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개 사과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연분홍 코스모스가 파란 하늘 아래 정겹게 하늘거린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공기다. 가을이 피부로 느껴진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이들도 이 가을 정취를 실감할까. 어찌 지낼까. 지난 일을 떠올리며 시골로 향했다. 텃밭에 심어뒀던 채소도 과일도 거두지를 못했다. 예쁜 꽃이 펴 알알이 달렸을 사과나무도 코로나로 인해 눈길을 줄 수가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사과나무로 달려가니 보조개가 가득하다. 군데군데 패이고 들어간 흠이 보인다. 옴폭옴폭 찍혀있는 사과의 뺨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홀로 견디며 힘들었을 과실들이 살갑게 다가온다.언젠가 경북에 엄청난 우박이 쏟아진 적이 있다. 한창 수확할 시기에 주먹 덩이만 한 우박이 내렸으니 많은 사과가 상처를 입었다. 맛과는 별도로 상품 가치가 떨어져 버렸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고생했던 농민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우박에 맞아 푹 파인 사과가 마치 웃는 것 같아요.” 푹 들어간 부분이 웃는 보조개처럼 보였다. 농민들은 희망을 품고 이름을 붙였다. ‘하늘이 만든 보조개 사과’라고. 보조개 사과는 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얻었다. 그래 나의 사과도 힘든 고비를 기억하며 웃고 있다. 보조개를 머금고. 잠시 보조개 사과에 눈을 주는데 병동에서 전화가 왔다. 보호자의 민원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보호자로 온 아빠는 격리돼 생활해야 하는 상황을 참는 데 한계치에 도달한 모양이다. 얼른 옷을 입고 회진하러 들어서니 아빠가 나를 보자 갑자기 두려움을 호소한다. 확진자와 함께 있는 좁은 공간에 있으니 곧 병이 옮아 올 것 같단다. 식사 때 마스크를 벗어야 하고 또 가까이서 24시간 간호를 해야 하니 너무 겁이 난다는 것이다. 잠잘 때만이라도 독립된 방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환자들로 가득한 병동이라서 가능하지 않다고 하자 이젠 목소리를 높인다. 흥분된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아빠의 코로나 공포감이 너무 커서 일단은 분리가 필요했다. 병에 걸릴까 봐 걱정인 데다가 확진돼 또 일을 못 하게 되면 먹고사는 것이 문제라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열변을 토한다. 어쩌면 좋을까. 아이에게 물어봤다. 아빠가 힘들어하니 자기 혼자서 병실에 있을 수 있다고 얼른 대답한다. 이전에도 전화 통화해가면서 혼자 있은 적도 있다며 자신 있는 표정이다. 할 수 없이 아빠를 집으로 보내 자가 격리하도록 하고 아이는 혼자 입원 생활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하지 않으랴. 코로나가 오래 가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그로 인한 마음 상함이 불쑥불쑥 드러난다. 아이 대신 아파지고 싶다며 울던 엄마의 마음도, 내가 건강해야 우리집을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던 아빠의 마음도 다 이해가 된다. 누구를 원망할 수 있으랴. 이 모든 것이 코로나라는 요망스러운 바이러스가 일으킨 것인걸. 가을이 되자 다행인 것은 선선한 바람결에 혼사 소식이 날아든다. 봄의 결혼식을 가을로 미뤄 두지 않았겠는가. 주말이면 연이은 결혼식 스케줄로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하지만, 코로나로 힘들었을 이들, 그래도 결혼식을 올릴 수는 있는 사람들에게는 제발 이 코로나가 잦아들어 앞으로 신혼 생활에 핑크빛 행복만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코로나19 치료에 투입돼 병동에서 봄과 여름을 보내었던 동료 과장이 둘이나 노총각 딱지를 떼게 됐다. 언제 국수 먹여줄 것이냐고, 봉투 준비해뒀는데 그 봉투가 낡아서 이젠 없어질 것 같다는 농담도 주고받기도 했는데 드디어 축의금 봉투를 쓸 수 있고 한껏 축복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 흐뭇하다. 새 출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라도 행복으로 바꾸어 생각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별별 사건 때문에 눈물지을 때가 많지 않던가. 순간순간 서글픈 마음이 들 때도 밝은 면, 좋은 면, 행복을 미리 떠올리고 생각하면서 긍정의 순간을 기대해야 하리라.이번 가을에는 어떤 경우에도 꼭 다르게 생각해보자. 우박에 맞아 아예 상품 가치가 없었던 그 사과가, ‘보조개 사과’로 바뀌면서 인기가 좋았던 것처럼. 사람들과 만나지 못해 어렵더라도 양 볼에 보조개를 지어가며 ‘인생이 별것이야, 까짓 거’ 하는 심정으로 좀 더 가볍고 향기 나게 하루를 맞으면 좋겠다. 가을이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이 구름 위에 빛나는 태양이 있음을 기억하며 씩씩한 걸음을 내딛기를 소망한다.

