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 겨울 수화/ 최승권

겨울 수화/ 최승권 몇몇은 보이지 않았다/ 졸업식 송사의 마지막 구절이/ 키 작은 여학생들을 일제히 흐느끼게 할 때/ 서울 어느 목공소 조수로 취직했다는 광오와/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한 상동이의 얼굴은/ 금 간 유리창 너머 갈매기 두 마리로 날아오르고/ 교정 구석 단풍나무 한 그루로 선/ 나는 노을이 지는 바다를 훔쳐보았다// 싸락눈 잘게 뿌리던 날/ 문뜰나루 건너온 그놈들이/ 조회시간에 불쑥 내민 김뭉치를 받았을 때/ 지방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서정적인 시골 중학교 선생님이 된 나는/ 그놈들의 부르트고 째진 손등과/ 교실바닥에 나뒹굴던 해우무침 조각을 보고/ 바다를 따라 흔들리는 유채꽃의 희망과/ 황토밭을 흐르는 고구마 줄기의 자유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일까// (후략) - 시집 『정어리의 신탁』 (문학들, 2016)......................................................시인의 198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30년 만에 낸 첫 시집에 수록된 작품이다. 수화(手話)는 말과 글이 아닌 손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 시는 그 수화의 방식으로 한 가난한 어촌 중학교의 졸업식 풍경과 ‘지방대학 국문과’(전남대) 출신 교사의 졸업식에 얽힌 감회를 내밀하게 그리고 있다. 시인의 서정적 손짓 언어를 가만 따라가 보면 해조음과 끼룩끼룩 갈매기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옛날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어촌의 학부모가 기성회비 대신 생선이나 김 따위를 놓고 가기도 했으며, 쥐꼬리 월급에서 몇몇 아이들의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대납해준 고마운 선생님도 계셨다.‘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인생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묘사한 괴테의 장편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나오는 말이다. 지금의 사정은 모르겠으나 ‘육성회비’를 안 냈다는 이유로 졸업장을 볼모로 잡아두던 시절이 있었다. 수업료를 내지 않으면 등교를 해도 결석 처리되고, 그래서 졸업이 안 되니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목공소 조수로 취직했다는 광오’나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한 상동이’도 그런 처지일는지 모르겠다. 또 졸업이 두려운 학생도 있으리라. 대학을 졸업하고도 엄혹한 바깥세상으로 발을 내딛기 두려워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학생도 적지 않다.졸업식은 학교와 학생, 스승과 제자, 그리고 학부형이 남고 떠나는 극적인 이별의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송사의 마지막 구절이’ 졸업생들을 울리는 일이란 없다. 물론 국민의례로 시작해서 모범생 시상, 교장 선생님의 훈시, 내빈 축사, 재학생 대표의 송사, 졸업생 대표의 답사로 이어져서 교가를 제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졸업식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지만 요즘은 졸업 시기 등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졸업식의 시즌은 여전히 2월이 대세이고 이번 주말로 마무리될 것이다. 졸업은 당연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항상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누구는 환하게 웃지만 또 누구에게는 쓴 울음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어렵게 학교를 마친 곤궁한 아이들에게 하늘을 비상하는 갈매기의 꿈이 찬란히 펼쳐지기를 바란다. 학사모를 하늘 향해 높게 날린 젊은이들의 앞길도 출렁이는 바다처럼 역동적이기를 소망한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겨울 주례사/ 조정권

