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 포스코는 경북 1등 기업, 그럼 대구는?

최근 포스코가 분기별 영업이익의 최고 기록을 근 10년 만에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들렸다.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1년 1분기에 매출 15조9천969억 원, 영업이익 1조5천520억 원을 기록해 2011년 2분기(영업이익 1조7천억 원)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더구나 이런 실적은 2017년 3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 원대를 올리다가, 갑작스럽게 2019년 하반기부터 영업이익이 급감하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포스코의 실적 회복은 지역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됐다. 철강업이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건설업의 업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업황 회복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포스코는 알다시피 포항에 본사를 둔 향토기업이다. 그러나 그 기업 규모나 사업의 주 활동 무대 등을 볼 때 지역기업이라고만 네이밍하기엔 좀 민망한 구석이 있는 거대 글로벌기업이다. 그렇지만 대구·경북 사람들은 늘 포스코를 지역의 자랑으로 삼고, 또 그만큼 남다른 애정을 이 기업에 준다.이런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포스코와 포항, 나아가 대구·경북이 수십 년간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쌓아온 신뢰와 의리, 그리고 끈끈한 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포스코는 누가 뭐래도 경북에서 최대이고 1등인 기업이다. 그렇다면 대구에서 지금 가장 큰 기업은 어디일까.매년 이맘때면 주식시장과 관련된 흥미를 끄는 각종 통계가 발표된다. 그중 한국예탁원이 얼마 전 발표한 ‘2020년 12월결산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을 보면 대구에서는 41만8천여 명, 경북에서는 36만9천여 명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또 지역 인구 대비 비율로 나타낸 전국 순위에서는 대구가 6위, 경북이 7위쯤 된다고 한다.또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가 내놓은 ‘12월 결산 대구·경북 상장사 99곳의 2020년도 결산 실적’에 따르면 전체 지역상장사들의 실적은 매출액이 68조7천860억 원, 영업이익이 2조9천716억 원, 그리고 순이익이 1조1천814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10.43%, 36.99%, 30.47% 감소한 실적이다.한국거래소 측은 전체 지역기업들의 2020년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에 대해, 지역에서 매출 비중이 큰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의 실적 악화와 함께, 언택트 연관 업종이 적은 지역산업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서 언급된 한국가스공사가 바로 시가총액 기준으로 지금 대구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구에서는 DGB금융그룹이 최대 기업이었지만 한국가스공사가 2014년 대구신서혁신도시에 본사를 이전해 오면서 이런 변화가 생겼다. 사실 한국가스공사는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뭘 하는 곳인지, 그리고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사람도 꽤 많다.마침 대구 1등 기업 얘기가 나온 김에 한국가스공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4월 중순 시점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시총 3조1천억 원, 시총순위 100위권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규모의 기업이다. 참고로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포스코가 시총 30조9천억 원(10위권) 정도이고, DGB금융그룹이 1조3천억 원(170위권)가량 된다. 한국가스공사가 자본금 전액을 정부에서 출자한 공기업이란 한계가 있긴 하지만 연 매출(20조 원·2020년 기준) 규모나 시장 평가에서는 대기업 못지않다는 말이다.대구·경북 사람들은 향토기업을 정말 아낀다. 지금도 대구은행은 중장년층들에겐 ‘우리 대구은행’으로 불릴 정도로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단지 본사가 지역에 있다는 이유 때문일까. 그런 관계가 형성된 데는 결국 지역민과 기업 간의 소통과 교감이 있을 것이다.그럼 지금 대구에서 가장 큰 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어떤가. 지역민들과의 소통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그리고 지역의 최대 기업에서 1등 기업으로 올라설 의지는 있는가? 이는 대구와 경북에 터를 잡은 다른 이전 공공기관들에도 공통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박준우 시시비비/ 부동산과 투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민감한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또 돈만큼 자신과 타인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옛 속담 중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이 근래 그 원래 뜻이 많이 변질돼 쓰이는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함이 아닌가 싶다.최근 국토부의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 발표 이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공시가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탓에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대구만 해도 평균 13.14%, 경북은 평균 6.30%가 상승했다. 지난해 두 지역 모두 마이너스 상승률이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체감상승률 측면에서 당연히 더 크게 느껴질 만한 수준이다.그러나 대구·경북은 사실 수도권과 달리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이 많지는 않다. 대구가 전체 공동주택 65만여 호 중 9천106호로 1.4% 수준이고 경북은 아예 없다. 다만 공시가와 연동되는 재산세와 건보료 등의 세 부담은 늘 가능성이 있다.이런 통계상 지표와 달리 시민들의 불만이 큰 데는 얼마 전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LH 땅투기 사건도 한몫한 것 같다. 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땅투기를 한 사건인데, 캐면 캘수록 고구마 줄기 딸려 나오듯 연일 관련자들이 늘고 교묘한 투기 방법도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사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어디 우리 사회에서 이들뿐이겠는가 마는, 일단 정부는 정권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일벌백계를 다짐하며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이와 보조를 맞춰 지방정부도 소속 공직자나 산하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부동산투기 조사 방침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경찰도 첩보와 제보를 토대로 땅투기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성난 민심이 이런 후속 대응으로 얼마나 가라앉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공시가 6억 원 이하인 전체 주택의 92.1%는 재산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감소한다고 볼 수 있는데도 공시가를 대폭 올려 세금 폭탄을 맞는다고 보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가짜뉴스’라며 일부 언론을 비판했다. 그의 말이 채 8%도 안 되는 국민의 보유세 증가는 문제가 안 된다는 소린지, 아니면 92%를 위해 8%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말인지 정확한 의도가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를 단순하게 숫자 비교로만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아파트 한 채만 가진 사람에게 집값이 올랐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내 집만 오른 게 아니라 다른 집도 다 올랐는데 어떻게 재산이 늘었다고 좋아할 일이냔 말이다. 그나마 근로 수입이라도 있는 이들은 공시가 상승 탓에 오른 세금 낼 돈이라도 있겠지만 은퇴 이후 수입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적든 많든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지면 그게 또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정치권은 땅투기 사건이나 공시가 발표로 후폭풍에 휩싸인 모습이다. 땅투기 사건으로는 2012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불발 책임론이 나오고 있으며, 공시가와 관련해서는 정권과 집권당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신도시 정책은 발표만 하면 그곳에 이미 투기 세력이 들끓고 임대차 정책으로는 전세 물량 감소와 가격 폭등만 있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뭣이 문제일까. 일각의 주장처럼 자본주의에 반하는 정책 탓인가, 아니면 돈을 좇는 인간 본능을 탓해야 할까. 지금 부동산을 바라보는 국민은 모두 고민이 많다. 무주택자들은 치솟는 집값을 따라갈 수 없어 좌절하고 있고,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들은 종부세에다 양도세까지 겹쳐 출구 없이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며, 대다수 1주택 보유자들도 오르는 세금 부담에 이래저래 걱정이 늘고 있다.부동산 때문에 어수선한 요즘, 정치의 역할이 과연 뭘까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LH 땅투기와 관련해 전체 국회의원과 청와대나 정부의 고위공직자, 선출직에 대한 전수조사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정치권이 급박하게 현안 수습에 나선 모습인데, 이에 대한 1차 평가는 내달 치러지는 선거에서 내려질 것 같다.