화상 치료의 추억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흔히 미용수술로만 알려진 성형외과는 실제로 하는 일은 다양하다. 그중 한 분야가 바로 화상치료다. 요즘 화상 전문병원이 많이 생겼다고 하지만, 대학병원 수련 과정에서 화상 치료의 상당한 부분은 성형외과에서 도맡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성형외과를 개원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알음알음 화상 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다.며칠 전 수술을 받고 치료를 하던 환자와 이야기하던 중 지인이 팔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예전 전공의 시절 화상 치료를 했던 경험을 되살려 치료해 보겠노라고 대답을 해 주었는데 그 말이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환자를 데리고 온 것이다.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다니던 병원에서 잔뜩 주의를 받았다는 환자는 눈동자에 걱정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일단 상처를 감고 있는 붕대를 풀어 보았다. 오전에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물이 거즈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다. 거즈를 다 떼어내고 상처를 들여 보았다.가피라고 부르는 화상으로 죽은 조직들이 군데군데 들어차 있는 2도 화상이었다. 이제 3일이 지났다고 하는 것을 보면 물집은 치료 도중에 떨어진 것 같고 진물이 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새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새살이 잘 돋아날 수 있도록 조건을 맞추어 주기로 했다.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올이 굵은 거즈를 여러 겹 덮어서 감염을 예방하고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를 높여 주기로 했다. 붕대로 단단하게 감아준 다음 이틀 동안 상처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이틀 뒤 화상을 입은 상처 주변에서부터 새살이 돋아나면서 상처가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단 이렇게 좋아지는 과정이 시작되었으면 큰 문제 없이 좋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이제부터는 속도가 중요하다. 2도 화상은 다치고 나서 2주 내외에서 치유가 이루어져야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이틀마다 한 번씩 병원에서 치료하면서 화상을 입은 상처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마침내 보름째 화상 상처가 다 나았다.그렇지만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 일단 화상을 입고 난 피부는 처음에는 붉은 빛을 띤다. 다시 예전의 피부로 되돌아가도록 해 주어야 한다. 충분한 보습과 함께 색소가 앉는 것을 막아 주어야 한다.화상을 입고 난 피부는 털이나 피지를 분비하는 샘들이 손상되어 피지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고 피부 재생능력이 손상된 상태가 된다. 이것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피부색이 되돌아오는데 빠르면 3개월, 보통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이번 여름에는 되도록 긴 팔만 입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습 크림을 자주 발라서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해주고는 매달 한 번씩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이렇게 화상 치료는 환자들에게 힘들고 지루한 치료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수련의 시절 힘들었던 경험이 떠오르는 것이다.병원 업무에 밀려 하염없이 순서가 뒤로 밀리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 환자들을 힘들게 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안하기만 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치료하면서 아파하는 것을 함께 지켜보면서 환자가족들과 동병상련의 관계가 되기도 했었지만 말이다.이제는 그런 일이 없으려나 하는 생각에 안도가 되지만 아픈 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의사나 환자에게 모두 힘든 시간일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노출이 많은 시기에는 화상이 더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화상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일단 화상이 생기고 나면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고 가장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화상 치료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신에 걸친 중한 화상은 선택의 여지없이 대학 병원 화상센터에 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작은 부위의 화상은 대학병원, 성형외과, 화상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다음 선택하는 것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의료칼럼…마스크는 중요한데 피부는?

