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느와르와 일류(日流)의 추억, 그리고 한류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최근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한류의 기세가 그 어느 때보다 세차다. 지난 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휩쓴 ‘기생충’의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최고의 독립영화 영화제라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것에 이어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BTS(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다. 정규4집 ‘MAP OF THE SOUL’이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200’과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래미어워즈(The GRAMMYs)’만 받게 되면 ‘아메리칸 어워드(AMAs)’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 이어 미국의 3대 음악상을 모두 수상하게 되는 것이다.이처럼 올해도 한류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뿌듯하고 기쁜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더군다나, 한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가 약 5조 6천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내심 한류가 이대로 쭉 안정적으로 성장만 해 준다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도 크다. 문화유산이 많아 관광으로 먹고 사는 여느 유럽의 몇몇 국가들을 생각해보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것 같다는 황당한 생각까지 해 볼 정도로 말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의 한류는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한 때 역내에서 반짝이다가 세계화에 실패한 홍콩 느와르(noir 암흑가를 무대로 한 비정한 범죄물)나 세계화 과정에서 쇠퇴해버린 일류(日流 또는 J-Wave)처럼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주윤발이나 유덕화 등이 주연으로 열연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홍콩 느와르는 1980~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을 휩쓴 바 있다. 하지만, 1997년 홍콩 반환을 전후로 홍콩 영화계 전반이 몰락하는 가운데 어느 샌가 우리의 관심사에서 사라졌다.홍콩 느와르보다 더 영향력이 컸던 일류 또한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일류는 만화는 물론이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이웃집 토토로’ 등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등 게임, 키티나 도라에몽 등 캐릭터, J-pop(일본의 대중음악), 드라마 등 모든 문화콘텐츠 부문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크게 유행한 바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서서히 힘을 잃어갔고, 최근에는 한류에 밀려 그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1979년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 에즈라 보겔(Ezra Vogel)이 ‘Japan as No.1’이라 칭송할 정도로 막강했던 국가 경쟁력의 쇠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자, 이제 우리의 한류를 생각해보자. 한류 이전에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을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현대, 삼성, L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그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조선 등의 산업에서 혁신적인 상품들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고, 이들 부문에서만큼은 세계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 본격적인 세계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류도 한국산(Made in Korea) 상품에서 시작됐고, 탄탄한 경제와 산업 기반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성장해 왔다는 말이다.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고, 개도국의 급성장 등으로 산업 경쟁력 또한 위협받고 있다. 만에 하나 우리 경제와 산업이 일본처럼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면 한류도 쇠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자랑에 마지 않는 한류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경제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돼야만 하는 것이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성을 주제로 한 '동방예의지색'전시 열어

“섹스가 감추고 부끄러워해야 할 대상인가요? 가장 자연스러운 본연의 행위가 아니던가요? 끌리는 느낌과 서로에게 다가가거나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강렬하면서도 종종 절박한 바램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선 듯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섹스를 주제로 전시회를 마련한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이우석 회장은 전시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과 정의로 부정적으로 인식된 ‘섹스(sex)’를 재정의 하고자 마련된 전시 ‘동방예의지色(SEX)’이 대구 중구 대봉동 보나갤러리와 경북 칠곡 가산 갤러리오모크에서 열린다.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권기철 작가를 비롯해 김아영, 신상욱, 양성옥, 이우석, 허재원 등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소속 16명의 작가와 수니아 등 프랑스 작가 8명이 참여해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이번 전시는 2019년에 이은 두 번째 기획전으로 예술작품을 통해 ‘섹스(SEX)’를 만나는 특별한 전시다.