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의 시시비비…“안방 주인 노릇 제대로 한 번 하자”

정치권의 4·15총선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25개 지역구의 후보자 선정을 끝내면서 대진표가 완성됐고, 26~27일에는 후보자등록이 진행된다. 그러나 전염병이 휩쓸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역민들에겐 선거도, 정치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그렇더라도 우리는 또 정치 없이 살아갈 수 없기에 마뜩잖은 정치일지라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대구·경북에서 정치라면 보수정당인 통합당이 늘 관심 순위 최상위에 놓인다. 그래서 선거 때면 통합당 공천 결과를 놓고 시도민들은 평가를 하곤 한다. 그게 선거 과정에 반영될 거란 기대도, 그로 인해 정치가 달라질 거란 희망도 별로 품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그렇게 한다. 아마 다음번엔 좀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거로 생각한다.얼마 전 통합당의 TK 공천 결과가 발표된 후 SNS에는 ‘보수 중도정당에서 공천받는 법’이란 글이 한동안 떠돌았다. 거기에 나온 몇몇 글이다. ‘어려울 때 당을 지키지 말라. 탈당했다가 복당하는 게 더 대접받는다’ ‘보수정당에서 절대로 당협을 맡지 마라. 맡으면 종처럼 부리고 팽 당한다’ ‘보수는 민주주의보다도 기회주의가 살아남는다’ 등등.지역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라면 각 조건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바로 꼽을 정도로, 특정인을 흠집 내거나 편들려는 의도가 분명히 읽히는 글이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크게 틀린 말이 아니라면서 공감하는 걸 보면 통합당에서도 한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문제는 왜 이런 류의 글이 선거 때마다 돌아다니고 일부에서지만 공감을 얻게 되느냐는 것이다. 통합당의 TK 공천 결과가 이번에도 그 빌미를 제공했다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듯하다. 당장 지역에서는 ‘기원전(기준, 원칙도 없고 전횡만 있는) 공천’이니, ‘낙하산 공천’이니, ‘지역은 안중에도 없는 공천’이니 하는 말이 나왔고, 또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통합당 공천에서 TK에서는 현역 의원 중 6명이 탈락했다. 현재 이들 중 상당수는 무소속 출마를 고민 중인 걸로 알려지고, 또 이들이 힘을 합쳐 무소속연대를 결성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아무튼 통합당에 험한 지역정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그럼 이런 지역 분위기를 바라보는 통합당 지도부의 생각은 어떨까. 경험상 그 예측이 아주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는 늘 되풀이됐던 터라, 당으로서 관심을 가질 만한 거라곤 그들의 출마로 인해 혹시라도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지 않을까 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낙천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복당을 불허해야 한다는 공관위 측 주장 정도로 대응하는 모습이다.그러나 정작 답답해야 할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늘 지켜봐야 하는 지역민들이다. 언제까지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만 볼 것이며, 핑퐁 게임을 하듯 그들끼리 주고받는 금배지 아래 줄서기만 할 것이냔 말이다.이번에 공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면면을 봐도, 그들 역시 4년 전이나 그 전 선거에서 지금 자신들이 비판하고 있는 공천 잣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였다. 직전 총선 때도 박근혜키드 얘기가 있었고,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사천, 막천으로 지역이 난리 통을 겪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과 같은 통합당 공천 구조에 당사자로서, 또는 방관자로서 책임 있는 그들이 또 공천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부끄럼도, 염치도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변화의 주체가 되길 기대하는 건 암만 봐도 무리일 듯하다. 특히 깃대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TK를 생각하는 통합당에 이 지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기대하는 건 더 그럴 것 같다.믿고 맡겨만 놔선 안 된다면 이젠 지역민들이 정당이, 정치인들이 변화하도록,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내자. 낙하산 공천받은 자에게는 표 주지 말고, 지역민은 안중에 없거나 지역이 어려울 때 앞장서지 않은 이에게는 우리도 눈길 주지 말자. 통합당은 늘 TK에 대해 우리 안방이라고 하는데 언제 여기를 제대로 안방 대접해 준 적이 있었던가 묻는다.

박준우 시시비비…감염병에도 가짜뉴스라니

우리 사회에 가짜뉴스(fake news)가 얼마나 퍼졌으면 이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있다. 최근 한 교수가 발표한 가짜뉴스 유형을 다룬 글이 눈길을 끈다. 그는 가짜뉴스를 모두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허위정보, 오인정보, 거짓정보, 루머(유언비어), 패러디(풍자) 등이 그것인데,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허위정보와 거짓정보일 것이다. 이 둘은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이가 의도를 갖고 계산해서 전파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코로나19 감염병이 지금 대구·경북을 휩쓸고 있다. 지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환자만 수천 명에 이르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감염병 때문에 평온하던 일상이 무너져버렸다는 사실이다.그런데 이런 와중에, 더군다나 감염병 방역에 모두가 온 힘과 정성을 모으고 있는 이런 상황에 확인도 되지 않는 가짜뉴스가 쏟아져나와 힘들고 지친 시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니 기가 찰 일이다.최근 SNS를 통해 접한 것 중 그나마 약한(?) 것만 추려봐도 이렇다. ‘코로나19는 치료가 되어도 폐 손상이 심하다’ ‘올해 4월까지 2개 여행사를 제외한 국내 모든 여행사가 부도난다’ ‘대만 전문가의 10초 이상 숨참기 코로나19 진단법’ 등등. 언뜻 보면 단순한 정보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가만히 읽어보면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들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의도가 섞인 감염병 가짜뉴스도 적지 않다. ‘정세균 총리는 대구 와서 자리 옮길 때마다 옷 갈아입고 지퍼도 보좌관이 올려준다’ ‘(총리는) 밥도 대구 음식 못 먹고 서울서 배달해 먹는다’.가짜뉴스는 그 역사가 커뮤니케이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고 한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백제 무왕과 선화 공주의 러브스토리 탄생의 비화인 ‘서동요’ 얘기도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가짜뉴스였고,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에서 조선인대학살이라는 참극이 벌어진 배경에도 일본 내무성이 악의적으로 퍼트린 허위정보가 있었다는 것이다.그 옛날에도 가짜뉴스가 있었는데, 요즘은 누구나 인터넷과 SNS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최적화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가짜뉴스의 경향을 분석한 학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가짜뉴스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정치·경제적 이해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주로 이해집단 내에서만 공유되었다면 근래에는 그 전파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특히 최초 가짜뉴스가 여러 경로를 거치면서 스토리가 덧입혀져 2차, 3차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돼 그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종이 생기듯 가짜뉴스도 변종 가짜뉴스가 만들어져 전파되는 셈이다.얼마 전에는 SNS 등에서 국내외 톱스타들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 있는 ‘신천지 연예인 찌라시’가 급속히 퍼진 적이 있다. 이 가짜뉴스는 그러나 실명 노출 덕(?)에 외려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이름이 들어있던 한 여가수는 SNS에 ‘찌라시 조심하세요,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가짜뉴스가 워낙 넘쳐나다 보니 의외의 일도 벌어진다. 최근 감염병 사태로 신천지 교회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데 이 교회 총회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후에 벌어진 일이 참 묘했다. 회견 내용보다 그가 차고 나온 전직 대통령 이름이 찍힌 손목시계의 진위에 관심이 더 쏠린 것이다.감염병이 두려운 것은 그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래서 전파 경로를 알 수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짜뉴스 역시 바이러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 최초 생산자가 잘 드러나지 않고 그 전파가 시, 공간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가짜뉴스가 빠르게 전파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확정편향과 고정관념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꼽는다. 즉 자신의 이익과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정보라면 그 진위는 상관없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자신에게 이득인지 손해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냥 감정적으로, 분위기에 휩쓸려 가짜뉴스 전파자가 되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박준우 시시비비 - 힘내자 대구·경북

