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지금이 참으로 평화로운 시대 맞나

“지금은 참으로 평화로운 세상이다.” 텔레비전을 보던 어머님 말씀이다. 느닷없이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으냐. 말로만 하고 그치지 않느냐.” 그러면서 6·25 전쟁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옛날이라지만 아직 당사자가 살아있는 현재의 이야기다.생각해보니 참으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진보와 보수는 일제하 임시정부에서도, 해방정국에서도 ‘이념 전쟁’을 그치지 않았다. 그 정점이 6·25였다. 북의 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고 무고한 생명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어갔다. 3년에 걸친 한국전쟁이 끝나도 이념 전쟁은 계속됐다. 돌이켜보면 서로 죽이고 죽는 생사를 건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젠 최루탄과 보도블럭 대신 말로 하는 전쟁이 대세가 됐으니, 평화시대가 온 것인가.약산 김원봉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된 것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의 집결이라며 김원봉이 조국 광복에 공헌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가 다시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에서 평가가 대비되는 채명신 장군의 공적을 추켜세우고는 ‘이제 이념의 진보와 보수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김원봉의 공적을 언급한 것이다.김원봉은 6·25때 월북해 김일성 정권에서 노동상을 지낸 인물이다. 비록 그의 조선의용대가 광복에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6·25 전사자 유족들이, 천안함과 연평해전 사망자 유족들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현충일 추모 현장에서 김원봉을 불러내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했다며 보수 세력들은 펄쩍 뛴다.문 대통령의 이런 역사적 사실 불러내기는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이미 경험했다. 문 대통령은 친일잔재 청산은 미뤄둔 숙제라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에게 ‘빨갱이’는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였다.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고 해방 후에는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였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민주화운동에서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고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낙인찍혀 희생됐다는 것이다. 그런 빨갱이가 색깔론으로 변형되어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공격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문 대통령이 과거청산을 국정의 제일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쾌한 증거들이다. 경제문제, 북핵문제, 사회갈등 문제 등 지금의 국가적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앞서 과거 청산부터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보수와 진보 간 이념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를 편 가르기 할 소지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김원봉 소환은 “이제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는 대통령의 의지와는 정 반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반정으로 권력을 잡은 훈구파 중심의 반정 세력에 포위된 중종은 마침 등장한 사림파의 신예 조광조에 마음이 쏠렸다. 왕의 신임을 업은 조광조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훈구파를 몰아내고 국정을 혁신하려 한다.조광조는 반정 정국공신이 너무 많다며 공적을 새로 심사해 무자격자의 공훈을 박탈한다. 117명이나 되는 정국공신 중 76명의 공훈을 박탈하고 지급한 토지도 몰수한다.그러나 훈구파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사림파가 설쳐대는 꼴을 못마땅해 하던 훈구세력들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역심을 품었을 리 없다는 대신의 충고에도 중종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왕도 조광조의 개혁 드라이브에 조금씩 싫증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조광조는 귀양지에서 1달 만에 끝내 사약을 받는다. 36살 조광조만 죽은 것이 아니다. 그가 척결하려던 기득권이 다시 살아났고 혁신하려던 조선의 역사는 후퇴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중종 14년의 일이다.옛날에는 이념 전쟁에서 이기면 반대파를 합법적으로 때려죽이거나 사약을 내렸다. 그러니 ‘막말’이라며 상대와 말로만 정쟁을 벌이는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평화시대를 맞은 것인가.

이경우의 따따부따…설사냐 싹쓸이냐

설사냐 싹쓸이냐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쉬운 마음이 가셔지지 않았다. 그때 욕심을 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인데. 그랬다면 내가 호기롭게 앞장서서 식당에 들어갔을 테고 기분 좋게 국숫값을 계산하는 치기도 부렸을 것인데 하는 후회다. 마지막 판 국화 껍데기로 청단을 후려쳤다면 공산 광을 젖혀 판을 싹쓸이하고 게임도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내 딴에는 국화 쌍피를 기다린다는 욕심에서 손에 쥔 공산 쭉지로 공산 열을 때렸다. 청단을 포기하고 상대의 고도리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 공산 광을 젖혀 설사를 해버린 것이다. 생각할수록 아쉬웠다.바둑에는 수순이라는 게 있어 어쩔 수 없이 두게 되는 정석이 있고 또 상대의 대응에 따라 다음 수를 생각하고 한 수 한 수를 두게 되는 골치 아픈 두뇌게임이지만 고스톱도 때에 따라서는 여간 잔머리를 굴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게임이다. 그런데 세상에 바둑이나 고스톱만 수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판에도 우리네 인생살이에도 수순은 있기 마련인 것을.정치인으로 변신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민생투어라면서 전국을 돌며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부르짖어 큰 성과를 거양한 모양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 파탄과 외교 무대책 안보 불안감을 추궁하며 무능 무책임 무대책 정권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 주장이 일부분 먹혀 들어간 것인지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보수층 결집을 주도했다고 정치평론가들은 침을 튀긴다.지난 2017년 대선 당시 한국당 지지율은 12%대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후 일정부분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민주당과 두 자릿수 차이를 보였던 한국당이었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일정부분 만회하더니 최근 황 대표의 장외투쟁으로 탄핵정국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공안검사 출신에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에다 대통령직무대행까지 경험한 황교안 대표이지만 한 번도 선거를 해 본 적이 없다. 대권을 꿈꾸는 그로서는 당장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도 대망의 밑그림을 보여 주어야 한다. 더구나 그는 현역이 아니어서 국회가 열리더라도 의회 내에서의 활약에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로서는 지금 야전 경험을 통해 민심과 스킨십을 늘려가며 몸집을 불리고 정책과 전략도 수립할 필요가 절실하다.여기에다 정권보다 자신의 차기가 더욱 중요한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뒤로 하고 장외투쟁에 투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현재로서는 대체 불가능해 보이는 공천권을 가진 황 대표와 일체감을 보임으로서 내년 총선 공천경쟁에서 기득권을 확보하고 지역 선거운동도 할 겸 장외투쟁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한국당의 보수세 결집에 내부의 불편한 시각도 있다. 아직 분명한 대안 정책도 없이 20세기식 색깔론으로 문재인 정권을 규탄만 한다고 중도보수층이 한국당에 표를 몰아 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보수의 결집만큼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력의 결집도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작용과 반작용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회를 뒤로 하고 장외투쟁에 몰입한 손익계산서가 궁금한 이유다.정치적으로 이런 황 대표의 대권 놀음에 올라탄 국회의원 때문에 5월 국회도 빈손이었다. 국회가 문 닫고 있는 동안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빨리 해결해 달라는 국민들의 국회 항의 집회가 잇달고 있다. 강원도 고성 강릉의 산불 피해보상과 대책은 물론, 포항 지진 피해 보상을 위한 추경안 처리도 미뤄져 있다. 과거사 정리법 개정안을 처리해 6·25당시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은 국회에서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수많은 민생 관련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정작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신분상 안위를 국민 생활이나 국가 이익보다 앞세우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진다면 득보다 손실이 더 클 것이다. 내년 총선거에서 한국당이 과반을 넘어서고 원내 제일당이 될 것인지 아니면 참패할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싹쓸이와 설사는 한 장 차이다. 뒷장을 볼 수 없는 것은 선거에서나 화투판에서나 비슷하다.

