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건대학교 남성희 총장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 참여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이 지난 15일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에 동참했다.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는 어린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 정착과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교통안전 캠페인이다.이날 남 총장은 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어린이 교통안전 표어(1단 멈춤! 2쪽 저쪽! 3초 동안! 4고 예방!)가 담긴 사진을 대학 공식 SNS에 공유하고, 다음 주자로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 서점복 회장과 대한어머니회 대구시연합회 신정옥 회장을 지목했다.남성희 총장은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안전한 교통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성숙한 교통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며 “이번 캠페인으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전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설날 아침에/ 서지월

얼음 꽁꽁 언/ 시냇가 논둑에서 연 날리던 시절/ 가고 없어도/ 세배 하러 새벽부터 일어나/ 아버지 어머니께 절 올리던/ 대청마루바닥/ 얼음장같이 발 시리긴 해도/ 그때 그날들이 그리운 것은/ 내가 어른이 되어서 알겠네// 장롱에서 몇 번씩이나 꺼내 입어보던/ 때때옷과/ 설 전날 밤 자면/ 눈썹이 흰 눈 내린 먼 산처럼 허옇게 센다는/ 어른들의 말씀 감쪽같이 속았어도/ 신기하기만 하던 그때 그 시절,/ 되돌릴 순 없어도/ 생각하면 명경처럼 늘 맑고 환하게/ 비쳐오는 어린 날의 아버지 어머니/ 잊을 수가 없네// 지금은 먼 산자락/ 차거운 흙속에 계시고/ 아이들이 줄줄이 아빠 엄마 하며 따라도/ 다가오는 세상은 더욱 삭막하기만 하고/ 매냥 눈 내리는 설날이 와도/ 자식보다 이승 뜨신 부모님 생각에 더욱/ 눈시울이 뜨거워 옴을 나는 알겠네「강물과 빨랫줄」 (문학사상사, 1989)설날 전후 탁 트인 들판이나 강가에서 연을 날렸다. 입을 것도 변변치 못해 벌벌 떨면서도 굳이 찬바람을 맞으며 연을 날렸다. 왜 하필 살을 에는 삭풍에 연을 날렸는지 궁금하다. 춥다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찬바람에 맞서서 이겨내라는 뜻일까. 높은 하늘가에 춤추는 연과 밀고 당기는 맛에 빠져 추위를 잊어버렸고 떨어지는 연을 살리려고 얼레를 들고 뛰어다니면서 추위를 이겨냈다. 하지만 설날에 연 날리는 일은 이젠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세배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굉장했다. 설날 당일은 가족에게 세배하고 그 다음날부턴 동네 어르신을 찾아 세배를 했다. 집집마다 출타를 자제하고 세배꾼을 기다렸다. 세배를 하고나면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내놨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배가 터질듯하고 주머니 마다 과자로 가득 채워졌다. 세배가 있어 설날이 행복했다. 작금의 세배는 돈을 주고받는 형식일 따름이다.설 전날 밤 자면 눈썹이 센다고 자지 않으려 애를 썼다. 결국 잠이 들고 말았지만. 또 귀신이 찾아와 신발을 훔쳐간다는 속설이 있어 신발을 감춘다고 법석을 떨었다. 눈이 촘촘한 체를 벽에 걸어두면 귀신이 체 구멍을 센다고 정신이 빠져 신을 못 훔쳐간다고 했다. 구멍을 세다가 중간에 헷갈려서 처음부터 다시 세는 일을 되풀이하다가 날이 밝으면 혼비백산 도망간다는 우스운 이야기다.설날엔 설빔으로 새 옷을 마련해서 입었다. 새 옷을 살 여유가 없었던 시절 설빔은 아이들에게 커다란 기쁨이었다. 산타의 선물보다 더 가슴 설레는 것이었다. 설빔은 보통 설날부터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 세장을 차려입고 눈 오는 날 개처럼 마당으로 나가 껑충껑충 뛰곤 했다. 일단 입으면 벗기 싫어서 잘 때도 입고자다가 어머니 손을 빌려 벗는 일이 많았다. 때때옷처럼 색깔이 화려한 옷을 선호했고 대체적으로 보름날까지 입었다.설날은 이제 명목만 남았다. 차례마저 성가신 일이 됐다. 제꾼과 제수가 부담이고 가사노동은 뜨거운 감자다. 세배는 자식들에게 절 받고 세뱃돈 주는 행사로 전락했다.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 세시풍속은 이벤트가 됐고, 복조리를 돌려서 학비를 마련하던 일은 흔적도 없다. 올핸 코로나로 인한 규제로 가족상봉마저 깨졌다. 조상을 생각하고 가족 간 유대를 다지던 설날의 미풍은 희미해지고 연휴의 의미만 남았다. 설날에 부모님 생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시인이 반갑고 정겹다.오철환(문인)