2월은 4일이 입춘이고 19일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쫙 펴고 이제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모두가 마음이 들뜨고 설렘도 있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다.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생각지도 않았고, 아니 딴 나라 얘기인 줄만 알았던 감염병,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덮치고 있다. 국내에서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어도 한참이나 청정지역을 유지했던 곳이 대구였는데…. 대구에서는 2월18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다. 그때부터 매일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지금 시민들은 걱정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낄 만큼 일상이 위축되고 있다.감염병은 시민들의 일상의 안녕뿐 아니라 지역경제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다. 조선 중기 때 형성됐다는 서문시장이 2월23일 개장 이래 처음으로 문을 닫았고, 평일, 주말 없이 늘 인파로 북적이던 동성로는 주말에도 인적이 끊겼다. 동네 상권은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식당이고, 커피숍이고, 시장이고 ‘코로나19 임시휴업’이라는 문구를 내건 점포가 수두룩하고 그나마 간간이 보이는 문 연 점포도 손님 대신 주인만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교통 혈맥인 달구벌대로는 차량이 급감했고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는 몇몇 손님만 태운 채 운행하고 있어 지금 대구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를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인구 250만 거대도시, 대구가 감염병 패닉에 빠져 일상도, 경제도 위축된 채 어느 때부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이다.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헤쳐나가겠지만 근근이 버티며 일상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감염병이 내몰고 있는 상황이 어느 순간 절망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힘든 가운데서도 시민들 사이에 지금의 위기를 서로 도와 이겨나가자는 자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서문시장의 한 건물주는 한 달 동안 점포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문자를 세입자 20여 명에게 보냈고, 청소·방역 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하루 10곳이 넘게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학원 등을 돌며 방역소독 무료봉사를 한다고 한다.또 최근 대구지역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음식점의 식재료 소진을 돕자’는 글이 올라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손님이 끊긴 음식점에 남은 많은 음식재료 때문에 애태우는 음식점 업주와 직원이 정보를 주면 이를 널리 알려 시민들이 SNS나 전화로 주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한 음식점 업주는 ‘마스크를 가져오면 식재료와 교환해 주고 이렇게 모은 마스크는 기부하겠다’는 뜻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물론 이런 상황이 되면 나타나기 마련인 사재기 현상도 일부에서는 있었다. 대구 확진자가 알려진 초기, 일부 슈퍼마켓의 식료품 코너에는 라면 쌀 달걀 만두 등이 동났고 대형마트나 약국에는 마스크나 손세정제가 품절됐다.그러나 이것은 대구에서 하루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계속 확인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었고, 그것도 많은 확진자의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이동경로와 접촉자가 파악되지 않는 등 초기의 관리와 통제에 허점이 드러나 시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이 커진 탓이었다.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감염병을 통제,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진자 확산 추세가 이른 시일 내에 꺾일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수단, 방법을 써야 할 것이고 지역민들도 손씻기, 마스크하기, 이동최소화 등 스스로 지켜야 할 것에 철저해야 할 것이다.감염병은 근래 들어 발생이 빈번하다. 2000년 이후만 해도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까지 주기는 빨라지고 감염자는 늘고, 또 전파의 범위와 속도는 빠르고 넓다. 그런데도 필요한 백신과 치료법은 그때그때 나오지 않고 있다.현실이 그렇다면 감염병 대처에는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대구·경북의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를 지역공동체의 힘과 지혜로 극복해내자. 요즘 자주 회자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이 진리임은 틀림이 없다.

정치권은 집 갖고 국민 우롱하지 마라

우리 사회에서 정부가 발표하는 집값 정책만큼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집이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더 많은 사회, 정치적 함의가 있음을 말해 주는 하나의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최근 한 언론에 발표된 부동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가 집이 우리 사회에서 사회, 경제적 계급을 나누는 주요 요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이들 중 20대와 30대에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89.7%, 84.8%나 나와, 젊은층에서 특히 집에 대해 사회, 정치적 의미 부여를 크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조사가 전체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진 않겠지만 왜 우리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그렇게 일희일비하는지 알 수 있는 단서는 될 수 있을 것이다.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최근 부동산정책을 놓고 연일 격돌하고 있다. 발단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달 거론한 주택거래허가제였다. 그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발언이 알려지자 자유한국당이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는 ‘사회주의적 부동산정책 바로 그 자체’라고 비판했고, 심재철 원내대표는 “엉터리 부동산정책으로 수도권 집값만 잔뜩 올려놓고, 말도 안 되는 발상이 터져 나왔다”고 성토했다.사회주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해찬 대표는 “허가제 자체는 강한 국가통제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에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정부는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원천봉쇄하는 ‘전세대출 규제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4·15 총선 주택공약’을 발표하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맞불을 놓았다.한국당의 주택공약 골자는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규제는 풀고 공급은 늘리는 부동산정책을 펴겠다며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19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정책을 내놨다. 목표는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고공 행진하는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조정대상지역 내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소득세 강화 △2주택 이상 보유자 종부세 중과 등으로, 집으로 돈 버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그런데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연일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이지만, 사실 그들도 집권(당시 새누리당) 시기 속시원한 부동산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2012년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국내 경제가 2013년, 2014년 연속 저성장을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 9월부터 LTV·DTI 완화, 재건축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분양권전매 제한 완화 등 공격적인 부동산정책을 추진했고, 이로 인해 부동산경기 부양에는 일단 성공했다.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그늘이 그만큼 커지고 있었다. 결국 급증한 가계부채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는 가계의 채무불이행과 금융 대출로 집을 산 집주인들의 깡통전세 대란 우려가 나돌았다. 그리고 그 근본 원인으로 박 정부의 부채주도 성장, 일명 초이노믹스가 지목됐다.두 정당의 부동산정책을 대비시켜 본 것은 물론 어느 정당의 것이 더 낫거나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게 가격이고 시장인데, 지금 정치권에서 보이는 자기들만이 옳다는 식의 주장은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세상이 보통의 국민 되기도 쉽지 않게 어려워지고 있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내놓는 정책들이 양극단으로 대립하면서, 판단과 선택에 있어 국민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하고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권의 이런 다름은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진영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많은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신도시 이야기