마스크는 중요한데, 피부는?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만나게 된 것도 벌써 2개월이 넘어섰다.이제는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도 손을 소독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처럼 보인다.아직도 코를 내놓고 입에만 마스크를 쓰거나, 코에 밀착시키는 핀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경우, 위아래가 바뀐 채로 거꾸로 쓰는 경우 등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경우를 가끔 보기는 하지만,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착용법을 다시 가르쳐 주기도 한다.얼마 전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위해 찾아온 한 여성이 있었다. 시술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보니, 마스크에 가려진 부위의 피부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붉게 변한 피부색에 군데군데 뾰루지가 생긴 모습이었다. 두껍게 화장을 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아래로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을 보면, 그 아래 피부는 이보다 더 심한 상태가 된 듯 하다.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피부염이 생긴 상태라서 이런 상태에서 단백질 성분의 보톡스와 합성 물질인 필러를 주입하는 것이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일단 피부과 진료를 권유하고 시술을 미루었다.며칠 뒤, 깨끗해진 피부로 다시 찾아온 환자에게 시술을 해 주었다. 환자도 나도 꺼림직한 마음을 덜 수 있어서 다행이다.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피부에 트러블을 호소하는 사람들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온종일 마스크를 착용한 뒤 마스크가 닿는 입 주변으로 붉은 반점, 가려움증, 뾰루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트러블이 생기는 원인은 두 가지다. 습기와 마스크 속의 알러지 유발 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마스크를 장기간 사용하면 마스크와 피부 사이 공간에 습기가 차기 쉽다. 특히 KF 수치가 높은 마스크일수록 밀폐 효과가 더 커서 습기가 더 많이 찰 수 있다. 이렇게 습기가 찬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세균 번식이 쉬워져 피부가 예민해지고, 붉게 달아오르는 등 트러블을 유발하는 것이다.또한 마스크와 필터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의 합성성분과 이런 성분을 단단히 고정시켜 주는 접착성분이 지속적이고 장시간 피부에 노출될 경우 접촉성 피부염이 유발될 수 있다.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마스크가 이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어찌 보면 역설적이기까지 하다.어쨌든 안전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마스크를 탈이 나지 않도록 사용해야 한다면 몇 가지 규칙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우선 마스크는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자 있는 공간, 특히 승용차를 혼자 운행할 때는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개방된 공간에서도 충분한 간격을 유지한다면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흔히 언제 감염된 사람 곁에 있을지 모르니 벗었다 꼈다 하는 것이 귀찮아 항상 끼고 다닌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 데, 피부를 생각한다면 이런 사항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마스크 내부 습기로 인한 트러블이 우려된다면 습기 방지용 필터가 장착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마스크에 습기가 차기 전에 마스크를 교체해주는 것이 증상 개선에 좋다. 그리고 마스크 자체가 바이러스를 직접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환자로부터 날아오는 비말을 막아주는 것이 마스크의 주요 기능이다. 따라서 KF 94 급의 마스크도 좋지만, 치과용 마스크도 충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확실히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면 치과용 마스크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고, 습기가 생기는 일도 줄일 수 있다.이외에도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마스크의 연속적인 장시간 착용은 피하고, 착용할 때에는 최소한의 화장품만 피부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안쪽이 오염된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말고 그때그때 교체하는 것이 적절하다.바이러스를 막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마스크가 아니고 손이다.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지 모르는 곳을 만진 다음 얼굴이나 마스크를 직접 만지는 것이 가장 나쁜 습관이다. 따라서 적절한 방법으로 마스크를 사용하고 손 씻기, 손 소독을 자주 해 주는 것이 바이러스로부터 나 자신과 피부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의료칼럼…자신 몸의 보석은?

나는 손이 구백냥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연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보도로 걱정이 앞서던 어느 날, 낯익은 눈빛의 중년 여성이 마스크를 눌러쓰고 병원을 찾아왔다. 마스크를 벗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 여성은 “선생님, 이제 제 얼굴이 어떻게 보이세요.”라고 이야기한다.몇 달 전 걱정에 가득한 눈빛으로 찾아와서 몇 가지 교정 수술을 했던 환자였다.낯익은 눈빛 주위로 얼굴 전체가 자연스럽게 변하면서 활기로 가득한 것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지난 겨울 찾아왔을 때를 돌이켜 보았다.성탄절을 앞두고 분주했던 겨울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는 대뜸 “선생님, 제 얼굴이 어떻게 보이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그래서 찬찬히 얼굴을 바라보면서 “왜 그렇게 물어 보시나요.”라고 되물어보았다.“남들이 제 얼굴을 보고 너무 낯설고 어색하다고 해서요. 좀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이 될 수 없을까요.”라고 한다.찬찬히 얼굴을 바라보면서 “왜 그렇게 물으시나요.”라고 다시 물어보았다.“남들이 제 얼굴을 보고 너무 낯설고 어색하다고 해서요. 좀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이 될 수 없을까요.”라고 한다.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남들에게는 밝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늙어간다는 생각에, 매스컴이나 주위 친구들의 부추김도 있고 여러 성형외과를 드나들면서 알음알음 친해지다 보니.. 처음에는 한두 가지 수술을 자연스럽게 살짝 해 본다는 것이 점점 일이 커진 것이다.나중에는 기왕에 수술을 할 바에야 대구보다는 서울 강남에 가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광대뼈, 턱뼈, 양악수술까지 하게 된 것이다.