어머니 살해한 50대 항소 기각…징역 10년

대구고법 형사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20일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A(5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A씨는 2019년 11월 집에서 자는 어머니(당시 80)에게서 귀신을 쫓아내겠다며 둔기로 때리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그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자 항소했다.재판부는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골목책방/ 김연미

당신은 잠에서 깬 아이처럼 작아져요//밑줄 친 어느 날이 골목을 돌아가면/맨 끝에 진열된 여름/아삭아삭 읽어요//부재중인 사랑보다 달콤한 게 있을까요/받침 없는 의자가 반짝이는 간판/내가 쓴 눈물에 앉아 당신을 기다리죠//바람의 활자들이 편지처럼 자라는 책방//초록빛 그늘 자락 꽂혀진 정오쯤에/오래 전 당신이 썼던 나를 두고/갈까 봐요「문학청춘」(2020, 겨울호)김연미 시인은 제주출생으로 2009년 연인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바다 쪽으로 피는 꽃’, ‘오래된 된 것들은 골목이 되어갔다’등이 있다.최근에 제주에 갔다가 서귀포 위미리에 있는 골목책방을 가본 일이 있다. 가정집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책방을 꾸며 놨는데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렸다. 함께 한 일행들도 모두 시를 쓰는 시인인지라 문향에 젖어들면서 자리를 쉬이 뜨지 못했다.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새삼스레 책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고, 나아가서는 부지런히 책을 써야겠구나 하는 마음과 더불어 내 책이 이 책방에 꽂혀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까지 떠올리게 했으니, 위미책방은 앞으로 명소가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소담하게 꾸며진 덕택에 안락한 예술 공간이라는 인상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골목책방’에서도 그와 같은 분위기를 읽는다. 화자의 화법이 다정다감하다. 당신은 잠에서 깬 아이처럼 작아져요, 라고 시작한 첫줄이 인상적이다. 밑줄 친 어느 날이 골목을 돌아가면 맨 끝에 진열된 여름을 아삭아삭 읽는다는 대목도 시각과 미각의 혼융으로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부재중인 사랑보다 달콤한 게 있을까요, 라고 속삭인다. 이 속삭임은 실로 달콤해 마음을 사로잡는다. 받침 없는 의자가 반짝이는 간판 그리고 내가 쓴 눈물에 앉아 당신을 기다린다는 표현도 이 시편이 사랑시임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다른 이가 아닌 내가 쓴 눈물에 앉아 기다리는 당신은 그 얼마나 존귀한 사람일까 상상해 본다. 그리고 바람의 활자들이 편지처럼 자라는 책방, 초록빛 그늘 자락 꽂혀진 정오쯤에는 오래 전 당신이 썼던 나를 두고 가겠노라고 노래하며 끝맺는다. 오래 전 당신이 썼던 나, 라는 대목은 내가 쓴 눈물에 앉아 당신을 기다리죠, 라는 앞의 구절과 미묘하게 대비되면서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골목책방’은 단순한 골목책방이 아니다. 사랑이 싹 트고 사랑이 피어오르고 사랑의 교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꿈의 공간이다.‘홀로 깊어지는 섬’에서 그는 어머니를 노래하고 있다. 수술 자국 선명하던 민머리 무성해지며 반 평의 침상 위에서 섬이 되신 어머니는 눈동자 들여다볼수록 심연의 물속만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신경세포 끊어진 낱개의 언어들이 풀기 없는 밥알처럼 이불 위로 떨어질 때 의성어 숨소리 사이 길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 하고 혼자 생각해본다. 불현듯이 건너온 물기 밴 저 눈빛에 괜찮다 어깨를 쓸다 불현듯 또 바람에 밀려나 안개의 장막 안에서 홀로 깊어지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화자는 애간장이 탄다. 하지만 다른 도리가 없다.우리는 모두 결국 단독자다. 더불어 살더라도 혼자인 것이다.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은 그 누구에게도 나눠줄 수가 없다.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에 새로운 길의 시작이 죽음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터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한때 종말론이 세상을 뒤흔들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안으로 눈을 돌려 개인적인 종말을 늘 생각하며 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이라면 허락된 하루하루를 더 역동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정환(시조 시인)

