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대구의 모습이 궁금하다면…대구문화예술회관 특별사진전 개최

100년 전 대구와 대구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특별사진전이 열린다.다음달 2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3전시실에서 진행되는 ‘20C초 대구, 대구인의 삶’전은 대구의 자연, 도심 가로, 대구인의 배움과 성장, 생업과 일상을 소개하는 사진 150여 점이 선보이는 전시다.대구의 옛모습을 기록한 이번 전시회 출품 사진은 대부분 문화예술회관이 소장한 작품이며 국립중앙박물관, 국채보상기념관 등이 소장한 사진도 일부 포함됐다.원본 사진은 엽서 형태가 대부분으로 졸업앨범이나 유리원판, 대구와 관련된 옛 서적에서 추출한 사진들도 전시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전개되도록 구성했다.도심에서 먼 자연에서부터 도심 한복판으로, 조선시대 전통건축물에서 일제강점기 근대건축으로 또 행정사법기관, 군부대 등 통치기관에서 주민편의기관으로, 유년시절에서 중년의 어른으로 생업과 일상 등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특히 전시실 중앙에는 경주 주상절리를 형상화 한 상징물을 설치해 일제에 저항하다 옥고를 치렀지만 정작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애국자들을 사진으로 전시해 대구의 의지와 기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또 이번 전시에는 최근 새로 찾아낸 희귀 사진도 여러 장 전시했다.대구 도원동과 내당동, 진천동의 옛 모습과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사람들, 지금의 대구종로초등학교인 희도학교 학생의 뱃놀이, 대구역에서 사과를 적재한 열차, 수성교와 신천교의 옛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장소는 같은 곳이지만 각자 다른 시기와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도 전시한다. 경상감영공원의 선화당, 망경루, 관풍루, 대구부청, 경북도청, 대구역, 종로, 북성로거리 등을 담은 사진이 대표적이다.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12년 만에 옛 사진에 관한 전시도록을 발간하게 된 것은 의미를 크다”며 “해상도가 낮거나 사진 크기가 작아 전시하기 어려운 것들은 이번에 전시는 되지 않았지만 전시 도록에 따로 수록해 전시의 이해도를 높이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당초 올해 진행 예정이었던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대신 ‘현대사진 예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특별전 ‘뷰파인더(ViewFindThe)’를 가진다.25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문화예술회관 1~5전시실에서 진행되는 특별사진전은 김현수, 김화경, 박승만, 이계영, 이동욱, 이병록, 이삭, 이영아, 전솔지, 하춘근 등 10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한다.전시를 기획한 박천씨는 “뷰파인더는 촬영자와 카메라간의 첫 번째 접촉 지점으로 카메라의 역할보다는 촬영자의 역할이 우선된다”며 “이러한 ‘촬영자의 역할’이라는 맥락을 통해 동시대 예술계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의 장르적 위치를 진단하고 고민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이번 특별전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전예약제 실시한다. 문의: 053-606-6480.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영웅시대(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남천 잎이 발그레 물들어 길을 장식한다.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나무 잎사귀 아래 빨갛게 피어나 융단처럼 깔린 꽃의 무리가 길손의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가을이 저만치서 평화로운 풍경으로 익어간다.‘가을은 멀쩡한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지는 낙엽이 그러하고 부는 바람이 그러하고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주는 상념은 더욱 그러하리라.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바라만 봐도 사색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 이채 시인은 읊지 않던가.가을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으리라. 끝이 모르게 이어지는 거리 두기와 잘 알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람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위로를 얻는 것 같다. 대면하지 않아도 클릭만 하면 보이는 화면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듣고 싶은 목소리를 듣고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영웅시대 카페에 들어갔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너무나 좋아하는 그가 이해가 잘 안 됐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그의 노래를 듣게 하고 위로를 받게 하고 싶다는 그 사람의 선의를 받아들여 영웅의 노래를 들었다. 영상으로 만났더니 과연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혼이 담긴 노래였다. 온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부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그의 노래 속엔 평안과 고요가 있었다. 그의 노래 속에는 어떤 욕심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노래를 부르니, 듣는 이도 편해지는 것 같다. 자신은 더 편안할지도 모르겠다. 과욕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무아의 경지에서 노래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의 노래는 우리의 외로움과 사회적 소외를 채워주고 위로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한없이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어머니가 아기를 보듬는 정감마저 느껴진다. 영웅이 탄생했다면서 환호성을 울려대어도 무덤덤했었는데 이제야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혼을 담아 부르는 그의 성실한 자세와 그가 어렵게 살아온 날들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고생담이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어둠 속의 등불처럼 감동이 일게 한다. 코로나로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고 영웅에게서 잠시나마 기쁨을 얻었으면 좋으리라 싶다.세상을 살다 보면 분명 고통스럽고 불안한 날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삶 속에는 기쁘고 행복한 일, 가슴 벅찬 일들도 찾아보면 많지 않겠는가.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하지 않은가. 정말이지 살면서 고생도 해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이 있어야 그것을 얻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통 후에 이루게 된 결과에 대해서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할 터이고. 사람들은 비교적 그런 고통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남이 잘되면 그들은 고통 없이 쉽게 된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고통은 더 커 보이는 경우조차도 많을 것 같은데 세상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지 않던가. 때로는 운이 따라서 쉽게 성공을 하는 것 같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도 있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운도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미스터트로트의 최고, 영웅은 인생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이는 많이 먹지 않았지만, 정말 혼이 담긴 사랑의 노래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의 노래는 분명 창조적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그의 무대가 순간순간 떠오른다. 노래가 끝났을 때, 그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했다. 얼굴엔 평화가 느껴졌다. 마치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경청해 준 것처럼, 그의 표정은 오히려 쑥스러워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 가나 보다. 온통 영웅시대 이야기가 회자한다. 임영웅은 우리들의 불안과 고통에 대한 맞춤형 위로 곡을 우리에게 선물한 것 같다. 참 오랜만에 우리는 노래를 부른 사람 영웅과 함께 하나가 돼 세상을 살아나갈 큰 용기를 얻을 것 같다. 그의 출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수의 출현이라고 한다. 영웅이란 이름 표현이 아깝지 않은 그야말로 영웅이다.난세에 영웅은 불쑥 솟아나 늘 빛을 밝히지 않던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이 시기에 빛을 던지는 영웅들을 찾아 날마다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