보나갤러리에서 만난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이우석 회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섹스가 목적지향적인 행위가 아니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의 경이로운 표현이라는 것을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표현해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우리는 판단하고 규정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섹스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분방함과 즐거움으로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는 대신에 오히려 억눌러 오기만 해 섹스가 왜곡되고 부끄러운 일로 치부돼 왔다”고 했다.감추고 움츠러든 성에 대한 이야기를 당당히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이번 전시 ‘동방예의지色(SEX)’은 다음달 28일까지 이어진다.유료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미성년자는 관람할 수 없으며, 입장권 한 장으로 보나갤러리와 갤러리오모크 등 두 곳에서 모두 관람 가능하다. 문의: 053-422-1293.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인사가 망사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흔히 인사가 만사라 한다. 인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구성원이 몇 명 되지 않을 땐 유능한 리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가능하고 또 효율적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전체 과업을 합리적으로 분할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밖에 없다. 이는 위양한 하위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어 그에게 일정한 범위에서 리더의 권한을 함께 넘겨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업과 권한은 동전의 양면이다.조직은 권한위임 과정에서 형성되는 분임단위의 계층이다. 조직은 권한위임의 결과물이자 리더십의 도구인 셈이다.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조직이 잘 짜여있고 그에 맞는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적재적소 배치는 인사의 종점이라 할 만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표현할 만큼 중요하다는 말은 적재적소 배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적재적소 배치는 성과와 능력 그리고 공정성에 의해 좌우된다. 성과는 경력으로 나타나고, 능력은 전문성으로 측정된다. 공정성은 사적인 감정이 배제된 불편부당한 리더십 하에서 바로 선다.인사에서 경력과 전문성이 무시되고 사적인 인연이나 호불호가 개입되면 적재적소 인사가 실현되기 어렵다. 인재가 조직의 적재적소에 배정되지 못하면 위임받은 조직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고, 그 목적 달성은 물 건너가고 만다. 인사를 잘 하면 만사가 문제없이 잘 돌아가지만 인사를 그르치면 만사가 망사가 된다. 각 조직에 속하는 직책의 직무를 분석해 그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교육·훈련시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인사관리의 모든 것이다.국가조직의 인사라고 별다를 건 없다. 그 사람이 거쳐 온 경력과 전문성을 분석해 성과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다음 최종적으로 인사권자의 사적인 관계를 걷어내고 공정하고 사심 없는 인사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직무가 요구하는 경력도 없고 전문지식도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을, 단지 사적인 인연이 있거나 선거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적인 빚을 갚는다는 목적에서 인사를 감행하는 것은 공을 버리고 사를 취하는 어리석은 일이다.성인군자를 장관으로 발탁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완전무결한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로 내보내라는 말이 아니다. 평균적인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래도 눈감아줄 수 있다. 사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경력이나 전문성을 문제 삼지 않을 터이다. 그 직책을 감당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춘 인사라면 설사 인사권자의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시비를 걸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욕먹을 사람만 용케 골라내는 희한한 선구안에 혈압이 오를 뿐이다. 국민의 화를 돋우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저 보통만 해도 감지덕지할 텐데.최근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비록 다른 이유가 차고 넘치겠지만, 인사 실패에 대한 국민의 질타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원전폐기 등 정책실패도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 탓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을 잘 아는 검사출신이 칼을 잡아도 될 동 말 동하다. 사법부 판사 출신에게 계속 그 임무를 맡기니 감정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잘 풀릴 리 만무하다. 외교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도 마찬가지다. 비전문가 문외한이 수장을 맡는 것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 그런 부서가 잘 돌아간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자잘한 외교적 실수와 외교정책의 표류, 아파트 가격 폭등과 전월세 대란, 역대 급 청년실업, 교육정책 불신, 코로나 방역 실패 등도 다 마찬가지다. 사계 전문가나 베테랑을 인정하지 않으니 아마추어 수준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실패는 예정된 결과일 뿐이다. 스스로 자기 눈을 찌른 격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도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의 수사기관장에 수사경험이 없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마치 섶을 지고 불길로 들어가는 꼴이다. 이 정도면 정말 인사가 망사다. 이런 어설픈 정부를 믿고 의지하기엔 세상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간다. 복 받을 생각만 하고 있기엔 나라사정이 너무 어지럽다. 각자도생이 유일한 살길이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마음을 다잡을 일이다.