“왜 밥 안 차려줘”…어머니 때려 숨지게 한 60대 징역 7년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는 30일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존속상해치사)로 기소된 A(6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했다고 밝혔다.A씨는 지난 4월25일 경북 울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B(87)씨가 밥을 차려주지 않는다며 마구 때렸다.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월 초 숨졌다.A씨는 20대부터 조현병, 환청 등을 앓아 여러 차례 입원 치료를 받아 왔다. 또 입원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다른 환자들과 다툼을 벌이거나 밤새 병실 안팎을 돌아다니는 등 이상행동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재판부는 “패륜적인 범행을 저지른 뒤에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어 중형에 처해야 하지만 정신적 결함이 범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녹색어머니회, 스쿨존 사고 막는데 온힘

군위군과 녹색어머니회(회장 손은경)는 9일 군위초등학교 일원에서 ‘스쿨존 교통안전캠페인’을 실시했다.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연말연시 회식하는 문화는 많이 줄었어도 스쿨존 교통사고와 음주운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군위군 녹색어머니회는 군위군과 군위교육지원청, 군위경찰서의 협조를 얻어 대대적인 교통안전캠페인을 실시했다.이들은 군위초등학교 앞에서 어깨띠를 메고 현수막을 들고 운전자 안전운전 및 규정 속도 준수 등 교통법규 준수를 홍보하는 등 스쿨존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켰다.녹색어머니회 손은경 회장은 “올해도 군위군은 스쿨존교통사고 제로화에 성공하였지만 스쿨존 교통사고는 언제나 방심할 수 없는 상황임으로 어른들의 관심과 주의가 절실하다”며 “우리 모두 교통법규 준수를 통해 앞으로도 스쿨존 교통사고가 없는 군위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한편 군위군은 지난 6월부터 주민들이 직접 안전신문고 앱으로 어린이보호구역내 불법 주·정차를 신고할수 있는 주민신고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차단속요원도 2명을 배치하는 등 스쿨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배철한 기자 baech@idaegu.com

경산시 와촌면의 모자 가정 어머니, ‘얼굴 없는 천사’ 선행

“와촌에서 받은 사랑 돌려 드립니다.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싶은 작은 마음을 전합니다.”경산 와촌면에 사는 모자 가정 어머니인 ‘얼굴없는 천사’가 와촌면행정복지센터에 남긴 쪽지다.홀로 아들을 키우는 익명의 독지가는 최근 경산시 와촌면행정복지센터 출입구에 ‘사랑의 내의 20벌(20만 원 상당)’과 함께 이 쪽지를 남기고 사라졌다.익명의 기부자는 전날 행정복지센터로 전화를 걸어 “한 부모가정으로 많은 혜택을 받아 덕분에 힘내어 살아간다. 작은 선물이지만 힘드신 분들께 제가 받은 보탬을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한다”며 기부 의사를 밝혔다.김헌수 와촌면장은 “통상 자신의 선행을 알리기를 좋아하는 요즘 한 밤중 아무도 모르게 내의를 두고 가 직원들도 적지 않게 놀랐다”며 “독지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불우가정에 전달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남동해 기자 namdh@idaegu.com

