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삼복더위다. 장맛비가 무섭게 내렸다. 이번 여름은 더위보다도 비가 더 걱정일 것 같다. 멀리 나가 있는 그리운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잘 지내고 있겠지. 무조건 믿어 본다. 벌써 7월 마지막 월요일이 밝았다. 코로나가 온통 삼켜버린 봄을 지나 여름에도 그에 대한 걱정과 장마로 인한 피해로 밝은 소식은 드물다. 이런저런 일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려고 며칠 전부터는 출·퇴근 길 걷기 시작했다. 종일 병동을 오르내려도 오천 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새로운 결심을 했다. 하루 만 보 걷기에 도전! 자동차를 세워두고 일찍 집을 나서서 버스로 출근하기!, 지하철 환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병원 가까이 가는 지하철을 타고 걸어서 병원 가기. 때로는 운 좋게 병원 순환 버스를 만나면 그것을 이용해 직원들과 등원하기. 어찌됐든 만보기에 찍혀 올라가는 숫자를 보면서 하루하루가 즐겁고 신나게 생활하기로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병원 주차장을 비우다 보면 환자가 주차하지 못해 허둥대는 것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며칠 걸어오는 나를 지인이 봤던가. 혹시 ‘파이어 족’인가요? 묻는다. 나이를 평생 27세라고 우기고 다니지만, 어찌 2030이 추구한다는 파이어족을 꿈꿀 수 있으랴. 메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반가운 소식이 눈에 띄었다. 해외에서 근무하던 조카가 귀국을 결정했다는 것이 아닌가. 40℃를 오르내리는 더운 나라,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꼭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던 녀석이었다. 이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을까. 어느덧 8년, 꿈을 이루었을까. 몇 해 전, 비행기 환승하는 김에 잠시 들렀을 땐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고급 호텔을 잡아주었다. 새벽 공항에 내렸을 때 안과 밖의 열기로 인해 안경이 갑자기 흐려지고 물방울마저 잡혀 흘러내리는 더운 열기에 놀라던 곳에서 좋은 숙소를 잡아주고 묵게 해주었으니 얼마나 대견했겠는가. 타국에서 고생하면서 낭비하지 말고 아껴 살아야 한다고 잔소리했더니 씩~ 웃음으로 긍정했다. 그러면서 그가 나지막이 뱉었다. 자기는 ‘파이어 족’이 꿈이라고. 그땐 해고(FIRE)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인가? 했는데 오늘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는 무릎을 ‘탁’ 쳤다. 몇 해 전에 그가 했던 말, 파이어 족이 바로 이 뜻이었다는 말인가 싶어서다.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는 삶의 방식, ‘파이어(Fire)족’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움직임을 일컫는 말이다. 네 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합성어로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옛날처럼 일할 수 있는 날까지 가늘고 길게 끝까지 일하는 것과는 달리 앞날과 은퇴 후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늘리는 요즘 2030 세대의 신조어다. 이들은 이르면 20대, 늦어도 40대 초반에 퇴직해 은행 빚이나 소비생활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자 하고 그러기에 사십 대에 조기 퇴직하는 것이 지상 목표라고도 한다. 취업 정보 포털 조사에서 30대 직장인 3명 중 1명이 자신을 파이어 족이라고 했다고 발표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추구하는 ‘현재를 즐기자’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안 먹고 안 쓰고 안 입는 대신 주식, 부동산, 창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 벌기에 열심히’라고 한다. 파이어 족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지게 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에 주목했다. 파이어 족의 기본 개념은 ‘짧게 바짝 벌어서 적게 쓰고 모으기’다. 파이어 족은 아껴 쓰는 생활을 퇴직 후에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한국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파이어 족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짠테크를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짠테크란 ‘짜다’+‘재테크’의 합성어로 구두쇠처럼 알뜰하게 돈을 아끼는 것이다. 짠테크 방법으로는 ‘절약하는 습관 만들기’가 가장 선호도가 높다. 웬만하면 돈을 쓰지 않기, 술자리를 갖지 않기, 잔돈을 따로 모으기, 약속을 잡지 않기, 매일 또는 매주 저축하기, 취미생활에 돈 쓰지 않기 등을 많이 한다.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을 중심으로 구두쇠 생활이 주목받게 된 것은 성취감을 주지 못하는 직장에 대한 불만과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불황 속에서도 좀 더 안정된 삶에 대한 열망이 아니겠는가. 무엇이 됐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해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나날이 되기를.
2020-07-26 13:2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