김병욱, “정인이 사건 계기로 정부·지자체가 아동학대 업무 직접 맡아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사망 사건을 추적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남·울릉)이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학대 업무를 직접 맡아 책임지는 행정시스템을 갖출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젯밤 우리는 (방송을 통해) 악마를 보았다.16개월 정인이에게 이 세상 지옥 그 자체였을 것”이라며 “정인이를 죽인 것은 저 양부모뿐만이 아니다”고 했다.이어 “어린이집, 소아과 의사, 양부모의 지인이 세 차례에 걸쳐 정인이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지만 양천경찰서 담당자들은 매번 양부모를 무혐의로 처분했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다. 담당 경찰들은 주의나 경고로 하나 마나 한 처분만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도 우리 정인이를 하늘로 보낸 부역자나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공무원 늘리면서 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제대로 확충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국민 앞에, 하늘로 간 정인이의 영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특히 정인이 사망의 공범과도 같은 경찰은 책임을 통감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하며 경찰청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도 더이상 아동학대 사건이 남의 일인 양 방치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학대 업무를 직접 맡아 책임을 지는 행정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경주시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

경주시가 30일 0시를 기해 내년 1월3일 24시까지 한시적으로 경주 전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경주지역에 지난달 28일부터 한 달 사이 11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의료인, 보건의료전문가, 기관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경주시생활방역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대시민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제3차 대유행 양상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재확산되고 있”면서 “최근 경주에서도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매우 크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유를 설명했다. 경주지역은 30일 0시를 기해 모든 노래연습장의 영업이 중단됐다. 또 카페와 일반음식점은 2단계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되 5인 이상 동반 입장이 금지된다.다만 9시 이후 포장과 배달은 허용된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은 50명 미만으로 참석인원이 제한되고 사우나 등 목욕탕의 경우 시설 면적 8㎡당 1명에서 16㎡당 1명으로 제한된다. PC방, 오락실, 멀티방, 학원, 독서실, 이·미용원, 상점, 마트는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중단된다.또 50인 이상의 집합, 모임, 행사도 전면 금지된다. 국민체육센터, 화랑마을 등 국공립시설과 경로당의 운영도 전면 중단되며, 경주 전역 전통시장의 노점상에 대해서도 영업이 중단된다. 특히 정규예배, 미사, 법회, 시일식 등 대면 종교행사는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된다.앞서 경주시는 지역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강읍과 내남면에 각각 임시선병진료소를 운영하고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총 3천49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또 집단발생에 대비 산대초 527명, 내남초 96명, 풍산금속 안강사업장 1천919명, 양북초 136명, 경주여고 453명 등 총 3천131명에 대해 선제적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경주시는 지난 28일부터 감염경로를 국악전수 관련 21명, 안강지역 38명, 내남지역 아동센터와 교회 관련 15명, 성광교회 관련 17명, 기타 타지역접촉자 등 18명으로 조사됐다. 으며, 연령별로는 어린아이부터 50대까지 60명, 60대 이상 50명으로 집계돼 연령층에 관계없이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내년에는 잊히길 바라는 말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코로나19가 이 정도까지 맹위를 떨치지만 않았더라면 연말인 지금 많은 연례행사들이 제한적이나마 열렸을 것이고 또 준비로 한창 바쁠 때이기도 하다. BTS(방탄소년단)와 영화 기생충을 대표로 한 한류의 대성공으로 국민 모두가 주목하는 문화예술계의 행사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재계와 산업계도 마찬가지로 올해의 히트 상품, 기업인, 기업 등과 같은 각종 시상식들이 이미 열렸거나 준비 중이었을 것이다.물론 새해가 되려면 아직 1주일 정도 남아 있어서 이미 계획됐던 행사들은 비대면이든 아니면 강한 방역조치 하에서 제한적이든 실행되겠지만 예전만큼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이외에도 연례적으로 발표되는 각종 사회인식조사와 통계 등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힐 가능성이 크다.그 중에서도 지난 주 발표된 정부의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기대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참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특히나, 전반적인 정책 방향과 세부 정책 과제가 얼마나 정합적으로 구성돼 있는지, 시장은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지, 재정 여건은 정책 목표 달성에 충분한지, 다른 정책 대안들은 없는 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슈들 때문에 이대로 묻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는 말이다.가장 대표적인 이슈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둘러싼 공방이다. 백신의 안전성이 우선이라는 측과 지금 상황에서는 조기 백신 접종만이 답이라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대규모 실험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백신 선구매 계약 정도는 할 수 있었지 않느냐는 반문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도 든다. 철저한 방역조치의 실천으로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피해 부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단기 충격을 최소화하고, 그 과정에서 안정성이 확보된 백신을 공급해 사회적 면역을 확대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또 다른 이슈는 부동산 대책이다. 