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명품매장의 고참 직원으로 자신의 말로는 “남들은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하지만, 자신에게는 자연스러운 미소와 좋은 인상이 구백 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그런 모습이 없어지고 억지로 웃는 듯한 모습이 되다 보니 자신의 고객들도 어색해 해서 요즘 많이 힘들다고 한다.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얼굴의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광대뼈, 사각턱 수술을 해서 얼굴이 계란형이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양악수술까지 함께 하다 보니, 얼굴의 피부 조직과 뼈를 연결해 주는 조직들이 분리되면서 볼살과 턱 주위의 살이 아래로 처져 내려와서 오히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인상이 되었다. 그리고 양악수술을 하면서 앞으로 살짝 나와 있던 잇몸이 뒤로 들어가면서 인중이 길어져 보이고 얼굴이 밋밋한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차라리 수술하기 이전의 상태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결국 아래로 처진 볼살, 턱 주위의 조직을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우선 얼굴 주름 당김 수술을 해서 처진 볼살과 목 부위로 처져 내려온 살을 위로 당겨 올려주었다. 그 후 양악수술 후 길어진 인중의 길이도 함께 줄여서 예전의 길이로 맞추어 주었다.수술 후 2주 정도가 지나자 이제 다시 갸름한 얼굴에 예전처럼 자연스럽고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환자가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을 보니 수술결과가 만족스러운 모양이다.걱정이 많았던 귀 앞쪽의 흉터도 실밥을 빼고 나니 좋아지면서 머리를 뒤로 넘겨도 메이크업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고 한다.그 후 두 달이 지나고 나서 다시 찾아온 모습을 보니, 내 눈에는 아직 군데군데 회복이 덜 된 곳이 보이기는 하지만, 얼굴 전체에서 배어 나오는 모습이 예전의 생기를 되찾은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당겨 올린 피부조직이 예전처럼 회복되는 데는 몇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얼굴 때문에 더 이상 걱정할 일도 없고 젊은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다니 직장에서의 고민도 해결된 셈이다.고객들에게도 보다 자신감 있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것 역시 의사로서의 보람이라 하겠다.흔히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여성이 자연스러운 미소와 좋은 인상이 자신의 구백 냥이라고 하듯이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부위가 있을 것이다. 흔히 외국의 인기 스타들이 자신의 다리, 손, 엉덩이 같은 부위에 보험을 들었다고 이야기하고는 하는데, 아마 이들에게는 이것이 자신의 구백 냥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필자에게 구백 냥이 되는 곳은 어딜까? 아마 나에게는 눈과 두 손이라 하겠다. 비록 투박하고 못생긴 손이지만, 원석 속에 숨어 있는 보석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과 섬세하게 깎고 다듬어 찬란한 빛을 내뿜는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내는 성형외과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열애

열애/ 이수익때로 사랑은 흘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외도도 즐기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 나무여, 은행나무여// 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돌아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 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아, 지금은 가을이다. 그래, 네 눈물이다.-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 시작,2007) .................................................... 평생을 붙박이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오래 전 나훈아의 말마따나 인생을 두 번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은 아무따나 연애도 실컷 하면서 살아보고, 또 한 번은 조심조심 신중하게 평생의 반려를 만나 사랑하겠는데 한 번뿐인 생이기에 양수 겹장이 쉽지 않은 것이다. 마주 서서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절로 열매 맺는 은행나무와 같은 사랑이 가능하다면야 통념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사랑이 구가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카사노바 식 둘러대기라든지 ‘사랑에서 책임과 의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스탕달의 연애론마저 낡아빠져 폐기될 게 뻔하다. 오래전 제인 폰다 주연의 ‘바바렐라’란 공상과학영화가 있었다. 성교의 방식도 진화를 거듭하여 마주보고 두 손바닥을 맞대는 것만으로 정신적, 육체적 합일감에 이르는 미래형 연애이다. 41세기에는 오로지 감정의 일치만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서로 주파수를 맞춘 채 손을 맞대고 덜덜덜 떨면 사랑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하고나 가능한 건 아니고 정신적 유대와 사랑의 진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이 들수록 그처럼 그윽한 사랑이 필요한 건 왜일까. 전통적 방식의 사랑에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유도 없지 않겠으나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같은 감정의 호사에 더 목이 말라서가 아닐까. 정말 그저 바라만 보고 손길만 스쳐도 충만한 사랑이 왔으면 좋겠다. 군데군데 은행알이 보도위에서 구린내를 풍기더니만 이젠 은행잎이 완전 짙은 노랑으로 물들어 광채가 눈부시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 직설법 추파처럼 마구 뿌려대고 있다. 연인이 있건 없건 이럴 때 방구석에만 처박혀있는 것은 반칙이고 죄악이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심에서도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암수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심어놓은 은행나무가 가로수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고약한 냄새보다는 인도나 도로에 떨어진 열매가 사람 발길과 차량에 짓이겨지고 들러붙어 거리를 지저분하게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다른 수종으로 이식하든가 은행이 안 열리는 수나무로 바꿔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즘은 수나무로 교체하는 지역도 더러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병충해와 공해에 강하고 도시에서 이보다 계절감을 느끼게 해주는 나무도 없기에 아예 수종을 바꾸는 것은 예산낭비이기도 하고 온당치 않아 보인다. 공공근로를 확대해 낙과 전에 수거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겨진 이 가을날들 어떻게 흔들리며 추슬러야할지 걱정이다. ‘네 눈물’을 어찌 다 거두어야할지 난감하다. 은행나무 좋은 길을 찾아 걸으면서 ‘흘낏 곁눈질도’ 해봐야겠다.