이경우의 따따부따…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지난 9일의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기념 대담은 문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상대가 대통령이었다. 우리는 이런 각본 없는 대담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상대인 대통령의 반응도 그렇고 대담 내용보다 대담자의 자세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그 반증이다. 시청자들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비교됐을 법하다. 평소 장관은 물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조차 독대하기 어려웠던 박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도 힘들었다. 탄핵되기 전인 2016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은 당시 정연국 청와대대변인은 “사전 질문을 조율하지 않고 질문자도 미리 정하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질문자와 질문 내용이 사전에 흘러나오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내용면에서도 알맹이 없는 수준 이하였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소통을 강조했고 몇 차례 직접 대본 없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체감온도는 논외로 치더라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이번 취임 2주년 회견을 어떤 모습으로 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쳤을 것이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고심 끝에 나온 방안이 KBS기자와의 대담 형식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대담자인 송현정 기자였다. 야당이 주장하는 ‘독재자’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바로 들이대기도 했고 대통령의 답변 도중에 말을 끊기도 했다. 대통령 답변이 삼천포로 빠지면 표정을 일그러뜨리기도 했다. 그러자 청와대 청원게시판과 KBS 시청자게시판에는 송 기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현재진행형으로 잇따르고 KBS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문 대통령과 대담하는 송 기자는 내가 보기에도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의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나 상대가 대통령인데 대한 국민적 감시를 너무 의식한 탓일 터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긍정적인 이야기로 수위조절 했다면 대통령 페이스에 말려 아부한다고, 그게 무슨 대담이냐고 매도당할 테고 진작 그럴 줄 알았다는 돌팔매를 각오해야 했다. 그러니 어깨를 석고붕대로 고정하고 눈동자에도 힘을 주고 안면 근육은 강직도를 한껏 높였다. 그래야만 시청자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고 믿어 줄 것이라고 자기검열 했을 것이다. 기자의 질문 자세를 두고 버릇이 없다거나 수준이 낮다거나 평가할 수는 있지만 기자는 인터뷰이에 대한 인격적 존경과 업무적 공정 사이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직업인이다. 그러니 기자에게 예의 없는 질문은 애초에 없다. 단지 뻔한 질문을, 답변을 얻어내지 못하는 줄 알면서도 질문을 위한 질문을 하거나,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고 모욕을 주거나,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기 위한 질문은 노 생큐다.국민들은 기자를 인터뷰이의 취향과 관심사에 추임새나 넣는 관제언론 시대의 리포터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런 현상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상대일수록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송 기자에 대한 비난도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통령 심기를 지레 걱정하는 오버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 회견 이후 송 기자와 KBS에 대한 네티즌들의 빗발치는 항의에도 문 대통령은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오히려 더 공격적인 공방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반응은 대담자인 송 기자나 KBS 방송국은 물론 대통령 지지층이나 일부 항의하는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권력자를 대하는 기자들의 인터뷰 준비와 대응 자세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질문에 빠진 내용이 없을 수 없다. 대담에서는 경제 남북문제 국내정치 등 한 가지 주제만 하더라도 세미나를 열어 답을 찾아야 할 사안들도 있는데 모두가 만족할 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떤 형식이든 열린 자세의 대담은 자주 할수록 좋다. 그것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국민에게는 소통의 방식으로 이해될 것이니까. 국민들은 그런 대담에서 대통령의 대답을, 그 행간까지 읽으면 될 일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아서야 되겠나.