새롭지도 않은 이슈이기도 하고, 이미 수차례 언급한 이슈여서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차기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의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과 대안이 제시되자 마자 시장이 크게 술렁이면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부동산 대책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그저 앞으로도 부동산 대책에 대한 큰 변화는 기대할 수 없겠거니 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경제성장률 목표치도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기대를 약화시키는 데 한몫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세부적인 내용들을 제외하고 3.2%라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만 보면 국내외 타 전망기관들에 비해 너무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책당국의 위기 대응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면 충분히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할 수 있고, 시장도 이에 반응할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만 유독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것은 아마도 녹녹치 않은 대내외 환경이 가져올 리스크를 더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이외에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낮은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책당국의 기대만큼 정책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그만큼 약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년도에 우리 경제가 얼마나 회복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 하는 것은 올 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그래서 그런지 지난 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잠시 회자됐던 천학지어(泉涸之魚)란 말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돈다. 마른 샘의 물고기라는 뜻으로 대게는 거품으로 서로를 적신다는 뜻의 상유이말(相濡以沫)과 같이 쓴다고 하는데, 좀 과장하자면 지금의 우리 경제와 국민들의 삶이 마치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로를 의지함으로써 버텨내는 물고기의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아무쪼록 새해에는 정책당국의 의지가 시장에서 제대로 발현돼 언제 이런 사자성어가 회자됐는지조차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청년국민의힘, 아동학대 실태 점검 및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국민의힘 청년당 청년국민의힘이 23일 아동학대 실태를 점검하고 근절 방안을 모색하고자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는 ZOOM을 이용한 언택트 화상 형식으로 진행된다.먼저 장형윤 아주대학교 교수가 ‘아동학대 신고 및 발견에 대한 문제점과 학대피해아동 사망 원인’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다.이어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가 토론에 참석하는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가족담당관,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경찰청 아동청소년과,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아동학대 현황과 근절 방안들을 모색할 방침이다. 청년국민의힘 공동대표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 10월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정인이를 살인죄로 기소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날마다 커지고 있고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아동에 대한 학대는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며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시급성과 국민들의 우려가 높은 상황을 고려해 긴급 언택트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김병욱 의원의 유튜브로 생중계될 예정이다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백신효과에 감춰진 리스크 대응이 중요하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았다.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잠시나마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가 겨울 들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들의 백신접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글로벌 경제도 백신주도형 V자 회복이 생각보다 빨리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점차 커지고 있기도 하다.이런 기대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살아나고 있는 수출 실적이 앞으로는 좀 더 빠른 속도로 좋아질 것이고, 관련 기업들은 누구보다 먼저 백신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부문도 마찬가지다. 주요국들과 시차는 있겠지만, 국내에서도 내년 봄이면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우리 국민 개개인은 물론 업황 부진에 시달리던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인들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이외에도 백신이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은 일일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대 이상으로 크게 우려되는 것들도 많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중소기업, 저소득층 가계 등에 대한 각종 지원책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취약계층에 속하는 가계와 한계기업에 관한 문제는 지금부터 사전 대책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회복해 가는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저소득층이나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의 경우,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회복돼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자리와 소득의 시차(time lag) 때문에 경기 개선의 온기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차 극복 과정에서는 여전히 정부와 공공부문의 지원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국가 재정 측면에서는 부담이 크게 축소되는 것도 아닐 뿐 더러 위기 후 성장력 확대를 위한 자원에 제약이 발생할 수도 있다.