박운석패밀리협동조합 이사장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으로 활약한 2013년 개봉 영화 월드워Z(감독 마크 포스터)는 좀비 바이러스를 다룬 블록버스터이다. 현실세계의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가 얼마나 빠르게 전세계를 잠식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이스라엘은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국경 폐쇄를 결정, 전염병으로부터 살아남은 국가가 됐다. 이스라엘이 국경폐쇄를 결정한 이유는 ‘열 번째 사람 독트린’ 때문이었다.‘열 번째 사람 독트린’은 똑같은 정보를 접한 열 명 중 아홉 명이 하나의 동일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열 번째 사람은 거기에 반대하는 게 의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아홉 명의 결론이 아무리 옳다고 보이더라도 열 번째 사람만은 그들이 틀렸다는 가정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당시의 일이다. 이스라엘 군은 이집트와 시리아 병력들이 국경 쪽으로 이동하는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이 상황을 보고받은 군 수뇌부는 통상적인 군사훈련으로 판단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곧 두 나라는 수에즈 전선과 골란고원 양 전선에서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이 일을 계기로 이스라엘 군은 달라졌다. 전략회의에서 열 명 중 아홉 명이 전략실행에 찬성할 때 나머지 한 명은 의무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도록 했다. 물론 찬성한 아홉 명은 반대한 한 명의 의견을 반드시 경청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열 번째 사람 독트린’이다. 아랍국가들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을 4만 달러가 넘는 GDP에다 노벨상 수상자만 12명을 배출시킨 강국으로 이끈 배경이다. 모두가 찬성해도, 여기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반대 의견을 내는 ‘열 번째 사람’으로 이뤄진 레드 팀(Red Team)을 만든 것이다.레드 팀은 결국 기업(조직)과 CEO에게 ‘쓴소리(직언)’를 제공하는 그룹이다. 미국도 9·11테러 이후 레드 팀을 도입했다. 레드 팀은 미국 육군에서 아군인 블루 팀(Blue Team)의 승리를 돕기 위해 운용된 가상의 적군이다. 레드 팀의 역할은 블루 팀 자신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허점을 철저히 파고듦으로써 블루 팀의 전략을 더 탁월하고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일이다.군대에서 레드 팀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글로벌 기업들도 조직과 반대 의견을 내고 비판하는 기능을 가진 레드 팀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의 CEO들은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레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뿐 아니라 FBI에서도 레드 팀을 통해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해내고 이를 보완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 성공으로 이끌었다.이런 역할의 레드 팀을 우리나라 정부가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의도적으로 반대의견을 내지는 않더라도 지금은 ‘예스맨’이 아니라 최고결정권자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노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니, ‘노맨’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안마다 정확한 상황판단 아래 사실대로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도 재정건전성을 들어 반대의견도 당연히 내야하고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한 정책에도 반대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시절 특혜 의혹 사건에서도 정부여당에서 모두 감싸고 돌더라도 누군가는 ‘열 번째 사람’이 돼 원칙에 따른 수사를 들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정부여당에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감히 반대의견을 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열 명 모두 찬성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냉철하게 현실을 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편향과 착각, 잘못된 확신은 NO라고 말하지 않는 한 갈수록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이 글의 제목인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는 제리 하비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교수가 쓴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NO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대전담팀(레드 팀)을 두고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8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챌린저호 폭발도 소수의 반대의견을 묵살함으로써 촉발된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