이경우의 따따부따…먹고 살기 힘들어서

먹고 살기 힘들어서신호가 바뀌어 출발하려는데 맞은편에서 교통신호를 무시한 오토바이가 앞으로 휙 지나간다. 아찔하다. 욕 할 시간도 없다. 한 숨 고르고 억지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얼마나 급했으면 저렇게 목숨을 초개같이 여길 수 있을까. 저 용감성은 그 배달음식을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한 번이라도 더 배달해서 일당을 올리려는 처절한 몸부림일까.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무색하게 대구시내 한복판에서도 수시로 목도하는 삶의 현장에 나는 여전히 불편하다.부산의 한 시의원이 환경미화원 자격을 낮잡아 수준에 비해 급여가 너무 많다고 비난했다가 황급히 사과했다. 그는 환경미화원이 “대학을 졸업하거나 치열한 시험을 치르고 경쟁을 뚫고 들어오는 일은 과거에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필요 없는 그야말로 단순 노동력만 필요로 하는 직종인 줄 알았는데 현실은 ‘신의 직장’이라는 것이다. 그가 아는 청소원은 ‘열악한 급여를 받고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회적 약자’였고 그러니 당연히 보수도 적어야 하는데 그가 알고 보니 자신들보다 많았다는 거다. 그가 구체적으로 들이댄 18년차 환경미화원의 연봉은 6500만원이었고 그것은 ‘자신들 시의원보다 100만원 더 많다’고 공개했다. 미화원들이 점잖게 문제 삼지 않아서 그 정도에서 끝날 수 있었지 그야말로 레밍 발언보다 더 치졸하고 옹색하다. 왜 환경미화원은 시의원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으면 안 되는가? 대한민국에서 유독 부산시 시의원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고 많은 월급을 받아야 하는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시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던 기억을 그는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생각이며 전근대적 사상의 소유자라 하지 않을 수 없다.부산시청 노조원이 “30여 년을 길에서 평생 주6일 밤낮, 주말 없이 새벽 근무를 하는 환경미화원분들이 그렇게 세금을 축내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보이시나”라는 비판과 함께 시의원을 향한 비난이 쏟아진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정치인들의 이런 의식은 부산시의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데 있다. 대구에서도 직업여성을 향해 비인격적이고 가당찮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구의원이 있었다. 그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들어가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지원 조례 제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2000만원을 받고 다음에 다시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육체를 생업의 수단으로 삼는 인생을 향해 인격 비하성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사고도 남음이 있다. 여성단체가 항의를 하고 당에서도 당원의 품위 유지 의무와 여성 비하에 대해 징계했다.지방의원들의 역할과 보수 논란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다루시는 국회의원의 활약을 보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지금 선거법 개정을 놓고 패스트 트랙 논란을 벌이는 정당 간 정쟁을 보노라면 정말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인지, 자기들 밥그릇 지키기 투쟁인지 언뜻 판단이 서지 않는다. 연간 1억 원이 넘는 세비와 온갖 특별대우를 받으면서 말이다.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2천여만 명 중 월 100만 원도 못 받는 사람이 10.2%나 됐고 100만원 이상 200만 원을 받는 근로자는 27.1%였다고 통계청이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보고서에서다.목숨을 걸고 교통신호를 위반해가며 심부름을 하는 퀵맨이나 새벽부터 거리 청소에 나서는 환경미화원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 구조가 근대 사회에서 반드시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편한 일을 하는 것이 돈도 많이 받고 사회적 존경과 보수까지 챙기는 직업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언젠가 노점상을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당장 칼 들고 강도짓 하지 않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거칠게 항의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주위에 아직은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이경우의 따따부따…홈런을 쳤더라도 겸손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장관을 임명한 뒤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하며, 특권층끼리 결탁 담합 공생해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당한 말씀이고 아주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님, 장관 지명 같은 정치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인지 국민은 궁금합니다.”그래서 하는 말인데, 촛불이 이 정권을 세웠다고 촛불에 너무 기대지 마시라고 충고드리고 싶다. 왕조시대에도 그랬다. 백성은 바다와 같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고. 촛불이 이 정권을 세웠다지만 그전 정권을 뒤집어엎은 것도 역시 촛불 아닌가.우리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기대하고 믿었던 데 대한 실망감이 더해진 때문일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애정이나 나아가 존경심이 없었다면 섭섭하다거나 배신감 같은 것은 생겨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고위공직자나 정치 지도자를 대하는 국민 눈높이는 그런 국민적 기대치의 반영이다. 국민의 정서는 위법성과 시효를 따지는 형사재판과는 다르다.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기자 시절 글을 읽고는 그의 정의감과 역사의식에 경탄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의 재개발지역 상가 매입 의혹은 사건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어찌 군색하게 마누라 핑계를 대며 궁지를 모면하려 했는지 창피하고 부끄럽다. 사퇴했지만 야당에서는 수사해야 한다고 날을 세운다.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그 순간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런 기회를 노린 것 같아 괘씸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가 청와대를 대변하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도덕적으로 지난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 기대한 문재인 정권의 속살을 들여다 본 듯 내가 부끄럽다.비록 자진사퇴하긴 했지만 시세차익을 노려 갭 투자하고 고급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던 최정호 전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주택정책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수락한 자체가 뻔뻔하고 염치없었다. 임명을 철회했지만 아들의 호화 유학으로 구설수에 오른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임명된 장관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문보고서도 채택되지 못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신고한 재산에다가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국민의 시선을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임명받았다.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장관이나 헌재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하는 시스템에 있다.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낯 두껍게 이재에 귀를 열어놓는 지도자를 보는 국민들은 서글프다. 자신의 군색한 가정사나 비밀스런 프라이버시까지 까발려지면서도 추천한다고 덜렁 받아치는 모습이 더욱 실망스럽다. 나는 이런 결격사유가 있어 그런 자리에는 갈 수가 없다고 거절했어야 했다. 그런 염치를 아는 당당한 지도자는 없나.프로야구 경기에서 홈런을 친 타자가 1루로 전력질주 하지 않고 자신이 친 타구를 여유 있게 바라보면 상대팀의 견제는 물론이고 관중으로부터 야유를 받는다. 배트 플립을 하나의 세리머니쯤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여간 불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타자들은 다음 타석에서 투수로부터 스트라이크 대신 머리나 엉덩이에 강속구를 얻어맞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최근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일어났던 일이다.아무리 경기라고는 하지만 상대를 생각해서 적당히 즐기라는 말이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이승엽 선수가 현역 시절 홈런을 치고도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신사로 알려지면서 그의 인기 생명도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좋은 일도 적당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인데 판사라고 주식 거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치인이나 국가지도자에게 재산까지 팔아 넣는 독립운동가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 재산증식에 무신경하라는 말도 아니다. 어떻게 불렸든 차치하고 재산이 많더라도 겸손해야지, 권세까지 다 가지려 하면 욕심이 된다. 그러니 적당해야지, 국민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기대치를 의식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자리다.