한계기업에 대한 문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회생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겨우 파산만 모면한 한계기업을 일컬어 좀비기업(zombie companies)이라 한다.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정부의 위기대응을 위한 지원이 끊기거나 약화된다면 이런 좀비기업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국내의 경우, 이미 이런 좀비기업들이 상장사 중에서만 4천여 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내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상장사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자영업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이 대거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상장사들과 비상장기업이지만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까지 이런 상황을 맞게 된다면 우리 경제에는 더 이상의 악재가 없을 것이다.어떤 식으로 든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생력이 없는 한계기업들을 대규모 실업이나 지역경제의 악화 방지 등의 이유로 무리하게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살리는 것도 길게 봐서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다. 물론, 기술력이나 영업력 등 경쟁력을 갖춰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때문에 위기에 처한 기업이라면 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말이다.이제 곧 2021년이 시작되고,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될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점차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는 여전히 크게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사회적 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장도 담보할 수 없다. 특히, 산업 측면에서는 구조조정과 함께 비대면화, 원격화, 탄소중립과 같은 시대적 흐름에 대한 답을 찾아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마침, 정책 당국이 우리 산업 육성 정책의 근거가 되는 최상위법인 산업발전법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구조조정이든 신산업 발전이든 이번이야 말로 누구나가 쌍수를 들어 반길 정도의 법개정안과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미국 선거가 준 교훈

오용수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바이든은 승리했고 트럼프는 실패했다. 사실상 트럼프가 자멸했다고 하는 편이 맞다. 선진 사회일수록 예측 가능한 것을 좋아하고 편 가르기를 싫어한다. 트럼프는 돌발이 많고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했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강력하게 실행하는 추진력은 뛰어났다. 또 내나라, 내편에 도움이 되면 대 환영, 아니면 내치는 이분법을 좋아했다. 아무튼 내편만 똘똘 뭉치면 이긴다는 계산을 했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한편 바이든은 강한 이미지는 심어주지 못했어도 예측 가능하고 모두를 아우를 수 있으리라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바로 여기가 승부처였다.우리도 예측 가능하고 함께 가길 좋아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취임사에서 반드시 통합과 비전을 제시했다. 그런데 요즘 편 가르기는 트럼프 못지않다. 중국과 일본을 대함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국내서도 적폐청산의 선봉에 서 칭찬을 받던 검사가 내편에게 칼을 겨누자 순식간에 팽 당했다. 개인도 10년 정도는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데, 나랏일이야 더할 나위가 없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젊은이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낸) 대출로 집사기에 혈안이다. 세입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임대차 3법을 개정했지만, 아예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마치 운전면허시험의 돌발 테스트처럼 조마조마하다.우리 국민은 믿음만 주면 잘 따른다. IMF 외환위기 때 국민들이 금반지, 금비녀를 갖고 달려 나와 극복한 일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또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생긴 바닷가 검은 기름때를 국민들이 겨울 바닷바람에도 손을 호호 불며 닦았다. 그러나 한번 틀리고 두번 속으면 그때부터는 달라진다. 콩으로 메주를 쑤어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회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내편이라도 잘못한 일은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바로 잡고, 정책과 제도도 예측 가능하게 고치면 된다.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방역과 여행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특정지역이 집중적으로 감염되면 이동을 자제하거나 막아야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으로부터 유입은 막지 못하고, 대구로의 출장이나 방문은 기피했다. 대구도 집단감염에 놀라 방역에 집중한 결과,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 됐다. 이 와중에 공연, 축제, 여행은 거의 중단됐고 관련 업종 사람들은 큰 고통을 받았다. 이제 정부도 항공, 여행, 숙박 할인 행사를 다시 재개했다. 때마침 코로나 백신도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그간 못한 일과 여행도 마스크 등 방역을 철저히 하며 해보자. 대구도 위드 코로나, 위드 일상을 선포했다.관광도 예측 가능하고 상호 호혜가 돼야 한다. 훌쩍 떠나기도 하지만, 해외여행은 대체로 2~3개월 전에 계획한다. 요즘 항공노선이 열리고, 상호 2주간 격리를 면제하는 트레블 버블이 이뤄져도 해외여행은 내년부터 본격화 될 듯하다. 그러나 위기에 몰린 항공사들은 일본과 중국에 속속 취항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처럼 우리 비행기만 일방적으로 일본의 구석구석까지 취항하면, 항공은 일시적으로 살아날지 몰라도 관광은 적자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노선을 재개하는 지금부터 상호 균형을 이뤄야 한다. 