/박준우 시시비비/ 정치권은 TK 민심을 외면 말라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의 2월 국회 통과가 걱정했던 대로 결국 좌절됐다. 애초 TK정치권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과 함께 국회 동시 통과를 추진했지만 거대 여당과 국민의힘 PK정치권의 반대가 있었고, 믿었던 TK정치권은 힘을 결집하지도 못했다. 반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민주당의 애초 밑그림대로 국회를 통과했다.지역에서는 당장 민주당의 입법독주와 TK정치권의 무기력함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비판은 비판일 뿐이고, 지금은 모두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과연 대구, 경북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걸 관철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영남권 민심을 둘로 갈라놓았던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 제정으로 이제 사업 추진에 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대구, 경북 민심은 허탈감과 함께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5개 시,도 단체장이 어렵게 마련한 공동서약서도, 국책사업 추진의 엄중함도 정치적 셈법으로 무력화하는 현실을 체험한 데다, 가덕도신공항으로 인해 어렵게 결실을 보고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마저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부산, 경남에서는 벌써 가덕도신공항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등 공항을 중심축으로 하는 그랜드메가시티 구상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부산, 울산, 경남 주요 지역을 1시간 이내로 신공항에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이 있다.신공항 건설에만 10조 원 이상, 그리고 광역권 철도, 도로 등 연계교통망까지 건설할 경우 어림짐작을 하더라도 수십조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부산시와 경남도 등 PK 지자체들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대다수 SOC사업이 국가재정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일 것이다.이에 비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사정은 좀 다른 듯하다. 통합신공항 이전지는 결정해 놨지만 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될 대구권과 연결하는 도로, 철도 건설 등 연계교통망 구축에 들어갈 예산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현재 알려지기론 사업비만 1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통합신공항 연계철도망 예산 부담을 놓고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서대구역~통합신공항~중앙선을 잇는 총연장 47km의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인데, 정부에서는 이 사업비의 30% 정도를 두 지자체에서 부담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구시나 경북도에서는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형편에 이마저 떠안게 될 경우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가덕도신공항이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나 영남권 남·북지역에서 각각 거점공항 역할을 하려면 결국 연계교통망 구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동서남북으로 도로와 철도가 촘촘히 연결돼 있어야 사람도 화물도 공항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경우 정부에서 연계교통망 구축 사업 지원에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하단 얘기가 들리면서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대구권을 연결하는 연계교통체계 구축에 들어갈 사업비만 대략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현재 나와 있는 대구통합신공항과 관련된 특별법은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무소속)과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국민의힘)이 발의한 두 가지가 있다. 홍 의원 법안에는 교통인프라와 배후신도시, 항공 관련 산업단지 조성 등을 국가재정 사업으로 추진할 것과 사업 진행의 속도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이 들어 있고, 추 의원의 안에도 역시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통합신공항특별법 좌절 이후 지역에서는 TK정치권이 전열을 재정비해 3월 임시국회에서 국회통과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TK정치권은 특별법과 관련해 중앙당 눈치보기 바쁘다, 지역민심을 외면한다, 존재감이 없다 등 갖은 수모를 겪었다. 차제에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는 각오로 특별법 제정에 온몸을 던질 것을 TK정치권에 주문한다.