대구사람 서울로 안간다...주말 서울행 절반 줄어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주말 수도권을 찾은 대구시민들은 평소보다 절반 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대구시가 지난달 29~30일 시민들의 이동 변화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구시민의 수도권 이동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줄었다.대구에서 수도권으로 이동은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연일 200명 이상 발생하던 8월22일부터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최근 일주일(8월24~30일) 사이 전년보다 42% 급감했다.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타 지역 이동은 전년 동일기간에 비해 15% 줄어들어 대구시민들이 타 지역보다 수도권 이동을 더욱 자제한 것으로 분석됐다.수도권에서 대구로 이동은 해외입국 제한에 따른 국내여행 증가로 7~8월(7월1일~8월22일) 휴가 기간 동안 12% 증가했다.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8월 2~3주에도 20%까지 늘었다가 4주차에야 9% 감소했다. 이는 지역 내에서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수도권에서의 유입은 줄지 않고 있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시민들의 자발적 동참과 실천이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지난 2~3월에는 대구에서 타 지역으로 이동은 최대 50% 줄었고 시내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객은 73%까지 떨어졌다.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대구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8월 중순까지 이동량은 증가하는 추세다.대구지역 내 이동은 다소 감소했다.원격수업, 분할 등교 등으로 5~8월에도 전년보다 10% 이동이 줄었지만 최근 일주일에는 전년보다 17% 감소했다.대구시 채홍호 행정부시장은 “서울 등 수도권발 확산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으로 마스크 착용 등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대책에 시민들 스스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아이들의 생각을 키워 줄 그림있는 이야기 책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이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그림이 인상적인 책들이 눈에 띈다. 책 읽는 즐거움을 가르쳐 줄 그림이 있는 이야기책을 소개한다.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안토니스 파파테오도울로우 글·이리스 사마르치 그림/성초림 옮김/길벗어린이/48쪽/1만3천 원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는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던 시절, 어느 섬마을에 하나 뿐인 우체부 아저씨의 이야기다.편지는 섬마을 사람들에게, 하루 세 번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꼭 필요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편지로 소중한 사람들과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지탱해 주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지난 50년 동안 섬 마을에 편지를 배달해 온 코스타스 아저씨의 마지막 출근 날, 이상하게도 마을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코스타스 아저씨는 닫힌 문아래 틈으로 편지를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배달을 모두 마친 코스타스 아저씨는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앉았다. 마을 사람들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섬을 떠나는 게 아쉬웠던 코스타스 아저씨는 무심코 가방 안을 보았다. 그런데 가방 속에 편지 한 통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50년을 일하는 동안 편지를 잊고 배달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편지 봉투에는 받는 사람 이름도 없이 주소만 덜렁, 그것도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섬 저편 해변 이름이 적혀 있는 이상한 편지였다.코스타스 아저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부지런히 길을 걸었다. 몹시 피곤하긴 했지만 이상한 편지를 배달하지 않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거의 도착할 무렵 저 멀리 사람들도 보이고, 떠드는 소리, 음악 소리도 들려왔다.알고 보니 그 편지는 초대장이었던 것이다. 왠지 특별해 보이는 해변 파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코스타스 아저씨는 행복한 소식은 한달음으로 달려가 전하고, 슬픈 소식에는 함께 슬퍼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노인들에게는 큰 소리로 편지를 읽어 주고, 비가 오는 날에는 편지가 젖지 않도록 옷을 벗어 덮어 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우체부다.섬마을 사람들은 코스타스 아저씨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며 행복할 수 있었다.코스타스 아저씨의 마지막 출근 날, 마을 사람들은 아저씨를 위한 깜짝 파티를 준비했다. ◆바다에서 M/요안나 콘세이요 글·그림/이지원 옮김/사계절/50쪽/1만3천 원 요안나 콘세이요의 새 그림책이 나왔다. 올 봄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작가는 전작들에서도 빈티지한 그림을 통해 우리가 놓치며 살았던 것들을 떠올리게 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어딘가에 있었을 빛바랜 기억들을 건져 올린다.주인공 M의 성장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수많은 질문과 거센 감정으로 가득했던 어느 불완전한 시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섬세하게 질감 하나하나를 살린 그림은 표지에서부터 분위기를 압도한다. 마치 금방이라도 덮쳐올 것 같은 파도와 먹먹한 하늘, 그리고 짙은 푸른빛의 물결은 어느 흐린 날의 바닷가를 온전히 담고 있다. 구름에 해가 가려진 흐린 하늘, 갈매기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텅 빈 모래사장, 반복적으로 들리는 파도 소리. 그곳에 주인공 M이 있다. 갈매기와 이따금 헤엄쳐 오는 작은 물고기들을 바라보는 M의 태도는 냉소적이면서도 묘하게 자조적이다.자신의 눈이 엄마를 닮았다고 말하는 것은 싫다며 요즘은 아무것도 좋은 게 없다는 담담한 말은 소년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바다의 짙은 푸른빛을 닮은 M의 눈. 하지만 마음대로 파도를 만드는 바다처럼 자유롭게 감정을 토해내지는 못한다.높은 파도가 치기 전의 바다처럼 고요하던 M이 자신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외친다. 거세게 쏟아지는 외침은 깊고 세밀하며 또 아득하다. 반대편의 누군가를 향한 수많은 질문들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표이기도 하다.오해와 외로움,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 때로는 후회가, 때로는 화가 가득 차 있었을 M의 시간들이 먹먹하게 느껴진다.애틋하면서도 눈부신 한 소년의 이야기. 이 이야기가 꼭 유년기만 떠오르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하루가, 누군가를 원망했던 순간이, 아니면 그저 탁 트인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날이 생각날 수도 있다.그리고 그 순간 망망한 바다를 마주한다면 왈칵 무언가를 쏟아내게 될지도 모른다. 내면의 어딘가 아직 소년의 모습으로 머물러 있을 감정들이 자꾸만 떠오를 테니 말이다. ◆파도가 차르르/맷 마이어스 글·그림/김지은 옮김/창비/44쪽/1만3천 원 유화 특유의 생동감으로 단숨에 우리를 탁 트인 여름 바닷가로 데려갈 그림책 ‘파도가 차르르’가 출간됐다.미국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며 각광받아 온 작가 맷 마이어스의 첫 창작 그림책이다.너른 해변에서 바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마음껏 자신의 환상을 실현해 가는 아이 제이미의 하루가 담겼다. 제이미가 콧노래를 부르면 파도를 보내 화답하는 바다. 제이미가 모래로 무언가를 만드느라 골몰하는 동안 바다는 제이미를 채근하지 않고 다정히 곁에 있어 준다.주인공 제이미는 바닷가에서 혼자 모래 장난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제이미의 곁을 지키는 것은 바다다. 제이미가 “흠흠흠” 콧노래를 부르면, 바다는 “차르르르르” 하고 파도 소리로 기분 좋게 화답한다.제이미는 신이 나서 모래를 쌓다가 이내 기대한 결과가 아니라는 듯 쌓아 놓은 것을 부수어 버리고, 다시 모래를 조심조심 쌓아 올리다가도 모두 으스러뜨리기를 되풀이한다. 제이미는 그런 자신을 채근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다만 다정히 함께해 주는 바다에 우정을 느낀다.그런 제이미의 고민이 깊어져 갈 즈음, 백발의 화가가 해변에 찾아온다. 화가는 제이미 곁에 자리를 잡지만 말을 걸지는 않는다.창작 과정을 은유하는 제이미의 모래 쌓기 놀이를 천천히 따라가는 그림책 ‘파도가 차르르’는 자아와 세계가 분리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심성이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이다.제이미에게 세상은 나와 멀리 떨어진 무엇이 아닌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이다. 그뿐 아니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훌륭한 스승이기도 하다. 제이미가 홀로 있는 것처럼 보였던 해변 풍경은 제이미와 바다의 교감이 더해지며 따뜻한 서정의 풍경으로 거듭난다.제이미와 바다가 주고받는 은은한 노랫소리는 언젠가 우리와 하나였던 세상을 호출하고, 그간 놓치고 살아 온 세상의 이야기에 다시 귀 기울이게 하는 마술적인 힘을 가졌다.제이미의 이야기에서 어린 독자들은 자신의 막연한 상상 세계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칠곡서 통근버스 빗길 교통사고, 14명 다쳐

2일 오전 8시1분께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지방도 67호선 도로에서 통근용 미니버스가 빗길에 넘어져 탑승자 14명이 다쳤다.칠곡경찰서 등에 따르면 대구에서 왜관공단으로 가던 자동차 부품업체 H사 통근용 25인승 미니버스(콤비)가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넘어졌다. 이 사고로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탑승자 14명(외국인 근로자 7명 포함)이 다쳤다.현장에 출동한 칠곡소방서 119구급대 등은 다친 사람들을 병원으로 이송했다.경찰은 운전기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대구경찰 사람중심 교통문화 확립