우리 비행기와 일본 비행기가 수도권 공항과 지방공항을 서로 교차 취항토록 조정하자. 양국 항공과 관광이 함께 발전하도록 설득하되, 일본이 응하지 않으면 우리도 취항을 기다려야 한다. 아쉬운 건 양쪽 모두다.중국이 한국에서 입국하는 자는 탑승 전 48시간 내 발행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두 장 제출해야 하고, 한국은 중국인을 입국 후 14일간 격리하고 그 기간 중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한다. 한국인은 검사비 약 40만 원을 자기가 부담하고, 중국인은 무료로 우리가 해준다. 이 또한 상호 호혜가 필요하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역을 강화하면 우리도 이전 일본에 한 것처럼 맞대응해야 한다. 어차피 14일격리가 있는 한 중국인 방한 여행은 어렵다.관광도 항공도 내편만 유리한 일방적인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예측가능하고 균형있게 해야 지속가능하다. 이제 우리 국민이 해외도 가고, 외국관광객도 우리 지역을 찾게 되고, 국내여행도 더 활발해질 것이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관광 위민, 관광 보국에 박차를 가하자.

화단 - 탑7/ 이해리

머나먼 스와니처럼 흘러간 어린 시절 마당이 한가득 꽃인 집에 살았다 해바라기 홍초 달리아 백일홍 분꽃 봉선화 채송화… 키 순서대로 자란 꽃들이 엷은 한지 창을 비추는 한옥이었다 어느 날 그 화단 사잇길로 얼굴빛이 흰 여승이 탁발을 왔다 여승은 색색의 꽃을 보고 탄복하였다 어머니는 왕오천축 석가라도 맞이하듯 여승을 대청마루에 모시고 이내 점심공양을 염려하였다 여승은 아무거나 괜찮다 하였으므로 뒤란 텃밭으로 간 어머니는 쪽파 한 움큼을 뽑아왔다 그러고는 금방 지은 밥에 쪽파 겉절이를 곁들여 상을 차렸다 여승은 다소곳이 서 있는 어머니에게 함께 들기를 권하여 두 분은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주 맛있게 들었다 그 매운 파를 맛있게 드는 두 분이 얼마나 놀라웠는지 나는 화단 귀퉁이로 가서 맨드라미처럼 붉은 혀를 빼물고 헉헉 뜨거운 흉내를 내보았다 정갈한 여승과 깔끔한 어머니와 그 풋여름의 환한 햇볕과 싱그러운 바람의 향내를 잊지 못한다 그때 어머니는 댓 살 밖에 안 된 나를 앞세우고 이 아이는 무엇이 되겠냐 물었다 여승은 화단을 이리 아름답게 가꾸는 분이 양육한 아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며 합장하였다그 성장 설화를 시초로 막연하게나마 화단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의 자식은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을 살 거란 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후일에 알았지만 파는 절에서 금하는 채소였다 어머니는 수능엄경을 몰랐을 것이다 다만 시장할 스님을 위해 성심껏 올렸을 것이다 스님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면서도 어머니의 정성이 참되어 감사히 받았을 것이다 나는 부자가 되지도 못하고 명성을 얻어 출세하지도 못했지만 화단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순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소박해진다 꽃을 공들여 가꾸는 사람은 사람도 정성 들여 섬기는 심성이 있다는 걸 안다 누구나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겐 꽃을 바치는 마음도 어렴풋이나마 안다 그것은 내가 배운 최고의 경전이다「수성못」 (학이사, 2020)시인은 다양한 꽃이 만발한 화단이 있는 한옥에서 살았다. 팽팽한 한지 창에 정성껏 가꿔놓은 화단이 비치는 깔끔한 집이었다. 어느 날, 탁발여승이 찾아왔다. 얼굴빛이 흰 여승과 화단을 품위 있게 가꾸는 어머니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슬프도록 순결한 여승과 순박하고 해맑은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잘 어울리는 것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상호 공경하고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도 마찬가지다.탁발여승의 고달픈 사정을 헤아려 밥을 짓는 푸근한 마음씨와 쪽파를 뽑아 겉절이 하는 소박한 정성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청초한 여승과 풋풋한 어머니의 끌림은 자연스럽다. 파가 오신채면 어떠랴. 오신채는 절에서 금하는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강한 다섯 가지 매운 나물이다. 날것으로 먹으면 화를 잘 내게 하고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을 일으킨다. 마음이 잔잔한 호수와 같은데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간들 어떠하리.꽃을 돌보는 마음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순하고 소박하다. 화단을 성실히 가꾸는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면 자식 양육은 더할 나위 없다. 시인은 어머니 공덕에 인간사 잘 풀려 가리라 기대했다. 부자도 못되고 출세도 못한 지금, 살짝 실망감이 비친다. 허나, 꽃을 가꾸는 마음은 사람을 사랑하고 정성껏 섬기는 심성이며 천금을 주고도 못 사는 최고의 가치이다. 시인은 마음이 넉넉한 마음부자다.오철환(문인)

눈 내린 새벽/ 박철언

희뿌옇게 날이 밝아온다/ 내 작은 창문을 연다/ 쏴 하고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친다/ 쇠창살 너머에는 밤새 흰 눈이 쌓여 딴 세상이다// 간밤 사납도록 덜그럭거리던 바람소리에/ 기어이 어느 죄수가 목을 매었단다/ 흰 눈이 내리고 새 세상이 오고 있었는데/ 눈이 멀어서 일까 너무 지쳐서일까// 차가운 감옥의 어두운 뒤뜰/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 시들은 잔디,/ 버려진 쓰레기 위에 덮인 순백의 융단/ 독선과 거짓의 잔혹한 어제는 끝나고/ 사랑과 멋으로 충만한 새 날이 오는 것인가// 두 손 모아 쥐고 창틀에 얹어/ 하염없이 동녘을 향해 기도하는 가슴이 된다/ 코가 눈이 시리고 흰 숨결은 짙어진다/ 귀가 얼어온다// 마침내 청계산 위로 붉은 기운이 치솟아 퍼진다/ 만상이 은빛을 내고 조용한 열기가/ 얼어붙은 영혼을 녹인다/ 오! 따뜻한 새 날이여 어서 오라!/ 흰 눈과 함께 빛나는 태양과 함께「수성문학」 (수성문인협회, 2020)죄수의 수감생활이야 다 힘들고 어렵다. 그렇지만 이른바 범털은 각별할 듯하다. 인신구속도 못 견딜 일이지만 생활환경이 급작스럽게 최악의 질곡으로 떨어지고 그 진폭의 정도 또한 엄청난 만큼, 비록 경험해보지 못한 문외한이긴 하지만, 그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어떠할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회복하기 어려운 명예의 손상과 사회적 지위의 추락 그리고 기초적 생존조건의 위협 등에서 오는 좌절감으로 조울증이 발병하기도 하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한겨울은 일반인도 편치 않은 마당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하는 수감자에겐 끔찍한 고문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눈 덮인 산야에서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밤은 순간순간이 괴롭다. 