/박준우 시시비비/ 인재도시 만드는 대구

새해를 맞아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년 구상을 밝혔다. 그중 눈에 띄는 게 2021년을 인재도시 조성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제2휴스타 프로젝트 추진 △산업단지별 맞춤형 인재 육성과 채용시스템 구축 △평생학습진흥원 위상과 역할 강화 △민관 합동 ‘사람을 키우는 인재도시 만들기 위원회’ 발족 △평생학습기본권 조례 제정 등을 내놓았다.또 수도권에 있는 중견기업 및 혁신도시 공기업들의 연구소를 유치해 ‘대구 R&D타운’을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오랜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는 반갑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다.그런데 이를 보면서 한편으론 인재도시 조성으로 과연 어떤 결과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재능있는 젊은이들을 기껏 발굴하고 키워 이전처럼 수도권에 보내는 것은 아닐까? 이들이 지역에 머물며 대구 재도약을 위해 역량을 쏟을 수 있을까?지역수장의 인재도시 구상이 지금 대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대책이 되려면 결국 인재들이 머무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대구라는 결과물이 나와야 할 것이다.대구에서 사람들이 떠나게 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그 이유야 많이 거론됐지만 인재도시 만들기라는 시의 목표가 제시된 만큼 시야를 청년층으로 좁혀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취업 연령대에 있는 대구 청년들의 고민은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지역의 공단이나 중소 규모 업체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칭이 있다는 말이다. 임금이 일정 수준이 되고 복지가 제대로 갖춰진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들의 눈높이와 지역 기업들의 현실이 한참 거리가 있는 것이다.또 진학 연령대의 젊은이들은 서울권 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대구를 떠난다. 거기에 들어가야 그나마 좁아지고 있는 취업문을 뚫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방 대학을 나와서는 원하는 일자리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인식이 있는 것이다.직장을 찾아서건, 대학진학을 위해서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데는 현실적으로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결국 지자체에서 할 일은 젊은이들이 원할 만한 일자리를 지역에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의 인재도시 구상은 큰 그림으로는 그 방향성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당장 현장의 인력수급 불균형이나 청년들의 탈대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미흡해 보인다.시장의 발표 얼마 후 대구시에서는 또 다른 계획을 내놨다. 하나는 대구형 뉴딜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월드클래스 그룹 BTS 관련 사업이다. 전혀 성격이 다른 것 같지만 두 사업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대구 만들기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뉴딜사업은 대구시가 2025년까지 12조 원을 투자해 29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다. 계획대로라면 산업, 공간, 휴먼 등 3대 분야에서 165개 사업이 추진된다. 그 결과로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고 대구는, 시 관계자의 설명처럼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BTS 관련 사업은 당장 경제성 있는 일이라기보단 흥미를 끌 만한 대구알리기 홍보 전략이다. 7인조 보이그룹 BTS의 멤버로 대구 출신인 뷔와 슈가를 등장시킨 브이로그 영상을 제작해 이를 대구 홍보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다녔던 학교와 데뷔 전에 자주 찾았던 달성공원, 악기골목 들을 영상에 담아 국내외에서 사람들이 대구를 찾게 하겠다는 것이다.쇠퇴하는 지방 도시의 생존 전략에 대해 학자마다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몇 가지를 보면 첫째가 손떼기 전략으로 외부에서 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절감 전략으로 기존 산업은 비용 절감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는 보존 전략으로 지역의 특수성 있는 고유산업은 그 장점을 더 살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새로운 것은 없다. 결국 있는 것을, 잘 아는 것을 제대로 실행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대구의 미래도 이 범주에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대구시장의 인재 구상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데 단단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박준우 시시비비/ 미러링(mirroring)의 명·암

어릴 적 놀이 중에 ‘반사 놀이’란 게 있었다. 싫어하거나 좋지 못한 말을 듣게 될 때 ‘반사’란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이 느낀 싫은 감정을 똑같이 맛보게 하는 것인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런 행위가 아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자기방어 수단으로 효과가 있었던 것 같으니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다.근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 반사 놀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반사 놀이와 달리 어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사 행위는 더 복잡한 이해관계가 그 저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미러링’(mirroring·따라 하기)이라고도 한다.여성 대상 범죄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을 타깃으로 한 강력 범죄가 거푸 발생하고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김치녀’와 같은 비하 표현들과 여성을 증오하는 온갖 메시지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오죽했으며 당시 이를 범주화해 여성혐오란 용어가 널리 사용될 정도였다.그러자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이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남성혐오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김치남’ ‘한남충’ 등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했다. 심지어 남성 혐오를 극단적으로 주장하던, 지금은 폐쇄된 한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이를 ‘미러링 운동’이라며 성 간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기까지 했다.더 큰 문제는 차별을 부각하고 대립을 조장하는 이런 경향이 젠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 전방위로 점점 더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피살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정치권은 사망 경위보다는 사건이 대통령에게 발생 10시간이 지나고서야 보고됐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정쟁화하는 모습을 보였다.야당에서는 대통령이 10시간 동안 뭘 했는지 초 단위로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마치 과거 세월호 사고 때 ‘대통령의 7시간’을 초 단위로 공개라고 요구했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공세를 미러링하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치권의 의도는 지지자들에겐 단결하라는 메시지였고, 상대 진영에게는 분열과 흠집 내기 공세일 뿐이었다.미러링은 그런데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따라하기, 즉 미러링이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유명 여자 연예인의 반려견 사망 기사가 뜨자 실시간으로 추모 댓글이 많이 달렸던 적이 있다. 그 기사에 눈길이 간 건 훨씬 오래전 일이지만 이 연예인이 유기견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그 반려견을 입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유기동물보호소를 통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입양하려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대구에서는 지난해 연말 10년 기부 약속을 지킨 한 시민의 얘기가 전해졌다. 2012년부터 매년 1억 원이 넘는 거액을 꼬박꼬박 기부하면서도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키다리 아저씨’라 불렸던 그는 지난해에도 늘 그랬듯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공동모금회를 통해 5천여만 원의 기부금과 메모지가 든 봉투를 전했다고 한다.그 메모지에는 ‘저와의 약속 10년이 되었군요, 나누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많이 느끼고 배우고 고맙게 생각합니다’라는 글이 씌어 있었고, 직원들이 전한 그의 마지막 말은 ‘난 마중물 역할뿐이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키다리 행진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모두에게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였다. 그래서 2021년에는 이 모든 게 달라지길 바라는 게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우선은 역시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바이러스가 퇴치돼 일상이 회복되는 것일 것이다. 또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싸움질, 그리고 정치권에서 그 토대를 깔아 주고 있는 진보·보수의 편 가름과 그로 인한 혼란상도 달라지길 바라는 목록에 들어갈 것 같다. 그 외에 젠더나 세대 간 갈등도 2021년에는 변화의 모습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준우 시시비비/ 가덕도신공항, 기다리면 다 해결되나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온 나라가 공수처 문제로 야단법석인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는 정작 중요한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부산시를 중심으로 한 PK지역 지방정부와 민주당은 큰소리 내지 않고 일을 진행해 가는 모습이다.