올해로 안동·예천 도청신도시는 경북도청 이전 4년째, 대구 신서혁신도시는 조성 7년째를 맞고 있지만 두 신도시가 애초 예상했던 만큼 인구 규모나 성장성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신도시의 경우 인구가 일정 규모 이상 돼야 인근 구도심이나 접경 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확장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현재 상황으로는 두 곳 모두 플러스 효과는 고사하고 자칫 지역경제에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신서혁신도시와 도청신도시의 당면한 문제는 결국 인구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자체 유효소비가 부족해 신도시 활성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는 이로 인해 기존 거주인구마저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실제로 2013년 조성 완료된 신서혁신도시의 경우 이 일대 건물에서 빈 상가를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공실이 는 건물 가격이 내려가 일부 건물주들은 대출금 상환독촉에 시달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세입 점포주들은 사정이 다소 나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당장 장사가 안돼 속을 끓인다고 한다.이런 일이 벌어지자 애초 신도시 계획 단계에서 인구 예측이 잘못된 탓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초 조성 당시 공공기관 종사자를 7천~8천 명 정도로 예측하고 상가 등을 조성해 놨는데 실제 입주한 이들 기관의 종사자 수가 다 합쳐봐야 3천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신서혁신도시에는 한국감정원 등 10개 기관의 직원 3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경북도청 이전을 위해 조성된 도청신도시 역시 상황이 신서혁신도시와 유사하다. 이곳에는 2015년 11월부터 이전을 시작해 2016년 3월 완료한 경북도청을 비롯해 경북도교육청(2016년 3월), 경북지방경찰청(2019년 7월) 등 주요 행정기관이 들어가 있다.그런데 이곳 역시 실거주 인구가 애초 예상과 달리 크게 적어 평일 점심때를 제외하곤 길거리에서 사람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 한다. 처음부터 행정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춰 조성된 탓에 병원 학교 등 실거주민을 위한 생활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또 애초 잘못된 인구 예측만 믿고 인구 유입책 마련에 소홀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도청신도시 인구 현황(2019년 9월 말 기준)을 보면 주민등록상 인구는 1만6천317명으로, 조성 당시 예상했던 1단계 목표인구 2만5천500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행정도시라는 특성상 주민등록 이전은 않고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 상주인구는 2만1천여 명 정도 된다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그러나 이마저도 인근 도시인 안동에서 40%, 예천에서 18% 정도 유입된 결과이고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타 시,도 유입인구는 22%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도청신도시가 조성되면 접경 도시들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애초 경북도의 예상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외려 인근 시,군에 인구 감소라는 예상 못 했던 걱정거리를 떠안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예천의 경우 도청신도시 조성 초기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있었지만, 행정기관 이전이 완료되자 부동산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갔고 원주민 가운데 소비 여력이 있는 주민들이 신도시 아파트단지로 이탈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물론 3년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앞으로 타지역 인구가 더 유입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지금 여건을 보면 이른 시일 내 상황이 반전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신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변화를 촉구한다.특정 목적을 위해 조성된 신도시가 성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지금이라도 신도시를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도시로 새로 조성한다는 변화된 밑그림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가령 시급한 인구 늘리기를 위해서는 일자리창출이 가능한 기업체를 유치하거나 공단 등을 조성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기존 거주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자급자족형 도시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연계교통망 확충은 두 신도시에 다 필요한 과제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묘수를 찾자

경제는 심리라고들 한다. 시장이 경제활동 주체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일 텐데 현재 들쭉날쭉한 집값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사실 지역경제는 얘기하는 것 자체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각종 지역경제 관련 지표가 희망적인 내용보단 침울한 것들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 어쩌다 이런 걱정까지 할 정도가 됐나 싶지만, 이게 지금 대구 경제의 현실이다.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대구·경북권 전문대, 대학, 일반대학원 졸업자 취업 및 진로 현황’(2018년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경북은 4년제 대졸 취업률이 6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였고, 대구는 57%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취업률은 64.1%였다.이 결과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번 취업률 조사가 건강보험과 국세 자료 등을 이용해 전국 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곧 지역 내 일자리 부족만을 저조한 취업률의 원인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지역 졸업생들의 취업경쟁력 약화가 조사 결과에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다.지방정부는 젊은층의 탈대구 현상을 막기 위해 양질의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당장 우수한 인력을 원하는 기업체를 대구에 유치해 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또 중장기적으론 지역공동체의 미래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현재 지역경제 실상은 정권 탓만 하면서, 정권 교체를 기다리기엔 분야별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 또 설령 앞으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미 경험해 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나아질 것도 없으리라 예상된다. 그래서 지금 시급한 것은 지방정부를 비롯해 모든 경제 주체들의 변화와 각성이다.지난해 12월 대구상의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동향 보고회’ 자료를 보면 대구의 경기 부진은 생산, 고용을 비롯해 대부분 지표에서 전국 동향보다 훨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대구는 제조업 상황을 알 수 있는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전국 평균 1.2% 감소)했고, 중소기업 가동률도 70.6%(전국 평균 73%)로 하위권이었다. 고용 역시 취업자 수가 122만6천 명(2019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2천 명 감소했다. 취업자를 세분화해서 보면 제조업이 9천 명, 도소매숙박업이 2만1천 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취업자 수는 33만1천 명 증가했다.전문가들은 대구의 대기업과 중국에의 과도한 의존도를 경제지표가 저조하게 나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자동차부품 수출의 경우 대구는 중국 비중이 15.1%를 차지했지만, 국내 전체로는 중국이 8.5%에 그쳤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중국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 러시아 등지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는 중국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된 형편이다. 지역 기업들의 수출선 다변화가 어려운 것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혹시라도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의 보수적 정치 성향이 기업활동에서도 나타난 것이라면 어쩌나 해서, 걱정스럽기도 하다.올해 최대 이벤트는 역시 국회의원 선거이다. 그런데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을 보는 지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한 것 같다. 그 결과가 아마 예측범위 안에 있을 것이기에 굳이 선거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내 한 표가 갖는 가치와 의미도 못 찾는 듯하다.그렇지만 지역경제 현실을 보면 이번 선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성이 있다. 지역에서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변화의 물꼬를 정치 쪽에서 먼저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정치와 경제는 따로따로 굴러갈 수 없다. 두 분야가 각기 그 역할을 온전히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 공동체에 활력이 돌 수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특정 정당이 정치를 독식하고 있는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정치에 온전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침체한 공동체와 경제에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건 또 정치인에게 최대치의 역량을 끌어내는 유권자의 묘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월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