겨울 주례사/ 조정권 호숫가 겨울나무가 서 있다/ 흰 눈의 면사포를 쓰고 있다/ 눈이 온다/ 일생 겨울숲속에서 밑 둥은 얼어있을 것이다/ 바람 속에서/ 견디고 있는 마음과/ 벌서고 있는 마음/ 진정 두 마음은 한마음임을 약속하겠는가. - 시집 『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서정시학, 2011).................................................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은 꽤 오래됐지만 얼마 전 한 조사에서 나타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울의 미혼 여성이 3%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놀랍다. 물론 ‘가능하면 하는 것이 좋다’ 16%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66%까지 합하면 생각보다 그리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다만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미혼 남성보다 미혼 여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다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생각하는 미혼여성이 전국적으로 45%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 충격적이다.결혼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미혼남성의 59%와도 차이가 크다. 2015년 조사에서 결혼 의사가 있는 미혼여성은 65%, 미혼남성은 75%로 조사된 것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 남녀, 특히 미혼여성이 결혼을 꺼리는 것은 자아실현 욕구의 상승,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현실 등 가치관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일생 겨울숲속에서’ ‘겨울나무’로 ‘견디고’ ‘벌서는’ 것이 두렵고 버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혼을 한다는 것은 사랑으로 ‘진정 두 마음’이 ‘한마음’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뜻이리라.지난 주말 울산에서 있었던 고향 선배의 막내딸 결혼식에 참석했다. 지금까지 결혼 의사를 별로 내비치지 않고 자기 일(공부)에만 몰두해있던 따님의 뒤늦은 결심으로 친구 오빠와 가약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형식적인 엄숙함보다는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 예식으로 진행하고 싶은 이들이 많아서 주례 없는 결혼식은 이례적이 아니라 대세로 흘러가고 있다. 대신 양가 부모님의 덕담으로 이루어지는데 신랑·신부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대개 교훈적인 내용보다는 가족애가 담긴 진솔한 내용이다.신랑 아버지의 덕담에 이어 김태수 시인의 말씀도 이어졌다. 전혀 ‘문학적’이지 않았다. 막내딸의 결혼에 약간의 서운한 감정도 묻어 있었으며, 혼사를 주위에 요란하게 알리지 않았다는 언급도 했다. 그리고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신랑·신부에게 ‘잘 살아라’란 말로 끝을 맺었다. 평소 김태수 형의 대인배 다운 체취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전직 교장 선생님의 ‘꼰대’티를 내지 않았다. “몇 말씀 드리겠다”며 곧 끝날 것처럼 하면서 이어지는 전통적인 ‘주례사’가 아니어서 좋았다. 이 시도 짧아서 좋긴 한데 현장용으로 써먹기엔 적절치 않아 보인다.주저리주저리 고전적인 주례사도 지겹지만 지나치게 함축적이고 교훈적인 내용도 먹혀들기 어렵다. 역대 가장 짧은 주례사를 한 분이 백범 김구 선생이라고 한다. 독립운동을 함께했던 후배의 아들 결혼식에서 ‘너를 보니 네 아비 생각이 난다. 부디 잘 살아라’ 누군가 시간을 재어보니 딱 5초 걸렸다고 한다. 원래 우리의 전통 혼례에는 주례가 없다. 우리나라에 주례가 등장한 것은 예식장 문화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주례 없는 결혼식에서 신부 아버지의 ‘잘 살아라’란 당부는 가장 평범한 말인 듯해도 모든 것이 농축된 가장 솔직한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전선 위의 참새

12일 오후 대구 북구 한 들녘. 먹을거리 없는 춥고 긴 겨울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살을 찌운 참새들이 전깃줄을 차지하고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겨울 가뭄

정부는 지난 9일 적극적인 범정부적 가뭄 예방 대처를 위해 ‘2019년 가뭄종합대책’을 수립해 발표하면서 올해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 전까지는 물 부족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낙동강 수계인 경북·대구 지역에 눈과 비가 내리지 않아 59년 만의 겨울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29일 오전 대구 달성군 디아크 인근 낙동강이 바닥을 들어내며 바짝 말라 갈라져 있다. 이날 기상청은 사실상 연휴가 시작되는 31일 눈이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겨울 놀이터 실내빙상장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1월의 마지막 주말인 27일 오후 대구 실내빙상장을 찾은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무열 기자 lmy4532@idaegu.com