이경우의 따따부따

잠든 기억을 소환하는 봄1974년 4월3일, 유신 대통령 박정희는 긴급조치 제4호를 발동한다. 그리고 4월25일 당시 중앙정보부는 학생 데모의 배후에는 공산당의 조종이 있었다는 민청학련 사건을 발표한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다.중앙정보부는 1천24명의 위반자를 조사하였고, 비상군법회의 검찰부는 180명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했다. 인민혁명당계의 지하공산세력, 용공세력, 일부 반정부 세력과 결탁해 4월3일을 기하여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정권 수립을 기도했다는 혐의였다.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과 관련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수업·시험을 거부하거나 학내외 집회·시위 등 개별적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이 조치를 위반하거나 비방한 자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징역에서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법이었다.이에 앞서 그해 1월8일, 당시 박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긴급조치 1호를 발동한다. “불행하게도 국가적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 일부 인사들과 불순분자들은 부질없는 선동과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시키면서 사회혼란을 조장하며 헌정질서인 유신체제를 부정하고 이를 전복하려 들고 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시작된 유신 정국에 학생들의 반유신 저항 운동이 확산되면서 시작된 긴급조치 정국은 1979년 12월8일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될 때까지 2천159일간 긴급조치 시대가 됐다.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구속된 180명은 비상군법회의에서 8명이 사형을, 민청학련 주모자급은 무기징역을, 그리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최고 징역 20년에서 집행유예까지를 각각 선고받았다.1년 뒤인 1975년 4월8일 대법원은 피고인 36명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선고 바로 다음날인 4월9일에 사형수 8명에 대한 형이 집행되었다. 형량이 확정된 지 겨우 18시간 만이었다. 가족들이 위로 차 면회를 갔을 때는 이미 형이 집행된 뒤였다.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씨. 전격 처형된 8명은 모두가 대구 경북 출신이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의도된 표적이었던가. TK 지역이 보수 우파의 근거지가 된 한 이유라고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유신정권에 의한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이 사건에 대하여 2005년 12월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는 “민청학련사건은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인민혁명 시도로 왜곡한 학생운동 탄압사건”이라고 발표하고 2009년 9월 사법부도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하여 “내란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또 2010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의 관련자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유신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가해자가 돼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국가가 520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하였다.그리고 2010년 12월16일 대법원은 긴급조치가 위헌이라고 판결하고 2013년 3월21일 헌법재판소도 위헌이라 결정한다. 그때까지 조용하던 헌법기관들이 서로 자기 일이라며 앞 다퉈 역사를 뒤집은 셈이다.모든 것이 하얀 눈 속에 덮여 있으면 세상이 조용하고 평화스럽다. 그러나 그렇게 영원히 겨울이 계속될 수는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봄이면 싹을 틔우는 라일락처럼 눈 속에서 언제까지나 묻혀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인간사이기도 하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언 땅을 녹이고 새 생명을 살려내니 그것이 시인으로서는 참으로 견뎌내기 힘든 세상이라는 역설이다. 시인은 그래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제주 4·3사건, 세월호 사건, 사건, 사건들. 덮어도, 덮어 두어도 영원히 덮여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의 기억이다. 4월이면 눈 속에서 싹을 틔우는 라일락처럼.올 봄 꽃샘추위가 유별나다. 환절기 감기몸살이 올 봄도 그냥 지나갈 것 같지 않다.