정치인을 평할 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만큼 능력이나 자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이는데, 이런 양반들이 어째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모양, 하는 게 영 시원치 않다.”국회의원들로서는 듣기가 거북하겠지만 국민에게 비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정당 구조를 꼽는 정치학자들이 많이 있다.정치적 의견이나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정당인데, 그 정당이 파벌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민의의 중개라는 본연의 역할보단 줄서기나 눈치보기 행태가 당내에 일반화돼 있고, 거기다 정치적 출세를 우선시하는 정치인 개인의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같은 정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2020년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4월15일이 지나면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제21대 국회의원들의 면면이 결정된다. 선거법개정안을 놓고 연말 국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어쨌든 선거의 룰은 정해졌다. 3개월여 남은 선거일까지 각 정당의 의석수를 늘리기 행태가 볼 만할 것 같다.선거 때면 후보자가 쏟아져 나온다. 대개가 우국지심으로 의사당에 들어가려 하겠지만, 막상 국회에서 이들이 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여 국민은 정치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국회의원이 중요하고 좋은 자리란 건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것은 중요함을 말하는 것일 테고, 그럼 좋은 자리라는 건 왜 그럴까. 요즘처럼 돈이 대접받는 세태의 관점에서 보면 일단 금전적 혜택이 아주 많다.국회의원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200여 가지에 이르는 특권을 누린다고 한다. 우선 헌법상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란 ‘법 위의 지위’를 누리게 되고, 그리고 월 1천만 원이 넘는 기본급은 생활의 여유를 보장한다.여기다 매월 유류비, 차량 유지비, 각종 이동경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 의원사무실 운영비와 전화요금, 우편요금 등으로 또 수백만 원이 지원된다. 정책홍보나 정책자료 발간비 등은 무제한 지원 항목이고, 연간 수천만 원의 해외 시찰경비에다 철도 선박 항공기 등 국내 공공교통수단의 무료이용 혜택까지 모두 일일이 열거를 다 못할 정도로 많다.다 아는 걸 왜 또 얘기하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 있으면 선거일인데 국민 혈세를 이렇게 펑펑 쓰는 자리에 앉을 국회의원을 정말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꺼낸 얘기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을 잘 뽑을 수 있을까.선거철이면 지역마다 지역예산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어떤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는지 홍보하는 현수막을 보게 된다. 과연 이런 성과지표가 선택의 올바른 기준이 될까, 또 출마자가 내세우는 화려한 스펙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우리는 이미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선택한 정치인들로부터 배신당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기준으로 한번 선택해 보면 어떨까. 개인 대신 그가 속한 정당을 보고 선택해 보는 것이다. 물론 정당 역시 구조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하지만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이는 최선은 안 되더라도, 차선의 선택 기준은 될 수 있다고 많은 정치학자가 주장한다. 우리처럼 개인이 정당 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기에 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당이 그동안 보여온 정치가 과연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될 듯하다.물론 이 방법이 모든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정당이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공천해 당선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당이 공천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판별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춰놨느냐는 것인데, 이게 또한 국민 신뢰를 얻기엔 많이 미흡한 현실임을 경험상 알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게 옳다고 한다. 대신 이로 인해 나타날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대비해 두면 될 것이다. 만약 정당의 잘못된 검증으로 부적격자가 당선된다면 유권자가 직접 다시 심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 국회의원소환제가 될 수 있다.

공론화와 이해충돌

결국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선거제개편안과 검찰개혁안을 놓고 한껏 힘겨루기를 벌여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얘기다. 민생경제 관련 법안 처리가 기대됐던 마지막 정기국회였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에 민주당이 보이콧으로 맞서면서 법안 처리 역시 무산됐다. 여론은 즉각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치권에는 별무효과인 것 같다.우리 사회가 이해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에서부터 지자체, 하다못해 동네일 처리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중도에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쉬이 볼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민주주의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가 자유롭게 표출되면서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주장만 난무하지 도대체가 합의할 줄 모르는 난장판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처럼 다양하고 엇갈린 주장을 자주 접하게 되는 세상이 되면서 우리 사회가 이를 적절하게 조정, 합의해 나가는 기술을 차근차근 배워가며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자주 듣게 되는 ‘공론화(公論化) 과정’이란 말 역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여러 방법의 하나다.최근 대구·경북에서는 지역의 미래가 걸렸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고 그 영향력과 파급력도 큰 문제들이 힘들지만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통합신공항과 대구신청사 이전 문제가 그렇다. 아직 최종 결정까지 남은 절차가 있지만, 어쨌든 그동안의 진행 과정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두 문제는 처음 의제로 제시되자마자 다수의 이해관계가 걸렸던 만큼 여러 주장이 펼쳐졌다. 지역발전 기대감에다 그와 관련된 경제적 득실 계산까지 겹쳐지면서 저마다 유치 당위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절충점으로 수렴될 기미는커녕 대결 양상으로까지 갈등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가 됐다.결국 통합신공항 문제는 국방부의 공론화 과정 제안으로 갈등 수습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제안에 따라 먼저 전문가집단의 ‘시민의견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여기서 공론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시민참여단 구성안을 마련한 것. 무작위 표본추출과 개별면접 방식으로 뽑힌 시민참여단은 첨예하게 맞선 쟁점을 다루는 데 있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됐다.또 현재 대구 시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구시신청사 입지 결정도 공론화가 실타래를 풀어가는 해법이 됐다. 신청사 유치전은 처음부터 4개 구,군이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지역대결 구도가 형성됐고, 이후 상대 흠집 내기와 온갖 악의적 설(說)까지 쏟아지면서 결정 이후의 후유증마저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쟁이 과열됐다.이 같은 갈등, 대립 상황에서 중립기구로 공론회위원회가 구성됐고, 여기에서 결정의 공정성을 뒷받침하게 될 시민참여단의 구성 방법과 숙의형 민주평가 방식이라는 공론화 과정을 결정했다. 이제 시민참여단은 12월20일부터 2박 3일간 합숙하며 신청사 입지를 결정하게 된다.사실 공론화니, 공론화 과정이니 하는 말이 우리에게 전연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 논란이 됐던 탈원전 문제 처리 과정에서 이를 지켜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 정권은 2017년 집권 이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그러자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이에 맞서 당시 정부가 들고나온 것이 공론화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공사가 재개돼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지만 국민 뜻을 따랐다는 명분은 세울 수 있었기에 별 손해 없는 선택이었던 것.합의의 기술은 근래 모든 분야에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민주적 절차라는 방식이 생활 속에 더 많이, 깊이 들어오게 될수록 더욱 그럴 것으로 예견된다. 그만큼 이해 충돌과 갈등 요소가 많은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협상과 합의의 기술, 즉 공론화에 대해 우리가 언제 배운 적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국민들은 토론하고, 타협하는 사회적 합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는,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가.