대구지방경찰청이 대구시와 함께 보행자가 차를 조심하는 차 중심의 상황을 바로잡고자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호하는 ‘사람 중심’ 교통문화를 조성하는 안전활동을 추진한다. 지난해 대구지역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97명) 중 보행 사망자(41명)가 차지하는 비율은 42.3%로 OECD 평균(18.6%)의 약 2.3배에 달했다.또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해당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찰은 교통사고에 특히 취약한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해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해 △플래카드 설치 △대형전광판 영상·문자 송출 등의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먼저 도심지역 제한속도를 기본 50㎞/h, 주택가 등 보행위주 도로는 30㎞/h로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정책을 적극 추진해 ‘차보다 사람, 속도보다 안전’이 먼저인 교통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신호위반, 보행자보호위반, 인도주행 등 보행자 안전 위협행위에 대해서도 캠코더 등을 활용한 엄정한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일시 정지하여야 하며, 교차로 우회전 시에도 보행자가 있는 경우 마찬가지로 정지해야 한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교통문화 개선을 통해 ‘보행자가 보이면 반드시 일단 멈춘다’라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물난리 후 폭염까지…버티기 힘든 대구 쪽방촌 사람들

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40℃를 넘나드는 폭염의 기세가 거세지고 있다. 1평 남짓한 비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지내는 쪽방촌 사람들은 물난리의 피해를 회복하기도 전에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불덩이 같은 쪽방의 온도를 낮추는 유일한 수단은 선풍기 한 대뿐이다. 밤에도 열대야가 덮쳐 밤잠을 설친다. 숨쉬기 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대구 쪽방촌에는 731명이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쪽방촌의 무더위 쉼터는 폐쇄됐다. 매주 지급되는 마스크 2~3개와 낡은 선풍기에 의지하고 있는 이들은 올해 유난한 코로나19와 폭염이라는 이중고를 견디고 있다.(편집자 주) ◆일 하다 다쳐 장애판정, 가족에게는 그저 안부전화만… 지난 19일 오후 2시 대구 동구 신천3동의 고층 빌딩 속 좁은 골목 쪽방촌.이곳에서 만난 정모(54)씨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방 안에 들어서자 장마가 길었던 탓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벽지 한쪽은 습기가 배여 검회색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이날 낮 기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살인적인 폭염이 덮쳤지만 더운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정씨는 이곳에서 지낸지 3년째다. 실직한 후 고향인 영천을 떠나와 대구 공사현장에서 노동을 하며 가장 노릇을 해 왔다. 하지만 일을 하던 중 높은 곳에서 발을 헛디뎌 땅으로 떨어지면서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 3번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군대에 가있는 아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가족이 보고 싶지만 몸도 성치 못해 전화로만 안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아들의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매달 지원받는 50만 원 가량으로 한 달을 살아가지만, 올해는 너무 힘들단다.그동안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겨우 돈벌이를 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막노동 일자리 조차 구할 수 없게 됐다. 정씨는 “예년 같으면 무더위 쉼터라도 찾아 잠시나마 더위를 피하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지만, 올해는 문을 닫아버려 더위를 피할 곳도 없고 대화를 나눌 사람조차 만날 수 없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동생 믿고 보증…가족도 돈도 모두 잃어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찾은 대구 서구 비산7동의 한 여인숙.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좁고 어두운 복도 옆으로 16개의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58·여)씨는 낡은 선풍기 앞에 앉아 흐르는 땀을 닦고 있었다. 김씨는 5년째 쪽방촌살이를 하고 있다. 5년 전 여동생에게 집을 담보로 보증을 서주었다가 동생이 달아나 버렸다.돈은 물론 가족조차 잃었다. 당시의 충격으로 걸린 우울증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의 좁은 방 안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불, 세면도구, 음식, 옷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얼마 전 쏟아진 폭우로 인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지면서 물난리가 나 방이 엉망진창이 됐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에 30만 원 정도를 지원받는다.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 이런저런 일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일자리마저 잃게 됐다. 김씨는 “일을 해야 방 값이라도 내는데 밥 먹을 돈도 없다. 그나마 쪽방상담소 직원들이 가져다준 라면으로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더위는 오히려 사치로 여겨질 정도”라고 토로했다. 대구 쪽방사무소 강정우 사무국장은 “코로나 재유행으로 일자리가 많이 없어져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쪽방촌 주민들이 거리노숙으로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희망 일자리와 같은 공적인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권종민 수습기자 jmkwon@idaegu.com김지수 수습기자 jisukim@idaegu.com

솥뚜껑보고도 놀라야 할 때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밝힌 1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97명이었다. 전날 279명보다는 줄었지만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확진자는 745명에 달할 정도다. 해외유입 9명을 제외한 지역발생 확진자 중 서울은 89명, 경기 67명 등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156명이나 됐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대부분 확진자들이 나오고 지난 3월 초 대구·경북 당시보다 확산 속도도 더 빠른 것으로 보여 방역당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16일부터는 서울과 경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해 시행했다. 현재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정부도 대유행 초기 진입 단계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집단감염 여파로 대전, 춘천, 광주 등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광주에선 깜깜이 감염 때문에 682개 유흥업소를 열흘간 폐쇄시키기도 했다. 부산시도 17일 낮 12시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희미해진 코로나19 관련 경각심도 한 원인이겠다. 여름철 무더위에 마스크에 대한 관심도 또한 많이 줄어들었다. 휴가철이 겹치면서 거리두기 마저 약화된 탓도 있겠다. 한 두 달 사이 국내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방역 등으로 피로감을 느낀 나머지 긴장의 끈이 다소 느슨해진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대구에서 40여 일 연속 코로나19 지역발생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던 지난주 대구공항을 이용해 제주도를 다녀왔다. 대구공항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아쉬운 풍경도 있었다. 바로 거리두기였다. 수하물 접수 전용 카운터 앞과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에게 거리두기는 아예 없었다.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선 채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은 없는 듯 보였다. 제주도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더 놀라웠다. 공항에선 간간이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보였지만 공항을 벗어난 순간부터 제주도 일대를 다니는 동안 마스크를 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며칠 사이 수도권에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로 현재의 분위기가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다). 코로나19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대구에선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대구에선 마스크를 하지 않고는 다니기가 눈치 보일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철저하게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상황 아닌가. 대구에서 한 달 이상 코로나19 지역발생 확진자 제로의 비결이 철저한 마스크하기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제주도 숙소 앞 편의점에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편의점 바깥쪽 입구 현관문에 큼지막하게 ‘마스크없이 입장 불가’ 안내표지가 붙어있었다. 깜빡하고 그냥 내렸다가 다시 승용차로 돌아와 마스크를 하고 들어갔는데 종업원을 포함한 손님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한 사람은 없었다. 정부가 발표한 ‘생활 속의 거리두기’ 세부지침은 마스크 착용, 1m 이상 간격두기와 비대면, 온라인 활동이다. 이를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어느새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는 마스크쓰기와 거리두기마저도 멀어져가고만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 16일 44일 만에 코로나19 지역발생 확진자가 나왔다. 17일엔 서울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2명 포함 3명이 발생했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44일이나 확진자가 없다가 이제 겨우 한 명 발생했다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했다. 이미 대구·경북민들에겐 지난 3월의 트라우마가 있다. 코로나19에 대비하는 자세는 솥뚜껑보고도 놀라야 마땅하다. 이젠 강박이 될 만큼 스스로가 철저한 위생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이미 가을 2차 대유행을 경고했다. 결국 사람 간 밀접 접촉이 계속되는 한 유행은 지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일 만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매야 할 때다.