이경우의 따따부따

봄꿩이 스스로 제 명을 재촉하니비행기가 대구 공항 활주로에 착륙한 모양이다. 까꿍 까까꿍 까까꾸꿍... 여기저기서 참았던 재채기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너나없이 스마트폰을 열어 확인하고는 또 답장을 보낸다. 비행시간 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갑갑함에 대해 복수라도 하듯 아주 중계방송을 하기도 한다. SNS는 시간과 장소를 구별하지 않고 공격해 온다. 조금만 틈을 보였다 하면 파고 들어오는 공격에 내가 몸을 피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래도 한도가 있지. 참으로 집요하다. 내가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묻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세상의 온갖 지혜와 정보와 지식으로 포장돼 쉴 새 없이 날아든다. 그런 공격자 중에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급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건강에 대한 조언, 유머를 빙자한 음담이나 살아가는 지혜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저런 잡문들도 있다. 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주장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퍼주기 등 남의 이야기를 마구 퍼 나르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올려 내 무지를 깨우쳐 주겠다는 사람들의 열정과 동정심에 비하면 내 고마움의 표현은 아무래도 부족함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거기에 댓글로 화답하는 또 다른 부지런함에 내 무성의는 시기심으로 변명한다. 그런가 하면 대화방에 자신의 사생활을 여지없이 까발리는 사람들도 있다. 어제 xx산을 올랐다. 아직 춥더라. 그러면서 사진과 함께 올라오기도 한다. 일찍 핀 들꽃 사진도 올린다. 동네 뒷골목의 식당 풍경도 올라온다. 식당의 식단도 사진으로 찍어서 올라온다. 그러면서 옆자리 누구와 같이 있다는 자랑까지 곁들인다. 입고 있는 새 옷도 자랑하고 레시피까지 설명하기도 한다.모든 관계들이 네트워크상에서 연결되는 디지털 세대들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이용한 상호 소통은 그들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 확인하고 또 인정받으려 한다. 그런 픽미 세대에 소속되지 못하는 아날로그 세대들은 그 소외감을 의식적으로 부정하기 위해서 더 극성적으로 사회관계망 속으로 자신들을 밀어 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강남 룸살롱 버닝선 폭행 사건이 그야말로 일파만파 게이트로 커지고 있다. 그들만의 게임이요 놀이였던 일탈행위가 범죄로 드러나고 그 끝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 것은 그들끼리 나눈 대화방 속의 대화들이다. 사이버상 같은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즐기며 희롱했던 세상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만의 공간이었고 사생활의 일부였는데, 그것이 공개되고 보니 꼼짝할 수 없는 범죄의 증거가 됐다.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됐다. 그런 초호화 술판이 있고 거기엔 연예인이 등장하고 영화 장면 이상의 마약과 난잡한 게임들이 실화로 공연됐다는 것을. 그들의 거래엔 성상납이 있었고 거기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일탈 행위를 봐주는 경찰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들을 관리하는 연예기획사는 권력기관과 유착돼 음주운전 정도는 세상모르게 덮여 방송활동도 아무런 제재 없이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엔 물론 평소 향응과 골프를 통해 관리하는 식이었다. 그들이 특권처럼 누려왔던 자신들만의 놀이는 범죄였고 그 범죄의 뒤에는 또 다른 비리가 있어 가능했다.자신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면서 자랑하고 싶은 욕망은 억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바바리 맨은 실은 또 다른 관음증의 표현이라고도 한다. 그것이 범죄인 것을 몰랐다면 이번에 그 대가를 치르면서 깨달아야 할 것이다.그들이야 방송을 하차하고 연예 활동을 중단하면 그만이지만 세계 각국에 불같이 일고 있는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까 두렵다. K팝을 따라 부르고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의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여놓고 우상처럼 숭배하는 세계 곳곳의 팬들의 실망은 또 어떡하나.봄 꿩이 춘정을 못이겨 스스로 운다. 실은 발정기의 장끼가 까투리를 부르는 소리지만 엉뚱하게도 사냥꾼을 불러 제 명을 스스로 재촉하는 것이다. 이 봄, 스스로 울어 명을 재촉하는 것이 봄꿩 뿐이 아닌 듯하다.