잠자고 있는 ‘지방자치’

서울공화국이니, 지방소멸이니 하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그럴 때면 지역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과연 균형발전과 지방분권만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아니면 실질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완전한 지방자치를 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우리나라의 본격 지방자치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동시에 있었던 1995년 7월1일을 대개 그 출밤점으로 본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부터 2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지방정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란 물음은 여전히 계속된다.사정은 현 정부 들어서도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초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렇다. 얼마 전에는 지방분권전국회의가 지방분권을 국정 혁신의 중심 화두로 삼아야 한다는 성명까지 냈다. 애초 약속과 달리 정부가 지방분권 실현 의지와 구체적 실천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었다.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불만이 있을 것 같다. 계획한 지방분권 관련 법안이 몇 개월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이양총괄법, 자치경찰제 관련 법안, 주민조례 발안법, 주민투표법, 주민소환법 등이 그것인데, 특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주민참여 확대와 자치조직권 확대 등 지방정부의 제도, 인사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지방자치는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을 두 축이라고들 한다. 지자체가 살림살이를 스스로 꾸려 갈 수 있게 하는 재정분권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본질적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분권 실천을 촉구하는 지방정부의 호소는 여전히 메아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자치단체 대다수는 곳간이 비어 있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으로 겨우겨우 살림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형편이다. 재정자립도(2018년 기준)를 보면 대구 54.2%, 경북 33.3%이고, 전국 평균도 53.4%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8대2 수준에서 최대 6대4까지 높이겠다고 제시했지만 그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현재와 같은 지자체의 재정 구조는 정부와 지자체를 종속적 관계로 만들어 놓아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예산편성 때면 모든 지자체는 단체장과 간부 공무원들이 총동원돼 중앙정부를 찾아야 한다. 또 국회의 예산심의 철엔 여의도를 찾아다니느라 열심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정부 고위인사 중에 지역 출신이 누가 있는지를 찾느라고 시쳇말로 사돈의 팔촌까지 모든 연줄을 동원하고, 또 지역 국회의원들한테는 예산확보에 도움을 받기 위해 온갖 비위를 맞춰가며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된다.다시 말해 불완전한 지방자치로 인해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의 사이에 갑을 구조와 줄서기 행태가 만들어지게 되고, 이는 결국 지역에서 건강한 견제와 균형을 사라지게 해 그 피해가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를 두고 “자치는 없고 지방선거만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그나마 어렵게 받아 낸 예산이지만 또 현장에서는 허투루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이 딱 맞지 않을 순 있겠지만 구조는 대개 유사하다. 연말이면 지역마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엎고 새로 까는 공사를 흔히 보게 된다. 구청이나 시, 군으로서는 남은 예산을 반납하게 되면 다음번 예산편성 과정에서 혹시라도 삭감당하는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에 일단 쓰게 된다는 것이다.자기 돈이라면 절약해서 더 긴요한 데 쓰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고 행동일 텐데, 지금과 같이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는 받는 돈으로 한해 한해 쓰는 살림이다 보니 장기 계획보다는 치적 쌓기나 보여주기식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지방소멸을 막으려면 국가의 균형발전이 돼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 그렇다면 완전한 지방자치의 핵심축인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은 미뤄 둘 수 없는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동물화장장

동물화장장 건립 놓고 전국 곳곳에서 갈등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용 먹거리에 전용 호텔, 이미용 숍까지 등장했으니 그야말로 반려동물 천국이라 할 만한 세상이 됐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반영됐는지 반려동물 장례업이 신종사업으로 뜨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전국 곳곳에서 최근 동물화장장 건립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동물 화장장과 장례식장을 건립하려는 사업자와 입지 예정지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동물화장장이 혐오 시설이라고 반대하고 있다.대구 서구에서는 동물화장장을 건립하려는 사업자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이 수년째 진행 중이다. 소송은 2017년 상리동에 동물 화장장과 전용장례식장, 납골시설 등을 설치하려고 한 데서 시작됐다. 동물화장장 건립 계획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반대했고, 구청은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해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신청부터 받아주지 않았던 것.그러자 사업자는 법적 요건을 다 갖춰 건축허가가 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해당 구청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 구청의 건축 신청 반려 건에 대해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구청은 이번엔 행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건축허가를 불허했다. 이에 맞서 사업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10월 대구지법으로부터 건축불허가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현재 구청은 동물화장장을 허가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소송전은 계속될 듯하다. 또 사업자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주민들이 계속 반대할 경우 실제로 동물화장장 건축 공사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이와 유사한 사례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증가 속도에 비해 관리·사후처리 등의 제도나 사회인식이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유명 동물구호단체에서 구조동물 200여 마리를 안락사시킨 사실이 알려져 그 대표가 처벌되기도 했다.정부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2014년 도입했다. 그런데 개체 수(2018년 1월 기준, 농림축산식품부)가 662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등록된 개체는 115만 마리, 약 20%에 그치고 있다.또 반려동물 증가에 따라 관련 산업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제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대개 폐기물(생활, 의료)로 처리되고 있는 현실에서, 주민들이 동물화장장 관련 시설물을 혐오시설로 보고 반대할 경우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동물화장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죽은 동물을 화장할 때 생기는 뼛가루나 악취로 인해 동네 환경이 오염될 수 있고, 특히 병들어 죽은 동물일 경우 전염성 병원체를 옮길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게다가 혐오시설이 일단 들어선 동네의 경우 이미지가 나빠지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한번 눈감아 줬다는 이유로 다른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장묘업 등록은 인구밀집지역, 학교 등 공중이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하 떨어진 곳에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토지나 지형의 상황으로 보아 300m 이하에도 공중집합 시설의 기능이나 이용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등록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그러나 법에서 아무리 입지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주민들이 집단반발할 경우 법만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현실을 고려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김상훈(자유한국당·대구 서구) 의원은 “개정 법안이 모두 수긍할 만한 합리적 대안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래서 사망한 반려동물의 화장 수요가 증가해 가는 현실을 감안해 시립 공설 동물화장장 건립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포항시의회 주해남(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민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동물화장장의 관련 법규 개정을 위해 지자체가 국회 건의 등을 통해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주장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는 모두에게 어려운 숙제이다. 동물화장장이 그 어려운 숙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TK에는 정치만 있고 ‘경제는 없다’