이달 초 민주당과 PK 단체장들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결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국 14개 지방광역의회 의장단이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지 선언을 하며 세를 결집하고 있다.대구·경북에서도 물밑에서는 심도 있는 대책을 강구 중일 것이라 믿지만 어쨌든 겉으로 보이는 대응을 보면 지방정부는 자체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지역정치권은 공수처에만 전력을 쏟는 듯하다.특히 지역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민주당의 영남민심 갈라치기에 말려들 것 없이 정부 최종입장을 보고 대응하자는 말은 일견 맞는 말 같긴 한데 왠지 미덥다기보단 불안 불안해 보인다는 것이다.이달 7일 부산시의회에서는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인천시의회를 뺀 14개 지방광역의회 의장단이 모여 ‘가덕도신공항 지지 선포식’을 해 대구·경북 민심에 화를 돋웠다. 여러 지자체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현안에 제삼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한쪽을 편드는 집단성명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고, 더구나 그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었기에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짐작되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이 같은 소식에 당장 그날 오후,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14개 시도의회 의장들이 명분 없이 (가덕도신공항) 지지를 선언한 처사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력히 비판했지만, 그게 대세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지난 1일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 및 상공회의소 회장들과 화상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민주당과 PK 지방정부의 이 같은 발 빠른 움직임 속에, 대구시가 김해신공항 문제에 법률적 대응을 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또 반가운 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교통전문가들이 김해신공항 재검토와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는 보도이다.대구시는 최근 권영진 시장의 지시로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를 상대로 감사원감사나 공익감사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해신공항검증위의 재검토 결론 도출 과정에서 법률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고, 가덕도신공항 추진과 관련해서는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법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이다.또 교통전문가와 전공자 등 4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대한교통학회에서 최근 영남권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긴급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김해신공항의 검증위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65% 나왔고,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추진에 대해서는 7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치적 상황’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두 사안을 부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로 각각 꼽았다.현재 지역정치권은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일단 국토부가 내놓을 최종 결론을 지켜보고 거기에 따라 대응하자는 게 대체적 분위기인 것 같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류성걸(대구동갑) 의원의 ‘국토부의 입장을 압박해야 한다’거나 국토부 차관을 거친 김희국(군위의성청송영덕) 의원의 ‘검증위에서 하는 발표를 두고 TK 정치권이 반응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발언 등이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물론 지역정치권의 의도대로 정부만 몰아붙여 가덕도신공항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실제로 일이 그렇게 될지 낙관하기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여론을 뒤바꿀 수 있는 호재임이 분명한데 과연 민주당에서, 그리고 PK 지방정부에서 쉽게 포기하겠느냔 점이다.그렇다면 지역 정치권도 더 엄중하게 상황 인식을 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가 그사이 PK 지방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정부까지 손발을 맞춰 특별법을 처리할 경우 그때 가선 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래서 지역정치권이 지금 기다릴 일만은 아니란 것이다.

/박준우 시시비비/ “늘 디테일이 문제다”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는 등 주식시장이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실물경제가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평가가 있는 반면, 내년에 펼쳐질 경기회복 전망이 선반영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가 지난달 19일 대구 수성구를 비롯해 전국 몇몇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현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그동안 크고 작은 걸 합쳐 모두 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여전히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제멋대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근래 자주 인용되는 표현 중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문제점이나 중요한 요소가 세부 사항 속에 숨어 있음을 강조할 때 흔히 쓰이는데, 요즘 정부의 정책을 보면서 이 말을 종종 떠올리게 된다. 이번에 국토부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두고 수성구에서는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수성구는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핫플레이스다. 2017년 9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면서 수성구는 사실상 겹규제를 받게 됐다.이걸로도 불만이 적잖을 텐데, 문제는 수성구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탓에 집값 급등과는 아무 상관 없는 동네까지 각종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받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에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꼼꼼하게 파악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한 탓에 주민들만 애꿎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이다. 게다가 수성구 규제 발표가 있자 포항, 구미, 경산 등지에서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부동산시장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보면서 마냥 웃을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여럿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대선 리스크 해소와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감을 상승장의 주요인으로 설명하면서, 또 같은 이유로 내년 시장도 긍정적 전망을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물경제 상황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한국갤럽이 거리두기 시행 초기였던 4월 초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소득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4%가 ‘그렇다’고 답했고, 또 이들의 직업은 자영업자가 90%, 기능·노무·서비스업이 58%, 무직·은퇴자가 53%로 나타났다.소득 감소로 어려워진 가구들이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행의 3분기 말 통계를 보면 가계신용 잔액이 1천682조1천억 원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이 이 기간 22조1천억 원 늘어난 695조2천억 원으로 집계됐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3분기에는 매매·전세 관련 주택자금 수요도 많았지만, 주식자금 수요에다 생활자금 수요까지 더해져 기타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고 배경을 분석한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하는 조짐이고, 장기화 우려마저 나온다는 사실이다.최근 들어 하루 확진자 수가 정점이었던 3, 4월과 비슷하게 400~500명대를 연일 기록하면서 전국적으로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고 있고, 또 백신 개발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상용화 시기는 여전히 불확실해 불안감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렇다면 서민들이 살림살이를 지금보다 더 졸라매야 하는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고, 더 나빠지면 이미 쓴 대출금에 더해 빚을 또 내야 하는 상황까지도 없으리라 할 수 없다.현 정부는 서민 가계의 주름을 펴주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지금 이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듯하고, 그 사이 서민들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정책이란 아무리 그 명분과 방향성이 맞고 옳더라도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니 한 만 못할 것이다. 