이경우 따따부따- 체험하고 감동하게 해주자

고급 외제차를 타고 온 젊은이가 기름값 몇백 원이 아까워 더 싼 주유소를 찾아다닌다는 이야기는 믿고 싶지도 않지만 사실이었다. 외제차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고 승용차는 처음 렌트한 사람으로부터 3차로 하루 13만 원을 주고 재임대해 빌려 타는 10대 무면허로 밝혀진 것이다. 그렇게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외제차를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욕망을 경제 논리나 상식적 인지력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경제는 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어섰다지만 개인의 지갑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오히려 더욱 가난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의 열패감은 더 이상 소유에 대한 욕심을 꺾어 버렸다. 대신 누리고 체험하는 현실형으로 바뀌어간다고 사회학자들은 설명한다.지인들과 팔공산 어느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는 인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커피숍이 그냥 커피숍과는 무엇인가 달랐다. 이런 산중에 이런 호화 대규모 커피숍이라니. 산중 커피숍이라고 생각했으나 도심에서 30분이면 닿는 곳이니 산속이라고 지레 선입견을 가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소한 분위기에도 감동하고 작은 서비스 하나에도 흔쾌히 지감을 여는 소비 심리가 일상 곳곳에 자리잡아가고 있다.지난 가을 광주에서 손님이 왔을 때 시내에서 식사 후 대구 구경을 하고 싶다기에 팔공산으로 안내했던 적이 있었다. 가까운 곳에 팔공산이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일행을 안내했다. 팔공산의 천년 고찰도 둘러봤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대구 시가지도 내려다보았다. 마침 가을이라 단풍객들이 팔공산 일주도로를 메우고 있었다. 광주 무등산을 자랑하기에 대구 팔공산이 비록 도립공원이지만 지세와 풍광이나 역사, 문화재에서 광주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이리 저리 구경하다가 어느 커피숍에서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때 우리가 찾은 팔공산의 커피숍은 이미 많은 손님들이 들어서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래, 디저트라도 호화롭게, 폼 한번 잡아보겠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구태여 나무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지난 12일 대구스타디움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나타났다. 그날 대구스타디움에서는 대구FC와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축구경기가 있었고 광저우 팬 1천500명이 대구로 와서 응원전을 펼쳤다. 중국 관광객이 대구로 온 것은 단순히 축구 경기 응원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구시의 중국 현지 관광객 유치노력이 빛을 본 것이지만 무엇인가 보여주려는 노력이 단순히 대구 관광지 홍보보다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권 시장은 스탠드에서 일어서서 두 손을 번쩍 들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했다. 권 시장의 축구경기장 방문은 중국에서 온 광저우 축구팬에 대한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손님맞이 예의였다. 중국 축구 응원단들은 대구에 머무는 동안 대구 평화시장에서 치맥을 즐기고 서문시장을 찾는 등 대구 관광도 했다. 광저우 축구팬들은 자기 팀 선수를 응원하러 바다 건너 이웃나라로 왔다가 상대팀 소속 자치단체장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응원했다는 데서 작은 감동을 느꼈을 수도 있다. 닭똥집 구이에 생맥주 한 잔, 그것도 이국의 도시에서 맛보는 나름의 낭만이 될 것이다. 이런 진심이 감동으로 이어져 2020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성공으로 이끄는 작은 밀알이 되길 바란다.민박체험, 1박하면서 농촌 구들방에서 겨울 구들방에서 몸을 녹이고 장작불 땐 온돌방, 불편한 화장실 체험, 그러나 방음, 대구의 한옥호텔, 그리고 산사에서의 체험. 누구나 상상하는 농촌 한옥체험, 그 이상의 것. 서비스다. 불편함을 서비스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들이고 그들이 감동을 하도록 만드는 거다.이젠 웬만해서는 감동하지 않는 무딘 현대인에게 진심으로 서비스한다. 김치 한 가지, 된장찌개 하나라도 정성으로 올려 가슴을 움직이게 만들라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장가계나 천문산 유리잔도 같은 천연자원도 없고 산악 엘리베이터나 산악 케이블카 같은 대형 관광시설도 없다. 우리의 자원이라면 체험하게 하고 서비스로 승부하는 거다. 그 과정이 사람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따따부따-국비 보전으로 당당한 경로우대를/ 이경우

이경우/ 대구에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지하철은 편리한 데다 값도 싸다는 것이다. 1천250원(교통카드 기준)이면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서 대구 시내 끝에서 끝까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도착 안내 정보까지 보내주니 그야말로 대중교통 천국이다.이런 대중교통은 일본 여행을 해보면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내 경우 그렇다는 거다. 특히 일본이 자랑하는 철도, 지하철과 지역마다 운행하고 있는 트램은 요령부득인 나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운영 주체가 여럿이어서 그렇다지만 복잡한 노선에다 엄청난(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요금에 눈이 동그래지곤 했다. 택시의 기본요금이 우선 7천 원가량이 되는 데다 탔다 하면 우리 돈 2~3만 원은 예사다. 지하철도 버스도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더구나 버스는 그 복잡함을 현금으로 계산하니 그들의 인내심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우리 대중교통이 이렇게 편하면서도 비용은 싸니 적자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 같다. 결국 그 적자를 교통복지 차원에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일반 승객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는 경로 우대자들로서는 무임승차가 더욱 불편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지하철 적자를 놓고 자치단체와 정부가 밀당을 하지만 지자체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말 그대로 국가의 기간시설이고 사회간접자본이며 국민의 복지 시설이니 적자가 나면 국가가 보전해줘야 하는 당연한 논리를 국가는 35년째 지방에 넘기고 있다.더구나 우리나라는 국세에 대한 지방세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7년 345조8천억 원 중 국세는 265조4천억 원으로 76.7%를 차지해 지방세 80조4천억 원(23.3%)의 3.3배나 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2022년까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하겠다고 할 만큼 우리의 지방세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지하철 운영경비를 지방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지하철 운영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임 승객에 대한 손실 부분만 해도 그렇다. 2017년 한 해 대구 지하철 승객 1억6천300만 명 중 무임 승객이 4천400만 명이나 된다. 한 해 전체 승객의 26.9%가 공짜 승객이다.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무임제도는 1984년 시행된 이래 35년째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국가유공자와 장애인들에 대한 무임 승차제도가 각각 시행되면서 무임 승객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무임 승객들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2017년 대구 지하철의 운영 적자 1천593억 원 중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547억 원으로 34.3%를 차지했다. 이 중 1천428억 원을 대구시 예산으로 메꿨다.대구 지하철은 하루 평균 44만6천 명이 이용하며 이 중 무임 승객은 12만5천 명이다. 무임승객 중 경로 우대자가 10만4천 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장애인이 2만 명, 국가유공자가 1천 명 정도다. 그 무임 승객들로 인한 지하철 운영 적자를 국가가 보전해주는 법률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 전국 6개 지하철운영 자치단체가 2020년 예산에는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분 중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분만큼은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차원의 교통복지다”라며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도시철도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늦은 밤, 지하철에 한 무리의 노인들이 왁자하게 지하철에 오른다. 계모임에라도 다녀오신 듯 얼굴들이 불콰하다. 젊은 사람들의 못마땅한 표정이 아주 노골적이다. 한때는 국가 재건의 기수였고 산업화의 주역이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공짜 승객으로 천덕꾸러기가 따로 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그들이 당당하게 경로 우대받게 할 수는 없나.옆으로 가서 한마디 해준다. “어르신들, 괘념치 마세요.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들은 선불로 타고 다니시는 겁니다.