오래된 편지를 꺼내어…

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겨울로 접어들던 어느 날, 책상을 정리하다가 낯익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돌이켜 보면, 십여 년도 더 된 편지 한 통, 꼼꼼하게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글이 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4년간의 성형외과 수련을 마치고 지방의 한 도시에 개원한 병원에 초임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나에게 수술을 받았던 한 중년의 여성 환자로부터 받은 편지다.병아리 전문의로 경험도 없이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있던 시절, 나를 찾아와 여러 가지 수술을 받았던 환자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수술 결과에 어느 정도 만족했던 것 같았다.몇 가지 수술을 연이어 하게 됐고, 수술 결과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몇 달 후 장문의 편지와 작은 선물을 주고는 돌아갔다. 자신이 수술하게 된 동기와 수술로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가 담긴 편지다. 다시 되찾은 자신감을 가지고 이제껏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초보 성형외과 의사가 분에 넘치는 인사를 받은 셈이다. 내가 이런 인사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잠시 잠겨 있다가 문득 앞으로 나를 찾아오는 이들이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조금 더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그 후, 대구에 개원한 후 십여 년 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이런 초심을 지킬 수 있도록 편지를 한 번씩 꺼내 마음을 다잡곤 했다.그러던 어느 여름, 내 마음 속의 그 환자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연락할 길을 찾다 홈페이지와 여러 가지 글들을 보고 찾게 됐다고 한다. 십여 년 전의 옛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눴고,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한두 군데 교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말과 함께 간단한 교정 수술을 예약하고 돌아갔다.첫 번째 수술을 하고 경과를 지켜보면서 다음 수술 일정을 잡겠다고 하고서는 연락이 끊어졌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라 바쁜 일정이 끝난 후 다시 찾아오겠거니 하면서 잊고 지냈는데….그 후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낯선 젊은 여성 한 사람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어머니의 진료기록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젊은 여성의 어머니가 바로 그 환자였다.얼마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진료기록이 필요하다는 딸을 마주하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게 됐다.처음 만나는 딸 앞에서는 크게 내색하지는 못하고, 사고 당시의 이야기와 그 모습을 전해 듣고 필요한 업무처리를 도와주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였지만, 그 후 돌아가신 그분의 얼굴을 돌이켜 보면서 내 마음 속 깊이 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십여 년 동안 나와 함께 한 수많은 환자들이 있었고,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환자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이제는 그럴 법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막상 나와 깊은 인연을 가졌던 환자의 부고를 전해 듣고 나니 과거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 동안의 수많은 기억들도 함께 새록새록 떠올랐다.비록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긴 했지만, 가족들에게는 사랑하는 어머니였던 그녀가 부디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겠지만, 나에게도 자존감이 뚜렷했던 좋은 사람으로 기억의 한 편에 남겨 둬야 할 의무감이 생긴 것이다.한 해의 끝을 치닫는 12월 초, 책상 속의 편지들을 꺼내 보듯, 올 한 해 나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이들을 돌이켜 봐야겠다. 그들 중 나와의 좋은 인연을 가졌던 이들은 얼마나 있을까? 분명 그들 중 연말이 되면 그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다시 보지 않았으면 하는 이들도 있을 터.스산한 바람 속에 몸이 얼어붙고, 코로나로 마음까지 메말라가는 올 한 해, 나의 가슴 속에서만이라도 작은 불씨 하나를 피워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여줄 수 있는 한 해의 끝자락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성적표가 뭐길래”…어머니 살해하려 한 중학생 집행유예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존속살해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중학생 A군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또 보호관찰과 1년 동안 치료를 받을 것을 명했다.A군은 지난 6월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다가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당시 비명을 들은 A군의 아버지가 추가 범행을 제지했다. A군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그는 중간고사 성적과 관련한 거짓말이 탄로 날 것이 걱정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눈물도 늙어/ 정옥선