해가 뜨고 날이 밝으면 조금 나을 것이다. 바람이 매섭게 불고 흰 눈이 내리는 밤에 한 생명이 생을 포기했다. 간밤에 그리도 덜그럭거리더니만 저승사자의 발자국 소리였던 모양이다. 얼룩진 세상을 흰 눈이 백일색으로 덮어 새로운 은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이 순백의 깨끗한 세상이 온 것을 눈이 멀어 보지 못한 것인지, 날이 하얗게 샐 때를 기다리다가 지쳐버린 것인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십자가 위에도, 시든 잔디 위에도, 쓰레기더미 위에도 하얀 융단을 펼쳐놓았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잔혹한 독선과 거짓도 하얗게 묻혔다. 난삽한 과거를 청산하고 하얀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지난날의 죄와 허물을 덮어버리고 사랑과 멋으로 새로운 삶을 일궈가라는 계시다. 새 세상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새 출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내일을 밝게 비춰달라고, 태양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한다.눈, 코, 귀가 다 시리다. 코와 입에서 나온 뽀얀 숨결이 줄지어 창문을 빠져나간다. 숨결은 자유를 찾아 창공으로 흩어진다. 뜨거운 태양이 한시바삐 솟아오르길 고대한다. 마침내 태양이 산위로 솟는다. 밝은 햇살이 삼라만상을 비추고 따스한 온기가 허공을 채운다. 태양의 기운이 좁은 창문으로 들어와 얼어붙은 영혼을 어루만진다. 간밤에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묻는다. 태양을 기다리다 지쳐서 새 세상을 맞지 못하고 성급하게 떠난 친구의 슬픈 사연을 전한다. 흰 눈과 함께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태양과 함께 따뜻한 날이 왔다. 희망을 간직한 자에게 새로운 삶이 기다릴지니.오철환(문인)

대구일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서영윤 ‘반야용선’ 수상소감  

입상 발표 이틀 전에 날아든 문자, “입선 수상을 축하드립니다.”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짜릿한 희열을 주는 소식입니다. 작품은 산모와 마찬가지 입니다. 소재를 찾아 구성을 하고 글을 수없이 탈고를 합니다. 잉태와 출산입니다. 이같이 어려운 과정을 거친 작품의 수상 소식은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문학의 장르중 수필만큼 명로하게 드러나는 작품은 없을 겁니다. 원고지 15매 내에 문체, 문장, 대상의 해석, 사유와 묘사 등 작품 속에 녹아 있기에 읽다보면 모든 게 밝혀지게 됩니다. 해서 수필은 글을 쓸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문학이 아닐까 합니다.무엇보다도 수필문학의 발전을 위해 공모전을 마련 해주신 대구일보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를 통해 수필 작가들은 동기부여가 돼 한 작품 한 작품을 남기게 됩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공모전으로 수필문학이 꽃피울 수 있도록 부탁을 드립니다.특히 수년 동안 저를 지도 해주신 곽흥렬 교수님과 청도 도서관 수필반 회원님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청도 도향 독서회△청도 도서관 수필반△오후수필 회원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알면서 속았던 이번이 마지막 위기

돌이켜 보면 힘들지 않은 때가 없었고 위기 아닌 때가 없었다. 혹은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는 둥 카르페 디엠이라는 둥, 그러니까 위기이거나 중요한 시기거나 반대 이야기지만 전제는 마찬가지다. 언제나 위기다. 우리의 삶이 힘들고 우리 사회가 어렵고 우리나라가 걱정스럽다. 경제가 어렵고 정치는 후퇴하고 안보는 위태롭다.마치 학창시절, 언제나 ‘이번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닦달하던 담임선생 꼴이다. 담임선생의 공갈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라는 최대 관문에 이를 때까지 끈질기게 괴롭혔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취업 시험이 있었으니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어느 한 순간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설악산 산행 때였다. 한계령에서 소청 중청 대청봉을 거쳐 양폭산장이 있는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처음 가는 코스여서 여간 힘들지 않았다. 일행은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이제 저 고개만 넘으면 된다. 마지막 고비다’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고비는 산을 넘어도 또 있었고 내리막이라고 쉽지 않았다. 지치고 힘들었다. 그때마다 마지막 고비란다. 알면서도 속고 또 속았다.코로나19가 도무지 숙지지 않은 가운데 맞은 올 한가위는 고향 찾지 말자는 캠페인으로 시작해서 방콕으로 끝났다. 그래도 코로나는 끝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지금이 가장 위기라고, 이번 추석 연휴를 잘 보내야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했다.방역을 총괄하는 정부와 자치단체는 물론, 민간에서조차 서로 만나지 말라고 방송하고 광고하고 했지만 코로나는 비웃는 듯했다. 그래서 시중에는 잘못한 것 많고 잘한 것 없는 정부가 국민들이 모여 정부 정책과 국정운영을 비난하고 성토할까 두려워 아예 국민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금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위기라는 말은 정치권에서 즐겨 써온 국민협잡용이었다. 지금이야 그런 공갈에 넘어갈 국민도 없지만 권위주의 시절, 툭 하면 불거져 나오는 것이 북한의 남침설이었다. 북한에서 생긴 작은 동정 하나에도, 신무기 개발 소식에도, 훈련에도, 김일성이, 그 아들 김정일이 신무기를 개발했다고, 핵을 개발했으니 곧 남침해 올 것이라고 말이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았다. 심지어는 금강산댐을 개발해서 수공으로 서울을 물바다로 만든다고도 했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고도 했다. 위기라며 라면이며 일회용 부탄가스며 생수를 사재기하던 성급한 시민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망하면 끝이다. 사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어느 한 순간인들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그 순간순간을 잘못 하면 그것으로 끝이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다음 고비는 없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한국의 경제대통령으로까지 칭송 받는 그의 생애는 고비마다 혁신을 요구했고 삼성을 그 변화의 중심에서 세계적 일류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럴 때마다 ‘지금이 위기’라고 그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임원들을 소집해놓고는 ‘결국은 내가 변해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그리고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는 다 바꿔야 한다고까지 극단적으로 얘기하기도 했다.1995년 구미 삼성전자에서 애니콜 15만대를 모아놓고 불을 질렀다. 