 진분홍 들꽃(철쭉과)들이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우리는 또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질란드 정상에 도착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빠른 걸음으로 산에서 내려오니 7시간 만의 산행이었다.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된 질란드와 들꽃향기 그리고 들꽃향기님이 기억은 오랜세월 간직하고 싶다.

치자꽃 향기 속에

치자꽃 향기 속에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며칠간의 비로 날이 상쾌하게 바뀌었다. 신선한 공기를 코끝으로 들이켜며 새바람을 느껴본다. 차에서 내리자 어디선가 향내가 전해온다. 가만히 살펴보니 빗방울을 머금고서 치자꽃이 하얗게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잘 돌보아주지도 않을 길섶에서도 치자는 부지런히 꽃대를 밀어 올려 향기로운 꽃을 피우게 하였나 보다.꽃 댕강 꽃도 새로운 달 새바람에 살랑대고 있다. 한 해의 딱 절반이 지나갔다. 바야흐로 뜨겁게 무르익어 갈 성하가 우리 곁으로 다시 큰 걸음으로 다가설 것 같다. 요란하게 내리다가 때로는 조용하게 뿌리던 비가 어느새 산봉우리를 아스라이 감싸 안는 안개를 데려왔다. 자작자작 속삭이던 빗소리를 대신한 산안개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 폭의 수묵화로 몸단장을 한 산세가 일시에 정적 속에 들었다. 가만히 내려앉은 안개 속을 잠시 걸어보다가 길 정중앙에 섰다. 지금, 이 순간 즉시 행복하기로 마음먹자던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우리들의 새날을 기쁘게 맞으리라.새 깔깔이로 여름이 활짝 열렸다.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달이다. 뜨거울 날과 더불어 가슴에 열정이라는 단어를 새기며 새로운 각오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온전한 하루를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출렁이는 파도와 파란 바다를 떠올리며 다가올 휴가와 아직 못다 마무리한 지난 계획을 다시 잘 살피고 맞추어서 충만하고 알찬 하루하루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문득,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한 말이 떠오른다.“나는 힘이 센 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뇌가 뛰어난 천재도 아닙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나의 성공 비결입니다. change(변화)의 g를 c로 바꿔보십시오. chance(기회)가 되지 않습니까? 변화 속에 반드시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더운 여름이 다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익어갈 무렵이면 또 새로운 인연과 알차게 엮은 결과들이 우리 곁에 흐뭇한 표정으로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눈만 뜨면 달려 나가던 직장에서도 한 해의 중반이 넘어서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규칙과 규정을 정해 새 단장을 하였다. 출근 시간을 30분 앞당겨서 진료를 시작하고 모든 기록을 그때그때 마무리하며 보안을 강화하여 하루를 충실히 살게 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바쁜 아침이 더 바빠지게 될 터이지만,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여름날에 모든 직원이 새 마음으로 힘차게 움직인다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더 편리하게 진찰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어느 지인이 내게 물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 가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을 아느냐? “고 말이다. 일순간 머뭇거리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가 이윽고 답을 하였다. 하나는 자식을 낳아서 대대손손 핏줄을 잇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내가 남긴 기록이라며 힘을 주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울고 웃고 사랑하고 살면서 나이 들어 늙어 갔다는 것은 바로 그가 남긴 기록이 말해주지 않으랴. 그러니 하루하루 우리가 한 것에 대한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는 것도 참으로 중요할 것 같다. 병원에서는 진료기록부가 정말 중요하지 않던가. 작가가 책을 한 권씩 내는 일은 영혼의 집 한 채씩을 지어 나가는 일이라고들 한다. 더위에 지쳐 까칠해진 얼굴 표정을 지을지라도 애정을 담뿍 담아 한마디 위로의 말을 글로 적어서 내가 만나는 인연에 건네주노라면 삶의 무게로 무덤덤해진 일상에도 활기를 되찾아 신나게 살아갈 힘을 얻지 않겠는가.문득 치자 향내가 묻어나는 시가 입가에 맴돈다.‘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은/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흘리는 것일 테지요/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모든 사람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는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설렐 수 있다면/​/…중략…//우리의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뜨거웠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왕성한 생명력으로 펄떡여야 할 본격적인 여름을 재촉하는 달, 7월이다. 맑고 푸른 바다의 향기, 신선하고 향기로운 산의 내음을 가끔 음미하며 늘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