뭐든지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그러지 못할 거면 다른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것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시, 경북도의 내년 살림살이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지난주에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년도 살림살이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로 활력을 잃은 민간 부문의 재정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기에 지역에서도 시·도의 2021년도 예산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시·도의회에 제출된 2021년도 예산안을 보면 대구시가 9조3천897억 원, 경북도가 10조6천548억 원으로, 두 광역지자체 모두 올해보다 예산안 규모가 늘어났다. 특히 경북도는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대구시는 2021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방역대책과 일상회복, 경제도약에 방점을 둔 편성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세출예산으로 일상회복에 3조4천340억 원, 경제방역에 3천127억 원을 편성했으며, 또 저소득취약계층 지원 등에 1조1천318억 원, 지역산업구조 전환에 1조4천930억 원을 투입한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내년 예산은 1년 예산이 아니라 6개월 예산으로 생각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 상황이 예산 집행의 원칙을 따질 겨를이 없을 만큼 다급하다는 것이고, 재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앞장서 줄 것을 독려한 것이다.그리고 세입예산(일반회계 기준)을 보면 부동산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취득세는 많이 증가했지만 내수 침체로 지방소비세는 줄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지방세 수입을 전년보다 5.1%(1천466억 원) 증가한 2조9천926억 원으로 편성했다.내년에는 국고보조금 수입을 크게 늘려 잡았다. 국고보조금은 11.8% 증가한 2조5천472억 원, 지방교부세는 1조263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지방채는 전년 대비 11%(422억 원) 줄였다. 의존 재원을 늘리면서 채무를 줄인 것이다.우려되는 점은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임을 생각할 때 내년에도 지방정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에 지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경북도 역시 2021년도 예산안은 방역과 경제활력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복지·보건 분야에 4조663억 원, 농업·농촌 관련 예산으로 1조3천45억 원을 반영했다. 또 지역산업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기반이 될 경북형뉴딜사업에 5천397억 원,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 그린뉴딜에 3천315억 원을 투자한다. 일자리창출과 민생안정, 기업지원에도 3천481억 원을 배정했다.도는 또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내외부 차입금으로 1천630억 원을 편성했다.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 등에도 자체 세입 감소가 많은 탓이다. 도는 이미 올해 6월 비상재정상황점검TF를 운영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세입 여건 악화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대구시와 경북도가 어려운 여건에도 이처럼 내년에 팽창예산을 편성한 것은 다 알다시피 장기침체에다 코로나까지 겹쳐 안팎 사정이 더 나빠진 지역경제 상황 때문이다. 또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절박함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시·도가 의도대로 내년 살림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늘 그렇듯이 국비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고 방역 대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끌어다 쓸 돈이 넉넉해야 하는데 그 돈이 나올 데라곤 지금 현실로서는 중앙정부밖에 없으니 말이다.시·도에 따르면 2021년도 정부 예산안 555조8천억 원 가운데, 현재 확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된 국비 예산은 대구시가 3조1천302억 원, 경북도가 4조8천561억 원 정도라고 한다.단순 비교로는 모두 지난해보다 증액된 규모지만, 대구의 감염병전문병원이나 경북의 SOC광역교통망 등과 같이, 꼭 들어가야 하는데도 빠졌거나 예산이 불충분하게 확보된 사업도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지금부터는 지역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지역민들의 사정을 헤아려 국회 논의나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달 초 열린 시·도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역의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반영됐더라도 증액이 필요한 규모를 파악해서 반드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박준우 시시비비/ DGB금융지주의 본사 이전설

얼마 전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의 모회사인 DGB금융지주가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와 지역경제계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DGB금융지주는 바로 본사 이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사실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이다.그러나 이 문제가 지역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무엇보다도 대구의 현실이 지역의 최대 기업이라는 대구은행이 속한 DGB금융지주마저 이전설이 나올 정도가 됐느냐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또 대구은행의 행보가 지역의 미래 예측에 대한 신뢰도 높은 정보라는 점도 있었을 것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구 사람들은 지역의 최대 기업을 묻는 외지인들에게 선뜻 답을 못했다. 1위 기업이 제조업체가 아닌 금융기업이라는 사실이 제조업이 몰락한 답답한 현실을 내보이는 것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젠 이런 자존심(?) 세울 일도 없게 됐다. 대구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대구은행은 자산이나 매출 규모, 인적·물적 네트워크, 정보력 등에서 지역에선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진 최고 기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DGB금융지주는 바로 이 대구은행을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이다.DGB금융지주의 본사 이전설이 나오자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있었다. 그중 DGB금융그룹의 실적과 관련한 분석이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DGB금융그룹은 2020년 상반기에 당기순익이 지난해보다 8.2% 감소했는데, 특히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이 이 기간 당기순익이 22.1%나 격감했다고 한다.이와 달리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인수·합병한 계열사로,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DG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익은 같은 기간에 오히려 큰 폭 증가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지역금융가에서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 것이다.올해 상반기 DGB금융그룹의 당기순익 감소 폭이 그나마 한 자릿수에 그칠 수 있었던 것이 그룹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의 부진을 비은행 계열사가 선전하며 상쇄해 준 덕이라는 것이다.여기에 DGB금융그룹의 고민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방은행은 사실 지역이라는 배후경제에 따라 성과가 연동되기 마련인데 대구경제는 수십 년째 내리막길만 걷고 있고 그나마 내일을 기약해 볼 수 있는 성장동력마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고 있다.그렇다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은행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돈 되는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런 차원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본사가 있는 서울로 지주사 본사를 옮기는 것은 DGB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려해봄 직한 선택지 중 하나일 거란 얘기다.이젠 옛이야기가 됐지만 한때 대구는 국가 경제를 견인한다고 자부했던 곳이고, 그 중심에는 대구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지 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있는 기업마저 떠날 고민을 할 만큼 상황이 변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그동안 원인·분석도 있었고 나름의 대책도 제시됐지만 그냥 그뿐이었다.외지에서 온 기업인 중에 ‘대구에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런 말이 나온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속엔 ‘지금보다 대구가 더 개방적이라면 훨씬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비판 아닌 충고가 깔려 있었다.지역경제가 어렵다 보니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방정부와 지역정치권의 여론 주도권이 유독 강한 곳이 대구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지역에 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도록 그들은 말과 처신에 특별한 방향성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얼마 전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지역에서도 추도 열기가 높았다.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국가 경제발전에 끼친 선한 영향력이 추모 열기를 불러일으켰겠지만, 한편으론 삼성에 대한 남다른 지역정서도 있었으리라 본다.대구에는 이건희 회장의 생가인 호암 고택이 있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옛 삼성상회 터도 있다. 추모 분위기 속에 호암 고택 보존, 옛 삼성상회 터 복원, 삼성 테마길 조성 등 대구에서만 가능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참에 대구시와 지역정치권이 삼성의 투자라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 특별한 방향성의 하나가 될 것이다.