사람, 빛을 회복하다

장영주화가·국학원 상임고문국경일인 8·15 광복절이 곧 다가온다. 인도와 콩고는 우리와 같은 8월15일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투르크매니스탄 등 지구상에는 수많은 나라의 독립기념일이 있다. 1776년 7월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며, 중국은 독립기념일이 따로 없지만 중국인민 공화국선포일로 삼고 있고 싱가포르는 ‘국가의 날’로 기념한다. 멀리는 1291년의 스위스의 독립을 위시해 각국의 독립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만큼 절실하고 위중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많은 나라 중에서도 독립기념일을 '빛을 회복한 광복절'이라고 명명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광복이라니? 빛을 회복 하다니? 그 빛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이 빛은 밝고 어두운 물리적인 빛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인간, 즉 천지인이 하나가 될 때 존재로부터 뿜어 나오는 생명의 빛이다. 생명을 천지로부터 분리하고 사람이 사람을 능멸하고 해칠 때 누구나 기운은 졸아들고 어두워진다. 최근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공산당의 군부가 배양했다는 관련 중국과학자들의 양심고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실로 밝혀지면 중국의 집권층인 중국공산당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짓’을 자행한 것이다. 쉴 틈 없이 지속 되고 있는 중국 땅의 천재지변은 ‘스스로 하늘이 중국공산당을 멸하려는가’라는 ‘천멸중공’(天滅中共)이라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더욱 중공에 의한 오만한 국제적 음모가 다양하고도 오랫동안 자행된 결과 현재 미국은 물론 16개국 이상의 나라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편드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는 자탄이 내부로부터 나오니 중공은 하늘, 땅, 사람들에게서 배척당하고 있는 셈이다.동양, 특히 우리의 한민족에게는 하늘을 인격화 하여 부르던 문화와 철학이 정립돼 있다. ‘하늘이 보고 있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라’ ‘하늘이여 굽어 살피소서’라는 말들은 우리의 일상어이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거룩한 선언이다.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수승한 진리체계인 천부경(天符經)의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은 아예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다’고 가르친다. 당연히 애국가에도 하늘의 인칭대명사인 ‘하느님’이 등장한다.대한민국의 태극기 역시 천지인의 합일을 상징하고 있다. 중앙의 태극문양은 하늘의 태양 에너지와 땅의 물 에너지가 맛 물려 영원히 순환하는 모습이다. 태극을 순수한 우리말로는 ‘엇’이라고 한다. 같은듯하면서도 다른 것을 ‘엇비슷하다’고 하며 비슷하나 다르게 간 것을 ‘엇나갔다’고도 한다. 네 귀퉁이의 건곤감리는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해 우주적인 통찰력으로 밝히고 있다.지금의 세계인들은 왜 대한민국에 열광하고 있을까?K드라마, K팝, K스포츠, K후드 K뷰티, K의료, 이제는 코로나 판데믹 사태를 맞아 K방역까지 존경하며, 사랑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히 우리의 천손문화가 스며있다. 하늘을 생명의 씨를 뿌리는 영원한 존재로 땅은 그 생명을 키우고 거두는 존재로, 사람은 생명을 이어오는 존재로 본다. 이처럼 천지인을 근원의 하나로 보는 철학과 역사, 문화가 DNA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늘, 땅, 사람이라는 세 근원이 하나로 녹아 생명 빛이 절로 찬연히 빛나기 때문이다.이처럼 빛을 회복한 인간은 당연히 자신과 주변을 비출 수 있다. 그렇게 빛이 돼 일어선 사람을 바로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대한민국 교육법에 명시돼 있듯 우리네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홍익인간의 양성’에 있다. 그런 홍익인간이 넘치는 세상은 어두울 수 없는 '광명천지'이며 그 주인공들을 의식이 크고 밝은 ‘대인간’이다.인류의 존망이 걸린 실로 위중한 때이다. 이제야 말로 우리 내부의 음습하고 어두운 모습을 물리쳐야 한다. 모두가 갈구하는 인성의 밝은 빛을 대한민국의 K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세계는 확신하고 있다. 이제는 국경을 넘어 홍익인간의 뜻을 아는 모든 인류들이 생명 본래의 밝음을 향한 실천에 더욱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스스로 약속하고 실천할 때 인간은 지손족(地孫族)에서 천손족(天孫族)으로 진화 할 것이다.이것이 캄캄한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지켜낸 웅녀 할머니의 약속이며 단군할아버지 탄생의 숨은 뜻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하늘로 부터 받은 사명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증유의 역사적 대혼란을 야기한 코로나 판데믹이 오히려 인류의 광복절을 이루는 첩경이 되길 기대한다. ‘광명천지 대인간(光明天地 大人間)