정치인들을 보고 흔히 일반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됐으리라 짐작한다. 평소에는 민생, 경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얘기하면서도 정작 정치판에 들어가 하는 걸 보면 언제 그런 말을 했던가 싶고, 또 경제야 어찌 되었건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태를 너무 자주 보이니 나오는 말일 것이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월 중순께 대구에서 지역 기업인들을 만나 민부론(民富論)에 대해 강연했다. 이 민부론은 자유한국당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항해 만들었다는 경제정책인데, 여기에는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가구당 연간소득 1억 원 등 부자나라 만드는 정책이 들어있다고 한다.그런데 황 대표가 다녀가자마자 정의당 대구시당에서 긴급논평을 내놨다. 요지는 전국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대구에서 어떻게 민부론 얘기를 꺼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비판에는 물론 민부론을 대기업 편향 정책으로 보는 정의당의 판단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경제 이슈 선점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수, 진보할 것 없이 그렇다.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이만한 재료가 없을 것이고 또 현재 경제 상황이, 민생의 어려움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대구에서는 지난달 일부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침체한 지역경제 상황 때문인지 경제 관련 기관의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10월17일 대구국세청, 한국은행대구경북본부 합동국감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지역의 대표정치인 중 한 명인 바른미래당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이 대구 GRDP(지역내총생산)가 26년째 전국 꼴찌라는 점을 거론하며 두 기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두 기관 수장에게는 또 지역 경제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 지역경제를 살려낼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도 했다.장관을 했던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 남구-울릉) 의원도 이날 대구국세청장과 한국은행대구경본부장에게 맨날 꼴찌고 바닥인 대구·경북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반적인 심층 대책을 제시하라고 했다.그런데 당시 두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지역 정가는 물론이고 세간에서 흘러나온 말들이 그리 곱지 않았다. 시민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경기 탓에 속앓이하고 있는데,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살펴야 할 지역 국회의원들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왔다.통계상 경제지표는 물론이고 시장의 체감경기까지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두 의원의 말이 마치 자신들하고 전혀 상관없는 일에 훈수 두는 듯한 태도로 비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절실함이 안 느껴졌다는 것이다.한술 더 뜬 것은 황교안 대표의 민부론 강연에 동행했던 자유한국당 김광림(안동) 최고위원이 지역 기업인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나서면 대구도 GRDP 자체가 전국 평균으로 따라간다.” 물론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지역민들은 그동안 봐온 지역 국회의원들의 처신에 숱하게 실망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 낙담했을 것이다.정치가 무엇일까.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걸 정치의 역할이라고 본다면, 먹고사는 일, 경제는 당연히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는, 정치인은 그렇게 하고 있는가.국민이 생업을 제쳐놓고 거리에 나가 정치가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정도라면, 이런 정치는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막힌 일은 정례행사처럼 이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치는 달라지지 않았고, 심지어 달라질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요즘 지역에는 ‘지역경제는 나 몰라라 하고 정치만 하려는 정치인들만 있다’는 말이 떠돈다고 한다. 국민에게 온전하게 힘 있는 날인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민생은 챙기지 않고 정치만 하려는 가짜정치인이 있다면 심판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라도 해야 먹고사는 일에 그나마 그들이 관심이라도 가져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3차순환도로 완전개통 추진하자

주한미군 기지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그 구역과 시설물이 보호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은 이곳을 성역같이 생각한다. 그런데 8월 말 정부가 국내 미군기지의 반환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물론 미군기지 반환이 이때 처음 언급된 것은 아니다. 이미 2003년 한·미 정상 간에 이 문제에 대한 공식합의가 있었다. 당시 국토 균형 발전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 96개 지역에 흩어져 있는 미군기지(244.6㎢)를 통폐합, 재배치하기로 한 것. 따라서 8월 발표는 2003년 후속 조치로, 반환 예정 미군기지 80개 가운데 반환이 늦어지고 있는 26개 기지에 대해 빠른 이행을 촉구한 것이다.당연히 50년 넘게 미군기지가 있는 대구·경북에서도 정부 발표는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구·경북에서 추가 이전될 미군기지는 없다고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조기반환 지역은 미군기지 전체가 이전 대상지가 된 지역으로, 대구에는 이 조건에 해당하는 미군기지가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미군기지 추가 이전 필요성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도심 개발 차질과 시민들의 재산권 피해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15개 지역에 미군기지가 있다. 대구는 6개 지역에 416만㎡(4.16㎢) 부지, 경북은 9개 시·군에 대구보다 큰 부지가 기지 및 공여지로 제공되고 있으며, 그 주변 지역도 사용과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그중 대표적인 곳이 대구 남구다. 남구에는 반경 2km 안에 1950년대부터 주둔 중인 미군기지(캠프워커 등) 3곳이 있는데, 그 규모가 주거 및 편의시설, 골프장, 학교 등이 들어선 공여지까지 포함해 108만7천972㎡에 이른다.당연히 이들 미군기지는 남구가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대도시 도심 개발사업의 핵심축이 되는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번번이 좌절됐고 그나마 진행된 사업도 미군기지를 요리조리 피해 개발되면서 시가지 도로가 기형적인 형태를 띠게 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각종 개발의 소외가 계속되자 지역민들과 자치단체는 지속해서 기지 반환을 요구했고 결국 2002년 미군 부대 내 헬기장 부지 일부 반환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미 양측이 세부 조정에 합의하는 데만 또 17년이 흘러 올해 6월에야 대구시와 국방부, 주한미군 측이 반환 절차에 들어가기로 서명했다. 거기에는 캠프워커 헬기장 부지(면적 2만8천여㎡)와 헬기장 A-3 비행장 동쪽활주로(길이 700m)가 들어가 있다.그런데 문제는 대구 3차 순환도로의 완전 개통을 위해 꼭 필요한 캠프워커 헬기장 서편활주로 680m 구간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1999년 6월 완공된 대구 3차 순환도로는 전체 25km 가운데 1.38km 구간이 미군 부대에 막혀 20년 이상 미개통되고 있다.더구나 이 서편활주로 680m 구간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반환 협상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들리는 얘기는 국방부, 대구시, 시민단체와의 협조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그 지역 기초단체장의 발언이 전부일 뿐이다.이곳에는 현재 미군 숙소, 매점, 차량정비소 등이 들어서 있는데, 만약 이 시설물과 도로에 편입되는 부지를 이전해주는 대가로 인접 지역의 땅을 제공하게 된다면 대략 1천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 것이라고 한다.미군기지는 6·25전쟁 이후 미군이 본격 주둔하게 되면서 만들어졌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었던 만큼 국민들은 그 오랜 시간 재산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견뎌왔다. 하지만 50년이 넘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은 군사 전략과 전술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또 미군의 주둔지 선정에서도 과거와 다른 선택지를 제공했을 것이라 판단된다.대구시는 지역민들의 요구와 주변 상황의 변화 등을 충분히 고려해 미군기지라는 이유만으로 지레 포기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 미반환 미군기지의 추가 반환이나 이전 문제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마침 이 정부에서도 미군기지 반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니 지방정부에서도 시민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이참에 한번 추진해 보자.