따따부따-롱 패딩은 언제 벗나/ 이경우

이경우/ 17살 유관순은 감옥에서도 당당했다. 100년 전인 1919년 3월 1일. 이화학당에서 3·1 독립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은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 천안으로 내려와서도 만세 운동을 벌였다.아우내 장터에서 벌어진 만세운동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꺼번에 일본 순사의 총칼에 잃고 오빠와 함께 붙잡혀 재판을 받으면서도 나라의 독립과 자신의 의지를 흩트리지 않았다.1년여 감옥에 갇혀서도 만세운동을 벌이다 모진 고문 끝에 옥사하니 겨우 18세. 참으로 장한 유관순 열사다.59년 전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고교생들이 독재 정권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해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는 결의문은 해방되고 막 전쟁을 겪은 뒤의 어수선한 나라에서 청년 학생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지정해 줬다.세상이 살기 좋아졌다. 더 이상 독립운동 하던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민주주의를 외치던 군부독재도 아니다. 말로는 헬조선이니 탈한국이니 하면서도 아주 한국이 자랑스럽고 좋아 죽겠다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여성가족부가 TV 출연 아이돌의 외모까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가 집중 포격을 맞았다. 출연자들이 모두 같은 외모에 음악성까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며 음악방송 출연 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냐고 지적한 것이다. 아이돌의 몰개성적인 외모나 음악성에 대한 비평은 외모 검열이라는 또 다른 비난을 사기도 했다.오죽했으면 그런 가이드라인이 나왔을까. 그런데 외모 지상주의는 방송 출연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따라 하는 젊은이들은 또 어떤가. 하긴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유행은 그것이 일견 경제적이기도 할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 차이를 넘어서는 모방은 피해망상에서 습득한, 튀면 죽는다는, 생존법칙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중에 섞여서 그 익명성에 몸을 던지고서야 안심하는.청년기의 예뻐 보이고 싶은 욕망이야 나르시스의 신화에도 등장한다. 그 욕망은 길을 가면서도 거울로 자신의 외모를 확인해야 안심이 되고 또 혼자 보고 웃고 만족하는 현실에서 초등학생들의 빨간 입술 화장에까지 연장되고 있기도 하다.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중고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롱 패딩이 이젠 젊은 세대를 넘어 기성세대까지, 몰개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색까지 까맣다. 한동안 아웃도어의 열풍으로 동네 마트 나들이에서 야외 피크닉이나 트레킹은 물론 해외여행까지 아웃도어 일색이라 공항패션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더니 롱 패딩이다.너무 심한 말이라고? 젊었을 때는 그러하다고? 아니 그런 세상이 바뀌었다. 오늘과 같은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들의 삶을 격려해 주지 않는 기성세대가 오히려 못마땅할지 모른다.어쨌든 세상살이에 치열함이 없다. 너무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 더 이상 요구하고 싶은 것이 없을 만큼. 자기 얼굴에 투자하고 남들과 함께 롱 패딩을 입어서 그 동일감을 확인하고 존재감을 인식하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2·28 당시의 고등학생은 어떻게 보일까. 어리석었을까. 바보였을까. 당시의 고등학생이라면 선택받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 기득권을 팽개치고 거리로 뛰쳐 나와 독재 타도를 외쳤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신의 미래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희생했던 것이다.대구 학생들의 장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의감과 용감성이 후세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금도 그 시절 주역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향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그것이 일회용 행사 테마로 소비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발자취다.3월, 신학기다. 새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이젠 시꺼먼 롱 패딩은 벗어 던지고 산뜻한 봄옷으로 바꿔 입자. 그리고 옆을 돌아보자. 나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앞장설 수 있는 젊음. 그것이 2·28과 3·1운동의 주역들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따따부따-대구 통합공항, 이제 정치력으로 해결할 때다/ 이경우