휴가지에 읽을만한 신간 에세이집

피서지 한적한 그늘아래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느끼면서 곁에 두고 읽을 만한 한 권의 에세이. 예술을 보는 안목을 넓혀주는 책에서부터 코로나19 시대를 반영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의 에세이집이 서점가를 장식한다. ◆그림, 마음으로 읽기/이윤서 지음/깊은나무/160쪽/1만3천 원예술을 감상할 때 우리는 보통 그 작품이 주는 첫 인상보다, 비평가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는 때가 있다.내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느낌을 내가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를 중요시하는 것이다.하지만 그림이란 내 마음과 동조하는 느낌을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 내 마음과 동조하는 그림을 찾았다면, 그 그림은 더 이상 그 작가의 그림도, 비평가의 그림도 아니다. ‘내’ 그림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내 그림을 찾아가는 에세이다. 이 책은 그림을 말하지만 그림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 그림을 보는 법을 말해주는 묘한 책이다.이 책에는 대표적인 14명의 화가가 등장하지만 그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말해줄 뿐 그들의 그림을 평론하지 않는다. 단순히 저자가 당시 그들의 그림을 봤을 때의 느낌과 당시 처한 상황을 말해준다.예를 들어 몬드리안의 그림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이 있을 것이다. 검은 직선으로 나누어진 구역이 붉은색 노란색이 단순하게 칠해져 있는 그림이다.이 그림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뭔가 심오한 뜻이 있겠지’ 하고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가? 먼저 말했다가는 욕을 먹을 것 같고….하지만 저자는 ‘편안한가’, ‘답답한가’, 단 두 가지만 묻는다.몬드리안의 그림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정리를 좋아하든지, 정리가 필요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정리가 필요해서 몬드리안의 그림이 좋아졌다면, 그 그림은 이제 몬드리안의 그림이 아니라 ‘나’의 그림이 된 것이다.그 느낌을 더 잘 느끼도록 도와주는 부분이 화가의 삶이다. 실제로 몬드리안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세계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작가였다고 한다. 그래서 통제하지 못하는 자연을 싫어했고, 자연을 떠올리게 만드는 초록색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이런 에피소드를 듣고 몬드리안의 그림을 본다면 내 마음과 같아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이렇게 열네 명의 화가 이야기와 당시 저자가 겪고 있던 상황과 마음을 읽는다면 진짜 내 그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조안나 지음/지금이책/204쪽/1만3천 원‘월요일의 문장들’의 조안나 작가가 글 쓰는 삶의 든든한 러닝메이트로 독자들을 찾아왔다.그간 수 편의 독서에세이를 통해 한 권의 책이 우리의 인생에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는지를 꾸준히 전해온 작가가 이번 신작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에서는 독서와는 또 다른, 글 쓰는 삶으로서의 일상을 직조해가는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냈다.“외로울 때나 슬플 때나 곁에 있어 주는 건 내가 지켜낸 글들을 위한 시간이었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이 책은 아내, 엄마, 주부라는 변화된 삶의 기반 위에 서서 읽고 쓰는 작가로서의 일상을 쟁취하고자 노력한 내밀한 삶이 담긴 산문이다.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나를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책 속의 문장들을, 쓰지 않으면 먼지처럼 사라질 지금의 시간들을, 삶의 무질서함과 혼돈들을, 가슴속으로만 담아두기에 벅찬 감정들을 당장이라도 글로 옮기고 싶게 한다.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일상의 불안과 회의로부터 자신을 치유하는 수단으로서, 삶의 에너지를 채워 넣는 반복적 행위로서 글쓰기의 매력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상기해주기 때문이다.도리스 레싱, 마르그리트 뒤라스, 아니 에르노, 은희경, 박연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등 수많은 작가의 작품과 문장, 글쓰기에 대한 그들의 빛나는 통찰도 페이지마다 펼쳐진다.각 글의 마지막에 오는 ‘이 책에서 저 글로 가는 법’은 어떻게 독서가 글쓰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가 조안나만의 특색 있는 팁인데, 어떻게 독서가 글쓰기로 이어지는지를 자연스럽게 안내해준다.작가 조안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출판사에 들어갔고, 잘 팔리는 책이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퇴사해 프리랜서가 됐다. 읽기는 쓰기를 낳고, 다시 쓰기는 읽기를 낳아 꾸준히 책을 만들고 써 왔다.육아에 지쳐 책을 읽지 못하는 날엔 일기라도 한 줄 쓰고 자기 위해 쉽게 잠들려 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모여 이 책이 됐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허유정/뜻밖/224쪽/1만3천800원코로나19로 세상은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지구는 건강해지고 있다.관광객이 줄어든 베네치아의 운하는 맑아져 돌고래가 포착되고, 회색 안개 속에 갇혀 있던 파리의 에펠탑도 그림 같은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에서는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하늘이 맑아졌다. 그동안 인간이 얼마나 자연에 무지막지했는지 잠시 멈춰, 돌아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이런 와중에 기후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인간의 삶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코로나19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북국곰과 펭귄이 살 곳이 사라지고, 바다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끼어 고통받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도 잠시 안타까운 감정이 들 뿐, 당장 플라스틱을 줄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상의 작은 노력을 담은 책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저자인 유정씨도 그랬다.그녀는 마치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살아갔다.퇴근 후 녹초가 된 몸으로 인스턴트식품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그렇게 직장인 3년차가 되자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그때 일회용품이 가득한 집 안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싱크대 위에는 빈 햇반 그릇과 삼각김밥 비닐이 널려 있었고, 현관에는 배달 음식용기가 쌓여 통로를 막고 있었다.일회용 컵에 뜨거운 물을 마시면 뭔가 알싸한 약품 냄새가 올라오는 듯 찝찝했지만, 텀블러나 머그잔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이후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추구하는 작가는 책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며 얻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쓰레기 없이 장보기, 쓰레기 없이 커피 즐기기, 정수리가 센 여자의 샴푸바 찾기 같이 생활 속에서 재밌고 쉽게 할 수 있는 실천을 주로 담았다.그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고 고백한다. 밥솥이 있어도 햇반만 찾고, 그저 ‘나’만 보고 살던 그가 바다와 아마존을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소설 쓰시네” 유감