편 가르기

최근 우리 사회가 광장집회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한·일 경제 갈등, 미·중 무역 전쟁, 미·북 핵회담 등 중요하고 시급한 국가적 현안들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지만, 여기에 눈 돌릴 여력이 없을 만큼 온 나라가 광장에서 벌어지는 편 가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실 편 가르기는 우리에게 전혀 낯선 것도 아니다. 아이 때는 여러 놀이를 하기 위해 편 가르기를 했었고, 좀 더 커서는 죽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였다. 물론 어른이 돼서도 이런 성향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소위 ‘끼리끼리 문화’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니 말이다.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광장의 편 가르기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감정대립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가볍게 봐지지 않는다. 그동안은 거의 매 주말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극우 진영의 집회만 볼 수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여기에 보수, 진보라는 진영까지 가세해 서로 범보수니, 범진보니 부르며 세 대결로 번져가는 모습이다.게다가 주말 집회가 끝나면 어느 쪽 집회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렸는지가 또 다른 이슈가 되기도 한다. 참석자 수로 어느 진영이 이겼는지 결정 짓는 분위기를 보면 과연 이게 정상인지, 뭘 위한 것인지 의아스러울 정도다.그런데 합치되는 부분이 시쳇말로 1도 없어 보이는 이들이 ‘나라가 잘돼야 한다는 애국심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고 똑같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또 희한하다. 애국심이라는 동기와 국익이라는 목표는 동일한데 어떻게 저렇게 죽기 살기로 싸움질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민주주의 국가에서 개개인이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두고, 합법적인 방법으로만 한다면 누가 뭐라 하고 또 이를 부정적으로 보겠는가. 다만 요즘 광장 집회와 이와 관련된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과연 이런 식의 편 가르기를 하는 목적이 이들의 주장대로 애국심 때문이라는 게 쉬이 공감이 가지 않는다. 국익이라는 알맹이 없이 세 과시라는 겉 포장에만 신경 쓰는 건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서로 세를 과시하며 그것이 전체 여론인 양 포장하고, 또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포장된 세를 이용하는 행태가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 침묵하는 많은 국민은 과연 동의할까?더욱이 편 가르기 집회에 대해 정치권이 쏟아내는 말들은 국민을 과거 어느 고위공직자의 말처럼 개, 돼지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염치가 없고 볼썽사납기까지 하다.그래도 아이들의 편 가르기에서는 게임의 룰이 지켜지고 또 그 결과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승복이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겉보기에 이길 가능성이 커 보이는 쪽으로 가려고 행동하는 약삭빠른 친구들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놀이는 재미와 친교라는 목적에 충실했던 것 같다.그럼 지금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 가르기도 그럴까. 어른들이 하는 편 가르기는 대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 추구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론 이념이나 신념이 달라 대립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이 외에 다른 이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편 가르기와 관련해 재미있는 주장이 있다. 학자 중에는 사회의 편 가르기가 ‘부추김’과 ‘따라 하기’ 때문에 증폭된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즉 대중의 부추김과 따라 하기 심리를 여러 진영에서 편 가르기를 강화하고 확산시키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인터넷이나 SNS에서 하는 댓글 달기와 동의-비동의 누르기도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정치권에서 시작된 쟁점의 경우 편 가르기 구도가 직접 당사자인 정당을 넘어 지역, 계층, 세대로까지 확장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경우 특정 세력의 의도적 부추김과 맹목적 따라 하기가 일정 부분 작용하지 않았겠나 하는 의혹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집단의 편 가르기는 때론 개인에게 곤혹스럽고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스스로 물어본다. “혹시 내가 부추김과 따라 하기에 가세한 것은 아닌가?