치매 걸린 여든 둘 앙상한 우리 엄마//엄마 젖을 찾으며/큰소리로 엉엉 운다//거죽만 남은 손으로 야윈 얼굴 가린다//눈물을 닦으려고 헐렁한 손을 치우자//한 줄기/주름골 넘으며/더듬더듬 내려온다//눈물도 같이 늙는지 아주 천천히 내려온다「딴죽」 (2019, 고요아침) 정옥선 시인은 충남 홍성 출생으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딴죽’이 있다. 정답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다. 험한 세상의 비탈과 응달을 환하게 밝히려는 의지가 시조 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요즘은 유치원 못지않게 노치원이 곳곳에 설립되고 있다. 수명이 늘어난 때문이다. 노치원은 요양원으로 가기 전 단계다. 자못 서글픈 일이지만 현실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생로병사가 자연의 이치이기에.‘눈물도 늙어’에서 화자는 어머니에 관한 보고서를 세상에 내놓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아프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시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화자의 먼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치매에 걸린 여든 둘 앙상한 우리 엄마가 엄마 젖을 찾으며 큰소리로 엉엉 울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거죽만 남은 손으로 야윈 얼굴을 가리셔서 눈물을 닦으려고 헐렁한 손을 조심스레 떼자 주름 골을 넘으며 눈물 한 줄기가 더듬더듬 내려오고 있다. 화자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눈물도 같이 늙는지 아주 천천히 내려온다, 라고 진술한다. 얼마나 가슴에 저미어들면 이와 같은 표현을 했을까?그는 또 ‘가을 저녁을 서성이다’에서 바람도 더러는 흔들릴 때 있는 건지 단풍의 붉은 잎이 두서없이 엉키는 때에 딸마저 쑥 빠져나가고 나니 섬 한 채가 덩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 순간 거울 속 여자가 낯설어져서 시린 마음을 떨치려고 저녁마다 서성이게 된다. 차디찬 항아리 주위를 달빛만 짚고 가는 외로운 시공간에 화자는 홀로다. ‘눈물도 늙어’에서 드러나는 정황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가족이 있지만 엄밀하게 생각하면 사람은 마지막에는 혼자다. 독거 아닌 독거다. 그러므로 때로 고독을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그러한 장면이 잘 드러나는 또 한 편의 시가 ‘수수한 가을’이다. 안개 같은 가을비가 순하게 떨어지는 삼성각 댓돌위에 우산을 접어두고 다 낡은 나무의자에 오래도록 앉아본다, 라는 첫수가 그 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가을 비 듣는 삼성각 댓돌은 화자에게는 그지없이 안온한 공간이다. 그의 마음을 고요히 다스려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다 낡은 나무의자에 오래도록 앉아 있는 동안 화자의 내면은 깊어질 것이다. 성찰의 시간이다. 바람이 잔걸음으로 풍경을 잡아끌면 기어이 빗소리로 산비둘기를 깨운다. 그 순간 비탈길에 선 구절초는 누가 보든 말든 환하다. 이렇듯 ‘수수한 가을’은 자연과 자아의 교감을 통해서 치유와 내적 정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소박한 그의 시편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탈 많고 사건사고가 많은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는 큰 욕심을 낼 수가 없다. 아직도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에워싸고 돌면서 사위어들 줄 모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을 잘 다스리면서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지킬 것은 지키고 멀리할 것은 멀리하면서 이 중차대한 위기를 곧 벗어나야 할 것이다.그러한 힘을 우리는 시에서 얻을 수 있다. 얻어내어야 마땅하다. 이정환(시조 시인)

“징역 12년→징역 17년”…가족 살해 40대 가장 항소심서 형량 늘어

대구고법 형사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25일 어머니와 자식을 살해한 혐의(존속살해·살인 등)로 기소된 A(4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A씨는 아내(45)와 함께 지난 4월4일 자택에서 어머니(67)와 아들(7)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그는 범행 뒤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도 제지하지 않은 혐의(자살방조)도 받았다.재판부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식 생명을 빼앗는 등 살인 행위에 대해 무겁게 처벌해야 하고, 범행 경위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량은 가볍다”고 밝혔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배롱나무/ 정진희