불량률 높은 제품으로는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쇼를 벌인 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반전을 통해 삼성은 애니콜 신화를 창조한다. 그는 2007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는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다”라며 특유의 위기론을 내놓았다. 2010년 경영에서 복귀한 뒤에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라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채근했다.세계 초일류 기업이 된 뒤에도 삼성은 늘 위기라고 했고, 그때마다 변화를 통해 국면을 돌파했던 그도 영면했다. 이제 그에게 더 이상 위기는 없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홍준표, “이명박 징역 17년형은 최악의 정치 판결”

무소속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이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 재수감된 것을 두고 “최악의 정치 판결”이라고 말했다.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역대 대통령 중 뇌물로 걸리지 않을 대통령이 어디 있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홍 의원은 “오늘 대법원 선고를 보니 참 어이가 없다”며 “다스는 가족회사고, 이 전 대통령 형은 자기 회사라고 주장했고, 이 전 대통령도 형 회사라고 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운전사의 추정 진술만으로 그 회사를 ‘이명박 회사’로 단정 짓고 이를 근거로 회사자금을 횡령했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제3자 뇌물 혐의도 마찬가지”라며 “최순실을 도와주기 위해 경제계의 협조를 받았다는 미르·K스포츠 재단을 뇌물로 판단했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이로부터 자유로운가”라며 “역사에 남을 최악의 정치 판결, 코드사법 판결을 보면서 문 정권의 주구가 돼 이런 억지 기소를 한 사람을 야권 대선 후보 운운 하는 것도 희대의 코미디일 뿐만 아니라 문 정권에 동조해 이를 사과 운운하는 것도 희대의 코미디”라고 꼬집었다.‘억지 기소를 한 사람을 야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이란 대목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마지막으로 홍 의원은 “문 정권도 야당 지도부도 정상적이지 않다”며 “세상이 정말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가”라고 썼다.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김원각 시인/ 조영일

사람의 일이란 정말 모를 일이다// 종일 먼 허공을 지나는 바람처럼// 살다가 오늘 떠나는 이별 마찬가지다// 니는 오래 살아라 그 말 깨우치듯// 아무 말 없이도 열 번 백번 쌓는// 목소리 파헤쳐 봐도 바람 소리 뿐이다「설산」 (2020, 한빛)경북 안동 출신 조영일 시인은 1975년 월간문학과 시조문학 추천완료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바람 길」 「솔뫼리 사람들」 「마른 강」 「시간의 무늬」 「설산」 등이 있다. 그는 내용과 형식 사이에 상존하는 긴장과 상충을 감안하면서 견고한 양식적 미덕 속에서 완미한 정형미학을 이루고 있다. 또한 근원 지향의 시정신과 공동체적 사유의 결속 과정을 추인한다. 그의 문학적 성취에 대한 유성호 평론가의 평가다. 나이가 들면 더욱 쓸쓸해진다. 흔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연륜이 깊어질수록 젊음이 부러워진다.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고 만남의 자리가 꺼려지기도 한다. 물론 노익장들도 많다. 건강을 잘 유지하면서 열정적으로 사는 예술가들이 적지 않다. 진실로 사람의 일이란 정말 모를 일이 맞다. 종일 먼 허공을 지나는 바람처럼 살다가 오늘 떠나는 이별 마찬가지다, 라는 화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너는 오래 살아라 그 말 깨우치듯 아무 말 없이도 열 번 백 번 쌓는 목소리를 파헤쳐 봐도 바람 소리 뿐인 때를 화자는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 그냥 목소리를 듣지 않고 굳이 파헤쳐 본다는 것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크기 때문이다. 제목 ‘김원각 시인’에 등장하는 시인은 친한 벗이다. 몇 해 전 타계했는데 이 시편은 그를 기리고 있다. 동도의 길을 걸으며 오랫동안 교유한 문우가 일찍 떠나버린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마음이 곡진하다. 진실로 종일 먼 허공을 지나는 바람과 살다가 오늘 떠나는 이별은 서로 부딪쳐서 또 다른 울음소리를 낼 듯하다. 생로병사의 길은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슬프다. 애잔한 심사를 달랠 길이 없다. 더구나 낙엽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시월 말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열정을 품은 시인은 또 한 권의 시집을 엮어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삶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얼마나 귀중한 정신의 소산인가? 복된 삶이 아닐 수 없다.붓을 들어 자아와 세계의 갖가지 문제를 심도 있게 시화하는 일은 필생의 업이다. 좋아서 하고 있는 일이다. 말 못할 고뇌와 더불어 환희의 시간도 적지 않다. 존재론적 성찰을 통해 삶의 진가를 맛보고 그것을 세상에 널리 퍼뜨리는 일을 하는 시인으로서는 모국어가 고맙고 함께 하는 이들이 고맙고 일이 있어 고마운 것이다. 열정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이상 인생은 더욱 애틋하고 각별해진다. 또한 두근두근하는 설렘을 간직하고 있어서 삶을 추동하는 힘을 얻는다.이번 시조집의 표제작 ‘설산’을 보자. 능선 너머에서 오는 바람이 찬 날 아무도 다가서지 못하는 날개를 펼치고 은빛의 차디찬 한낮 빙벽으로 서 있는 설산을 바라본다. 설산은 푸른 결기 음각한 팻말 둘러치고 한파 속에서 흰 뼈마디 드러낸 준엄한 적요의 표상이다. 그래서 절필의 막막함을 엿본다. 백지가 펄럭인다는 것은 글쓰기의 먹먹함과 막막함이 함께 클로즈업 된 장면이다. 점점 절필의 날은 가까워오는데 설산 앞에 서니 갖가지 소회가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자각한다. 오면 가야하고 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길이 인생이다. 가을이 쓸쓸하다 해도 따사롭게 내리는 볕살이 있어 밝고 환한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 곱게 나이든 분들을 만날 때면 닮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얼굴은 숨길 수가 없다. 한 사람의 굴곡진 궤 적이 얼굴에 다 나타난다.또다시 시작되는 하루, 한 편의 시와 함께 했으면 한다. 그렇기에 시인은 늘 붓을 촉촉이 적셔둘 일이다. 이정환(시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