오철환객원논설위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야당의원의 질의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소설 쓰시네”라고 말하자 그 국회의원이 “…소설가가 아닙니다”고 응수했다. 이 장면을 보고 ‘소설을 쓰느냐, 마느냐’를 갖고 왜 국회에서 생뚱맞게 승강이를 할까, 의아했다. 여기서 장관의 “소설을 쓴다”는 말은 ‘근거 없는 거짓말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반면에 국회의원이 응수한 “소설가가 아니다”라는 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우선 소설 쓰는 사람이 소설가인데 자신을 보고 소설 쓴다고 하니 소설가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소설의 참뜻을 왜곡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리고 소설을 ‘근거 없는 거짓말’이란 의미로 쓴 장관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 자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을 업으로 삼는 ‘소설가’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소설에 대한 부정적이고 차별적 함의가 그 기저에 깔려 있다. 물론 소설가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포괄하는 중의적 시각으로 볼 여지도 배제할 순 없다. 세간의 이슈가 된 위 사안에서 올바른 언어 활용은 국회의원의 말에 대한 첫 번째 해석의 경우다. 어쨌든 국회에서 발생한 지도층 인사들의 한심한 작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소설은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악의적인 헛된 거짓말도 아니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어 공갈·협박하거나 자기주장의 관철을 꾀하는 궤변도 아니다. 소설은 ‘있을 법한 그럴듯한 이야기’이거나 ‘참말보다 더 참말 같은 픽션’이지만 그러한 픽션을 통해 ‘가짜를 진짜라고 믿도록 속이려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 모두 그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소설을 읽는다. 소설은 다양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하나 뿐인 인생을 폭넓게 관조할 수 있게 하고 가능한 한 알차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다. 독자는 소설 속의 삶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지난 삶을 성찰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알차게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거짓말은 이기적인 의도를 갖는 임시방편적인 사회악이지만 소설은 인생이나 그 단면을 창조해 보여줌으로써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예술작품이다. 소설과 거짓말의 기본적인 차이도 인식하지 못하는 작자가 정의를 구현해야 할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실로 참담할 따름이다.소설가는 달콤한 세속적 가치를 애써 외면한 채, 인간의 본질이나 삶의 참모습에 천착하면서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다. 금전만능이 판치는 세상에서 문화적 자존감 하나로 버티는, 잇속 없는 사람이다. 글 쓰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면서 피 말리는 창작에 매진하는, 영혼이 자유롭고 순수한 사람이다. 이런 순진한 사람들을 왜 느닷없이 정치판에 무단히 끌어들여 뭇사람들 앞에 우사를 주는지 알 수 없다. 이런 무고한 사람들에게 왜 뜬금없이 모욕적인 말을 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모를 일이다. 소설을 쓸모없는 나쁜 거짓말로 폄훼하고 수많은 카메라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오직 명예만 바라보고 정진하는 사람들을, 사기를 진작시켜주지 못할망정, 아무 생각 없이 유린한 일은 추악한 갑질에 다름 아니다. 개념 없는 정치인들의 사려 깊지 못한 언행으로 묵묵히 정진하는 예술가들에게 공연히 모욕감이나 자괴감을 주지 않았는지 우려스럽다. 소설을 ‘헛된 거짓말’로 보는 삐딱한 의식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소설가들이 졸지에 항간의 웃음거리로 희화화된 상황을 본다면 연극이나 영화 등 다른 예술장르에 대한 그들의 시각도 충분히 미뤄 짐작된다.정의의 수호자라는 사람이 국정을 논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소설가를 ‘말도 되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으로 비하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모습은 그야말로 추하고 천박하다. 열악한 창작여건 아래 고군분투하는 소설가들을 거짓부렁이 사기꾼인양 근거도 없이 매도한 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화예술에 대한 차별적이고 천박한 위정자의 시각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 같아 몹시 우울하다.‘지탄받는 나쁜 거짓말’을 ‘소설 쓰는 일’에 빗대어 비아냥대는 잘못된 말버릇이 언제부턴가 항간에 간간이 있어왔다. 이번 사건을 기화로 소설을 근거 없는 거짓말로 비유하거나 문화예술을 턱없이 얕잡아보는 그런 풍조가 말끔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사회엔 문화예술이 곧 생명력이자 경쟁력이다. 문화예술은 단기간에 육성되는 사항이 아니다. 영양가 없고 대책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화예술인은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하는 사람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돌담장/ 황만성