/이슈추적/ 이월드 아르바이트 직원 다리 절단 사고

얼마 전 있었던 대구 놀이공원 ‘이월드’의 아르바이트 직원, 22살 청년의 다리 절단 사고에 시민들이 공분했다. 관련 당국의 조사에서 이월드가 경영 개선을 위해 그동안 직원 관리와 놀이기구 안전 관리 등을 소홀하게 해 온 사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해온 ‘정규직 감원, 비정규 아르바이트직 충원’ 이라는 인력 운용관리 방식이, 결국 미숙련자인 아르바이트 직원 한 사람에게 놀이기구를 맡겨야 하는 상황을 만들게 됐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그나마 이들 아르바이트 직원들마저 필수 인력으로만 운용되다 보니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휴식시간 확보를 위한 ‘위험한 행동’이 아르바이트 직원들 사이에서 관행처럼 있어 왔고, 이들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회사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외면해 왔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특히 이월드는 근로환경 개선과 늘어나는 인건비 충당을 이유로 2017년, 2019년 두 차례나 입장료를 인상해 놓고도, 정작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놀이기구 안전관리 보완이나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보다 경영지표 개선에만 집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랜드그룹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이월드를 통해 2018년 12월 2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이 외에도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그동안 관련 법을 교묘하게 악용한 점도 드러나, 모기업인 이랜드그룹이 기업윤리를 내팽개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놀이기구 안전관리 구멍…위반사항 수두룩이월드가 사고 이후 관련 당국의 안전점검에서 위반 사항 36건이 적발됐다.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최근 안전보건공단과 합동으로 벌인 안전보건 감독에서 이월드는 △놀이기구 체인, 벨트 등 회전부 방호덮개 미설치 △고소 작업장 안전난간 미설치 등 협착, 추락, 감전을 유발할 수 있는 위반 사항이 다수 적발됐다.또 놀이기구를 담당하는 안전보건 조직이 관리 부서에 포함된 탓에 독립성과 책임성이 취약하고 시설, 설비 담당 부서보다 위상이 약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이에 따라 서부지청은 안전보건 조직을 대표자 직속 기관으로 두도록 하고 안전보건 전문가를 보강하도록 지도하는 등 위반사항 36건을 시정명령하고 2건을 권고 처분했다. 또 위법 사안이 중대한 28건은 고용노동부 조사를 거쳐 사법처리하고 10건에 대해서는 3천17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이와 함께 운영 적자를 이유로 놀이공원 입장료를 올려놓고 그동안 정규직 직원은 줄이고 비정규직 직원은 늘려왔던 사실도 확인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월드는 2017년과 2019년 각각 평균 10% 정도 입장료를 인상했다. 당시 이월드가 담당 기관인 대구시에 제출한 인상 사유는 △물가 상승 △최저임금 인상 △신규 놀이기구 시설 투자 등이었다. 이런 명분으로 입장료를 인상해 놓고도 이월드는 정규직 인력 충원에는 소홀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월드는 2017년 4종의 놀이기구를 새로 도입하면서 정규직을 182명까지 충원했지만, 이후 경영난을 이유로 2018년 176명, 2019년 170명 등으로 정규직 수를 줄였다. 반면 비정규직은 2016년 100명에서 2017년 90명으로 줄었다가, 2019년에는 133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이 중 단기근로자(아르바이트 직원) 수가 2016년 43명에서 2019년 59명으로 증가했다.이외에도 이월드가 놀이기구 전담 운영 부서를 최소 인력으로 관리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9종 놀이기구를 정규 직원 5~9명이 도맡았던 탓에 대부분 놀이기구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혼자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할 현장 안전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책임감과 전문지식, 숙련도 면에서 부족한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력 운용 구조로 인해 놀이기구에는 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미숙련 아르바이트 직원이 혼자 관리이월드의 변칙적인 비정규직 고용 행태도 또 다른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월드에 따르면 8월 현재 근무 중인 아르바이트생 272명(주말 187명, 주중 85명) 가운데 10~11개월 근무한 뒤 퇴직했다가 재계약한 이들이 23명(8.45%)이다.이월드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할 때 △최초 6개월 계약한 뒤 연속 재계약을 원하면 최대 5개월까지만 계약을 갱신하거나 △11개월 근속 이후 수개월 휴직 이후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고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12개월 미만 근속한 노동자는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맞추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게 전직 직원들의 말이다.다리 절단 사고 부상자와 교대 근무하려던 20살 아르바이트 직원도 회사 측의 권유로 10개월, 2개월, 6개월 등으로 시차를 두고 계약해 왔다는 것. 결국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수시 해고, 채용이라는 고용 방식이 이들에게 놀이기구 조작을 익숙하지 않은 일이 되게 했다는 것이다.이월드가 비용 때문에 노후 놀이기구 교체보다는 신규 놀이기구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놀이공원을 운영해 온 점도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이월드는 현재 전체 놀이기구 29종 가운데 20년 이상 돼 정기 안전성 검사 대상인 기종이 21종(72%)에 이른다.이 가운데 특히 안전성 확보가 중요해 반기별 점검 대상 기종이 15종에 달하고, 14종(48.2%)은 1995년 3월 이월드 전신인 우방타워랜드 개방 당시 설치한 것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허리케인도 1995년 개장 당시 설치된 놀이기구다.이월드 역시 노후 놀이기구의 계속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 때문에 수년 전 노후 놀이기구에 대해 전면 수리, 개선을 검토한 적이 있었지만 비용이 예상외로 많이 추산되자 그만뒀다는 것이다.대신 단종된 놀이기구의 경우 부속품을 특별제작 의뢰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대체해 수명을 연장해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다수 놀이공원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노후 놀이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한편 놀이공원 운영 및 시설에 관해 규정한 관련 법의 미비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관광진흥법 등 관련 법에는 설치 후 10년 이상 돼 탑승객, 직원을 해칠 수 있는 놀이기구가 연간 2차례씩 엄격히 점검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규정은 있지만, 정작 안전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놀이기구 사용 가능 연한이나 부품 교체 주기 등에 관한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사고 개요 및 경찰 수사8월16일 오후 6시52분께 이월드 내 놀이기구인 열차형 롤러코스터 ‘허리케인’에서 근무하던 아르바이트 직원이 열차와 레일 사이에 다리가 끼어 오른쪽 무릎 10cm 아래 부위가 절단됐다. 부상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 구급대원에 의해 10여 분만에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다. 경찰과 이월드에 따르면 부상자는 출발하는 놀이기구인 열차 맨 뒤 칸에 매달려 있다가 탑승 지점에서 뛰어내리려던 중 사고를 당했다.전담팀 30명을 꾸려 수사했던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한 회사 대표이사를 비롯해 놀이기구 현장관리 매니저와 팀장 등 7명을 9월9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사고 발생 당시 근무 상황 관리 및 감독을 소홀히 하고 평소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은 특히 이번 사건의 직접 사고 원인으로 지적된 ‘열차 뒤에 올라타는 행동’이 관행처럼 이뤄졌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월드 전, 현직 아르바이트 직원 400여 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상당수로부터 ‘이 같은 일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이를 관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주민소환제

오스트라시즘(Ostracism, 도편추방제)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에서 국가에 해를 끼칠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을 시민들이 비밀투표로 뽑아 10년간 국외로 추방한 제도를 말한다. 유권자인 시민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한 제도였지만 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변질하면서 결국 소멸했다.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 대의정치, 즉 간접 민주정치가 보편화하면서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주민투표제, 주민발안제, 주민소환제 등 직접 민주정치 요소가 가미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민소환제의 선례로 이 오스트라시즘을 꼽는다.요즘 경북 포항에서는 시의원의 주민소환 추진을 놓고 주민들의 입장이 갈려 어수선하다고 한다. 편이 갈리는 근본 이유는 ‘어떤 일이 주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곧 ‘그 어떤 일’의 범위를 둘러싼 해석을 두고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2019년 2월부터 포항시는 남구 오천읍에 건립한 ‘생활폐기물 자원화시설’의 가동에 들어갔다. 국·시비와 민자 등 1천5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이 시설은 하루 500t 규모의 생활쓰레기를 연료화해 시간당 12.1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그런데 시설이 가동되자 그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시설 가동으로 인한 대기오염 등을 문제 삼아 5월부터 시설의 가동 중단과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지 않았다고 해당 지역 시의원 2명에 대해 주민소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그러자 얼마 후에는 이 지역의 또 다른 주민들이 주민소환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원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의원 주민소환을 청구한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고,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이 생기고 지역 이미지가 손상된다며 주민소환 즉각 중단을 요구한 것.어느 쪽 주장이 타당한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어쨌든 주민소환제가 구체적 적용에서 집단 간 갈등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수개월째 주민 갈등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주민소환법 자체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 주민소환법과 그 시행령에 제정 목적과 청구 서명인 수 등 요건만 갖춰져 있을 뿐,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 행위나 사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그래서 특정한 목적을 갖고 주민소환제를 악용하려고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의 지역정책 참여 및 관심을 높여 지방자치를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주민소환법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나라 주민소환제는 2006년 5월 제정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주민소환법)’에 근거해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출직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들이 직접 소환할 수 있게 됐다.이익집단의 남용 등 부작용은 물론 가볍게 볼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주민소환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자치단체의 불합리한 행정을 견제하는 등 실보다 득이 많은 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실제로 법 시행 이후 주민소환법으로 직을 상실한 사례는 2007년 경기도 하남시의 시의원 두 명뿐이다. 그만큼 악용과 남용 가능성이 우려할 정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민소환법이 적용 대상인 선출직 정치인에게 도입 취지에 맞게 실질적 견제 효과를 내게 하려면 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같은 이유에서, 국민들은 또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법(국민소환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선출직 가운데 대통령을 비롯해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은 임기 중이더라도 제도적으로 유권자가 직접 재신임 여부를 물을 수 있지만, 유독 국회의원은 일단 선출만 되고 나면 유권자들이 이들을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사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막말과 음주추태 등으로 자질 논란을 일으킨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국민소환제 도입 요구가 빗발쳤지만, 국회는 그동안 관련 법안을 발의만 해놓고 자동폐기 시키는 방법으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해 왔다. 현재 20대 국회에도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이 3건이나 계류된 상태이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6월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청원이 올라와 단기간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