소방관 수당 반환

직장인들에게 수당은 생각하면 참 그렇다. 많이 받을수록 좋은 건 맞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통장에 들어온 걸 보면 당장 기분은 좋지만 제대로 맞게 들어온 건지 왠지 찜찜함이 가시지 않으니 말이다.수당은 사실 기본급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법률에 그 세부 항목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도, 그 조항도 워낙 복잡하기에 개인이 이를 제대로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꽤 알더라도 스스로 이를 정확하게 금액으로 산출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 직장인에게 수당은 주는 대로 받는 것이고, 그리고 그게 다 맞겠거니 하는 게 현실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감에서 소방관들의 수당 반환 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1년, 당시 소방관들은 소송을 통해 3년 치 휴일수당을 받았는데,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이 휴일수당은 초과근무수당과 중복해 받은 것이므로 반환해야 한다고 확정판결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소방관 1만7천여 명이 이미 받은 휴일수당에다 그 기간의 법정이자 277억 원까지 더한 1천300여억 원을 물어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수당 소송은 반환에까지 이르게 된 사정을 들여다보면 소방관들로서도 억울해할 만한 부분이 적잖이 있을 것 같다. 2009년 일부 지역의 소방공무원들이 휴일에 근무한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초과근무수당을 달라고 소속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그리고 2011년 1심 재판에서 소방관들이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중복해 지급하라’고 선고하며 ‘청구한 금액에 연 5%의 이자율을 더해 지급하고 미지급 시 판결한 날로부터 연 20%의 이자를 더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이 판결 역시 수당 중복 지급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각 지자체는 서둘러 소송에 참여한 소방관들에게 청구한 금액과 그에 대한 이자를 가지급했다. 문제는 2심에서 생겼다. 2014년 고등법원 재판부는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의 중복 지급은 할 필요가 없다’며 1심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행정안전부 예규에 나오는 중복지급 불가 규정을 들었다. 이렇게 1, 2심의 판결이 다르게 나오면서 소방 현장에서도, 지자체에서도 혼란이 생기자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그러나 2심 판결이 난 지 5년이 지나서 2019년 10월 열린 재판에서 대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동안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기대했던 소방관들에게는 그 결과도 최악이었지만, ‘해당 사건은 민사재판이 아닌 행정재판 대상이다. 처음부터 다시 소송을 하라’는 재판부의 얘기는 황당하기조차 했다.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를 두고 ‘애당초 지방법원이 해당 소송이 행정소송 대상임을 짚어 주었더라면 대법원에 가서야 관할이 잘못돼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제기하라는 얘기는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역에서도 대구소방관 1천529명과 경북소방관 1천444명이 117억5천만 원과 188억 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가 됐다. 여기에는 원금 외에 연 5% 이자(경북 56억 원, 대구 7억5천만 원)도 포함돼 있다. 지역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애초 법원에서 수당을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10년 가까이 지나서 자신들이 한 판결을 뒤집고 이자까지 더해 반환하라고 하니 당황스럽기만 하다’는 불만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모양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 문제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구, 경북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11년만 해도 소방공무원은 지방직과 국가직으로 이원화돼 있어 지자체별 상황에 따라 인력과 장비, 복지 등에서 차이가 있었고, 그 때문에 일부 소방관들이 불이익을 보는 사례가 보도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47년 만에 일원화했다. 아무쪼록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정부, 지자체, 소방청이 머리를 맞대고 묘책을 찾길 기대한다.

(박준우 시시비비)의료계 파업과 지역의 의대 유치전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26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물러섬 없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료 정상화 시점은 현재로선 예측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집단휴진을 하고 있는 전공의에 이어 비록 시한을 정해놓긴 했지만 동네 개원 의사들까지 가세함에 따라 진료 차질은 물론이고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잘잘못을 떠나 의료계와 정부 양측 모두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의사들은 왜 하필이면 이런 위급한 시기에 진료 중단이라는 집단행동에 들어가는가?’ 그리고 ‘정부는 이런 사태가 생길지 뻔히 알면서 민감한 정책을 왜 이 시기에 발표했는가?’ 7월 말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4천 명 늘리고, 이 가운데 3천 명은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구체적 계획도 내놨다. 추진 배경으로는 국내의 의사 수 부족과 지역 간 의료격차 확대를 들었고, 서둘러 추진하게 된 이유로는 의사 한 명을 배출하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발표 내용을 즉각 반박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 측은 의사 수 부족 문제에 대해, 매년 낮아지는 출산율과 OECD 평균보다 높은 의사 증가율을 볼 때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특히 국내 의료 접근성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역 간 의료 격차와 특정과 기피 현상은 의료인력 재배치와 의료수가 조정 등 의료정책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당장 어느 쪽 주장이 더 옳은지 잘 알 수 없는 국민들로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벌어지고 있는 대립 상황이 답답하고, 또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의료 공백으로 이어져 억울하게 피해보는 환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역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맞춰 안동시 포항시 구미시가 잇따라 의대 유치 입장을 공식화했고 경북도는 이들 지자체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철우 도지사는 8월 초 포항의료원을 방문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경북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1.4명으로 전국 16위,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이 1.85명으로 전국 14위일 정도로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발생하는 치료가능 사망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라며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경북지역에 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확대를 우선으로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2018년 의대가 폐교된 전북에 공공의대가 우선 신설될 것이란 얘기가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전국 권역별로 공공의대를 1개교씩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해가 갈수록 지방의 의료 환경이 나빠지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데는 누구도 별 이견이 없다. 게다가 대구, 경북에서는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확산할 당시 의료 시설,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타지역으로 보내야 했던 아픈 경험도 있다. 그렇기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의 양극화 해소 못지않게 정부가 서둘러야 할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2020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현황’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만이 정원을 채웠으며, 그 외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은 지원자가 적어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또 2020년에도 예년처럼 전국적으로 서울의 소위 ‘빅5 병원’에는 지원자가 넘치고 지방의 국립대병원 9곳 가운데 7곳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왕국이었다”