여자의 깊은 한은 무명색이 아니랍니다//제 살 속 저미고 뼈마디 다 드러내어//하늘에 쏟은 핏덩이 붉디붉은 꽃이랍니다//시앗 해순이로 말을 잃은 울 어머니//터진 속살 벗기며 어응어응 울었습니다//어젯밤 바장이던 그 나무 시앗 봤나 봅니다//붉던 그 꽃 어머니와 무덤으로 갔습니다//골짜기에 다 맺힌 한을 꽃으로 풀어놓고//몸뚱이 피를 모두 뿜습니다//후드득 꽃 집니다「왕궁리에서 쓰는 편지」 (고요아침, 2020)정진희 시인은 전북 익산 출생으로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왕궁리에서 쓰는 편지’가 있다. 흔히 시인에게 에스프리라는 잣대를 들이댈 때가 있는데 정진희 시인은 실로 에스프리가 빛난다. 어떤 작품을 읽어도 그만의 에스프리가 반짝거리는 것을 산견할 수 있다. 에스프리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자유분방한 정신작용을 뜻하는데 다른 말로 기지다. 시정신이라는 말로 규정할 수도 있겠다.지금 창밖에 배롱나무가 세 그루 보인다. 여름 한철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3층 서재에서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붉은 기운이 가득히 몰려오는 느낌을 주곤 했다. 그러한 기분은 늘 마음을 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서 꽃은 온데간데없고 빈 가지만 허허롭다. 다시 동면의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배롱나무’에서 화자는 여자의 깊은 한은 무명색이 아니라고 외친다. 배롱나무처럼 제 살 속 저미고 뼈마디 다 드러내어 하늘에 쏟은 핏덩이 붉디붉은 꽃이라는 것이다. 시앗 해순이로 말을 잃은 울 어머니 때문이다. 터진 속살 벗기며 어응어응 울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어젯밤 바장이던 그 나무도 시앗 봤나 보다, 라고 노래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붉던 그 꽃은 어머니와 함께 무덤으로 옮겨갔다. 마침내 골짜기에 다 맺힌 한을 꽃으로 풀어놓고서 몸뚱이 피를 모두 뿜는다. 그때 후드득 하면서 꽃이 하염없이 지고 있다.어머니는 그렇듯 한 맺힌 삶을 살다가 하늘나라로 가고, 해마다 여름이면 피는 배롱나무 꽃을 바라보는 화자는 혼자 어머니를 기리며, 말 못할 그리움으로 아픔을 달랜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몇 편의 작품에서 더 드러난다. 먼저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려본 오래된 익숙함도 허락 없이 넘어버린 담벼락 사이에서 그림자 어찌할 수 없어 내리꽂은 은장도, 라고 노래하면서 뒤란에 삭은 가슴 널어두신 어머니를 그린다. 상처 많은 여자로 가시 끝에 매어두고 그래도 꽃이고 싶어 끌어안은 달의 몸짓을 보였던 분이다. 혓바늘 돌기 선 기다림의 한편에서 뒷문 열고 기억을 닦아내는 천상 여자였던 어머니는 울안에 가득한 하늘 소리 없이 떠나던 봄만 남겨두고 가셨다. ‘노랑돌쩌귀’에서도 쉰 나이에 몸 가진 어머니가 그 밤에 고아 먹고 죽자 하던 돌쩌귀 한 사발 오지게 깨어버리고 칠삭둥이 딸을 봤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참으로 한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면서 나 없었음 울 엄마 어떻게 살았을까, 라고 생각하며 애잔한 마음으로 정화수에 치성 올리고 미주알 다 빠지도록 따비밭을 헤매셨던 일을 떠올린다. 끝수에서 화자의 어머니는 노랑 돌 씨앗 하나 화분에 심어두고 막내딸만 알아보는 아흔 기억 열어두고 있어서 그 말간 웃음에 그만 쉰의 눈빛은 흔들리고만 있다. 간절한 눈빛과 더불어 마음이 얼마나 애잔했으랴.가끔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속으로 어머니를 나직이 불러보곤 한다.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을 또렷이 기억하면서 그 뜻을 좇아 살려고 힘쓴다. 정진희 시인의 사모곡은 더없이 애절하여 심금을 울린다. 참, 눈물겹다. 이정환(시조 시인)