커다란 돌은 밟고/ 조그만 돌을 이고// 돌 가운데 버티고서/ 돌담장이 되고만 나// 사는 건/ 보이지 않는/ 돌덩이와의 마주침// 부대끼면 안아주고/ 간간이 업어도 주면// 등지고 앉았어도/ 느끼는 너의 체온// 그렇게/ 나를 주면서/ 돌담장이 되고만 나// 보잘 것 없었지만/ 너를 맞아 둘이 되고// 어설픈 꿈도 꾸며/ 돌담장 된 나를 본다// 세상은/ 돌들이 만나/ 담장 쌓는 곳이다시조집, 「세상은 돌들이 만나」(작가, 2019) 황만성 시인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2015년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세상은 돌들이 만나」가 있다. 첫 시조집의 표사에서 이숙경 시인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다 그 치열함에 지쳤을 때 사람들은 가끔 자연의 위안을 받으러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모습인데 황만성 시인은 이와는 반대로 자연에서 살며 시의 텃밭에 삶을 일구고 시의 집으로 거둬들이는 사람이다. 그가 마침내 가야할 산이었던 가야산 자락에서 봄에는 뻐꾸기 울음을 허공에 매어놓고 여름에는 바랭이와 싸워가며 삶의 당위성을 깨닫는다. 가을이면 바람이 내려와 이르는 소리를 듣고 겨울에는 물동이에서 튕겨 나온 얼음가시를 볼 수 있는 일에서 보듯 그의 말과 글은 모두 가야산을 매개로 이루어진 소통의 산물이다. 삶을 시지프스에게 내린 형벌로 생각하지 않고 조그만 돌을 이고 사는 삶, 돌들이 만나 담장 짓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시인의 긍정은 결국 내 안의 나를 만나 둥글둥글 초 두루미가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시를 생산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양희 시인은 “돌이 사람이고 사람이 돌이다. 돌 속에 사람이 살고 사람 속에서 돌이 사는 걸 이미 알아버린 시인은 돌로 노래한다. 돌의 노래는 부드러운 리듬이며, 아름다운 선율이다. 시인의 손에서 돌이 위치를 바꾸거나 자리를 이동하며 뛰어논다. 어떤 돌을 만지든 손에는 돌의 세포가 떨어지고 세포가 번식하면 글을 만든다. 돌가루가 시조로 태어났다. 가루는 시인의 본성이다. 그 결정체가 「세상은 돌들이 만나」이다”라고 평했다. ‘돌담장’은 읽을수록 맛이 난다. 자연스럽게 전개돼 읽는 이로 하여금 시속으로 푹 빠져 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시인은 번잡한 도회지를 떠나 가야산 자락에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청록파를 개척 중이다. 흙과 더불어 온몸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커다란 돌은 밟고 조그만 돌을 이고 돌 가운데 버티고서 돌담장이 되고만 나라는 표현에서 나와 돌담장의 합일을 읽는다. 그런 뒤 사는 것은 보이지 않는 돌덩이와의 마주침임을 제시한다. 부대끼면 안아주고 간간이 업어도 주면 등지고 앉았어도 너의 체온을 느낀다. 보잘 것 없었지만 너를 맞아 둘이 되고 어설픈 꿈도 꾸며 돌담장 된 나를 보면서 종국에 이르러 세상은 돌들이 만나 담장 쌓는 곳임을 깨닫는다. 그는 또 ‘도읍지’라는 시조에서 철든 남자는 가슴으로 꿈꾼다고 노래한다. 또한 하늘 아래 서 있든 땅위에 누워 있든 어쨌든 그 꿈을 키우려고 하루해를 지운다고 본다. 그러다가 남자는 자신만의 도읍지를 꿈꾼다, 라고 내심을 드러낸다. 배포가 큰 서슴없는 발언이다. 눈높이나 뼘에 맞춰 작고 낮든 크고 넓든 가슴에 하늘땅 담아 별빛 가득 안는 꿈이라는 결구에서 그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인은 여러 해 전 그만의 도읍지를 열고 스스로를 시를 쓰는 농부 즉 시농이라고 부르면서 농장을 돌보고 시의 텃밭을 일구는 일에 땀을 흘리고 있다. 더불어 시조 창작을 통해 도읍지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돌담장이 한 가정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그만의 도읍지에서 영원복락을 꿈꿀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또 어디 있으랴. 이정환(시조 시인)

화이트불편러가 세상을 바꾼다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고 한다. 신념을 의미하는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을 결합한 신조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특정상품을 구입하거나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 6월 말 '미닝 아웃' 대신 쉬운 우리말인 ‘소신 소비’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이들은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통해 인권문제를 고민하고, 비건 상품을 통해 동물복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착한 소비자이자 가치 소비자다. 때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 속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기도 한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remember0416, 일본 불매운동인 #nojapan, 최근의 코로나19 의료진에 대한 감사메시지인 #덕분에챌린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소신 소비의 중심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이다. 이들은 관행으로 굳어져 과거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것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가끔 지나치게 예민한 모습으로 비춰지더라도 정의롭게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들은 ‘화이트 불편러’(white+불편+~er)이기도 하다. 화이트 불편러는 원래 ‘프로 불편러’에서 나온 말이다. ‘프로 불편러’는 유난스럽게 불편한 사람이다. 별것 아닌 아주 사소한 사안임에도 트집을 잡아 논쟁을 부추기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며, 문제될 게 없어 허용되는 현상을 두고 억지로 과대해석하거나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긴다. 이 불편러에 좋은 것, 옳은 것, 선한 것이라는 의미를 덧붙인 게 화이트 불편러이다. 이들은 사회의 부조리를 보면 침묵하지 않는다. 먼저 나서서 정의로운 주장을 내세우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여론을 형성해나간다. 불합리한 관례 혹은 악습에 대해 아주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이다. 화이트 불편러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갑질논란이 일었던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도 나선다. 이들은 누군가가 불편해하는 걸 보면 공감해주며 불의나 옳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자신부터 행동에 나서며 실천해 나간다. 합리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선 제대로 비판할 줄도 안다. 요즘은 화이트 불편러를 빙자한 프로 불편러가 늘어나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화이트 불편러가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불편을 이야기한다면 프로 불편러는 ‘개인적인 예민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부에서는 다 똑같은 불편러로 치부하기도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프로 불편러로 매도하는 경우다. 문제는 잘못된 관행이나 관습 때문에 불거지는 현상에 의외로 둔감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명백히 드러나는 문제에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지적을 해도 “관행이었다”는 한마디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나아가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향해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느냐”며 오히려 “너 프로불편러 아니냐?”며 매도해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침묵할 수는 없다. 화이트 불편러가 많아야 세상이 바뀌는 법이다. 개인적인 불합리보다 사회적 불합리와 부조리라면 더욱 그렇다. 문제가 보이면 공감해주고 같이 캠페인을 벌이며 문제해결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여론을 형성해 나가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나의 작은 움직임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해볼 만한 것 아닐까. 그렇다고 세상 일에 침묵하며 단지 투덜거리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사회의 부조리에 내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투덜이입니까? 화이트 불편러입니까?

경산시 보건소 당신은 소중한 사람…생명지킴 안전망 구축

경산시 보건소가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예방 사업 일환으로 생명사랑 실천가게(번개탄 판매업소) 및 숙박업소를 지정, 모니터링을 실시한다.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경북지역 극단적 선택 수단 중 농약 음독 등은 감소했지만 가스중독은 2017년 12.7%, 2018년 15.5%, 2019년 17.3% 등 매년 증가 추세다.경산보건소는 이에 따라 숙박업소 2곳을 지정,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보급·설치했다. 번개탄 판매처 8곳도 지정해 자살예방 관련 포스터 및 스티커 부착과 번개탄 보관함 지급 및 업주를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 중이다.또 시민을 대상으로 우울예방 프로그램인 스트레스 완화·이완요법, 우울 해소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과 생명지킴이 양성교육, 캠페인 등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명존중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안경숙 경산보건소장은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예방 사업이 내실 있게 추진돼 생명존중문화가 확산하기를 기대한다”며 “생명지킴 안전망 구축을 확대해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고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동해 기자 namd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