작가 윤흥길이 1983년 출간한 소설 ‘완장’에는 시골 마을 양어장 관리인인 종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적은 급료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지만 그는 그 일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바로 그가 찬 완장 때문이다. 양어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생트집을 잡아 주먹을 휘둘러도 뒤탈이 없자 그는 그게 다 완장의 위력이라며 그 서푼어치 권력에 푹 빠진다. 아주 예전에 읽은 이 소설을 떠올리게 한 건 최근 일어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사건이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였던 현역선수 2명이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 감독과 주장(특정선수)이라는 완장이 폭력을 당연시해 준 감투였다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과거와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체육계는 여전히 다른 분야에 비해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시스템 특성상 선수들은 사실상 초·중·고에서 대학, 실업팀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후배는 시간이 가면 선배가 되고 또 현역에서 은퇴하더라도 다시 지도자가 돼 한참 후배이기도 한 선수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또 일부 종목의 경우 전체 등록선수를 다 합쳐도 수백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인원이고, 훈련도 합숙 위주로 이뤄지기에 ‘그들만의 리그’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시쳇말로 한 다리만 건너면 족보를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물론 이 같은 시스템은 선수들에게 이점이 될 수도 있다. 강한 팀워크가 다져지고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운 나쁘게 못된 선배와 지도자를 만나게 된 선수들에게 이는 아예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최 선수의 아버지가 딸을 보낸 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숙현이에게 지옥과 같은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말이 현실이다.체육계에서 폭력이나 집단괴롭힘 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 선수든 지도자든 가릴 것 없이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더 큰 문제는 고통을 당해도 선수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었다는 사실이다. 최 선수는 경찰, 검찰, 협회, 시청, 체육회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한 곳에서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당시 그가 느꼈을 절망감에 대해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는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내부고발 형태의 신고자에 대해 2차 피해 보호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말일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특히 체육계의 경우 가해자가 퇴출당해도 피해자는 그 울타리 안에서 계속 운동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최 선수 역시 제때 신고조차 못 한 채 팀을 옮긴 이후에야 그나마 신고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이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선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또 정부에서는 당연히 이번 사건에서 있었던 여러 기관, 단체 들의 잘못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체육계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없앨 근본적인 방법은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부모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수없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도 지금 현실은 어떤가, 예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결국 학벌 따지고 학력 따라 연봉 차별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공교육 정상화가 요원한 것처럼, 체육계 문제도 메달 따라 몸값 매기는 성적 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최 선수 사건을 언급하며 ‘성적이 선수의 행복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좀처럼 그게 바뀔 거 같진 않다.

신천지교회에 1천억 원대 소송

얼마 전 대구시가 신천지 대구교회를 상대로 1천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신천지 교회 측이 전파 장소가 됐을 가능성이 큰 교회 시설과 교인 명단을 고의로 누락한 데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대구의 경제적, 사회적 피해 규모는 추정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다. 또 그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 피해가 모두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그러나 대구 첫 확진자였던 그 교회 신자, 그리고 그 후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확산 과정에서 보였던 교회 측의 대응은 대구의 코로나 피해를 키우는 데 분명 그 책임이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따라서 시의 소송 제기는 응당한 조치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천지 대구교회에 끝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시민정서를 생각한다면 금전적 피해보상 외에 다른 어떤 제재라도 신천지 교회 측은 달게 받아야 할 판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안전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은 상상한 것들을 다 현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하고 있지만, 세상은 아직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것들에 의해 쉽게 구멍이 뚫리고 허물어질 수 있음을 지금 목격하고 있다.코로나19 위협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개인위생 수칙 준수가 전부인 현실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치료제도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 사태에서 감염병 확산과 방역이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그래서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신천지교회 집단감염 사태만 봐도 그들의 지나치게 비밀스러운 활동과 교인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주의 등 교인들의 행동이 당시 전염병 확산을 더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쓸데없는 가정이겠지만 그때 만약 신천지 교회와 신도들이 더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 대구 피해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코로나19가 위력을 떨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기심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의학적 대응법이 없는 이번 전염병 발생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개인위생 수칙 준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에 아랑곳없이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증상이 있는데도 여러 곳을 여행 다닌 사람이 있고, 확진 판정 이후 방역 당국의 이동경로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아예 거짓말을 한 이들도 많이 나왔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이 문제로 버스나 택시 기사들과 다투는 손님도 있다. ‘나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과 다름이 없다.이런 상황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변덕스러운 개인의 양심과 도덕심에만 맡겨 놓는 것을 우선해야 할까, 아니면 강제력이 있는 법, 제도라는 수단을 통해 통제, 관리해야 할까.최근 지역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6월 초 폭염 대책의 하나로 ‘양산 대여 사업’을 시작하고 3주가량이 지났는데 준비한 1천여 개 양산 가운데 분실된 것이 2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2015년과 2018년에도 ‘양심 우산 대여 사업’을 했는데, 그때는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준비한 우산의 절반 정도가 분실되거나 파손돼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고 한다.대구 도시철도의 전 역사에는 5월부터 ‘양심 마스크 무인판매대’가 설치돼 있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현금 1천 원을 놓고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서도 한 달여 동안 도난 사례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들의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근래 포스트 코로나란 말이 자주 쓰인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언택트 문화,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보편적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을 거란 예측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체험하고 있는 것 중, 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내가 조심해도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이다. 이 경험이 앞으로 공동체에 가져다줄 변화도 궁금하다.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시 ‘왜 이러나’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데다, 확진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구 코로나 피해가 너무 큰 탓에 다들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이런 말이 거의 습관적으로 나오는 듯하다.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가는 데 앞장서고 시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가야 할 지방정부인 대구시가 요사이 시민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를 여러 차례 보여 시민들의 질타가 많다. 