이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정치력이 필요한 때다.대구통합공항 이전을 위한 후보지 결정의 칼자루를 쥔 국방부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동안 김해공항 확장 불가와 가덕도 공항 건설을 물밑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온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마각을 드러냈다.필자가 본 칼럼에서도 지적했듯 부산은 오거돈 시장이 앞장서고 지역사회와 학계 정치권까지 나서서 가덕도 공항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그 논의를 양성화하고 전국화하는 도화선이 됐다.부산의 바람대로 당장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라는 확답을 내릴 수도 없는 대통령이고 보면 재론의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부산으로서는 성공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문제를 국토부에서 국무총리실로 격상해서 논의할 길을 틔워 부산 민심을 마사지한 것이다.부산이 이렇게 치밀하게 대비하고 전략을 세워 가덕도를 밀어붙이고 있는 데 비해 대구와 경북은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부산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에 대한 시도의 공동입장’이라는 두서없는 입장문 하나로 불을 끄려 했다. 부산 가덕도 공항과 대구 통합공항 이전이 다른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문 대통령이 가덕도 공항 재론 가능성을 지폈다며 중앙 언론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서는 것이 그 첫 증거다.생각해보라. 아무리 가덕도 공항과 대구통합공항의 이전 방법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중앙, 국가 차원에서는 또 하나의 공항을 건설하는데 다름 아니다. 그런 시각을 대구에서 “국비로 건설되는 부산 가덕도 공항 건설과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으로 대구 공군공항을 이전하는 대구통합공항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각기 언어가 다른 외국인끼리 통역 없이 대화하는 것만큼 어렵다.결국은 공항을 짓는 건데, 전국의 공항이 모두(김포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실에서 또 고추 말리는 공항을 짓는다는 것이냐고 항변하는 뉴스의 분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앙언론의 보도 논조가 예타면제 SOC 사업에 이어 영남권의 대구와 부산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나눠주기식 공항을 짓는 선거용 선심정책이라는 전문가의 입을 빌린 고춧가루 뿌리기가 이를 증명한다. 또 하나의 공항이라는 중앙 논리가, 대구와 부산에 각각 공항을, 그냥 지방공항이 아닌 대규모 관문공항 건설을 선뜻 동의해 주겠는가. 미주 대륙 운항이 가능한 대형기를 띄울 수 있는 공항을 둘씩이나 영남권에 건설하도록 허가해 준다면 중앙 여론이 어떠할 것인지는 몇 차례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 비난을 문재인 정부가 감당하려 하겠나.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하다.말 그대로 대구 통합공항은 이미 특별법으로 이전토록 결정된 사항이다. 가덕도 공항과 다르다. 대구 통합공항 이전이 법으로 정해졌고 이전 후보지까지 결정된 마당에 최종 이전 예정지를 발표하지 않아 미뤄지고 있는 것과 아직 이전이 결정되지도 않았고 그 결정이 법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가덕도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가덕도 건설에 대구통합공항을 들먹여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입지 평가에서 가덕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밀양을 포기한 대구 경북이다. 그런데도 가덕도 공항이 대구 통합공항과 같은 선상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대구공항 통합 이전이 결정되고 난 뒤에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가덕도 공항 건설 주장이 대구 통합공항 이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산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우리는 대구 통합공항을 빨리 결정짓고 건설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이쯤에서 대구도 통합공항 건설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청와대가 결정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물론 제3의 길도 하나의 대안으로 모색해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 지역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청와대에 답변을 요구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대구통합공항, 지금이야말로 정치력이 필요한 때다.

따따부따-사람의 목숨 값, 기억의 공간/이경우

이경우/ “한 번만 보고 싶어요.”불은 지하철역 벽면을 시커멓게 숯 검댕으로 그을려 놓았다. 그 위를 손톱으로 하얗게 긁은 글씨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박혔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기억의 공간. 1년 중 하루만 기억하는, 해마다 그날이 오면 한 번 찾아보는 공간이 아니다.“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우리 가슴속에 새겨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는 그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다.16년 전인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불이 났다. 장애인 김대한이 휘발유 7천500원어치를 사서 지하철에 타서는 1079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이르렀을 때 불을 질렀다. 뒤이어 중앙로역에 도착한 1080호 열차는 전원이 끊어져 전동차가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기관사는 승객들에게 대기하라고 안내방송을 한다. 그리고 열차 문을 닫은 채 기관사는 마스터키를 가지고 대피해 버린다. 피하지 못한 승객들, 불이 난 1079호 열차보다 1080호 열차에서 사망자가 더 많았다.“눈을 감아도 ‘살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지하철 참사 당시 출동했던 소방관이 남긴 글에서 긴박하고 처절했던 참사 당시 현장 모습이 그려진다.“못 나갈 것 같아예, 저 죽지 싶어예. 어무이, 애들 잘 좀 키워 주이소.” 직장을 얻으러 가던 구직자가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는 유언이 됐다.사망 192명, 부상 151명. 아직도 연고를 찾지 못하는 6구의 주검은 지금도 가족이 어디선가 돌아오지 않는 희생자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그런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당장 지하철 열차 내 좌석의 시트는 물론 열차 내부를 불이 잘 타지 않는 내연재로 바꾸고 화재감지시스템을 설치했다. 불이 났을 때를 가상한 대피훈련도 하고 있다. 곳곳에 화재 등 비상사태에 대비한 방독면과 산소통, 손전등도 비치해놓고 있다. 지하철에서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 수 있도록 해놓고 비상탈출 경로 안내문과 방법. 지하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 사다리를 준비해두고 있다.범인 김대한의 세상을 향한 분노, 그 분노가 지하철에서 불을 지른 것이다. 아무 죄 없는, 그와 같은 시간 같은 열차에 타고 있었다는 죄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슬픔과 분노에 빠뜨렸다.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인은 2004년 지병으로 숨졌고 사고 당시 대처를 잘못한 기관사들은 금고 4~5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그런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분노는 식지 않고 사람들의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데서 생기는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304명의 목숨을 수장한 세월호 사건이 그랬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는 사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안면에 들 수 있었다. 이 땅에서 살면서 제대로 목숨 값 받기는 참으로 어려운, 여전히 스스로가 지켜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값을 받아내야 할 일이다.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잘 살아야 이런 분노가 사라질까. 길을 걷다가 차를 타고 가다가 현장에서 일하다가 일어나는 사고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우리 사회는 여전히 투자에 인색하다.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수치로만 자랑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국민소득에 걸맞은 국민의식 수준을 갖춰야 하고 이를 가정에서부터 학교와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사람 목숨값을 제대로 쳐 주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참사를 기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참사를 방지하고 그런 참사로부터 목숨을 지켜내는 사회로 바꾸어 가야 한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오늘도 지하철에 탄 수많은 얼굴들, 용케 자리를 잡은 승객들은 무심한 얼굴로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거나 모자라는 잠을 보충한다. 그들은 이 평화로운 공간에서 일어난 끔찍한 참사를 기억할까. 2월 18일, 그날 희생된 영혼들을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