화단 - 탑7/ 이해리

머나먼 스와니처럼 흘러간 어린 시절 마당이 한가득 꽃인 집에 살았다 해바라기 홍초 달리아 백일홍 분꽃 봉선화 채송화… 키 순서대로 자란 꽃들이 엷은 한지 창을 비추는 한옥이었다 어느 날 그 화단 사잇길로 얼굴빛이 흰 여승이 탁발을 왔다 여승은 색색의 꽃을 보고 탄복하였다 어머니는 왕오천축 석가라도 맞이하듯 여승을 대청마루에 모시고 이내 점심공양을 염려하였다 여승은 아무거나 괜찮다 하였으므로 뒤란 텃밭으로 간 어머니는 쪽파 한 움큼을 뽑아왔다 그러고는 금방 지은 밥에 쪽파 겉절이를 곁들여 상을 차렸다 여승은 다소곳이 서 있는 어머니에게 함께 들기를 권하여 두 분은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주 맛있게 들었다 그 매운 파를 맛있게 드는 두 분이 얼마나 놀라웠는지 나는 화단 귀퉁이로 가서 맨드라미처럼 붉은 혀를 빼물고 헉헉 뜨거운 흉내를 내보았다 정갈한 여승과 깔끔한 어머니와 그 풋여름의 환한 햇볕과 싱그러운 바람의 향내를 잊지 못한다 그때 어머니는 댓 살 밖에 안 된 나를 앞세우고 이 아이는 무엇이 되겠냐 물었다 여승은 화단을 이리 아름답게 가꾸는 분이 양육한 아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며 합장하였다그 성장 설화를 시초로 막연하게나마 화단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의 자식은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을 살 거란 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후일에 알았지만 파는 절에서 금하는 채소였다 어머니는 수능엄경을 몰랐을 것이다 다만 시장할 스님을 위해 성심껏 올렸을 것이다 스님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면서도 어머니의 정성이 참되어 감사히 받았을 것이다 나는 부자가 되지도 못하고 명성을 얻어 출세하지도 못했지만 화단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순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소박해진다 꽃을 공들여 가꾸는 사람은 사람도 정성 들여 섬기는 심성이 있다는 걸 안다 누구나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겐 꽃을 바치는 마음도 어렴풋이나마 안다 그것은 내가 배운 최고의 경전이다「수성못」 (학이사, 2020)시인은 다양한 꽃이 만발한 화단이 있는 한옥에서 살았다. 팽팽한 한지 창에 정성껏 가꿔놓은 화단이 비치는 깔끔한 집이었다. 어느 날, 탁발여승이 찾아왔다. 얼굴빛이 흰 여승과 화단을 품위 있게 가꾸는 어머니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슬프도록 순결한 여승과 순박하고 해맑은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잘 어울리는 것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상호 공경하고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도 마찬가지다.탁발여승의 고달픈 사정을 헤아려 밥을 짓는 푸근한 마음씨와 쪽파를 뽑아 겉절이 하는 소박한 정성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청초한 여승과 풋풋한 어머니의 끌림은 자연스럽다. 파가 오신채면 어떠랴. 오신채는 절에서 금하는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강한 다섯 가지 매운 나물이다. 날것으로 먹으면 화를 잘 내게 하고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을 일으킨다. 마음이 잔잔한 호수와 같은데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간들 어떠하리.꽃을 돌보는 마음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순하고 소박하다. 화단을 성실히 가꾸는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면 자식 양육은 더할 나위 없다. 시인은 어머니 공덕에 인간사 잘 풀려 가리라 기대했다. 부자도 못되고 출세도 못한 지금, 살짝 실망감이 비친다. 허나, 꽃을 가꾸는 마음은 사람을 사랑하고 정성껏 섬기는 심성이며 천금을 주고도 못 사는 최고의 가치이다. 시인은 마음이 넉넉한 마음부자다.오철환(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