공무원들의 생계자금 부정수급에다 수백 명을 한데 모으는 의료인 행사 추진, 간호사 수당 미지급, 300만 원 벌금형이 포함된 행정명령 발표까지, 근 한 달 새 지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굵직굵직한 일만 해도 여럿이다.물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가장 고생하고 헌신한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대구시를 비롯해 구·군의 공무원이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근래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 대구시가 그 책임을 내려놓을 순 없을 것이다.지난주에는 대구 공무원들의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 사건이 알려졌다. 그 내용이야 다 나왔으니 더 말할 게 없겠지만, 문제는 사건 이후 보인 대구시의 초기 대응이 영 미덥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차에 따라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시의 최초 입장 표명이었는데, 이게 듣기에 따라선 단순히 행정 착오나 개인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식의 변명조로 들려 시민들의 화를 더 돋우었다.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먼저 백배사죄하고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충분한 설명과 함께, 책임 소재를 찾아 응분의 조처를 하겠다는 정도의 태도를 처음부터 보였어야 했고, 그게 최소한 시민들에 대한 염치 있고, 상식적인 대응이 아니었는가 하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 대구시에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겠는가. 그나마 늦게라도 시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듯해 다행스럽긴 하다.비슷한 시기, 또 시민들에겐 코로나19 대응에 겨를이 없어야 할 지역 한 거점·전담병원 노동조합에서 내놓은 성명이 충격이었다. ‘대구시는 의료진 등 코로나19 대응 봉사자 500명을 동원해 격려 이벤트를 하려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라’는 게 그 내용이었다. 성명이 나온 전후 사정은 더 기가 막혔다. 시가 이달 하순 놀이공원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 계획을 세우고 병원에 공문을 보내 참석자 명단을 미리 통보해 달라고 한 것을 노조에서 ‘정신 차리라’고 시를 깨우치는 의미로 성명을 내게 된 것이라고 한다.결국 이 행사는 취소됐지만, 전염병이 여전한 상황에서 적잖은 예산을 들여 이런 행사를 추진한 시의 배짱과 무분별함, 그리고 안일한 사고방식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나온 시의 해명도 ‘한국관광공사가 제안해서 추진하게 됐다’는 책임 떠넘기기였다.예산 얘기가 이왕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짚는다. 대구시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전국에서 온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았다. 시는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중앙정부 예산지원으로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미숙한 행정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또 대구 간호사 수천 명이 아직 위험수당을 받지 못해 불만이 크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미지급 이유가 참 묘하다. 위험수당의 경우 타지역에서 온 간호사는 받을 수 있지만 대구에 있는 병원 간호사들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험한 일은 똑같이 했는데 대구는 안 되고 다른 지역은 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행정이란 게 뭔가. 여러 이론이 있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내가 사는 공동체에서 그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행정과 그 기관에 기대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벌어진 일들은 시민의 기대와 신뢰에 큰 흠집을 낸 것이다. 대구시장을 비롯해 공직자들은 이를 단순히 일과성 사고로 볼 게 아니라 그런 일들이 왜 거푸 일어나게 됐는지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공직자에게 더 의지하고 기대치가 높아지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백번 잘해 놓고도 한두 번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는 게 세상사 이치가 아닌가./

/박준우 시시비비/ 시민의식 그리고 시민단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에겐 다소 낯선 찬사가 해외에서 들려왔다.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이 대한민국을 코로나 19 대응 모범국가로 주목하면서 그 배경에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던 것.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는 위안부피해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그게 충격이었던 건 폭로 대상이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시민활동가와 시민단체였다는 점에서도 그랬지만, 그 내용이 도저히 있어선 안 될 일이었기에 더더욱 시민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또 안타까운 건 그 시민활동가의 잘못된 처신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그가 몸담았던 시민단체라는 조직에서 어떻게 그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질 수 있었던가 하는 점이었다.이번 일로 인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민의식에, 또 시민단체 활동을 선의로만 봐 왔던 많은 이들의 믿음에 혹시라도 균열이나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시민운동이나 시민단체의 힘은 말할 것도 없이 시민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그 힘은 가깝게는 촛불혁명에서 경험했고, 또 그 이전에는 군사독재와 외세의 압력에 맞서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것을 역사에서 배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민의식은 자유민주주의의 버팀목이자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리라.얼마 전 위안부피해 할머니 한 분이 대구에서, 20년 넘게 위안부피해자 돕기 시민활동가로 일하다 21대 국회에 진출한 한 국회의원을 두고 여러 의혹을 폭로했다. 그 내용은 사실 여부를 떠나 듣기만 해도 기가 막히는 것들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돈만 모았다’ ‘후원·기부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았다’. 할머니의 폭로에 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애초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한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그 국회의원은 이 단체의 전 이사장이었다.당장 여론이 들끓었고 국회의원직 사퇴와 검찰수사 요구가 빗발쳤다. 동시에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수사를 통해 개인의 잘못은 죄가 밝혀지는 대로 그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관련된 문제들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고, 이참에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정의기억연대는 1980년대 후반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오던 37개 여성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한 단체가 그 모태가 됐다. 처음에는 피해자 지원 활동에 주력하다, 그 후 진상규명이나 교육 및 장학 사업, 기림과 국제연대 사업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활동 범위가 커짐에 따라 단체는 조직, 예산 등 여러 면에서 그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졌을 것인데, 문제는 외형적 성장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성격에 걸맞지 않게 조직이 관료화되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됐다고 한다.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와 그 활동가들을 보는 시각은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엇갈려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대가 없이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이 연대를 통해 공동체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은 것 같다.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시민단체 활동에 지지를 보내고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함 대신에 그 후원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측면에서 시민단체들은 정의연 사태를 가볍게 봐 넘길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다시 챙겨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투명하고 합리적인 내부 절차가 보장되고 있는지 더 살펴봐야 하고, 특히 세금을 지원받는 경우에는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시민의식으로 뭉쳐진 힘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수백 명씩 나올 당시, 대구에는 수많은 의료진이 전국에서 왔다. 꼭 와야 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도 감염병 현장을 찾은 그들은 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돌봤다.이런 모습들은 지역민들에게는 아직도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남아 있으며, 또 외신들은 이를 한국인의 놀라운 시민의식이라고 소개했다. 한 개인의 못난 행동 때문에 세계가 놀라워하는 시민의식, 시민운동이 손상되거나 위축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