염증이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염증이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아침저녁으로 스산한 찬바람이 창문 너머로 스며든다. 뜨거웠던 여름의 태양도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창 너머 조금씩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공원의 숲을 바라보던 중,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선생님, 큰일 났어요!, 수술한 부위에 염증이 생긴 것 같아요, 고름이 찬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 며칠 전 눈꺼풀 주름 수술을 하고 만족한다고 했던 중년 여성 환자의 목소리였다. 이런 경우에는 급한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우선 ‘셀카’를 찍어서 당직 전화로 보내 달라고 한 다음, 사진을 확인했다. 살짝 눈 주위에 부기가 있기는 했지만, 환자가 염려하는 염증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걱정하지 마시고 병원에 나오세요.”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부가 함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병원을 찾아왔다.수술한 지 이제 4일째, 군데군데 멍이 들고 부기가 있을 뿐, 문제없이 정상적인 치유과정을 거치고 있었다.“전혀 문제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앞으로 충분히 안정을 취하시고, 실밥을 뽑는 날 오시면 되겠습니다.”라고 돌려보냈다.염증은 생체조직이 손상을 입었을 때 체내에서 일어나는 방어적인 반응이다.예를 들어 외상, 화상, 세균 침입에 대하여 신체 일부에서 충혈, 부종, 발열, 통증을 일으키는 증상이다.“이거 염증 생긴 거 아니에요?” 가끔 수술한 환자들의 경과를 관찰하는 도중에 이런 질문을 받는다.염증은 조직에 손상이 생기면서 생기는 반응이다. 염증이 있는 조직에는 특징적인 소견이 관찰된다. 통증이 있는 부기다. 부어 있는 곳을 살짝 누르면 아프다고 한다. 염증이 생긴 부위는 붉은색을 띤다. 가끔 상처가 있으면 누런 분비물이 보이기도 한다.염증은 처음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부기로 시작하거나 정상적인 상처 치유과정에 이상이 생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의사들은 이렇게 상태가 나빠지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여기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환자의 면역 능력이 떨어지면, 염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정상적인 과정의 성형수술에서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철저한 소독을 하고 무균의 환경 속에서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그런데도 우리는 주위에서 ‘염증 생겼다’ 혹은 ‘이것 염증 생긴 것 아닌가요?’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염증이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흔하다.병원을 찾아가서 정확한 진단만 받아도 큰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 염증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이와함께 요즘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 중에 수술이나 시술 부위에 실제로 염증이 생겨서 오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과거와는 달리 성형수술보다 간단하다고 하는 필러, 보톡스, 실리프팅, 매선 같은 시술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러한 것과 관련된 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원인은 우선 바쁘고 간단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시술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비록 쁘띠 시술들이 비교적 간단한 것이라 하지만, 수술하는 것과 같은 기준으로 준비해야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또 쁘띠 시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환자들에 의한 것도 있다. 시술을 마치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처럼 생각하도록 만드는 상혼의 영향도 적지 않다.시술하고 나서 바로 상처에 손을 대고 화장을 하거나, 샤워, 사우나, 음주, 흡연 등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생각하는 것이다. 비록 시술은 문제없이 이루어졌지만, 염증이 생기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이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귀찮고 성가시더라도 수술 후 주의 사항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시술 후에도 한두 차례, 병원을 방문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에 따른 적절한 처치를 하는 것이다.간단하다 쉽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수술이라 생각하고 경과에 관심을 가진다면,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